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제2의 정치세력화, 정당 간 통합을 넘어 사회운동정당으로 나아가자 2009년 정세는 용산철거민 살인진압, 두 전직 대통령의 사망, 쌍용차 공권력투입, 미디어법 날치기 통과, 세종시 사업 수정 등 집권세력에게 악재로 작용할 수 있는 각종 현안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으로 정권의 의도가 관철된 형세로 볼 수 있다. 2008년 촛불집회 이후 전통적인 보수세력 결집에 우선순위를 두고 강경한 대북정책과 사회운동 및 노동조합에 대한 공격을 주요 이슈로 활용한 결과 이명박 정부는 30% 수준의 안정적 지지선을 확보했다. 더욱이 올 하반기부터 경기 회복이 가시화되면서 한층 자신감을 얻은 정권이 친서민 중도실용 행보를 전면화하면서 그 지지율은 40%를 상회하고 있다. 최근 정권이 큰 저항 없이 철도파업, 전교조와 공무원노조에 대한 탄압을 가하고 노조법 개악이나 4대강 예산심의를 밀어붙이는 것은 자신감을 상당히 회복한 징후로 볼 수 있다. 반면 민중운동은 용산 투쟁이나 쌍용차 파업 등의 계기에서 끈질긴 투쟁을 이어왔지만, 대개는 압도적인 힘의 열세 속에 정권의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굴복해야 했다. 정권은 2010년에도 각종 법 제도 개악을 통해 노동신축화를 강화하고 노동조합 활동의 근간을 뒤흔드는 시도를 계속할 것이다. 민중운동을 정치적으로 대표하던 민주노동당이 대선 이후 분열하면서 그 정치적 입지가 대폭 축소된 것도 중요한 패인이었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은 각각 5석과 1석의 의석에 5%와 3%를 밑도는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향후 2010년 지방선거,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진보정당의 암울한 미래를 점치는 전망이 곳곳에서 제출되고 있다. 문제는 민주노동당이 민주노총의 공식적 결의와 지원에 바탕을 둔 노동자 대중정당으로 출발했다는 사실에 있다. 분당을 계기로 복수의 진보정당 시대가 개시되면서 배타적 지지 방침으로 근간으로 하는 정치세력화 운동의 하나의 순환이 극적으로 마감된 것이다. 진보정당운동을 둘러싼 세력구도가 고착화되면서 민주노총의 통합력은 크게 저하하고 있으며, 현장 조합원들의 무기력과 혼란은 가중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노총은 힘 관계의 역전을 위해 진보대연합이나 민주대연합 방안을 고민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진보정당들 간의 통합을 촉구하거나 민주당이나 시민단체와의 연대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에 6기 민주노총 집행부 선거를 목전에 둔 시점에서, 그간 민주노총이 추진해온 정치세력화와 민중연대운동에 대한 평가를 통해 대안적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우선 2009년 민주노총이 진행한 정치사업, 연대사업에 대한 평가를 통해 몇 가지 쟁점을 추출한 뒤, 이와 결부된 진보정당들의 민주대연합 또는 진보대연합 노선을 비판할 것이다. 그리고 여기서 드러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민주노총 1기 정치세력화를 철저히 반성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친다. 결론적으로 민주노조운동과 진보정당운동을 둘러싼 분열과 갈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민주노총이라는 대중적 토대의 혁신과 개조를 통해 역으로 정당운동과 민중연대전선을 통합적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2009년 민주노총 정치사업 경과 민주노총은 “제 진보세력의 대단결을 요구하고 있는 정세적 측면과, 당분열 이후 조합원들 속에 확산되고 있는 정치세력화운동에 대한 냉소주의와 패배주의를 불식하고 노동자민중의 집권운동에 대한 진일보한 전망을 세워내야 한다는 측면에서, 진보정당세력의 단결과 통합을 위한 민주노총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는 인식 하에 지난 1월 열린 정기대의원대회 2009년 정치 사업계획으로 진보정당 세력의 통합추진 건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민주노총은 3월 ‘진보정당세력의 단결과 통합을 위한 민주노총 추진위원회’(통추위) 구성 건을 확정하고, ①제 진보정당 방문 및 간담회 개최 ②단결과 통합을 위한 추진 논의 기구(TFT) 구성 ③토론회 개최 등의 사업을 추진했다. 민주노총 내부적으로도 ①단위노조 간부 여론조사, ②진보정당 통합촉구 선언문 채택(9월 임시대의원대회 만장일치 결정), ③진보정당 통합촉구 조합원 10만 선언 서명운동 ④지역본부 순회 토론회 등의 일정을 밟고 있다. 민주노총 통추위는 5월에 진보정당세력의 단결과 통합을 위한 내부 의견을 조율한 뒤, 7월과 8월에 각각 현장조직과 진보4당 및 외부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하였다. 이러한 의견 수렴 절차와 병행하여 민주노총은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사회당, 사회주의노동자정당건설준비모임(사노준)과 진보4당 TFT를 구성하여 협의를 진행해왔다. 그런데 민주노총-진보4당 TFT는 시작부터 난항을 겪으며 당초 설정한 목표를 달성하는 데 잠정 실패하고 말았다. 우선 ‘진보정당의 단결과 통합이 필요하다’는 기본 취지에 대해 정당들 간의 이견이 표출되었다. 진보신당, 사회당, 사노준은 TFT의 명칭에서 ‘단결과 통합’이라는 표현을 ‘연대와 혁신’으로 수정할 것을 제기했다. 또 이들 3당은 “정파나 정치세력의 분립 자체가 노동현장을 갈라놓는다는 해석은 정치적 차이에도 민주노조 운동의 발전을 위해 노력해온 진보정치세력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무원칙한 대동단결주의”라며 민주노총 통합촉구 선언문 채택에 대한 유감 성명서를 발표했다. 문제제기는 이것으로 그치지 않았다. 진보신당은 민주노총이 기존 배타적 지지 방침을 그대로 유지한 채 정당간 통합을 촉구하는 것이 모순이라며 민주노총 세액공제 방침에 대한 유감을 전달하고 진보신당에 대한 세액공제 방침을 협조 요청하였다. 사노준은 “민주노총의 진보정당통합운동은 (…) 진보정당 주체와의 실질적 논의가 생략된 채 나온 ‘폭력’이자 ‘월권’행위이며, 민주노총의 결정은 TFT에 참여한 각 정당과 민주노총 간의 실질적 연대와 혁신을 가로막고 있다”는 이유로 TFT에서 탈퇴하였다. 민주노총은 11월 초 TFT를 확장하여 ‘제진보진영 간담회 및 논의기구 구성을 위한 사전모임’을 진행하고 이 틀을 통해 공동의 정치선언문 발표를 추진하였다. 여기서 민주노총은 ‘진보정당 통합선언(약속)→2010년 지방선거에서 제 진보진영의 공동 대응→큰 틀의 진보정당 건설의 로드맵 제시→2012년 총선 대선 필승전략 수립’ 경로를 설정했다. 그러나 정치선언문 성안 과정에서 또다시 조직간 이견이 표출되어, 선언문 작성은 유예되고 대신 2010년 초 ‘대토론회’를 추진하기로 한 상태다. 진보정치세력 통합을 둘러싸고 표류하는 논란 1: 진보대연합 왜 이런 결과가 발생했는가? 일단 2009년 민주노총의 정치사업이 진보정당이 분화하게 된 근본적 이유에 대한 폭넓은 진단 없이 주어진 선거일정에 긴박당해 성급히 정당 간 조직통합을 촉구한 것이 문제였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우선 민주노동당의 경우, 민주노총의 ‘단결과 통합’ 제의에 대해 큰 틀에서 동의하면서 지방선거에 즈음하여 ‘선 통합선언 후 선거연합’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그런데 민주노동당 내부에서는 당의 진로와 관련하여 당 정체성 강화론과 진보정치세력 통합론이 경합하고, 연대연합과 관련하여 반MB연합론과 진보대연합론이 경합하는 양상을 띠어왔다. 이러한 내부 논란을 일소하는 취지에서 민주노동당은 최근 확대간부회의를 개최하여, 당의 정체성 강화를 제일의 과제로 설정하는 한편 ‘반MB 전선의 주도성을 확보하면서 진보대연합을 강화한다’는 방침을 재확인한 상태다. 여기서 ‘당 정체성 강화’론은 민주노동당 주류파, 그중에서도 분당 사태를 진보신당의 분열주의로 평가하는 강경한 세력의 인식이 투영된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이용대 전 민주노동당 정책위의장은 최근 당 기관지 <진보정치> 기고를 통해, “당을 모욕하고 파괴한 분열주의자들에게 아무런 절차 과정의 매개 없이 당선 가능성과도 무관한 ‘진보대연합’ 명분 때문에 면죄부를 주고 지지까지 해야 하는가”라며 “허구적 ‘진보대연합’에 매달리는 것에 우려한다”고 강하게 통합론을 비판했다. 이러한 기류는 지난 4월 울산 재보궐 선거에서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이 후보단일화에 합의한 이후 여론조사에서 패배한 민주노동당의 대변인이 정치적 책임을 지고 자진사퇴한 사례에서도 이미 드러난 바 있다. 이러한 저간의 사정을 의식한 듯 진보신당의 경우 ‘민주노총의 통합 제의의 진정성은 이해하지만, 지방선거 전 통합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할뿐더러 분당 과정에서 발생한 갈등이 상존하는 상황에서 지방선거 전에 무리하게 조직통합을 추진하는 것은 실질적인 연대마저 가로막을 공산이 크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진보신당은 ‘선 통합선언 후 선거연합’의 논리가 자칫 선거연합을 회피하기 위한 알리바이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즉 민주노동당 내에서 진보신당과의 통합에 반대하는 세력이 오히려 민주노총의 통합 요구에 편승하여 진보신당을 통합에 반대하는 분열세력으로 낙인찍은 뒤, 결과적으로 민주노총의 민주노동당 배타적 지지 방침을 추수하려는 의도라고 보는 것이다. 또한 진보신당은 지난 4월 재보선 당시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후보가 단독 출마한 인천과 전주에서 양당이 교차로 지지선언하자는 일각의 논의에도 불구하고 민주노총 전북본부가 배타적 지지방침을 근거로 진보신당 후보의 선거운동을 불허함으로써 연대의 계기가 수포로 돌아갔다는 것도 불신의 근거로 들고 있다. 진보정치세력 통합을 둘러싸고 표류하는 논란 2: 민주대연합 앞으로도 한동안 논란은 지속되겠지만, 어쨌든 현재까지 민주노동당은 진보대연합은 기본적으로 추진하되 민주대연합도 민주노동당의 명분과 실리가 보장되는 선에서 병행 추진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진보신당의 경우에도, “민주당 중심의 민주대연합과는 구별되는 사회 경제적 민주화연합(민들레연대)을 중심으로 선거연합론을 적극적으로 제기”한다고 하지만, “‘반MB 대안 연대’를 기준으로 선거연대를 추진할 수 있다”고 여지를 남겨둔 상황이다. 여기에는 개혁세력 내지는 범진보개혁세력의 통합을 촉구하는 시민사회진영의 ‘반MB 선거연합’ 흐름이 일정한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현재 ‘반MB 선거연합’을 주창하는 여러 흐름이 형성되어 있는데, 대체로 전 집권세력과 시민사회단체 상층부, 일부 민중운동 출신 명망가가 주를 이루고 있다. 제일 먼저 창립된 <민주통합시민행동>의 경우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에 참여했던 재야 출신 인사들과 현재 민주당, 국민참여당 인사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이들은 이명박 정권을 반대하는 모든 민주세력이 대동단결하자는 민주대연합을 제안하고 있다. 뒤이어 창립된 <시민주권모임> 역시 이해찬 전총리를 대표로, 참여정부 인사와 현재 민주당 인사가 주축을 이루고 있으며, 내년 지방선거에서 민주개혁세력의 승리를 위해 <승리 2010, 시민의 힘>이라는 정당-시민사회 연대기구를 제안한 상황이다. 이상과는 다른 맥락에서 박원순 변호사와 남윤인순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 박순성 동국대 교수, 백승헌 민변 회장 등 시민사회 인사들이 중심이 되어 결성한 <희망과 대안>의 경우, 지방선거를 앞두고 좋은 정치세력 형성에 기여하고 정치권과 시민사회, 시민사회 내부소통, 정책 생산 등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창립 취지를 밝혔다. 끝으로 지방선거에서 진보개혁진영의 연대를 모색하는 노동·시민사회 진영의 연대체인 <2010연대(준)>가 있다. 여기에는 민주노총 간부 출신 인사들도 상당수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편 일부 진보 학계에서도 이런 흐름에 관여하고 있는데, 이들은 주로 ‘반MB’라는 국민적 정치전선과 ‘반신자유주의’라는 민중적 정치전선의 이중적 존재와 상호 긴장관계를 정확히 파악하고 국민정치적 공간에 반신자유주의적 세력이 어떻게 헤게모니적 개입전략을 구사할 것인가라는 문제를 제기한다. 이들은 김대중, 노무현 정부 아래에서 정치적 민주주의에 관한 권리가 신장되었지만 경제적 민주주의에 관한 권리가 미흡했으므로, 민주당의 진보파와 진보정당들이 제휴하여 사회권의 확장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인식을 전제한다. 그리고 이를 실현한 주요 방안으로 이명박 정부 아래에서 축소된 시민사회와의 협력, 즉 거버넌스를 회복할 것을 주장한다. 반MB연합 비판 그러나 이러한 논리는 이명박 정부를 악마화하며(예를 들어 이명박 파시즘론)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 아래에서 신자유주의의 이름으로 행해진 제반 민주적 권리의 침해에 대해 의도적으로 침묵하거나 면죄부를 부여한다. 설령 전 집권세력을 비판하더라도 압도적인 힘 관계의 열세 속에서 최소한의 방어를 위해 현실적으로 민주당을 활용하자는 주장을 펼치기도 한다. 이러한 수세적 태도는 이른바 MB악법을 저지하기 위한 대국회 투쟁 과정에서 본격적으로 부상했다. 하지만 한미FTA, 금융자유화 등 금융세계화를 촉진하는 현안과 관련하여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차이를 찾는다는 것은 어불성설이거니와, 국회에서 벌어지는 여야 간의 충돌 역시 실제로는 권력 분점을 둘러싼 당파적 마찰일 뿐이라는 사실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 실제로 전 집권세력들의 경우 민주당의 재집권 프로젝트나 또는 국민참여당으로 결집한 친노세력의 부활을 위해 시민사회와 민중운동이 외곽에서 지원을 담당하라고 노골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반면 여기에 마지못해 동참하는 진보정당은 여전히 민주당의 2중대라는 국민적 인식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반MB 선거연합 역시 해법이 묘연하기는 마찬가지다. 논자들마다 강조점의 차이는 있지만, 시민단체 인사들은 대개 민주당이나 진보정당 어느 세력도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을 반대하는 민심을 대표하고 있지 못한 상황에서 차기 정권교체를 위해 새로운 정치연합이 필요하다는 논리를 펼치고 있다. 물론 이러한 인식의 근저에는 이전 정권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여 정책결정 과정에 참여하던 시민단체의 생존이라는 문제가 결부되어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진보정당 스스로 이런 흐름과 분명히 단절하며 정치적 독자성을 견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진보정당이 자신의 전망을 사회운동보다는 선거정당에 두기 때문에 선거 시기 중도파와의 연합에 대한 유혹을 떨치기 어렵다는 사실에서 비롯된다. 진보정당 역시 선거 시기 지지층의 외연을 확대할 것인가 또는 내부 결속력을 강화할 것인가라는 고민에 빠지게 되는데 대개는 전자의 길을 택하게 된다. 그리고 이를 위해 진보정당은 정치공학에 근거한 선거기법에 몰두한다. 이때 새로운 지지층의 확대를 위해 대중적 조직망을 구축하는 방안은 비효율적인 활동으로 치부되고 만다. 핵심 지지층의 동원은 기정사실로 간주되거나, 이 역시 선거 기법상의 문제로 접근된다. 그 결과 진보정당 스스로 자신의 계급적 기반인 민중운동을 경시하는 풍조를 낳고 궁극적으로는 민중운동의 토대를 약화시킨다. 진보정당의 전략 비판 이러한 문제는 현실에서 그대로 되풀이되고 있다. 단적인 사례로, 민주노동당 집권전략위원회는 △10만 당원 확보 △2010년까지 지지율 20% 확보 △진보적 지방자치 실현으로 지역집권의 축 형성 △2012년 원내교섭단체 발전 △2017년 집권을 발전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이는 민주노동당이 반이명박 정부 투쟁에서 주도성을 확보하고 나아가 범개혁세력의 분화로 발생한 균열과 공백을 잠식함으로써 자주민주정부를 수립한다는 전통적 전략의 변용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민주노동당의 기대와 달리 10월 보궐선거에서 반 정권 민심은 여전히 민주당의 자장에 속해 있었고, 친노세력이 규합한 국민참여당은 창당과 동시에 지지율 3등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무엇보다 범진보개혁세력에 대한 구 집권세력의 헤게모니를 대체한다는 민주노동당의 장기적 구상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응당 두 가지 전제, 즉 노동자운동을 비롯한 급진적 대중운동의 실존과 함께 이를 정치적으로 대표하기 위한 민주노동당의 내적 성장이라는 조건이 구비되어야 한다. 하지만 민주노동당은 분당 이후 퇴보적 정체 상태에 빠져 있고, 그 대중적 토대인 민주노총 역시 커다란 위기에 직면해있다. 진보신당의 경우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창당 당시부터 공공연히 ‘탈 민주노총’을 선언한 진보신당은 전통적인 조직 노동자운동을 상대화하는 대신 비정규직이나 수도권, 고학력, 화이트칼라 중심의 ‘핵심 타겟’(표적집단) 공략을 표방하며 선거주의를 심화하고 있다. 진보신당 창당과정에 즉각 동참하지 않은 세력이 외곽에서 진보신당을 노동자 중심 정당으로 재편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제기한 것은 이에 대한 나름의 비판인 셈이다. 이러한 궤도 수정의 결과, 진보신당은 ‘추상적인 이념대신 구체적인 현실분석과 정책대안을 제시하는 생활진보와 민생정치’를 당노선으로 제시하고 있다. 2008년 촛불집회에 대한 무비판적인 접근도 여기에 한 몫을 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도 진보신당 자체 진단처럼 한 석의 국회의원과 3% 미만의 지지율로는 당의 존립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고심일 것이다. 현재 진보신당은 일상적인 지역 활동의 부재를 조직적 약점으로 지적하며 지방선거 대응 성과를 바탕으로 향후 중장기 지역 활동의 토대를 마련할 것을 목표로 설정한 상태다. 그런데 진보신당은 “정당 브랜드가 약한 상황에서 유력 정치인의 출마 선언을 통한 대중적 관심을 집중한다”거나 “소위 ‘노심 쌍포론’을 중심으로 인물이 정당을 키우는 방식으로 선거운동을 전개”한다는 등 스타 정치인 한두 명에게 의존하는 한계를 반복하고 있을 따름이다. 이처럼 선거공학이나 선거시기 득표전략에 매몰된 진보정당들이 동일한 기법을 채택하는 지배정당들에 대해 우위를 점하게 될 가망성은 별로 높아 보이지 않는다. 또한 분당 이후 양당 간 외적 경쟁구도가 작동하면서 새로운 운동을 창출하려는 노력보다는 기득권을 분점하기 위한 악무한적인 대립을 낳을 우려가 크다. 민주노총 내부의 정파적 대립구도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으며, 이러한 대립과정에서 기층에서의 운동이 혼란과 무기력에 빠지고 있다. 한국진보연대 구축과정은 이러한 경향을 완화하기보다는 오히려 존재 그 자체가 분열의 요인으로 작동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노총 현 집행부가 진보정치세력의 통합을 촉구하고 나선 것은 일단 기존 집행부가 배타적 지지 방침을 고수하던 것에 비해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주로 진보양당의 재통합에 초점이 맞춰진 현 집행부의 제안은 1기 정치세력화 운동에 대한 철저한 반성 없이 대증요법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민주노총 1기 정치세력화의 문제점 그렇다면 비판의 초점은 민주노총의 정치세력화 운동으로 모아진다. 1996년 총선에서 노동자후보를 출마시킨 민주노총은 1997년부터 정치세력화 운동을 본격화한다. 1996-97년 총파업 실패의 교훈을 ‘의회에 노동자 대표가 있어야 한다’는 데서 찾은 민주노총은 다가올 대선에서 민주노총이 중심이 되어 국민후보로 추대하고 정치조직을 결성한다는 방침을 수립한다. 그 결과 민주노총을 필두로 진보진영 전체를 아우르는 공동대선대책기구의 위상을 지닌 <민주와 진보를 위한 국민승리21>이 결성되고 민주노총 위원장이 ‘국민후보’의 이름으로 대통령선거에 출마하였다. 이는 여러 굴곡에도 불구하고 향후 민주노동당의 모태를 이루게 된다. 이처럼 1990년대 진보정당 건설 운동은 민주노총 건설 이전부터 진보정당을 주장했던 이념지향적, 정당지향적 세력의 주도가 아니라 노동조합의 양적 성장을 토대로 실현되었다. 애초 진보정당 운동을 주도하던 정치세력의 영향력은 크게 약화된 상태였고, 이런 의미에서 <국민승리21>의 결성은 모든 운동세력의 결집이라는 외양을 띠었지만, 그 결합은 이념적으로나 조직적으로 상당히 취약할 수밖에 없었다. 다른 한편에서 정치세력화 방침은 이미 노동자운동이 수세적 노선으로 전환한 이후 제기되었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1990년대 초반 좌파정치운동 일각에서 제기한 ‘신노선’은 정치조직과 대중조직 분리 구축을 주장하며 정당과 노조의 역할을 규정하였지만, 이는 사실상 노동조합 활동을 경시하거나 노동조합의 이념 지향적 활동을 방기하는 효과를 낳았다. 이 과정에서 노동운동 위기론이 제기되었고, 민주노총 출범을 기화로 진보적 조합주의, 국민과 함께 하는 노동운동을 기치로 하는 실제적 노선 변화가 발생했다. 게다가 IMF 경제위기를 경과하며 노동조합의 내적 분열과 위기는 더욱 심화되고 있었다. 민주노총 1기 지도부는 김대중정권이 제안한 노사정위원회에 참여하여 정리해고제와 파견근로제에 합의한 뒤 사퇴하였다. 하지만 이에 대한 비판으로 출범한 2, 3기 지도부 역시 정리해고제와 파견근로제를 철폐하지 못한 채 노사정위원회에 참여와 탈퇴를 반복하는 악순환에 빠졌고, 2003년에는 변형근로제 도입을 저지하지 못함으로써 사실상 신자유주의 노동신축화에 굴하고 말았다. 이렇듯 민주노총이 만성적 위기에 빠져 있을 때 민주노동당은 2004년 총선에서 10석에 이르는 의석을 확보함으로써 급작스러운 성공을 거둔다. 이는 민주노총의 공식적 결의와 지원에 기반을 둔 노동자정당인 동시에 다양한 정파들이 공존하는 정치연합으로서 성격이 공존해온 민주노동당의 진로에 역설적인 효과를 낳았다. 첫째, 민주노동당이 점점 더 ‘원내정당’을 지향하면서 민주노총으로부터 자립화하는 경향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민주노동당은 민주노총이라는 대중조직의 정치방침에 근거하여 건설되었기 때문에 노동운동의 한계가 고스란히 당 내부로 이전되어 당의 토대를 약화시키는 경향에 노출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민주노동당은 원내 진출 이후 자신의 지지기반인 민주노총과 사회운동의 혁신이나 정치적 재조직화를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민주노총으로부터 당 활동의 자원을 확충하는 데 치중했다. 민주노총의 배타적 지지 방침은 선거 시기 인적 물적 동원으로 이해되기 일쑤였고, 당원의 지속적인 충원에도 불구하고 당원을 포함한 조합원들을 의식화, 조직화하기 위한 당이나 민주노총 차원의 교육 프로그램은 매우 취약했다. 이제 민주노동당은 ‘실현 가능한 정책대안’과 입법 활동에 주력하면서 스타 정치인들에 의한 사당화(私黨化) 경향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와 함께 민주노동당 내부에서 ‘민주노총당’을 탈피해야 한다는 문제제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즉 민주노총의 투쟁이 조합원의 적극적 참여와 열기 속에 진행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국민적 정당성과 지지도 취약한 마당에 더 이상 민주노동당이 민주노총의 이미지를 함께 감당할 필요가 없다는 논리였다. 둘째, 민주노동당을 구성하는 다양한 정파들의 연합은 민주노총의 공식적 지원이라는 토대 위에서 정파세력 간에 경쟁과 협력의 계기가 될 수 있으나, 역시 역으로 정파연합의 붕괴는 민주노총의 분할로 이어지게 할 가능성을 내포했다. 민주노동당을 통한 제도권 진출이 가시화되자 민주노총 상층부 인사들이 권력지향적 정치엘리트를 추구할 위험성이 높아졌고 이는 민주노동당 당직, 공직을 둘러싼 정파 간 갈등을 유발했다. 민주노동당의 분당 사태는 기본적으로 특정 정파의 공직, 당직 독점에 대한 반발로 출발했기 때문에, 이는 결국 민주노총 내부에서 정파 간 갈등을 심화시키고 궁극적으로 노총의 분할도 초래할 수 있는 상황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현재 시점에서 이러한 정파 간 갈등을 완화하지 못한다면 정당과 노동조합의 분열은 극단화되거나 파국적인 상황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제2의 정치세력화, 정당 간 통합을 넘어 사회운동정당으로 나아가야 한다 따라서 차기 집행부의 과제로 제시되고 있는 제2의 정치세력화는 현존하는 정당들 간의 통합을 촉구하는 수준을 넘어 정당과 노조의 관계와 노동조합의 정치 활동에 대한 근본적 반성을 전제로 추진되어야 한다. 근본적으로는 노동자운동이 허구적 코퍼러티즘과 노동자 분할 전략에 맞서 계급적 통일성을 강화하는 운동 전략을 통해 대중운동을 재건하는 것에서부터 출발점을 찾아야 한다. 우리는 과거 민주노총의 정치세력화 운동이 노동자운동의 위기에 대한 수세적 반응의 산물이었다는 점에서, 다시 말하면 민주노총이 위기에 빠진 것이 단지 ‘의회에 국회의원이 없기 때문’이라는 인식이 민주노조운동의 혁신을 위한 포괄적 과제를 은폐하는 알리바이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민주노동당이 ‘부정적 수렴점’으로 기능했다고 평가했었다. 하지만 현재는 이 부정적 수렴점마저 극적으로 해체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하고, 최소한의 공동활동의 토대가 마련되어야 한다는 사실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런 측면에서 우선 노동자운동 내 모든 세력은 정당의 분열이 민주노총의 분열을 촉발하는 기폭제가 될 것이라는 객관적 현실을 인식해야 한다. 민주노총 운동, 특히 선거를 둘러싼 정파들 간의 갈등을 축소하고 민주노총의 개조와 통합을 추구함으로써 역으로 정당들의 통일을 지향해야 한다. 이번 6기 집행부 선거가 그 시금석이 될 것인 바, 정파들 간의 허구적 대립을 지양하고 민주노총 내부 혁신을 통해 공동활동의 토대를 마련하는 방안을 공동으로 모색하자. 다른 한편으로 진보정당들은 민주노총을 포함한 대중운동의 통합적 발전과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 다시 말해서 진보정당은 사회운동의 성과를 소진시키는 방식의 정당이 아니라 사회운동을 활성화함으로써 사회적 세력관계의 역전을 촉진하는 정당, 출세주의나 당의 우경화와 직결되는 조급한 집권전략에 몰두하기보다는 당의 근본이 되는 대중운동을 재건, 형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사회운동정당으로 변모해야 한다. 사회운동정당으로의 변모를 추동하면서 민주노총은 진보정당과 공조하여 선거와 대중투쟁에서 통합적인 대응을 시도할 수 있다. 우선 민주노총은 경제위기 시기 노동권에 관한 대중적 요구를 집약하여 진보정당과 공동으로 제도적 대안을 발의하고, 선거 전후 대중투쟁과 선거운동을 효과적으로 결합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럼으로써 2010년 지방선거에서 진보정당들의 실질적인 공조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민주노총이 주도성을 발휘해야 한다. 이미 현실에서 ‘사문화’되고 있는 민주노총의 민주노동당 배타적 지지 방침 문제에 대해서는 단순히 유지냐 폐지냐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곤란하다. 민주노총이 전개해야 할 제2의 노동자 정치세력화운동의 총괄적 방향과 경로를 제시하면서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사회당, 사노준 등 정당추진세력의 정치활동을 최대한 존중하는 방식으로 ‘노동자 정치세력화운동 방침’을 재수립해야 할 것이다. 또한 민주노총 스스로 진보정당에 대한 인적 물적 동원으로 조합원들의 정치활동을 수동화한 관행을 탈피함으로써 선거 대응에 경도된 정당운동의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 무엇보다 조합원들이 일상적인 학습 선전 조직을 통해 대안사회에 대한 이념과 전망을 습득할 수 있도록 민주노총 정치사업 전반을 혁신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민주노총은 장기적으로 전선재편을 포함하는 정치세력화 운동의 새로운 흐름을 창출해야 한다. 민주노총, 반MB연합을 넘어 신자유주의 반대 민중연대전선의 선봉에 서자 이러한 과정에 병행하여 민중연대전선을 새롭게 구축하는 데 민주노총이 선도적으로 복무해야 한다. 현재 다양한 측면에서 제기되는 반MB연합의 근저에는 억압적인 보수정권이 등장한 상황에서 과거 집권세력이나 시민단체와의 상층 연대를 통해 활동공간과 영향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기대가 깔려있다. 그러나 충족될 수 없는 기대 속에서 민중운동의 주체적 투쟁역량을 키우기 위한 노력은 상대화되고 있다. 민중운동은 허구적인 반MB연합에 휘둘리지 말고 노동자운동의 재건, 민중운동의 독자성 강화, 진보정당의 사회운동적 성격 강화를 위해 전력을 다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민주노총이 중심이 되어 반신자유주의 민중연대전선을 바로 세워야 한다. 한국진보연대는 전국민중연대 해소를 둘러싼 지난한 논란 끝에 반쪽짜리로 출범한 이후 민중운동 내에서 합력을 창출하려고 시도하기보다는 시민운동 진영이나 민주당과 협력하는데 더 큰 노력을 기울여왔다. 특정 정파의 경우 민주노총 대의원대회마다 한국진보연대 가입 건을 의안으로 상정하여 분란의 소지를 계속 낳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노총이 중심이 되어 한국진보연대를 넘어 보다 폭넓은 공동투쟁기구를 추진한 것은 긍정적인 변화로 여겨진다. 하지만 이렇게 결성된 <이명박 심판, 민주주의 민중생존권 쟁취 공동투쟁본부>(반MB공투본) 역시 신자유주의에 정면으로 반대하는 의제를 설정하거나 그에 적합한 투쟁 태세와 조직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향후 반MB공투본을 지역과 부문을 아우르는 상설연대체로 발전시키기에는 내부적 합의도 부족하다. 조만간 예상되는 세계경제위기와 이에 따른 정권의 노동권에 대한 공격에 효과적으로 맞서기 위해서는 민중운동의 단결의 수준을 한층 발전시켜야 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민주노총은 경제위기 시기 노동권을 중심으로 대중투쟁 요구를 정선하여, 전체 노동자계급의 중심으로서 역할을 자임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농민, 빈민, 청년학생 등 계급대중의 이해와 요구를 중심으로 하는 전체 민중운동의 동맹을 실현하는 데 선도적으로 복무해야 한다. 또한 민주노총은 전국적 수준에서뿐만 아니라 지역에 근거한 연대운동을 모색해야 한다. 서울에서 새로운 상설연대체가 결성되고 있는 것은 고무적인 현상이며 소지역별(지구협) 단위에서도 지역연대를 실현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필요가 있다. 민주노총은 지역본부를 중심으로 지역 연대운동을 복원하여 지역 정치활동과 미조직사업의 토대를 강화해야 한다.
수십 명의 구속자와 수천 명의 해고자를 발생시킨 쌍용차 구조조정은 초민족 자본의 문제점을 다시 한 번 한국 노동자들에게 가르쳐 주었다. 2004년 쌍용차를 인수한 상하이자동차는 투자는 외면한 채 기술 유출에만 몰두하다 경제위기를 빌미로 회사를 부도내 버렸고, 이후 법정관리인에 의해 대규모 정리해고가 단행되었다. 상하이 자동차는 이후 검찰 조사에서 기술 유출 등의 범죄 사실이 확인되었지만, 한국 정부가 상하이자동차를 상대로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현재 쌍용차는 인수자를 찾기 위해 저비용 생산 구조(저임금 고강도 노동 시스템)를 갖추기 위한 구조조정을 계속 진행하고 있다. 쌍용차만큼 여론에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캐리어, 발레오공조, 위니아만도 등 초민족자본이 투자한 제조업 기업에서 자본 철수가 진행 중이며, 이 과정에서 수많은 노동자들이 정리해고의 피해를 겪고 있다. 미국계 초민족 자본인 유티씨의 계열사인 캐리어는 몇 년째 시설투자는 하지 않은 채 수백 명의 노동자를 정리해고하며, 영업망만을 유지한 자본 철수 절차에 돌입했고, 프랑스계 자동차 부품 업체인 발레오의 한국 계열사인 발레오공조는 아예 공장 폐쇄를 단행했으며, 초민족적 사모펀드 씨브이씨의 소유인 위니아만도는 자본철수 협박 속에서 노동자를 정리해고 중이다. 이 밖에도 파카한일유압, 동서공업, 포레시아지장, 보워터코리아 등에서 정리해고, 노조탄압 등으로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데, 현재 금속노조에서 구조조정에 대해 투쟁하는 사업장 대다수가 초민족자본 투자 기업일 정도로 한국에서 초민족 자본의 문제는 심각한 상태이다. 현재 한국의 노동자운동은 금속노조를 필두로 하여 초민족자본에 의한 노동권 파괴에 맞서 여러 투쟁을 조직하고 있다. 하지만 이 투쟁들은 한편에서 사업장 수준의 구조조정 저지 투쟁에 머무르는 것이 현실이며, 초민족자본의 자본 철수 위협과 노조 탄압 속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만들어 내지도 못하고 있다. 이 글은 이들 초민족자본 사업장의 구조조정 저지 투쟁이 단순한 단위 사업장 투쟁에서 벗어나 노동자운동의 전략적 투쟁으로 의미를 부여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이 투쟁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한국 노동자운동이 국제적 수준에서 이 투쟁들을 재조직할 필요가 있으며, 초민족자본과 관련한 산별 특별협약, 대정부 협약 등을 만들어 내고, 제도적 수준에서 다국적기업과 관련한 국제노동조약의 국내적 실질화, 무역협정에서의 노동권 관련 의무 강화, 외국인투자기업에 대한 혜택의 반대급부로 노동권 규약 의무화, 직접투자로 위장한 투기 목적의 자본 투자 규제 등을 만들어 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왜 초민족자본 사업장의 투쟁이 중요한가? : 국제적 노동권 수준을 낮추는 초민족자본과 노동자 국제주의 물론 국내자본보다 초민족자본이 ‘더’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윤 추구라는 측면에서 국내외 자본은 차별점이 없다. 하지만 국제적 수준에서의 노동자 투쟁을 조직하고, 대안세계화 운동을 확장시키는 데 있어 초민족자본에 맞선 투쟁은 몇 가지 점에서 더 강조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이들 초민족자본이 세계적 노동권 파괴의 선봉에 서며 국제적으로 노동권 수준을 낮추고 있기 때문이다. 초민족자본은 자본의 자유로운 세계적 이동 때문에 일국에서 노동자들의 투쟁을 무력화하는데 유능하다. 위니아만도의 예에서처럼 노조가 고용 임금 조건 관련 투쟁을 조직하면, 초민족자본은 떠나면 그만이라는 식으로 대응하기 일쑤다. 또한 세계적 수준의 생산 네트워크로 한 공장에서 파업을 하더라도 다른 공장에서 대체 생산이 가능하기 때문에 노동자들의 파업 효과 역시 작다. 예를 들면 발레오는 한국 발레오공조 노조가 파업하자 직장폐쇄를 단행하고 삼성르노에 다른 국가에서 생산하는 부품을 납품하려 하고 있다. 초민족자본은 정부에 대한 압력을 통해 노동권 파괴를 직접적으로 감행하기도 한다. 정부의 외국자본 유치 경쟁을 이용하여 초민족자본은 그야말로 노동권 없는 지역을 만들기도 하는데, 1970년대 한국의 수출자유지역부터 최근의 경제자유구역이 그 예이다.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지역의 수출자유지역에서는 아직도 노조 간부에 대한 납치 협박이 횡행할 정도로 노동권 파괴가 극심하다. 동유럽, 남미에도 비슷한 노동권 면제 지역들이 다수 존재하며, 초민족자본은 자신들의 입지 조건을 정부와 거래하며 각종 세금 혜택과 현금 지원을 받으며 노동 관련 기준을 대폭 낮추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초민족자본의 노동권 파괴에 맞선 싸움은 세계적 수준에서 노동권을 방어하는 국제 노동자운동이다. 노동자 국제주의는 국제회의나 한날한시 캠페인과 같은 상징적 수준에 제한되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 운동이 국제적 수준의 노동권 문제를 이슈로 실질적인 투쟁을 조직하는 것이다. 따라서 초국적 자본이 자신의 작업 현장에서 저지르는 노동 탄압을 국제적 관점에서 분석하고 자신의 노동권을 방어하기 위한 투쟁을 조직하는 것은 분명히 노동자 국제주의를 한 단계 높여내는 일이다. 초민족자본의 구조조정 양상 : 비용 절감 또는 시장 진출을 위한 생산 재배치 그리고 노동탄압 세계자본주의는 정체된 기술 혁신 속에서 1960년대 중반 이후 이윤율 저하를 겪었고, 초민족자본은 1980년대 신자유주의 개혁 속에서 이윤율 회복을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였다. 그 결과 이들은 생산 비용을 절감하고 시장을 확대하며, 노동 착취와 투기에 대한 제약을 극복하기 위해 국제적 생산 네트워크를 만들어 냈다. 초국적 자본의 세계적 이동을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외국인직접투자(FDI)액 변화를 보면 82년 세계총생산의 0.7%에 불과했던 외국인직접투자 출입 규모는 2008년 6%로 성장, 26년 만에 9배 가까이 커졌다. 이들은 이러한 국제적 이동을 통해 이윤율 회복도 어느 정도 달성하였다. 미국 초국적 기업의 예를 보면 초국적 기업들의 해외 자회사는 산업 평균 이윤율과 비교하여 두 배 이상 높다. 초민족자본이 노동자들에 대해 압도적 힘의 우위를 갖는 핵심 이유 중 하나는 이들이 국제적으로 생산을 재배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모기업이 있는 국가의 노동자들에게는 해외 생산 확대를 근거로 노동조합 결성 또는 임단협에 위협을 가하고, 해외 자회사의 노동자와 지역사회에는 자본 철수 위협으로 저임금 노동탄압을 감내할 것을 주문한다. 몇몇 연구들은 초민족 자본의 실재 힘은 자본 축적의 세계적 이동보다는 노사 관계 및 지역 사회에 대한 자본의 협상력 우위가 핵심이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노동비용 절감을 통한 초과이윤 획득 초민족자본은 이러한 우위를 이용하여 여러 수준에서 초과 이윤을 획득한다. 첫 번째는 노동 비용 절감이다. 개발도상국에 대한 투자에서 이들은 충분하게 저임금 노동을 이용하며 더군다나 노동법에 대해서도 특혜를 누린다. 한국의 경제자유구역(FEZ), 아시아 및 남미의 수출가공구역(EPZ)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지역에서 초민족 자본은 정부의 각종 자금 혜택은 물론 노동법을 면제받기도 한다. 한국에서 2002년에 제정된 경제자유구역법은 구역 내 초민족 기업들에 근로기준법과 파견법의 일부 조항들을 무시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으며, 도미니카공화국, 멕시코, 필리핀 등의 국가에서는 노조활동 탄압, 최저임금 이하의 임금지불 등에 대해 정부가 눈을 감는다. 유로 재단의 조사에 따르면 유럽의 다국적 기업들은 최근 몇 년간 노동 비용 감소를 위해 동유럽 및 중국으로 많은 공장을 이전했는데 이들 기업은 단순히 임금 수준만이 아니라 노동법 관련 이슈, 정부의 태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초민족자본의 전략은 기존 노동자운동을 약화시키거나 배제하는 데도 뛰어나다. 서유럽에서 초민족자본들은 강력하게 집중화된 산별교섭을 분권화시키고, 때로는 산별 교섭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시도를 계속 벌이고 있다. 네덜란드에서는 다국적 은행들이 주도하여 은행산업별 협약을 종료시켜버렸고 코카콜라는 산별협약을 벗어나기 위해 기존 사업장을 버리고 무노조 사업장을 신규로 내었다. 벨기에에서 까르푸는 일정 규모 이하의 슈퍼마켓 체인은 산별협약에 적용되지 않는다는 허점을 이용하여 매장의 규모를 줄였고, 독일에서 다임러는 금속산별협약에서 벗어나기 위해 일부 사업부서를 정보통신사업으로 업종 변경하여 분사하였다. 남미에서 역시 양상은 비슷하다. 초민족 자동차 기업들이 대거 진출한 브라질의 경우 초민족 자동차 기업들은 강한 금속노조가 있는 에이비씨(ABC)공단 대신, 지자체와 친자본 어용노조가 노동조합을 관리하는 지역으로 신규 공장을 이전하고 있다. 이들 신규 공단 지역은 기존 금속노조 강세의 공단보다 임금은 40% 가까이 낮으며 노동시간은 10% 이상 길다. 노동조합에 대한 적대적 태도는 한국에서 활동하는 초민족자본들 역시 마찬가지다. 최근 언론에도 몇 차례 소개된 미국계 파카 자본의 파카한일유압은 노동조합 파괴를 목적으로 파카한일유압의 생산 물량을 파카코리아라는 다른 계열사로 이전시켜 조합원들을 정리해고시켰고, 프랑스계 자동차 부품 회사인 포레시아의 포레시아배기시스템코리아 역시 용역 깡패를 동원하여 노동조합 파괴를 목적으로 조합 간부와 조합원들을 정리해고했다. 미국계 제지회사인 보워터의 한국지사인 보워터코리아는 노동조합과의 임단협을 일방 해지하고 노조간부를 사찰하며 노조파괴를 기도하였고, 미국계 엔지니어링 업체인 에스피엑스(SPX)의 한국지사인 SPX플로우테크놀로지는 어용노조를 설립하여 민주노조 설립 자체를 막고 있다. 유연한 생산조정을 통한 초과이윤 획득 다음으로는 경제 여건과 시장 상황에 따른 유연한 생산 조정이다. 초민족 자본은 국제적 경제 여건에 따라 공장 폐쇄와 이전을 자유롭게 감행한다. 2008~2009년 세계경제위기에서도 볼 수 있었던 초민족 자본의 국제적 이동은 경제 조건이 어려운 지역에서는 과감하게 공장을 폐쇄하고, 새로운 시장이 열리는 곳에서는 현지에서 자본을 조달하고 본사의 자원을 집중하여 공격적으로 인수 합병을 하고 신규 공장을 건설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자본 철수 협박 및 신규 투자 등을 조건으로 노동자들에게 큰 양보를 얻어냄은 물론이다. 경제위기 과정에서 나타난 초민족 자동차 기업들의 사례를 보면 이들 기업은 하나같이 생산이 감소하는 곳에서는 정리해고 공장폐쇄 등의 구조조정을 감행하며 동시에 시장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는 지역에서는 대규모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도요타는 판매가 급감한 미국에서 2009년 8월, 4,700여 명이 근무하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공장을 폐쇄하고, 일본에서도 비정규직 5,000여 명을 계약해지하며 동시에 중국에서는 2013년까지 중국에서 생산능력을 높이기 위한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폴크스바겐은 독일에서 16,500여 명의 임시직을 계약해지하고, 멕시코 공장에서 900여 임시직을 계약해지했다. 하지만 동시에 중국에서 7조원을 투자해 생산능력을 현재 수준의 두 배 이상 늘리기로 하는가 하면, 일본 자동차 기업인 스즈키를 인수하기 위한 작업에 돌입했다. 지엠은 판매가 급감한 유럽의 독일, 영국, 스페인, 벨기에 공장에 대한 대규모 구조조정을 하고 스웨덴에 있는 사브를 파산 상태로 방치하며, 중국에서는 생산 설비 확충에 나설 것이라 발표하였다. 그리고 혼다, 닛산, 포드, 피아트 등도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비슷한 계획을 모두 가지고 있다. 최근 공장 폐쇄와 대규모 해고로 문제를 일으키는 캐리어 에어컨, 발레오공조 등의 한국에 진출한 초민족 자본들도 위와 비슷한 전략을 취하고 있다. 미국계 군수종합기업 유티씨(UTC)의 자회사인 캐리어 에어컨은 240명을 희망퇴직시키고, 희망퇴직을 거부한 40명을 정리해고시켰는데, 이는 유티씨 기업의 1만 8천여 명에 달하는 국제적 구조조정의 일환이었다. 군사용 헬리콥터와 비행기 엔진에서부터 엘리베이터, 에어컨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상품을 생산하는 유티씨는 경제 위기로 건설 경기 하락과 항공 운수 산업 침체로 관련 사업들(Carrier, Otis, Pratt&Whitney)에 대한 구조조정을 단행한 것이다. 한국 공장을 비롯하여 동유럽의 여러 공장들에 대한 사실상의 폐쇄 조치들을 단행하고 있다. 물론 안정적 수익원이 확보된 군수 관련 사업들은 유지 또는 확장하고 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프랑스계 자동차부품업체인 발레오의 발레오공조코리아는 아예 공장 폐쇄 조치를 단행했다. 세계적 자동차 부품회사인 발레오는 세계경제위기로 2008년 2억 유로의 순손실을 기록하고, 2009년 초부터 세계적으로 5,000여 명의 인력감축을 포함하는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었다. 프랑스 정부는 발레오의 대주주인 미국계 사모펀드가 발레오를 다른 부품사와 인수합병하며 대규모 구조조정을 하려 하자 국부펀드를 동원하여 발레오 주식을 획득, 프랑스 내 정리해고를 막고 대신 다른 국가의 공장을 줄일 것을 주문하였다. 그 결과 미국 텍사스 공장을 포함하여 한국, 동유럽의 공장들이 폐쇄 또는 생산 감축을 하게 되었다. 물론 앞의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발레오 역시 이러한 구조조정 과정에서도 중국 등 신흥시장 진출을 위해서 막대한 자본을 동원하여 현지 기업들을 인수합병하였다. 어떻게 초민족자본과 맞서 싸울 것인가? : 외투자본에 대한 노동권 강화 제도와 노동자운동의 전국적 산업적 단결이 필요 위와 같이 노동자운동 탄압, 국제적 정리해고를 밥 먹듯이 자행하며 국제적 수준에서 노동권 수준을 낮춘 초민족 자본은 유럽, 남미, 한국 등의 강한 노동자 운동을 상대로도 자본 철수 위협을 무기로 노동탄압과 구조조정을 상시로 감행해 왔다. 특히 2008년 세계경제위기 이후 장기간의 경제 위기를 대비한다는 명분을 하나 더 얻은 초민족자본은 거칠 것이 없이 노동자운동을 위협하며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의 노동자운동은 초민족자본에 맞선 투쟁을 진행함에 있어 우선 초민족 자본에 대한 범시민적인 의식 변화가 필요하다. 초민족자본 투자는 절대선이며, 한국 사회 발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지난 수 십년 간의 정부의 선전은 환상일 뿐이다. 쌍용차에서부터, 지엠대우, 발레오공조, 위니아만도, 캐리어에어컨 등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초민적 자본은 국내 경제를 하청 생산 공장으로 변모시키며, 노동자들의 생존과 권리를 가장 크게 위협하고 있다. 한국 자본주의는 자본 축적 측면에서 보더라도 자본 부족이 문제가 아니라 오히려 과잉 자본이 금융적 투기로 이용되는 것이 문제다. 초민족자본 유치의 부정적 효과 인식 제임스 페트라스는 초민족 자본과 싸우는 첫 번째 방법은 자본 유치에 대한 환상에서 벗어나는 것이라고 충고하기도 한다. 그는 이어 국내적 자본 동원보다 초민족 자본 유치가 효과적이라는 증거는 없다고 주장하며 경제적 효율성이나 정치적 효과에서도 대중적인 경제 발전과 노동권 강화의 동의 지반 속에서 정부가 전략적으로 산업 발전을 추구하는 것이 좋다고 이야기한다. 몇 가지 구체적 방안으로 금융 기관의 투기에 이용되는 연기금을 국가 전략적 투자에 사용하거나, 초민족자본들이 받은 면세, 금융 지원, 토지 무상사용 등의 혜택들을 반환하여 사용하는 것 등을 들고 있다. 그는 이러한 예들이 얼마든지 실현 가능하며,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근 베네수엘라에서는 초민족 자동차 기업들을 상대로 위와 비슷한 구상을 실행에 옮기기도 했다. 차베스 정부는 지난 12월 초에 도요타를 비롯한 초민족 자동차 기업들이 50년 이상 된 공장에서 투자는 방치한 채 하청 생산 및 수입 판매에만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리고 정부가 공공 교통 수단으로 원하는 차량을 개발 판매하지 않을 시 도요타를 몰수하여 중국 기업들에 운영을 맡기겠다고 발표하였다. 더불어 이러한 정책은 지엠, 포드 등 다른 자동차 기업들에도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초민족 자동차 기업들과 친기업 언론들은 차베스 정부를 맹비난하고 있지만, 차베스 정부의 이런 비판과 몰수 압력은 사실 근거가 없는 것이 아니다. 앞에서도 보았듯이 초민족 자본은 저임금 노동과 시장 진입을 위해 남미, 동유럽, 아시아 등에 많은 공장을 세우거나 기존 기업들은 인수했지만, 이들 현지 공장들은 대부분 하청 생산에 이용되며 국민 경제 차원에서 큰 기여를 하지 못했다. 베네수엘라의 지엠, 포드, 도요타 공장들도 매년 4~5천 대 가량의 차량을 판매했지만 정작 현지 차량을 개발할 수 있는 기술이나 자본을 가지고 있지는 못했다. 대부분이 반조립품(KD)으로 수입되어 단순 조립만 하는 노동 집약적 공장에 불과하다. 이들 초민족자본의 공장들은 저임금 공장을 운영하며 국외에서 반조립으로 수입한 차량을 판매하여 큰돈을 오히려 본사로 가져가는 역할을 했을 뿐이다. 이러한 이유로 차베스 정부는 이들 기업이 베네수엘라에서 번 돈으로 환전한 달러를 이용해서 국외에서 부품과 반조립품을 수입하는 것 역시 통제하고 있다. 차베스 정부는 이번 경제 위기를 계기로 석유 수출만이 아닌 제조업 분야의 산업적 발전 필요성을 체감하고 초민족 자본에 대한 통제를 다시 강화하는 것이다. 노동권 보장에 대한 제도적 규제 방안 마련 둘째로 노동자운동은 단위 사업장에서 끈질긴 투쟁과 더불어 초민족 자본의 노동권 파괴에 관한 제도적 규제 방안들을 마련해 나가야 한다. 앞에서도 살펴보았지만 초민족 자본에 맞서 싸우는 투쟁은 단위 사업장만의 투쟁으로는 성과를 얻기 쉽지 않다. 초민족 자본의 힘이 바로 일국 사업장에서 자유롭다는 것에서부터 나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세계 시장과 연계가 강한 한국에서 베네수엘라 식의 몰수 정책을 바로 쓸 수는 없겠지만, 초민족 자본의 노동권 파괴에 대한 노동자운동의 최소한의 대응을 중심으로 노동자운동의 활성화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제도적 개선책들은 필요하다. 우선 상식적인 차원에서 초민족 자본들의 고용에 관한 의무 혹은 패널티 제도를 생각해 볼 수 있다. 현재 외국인투자촉진법에 따르면 5,000만원 이상의 투자와 주식 10% 이상 보유로 규정되는 외국인직접투자는 법인세, 지방세, 관세 등의 세금에서 큰 혜택을 받는 것은 물론 고용과 교육, 토지 임대, 설비 건설, 자본재 및 연구 시설 비용 등에 관해 정부의 직접 지원을 받는다. 또한 중앙정부의 지원 이외에도 지방정부들의 투자 유치를 위한 무상 토지 임대, 주거 시설, 노무 관리 등에 대한 유무형의 지원도 상당하다. 하지만 이러한 지원에 비해 초민족 자본이 져야 할 의무는 추상적이거나 거의 없는 형편이다. 단적인 예로 외국인투자촉진법은 외투기업이 20명 이상의 한국인을 고용하면 6개월까지 일 인당 1백만원의 고용 지원을 하지만 6개월이 지난 이후 이들을 해고해도 아무런 제재 조항이 없다. 예를 들면 아일랜드는 고용 지원금을 받은 사람을 해고할 경우 그 돈을 물어 내야 하는 조항이 있고, 실제로 2008년 경제 위기 시기 대규모 해고 사태가 발생하여 초민족 기업들이 정부에 420만 유로를 지불해야 했다. 이들 초민족 자본이 노동권 관련 의무들을 엄격하게 준수할 수 있도록 정부 당국이 관리하는 것 또한 중요한데, 예를 들면 경제협력기구의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OECD Guidelines for Multinational Enterprises)의 준수를 실질적으로 강제하는 방안을 검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의 다국적 기업 가이드라인은 초민족 기업의 노동권 파괴가 심각해짐에 따라 2000년 경제협력개발기구에서 채택한 문서로 다국적 기업과 각국 정부가 준수해야 할 사항을 서술하고 있다. 물론 이는 제재 조항이 없다는 점에서 선언적 공문구에 그칠 수도 있는 한계가 존재한다. 하지만 노동자운동이 한국 정부에 초민족 자본의 노동권 파괴에 대한 제재를 수행하도록 강제할 수 있다면 하나의 가이드라인으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현재 서유럽 초민족 기업들이 반발하는 산별협상이나 복수노조 허용과 관련한 입장은 가이드라인 4조 4항의 “진출국의 상응한 사용자가 준수하는 기준보다 불리하지 않은 고용 및 노사관계 기준을 준수하여야 한다”에 어긋난다. 또한 발레오공조가 취한 공장폐쇄 조치는 4조 6항의 “집단 정리해고를 수반하는 사업장의 폐쇄를 검토하는 경우 … 근로자 대표 및 적절한 정부 당국과 협력하여야 한다”는 조항에 위배된다. 노동자운동은 정부가 이러한 국제 협약들을 실질적으로 받아안아 특별 근로 감독 등을 통해 초민족기업의 노동권 탄압을 중지시킬 수 있도록 강제해야 한다. 양자간 혹은 다자간 무역협정에서 초민족 기업의 노동권 준수 관련 조항을 강제하는 방안 역시 고려해볼 만하다. 철저히 자본의 재산권과 업종 간 수출입 비율로만 맺어지는 무역협정에서 노동권 관련 규제 조항들을 엄격하게 적용할 수 있는 조항들을 삽입하는 것이다. 현재의 자유무역협정은 국가 간 무역장벽을 철폐함으로써 초민족 기업이 사업장을 국가 간 이동하여 얻는 이득을 물리적 이동 없이 얻게 하는 효과를 가진다. 초민족 기업의 확장으로 기업 수준에서 이루어지던 자본 이동을 전 경제적 차원으로 확대하는 것이다. 현재와 같은 수준으로 국가 간 자유무역협정들이 우후죽순 발효된다면 초민족 기업이 노동자들에게 강요하는 ‘바닥을 향한 경쟁’을 막기는 더욱 힘들 것이다. 노동권 수준의 상향 조정을 협정에 함께 넣은 자유무역협정은 칠레-멕시코, 볼리비아-멕시코 등 주로 중남미 국가들 사이에 맺어진 협정이 대표적이다. 이들 무역협정은 투자에 있어 노동권 표준을 하향시킬 수 없도록 단서 조항을 두고 있다. 물론 이러한 조항들은 선진국의 노동조합이 무역협정으로 인한 자본 유출을 막기 위한 보호무역주의적 의도로 사용되기도 한다. 하지만 자본의 국제적 이동은 기본적으로 노동권에 대한 하향 조정을 통한 초과 착취와 노동자 간 경쟁이 그 이윤의 원천이라는 점에서 노동권의 하향 평준화를 막기 위한 노력은 반드시 필요하다. 자본철수에 대한 대처방안 마련 세 번째로 2009년 경제 위기에서 볼 수 있었던 자본 철수에 대한 대처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경제 위기가 심화할수록 자본 철수라는 초민족 자본의 선택 역시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우선 자본 철수라는 극단적 상황 이전에 이들 초민족 자본의 자본 유출입을 규제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지엠대우의 2008년 대규모 손실에서 볼 수 있었듯이 초민족 자본은 그것이 제조업 기업이든 아니든 다양한 금융 투기 기법을 이용하여 해당 국가에서 생산한 부를 외부로 이전시킨다. 또한 헐값에 기업을 인수하여 하청공장으로 이용할만큼 이용하다 버리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따라서 자본 철수 상황을 막기 위해서는 초민족 기업의 인수 합병에 대한 심사 기준을 더욱 강화하고, 정부 기관들은 이들의 영업이익에 대한 사용 및 국외 이동에 관해 감시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재와 같이 정부가 각종 금융 지원을 통해 인수 합병과 매각을 오히려 확대하는 것은 결국 더 많은 자본 철수 상황을 만들어 낼 뿐이다. 자본 이동의 자유라는 이유로 초민족자본의 자본 이동을 방치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국민 경제 손실을 가져온다. 자본 철수가 이루어져 기업이 부도나는 경우에 기존 정부 지원금을 받아낼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앞에서도 보았듯이 초민족 기업들은 정부의 각종 지원을 받는데, 이들이 철수할 경우 이러한 지원은 모조리 국민 경제에 대한 아무런 대가 없이 국외로 빠져나가는 꼴이 된다. 따라서 자본 철수를 염두해 둔 외국인투자에 관한 감시 체계가 필요하며, 자본 철수의 조짐이 보일 시 과감히 지원금을 포함한 초민족 자본이 누린 혜택을 환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 자금을 통해 국민 경제 차원에서 육성해야 하는 산업은 국유화를 통해서라도 고용과 생산을 유지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총연맹과 산별노조로의 단결과 투쟁을 통한 전국적, 산업적 협정을 만들어 내야 한다. 이는 매우 중요한 일이다. 어떠한 제도라도 구멍이 있을 수밖에 없으며, 노동자 정부가 아닌 이상 언제나 자본가 편인 정권이 초민족 자본에 대해 여러 규제들을 제대로 만들 리도 만무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노동자들의 운동을 통한 노동권의 방어기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그것을 제도로 만들 수 있는 힘이 필요하다. 이는 현재 금속노조가 추진 중인 진정한 의미의 노동자 단결에 입각한 산별노조 건설, 정부와 총자본을 상대할 수 있는 민주노총의 강화를 통해 가능하다. 대규모 노동조합 투쟁을 통해 전국적 협약과 산별 협약을 쟁취한 서유럽의 노조들은 미약하게나마 자본의 생산 설비 이동과 관련한 제약들을 협약으로 두고 있다. 한국은 현재 이러한 협약은 고사하고 노동조합 자체를 말살하기 위한 노조법 개악이 진행되고 있다. 노동조합의 단결과 강화에서부터 모든 문제 해결을 시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노동권 박탈, 노동조합 탄압의 공세에 맞서야 한다 복수노조와 전임자 임금을 빌미로 노동권을 강력하게 제약하고 노사관계를 변형하려는 시도가 2009년의 마지막 날까지 계속되고 있다. 12월 29일 추미애 환노위 위원장과 환노위 법안심사소위원장인 차명진 한나라당 의원, 임태희 노동부장관은 단일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동조합법) 개정안을 마련했다. 복수노조 허용은 1년 6개월,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는 6개월 유예하여 시행하는 것이 합의안의 골자다. 동시 시행을 주장하는 입장이 있었지만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를 먼저 시행해야 한다는 한나라당과 노동부의 입장이 관철된 것으로 보인다. 타임오프 대상 업무의 경우 교섭, 협의, 고충처리, 산업안전 업무에 ‘건전한 노사관계 발전을 위한 노조유지 및 관리업무’가 추가되었다. 창구단일화의 경우 교섭대표를 우선 노조 간 자율로 결정하고, 자율 협상에 실패할 경우 과반수노조에 대표권을 부여하기로 했다. 과반수 노조가 없으면 노조별 조합원 수에 비례해서 공동교섭대표단을 구성한다. 단 10% 미만 노조는 공동교섭대표단에서 제외된다. 논란이 되었던 초기업노조의 창구단일화 제외 조항은 포함되지 않았다. 노동부의 현행법 시행 방침 한편 노동부는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12월 28일 △노조의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대한 행정고시 △복수노조 관련 부당노동행위 업무처리 규정을 행정예고했다.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의 경우 기존법에 명시되어 있으므로 별도의 고시가 필요하지 않다.) 12월 31일까지 노동조합법이 개정되지 않을 경우 곧바로 관보에 게재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미 11월 25일 노사정 6자 대표자회의가 합의에 도달하지 못하고 끝나자 임태희 노동부 장관은 “노동부는 현행법이 내년 1월 1일 발효되는 것을 전제로 산업현장의 혼란을 줄일 시행 방안을 준비한다”고 선언했다. 그는 11월 10일에도 임태희 장관은 복수노조 허용과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를 “현행법을 개정하지 않고 내년부터 시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법에는 복수노조 허용에 따른 교섭창구 단일화 방안을 노동부 장관이 마련토록 위임해놓고 있다”고 주장했다. 별도의 법률 개정 없이 시행령이나 시행규칙에 교섭창구 단일화 방안을 명시해 적용하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국회 입법조사처는 행정법규를 통해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를 강제하겠다는 노동부의 방침에 대해 “위헌 소지가 크다”는 견해를 밝혔다. “교섭창구 단일화를 의무화하는 것은 노동자와 노조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것이므로 법률에 근거해 규정해야 한다”고 지적한 것이다.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사항은 상위법령인 법률로 규정해야 한다는 헌법재판소의 판례도 있다. 따라서 현행법을 개정하지 않고 교섭창구 단일화를 강행한다면 헌법에 위배된다. 또한 현행법을 개정하지 않는다면 노동조합법의 부칙에 명시되어 있는 교섭창구 단일화 관련 조항이 자동 삭제됨에 따라 교섭창구 단일화 없이 복수노조가 허용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노동조합법 부칙 5310호 5조 3항에는 “노동부장관은 2009년 12월 31일까지 … 교섭창구 단일화를 위한 단체교섭의 방법 절차 기타 필요한 사항을 강구하여야 한다”라고 되어 있다. 입법조사처는 이 조항이 교섭창구 단일화를 의무화한 규정도 아니고, 노동부 장관에게 교섭창구 단일화의 방법과 절차를 위임한 것도 아니라고 해석했다. 법률 시행을 위해 준비를 하고 정책 수립을 할 국가의 의무를 규정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판단이다. 노동부의 입장과는 완전히 반대의 해석이다. 민주노총의 경우에도 법 개정 없이 시행령을 통해 창구단일화를 강행하려고 할 경우 행정소송 및 법적 절차를 통해 노동부의 고시를 무력화하는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밝혔다. 복수노조에 대한 사측의 대응 계획 정부와 자본은 교섭창구 단일화와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를 지렛대 삼아서 민주노조 운동의 조직력과 투쟁력을 심각하게 제약하고, 나아가 민주노조 운동의 리더십을 교체하려고 시도하려고 한다. 이를 위해서는 그동안 민주노조 운동이 요구한 복수노조 허용을 교섭창구 단일화라는 쟁점으로 변화시키고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와 연결시켰다. 이렇게 한다면 복수노조 허용이 보장하는 노동권의 확장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경총은 복수노조 허용의 ‘폐해’를 그나마 줄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을 철저히 금지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월간 경영계」 2009년 9월호). 복수노조가 허용되면 현재보다 전임자 숫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타임오프 제도 역시 우회적으로 전임자에게 임금을 지급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결코 수용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또한 노동부의 안에서 창구단일화의 1단계로 추진하게 되어있는 자율적 교섭창구 단일화도 반대한다. 노조 간의 자율적 합의 과정에서 비례대표제와 마찬가지의 방식으로 교섭대표가 선정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비례대표제를 운용하면 각 노조 간 이해관계 및 의견 차이로 교섭단 구성 과정이 장기화되고, 다수의 조합원 확보를 위한 선명성 경쟁으로 현장 노사관계를 투쟁적 노조가 주도하는 문제가 발생한다는 논지다. 이에 더해 사업장 단위에서의 교섭창구 단일화가 하나의 기업에서 다수의 단체교섭과 단체협약을 허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1기업 1교섭만 허용하는 것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기업 단위 복수노조의 허용은 한국 노사관계의 큰 지각변동을 가져올 수 있다. 따라서 사측의 입장에서는 복수노조 허용으로 새로운 노조가 설립될지, 노무관리 비용이 증가할지 여부가 큰 관심사다. 한 연구에 따르면 복수노조 허용 이후의 변화를 다음과 같이 예측할 수 있다(「복수노조 갈등」, 『노동정책연구』 2009년 9권 2호). 첫째, 한국의 노조 가입률이 1989년 19.8%를 정점으로 지속적으로 하락하여 현재 10%대에 머물고 있다. 노조는 대기업에 집중되어 있고 중소기업은 노조가 설립될 여지는 있지만 지불 능력이 낮아 이미 설립되어 있는 기존 노조도 운영상의 어려움에 처해있다. 이는 노조에 가입할 만한 노동자들은 대부분 가입해 포화상태에 가깝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노조가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한다면 복수노조 허용으로 노조 가입률이 높아지는 효과는 미미할 것이다. 둘째, 지불 능력이 좋은 대기업은 사정이 다를 것이다. 특히 기존의 노조가 정파 간의 주도권 확보나 운동노선의 추구로 ‘정치주의’ 성향을 띠는 경우 새로운 노조가 설립되어 복수노조 구도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 정치주의에 대한 조합원의 지지가 크지 않기 때문에 탈정치주의를 표방하는 노조가 새롭게 건설되거나, 정치주의를 표방하더라도 노선이 달라 새로운 노조가 설립될 수 있다. 이 경우 기존 노조와 새 노조의 조합원 수가 비슷한 경우 교섭창구 단일화 문제는 노조간의 갈등을 격화시킬 것이다. 셋째, 대기업 중에서 노동자의 인적 구성이 지역, 직종, 근무형태 등에서 상이한 경우 새로운 노조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있다. 생산직과 사무직 노조가 분리되거나 생산직 중에서 특수한 자격 및 숙련도가 요구되는 직종이 분리되는 경우를 예상할 수 있다. 넷째, 상급단체가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으로 양분되어 있고 이들이 조직 확대를 위해 직접 나설 가능성이 높아 복수노조 설립이 상급단체에 의해서 주도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어떤 사업장에서 한 상급단체의 노조가 설립되면 다른 사업장에서 경쟁 상급단체가 노조를 설립하는 식으로 경쟁이 격화될 수 있다. 다섯째, 교섭창구 단일화를 염두에 두고 보면 노조끼리 상호협력적인 관계에 놓이는 경우보다 경쟁적인 관계에 놓일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사측이 복수노조 설립을 원천적으로 막지 못하더라도 가능한 이런 상황을 피하거나 그 부담을 줄이고자 할 것이다. 사측의 대응 방향으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제기된다. 첫째, 복수노조가 허용된다면 노조와의 교섭비용이 증가한다고 보고 하나의 사업(장)에 하나의 노조가 전체 조합원을 대변하는 교섭구조를 요구할 것이다. 현재 사측과 정부는 교섭창구 단일화를 법적으로 강제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다. 둘째, 노무관리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를 법제화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셋째, 노조의 설립 요건 강화를 요구할 것이다. 넷째, 노조에 대해 법과 원칙을 강조하고 노사관계를 유지하는 데 드는 노무관리 비용을 가급적 줄이고자 할 것이다. 다섯째, 복수노조로 인한 인건비 상승, 작업 몰입도 감소를 우려하여 작업규율을 강화하는 등 개별적 근로관계의 강화에 관심을 기울일 것이다. 노동3권 제약과 기업별 노사관계 강화 시도 정부와 사측이 교섭창구 단일화를 복수노조 허용의 전제 조건으로 제시한 것은 복수노조로 인한 ‘비용’과 ‘혼란’을 최대한 줄이려고 하기 때문이다. 12월 29일 현재 환노위 위원장과 한나라당, 노동부가 합의한 안이나 노동부의 안은 복수의 노조가 자율적으로 교섭창구를 단일화하도록 하고, 자율적 단일화가 실패할 경우에는 과반수 노조에 대표권을 부여하며, 과반수 노조가 없을 경우 조합원 수에 비례해서 공동교섭대표단을 꾸리도록 한다(그러나 10% 미만 노조에는 이마저 허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애초에 복수노조 허용의 취지로 논의되었던 단결의 자유는 크게 침식된다. 노조를 설립해도 실질적으로 단체교섭권과 단체행동권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에 단결의 의미가 반감된다. 그런데 자본가 단체들은 공익위원안의 자율적 교섭창구 단일화는 물론이고, 사업이나 사업장 단위의 교섭창구 단일화조차도 불충분하다고 주장하며 더욱 개악된 형태로 복수노조 허용을 밀어붙이려고 한다. 한편 교섭창구 단일화를 전제로 한 복수노조는 결과적으로 산별교섭을 무력화하고 기업별 노사관계를 강화할 것이다. 현재 환노위에서 주요하게 논의되고 있는 안이나 노동부의 안 같은 경우에 산별노조, 지역(일반)노조와 같은 초기업노조의 경우에도 ‘사업 또는 사업장’ 단위로 교섭창구를 단일화하도록 하고 있다. 산별노조의 특정 사업장에 대한 대각선 교섭이 불가능해질 뿐만 아니라, 다수노조로 승인되지 않은 소수노조의 경우 산별교섭에 참여할 수 없다. 현재 산별교섭에 참여하고 있는 노조라 할지라도 사업장에서 다수노조의 지위를 상실하였을 경우에는 산별교섭에 대한 참여의 권리를 박탈당할 것이다. 2008년 말 기준으로 한국 노조 조합원의 52.9%가 산별 및 업종별 노조의 조합원이고, 민주노총의 경우 77.6%가 산별노조 조합원이다. 이러한 현실을 무시하고 산별노조의 지회나 분회까지 포함하여 모든 복수노조의 교섭창구를 단일화할 경우 현재도 안착화하지 못한 산별교섭은 아예 실현이 불가능할 것이다. 사측은 교섭창구 단일화를 통해 기업별 노사관계를 강화하고 노동자의 기업에 대한 귀속감을 고취시켜 현장에 대한 노조의 통제력을 약화시킬 수 있게 된다. 특히 기업별 노사관계가 강화될 경우 어용노조를 통해 사측의 현장장악 능력이 배가될 수 있다. 일본의 사례를 보면 사측이 어용노조를 활용함으로써 기존의 민주노조를 무력화하는 수단으로 악용할 수도 있다. 1950~70년대 일본에서는 사측이 제2노조(어용노조)를 결성하여 총평으로 대표되는 투쟁적인 민주노조를 파괴했다. 일부 자본이 전임자 임금 지급이 금지되고 교섭창구가 단일화되면 복수노조 허용을 수용할 수 있다고 간주하는 데는 이러한 계산도 깔려 있다. 사측에 우호적인 노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파업과 같은 격렬한 대립의 국면에서 강경노조를 무력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사측이 당장 무리하게 어용노조 설립을 강행하지는 않을 것이다. 사측은 현재와 같이 기존 노조의 대의원을 장악하고 반대파를 이용해서 투쟁적인 집행부를 흔드는 방식을 선호할 가능성이 높다. 무리하게 어용노조를 만들면 조합원의 반발감이 거세지고, 기존 노조가 강력한 투쟁을 통해 존재감을 확인받으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합원의 동요가 커지는 시기, 즉 기존 노조의 리더십이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어용노조로 조합원을 결집시키는 전술을 사용하면 기업별 수준에서 노조운동의 틀을 바꿀 수 있을 것이다. (즉각적인 제2노조 결성으로 드러나지 않았지만 지난 여름 쌍용차 파업과정에서 사측이 사용한 전술을 이러한 형태라고 볼 수 있다.) 노동기본권을 지키기 위한 적극적 대응이 필요하다 복수노조 허용과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가 지금과 같은 형태로 관철된다면 노동권과 노조 활동이 크게 제약될 것이다. 정부와 자본은 노동3권의 온전한 실현을 위해서 논의된 복수노조 허용을 노조활동을 원천적으로 가로막는 수단으로 전환시켰다. 정부는 국회를 우회해서 사태를 행정적으로 처리하려고 하고 있다. 사측과 자본가 단체들은 더욱 강경한 안을 밀어붙여서 최소한 현재의 노동부안을 통과시키려고 하고 있다. 민주노조운동은 노동기본권을 심각하게 제약하는 법 개악을 막기 위한 투쟁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이번 법 개정은 노조 활동 전반을 변화시키고 노동기본권의 실현을 가로막는 것이기 때문에 매년 반복되는 국회 대응 투쟁과 같을 수 없다. 또한 복수노조와 전임자 임금 문제의 시행이 일정 기간 유예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2010년에도 격렬한 논란과 투쟁이 지속될 것이다. 민주노조운동의 미래가 좌우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지속적으로 문제가 될 복수노조와 관련한 사회적 쟁점의 첫 단추를 잘 끼운다는 측면에서 현재 어떤 방식으로 투쟁을 전개하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각 개별 노조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서 실익을 계산하는 방식으로는 노조 전체와 노동기본권에 대한 전방위적인 공격에 맞설 수 없을 것이다. 교섭창구 단일화와 전임자 문제를 노동3권을 침해하고 노조활동을 제약하려는 정부와 자본의 공세라는 점에서 바로 보고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대담을 기획하며 전국공공서비스노조(이하 공공노조)는 2006년 11월 30일 출범한 민주노총 공공운수연맹산하의 산업노조이다. 올해 4년차를 맞이하고 있는 공공노조는 운수노조와 동시에 출범하면서 두 조직이 통합해 통합산별노조(가칭 공공운수노조)를 건설하는 것이 애초의 목표였다. 즉 공공노조와 운수노조는 통합산별노조 건설을 위한 ‘과도기 조직’으로 출발한 것이다. 공공운수연맹은 2008년 정기대의원대회에서 ‘통합산별노조 건설 추진방침’을 결정하고 2009년 5월 1일에는 통합산별노조를 정식으로 출범시키기로 결의했다. 그 결정에 따르면 2009년 10월에는 통합산별노조의 지도부를 직선으로 선출하여 2009년 11월부터는 과도기 체제를 마감하고 본격적으로 공공운수노조 시대를 열어가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2008년 운수노조 대의원대회에서 통합 산별 결의가 사실상 무산되는 등 통합산별추진 흐름이 지체되어 현재까지 난항에 처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2009년 9월 공공노조 3기 집행부(이상무 위원장-구권서 사무처장)가 출범했다. 통합산별노조 건설을 촉진하기 위한 과도기 집행부로 위상을 상정했던 2기 집행부(이영원 위원장)는 하반기 투쟁 및 조직개편 책임에 대한 부담으로 조기 사퇴했다. 이후 두 차례 공고에도 불구하고 선거 입후보자가 없었고, 비대위 시기를 거쳐 재공고 끝에 이상무-구권서 후보가 당선돼 공공노조 3기 체제를 열어가고 있다. 2기 집행부 사퇴와 3기 집행부 선거를 둘러싸고 지도집행력과 통합력의 위기가 드러나면서 공공노조 내 조직개편에 대한 논의가 증폭되었다. 2009년 10월 임시대의원회에서 조직개편안에 대한 심의가 연기된 상태이며, 2010년은 지도력을 재구축하고 조직적 통합력을 복구하기 위해 조직재편방향을 합의해 나가야 하는 과제가 주어져 있다. 사회진보연대는 조직 내외적인 어려운 조건에서 공공노조의 집행력을 책임지게 될 이상무 위원장을 만났다. 현재 공공노조에 대한 진단으로부터 시작해 경제위기 시기 공공부문의 투쟁, 통합산별건설, 조직재편 등에 대한 대담을 나누고, 이후 통합산별 건설까지의 고민을 들었다. 이상무 위원장은 현재 조직재편논의가 과도하게 ‘체계’에 집중되어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지역과 현장에서부터 운동을 만들고 이를 위해 위원장이 직접 소통하기 위한 노력을 강조한다. 조직재편에 대한 논의는 단지 조직의 형식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운동을 만들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그 동안 골간조직 문제, 조직형태 문제에 논의가 집중되면서, 공공기관지부(전국적인 네트워크 사업장)와 지역지부 간의 논쟁이 비화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이는 매우 다종다양한 업종들로 구성된 공공노조가 통합력을 창출하는 과정과도 관련되어 있다. 업종구성, 임금, 고용형태 뿐 아니라 1987년 이후 각 조직이 거쳐 온 노동조합운동의 역사적 궤적도 많은 차이가 있는 공공노조가 내부의 이질성을 극복하고 초기업적인 연대정신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공공노조는 공공기관지부에 대한 중앙의 사업을 강화하는 한편 지역본부 형식을 둘러싼 논쟁을 넘어 실질적으로 지역지부를 강화해야 할 것이다. 지역운동을 강화하기 위한 중앙과 지역지부의 긴밀한 논의와 실천계획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서로에 대한 신뢰와 결합력이 형성될 것이다. 현재 공공노조는 통합산별노조 건설을 위한 현실적 사업에 착수하고 있다. 이상무 위원장은 조직의 어려움을 돌파하기 위해 실질적인 계획을 가지고 통합산별노조 건설을 추진하고, 산별추진과는 별개로 공공노조의 독자사업도 강화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2010년은 공공노조가 내적인 조직재편뿐 아니라 공공부문 선진화에 맞선 투쟁을 더욱 공세적으로 조직해야 할 시기이다. 이명박 정권이 집권초기부터 밀어붙인 공공부문 구조조정을 위한 강경 드라이브를 더욱 가속화할 것이다. 공공부문 선진화가 비단 몇몇 사업장이 아닌 공공부문 전체의 문제임을 인식하고, 나아가 전체 노동자들의 노동권 생존권 투쟁으로 확장하기 위한 투쟁이 필요한 때이다. 이번 대담은 공공노조가 이와 같은 역할을 자임하기 위해 필요한 조건들에 대한 내용을 담았다. 대담에 응해주신 이상무 위원장께 감사드린다. 산별답게, 노조답게 이현대: 어려운 시기에 중요한 역할을 맡으셔서 어깨가 무겁겠습니다. 이번 공공노조 선거에서 ‘산별답게 노조답게’를 슬로건으로 제시했는데, 큰 틀에서 민주노조/산별노조 활동에 대한 평가와 혁신의 방향을 표현한 것으로 보입니다. 위원장님께서 생각하는 ‘산별답다는 것’, ‘노조답다는 것’의 의미와 지향점을 설명해 주십시오. 이상무: ‘산별답다’, ‘노조답다’는 게 정형화된 철학은 아니에요. 제 생각에 산별답다는 말은 ‘노동자는 하나다’라는 구호입니다. 우리가 집회에서 노동자는 하나라고 외치는데, 그 뜻을 제대로 알고 실천하는가 생각해 봐야죠. 산별답다는 말은 그 구호를 현실로 나타내는 실천적인 활동을 말하는 겁니다. 정권은 노동법을 개악해서 노동자들을 정규직 비정규직으로 분할해 지배하잖아요. 서로가 하나 되는 것을 방해합니다. 우리는 1997년부터 지금까지 10년을 그렇게 길들여져 왔어요. 그런 양극화에 따라서 대중들은 정규직은 비정규직보다 능력 있고 우월하게 사는 것 같이 느낍니다. 정권, 자본, 보수언론에 의해 끊임없이 조장되고 세뇌당하는 거죠. 그걸 깨는 것을 산별답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산별 전체 조합원들이 공통의 조직 목표를 공유하고 그걸 바로 세우는 것입니다. 특히 공공노조에는 여러 업종들이 모여 있습니다. 다양한 업종의 노동자들이 사회공공성 의제에 대해 함께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거죠. 건강보험보장성 확대, 기초노령연금 현실화, 비정규직 차별철폐, 최저임금 현실화 등을 얘기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공공노조 전체가 이것을 같이 말할 수 있을 때 산별답다고 할 수 있겠죠. 그리고 ‘노조답다’는 것은 사회전체 이익을 위해서 투쟁력을 유지하고 발전해야 한다는 겁니다. 우리가 끊임없이 자본과 정권으로부터 밀리는 이유는, 산별을 지향하고 노동자가 하나라고 얘기하면서도 기업별로 안주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노조답다는 것은 각 개개인의 이익과 함께 사회전체의 이익을 위해서 투쟁력을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것을 말합니다. 그런 일을 노동조합이 해야 한다는 것이죠. 최소한 산별노조를 만들었다면 그렇게 해야 합니다. 노조가 투쟁의 기풍을 잃고 개악된 노조법이나 정부지침 테두리에 갇히게 되면서 조직보존의 논리로 수세적인 조직이기주의를 보이고 있는 게 현재 우리 상황입니다. 자긍심을 갖고 사회적 의제를 요구하고 쟁취해야 합니다. ‘산별답게, 노조답게’라는 것을 이렇게 정리하고 조합원들과 이야기하면서 공감을 얻어 운동을 이끌어 나가려고 합니다. 민주노조운동의 위기 원인 이현대: 노동자의 계급적 단결과 노동조합의 사회운동적 역할을 강조하시는 것 같네요. 현재는 공공만이 아니라 민주노조 전체가 어려움에 처해 있는 상황입니다. 민주노총이 산별중심으로 가려고 하지만 어려움에 봉착해 있고, 진보정당 운동도 마찬가지로 어려움에 처해 있습니다. 민주노조운동의 위기 원인이 무엇인지, 어떻게 혁신할 수 있을지 의견 부탁드립니다. 이상무: 제가 민주노총이나 민주노조운동 혁신방안에 대해 답할 수 있는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만,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아니라 초심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흉보면서 닮아간다는 말이 있지요. 잘못한다고 흉보면서 어느 날 내가 그 일을 하고 있는 거죠. 민주노총도 지난 과거에 우리를 낙담하게 했던 것들이 지금까지도 존재하고 있습니다. 사실 자본의 더 많은 이윤추구를 위해서 노동악법이 만들어진 것을 개탄하면서도, 각자의 삶이 어려워진 책임을 자신이 경제적으로 무능한 탓으로 돌리고 어려워진 삶에 낙담합니다. 자녀들이 자신보다 나은 삶을 살 것을 기대하고 학원으로 내 모는 거죠. 사교육 잘못되었다고 얘기하면서도 대다수의 노동자들이 그렇게 합니다. 임금이 높은 노동자들도, 열악한 조건에 맞벌이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나보다 내 자녀가 더 나은 삶을 살기를 기대하면서 학원으로 내모는 거죠. 또한 좀 더 넓은 평수의 아파트가 부를 가져다 줄 거라는 생각으로, 더 많은 융자를 떠안고 사는 모순에 빠져 있습니다. 자신의 삶을 윤택하게 하는 방법으로 권리를 확보하기 위해 나서기보다는 이윤추구에 혈안이 되어 있는 자본주의 유지 발전에 공헌하는 방식으로 살고 있습니다. 장시간의 노동과 임금 노예로 전락되어 살아가는 것을 외형으로 거부하는지 몰라도 내재적으로 다 수용하고 있는 겁니다. 산별노조의 건설이 부진한 이유도 스스로 진보를 말하지만 노동자들이 변화를 두려워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기업별 노조에 안착되어 있는 거죠. 민주노총이 1995년에 출범하고 그 당시 산별노조와 정치세력화를 지향으로 설정했지만, 20년이 다 되도록 바꾸어내지 못했습니다. 기업별 노조에서 집행부를 하는 사람들이 과연 산별전환을 위해 노력했는지 되돌아 봐야 합니다. 정치세력화도 같은 맥락인데 선거 때만 되면 후보 발굴하고 세액공제 사업으로 그치고 맙니다.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지속적인 사업으로 진행되고 있지 못합니다. 더군다나 진보진영의 분열로 인해 조합원들에게 정치세력화의 희망을 말하기도 낯이 뜨겁습니다. 10년 넘게 정치세력화를 이야기했는데 별반 발전이 없는 거고요. 노동자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행동이 전제되어야 정치세력화를 이야기할 수 있을 것입니다.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자신의 일터를 벗어나 집에 들어와 있는 시간에 누구와 만나는지 지역에서 무얼 하는지 돌아보아야 해요. 제대로 된 교육이 없었고 현장 실천이 없었어요. 실제로 정치는 표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우리끼리만 표를 찍어서는 안 된다는 것 이미 알잖아요. 민주노총 조합원이나 진보를 지향하는 많은 사람들한테 ‘각자가 살고 있는 지역을 돌아보면 거기에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있다’는 얘기를 하고 싶어요. 수영, 탁구, 족구, 독서, 산악회 등 모임도 있을 거고, 주민자치센터 같은데 보면 자율방범대, 의용소방대 같은 것도 있지요. 지역에서 많은 동호회가 형성되어 있어요. 그런데 실제 우리 조합원들이 그런 곳에 들어가나요? 물론 자기 시간을 할애해야 하는 거죠. 쉬는 날 또는 업무 끝나고 밤 시간에 지역에 가서 각종 동호회나 자선단체에 가서 같이 활동을 하고 그들과 인간관계를 형성하고 노동운동이나 정부의 노동탄압 등에 대해 이야기를 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들은 조중동을 여과 없이 보는 사람들입니다. 그 사람들하고 우리가 친분관계를 형성하고 그러고 난 다음에 정부가 하는 4대강 삽질사업, 복지예산감축, 노동탄압, 공무원 노조 탄압이 잘못되었다고 알려내야 해요. 진보정치의 필요성을 이야기해야 합니다. 그래서 그들이 투표행사 할 때 우리를 신뢰하고 표를 찍어줄 수 있도록 하는 거죠. 조합원에게 노동자 정치세력화 필요하다고 어느 당 찍으라고 말만했지 누구도 지역에서 일상적으로 실천하고 있지 않다는 얘깁니다. 바로 이런 일들을 할 때 우리가 언론 하나 가지고 있지 않으면서도 우리의 이야기들을 알려 나갈 수 있는 겁니다. 80만 조합원들이 자기 지역에서 민주노총을 얘기하고, 노동자들에게 사회적 의제를 얘기하고 진보정치의 필요성을 얘기할 때, 그게 산별운동이고 정치세력화를 실현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민주노총은 그런 것을 장기적이고 체계적으로 해 보지 않았어요. 이런 것을 하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이현대: 네, 위원장께서 말씀하신 내용에 답이 다 있겠네요. 산별이 되었든 당이 되었든 현장 조합원들이 직접 운동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말씀이시지요? 이상무: 제가 어디가도 꼭 하는 이야기가 있는데요. 제가 살고 있는 지역에 아침 6시에 운동하러 나오는 사람들이 있어요. 제가 축구를 잘은 못하지만 거기 가서 그 사람들하고 어울리고 운동을 합니다. 그 사람들은 제가 어떤 일을 하는 지도 알죠. 그 자리에서 제가 노동운동이나 정치에 대해 짧게 얘기 하는데, 그 사람들이 우리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가는 것이 눈에 보입니다. 소위 관변단체라고 할 만한 자율 방범대는 지자체 돈을 지원받아서 야간에 청소년 선도사업을 합니다. 매주 월요일 밤 봉사활동을 1년 넘게 하니까 함께 봉사활동을 하는 대원들에게 민주노총과 진보정치가 관심사가 되기도 하고 대화의 주제가 되기도 합니다.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지역의 작은 모임에 참여하고 그렇게 기반을 넓혀 가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경제위기와 공공부문 노동자운동 이현대: 세계적 차원의 경제위기라는 조건에서 공공부문 노동자들이 전체 민주노조운동에서 차지하는 위치와 역할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상무: 경제위기가 왜 왔는지는 다 알잖아요. 자본은 무한이윤추구를 위해서 별의 별것을 다 만듭니다. 노동과 생산이 없이 이윤을 내는 각각의 제도들을 만들고, 투기가 전면 허용되고 투기자본이 국경 없이 넘나들면서 시장에 대한 규제를 완화했습니다. 그러한 과정이 우리한테는 고통으로 다가왔습니다. 자본이 지나다닌 자리는 모두 황폐화되었어요. ‘펄벅의 대지’에 나오는 메뚜기 떼와 같습니다. 메뚜기가 직접적으로 사람을 공격하지는 않는데 그들이 훑고 간 대지에는 사람들이 먹어야 할 곡식, 가축이 먹어야 할 풀들이 없어지는 거예요. 그로 인해서 사람이 죽어가는 것이죠. 국제투기자본이 그와 똑같다고 할 수 있어요. 그 메뚜기 떼들이 넘어 오는 것을 규제완화해서 다 풀어놓은 것입니다. 지금처럼 어려울 때일수록 소득의 재분배가 필요한데, 가진 자들이 엄청 거세게 반발하죠. 당분간 일자리가 없더라도 최소한도의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건강보험보장성 확대, 기초노령연금 현실화 등을 요구해야 합니다. 자녀를 양육하고 부모를 부양할 만큼 경제적 능력이 없어도 살아갈 수 있도록 하라는 거죠. 또 공기업을 판다는 것은 국민의 재산을 없애고 그 부담을 국민에게 지우는 것입니다. 공기업 매각, 민영화, 영리병원을 반대하는 내용을 가지고 공공부문 노동자들이 투쟁을 조직해야 합니다. 그것이 지금 이 시기에 공공부문 노동자들이 조직하고 투쟁해야 할 내용입니다. 그리고 저는 이러한 투쟁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공공부문 노동자들이 사회공공성 의제를 이제 전면에 걸어 실천하고, 실현하기 위해 적극적인 사업과 투쟁을 배치해야 합니다. 그것이 지금 경제위기 조건에서 공공부문 노동자들이 해야 할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선거 때 저의 공약도 그랬고 내년 사업계획에서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입니다. 1-2년 안에 되진 않겠지만 끊임없이 실천해야 합니다. 이현대: 경제위기로 노동자들의 삶이 어려워지면 국가재정을 많이 투여하고 사회복지를 확대하라고 요구할 수밖에 없잖아요. 그래도 재정규모의 한계가 있기 때문에 그냥 나열식이 되는 건 문제가 있을 것 같은데요. 한정된 재정 안에서 교육, 의료 등 각종 사회복지 예산을 확대하라고 요구해야 할 텐데 노동자들의 요구도 우선순위를 정해서 ‘핵심적인 공동요구안’과 같은 방식으로 제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노동자들이 서로 경쟁적으로 자신의 분야에 예산을 달라는 상황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또한 금속에서는 해외 투자기업이 20%나 되는데 쌍용자동차, 위니아만도 등 소위 ‘먹튀 자본’들이 기술유출과 자본유출, 구조조정을 일삼고 있습니다. 또한 주식시장에서도 외국자본들이 투기를 통해 우리 노동자들이 생산한 사회적 부를 빼앗아가고 있잖아요. 따라서 공공부문 노동자들이 산업분야가 다르더라도 금융투기 및 외자유출 통제 등 우리사회의 구조적 문제에 대해 공동의 요구로 같이 싸워 나가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이상무: 당연히 함께 해야 합니다. 그런데 우선은 내가 알고 하고자 하는 사업이 그렇게 다양하고 구체적인 데까지는 미치지 못한다는 게 진솔한 고백일 것입니다. 20년 이상을 공공부문의 제도 문제 가지고 얘기해 왔기 때문에 한계는 있겠죠. 하지만 전체 노동진영이 같이 할 수 있는 것은 뭐든지 같이 해야죠. 과거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지만 민주노총의 과제와 주요 요구가 쭉 나열되죠. 그걸 전체 노동자가 나서서 하는 것도 있고, 어느 부문은 각 연맹이 중심사업으로 세워서 할 수도 있는 것이고요. 공공, 사무금융 등 부문이 나눠지기는 하죠. 전체 과제는 다 같이 복무해야 할 것이며, 어떤 부문은 해당조직이 앞장서서 실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공공부문에 대한 이데올로기 공세 이현대: 정권과 자본은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상대적인 고임금과 높은 복지수준’을 지목하며 이데올로기적 공세를 강화하고 있는데,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임금과 처우와 관련하여 어떤 논리와 대안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논리적 대응 뿐 아니라 공공부문 현실에 대한 대응도 필요할 텐데요. 이상무: 국민들을 이해시키고 설득하는 것이 어렵습니다. 중요한 건 우리가 언론이 없다는 겁니다. 보도 매체가 없다는 것이죠. 그래서 정부가 쏟아내는 모든 것들을 여과 없이 국민들이 듣게 된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공공부문 노동자, 공무원, 전교조가 왜 공격을 받고 있나 돌아봐야 합니다. 정부가 공격할 때 국민들의 정서를 가장 많이 좌우하는 게 살기 어려운 시기에 저 놈들은 돈 많이 받는다고 혹세무민하는 겁니다. 정말 치졸한 일인데 국민을 분열시키는 일이잖아요. 국가정책이 공공부문을 황폐화하고 재벌과 투기자본에 이윤을 가져다줍니다. 신자유주의 경제 질서에 복무하는 거죠. 비정규직으로 사는 것이 내가 제대로 못 가르쳐서, 아들, 딸이 공부를 못해서 등 내 책임이라고 생각하죠. 사회적 저항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죠. 우리는 국가의 정책이 국민의 이익에 부합되지 않고 소수의 가진 자들을 위해 계속 되는 것에 대해 반대하는 것입니다. 그런 과정에 가장 앞장서 있는 사람들이 국가 정책과 직결되는 공공부문, 공무원, 전교조 조합원들입니다. 이 사람들을 무력화시키기 위해서 온갖 억지를 다 갖다 붙이는 겁니다. 공무원노조 위원장으로 당선된 사람을 해임시켜 놓고, 해임되었기 때문에 조합원 자격이 없다고 합니다. 통합공무원노조 양성윤 위원장은 선출되자마자 해임되어 공무원노조법에 따라 노동위원회에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했어요.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이 있을 때까지 합법적으로 조합원 신분을 유지하고 있음에도 정부가 법을 무시하고 억지를 부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국민들이 잘 모르는 거죠. 마찬가지로 공공부문의 노동자들이 임금이 과연 높은가요? 실제 그렇지 않거든요. 정말 높은 사람들은 노동자들이 아니고, 낙하산 인사로 임명돼서 정부의 시녀로 살아가는 고위직들입니다. 그들이 공공부문의 임금 구조와 복지수준을 왜곡시키는 겁니다. 내가 몸담고 있는 공기업은 노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끊임없이 임금가이드 라인을 설정했어요. 3년째 임금이 동결되어서 물가인상률을 따져보면 15% 임금 저하가 생긴 겁니다. 그리고 한 직장에서 20여 년 근무한 사람들이 연봉 4-5천만 원 받는 게 대단히 많이 받는 건가요? 20여 년 씩 근무하는 사람이 부모님이 안 계시다고 가정해도 고등학교, 대학교 다니는 자녀가 있는데, 4인 가구가 연 4천만 원으로 이 사회에서 노후를 대비하면서 윤택하게 살 수 있는 건가요? 아닙니다. 직장이 있어서 근근이 먹고 사는 것입니다. 정부의 이러한 혹세무민에 대해 대안은 없습니다. 우리의 투쟁이 정당하다는 것을 끊임없이 투쟁을 통해서 알려낼 수밖에 없습니다. 설령 깨지고 희생을 당해도 그것을 뛰어넘는 투쟁이 대안입니다. 더디긴 하지만 우리들이 이렇게 정당하다는 것을 계속 알려내야 합니다. 그 속에서 바꿔나가야 합니다. 정규직, 비정규직 간 격차 이현대: 위원장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정권과 자본이 임금축소와 더 많은 이윤추구를 위해 비정규직을 양산하면서 노동자 간 격차를 확대해 놓고, 이러한 현실을 악용하여 정규직을 공격하고 있습니다. 한편으로 이러한 정권과 자본의 의도를 폭로하고 맞서 싸워나야겠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도 이런 격차를 완화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상무: 제가 앞서 말했던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기초노령연금 현실화, 최저임금 현실화, 비정규직 차별철폐, 이런 투쟁들이 곧 전체 노동자들의 임금을 인상하는 겁니다. 우리 공공노조를 보면 사업장이 매우 많은데, 규모 있는 공기업도 있고 용역 업체의 비정규직도 있고, 최저 임금보다 10원 높은 노동자들도 많이 있습니다. 그런데 임금 교섭해서 100원 인상시키기가 쉽지 않은 거죠. 실제 우리가 정부를 상대로 해서 최저임금을 인상시키는 투쟁으로 전체 판을 만들어 놓으면 우리 산별로 조직되지 않은 사업장까지도 포함됩니다. 건강보험의 보장성 확대는 건강이 가장 위협받는 사람들, 저임금 노동자들에게 적용되는 겁니다. 실제 돈 많은 사람들은 국민건강보험 없어도 된다고 하잖아요. 공단에 내는 보험료를 내지 않는다면 부유층은 사보험으로 충분히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영리 병원 도입, 의료민영화에 찬성하는 거죠. 병원에서 본인부담금을 최소화하거나 무료로 하는 제도를 만드는 것은 결국 실질 임금을 인상시키는 것입니다. 본인들이 부양해야 할 자기 부모님 세대의 기초노령연금이 현실화되는 것도 마찬가집니다. 그걸 만드는 게 지금 임금의 차이를 완화시키는 것이라고 봐요. 내 임금을 덜어서 나눠 줄 수는 없더라도 말입니다. 실제 우리 임금을 깎으면 다른 노동자들에게 임금을 더 많이 주나요? 아니잖아요. 이러한 사회적 의제가 전체 노동자, 저임금 노동자들의 실질적인 소득향상으로 직결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주장하는 겁니다. 사회공공성투쟁 이현대: ‘사회공공성’ 투쟁이 공공기관 노동자의 투쟁을 정당화하기 위한 명분으로만 제기되거나, 사회 변혁적 전망이 아니라 미봉적인 요구로만 제시된다는 비판이 있는데, 이에 대한 입장을 말씀해 주십시오. 이상무: 자신의 사업장에 직결되었을 때만 투쟁하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사업에 진정성이 있어야 합니다. 공공노조가 주장하는 것이 그러한 것입니다. 예를 들어 임금 단체협상 시기도 아니고 구조조정도 없는 시기에 그저 평온하게 가만히 있는 게 아니라, 그런 사회적 의제를 가지고 전국을 순회하면서 조합원들을 교육하고 지역주민들을 만나야 합니다. 주중에 한번 정도 집회를 열어야 하고요. 전국을 돌면서 이걸 끊임없이 반복하겠다는 겁니다. 그래야 국민들이 ‘저 사람들이 하는 얘기가 맞아!’ 그렇게 생각하고 선전물 하나라도 직접 받아보는 거겠죠. 그 과정에서 우리 조합원들도 공공노조가 그런 사업 하는 게 맞다 생각하고, 자신이 공공노조 조합원인 것에 자긍심을 갖는 것이죠. 그게 내면화되고 언제라도 표출돼야 하는 겁니다. 우리가 주장하는 요구를 알려내고, 공공노조가 그것을 실천하려고 합니다. 그렇게 할 때, 사회 변혁적 전망이 아니라 임시방편으로 자기들의 이익만 챙기려는 것처럼 보이는 상황을 불식시킬 수 있습니다. 또 그렇게 하지 않으면 승산도 없습니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자면, 저는 국민건강보험공단 출신입니다. 노조활동을 하게 된 이유도 처음에 입사해서 일을 하는 데 이 제도가 잘못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입니다. 이 제도를 노동조합을 통해 바꿔야겠다고 생각한 겁니다. 사내 제안제도를 통해 할 수는 없는 것이니까요. 노동조합을 통해서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알려내는 활동을 했습니다. 실제 현장에서 주민들의 항의를 받아가면서도 제도가 잘못되어 있으니까 우리가 바꿀 때까지 참고 함께 해달라고 말했습니다. 결국 10여 년의 지속적인 투쟁으로 제도를 통합시켰습니다. 건강보험제도를 통합시킨 것은 정말 가치 있는 일이었습니다. 당위적인 구호가 아니라, 공공노조가 사회이익을 위해 복무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공공노조의 비정규직 조직화사업과 전략조직화사업 이현대: 공공노조가 추진하는 주요사업 중 미조직비정규직 조직화, 전략조직화 사업 등이 있는데, 공공노조에 있어서 ‘비정규 사업’이 갖고 있는 의미와 향후 사업방향에 대해서 말씀해 주십시오. 이상무: 아직 완벽한 통합 산별을 못 만들었지만 공공노조 설립 이후 가장 잘한 사업이 미조직 비정규직 조직화 사업과 전략조직화 사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진정한 산별정신을 바탕으로 잘 해왔습니다. 물론 이 성과가 한번에 다 나타날 순 없지만 공공노조가 있는 한 더 많이 확대하고 지속해야 하는 사업입니다. 앞에서 제가 전국을 순회해서 알려내겠다고 하는 게 이것과 연동되는 겁니다. 사실 노조를 만드는 게 엄청나게 힘든 일입니다. 몇 개월을 싸워야 합니다. 사용자가 인정 안하니까요. 몇 개월을 싸울 때 다른 지역 사람들이 투쟁에 결합한다는 게 지리적인 위치 등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쉽지는 않아요. 그런데 위원장이 그곳에 내려가서 그 지역에서 일주일씩 거주하고 순회하면서, 그런 투쟁사업장이 있다고 알려내고, 집중해서 지원하고 투쟁하는 과정에서 자신감을 갖고 승리를 만들어나가는 거죠. 그렇게 하다보면 위원장이 안 다녀도 지역의 동지들이 사업을 이렇게 한다면 이길 수 있고 우리가 모이면 이긴다는 것을 익히게 되겠죠. 실제 공기업의 전국 네트워크 사업장인 대공장사업장에서는 비정규직 조직화 사업을 하기 힘듭니다. 거기 전임자들이 몇 명 있어도 다른 사업장의 미조직 조직화 사업을 못하는 거죠. 결국 현장의 활동가들이나 지역본부의 상근자들이 상담이나 선전을 통해서 만들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위원장이 그 지역에 가서 지역의 대표자들을 만나고 함께 움직여야 하는 것이죠. 지역 본부에서 모으는 것보다는 훨씬 힘을 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공기업의 소위 대공장 노동자들한테 그 투쟁의 의미에 대해 알려내야 합니다. 지금 당장은 그 사업장 노동자들의 조건을 높이는 거지만 우리 후세를 위한 투쟁인 거죠. 후세에 비정규직으로 살게 될 우리의 아이들이 지금 보다 나은 조건에서 일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데 복무하도록 하는 거죠. 복무의 당위성이 생기는 겁니다. 그런 역할을 하면 미조직 비정규직 조직화 사업하는 동지들이 힘을 좀 받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우리 조직이라서가 아니라, 미조직 조직화 사업을 공공노조만큼 잘 하는 데가 없는 것 같습니다. 경기본부장 하면서도 실제 지역 본부에 9개 지부가 있었지만 미조직 조직화 사업이 그렇게 눈에 들어오지는 않았습니다. 조건이 쉽지 않지만 끊임없이 애를 쓰고 전략조직화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공공노조가 방향을 잘 잡아서 하고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을 적극 지원할 생각입니다. 이현대: 지역지부 소속의 비정규직 사업장들을 조직하는 건 많은 성과가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업장이 워낙 열악하고 규모가 작다보니 상근자나 임원들이 교섭이나 임금 단체 협상이 많아서 일상적인 조직관리, 교육, 훈련에는 어려움이 많이 있는 것 같아요. 조직화된 노조를 활성화하는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고 봅니다. 일반노조나 비정규직 중소영세사업장을 조직하는 지역지부와 같이 초업종 지역노조들이 봉착하는 문제입니다. 공공노조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지원해서 모범적인 사례를 많이 만들었으면 합니다. 이상무: 공공노조 서경지부에는 많은 업종들이 있습니다. 하나하나 뜯어놓고 보면 정말 열악한 사업장입니다. 서경지부가 사업을 정말 잘하고 있고, 지부의 사업을 지원하기 위한 서울본부의 임원과 사무처의 활동도 눈부십니다. 노조에서도 서울본부 사무처에 3명이 파견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집중해야 할 곳에 배치하는 거죠. 물론 인원이 한정되어 있긴 합니다만. 서울이나 인천이 비정규직 미조직 사업장과 전략 조직사업을 할 만한 단위가 많습니다. 집중해서 사업을 만들어가야겠죠. 공공노조 조직개편의 쟁점 이현대: 최근 ‘공공노조’ 조직개편의 핵심적인 쟁점에 대해서 소개해 주시고, 향후 공공노조의 발전방향에 대한 의견을 말씀해 주십시오. 이상무: 현재 통합 산별을 가정하고 그려놓은 시스템이 너무 방만하고 비대하다는 분석입니다. 그래서 이것을 우리 몸에 맞게 다시 만들어야 하지 않나 해서 계속 토론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은 이 토론이 약간의 오해를 가지고, 서로가 이해하지 못한 채 진행된 바가 있습니다. 크게 두 축으로 볼 수 있는데, 한 축은 전국네트워크 사업장인 공기업의 입장이 하나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지역사업에 관련한 겁니다. 공공노조의 태생을 보면, 우선 국가로부터 지배간섭을 받고 있는 공기업들이 모여서 우리가 각각 기업별로 있어서는 정부에 대응하기 힘드니까 하나로 묶자는 거였습니다. 그렇게 해서 대정부 투쟁을 강화하고 중앙 교섭창구를 만들어내자는 거죠. 또 다른 측면은 산별노조를 통해 업종을 넘어서 미조직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조직화하는 것이잖아요. 그런데 대정부 투쟁은 힘 있게 해 보지도 못하고 대정부 교섭 창구가 만들어 진 것도 아니죠. 대정부 투쟁을 잘하기 위한 조직 개편을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방식으로 논의했으면 쉬웠을 텐데 그러지 못했어요. ‘5톤 차에 10톤을 실어서는 조직이 되지 않는다,’ ‘돈이 효율적으로 사용되지 않는다’는 방식으로 이야기가 되다 보니까 조직 내 각 이견 그룹이 있는 것처럼 보였어요. 그 문제는 모두 해소할 수 있다고 봅니다. 한편 미조직 조직화사업은 성과가 나타나면서 끊임없이 투쟁하고 있어요. 여기에는 재정과 인력을 많이 투입할 수밖에 없는 거고요. 조직체계 개편 관련해서는 지역본부를 골간 체계로 둘 것인가 아닌가가 주요하게 쟁점이 되는 것처럼 나타났는데요. 사실은 그렇게 지역본부의 골간체계에 집중해서 대립 각을 세울 일은 아닙니다. 양쪽 다 공기업 대정부 투쟁도 동의가 되고, 지역의 미조직 비정규직 조직화 사업도 동의가 되는 것이니까요. 지역본부를 골간체계에서 빼면 ‘전국네트워크 사업장(전국 규모 공기업)이 지역 사업에 결합하지 않는다,’ ‘지금도 안 하고 있는데 더 심각해 질 것이다’는 우려가 있어요. 또한 전국네트워크 사업장이 지역에 재정투입을 많이 해서 기업지부의 재정이 부족하다는 문제제기가 있습니다. 중앙 재정을 다시 한번 분석해서 전국네트워크 사업장의 재정이 좀 더 나아질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고 지역본부 골간의 문제는 사업의 배치와 사업에 대한 참여를 높여내는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봅니다. 한편으로, 중앙의 각종 회의체에 참가하는 대표를 지역본부에서 선출하도록 하는 과정에서 우리 조합원들이 알지도 못하고 투표만 하게 되는 폐단도 있어요. 그건 전부 공감합니다. 지금 계속 토론을 해서 의견을 모아가고 있는 중입니다. 현재 조직이 감당하기 어렵게 그려진 부분이 없지 않아요. 그걸 다시 수정해서 다시 가볍게 굴러 갈 수 있도록 하는 게 필요합니다. 이현대: 모두 근거 있는 이야기들이네요. 매우 중요하기도 하고요. 그 동안 산별이 노조로서 전국 규모 공기업 사업장에 대해 실질적인 지원과 관할 능력이 없었던 게 문제였던 것 같습니다. 금속노조에서도 그랬던 거 같은데 기업별 형식을 없애면 ‘기업별 의식’이 없어지는 것처럼 조직 형식적으로 접근하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공공노조에서는 그런 논의로 치닫지 않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실질적인 내용을 중심으로 하면 합의 못할 게 없을 거 같은데요. 이상무: 같이 연동돼서 하는 얘기가 바로 그겁니다. 제가 지역에 가서 하겠다는 것이죠. 전국 규모 공기업사업장하고 소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중앙에서 지침을 내린다고 해도 전국 규모 공기업지부의 지역 현장으로 내려 보내지 않으면 여기서 회의하는 것으로 끝나고 마는 거예요. 그래서 그런 것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위원장이 직접 지역에 내려가서 하겠다는 겁니다. 그렇게 하다 보면 중앙에서 특별히 결정 안 해도 지역본부별로 사업을 해 나가게 될 것입니다. 또 우리의 공동의제인 미조직 전략조직화 사업에 전국네트워크(전국 규모 공기업지부)사업장이 복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겠죠. 대정부 투쟁, 미조직 전략조직화, 지역현장 결합, 이 세 가지가 같이 연동되면 산별다운 모습으로 변화 되고 발전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공공노조 사람들이 그것을 어떻게 소화할 것인가 걱정을 많이 하는데, 그 정도는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공공운수 통합산별 추진 이현대: ‘공공노조’의 발전전망과 직결되어 있는 ‘공공운수 통합 산별’ 추진 과정에 대한 간략한 평가와 향후 통합 산별노조 건설에 대한 입장을 말씀해 주십시오. 이상무: 공공노조가 통합 산별을 목표로 해서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큰 틀의 목표는 변함이 없습니다. 공공노조만 통합한다고 되는 일은 아니지만 우리를 통해 다른 데가 동의할 수 있게 하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빠르게는 공공노조, 운수노조와 연맹이 함께 입주해있는 이 건물 안에 있는 사무처만이라도 통합해서 운영하자고 동의가 되어 있고요. 물론 논의하면서 같이 결정해야 합니다. 통합 산별 일정은 같이 결정하고, 동의된 데만이라도 묶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부산지하철이 산별전환을 결의해 놓은 상태인데, 운수노조하고 공공노조가 통합이 안 되니까 부산 지하철도 통합이 안 되는 거죠. 직할협의회로 남아 있는 단위들(산별 미전환노조)이 산별전환투표를 동시에 같이해서 전환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지금처럼 이대로 가는 것은 공공노조도 어렵고, 운수노조도 어렵고 통합 산별은 무망한 일이 되겠죠. 이런 정도 입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현대: 시급하고 힘 있게 결정해서 돌파를 해보자는 입장이시군요. 이상무: 그래서 내년은 통합 산별을 줄기차게 엮어 가기 위한 사업을 할 예정입니다. 최소한 2011년에는 결판을 내야 합니다. 그 때도 “공공노조가 통합 산별을 준비해 왔지만, 다른 조직은 안 되고 우리만 남았습니다.” 이렇게 말하면 안 된다는 거죠. 통합 산별 건설과정이 집행부가 조합원들을 기만한 듯한 과정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또한 집행부가 사업을 잘 못하는 이유가 통합 산별이 안 돼서 그런 것으로 치환해서도 안 된다는 말입니다. 조직발전을 위해 사활을 걸고 추진해야합니다. 공공부문 선진화 공세에 맞선 투쟁계획 이현대: 현재 이명박 정권의 ‘공공부분 선진화’ 공세의 특징과 이에 대한 ‘이명박 정권의 공공부문 선진화 분쇄와 사회공공성 강화를 위한 공동투쟁본부(선진화 분쇄 공투본)’을 포함한 공공노조의 투쟁계획에 대해서 말씀해 주십시오. 이상무: 공공부문 선진화 공세가 여러 형태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노동탄압, 단체협약 개악으로 나타나고 있고 법 개정 문제가 있습니다. 투쟁하기 어려운 건 법 개정 문제입니다. 국민연금기금 운영법의 경우, 현재 가입자 단체들을 배제시키고 소위 ‘금융전문가’라는 전문투기꾼들한테 역할을 주겠다는 겁니다. 이 문제에 대해 국민연금공단 노동자들한테만 싸우라고 할 수 없는 문제잖아요. 이것을 공공노조가 복무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가스 민영화를 위한 법 개정을 추진하려고 합니다. 가스공사 자체를 분할하기 부담되니까 천연가스 도입권을 재벌에게 나누어주자는 것이죠. 법안상정 시기를 내년 2월 국회로 보고 있는데, 12월 국회에 가서 싸우려고 하지만 공공노조가 이 투쟁을 내년 2월까지 지속해 가야하는 상황이라 어려움이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투쟁을 배치할 수 있도록 하고 그 기간 동안 우리 조합원을 대상으로 교육하고 국민을 상대로 지속적인 선전전을 해야 합니다. 투쟁은 공공노조가 주체가 되어서 하는 투쟁이지만, 연맹과 민주노총이 엄호하고 함께 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단체협약 개악 문제는 일정정도 막아내고 있지만, 아직은 진행 중입니다. 공공부문의 단체협약이 많이 후퇴하고 있는데, 특히 노동조합 활동과 전임자 부분에서 그렇습니다. 내년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와 같이 연루되어 있습니다. 열심히 투쟁하고 있지만 성과는 내지 못했습니다. 이현대: 연봉제, 성과급제, 임금피크제와 같은 임금제도 개악상황은 어떻습니까? 이상무: 개인별로 임금을 차별하는 성과연봉제는 지금까지는 막아냈습니다. 문제는 성과급입니다. 성과급이라는 것이 개인별 성과가 아닌 기관별 성과를 말하는 겁니다. 쉽게 말하면 기관경영평가를 해서 성과급이 나오게 되는 겁니다. 우리가 처음에는 이것을 거부하는 투쟁을 했었는데, 우리 기관이 안 받아도 그 돈을 다른 기관이 가져가니까 기관 간 경쟁으로 인해 막아내는 데 실패하고 상당히 오랫동안 고착화되어 있어요. 문제는 이 성과급을 끊임없이 개인별 성과로 전환하려는 공세를 하고 있는 점입니다. 그래서 노조에서 성과급을 1/N로 나눠서 주자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일단 정책을 막는데 실패했고 정책이 시행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조합원들 수준에서 모아서 똑같이 분배한다는 겁니다. 임금피크제도 계속 추진되고 있고 한국노총 사업장에서도 도입되었습니다. 올해까지는 우리 노조 사업장에 임금 단체협약으로 들어온 데는 없지만 정부가 내년에는 표준모델을 만들어 강제하겠다고 하는 만큼 계속 투쟁해야할 과제입니다. 특히 이명박 정부의 공기업선진화 정책에 2010년도의 주요한 추진사업이 연봉제입니다. 이 정책을 폐기하도록 하는 투쟁을 조직하고 실천해야하는 중요한 과제에 직면해 있습니다. 복수노조와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노동법 개악에 대해 이현대: 최근 민주노총을 제외한 노동부, 경총, 한국노총이 ‘복수노조 2012년 7월 도입(창구단일화 전제)과 2010년 7월부터 노조 전임자 입금지급 금지’를 합의했습니다. 제도개악 저지 투쟁과 함께 무엇을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이상무: 공공운수연맹의 ‘선진화 분쇄 공투본’의 투쟁 과정이 이것과 연결되기를 바랐는데 잘 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총연맹 수준에서는 충분히 복무할 수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지금 경총, 한국노총, 노동부가 야합하는 과정을 보면서 드는 생각은, 만약 이게 관철된다면 대한민국 역사를 다시 써야 한다는 것입니다. 1905년에 있었던 을사늑약 체결 시에 을사 5적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그것을 정당화시켜주는 것과 다름없는 거죠. 지금 한국노총을 앞세운 야합을 한나라당이 노사정 당사자 간의 합의로 인정하고 법제화한다면 을사늑약을 을사조약이라고 바꿔 불러야 할 것입니다. 왜냐면 을사늑약이 주권을 넘겨 준 거잖아요. 지금 이 야합은 결국 전체 노동자들의 기본권을 저당 잡는 것입니다. 물론 우리의 투쟁이 얼마만큼 담보되는가에 따라 바뀔 수도 있다고 봅니다. 시멘트를 부어서 굳히는 걸 양생이라고 하잖아요. 양생되기 전에 우리가 투쟁을 얼마만큼 배치하고 실제 나서서 하느냐에 따라 형체가 없어질 수도 있고 바꿀 수도 있는 거죠. 굳어 버리고 나면 깨기가 힘들잖아요. 우리들의 준비태세를 보면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민주노총뿐 아니라 노동운동하는 상층 간부들이 결의를 해야 합니다. 그것은 일제시대 나라를 뺏길 때 전체 국민들이 싸우지는 못할지라도 지사들이 있어서 투쟁했던 것과도 같습니다. 많은 것들을 감수하고 싸웠던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지금 노동운동하는 사람들이 그런 심정으로 결연하게 투쟁을 결의하고 행동해야 합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결국 우리 조합원들이 동의하고 투쟁에 나오게 됩니다. 지역운동의 활성화와 공공노조 이현대: 민주노총 경기지역 본부장으로 역할을 하셨잖아요. 지역운동을 활성화하는데 지역본부/산별 지역본부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이상무: 지역에 내려가서 하겠다는 것은 공공노조 투쟁만 하겠다는 건 아닙니다. 민주노총 지역본부 등에 같이 하자고 이야기할 것입니다. 민주노총 지역본부가 공공사업장 투쟁도 할 수 있도록 만들어내야 합니다. 그런데 지난 4년 동안 지역의 투쟁을 결의하고 각 연맹지역대표와 지부 대표들로 구성된 운영위에서 사업을 결의하지만 그걸로 끝이었죠. 민주노총 경기본부 결의대회라고 말하고, 지역 본부장이 그 싸움 이기겠다고 천막농성 단식투쟁해도 투쟁대오는 항상 소규모 입니다. 그러니까 지역의 투쟁이 협소해지는 거죠. 지역의 운동이 위축되고, 자생적으로 투쟁이 만들어지는 게 없는 거예요. 지금은 중앙에서 지침 내려서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역의 노동 시민 단체들이 얼마만큼 유기적으로 결합하는가가 관건입니다. 그것이 우리가 얘기하는 노동해방, 산별건설, 노동자 정치세력화입니다. 제가 지역본부장을 했기 때문에 현장에 가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우리도 각 지역본부 투쟁에 최대한 조직하고 함께 할 것입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투쟁할 때 지역본부장이 투쟁사, 격려사 하고 가는 그런 것 말고 그 지역에 있는 타 연맹의 조합원 혹은 상근자들이 함께 와서 연대하는 기풍을 만들어야 합니다. 우리도 공공이 아닌 다른 사업장 투쟁에 함께 복무해야 합니다. 조합원들과 활동가들에 대한 당부 이현대: 마지막으로 조합원들과 사회단체활동가들에게 한 마디 해 주세요. 이상무: 우리 공공노조 동지들한테는 이런 부탁을 하고 싶어요. 내 사업장을 넘어서 함께 연대하고 투쟁하자고요. 그리고 지역 사회에서도 역할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실제 스스로가 무장이 돼서 다른 이들에게 노동운동과 사회공공성을 얘기하는 사람으로 훈련되어야 합니다. 그런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민주노조를 지키고 사회변혁을 위해 끊임없이 어려운 조건에서도 운동하는 민주노총의 조합원동지와 사회단체 활동가동지들이 많이 계시죠. 언제 어느 곳에서라도 그 뜻을 버리지 말고 넓혀 나가서 한 사람 한 사람 동지들과 똑같은 활동가가 더 많아지도록 지금보다 더욱 노력해주시기 바랍니다. 동지들이 노동자민중에게는 희망이고 기대이기도 합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다음에 현장에서 승리한 전사의 모습으로 만나기를 기원합니다.
『사라진 정치의 장소들』,『현대가족 이야기』 노동자 운동이 다시 서야할 곳 ‘97년 IMF 경제위기 이후’ 한국 사회는 커다란 변화를 겪었다. 대대적인 정리해고, 구조조정은 고용불안을 확산시켰다. 저임금, 불안정한 고용상태의 비정규직 증가는 청년 세대의 절망을 낳았고 안정된 고용에 대한 열망이 전 사회적으로 확산되었다. 한편 구조조정 정리해고에 맞서 싸우는 정규직 노동조합은 정부와 자본이 붙여놓은 ‘이기주의’라는 딱지를 떼버리지 못하고 있다. 신축화 , 사유화가 최선이라는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가 세대와 계층을 막론하고 한국 사회의 지배적인 가치가 되고 있는 지금, 상황이 이리 되도록 한국의 민주노조운동은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이에 대해 『사라진 정치의 장소들』,『현대가족 이야기』는 대표적인 제조업 공장인 울산 현대자동차 사례에 비추어 민주노조 운동의 실패를 평가한다.『사라진 정치의 장소들』은 엘리트 중심의 노동자 문화, 노동자 정체성의 변화, 물량의 논리가 현장을 지배하고 있는 현실과 가상화되는 파업들을 다루며 ‘민주노조’ 정치양식을 분석한다. 이 책의 저자들은 기존의 파업이 조합원들이 민주주의를 학습하고 활동가가 재생산되는 ‘노동자의 학교’로서 역할을 했다면 현재 파업은 사측과의 협상을 위한 물리력 동원으로서의 역할만 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이를 ‘파업의 가상화’라는 개념으로 정리한다. 다음으로, 한국의 민주노조운동이 몰성적(sex-blind)이었음을 비판하며 가족임금의 신화, 가족중심성의 문제를 짚는다. 『현대가족이야기』는 현대자동차 정규직 노동자 가족의 삶이 어떻게 구성되는지를 보여준다. 특징적인 것은 현재 ‘전업주부’의 삶에 생애사적으로 접근하면서 페미니즘은 물론이고 현대자본과 노동조합의 적대, 지역(공동체)에서의 삶, 노동운동의 문제까지 다루고 있다. 그래서 두 책이 주는 결론은 다른 듯 유사하다. 그것은 노동자운동이 신자유주의 시대에 변화한 자본의 전략을 적절히 분석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 실리주의와 조합주의에 빠져 자본이 만들어 낸 게임의 룰에서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다는 점, 노동조합은 엘리트 활동가만의 조직이 되어 현장에 군림하고 노동자 대중의 신뢰를 잃어 ‘민주노조’라는 말조차 무색해지게 되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바로 이러한 현실이 한국 사회를 뒤흔들었던 노동운동, 바로 그 민주노조운동의 시효소멸을 증거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두 책이 주는 가장 큰 교훈은, ‘노동운동 혁신’의 과제를 부여잡고 2010년을 맞이하는 노동자운동이 다시 시작해야 하는 장소가 무지개 넘어 어딘가라고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새로운 이념과 가치로 재구성되어야 하는 곳은 바로 여기라고 말한다는 것, 그걸 확인시켜 주는 것이다. 민주노조 운동의 시효소멸 과거 민주노조운동은 한국 노동운동의 상징이었고 우리 사회에서 특별한 의미를 가졌다. 민주노조운동은 국가의 노동배제적이고 억압적인 통치에 저항하는 사회민주화 투쟁이자, 인간해방과 평등세상을 추구하던 해방의 운동이었다. 그리고 공장, 지역, 가족, 학교 등의 공간을 노동자 투쟁의 역사적 장소, 노동자 정치의 현장으로 구성한 정치양식이기도 했다. 그러나 소위 문민정부가 들어서 형식적인 민주화가 이루어지고, 민주노총이 합법화되고,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신자유주의 공세가 강화되면서 민주노조운동의 유효성은 점차 상실되기에 이른다. ‘고용안정’의 배타적 강조 유효성 상실의 첫 번째 근거는 민주노조 운동이 내세우던 노조 민주화, 노동해방의 가치를 ‘고용안정’이 대체한 것으로 꼽을 수 있다. 갑작스러운 사건이라고 할 수 있는 이러한 변화는 전국적인 노-사 대리전이었던 1998년 현대자동차 정리해고 투쟁에서 노동조합이 정리해고를 인정하던 순간이 계기가 되었다고 지목된다. 1990년대 내내 현대 자동차는 사측의 신경영전략과 노조 간의 현장권력을 둘러싼 치열한 경쟁이 이루어지곤 했다. 하지만 현장 자체는 여전히 민주노조의 가치가 사측의 노사협력적 가치와 경쟁하던 정치의 공간이었다. 그러나 1998년 ‘정리해고자는 단 한 명도 받아들일 수 없다’던 지도부가, 함께 투쟁하던 남성 노동자와 여성노동자 277명의 정리해고에 합의하면서 조합원 개개인에게는 그 무엇보다 ‘고용안정’ 논리가 우위에 서게 된다. ‘불황으로 물량이 감소하고, 물량이 감소하니 정리해고를 해야 한다’는 사측의 논리에 노조가 무릎 꿇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 현대 자동차 조합원들은 불황과 해고의 불안으로 고용주와 노조 모두에 이중몰입(혹은 충성)하게 되었다. 그리고 ‘언제 잘릴지 모르니 돈벌이가 될 때 쎄 빠지게 벌기’ 위해 조합원 개개인은 더욱 잔업, 특근에 매달리게 되었다. 이러한 고용불안은 잔업, 특근으로 가능한 ‘상대적 고임금’과 함께 현대자동차 조합원과 그 가족의 정체성을 혼란에 빠뜨리기도 한다. 현대자동차 노동자 부인의 인터뷰를 보면 정체성 혼란을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들은 “남편 월급으로 먹고 싶은 것을 다 먹을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은 내가 뭔가를 하고 싶을 때 바로바로 할 수 있기 때문에” “중간정도”는 된다고 생각하고, 빈부차가 거의 없는 동질화된 집단거주지에서 “기죽을 일도, 스트레스 받을 일도 없지만” 98년 명예퇴직을 하면서 퇴직금과 위로금을 받고 떠나 “잘된 사람이 하나도 없는” 것을 보며 중산층과 구별되는 자신들의 계층적 지위를 실감하게 된다. 이러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생활비를 최소화하고, 저축액수를 늘리고, 각종 보험에 가입하는 것으로 이어지고 자녀교육을 그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관심사로 두게 된다. 이렇게 노동자들이 개별적으로 불안을 대비하는 동안 노조는 아무런 비전을 제시해주지 못하고 있다. ‘불황이면 물량이 감소하고, 물량이 감소하면 정리해고를 해야 한다’는 자본의 논리에서 한 치의 벗어남이 없이 ‘물량 감소=구조조정’이라는 등식에 충실하게 물량확보에만 열을 올린다. 그리고 이는 조합원의 요구이니 노동조합에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 자위하는 것에 그친다. 노동자의 최우선 가치가 변하고, 노조 역시 다른 전략을 제시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파업’ 역시 더 이상 ‘노동자의 학교’일 수가 없다. 비전 없는 노조가 이끄는 파업은 사측과 협상하기 위한 물리력 동원 이상이 될 수 없고, 조합원들의 파업 참여도 형식적으로 관리되는 수준에 머문다. 그나마도 특근처리가 되어야 파업에 참가하는 정도이니 투쟁이 ‘속전속결’로 끝나기를 바라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니겠는가. 설상가상으로 노동조합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한 발 더 나아간다. 2000년 현대자동차 지도부는 노동비용 삭감을 위해 노동현장의 신축성을 높이기 원했던 사측의 요구를 수용하며 정규직 노동자의 고용안정을 보장하는 ‘완전고용 합의서’를 체결한 것이다. 차별받고 억압받던 노동자가 부르짖었던 인간해방, 노동해방의 가치가, 그 가치의 구현이자 상징이었던 노동조합 스스로에 의해 훼손된 것이다. 노동조합은 더 이상 민주노조운동의 보루가 아니라 사내하청 노동자를 정규직 고용안정의 방패막이가 될 수 있는 상대적 고임금의 정규직 노동자들의 조직으로 상징되고 민주노조운동의 정신은 현장에서 화석화되고 말았다. 물론 현대자동차 노동자들이 비정규직 문제의 심각성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이들은, 같은 노동이지만 더 낮은 임금을 받고 일하는 비정규 노동자들에 대해 ‘동등한 처우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같은 노동자로서 조건 없이 연대해야 한다’고 여긴다. 하지만 당장 자신의 고용불안 앞에서 비정규직과 연대할 수는 없는 것이다. 현대자동차 현장 활동가가 말한 대로 ‘당시에 노조가 정리해고를 끝까지 반대하고 나섰다면... 조합원들은 정리해고를 끝까지 반대하고 갔을 것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조합원들은 그렇게 순응하는 방법을 배웠다.’ 이런 순응의 방식은 노조에 대한 불신과 노동자 계급의 분열, 노동자 개개인의 파편화로 이어졌다. 페미니즘에 대한 인식의 부재 두 번째로는 민주노조 운동이 자본의 남녀 노동자 분할 - 통제전략을 바로 보지 못했거나 실리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페미니즘 전략의 부재를 들 수 있다. 1998년 정리해고 투쟁에서 144명의 여성노동자 전원 정리해고에 합의한 사건은 노조가 남성노동자-부양자, 여성노동자-피부양자 혹은 생계 보조자로 가정하는 자본의 남녀 노동자 분할 - 통제 전략에 실천적으로 동조했음을 보여준 것이었다. 실제로 ‘현모양처’를 만들기 위해 회사가 진행하는 조합원 부인 대상 교육은 그 내용이 노조의 활동을 방해하지는 않는다는 이유로 노조가 방관해왔다. 조합원 설문조사를 보면 절반이 넘는 응답자가 ‘결혼한 여성은 남편과 자녀를 중심으로 생활해야 한다’는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하여 다수의 남성 노동자들이 여성을 아내이자 어머니로 유폐하려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회사가 진행하는 각종 교육과 매체는 자본이 바라는 이데올로기와 논리를 주입하는 일상적 통로로서 ‘고생하는’ 남편, ‘훌륭한’ 아버지, ‘대견한’ 아들의 이미지를 노동자에게 주입한다. 좋은 가장되기, 자기 계발교육, 부부감성교육, 재태크 교육 등을 통해 생계부양자이자 고용불안에 처한 ‘회사인’으로서 자신을 돌아보고 자발적으로 노후를 대비하는 ‘노동하는 주체’로 유도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현대자동차 노동자들은 불가능한 가족임금 실현을 위해 끊임없이 고강도 장시간 노동에 스스로를 밀어 넣는다. 그 부인인 여성 역시 ‘행복한 가정 만들기’, ‘공장 견학’ 프로그램 참여 등을 통해 ‘내조’의 내용과 형식을 배우게 된다. 여성으로 하여금 ‘가정에서 큰 불만 없이 남편을 내조하고 자녀의 교육에 충실하여’ 남성의 노동력을 효과적이고 안정적으로 재생산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러한 가사 전담자로서의 여성의 자기 인식은 노동시장에서 자신의 노동을 부차적인 것으로, 따라서 저임금의 노동인 것으로 당연하게 받아들이도록 만든다. 실제로 교육에 참여한 여성들의 평가를 보면 회사의 전략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먹히고 있는지 알 수 있다. 교육이 초기 노조비판, 경영현황, 판매기법 등에서 ‘교양특강’이라는 형태로 바뀌다 보니 참여를 꺼리던 여성들은 ‘노느니 뭐해’ 하며 참여하게 되었고 “회사에 대한 자긍심이 생기고, 이렇게 큰 회사 덕택에 별 그거 없이 산다고 고마운 마음도 생겼”다고 한다. 그리고 집에 가서 남편 내조 잘하고 자식 교육과 건강에 더 신경써야 겠다”는 다짐이 생긴다고 한다. 이러한 회사 교육 참여에는 사측의 동원전략도 한 몫 한다. 초청장을 남편 노동자를 통해서 부인에게 전달한 뒤, 교육 참여에서 초청장을 수거하는 것이다. 이렇게 확인이 되다보니 회사에 찍힐까 두려워하는 마음은 남편이나 부인이나 매한가지다. 초청장을 주는 남편이나 받는 부인이나 ‘노느니 뭐해’라며 참가로 마음이 기울게 된다. 이런 방식으로 회사는 노동자와 그 가족에게 친기업적인 정서를 심어주고, 중산층을 지향하는 남성 생계부양 가족 형태와 가족 중심성을 강화하면서 남녀 모두의 노동권을 축소하려 해왔다. 그리고 이에 대응했어야 하는 노동조합, 민주노조운동은 자본이 만들어 놓은 계층 피라미드에서 여성의 노동권을 은폐하고 억압하는 데 암묵적으로 동조해왔다. 그러나 민주노조운동이 자신의 역할을 남성 노동자들의 노동권 방어로 한정하며 상대적 특권에 안주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자본의 공격은 다시 그들에게 향하고 있다. ‘노동의 여성화’라는 말처럼 자신이 의도적으로 방기했던 여성 노동자들의 저임금과 불안정한 노동조건이 전체 노동시장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민주노조운동을 파괴하고, 끊임없이 노동비용을 삭감하려 하는 자본의 공격은 저임금 노동자의 현실을 외면하고 자기들의 이익만 챙기려고 하는 ‘정규직 고임금 노동자’라는 칼날을 벼려 민주노조를 향해 겨누고 있다. 민주노조운동의 공동체주의 훼손 세 번째는 노동자 거주 밀집지역을 중심으로 투쟁의 해방구를 만들어 내기도 하였던 ‘민주노조’운동의 공동체주의가 훼손되었다는 점이다. 과거 현대자동차 조합원들은 구 시가지인 양정동에서 노동자 거주 밀집지역을 형성하고 살았다. 그러나 이들이 자녀 교육을 위해 새롭게 형성된 중형 아파트 단지로 이동하면서 노동자 공동체 거주 지역은 파편화되고 조합원을 비롯한 조합원 가족들 간의 네트워크는 상실되었다. 공동육아, 공동투쟁, 정보교류, 상호 토론이 이루어지던 공간이 사라진 것이다. “앉을 의자도 없이 하루 종일 서서 일하는” 공돌이 인생을 대물림하지 않으려는 노동자와 전업주부는 자녀의 계층상승을 최우선 가치로 여기며 좀 더 학군 좋은 곳으로, 더 잘 가르치는 학원이 있는 곳으로 이사를 가고 목돈이 들더라도 해외유학에 열을 올린다. 그리고 이를 위해 남편은 잔업, 특근에 부인은 남편 건강, 자식 교육의 최전방에 나서고 있다. 민주노조의 공동체적 가치가 사라진 곳에 노동몰입, 중산층 지향성이 뿌리를 내리면서 노동조합 역시 기본적인 노조 활동 이외의 지역 차원의 집단적 실천은 엄두도 못 내고 있다. “다른 사람들은 방범활동, 경로당 자원 봉사 활동도 하지만... 전반적으로 조합원들이 동네 일에 관심 없다. 회사, 노조도 지역 기여도 거의 없다....” 노동조합과 조합원이 지역 공동체에 개입하지 못하고 각자의 영역에서 최선을 다하는 동안 현대자동차를 상징하는 빨간 조끼에 대한 울산 지역의 거부감은 시기와 원망 섞인 비난의 대상이 되었다. 지역의 부정적 시선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상대적 고임금’인 현대 자동차 노동자들이야 파업을 하면 임금이 인상되고 노동조건이 개선되겠지만 현대차 하청업체, 협력업체는 부도위기에 빠지고 해당 기업 노동자는 생계의 위험에 처하는 일이 지역 내에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정갑득 후보뿐만 아니라 현대자동차 노조 전체가 지난 18년 역사에서 협력업체 노동자들을 위해 연대한 적이 없다.” 2005년 울산 북구 재보궐 선거에서 지역 비정규직이 정규직 출신 정갑득 후보에 대해 보인 반응이다. 이 말은 사내하청을 제도화한 정갑득 전 위원장에 대한 비판이자, 정갑득으로 대표되는 정규직 노조에 대한 지역 비정규직의 비판이기도 하다. 18년 역사에서 협력업체와 연대한 적이 없다는 표현의 진위 여부를 떠나서 같은 노동자로서 비정규직 노동자가 그와 같은 평가를 내린다는 것은 현대자동차 노조에 대한 비정규직 노동자의, 지역의 인식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게 해준다. ‘민주노조운동’ 가치의 재구성 지역과 공장, 가족이 자본의 이데올로기로 인해 분화되고 파편화되었다고 해서, 노동자 정치가 가능한 공간 자체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정치가 가능한 공간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아직 비가시적인 것일 뿐이다. 자본과 노동이 교차하고 노동자들이 끊임없이 희망과 불안의 모순에 노출되는 그 현장을 포착하고 비판할 수 있을 때 바로 그 곳이 노동자 정치의 장소가 될 수 있다. 과거 민주노조 운동이 회사, 민족, 국가라는 공동체의 통합된 이미지와 그 재현을 깨뜨려 인간해방, 노동해방의 가치를 통해 공장, 지역, 가족, 학교를 ‘정치의 장소’로 재구성했던 것처럼 새로운 노동자운동 역시 신자유주의와 가부장제, 경쟁과 착취, 억압으로 보이지 않게 된 장소들을 새롭게 구성해 나갈 수 있다. 물량과 고용안정의 논리를 부수고 노동자 단결의 가치를 복원할 때, 고용 시간에 귀속된 일상을 깨고 지역의 비정규직, 여성, 이주노동자, 실업, 빈곤층과 연대해 나갈 수 있을 때, 여성을 착취ㆍ주변화하고 결국엔 남성에게도 굴레가 되는 가족임금과 성별분업, 가족중심성을 비판할 수 있을 때 비로소 노동자 정치의 공간이 형성될 수 있다. 따라서 ‘민주노조운동’의 정치 양식이 시효소멸 했을 지라도 정치의 공간을 발견하고 재구성하려 했던 ‘민주노조운동’의 정치적 긴장을 유지하는 것은 여전히 유효하다. 더 멀리 더 높이 뛰려면 움츠려 긴장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긴장하다 주저앉지만 않으면 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