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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3월 25일 밤, 미국 상원은 96 대 0으로 ‘코로나바이러스 지원, 구제, 경제안전 법’(CARES Act)을 의결했다. 이어 27일 낮 하원 역시 구두 투표로 법안을 의결했고, 2시간 반 후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했다. CARES는 미국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지원 패키지를 담고 있다. 양당 합의안은 코로나바이러스의 악영향을 완화하는 데 2조 달러를 할당했다. 이 중에서 1.5조 달러는 지출과 세금감면에 사용되며 0.5조 달러(5,000억 달러)는 대출에 사용된다. 대출에 사용될 5,000억 달러 중 4,540억 달러는 연방준비은행에 할당되는데, 연준은 이를 바탕으로 추가 대출을 실행할 것이다.
CARES는 핵심적인 특징은 첫째, 규모가 엄청나다는 점, 둘째, 긴급히 집행될 것이라는 점, 셋째, 개인, 기업, 주정부와 지방정부를 직접 지원한다는 점이다. 일단 2조 달러라는 규모 면에서 보면,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10%에 해당하며, 2009년의 경기부양법, 즉 ‘미국의 경제회복과 재투자를 위한 법’(ARRA)의 8310억 달러보다 훨씬 더 크다.
미국 의회는 이를 ‘3단계 법’이라고 부른다. 1단계는 3월 6일에 대통령이 서명한 ‘코로나바이러스 대비와 대응을 위한 보충책정 법’으로 백신 연구개발에 830억 달러를 지출한다는 것이었다. 2단계는 3월 18일 대통령이 서명한 ‘가족이 우선이다 코로나바이러스 대응 법’으로, 유급병가와 실업급여에 초점을 맞추어 1,040억 달러를 지출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그리고 세번 째 단계가 바로 이번 CARES 법이다.
그렇지만, 이번 법안이 미국 의회가 코로나바이러스에 대응하기 위한 마지막이 되지는 않을 수도 있다. 어떤 오류를 정정하거나, 간과한 부분을 채우기 위한 추가적인 법안도 나올 수 있다. 일단 이번 법안의 특징을 살펴보자.
1. 경기부양보다는 피해 구제에 초점을 맞추었다
많은 논자가 이번 법안을 2009년 대침체에 직면해 의회와 오바마 대통령이 제정한 ‘미국의 경제회복과 재투자를 위한 법’(ARRA)과 비교한다. 또한 한국 언론은 대규모 ‘경기부양책’이라는 식으로 말하곤 한다. 하지만 CARES 법안은 엄밀히 말하면 경기부양책이라기보다는 피해 구제 정책에 가깝다.
어떤 차이가 있을까? 구제는 즉각적인 피해와 악영향 문제를 다룬다면, 보통 경기부양책은 경제활동의 활력을 회복하는 데 목표를 둔다. 그런데 이번 법안은 피해 구제를 주로 다루고 있다. 법안은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즉각적인 손실을 입은 사람들이나 기업이 충격을 완화하고, 그들이 공공보건 가이드라인이나 법령을 준수하도록 돕는 데 초점을 맞춘다. 실제로 감염증이 통제되기 시작하지 않으면 경제활동이 회복되기가 어렵다. 물론 감염증이 통제되지 않는 기간에 경제활동이 어떤 식으로 피해를 입느냐에 따라 회복양상도 크게 달라질 수 있다.
2. 재무부의 5,000억 달러 대출 권한은 가장 뜨거운 논쟁을 낳았다
CARES 법안 중 가장 큰 논란을 낳았던 문제는 5,000억 달러에 달하는 기업대출 이슈였다. 트럼프 행정부와 상원 공화당은 연방정부가 수천억 달러를 기업에 대출할 수 있는 권한을 재무부장관에 부여해줄 것을 요청했다. 그들의 초기 발의안은 2,090억 달러의 기금을 요구했는데, 3월 셋째 주말을 거치며 일진광풍과 같은 로비가 의회를 휩쓴 후에 5,000억 달러를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다만 여기에 주정부와 지방정부를 대상으로 한 대출금도 포함했다.
돈이 어디로 갈지를 판단할 때, 재무부의 재량권이 너무 광범위하기 때문에, 의회 내에서 첨예한 갈등이 벌어졌다. 예를 들어, 트럼프 대통령은 그 돈이 유람선과 호텔 산업에도 사용되기를 바란다고 말했지만, 3월 22일 일요일에 열린 기자회견에서 대통령 본인의 호텔에도 지원되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답변을 거부했다.
민주당은 너무 많은 돈이 아무런 감시도 없이 투입된다고 비난했다. 민주당의 엘리자베스 워런 의원은 “우리는 트럼프와 그 가족을 위한 비자금(slush fund)이나, 재무부를 위한 비자금을 만들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래서 재무부 장관 스티븐 므누신에게 어떤 기업이 지원을 받을지 결정하는 거대한 권한을 부여하는 데 망설였다. 5,000억 달러를 요구하는 공화당 법안은 승객항공에 500억 달러, 화물항공에 8억 달러, 국가안보에 중요한 기업에 170억 달러, 기타 기업과 주정부, 지방정부에 425억 달러를 지원한다고만 언급했다. 즉 누가 대출이나 지급보증을 받을 자격이 있느냐는 문제에 대해서는 더 이상의 구체적인 정보가 없었다.
이처럼 뜨거운 논쟁은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월 스트리트에 대한 구제금융을 둘러싼 논란을 상기시킨다. 2008년 7,000억 달러에 달하는 ‘부실자산구제프로그램’(TARP)이 제정되었을 때, 의회는 그 돈이 남용되거나 착복되지 않도록 여러 수준의 감시수단을 도입했다. 예를 들어 의회는 의회가 지명한 전문가와 규제당국으로 구성된 감시집단을 설립해서, 기금의 사용을 평가했다. 또한 의회는 재무부 내에 기금의 오용을 조사하는 특별감찰관을 도입하게 했고, 그 결과 특별감찰관이 수많은 남용 사례를 밝혀냈다.
한편, 공화당은 대출에 일정한 제한을 가하고자 했다. 예를 들어 긴급지원을 받는 기업은 대출을 갚기 전까지 새로운 자사주 매입을 금지하고자 했다. 이는 민주당과 트럼프 대통령도 지지했다. 또한 공화당의 발의안은 연간 425,000달러 넘게 봉금을 받는 피고용인의 봉급인상을 2년간 금지하자고 했다. 또한 공화당의 발의안은 연방정부의 지원을 받는 기업이 돈을 갚을 때까지, 2020년 3월 13일 현재를 기준으로 한 고용수준을 ‘가능한 한’ 유지해야 한다는 조항을 포함시키고자 했다.
이러한 논란 속에서, 상원은 코로나바이러스 사태의 타격을 입은 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3,500억 달러의 조치도 따로 제안했다. 또한 공화당은 실업보험과 같은 사회안전망 프로그램에 대한 지원을 늘리자는 민주당의 요구를 수용했다.
특히 민주당은 긴급지원을 받는 기업이 노동자을 해고하지 못하고, 의료보험을 박탈하지 못하도록 막는 방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지원을 받을 기업이 노동자에 대한 보호조치를 시행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예를 들면, 기업이 고용안전, 의료보험, 연금, 기업연금(401K)을 보장하도록 하고, 단체협약의 파기를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기업이 고용을 90% 넘게 유지한다면 대출을 탕감해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고용유지가 법적 구속력이 있기를 원했고, 상원 공화당의 법안에 따르면 기업이 노동자를 쉽게 해고할 여지가 너무 크다고 보았다.
이런 논란 끝에 최종적으로 통과된 안에서 쟁점이 되었던 사안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① 미국 재무부는 기업, 주정부, 지방정부에 5,000억 달러에 해당하는 대출, 또는 지급보증을 제공하는 권한을 부여받는다.
② 연준의 프로그램을 통해 대출을 받는 기업은 그 기간에 배당을 지급하거나, 자사주를 매입하는 게 금지된다. (재무부가 이러한 규제를 면제해줄 수 있으나, 의회 청문회에 출석해 합리적 근거를 말해야 한다.)
③ 연준의 프로그램을 통해 대출을 받는 기업은 미국 내에서 설립되거나 조직되고, 고용인의 과반수가 미국 내에 기반을 두고 있어야 한다. 미국 외부에 있는 자회사나 계열사에 대출금을 이전하는 것은 금지된다.
④ 재무부는 500-10,000인 규모의 기업에 대출을 제공하는 별도의 프로그램을 설립한다. 대출을 받는 기업은 다음과 같은 기준을 성실히 지키겠다는 확약서를 써야 한다.
△현재 고용인원의 최소한 90%를 유지한다,
△배당금을 지급하거나, 자사주(또는 다른 주식)를 매입하지 않는다,
△대출 기간 동안, 또는 그후로 2년 동안 아웃소싱(하청계약)이나 오프쇼어링(해외위탁)을 하지 않는다,
△노동조합과의 현존 단체협약을 폐지하지 않는다,
△기업은 현재나 미래의 노동조합 조직활동에 대해 중립적 태도를 취한다.
⑤ 대출이나 지급보증을 받은 기업은 연봉이 425,000달러를 넘는 고용인의 경우, 대출기간과 대출종료 후 12개월간 연봉을 그 이상 올리지 못한다. 또한 300,000달러가 넘는 고용인의 경우, 300,000달러 더하기 초과분의 50%까지를 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350,000달러라면, 300,000달러 더하기 50,000의 1/2인 25,000달러, 즉 32,5000달러까지 받을 수 있다.)
⑥ 소기업에 배정한 3,490억 달러는 중소기업청의 대출자격을 크게 확대함으로써 실행한다. 주로 500인 이하 기업을 대상으로 한다. (이자율은 4%를 넘지 않는다.) 소기업이 고용유지에 노력을 기울이도록, 전년도에 비해 고용을 유지한 비율에 비례하여 부채의 탕감을 실행한다.
⑦ 재무부 안에 특별감찰관을 도입한다. 특별감찰관은 대통령이 임명하고, 의회의 자문과 동의 하에서 대출에 관한 감시와 조사를 수행하고 평가하며, 조정한다.
⑧ 의회 감시위원회를 구성해서, 재무부와 연방준비은행 이사회의 법률 이행을 감시한다. 의회감시위원회는 총 다섯명으로 구성한다. (하원의장이 지명한 1인, 하원 다수당 원내대표가 지명한 1인, 상원 다수당 원내대표가 지명한 1인, 상원 소수당 원내대표가 지명한 1인, 하원의장과 상원 다수당 원내대표가 상원 소수당 원내대표와 하원 소수당 원내대표와 협의하여 지명한 1인.)
요약해보면, 공화당과 민주당 각각의 관심사를 종합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상원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되었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신속히 법안에 서명함으로써, 논란이 종식되는가 싶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서명 직후에 특별감찰관에 재갈을 물리겠다는 의사를 노골적으로 표현했다. 특별감찰관은 정부기관이 요청한 자료를 이유 없이 제출하지 않을 경우에 ‘지체 없이’ 의회에 보고해야 한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헌법적 권한’을 통해서 특별감찰관이 의회에 보고서를 제출하는 것을 막겠다고 말한 것이다. 이런 일이 실제로 벌어진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초지일관한 의회 무시 태도로 또 다시 크나큰 논란을 빚을 것이다.
3. 보건분야, 전시물자 공급계획에 가깝다
CARES 법안은 보건분야에 1,500억 달러를 할당했다. 이는 병원의 수용력을 개선하고, 개인보호장구의 전략비축량을 확대하며,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공중보건 활동을 지원하고, 백신과 치료법 연구를 지원하는 데 사용된다.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 척 슈머는 이를 보건분야의 ‘마셜 플랜’이라고 불렀다. (마셜 플랜은 2차 세계대전 후 미국이 세운 유럽부흥계획을 말한다.) 그러나 이번 법안은 전후 재건계획이 아니라, 전시물자 공급계획에 가깝다. 오히려 공화당의 상원 원내대표 미치 맥코넬은 “전시 수준의 투자계획”이라고 불렀는데, 이것이 현실에 더 적합해 보인다. (영어로는 마셜 플랜이 Marshall Plan이고 전시물자 계획이 martial plan이어서 발음이 유사해 이런 식의 대비를 내세우는 것같다.)
4. 직불금(세금환급) 은 핵심 취약집단에 도달하지 못할 수도 있다.
대침체가 발생했던 2008-9년에도 부시 행정부는 경기부양을 위해 직불금(세금환급금)을 지급했다. 즉 대침체라는 비상사태에 직면하여, 일회적으로 적용되는 세금환급이라는 형식으로, 개인에게 수표를 발송한 셈이었다. 당시 개인 납세자는 600.9달러, 결혼한 커플은 1,200달러까지 받을 수 있었다. 또한 아이가 있는 가구는 아이당 300달러를 받았다. 소득이 개인은 75,000달러를 넘는 경우, 커플은 150,000달러를 넘는 경우, 소득이 올라감에 따라 환급액이 감소했다. 부시 행정부는 회계연도 2008년과 2009년에 모두 합쳐 1,200억 달러를 여기에 지출했다. 반면 트럼프 행정부의 CARES 법안은 현금 지급에 2,500억달러를 배정했다.
CARES 법안 역시 개인에게 세금환급이란 형식으로 직불금을 제공한다. 직불금은 1,200달러인데, 2008-9년 금융위기 당시와 비교해보면, 개인에게 지불되는 액수가 600달러에서 1,200달러로 두 배 증가한 셈이다. 또한 부시 행정부 때와 매우 유사하게, 납세신고자 상태에 따라 상이한 기준이 적용된다. 싱글(비혼)인 경우, (법정 비용 및 손실을 공제한 후의 소득을 뜻하는) 조정후총소득(AGI)이 7.5만 달러 미만이어야 한다. 가장(비혼이지만 아이나 부모를 부양하는 경우)은 11.25만 달러 미만, 부부합산은 15만 달러 미만인 경우에 지급된다. (부부 각각에 지급되므로 이 경우 1,200달러의 두 배, 즉 2,400달러를 받는다.) 또한 과세 단위는 17세 미만의 아이 1명당 500달러를 받을 수 있다. 직불금은 납세신고자 상태와 아이에 따라 소득수준이 그 위로 올라갈수록 단계적으로 줄어든다. 예를 들어, 싱글인 경우, 조정후총소득이 99,000달러이고 아이가 없다면 직불금은 영이다.
이런 면에서 보면 직불금은 보편적 기본소득이 아니다. CARES 법에 따른 직불금은 일회적이며, 소득수준에 따라 제한된다. (3월 중순 민주당의 앤드류 양,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즈, 툴시 가바드는 보편적 기본소득을 제안하기도 했다.)
국세청은 직불금을 계산하기 위해 2019년 세금환급 자료(또는 2018년 세금환급 자료), 사회보장수령금 명세서, 철도은퇴수령금 명세서를 활용할 것이다. 아마도 납세신고자의 거의 3/4이 지원을 받게 될 것이다. 반면 기준보다 소득이 높은 사람은 지불금을 받을 자격이 없다. 따라서 직불금의 분배는 누진적인 성격을 띤다.
그러나 소득이 낮거나 취약한 가구가 직불금을 받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특히 2018년, 2019년 세금환급을 신청하지 않은 사람들이 그러하다. 이들은 표준 소득공제 미만의 소득을 받은 노동자나 (표준 소득공제는 싱글 12,200달러, 부부합산 24,000달러다), 현금으로 받은 소득을 신고하지 않은 사람이다. 17세 이상의 피부양자, 예를 들어 병간호를 받아야 하는 부모나, 장애가 있는 아이는 직불금에서 고려되지 않는다. 또한 CARES는 사회보장번호가 없는 세금신고자를 배제하는데, 납세자와 배우자 모두 사회보장번호가 있어야 직불금 제공에서 부부합산으로 인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사회보장번호가 있는 가구에게만 직불금을 제공한다는 정책은 드리머(즉 불법체류자)나, 사회보장번호는 없고 납세자확인번호(TIN)만 있는 가족을 배제하는 효과를 발휘한다. (미국 내 불법체류자는 세금보고는 성실히 함으로써, 불법체류자 사면과 같은 계기가 있을 때 최우선적으로 구제받기를 기대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미국 국세청도 TIN으로 세금보고를 한 사람이 불법체류자일 가능성이 있지만, 이를 이민국에 통보하지 않는다고 한다.)
법안은 연방정부가 접근할 수 있는 정보를 활용해서 이처럼 배제될 수 있는 가구에 직불금을 제공할 재량권을 승인했다. 하지만, 재무부가 이러한 재량권을 얼마나 활용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수백만의 저소득, 취약 가구는 직불금을 받기 위해 자료를 제출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2008년과 2009년에 세금환급금이 지불되었던 경험을 보면, 이러한 가구 중 많은 수가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 지금은 그때보다 더 자료를 제출하기 어려울 것인데,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고립되거나, 가족이나 정부기관을 대면해서 도움을 구하기가 더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5. 실업보험의 긴급 팽창
3월 25일 발표된 미국 노동시장 보고서는 3월 21일을 기준으로 하는 3월 셋째 주 실업자가 3,283,000명으로, 문자 그대로 차트의 범주를 벗어났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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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안에 따르면, 실업보험 수령 기간은 잠정적으로 13주 더 늘어나며, 앞으로 네 달 동안 주당 600달러를 추가로 지급한다. 또한 긱 경제, 즉 계약직, 임시직 고용이 증가하는 추세를 고려해서 자가고용 노동자, 독립계약자, 고용기간이 짧은 노동자에게 수령자격을 부여한다. 핵심적으로 여기에 투입되는 재정은 중앙정부가 공급한다.
그렇다면 실업보험의 팽창이 실업을 조장하고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까? 물론 급여액이 증가함에 따라, 일부 사람은 그전보다 더 쉽게 작업장을 떠날 수도 있다. 특히 일부 직종은 건강과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그런 사례가 나타날 수도 있다. 노동력의 감소가 완전히 부적절한 것은 아닌데, 어떤 직종은 현재 조건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규칙에 부합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동자는 지속적인 고용의 안정성을 더 높이 평가하면서, 일자리에서 떠나기를 꺼려할 수 있다. 또한 정당한 이유가 없이 자발적으로 직장을 그만두는 경우에, 실업보험금을 수령할 자격을 잃는다는 사실도 고려해야 한다. (물론 코로나 감염증과 관련하여, 건강과 안전에 상당한 위험이 따른다면, 직장을 그만두는 정당한 이유가 된다.)
6. 기업 순영업손실의 소급적용 규칙
한편, 순영업손실에 관한 세금규칙의 변화에 대해서는 주목하는 이가 별로 많지 않다. 이는 소기업에 상당한 도움을 줄 수 있다. 2017년 이전에는, 당해 순영업손실을 기록한 기업이 과거 2년 동안 소득세를 냈다면, 당해 발생한 손실을 과거 2년 동안으로 소급적용함으로써, 소득세를 돌려받을 수 있다. 이를 ‘손실의 소급적용’이라고 부르는데, 경기가 하강할 때 기업에 도움을 주는 ‘자동 안정판’ 기능을 한다. (이러한 규칙은 기업이 경영계획을 짜는 시간지평이 납세를 해야하는 시점과 불일치한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2009년 경기부양책은 이러한 소급기간을 임시로 5년으로 늘렸는데, 2017년 ‘세금감면 일자리 법안’이 이러한 조항을 없앴다. CARES 법안은 5년 소급기간을 다시 도입했다. 이는 기업에게 상당한 세금구제 효과를 발휘할 것이다.
7. 주정부와 지방정부에 대한 지원
주정부나 그보다 아래에 있는 지방정부는 재정적자를 보거나, 지방채 등급이 떨어지는 위험을 감수하는 게 헌법에서 금지되어 있다. 따라서 그들은 지출을 늘리라는 요구에 반해 수입이 감소함으로써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그에 따라 CARES 법안은 1,500억 달러를 주 정부나 지방정부에 지원한다. 이는 지난 주에 제정된 ‘가족이 먼저다 코로나바이러스 지원 패키지’의 맨 위에 나왔던 것이다. 이는 비상기간 동안 연방정부의 메디케이드 부담률을 6.2% 포인트 높이며 (메디케이드는 소득이 빈곤선의 65% 이하인 계층에게 연방정부와 주정부가 공동으로 의료비 전액을 지원하는 제도다), 주정부에 특정한 공공지원 프로그램 비용을 제공한다.
그렇지만 이 정도로 충분하지 않을 것이다. 주정부는 대침체 기간에 수입이 6% 감소했는데, 현재의 2,460억 달러에 해당한다. 그러나 예산제약으로 주정부, 지방정부가 노동자를 해고한다면, 경기하강을 심화시킬 것이다.
8. 또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첫째, 바이러스를 통제하는 데에는 시간이 걸린다는 사실은 확실하지만,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지는 현재 누구도 확신할 수 없다. 따라서 경제회복이라는 쟁점에도 거대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현재 제정된 법안이 장기간 지속되는 경기침체에 대비하는 성격을 확실히 지닌다고 말할 수는 없다. 2007-9년 금융위기, 대침체에는 경기부양법이 통과된 후, 경제학자 대부분이 추가적인 경기부양 재정정책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했지만, 추가적인 경기자극 정책이 실행되지는 않았다. 만약 경기침체가 장기간 지속된다면 미국 의회나 언론에서 추가적인 재정정책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
둘째, 최근 의회에서 통과된 다른 법안은 연방정부가 보증한 주택담보대출인 경우, 주택소유자에게 압류에 대한 보호수단과 관용을 제공하기로 했다. 또한 연방정부의 지원을 받은 임대부동산인 경우 세입자의 퇴거를 막는 보호수단도 제공하기로 했다. 반면 CARES 법안은 모기지나 임대료 지불에 대한 추가조치가 없다. 상황에 따라 이에 관한 추가조치가 필요할 수도 있다.
셋째, 사회안전망의 강화가 필요할 것이다. 메디케이드의 적용범위를 아직 확대하지 않은 14개 주의 경우 즉각 범위 확대를 실행할 수 있다. 전국적인 수준에서 메디케이드의 확대를 위한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 또한 ‘가족이 우선이다 코로나바이러스 법’은 (보통 푸드 스탬프라고 불리는) ‘영양보충 지원 프로그램’(SNAP)에서 노동 의무를 삭제했고, 연방법원은 프로그램의 삭감을 중단하라는 전국적인 명령을 발표했다. 대침체 기간 동안 SNAP 프로그램에 따른 수급액을 늘렸던 것처럼, 이번에도 수급액을 늘릴 수도 있다.
넷째, 주정부와 지방정부는 중앙정부로부터 추가적인 현금지원이 필요할 수 있다. 법안은 오직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과 관련된 예산지원을 담았을 뿐이다.
9. 미국의 국가부채 증가가 의미하는 바는?
그렇다면 마지막으로 남는 문제는 천문학적 액수의 재정투입을 어디서 조달하느냐는 것이다. 사실 이 문제야말로 가장 심각한 논쟁거리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미국의 ‘진보파’는 미국의 국가부채 문제에 대해서는 크게 우려할 필요가 없다고 단언하는 경우가 많다. 무엇보다 이자율이 매우 낮다는 것이다. 실제로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본격화되기 전, 미국의 10년물 국채의 이자율이 0.67%였다. 미국 진보파는 미국의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을 고려할 때, 이처럼 이자율이 낮다면 부채증가 속도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대규모 재정투입을 통해서 GDP 대비 국가부채의 규모가 크게 증가할 수는 있지만, 미국 경제가 빠른 회복과 높은 성장률을 보이면 더 이상 빠르게 증가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기대를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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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파는 국가부채가 ‘미래세대에 대한 불의’라는 사실은 인정한다. 즉 현재세대가 진 부채를 미래세대가 갚아야 하는데다가, 미래세대는 더 많은 부채를 부담하기로 한 결정에 동참한 적이 없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처럼 미국 국채의 이자율이 낮다면 미래세대의 부담이 그리 크지 않을 수 있고, 나아가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실시하지 않아 미국경제가 아예 망가져 버린다면 미래세대가 더 불행한 미래를 맞이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런데 미국과 그 진보파가 향유하는 ‘낮은 국채금리’라는 현실을 세계 각국 모두가 누릴 수 있는가? 우리가 심사숙고할 문제들이 있다.
첫째, 미국의 천문학적 규모의 국채발행은 경제위기 상황에서 안전자산을 갈망하는 세계의 자금을 빨아들일 것이다. 미국이 아닌 다른 국가는 미국과 경쟁해서 국채발행에 성공하려면 더 높은 금리를 제공할 수밖에 없고, 똑같이 국채를 발행하더라도 미국이 아닌 국가에서는 부의 유출을 의미할 수밖에 없다.
둘째, 그처럼 높은 수준의 금리를 감당하면서 국채의 증가속도를 늦추려면 미국보다 더 높은 경제성장률을 보여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2007-9년 경제위기 이후 세계경제 전체의 GDP 성장 속도가 점점 더 느려지고 있고 (일단 중국을 생각해보라),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America First) 정책은 미중 무역분쟁을 비롯해 세계경제의 감속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왜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가 도리어 세계경제에 L자형 침체의 위험을 더 높이는지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다루기로 하겠다.) 이런 현실을 고려할 때, 미국 진보파가 향유하는 원론상 ‘무한한’ 국채발행이란 그야말로 미국에서나 생각해볼 수 있는 옵션이 아닐까.
물론 미국 내에서도 무역적자와 재정적자라는 이중적자 메커니즘을 무한히 지속할 수 있냐는 문제에 대한 심각한 우려가 제기되지만 말이다. (미국은 무역적자와 재정적자라는 쌍둥이 적자에 직면해 있다. 미국이 저렴한 국채발행으로 쌍둥이 적자에 대응할 수는 있지만, 외국으로부터 막대한 자금의 유입은 금융불안정성을 낳을 수 있다. 그것이 바로 2007-9년 금융위기의 도화선이 되었다.)
요약하면, 국가부채란 그 부채를 궁극적으로 현 세대나 후 세대의 노동자계급이 조세로 갚아야 한다는 점에서 계급간 불의, 세대간 불의를 창출하는 메커니즘이다. 미국 진보파는 세대간 불의라는 문제는 최소한 인식하면서도 미국의 특수한 조건에서 부채를 통한 천문학적 재정정책을 옹호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정책이 세계 각국에서 모두 통용될 수 없다는 점에서 세계 각국에서 부채위기가 폭발할 가능성을 높이고 있는 셈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