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이라크 파병을 규탄하며 지난 5월 17일, 미국은 한국정부에 주한미군 2사단 1개 여단을 이라크에 파병한다는 방침을 통보해 왔다. 민간인에 대한 무차별 학살과 고문, 잔혹행위로 점철된 미국의 이라크 점령. 현재 궁지에 몰린 미국이 스스로 수렁을 벗어나는 유일한 방법은 더 많은 군대로 이라크의 저항을 제압하는 것뿐이다. 더 많은 폭력과 죽음을 필요로 하는 미국의 점령과정. 이는 그야말로 '야만'이다. 그러나 한국사회에서 이 비정상적인 상황에 대한 정상적인 비판은 불가능해 보인다. 정부는 여전히 이라크 파병원칙을 확인하며 파병을 추진하고 있으며, 심지어 일부언론은 국민의 반대여론으로 파병이 지연되어 미군이 한국을 떠나는 것이라며 국민을 협박하고 있다. 주한미군이 조금만 움직일 기미만 보이면 곧 나라가 망하는 것처럼 떠들어대는 '안보의 공백', '한미동맹의 균열'이라는 전통적인 목소리가 여느 때와 다름없이 언론을 채우고 있다. 그렇게 또다시 주한미군 감축논란이다. 언제나 그렇듯 미군이 한국을 떠나면 북의 남침이라는 엄청난 안보의 위협이 발생할 것, 이 불안정성으로 인해 외국자본이 투자를 기피하여 경제위기가 더욱 심화될 것, 이를 계기로 주한미군의 영구적 철군까지 거론되는 한미동맹의 위기라는 것, 사태가 이지경이 되도록 정부와 여당은 무엇을 하였냐는 질타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전통적인 반응이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며 현실적인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여론이 광범위하다. 주한미군 감축은 '한미동맹의 현대화'에 조응하는 주한미군의 재배치의 맥락에서 파악해야 하고 한미군사동맹과 한국의 국방정책 역시 이에 걸맞게 변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주한미군 감축 통보이후 백악관은 이것이 종합적인 해외주둔 미군재배치계획(Global Defence Posture Review)의 일환이라는 것을 밝혔고, 이러한 조치가 굳건한 한미동맹관계의 원칙에서 벗어나지 않으며 한미동맹이 변화된 미래환경에 부합하기 위해 주한미군 재편이 불가피함을 설명하였다. 미국의 이러 발언이 단지 '안보위협에 시달리는' 국민을 안심시키기 위한 외교적 수사만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주한미군의 감축 및 철군 문제에 대해 한국의 지배세력들이 전통적으로 부여잡고 있는 논리는 분명히 변화하고 있으며 '자주적이고 평등한 새로운 한미동맹' '협력적 자주국방'이라고 하는 모호한 전망은 노무현식 개혁의 또 하나의 축을 차지하고 있다. 주한미군감축에 대한 지배계급이 취하는 새로운 대응논리 역시 미국에 의한 한반도 전쟁책동과 군사패권주의를 인식하지 못하는 수구보수의 불안감에 불과하다면, 대체 한반도와 동아시아에서 또다시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가? 미래의 한미전쟁동맹은 또 어떤 위험성이 가지고 있는가? 자주적인 한미동맹? 군비증강을 포함한 군사력의 효율적 활용방안일 뿐! 주한미군의 이라크 파견에서 알 수 있듯이 현재 한반도에 배치된 미군의 전력은 이미 대북억지력의 차원을 넘어서는 과잉전력이다. 남한의 국방비는 이미 70년대부터 북한을 앞질러 2003년 지표상으로만 북한군사력의 10배(150억달러)에 이르고, 최근 10년 간의 무기도입액이 북한의 37배에 이른다. 럼스펠드 미 국방장관 역시 한국의 GDP가 북한의 25~35배나 되고, 전방의 억지력을 스스로 제공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일부 수구언론이 떠들어대는 주한미군감축으로 인한 '안보의 공백'의 논리가 전혀 근거가 없음은 너무 쉽게 증명된다. 또한 한반도 최대의 안보위협요소가 '한미 군사동맹'이라는 사실을 이것으로도 충분히 알 수 있다. 오히려 지금 심각하게 주목해해야 하는 문제는 미국의 군사안보전략의 변화에 따라 과잉된 한반도의 비효율적인 전력을 효율적으로 변화시키는 과정, 한미동맹을 동북아 지역동맹으로 확장하는 과정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주한미군의 이라크 파병 역시 주한미군을 동북아 신속기동군으로 전환하기 위해 추진 중인 용산 및 미2사단의 평택 이전계획의 연장선상에서 진행되고 있다. 이처럼 미국의 동아시아 패권 장악을 위한 움직임은 이미 오래 전부터 실행중인 것이다. 지난 25일, 찰스 킴벨 한미연합사 참모장 및 주한 미8군사령관은 기자 간담회를 자청하여 한미동맹의 새로운 변화방향과 이에 입각한 주한미군의 역할조정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발표하였다. 현재 미국의 육·해·공군은 '원정군의 개념'이며, 예전보다 민첩성, 유연성, 대응력, 살상력 등이 대폭 강화되었기 때문에 한미동맹관계도 이 같은 미군전력운영방침의 획기적 전환에 적응할 수 있어야 함을 강조하였다. 이 발언의 실내용은 크게 향상된 한국군의 전력과 주한미군의 전력, 동북아 지역미군의 전력, 그리고 전략적으로 얼마든지 신속전개가 가능한 미군전체의 전력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 주한미군의 작전범위는 한반도를 넘어 동아시아, 태평양 지역 뿐 아니라 전 세계 어디든지 투입이 가능하다. 더불어 주한미군 뿐만 아니라 한미연합군은 동북아의 '인도주의적 적전' 또는 '평화유지작전'에 투입될 수 있다고 했다. 이는 미국이 개입의 필요성을 느끼는 아시아, 태평양지역의 각종 분쟁들에 한미연합군(독자적인 한국군 역시도!)이 새로운 한미동맹의 원칙으로 군대를 파견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이에 따르면 한국군은 이제 한반도에서 대북억제능력을 독자적으로 갖추어야 하고, 오직 미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개입여부가 판단되는 아시아, 태평양지역의 각종 분쟁들에 대한 군사적 개입 태세를 갖추어야 한다. 국방비 증액과 첨단무기도입 등 한반도 전력의 증강은 불가피하다. 또한 한국군이 동아시아 평화를 위협하는 제 2의 미군기지가 되는 것 역시 불가피하다. 미국의 동아시아 패권전략과 한미동맹 현대화 주한미군의 재배치가 미국의 새로운 군사안보정책의 목표아래, 동아시아와 한반도라는 특수한 지정학적, 정치적 맥락에 따라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은 여러 차례 확인한 바 있다.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의 최대수혜, 즉 '미국의 사활적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선제공격 독트린'은 미국의 군사시스템 전반을 혁신하였고 이에 따라 미국의 전략적 요충지도 변화시켰다. 현재 해외주둔미군 재배치계획(GPR)은 전 세계 곳곳에 배치되어 있는 미군의 역할과 위상을 지역의 전략의 변화와 함께 근본적으로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분쟁이 예상되는 지역에 오직 그 분쟁만을 위해 군사력을 배치하고 작전을 짜는 일은 소모적인 것으로 규정된다. 최근 미 합참이 발표한 2020년 미군의 모습을 담은 청사진을 보면, 육해공군의 합동작전, 미군을 경량화하여 신속전개, 다목적군으로의 변환이 용이하도록 하고 여러 곳에 분산된 군대를 필요에 따라 조합하여 사용할 수 있는 조립식 군대로 변환된다. 현재 미국의 군사전략은 '1-4-2-1'로 요약된다. 1은 미국 본토방위 4는 동북아시아, 동남아시아, 중동 및 유럽의 4개 지역에 미군을 전진 배치하여 전쟁 억지 2는 이 중 동북아시아와 중동에서 전쟁 발발 때 신속한 승리 이 두 개의 전쟁 중 한 곳에서는 정권교체와 영토점령을 포함하는 결정적 승리를 거둔다는 것이다. 4개 지역 중 3개 지역이 아시아, 태평양 지역이며 이 지역의 주둔미군의 역할과 위상, 체계의 변화는 미국에게 중요한 전략적 과제일 수밖에 없다. 그 핵심적인 지역으로 동아시아는 아시아-태평양을 연결하는 신흥시장으로서,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로의 체계적인 경제통합의 구상이 이루어지고 있는 곳이다. 지역적 수준의 군사강국이 분명치 않으나, 대규모 군사적 경쟁의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다. 잠재적으로 미국에게 군사적 도전국이 될 중국의 부상을 제어하고, 아시아-태평양으로 이어지는 거대한 군사벨트를 형성하고자 했을 때, 동북아의 한-미-일 삼각동맹은 지역동맹으로 확장되는 것이 필수적이다. 또한 아시아 지역 내 미군기지에 대한 본토의 접근도가 낮다는 진단아래 접근성제고, 기반시설 확보, 원거리 작전을 지속할 수 있는 첨단시스템의 개발이 중요한 과제일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이러한 구상은 단지 군사정책의 변화, 또한 한국과 일본의 군사력의 재편과정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이는 동북아지역의 강력한 경제통합의 구상과 언제나 동일하게 실행되고 있다. 2003년 5월에 있었던 한미정상회담과 그 직후 노무현 정부가 제기하였던 '평화번영정책'의 구상을 떠올려보자. 이는 '한반도 평화체제를 바탕'으로 동북아의 물류, 관광, 무역, 산업의 중심 및 해양과 대륙을 잇는 '경제의 관문'으로 발전시켜나가겠다는 인식을 전제한다. 이를 뒤집어 놓고 본다면 동북아 허브 국가 구상을 방해하는 것 자체가 평화롭지 못한 상황으로 규정되며 한국에 대한 초국적 자본의 투자가 어려운 핵심요인으로서 '북핵' 더 나아가 '북한체제'라는 상징으로 이어진다. 결국 한반도 평화의 위협요인은 '북핵', '북한체제'로 규정되어, 북을 적으로 규정하는 미국의 대북전략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못하게 된다. 왜냐하면 지배세력에게 한반도 평화란 초국적 자본의 투자를 위한 안정성 확보에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전쟁위협을 통해서라도 북을 압박해야 평화로운 상황이 가능하다는 매우 위험한 인식에까지 이르게 된다. 평화번영정책에서 평화란 전쟁위험의 항구적인 제거라기보다는 경제의 불안, 투자의 불안 요인의 제거에 더 가깝다. 따라서 이 같은 정책은 불필요한 전쟁 위협이 한반도 경제 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평화를 앞세울 수도 하지만, 자본 투자의 불안 요인-위협을 제거한다는 이유로 미국의 '예방전쟁' 선제공격 전쟁을 지지하는 역설에 이를 수 있다는 점에서 한반도의 위기를 더욱 증폭하는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한미동맹 현대화'의 의미심장함은 여기에 있다. '협력적 자주국방'이 아니라 한·미·일 동맹 해체! 주한미군 철수를! 주한미군의 이라크 파병조치를 계기로 지배 계급 내에서 회자되고 있는 '한미동맹 현대화'의 실체는 불평등한 한미 관계에서 '자주적이고 평등한 동맹관계'로 변화하는 것과는 전혀 상반된 방향이다. 그것은 미국의 '선제공격독트린'에 기반한 군사시스템 혁신의 과정에서 보다 확고한 지역군사동맹의 확립하는 것. 그리고 한국이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로의 경제통합과정을 보다 철저히 이행하는 것. 이 두 가지 축에 대한 한국의 충실한 '이행각서'인 것이다. 노무현 정부는 '협력적'이라는 또 하나의 수사를 덧붙인 '협력적 자주국방'이라는 모호한 이름의 국방정책을 서두르고 있다. 그러나 이는 국방비 증액, 첨단무기도입 시스템 도입이라는 미국이 한국에게 요구한 군사력 확충을 이행과정일 뿐이다.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질서와 이에 조응하는 미국의 군사세계화를 거부하는 유일한 길은 온갖 정치적 수사로 포장되어 그 진실을 알수 없게 하는 '현대적인 한-미동맹'를 낱낱이 폭로해가는 민중의 단호한 목소리에 있다.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는 주범은 주한미군을 정점으로 하는 강력한 한미(일)동맹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하며, 한반도에서의 주한미군 완전철수를, 나아가 동아시아에서의 미군의 완전철수를 위한 투쟁을 전개해나가야 한다. 또한 한반도의 평화와 자주적인 국방정책과는 정반대의 길을 택하고 있는 노무현 정권의 '자주국방비젼'에 대한 비판과 함께 국방비증액, 첨단 무기도입 등 한반도 전력증강 반대투쟁을 매개로 동아시아 평화를 위한 반전운동의 이슈를 제기해야 할 때이다.
디지털 말에 실렸습니다. (편집자 주) 이라크 팔루자에서 미군과 저항세력간의 교전이 진행 중인 가 운데 미국 뉴욕의 빙햄프턴 대학 제임스 페트라스 교수가 지난 4월 7일 발 표한 「이라크 저항운동을 지지하자」를 번역·소개한다. 그동안 시민·사 회운동과 남미의 사회문제에 관심을 집중시켜온 페트라스 교수는 팔루자 교전을 '민족해방운동'으로 규정하면서 이를 서구 좌파 지식인들의 무기력 을 질타하고 있다.
이라크의 사회세력들이 전국적 회합을 가지고 선언문을 발표했습니다. 이 문서는 지난 5월 8일 바그다드에서 열린 이라크 전국회의에서 승인된 최종 선언입니다. 이것은 사회조직과 모든 종교조직뿐 아니라 아랍족과 쿠르드족, 민족주의 자, 바트주의자, 공산주의자 등 광범위한 이라크의 정치 사회 조직들을 대 표하는 이들에 의해 지지된 발의이며 여기에 2000명 이상이 참여했습니 다. - global anti war movement 메일링리스트를 통해 입수한 것입니다. (global anti war movement는 2003년 자카르타 평화회의, 2004년 뭄바이 세계사회포럼을 거치면서 형성된 세계 반전운동 진영 네트워크입니다.)
* 출처: 한겨레 2004년 4 - 5월 < 중동 깊이 보기 > 1.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위기의 뿌리 2.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해법은 어디에 3. 사우디 ‘와하비즘’과 위기의 왕권 4. 사우디 경제와 청년실업 5. 이란의 개혁 열망과 한계 6. 이란 여성의 사회참여 7. 걸프지역 왕정과 민주개혁 8. <알자지라>와 <알아라비야> 9. 예멘, 통일 이후 10. 좌담/ 중동과 반미
침략과 학살전쟁에 대한 파병지원을 기필코 막아냅시다! 5월말까지 서명용지를 총화해주십시오
미국의 주한미군 이라크 파병 결정을 규탄한다 ! 모든 점령군은 이라크에서 철수하고 주한미군은 집으로 돌아가라 ! 1. 미국이 일방적으로 비공식 외교채널을 통해 주한미군 2사단 1개 여단을 이라크에 파병한다는 방침을 통보했고 한국정부가 이에 합의하였다고 한다. 이에 따라 보수언론에서는 ‘안보공백’이니 ‘외국자본 투자 기피’니 ‘한국이 추가파병하지 않은 탓’이니 온갖 거짓말을 해대며, 시대착오적인 한미동맹 강화를 부르짖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미국의 결정이 이라크를 철저히 군사력으로 제압하려는 목적과 ‘선제 예방공격’ 전략에 따른 신속기동군으로의 재편이라는 미국의 군사전략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강력히 규탄하는 바이다. 2. 첫째, 이라크 민중의 끈질긴 저항에 따른 전쟁상황 악화와 수감자 고문,학대로 인한 국제적 비난에도 미국은 더 많은 군사력을 파병하여 이를 해결하고자 하고 있다. 이라크에는 이미 13만이 넘는 미군과 수만명의 용병집단이 있음에도 이라크 민중들의 저항이 사그라들지 않는 것은 군사력으로 이라크를 통제하는 것이 이미 불가능해졌음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미국은 이라크 미군 주둔이 재앙을 부른 원인임을 잊은 채 이를 더 늘리는 것을 해결책으로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오로지 무력에만 의존함으로써 상황을 더 악화시키고 있다. 미국은 이라크의 실패를 인정하고 모든 점령군을 즉각 철수시켜야 한다. 점령과 학살, 고문과 학대, 거짓말과 부도덕으로 일관한 미국의 침략전쟁은 전 인류의 양심과 정의의 이름으로 심판받아야 한다. 3. 둘째, 주한미군을 빼가는 것은 미군의 해외주둔 재편전략에 따른 것일 뿐이다. 미국은 자신의 사활적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선제 예방공격론’을 표방하였고 이에 따라 미군을 전 세계 어느 곳에나 신속히 파병하여 미국 주도의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에 걸림돌이 되는 체제나 집단을 제거하겠다는 의사를 공공연히 해왔다. 동아시아는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의 신흥시장으로서 미국경제에 매우 중요한 지역이며 다른 지역의 분쟁이 이곳으로 전이되는 것을 막고, 한/미/일 삼각동맹 아래 중국의 부상을 제어해야 하는 군사적 요지이다. 미국은 주한, 주일 미군을 총괄하여 아시아 지역 어디든 투입 가능한 체제로 재편하려고 한다. 여기서 전제는 한국군과 일본군의 역할이 급증되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주한미군 감축이나 한강 이남으로의 이전은 소위 ‘안보공백’을 초래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동북아를 더 불안하게 할 뿐이다. 동북아 주둔 미군의 유연성 확보는 동북아의 군비경쟁을 초래하고, 북한 등 인근 지역에 대한 선제공격 능력을 강화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바로 세계 평화를 위협하고 아시아의 군사력 증강을 부추기는 것은 미국의 ‘무장한 세계화’ 전략이다. 우리는 이를 근본적으로 비판하고 한미동맹, 나아가 한/미/일 삼각동맹을 해체해야 한다. 4. 셋째, 노무현 정부는 예의 그 ‘자주국방론’을 펼치면서 보수집단의 논리에 대응하고 있지만 사실 자주국방론은 미국과 일본을 정점으로 하는 경제통합 즉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 속에서 미국의 군사적 우산 아래 머무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110억불이나 들여서 주한미군 전력증강을 하는 것이나, 한국군 무기를 증강시키는 것, 국방비를 대폭 증액하는 것 등은 이러한 구상에 따른 것이다. 대미종속과 군비확대는 전쟁을 방지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의 군사주의를 추종하는 것이며 한반도 주변의 불안과 군사적 갈등을 부르는 것이다. 이는 ‘주한미군 이라크 파병’과 ‘한국군 파병’은 별개라며 한국군 파병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정부 방침에서도 드러난다. 물론 우리는 최후의 발악과도 같은 주한미군 이라크 파병과, 미국의 학살전쟁에 동참하는 한국군 파병은 별개의 문제며 어느 것도 민중들이 바라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5.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를 추진하고 이를 군사주의 확대로 보호하려는 미국의 전략은 전 세계를 불안하게 만들었고 경제적, 사회적 불평등을 악화시키고 있다. 이를 무작정 추종하는 것은 우리의 대안이 될 수 없다. 이미 미국은 이라크에서 패배함으로써 그 전략이 파탄났음을 스스로 드러냈다.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와 전쟁에 반대하는 전 세계 민중들은 새로운 정의와 평화, 다른 세계를 건설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를 거스르는 주한미군의 이라크 파병은 반드시 철회되어야 한다. 미군은 이라크가 아니라 집으로 가야 한다. 더불어 이라크의 모든 점령군은 즉각 철수하고 한국군 파병도 철회되어야 한다. 2004. 5. 19 사회진보연대
전 세계가 분노하고 있다. 미국이 이라크 포로에게 가한 야만적 성학대■가혹행위를 보며 치를 떨지 않을 수 없다. 어찌 이토록 최소한의 인간존엄성을 무참히 짓밟을 수 있단 말인가? 차마 두 눈뜨고 볼 수 없는 가학적이고 음란한 폭력들. 세계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스스로 규정한 제네바 협약조차 위반한 꼴이며, 이라크를 해방시킨다는 거짓의 실상이 발가벗은 듯 드러났다. 이것은 결코 ‘우연’히 발생한 ‘사고’가 아니다. 미국이 군사적 패권을 유지하기 위한 전략을 멈추지 않는 한 인간성을 말살하는 광기 어린 폭력은 ‘필연’적이기 때문이다. 실제 이라크 포로에 대한 학대는 작년부터 있었고 발생했을 때부터 미군 지휘부에 보고되었으나 사실을 묵인, 은폐해 왔다. 이라크 구금 시설 관리 책임자였다가 징계된 카핀스키 준장은 “이라크 포로 학대 사실을 처음부터 상급자에게 보고했다”며 “이라크 주둔 미군의 구금체계는 총체적으로 붕괴되었다"고 말했다. 미국정부는 이 잔혹한 범죄행위를 인정하고 사과하기는커녕 “미군 점령 정책을 이해하지 못하는 ,한 줌도 안되는, 망나니 같은” 일부 병사들의 일탈행위라며 책임을 회피했다. 오히려 부시는 “민주주의가 모두 완벽한 것은 아니다”, “내가 후세인보다 낫다”라며 뻔뻔함을 보였고 비판이 거세어지자 결국 “Sorry" 라는 말 한마디를 던졌을 뿐이다. 미국은 침략전쟁자체에는 눈감고 몇몇 관리자들에게 책임을 돌리려 하고 있다. 하지만 병사들의 변호인들은 병사들의 책임이 아니며 심층적인 배후가 있으니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뉴요커>에 폭로되었던 미군 소장 안토니오 타구바가 직접 쓴 53페이지의 ‘아부그라브 교도서의 내부 보고서’를 보면, 학대가 이루어진 교도소가 미 육군 정보장교들의 철저한 통제아래 있었으며 그들의 사주에 의해 조직적으로 저질러졌음을 알 수 있다. 몇몇 ‘저질군인’들의 소행이 아니라 군 수뇌부와 정보기관이 깊숙이 개입된 조직범죄라는 점이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마침내 바닥을 보이고야 만 미국의 만행으로 그동안 부시의 보도지침을 따르며 침묵해왔던 언론들도 등을 돌렸다. 미국의 자금 지원으로 운영하던 알-사바 이라크 신문의 편집장이 미국의 간섭에 항의해 직원들과 함께 사표를 제출했고, 지금까지 미국의 안전보장을 위해 어느 정도의 인권유린은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는 입장이었던 많은 언론들이 미국에 반하는 기사를 싣기 시작했다. ABC는 미군 전사자700여명의 이름과 사진을 모두 공개했으며, CBS는 전기줄 묶고 감전사 위협하는 등의 학대 장면을 공개했다. <뉴요커>와 <가디언>지의 폭로도 부시를 궁지로 몰고 있다. 지금 미국이 처한 위기는 예정되어 있던 것이다. 보편성을 잃은 미국의 군사 패권은 인민들의 저항을 낳을 수밖에 없고, 저항을 막기 위해 더 잔혹한 가혹행위를 하게 되는 악의 굴레는 필연적이다. 인민의 저항이 커갈수록 인권유린의 강도는 커져 갈 것이다. 실제 미국에서 부시정권이 출범한 이후 ‘고문합법화’에 대한 이야기가 심심치않게 흘러나왔으며, 911테러 이후에는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이름 하에 노골적으로 고문과 인권유린을 정당화했다. 또한 미국은 전쟁범죄의 예방과 처벌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반하는 행위를 해왔다. 지난 2002년 미국 정부는 전쟁범죄의 예방과 처벌을 위해 창립된 국제형사재판소에 대해 미국만은 면책특권이 허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다가 급기야 로마규정에서 탈퇴했다. 또한 각국의 고문상황을 감시하고 제재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한 “국제 고문 방지협약”체결에도 반대해 국제사회의 지탄을 받기도 했다. 미국의 이러한 행보는 자신의 정치-이데올로기에 반하는 세력에 대해서는 어느 때고 인권유린이 가능함을 보여주고 있다. 실제로 세계 2/3에 해당하는 국가의 사람들이 고문에 시달리고 있다. 이스라엘의 경우, 팔레스타인인에 대한 고문을 아예 ‘합법화’하고 있는데 부시정권의 친 이스라엘- 반 아랍 정책과도 맥을 같이 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긴박한 경우 피의자를 찬물에 집어넣거나 며칠간 잠을 못 자게 하는 등의 ‘온건한 신체적 압력’을 용의자에게 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시도 때도 없이 벌어지는 팔레스타인의 공격 때문에 어쩔 수 없으며, 자신들이 하는 고문이 사실 ‘고문’이라고 할 수 없는 정도라고 말한다. 대부분의 국가들이 고문을 부정하거나, 고문이 아닌 다른 표현으로 은폐하고 있지만 공공연하게 존재하는 게 현실이다. 미국은 죽었다. 헤게모니의 균열을 메우기 위해 미국이 할 수 있는 거라곤 무고한 사람들의 피와 비명을 부르고 인간성을 짓밟는 것뿐이다. 이렇게 극단화된 폭력은 전 세계 인민들의 저항을 낳고, 미국은 스스로 파멸의 길을 가게 될 것이다. 결국 미국의 전쟁은 패배할 수밖에 없다. 파멸을 막기 위한 유일한 길은 지금 당장 광기 어린 전쟁을 멈추고 점령군이 이라크를 떠나는 것뿐이다.
2004. 5. 1 네이션 誌에 실린 나오미 클라인의 글입니다. 이라크 문제에 대한 나름의 구상을 얘기하는데요, 유엔을 중심에 놓고 사태해결을 하고자하는 국제 NGO의 시각을 볼 수 있습니다.
[2004년 4월 29일 서울대 해울 강연문] 세계화 시대의 전쟁 사회진보연대 반전팀 1. 군사주의 문제의 기원 2. 새로운 전쟁이란 무엇인가? 3. 미국의 군사교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