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평화를 위한 한일 국제포럼> 보고
5월 30일(목)~31일(금) 양일간 서울에서 <비핵·평화를 위한 한일 국제포럼>이 개최되었다. 이번 포럼은 2007년 <반전반핵평화 동아시아 국제회의> 이후 12년 만에 대규모로 개최된 것이다. 우연적인 계기가 아니라, 2017~18년 급변하는 한반도 정세와 일본 아베 정권의 우경화 흐름 속에서 한일 국제연대의 절박한 필요성이 도출되어 자리가 마련되었다. ‘한반도·동아시아 비핵·평화 실현’이라는 과제를 국제 반핵평화운동의 차원에서 조망하고 공동의 실천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했다.
일본에서 온 70여 명의 활동가들과, 미국·필리핀 활동가 각 1명, 한국의 사회단체 활동가들이 참여하여, 1박 2일 동안 연인원 300명 이상이 함께 했다. 사회진보연대는 포럼의 공동주최 단체로서 행사 기획·진행과 워크숍 발표에 참여했다. 아래부터는 한일국제포럼에서의 행사와 그 내용에 대한 구체적인 소개를 담았다.
한반도의 평화는 세계적 문제
포럼의 첫 순서는 5월 30일(목) 오전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진행된 전체회의였다. 백미순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와 키시모토 케이스케 전일본민주의료기관연합회(이하 전일본민의련) 사무국장이 공동주최 단체들을 대표해 개회 인사를 하는 것으로 시작하였다. 이규열 한국원폭피해자협회 회장과 후지모리 토시키 일본원수폭피해자단체협의회 사무차장은 한일 양국의 원폭피해를 증언하면서, 피폭 75주년을 맞이하는 내년 2020년에 핵무기금지조약이 제대로 발효되어 전 세계의 핵무기가 철폐되도록 압박하자고 호소했다. 코라손 파브로스 필리핀비핵평화연합 사무총장은 “한반도의 평화는 세계적 문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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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열을 극복한 일본 평화운동
이어진 기조연설을 통해 한국과 일본, 미국의 사회운동가 7명이 동아시아 비핵‧평화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오다가와 요시카즈 일본 전국노동조합총연합(이하 전노련. 일본 노동조합의 내셔널 센터 중 하나로 조합원은 약 100만 명이다. 공식적으로는 어느 정당에도 가맹하지 않았지만 일본공산당과 관계가 있다) 의장(겸 <전쟁하게 하지 마라, 9조를 부수지 마라! 총궐기행동실행위원회> 공동위원장)은 2014년, 아베 정권의 헌법 9조 해석 개헌에 대한 위기의식을 계기로 오랫동안 분열해 있던 일본의 평화운동 세력이 한데 모여 <총궐기행동실행위원회>를 결성한 것은 “전후 일본의 사회운동 가운데에서 특필한 만한 것”이라고 말했다. 6월 7~8일 도쿄에서 열리는 ‘한반도와 일본에 비핵·평화의 확립을!’ 집회를 소개하며 이번 집회는 일본 국내에서 한일 우호 및 북일 국교 정상화, 일본의 식민지 지배 청산, 역사인식 공유 관련 활동을 해온 단체, 개인 등이 공동으로 여는 첫 집회라는 점과, 한반도 평화 대화 프로세스에 반대하는 아베 정권에 대한 항의와 정책 전환을 요구하는 집회라는 점을 강조했다.
동아시아 평화는 한일 노동자·민중이 앞장서야
이상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북미가 합의한 대로 북한의 비핵화 노력에 상응하여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과제에 미국도 동시 병행적으로 적대정책을 폐기하면 한반도 평화가 실현 가능하다고 발언했다. 일본 평화운동이 추진하고 있는 핵무기금지조약에 핵무기보유국은 물론 한국, 일본, 북한 모두 가입하도록 하는 운동에 한국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 노동운동은 현재 문재인 정권의 노동정책 후퇴와 노동법 개악을 막기 위해 투쟁하는 것뿐만 아니라,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협정 동시 실현, 동아시아 평화는 한일 노동자·민중이 앞장서야만 이뤄진다는 것을 분명히 해야 한다며 발언을 마무리했다.
2020년, 전 세계에 핵무기금지조약을 발효하자
야스이 마사카즈 원수폭금지일본협의회[이하 원수협. 원수협은 원수폭금지일본국민회의(원수금)과 함께 일본의 양대 반핵운동 조직이다. 원수협은 일본공산당 계열, 원수금은 구 사회당 계열로 분류할 수 있다.] 사무국장은 현 정세는 2018년 남북·북미 정상의 합의에 따라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실현 가능성이 열린 중요한 때라고 규정했다. 세계적인 핵무기 철폐에 있어서도 중요한 시점인데, 2020년 NPT 재검토회의에서 핵무기 보유국에 핵무기금지조약 비준을 요구하기 위해 동북아시아 시민의 압도적인 비핵·평화 요구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하노이 북미정상회담과 북미대화 프로세스에 대한 원수협의 입장은 다음과 같다. 하노이 회담 결렬은 평화체제와 비핵화를 일체적으로 진행해야만 한다는 교훈을 주었다. 즉 평화는 비핵화의 보상이 아니며, 경제 제재 완화 선행도 싱가포르 선언의 합의와 다르다. 향후 프로세스는 상호 신뢰를 키워가며 단계적으로 진행해야 한다. 2006년 6개국 협의 공동성명에 담긴 ‘약속 대 약속’, ‘행동 대 행동’을 참고해야 한다.
한편 “한반도 평화 정세를 만들어온 것은 (촛불과 같은) 시민의 여론과 운동”이라며 일본 사회운동도 비핵·평화의 목소리를 확산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아베 정권에게 핵무기금지조약 서명 및 비준, 미국의 핵우산에서 벗어날 것을 요구하고, 일본 평화헌법(헌법 9조: 국권의 발동인 전쟁과 무력에 의한 위협 또는 무력의 행사는 국제 분쟁을 해결하는 수단으로서는 영구히 이를 포기한다. 육해공군 그 외 전력은 이를 보유하지 아니한다. 국가의 교전권은 이를 인정하지 아니한다.)을 지켜내는 것 , 북일 간에 일본인 납치 문제를 먼저 다루는 것이 아니라 ‘북일 평양 선언’에 근거한 포괄적 교섭을 진행할 것을 요구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핵 여론을 발전시키는 것이 결정적으로 중요한데, 2016년 4월에 시작한 ‘피폭자 국제 서명’은 모든 나라의 정부에 핵무기금지조약 참가를 요구하고 있다. 현재 전 세계 940만 명 이상이 서명했고 일본 내에서는 전체 지자체 중 70% 이상이 지자체 수장 명의로 참여했으며 일본 정부의 핵무기금지조약 조인 및 비준을 요구하는 지자체 결의도 전체 지자체의 21%가 참여했다. ‘피폭자 국제 서명’으로 시민의 힘을 모아 2020년 뉴욕 NPT 재검토회의에 대응할 계획이다. 아베 정권의 ‘전쟁하는 나라’ 만들기에 반대하는 투쟁도 <총궐기 행동실행위원회>를 중심으로 이전에 없던 광범위한 규모로 진행되고 있다. 7월에 있을 참의원 선거 대응으로 핵무기금지조약과 헌법 9조를 지지하는 야당들과의 공동 투쟁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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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일군사동맹 해체가 필요하다
김강연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사무처장은 동아시아 비핵·평화는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협정 체결 및 일본의 군사대국화와 군사적 대외팽창 저지를 기본 요건으로 한다고 제기했다. ‘전부 아니면 전무’ 식 협상을 고수하는 트럼프 정권의 일방주의로 북미·남북 합의가 이행되지 않는 상황에서, 핵심은 미국의 대북 체제 보장에 있다.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과 북미 불가침조약이 이를 제도적으로 가장 확고히 담보하는 방안일 것이다. 또한 한미동맹은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협정 체결과 양립할 수 없다. 한미동맹은 북한의 핵무기 보유 원인인 미국의 대북 적대 정책 그 자체로, 한미동맹은 한시라도 빨리 해체되어야 한다.
일본 아베 정권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의 대상은 동아시아, 그 중에서도 한반도가 최우선 대상일 수밖에 없는데, 아베 총리의 발언이나 2015년 개정된 미일방위협력지침(유사시 자위대가 남한 동의 없이 남한 영역에서 작전 가능) 등 관련법은 대북 선제공격과 남한에 대한 군사적 침략 가능성을 시사한다. 아베 정권은 이즈모함의 항공모함으로의 개조, F-35 스텔스기 대량 도입 등 군비증상으로 이러한 야욕을 뒷받침하며, 미일은 한미일 군사동맹 강화(사드 한반도 배치,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체결, 연합 MD 훈련 등)를 꾀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이 일본의 군사대국화와 한미일-중국 간의 대결을 심화시키는 것을 막기 위해 한일 시민진영 간 단결과 투쟁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사드 철폐로 한반도와 세계의 평화로 나아가자
카사이 키미요 신일본부인회 회장은 아베 정권의 성차별적 정책에 맞서고 비핵·평화를 촉구하는 여성운동의 역할, 전쟁범죄이자 심각한 인권문제로서 ‘위안부’ 문제에 대한 해결 의지 등을 밝혔다. 원불교성주성지수호비상대책위원회 원익선 교무는 원불교의 사드 철폐 운동은 단순한 성지 회복 운동만이 아닌, 세계 모든 전쟁을 부정하는 운동의 연장선이라고 밝히며 사드 철폐를 통해 한반도와 세계의 평화로 나아가겠다고 결의했다. 조셉 거슨 미국 친우봉사회(AFSC) 안보경제프로그램 디렉터/평화와 군축 및 공동안보캠페인 대표는 기존 미국 평화운동의 중심은 미국 정부의 중동·중앙아시아 전쟁을 막는 데 있었지만, 트럼프 정권 들어 제2의 한국전쟁 위협이 임박했다는 판단에 미국 평화 운동가들과 한국계 미국인들이 모여 <코리아 피스 네트워크>를 결성하여 한미일군사훈련 중단과 북핵·미사일 실험 중단 촉구, 한국전쟁 종전선언 법안 발의, 경제 제재 완화 요구 등 활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고 소개했다.
격동의 동아시아, 한일 시민사회 연대의 과제는?
같은 날 오후에 4개의 주제별 워크숍이 같은 시간 진행되었다. 포스터 순서대로 1) 핵무기 없는 세계를 향해, 한반도와 일본에 비핵‧평화의 확립을 2) 격동의 동아시아, 한일 시민사회 연대의 과제 3) 한일 여성연대를 통한 동북아시아의 비핵화, 평화, 성평등을 향하여 4) 핵의 반인도적, 반환경적 영향을 주제로 준비되었다.
사회진보연대는 ‘격동의 동아시아, 한일 시민사회 연대의 과제’에서 <한반도와 동아시아의 비핵·평화 실현을 위한 한일 사회운동의 역할>을 주제로 발표하였다. 이 워크숍은 한일 노동운동·사회운동이 처한 상황, 공동의 문제, 서로 비슷한 조건들을 공유하고 연대 과제를 도출하는 식으로 진행되었다. 전노련, 민주노총, 사회진보연대 순으로 발제하였다. 워크숍의 내용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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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노동운동의 현황과 과제
오다가와 요시카즈 전노련 의장은 일본 노동운동의 현황과 과제에 대해 발표하였다. 전노련의 당면 과제는 3년에 한 번, 이번 7월 진행되는 참의원 선거에서 헌법 개정에 필요한 3분의 2 이상의 의석을 여권에 내주지 않는 것이다. 이를 통해 아베 총리의 평화헌법 개헌 시도를 단념시키고 정권 퇴진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 전노련을 비롯한 사회운동 세력은 야당들이 후보자를 조율하고 정책을 통일하여 선거에 대응하도록 하고 있다. 특히 1980년대 이래로 평화운동, 노동운동 내에 존재해 온 ‘공산당 배제’를 넘어 평화헌법 수호를 주장하는 거의 모든 운동 단체들이 모인 <전쟁하게 하지 마라, 9조를 부수지 마라! 총궐기행동실행위원회>의 역할이 크다. <총궐기행동실행위원회>는 2015년 일본 자위대의 ‘집단적 자위권’을 주장하는 소위 ‘안전보장법’(전쟁법) 저지 싸움을 전국적으로 벌였다. 전쟁법이 강행 통과된 뒤에는 이 법의 폐지를 요구하는 <시민연합>(안보법 폐지와 입헌주의의 회복을 요구하는 시민연합)이 결성했다. 2017년 5월 아베 총리는 헌법 9조에 자위대를 명기하고 현행 9조를 무력화하는 개헌을 2020년에 시행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총궐기행동실행위원회, 시민연합 등은 ‘아베 9조 개헌 저지’를 첫번 째 과제로 3000만 명 목표의 서명을 전국에서 진행해, 국회에서 자민당이 개헌 원안을 제기하는 것을 막고 있다. 평화헌법 개헌 시도 외에도 아베 정권이 통계 조작, 공문서 위조 등을 자행하며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는 판단에서, 전노련과 일본 사회운동은 아베 정권 조기 퇴진 투쟁을 강화하고 있다.
평화헌법 개헌을 포함한 ‘전쟁할 수 있는 나라’ 되기 맥락에서 미일 안보체제의 강화도 진행되고 있다. 자위대와 미군의 공동 훈련 횟수가 증가하여, 2017년에는 공동훈련이 무려 66회 있었다. 주일 미군의 기능이 강화되어, 한반도 유엔군이 배치된 도쿄·요코타 미군기지에는 오스프리 CV22가 2018년부터 배치되었고 야마구치·이와쿠니 기지에는 스텔스 전투기 F35가 2018년부터 배치되어 있다. 주일 미군 기지의 75%가 집중되어 있는 오키나와에서는 후텐마 기지를 대체한다는 핑계로 새로운 기지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주민의 다수가 새 기지 반대 의사를 밝혔음에도 아베 정권은 공사를 강행했으며, 항의하는 시민을 경찰력으로 진압하고 있다. 미일 정부 사이에 “미국은 오키나와에서 핵무기를 철거하지만 위기 때는 다시 반입할 권리를 유지한다”는 밀약이 있었던 것이 밝혀져, 오키나와 미군 기지는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시아에서 미국의 ‘핵 억지력’의 핵심이라는 것이 드러났다. 이 때문에 오키나와 새 기지 건설 반대는 기지 문제뿐만 아니라 민주주의의 문제, 동북아시아 평화의 문제로 전국적 투쟁이 되고 있다.
일본 노동운동은 아베 정권 하 진행되는 노동자 보호 법제의 규제 완화, 제도 개악에도 맞서 싸우고 있다. 올해 4월부터 ‘노동시간 규제를 받지 않는 노동자’를 만들어 내는 고도(高度) 프로페셔널 노동제(이그젬션), 과로사 위험 기준(잔업 시간 월 80시간 이상)까지 시간 외 근무를 인정하는 근로시간법제, 동일 기업 내의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한정적인 균등 대우를 ‘동일 노동 동일 임금’으로 포장하는 가이드라인, 고용 관계에 묶이지 않는 노동 증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노동개혁 일괄 법안’이 시행되고 있다. 여성, 고령자, 학생, 이주노동자의 노동을 싼 값에 이용해 다국적 대기업 경쟁력 높이기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 전노련은 ‘8시간만 일해도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삶’, ‘직접고용·무기고용 원칙’을 요구하며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또한 전국 일률 최저 임금 시급으로 “지금 당장 1000엔, 가능한 한 빨리 1500엔”을 요구하며 전국 각지에서 생계비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오다가와 의장은 일본 국내의 문제를 넘어, 동아시아 차원에서 TPP, FTA, EPA 등 신자유주의형 무역협정은 확대되는데 각국 노동조합의 통일된 국제적 대응이 지연되고 있음을 지적하며 꾸준한 교류와 연대를 통한 공동대응을 촉구했다.
한반도 민중이 선도적으로 핵무기 철폐를 선언하자
전노련의 발표에 대해 변희영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반전평화통일위원장은 박근혜 정권 퇴진에 성공한 한국의 촛불혁명에서는 민주노총을 비롯한 노동자의 역할이 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권 교체를 넘어 노동자·민중의 요구가 진정으로 실현되고 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촛불혁명’은 현재진행형이다. 특히 집권 2년이 지난 지금 문재인 정권의 노동정책은 최저임금 1만원 보장 공약 파기, 탄력근로제 도입, ILO 핵심협약 비준과 노동법 개악을 맞바꾸려는 시도 등으로 점철되어 있다. 따라서 민주노총과 공공운수노조는 7월 총파업을 통해 노동법 개악을 막아내고 노동기본권과 ‘노조 할 권리’를 쟁취하고자 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또한 분단과 전쟁위기는 지난 70년 간 노동자의 권리와 민주주의를 억압해왔다. 한국 노동자는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실현은 정부 간 협상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민중의 투쟁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평화·통일을 기반으로 노동자의 권리가 보장되는 새로운 시대를 위해 투쟁할 것이라고 결의했다.
사회진보연대는 현재 한국 사회운동 내 정세인식의 쟁점을 제기했고, 한반도 평화를 위한 과제를 제기했다. 2006년 북한의 1차 핵실험 이래로 ‘북핵’의 문제는 중대 쟁점이었고, 2017년 북한의 ‘핵 무력 완성’ 선언은 공공연한 분열의 계기가 되었음을 진단했다. 모든 핵무기에 대한 반대를 원칙으로 한반도 평화·비핵화 실현 방안과 한일 사회운동의 과제를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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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 회담의 결과는 미국이 영변 핵시설 폐기는 비가역적인 비핵화 조치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반면 북한이 영변 핵시설 폐기의 상응 조치로 요구한 것은 주요 수출품의 수출 금지, 원유와 정제유 수입량 제한 등 5건의 핵심적 경제 제재의 해제다. 결국 회담은 결렬로 끝났다. 5월, 북한은 발사체를 2차례 발사하였는데, 이와 같은 행위로 북미가 서로 대응 수위를 높여가는 흐름이 진행된다면 협상 판이 깨질 우려가 있다.
미국 내 여론을 보면 미국이 먼저 제재 완화로 입장을 선회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향후 의미 있는 진전을 위해서는 북한 정권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국외 반출과 해체, 비밀 우라늄 농축시설을 포함해 북한 핵 시설 일체에 대한 신고와 검증 프로세스 로드맵 등을 결단하고, 이에 대한 합의를 바탕으로 미국의 상응 조치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일각에서는 북핵과 한반도 문제에 있어 ‘미국의 위협과 패권이 역사적이고 근본적인 원인’임을 들어, 북한에 이러한 요구를 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북핵은 세계적 핵확산 추세를 반영하는 것이자, 그러한 추세를 더욱 강화하는 효과를 발휘한다. 미국의 핵위협을 막는 수단은 ‘핵무기 보유’가 아니라 대중적인 반핵평화운동의 힘이어야 한다. 북한의 핵 보유는 독자적 핵무장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는 일본과 남한의 극우세력을 자극하고, 대중적으로도 핵에 대한 찬성 여론을 확산시킨다는 점에서 동아시아 전체에 파국적인 효과를 낳는다. 아베 정권이 일본의 재무장화를 노리고 있고 미국이 중거리핵전력조약(INF) 탈퇴를 선언했으며 중국이 1964년부터 지속해 온 ‘선제적 핵무기 사용 금지’ 노선을 재검토하고 있는 상황에서 동아시아 핵군비경쟁은 멀리 떨어진 미래가 아니다.
한반도 민중은 억압과 비극의 역사를 기반으로, 선도적으로 핵무기 금지를 선언하고 강대국의 핵군축 노력을 압박해야 한다. 일본 시민들도 전쟁과 피폭의 경험을 바탕으로 평화헌법과 ‘비핵 3원칙’(핵무기는 만들지도 가지지도 들여오지도 않는다)을 지켜오고 있다. 2017년 7월 UN에서 채택된 핵무기금지조약(TPNW)은, 핵에 반대하는 국가의 시민들이 핵보유국들에게 핵군축을 압박하는 틀이 될 수 있다. 핵무기금지조약은 핵무기의 완전한 제거로 나아간다는 목표로 핵무기를 포괄적으로 금지하는 법적으로 구속력이 있는 첫 번째 국제적 합의다. 핵무기금지조약이 실행되기 위해서는 최소한 50개국의 서명과 발효가 필요한데, 2019년 2월 25일 현재 서명국은 70개국이며 발효국은 22개국이다. 베네수엘라, 베트남, 쿠바 등 북한과 유사하게 미국에 의한 억압을 받아온 국가들도 핵무기금지조약을 발효한 사실은 시사점을 준다. 반면 핵무기를 공식적으로 보유한 5개국(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과 실질적인 핵무기 보유국으로 평가되는 4개국(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 북한) 등 9개국은 핵무기금지조약 서명에 동참하지 않았으며, 또한 한국, 일본 등 미국의 핵우산에 포함된 국가도 불참을 선언했다.
일본 아베 정권은 물론이고, 근본적인 한반도 비핵화를 촉구하기 보다는 경제위기 탈출과 인기 관리 전략으로 ‘남북경협’ ‘남북대화’ 카드를 이용할 뿐인 문재인 정권에도 낙관적 기대를 걸 수 없기 때문에, 한일 사회운동이 나서서 한반도 비핵화, 동아시아 비핵화, 세계 비핵화를 주장하고 견인해야 한다. 한미일군사동맹 강화와 군비증강을 반대하면서 한일 양국의 핵무기금지조약 가입과 북한의 과감한 비핵화 결단을 촉구하는 대중적 움직임을 만들어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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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참가하지는 못했지만, 다른 세 워크숍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핵무기 없는 세계를 향해, 한반도와 일본에 비핵‧평화의 확립을’ 워크숍에는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원수협 등의 활동가들이 참가하여, 북미·남북정상합의와 핵무기금지조약의 출범을 핵 없는 세계를 향한 전진으로 평가했다.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체제의 확립, 아베 정권의 군사대국화 및 개헌 저지를 위해 한일 사회운동 간 연대와 협력 강화를 제언했다. 피폭자에 대한 미국의 가해 책임을 묻는 것과 한국과 일본, 미국의 평화운동과의 협력이 앞으로의 과제로 도출되었다.
‘한일 여성연대를 통한 동북아시아의 비핵화, 평화, 성 평등을 향하여’ 워크숍에서는 한‧일 양국의 여성단체 활동가들이 여성이 만드는 동북아 평화운동의 과제로 비핵군축 반군사주의 운동과 여성의 참여 구조 만들기, 동북아시아 평화문화 만들기를 제안했다.
‘핵의 반인도적, 반환경적 영향’ 워크숍에서는 한일 양국에서 세 명의 피폭자들이 발표자로 참여해 피폭의 고통을 증언했고, 역시 한일 양국의 의사들이 수많은 피폭자를 만난 경험을 바탕으로 피폭의 반인도성을 증언했다. 핵무기뿐만 아니라 핵발전소 노동자들과 발전소 주변 주민들의 피폭 문제, 일본산 수산물 수입 등 일상을 위협하는 핵 문제도 다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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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비핵·평화에서, 전 세계의 비핵·평화로!
1박 2일 간의 행사는 31일(금) 오후 1시 세종문화회관 앞 계단에서 공동 기자회견으로 마무리되었다. 맑은 날씨와 일본 활동가들이 준비한 형형색색의 현수막들이 어우러지며 힘찬 마무리를 장식했다. 이번 포럼의 내용과 향후 과제를 총 정리하여 선언한 기자회견 공동발표문의 핵심은 다음과 같다.
-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협정 체결, 북미 수교, 북일 수교 등의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과정은 동시적, 병행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한반도에서 핵문제를 둘러싼 갈등은 정치적, 군사적 대립과 군비경쟁의 산물이며, 불안정한 정전체제가 근본 문제다. 한반도 비핵화는 북미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해 한반도 평화를 구축하는 과정과 불가분의 관계이다. 남북한 당국에 ‘4.27 판문점 선언’과 ‘9월 평양 공동선언’에서 합의한 군사 분야 합의 이행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 일본 아베 정권의 오키나와 미군기지 확장, 9조 개헌과 ‘전쟁하는 국가’ 추진에 강력히 반대한다. 한반도의 평화 과정을 방해하고 동북아시아의 긴장을 고조시키는 태도 또한 강력히 비판한다. 2002년 ‘9.17 평양선언’에 기초한, 포괄적 협상을 통한 북일 관계 정상화가 필요하다.
-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는 ‘핵무기도 핵 위협도 없는 한반도’이다. 이를 위해서는 한반도와 그 주변에서 모든 핵무기의 위협과 핵무기가 제거되어야 한다. 따라서 한국과 일본이 ‘미국의 핵무기에 의한 핵우산’에서 탈피해야 한다. 미국이 추진한 사드 한반도 배치와 일본 이지스어쇼어(지상 배치형 요격미사일 시스템) 배치, 한미일 미사일방어망 구축, 일본의 집단적자위권 행사 공식화, 역내 군비경쟁 등 지역적 불안정을 초래하고 평화에 역행하는 행태는 즉시 중단, 철회되어야 한다. 역내 주둔 미군, 미군 기지의 축소·철거를 요구하는 운동에 연대한다.
- 국제사회는 1945년 히로시마·나가사키 원폭투하가 초래한 반인도적 참상의 역사를 직시해야 한다. 한반도 남북한의 피폭자는 일본의 식민강점과 군국주의의 피해자이기도 하다. 피폭자들에 대한 국가적 보상·배상과, 미국 정부에 대한 사죄와 배상 요구에 연대해 갈 것이다. 포럼 참가자들은 ‘히로시마·나가사키 피폭 75년’이 되는 2020년까지 ‘피폭자 국제서명’을 비약적으로 확대하기 위해 힘을 모을 것이다. 미국과 러시아를 비롯한 핵보유국들, 남북한과 일본 정부에 핵무기금지조약의 서명, 비준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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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와 쟁점: ‘모든 핵무기 반대’를 위한 한일연대의 필요성을 분명히 하다
전체 논의를 돌이켜보면, 긍정적인 의미에서도 아쉬운 의미에서도 이번 포럼의 가장 큰 쟁점은 ‘핵’이었다. 이 포럼의 주최단체와 참가자들은 포럼의 제목에 ‘비핵’을 명시한 만큼, 모든 핵무기에 반대하는 입장을 기본적으로 공유하고 있었다. 이는 평화를 이야기하는 입장에서 당연한 것으로 보일 수 있지만, 소련·중국의 핵을 둘러싼 과거 사회주의 운동 내에서의 갈등과 대립, 북한의 핵을 둘러싼 남한 사회운동에서의 논쟁을 생각하면 결코 그렇지가 않다. 이번 포럼은 핵무기에 대한 반대를 원칙으로, 한반도와 동아시아의 비핵화를 향한 대중운동 확대와 남북한, 일본 및 핵무기보유국들에 핵무기금지조약 서명, 비준을 요구할 것을 함께 결의하는 성과가 있었다. 이를 위해 ‘피폭자 국제서명’이라는 매개와, 2020년 NPT 재평가회의라는 1차적 수렴점도 제시되었다. 피폭 피해 당사자들, 그리고 이들과 연대하는 의료인·연구자·활동가들이 참여하여 핵무기·핵발전의 위험성을 생생하게 입증하기도 했다. 사드 철회 운동·오키나와 미군기지 반대 운동과 같이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는 중요한 투쟁의 당사자들이 참여하여 이러한 관점 속에서 당면한 싸움의 의미를 규정한 것도 성과다.
그런데 문재인 정권, 북한 정권의 정책에 대한 평가를 포함하여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현 정세에 대한 판단에 있어서는 논의가 구체적이지 않은 부분이 많았다. 2017년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와 동아시아 전쟁위기의 고조, 극적으로 찾아온 2018년 3차례의 남북정상회담과 사상 최초의 북미정상회담 국면, 2019년 초 하노이에서의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일본 아베 정권의 2020년 평화헌법 개악 시도 예고까지, 객관적인 사건들만 나열해 보더라도 현재가 매우 중요한 국면임은 누구에게나 분명하다.
그러나 구체적인 분석에서는 엇갈릴 수 있다. 예를 들어 문재인 정권의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을 비판하고 북미대화가 교착상태에 빠진 현 국면을 남북경제협력(개성공단·금강산관광 재개 등)으로 돌파한다는 것은 현실성이 별로 없다는 주장과, 지금은 문재인 정권이 유엔과 미국의 대북제재를 무릅쓰고(혹은 우회하여) 적극적으로 남북경제협력에 나서야 할 때라는 주장 사이에는 쟁점이 있다.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에서 선언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달성하기 위해서 구체적으로 어떤 프로세스가 필요할 것이며, 북미정상회담 결렬을 어떻게 평가할 것이며 대화 재개를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 지에 대해서도 다양한 주장이 있다. 이번 포럼에서는 한편으로는 이러한 쟁점들에 대해 엇갈리는 주장들이 공존한 행사였기 때문에, 한편으로는 한일 양국의 다양한 단체들이 오랜만에 처음으로 만나 진행한 행사라는 제약 때문에 관련하여 첨예한 토론이 충분히 이뤄지기 어려웠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핵무기는 나쁘고, 모든 핵무기를 철폐하기 위한 핵무기금지조약 운동에 집중해야 한다”는,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메시지에 상대적으로 힘이 실릴 수밖에 없었다고 평가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포럼은 한반도 비핵화·평화 프로세스, 일본 정권의 재무장화 시도에 맞선 투쟁, 국제적 핵무기 철폐운동 등 중대한 쟁점들에 대해서 한일 양국의 활동가들이 서로의 입장과 활동을 듣고 공동대응의 필요성을 확인한 자리였다. 현재 동아시아 정세 속에서 각국의 평화·노동·민주주의·인권 등이 서로 분리된 쟁점이 아니라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는 시야를 형성할 수 있었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비핵·평화의 원칙을 견지해야 하며, 이는 각국 정부를 믿고 맡길 일이 아니라 노동자·민중이 주도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점을 거듭되는 토론 속에서 재확인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도 처음으로 국제포럼 행사를 준비한 것이고, 처음으로 수많은 일본 활동가들과 공동사업을 한 것이라 굉장히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이번 포럼을 계기로 ‘핵무기 없는 평화로운 세계’를 향한 한일 사회운동의 연대가 구체화되고 강화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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