뼈를 깎는 자기비판으로 정치방침을 새롭게 수립해야 통합진보당의 부정선거 논란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도대체가 진흙탕 싸움에서 헤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물론 논란의 일차적인 책임은 소위 당권파에 있다. 이들은 ‘정치적 압박에 사퇴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견지하면서 ‘부정선거’ 프레임을 ‘부실조사’ 프레임으로 전환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들은 ‘총체적 관리부실·부정선거라는 입장에 추호도 변함이 없다’는 진상조사위의 반박에도 불구하고 사태의 본질을 ‘마녀사냥’ 또는 ‘정치공작’으로 규정하면서 맞불을 놓고 있다. 하지만 진실공방으로 논점을 흐리며 일정한 정치적 명분을 확보한 뒤 당원총투표로 대의기구 결정을 무력화하며 시간을 벌려는 당권파의 출구전략은 만만치 않아 보인다. 마치 호랑이 등에 올라탄 사람의 처지처럼 통합진보당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형국에 처해있다. 그러는 사이 민중운동의 사기는 땅바닥으로 떨어지고 있다. [%=사진1%] 당권파가 문제의 전부는 아니다 통합진보당 당권파는 민주주의의 기초와 진보의 상식을 저버린 행태에 대해 지탄받아 마땅하다. 그에 걸맞은 책임을 지는 것도 당연하다. 그런데 지금의 사태를 ‘미꾸라지 한 마리가 개울물 다 흐린다’는 식으로 치부할 수만은 없다. 많은 부분 당권파의 책임이 걸쳐있긴 하지만 오늘의 사태는 통합진보당 전반이 처한 오류의 일부로 보아야 한다. 통합진보당은 비례대표 부정경선 말고도 이정희 대표의 야권단일화 경선 여론조작, 성폭력 은폐 의혹을 받고 있는 정진후 전 전교조 위원장의 비례대표 공천, 성추행 전력 후보에 대한 부실 검증, 현직 지방의원의 사퇴 후 총선 출마 등 진보를 자처하는 정당으로서 감히 상상하기 어려운 치부를 드러냈다. 이는 표면적으로 후보자 개인의 출세주의나 특정 정파의 사리사욕에서 기인하는 문제들이다. 따라서 당 내부에서 적절한 검증이나 조정 절차를 갖췄다면 많은 부분 해결 가능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러한 출세주의나 정파적 이해가 반복적으로 출현하고 그 정도가 계속해서 심화하는 역사적·구조적 원인을 규명하는 것이다. 당직·공직 선거과정에서의 부정 시비는 당권파가 떳떳이 밝히듯이 실로 오래된 관행이다. 이 점에 있어서는 현 당권파를 포함하여 과거 민주노동당을 수권했던 범 민족해방 계열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다. 이번만큼 파장이 컸던 것은 아니지만, 과거 민주노동당 시절부터 ‘세팅선거’나 위장 전입, 당비 대납 사건은 정파 갈등을 초래한 가장 중요한 원인이었다. 2000년 울산 북구, 2001-2002년 서울 용산, 2003년 경기도 의정부갑, 2004년 광주 북구, 2005년 인천 남구갑 등에서 위장 전입이나 당비 대납 사건이 빈번히 발생했다. 또 2004년 이후 다수를 점한 범 민족해방 계열은 당내 선거에서 1인 다표제를 도입하여 그 안의 정파별 안배를 통해 당직·공직을 독식하기도 했다. 이러한 정파 갈등은 결국 2007-2008년 대선 패배에 이은 소수파의 탈당으로 귀결되었다. 통합진보당 노선 자체가 문제다 이러한 과정은 민주노동당이 원내정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의회주의와 수권정당 노선이 강화된 과정에 병행했다. 원내진출을 계기로 당의 인력 및 재정 배치는 의정지원에 편중되었다. 또 당의 정치이념을 급진화하고 사회운동을 활성화하는 데 무게중심을 두기보다는 실현 가능한 정책대안과 입법에 주력하면서 스타 정치인이 전면에 나서는 경향도 두드러졌다. 이러한 노선 변화와 함께 국회의원 당선 가능성이 커지면서 당직·공직을 둘러싼 정파 간 경쟁도 격화되었다. 정파 활동의 초점 역시 정당의 이념과 운동이 아니라 당권 장악과 공직 진출에 맞춰질 수밖에 없었다. 더욱이 민주노동당 분당 이후 생존의 위기에 처한 정파들이 선거공학에 따라 무원칙한 합종연횡과 권력분점을 시도한 산물이 바로 오늘의 통합진보당이라는 점에서 모순이 더욱 심화하였다. 이념과 역사를 초월한 정파연합당인 통합진보당 안에서 정파들 간의 지분 안배와 당직·공직 진출은 처음부터 첨예한 갈등의 소지를 안고 있었다. 통합 이후 대의기구 지분 분할과 비례대표 선출을 둘러싸고 지난한 논쟁과 치열한 경쟁이 발생한 것은 자연스러운 귀결이었다. 야권연대 역시 정책연합보다는 당선 가능한 지역구에서 민주통합당과 후보를 조정하는 것에 방점이 찍혔다. 현재 비당권파는 강기갑 의원을 중심으로 하는 비상대책위 체계를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권파는 비대위 체계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양자가 사태 수습 방안을 둘러싸고 충돌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당권파든 비당권파든 사태가 분당과 같은 파국으로 치닫는 것은 막아야 한다는 생각을 공유하고 있다. 극심한 내홍에도 불구하고 비례대표 5-6석과 원내 3당의 지위를 유지해야 한다는 공통의 이해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다만 민주노동당 비주류나 새진보통합연대 등 비당권파들은 당권파가 당직·공직에서 한 발 물러나게끔 함으로써 사태를 최대한 원만하고 신속하게 수습하는 것을 목표하고 있을 뿐이다. 이들은 당권파의 패권성과 비민주성을 비난할지언정 국민참여당과 통합하고 민주통합당과 야권연대를 추진한 통합진보당의 노선, 즉 자신들의 정치노선을 변경할 생각이 없다. 사정이 이렇다 할 때 당권파가 한 걸음 뒤로 물러난다한들 그 빈자리를 채울 비당권파에게 쇄신된 진보정당의 모습을 기대하는 것은 무망한 일이다. 통합진보당으로서는 ‘도마뱀 꼬리 자르는 격’으로 당권파에게 사태의 책임을 묻는 것이 어떤 의미에서는 가장 간편한 길일 수 있다. 민주노총은 총선방침의 오류를 자기비판해야 한다 누구나 직감하듯이, 이번 사태가 진보진영에 끼치는 악영향은 지대할 것이다. 좋은 먹잇감을 발견한 보수언론은 ‘당권파는 부정 없었으면 자청해서 검찰 수사받으라’(조선일보)거나 ‘민주주의 DNA 없는 당권파, 북한 닮았다’(동아일보)는 등 원색적인 비난을 서슴지 않고 있다. 검찰이 개입할 빌미도 주어진 상태다. 여론 악화로 통합진보당 지지율이 빠르게 추락한 것은 물론 이를 지지했던 민중운동의 사기도 크게 저하하고 있다. 당 내부의 논란은 어찌됐든 간에 12일에 열릴 중앙위원회에서 일단락되겠지만, 파장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조직 내부의 만만치 않은 반론을 묵살하고 통합진보당을 배타적으로 지지한 민주노총은 다시 한 번 심각한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 사실 민주노총은 이번 부정경선 논란의 당사자다. 문제로 지적된 현장투표의 상당 부분이 민주노총 산하 노조에 의해 이뤄졌다는 사실을 짐작하기란 크게 어렵지 않다. 민주노총이 통합진보당을 ‘비례대표 집중 투표 정당’으로 정하기 위해 실시한 조합원 ARS 여론조사 역시 부정·부실 의혹을 받고 있다. 이 조사를 대행한 업체 대표가 바로 이석기 당선자였으며 민주노총은 이 업체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회계 지침마저 위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조합원 1명당 3통씩 전화가 오는 과정에서 중복투표가 이뤄졌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애초 여론조사 방식을 반대했던 다수의 산별노조/연맹과 지역본부가 제외되어 ‘조사에 응하고 싶은 조직과 조합원’만이 표본으로 취합된 결과 여론조사 방식 자체의 공정성과 신뢰도가 의문시되었다. 공식 대의기구를 무력화하면서 여론조사로, 그것도 전체 조합원의 5%에 불과한 응답률로 조직의 중요한 방침을 결정한다는 발상 자체가 노조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행위였다. 더욱이 ‘통합진보당은 진보정당이 아니며 따라서 민주노총의 지지 정당이 될 수 없다’는 현장의 문제제기에 따라 소집된 임시대의원대회는 집행부의 대회 무산 의도 속에 성원미달로 또다시 유회되었다. 민주노총은 통합진보당에 못지않게 부정경선 논란에서 한 치도 자유로울 수 없다. 또한 민주노총 집행부는 조직 내부의 문제제기를 철저히 묵살하는 패권주의적 행태를 보였다. 이 모든 것이 민주노총 집행부가 문제투성이 총선방침, 즉 국민참여당과 합당한 통합진보당을 비례대표 투표에서 배타적으로 지지하고, 또 그 통합진보당이 전면적인 야권연대를 통해 단일화한 민주통합당 후보를 지역구 투표에서 연대후보로 지지하는 총선방침을 무리하게 밀어붙이는 과정에서 발생한 과오였다. 뼈를 깎는 반성으로 통합진보당과 결별해야 한다 일단 민주노총은 3일 산별대표자회의 결과를 반영하여 ‘통합진보당 부실·부정선거, 재창당 수준의 고강도 쇄신을 촉구한다’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한 상태다. 여기서 산별 대표자들은 ‘미봉책으로 사태를 수습하려 한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강도 높은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경고의 메시지를 담았다. 같은 날 열린 16개 산별 공동 주최 ‘총선평가 토론회’에서도 여러 산별 대표자들은 통합진보당의 비례대표 부정 논란과 민주노총 총선방침의 문제점을 강하게 성토했다. 민주노총은 12일 통합진보당 중앙위원회를 앞두고 조직적 입장을 결정하기 위해 11일 중앙집행위원회를 소집한 상황이다. 그런데 민주노총 집행부는 아직 총선 평가안을 정식으로 제출하지 않고 있다. 지금까지 확인된 바에 따르면 민주노총은 ‘정치방침과 선거방침에 대한 조직 내 이견이 해소되지 못한 속에서 총선을 치러 방침 결정 및 집행에 난항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진보정치 역량과 주체 역량이 취약한 상태에서 진보진영 단일화와 야권연대 방침에 기초한 선거방침을 결정한 것은 불가피한 현실적 선택이었다’고 자평하고 있다. 통합진보당의 원내교섭단체 진출과 여소야대를 목표로 수립된 총선방침의 오류를 전혀 반성하지 않은 평가다. 심지어 민주노총 한 주요 간부는 성명 발표 이후에 개최된 통합진보당 운영위원회에서 당권파의 이해를 일방적으로 대변하는 반조직적 언행을 일삼기도 했다. 이런 정황을 감안할 때 민주노총 성명은 산별 대표자들의 비판을 의식하여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집중투표 전술에 대한 유감을 표한 것일 뿐, 집행부 스스로 총선방침 전반에 대한 자기비판을 수행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동시에 산별 대표자들 역시 통합진보당의 부정경선에 대해 강한 어조로 비판의 칼날을 들이댔지만, 이를 통합진보당에 대한 전면적 문제제기로 보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에 따라 민주노총 집행부는 11일 중집에서 총선방침의 오류를 시정하지도, 통합진보당에 대해 선언 이상의 실질적 조치를 취하지도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진정 ‘뼈를 깎고 살을 도려내는 각오’를 가지고 있다면 민주노총 중집의 총선평가는 단지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경선 부정을 비판하는 것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한 걸음 더 나아가 통합진보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 방침을 엄정히 비판하고 야권연대와 같은 우경화된 실용주의와 단절해야 한다. 무엇보다 총선방침과 정치방침을 둘러싼 지난한 논란에 종지부를 찍고 통합진보당과 과감히 결별해야 한다. 그럼으로써 통합진보당에 대한 조합원들의 냉소와 불신을 씻고 현장과 지역의 투쟁을 엄호, 확산하면서 흔들림 없이 총파업을 조직해야 한다. 정치세력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지금의 위기는 민주노총의 태도에 따라 정치방침을 올바로 수립하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다시 처음부터 시작한다는 자세로 정치세력화의 원칙과 방향에 관해 전조직적인 토론을 진행해야 한다. 정치세력화는 노동자계급이 이념적·조직적으로 정립하여 사회변혁의 주체로 성장하는 과정 전반을 의미한다. ‘노동해방과 평등사회 건설’이라는 민주노조 운동의 이념을 바로 세우고 노동조합의 조직적 토대를 강화하는 것이 정치세력화의 기초다. ‘집권’을 위해 노조의 인적·물적 자원을 동원하는 데 매몰되는 정치세력화가 아니라, 노조의 민주성·연대성·투쟁성을 바탕으로 계급적 단결과 사회적 영향력을 확대하는 정치세력화가 필요하다. 이것이 이번 사태로부터 얻을 수 있는 값비싼 교훈이다.
지역 노사민정 파트너십의 본질 서울시가 <노사민정협의회 운영활성화 계획>을 제시했다. 서울시 계획의 핵심은 민주노총 서울본부의 참여를 유도하는 것이다. 기존에는 한국노총 서울본부와 경총이 참여했다면 여기에 민주노총 서울본부와 서울상공회의소를 노동자, 사용자 대표로 참가시켜 대표성을 높인다는 것이다. 서울본부 관계자는 “서울시 노사민정협의회가 정부 산하의 노사정위원회와 성격이 다른 만큼, 산하조직의 의견을 수렴해 참여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지역 노사민정은 중앙 노사정과 성격이 얼마나 다른지, 또는 서울 노사민정은 다른 지역과 다른지 밝혀야 할 것이다. 이 글은 노무현, 이명박 정부의 지역노사민정 파트너십과 박원순 시장의 지역노사정협의회가 일관된 이념과 목표, 구조로 조직된다고 본다. 민주노총과 노사정위원회 지역 노사민정 파트너십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정부측 논자들은 그것이 “경직적인 국가차원의 노사정간 협의를 개선하게 된다”고 주장한다. 달리 말하면 민주노총 지역본부의 지역 노사민정 참여가 중앙 노사정위 참여를 향한 매우 유용한 징검다리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지역노사민정협의회 참여와 중앙 노사정위원회 참여를 분리된 문제로 볼 수 없다. 김대중 정부 집권기에 노사정위원회는 신자유주의 정책을 강요하기 위한 틀로 기능했기 때문에 민주노총은 탈퇴를 반복할 수밖에 없었다. 노무현 정부 집권기인 2004년 이후로 임의 기구였던 노사정대표자회의도 결국 파행으로 막을 내렸다. 그것은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후로는 아예 주된 의제에도 오를 수 없었다. 총연맹 차원에서 노사정위원회에 참여하지 않기 때문에 민주노총 서울본부의 지역노사민정협의회 참여는 매우 심각한 문제로 다뤄야 한다. 지역 노사민정 파트너십 참여는 개별 지역본부가 판단할 문제를 넘어선다. 민주노총 전체 차원에서 신중한 논의를 거쳐야 한다. 지역 노사민정 파트너십의 활동 방식 <경제사회발전 노사정위원회>에 따르면 지역노사민정협의회는 2010년 8월 현재 16개 광역자치단체 중 16개, 230개 기초자치단체 중 82개 지역에 설치되어 있다. 그렇다면 지역노사민정협의회는 노사정위원회와 성격이 다르고 유의미하다고 볼 수 있는가? 노무현 정부 집권기인 2007년 노사정위원회가 발표한 <지역노사정협의회 설치·운영 매뉴얼>은 정부가 바라보는 노사민정 파트너십의 이상형을 보여준다. 매뉴얼이 제시하는 출발점은 지역 노사정의 스킨십 강화다. ‘지역 노동단체와 사용자단체는 서먹한 관계를 유지하기 쉽기 때문에’ 서로 거리를 좁히기 위한 다양한 행사를 개최할 것은 권고한다. 예를 들어 노사 체육대회나 합숙프로그램을 열라는 것이다. 두 번째는 지역노사민정의 정책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개최하는 것이다. 매뉴얼이 권고하는 교육은 ‘국가경제 개관 및 노사관계 패러다임 전환’, ‘국가 차원 노사정 사회적 대화의 역사적 의미’, ‘선진국 사례’와 같은 것들이다. 한마디로 정부가 바라보는 경제 현실을 교육하여 노동운동 패러다임 전환을 촉진한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지역적 의제 발굴을 위한 실태 조사다. 예를 들어 지역 중소기업의 역외 이전에 따라 지역경제가 침체하는 문제나 특정 지역 전략사업을 발전시키는 문제를 논의한다. 네 번째는 부문협의회를 구성하는 단계다. 부문협의회가 설치되는 경우는 공공·제조·택시와 같이 특정 업종별 협의회나 고용·인적자원개발 협의회로 크게 나뉠 수 있다. 업종별 협의회는 주로 장기 노사분규 사업장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에 예방하거나 조정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하지만 매뉴얼은 업종별협의회의 경우, 상시적 논의 의제가 많지 않기 때문에 주로는 고용·인적자원 개발 협의회를 발전시켜야 한다고 권고한다. 예를 들어 지역의 산업 수요를 조사하여 노동자, 실업자를 위한 직업훈련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을 가장 바람직한 사업 모델로 제시한다. 다섯 번째는 지방자치 단체에서 재정 지원을 받거나 산업자원부, 노동부의 중소기업 지원사업 계획이나 산업안전공단의 클린사업장지원사업을 활용하여 구체적인 사업실행 단계에 들어가는 것이다. 매뉴얼이 제시하는 지역 노사민정의 활동 양상을 살펴보면 중앙 노사정위원회와 다루는 의제에 차이가 있는 것은 사실이나 그 효과는 동일하다. 국가경쟁력이든 지역경쟁력이든 간에 경쟁력 강화를 위한 노사협력 모델을 창출하는 것이다. 지역 노사민정의 구체 사례 2008년 노동부와 한국노동연구원은 광역시도를 대상으로 지역노사민정 파트너십 시범평가를 시행했다. 노사관계 투자예산을 살펴보면 광역 지자체들이 1년에 한 차례 정도 개최되는 노사민정협의회와 노사정 한마당 행사나 노사공동 교육프로그램과 같은 전시성 행사에 수억에서 수십억 원의 돈을 풀었다. 또한 노동시장 투자예산의 경우, 지차체들이 직업훈련과 직업알선 사업에 수십억에서 천억 원대의 돈을 지출했다. 따라서 지역노사민정협의회가 운영되게 하는 힘은 궁극적으로 정부 재정지원에 있다. [표] 2008년 지차체의 노사관계, 노동시장 분야 투자예산 (단위: 억) [%=사진1%]* 노사상생협력 우수자치단체 선정 미신청 시도(서울, 대전, 제주) 제외 최고 성공 사례로 꼽히는 부천의 사례를 보면 지역노사민정협의회의 본질이 더 분명히 드러날 것이다. (여기에는 한국노총이 참여했다.) 1999년 설립된 부천지역 노사정협의회는 이명박 정부 집권기인 2009년 노동부 주관 지역노사민정 협력활성화 사업평가에서 최우수 기초단체로 표창을 받았다. <2007년 노사정 산업평화 공동선언문>은 “노사정 파트너십에 기반한 고용 및 인적자원 개발이 지역발전의 기틀이 된다는 공동 인식을 바탕으로 우리 지역의 유망기업 유치 분위기 조성 및 노사분규가 없는 선진노사문화 정착을 위하여” “부천지역 훈련 및 인적자원 개발사업과 노사공동훈련 등 근로자 능력개발과 평생학습, 일자리창출, 고용안정에 다같이 노력”하며 “지속적인 자기개발과 생산성 향상을 위해 전력질주함으로써 선진적 노사관계”를 구축한다고 밝혔다. 부천 노사민정은 2000-2005년 업종별협의회(택시, 전기·전자, 공공)를 구성했고, 택시노조 파업, 환경기동반노조 파업, 마을버스노조 파업, 삼양중기노조 파업 등 업종별 분쟁조정을 시도했다. 그러나 노사분쟁조정 기능은 궁극적으로 노동위원회 소관이기 때문에 지역노사정협의회 분쟁조정은 ‘사적 조정’의 성격을 띠게 되었다. 따라서 지역 노사민정의 역할 확장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에 따라 부천 노사민정은 2006-2008년에 고용사업단을 구성하여 주로 노사정 공동의 고용인적자원 개발사업을 펼쳤다. 노사공동직업훈련 사업은 부천노총과 부천상공회의소 공동콘소시엄 형태로 추진되었고(주로는 사내직업훈련.), 지역고용·인적자원개발사업은 8개 유관기관 공동콘소시엄으로 추진되었다(주로는 청년층 기술교육, 중장년층 고용촉진사업). 지역노사정협의회는 중앙 노사정위원회와 다른가? 이런 측면에서 보면, 지역노사민정협의회는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에 걸쳐 일관된 흐름 속에 있다. 그것은 무엇보다 ‘노사협력’, ‘노사상생’을 전제로, 지역 내 유망기업 유치를 목표로 삼아 협력적 노사관계 수립과 노동자 직업훈련을 핵심 과제로 수행했다. 이는 곧 ‘경쟁력 강화를 위한 노사정 협력체제’로서 신자유주의 노동정책의 핵심 중 핵심이다. 지역노사민정의 논리는 곧 민주노조가 지역 내 유망기업 유치를 어렵게 하며 지역경제에 해를 입힌다는 주장을 다르게 표현한 것이다. 또한 노사협력사업에 관해 보자면, 지자체가 수억, 수십억의 예산을 집행했으나 대체로 체육대회나 한마음 행사 같은 각종 전시성 사업에 집중된다. 이보다 발전된 모델로 간주되는 부천노사정협의회를 보더라도 지역 노동자투쟁과 관련된 조정자 역할에는 근본적 한계가 있다. (사측이 합의를 뒤집어도 구속력이 없기 때문에 사측이 의지가 없다면 아무런 강제력도 없다.) 설사 조정이 되더라도 이는 사실상 ‘사적 조정’이기 때문에 상층 협의과정에서 투쟁이 변질되거나 부작용이 수반될 가능성도 있다. 지역노사정위 사업은 결국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직업훈련, 직업알선 등)을 노동조합이 대행하는 것으로 수렴된다. 하지만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이 과연 고용불안과 실업 문제를 해결하는 데 얼마나 큰 기여를 하는지 의문이다. 과연 한국 노동자들이 고용불안과 실업으로 고통 받는 이유가 직업훈련, 직업알선이 부족해서인가? 오래 전부터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을 펼친 서구사회는 실업률 하락을 경험하지 못했다. 더 큰 문제는 노조가 정부(산업자원부, 고용노동부, 산업안전공단 등등) 사업 일부를 대행하는 게 곧 자기역할의 확장이라고 오해하는 것이다. 노사정이 공동 주관하는 사내직업훈련이나 청년층 또는 중장년층 직업훈련이 노동조합 조직화로 연결되는 고리가 될 수 있을 것인가? 오히려 지방정부가 일자리 창출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다는 면죄부를 주기 위한 들러리가 되지는 않을까? 정부의 일자리 창출 사업에 참여할 기회는 지역 차원에서 진행되는 산업구조조정에 순응하는 것을 전제로 주어질 가능성이 높다. 서울시 노사민정협의회는 다른가? 서울시 노사민정협의회는 다른 지역과 무언가 다른가? 서울시 계획에 따르면 서울시 노사민정의 기본 기능도 ‘지역 일자리 창출 및 인적자원개발’, ‘노사관계 안정’, ‘지역경제 발전’, ‘노사민정 협력증진’로 제시되었다. 다른 지역노사민정과 본질적으로 동일하다. 서울시 노사민정은 분과위원회로 <노사협의회>(신설)와 <일자리협의회>를 둘 것이다. 전자는 노사분규나 비정규직 문제, 노사현안 사항을 다루고 후자는 서울시 일자리창출 정책을 협의하고 고용촉진·직업능력 개발을 논의할 것이다. 또한 특별위원회로 <서울시 투자·출연기관협의회>를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이러한 구조는 업종별 협의회와 고용·인적자원개발 협의회를 양대 축으로 삼는 지역노사민정의 기본구조와 일치한다. 현재 서울본부 집행부는 2011년 박원순 후보와 맺은 정책협약이 일정하게 이행되고 있다고 평가한다. 정책협약에는 서울시 산하기관의 해고자 원직 복직, 서울시 산하기관의 비정규직 정규직화, 25개 구에 노동복지센터 설립, 서울시 유관노조의 주요 임단협 현안문제 해결, 공공운수노조·연맹, 보건의료노조의 ‘보호자 없는 병원 정책협약’이 포함된다. 박원순 시장의 행보가 그 이전 한나라당 출신 시장들과 가시적 차이가 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서울시가 직접적인 노정협의기구 구성을 반대하고 노사민정협의회 내에 서울본부를 참여시키려고 노력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보수세력도 동의하는 노사민정의 기본 이념과 기능의 틀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노동정책을 구사하겠다, 곧 ‘지역 노사관계안정화’,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맥락에서 노동자운동의 요구를 선택적으로 수용하겠다는 것이 아니겠는가? 민주노총 지역본부와 지역 노사정 파트너십 민주노총이 대정부 요구안을 수립해 교섭을 요구할 때 정부가 반드시 노사정위원회 참여를 요구하거나 민주노총이 그것을 받아들여야 할 이유는 없다. 서울시의 경우도 노사민정 파트너십 참여가 반드시 동반되어야 할 필연성은 없다. 노사민정 파트너십은 기본성격과 3자 협의구조에 내재하는 제약 때문에 한계가 크다. 민주노총 지역본부의 지역 노사정 파트너십 참여 문제를 검토하려면 지역본부 고유의 임무와 활동이 무엇이어야 하냐는 문제부터 따져 보아야 한다. 지역본부의 일차적 임무는 민주노조운동의 전국적 투쟁을 지역에서 뒷받침하며 지역 내에서 노동자 투쟁을 연결하고 광범위한 사회운동 연계망을 형성하는 것이다. 또한 지역 내 노동조합들의 (전략)조직화 사업을 매개하고 확장하는 것이다. 지역본부가 명실상부하게 지역 노동조합운동의 센터 기능을 충실히 수행할 때 공세적으로 지방정부에 교섭을 요구할 수 있는 힘이 생기고 통일적 요구도 수립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민주노총 서울본부의 행보를 보면 이런 역할을 스스로 방기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서울지역의 노동자 투쟁과 조직화 사업을 매개하고 확장하는 ‘본부’로서의 역할은 최소 수준에 머물고 있다. 서울본부의 최근 경향을 보면 일반노조를 비롯해 직가입노조를 확대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어떤 경우에는 서울본부가 마치 주요 산별노조·연맹들과 분리된, 심지어 다른 노조와 경쟁하는 ‘독자’ 노조처럼 활동하는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더 큰 문제는 서울본부가 이와 관련된 사업을 뒷받침하기 위해 지방정부의 재정지원을 받고자 서울시 노사민정협의회 참여를 적극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사실이다. ‘25개 구 노동복지센터 건립 사업을 독려한다’는 것이 결정적 동기의 하나다. 또한 향후 정부 재정을 바탕으로 각종 일자리 창출 사업에 관여하겠다는 의지가 큰 것 같다. 그러나 지방정부의 지원을 받는 노동복지센터 사업이나 일자리 사업이 얼마나 노조 조직화에 기여할 수 있냐는 것은 심각한 쟁점이다. 또한 지역본부의 중심 임무를 방기한 채 정부사업을 대행하는 것을 자기 역할의 확장이라고 오해한다면 지역 노조운동에 큰 공백이 초래될 수밖에 없다. 지역 노사민정협의회에 참여한다면 정부의 직간접적 재정지원이나 노사정 간 유무형의 인적망은 노동조합 상층부에 기회나 이익을 의미할 수 있다. 실제로 정부의 재정지원이 지역 노사민정이 굴러가게 하는 궁극적 힘이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동기와 목표로 노사민정협의회에 참여한다면, 지역 노동자운동의 요구를 모아내고 이를 지방정부에 강제할 수 있는 노동조합운동의 힘이 오히려 약화될 우려가 크다. 서울지역을 넘어서 노동조합 운동 주체들의 진지한 토론으로 지혜를 모아야 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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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의 열정과 참여가 사라져 발생한 비극 2012년 05월 09일 (수) 한지원 jwhan77@gmail.com 한지원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실장 통합진보당이 부정선거 사태로 난리다. 민주노동당 시절부터 지금까지 진보정당이 이렇게 언론의 집중을 받아 본 것은 처음이지 싶다. 선거 부정의 진실에 대한 공방부터, 비례대표 1~3번 사퇴 여부, (경기동부연합이라고도 칭해지는) 속칭 당권파의 패권주의와 책임론까지 다양한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다. 물론 생산적 논쟁하고는 거리가 멀다. 그야말로 통합진보당을 진흙탕으로 내팽개치는 양상이다. 조중동은 물론이거니와 이제는 개혁 성향의 언론들도 모두 통합진보당에 대해 매우 강한 어조로 비판하기 시작했다. 사태가 어떻게 끝나더라도 꽤 오랜 기간 통합진보당에는 상흔이 남아 있을 것이다. 갈등이 매우 첨예하지만, 잠시 현재 사태에 거리를 두고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왜냐하면 당권파가 책임을 지고 비례대표를 사퇴한다 하더라도 과연 통합진보당에서 무엇이 변하는 것인지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부정선거 사태가 수습이 되고, 당내 선거와 관련한 몇 가지 체계가 정비되겠지만, 정당의 가장 중요한 지점인 대중과의 관계가 크게 변할 것 같지는 않아서다. 통합진보당과 노동운동의 관계부터 생각해 보자. 민주노동당이 처음 만들어진 배경은 노동자들의 ‘노동자 정치세력화’에 대한 열망과 꿈이었다. 지역에서 아무 가진 것 없이 지구당을 만들고, 노동조합에서는 열성적으로 당원을 모집했다. 의회주의 정당, 제도화된 정당이라는 비판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적어도 출범부터 2004년 총선 이후까지 민주노동당은 노동자 정치세력화라는 꿈을 동력으로 움직이던 정당이었다. 하지만 통합진보당은 그 시작부터가 노동자들의 열정·꿈과는 거리가 멀었다. 통합진보당은 그 시작부터 정당의 대표로 노동운동의 역사와는 거리가 있어 보이는 정치인 변호사와 참여정부 시절 “민주노동당은 안 된다”, “노동조합은 후지다”며 소리를 높였던 정치인을 내세웠다. 4월 총선을 앞두고 급하게 출범한 통합진보당은 민주노총의 조합원들에게 노동자 계급의 정치세력화가 아니라 여야 정권교체를 위해 표를 달라고 호소했다. 우리의 대표를 국회로 보내는 것이 아니라 노동조합 활동에 도움이 될 실용적인 정치적 선택을 해 달라고 이야기했다. 민주노총 역시 논쟁 속에서 지지정당을 정하면 그만이라는 식으로 총선 지지정당을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선택했다.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부정선거 사태의 비극은 사실 여기서부터 시작한다. 통합진보당의 국회의원이 누가 되든지 노동자들은 크게 관심이 없었다. 노동자 정치세력화가 아닌 여야 교체의 프레임에서 누가 국회의원이 되던 상관이 없었다. 이렇다 보니 남는 것은 정파들 간의 피말리는 후보 경쟁뿐이다. 옛 민주노동당 당권파·비당권파·참여당계·진보신당 이탈파 등등 이런저런 정치세력들의 경쟁만 있을 뿐이다. 노동자 대중조직의 견제, 노동자들의 참여는 부차적인 것이 됐다. 그리고 이런저런 세력들을 얼마나 동원하느냐에 따라 국회의원 숫자가 정해지는 판에서 이판사판 식 부정선거도 가능했다. 민주노동당 시절에도 창당 초기부터 이런저런 선거 관련 시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04년 총선 비례대표 경선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이런저런 문제에도 지금처럼 사태가 ‘막장’으로 가지 않은 이유는 대중들의 노동자 정치세력화에 대한 열망, 그리고 당선된 후보들이 민주노조 ‘운동’, 노동자 정치세력화 ‘운동’의 연장선상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노동자들의 참여와 견제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노동자 대중의 참여도, 정치세력화의 열정도 사라진 채 한 정파의 숨겨진 실세가 국회의원이 되는 상황과는 많이 달랐다. 통합진보당 사태가 어떻게 정리되든, 이제 노동운동은 노동자 정치세력화 운동에 대해 다시 진지하게 되돌아볼 때가 됐다. 이전부터 수많은 문제제기가 있어 왔지만 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이유로, 현실적 대안이 없다는 이유로 봉쇄돼 왔던 노동자 정치세력화에 대해 근본적 평가와 현재의 통합진보당을 넘어서는 정치세력화 운동을 이야기할 때가 됐다. 온갖 미사여구와 진보라는 두루뭉술한 이름으로 포장된 정당이 아니라 노동자들이 주체가 돼 다시 열정과 투쟁으로 건설해 낼 노동자들의 정당에 대해 논의할 때가 됐다. 노동조합의 파업을 엄호할 수 있고, 노동운동의 역사와 투쟁을 제도정치에서 대변할 정치인을 만들 수 있고, 노동해방 세상에 대한 열정을 민주적 결정을 통해 현실 정치로 만들어 낼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그런 정당 말이다. 통합진보당 부정선거 사태는 노동자들의 정치세력화 열정과 참여가 사라진 곳에서 정파만 남아 움직이는 현실에서 시작됐다. 그리고 결국 사태의 해결은 다시 대중적 열정과 참여로 노동자 정치세력화 운동을 다시 시작하는 것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실장 (jwhan77@gmail.com)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민주노총의 총선 대응 평가 4.11 총선이 끝났다. 새누리당이 단독과반을 확보함으로써, 여소야대 정국을 조성하여 노동 관련 악법들을 폐기 또는 개정하겠다는 민주노총의 구상에 심대한 차질이 생겼다. 그러자 당장 총파업의 목표와 수위를 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 민주노총 안에서 제출되었다. 투쟁의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적인 조건을 국회 내 세력관계로 전제하고, 그것에 투쟁의 성사 여부를 맞춘 결과다. 이는 민주노총의 총선대응 계획이 애초부터 주체적인 역량과 투쟁을 강화하고 확대하는 데 주안점을 두기보다는 선거정치적인 해법에 우선순위를 두었다는 점을 말해 준다.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비정규직, 정리해고 문제들과, 복수노조와 타임오프로 움츠러드는 현장을 복구해야 할 절박한 과제가 놓여있다. 민주노총의 총선 사업은 과연 눈앞에 놓인 노동자운동의 절박한 과제와 투쟁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 민주노총의 총선 투쟁을 승리했다고 평가할 수 있으려면, 여소야대의 성사 여부보다는 민주노총이 직면한 절실한 과제와 투쟁을 조금이라도 전진시켰는가라는 관점이 필요하다. 민주노총의 총선 투쟁이 실제 노조운동의 투쟁을 강화하는 데 어떤 역할을 수행했는지를 냉정하게 평가함으로써, 여소야대가 안 되었으니 실패했고 투쟁이 어려워졌다는 식의 정서가 팽배한 노조운동의 상황을 바꿔야 하기 때문이다. 민주노총 총선 사업의 목표와 활동은 어떠했는가 민주노총은 지난 1월 31일 열린 대의원대회에서 ‘함께 살자! 2012년 총파업 및 총대선 투쟁 승리’를 총목표로 하는 사업계획을 확정했다. 이 사업계획에 따르면 “모든 힘을 2012 총파업 승리, ‘함께 살자! 1-10-100’ 노동관련법 재개정 투쟁의 승리로 모아내”며 “선거투쟁, 의회투쟁과 총파업 투쟁을 유기적으로 결합시켜 총파업 승리를 조직”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구체적인 시기별 흐름은 1시기(4.11 총선까지) 노동의제 쟁점화 및 강력한 대중투쟁을 통해 총선에서 승리하고, 2시기(8월말 총파업까지) 1-10-100 당론 결정을 압박하고 법안통과를 위한 8월말 총파업을 진행하여 노동법 재개정투쟁을 성사시키고, 3시기(대선까지) 노동자민중 총궐기로 대선을 승리하는 것으로 제시되어 있다. 시기별 계획을 보면 드러나듯, 1-10-100 운동은 총선 승리를 전제로 하고 있으며, 이때 총선승리란 진보정당의 원내교섭단체 진출과 이른바 진보개혁세력의 원내 과반이상 확보를 의미한다. 즉 민주노총의 2012년 핵심 사업계획은 총선에서 여소야대 정국을 형성하여 의회권력을 바꾸는 것에서 출발한다. 실제 민주노총의 총선 사업계획은 노동법 전면재개정 및 노동기본권 확대, 진보정당의 원내 교섭단체 진출(최소 20석 이상) 및 한미FTA 폐기와 민중생존권 쟁취를 위한 여소야대 정국 조성을 목표로, 진보진영 후보단일화와 야권연대, 정당명부 비례대표 집중 투표 및 세액공제, 당원확대 적극 참여를 주요 방안으로 제시했다. 그리고 이에 따라서 통합진보당을 정당명부 비례대표 집중 투표 대상으로 선정하고, 야권연대를 전제로 한 진보진영 후보단일화를 강제하고자 했다. 이러한 총선 방침을 확립하는 과정에서 신자유주의 세력인 국민참여당을 포함한 통합진보당을 노동자 정당이라 볼 수 있는가, 민주노총이 지지할 수 있는가라는 문제제기가 민주노총 내부로부터 쏟아져 나왔다. 그럼에도 민주노총 집행부는 자신들이 총선승리로 규정한 진보정당(정확히 말하자면 통합진보당)의 원내교섭단체 진출과 여소야대 정국 조성을 위해 여러 문제제기와 비판을 묵살하며 총선방침을 밀어붙였다. 이러한 목표 하에 민주노총의 총선 시기 활동은 야권단일후보에 대한 지지 및 조합원들의 투표 독려와 상층에서의 정책협약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민주노총의 활동은 총선‘투쟁’이라기보다는 총선‘선거운동’이 전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민주노총 위원장을 포함한 임원들은 총선 기간 내내 통합진보당 선거운동과 야권에 대한 지지를 조직하느라 바빴다. 노조로서 최소한의 집단적인 행동이나 집회조차 없었다. 가장 단적인 예는 쌍용차 노동자들의 투쟁에 대한 민주노총의 태도일 것이다. 총선의 선거운동이 한창이던 3월 30일, 쌍용차 정리해고로 인한 22번째 희생자가 나왔고 쌍용차 지부가 대한문 분향소를 중심으로 처절한 투쟁을 전개했지만, 민주통합당의 선거 유세에는 모습을 보였던 민주노총 위원장은 대한문 투쟁의 현장에서 단 한 번도 볼 수 없었다. 쌍용차 투쟁은 1-10-100 캠페인의 핵심 요구 중 하나인 정리해고를 의제로 한 투쟁이었고, 대한문 농성으로 한 사업장에서 정리해고로 인해 22명의 희생자가 나왔다는 사실에 대한 사회적인 충격과 분노가 확산되는 상황이었다. 쌍차 투쟁이 정리해고 금지라는 민주노총 요구를 중심으로 사회적 공감대를 넓히고 투쟁을 확대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었고, 그래야만 했음에도, 총선지원 사업에 매몰된 민주노총 활동 속에서 단위사업장의 투쟁으로 방치되었던 것이다. 노동조합의 선거 투쟁, 노조답게 물론 이명박 정부의 강력한 노동탄압 하에서 매우 위축되어 있는 운동의 상황을 고려한다면, 조금이라도 노동자에게 유리하도록 법·제도 개선을 이루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이를 위해서 정치권을 압박하고 활용하는 계획을 세우는 것도 필요한 일이다. 그리고 이명박 정부의 실정과 경제위기라는 조건에서 높아진 대중의 분노와 불만이 총선에서 새누리당을 심판하는 것으로 드러날 수 있고, 이런 판세 변화가 노조법 전면재개정 투쟁의 유리한 국면을 열 수 있다는 낙관적인 예측이 가능할 수 있었다. 그러나 민주노총의 선거대응은 노조다운 선거투쟁의 계획이어야 했다. 정리해고로 노동자와 그의 가족 22명이 죽어도 사측과 정부는 모르쇠로 일관하는 사회, 복수노조가 허용되었지만 실상은 사측이 어용노조를 키워 민주노조를 탄압하고 말살하는 사회, 법원이 정규직이라 판결해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는커녕 오히려 해고의 위협으로 내모는 대기업이 가장 잘 나가는 사회가 총선을 앞두고 민주노총이 직면한 현실이었다. 민주노총 집행부가 선거에서 통합진보당과 야권에 대한 지지를 조직하며 선거운동에 헌신할 때, 현장은 사측과 정부의 공세와 탄압, 저임금·장시간 노동의 고통을 이겨낼 수 없다는 패배감 속에 위축되어 오히려 선거와 정치에 대한 냉소와 불신이 팽배했다. 이런 상황에서 현장의 투쟁을 조직하는 데 헌신하고 그 힘을 전국적인 싸움으로 모아가면서 노동자들이 단결하고 기댈 수 있는 노동자들의 자주적 조직으로서의 위상을 높이는 것이 민주노총 총선투쟁의 제일 과제였다. 단위 사업장의 노조들이 정부와 사측의 공세에 눌려 투쟁의 엄두조차 내지 못할 때, 민주노총이 전국적인 전선 속에서 이들을 엄호하겠다는 확고한 의지와 계획을 보여주면서 아래로부터 투쟁을 조직하고 그 힘을 바탕으로 정부의 신자유주의 정책에 제동을 걸겠다는 것이 노조다운 선거투쟁의 출발이다. 그리고 이 과제가 실현될 때만이 정치권에 대한 압박이나 활용도 민주노총의 의도대로 가능한 것이다. 노동자 정치투쟁의 심각한 왜곡 민주노총이 노조다운 총선투쟁 계획을 방기한 채 여소야대 정국 조성에 모든 것을 걸면서, 노동자 정치투쟁을 심각하게 왜곡시켰다는 점은 가장 비판적으로 평가되어야 한다. 민주노조의 정치투쟁은 단순히 선거에서 표를 대고 특정 정당의 정책을 선택하는 문제로 치환되지 않는다. 민주노조의 정치투쟁은 노동자들만의 이해와 요구를 대변하는 투쟁도 아니고, 그저 국회나 정당이라는 제도정치 공간 안으로만 국한되는 것도 아니다. 민주노조 운동은 자본의 착취와 억압에 맞서 스스로의 투쟁을 통해 노동자뿐만 아니라 모든 민중의 이해와 요구를 관철시키면서 사회를 바꿔왔고, 이것이 바로 민주노조의 정치투쟁이었다. 지난날 한국노총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정당과 정책연대를 하면서 자신들의 이해만 챙기는 것을 민주노총이 비판해왔다는 사실을 상기해본다면, 그 차이가 확연히 인식될 것이다. 그렇지만 이번 선거에서 민주노총은 한국노총의 그것과 별반 다를 바 없는 정치활동을 펼쳤다. 노동중심성이 불분명한 통합진보당을 전적으로 지지·지원했고, 민주통합당과도 정책협약을 체결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여소야대 국면을 만들면 노동법 재개정 투쟁에 획기적인 정세가 열릴 수 있다는 선전과 호소에 집중했다. 민주노총의 이번 총선 사업계획은 지역과 현장의 힘을 아래로부터 조직하고 복구하겠다는 계획은 없이 노동자를 어떻게 득표에 효율적으로 동원할 것인가에 모든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그리고 그 결과, 총선에서 민주노총은 야권의 지지부대, 다수의 유권자를 확보한 특수계층(이익)집단으로 기능했다. 민주노총이 선거에 참여한 정당들과 어느 때보다 밀착된 관계를 가졌음에도, 총선시기 노동 문제가 전혀 쟁점이 되지 않고 노동자들의 존재감 자체도 미미해졌다는 사실 또한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야권단일화와 여소야대 조성을 위해 민주노총은 자신의 요구안을 후퇴시키고 양보를 수용했다. 통합진보당과 민주통합당의 야권단일화 합의에서 파견법 폐지가 불법파견 금지로, 한미 FTA 폐기가 이명박식 한미 FTA 재협상으로 후퇴했지만, 민주노총은 야권단일화 합의에 더 큰 의미를 두며 이를 수용했다. 민주통합당과의 정책협약도 민주노총의 요구안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민주통합당의 노동정책(정리해고 금지가 아니라 정리해고 요건 강화 등)을 민주노총이 지지한다는 내용이었다. 민주노총이 자신의 요구를 일정 수준 양보하면서 두 당에 대한 지지와 조합원들의 표를 약속한 순간, 오히려 민주노총의 존재감과 노동의제는 총선에서 사라졌다. 이번 총선에서 민주통합당이나 통합진보당 모두 노동 문제를 쟁점으로 삼겠다는 전략을 갖지 않았고, 노동 문제가 승패를 가르는 핵심 쟁점이라 생각하지도 않았다. ‘MB 정권 심판’을 위해 야권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 주요 전략이었기 때문이다. 민주노총이 현안과 요구를 쟁점으로 부각시킬 투쟁이나 힘을 갖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총선 지형을 변화시킬 방도도 없었다. 결국 이번 총선은 민주노조운동이 정치투쟁을 유권자 운동, 특정 정당에 대한 표 조직화로 협소화시킬 때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분명히 보여주었다. 사회의 변화나 노동자민중의 요구를 분출하기는커녕 오히려 노동자의 의제조차 제대로 제기하지 못한 채, 한국사회의 권력을 재편하는 정치투쟁의 장에서 주변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는 결과를 분명히 보여준 것이다. 그럼에도 우려스러운 것은 대선을 앞두고 다시금 야권연대를 통한 진보적 정권교체가 민주노총의 주요 목표로 상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민주노총이 계속해서 정치의 문제를 특정 정당에 대한 지지, 특정 정당의 정책을 선택하는 문제로 협소화시키는 경향이 심각해지고 있는 것이다. 민주노총 집행부의 일방적인 총선방침 밀어붙이기와 그 부정적 효과 이번 총선 이후 민주노총의 향후 투쟁과 계획에 있어서 또 한 가지 우려스러운 점은 민주노총 집행부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총선방침이 지역과 현장의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는 부분이다. 사실 이번 민주노총의 총선방침은 적합한 의결절차와 논의를 거쳐서 결정되지 못했다. 민주노동당이 국민참여당과 통합을 결정하면서 ‘민주노동당을 통해 정치세력화한다’는 민주노총의 정치방침은 새로 논의되어야 하는 상황을 맞았다. 국민참여당은 노무현 정부 시절 집권세력이었고 지금도 그의 정신을 계승한다는 점에서 과연 국민참여당을 품은 통합진보당이 노동자민중의 지지를 받을 수 있냐는 문제가 제기되었다. 민주노동당을 승계한다는 논리로 통합진보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를 새로운 정치방침으로 삼으려는 민주노총 집행부의 계획에 반대하며 <3자통합당 배타적지지 반대, 새로운 노동자 계급정치 실현을 위한 민주노총 조합원 선언운동본부>(이하 선언운동본부)가 구성되었다. <선언운동본부>는 신자유주의 세력과 통합하여 자본주의를 넘어설 전망을 포기한 통합진보당은 진보정당이 아니고, 따라서 민주노총이 통합진보당에 대한 배타적지지 방침을 가질 수 없으며 조합원들의 광범한 토론과 논의를 통해 올바른 노동자정치세력화 방향과 경로를 새롭게 수립해야 한다는 내용의 1천 인 선언운동을 시작했다. 민주노총 집행부는 이런 문제제기를 의식하여 1월 정기대의원대회에서 정치방침은 다루지 않고 4.11 총선방침만을 확정하겠다는 입장을 제출했다. 그러나 정기대의원대회에 제출된 4.11 총선방침에는 통합진보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방침이 ‘정당명부 비례대표 집중 투표’라는 변형된 형태로 포함되어 있었다. 이는 민주노총의 정당투표를 정당 지지율이 높은 당으로 집중하겠다는 것으로, 곧 통합진보당에 대한 집중 투표를 방침으로 갖겠다는 의미였다. 그렇지만 정기대의원대회는 성원 미달로 총선방침을 논의조차 하지 못한 채 유회되었다. 이후 열린 중앙집행위원회(중집)에서 ‘반MB 야권연대’와 ‘정당명부 1당 투표’를 기조로 한 총선방침이 표결로 강행처리 되었다. 대의원대회라는 상위 의결기구에서 다루지 못한 안건을, 게다가 조직 내 첨예한 의견 대립이 확인되는 안건을 하위 의결기구인 중집에서 표결로 강행처리한 것은 집행부의 일방적인 밀어붙이기에 다름 아니었다. 이런 집행부의 행태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이를 바로잡기 위해 대의원들의 임시대의원대회 소집 요청이 있었지만, 집행부는 일사천리로 조합원 여론조사를 통해 통합진보당을 정당명부 1당 투표 정당으로 결정했다. 문제는 이렇게 결정된 총선방침이 지역과 현장에서는 심각한 갈등과 혼란을 야기했다는 점이다. 지역본부들의 대의원대회가 총선방침 때문에 갈등과 파행을 겪었으며, 영남권 노동자 밀집지역에서는 통합진보당, 진보신당의 후보가 한 명도 당선되지 못하는 결과를 낳았다. 민주노총 집행부를 지지하는 세력들은 통합진보당을 배타적으로 지지할 수 없다는 입장에 대해 중앙의 방침을 어기고 단결을 해치는 종파적 행위라 비난하지만, 이는 분명 통합진보당을 둘러싼 갈등과 이견이 심각한 상황에서 자신들의 정치적 구상과 목표를 위해 대중조직에서 일방적인 방침을 밀어붙이기 한 현 집행부의 책임에서 비롯된 문제다. 이런 가운데 총선이 끝난 이후에도 지역과 현장의 갈등과 앙금이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총선 시기 갈등을 이유로 산적한 투쟁의 응집력을 높이고 전국적 전선을 구축하여 총파업을 성사시키겠다는 지역본부들의 의지와 계획을 방기하고 해태하는 지역 산별들이 나타나는 등, 총선방침을 둘러싼 갈등이 투쟁의 원심력을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민주노총 집행부는 이런 상황을 심각하게 인식해야 한다. 이마저도 중앙의 방침을 따르지 않은 단위들의 책임이라는 태도로 안일하게 넘긴다면 향후 민주노총의 투쟁전선 구축과 조직 강화는 요원한 일이 될 수밖에 없다. 총파업 성사, 총노동전선 복구에 온 힘을 기울여야 민주노총은 총선 이후에도 8월말 총파업 투쟁은 그대로 추진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애초에 8월 파업과 관련된 모든 사업은 통합진보당 원내교섭단체 구성과 여소야대 조성을 대전제로 삼고 계획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반면 실제적인 조직화전략과 투쟁준비 정도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그나마 통합진보당이 13석을 얻고 민주통합당이 지난 회기보다 의석이 늘었으나, 총선 과정에서 어떤 노동의제도 쟁점화하지 않았다. 여소야대도 실패했고, 실질적인 투쟁준비도 부족하고, 산적한 투쟁과제들에 대한 여론 쟁점화도 이루지 못한 어려운 현실인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민주노총은 다시 현장과 지역으로부터 노동조합의 힘을 복구하고 투쟁을 조직화하여 묶어낼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 대선에서의 야권연대와 진보적 정권교체를 바라볼 것이 아니라, 전국에 산적한 투쟁을 투쟁답게 조직하고 전국적 전선으로 묶어내면서 노조의 자신감과 힘을 키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총선을 통해 드러났듯이, 자신의 힘을 바탕으로 하지 않는 정치권 활용 전술은 전혀 힘을 발휘하지도 못할뿐더러 지역과 현장 노동자들의 패배감과 사기저하를 심화시킨다는 점을 중요한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민주노총 집행부는 총선 시기 갈등과 분열에 대한 무거운 책임감으로 비판적 평가를 겸허히 수용하고, 다시 단결과 투쟁의 동력을 모아내는 데 앞장서야 한다. 쌍용차 정리해고 투쟁, KTX 민영화 저지 투쟁, 간접고용·특수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 민주노조를 사수하기 위한 사업장들의 투쟁, 6월부터 본격화될 임단투, 주간연속2교대제 투쟁과 같은 여러 투쟁을 어떻게 모아내어 전국적인 투쟁으로 만들 것인가. 8월말 총파업 투쟁의 성사 여부는 바로 여기에 달렸다. 지역과 현장에서는 8월 총파업 투쟁이 성사되기 어렵다는, 그저 또 한 번의 선언으로 그칠 것이라는 정서가 팽배하다. 이러한 상황을 역전시키기 위해 분투하는 지역과 현장의 간부들과 함께 총연맹이 나서서 현안 투쟁을 엄호하고 현장을 조직하겠다는 의지와 계획을 분명히 보여주어야 한다. 민주노조운동의 정치투쟁은 바로 여기서부터 출발할 수밖에 없다.
4개 지역본부 간부들에게 듣는다 민주노총은 2012년 정기 대의원대회에서 1-10-100 정치총파업을 결의했다. 한번에 10개의 노동개혁법안을 총선 이후 100일 내에 쟁취한다는 것이다. 10개의 법안은 다음과 같다. ▲파견법 폐지 ▲노동시간 단축·일자리창출 특별법 제정 ▲근로기준법 개정(일방적 정리해고 금지, 노동시간 단축, 비정규직 차별철폐·정규직화 권리 보장)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산별교섭 제도화, 노동탄압 금지, 복수노조·타임오프 재개정, 비정규직 노동3권 보장) ▲기간제법 개정(기간제 남용 규제 및 차별처우 시정) ▲최저임금법 개정(최저임금 현실화) ▲고용보험법 개정(고용안정망 강화) ▲공정거래법 개정(재벌규제 강화) ▲정치자금법 개정(교사/공무원 정치기본권 보장) ▲공공기관운영법 개정(공공성과 민주성 강화). 이를 쟁취하기 위해 민주노총은 6월 말 7월 초에 경고파업을 하고 8월 말에 정치총파업을 한다는 구상이다. 10대 개혁입법안은 민주노총 소속 각 연맹의 요구와 민중적 요구를 수렴하여 정리한 것이다. 특히 복수노조 창구단일화와 타임오프제 시행 이후 민주노조 자체를 지켜내는 것조차 버거운 상황이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이 때문에 2012년 실질적 총파업투쟁을 조직해서 이러한 흐름을 반전시키지 않으면, 노조운동의 존립 자체가 심각한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절실함이 현장에서부터 표출되고 있다. 즉 총파업 투쟁의 근거는 충분한 것이다. 그런데 이 정치총파업의 최대 전제는 여소야대 국회를 창출하는 것이었다. 즉 노동에 우호적인 정치환경을 만들고 그 속에서 정치권을 압박하여 개혁과제를 쟁취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총선 결과 새누리당이 과반을 차지했고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의 의석수는 민주노총의 기대 이하였다. 지난 몇 년간 총파업 투쟁이 없었기 때문에 두 번의 파업을 한다는 것 자체가 어려운 과제인데 그 대전제인 총선 승리마저 어그러졌기 때문에 민주노총의 총파업 계획을 실질화하는 데에는 많은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이에 『사회운동』에서는 민주노총의 총파업 투쟁 준비상황을 진단하고 현 상황에서의 과제를 짚어보기 위해 지난 4월 13일부터 18일까지 4개 지역본부 임원들을 인터뷰했다. 정영섭 노동위원장과 정지영 사무처장이 인터뷰를 진행했고, 충북지역본부 김용직 사무처장, 충남지역본부 최만정 본부장, 전북지역본부 이창석 사무처장, 대구지역본부 이재식 수석부본부장과 김희정 사무처장이 인터뷰에 응해주셨다. 이 글은 그 인터뷰 내용을 재구성한 것이다. 총선승리를 전제로 한 총파업 계획의 문제 우선 첫 번째 질문은 현재 민주노총 총파업 투쟁의 상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것이었다. 충북지역본부 김용직 사무처장은 민주노총에서 총파업 투쟁을 계획할 때 기본적인 전제가 총선승리로 야권이 다수를 점하는 것이었고 이 힘으로 국회에서 법 개정을 추진한다는 것이었는데, 이것이 “안이한 정세파악”이었다고 보았다. 그러다보니 총선시기에 파업투쟁 조직보다는 민주당을 포함한 야권연대 선거운동이 중심이 되었다는 것이다. 대구지역본부 이재식 수석부본부장도 마찬가지였다. 민주노총 총파업 계획은 “총선에서 이긴다는 전제 하에 계획된 것이었고 이기지 못한다는 가능성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던 것”이었다. “1-10-100을 두고 투쟁방향을 제시하거나 현장을 조직하지 않았고 그저 하나의 구호처럼” 얘기가 되었을 뿐이라는 것이다. 이재식 부본부장은 “파업을 결의했으면 현장을 다니며 분위기를 띄우고 일궈야 되는데 그건 잘 안하고 선거만 한 것”이라며 “설사 야당이 이긴다 하더라도 1-10-100이 쉬운 건가? 민주당이 노동법개악 해놓은 건데 쉽겠느냐”며 선거운동 매몰을 비판적으로 평가했다. 충남지역본부 최만정 본부장 역시 파업의 상이 여소야대를 전제로 기획된 것이어서 본인 스스로도 여러 가지 문제제기를 했다고 전했다. “96-97년 노동법개정 총파업투쟁 당시에는 날치기된 노동악법을 원상회복하라는 요구와 그것이 될 때까지 기간을 설정했는데, 이렇듯 목표와 기간을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10개의 입법이 만약에 두 개는 되고 나머지는 안 되면 파업을 할거냐 말거냐, 기간도 8월 말부터 언제까지 할거냐” 등의 문제가 있다며 애초 1-10-100의 상에 대한 수정이 필수적이었다고 했다. 결국 야권의 총선승리를 전제로 한 민주노총의 총파업 계획은 애초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다. 야권의 총선승리 → 유리한 정치환경 창출 → 총파업+대국회사업 → 법안 제·개정이라는 계획을 세우다보니 3-4월 시기에 가장 중요한 것은 야권이 총선에 승리하기 위해 야권연대에 힘을 싣는 것이고 여기에 조합원을 동원하는 것이었다. 따라서 내외부의 많은 우려와 비판에도 불구하고 민주노총 집행부는 야권 선거운동에 집중했다. 그리하여 이 시기에는 총파업 조직화 사업이 사실상 실종되었다. 게다가 선거 이후에는 실질적으로 1-10-100이 가능하지 않은 상황이 되었다. 민주노총 집행부 역시 이러한 상황을 인식하고 최근에 계획을 수정했다. 《노동과 세계》에 따르면 민주노총은 ‘노동관련법에 대한 공세적 입법투쟁’에 있어 국면전환을 불가피한 현실로 받아들이고, 4월 19일 중앙집행위원회를 통해 “총파업 요구와 과제를 ‘1-10-100’에서 ‘세상을 바꾸는 노동기본권쟁취 총파업투쟁’으로 전환, 10대 과제 쟁취를 위한 비정규직 철폐, 정리해고 금지, 노동법 전면재개정 총파업투쟁”으로 확정했다. 즉 총선 패배 이후, 10대 요구를 3개 요구로 축약한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야권연대에 기반을 둔 입법정책 공조는 확대한다는 기조다. 6월 말 7월 초 파업이 중심 두 번째는 민주노총이 두 번의 파업을 상정하고 있는데 그 동력을 어떻게 모아내고 이어갈 수 있느냐 하는 문제이다. 6월 말 경고파업과 8월 말 총파업이라는 두 번에 걸친 파업에 대해, 전북지역본부 이창석 사무처장은 현실성의 문제를 제기했다. “실질적인 동력을 가지고 파업을 해야지 재파업을 한다는 것은 가능할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민주노총이 진정성을 가지고 6월 말 7월 초에 산별연맹과의 긴밀한 협조 속에 파업을 해서 민주노총의 요구사항을 충실히 관철”하는 것이 중요하며, 이를 위해 “8월 말 총파업보다는 6월 말 7월 초에 집중적으로 파업대오를 확대하는 방식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창석 사무처장은 단순한 파업 참가자 수에 신경쓰지 말자고 했다. “현대차 4만, 기아차 2만 등 몇 군데 합치면 20만 파업이 되지만 힘없는 파업이 된다. 그러나 구석구석 설득하는 과정을 거치면 실질적 총파업이 된다. 자동차 부품사들을 다 쫓아다니면서 설득해야 한다.” 총연맹이 현장과 지역을 순회하면서 파업의 명분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최만정 본부장은 “금속이 7월에 파업이 끝나면 8월에 다시 파업을 얼마나 할 수 있을 것인지 불확실”하고 “8월 말 총파업은 정치적 파업인 것이지 생산을 전부 멈추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고 진단했다. “6월 말 7월 초에 각 산별연맹별로 자기 동력으로 파업을 하면서 철도 민영화 반대, 영리병원 반대 등 각각의 이슈를 걸고 사회 전반적인 이슈 파이팅으로 나가서 최대한의 성과를 내고, 그 과정에 8월 파업을 조직해서 8월 말에는 일주일이면 일주일 기간을 정해놓고 정치총파업을 하자”는 것이다. 그리고 11월에 “노동자대회를 기점으로 다시 힘을 모아서 투쟁을 벌이자”고 했다. 역시 6말 7초의 파업투쟁이 힘있게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역 투쟁역량의 결집 세 번째 질문은 총파업 조직화를 위한 조합원들과의 소통, 지역본부 차원의 준비에 대한 것이었다. 전북지역본부 이창석 사무처장은 현장 조합원들이 ‘이번에는 파업을 해야한다’는 정서가 있다고 한다. “자기 사업장에서 복수노조나 타임오프 문제로 굉장히 힘들기 때문에 금속 단위에서는 중간 간부들이 이번에 총연맹이 실질적인 파업투쟁을 벌여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는 것이다. 그는 특히 “총연맹이 할 일은 현장 지도부들이 파업지도부가 되도록 조직하는 것인데, 올해 파업을 할 수밖에 없는 정세적 절박성 즉 심각한 경제상황, 임금, 단협 등이 실질적 위험으로 다가오고 있는 상황을 현장지도부에게 각인시키는 일”이라고 말했다. 전북본부는 4월 총선 시기에 열흘간 총파업을 위한 농성을 했고 그 이후 집회도 서너 차례 진행하면서 아래로부터 분위기를 만들고 있는데 집회에 600여 명이 모이는 등 동력이 있다고 한다. “2차 시기를 노동절까지로 보고 조직화를 하고 있다. 3차 시기는 5-6월로 전체 현장 간담회나 파업관련 각종 교육을 6주간 배치할 예정이다. 전체 교육이 6월 초까지 계획되어 있고, 마지막 교육이 ‘파업학교’이다.” 그는 “정규직 사업장들이 이러한 교육과 동시에 사업장 내 파업절차를 밟아가고, 비정규직 사업장은 민주노총 중앙 차원에서 제기할 파견법, 기간제법 문제를 중심으로 투쟁한다면 6월 말 7월 초 파업이 가능할 것”이라고 보았다. 충북지역본부 김용직 사무처장도 절박한 현장 상황을 토로하며 ‘초토화’라는 표현까지 사용했다. “전임자 임금문제와 복수노조 문제로 인해 현장의 분위기는 움츠러들어 있다. 지역의 핵심 투쟁역량을 가진 사업장이라 할 유성기업이나 보쉬전장 모두 복수노조의 폐해가 심각하다. 그래도 총파업 투쟁본부를 구성해서 모이자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조직을 끌어올리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는 ‘복수노조 첫해에 과반수 놓치면 다 죽는다’고 강조하며 교육을 하고 순회를 한 결과 일단 간부들은 긴장감을 가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한다. “이런 상황이 올 것이라고 수년 전부터 얘기되었지만 우리는 아닐 것이라고 생각하다가 결국 이렇게 왔는데, 하여튼 열심히 박아야 한다. 뛰어다니고 현장에서 구르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대구지역본부 김희정 사무처장은 특히 현장의 여러 문제들과 결합하여 총파업 투쟁을 조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구지역본부는 최저임금, 경제위기 책임전가 분쇄, 노조탄압 분쇄, 임금인상, 현장통제 분쇄, 한미 FTA폐기 등의 기조로 지역총파업을 조직하고 있다. 그는 “올해는 무조건 총파업을 한다는 계획”이라며 선전물 배포와 간담회 조직, 5월 확대간부 수련회, 6월 임시대의원대회 등의 계획을 실천하고 있다고 했다. “무너져버린 현장을 복구하는 길이 총파업을 조직하는 과정이며 지역공동투쟁을 복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충남지역의 경우 시군단위별로 민주노총 지역본부의 ‘시군위원회’를 건설하는 것을 유력한 조직화 방안으로 삼고 있다. 이전에 한미 FTA 반대 촛불시위를 조직하며 시군위원회를 꾸준히 조직한 결과 13개 시군 가운데 벌써 반 이상에서 위원회가 건설되었다고 한다. 최만정 본부장은 “충남에 13개 시군이 있고 국회의원이 10명이 있다. 일주일 동안 아무리 힘이 작은 시군이라도 국회의원 사무실 점거하고 집회하고 도청에 몰려가고 촛불도 들고 할 수 있다. 그러면서 투쟁을 확산시키고 정부와 자본을 압박하며 투쟁동력을 만들 것”이라고 했다. 또한 “복수노조 문제는 무조건 대응”해야 한다며, “공무원이나 전교조 빼면 모든 노동자가 영향을 받고 있고, 제조업 영역에 있는 노조들은 이런 식으로 가면 앞으로 3-4년 내에 사업주 중심의 흐름이 생길 것”이라며 현재 상황을 우려했다. 충남에서는 지역운동 역량을 모아내기 위해 노조와 정치단체 활동가를 포괄해서 월 1회 ‘정치토론회’도 개최하고 있다. 매번 스무 명 이상이 모여 활발한 토론을 진행했고, 현재까지 시군위원회 조직화, 정치방침, 집회문화 개선 등을 토론했으며 차기에는 총파업의 상과 계획 등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한다. “지역에서 활동가들 의견 모아내고 이런 것이 시군단위로 대중조직들에도 전파되는 것이 중요하다.” 지역별로 상황은 조금씩 다르지만 공히 복수노조와 타임오프를 활용한 노조탄압, 노조말살 정책의 문제, 그로 인한 투쟁사업장 문제를 돌파하기 위한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한편, 총선을 거치면서 정치방침에 대한 견해 차이로 인해 대의원대회가 제대로 성사되지 않고 그 후유증이 남아 있어서 지역본부를 중심으로 역량이 집결되지 않는 곳도 일부 있다. 총파업 투쟁에 힘을 모으는데 총선이 갈등적 계기로 작용한 것이다. 지역에서 파업을 조직하는 것이 지역본부 집행부 역량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 내 모든 간부, 활동가들의 조직력을 발동해야 하는 문제라고 할 때 이는 시급히 극복해야할 것이다. 조합원 교육, 대중 선전, 간부 조직화, 수련회, 현장순회, 집회 투쟁 등 파업조직화를 위한 다양한 계기를 배치하면서 역량을 모아야할 때이다. 민주노조 파괴의 도미노를 멈추자 네 번째 질문은 올해 지역본부 차원의 핵심 투쟁계획과 목표에 관한 것이었다. 이창석 사무처장은 “전북본부는 2012년을 기업친화적 지역사회가 진보적으로 전환될 수 있는 기회로 삼는 것”이 핵심이라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산재없는 도시를 만들자, 저소득층 의료보호를 강화하자, 비정규직 양산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자 등의 요구안을 제출해서 그에 따른 투쟁을 9월에 집중적으로 배치하고 11월 대선 직전에는 민중연대의 힘을 모아 전북 민중대회를 힘있게 성사시켜 대선투쟁으로 가고자 한다”고 했다. 전북에서는 2010년 투쟁사업장 문제 해결을 위해 지역총파업을 성사시켰는데, 처음에는 그게 되겠냐며 문제제기를 받기도 했지만 한 달 정도 조직화사업을 하자 현장활동가들이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다고 했다. 그는 “우리가 하면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현장에서 만들어졌고 투쟁사업장들에게 힘을 준 것이 가장 큰 성과”라고 했다. 지역총파업 조직을 하면서 서로 믿게 되었고 지역본부의 위상도 높아졌다. 충북지역 김용직 사무처장은 민주노조 파괴의 도미노를 멈추는 것이 가장 절박하고 시급한 과제이자 목표라고 했다. 지역의 대표적인 사업장들이 복수노조를 동원한 노조탄압을 극심하게 받고 있는 상황을 극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 목표는 미조직 비정규직 조직화이다. 그는 “청주공단에서 하이닉스 비정규직 투쟁이 패배하면서 그 뒤로는 조직화가 안 된다. 청주공단에 교두보를 세우는게 중요한 사업이다. 또한 새롭게 생긴 오창공단에도 대다수 노동자들은 비정규직이다. 공공, 금속과 별도로 대책본부를 꾸려서 힘을 집중할 것”이라고 했다. 대구지역본부 김희정 사무처장은 핵심계획은 “당연히 총파업 투쟁과 최저임금 투쟁”이라며 “이런 투쟁을 통해서 지역 공동연대투쟁의 기풍을 회복”하고 “민주노총 중심성을 회복”하는 것이 중요한 목표라고 말한다. 각 지역본부가 총파업 투쟁을 성사시켜 노조 파괴를 막아내고 연대투쟁의 기풍을 복원하며 나아가 지역 사회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는 것에서 볼 수 있듯이, 민주노조운동이 탄압을 극복하고 반격의 돌파구를 만드는 투쟁전선을 구축하는 것이 긴요한 과제이다. 민주노조운동의 단결을 실현하자 마지막으로 민주노총의 조직력, 투쟁력 복원과 투쟁전선 복구를 위해 민주노총 내 제 세력과 간부, 활동가들의 과제를 물었다. 최만정 본부장은 “대중조직이 앞장서서 제 세력들을 불러서 발언도 듣고 설명도 하고 타협도 하면서 가야한다”고 했다. “느리게 가는게 좀 더 빨리 갈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민주노총 위원장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서 의견을 듣고, 단체들은 꼬집듯이 활동하지 말자”고 했다. 이창석 사무처장은 “투쟁사업장들에게 먼저 성실해지고 그 투쟁들을 확장하려고 노력할 때 지역 투쟁이 활성화되고 전선이 구축될 수 있다”고 했다. 각각의 지역본부와 총연맹이 투쟁사업장 문제로 투쟁을 기획하지 않는다면 사실 총파업을 구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김용직 사무처장은 “총연맹에서 현장을 돌아다니면서 자기 의지를 실제로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특히 철도 파업의 성사가 중요하다고 보았다. 또한 “정파를 뛰어넘기 위해서 총연맹 위원장부터 자신감 있게 한 번 몰아붙이면 좋겠다”고 했다. 이재식 부본부장은 약해진 연대투쟁을 다시 만들어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과거 철도파업 당시 멀리서 금속깃발 등이 연대하러 오는 것을 보고 연대를 뼈저리게 실감했다”는 경험도 덧붙였다. 김희정 사무처장은 민주노총이 민주노총다워야 한다며, 정치세력화보다는 1,700만 노동자들의 희망을 대변하며 이를 만들기 위해 현장통제나 노동탄압 분쇄, 임금인상 등 현장과 더욱 밀착된 사업을 펼치는 것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러한 과제들은 투쟁 속에서 민주노조운동의 단결을 실현하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총파업 투쟁을 실질적으로 조직화하는 과정을 통해서 상호신뢰를 회복하고 조합원들, 투쟁하는 사업장의 동지들에게 믿음을 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이는 총선 이후 대선까지의 시기에 선거논리가 아니라 대중투쟁을 중심으로 총노동전선을 구축하는 것의 중요성을 다시금 확인하는 것이다. 현재 민주노총은 금속노조 15만, 철도노조 2만 2천, 화물연대 1만 2천, 건설노조 2만, 보건의료노조 3만 8천 등 총 28만 명이 총파업에 돌입하고, 6월 29일 3만 명 상경 집회(1일 경고파업), 7월 지역별 거점농성, 8월 28일 무기한 총파업 돌입, 8월 31일 10만 명 상경 투쟁을 조직한다는 방침을 갖고 있다. 앞서 보았듯이 지역과 노조 현장은 정권과 자본의 온갖 탄압에 노출되어 민주노조를 사수하는 것마저 쉽지 않은 현실이 되었다. 더욱이 스물두 명 째 죽음 이후 투쟁의 파고를 높이고 있는 쌍용자동차 노동자들, 몇 달째 파업을 벌이고 있는 언론노동자들, KTX 민영화를 막아내기 위해 파업을 하지 않으면 안되는 철도노동자들, 생존권의 벼랑에 내몰려 있는 화물노동자들과 건설노동자, 수백일 수천일째 싸우고 있는 투쟁사업장 노동자들 등 전 사회적인 투쟁전선을 쳐야 승리할 수 있는 노동자들이 부지기수다. 민주노총이 앞장서서 모든 지역과 산별에서 총파업 투쟁을 조직하고 이를 수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민주노총의 길, 노동자의 길을 실질적으로 보여줄 때다.
주당 52시간 초과근로 규제 방안 2011년 11월 17일, 고용노동부는 완성차업체의 근로시간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였다. 이 발표에서 고용노동부는 완성차업체 노동자들이 주당 평균 55시간 이상 일하고 있으며, 이는 연장근로 한도를 위반한 것이고 따라서 해당업체는 이를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2011년 12월, 현대기아차는 고용노동부의 개선지시에 따라 2013년 전 공장에서 주간연속2교대제를 시행하겠다는 이행계획서를 제출했다. 2012년 1월 20일, 고용노동부는 장시간 근로 개선으로 5,282명의 근로자가 신규채용 되었다며 그동안의 실적을 발표하였다. 연장근로 위반 403개 업체에게 법 위반 사안을 시정할 것을 촉구했고, 그 결과 2,908명이 채용되었으며 2,374명이 더 채용될 예정이라는 것이다. 이 자리에서 이채필 고용노동부 장관은 ‘법을 제대로 지키기만 해도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 수 있음’을 강조하였다. 2012년 1월 25일, 한겨레신문은 고용노동부의 고위 관계자 말을 인용하여 “근로기준법을 개정해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포함시키면 근로시간이 줄고, 일자리가 늘어날 것”이라며 고용노동부가 관련 근기법 개정을 추진할 것임을 시사하는 소식을 전했다. 지금까지 고용노동부는 근로기준법이 근로시간과 연장근로, 휴일근로를 구별하고 있고, 따라서 연장근로에 휴일근로는 포함되지 않는다는 식으로 행정해석을 해왔다. 이에 따르면 토요일과 일요일 휴일근로는 12시간 이상의 연장근로를 금지하는 제한 규정에서 제외되고, 따라서 연장근로 12시간에 휴일근로 16시간을 더한 최대 68시간의 초과노동이 가능하게 된다. 이렇게 해서 주당 52시간을 넘기는 초과노동이 탈법적으로 가능했는데, 고용노동부가 이를 바로잡기 위해 법을 개정하거나 행정해석을 재정립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면 주당 52시간을 넘는 노동은 당장 중단될 수밖에 없게 되고, 그만큼 고용이 늘지 않겠느냐는 논리이다. 2012년 장시간 근로 개선 추진계획 이명박 정권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국가고용전략 2020」을 수립하면서 실 근로시간 단축을 위해서는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단위기간을 확대하고(3개월 → 1년), 근로시간 저축휴가제를 도입하는 등 유연한 근로시간제를 확대해야 한다는 점을 역설한 바 있다. 완성차업계 근로시간 실태조사를 계기로 실 근로시간 단축 문제는 2012년 노동개혁 의제에서 최대 이슈로 부상했다. 2012년 3월 15일 장시간근로개선 관계부처협의회에서는 이를 집행하기 위해 다음 네 가지를 핵심 중점과제로 제시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국가고용전략 2020」의 계획이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다. 첫째, 장시간 근로개선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장시간근로 개선 전담 컨설팅팀’을 두어 개별 기업에 맞춤형 컨설팅을 지원하고, ‘주야2교대→3조 2교대 등’ 교대제 개편 지원을 강화하는 한편, ‘반듯한 시간제’ 일자리를 확산한다. 둘째, 장시간 근로개선 지도·점검을 강화하기 위해 ‘근로시간 지도·점검을 전담’하는 근로시간 감독기동반을 두고, ‘상담 사례 발굴에 주력’하는 근로시간개선지원팀을 계속 운영하는 한편, 노사발전재단의 장시간 근로 개선 컨설팅 사업을 통해 기업의 자율적인 개선을 적극 지원한다. 또한 자동차 업종 전체의 교대제 개편을 준비하기 위해 파급력이 큰 완성차업체의 교대제 개편(주야2교대→주간연속2교대) 상황을 모니터링하면서 1차 부품협력업체도 완성차업체 교대제 개편에 맞추어 준비할 수 있도록 대비한다. 셋째, 노사 및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노사정위 산하에 「실 근로시간단축위원회」를 운영하면서 ‘연차휴가 사용 확대, 불필요한 초과근로 최소화, 유연근로시간제 활성화, 교대제 개편 촉진 등을 위한 노사정 실천방안’에 대해 논의하여 노사정의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찾아낸다. 넷째, 기업이 탄력적 인력운영이 가능하도록 19대 국회개원 즉시 근로시간 제도개선 방안을 추진한다. 구체적으로는 다음 세 가지다. 근로시간 저축휴가제를 도입하고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을 확대(2주→1개월, 3개월→1년)하는 법 개정을 추진하는 한편, 노사정위 공익위원 합의안에 따라 특례업종을 재조정하며,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포함하는 근기법 개정을 추진하는 것이다.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포함하는 방안은 노사정위원회에서 의견을 수렴하며, 기업규모에 따라 대기업부터 단계적으로 시행하는 연착륙하는 방안을 고려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고령자 근로시간 단축 청구권을 신설한다. 유연한 근로시간제 도입의 전도사가 된 실 근로시간 단축 방안 대통령 직속기구로서 「국가고용전략 2020」의 기틀을 잡은 국가고용전략회의는 2008~2009년 금융위기 당시 일자리 나누기가 한계적이었다고 평가한바 있다. 노동조합과 기업들이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근무형태 다양화’ 보다는 ‘임금조정형태’를 선택해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의 본래 목적이 퇴색했다는 것이다. ‘임금조정형태’는 노동시간 감축 분만큼 임금을 덜 받을 뿐이어서 경기가 회복되면 전일제 근무형태로 복귀하여 결국 총고용을 늘리는 데 장애가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평가를 기반으로 국가고용전략회의는 실 근로시간을 단축시키는 것과 함께 단시간 근로제, 탄력적 근로제 등 근무형태를 다양화함으로써 고용과 임금, 노동시간의 유연성을 동시에 달성해야 일자리 나누기가 본래의 취지에 부합하게 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따라서 고용노동부는 근무형태를 다양화하려면 일자리 나누기에서 노동시간 유연화는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그리하여 고용노동부는 장시간 노동을 개선하기 위한 정책조사 및 홍보를 강화하는 한편, 유연근로시간제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실무적인 방안들도 함께 강구한다. 노동시간 유연화에 대한 매뉴얼을 제작하고, 실 노동시간 단축과 교대제 개편 방안에 대한 맞춤형 컨설팅을 제공하면서 탄력적 근로시간제, 선택적 근로시간제, 재량 근로시간제를 활용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아울러 52시간 초과노동을 급격히 줄이는데 따른 노동시간 감축 분을 완화하기 위해, 휴일은 줄이고 연차휴가의 소비를 늘려 불필요한 연차수당 지출을 막을 수 있는 방법도 함께 안내한다. 실제로 고용노동부는 노사발전재단을 매개로 52시간을 초과하는 사업장에서 실노동시간을 단축시킬 때 임금 신축성과 노동시간 신축성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를 컨설팅 해주고 있다. 2012년 3월 29일 고용노동부는 그 동안의 컨설팅 사례를 장시간 근로 개선의 성공 사례라고 자축하며 발표회를 가진 바 있다. 그 내용은 아래 표와 같다. ① ㈜한스인테크 : ‘교대제 전환’을 통한 장시간 근로 개선 업 종 제조업(산업용 특수원단) 근로자 수 53명 주요 특징 교대제 형태를 2조2교대에서 3조2교대로 개편. 기존 임금의 90% 보전 장시간 근로 개선 효과 실 근로시간 단축(주66시간 → 주51.3시간) 일자리 창출(근무조 1개 인력 8명 추가고용) 가동일 수 및 생산량 각각 18% 증가 학습시간 증가로 인한 직무능력 향상(연 182시간 정기교육) 휴일증가(연52일 → 연122일) ② ㈜리엔캄파니 : ‘릴리프(Relief)제도’의 활용 업 종 제조업(TV, 플라스틱 부품제조) 근로자 수 80명 주요 특징 2조2교대 하에 1개조에 1명을 추가 투입하는 ‘릴리프(Relief) 제도’ 활용 * 대기업 협력업체로서 마진율을 고려할 때 당장은 교대제 개편이 어려워 차선책으로 선택 연차휴가캘린더 배포, 휴가활용확대방안 마련 장시간 근로 개선 효과 실근로시간 단축(주 58.5시간 → 주 51시간) 일자리 창출(8명 추가고용) 중식시간 가동률 증가(50% → 100%), 불량률 감소로 인한 생산성 향상 직장 내 활력과 직원 만족도가 높아짐 ③ ㈜지오투정보기술 : IT 기업 특성에 맞는 유연근무제 활용 업 종 서비스(지식기반서비스업) 근로자 수 91명 주요 특징 IT기업 특성에 맞는 집중근로시간제*를 비롯한 유연근무제(대체휴무제, 재량근로시간제) 활용을 통하여 연장근로 최소화 (오전, 오후 1시간씩 회의, 결재, 보고, 전화, 잡담을 금지) 장시간 근로 개선 효과 실근로시간 단축(월 평균 191.1시간 → 182.1시간) 연장근로 감소 (월 평균 18.1시간 → 9.1시간) 취미생활, 가족과 화목한 시간 갖기 등으로 직원 만족도 증가 업무효율성 증대, 자기계발 기회 증가로 생산성 향상 첫 번째 사례는 2조2교대제를 3조2교대제로 전환하여 초과노동을 줄인 사례로, 가동일 수 및 생산량에서는 18% 상승이 있었지만, 고용증대율은 15%(8×100/53), 임금보존율은 90%에 그쳤다. 두 번째 사례는 1조당 1명씩 추가하여 점심을 교대시킴으로써 점심시간을 30분에서 1시간으로 보장한 사례로, 사출기 100% 가동과 함께 생산성 향상이라는 성과가 있었지만 노동자에게는 점심식사 1시간 보장과 함께 부분적인 노동시간 감소만이 있었을 뿐이다. 통상 근로시간 감소와 함께 임금도 자동으로 줄어드는 제조업 사업장인데 임금보존율은 언급되어 있지 않다. 세 번째 사례는 집중근로시간을 두어 대체휴무제, 재량근로시간제 등 자신의 근무형태를 결정하는 유연근무형태를 도입한 사례다. 월 평균 9시간 연장근로가 감소했을 뿐인데, 회의는 물론이거니와 결재, 보고, 전화, 잡담을 일절 금하는 근무 집중시간이 하루 2시간씩 생겼다. 명백한 노동강도 강화다. 법정노동시간과 달리, 실 근로시간 단축은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임금삭감분을 보전해줘야 할 어떤 제도적 장치도 없다. 따라서 실 근로시간 단축과정에서 노동자들은 기본적으로 양보교섭에 응하게 될 수밖에 없다. 위 3가지 사례들은 각각 노동자들이 어떻게 양보하게 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실 근로시간 단축 방안만으로는 왜 일자리 창출이 불가능한가? 노동시간단축을 통해서 새롭게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는 논리는 노동시간 초과분을 적절한 노동시간으로 나누면 새롭게 고용할 수 있는 고용인구가 나온다는 가정을 전제한다. 12시간 초과근로를 규제하는 근로기준법만 엄격히 지켜도 일자리를 새롭게 만들 수 있다는 주장 역시 주당 52시간을 초과하는 노동인구의 전체 52시간 노동 초과분을 52시간으로 나누면 몇 명을 추가 고용할 수 있다는 가정에 기반을 두고 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은 결코 도래하지 않는다. 자본가들이 알아서 자신의 이익을 포기하지 않는 이상, 또 기업 경쟁에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자본가들은 실 노동시간 단축에 관계없이 어떻게든 자신의 전체 생산물량을 유지하려 한다. 노동자들이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조직적 무기가 없다면, 생산 과정을 통제할 수 있는 현장의 힘, 교섭력과 투쟁력이 없다면, 노동자들은 자본의 다양한 공세 앞에서 무너지거나 양보교섭에 응하게 된다. 노동시간 단축과 함께 노동시간이 재조직화 되는 과정에서 실질노동시간(공장가동시간 대비 투여노동시간)은 증대되고, 노동자 개개인의 노동강도는 강화되며, 노동조건은 더욱 악화된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일자리가 늘어날 여지는 줄어들게 된다. 그리고 일부 현장에서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도, 경기침체 상황에서 자본가들은 어떤 형태로든 비용절감 노력을 강구하게 된다. 결국 새로운 일자리라 할지라도 고용 안전성을 보증하지 않는 일자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 설사 경쟁력 있는 일부 기업에서 새로운 일자리에 대한 고용안정성이 확보된다 할지라도 반대편에서는 이들 기업경쟁에서 추락하는 기업과 노동자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결국 국민경제 차원에서 고용이 얼마나 새롭게 증가할 수 있을 지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그리고 노동시간단축·임금삭감, 노동유연화 등으로 노동조건이 악화되면, 노동자들은 자신의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줄어든 임금을 만회하기 위한 각종 시간급, 성과급 경쟁을 가속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일자리 나누기는 고사하고 근로시간 단축효과마저도 미미해지게 된다. 결국 남은 것은 기계 설비의 도움을 받아 노동생산성을 비약적으로 증가시켜 노동시간을 단축시켜도 생산량에 지장이 없도록 하거나, 국가가 다양한 새로운 설비투자로 고용인구를 강제로 늘리는 경우 뿐이다. 그런데 이와 관련된 계획은 국가고용전략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애초에 이런 보완책은 고려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권의 실 근로시간 단축방안은 어떻게 노동자의 양보를 강요하는가? 이명박 정권은 장시간 노동의 원인 중 하나로 노사 모두 장시간 근로를 선호하는 구조를 꼽는다. 이로 인해 불합리한 근로문화 관행이 형성되었다는 것인데, 즉 기업은 연장 휴일 근로 등을 통해 기존 근로자를 과다 활용하는 것을 선호하고, 노동자(노조)는 잔업 휴일 특근에 따른 단기적 할증 임금 수혜를 목표로 장시간 근로를 선호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대기업과 정규직 노조 중심의 견고한 담합구조가 형성”되어, ‘일할 기회 부족’과 ‘일하는 사람들간 격차’가 심화되었는데, 이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국가고용전략은 이러한 담합구조를 극복하기 위해서 노사의 공감대에 기반을 두어 실 근로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는 노사정위 구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실근로시간 단축 위원회」에서 대기업 노사가 사회적 책임 실천 차원에서 장시간 근로를 개선하도록 ‘한국형 사회적 책임 실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이를 위해 연차휴가 사용 확대, 불필요한 초과근로 최소화, 유연근로시간제 활성화, 교대제 개편 촉진 등을 논의하자는 것이다. 노동자들이 장시간 노동을 하게 되는 것은 충분한 생활소득을 벌 수 없어 부족한 임금소득분을 장시간 노동으로 만회하려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를 국가와 자본가들은 대기업과 정규직 노조의 담합에서 기인한다며 기만한다. 그리고는 노사정위에서 노사 양쪽이 한발씩 양보할 것을 강요한다. 물론 기업주들에게는 노동시간 재조직화 및 노동유연화 방안에 대해 다양한 방식으로 컨설팅 해주면서 말이다. 이런 의미에서 노사정위 실 근로시간 단축위원회의 논의결론은 이미 예정되어 있는 셈이기도 하다. 정부는 노동자들에게는 초과근로 단축으로 이익을 얻을 것인 만큼 탄력적 근로시간제, 근로시간 계좌제 도입과 같은 변형근로제 확산 방안에 대해서는 저항하지 말고 양보하라고 종용할 것이다. 반대로 자본가들에게는 실 근로시간 단축으로 피해를 입을 수 있으니,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포함하는 방안은 대기업에서 중견기업, 중소기업에서 영세기업… 이렇게 기업 규모에 따라 단계적으로 시행하는 방안을 고려하자고 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노동자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는 법·제도는 기업의 입맛에 맞게 계속 변형되어 결국 누더기가 되고 말 것이다. 이렇게 주당 52시간 초과근로 규제 방안이 기업 규모에 따라 단계적으로 진행되면, 중소규모의 하청노동자들은 장시간 일은 일대로 하면서, 자신의 시급을 올리는 투쟁을 준비하는 데에는 여전히 곤란을 겪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대규모 사업장과 소규모 사업장 사이의 노동자 임금격차는 또다시 확대된다. 이명박 정권의 노동시간합리화 계획의 본질 정리하자. 고용노동부는 「2012년 주요업무추진계획」에서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에 따라 고용상황 개선추세가 둔화될 것이라 전망했다. 그에 따라 2012년 고용노동정책 추진방향으로 청년 일할 기회 늘리기, 내일 희망 일터 만들기, 상생의 일자리 가꾸기를 3대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내일 희망 일터를 만들기 위해 고용노동부는 근로시간 제도 합리화를 가장 우선해야 할 사업으로 제안했다. 그리고 이를 실행하기 위한 계획으로서 ① 탄력적 근로시간제 및 근로시간 특례업종 개선 등 제도개선을 준비하는 한편 ② 대기업을 중심으로 근로시간을 집중 감독하고 ③ 교대제를 개편하며 ④ 노사정위 ‘실 근로시간단축위원회’ 운영 등 장시간 근로 개선에 대한 공감대를 확보하는 것 등 네 가지를 제시했다. 이명박 정권의 노동시간 합리화 정책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지금 가장 핵심 이슈로 부각된 것은 실 노동시간 단축 문제다. 고용노동부는 이런 실 노동시간 단축 문제를 지렛대 삼아 유연한 근로시간제 도입을 확대하고 있다. 노동시간 유연화는 일자리 나누기를 위한 명분으로 내세운 것이지만 어디에도 실효성 있는 일자리 창출 계획이 명문화되어 있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고용노동부는 고통분담을 명분으로 노동자에게는 노동강도 강화, 실질노동시간(공장가동시간 대비 투입 노동시간)의 증대, 노동조합 기반을 약화시킬 노동시간의 파편화 개별화를 받아들일 것을 종용하고 있다. 자본가들에게는 시설 투자에 대한 비용지출은 최소화하면서도 늘어난 노동강도 위에서 생산성 증대를 만끽할 수 있는 방안들을 제시해주고 있다. 이것이 바로 이명박 정권의 실 노동시간 단축계획의 본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