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노동과 재생산 권리 쟁취를 위하여! 여성 고용과 일자리, 출산에 관한 사회적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불안정한 여성 일자리와 저출산 문제가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최근 그 심각성을 더하는 지표들이 잇따르고 있다. 올해 1월 여성실업자수와 실업률이 1999년 중반 이후 최악을 기록했으며(실업자 21만4천 명 증가, 실업률 76.2% 증가), 2009년 ‘세계인구현황보고서’에서 한국은 합계출산율 1.22명으로 세계 최저수준이다. 저출산-고령화의 심각성으로 인해 사회적 위기감이 조성되며 여성 문제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분석과 해결책 대부분이 정부와 자본의 신자유주의 정책의 관점 속에 다뤄지며, 오히려 여성에 대한 공격과 통제의 형태로 제시되고 있다. 2010년 정부는 ‘여성에게 적합한’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 고용부문의 주요 과제라고 밝혔다. 부담 없이 경제활동에 참가할 수 있도록 기존의 일 가정 양립정책을 현실화하고, 안정적 양육을 위해 노동 시간을 줄이는 유연근무제(퍼플잡)를 도입하겠다고 한다. 그리고 출산 장려 정책을 펴는 한편, 불법낙태 단속을 강화하여 출산율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이렇게 보면 정부가 적극적으로 여성들의 요구를 수용하려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내용은 오히려 정부와 자본의 필요에 따라 여성인력을 활용하면서도 저출산 현상을 극복하려는 것에 가깝다. 일과 가정을 모두 책임져야 한다는 강요 속에 더 불안정한 일자리로 내몰려야 하고, 임신했을 경우에도 상황과 조건은 관계없이 무조건 아이를 낳아야 할 판이다. 여성의 일자리와 재생산 문제는 전체 민중의 일자리와 삶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문제지만, 이명박 정부의 불도저식 탄압에 위축된 노동자운동은 적극적으로 맞불을 놓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 위해서’ 라며 내놓은 정책들이 ‘누구’의 ‘어떤 위기’를 ‘어떤 기회’로 바꾼다는 것인지, 그 대안이 여성과 노동자 민중을 위한 것이 아니라면 우리의 대응은 어때야 하는지에 대한 토론과 실천이 필요하다. 여성에게 가중되는 이중부담, 일ㆍ가정 양립 정책 여성이 일과 가정의 이중부담을 요구받아 온 것은 새로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경제위기와 저출산 고령화 현상이 심해지면서 새로운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첫째, 일자리를 유연화시켜 불안정하더라도 여성고용을 늘리고, 시간을 조정해 일과 가정의 책임을 다시 여성에게 내맡기고, 둘째, 여성의 몸과 재생산과정에 대한 통제와 개입을 확대하면서 출산율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여성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출혈적인 노동과 부담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삶이 설계되어도 감내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리고 이런 국가와 자본의 요구가 일 가정 양립정책에 반영되어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정부의 일 가정 양립정책의 기조는 ‘출산과 보육지원’에서 ‘노동시간의 유연성 제공’으로 변화했다. 이는 세계적 추세로 최근 유럽에서는 단시간 노동을 포함해 노동시간 운용을 유연하게 할 수 있는 고용형태를 포함한 노동시간 재배치정책으로 확대되고 있다. 한국도 유연근무제, 파트타임, 초과노동의 활용 등 유연화된 노동 형태를 일 가정 균형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확산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노동자가 자의로 타의로 직장에서 퇴출되는 것을 최소화하는 대신 더 불안정한 일자리로 내몰리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1980년대 이후 여성의 교육기회가 확대되고 경제활동참가율이 증가하면서 결혼 이후에도 계속 취업하는 여성이 늘어났다. 일하면서 가정을 돌볼 수 있는 지원과 제도 마련은 여성의 요구가 되었다. 국가 차원에서도 여성을 직장으로 끌어내는 것은 중요한 문제였다. 서비스 유통 산업의 발달로 여성 인력 활용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정부와 자본의 이해관계 범위에서 여성의 요구는 1987년 남녀고용평등법 제정, 1991년 영유아보육법 제정 등으로 실현된다. 여성노동자들의 현실 조건을 간과함으로써 고용상의 평등과 영유아보육은 법 문구에 머물렀지만, 이때부터 여성의 일과 양육의 관계 문제가 등장했다. 1990년대 한국의 출산율이 급격하게 하락하고, 급기야 2005년 세계 최저출산율을 기록하며 일 가정 양립 논의는 새롭게 대두된다. 저출산이 심각한 사회 경제적 문제로 부각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자유주의 노동유연화가 추진되고 복지가 축소되는 과정에서 오히려 여성의 이중부담을 ‘효과적’으로 조정하는 방식으로 일 가정 양립 논의가 이어진다. 현재에도 여전히 출산, 양육, 돌봄은 개별 가족 내에서 능력에 맞게 해결해야 할 일로 여겨지며, 그 역할을 하는 것이 엄마, 아내, 며느리, 할머니로 여성에게 일차적 책임이 있는 것은 변함없다. 즉 ‘여성이 직장을 그만두고 아이와 노인, 가정을 돌보느냐’와 ‘여성이 직장에 다니면서 아이와 노인 가정을 돌보느냐’의 두 가지 선택지만이 제시되어 왔다. 이렇게 여성이 경력단절을 경험할 수밖에 없는 근본적 원인에 대한 접근 없이 일 가정 양립은 여성이 처한 조건을 변화시킬 수 없다. 게다가 국가차원의 ‘우수인력’인 고학력 여성들이 노동시장으로 재진입할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해, 일 가정 양립 정책의 대상이 상대적으로 고임금의 안정적 일자리를 가진 여성에게 한정되었다. 일례로 산전후휴가나 육아휴직 의 제도적 기반은 어느 정도 갖춰진 편이고 그 제도를 활용하는 여성이 증가 추세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다수의 여성 노동자는 고용보험 미가입 사업장에서 일하고 있거나 승진과 인사에서의 불이익, 사업주의 눈치 등으로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인 여성이 대부분이지만 정부가 계속 일 가정 양립정책을 강조하는 것은, 유휴 여성인력을 값싸고 편리하게 이용하기 위해서다. 결국 정부는 일 가정 양립정책을 일하는 여성들의 요구라 포장하지만 대다수 여성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할뿐더러, 여성이 저임금의 불안정한 일과 정부의 지원이 한계적인 상황에서의 가정을 모두 책임지게 사회적으로 강요하는 결과를 야기한다. 그리고 이런 강요는 최근 유연근무제 도입 추진의 배경과 정확히 부합한다. 유연근무제 도입이 낳을 문제점 지난 2월 18일 이명박 대통령은 국가고용전략회의에서 일과 가정의 양립을 지원하고, 소수가 장시간 노동하는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유연근무제를 확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작년 말부터 여성부가 추진하겠다던 퍼플잡의 시행 계획을 대대적으로 공표한 것이다. 사무실에 출근하여 장시간 경직된 형태로 노동하던 것을 다양한 형태로 유연화하여, 노동자의 업무 효율성을 높이면서도 일과 가정생활을 양립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것이 정부안의 주요 내용이다. [표1] 5분야 9유형의 유연근무제 (표 생략. 첨부파일 참조.) 이명박 정부의 유연근무제의 도입, 여성에게 희망이 될 수 있는가? 이명박 정부의 유연근무제가 여성의 일자리 창출과 일 가정의 이중부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까? 정부의 계획대로라면 일자리의 ‘수’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자리의 ‘질’은 더욱 악화될 것이다. 현재 대다수 여성이 저임금 불안정한 일자리에 종사하고 있으며, 정부가 2009년 경력단절여성을 지원코자 전국에 100여 개를 설립했던 여성새로일하기센터에서 창출된 일자리만 봐도 비숙련-저임금 일자리였다. 또 유연근무제를 적용할 업무를 비숙련의 분담 가능한 주변업무로 꼽고 있는 상황에서 여성 고용의 질적 향상은 전혀 기대할 수 없게 된다. 남여 간의 임금격차는 여전히 크고, 여성의 빈곤과 저임금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상황에서 파트타임, 단시간 노동을 늘린다는 것은 오히려 여성의 노동을 더욱 불안정하게 만들뿐이다. 그렇다면 일 가정의 이중부담 해결의 문제는 어떠한가. 출산과 양육, 돌봄 노동이 여전히 여성의 몫으로 여겨지는 현실, 이로 인해 집안일을 병행해야 하는 여성의 일은 부수적 소득이 되며 여성의 노동 자체가 평가 절하 받고 고용 조건도 하향한다는 현실, 개별 가구의 소득 수준에 따라 보육ㆍ교육ㆍ돌봄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는 범주가 달라진다는 현실이 바로 여성들이 겪는 문제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이런 문제들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의지는 없어 보인다. 출산과 양육, 가족 돌봄을 국가와 사회가 책임지는 대신 사회서비스 시장을 활성화하고, 이를 수용하는 것은 개별 가정과 개별 여성의 능력에 맡기고 있다. 다만 어차피 여성이 가족 내에서 양육과 돌봄을 수행해야 하고, 일도 해야 하니 노동 시간을 줄이거나 유연화함으로써 일과 가정의 양립의 부담을 조율할 수 있게 ‘도와’줄 뿐이다. 결국 이명박 정부가 여성들에게 선심 쓰듯 내놓은 유연근무제는 여성의 역할과 노동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변화시키지 못할뿐더러 여성의 일자리를 더욱 불안정하게 할 것이다. 유연근무제가 전체 노동자에게 미치는 영향 유연근무제는 일차적으로 가사노동의 전담자인 여성을 대상으로 하지만, 여성부에서 퍼플잡 도입을 밝혔을 당시부터 남성도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한 대상에 포함한다는 계획이었다. 유연한 일자리를 성별에 따른 실제 사용여부를 떠나 전체 노동자에게 적용하겠다는 함의가 중요하다. 정부가 추진하려는 유연근무제의 핵심은 현실의 노동자가 일과 가정을 양립하는 데 발생하는 어려움을 해소하기보다는 기존의 정규직 일자리를 쪼개 자릿수를 늘리는 데 있다. 또 노동시간과 장소는 유연화하되 시간활용도를 높여 집중적으로 생산량을 높이며, 노동통제를 통해 노동강도를 높이고자 한다. 정부가 말하는 생산성 제고와 고용 창출, 시간의 유연화의 의미는 한국의 단시간 노동 현황 속에 더욱 선명해진다. 세계적으로 단시간 노동이 늘어나는 추세고 한국 역시 단시간 노동 비율이 늘어나고 있다. 단시간 노동 확대를 주장하는 많은 연구자들이 단시간 노동을 열악한 일자리의 비정규직과 동일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2007년 기준 단시간 노동 형태를 보면 대다수의 단시간 노동은 단순노무, 숙박 및 음식업, 서비스업 등 비숙련-저임금 직종에서 비자발적으로 선택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단시간 노동자의 70.2%가 여성으로 평균 53.1만 원의 임금을 받는다. 한편 최근 취업포털 인쿠르트가 직장인 1,07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다섯 명 중 한 명이 직장일 외 부업을 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상대적으로 안정된 직장에 다니고 있는 사람들 중에서도 경제위기를 거치면서 생활비 부족과 수입 감소로 부업을 할 수밖에 없는 투잡족이 늘어나고 있는 현실이다. 통계에 포함되지는 않았지만 임시직, 일용직의 경우 더욱 심각한 상황임을 예측해 볼 수 있다. 이런 상황임에도 정부는 단시간 노동자와 유연한 일자리를 더 만들겠다는 것이다. 공무원 시범시행은 본격적인 공공부문 구조조정의 신호탄 경력단절로 인한 여성인력(특히 고학력 여성)의 손실을 막고, 일자리 나누기를 통해 고용을 창출하겠다는 정부의 두 마리 토끼 잡기, 유연근무제는 올 하반기에 공무원부터 적용될 것이다. 그러나 현재 여성 공무원들에게 유연근무제를 비롯한 일 가정 양립 정책이 시급한 것이 아니다. 공무원은 상대적으로 모성보호관련 법, 제도가 잘 구축되어 있는 편이다. 오히려 주변 분위기나 경력 유지의 문제로 제도가 갖춰져 있음에도 사용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다. 이런 상황에 비추어보면 여성 공무원들에게 선심 쓰듯 내놓은 유연근무제의 목적은 다른 곳에 있어 보인다. 정부는 먼저 「유연근무제 활성화 기본계획」을 마련하고, 여론수렴과 시범실시 등을 거쳐 확정한 뒤, 하반기부터 전 중앙행정기관과 지방자치단체에서 전면 시행에 들어갈 방침이다. 이를 이용해 공공부문의 방만한 경영을 타파하겠다는 이명박 정부의 공공부문 구조조정, 공무원 노조 무력화가 손쉬워진다. 유연근무제 도입을 일 가정 양립에 적합한 고용형태 발굴과 일자리 늘리기란 말로 포장해 저항을 줄이면서 구조조정에 이용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이명박 정부의 유연근무제도는 공무원들에게 일과 가정을 양립하게 해 준다는 빌미로 공공부문 일자리를 대폭 유연화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는 공공부문에서 노동조건과 고용의 질을 악화시키고 전체 노동자의 노동조건을 악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낙태처벌과 출산강요. 여성의 몸에 대한 권리는 어디에 저출산-고령화의 위기감에 대한 강조가 유연근무제처럼 여성과 전체 노동자에 대한 공격으로 다가오는 한편, 여성의 몸과 재생산 과정에 대한 통제와 개입으로도 드러나고 있다. 최근 보건복지부는 <불법 인공임신중절 예방을 위한 사회적 협의체>를 발족할 예정으로 의료계, 시민단체, 자선단체와 간담회를 진행했다. 보건복지부가 나서서 낙태예방 사회협의체라는 이름으로 논의를 시작한 것은 다음과 같은 배경에서 기인한다. 첫째, 저출산-고령화 현상이 심각해지며 여성의 출산에 국가가 직접적으로 관리, 통제에 나서고 있다. 둘째, 작년 말부터 본격적으로 낙태고발운동을 시작한 프로라이프 의사회의 보건복지부에 대한 압력이 작용했다. 대다수 사람들이 의아해할 정도로 급작스럽게 진행되고 있는 낙태에 대한 관심과 고발, 처벌 조치가 한국사회에 여성의 권리와 사회적 윤리에 대한 새로운 담론을 형성해갈 수 있을까? 이에 대한 대답은 부정적이다. 프로라이프(pro-life)의사회의 낙태고발 운동 작년 <진정으로 산부인과를 사랑하는 의사들의 모임>이 시작한 낙태근절 선언운동을 광범위하게 확대한다는 취지로 프로라이프 의사회가 작년 12월에 발족했다. 이들의 주요 활동은 낙태 시술을 하는 병원에 대한 제보를 받고 고발하는 것, 정부에 대해 낙태 근절을 위한 처벌 강화를 촉구하는 것이다. 프로라이프 의사회는 지난 2월 3일 낙태 시술 병원 세 곳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으며, 전국의 산부인과에 불법낙태시술 중단 촉구 경고 공문을 발송하고, 정부에게 5대 정책과제를 제시했다. 이러한 활동에 예상치 못한 파급효과가 발생하고 있다. 대다수 산부인과들은 고발을 우려하며 낙태시술을 중단하고 있고, 걸려오는 상담전화조차 피하고 있다. 각 포털 사이트의 질문 게시판에는 원하지 않게 임신을 했는데 요즘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산부인과에서 낙태수술을 받을 수 없다며 가능한 병원을 알려달라는 질문이 쏟아지고 있다. 몇 가지 경우를 제외하고는 낙태가 금지되어 있는 한국의 현행법상 많은 여성들이 원하지 않거나, 낳을 수 없는 상황에서도 아이를 낳아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하루에 1000건이 넘는 ‘낙태공화국’의 오명을 벗어야 한다는 프로라이프 의사회의 낙태고발 운동은 하루에 1000여 명의 여성을 공포에 빠뜨리고 있다. 임신과 출산, 그리고 그 이후 양육까지 재생산을 둘러싼 일련의 경험과 과정은 여성의 삶을 구성하는데 대단히 중요한 문제다. 그렇기 때문에 여성이 출산을 결정할 때에는 자신의 육체적 심리적 상태와 출산, 양육, 직장, 사회적 관계 등을 모두 고려한다. 한편 여성의 출산과 재생산노동은 사회적으로도 큰 영향을 미친다. 최근 저출산 문제나 일 가정 양립의 필요성이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는 것이 일례다. 여성의 몸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일이 개인과 가족, 사회에 대단히 중요한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한국에서는 출산과 낙태, 재생산에 대한 사회적 토론이 없었다. 서구에서처럼 페미니즘 운동이 확장되거나 논쟁이 크게 일어난 적도 없어 낙태를 여성의 권리로 제기하는 운동이 만들어지지도 않았다. 그렇다 보니 여성의 삶을 구성하는 재생산에 관한 문제는 개별 여성의 선택과 책임으로 넘겨지고 있다. 이런 상황은 원하지 않는 임신으로 낙태를 고민하는 여성에게 ‘사랑으로 낳으세요. 태아의 생명은 소중하니까요’라는 대답이 돌아와도 어쩔 수 없이 전전긍긍하며 음성적 낙태나 다른 방안을 찾게 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낙태 불법화와 단속 처벌의 강화가 아닌 여성의 재생산에 대한 권리를! 낙태를 불법화하고 단속과 처벌을 강화할 경우, 일명 낙태선박과 같은 것을 필요로 하는 여성이 늘어나게 될 수도 있다. 네덜란드의 낙태옹호단체 <위민온웨이브즈(Women on Waves)>는 낙태가 금지된 나라들을 찾아가 낙태선박에 여성을 태우고 공해에서 약물을 이용하여 낙태시술을 한다. 2001년부터 아일랜드, 포르투갈, 폴란드를 찾아가며 시작된 이들의 낙태선박은 아일랜드에 처음 갔을 당시 여성 200여명으로부터 ‘제발 도와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한다. 이 단체의 대표 레베카 곰퍼러츠는 낙태를 반대하는 사람일지라도 인생에 한번쯤 ‘어쩔수 없는 때’가 있을지 모른다며, 그런 상황에 처한 여성의 결정권을 돕는 것이 자신의 목적이라고 말했다. 낙태선박 사례는 낙태를 철저히 금지하는 국가의 경우 낙태가 줄어들기 보다는 음성적으로 낙태시술을 하는 여성이 늘어남을 보여준다. 하지만 많은 연구에서 우려하고 있듯 낙태시술이 음성화되면 음성화될수록 산모의 건강이 위험하고, 생명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 실제로 국제가족계획연맹(IPPF)은 해마다 7만 명이 불법 낙태로 목숨을 잃는 것으로 추산한다. 출산과 낙태는 여성의 신체적 심리적인 경험에 각인될 수밖에 없는 성질의 것이다. 특히 낙태의 경우 여성에게 신체적, 정신적 손상을 남기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다. 따라서 태아와 산모의 생명을 배치되는 것으로 놓고, 낙태를 선택한 여성에게 태아의 생명을 운운하며 비난할 수 없다. 낙태의 음성화는 단순히 낙태 처벌을 강화할 경우 발생할 안 좋은 예가 아니다. 낙태의 음성화로 인해 여성의 권리가 축소되고 제한될 것이라는 측면에서 중요한 문제다. 낙태를 죄로 간주하면 아이를 가질 수 있는 육체에서 자유로운 남성에 비해 여성의 섹슈얼리티와 성적 행위는 제한되고, 반면 책임은 온전히 여성 개인의 몫이 된다. 또 임신과 출산, 양육 등 재생산 과정을 여성 스스로 통제할 수 없게 만드는 현실은 여성의 권리를 제기할 수조차 없게 만든다. 즉 여성의 역할을 가족 내에 한정지은 사회적 인식과 구조에 맞서 싸울 수 없게 함으로써 여성들을 무기력하게 한다. 따라서 여성의 권리와 태아의 생명을 대립시키면서 하나를 선택하라는 강요가 아니라 출산과 재생산, 자신의 삶을 설계할 수 있는 여성의 권리 측면에서 낙태 문제를 접근해야 한다. 이미 한국 사회에서 낙태가 불법화되어 있음에도 낙태가 많을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 진지한 성찰이 필요하다. 즉 여성에게 원치 않는 성관계를 하지 않을 권리와 피임할 권리가 주어져 있는지, 여성이 출산을 강요당하는 것이 아니라 권리로써 주어져 있는지, 현재의 성규범과 결혼제도 속에서 미혼여성에게 출산이 가능한지, 기혼 여성일지라도 아이를 낳았을 경우 양육과 돌봄에 대해 사회적 지원은 어떠하고 자신의 삶을 구성해 갈 여건이 되는지에 대한 반문이 필요하다. 2010년 여성의 요구: 유연근무제 도입 반대와 재생산의 권리 쟁취 위기에 대한 접근과 해석, 대안이 정부와 자본의 관점이 아닌 여성의 관점에서 다시 쓰여야 한다. 신자유주의 하 저출산-고령화의 위기는 여성이 아이를 낳지 않아 국가 전반이 위기에 처한 것이 아니다. 경제위기가 만성화되면서 국가가 더 이상 실업을 해결하고, 고용을 안정화하며, 재생산 구조를 담보할 수 없는 무능력함에 빠진 것이 문제의 실체다. 그리고 국가가 이런 위기를 신자유주의 노동의 유연화와 여성의 재생산 권리에 대한 통제를 통해 은폐하고 지연하고자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위기는 더 이상 지연될 수 없다. 이미 많은 여성들이 일을 하고 있음에도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며, 아이의 출산, 양육과 교육을 위해서 빚을 져야 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아이를 낳고 싶어도 쉽게 선택할 수 없다. 정부의 위기 지연을 위한 대안들이 여성에게 해답을 줄 수 없음은 자명하다. 여성이 가족 내 역할을 강요받고, 불안정 노동과 빈곤으로 내몰리고, 출산을 강요받지만 출산을 선택할 수 없는 여건이 악순환 되는 상황에서 악순환의 목록을 하나 더 추가하는 것이 아니라 새 판을 짜야 한다. 첫째, 여성을 비롯한 전체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유연근무제 도입을 막아야 한다. 이에 노동자들이 주체적으로 유연근무제를 거부하는 운동을 벌여야 한다. 필요한 것은 해고의 불안에 시달리지 않는 안정된 일자리다. 또 인간답게 살기위해 장시간 노동이 철폐되고 최저임금이 인상되어야 한다. 둘째, 여성에게 일과 가정 중 하나를 선택하거나 이중부담을 무한대로 감내하라고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돌봄과 양육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시켜야 한다.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사회서비스를 시장화하고, 지불 능력에 따라 서비스의 질이 달리 제공되는 것에 반대해야 한다. 돌봄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제고를 위해서는 돌봄 노동자들의 노동권을 보장하고 고용의 질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셋째, 낙태 단속과 처벌 강화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 자신의 삶을 설계하고 구성하고자 하는 여성이 가져야할 인간의 권리는 국가나 자본, 사회적 간섭과 통제 속에 실현될 수 없다. 여성이 출산과 모성을 선택하거나 거부할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되어야 하고, 출산이 자신의 행복과 대립되지 않아야 한다. 그리고 현실의 조건이 이를 뒷받침해주는 사회적 인식, 구조가 필요하다. 현재 국가와 자본의 공격 속도에 비해 대응은 미미하다. 각개 고립, 분산적으로 부딪치다 깨지는 것이 아니라 전국적 흐름을 만들어야 한다. 여성의 권리를 옹호하는 운동이 약한 상황에서 경제위기와 저출산-고령화 현상이 심화되면 될수록 여성에 대한 폭력과 공격이 거세질 것이다. 신자유주의 개혁 세력의 공세 속에, 보수집단의 공격 속에 전전긍긍하다 끔찍한 폭력에 직면하지 않기 위해서 다시금 여성의 노동에 대한 권리, 재생산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고 이것이 전체 노동자민중의 권리를 지켜내는 것으로 이어져야 한다. 2010년 한 해 여성 노동권 쟁취, 여성 재생산 권리 쟁취를 위하여 여성의 현실에 대한 폭로, 토론과 교육, 투쟁을 멈춤 없이 이어가자.
사회운동과 실리주의, 기로에 선 노동자 운동 반노동자 법에 맞서 싸우며 성장한 민주노조운동과 2010년 개정 노조법 지난 2월 10일 노조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조만간 근로시간면제심의위(이하 면제위)가 발족할 것으로 보인다. 면제위는 4월 말까지 전임자의 숫자와 활동 시간 상한선을 정한다. 면제위가 상한선을 정하고 나면 단체협약이 만료되는 사업장은 이 기준에 따라 전임자에 관해 교섭을 진행해야 한다. 정부가 예전에 진행한 연구를 근거로 전임자 수가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내년 7월부터 시행되는 복수노조 창구단일화에 대한 정부와 자본의 준비도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개정 노조법은 기업 내 복수노조를 형식적으로 허용하지만 소수노조의 교섭을 제한하고, 교섭단위에 대한 자본의 개입을 허용한다. 사실상 복수노조 허용법이 아니라 어용노조 육성법인 셈이다. 더군다나 기업별 교섭을 명시화함으로써 산별노조의 산별교섭 범위까지 축소하고 있다. 그러나 사안의 중대성에 비해 노동자운동의 대응은 지금까지 매우 미흡했다. 민주노총이 개정 노조법 통과 즈음 벌인 투쟁은 간부 1박2일 상경투쟁 정도가 전부였다. 신임 집행부가 올 상반기 총력 투쟁을 약속했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별로 없다.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다. 개정 노조법이 당장 조합원의 노동조건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점, 개정 노조법이 현장에 미칠 영향에 대한 체감도가 아직 낮다는 점, 법이 시행되더라도 자기 사업장은 대처할 수 있다는 일부 대공장 노조의 안일함 등 노조법 투쟁을 둘러싼 여러 조건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역사적으로 한국 민주노조 운동의 흥망성쇠는 노동법 관련 투쟁과 깊게 연관되어 있었다는 점을 떠올릴 필요가 있다. 1980년대 이후 노동3권부터 초기업노조 설립에 이르기까지 어느 하나 싸우지 않고 쟁취한 것이 없으며 이 투쟁을 바탕으로 노동조합은 대중적 힘을 만들어 왔다. 하지만 반대로 1990년대 중반 이후 제대로 싸우지 못하고 정리해고, 파견근로 등 노동권을 후퇴시키는 노동법 개악을 받아들였을 때 노조는 힘을 잃었다. 조직률이 정체하고 노조의 사회적 위상까지 흔들리는 지금, 노동자운동이 이번 노조법 개악에 어떻게 대응하는가는 이후 노동자운동의 흥망성쇠를 판가름할 것이다. 여러 악조건에도 민주노조 운동이 다시 한 번 힘을 내어 개정 노조법에 맞선 싸움을 만들어야 한다. 개정 노조법의 영향: 노조의 사회운동에 관한 제도적 봉쇄 개정 노조법은 크게 두 가지를 담고 있다.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 명시와 이에 대한 예외 조항으로 전임자의 유급 활동 시간과 범위 규정, 그리고 복수노조 허용에 따른 기업 차원의 교섭 방법(창구단일화 방법)이다. 전자는 올해 7월부터 시행에 들어가고, 후자는 2011년 7월부터 시행된다. 전임자임금지급금지와 복수노조 허용에 관한 법률 조항은 사실 1997년 3월에 제정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서부터 시작되었다. 당시 법률은 두 조항에 대해 부칙으로 2001년 12월 31일 이후 시행되도록 하였으나, 1999년, 2003년, 2006년 세 차례에 걸쳐 시행이 유예되었었다. 전임자임금지급금지 및 근로시간면제: 사회운동을 제거하는 노동조합 업무에 대한 제도적 규정 개정 노조법 24조에 따르면 “사용자의 동의가 있는 경우에는 근로계약 소정의 근로를 제공하지 않고 노동조합 업무에만 종사하는” 노동조합 전임자는 사용자로부터 어떠한 급여도 지급받아서는 안 된다. 다만 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에서 정한 근로시간 면제 한도를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임금 손실 없이 “사용자와의 협의교섭, 고충처리, 산업안전 활동 등 … 건전한 노사관계 발전을 위한 노동조합의 유지 관리 업무를 할 수 있다.” 그리고 지난 2월 10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노조법 시행령 개정안은 근로시간면제한도 규정을 더욱 개악하여 총시간만이 아니라 인원수까지 규제할 수 있도록 했다. 이로 말미암아 당장 올해부터 크게 세 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첫 번째는 현장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근로시간면제 한도에 관한 것이다. 개정 노조법 24조의 2 조항에 의해 구성되는 근로시간면제위는 노동계, 경영계가 추천하는 각 5명의 위원과 정부가 추천하는 5명의 공익위원으로 구성된다. 노동계와 경영계의 입장차가 매우 클 것이기 때문에 사실상 정부측 공익위원 중 3명이 근로시간 면제 한도를 결정할 수 있다. 예전 노사정위의 경험을 보아도 그러하다. 정부가 시간과 인원수 한도를 통해 줄일 전임자 수준은 아직 구체적으로 밝혀진 것이 없다. 정부가 전임자 규모를 관련 통계가 작성된 1993년 수준으로 줄이고자 한다면 약 20% 이상 줄어들 것이다. (노동부에 따르면 2008년 전임자 1인당 조합원은 149.2명이며, 1993년은 183.4명이다.) 정부 측 공익위원으로 추천될 것으로 보이는 노사정위 공익위원들의 의견대로 결정된다면 전임자 1인당 조합원 수가 300명, 즉 현재 전임자의 50% 수준이 될 것이다. 경총의 경우 1,000명당 1명, 즉 80% 이상 감축을 주장하고 있지만, 한국노총과의 관계, 시행 첫해라는 점 등으로 볼 때 전임자 수 감축은 20~50% 사이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4월 말까지 근로시간면제위의 한도 결정이 이루어지면 산별노조, 기업노조는 한도 내에서 단체협약을 교섭해야 한다. 민주노총 내 단체협약의 상당수가 짝수 년에 이루어지기 때문에 당장 올해부터 많은 사업장에서 전임자 관련 교섭이 이루어진다. 금속노조의 경우 올해 단협이 만료되는 사업장이 80%에 이른다. ▶ 중소사업장 노조 약화에 따른 노동자 단결 문제 두 번째는 노동자운동의 단결과 관련된 것이다. 근로시간면제위가 조합원 수 범위에 따라 전임자 한도 수를 정하게 될 텐데 노동조합의 규모, 재정상황, 기업 내 역관계에 따라 미치는 영향이 다르기 때문이다. 노동자운동이 단결된 투쟁으로 정부와 자본에 맞서 싸우지 못한다면, 노조 간 격차가 터 커질 수도 있으며, 중소사업장 노조가 고립될 수도 있다. 예를 들면 유급 전임자 및 채용 활동가가 200여 명에 달하는 금속노조 현대차지부와 8개 사업장이 2명의 전임자를 가지고 지회로 편제되어 활동하는 금속노조 서울지부 남부지회의 상황이 다르다. 현대차지부가 줄어든 전임자 수를 가지고도 그럭저럭 버틸 수 있는 처지라면 남부지회의 경우 전임자 수가 1명만 줄어도 지회 유지 자체가 곤란해질 수 있는 처지다. 한편 현장 교섭력이 매우 약한 중소사업장 노동조합들은 벌써부터 전임자와 관련한 공격을 받고 있다. 많은 사업장들에서 연초 노사 상견례부터 사업주들이 올해부터는 전임자가 법적으로 금지되는 것 아니냐며 강한 압박을 하고 있다. 개정 노조법은 노조전임자 임금 지급을 금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여 근로시간면제를 할 수도 있다는 ‘예외’ 조항을 두는 구조다. 자본가들이 교섭 시 현장에서 들이댈 수 있는 강한 무기인 셈이다. 대한상의, 경총 등은 연초부터 회원사들을 상대로 전임자임금지급과 관련하여 “원칙은 임금지급금지”라면서 민주노총의 특별단체협약 요구를 무시할 것을 교육하고 있다. ▶ 노동조합 활동가의 사회운동에 대한 제약 마지막으로 노조 간부들의 역할과 관련한 것이다. 개정 노조법은 단순히 전임자의 수에 관한 문제만이 아니라 유급 노조 간부의 업무에 관한 것도 규정하고 있다. 법으로 아예 노조간부는 흔히 실리주의라고 비판받는 내용만을 하라는 것이다. “건전한 노사관계 발전을 위한 노동조합 유지관리 업무”라는 문구로 다소 두루뭉술하게 규정되어 있기는 하지만 정부, 사법기관, 언론 등의 노조 투쟁에 대한 매우 보수적인 태도를 고려하면 이러한 조항이 앞으로 노조 간부들의 활동을 상당히 제약할 것이다. 당장 상급단체 파견부터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전임자 문제를 논의했던 노사정위 공익위원들부터 자본가단체에 이르기까지 상급단체 파견은 노동조합 유지 관리 업무가 아니라는 것이 일반적 의견이다. 산별노조는 기업노조가 아니기 때문이라는 근거 역시 이들에게는 통하지 않는데, 이들에게 노조 전임자는 기업이 지불하는 노무 비용이기 때문에 애당초 산업별노조라는 개념 자체가 성립하지 않기 때문이다. 자본가들의 의도가 관철되어 유급 전임자들이 기업에 묶인다면 산별노조인 금속노조와 공공노조를 비롯하여 민주노총 지역본부까지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다. 특히 문제는 장기적으로 이러한 법적 제약이 노동조합 활동가 역할에 대한 노동자운동 진영의 인식 변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점이다. 한국 민주노조 운동이 여러모로 실리주의적으로 변화되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민주노조 운동 진영에서 노동운동 간부는 여러 사회운동의 이슈(보편적인 노동권, 평화, 민주주의 등)에 참여해야 한다는 대의명분을 존중한다. 하지만 실리주의 운동이 확장되어가는 가운데 노조 간부 활동에 대한 법적 규제까지 더해진다면 이러한 대의명분조차 순식간에 사라질 수도 있다. 정권과 자본이 앞으로 유무급을 상관하지 않고 현장 노동자들의 노조 운동 자체를 봉쇄할 여지도 있다. 정부가 만든 유급 기준은 이러한 점에서 일종의 노조 활동 관례처럼 확장될 여지가 많기 때문이다. 즉 정부가 만들어 놓은 유급 전임자의 기준을 가지고 향후 유무급을 넘어 노동자 운동을 하지 못하도록 막아설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무급 전임자(노조 업무 종사자, 노조에서 임금을 받는 노동자)라 하더라도 유급 기준과 어긋나는 여러 활동들에 대해 동의를 하지 않을 수 있다. ▶ 정부의 아전인수, 전임자에 대한 오해와 국외 사례 정부는 외국의 예를 들어 전임자임금지급금지가 마치 세계적 표준인 것처럼 이야기하기도 한다. 노동부가 상급단체 파견은 노조 재정으로 하는 것이라며 제시한 독일의 사례를 보자. 독일이 산별노조 파견자에 대해 노조 재정으로 처리 가능한 것은 우선 법적으로 보장되는 강력한 산별교섭과 경영참가가 보장되는 작업장위원회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집중화된 전국교섭과 지역교섭은 노동조합 교섭 업무의 상당 부분을 해결해주며, 유급 근로 시간 면제가 주어지는 작업장 위원회의 위원들은 노조와 조합원 사이에 가교가 되어 준다. 더군다나 한국과 달리 노조 활동에 대한 사회적 인정도 여러 방면에서 노조 업무를 줄여준다. 산별교섭은 고사하고 노조에 대한 적대적 태도로 일관하는 한국 상황과 비교 자체가 우스운 일이다. 노동부가 또 다른 예로 든 프랑스 역시 비슷하다. 프랑스는 법으로 보장하는 전국적 대표 노조들이 쟁취한 협약이 모든 노동자에게 확대되어 적용된다. 협약의 확대적용은 고사하고, 존재하는 단체협약도 무시하기 일쑤며 각종 법적 소송으로 조합 활동을 방해하는 한국과는 천지차이다. 또한 프랑스의 현장 노동자들은 조합대표, 종업원대표, 기업위원회 위원, 지역분쟁조정위원회 노동자 대표 등 다양한 경로로 노동자 운동에 참여할 수 있으며, 여러 수준으로 근로시간 면제가 주어진다. 노동자 운동 관련 활동 시간으로 따지면 절대 적지 않다. 복수노조허용 및 창구단일화: 복수노조 허용에서 어용노조 육성으로 개정 노조법 29조의 1, 2, 3, 4항은 복수노조 허용에 따른 교섭창구단일화를 규정한다. 29조의 2에서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조직형태에 관계없이 근로자가 설립하거나 가입한 노동조합이 2개 이상인 경우” 교섭대표노동조합을 정하여 교섭을 요구하며, 노동조합 간 자율교섭으로 교섭대표노동조합을 정하지 못한 경우 전체 조합원의 과반수 노동조합이 교섭대표노동조합이 된다. 과반 노동조합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 전체 조합원의 10% 이상인 노조들이 공동교섭대표단을 구성하며, 이마저도 구성되지 않을 경우 노동위원회가 강제로 비례대표를 결정한다. 그리고 예외 조항으로 교섭대표노동조합을 결정하는 기한 내에 사용자가 동의한 경우 창구단일화를 거치지 않고 노조별로 단체교섭을 할 수 있다. 개정 노조법의 29조는 요약하면, 초기업노조를 배제하며 사용자와 정부가 입맛대로 개입할 수 있는 복수노조 설립과 교섭창구단일화 방안이다. 복수노조 난립으로 교섭 비용이 증가할 수 있다는 간단한 논리로 그동안 자본이 원했던 갖가지 독소 조항들을 모두 집어넣은 것이다. ▶ 초기업 노조 무력화 먼저, 법안 자체가 기업 교섭 프레임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법안은 교섭의 단위로 기업(사업 또는 사업장)을 규정한다. 이에 따라 금속노조, 보건의료노조가 지금까지 진행해 온 산별중앙교섭은 사용자가 마음먹고 사업장에 어용노조라도 만들면 그 순간부터 교란된다. 개정 노조법은 교섭이 효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기업 교섭단위를 먼저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사측이 어용노조를 만들고 교섭을 방해하기 시작하면 노동조합 간 자율교섭부터 노동위원회 결정까지 최장 67일이 소요된다. 십 수 개의 사업장만 이런 식으로 교란해도 중앙교섭은 물론이고 시기 집중 교섭까지 얼마든지 방해할 수 있다. 개정 노조법은 철저한 기업별 교섭 프레임으로 아직 제대로 시작조차 하지 못한 산업별 교섭을 근간부터 흔든다. ▶ 사측과 정부의 개입 강제적인 기업별 교섭창구 단일화 규정은 사실상 복수노조 허용이 아니라 정부와 사측의 교섭단위 결정 개입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 법안은 복수노조 간 자율교섭으로 교섭대표노동조합을 결정하지 못할 때 전체 조합원의 과반수 노동조합이 대표노조가 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일부 대공장 노조를 제외하고는 이미 존재하는 민주노조도 사측의 탄압으로 매년 고생하는 상황에서 사측에 의한 어용노조 육성은 불 보듯 뻔하다. 더군다나 법안은 29조 1의 1항에서 사용자가 동의한 경우 교섭 창구 단일화를 하지 않고 노조별로 교섭을 할 수 있도록 하여 사용자가 개입할 여지를 확대해 놓았다. 여러 노조가 난립하여 과반노조가 존재하지 않는 경우는 정부가 교섭대표단 구성에 직접 개입할 수도 있다. 29조 2의 5항은 교섭대표단이 구성되지 않을 경우 노동위원회가 이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최근 더욱 보수화하고 있는 노동위원회의 성향을 보면 판결이 민주노조 운동 진영에 불리하게 결정될 것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이러한 조건에서 무노조 혹은 어용노조 사업장에 사용자가 꺼리는 민주노조가 자리를 잡는 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 존재조차 부정당할 비정규직 노조 비정규직 노조는 노조 존재 자체가 부정될 가능성이 크다. 비정규직 노조가 과반수 노조가 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창구단일화로 가게 되면 결국 사업장 내에서 비정규직 노조는 교섭권을 가진 과반수 노조의 처분을 바랄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되어 버린다. 법안은 29조의 3에서 “사업장에서 현격한 근로조건의 차이, 고용형태, 교섭 관행 등을 고려하여 교섭단위를 분리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노동위원회는 노동관계 당사자의 양쪽 또는 어느 한 쪽의 신청을 받아 교섭단위를 분리하는 결정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지금까지의 노동위원회 성향을 볼 때 노동위원회가 비정규직 노조의 교섭을 창구단일화에서 분리하도록 허용하지는 않을 것이다. ▶ 국외 사례 정부는 미국과 프랑스의 예를 들어 마치 교섭 창구 단일화가 세계적 표준인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이는 앞의 노조 전임자 문제와 같은 아전인수와 다름없다. 미국의 배타적 교섭 대표제는 선진 제도가 아니라 애초의 법안 취지가 악용되고 있는 대표적 노동악법이다. 현재 미국노총(AFL-CIO), 승리를 위한 변화 연맹(Change to Win Federation) 모두가 법안 개정을 위해 싸우고 있다. 1935년 와그너 법에 의해 규정된 배타적 교섭 대표 제도는 노동관계위원회(NLRB)가 승인한 노조 대표가 노조 교섭과 관련한 전권을 가지는 제도이다. 노조 또는 사용자가 30% 이상의 사업장 노동자 서명(수권카드)을 받아 노동관계위원회에 교섭대표선거를 신청하면, 위원회가 적합성 심사를 벌인 이후 사업주로부터 선거권자 명부를 받아 투표를 실시, 과반수 득표를 한 조합이 대표권을 획득한다. 애초 법안은 사용자의 교섭 회피를 줄이기 위해 전제 노동자의 투표를 통해 사용자에게 교섭을 강제하고, 조합원 직접 투표를 통해 당시 다수 존재하던 어용노조를 민주화하기 목적으로 제정되었다. 하지만 이후 법안은 사용자들이 노동자 정보를 독점하여 대표 선거를 어용노조 정당화에 이용하고, 배타적 교섭대표(창구단일화)를 통해 신규노조 설립 자체를 방해하면서 미국의 대표적 노동악법으로 변질하였다. 노동조합들은 민주당 대통령 시기마다 개정을 요구했으나 번번이 공화당에 막혀 개정시키지 못했다. 현재 승리를 위한 변화 연맹은 사측의 개입을 차단하고 신규노조 설립을 자유롭게 가능하게 할 노동조합에 대한 종업원자유선택법률(Employee Free Choice Act)을 의회에 통과시키기 위한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한국 창구단일화를 프랑스와 비교하는 것은 더욱 가당치도 않다. 우선 프랑스의 단체협약은 기본적으로 산별교섭으로 체결된다. 모든 사업장에서 노조 설립이 허용된 5개 대표노조는 각각 혹은 공동으로 사용자 단체와 산별협약을 체결한다. 이들 대표 노조가 체결한 산별협약은 조합원뿐만 아니라 산업 내 모든 노동자에게 효력이 확장 적용된다. 확장되는 효력은 각 노조가 체결한 협약 중에 노동자 입장에서 가장 유리한 조항들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사실상 5개 대표노조가 각각 산별 교섭을 하더라도 결과적으로 공동 교섭의 효과를 갖는다. 그리고 기업별 교섭은 산별협약의 유리한 조항을 악화시키지 않는 범위에서 허용된다. 기업에 있는 복수의 대표노조들 지부는 결과적으로 최선의 산별 교섭 조항들로 이루어진 확장 효력 하에서 교섭을 진행하기 때문에 통상 다수의 노조가 존재하더라도 공동으로 교섭단을 꾸려 기업별 교섭을 체결한다. 2004년 노조법 개정으로 이전과 달리 법률에 근거한 기업 내 대표 노조가 기업별 교섭의 배타적 지위를 확보하지만, 이 자체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갈등적으로 나타나지 않는 이유다. 미국과 영국의 사례: 노조법 개악에 대한 실리적 대응과 노조의 몰락 노조법을 개악하여 노동자운동을 파괴한 경우는 세계적으로도 다수 존재한다. 특히 자본의 천국인 미국과 영국의 예가 대표적이다. 미국은 2차 세계대전 이후 반공주의 사회 분위기를 등에 업고 1947년 태프트-하틀리법을 통해 노조의 이념과 운동을 제약했다. 영국은 1979년 대처 정부 등장을 계기로 대대적인 노동법 개악에 나섰다. 2차 세계 대전 이후 미국의 노동운동은 전쟁 기간 억제된 임금과 고용조건에 대해 일제히 분노를 터뜨리며 1946~47년 수백만 명이 참여하는 파업을 벌였다. 대표적으로 전미자동차노조(UAW)는 지엠을 상대로 1945년 겨울부터 113일간 파업을 펼쳤다. 정부와 자본은 이에 대해 노조법 개악으로 맞섰는데, 상원의원 로버트 태프트가 주도한 노사관계법은 노조의 연대 파업, 정치적 파업, 다른 사업장에 대한 연대 투쟁을 금지했다. 그리고 연방정부에 의한 직권중재, 대통령에 의한 파업 중단 명령을 허용하는 것은 물론 사용자에게 노동조합의 대표적 교섭권을 거부하고 새로 선거를 할 수 있는 권한을 주었다. 아예 노조의 손과 발을 묶어버린 것이다. 한편 당시 미국 노총 및 금속산별노조의 대응은 매우 수세적이었고, 실리주의적이었다. 미국노조의 가장 강력한 부위였던 전미자동차노조는 노조법 개악이 준비되는 과정에서 ‘기업 지불 능력에 따른 임금 인상’이라는 투쟁 전략을 수립했는데, 노조가 기업과 정부에 협조할 테니 기업은 지불 능력이 되는 만큼은 성실하게 임금을 인상시켜 달라는 것이었다. 전미자동차노조는 전쟁 이전까지 유지되던 산업별 임금 정책을 포기했다. 당시 전쟁을 거치며 많은 수익을 올린 완성차(지엠, 포드, 크라이슬러)업체 노동자에게는 적합할 수 있으나, 수백 개의 중소 부품업체 노동자에게는 오히려 임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는 전략이었다. 또한 연대파업, 연대투쟁을 금지하려는 정부 정책과 조응하는 것이었다. 정부는 전미자동차노조의 이러한 정책을 환영했고, 정부 차원에서 기업들의 수익을 조사하겠다는 약속까지 했다. 비즈니스 노조라고도 불리는 미국의 노조 노선은 이렇게 노조법에 대한 적응과 실리주의적 대응에서 탄생했다. 하지만 이러한 노조 노선은 그 어떤 사회운동적 과제와도 관련이 없었고, 오히려 미국 내에서도 대공장 정규직 이기주의로 매도되며 고립되기 일쑤였다. 미국의 노조 조직률은 계속 낮아져 2008년에는 10%를 간신히 넘기는 수준으로까지 낮아졌다. 2009년 전미자동차노조가 3만여 명의 조합원을 해고로 잃고 3조원이 넘는 노조의 퇴직자건강보험기금마저 사측에 빼앗겨도 아무도 노조를 동정하지 않았다. 영국의 경우도 비슷하다. 대처 정부는 단계적으로 노조법을 개악하며 노동조합 운동의 기반을 흔들었다. 1980년 고용법 개정에서는 노동조합의 연대투쟁과 연대파업을 불법화했고, 1982년에는 영국 노조의 근간을 이루었던 클로즈드숍을 엄격하게 제한했다. 1984년에는 노동조합법을 개정하여 파업에 대한 노조의 면책권을 제한했고, 노조의 정치자금 조성 역시 여러 조건을 달았다. 1988년 고용법에서는 노조원이 노조의 파업에 참가하지 않아도 노조로부터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했으며, 자기 사업장 외 모든 투쟁(Secondary picketing)에 대해서는 연대할 수 없도록 하였다. 대처 정부는 이 밖에도 노동조합의 연대를 금지하는 여러 조항을 신설하여 노동조합을 기업별 체계에 고립되도록 하였다. 이에 대한 영국노총의 대응은 거의 없었다고 해도 무방하다. 대처 정부의 노조법 개악이 매해 계속되는 가운데 터진 1984년 탄광파업은 영국노총(TUC)의 방관 속에서 정부에 의해 진압되었고, 영국노총은 투쟁과 연대보다는 노동당 재집권을 위한 정치자금 모금과 선거 운동에 모든 힘을 쏟았다. 1980년대 내내 노동당은 선거에서 졌고, 영국 노동조합의 조직률은 1979년 55%에서 2005년 26%로 반토막이 났다. 2010년 개정 노조법에 대한 대응: 한국 민주노조 운동의 또 다른 10년을 준비하자 자본의 의도는 명확하다. 위의 영국과 미국 사례에서도 볼 수 있었듯이 자본이 노동조합과 관련하여 공격하는 첫 번째 목표는 노동조합 ‘운동’의 제거다. 개정 노조법은 노조전임자에 대한 역할을 제한함으로써 아래로부터 노조 간부에 대한 인식을 바꾸어내고, 창구단일화를 통해 초기업노조를 무력화하는 것은 물론 정부와 사용자의 노조 개입력을 높인다. 1947년 태프트-해틀리 법과 1980년 영국 고용법 개정이 가장 먼저 노동조합의 연대투쟁을 금지했던 것과 비슷한 논리다. 자본의 의도가 이러할진대, 노동자운동의 대응 역시 단기적인 전임자 수 확보, 단체교섭과 관련한 기존 노조의 기득권 보호 정도에 그쳐서는 안 된다. 지갑을 모두 내놓으라는 강도에게 차비만 달라고 구걸하는 꼴이다. 물론 객관적 조건으로 인해 한국 민주노조 운동 진영이 당장 개정 노조법을 투쟁으로 재개정하는 것은 쉽지 않을 수도 있다. 지금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노조법 투쟁을 어떠한 관점에서 계획할 것이냐다. 개정 노조법을 단순한 전임자와 단체교섭 조정과 관련한 것으로 본다면 이 투쟁은 시작부터 실패한 것일 수밖에 없다. 반대로 지금 당장 큰 투쟁을 만들지 못하더라도 개정 노조법에 대한 투쟁을 자본이 노리는 것과 정반대로 노조를 강화하기 위한, 즉 노동조합운동의 사회운동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접근해나간다면 당분간은 어려운 조건에 처할 수도 있겠지만 앞으로 한국 민주노조운동이 미국이나 영국이 거쳤던 길과는 다른 길을 찾아 나갈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개정 노조법에 맞선 투쟁은 이러한 점에서 개정 노조법의 문제점을 전 조합원에게 분명하게 알려내고 앞으로의 투쟁을 조직해나가는 교육 사업에서부터 시작할 필요가 있다. 조합원들에게 노조법 개정안은 여전히 노조 전임자 숫자 조정 수준에서 이해되고 있기 때문이다. 노동조합 없이 노동 기본권도 없으며, 노동조합의 사회운동 없이 노동조합은 유지될 수 없다는 것을 확인해 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다음으로 노동조합의 필요성을 대국민적으로 확인하게 할 수 있는 범사회적 운동을 조직해야 한다. 당장 2009년 경제 위기 와중에 큰 피해를 본 저임금 노동자층의 획기적 임금 개선을 목표로 하는 대대적인 최저임금 인상 투쟁이 계기가 될 수 있다. 통상 6월에 최저임금위원회를 통해 결정되는 최저임금은 산별교섭도 전국교섭도 존재하지 않는 한국에서 노동조합이 가장 광범위하게 노동자들을 대표하여 투쟁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투쟁 중 하나이다. 6.2 지방선거가 존재하는 만큼 지역자치단체 수준에서도 이슈로 만들 수 있는 지역 최저임금 관련 의제를 개발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7월 노조법 시행을 앞둔 시점에서 노조법을 비판하는 매개도 될 수 있을 것이다. 4월 초부터 본격화될 금속노조 조기단협 투쟁, 단협이 해지된 철도 발전 가스 등 공공부문 노조들의 노조 사수 투쟁을 총연맹 수준에서 함께 만들어 갈 기획은 두말할 나위 없이 중요하다. 노조법이 노리는 바가 모든 노조가 개별화되는 것이니만큼 이에 맞선 투쟁은 총연맹 차원에서 얼마만큼 단결력을 유지하느냐가 관건이다. 당장 3월부터 근로시간면제위에 대한 참가 여부가 큰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혹자는 근로시간면제위에 참여하지 않을 이유가 없으니 참가하여 조그만 실리라도 챙기자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는 현재 개정 노조법 투쟁을 노조 전임자 숫자와 창구단일화 교섭 절차 정도 문제로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정 노조법에 대한 투쟁은 조그만 실리를 주고 받는 투쟁이 아니라 한국에서 민주노조의 역할이 결린 투쟁이다. 개정 노조법 위에서 근로시간 면제 상한선을 정하는 것에 그치는 위원회에 참여하는 것은 투쟁의 정당성을 스스로 허무는 일이다. 3~4월 근로시간면제위 결정 이후에는 기업 혹은 산별 차원의 단협 교섭이 진행될 것이다. 노동부는 산하 지방 기관에 근로시간면제위 결정 이전에 노조와 교섭하지 말도록 사측을 지도하도록 방침을 내렸다. 금속노조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4월까지 자본은 교섭을 회피할 것으로 보인다. 올 해 내내 단협 관련 노사 교섭이 여러 수준에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이유로 일부 노조는 전임자를 유지하고 장기 투쟁을 준비하는 차원에서 조합비 인상을 고민하고 있다. 올해 7월부터 법이 시행되지만, 민주노조 운동 진영은 “악법은 어겨서 깨뜨린다“는 지난 투쟁의 경험을 바탕으로 다양한 투쟁 전술을 동반한 싸움을 준비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조합원들의 노조법에 대한 이해와 노동운동의 나아갈 바에 대한 동의가 조직되어야 할 것이다.
더 많은 노동조합에 더 많은 이주노동자 참여를 “사람이 사람이 아니예요. 너무 심해요. 우리가 동물이예요?” “이렇게 설날까지 와서 잡아가면 누가 맘놓고 쉬어요?” “우리는 아무 잘못도 안했는데 왜 범죄자처럼 대해요?” - 설날 연휴 동대문 식당 단속 후 이주노동자들의 호소 이주민 현황 2009년 말 현재 국내에 체류 중인 이주민 총 숫자는 1,168,477명으로 2008년 대비 0.8% 증가했다. 방문취업제 동포 306,283명을 포함하여 등록 이주노동자는 565,898명, 미등록 이주노동자는 177,955명, 결혼이주민은 125,087명, 유학생은 80,985명으로 나타났다. <표1> 이주민 연도별 증감현황 (단위: 명) <표2> 국적별 및 체류자격별 이주민 현황 (2009년 12월말 현재, 단위: 명) <표3> 미등록 이주민 연도별 증감현황 (단위: 명) (표 생략. 첨부파일 참조) 위 자료에서 다음과 같은 사실을 파악할 수 있다. 첫째, 경제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유입 이주민 숫자는 줄어들지 않았고 계속 늘고 있는 추세다. 이는 이주민 본국의 경제가 더욱 어려워서 계속적인 이주 압력이 존재한다는 것과 국내 중소영세 업체들의 인력난이 여전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둘째, 전체 117만여 명의 이주민 가운데 절대 다수인 74만여 명이 이주노동자이고 그 숫자도 증가하고 있는 것은 이주민 정책에서 이주노동자 정책이 중심에 있어야 함을 의미한다. 셋째, 미등록 이주민 숫자가 노무현 정부 당시 23만 명에 육박했는데 현재 17만 8천 명 수준으로 줄어든 것은 이명박 정부 들어서 2008년에 30,576명, 2009년에 29,043명을 강제출국시키는 등 강도 높은 단속추방 정책으로 일관했기 때문이다. 근본적인 정책전환이 없는 이상 이 문제는 계속 부각될 것이다. 이주노동자 정책 전망과 과제 경제위기를 빌미로 한 공세에 대한 대응 경제위기 상황이 근본적으로 나아질 것으로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이명박 정부는 올해에도 노동자들의 임금과 일자리, 노동조합에 대한 공격을 늦추지 않을 것이다. 여전히 경기 부양의 효과는 미미하고 실업률과 실업자 숫자는 최대에 달하고 있으며 저임금과 불안정한 일자리가 늘어간다. 또한 노사관계 선진화와 노동유연화는 최소한의 안정성도 보장하지 않고 노동자를 쥐어짜는 방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노동자의 고용과 임금, 생활수준은 계속 하락할 가능성이 높고 그 속에서 이주노동자의 상황 역시 악화될 것이다. 특히 노동자 사이의 분열을 확대시키기 위해서 정부와 자본은 이주노동자를 내국인 일자리 위협 집단으로 간주하고 이에 대한 악선전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작년에도 정부는 내국인 일자리를 보호한다는 미명 하에 이주노동자 유입 쿼터를 3분의 1로 줄인 바 있다. 그리고 이주노동자를 내보낸 자리에 내국인을 고용하면 일시금 120만 원을 지급한다는 정책도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은 이미 실패했다. 쿼터는 이미 작년 상반기에 소진되어 현장에서는 인력난으로 아우성이었고, 내국인 대체 일시금을 신청한 사업장이 있다는 소식도 없었다. 더욱이 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5인 이상 사업체의 생산인력 부족률은 2008년 현재 2.71%이고 30인 이하 사업장은 4.02%로 2000년에 비해서도 높은 수준이다. 따라서 올해 유입 쿼터는 작년보다는 늘어날 전망이다. 또한 정부는 건설현장 중국 동포 이주노동자들을 규제하기 위해 작년에 ‘건설업종 취업등록제’를 실시하여 취업 인정 증명서가 없는 이주노동자들을 퇴출시키려 하고 있다. 10만 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되는 이들 가운데 5만여 명을 제조업이나 농축산업으로 돌리거나 강제출국시키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발생할 갈등도 불을 보듯 뻔하고 이미 외국인력 없이 돌아가지 않는 건설현장이 이러한 정책으로 인해 인력부족을 겪을 가능성도 크다. 그리고 중소기업중앙회를 중심으로 하여, 이주노동자 임금 부담이 크다며 최저임금제를 개악해서 이주노동자 임금을 삭감하려는 기도나, 숙식비 등을 월급에서 공제하려는 시도도 계속될 것이다. 따라서 이주노동자운동 진영은 이러한 공세에 대해 이주노동자의 권리를 옹호하며 정부와 자본의 논리를 비판하고 연대를 확장해야 할 것이다. 이주민에 대한 범죄자화 비판 청와대의 지시로 작년 10월부터 대검찰청은 법무부, 경찰청, 관세청, 국가정보원, 금융정보분석원 등으로 구성된 ‘외국인조직범죄 합동수사본부’를 설치하여 운영하고 있다. 그 산하에는 9개 지역본부도 있어서 일상적인 정보수집과 전담수사를 한다. 그러나 수사본부 설치 당시에는 외국인 조직폭력배 수십 개가 암약하고 있다며 호들갑을 떨었지만 정작 지금까지 이렇다 할 보고는 없는 상황이다. 오히려 이주민 전체, 특히 미등록 이주민들이 마치 범죄자 집단인 것 같은 인식을 퍼뜨린 효과만이 전부인 듯하다. 그러던 와중에 지난 2월 15일 설날 연휴에 동대문의 한 네팔 식당에서 발생한 사건은 이러한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주었다. 경기도경찰청이 주도하고 인천공항출입국이 협조한 이 단속에서 경찰은 ‘불법도박, 폭력행위’에 대해 압수수색을 한다는 빌미로 영장을 받아왔다. 그러나 현장에는 설날 모임을 하려던 사람들이 있었을 뿐이었다. 범죄행위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경찰과 출입국은 식당 내 모든 이들을 못 움직이게 하고 심지어 전화도 쓰지 못하게 하면서 신분증 검사를 해서 미록 이주민 10명을 단속했다. 경찰 스스로도 장소를 잘못짚었다고 나중에 시인할 정도로 엉뚱한 수색이었지만 이를 사과하기는커녕 비자가 없다는 이유로 범죄자처럼 이들을 체포하여 출입국으로 보내버린 것이다. 그 과정에서 지켜져야 할 절차와 규정이 무시된 것은 두말할 나위 없다. 이런 식이라면 신고가 들어왔다는 것을 빌미삼아 언제 어디라도 출동해서 미등록 이주민을 단속하게 될 것이다. 이주민 숫자의 증가에 따라 범죄가 늘어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 아니다. 이주민의 범죄를 따로 전담하는 기구까지 설치한다는 것은 인종차별적인 행위이다. 오히려 사회적인 차별과 냉대, 이주노동자에 대한 억압과 공정한 정책의 부재를 시정하는 것이 시급하다. 공포분위기만 잔뜩 조성하는 것은 대안이 아니다. 이주노동자운동은 인종차별적인 범죄자화에 맞서 진보적이고 양심적인 사회세력과 연대하여 비열하고 야만적인 행위들을 폭로하고 규탄하는 행동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지속적인 강제 단속추방 대응 이명박 정부 2년 동안 6만여 명을 강제추방해서 미등록 이주민을 17만 명 수준으로 줄였고 이러한 기조는 변화하지 않을 전망이다. 이는 이미 2008년에 발표한 외국인정책 5개년 계획에서 미등록 이주민을 향후 5년 내에 체류 외국인의 10% 수준으로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한 이래 지속적인 집중단속으로 현실화되었다(이러한 목표치는 주로 OECD 국가들에서 이정도 선에서 미등록 이주민을 관리하는 것을 성공적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주민들의 숫자가 늘어나면 당연히 미등록 이주민 숫자도 늘어나기 때문에 정부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보다 훨씬 많은 숫자를 계속 잡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수많은 비용과 갈등을 수반하는 이러한 강제단속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는 이상 현장에서의 인권침해와 폭력은 근절될 수 없다. 더욱이 올해에는 건설업종 취업등록제로 인해 정부가 대대적으로 건설현장 단속을 예고하고 있어서 상반기에 이 문제가 또다시 커다란 이슈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건설현장 이주노동자 쿼터를 절반 정도로 줄였는데 중국 동포 노동자들이 제조업이나 다른 분야로 이동하지 않는다면 쫓고 쫓기는 사태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건설이 급여가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에 이동하려 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기존의 집중단속도 계속될 것이므로 이래저래 1년 내내 강제단속과의 싸움이 이어질 것이다. 이주노동자운동은 인간성을 파괴하는 강제단속을 고발하고 인권을 옹호하는 활동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출입국관리법 개악에 대한 대응 법무부가 추진 중인 출입국관리법 개정안이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데 매우 개악된 안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2012년부터 입국하는 모든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지문정보와 얼굴정보를 채취한다. 외국인 관리와 범죄 수사에 효율적이라는 이유를 대고 있지만 이미 노무현 정부 당시 도입하려 했다가 인권침해 논란에 부딪혀 철회되었던 사안이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 들어 공안 정책의 강화와 더불어 추진되고 있다. 이는 전체 외국인들을 잠재적으로 범죄자로 보는 것이고, 특히 그 중에서도 아시아 출신 외국인들을 표적으로 삼고 있다. 또 다른 내용은 기존의 불법적 단속 관행을 정당화하는 것이다. 단속과 구금, 추방으로 이어지는 과정에 대해 이주민 인권운동 진영에서는 지속적으로 비구금화를 요구하였고 영장주의를 도입할 것을 촉구해 왔지만 법무부는 이를 도입하기는커녕 오히려 공장이나 주택, 이주민 거주 시설에 대한 무단진입을 합법화하고 있다. 또한 길거리에서도 별다른 절차 없이 아무나 정지시켜 신분검사를 할 수 있게 하는 등 인권침해 조항들이 가득하다. 우리는 이러한 반인권적인 출입국관리법 개악안이 통과되지 않도록 힘을 모아 대응해야 할 것이다. 개정된 고용허가제의 문제점 비판과 대안 촉구 작년 하반기에 고용허가제법이 개정되었지만 개정 내용의 대부분이 사업주의 요구에 따른 것으로서 문제가 많다. 첫째, 사업장 변경 문제이다. 개정된 법에서는 다음의 경우에 예외적으로 사업장 변경을 허용한다. ①사용자가 정당한 사유로 근로계약기간 중 근로계약을 해지하려고 하거나 근로계약이 만료된 후 갱신을 거절하려는 경우. ②휴업, 폐업, 그 밖에 외국인근로자의 책임이 아닌 사유로 그 사업장에서 근로를 계속할 수 없게 되었다고 인정되는 경우. ③(기업의) 고용허가가 취소되거나 고용이 제한된 경우. ④사업장의 근로조건이 근로계약조건과 상이한 경우, 근로조건 위반 등 사용자의 부당한 처우 등으로 인하여 사회통념상 근로계약을 유지하기 어려운 경우. ⑤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가 발생한 경우. 이 가운데 사업장 변경 횟수에 포함되지 않는 것은 ②항뿐이라고 규정되어 있다. 즉 회사가 쉬거나 문을 닫거나 이주노동자의 책임이 아닌 경우 사업장 변경 횟수에 포함되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④항에서 규정하는 것도 사실은 이주노동자의 책임이 아니다. 예를 들어 임금체불이나 휴식시간 미부여, 폭행이나 성희롱 등은 이주노동자 책임이 아니기 때문에 ②항에 해당된다. 그러나 이는 ④항의 ‘근로조건 위반’에도 해당될 수 있다. 그렇다면 고용지원센터의 해석에 따라 어느 조항에 해당되는지 결정되는 것인가? 최근 들리는 얘기로는 노동부에서도 두 조항이 중복될 수 있다고 보고 노동관계법 위반은 ④항으로 적용할 것이라고 한다. 그렇게 되면 사업장 변경 횟수에 포함되게 되는데, 이는 이주노동자에게 불리하게 적용되는 것으로 갈등을 유발할 소지가 많다. 둘째, 재고용 문제다. 전에는 3년이 끝나기 전에 고용주가 재고용을 신청하면 1개월 출국하여 본국에 다녀온 후 3년을 더 일할 수 있었다. 개정된 법에서는 출국 없이 2년을 더 일할 수 있게 되었다. 즉 3년을 일해도 본국에 갔다 올 수도 없고 또 더 일할 수 있는 기간도 2년으로 줄어든 것이다. 셋째, 근로계약 기간을 3년 이하에서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한 것이다. 기존에는 1년 이하에서 계약을 맺었는데, 이제는 3년 이하가 됨으로써 고용주들 마음대로 계약기간을 늘릴 수 있게 되었다. 그만큼 이주노동자의 선택권이 줄어든 것이다. 넷째, 사업장 변경 시 구직기간을 2개월에서 3개월로 연장한 것이다. 1개월이 늘어났지만 여전히 이는 부족하다. 3개월 안에 직장을 다시 못 구하면 출국하거나 미등록 체류자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법은 개정되었지만 그에 따른 현장의 문제 발생 여지는 크다. 우리는 이에 대해 현장에서 지속적으로 대응하면서 고용허가제의 문제점을 비판하고 근본적 대안을 촉구하는 활동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이주노동자 노동조합 조직화 노동조합 조직화 상황 이주노동자가 스스로 주체가 되어 이주노동자의 사회 경제적 지위 향상과 노동과 삶의 영역에서 권리 실현을 추구하는 운동으로서 이주노동자운동은 아직 크게 성장하지 못했다. 70만 이주노동자 가운데 노동조합으로 조직된 숫자나 이주노동자 활동가들 역시 많지 않다. 오래된 미등록 이주노동자 활동가들은 단속으로 인한 강제추방에 시달려 왔고, 새로운 고용허가제 노동자들은 아직 활동가로 본격적으로 단련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와중에서도 조금씩 노동조합 조직화가 이뤄지고 있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일찍부터 이주노동자 노동조합을 표방해 온 서울경인 이주노조나 대구 성서공단 노조를 제외하고 비교적 최근에 조직된 사례들이 늘어나고 있다. 금속노조나 일반노조의 사례는 단위 현장에서 내국인 노동자들이 노조를 설립하고자 할 때 이주노동자를 제외하고는 파업의 효과나 교섭력을 가질 수 없는 상황에서 조직화를 시도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 과정에서 내국인들은 이주노동자들과 소통의 기회를 가지고 연대의 필요성을 자각하게 되었고 이주노동자 역시 노동조합이 고용안정과 노동조건 향상을 가져다준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었다. 위 사례 외에도 공공노조 시설환경 쪽에도 중국 동포 이주노동자들이 조합원으로 가입했다. 민주노총과 금속노조 민주노총은 ①이주노동자 조직화를 위한 이주노동권 담당자 회의 강화, ②조직 내 이주노동자에 대한 인식변화 사업(조합원용 교육자료 제작 등), ③이주활동가 양성 사업(이주활동가 학교 등), ④송출국 노총과의 연대를 통한 지원 사업(활동가 파견, 입국 전 사전 교육 등), ⑤이주노동자를 위한 교육자료 제작 등의 사업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이 외에도 지역별 시민사회단체와의 연대 강화, 지역별 연대 확장 등 연대활동을 확대 강화하려는 노력도 계획하고 있다. 금속노조의 경우 이주노동자 조직화 부분에서 다음과 같이 계획을 세우고 있다. ①신규 사업장 조직 시 이주노동자의 비율이 높고 계급적 연대를 위해 이주노동자 조직화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기본방향은 ‘1사 1조직’ 사업에 이주노동자도 포함되도록 한다. ②이주노동자 조직사업지원을 위한 지원태세(예산, 통역)를 구축한다. ③이주노동자 조직화의 필요성을 위한 간부대상 교안과 이주조합원을 위한 교안을 제작한다. 이러한 노력은 과거보다 훨씬 진일보한 내용이고 특히 금속노조의 경우 사업계획과 이에 대한 예산 배정을 거의 처음으로 시작했다는 데 의미가 크다. 이러한 흐름이 성과로 이어지고 그 성과에 기반하여 더욱 확대되면 내국인과 이주노동자가 연대하는 노조가 점점 더 늘어날 수 있을 것이다. 이주노조 서울경인 이주노조는 2005년 설립 이래 5년째를 맞이하고 있다. 신분에 관계없이 전체 이주노동자를 위해 이주노동자 스스로 활동하는 노조지만 아직 설립신고를 못하고 있고 관련 소송이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또한 그동안 미등록 이주노동자 활동가들에 대한 표적단속과 이에 대한 대응투쟁을 지속해 오면서 노동조합 규모의 확대나 저변 확장이 부족했다. 그러나 이주노동자들의 독자적인 노동조합으로서 일상적인 권익 옹호 활동, 국내 국제 연대활동, 노동운동 내에서의 인식 제고 등 전체 이주노동자를 대변하여 활발한 활동을 해 왔다. 특히 올해에는 더 많은 조합원 확대, 조합원과 활동가 교육에 중점을 두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또한 민주노총, 금속노조 등과 협력을 강화하여 노동조합 조직화 흐름이 노동운동 내에서 더욱 커지도록 해야 하는 과제 또한 안고 있다. 이러한 과제는 이주노조뿐만 아니라 진보적인 사회운동, 노동운동 전체의 몫이기도 하다. 더 많은 노동조합에 더 많은 이주노동자 참여를 경제위기로 인해 전 세계 이주노동자들의 상황은 나쁘다. 북반구의 각국은 이주노동자를 규제하거나 쫓아내기 위한 조치를 계속 만들어 내고 있고 이주노동자에 대한 억압을 강화하고 있다. 구조조정이나 해고의 1차 대상도 이주노동자가 된다. 이주노동자가 유입되는 아시아 나라들도 마찬가지다. 국내 경제가 어려우면 가장 취약한 계층이 타격을 먼저 받듯이 세계 경제가 어려우면 가난한 나라들이 제일 큰 고통을 겪는다. 이주노동자들을 보내는 본국의 상황들이 그러하다. 일자리와 생계의 막막함은 고난을 겪더라도 이주의 길을 선택하게 만든다. 인간의 존엄이 더욱 침해당하는 시기에 이주노동자들의 비빌 언덕이 되고 발언의 통로가 되는 것은 일차적으로 그 사회의 노동운동일 수밖에 없다. 노동운동이 노동자를 조직하고 저항의 보루로서 기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한국 사회의 노동조합, 민주노총의 노동조합들이 이주노동자들에게 더 손을 내밀고 동등한 주체로서 연대하기를 요구한다. 2010년을 더 많은 노동조합에 더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참여하는 해로 만들어 나가자.
노동조합 개혁을 위한 동맹이 필요하다 김영훈 신임 집행부가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공무원노조, 전교조, 철도노조에 대한 정권의 탄압이 더욱 드세고 금호타이어, 한진중공업에서는 대규모 정리해고가 시작되었다. 개악 노조법을 근거로 자본은 벌써부터 현장에서 단협 개악을 획책하고 있다. 총연맹 집행부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사즉생 생즉사(死卽生 生卽死)가 한국 노동자운동의 처지다. 이제 모든 노조와 정파들이 총연맹을 중심으로 단결하여 투쟁해야 함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반복되는 선거 결과와 공허한 혁신론 그런데 정권과 자본에 맞선 투쟁과 더불어 우리가 깊이 생각해봐야 할 문제가 또 있다. 바로 노동조합운동 혁신이다. 6기 임원 선거는 그 어느 때보다 내외적인 혁신 요구가 많았다. 5기 지도부의 성폭력 사건과 이명박 정권과의 투쟁에서 바닥을 드러낸 총연맹의 지도력을 보면서 많은 활동가들이 이대로 총연맹을 두었다가는 정권과 자본에 맞선 싸움 이전에 민주노조 운동이 서서 말라 죽을 수도 있다는 위기감을 느꼈다. 하지만 정작 선거에서 혁신의 모멘텀은 보기 힘들었다. 그 어느 때보다 기권(무효)표가 많았고, 투표율이 낮았다. 그리고 지난 10여 년 간 민주노총 운동을 책임졌던 세력이 예전과 비슷한 득표율로 다시 당선되었다. 정파적 이해를 감춘 통합후보론은 논점을 흐렸고, 총연맹 혁신과 관련한 실제 쟁점들은 제대로 제기조차 되지 않았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다. 선거 자체만 놓고 보면, 정파적 선호가 분명한 대의원 간접 선거라는 한계, 기존 집행부 세력 교체를 내세운 선본에 대한 신뢰 부족, 그다지 새로울 것이 없는 혁신안들, 총연맹 자체에 대한 낮은 기대 수준 등 여러 원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문제는 이 구도가 비단 이 번에만 있었던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10년이 넘게 매번 선거 때마다 비슷한 패턴의 투표, 선거운동, 정파 공조가 반복되었고, 결과 역시 비슷했다. 모두가 아는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이번 선거를 통해서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선거 기획’만으로 진정성 있는 혁신 논의와 지도력을 세우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보아도 혁신과 투쟁을 내세운 지도부가 세워진 것은 특수한 정세 속에서만 가능했다. 선거결과는 민주노조 운동 내 뿌리를 밖은 사회적 합의주의, 실리주의 노선의 힘을 보여주며, 반대로 혁신을 주장하는 민주적 계급적 운동 진영의 대중적 허약함을 반증하는 것이다. 민주노조 운동의 올바른 지도력 구축을 위해서는 최소한의 토대가 필요하다. 노동조합 개혁을 위한 동맹과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선거가 끝나고 6기 집행부가 출범한 지금, 이제 민주노조 운동의 올바른 지도력을 만들어 내기 위해 필요한 것은 대대적인 노동조합 개혁 운동이다. 정권과 자본을 대상으로 한 운동만이 아니라 노동조합 자체를 대상으로 한 운동 역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민주노총의 운동이 역동성을 잃어버리는 것에 비례하여 총연맹에 새로운 지도력을 만들어 낼 가능성도 줄어들고 있다. 우리에게는 민주노조 운동의 새로운 지도력을 만들어 낼 자원이 필요하다. 노동조합은 자본에 맞서는 사회운동 조직임과 동시에 기본적으로 사용자와 임금, 노동조건을 교섭하는 제도적 기구이다. 이러한 이중성 때문에 노동조합은 운동의 주체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운동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어용노조를 민주화하기 위한 1980년대 남한 민주노조운동, 기존 노조들의 정파적 분열과 권위적 현장 통제를 변화시키기 위해 1960년대 후반부터 1970년대 초반까지 진행된 이탈리아 공장 평의회 운동이 예이다. 상층 관료 중심으로 정치권 로비에만 매몰된 노조운동을 개혁하기 위한 1990년대 중반의 미국 국제서비스노조의 조직화 운동, 그리고 가장 최근 내부의 신자유주의 개혁 노선을 뿌리 뽑고 노동조합 운동을 사회주의 이행을 위한 중추적 기관으로 재정립하기 위해 2000년대 중반부터 남아공노총이 벌인 정풍 운동도 대표적 예라 할 것이다. 노조 개혁 운동은 기존 노조 운동의 변화와 더불어 새로운 지도력도 형성했다. 어용 노조 개혁 운동을 통해 만들어진 전노협의 지도력에 대해서는 굳이 더 설명이 필요 없을 것이다. 이탈리아 평의회 운동을 통해 만들어진 트렌틴 지도부, 미국 서비스노조 조직화 운동에서 만들어진 스턴 지도부와 승리를 위한 변화 노조 역시 운동을 통해 만들어진 지도력이다. 물론 남한 노동자운동에서 민주노총 건설 이후 노동조합 개혁과 관련한 흐름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기업별 노조 극복을 위한 산별노조 건설 운동, 총연맹 강화와 노조 민주주의 확대를 위한 총연맹 직선제 규약 개정 운동, 민주노조의 계급 대표성 재구축을 위한 전략조직화사업 등 여러 수준에서 노조 개혁 운동이 있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이 운동들은 현재 정체되었거나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외국 노조 모델에 대한 몰정세적 맹신, 조합원들의 상태와 동떨어진 상층 지도부만의 의지, 진정성이 빠진 채 당위적으로만 추진된 사업 방향 등 여러 원인에 대한 평가가 있었다. 그런데 이러한 평가들 속에 빠진 한 가지 핵심 문제가 있다. 노동조합 변화를 이끌어 낼 자원을 어떻게 만들어 낼 것인가에 관한 것이다. 기계를 만들고 움직이기 위해서는 설계도만이 아니라 기계를 만들 재료와 움직일 동력원이 있어야 하듯이 말이다. 지금까지 노동조합 개혁을 위한 운동들은 그럴싸한 모델을 제시하는 것에 비해 정작 그 운동을 시작하고 확대하기 위한 자원을 만드는 것에는 지나치게 소홀했다. 이러한 평가는 이번 총연맹 임원 선거에도 적용할 수 있다. 지난 10년 간 집행부를 비판하며 새로운 혁신의 지도력을 주장한 세력은 정작 그 혁신에 필요한 동력을 어떻게 만들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프로그램도 제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노동조합 개혁을 위한 최초의 동력은 우선 노동조합 운동의 변화를 바라는 세력들의 동맹을 통해 만들어야 한다. 존재하는 활동가 자원도 하나의 운동으로 모아내지 못하면서 ‘아래로부터, 대중으로부터’를 반복적으로 되뇌는 것은 불필요한 수사에 불과하다. 소금물에서 소금 결정을 만들기 위해서는 일정 크기 이상의 씨앗이 있어야 하듯이, 아래로부터의 혁신 운동이 있기 위해서는 일정 규모 이상의 활동가 운동이 있어야 한다. 현재 노동조합 운동 내 상황에서 최소 규모 이상의 씨앗을 특정 정파 혼자서 만들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 따라서 남한 노동조합 개혁을 위한 운동은 노동조합 활동가들의 초(超)정파적 운동(반(反)정파 운동이 아니다.)과 다양한 사회운동 활동가들의 동맹을 필요로 한다. 현재의 실리주의적 노동조합을 바꾸어 내기 위한 프로그램을 함께 만들고 정파의 경계를 넘어 활동가들이 협력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인권, 평화, 여성 운동 등 다양한 사회운동의 자원들도 노동조합 개혁을 위해 힘을 보태야 한다. 노동조합은 남한에서 진보를 만들어 온 여러 사회운동의 자원을 받아들이기 위해 공장 밖으로 나가야 하고, 여러 사회운동 진영은 남한 민중운동의 가장 큰 기반인 노동조합을 사회운동 기관으로 바꾸어 내기 위해 노동조합으로 향해야 한다. 1970년대 이탈리아 평의회 운동은 청년들의 68혁명으로 분출한 자원을 초정파적 노조 개혁 운동으로 받아들였고, 1980년대 남한 민주노조 운동은 민주화 운동의 힘을 노조 민주화 운동의 동맹으로 삼았다. 1990년대 미국 서비스노조의 개혁 운동은 지역의 인종차별철폐운동, 여성운동, 소비자운동과 함께 조직화 동력을 만들었고, 2000년대 남아공노총의 개혁운동은 신자유주의 개혁에 반발하는 전선 내 모든 세력의 힘을 모았기에 가능할 수 있었다. 2010년 노동조합 사수 투쟁을 노동조합 개혁 운동의 계기로 만들어 가자 이명박 정권의 거센 노조 탄압은 노동조합 운동을 뿌리 채 흔들고 있다. 노동조합의 정치활동, 공공부문 선진화 저지 투쟁, 조합원 자격 등을 문제 삼아 진행되고 있는 전교조, 공무원노조, 철도노조에 대한 탄압은 민주노조에게 사회운동을 포기하라는 정권의 메시지다. 열악한 노조 운동 조건 속에서 투쟁으로 쟁취한 노동조합 간부 숫자를 줄이고 나아가 사회운동 참여를 가로막으며, 초기업적 교섭과 복수노조를 원천봉쇄하는 개악 노조법은 노동조합 운동을 법적으로 사회운동으로부터 분리시키겠다는 정권의 강력한 의도를 담고 있다. 정권의 탄압 강도를 볼 때, 적당히 소극적 대응으로 위기를 벗어나기는 힘들 것이다. 1979년 대처 정부가 추진한 노조 탄압과 노조법 개악을 노동당의 정권 재탈환과 일부 조항의 변경만으로 극복하려 했던 영국 노동운동이 결국 사회운동으로 거듭나지 못하고, 노조 자체의 유지에도 실패했던 경험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반대로 산별노조 불법화, 3자 개입 금지, 노조설립제한 등을 내용으로 한 1980년대 신군부의 개악 노동법을 민주노조의 연대 투쟁, 반독재 선봉 투쟁으로 극복하며 성장한 전노협 운동의 경험 다시 떠올려야 한다. 우리는 이미 노조 탄압을 운동으로 극복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2010년 노조의 사회운동을 강화하기 위한 노동조합 개혁 운동은 정권의 노조 탄압에 맞서는 남한 노동자운동의 해법 중 하나일 것이다. 우리가 목숨을 걸고 지키고자 하는 노동조합은 실리주의에 빠져 있는 현재의 노동조합이 아니라 민중과 함께 노동해방을 위해 투쟁하고 혁신하는 노동조합이기 때문이다. 노동조합 운동을 다시 사회운동으로 개혁하는 것이 정권의 노조 탄압에 맞서는 최고의 투쟁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위한 노동조합 정파들, 사회운동 세력들의 동맹은 이 운동의 시작이다. 우리에게는 정권의 노조 탄압을 노조 개혁을 위한 기회로 만들 동맹이 필요하다. 특히 그동안 실리주의적 노조운동을 비판해 왔던 민주적 계급적 운동 진영이 이 동맹을 가장 먼저 만들어가야 할 책임이 있다. 그리고 응당 총연맹을 중심으로 단결하여 정권과 맞서 싸우는 일에 한 치의 분열도 없어야 함은 굳이 더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2010년, 사즉생 생즉사의 자세로 정권과 자본에 맞선 전투를 시작하자.
시작이 어려운 이유 오늘 3일째의 도전이 성공했다. 글을 쓸 시간이 없어 새벽에 일어나려고 시도한 것이 이틀 연속 실패하였는데, 오늘은 드디어 지부 사무실에 혼자 앉아 있다. 1년간의 외유(?)를 마치고 7년 동안 상근했던 사회진보연대로 돌아가지 않고, 과거 서울대병원 간병노동자 연대투쟁이 인연이 되어 작년 1월 공공노조 의료연대 서울지역지부에서 노동조합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365일 투쟁 중이나 다름없는 이곳에서 정말 빡빡한 1년이 지날 때쯤 <사회운동>을 읽었는데, 참 “재밌다”는 생각을 했다. 그건 어떤 ‘갈증’이기도 하고, 돌아볼 새 없이 산 1년에 대한 반성이기도 했다. 산별, 지역지부, 전략조직화 내가 지역지부에서 주로 맡고 있는 것은 중소병의원 전략조직화 사업이다. 대부분 5인 미만 사업장이라서 노동법의 사각지대나 다름없는 동네의원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을 만나고 조직하는 일이다. 이 전략조직화 사업의 방향은 ‘지역조직화’인데, 사업장별 노동조합 활동을 극복하자는 지역중심의 산별운동을 실천하려는 시도다. 중소병의원 전략조직화 구역인 은평구만도 300개가 넘는 의원들이 있는데, 일하는 노동자도 이동이 많고, 의원 자체도 개ㆍ폐업이 잦아, 애초에 사업장 단위로 조직하기가 어렵다. 이런 이유에서 이전에는 누구도 의원노동자를 조직하지도, 조직할 생각도 못했다. 아침 8시 반, 지역지부 전임자들이 의원들이 문을 열 준비를 하는 시간에 매주 혹은 격주로 노동자의 일반적 권리와 의원노동자들의 모임을 알리는 선전물을 들고 은평구 280여 개의 의원을 가가호호 방문하여 선전전을 진행한지도 만3년이 지났다. 아직껏 조직화 성과는 크지 않다. 조합원으로 가입한 수로 따지면, 지난 3년간 전임자들의 헌신적인 노력과 투여된 재정에 비례한 효율성으로 본다면 형편없는 수준이다. 하지만 지역의 의원노동자들에게 의료연대 미조직센터인 병원노동자 ‘희망터’와 서울지역지부는 익숙한 이름이 되었고, 희망터는 도움이 필요할 때 연락할 곳이 되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작년 1년 동안 의원노동자들을 만나오면서 느끼는 거리감은 내가 살고 있는 성남에서 은평구까지 두 시간의 장거리만큼이나 아직은 멀다. 한국 사회의 뿌리 깊은 노동조합에 대한 편견과 불신이 그런 거리감의 한 뼘을 차지할 것이다. 또한 노동조합운동이 해당 조합원들의 권리 확보에 머물러 있는 역사와 현실도 변명할 수 없는 이유다. 이러한 조건과 현실을 극복하고자 작년 중소병의원 전략조직화 사업이 설정한 과제가 지역운동과 노동자운동의 결합이었다. 서울시내 25개 구 중에서도 ‘은평구’를 선택한 이유 중 하나가 악랄한 노조탄압에 맞서 싸워온 청구성심병원 분회와 지역연대의 기반 때문이었다. 하지만 투쟁사업장을 지원했던 지역연대가 그 자체로 일상적인 노동조합의 조직화 사업의 기반이 되기는 어려웠다. 노동조합 활동이 지역운동 속으로 들어가야 했다. 장시간 노동에 비해 평균 120만원을 넘지 못하는 저임금을 받으면서도 의원에서 일하는 노동자들 대다수가 가사와 육아를 전담해야 하는 여성노동자들이다. 그래서 출퇴근이 용이한 의원에 다니는 것이고, 은평구 의원노동자들 대부분이 은평구민이다. 이미 법으로 보장된 휴게시간을 요구하더라도, 24시간 풀가동 시스템에 익숙해져 밥 먹는 점심시간에도 의원을 가는 것이 당연한 주민들의 생각이 바뀌지 않는다면, 권리보장을 쟁취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런 주민들의 생각을 변화시키고, 통상적인 임단협이 불가능한 의원노동자들의 노동조합 활동이 될 지역운동을 꼭 해야 한다는 것이 작년 전략조직화 사업의 고민이었다. 그래서 ‘나만 잘살면 무슨 소용인교? 은평, 벼룩시장과 캠페인’을 시작했고, 11월에는 의료-건강권을 이슈로 한 ‘누구나 건강한 은평구 만들기 캠페인’을 제안, 시작하게 되었다. 어쨌든 시작은 했지만, 오늘 칼럼의 주제로 주어진 ‘노조법 개악’을 이제야 꺼내본다면, 아직은 갈 길이 멀고, 그만큼 재정과 사람이 투여되어야 할 사업이다. 유감에 유감 개인적으론 워낙 국회 앞 투쟁을 싫어한다. 국회 앞은 시민들을 만나는 공간이되지도 않고 통상 각종 개악법 통과 직전에야 하는 집회인지라, 무기력과 패배감을 준 기억이 많다. 작년엔 그마저도 한 차례의 농성투쟁만 있었을 뿐, 노조법이 통과되는 당일엔 집회도 취소되었다. 나 역시 TV에 나오는 걸그룹들의 쇼를 보던 중에, 아직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했다는 한 줄 뉴스를 보며 ‘당장 내일부터 전임자들 임금은 어찌 되는 거지?’하며 방관자적 유감을 표했을 뿐이다. 결국 어떤 법안인지 모르겠으나 날치기로 법 시행이 유예되었다는 소식에 한편으론 안도의 한숨을 쉰 게 나 뿐일까?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기 위해 전임자 임금 대책을 산술적으로만 고민했던 나 자신이 더 유감이다. 또한 전임자 임금지급금지와 쌍으로 10년 넘게 시행이 유예된 ‘복수노조 허용’, 민주노조 건설을 위해 수십 년 외쳤던 복수노조 허용이 지금 민주노총의 각 조직에겐 어떤 의미의 요구일지 솔직하게 돌아보고 평가해볼 일이다. “내가 어용이 될까봐 그게 가장 두렵습니다.” 어느 노동조합 간부가 개악된 노조법에 따른 대응 토론을 하다가 한 말이다. 처음에 들었을 땐 너무 솔직하다 싶어 약간은 충격적이고 놀랐었는데, 계속해서 가슴에 남는 말이다. 현재 어용노조와 민주노조를 가르는 기준이 뭘까? 어용이라는 게 노동조합 대표가 조합원들의 의사에 반하여 노동조건을 양보하는 것이라면 그 말을 한 간부가 그런 대표는 아닌 듯 싶다. 오히려 그 간부의 두려움은 ‘조합원의 의사’에 충실할 때 어용이 되는 게 아니었을까. 비정규직의 확대와 고용의 불안정성이 증가할수록, 기존 조합원들의 요구와 활동이 자기 이해에 갇히기 쉽고, 사실 그조차 노동조합이 지키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한 두려움이다. 많은 민주노총 사업장들에서 복수노조 허용은 곧 사측의 어용노조 건설의 현실화를 의미할 것이다. 만약 기존 조직된 노동조합들이 임단협의 성과를 중심으로 어용노조와 ‘경쟁’하고자 한다면 승패는 뻔하거나, 앞선 간부의 고백이 현실화되지 않을까. 어느새 노동조합의 집회에서조차 사라졌다는 ‘노동해방’의 정신을 노동조합이 실제 활동 속에서 다시 살리고, 세상을 바꾸는 운동에 주체적으로 나서는 정도(正道)가 민주노조의 정신일 것이다.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돈이 보인다? 개악된 노조법에 대한 현장의 반응은 막막해하거나 방어적이다. ‘설마’가 노조 잡는다고, 10년 이상의 유예는 준비기간이었거나 법안 폐지 투쟁 기간이었겠으나, 어쨌든 전임자임금지급금지는 당장 발등에 떨어진 현실이 되었다. 노동조합의 일상적인 활동에서 전임자들이 하는 역할을 볼 때, 전임자의 축소는 현재 상황에선 노동조합 활동의 축소로 이어질 것이다. 현재 전임자의 수와 전임자 임금을 유지하려면, 결국 전 조합원들의 결의에 따른 조합비 인상이 불가피하다. 전임자 임금이 기업별로 지급되었다면, 정규직, 비정규직, 특수고용직 등 다양한 고용형태의 조합원을 포괄하고 있는 의료연대 서울지역지부는 ‘지역지부’ 차원의 전임자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방법이 무엇이든 간에 몇 가지 예상될 수 있는 쟁점이 있다. 재정 지출의 50%를 차지하는 산별 및 상급단체 분담금이 논란이 되어, 산별회의론이 힘을 가질 수도 있다. 사실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와 복수노조 허용-교섭창구단일화 법안은 법제도적으로 노동조합을 기업별로 회귀시키고자 하는 노동조합 구조조정안과 다름없다. 내가 산별주의자(?)는 아니지만, 비정규-미조직 조직화를 위해서는 지역중심의 산별은 필요하고, 발전시켜나가야 한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현재 조합원들이 노동조합을 스스로 지키고 유지하는 것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느냐는 근본적인 질문이다. 어차피 헌신적인 전임자들의 활동이 있더라도 현장에서 활동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노동조합은 죽어가는 것이니까. 비정규직, 투쟁도 어렵긴 마찬가지 작년 연말, 크리스마스 직전까지 서울대병원의 청소용역 노동자들인, 민들레분회는 한 달에 가까운 파업을 이어오고 있었다. 하청업체인 대덕프라임은 민들레분회가 복수노조라며 교섭의무를 회피했고, “산별노조는 복수노조에 해당하지 않으니 교섭에 응하라”는 법원의 가처분 신청과 파업권을 얻기까지 5개월의 시간이 걸렸다. 5월말에 결성된 민들레 분회가 파업을 시작하자마자 업체변경 시기가 되었고, 결국 파업은 변경된 업체로 고용보장되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2008년 10월 조직된 식당분회도 작년 단체협약을 어렵게 쟁취했지만, 업체가 변경되면서 단체협약도 사라졌다. 그래서 첫 출근 때, 서울대병원 분회 사무실에서 “사무실에서 재미 재미있는~전 재미예요”(사실은 이름이 정재미다)라며 반갑게 맞아준 식당분회장도 현장으로 돌아가 어렵게 활동하고 있다. 원청인 서울대병원은 각 하청, 임대 업체들 노동자들이 노조로 조직되자, 짧게는 10년, 길게는 30년 넘게 계약하던 하청, 임대사업 업체들을 바꾸고 있다. 이런 업체변경은 비정규직 조합원들에겐 고용불안이고, 어렵게 얻어낸 단체협약이 해지되는 것과 같다. 고용불안정이 노동조합 활동의 불안정과 직결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겐 설혹 복수노조가 허용된다 하더라도 교섭권을 확보할 수 있을지조차 불투명하다. 어려운 마무리 결국 기관지 마감 꼴찌다. 변명 같지만, 이틀 연속 새벽 글쓰기의 노력을 가상히 여겨주시길. 금번 노조법 개악에 대한 현장의 대응방향은 단순할지도 모르겠다. 이번 노조법 개악이 노동조합 구조조정을 목표로 했다면, 우리의 대응 역시 노동조합을 체질을 개선하는 구조조정이면 되지 않을까. 처음 민주노조 건설의 초심으로 돌아가 보자. 조합원 스스로 노동조합을 만들고, 지켜나가는 것. 과거에 비하자면 노동조합 활동의 모든 조건이 나빠진 것은 아니다. 이제 누구도 초심으로 활동하지 않으려하는 것이 문제다. 만만치 않은 1년이었지만, 많은 것을 배운 한 해였다. 지난 한 해 구호 속에 있었던 ‘지역운동과 노동자운동의 결합’, ‘비정규직 조직화와 주체화’ 등을 현실 활동에서 경험했다. 미조직, 비정규사업에 대한 서울지역지부의 노력은 내가 먼저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대단했다. 그런데 이런 노동조합 활동의 방향과 원칙이 전임활동가 수준에 머물러 있다면 사실 장기적 계획과 실천을 필요로 하는 사업들, 어렵게 시작한 소중한 시도들이 앞으로 지속될지도 불확실하다. 작년 가장 소중한 경험은 성원개발분회와 민들레분회 파업에서 경험한 조합원들의 역동성이다. 나는 이걸 믿고 싶다. 그런 역동성을 끌어내는 노동조합 활동을 고민하는 것, 미조직, 비정규 조직화 사업을 담당자인 내가 하는 것이 아니라 조합원들과 함께 하는 것 그것이 나의 2010년 결의다.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의 전면 파업을 적극 지지한다. 총단결! 총투쟁으로 파업투쟁 승리하자! 오늘(2월26일) 전국금속노동조합 한진중공업지회가 전면 파업을 선언했다. 사회진보연대는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의 파업을 전폭적으로 지지한다. 경제위기 하 노동자들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구조조정으로 고통을 분담하자는 사측의 논리에 맞서 한진중공업의 모든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삶과 생존을 위한 투쟁을 시작했다. 2003년 사측은 구조조정을 내세우며 김주익 지회장과 곽재규 조합원의 목숨을 앗아갔으며 7년이 지난 2010년, 조선업계의 불황을 운운하며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의 30%(약 1000여명)을 해고하는 안을 통보했다. 사측이 주장하는 해고의 이유는 ▲조선업계의 불황 ▲낮은 국내조선소의 수익성 ▲영도조선소를 특수선, 고부가가치 조선소로 만든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측의 주장은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무시한 행위다. 실제로 한진중공업은 작년(2009년)해운업계의 부진으로 수주량이 대폭 줄었지만 연말을 기점으로 수주가 대폭 늘어났고 10년간 4천277억 원에 달하는 이익을 낸 흑자회사이다. 영도조선소의 노동자들의 땀으로 낳은 이익으로 한진중공업은 무너져가던 한진 건설을 살려냈고 필리핀 수빅에 대규모 조선소를 설립했다. 또한 ‘이윤실적이 좋은 우량선주 위주의 조업 물량을 수주해야’ 한다며 단 한척도 수주하지 않다가 선박 수주 부진 때문에 정리해고를 추진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노동자들에게 책임을 물을 것이 아니라 2009년 수주 0건을 기록한 조남호 회장의 장남 조원국(선박수주 담당 국제담당)에게 경영능력 부족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 회사 상황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아무런 책임이 없는 노동자들을 해고하는 것은 절대 답이 될 수 없다. 이미 사측은 회유와 협박으로 350여명의 노동자들을 희망퇴직 시켰다. 최근 필리핀 수빅공장으로 선박을 수주했으나 영도조선소에서 건조될 탱크선 3척을 벌크선으로 바꾸어 필리핀으로 빼돌렸다. 3월5일에는 352명을 정리해고 안을 노동부에 제출했다. 352명에서 모자라는 인원은 또 다시 정리해고 하겠다고 한다. 노동자들에게 해고는 생존권과 직결되는 문제다. 이러한 처지를 아랑곳하지 않고 해고를 하는 것은 반인륜적인 처사다. 조남호 회장의 08년 주식배당금이 120억 원 이라고 한다. 사측은 자본가들의 배를 불리는데 신경 쓸 것이 아니라 120억 원의 배당금과 과거의 흑자를 이용해 노동자들의 고용을 보장할 수 있는 방안을 정부와 함께 마련해야 한다. 이와 함께 우리는 사측의 노동자 죽이기를 부추기는 이명박 정권을 강력 규탄한다. 용산참사에서부터 화물연대 박종철 열사 투쟁과 쌍용자동차 투쟁, 전교조, 공무원노조 탄압 등 이명박 정부는 반노동경제정책을 내세우며 한진자본의 정리해고를 부추기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노동자 죽이기에 나설 것이 아니라 노동자들의 완전한 고용보장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마땅하다. 정부는 반노동 친재벌 정책을 즉각 중단하라! 따라서 우리는 정부와 사측에 맞서 전면파업으로 돌입한 한진 중공업 노동자들을 적극적으로 지지한다. 지금 중요한 것은 민주노총의 엄호와 금속노조의 적극적인 투쟁이다. 이와 함께 정규직의 두 배 가까이 되는 사내하청노동자들과 함께 파업투쟁을 사수해야 한다. 물러서지 않는 결사항전의 자세로 정리해고 박살내고 정규, 비정규 노동자가 함께 살 수 있는 그 순간까지 힘 있는 파업투쟁에 나서자! - 재벌들만 배불리고 노동자에게 책임전가하는 한진자본 규탄한다! - 한진중공업 노동자 파업 정당하다 정리해고 박살내자! - 금속노조 단결투쟁! 민주노총 총력투쟁! 한진중공업 투쟁 승리하자! - 정규직, 비정규직 단결투쟁으로 정리해고 박살내자! 2010년 2월 26일 사회진보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