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시간 노동체제와 재벌을 정점으로 한 산업체계의 문제점을 제기하자 5월 18일부터 시작된 유성기업 노동자들의 파업투쟁이 계속되고 있다. 지금까지 용역깡패를 동원한 뺑소니 살인미수, 파업 당일 이루어진 공격적 직장폐쇄, 정권의 신속한 공권력 투입, 노조위원장 포함 2명 구속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탄압이 이어지고 있다. 급기야는 이명박 대통령이 라디오 연설에서 유성기업투쟁을 ‘연봉 7천만원 받는 근로자들의 불법파업’으로 매도하며 ‘노사협력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고, 상생경제를 반드시 이루자’고 말했다. 이러한 정권과 자본의 신속하고 적극적인 탄압은 유성기업 노동자들이 한국 제조업 이윤 창출의 핵심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였기 때문이다. [%=사진1%] 저임금-장시간-고강도 노동에 대한 정당한 문제제기 전자, 자동차, 조선 등 한국의 주요 수출 산업들의 경쟁력의 원천은 낮은 시간급과 장시간 노동을 통한 비용절감, 그리고 산업 인프라, 노동관리 등의 국가적 지원이다. 경제위기 이전 2007년을 기준으로 자동차산업 노동자들의 노동시간을 비교해 보았을 때 한국의 경우 연 2,304시간으로 독일(1,350시간)에 비해 1,000시간 정도가 많으며, 선진국 중 노동시간이 길다는 일본(2,072시간)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이다. 이러한 장시간 노동이 가능한 것은 기본급 비율이 절대적으로 낮기 때문이다. 유성기업 노동자의 경우 입사 9년차의 기본급은 1,234,316원으로 시급으로 환산했을 때 약 5,900원 정도인데, 이는 현재 최저임금 4,320원보다 1,580원 더 높은 수준이다. 이러한 낮은 기본급을 보충하기 위해 유성기업 노동자들은 월 평균 30시간의 연장노동, 80시간의 야간노동, 37시간의 주말특근을 수행한다. 이러한 장시간-야간노동은 1년 6개월 동안 4명의 노동자가 자살하거나 뇌출혈, 급성패혈증 등으로 돌연사하는 비참한 결과를 낳았다. 한편 유성기업의 장시간 고강도 노동은 유성기업 사업보고서에 담겨있는 기계설비액과 목표생산량을 통해서도 드러난다. 유성기업의 기계장비가치는 2001년 141억에서 계속된 감가와 투자 부족으로 2010년 103억으로 감소하였다. 반면 목표생산량은 2001년 4,968만개에서 2010년 6,800만개로 증가하였다. 기계장비가치 감소에도 불구하고 생산량이 증가했다는 것은 그만큼 노동시간이 증가하고, 노동강도가 강화되었음을 보여준다. ‘야간노동 철폐하고 인간답게 살아보자’는 유성기업 노동자들의 요구는 바로 이에 대한 정당한 문제제기다. 구체적으로는 주간연속2교대제 시행으로 출근시간을 앞당기고 교대근무 간 시간을 없앰으로써 야간노동을 철폐하고 잔업을 근본적으로 차단하는 것, 각종 수당을 기본급으로 통합하여 초과노동수당의 비중을 낮출 것을 요구하였다. 자본은 저임금-장시간-고강도 노동을 포기할 생각이 전혀 없다 그러나 자본은 극한의 노동력 착취라는 이윤 창출방법을 포기할 생각이 없다. 6월 2일 주간연속2교대제에 대한 금속노조와 한국 간의 짧은 TV토론이 이루어졌다. 이 방송에서 주간연속2교대제 도입에 따른 생산량 감소분을 설비투자를 통해 해결하자는 금속노조 정책국장의 질의에 한국경영자총협회 경총 이호성 상무는 ‘특히 자동차산업의 경우 국제경쟁 시대에 맞춰 세계적 수요요건에 따른 부침이 심한데 설비투자를 쉽게 결정하고 쉽게 확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이해해 달라’고 답했다. 노동시간 유연화를 기반으로 호황기에는 장시간 노동으로 생산량을 높이고, 경제위기 시에는 노동시간 감소와 연동되는 임금 삭감을 통해 자본의 부담을 줄이는 현재의 전략을 포기할 수 없다는 말이다. 일부 언론에서는 유성기업이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고 하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유성기업은 계열사간 납품 단가 조정을 통해 그룹 내 이익을 경영진의 판단에 따라 분배가 가능하다. 따라서 유성기업 본사만의 매출액을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다. 연결재무제표를 통해 살펴보면 유성기업은 유성기업 본사는 적자를 이루고 있지만 그룹 전체는 2010년 157억 등 매년 100억 이상의 수익을 기록하고 있다. 또한 유성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현금화 가능한 자산은 1000억원이 넘는다. 결국 언론 보도처럼 적자기업에 유성기업은 적자기업이 아니며 노동조합이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유성기업은 노동자의 정당한 요구를 들어줄 생각이 없으며, 나아가 이번 기회에 민주노조의 뿌리를 뽑아버리고 착취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자세로 싸움에 임하고 있다. 유성기업투쟁은 자동차산업 전반의 쟁점과 결부되어 있다 한편 지난 기자회견에서 폭로된 노조파괴문건을 통해 현대자동차가 부품사 차원의 노사관계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함이 드러났는데, 이는 유성기업 노동자들의 투쟁이 일개 부품사 차원을 넘어서 현대자동차 및 자동차산업 전반의 쟁점과 결부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투쟁의 승리를 위해서는 이에 대한 다각도의 접근이 필요하다. 첫 번째로 현대자동차 등 한국 재벌들의 수직적 하청구조의 정점에서 국내 부품사에 대한 납품 단가 인하를 단행하고 이를 통해 부가가치가 이전된다는 측면이다. 이는 고스란히 부품사 노동자들의 착취로 이어지게 됨은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두 번째로 유성기업 노동자들의 요구는 이미 단사 차원의 요구를 넘어서고 있다는 점이다. 현대자동차는 2008년 및 2010년 주간연속2교대제 실시를 노사간 합의하였으나 구체적 논의에 난항을 겪고 있는 중이다. 사측은 생산량 감소를 명분으로 임금 삭감, UPH(시간당 생산대수) 증가, 인력의 전환배치 등 오히려 주간연속2교대제를 기회로 활용하려 한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 자본은 부품사 차원의 주간연속2교대제 추진이 현대자동차 노사간 논의에 영향 끼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반대로 말하면 현대자동차에서 논의 중이며 금속노조 2011년 산별 요구안에도 포함되어 있는 주간연속2교대제 관철을 위한 투쟁은 유성기업 노동자들의 투쟁으로 이미 시작되었다는 뜻이다. 마지막으로 자동차산업의 상품 공급 사슬이 산업 내 노동과정까지 확대되고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현대자동차는 독점적 공급 지위를 가지는 현대 모비스 등의 부품 계열사를 육성하여 부품사들의 원청 교섭력을 구조적으로 낮추고 있다. 나아가 현대자본은 적시 생산(JIT, Just In Time)을 극단적으로 발전시킨 직서열 생산(JIS, Just In Sequence)을 도입하는데, 이는 적시 생산을 넘어 완성차 조립 라인의 생산 계획에 부품 생산 및 공급 시간과 순서를 일치시키는 것을 뜻한다. 이를 위해서는 부품사 노동자들의 노동과정 전체가 현대자동차의 생산 계획에 종속되어야 하며, 현대자동차의 개입은 바로 이를 의도한다. 따라서 부품사 노동자들의 교대제와 노동시간 등 노동과정에 대한 요구는 재벌 대기업을 정점으로 한 현재 산업 체계에 대한 문제제기를 우회할 수 없다. 유성기업 노동자들의 파업투쟁에 연대하고 사회적 쟁점을 형성하자 우선 민주노총과 금속노조 및 진보 진영은 직장폐쇄 속에서 투쟁하고 있는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를 최대한 지원해야 한다. 금속노조는 임시대의원대회를 통해 결의한 총파업 및 총력투쟁 등 유성투쟁에 대한 공동투쟁을 시급히 조직해야 한다. 여기서 무엇보다도 현대차/기아차 등 완성차 노동자들의 연대투쟁이 필요하다. 또한 저임금에서 비롯된 장시간-고강도 노동이라는 유성기업 노동자들이 제기한 쟁점이 전체 노동자들의 공동의 문제임을 사회적으로 제기해야 한다. 나아가 유성기업에 개입하고 있는 현대자본을 공세적으로 압박하며, 재벌 중심의 수직적 하청구조와 노동의 위계화라는 문제를 제기하고, 재벌을 통제하기 위한 사회적 방안을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 서두에 인용한 라디오 연설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상생경제’의 예로 1년 반이 넘게 투쟁하고 있는 경주 발레오를 예로 들었다. ‘노동조합의 상습적 파업’에 폐업 위기에 처한 공장이 ‘노사합의’ 이후 창사 최대인 400억 가까운 흑자로 전환되었다는 것이다. 민주노조 파괴 이후 만들어진 흑자가 무엇을 통해 가능했는지 언급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그들은 차근차근 목을 죄어오고 있다. 이에 맞선 운동세력의 투쟁이 시급하다.
파업 정당했다!! 베트남 이주노동자 즉각 석방하라!! 한국 최초의 고용허가제 이주노동자 파업 지난 3월 21일, 23일과 4월 20일 경기지방경찰청은 인천 신항만 공사현장(원청 현대건설, 하청 태흥산업건설)에서 일하던 10명의 베트남 이주노동자들을 체포, 구속했다. 2010년 7월 22일, 25일과 2011년 1월 9일 한국에서 최초로 일어난 고용허가제 이주노동자의 파업 때문이다. 베트남 이주노동자 180여명은 부당한 처우에 대항하여 두 번의 파업을 벌였고, 검찰은 업무방해, 공동폭행·상해 등의 죄를 적용하여 각 징역 1년-3년이라는 중형을 구형한 상황이다. 또한 사건과 연관된 베트남 이주노동자 17명을 추가로 조사하며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뒤늦게 세상에 알려진 이 사건의 진실은 검찰과 경찰의 주장처럼 외국인들의 집단범죄행위가 아니라 이주노동자의 노동권을 부정하는 자본과 정권의 야만이며 무리하고 인종차별적인 검경의 기획수사이다. 열악한 노동조건에 처해있던 베트남 노동자들 베트남 이주노동자들은 4,110원 최저임금으로 일요일도 없이 강압적인 관리감독 하에 빠듯한 식사시간에 쫓기며 12시간씩 주야 맞교대 근무를 했다. 회사는 이윤에 눈이 멀어 하루 세끼 제공하던 식사를 2010년 6월부터는 한끼만 제공하고 나머지 두끼 식대 명목으로 한 달분 24만원을 월급에서 불법적으로 공제하였다. 또한 2011년 1월에는 회사 측이 베트남 이주노동자들이 불성실하다며 실제 근무시간 12시간 중 11시간만 인정해주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게다가 항의하면 “노동부에 신고해 쫓아내겠다.”며 협박을 일삼기까지 했다. 이주노동자의 정당한 파업을 짓밟은 검찰과 경찰의 끼워 맞추기식 기획수사 베트남 이주노동자들은 부당함에 저항하며 2010년 7월22일~25일, 2011년 1월 9일~10일 두 차례에 걸쳐 작업현장에 나가지 않고 노동력 제공을 거부했다. 누가 봐도 상식적이고, 정당한 행동이었다. 검찰과 경찰은 이주노동자들의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파업과 무관하게 벌어진 사소한 다툼을 이번 사건과 엮어 ‘강요, 업무방해, 공동폭행·상해’로 뒤집어씌웠다. 이는 ‘외국인 범죄 집중단속기간(2011.4.5-7.4)’의 성과를 위해 무고한 이주노동자들을 처벌하고, 한국에서 일어난 최초의 고용허가제 이주노동자 파업의 싹을 자르려는 파렴치한 작태이다. 공정한 법집행을 위해 검찰과 경찰은 근로기준법을 위반하고 불안정한 이주노동자의 처지를 볼모로 잡아 전횡을 일삼는 태흥산업건설을 처벌하고, 추가로 수사 중인 17명의 이주노동자들의 수사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 국적과 인종을 뛰어넘어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노동권을 위한 투쟁 사회진보연대는 헌법에 보장된 노동3권이 국적과 인종을 따지지 않고 모두에게 적용되는 사회가 될 수 있도록, 베트남 이주노동자 전원 무죄석방을 위해 투쟁할 것이다. 이번 계기를 통해 다시 한 번 확인되었듯 인종차별을 조장하고 이주노동자들을 옥죄는 고용허가제를 철폐하고, 이주노동자들의 노동권을 쟁취하기 위해 국내외 노동조합, 이주인권 단체들과 연대하여 끝까지 투쟁할 것이다. -무고한 베트남 이주노동자 즉각 석방하라!! -검찰과 경찰은 끼워 맞추기 기획수사 즉각 중단하라!! -이주노동자 노동권과 인권을 보장하라!! 2011.06.03 사회진보연대
요약 5월 18일부터 시작된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의 파업 투쟁이 계속되고 있음. 현대차 노무관리 담당자가 공장에 상주하며 개입했고, 모든 경제단체들과 보수언론들이 허위사실을 유포하며 투쟁을 매도했으며, 심지어 대통령까지 나서서 유성기업 노동자들을 비난. 유성기업은 이상한 수익 구조를 가지고 있는 기업. 유성기업 매출에서 유성기업이 직접 생산한 피스톤링과 실린더라이너의 비중은 절반도 안되는 42%. 나머지 58%는 Y&T파워텍, 신화정밀, 동성금속, 유성피엠공업 등 계열사가 만든 제품을 유성기업이 납품해서 얻는 상품 매출. 이러한 이유로 유성기업의 이익도 유성기업 자체 문제보다는 계열사의 실적에 따라 좌지우지됨. 유성기업은 계열사간 납품 단가 조정 등을 통해 그룹 차원의 이익을 경영진의 입맛에 따라 다른 계열사로 배치. 유성기업이 노린 바는 강한 민주노조가 있는 유성기업에 ‘이익’을 남기지 않겠다는 의도. 유성기업에 이익이 남지 않는다는 명분으로 민주노조를 압박해 한 푼이라도 더 임금을 내리고, 그 내린 임금만큼 노동자들이 장시간 노동으로 수입을 보충하게 하려했던 것. 유성기업그룹은 장시간 노동을 유지하며 설비 투자는 십년 넘게 거의 하지 않았음. 유성기업의 기계장비자산은 2001년 141억에서 2010년 103억으로 감소. 하지만 유성기업은 설비는 노후되도록 방치했지만 이 설비를 이용한 목표 생산량은 매년 높였음. 한 마디로 노동시간과 강도만 높여서 계속 생산량을 늘리겠다는 것. 유성기업의 설비 수준이 얼마나 노동 시간과 강도에만 의존하고 있는지는 유성기업과 같은 제품군을 생산하는 일본피스톤링사를 보면 알 수 있음. 일본피스톤링사도 피스톤링과 실린더라이너를 생산 도요타에 납품. 그런데 유성기업은 1인당 기계장비액은 일본피스톤링사의 25% 수준에 불과한데 반해 1인당 매출액은 70%가 넘음. 즉 그 설비 차이만큼을 유성시업은 노동시간 증가로 메우고 있다는 것. 유성기업은 노동조합의 요구인 주간연속2교대제를 못하는 것이 아니라 기를 쓰고 안하려 하고 있음. 심지어 유성기업은 바로 현금화 가능한 당좌자산만 1천억 가까이 보유하고 있음. 설비투자와 추가 고용을 통한 노동조건 하락 없는 2교대제가 얼마든지 가능. 이명박 정부와 현대차를 앞장세운 자본은 유성기업 노동자들에 대해 전면전을 선포했고, 현재처럼 자신들이 이윤을 위해 노동자들에게 장시간 노동을 감내하라고 요구. 유성기업은 단지 충남 충북의 한 사업장이 아니라 자본이 유지하고자 하는 한국 자본주의 생산의 쇼케이스임. 5월 18일부터 시작된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의 파업 투쟁이 계속되고 있음. 현대차 노무관리 담당자가 공장에 상주하며 개입했고, 모든 경제단체들과 보수언론들이 허위사실을 유포하며 투쟁을 매도했으며, 심지어 대통령까지 나서서 유성기업 노동자들을 비난. 유성기업은 이상한 수익 구조를 가지고 있는 기업. 유성기업 매출에서 유성기업이 직접 생산한 피스톤링과 실린더라이너의 비중은 절반도 안되는 42%. 나머지 58%는 Y&T파워텍, 신화정밀, 동성금속, 유성피엠공업 등 계열사가 만든 제품을 유성기업이 납품해서 얻는 상품 매출. 이러한 이유로 유성기업의 이익도 유성기업 자체 문제보다는 계열사의 실적에 따라 좌지우지됨. 유성기업은 계열사간 납품 단가 조정 등을 통해 그룹 차원의 이익을 경영진의 입맛에 따라 다른 계열사로 배치. 유성기업이 노린 바는 강한 민주노조가 있는 유성기업에 ‘이익’을 남기지 않겠다는 의도. 유성기업에 이익이 남지 않는다는 명분으로 민주노조를 압박해 한 푼이라도 더 임금을 내리고, 그 내린 임금만큼 노동자들이 장시간 노동으로 수입을 보충하게 하려했던 것. 유성기업그룹은 장시간 노동을 유지하며 설비 투자는 십년 넘게 거의 하지 않았음. 유성기업의 기계장비자산은 2001년 141억에서 2010년 103억으로 감소. 하지만 유성기업은 설비는 노후되도록 방치했지만 이 설비를 이용한 목표 생산량은 매년 높였음. 한 마디로 노동시간과 강도만 높여서 계속 생산량을 늘리겠다는 것. 유성기업의 설비 수준이 얼마나 노동 시간과 강도에만 의존하고 있는지는 유성기업과 같은 제품군을 생산하는 일본피스톤링사를 보면 알 수 있음. 일본피스톤링사도 피스톤링과 실린더라이너를 생산 도요타에 납품. 그런데 유성기업은 1인당 기계장비액은 일본피스톤링사의 25% 수준에 불과한데 반해 1인당 매출액은 70%가 넘음. 즉 그 설비 차이만큼을 유성시업은 노동시간 증가로 메우고 있다는 것. 유성기업은 노동조합의 요구인 주간연속2교대제를 못하는 것이 아니라 기를 쓰고 안하려 하고 있음. 심지어 유성기업은 바로 현금화 가능한 당좌자산만 1천억 가까이 보유하고 있음. 설비투자와 추가 고용을 통한 노동조건 하락 없는 2교대제가 얼마든지 가능. 이명박 정부와 현대차를 앞장세운 자본은 유성기업 노동자들에 대해 전면전을 선포했고, 현재처럼 자신들이 이윤을 위해 노동자들에게 장시간 노동을 감내하라고 요구. 유성기업은 단지 충남 충북의 한 사업장이 아니라 자본이 유지하고자 하는 한국 자본주의 생산의 쇼케이스임.
여전히 문제는 민주노조 지켜내기 2010년 7월 1일부터 시행된 타임오프제(근로시간면제제도)가 1년을 맞이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2011년 4월 말 기준 100인 이상 유노조 사업장 2,499개소 중 2,185개소가 타임오프제를 도입하여 87.4%의 도입률을 보이고 있다고 발표하였다. 또한 타임오프제 도입률은 당분간 꾸준히 증가할 것이며, 더욱 확대하기 위해 지도․감독을 강화하면서 위법․편법 사례를 적발 시정․조치하는 등 강력하게 지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획재정부 또한 타임오프제도의 공공기관 도입 현황을 발표하였는데, 2011년 3월 기준 9개월 만에 노조가 있는 193개 공공기관 중 118개 기관(61.1%)이 제도를 도입했다고 밝혔다. 도입 후 공공기관 노조 전임자수는 종전 459.5명에서 457.3명으로 2.2명 수준 감소(연간 근로시간 2,080시간 기준) 하였다. 미도입 기관도 금년 중 단체 협약이 모두 만료됨에 따라 금년 내에 제도를 도입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에 따라 공공기관이 노사관계 선진화의 선도적 역할을 수행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기획재정부와 고용노동부의 통계만 보더라도 이명박 정부가 지난 1년 동안 타임오프제를 통해 민주노조를 죽이기 위한 수순을 밟아 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전임자를 축소하고, 초법적 매뉴얼을 들이대며 노조활동을 축소하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정부는 올해 7월 1일부터 복수노조가 도입되면 현재의 타임오프 한도를 복수노조 간에 나누어 써야 한다고까지 밝히고 있다. [%=사진1%] 개별기업 투쟁의 한계 이명박 정권은 타임오프제를 통해 민주노조 자체를 말살하려 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맞서는 우리 민주노조 진영의 태세와 힘은 너무나 미약하다. 지난 1년 동안 의미 있는 대응을 하지 못했다고 말하는 것이 솔직한 고백일 것이다. 대부분의 현장에서 ‘타임오프제 투쟁은 이미 물 건너간 것 아니냐’라는 분위기이고, 총연맹 또한 손 놓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핵심사업장으로 주목했던 기아자동차도 투쟁 전선을 지켜내지 못하고 기존 전임자 234명에서 면제자 21명, 무급전임자 70명으로 줄어 전임자 수가 61.1% 감소했다. 현대중공업 노사 역시 지난해 기존 55명의 노조전임자를 30명(유급 전임자 15명, 노조 임금 지급 15명)으로 줄이는 등 많은 사업장들이 타임오프제에 대응하지 못했다. 타임오프제 투쟁 전선을 강고하게 만들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개별 사업장 대응을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기업별 체계를 넘어 초기업 단위로 단결하고, 산별노조를 건설해 총연맹으로 자원을 집중하려 했던 민주노조 운동의 노력이 이어지지 못한 것이다. 때문에 개별기업의 노조들은 사측과의 이면합의 수준으로 결론짓고 정면 돌파하지 못했고, 산별노조와 총연맹은 전체 전선을 형성하는 투쟁을 기획하지 못했다. 금속노조 한국펠저지회 사례 한편, 금속노조 인천지부 한국펠저지회와 같이 법적으로 의미 있는 판결을 낳은 곳도 있다. 한국펠저지회는 2010년 회사와 단체협상을 벌여 노조전임자 처우 및 조합 활동에 대해 현행 단체협약을 유지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고용노동부는 한국펠저 노사의 단체협약이 개정 노조법을 위반하고 있다며 지난해 9월 시정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2011년 5월 9일 인천지방법원은 고용노동부가 내린 시정명령의 효력을 정지시켜달라는 금속노조의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였다. 현재 금속노조는 한국펠저지회의 법원 결정을 계기로 여러 사업장의 시정명령 효력 정지신청을 해 놓은 상태다. 한국펠저지회의 사례는 이후 타임오프제 투쟁을 전개해나가는 과정에서도 의미 있는 영향을 미칠 것이다. 하지만 법적 다툼에서의 승리에만 기대어서는 안 된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실제 현장 투쟁을 만들고 타임오프제를 돌파하기 위한 중앙 전선을 만들어야 한다. 현대차지부의 행보 현재 타임오프제의 최대 쟁점은 현대차지부에 있다. 현대 자본의 최종 목표는 다름 아닌 현대차지부, 나아가 현대그룹의 노조들을 식물 노조로 만드는 것이다. 현대 자본은 타임오프제를 통해 기아차지부에 이어 현대차지부의 손과 발도 묶으려 하고 있다. 타임오프제는 노사 모두에 물러설 수 없는 싸움이 될 것이다. 지난 4월 1일부터 타임오프 적용 사업장이 된 현대차는 법정 노조 전임자 24명만을 인정키로 하고 노조에 법정 전임자를 지정하라고 했다. 그러나 노조가 응하지 않자 전임자 233명 모두에게 무급 휴직 발령을 낸 상황이다. 조합원수가 45,000명에 달하는 전국 최대 단위 노조인 만큼 현대차지부의 행보는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러나 현대차지부 이경훈 집행부가 그에 걸맞은 투쟁을 이끌어 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여타 대기업의 사례처럼 노사합의로 보전수당을 신설하여 조합원들이 보전수당을 조합비로 내는 방식을 택하거나, 노조에서 사내 복지시설 운영권을 획득하여 여기서 나온 재원으로 무급 전임자 임금을 충당하는 방식을 택할 가능성이 크다. 조합원들의 의견을 모으는 과정을 밟아야 하겠지만, 중요한 것은 정권과 자본은 유무급 전임자를 가리지 않고 현장 노동자들의 노조 활동 자체를 봉쇄할 의도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가 만든 유급 기준이 노조 활동의 기준으로 확장될 수도 있는 것이다. 끝나지 않은 타임오프제 투쟁 타임오프제 1년이 되는 2011년 7월 1일은 복수노조가 시행되는 날이기도 하다. 타임오프제에 따른 단체협약 체결은 전임자수와 임금지급 방식의 변화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활동가들을 노동조합 내부의 극히 실리적인 몇 가지 활동으로 옭아매 정치적인 발언이나 사회운동에 기여하는 활동을 가로막게 될 것이다. 87년 이후 민주노조를 지키려 애써온 투쟁의 역사가 물거품이 되는 것이며, 노동조합 활동가들의 활동방식이 전반적으로 변화되는 것이다. 그것은 2010년 1월 1일 국회에서 복수노조 및 전임자 관련 입법안이 통과되면서 노사 모두가 예상한 것이었다. 곧 닥쳐올 복수노조 창구단일화 법제화는 ‘결사의 자유’의 본질이라 할 수 있는 단체교섭권이나 단체행동권조차 가로막을 것이다. 타임오프투쟁은 계속 되어야 한다. 현장에서의 무기력을 극복하고 다시 출발하자. 민주노총은 민주당과의 공동 입법발의와 한국노총 공조를 넘어서는 실질적인 투쟁을 조직해야 한다. 그럴 때에만 기업 안에서만 머물러 각개 약진하는 타임오프제 투쟁을 일으켜 세울 수 있다. 이를 위해서 다음과 같은 과제를 제안한다. 첫째, 타임오프제는 개별사업장 문제가 아니다. 금속노조, 총연맹이 투쟁 전선을 만들어야 한다. 둘째, 곧이어 시행될 복수노조와도 결합되어 변화된 노동조합 상황에 대한 대응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셋째, 사업장별로 구체적인 상황을 파악하고 대응하기 위해 아래로부터 조합원 교육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여전히 문제는 민주노조 사수! 현재 시점에서 타임오프제 자체를 분쇄하는 투쟁을 전개할 수 없다면 민주노조를 지켜왔던 우리의 힘으로 노조를 지킬 수밖에 없다. 타임오프제 도입 이후 많은 노조들이 노조 재정운영방식의 변화를 고민하고 있다. 무급전임자를 두기 위해서는 조합원들이 전임자의 활동비를 책임져야 하고, 당연히도 조합비를 인상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민주노조 운동의 의미와 정당성을 대중적으로 확인하는 작업이 반드시 필요하다. 조합원들이 민주노조의 역할을 인정하고 이를 사수하기 위한 투쟁이 곧 나의 문제라는 점을 인식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사측과의 이면합의를 통해 당장의 어려움을 모면하는 방식은 결국 노조 간부들과 현장의 괴리를 확대할 뿐이다. 자본이 노리는 것이 바로 민주노조의 분열과 축소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물론 현재 전임자를 보전하기 위한 노동조합의 노력은 중요하다. 하지만 전임자임금지급의 문제는 민주노조가 지켜질 때에 의미가 있다는 점을 놓치지 말자.
유성기업 농성장에 대한 경찰의 폭력적인 침탈을 규탄한다! 이명박 정부가 또 다시 군화발로 노동자들을 짓밟았다. 24일 오후 4시 경찰은 30개 중대 3000여명의 병력을 동원해 유성기업 농성장을 폭력적으로 진압했다. 경찰은 23일 이미 조합원 9명을 대상으로 구속영장을 발부받았으며, 직장폐쇄 이후 노사 간 첫 대화가 무산되자 공장 울타리를 철거하며 농성장 진압 준비를 완료했다. 이후 24일 사측이 앵무새처럼 ‘선 농성해제 후 조합원 선별복귀’를 주장하며 교섭을 결렬시키자마자 곧바로 농성장을 침탈한 것이다. 끝까지 저항하던 조합원들은 현재 경찰에 전원 연행되었다. 23일 공개된 노조파괴 시나리오에서도 알 수 있듯 사측은 노동자들의 정당한 요구를 들어줄 생각은 전혀 없었고, 민주노조를 파괴하는 데만 관심이 있었을 뿐이다. 경총과 한국자동차경영협회 등 자본가단체들은 노조의 합법파업에 ‘연봉 7000만원’ ‘국가경제추락’ 운운하며 여론공세를 퍼부었으며, 정권은 사측의 불법적인 직장폐쇄는 묵인한 채 노조의 합법파업을 폭력적으로 침탈했다. 이 일련의 흐름은 유성기업 사측과 원청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자본, 이명박 정권이 노동조합을 탄압하고 파괴하는 데 함께 하고 있음을 분명히 보여준다. 이제 조직적이고 무자비한 탄압으로 억압한다고 노동자 민중의 정당한 요구를 억누를 수는 없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 경주 발레오만도, 구미 KEC, 대구 상신브레이크, 끊임없이 이어지는 정권과 자본의 조직적인 각개격파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 억압받는 노동자 민중의 공동투쟁과 굳건한 연대로 노동탄압 분쇄하고 민주노조를 사수하자! 유성기업 노동자들의 투쟁에 끝까지 함께 하자! 2011. 5. 24. 사회진보연대
깡패를 동원한 살인적 노동탄압, 유성기업 규탄한다! 5월 19일 새벽, 유성기업 사측은 용역깡패를 고용하여 자동차로 노동자를 덮쳐 13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용역깡패가 카니발 차량을 몰고 조합원들이 모여있는 인도로 진입한 것이다. 피해 노동자들은 경추 손상, 근육파열, 탈골 등 대부분 중상을 입었으며, “죽을 수도 있다”는 공포에 시달려야 했다. 유성기업 사측의 이같은 도발은 기존 합의를 뒤집는 행태이다. 유성기업 노사는 '주간연속 2교대제 및 월급제' 특별 교섭을 진행 중에 있었다. 자동차산업에서 당연시되는 주야맞교대를 주간연속2교대제 및 월급제로 전환하는 것은 상시적 연장 근로와 야간근로를 철폐하기 위한 것으로, 금속노조의 핵심적인 투쟁요구이다. 사측 역시 2009년 큰 틀에서 이에 합의하고 그 구체방안을 합의해나가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10여 차례의 교섭 과정에서 어떤 교섭안도 제출하지 않는 무성의한 모습을 반복해온 사측은 지난 5월 13일 갑작스럽게 ‘4조3교대안’을 제시했다. 이에 충남 아산과 충북 영동의 전체 조합원 파업찬반투표를 거쳐, 5월 18일 주간조 조합들은 2시간 부분파업을 전개했다. 부분파업 당일, 회사는 기다렸다는 듯이 아산공장 조합원에 대해 직장폐쇄를 단행했으며, 용역깡패와 회사관리자 2백여 명을 공장 안과 회사정문 앞에 배치하고 야간조 조합원들의 출근을 가로막았다. 용역깡패에 의한 자동차 뺑소니 사건은 이러한 대치상황에서 발생했다. 이러한 사건전개는 유성기업 사측의 의도가 무엇인지를 분명히 말해준다. 노동시간과 노동강도에 관한 한 치의 양보도 할 수 없다는 것이며, 노동자에 대한 살인적 도발행위로 노동자의 단결을 깨뜨리겠다는 것이다. 또한 우리는 경주 발레오, 구미KEC 등 금속노조의 각 지역별 사업장에 대한 조직적 탄압이 이루어졌다는 점을 기억해야한다. 이번 유성기업의 도발은 주간연속2교대제 시행이 확산되는 것을 두려워하는 자본의 의도를 대변한다. 하지만 장시간․고강도 노동에 맞선 노동자들의 분노는 사그라들지 않을 것이며, 사측의 도발은 더욱 강력한 투쟁과 연대의 도화선이 될 것이다. 더욱 강력한 투쟁과 단결된 힘으로 노동자에 대한 착취에 목메며 살인적 노동탄압을 일삼는 유성기업 사측에 맞선 강력한 투쟁을 전개해나가자! - 불법적 직장폐쇄 · 용역깡패 투입 규탄한다. 사측의 부당노동행위를 처벌하라! - 주간연속2교대제 쟁취하고 야간노동 철폐하자! - 정권과 자본의 탄압에 맞서 민주노조 사수하자! 2011. 5. 20 사회진보연대
야당연대로 노조법 전면 재개정? 한-EU FTA의 교훈 노조법 전면 개정,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민주노총은 노조법 전면 개정을 요구하며 8대 의제를 선정했다. ▲노동자성 및 사용자성 확대, ▲노조설립 절차 개선, ▲손배가압류 제한, ▲전임자 임금 지급 노사자율, ▲복수노조 자율교섭 보장, ▲산별교섭 법제화, ▲단체협약 해지권 제한, ▲필수공익사업 폐지 및 최소유지 업무 신설. 사실 어느 의제 하나 긴급하지 않은 게 없다 아니, 민주노조의 사활이 걸려 있다. [%=사진1%] 노동자성 확대는 특수고용 노동자의 지난한 투쟁이 웅변하듯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원청 사용자성 인정은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노동자의 투쟁 사례가 보여주듯이 간접고용 노동자 투쟁에 돌파구를 열기 위해 반드시 쟁취해야 할 과제이다. 운수, 건설, 전교조, 공무원노조의 사례처럼 정부가 설립신고증을 두고 재량권을 남용하는 상황에서 노조설립 절차 개선이 시급하고 노동조합을 탄압하는 가장 막강한 무기가 된 손배가압류와 단체협약 해지권을 제한하는 입법이 하루속히 이뤄져야 한다. 2009년 12월 이명박 정부가 관철시킨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는 노조활동을 지극히 위축시키며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는 노동조합의 교섭권과 단체행동권을 제약함으로써 노동조합의 기능을 봉쇄할 것이기 때문에 전면 개정되어야 한다. 또한 창구단일화가 산별교섭을 위협하기 때문에 자율교섭 보장과 함께 산별교섭 법제화가 이뤄져야 한다. 필수업무유지제도를 폐지하여 박탈된 공공부문 노동자의 단체행동권을 되찾아야 한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노조법 재개정을 전제로 노동계와 대화할 수는 없다"고 못을 박았고, 경총은 노조법 개정이 "노사균형의 기본 근간을 뒤엎는 발상"이라며 노동자의 요구를 원천적으로 거부한다. 민주노총은 정부와 여당, 자본가단체와 정면으로 맞붙어 노동자의 빼앗긴 권리를 되찾고 민주노조를 지켜내야 하는 중차대한 과제를 안고 있다. 야3당 공동 입법발의, 한국노총 공조가 최선의 길인가 그런데 민주노총 사업은 민주당과의 공동 입법발의와 한국노총 공조를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 민주노총은 2011년 1월 7일 '노동대책 및 노동관련법 재개정을 위한 야5당-민주노총 회의'(노동대책회의)를 구성했고, 4월 5일 한국노총과 실무회담을 거쳐 양대노총 공조를 추진했다. 그 결과로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민주당, 민주노동당, 국민참여당은 4월 29일 '민생안정과 노동기본권 확대 및 노조법재개정을 위한 야3당-양대노총 공동 입법발의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들은 ▲노동자성 및 사용자성 확대, ▲노조 설립절차 개선, ▲복수노조 자율교섭 보장, ▲전임자 임금지급 노사자율, ▲단체협약 해지권 제약에 대해 공동 입법발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산별교섭 보장, ▲손배가압류 제한, ▲필수유지업무제도 축소 및 보완 문제는 5-6월 공론화 과정을 거쳐 정기국회 전까지 입법발의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진보신당은 공동 입법발의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진보신당은 "공동발의에서 제외된 세 가지 쟁점이 결코 합의된 다섯 가지보다 부차적이라고 볼 수 없다. 민주노총이 제안한 8개의 핵심 쟁점이 거대야당이 입장을 바꿨다는 이유로 축소되어서는 안 된다"며 그 이유를 설명했다. 또한 야권연대가 "중요 쟁점을 미룬 채 진행되는 상황에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이 최근까지도 '8개의제 동시발의' 입장을 고수했기 때문에 이번 기자회견은 민주당과 합의를 위해 민주노총이 기존 입장을 변경한 것이 아니냐는 문제를 낳는다. 나머지 쟁점에 대해서도 합의를 통해 순차적으로 추진한다고는 말하지만 민주당 측에서 최근까지 계속 난색을 표명했기 때문이다. 또한 한국노총과 공조는 민주노총이 한국노총과 연대를 폐기한다는 대의원대회 공식방침이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에 검토가 필요한 쟁점이다. 궁극적인 문제는 민주노총이 민주당과 공동발의를 최우선시하고 이를 위해 양대노총 공조까지 되살려내는 게 민주노총으로서 최선의 길이냐는 것이다. 다른 길도 충분히 가능하기 때문이다. 민주노총, 한국노총 공조의 위험성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야3당이 발의한 개정안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통과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은 16명인데 이 중에서 한나라당이 압도적으로 다수(10명)를 차지하기 때문이다.(전체 의원 수는 한나라당 171명, 민주당 87명이다.) 따라서 민주노총이 추진한 공동발의는 이번 18대 국회 내에서 그대로 통과되기 어렵다. 만약 18대 국회에서 실제 노동법 개정을 추진할 경우 민주노총의 원래 목표가 크게 왜곡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일단 한국노총이 큰 변수다. 올해 1월부터 경총이 '총연합단체 공익사업 후원금' 지급을 중단하면서 한국노총의 기업파견자 120명이 월급을 받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그에 따라 한국노총은 상급단체 파견자에 대한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 예외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민주당은 노동대책회의에서 전임자 임금과 복수노조 문제 외에 나머지 요구에 대해서는 빠른 시일 내에 당론 확정이 어렵다는 변명으로 논의를 회피하곤 했다. 민주당의 경우 내심으로는 2009년 12월 이명박 정부가 손댄 부분, 즉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 문제와 전임자 임금지급 문제만 다시 약간 손질한다는 입장으로 일관했던 것이다. 또한 한나라당 일각에서도 "한국노총 상급단체 파견자 임금지급 문제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 제기된 바 있다(김무성 원내대표, 3월 11일). 만약 국회 입법을 두고 협상을 하게 될 경우 한나라당, 민주당, 한국노총의 정치적 계산법에 따라 민주노총은 언제라도 소외될 수 있다. 이는 지난 역사가 우리에게 가르쳐 주는 교훈이다. 야당연대로 노조법 전면 재개정? 한-EU FTA의 교훈 또한 이번 공동 입법발의는 노조법 전면 재개정 운동의 주도권을 민주노총 스스로 민주당에 넘겨주는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문제 해결의 주체가 민주노조운동이 아니라 민주당이 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민주노총이 노조법 전면 개정의 정당성과 8대 요구를 중심으로 대중적 운동을 형성하여 주도권을 쥐고 정부와 정당들을 압박하는 것이 아니라 민주당에 의존하게 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아무런 대중운동의 성과도 남기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는 5월 1일 노동절 대회 축사에서 "우리는 2012년 정권교체를 위해 노동자들의 기본권을 지키고자 하는 정당과 폭넓게 연대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민주노총이 노조법 개정을 위해 2012년 총대선에서 야권연대, 곧 민주당을 지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과 다름없다. 따라서 이번 공동 입법발의가 2012년 총대선에서 야권연대를 추진하는 특정 정치세력의 정치프로그램에 따라 추동된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될 수밖에 없다. 즉 민주노총이 민주당을 지지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드는 계기로 활용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의 약속은 얼마나 신뢰할 수 있을까? 최근 한-EU 자유무역협정(FTA) 사례는 우리에게 현실을 말해준다. 민주당은 5월 4일 한-EU FTA 비준동의안 처리를 위해 국회를 연다고 한나라당과 전격 합의했다.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의원들은 한·EU FTA 처리가 "4·27 재보궐선거 승리를 위한 야 4당 정책연합 합의문에 위배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기자회견문은 "민주당은 어떻게 야4당 합의문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이를 파기하는가"라고 말한다.) 물론 민주당 내 일부 의원이 합의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이는 민주당 내에 일종의 역할분담 게임처럼 보인다. 민주노총, 대중운동을 통해 민주노조운동의 구심으로 거듭나야 한다 한국노총은 전북 버스노조 투쟁 사례처럼 여전히 사측과 야합해 지도부는 검은 돈을 챙기면서 조합원을 짓밟는 행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국노총은 지금도 노사정위원회에 참여하여 '사내하도급 가이드라인'을 만들면서 불법파견에 면죄부를 주고 있다. 한국노총 이용득 위원장은 2006년에 복수노조 허용 3년 유예에 사용자들과 합의했다. 한국의 민주노조는 한국노총의 반노동자 행태를 아직 완전히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복수노조 시대를 목전에 두고 있다. 민주노총은 노조법 전면 개정을 위한 운동이 민주노조운동의 구심으로 스스로 자리매김하는 계기가 되도록 해야 한다. 민주당에 청원하고 한국노총과 공조를 취하는 것은 민주노총의 목표가 왜곡되거나 실종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이제 민주노총은 자기 자신의 힘으로 장벽을 깨부수어야 한다. 현재 그 길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우리 모두는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다른 길이 있을 수 없다. 현장에서부터 우리 모든 노동자의 힘을 모아 노조법 전면 개정을 쟁취하고 민주노조 운동의 새로운 길을 열어야 한다. 노동자 대중의 힘에 근거하지 않은 운동은 민주당을 비롯한 여야정당에 의해 반드시 왜곡되거나 악용되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만 한다.
미국 노동조합의 무역, 노동기준 연계 전략에 대한 평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한국 정부가 서명한 FTA에 노동조항(labor provision)이 포함되는 최초의 사례다. 이는 미국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한국정부는 미국정부가 제시한 핵심 노동조항에 대해 부정적 의사를 표명했지만 미국은 의회비준의 전제조건이라며 2007년에 수정안까지 제시하고 결국 관철시켰다. 미국노총(AFL-CIO)은 1990년대 중반 이후 무역협정에 체결국의 노동ㆍ환경기준을 향상시키기 위한 조항이 포함되어야 한다는 무역, 사회조항 연계를 요구했다. 미국 정부는 FTA에 대한 지지를 끌어내려는 목적으로 이러한 요구를 일부 수용했다. 하지만 AFL-CIO는 한미 FTA에 대해 노동ㆍ환경조항이 여전히 미흡하고 실패한 무역모델을 답습하고 있다며 분명한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이 글은 다음과 같은 문제를 다루고자 한다. 첫째, 미국식 FTA 모델에서 노동조항은 어떤 기본구조와 특징을 지녔는가. 둘째, 한미 FTA의 노동조항은 미국이 그 이전에 체결한 것에 비해 어떤 차이가 존재하는가. 셋째, 1994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발효 후 노동조항 이행은 어떻게 이루어졌는가, 긍정적 결과를 낳았다고 평가할 수 있는가. 넷째, 그에 비추어 볼 때 한미 FTA 노동조항은 조금이라도 유의미한 효과를 발휘할 수 있겠는가. 다섯째, 미국 노동조합이 추구하는 국제적인 노동권 강화는 어떤 맥락에서 제시되었는가, 그 함의는 무엇인가. 여섯째, 미국 노동조합이 그 수단으로 제시하는 무역 노동기준 연계에 대해 한국 노동자운동은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한미 FTA 노동조항의 기본 구조와 특징 1994년에 발효된 NAFTA는 미국이 맺은 FTA에 노동조항이 포함된 최초의 사례다. NAFTA에는 노동ㆍ환경조항이 부속협정 형식으로 포함되었다. 이중 노동협정을 북미노동협력협정(NAALC)이라고 부른다. 또한 미국이 맺은 양자 간 FTA에서 노동조항이 설치된 최초의 사례는 2000년 10월에 체결한 요르단과의 협정이다. 2003년 이후 미국이 체결한 14개국과의 FTA에도 노동조항이 포함되었다. 이스라엘과 맺은 협정만 예외다. 한미 FTA 노동조항의 원형은 북미노동협력협정이기 때문에 핵심적 특징을 공유한다. 그렇다면 북미노동협력협정의 특징은 무엇인가. 첫째, 협정 체결국에 대해 노동법이나 기준을 상호조율하거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지 않는다. 둘째, 협정 체결국에 노동관련 당국(노동부)을 대체할 새로운 노동법 집행기관의 설립을 요구하지 않는다. 셋째, 노동 분쟁과 관련하여 고용주의 유죄 여부를 판결하거나 위반자들에게 시정조치를 명령하기 위한 증거를 수집하는 초국가적인 법원을 설립하지 않는다. 결국 북미노동협력협정의 핵심개념은 체결국이 법 내용이나 법 집행 권한 및 절차에 대해서는 주권을 유지하되 체결국이 ‘자국의 노동법을 효과적으로 집행(enforcement)’하도록 촉진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체결국은 공동으로 노동 문제와 노동법 집행 문제를 검토할 수 있는 제도를 수립해야 하며, 이는 구체적으로 당사국이 국내 노동법의 집행 현황에 대한 국제적, 독립적인 비판적인 검토와 평가, 심지어 중재의 가능성을 수용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한미 FTA의 기본 특징은 큰 틀에서 NAFTA과 거의 유사하다. 하지만 큰 차이가 있다면 분쟁해결 절차가 NAFTA의 사례처럼 중재를 통한 노동환경 개선보다 직접적인 무역제재에 상당히 무게를 싣는 형태로 최종 타결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먼저 한미 FTA 노동조항의 기본구조를 살펴보고 그 의미와 특징을 검토하자. 1) 한미 FTA 노동조항의 기본구조 한미 FTA의 19장은 노동조항으로 구성되어 있다. (따라서 이를 노동 장(labor chapter)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글에서는 두 표현을 모두 사용한다.) 노동 장은 양국 정부가 국제노동기준 준수를 위해 다음과 같은 의무를 부담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첫째, 국제노동기준을 법제화해야 한다. “작업장에서의 기본원칙 및 권리에 관한 국제노동기구의 선언과 그 후속조치에 기술된 대로 자국의 법 및 규정, 그리고 그에 따른 관행에서 다음의 권리를 채택하고 유지한다. 가. 결사의 자유 나. 단체교섭권의 효과적인 인정 다. 모든 형태의 강제적 또는 강요에 의한 노동의 철폐 라. 아동노동의 효과적 폐지, 그리고 그 협정의 목적상 가혹한 형태의 아동노동의 금지 마. 고용 및 직업상의 차별의 철폐.” (19.2조 기본노동권 1항) 둘째, 무역, 투자 촉진을 위해 국제노동기준을 저하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어느 쪽 당사국도 양 당사국간의 무역 또는 투자에 영향을 미치는 방식으로 [19.2조 기본노동권] 제1항을 이행하는 자국의 법률 또는 규정의 적용을 면제하거나 달리 이탈하거나, 또는 적용을 면제하겠다거나 달리 이탈하겠다고 제의하지 아니한다.” (19.2조 기본노동권 2항) 셋째, 국제노동기준이 반영된 노동법을 효과적으로 집행해야 한다. 노동권에 대한 절차적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어떠한 당사국도 이 협정의 발효일 이후, 양 당사국간 무역 또는 투자에 영향을 미치는 방식으로, 작위 또는 부작위의 지속적 또는 반복적 과정을 통하여 19.2조 제1항에 따라 자국이 채택하거나 유지하는 노동법을 포함한 자국의 노동법을 효과적으로 집행하지 못하여서는 아니 된다.” (19.3조 노동법의 적용 및 집행 1항) “각 당사국은 특정한 사안에 있어서 자국 법에 따라 인정된 이해관계를 가진 인이 자국 노동법의 집행을 위한 재판소에 대한 적절한 접근권을 가지도록 보장한다. 그러한 재판소는 행정·준사법·사법 또는 노동재판소를 포함할 수 있다. 각 당사국은 자국 노동법의 집행을 위한 그러한 재판소의 절차가 공정하고 공평하며 투명할 것을 보장한다.” (19.4조 절차적 보장 및 대중 인식 1항, 2항) 넷째, 국제노동기준 준수를 담보할 수 있는 장치를 도입, 운영한다. 즉 공중의견제출제도, 정부 간 협의절차, 분쟁해결제도를 통해 국제적으로 인정된 노동권을 보호한다. 이를 간략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한국과 미국 정부는 노동 장을 이행할 목적으로 노동부 내에 접촉선 역할을 하는 부서를 지정한다. (NAFTA의 경우, 행정사무국(NAO)이라고 불렀다.) 접촉선은 노동 장과 관련된 사안에 대해 한국과 미국의 개인, 집단이 제출한 의견을 접수하고 신속하게 검토한다. 이를 공중의견제출제도라고 부른다. 그리고 당사국은 상대방 접촉선을 통해 협의를 요청할 수 있다. 양국은 만족스러운 해결에 도달하기 위해 신속히 모든 시도를 취하며, 어떤 사람이나 기관에 자문이나 지원을 구할 수도 있다. 협의가 사안을 해결하지 못하는 노동협의회를 소집할 수 있다. 노동협의회는 한미 양국의 노동부와 그밖의 적절한 기관, 부처의 고위 공무원으로 구성되는 것으로 노동 장의 이행을 감독하는 기관이다. (이를 정부 간 협의절차라고 부른다.) 노동협의회가 60일 이내에 사안을 해결하지 못하면 일반분쟁해결절차가 개시된다. 2) 한미 FTA 노동조항의 특징 ① 국제노동기준의 법제화 조항 우선 ‘국제노동기준을 법제화해야 한다’는 의무가 곧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을 의무화한 것이 아니라 다만 핵심 노동기준을 자국 노동법과 관행으로 채택, 유지하도록 한다는 것을 정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특히 미국은 핵심 협약을 비준한 경우가 한국보다 더 적기 때문에 한미 FTA 체결이 양국 정부에 협약 비준 압력을 행사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그런데 한미 FTA에서 법제화 의무를 규정한 표현이 과거 미국이 맺은 FTA에 비해 더 강해졌다는 점이 특기할 만하다. 예를 들어 미국-싱가포르 FTA은 “노력해야 한다”(shall strive to~)는 문언 형식을 취해서 국내법 정비는 체결국의 법적 의무라기보다는 일반적 노력의무로 간주될 수 있었다. 반면 한미 FTA는 “해야 한다”(shall~)는 문언 형식을 취했다. 하지만 여전히 한국 정부는 “ILO 기본권선언은 ILO 미비준국가인 경우에도 기본권에 관한 원칙을 존중, 증진, 실현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바 이는 ILO 회원국으로 당연하게 준수하고 있는 의무이기 때문에 한미 FTA로 인해 추가적인 의무가 발생하는 것이 아니며, 그 자체로 국내법령을 제ㆍ개정할 의무가 발생하는 것은 아님”이라고 밝히고 있다(노동부, ‘한미 FTA 노동분야 추가협의 결의’, 2007.6.29). 또한 노동부는 의무 위반으로 분쟁대상이 되기 위해서는 무역투자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상대국이 입증해야 하므로 실제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은 많지 않다고 주장하였다. 결국 한국 정부는 기본노동권 법제화 조항이 담겨 있다고 하더라도 기본 협약을 비준할 필요도 없고, 국내 노동법을 개정할 필요도 없다고, 즉 아무 것도 바뀌는 것은 없다고 주장하고 있는 셈이다. ② 무역, 투자를 촉진을 위한 노동기준 저하 금지 조항 이 조항은 협상 과정에서 양국 정부 간 핵심 쟁점 중 하나였다. 한국 정부는 국제기준을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국내 노동법의 보호수준을 조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었고, 미국 정부는 국내 노동법의 기존 보호수준은 저하될 수 없다는 입장을 제시했다. 한국 정부는 현행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서 국내 노동법에 대한 예외를 인정하는데(예를 들어 경제자유구역에서는 무급 주휴를 인정한다), 이 조항이 국내 노동법상 보호수준을 저하는 것으로 해석되어 분쟁의 소지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한 것이다. 기업의 입장에서 이 조항에 우려를 표명한 또 다른 논리를 보면, 미국은 ‘해고의 자유’ 법리를 채택하고 있으나 한국은 해고에 정당한 사유가 존재하는지 여부를 사용자가 입증하지 않으면 고용관계를 정리하기 어렵다. 따라서 미국은 노동시간과 임금에 관한 규제를 면하기 위해 고용관계를 종료시키는 게 수월하지만 한국은 해고가 제한되기 때문에 노동시간과 임금에 관한 규제 완화를 추진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분쟁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 정부는 이 조항에 반대했지만 결국 협정문에 포함되었다. 하지만 노동부는 이 역시도 “기본 노동권이 아닌 사항에 대해서까지 금지하는 것은 아니며, 기본 노동권 관련 사항에 대해서도 기본 노동권에 위배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기준을 낮추어 적용하는 경우까지 금지하는 것은 아님”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노동부는 “한국 노동법에서만 규율하고 있는 것이 확실한 연차 휴가, 휴일은 협정문 적용대상이 되지 않음을 명백히 했다”고 밝혔다. 또한 “향후 노동협정의 이행을 관장하는 기구인 노동협의에서 양국 노동법을 비교 검토할 수 있도록 하였다”고 하여 협정문 적용대상의 ‘형평성’을 확보하겠다, 즉 한국에서 임금과 노동시간의 규제 완화를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표명하고 있다. ③ 노동법의 효과적 집행, 절차적 권리(사법적 권리) 보장 우선 협정이 지시하는 바가 체결국 정부가 모든 노동법이 아니라 협정문에 명시된 국제노동기준과 직접 관련된 노동법에 한해 효과적인 집행 의무를 담당해야 한다는 의미라는 사실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각 당사국들은 법 내용이나 법 집행 권한, 절차와 관련하여 주권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협정 문안에는 “이 장(19장 노동)의 어떠한 규정도 당사국의 당국이 다른 쪽 당사국의 영역에서 노동법 집행활동을 수행하도록 권한을 부여하는 것으로 해석되지 아니한다”(19.4조 절차적 보장 및 대중 인식 2항)는 조항이 포함되어 있다.) 한편 북미노동협력협정에는 ‘사법부의 판결이 수정되거나 재검토되지 않는다’고 명시했고, 미국-호주 FTA도 ‘노동협정상 어떠한 규정도 당사국 사법부의 재판에 대한 심사요구로 해석되어서는 안 된다’는 규정을 별도로 두었다는 점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 법률 ‘집행’ 개념을 넓게 해석하여 입법과 사법도 포함되는지가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사법의 경우는 사법기관의 판단이 타당한가 여부를 두고 양국 간 주권이 마찰할 소지가 있다는 문제가 있다. 따라서 미국이 추진하는 노동조항은 사법기관의 구체적 판례가 논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면서 다만 ‘절차적 권리 보장’, 즉 사법절차의 공정성, 객관성, 투명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조항이 담겼다. ④ 공중의견제출제도, 정부간 협의절차, 분쟁해결제도 우선 공중의견제출제도는 양국 정부의 행정 조치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지 개별 기업의 행위 그 자체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 즉 기업의 노동법 위반 사례가 있을 경우 해당국 정부가 노동법에 따른 시정 조치를 지속적으로 집행하지 않을 경우에 문제를 삼는다는 것이다. 협상 과정에서 한국 정부는 공중의견제출제도, 분쟁해결제도가 새로운 제도이며 도입될 경우 정치적, 행정적 부담이 과다하게 발생할 수 있다는 근거로 수용이 어렵다고 주장했다. 반면 미국 정부는 의회비준의 전제조건이라고 강조했고, 결국 제도들이 도입되었다. 그런데 한미 FTA 노동 조항의 분쟁해결 절차는 정부 간 협의를 통한 노동환경 개선을 넘어서 직접적인 무역제재 가능성을 약간 더 확대했다는 특징을 지닌다. 첫째, 한국 내에서는 ‘공중의견제출제도의 오남용을 막기 위해’ ▲자국의 협정문 위반사항에 대해서는 이의 제기를 허용하지 않거나(북미노동협력협정은 심의대상 범위를 타당사국 영토에서 발생하는 노동법 관련 사항으로 규정했다) ▲각국의 협정문 이행기관이 먼저 의견을 접수하여 스크린한 후 상대국에 통보, 협의하는 방식을 취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다. 그러나 한미 FTA 노동 장에서는 이러한 제한이 가해지지 않았다. 둘째, 북미노동협력협정은 노동기준을 세 영역으로 구분하여 각각 이행절차를 달리하지만, 한미 FTA 노동 장은 그러한 명시적 구분이 없다. 셋째, 2007년 4월 타결안은 노동 장의 모든 의무 불이행을 특별분쟁해결절차에 따르도록 하였지만, 6월 재협상안은 일반분쟁해결절차와 연결하여 일반 상품관련 분쟁과 동일한 해결절차를 적용하기로 했다. 특별분쟁해결절차에 따르면 분쟁해결심판기구의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는 경우 무역제재 전에 벌과금을 부과하며(건당 최대 1,500만 달러), 납부된 벌과금은 공동위원회가 설치한 기금에 납부되어 위반국의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 사용된다. 하지만 일반분쟁해결절차를 따르게 되면 시정명령 위반에 대해 바로 무역제재가 가능하다. 위반국의 선택에 의해 벌과금 납부도 가능하나, 이는 제소국에 주는 배상의 성격을 띠게 된다. 따라서 한미 FTA 노동 장의 최종 타결 문안이 변화했다는 것은 그만큼 협정문상 의무 이행 강제력이 커졌다는 것을 뜻한다. 하지만 여전히 강력한 제약이 동반된다는 사실도 확인해야 한다. 첫째, 협정 위반에 대한 제소가 모두 접촉선에 의해 검토되는 것은 아니다. 협정 부속서한에 따라 ▲자국에서 먼저 구제절차를 요청하지 않거나 ▲ILO에서 검토 중인 사안이 결론이 나기 전이나 ▲중복, 유사한 내용을 복수로 공중의견을 제출하는 것은 검토 대상이 되지 않도록 할 수 있다. (이는 북미노동협력협정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둘째, 한미 양국은 무역이나 투자에 끼치는 효과가 입증될 수 있는 실질적인 경우에만 분쟁해결절차에 회부한다는 내용의 미 무역대표부 명의의 서한을 한국 측에 송부키로 하였다. 따라서 한국정부는 노동 장 관련 사안이 실제 분쟁해결절차에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북미노동협력협정의 이행 사례와 함의 그렇다면 만일 한미 FTA가 비준, 발효된다면 노동 장은 어떤 기능을 할 것인가. 아직 한미 FTA가 비준, 발효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이를 예측하는 것은 이른 일이다. 하지만 NAFTA의 이행 사례를 검토하면서 노동 장에 대한 평가 시각을 가다듬을 수 있다. NAFTA가 발효된 1994년 이후 2005년까지 제기된 공중의견제출제도 사례는 총 34건이다. 위반 국가별로 보면 미국정부 11건, 캐나다 정부 2건, 멕시코 정부 21건이다. 기본권 유형별로 보면 결사의 자유와 단결권 사항 25건, 단체교섭 관련 사항 11건, 파업권 관련 사항 3건, 아동노동 관련 사항 2건, 채용·고용상 차별 관련 사항 5건, 최저근로기준 관련 사항 12건, 산업안전보건 15건이다(사항별 중복 가능). 정부조치 유형별로 나누면 노동법 집행, 절차적 권리보장 관련 사항이 대부분이며, 노동입법에 관한 사항은 1건이다. 처리 결과를 보면 검토 거부 8건, 공청회 개최 16건, 장관급 회의 개최 14건으로 중재패널 단계까지 가거나 집행추징금 또는 무역제재가 가해진 경우는 없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NAFTA는 기본 노동권 사안별로 이행 단계를 달리했다는 사실에 유의해야 한다.) 그럼 몇 가지 사례를 보자. 1) 북미노동협력협정 이행 사례 ① 1994년 멕시코 마킬라도라 소니(MDM) 사례 이 사건은 1994년 1월 NAFTA가 발효된 후 미국 행정사무국이 접수한 세 번째 사례다. MDM은 소니 자회사로 멕시코 마킬라도라에 5개 공장을 운영했다. 1994년 10월 국제노동권기금, 멕시코 전국민주법률가연합, 마킬라도라정의연합, 미국친우봉사회 등 4개 단체는 멕시코 정부가 결사의 자유에 관한 의무를 위반했다고 제소했다. 제소자는 노동자가 노동조합을 조직하려고 시도하자 MDM 회사 측이 위협과 압력을 가하고 결국 해고를 자행했으며, 회사 경영진이 기존 노동조합과 지역 당국과 결탁하여 경영진의 요구에 순응하는 노동조합 지도부를 선출하려 했으며, 멕시코 당국은 독립노조의 등록을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최저임금, 노동시간 등 노동기준에 관한 제소도 있었으나 ‘멕시코 노동법에 따라 멕시코에서 먼저 구제절차를 요청하지 않았다’는 근거로 검토 대상에 포함되지 못했다.) 제소자의 요청사항은 ▲미국 NAO가 NAALC 16항 규정에 따라 사건을 검토할 것 ▲미국 NAO가 텍사스 라레도에서 공청회를 열고 증인을 위해 통역과 비자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 ▲멕시코가 소니사에 국제협약과 자국 노동법을 준수하도록 요구할 것 ▲미국 NAO가 NAALC 22조에 따라 장관급 협의를 열도록 미국 노동부장관에게 권고할 것이었다. NAO는 절차 가이드라인에 따라 접수된 진정 건을 심사대상으로 할 것인지를 60일 내에 결정해야 하며, 공개보고서를 120일 내에 공표해야 했다. NAO 심사의 목적은 MDM사가 멕시코 노동법을 위반하였는지 여부를 가려내는 것이 아니라 멕시코 정부가 NAALC에 규정된 의무, 즉 ▲결사의 자유를 보장하도록 자국 노동법을 효과적으로 집행하고 ▲노동법과 단체협약이 시행되도록 재판소에 적절한 접근권을 가지도록 하며 ▲재판소의 절차가 공정, 평등, 투명하게 진행되도록 보장하였는지 여부를 검토하는 것이었다. 특히 북미노동협력협정에서 결사의 자유 사안은 (한미 FTA와 달리) 무역제재의 대상이 되지 못하고 장관급 협의까지만 가능하기 때문에 이를 전제로 하여 심사가 진행되었다. 미국 NAO는 1995년 2월 13일 멕시코 샌안토니오에서 공청회를 개최했고(NAO는 공청회의 목적이 공중에게 이 사안에 관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일 뿐, 개인적 권리에 대한 재판을 하기 위한 것이 아님을 분명히 밝혔다), 1995년 4월 11일 공개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노동자들이 퇴직금을 수령하도록 회사의 압력이 있었고 노조활동에 대한 협박이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하면서 노동조합 등록절차에 대해서 장관급 협의 대상이 되도록 권고했다. 이는 복직, 체불임금 지급, 교섭명령과 같은 개별적인 권리구제 문제는 당사국 자치의 영역으로 둔 북미노동협력협정의 원칙에 따른 것이다. NAO 보고서 발표 후 미국 로버트 라이히 노동부장관은 멕시코 산티아고 오나테 노동사회복지장관에게 장관급 협의를 요청하여, 1995년 6월 26일 장관회의에서 아래와 같은 합의를 도출했다. ▲노동조합 등록과 확인에 관하여 시행체계를 개선하고 공중의 이해를 돕기 위한 협동 세미나를 3회 개최한다 ▲노동조합 등록 및 그 시행체계에 관한 연구를 멕시코 노동사회복지부 후원으로 3명의 독립적 노동법 전문가가 실시한다 ▲멕시코 노동사회복지부 공무원이 MDM사 관계자, 기존 노조와 독립노조 관계자 등과 미국 NAO 보고서 내용에 대해 협의한다 ▲이상의 모든 조치 결과에 대해 공표한다. ② 1997년 멕시코 마킬라도라 기업의 임신 검사 사례 1997년 5월 미국과 멕시코의 노동, 인권단체(인권감시, 국제노동권기금, 멕시코민주법률가연합)는 미국 행정사무국에 “멕시코 마킬라도라에서 정부가 용인하는 광범위한 성차별이 자행되고 있다”고 제소했다. 즉 고용주가 여성 구직자에게 임신 검사를 요구하고 양성으로 판정될 경우 채용을 거부하고 임신한 노동자의 경우 퇴직 압력을 행사함으로써 3개월 유급 출산휴가를 회피하고자 했고, 당국은 이를 때로는 태만히 여기거나 때로는 공공연하게 지지함으로써 북미노동협력협정이 규정한 멕시코 정부의 의무를 위반했다는 것이었다. 1998년 1월 미국 행정사무국은 이를 확인하는 보고서를 발표했고 1998년 10월 장관급협의에 참가한 캐나다, 미국, 멕시코 노동부 장관은 몇 가지 프로그램에 합의했다. 여기에는 정부 공무원이 참가하는 워크숍, 여성 노동자 지원, 성차별 이슈에 대한 국제회의가 포함되었다. 또한 지목된 기업 중 일부는 임신 검사를 중단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고, 의회 야당은 임시검사 금지를 명확히 밝히는 입법을 도입했다. 하지만 제소에 참가한 단체가 1998년 12월에 발표한 후속 보고서에 따르면 임신 검사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던 기업이 여전히 임신 검사를 지속했다. ③ 1998년 미국 워싱턴 주 사과 산업 사례 1998년 멕시코 노동, 인권 단체는 미국 노동법이 워싱턴 주 사과 산업 노동자의 기본권을 보호하는 데 실패했다고 제소했다. 즉 농장노동조합의 단결권과 단체교섭권에 대한 법적 보호가 결여되어 있고, 이주노동자에 대한 차별이 존재하며, 보건·안전 관련 위반이 광범위하며(농약의 위험), 전국노동관계위원회(NLRB)와 직업안전보건국(OSHA)과 같은 노동법 집행기관의 예산이 삭감되었으며, 두 개의 주요 사과 포장선적기업 고용주가 노동조합 대표자 선거에 개입하여 위협과 협박을 가했다는 것이었다. 미국의 거대 사과 생산업체에 속한 과수원과 창고에 고용된 노동자는 45,000명을 넘었고 대부분은 멕시코 출신이었다. 제소자는 멕시코 정부가 노동협력협정이 규정한 검토, 자문, 평가, 중재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을 촉구했다. 이는 안전ㆍ보건 문제를 포함하고 있었기 때문에 금전적 제재까지 가능한 사안이었다. 따라서 미국 기업은 큰 충격을 받았고 일부 기업 지도자는 노동협력협정이 개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멕시코의 행정사무국은 1999년 8월 보고서를 발간했고, 장관급협의의 결과로 2000년 5월 18일 공동성명이 발표되었다. 성명은 행동계획으로서 정부 간 회의를 워싱턴과 멕시코시티에서 개최하고, 미국 행정사무국이 워싱턴과 야키마에서 공개포럼을 조직하며, 미국ㆍ멕시코ㆍ캐나다 삼국이 이주노동자에 관한 지침을 발표하기로 했다. ④ 1998년 캐나다 맥도날드 직장 부분 폐쇄 사례 1998년 10월 퀘벡노동동맹, 국제노동권기금, 전미트럭운전사노동조합(팀스터스)은 퀘벡 세인트허버트의 맥도날드 식당이 노동조합 등록 직전에 폐쇄했다고 제소했다. 퀘벡 법원은 노동조합을 회피하기 위한 부분 폐쇄를 허용했고, 맥도날드는 그 식당이 체인의 일부라고 주장했다. (미국은 부분폐쇄를 금지하지만 전면폐쇄는 허용한다.) 따라서 이는 북미노동협력협정에서 사법권이 문제가 된 첫 번째 사안이었다. 1998년 12월 미국 행정사무국은 맥도날드 사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고, 1999년 4월 미국과 캐나다 행정사무국, 제소자, 캐나다 노동부 사이에 합의가 이뤄졌다. 퀘벡 정부는 직장폐쇄에 관한 주 노동법을 검토하는 특별위원회를 설치하고 그 문제에 관한 법률적 구제책을 세우겠다고 약속했다. 2) 북미노동협력협정에 대한 평가시각 북미노동협력협정에 대해 미국 노동계 내에 일부 긍정적 평가가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다. 즉 공중의견제출제도와 공개청문회에서 노동기준 미준수가 심의되고 이것이 국내 여론을 불러일으켜 정부의 태도 변화나 기업의 협력을 유도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또한 멕시코 정부의 기본권 침해에 대해 미국 노동단체가 미국 행정사무국에 제소하거나, 미국의 침해에 대해 멕시코 노동단체가 멕시코 행정사무국에 제소함으로써 노동조합, 인권단체의 연대가 강화되는 계기로 활용되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 노동조합은 그것이 명확한 한계를 가지고 있다고 간주했다. 예를 들어 가장 핵심적인 노동기준인 결사의 자유를 확보할 수 있는 수단이 미비하고, 심지어 가장 높은 단계의 이행조치도 실질적인 무역제재로 기능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집행추징금은 협정 위반국의 노동법 집행을 개선하는 데 사용된다.) 위의 MDM 사례에서 NAO의 장관급 협의 보고서도 “모든 법적인 수단을 촉구했음에도 불구하고 독립노조를 등록시키기 위한 시도는 실패했고, 해고된 노동자들은 여전히 복직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들의 해고에 정당한 이유가 있거나 적절한 퇴직금을 받았을지는 몰라도 그들의 해고가 독립노조 설립과 우연의 일치라고 볼 수 없다”고 언급하여 이러한 한계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미국 AFL-CIO는 NAFTA와 그 후 체결된 양자 간 FTA가 “단 하나의 노동권 관련 의무, 즉 정부가 자국의 노동법을 집행해야 할 의무만이 분쟁해결 체계를 통해 실제로 강제될 수 있다. 노동 장에 포함된 다른 모든 의무는 명백히도 분쟁해결 체계로 다뤄지지 않으며 따라서 완전히 강제될 수 없다. 당사국은 ILO 기준을 충족해야 할 의무를 지니지 않으며, 협정 하에서 어떤 제재도 받지 않고 자국의 노동법을 심지어 약화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캐나다 노동조합 역시 북미노동협력협정이 ILO가 인정하는 기본적인 노동권조차 보장하지 못하며 그 절차가 너무 복잡하여 많은 시간과 비용을 요구하여 거의 실효성이 없다고 보았다. 3) 한미 FTA 노동 장에 대한 미국 노동조합의 평가 시각 그렇다면 북미노동협력협정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에서 볼 때 한미 FTA 노동 장은 어떠한가. 미국 AFL-CIO와 주요 산별노조가 참여하는 노동자문위원회가 2007년 4월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상공회의소는 무역촉진권(신속협상권)의 목표를 충족하도록 노동 장을 협상하는 데 시종일관 실패하였다.” 즉 ▲ILO의 핵심 노동기준을 준수할 의무를 강제하기 위한 조항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 ▲또한 무역과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국내 노동법이 제공하는 보호수준을 악화시키지 못하게 막을 수 없다, ▲ILO의 핵심 노동기준인 고용 차별에 관해 한국 정부가 노동법을 효과적으로 집행하도록 요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게다가 한국의 노동관계에 저개발국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억압, 폭력, 분쟁이 없다는 인식도 잘못된 것이다. 최근 ILO가 제출한 보고서를 보더라도 한국 정부는 ▲노동조합 활동을 제한하기 위해 체포와 고소를 활용하며 ▲사업장 수준에서 복수노조를 금지하며 ▲노동조합 전임자 임금 지급을 금지하며 ▲필수공익사업장에 포함되는 공공서비스 범위가 지나치게 넓고 ▲부당한 정리해고가 자행되며 ▲노동기본권을 거부하기 위해 비정규 고용관계를 활용하며 ▲공무원노동조합을 폭력적으로 억압한다. 또한 AFL-CIO가 발표한 한미 FTA 해설 자료에 따르면, 2007년 5월 10일 의회와 행정부는 양자 간 무역협정의 노동 장에 포함되어야 할 새로운 모델에 합의했다. 그 후 새로운 모델은 한미 FTA 심의에 포함되었다. 새로운 모델은 과거 도미니카공화국-중앙아메리카자유무역협정(DR-CAFTA)이나 바레인, 오만, 모로코와 맺은 협정에 담긴 노동법 집행 기준보다 약간 개선된 부분이 있지만 여전히 심각한 우려 사항을 담고 있다. 첫째, 노동기준에 관련하여 오직 1998년에 ILO가 채택한 ‘작업장에서의 기본원칙과 권리에 관한 선언’만을 언급하고 있다. 둘째, 노동법에 대한 정의에 연방정부의 법과 주정부의 법이 모두 포함된다는 것을 명백히 밝히지 않고 있다. (즉 협정이 적용되는 대상에 주정부 법이 배제된다면 노동권 보장 효과가 크게 축소될 수 있고, 양국 간 형평성 문제도 제기될 수 있다.) 셋째, 제소자가 투자와 무역 관련성을 입증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는 장애물이 될 것이다. 2010년 9월 28일 민주노총과 AFL-CIO가 공동으로 발표한 「한미 FTA 노동자 공동성명서」도 “한미 FTA는 노동과 환경 조항에 있어서 약간의 중요한 진전이 있지만 여전히 미흡하며, 이전 협정들이 기반하고 있는 똑같은 실패한 무역모델을 여전히 전반적으로 답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성명서는 정부 협상가들이 “2007년 무역협정 모델의 노동·환경 조항을 개선하고, 궁극적으로 투자, 정부조달, 서비스(금융서비스 포함) 등 기타 중요한 장에 관한 노동자들이 제기한 문제들을 다뤄야만 한다”면서 “만약 우리가 제기한 우려를 다루는 전면적인 재검토와 재협상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우리는 조합원들이 노동조합 및 연맹과 협력하여 한미 FTA를 강력히 반대하도록 조직할 것”이라고 밝혔다. 성명서는 현재 155명의 미국 하원 의원이 지지한 ‘무역개혁·책임·발전·고용법’(TRADE Act)에는 필수공공서비스 민영화 또는 탈규제 금지, 외국인 투자 및 투기자본에 대한 규제 허용, 투자자-국가 분쟁해결제도 적용배제, 투자와 투자자에 대한 엄밀한 개념 정의 등의 원칙이 담겨있고 이것이 한미 FTA 전면 재검토·재협상의 최소 기준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노동조합의 무역, 노동-환경기준 연계 전략 이처럼 한미 FTA에 반대한다는 점에서는 민주노총과 AFL-CIO가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지만 양자 사이에는 중요한 차이점이 있다. AFL-CIO는 무역협정의 필수불가결한 요소로 ‘강제력 있는 노동권’을 촉진하는 협상이 포함되어야 한다며 무역과 노동ㆍ환경기준의 연계를 원칙적으로 지지한다. (물론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AFL-CIO는 미국 정부가 추진했던 FTA 각각에 대해서는 그 한계를 지적하며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는 사실도 주목해야 한다.) 반면 민주노총은 “한미 FTA가 비정규직을 확산시키고 구조조정 압력과 사회양극화를 촉진하여 노동기본권 행사를 근본적으로 제한할 것이라는 점에서 노동권을 한미 FTA와 연계시키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또한 “노동권과 환경권은 한미 FTA의 재협상이나 추가협상의 대상이 아니라 한미 양국이 즉각 보장해야 할 기본권”이며 “한미 FTA 협상에 끼워서 보편적 노동권 문제를 가지고 논란을 벌이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주장했다. 무역과 노동ㆍ환경기준 연계 문제에 대해 직접 언급하지는 않지만 연계 전략에 대해 대체로 부정적인 듯 보인다. 즉 연계 전략이 FTA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노동권 개선에 실효성이 없으며 노동권 개선이 반드시 무역과 연계될 필요가 없다는 인식에 근거를 두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가 추진하는 FTA 각각에 대해서는 반대 의사를 표명하면서도 무역과 노동기준 연계를 원칙적으로 지지하는 전략이 앞으로도 유효한 것이냐는 문제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먼저 AFL-CIO의 무역 정책이 현재와 같은 방식으로 수립되게 된 역사적 배경과 정치적, 이론적 근거를 살펴본 후 간략한 평가를 내리겠다. 1) AFL-CIO 무역정책의 역사적 배경 1990년대 중반 이후 미국 노동조합의 재활성화 전략에 핵심은 조직화, 협상력 강화, 내부적 재구조화였다. 하지만 국제상업이 확장되면서 국제무역에서 노동자의 권리를 옹호하는 것이 점점 더 중요한 문제로 떠올랐다. AFL-CIO의 스위니 새 지도부는 미국 노동조합의 변화에 핵심적 역할을 했다. 과거 1934년 상호무역협정법에서 1962년 무역확대법에 이르는 시기 동안 미국 노동조합은 초당파적인 자유무역동맹을 지탱하는 기둥 역할을 했다. 노동조합은 국제무역의 이익을 향유했고 노동조합 지도부는 무역자유화가 공산주의의 위협을 막는 보호자라고 보았다. AFL-CIO는 외국 노동조합에 개입했다. 하지만 그것은 오로지 미국의 대외정책을 지지하는 노동조합 곧 반공노조를 후원하기 위한 것이었다. AFL-CIO는 광범위한 대중적 기반을 지닌 급진적 노동조합과 관계를 단절하곤 했다. 따라서 과거에 AFL-CIO가 세계무역에서 노동권을 말하는 것은 공허할 따름이었다. 1960년대 말, 1970년대 초 미국경제가 쇠퇴하기 시작하자 노동집약적이며 해외수입품과 경쟁해야 하는 산업부문에 속한 비숙련, 저숙련 노동자를 대표하는 노동조합부터 자유무역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기 시작했다. 1970-80년대에 미국 노동조합의 주요 관심사는 수입품 유입을 틀어막거나 해외시장(대표적으로 일본)을 비틀어 여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은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1970년대 동안 자유무역을 지지하는 대통령 닉슨과 카터, 초민족기업, 수출의존적 농업 지역이나 선벨트 지역 출신 공화당 의원의 일치된 노력으로 인해 노동조합은 패배를 거듭했다. 노동조합은 1988년 총괄무역경쟁력법을 입법하는 데 큰 노력을 기울였다. 노동조합이 강력히 지지한 ‘게파트 수정안’은 일본처럼 미국에 대해 만성적으로 대규모 무역흑자를 누리는 국가에 대해 쿼터나 관세를 부과할 수 있게 했다. 하지만 이는 대개 삭제되거나 약화되어 슈퍼 301조로 대체되었다. 1970-80년대 동안 노동조합의 영향력은 계속 침식되었다. 북부 도시에 기반을 둔 산업노동력이 쇠퇴하면서 노동조합원 수가 감소하기 시작했다. 반면 1980년대 기업의 정치행동위원회가 제공하는 정치자금 액수는 폭증했다. 1990년대에 이르자 노동조합의 관심은 개발도상국과 무역ㆍ투자자유화 문제를 둘러싼 싸움으로 이동했다. 그 첫 번째 싸움은 NAFTA였다. 노동조합이 볼 때 NAFTA의 핵심 문제는 무역이라기보다는 투자였다. 초민족기업이 멕시코의 값싼 노동력을 손쉽게 활용할 수 있게 됨으로써 미국 노동자의 일자리가 사라지거나, 멕시코로 산업체를 이전하겠다는 위협 때문에 노동조합이 임금과 노동규칙에 관해 양보를 해야 하는 상황이 도래할 것이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1992년에 부시 행정부가 체결한 NAFTA에는 노동, 환경조항이 없었다. 하지만 미국 대통령선거운동을 거치며 변화가 발생했다. 부시의 경쟁자인 클린턴은 자유무역을 지지하는 ‘신민주당’을 추구하면서도 민주당의 핵심 유권자 집단인 노동조합이 소외되는 것을 피하고자 했다. 민주당 내부가 NAFTA 찬반론으로 분열된 상태에서 클린턴은 양다리를 걸치는 태도를 취하다가 최종적으로 핵심 노동기준과 환경문제, 수입품의 급증 문제를 부속협정으로 다룬다는 조건으로 협정을 찬성한다는 입장을 제시했다. 노동조합은 클린턴의 제안에 비판적이었지만, 실제로 부속협정에 기대를 품기도 했다. 1993년 5월 클린턴 행정부는 정부가 자국의 노동ㆍ환경법을 효과적으로 집행하는지를 책임지는 독립위원회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하지만 제안은 기업, 미국 공화당과 멕시코, 캐나다 정부의 강력한 반대에 직면했다. 노동조합은 협상에 참여하기를 거부했다. 클린턴 정부는 결국 제안을 철회하고 독립위원회보다 훨씬 약화된 형태로 노동기준의 강제 메커니즘이 성립되었다. AFL-CIO는 노동 부속협정에 충격을 받았고 공식적으로 NAFTA에 계속 반대 입장을 펼쳤고 노동조합들은 워싱턴과 기층에서 NAFTA 반대투쟁의 수위를 높였다. 초기 국면에서는 NAFTA 반대 투쟁이 승리를 거둘 수 있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결국 1993년 11월에 하원과 상원에서 234 대 200, 61 대 38로 비준안이 통과되었다. 노동조합은 의회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했지만 승리를 거둘 수 없었다. 클린턴은 1996년 재선에 성공한 후 새로운 FTA를 추진하고자 했다. 이제 그는 기업과 공화당의 지지를 얻어서 새로운 신속처리권한을 얻고자 노동·환경기준이 포함되지 않은 ‘깨끗한 협정’을 고려했다. 하지만 1997년 2월 스위니 집행부는 협정 대상국의 임금과 노동기준을 향상시키는 조항을 포함하지 않는 모든 NAFTA 확대 협정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히며, 클린턴 정부가 신속처리권한을 갱신하려는 것에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신속처리법안에 반대하는 캠페인 동안 미국 노동조합은 큰 변화를 추구했다. 스위니는 이렇게 말했다. “문제는 우리가 국제주의자냐 여부가 아니다. 문제는 우리의 국제주의가 어떤 가치의 복무할 것이냐다.” AFL-CIO는 세계 경제통합이 불가피할 뿐만 아니라 바람직하다고 입장을 전환했다. 동시에 AFL-CIO와 민주당 자유주의 집단이 맺은 정치적 동맹은 세계화가 수출 대기업과 초민족기업의 이익보다는 미국과 세계의 일반적 이익을 실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게파트 의원은 이를 ‘세계화에 대한 저항’이 아니라 ‘세계화를 위한 규칙’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노동자운동은 개발도상국의 노동ㆍ환경 기준을 요구했다. 이는 개발도상국에서 생활수준을 높이고, 빈곤국에서 미국의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중간계급을 확대하며, 미국의 일자리, 임금, 환경을 침식할 수 있는 ‘바닥을 향한 경쟁’을 예방하자는 것이었다. 미국 노동조합은 신속처리법에 반대하기 위해 NAFTA 반대투쟁 당시보다 더 적극적으로 환경운동, 인권운동, 소비자안전운동과 협력했다. 1998년 시애틀 투쟁은 매우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NAFTA와 신속처리권 반대 투쟁으로 경험을 구축한 WTO 반대 활동가들의 극적인 가두시위 때문이었다. 2) 무역과 노동ㆍ환경기준 연계의 논리적 근거 AFL-CIO는 미국진보연구소가 발표한 「노동권은 훌륭한 무역정책이 될 수 있다」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논리적 정당성을 제시하고자 한다. 그 논리를간략히 살펴보자. 미국 경제는 심각한 무역적자 증가에 직면해 있다(2004년 중반 이후 GDP의 5% 이상). 즉 미국은 생산한 것 이상으로 소비를 하고 있으며 소비를 위해서 국내 자산을 매각하고 있고(재무부 채권, 은행, 건물, 기타 실물자산), 2007년 말 미국은 2.4조 달러의 순대외부채를 지고 있다. 이는 결국 미국 생활수준의 하락을 초래하는데 경제 다른 부분에 대한 투자를 희생시키기 때문이다. 미국의 무역적자는 몇 가지 요인의 영향을 받는다. 우선 생산비용의 기능이다. 해외 생산자가 노동, 환경비용을 부담하지 않는다면 이는 궁극적으로 미국의 일자리 상실, 불평등 증가를 야기할 것이고 미국에서 사회안전망에 대한 요구를 증가시킬 것이다. 이는 결국 미국이 해외 생산자에게 보조금을 제공하는 것과 동일한 효과를 발생시킨다. 반면 생산자가 노동, 환경 비용을 책임진다면, 그 부담을 사회에 전가시키지 않게 되고 이는 생산자가 생산품과 서비스의 질에 기초하여 경쟁을 하게 될 것이다. 더 좋은 노동기준은 해외 국가에서 노동자 소득과 수당의 증가뿐만 아니라 생산성 향상을 동반할 것이다. 고용주가 현존하는 노동을 활용하는 새롭고 더 좋은 길을 발견하려고 시도하기 때문에 더 빠른 생산성 증가, 더 빠른 경제성장에 기여할 것이다. 해외 국가의 노동생산성 증가나 환율 변화도 미국의 무역적자에 영향을 끼친다. 따라서 미국의 정책담당자는 미국 경제의 혁신에 투자해야 하고, 해외 국가의 인위적인 환율 개입을 억제해야 한다. 특히 미국의 무역 상대국, 특히 저개발국가의 더 좋은 노동기준은 미국의 수출과 수입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는 해외 노동자의 소득을 신장시킴으로써 미국 수출품에 대한 수요를 증대할 수 있다. 이것이 세계경제 성장을 위한 ‘선순환’ 전략이다. 선순환을 창출하는 데 있어서 필요부가결한 부분은 ‘강제력 있는 노동권’(enforceable labor rights)을 촉진하는 것이며 이는 무역협정의 한 부분으로서 노동권에 관한 협상을 포함하는 것이다. 3) 무역, 노동기준 연계 요구에 대한 평가 1960년대 유럽 공동시장의 사례처럼 자본주의 성장기에 자본주의 발전 수준이 비슷한 국가들 간 경제통합은 상호 긍정적인 효과를 줄 수도 있다. 하지만 마르크스의 관점에서 볼 때 생산성 수준이 높은 국가와 생산성 수준이 낮은 국가 사이의 비교우위에 따른 국제무역은 반드시 불평등교환 즉 가치의 이전이 발생한다. 생산성 수준의 격차가 큰 국가 사이에서 상품 교환은 서로 다른 노동시간이 투여된 상품의 교환을 뜻하고, 그러한 교환은 곧 노동시간당 임금 격차를 의미한다. 즉 국가 간의 노동시간당 임금 격차가 국제무역에서 발생하는 불평등교환의 원천이라는 것이다. 또한 생산성 수준의 격차가 큰 국가 사이의 상품 교환이란 비교우위에 따른 생산특화를 통해서 세계적 수준에서 절약된 노동시간이 생산성이 높은 국가에 귀속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생산성 수준이 높은 국가는 이윤율이 높고 빠르게 성장하는 부문을 특화하고 생산성 수준이 낮은 국가는 이윤율이 낮고 느리게 성장하는 부문을 특화하게 됨으로써 국가 간에 ‘상대적 저발전’이라는 문제가 등장한다. 역으로 생각하면 국가 간 임금격차를 축소한다는 것은 불평등교환 즉 가치의 이전을 축소하고 국가 간에 상대적 저발전이란 문제를 축소한다는 것을 뜻한다. 즉 국가 간 임금 격차를 축소하려는 노력은 국제무역이 필연적으로 동반하는 불평등교환을 축소하는 효과를 낳는다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국제적으로 노동 기준을 강화하고 최저임금, 노동시간, 직업안전보건 등 노동조건을 개선하려는 노력은 국제적 불평등을 축소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나아가 21세기 세계 자본주의는 무역 네트워크를 전제하지 않더라도 (중심부 국가에서 주변부 국가로) 자본의 일방적 이전 즉 초민족기업의 직접 투자나 포트폴리오 투자를 통해서 부를 영유하며, (주변부 국가에서 중심부 국가로) 노동의 일방적 이전 즉 이주노동자 수입을 통해서도 부를 영유한다. 따라서 미국식 FTA 모델이 추구하는 투자자유화, 금융자유화, 지적 재산권 확대를 제한하고 이주노동자의 노동권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도 반드시 필요하다. 전 세계적인 수준에서 노동권을 강화하기 위해 노동조합 운동이 적극적인 연대와 공동행동을 모색한다는 것은 현재 정세에서 반드시 필요하다. 또한 투자자유화와 초민족기업의 소유권 개념의 확대, 금융자유화, 지적 재산권 확대에 대항하는 투쟁도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그 수단으로 FTA를 체결한 상대국의 무역제재를 활용한다는 전략은 심사숙고할 필요가 있다. 달리 말하면 현재 한국정부가 노동권을 탄압한다는 것을 근거로 미국정부에 한국에 대한 무역제재를 요청한다는 것이 바람직한 효과를 낳을 수 있을까. 이는 노동과 자본의 투쟁이 민족국가 간 분쟁으로 전환됨으로써 보호주의, 국수주의적 대립을 불러일으킬 가능성도 있다. 이는 노동권 강화를 위한 투쟁을 오히려 고립시키거나 노동자 국제연대를 훼손하는 결과를 낳을 위험도 있다. 중심부 국가와 주변부 국가 간 불평등교환을 축소하고 노동조건의 하향경쟁을 제한하는 노동기준 강화를 목표로 노동자 국제연대를 실현하기 위해 대중운동을 형성한다는 것과 그 수단으로 정부 간 무역제재에 호소한다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일 것이다. 결론 한미 FTA가 체결된 후 한국정부는 노동 장이 도입되었다고 실질적으로 변화할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장담하고 있다. 노동 장은 ILO 핵심협약을 비준해야 한다는 것을 의무화한 것이 아니다. 다만 핵심 노동기준을 자국 노동법과 관행으로 채택, 유지하도록 의무화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정부는 이에 대해 한미 FTA로 인해 추가적인 의무가 발생하는 것이 아니며, 그 자체로 국내법령을 제ㆍ개정할 의무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언했다. 무역, 투자 촉진을 위해 국제노동기준을 저하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조항도 동일하게 간주했다. 한국정부가 앞장서서 노동 장이 아무 의미도 없다고 선전하고 있는 꼴이다. 이를 반영하여 한국 기업을 대변하는 경총도 노동 장 때문에 큰 문제가 벌어질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NAFTA에 노동조항이 처음 포함된 이후 미국 정부는 FTA에 대한 지지를 모으기 위해 점진적으로 노동조항에 변화를 가했다. 특히 한미 FTA의 노동 장은 위반 사안을 일반분쟁해결절차로 다루기로 했다는 점에서 형식적 변화를 지닌다. 하지만 노동부는 의무 위반으로 분쟁대상이 되기 위해서는 무역 또는 투자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상대국이 입증해야 하므로 실제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은 많지 않다고 단언했다. 또한 공중의견제출제도의 경우, 북미노동협력협정 사례에서 노동원칙 사안별로 이행절차를 구분한 것처럼 그에 가해진 제약이 다소 감소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여전히 부과되는 제약이 많기 때문에 공중의견제출제도가 활발히 활용될 수 있을지 미지수다. 1990년대 클린턴 정부 당시는 노동조항이 NAFTA 체결의 전제조건이라는 대선 공약이 있었으므로 클린턴 정부로서는 그 유효성을 입증해야 했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양국 정부(노동부)가 이러저러한 근거로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다면 공중의견 검토를 거부하거나 아무런 효과도 발휘할 수 없는 너무나 많은 제약이 존재한다. 즉 기본 노동권 보장은 FTA 노동 장의 형식적 완결성이 아니라 정부 의지가 크게 작용한다. 하지만 현재 한국정부는 한미 FTA 체결 과정에서 임금과 노동시간을 비롯한 규제 수준을 앞으로 더욱 악화시키겠다는 분명한 의지를 천명하고 있다. 만약 한미 FTA가 비준, 발효된다면 NAFTA 사례처럼 양국 노동조합과 사회운동의 연대를 위해 노동 장을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앞으로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재 한미 노동자연대의 필수조건은 노동 장이 제공하는 제도가 아니라 노동자 국제연대의 필요성, 긴급성에 대한 노동자 대중의 인식이다. 예를 들어 한국 대기업의 미국 현지진출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양국 공장 간 생산물량 경쟁이 아니라 노동권 강화를 위한 연대가 필수불가결하다는 대중적 인식과 행동이 더욱 중요하다. 세계화라는 조건에서 국제노동기준을 향상시키기 위한 노동자 국제연대는 두말할 나위 없이 긴급하다. 이는 국제무역이 동반하는 불평등교환, 즉 주변국에서 중심국으로 부의 이전을 축소하고 주변국의 상대적 저발전을 완화하며 노동자의 권리를 확장하기 위해 적극적인 실천이 필요하다. 또한 노동조합은 초민족기업의 소유권을 강화하고 그들에 부를 집중시키는 수단인 투자자유화, 금융자유화, 지적 재산권 강화에 반대하는 사회운동의 중심에 서야 한다. 하지만 그 수단으로서 무역제재 강화에 호소하는 미국 노동조합의 무역, 노동기준 연계 전략에 대해서는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 어떤 의도에 따른 것이든 보호주의, 국수주의적 반동을 불러일으킬 수 있고 오히려 노동자 국제연대를 위협하는 부메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한미 FTA 저지 투쟁은 한국정부의 동시다발 FTA 추진 전략에 대응하기 위한 그동안 축적한 투쟁과 토론을 바탕으로 FTA 모델에 일반적 인식, 그에 대응하기 일반적 목표와 원칙을 확립해야 한다. 체결국 간 손익계산 논리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무역자유화, 투자자유화의 본질에 대한 통일적 인식이 반드시 전제되어야 하며 정부와 기업의 공격에 결코 양보할 수 없는 우리의 일반적 목표와 원칙을 정립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