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노무현 정권 10년의 세월은 여성들에게 매우 양가적인 효과를 낳았다. 성인지적 예산, 성별영향평가분석 등 성 주류화 전략의 제도적인 기반이 마련되었으며, 보육, 출산과 같은 소위 여성의 영역이 정부정책에서 빠지지 않으며 일정하게 사회화되었다. 알파걸, 골드미스, 여성적 리더십과 같이 여성을 둘러싼 화려한 수사가 난무하며, 이는 경제력이 탄탄하고 자기관리에 철저하며 더 멋지고 세련된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성공한 여성들의 존재를 반영한다. 그렇지만 월 80만원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의 투쟁과 ‘나이 많고, 여성이고, 숫자 얼마 안 되는 비정규직 사업장이고, 청소 용역이라는’ 이유로 운동 진영에서조차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는 여성 노동자들의 현실과 최저임금도 안 되는 임금을 받으면서 다른 집의 돌봄 노동을 떠맡아야만 하는 빈곤 여성들의 상황도 분명한 현실이다. 이런 현실은 단순히 여성들 사이의 양극화가 심화되었다거나, 또는 여성정책이나 그것이 낳는 효과에서 배제되어 빈곤하고 고통스럽게 살고 있는 여성들이 더 많다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는 그동안 신자유주의 정책의 주요 부분으로 추진되어 온 여성정책이 애초에 의도한 효과이기도 하고, 꾸준히 여성의 사회진출과 제도 진입, 성주류화 전략을 목표로 해 온 여성운동이 낳은 결과이기도 하다. 이명박 정부는 그 등장에서부터 여성운동계에 커다란 파란을 일으켰다. 여성가족부를 폐지하겠다던 인수위의 정부조직개편안은 여성계의 강력한 반발을 불러왔고, 결국 여성가족부는 보육과 가족 업무를 보건복지가족부로 이관하고 ‘정책 협력 부처’인 여성부로 남았다. 이후 여성부 장관 임명, 여성부 업무보고 등 주요한 계기마다 여성운동계는 이명박 대통령이 성평등 정책에 대한 철학과 비전이 부재하다는 기조의 비판을 이어오고 있다. 이런 상황만을 두고 보면 이명박 정부의 등장이 마치 여성들의 삶을 크게 후퇴시킬 사건인 듯 보이기도 한다. 물론 실용주의를 표방하며 노골적으로 친기업 정책을 펼치겠다는 이명박 정부의 신자유주의 정책이 대다수 여성들과 노동자들의 삶에 커다란 악영향을 미칠 것은 분명하다. 그렇지만 이런 악영향이 이명박 대통령의 성평등 철학의 부재와 이로 인한 여성정책의 후퇴 때문인지는 한번 따져볼 일이다. 이명박 정부의 여성정책, 무엇이 변했는가? 사실 이명박 정부의 여성정책은 크게 쟁점을 형성할 부분이 별로 없다. 기존에 노무현 정부가 추진하던 정책과 크게 차이가 없는 것이다. 물론 세부적인 차이와 쟁점은 있지만, 여성 일자리 확대, 보육 지원 확대, 여성폭력 취약계층 보호와 인권 증진, 여성의 지위 향상이라는 틀이 유지되고 있다. 그러나 여성정책의 큰 틀이 변하지 않는다는 것은 이미 여성정책에 주어진 기준이 있다는 것을 의미할 수도 있다. 한국에서 신자유주의 정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한 김대중 정부 이래, 여성정책은 여성인력 활용과 이를 뒷받침하는 일-가정 양립 지원이라는 일관된 기조를 유지했다. 신자유주의 금융화에 따라 노동의 불안정화와 서비스산업이 확대되는 속에서 여성의 저임금, 유연한 노동력은 활용가능성이 높아졌다. 더불어 심화되는 빈곤과 삶의 위기 하에서 여성들이 가족의 소득을 보충하지 않고서는 가족의 생계유지가 어려워졌고, 여성들의 일자리 수요도 늘어났다. 여성인력을 활용하려는 방안과 이를 지원하는 일-가정 양립 정책은 이런 요구와 조건에 대한 정부의 대응이었다. 많은 이들이 인식하고 있듯이, 이런 대응은 여성 대부분의 삶과 지위를 향상시키는 것과는 거리가 멀었고, 오히려 여성의 이중부담을 가중시켰다. 지난 노무현 정부의 여성정책을 평가하는 다양한 입장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한계는, 바로 빈곤의 여성화와 여성 노동자들의 비정규직, 저임금, 열악한 노동조건 문제다. 여기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이런 한계가 기간 추진되어 온 여성정책의 목표라는 점이다. 자본의 이윤을 위해 유연한 노동력을 착취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것과 생존을 위해 일자리를 찾아야만 하는 여성들의 불만을 관리하는 것이 여성정책의 일관된 기조의 바탕이었다. 따라서 여성정책의 집행력을 높인다거나 수혜집단을 확대하는 것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비정규 악법을 추진, 통과시킨 것은 바로 여성정책을 그 어느 때보다 확대했던 노무현 정부였으며, 여성인력 활용을 이야기하면서 안정된 일자리를 원하는 이랜드 여성노동자들을 탄압했던 것도 노무현 정부였다는 점을 상기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더군다나 신자유주의 정책에 따른 재생산의 위기가 심화될수록 정부의 여성정책도 더욱 적극적이고 공세적으로 여성의 일과 요구를 포섭, 관리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사회서비스 정책일 것이다. 사회서비스 정책은 여성의 일자리 확대와 보육, 간병, 노인부양, 가사 등을 포함한 재생산 노동을 시장화 방식으로 사회화할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정책의 구체적인 효과는, 일정한 임금과 조건 이상의 여성들에게는 보육비 지원이나 돌봄 노동의 시장화를 통해 ‘가정’을 양립시켜주는 것이지만, 생계의 어려움에 처한 빈곤한 여성노동자들에게는 저임금의 열악한 ‘일’자리를 양립시켜주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드러나는 바대로, 이런 정책이 여성의 처지나 가사에 대한 책임을 바꾸지는 않았다. 오히려 여성이 가족 내에서 무급으로 수행하던 일에 대한 평가절하를 그대로 노동시장에 이식함으로써 사회서비스 분야의 노동을 저임금, 불안정 노동으로 고착화했을 뿐만 아니라, 여성이 가정에서 맡은 바를 다른 여성으로 대체함으로써 여성이 가정을 책임진다는 성별분업은 전혀 건드리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의 여성정책도 이런 흐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여성인력 활용과 일-가정 양립 지원이라는 큰 틀이 유지되고 있다. 여성의 생애주기별 맞춤형 인력개발(여대생 커리어개발 센터 강화, 경력단절 여성을 위한 ‘다시 일하기 센터’ 운영), 여성 친화적 기업문화 조성, 파트타임 등 일-가정 양립형 일자리 확대, 복지서비스 시장 창출을 통한 좋은 서비스 일자리 창출 등 여성인력 활용에 관해서는 지속적으로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를 높이되, 그 구체적 형태로는 ‘일-가정 양립’을 명분으로 비정규직, 파트타임 등 유연한 일자리를 확대하는 방안이다. 보육과 사회서비스 지원에 있어서도 그 대상자는 확대하되, 수요자의 선택권을 보장한다는 명목으로 바우처 제도를 확산하려는 것이 기본 계획인데, 이는 노무현 정부에서 제출된 사회서비스 창출 방안이 목표로 하는 시장화 기조와 맥을 같이 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등장과 여성운동 : 여성(가족)부와 여성관료-여성 국회의원-여성단체의 삼각 협력체계 와해 이명박 정부의 등장으로 커다란 변화를 겪고 있는 것은 여성정책이나 그 효과들이 아니라 오히려 여성정책을 둘러싼 역관계이자 그 한축을 담당했던 여성단체다. 노무현 정부 하에서 여성단체, 여성부, (특히 열린우리당) 여성 국회의원들은 ‘협치’(governance)라는 이름으로 강력한 파트너십을 형성하면서 여성정책을 추진했다. 물론 여성운동은 노무현 정부 전부터도 법제정 운동을 중심으로 정부의 여성정책에 영향을 미쳐왔다. 1987년 이래로 한국여성단체연합(여연)을 중심으로 한 여성운동은 제도 개혁 차원의 법제화 운동을 그 중심 활동으로 삼았으며, 이에 따라 가족법 개정, 남녀고용평등법 개정, 영유아보육법 제정 등에 있어서 큰 역할을 수행했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 하에서는 정부와 여성단체 사이의 공식적인 협력 관계가 유례없이 강화되었다. 이는 1990년대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되어 온 성주류화 전략과 ‘참여정부’를 자칭하며 NGO들을 적극적으로 정책 입안 및 전달 체계 내로 흡수했던 노무현 정부의 정치행태, 여성 의제의 제도화, 법제화를 추진해 온 여성운동의 지향이 맞물린 결과다. 노무현 정부 출범과 같은 시기부터 시작된 제2차 여성정책기본계획(2003~2007)에서는 성주류화(사회 각 분야에서의 여성정책 구현) 및 파트너십(남성과 여성,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정부단체와 비정부단체 간 협력체계 구축)을 추진전략으로 강조했다. 이에 따라 다양한 경로를 통한 협력체계가 구축되었다. 여성단체는 정부의 각종 위원회 등에 참여하면서 자신들의 요구와 의제를 정책에 반영하도록 의견을 개진하고, 정책수립과정에 자문역할로 참여한다. 「공동협력사업」을 통해 정부의 보조를 받아 정책 집행의 파트너로서 활동하기도 한다. 나아가 <호주제폐지특별기획단>, <성매매방지대책기획단>과 같이 정책협의체를 공동으로 구성하기도 한다. 정책이 실물화된 후에는 모니터링 등을 통해서 정책의 실효성과 지속성을 감시하고 압박한다. 인력이 직접 정부와 의회에 진출하기도 하고, 여성부와의 단체장 및 실무자 간담회, 연찬회와 같은 비정기적인 협의도 진행된다. 더불어 여성 정치세력화 운동을 통해 여성 국회의원 진출 확대를 지원하고, 당선된 국회의원들과 공조하여 법안 발의 등의 입법 활동을 진행하며, 발의된 법안이 채택되도록 여론전과 압력 행사 등의 방식도 동원한다. (낙천낙선운동이 대표적인 예이다.) 호주제 폐지, 성매매특별법 제정, 성인지 예산 제도화 등 여성운동이 성과로 제시하고 있는 많은 사안들이 이런 공조 체계를 통해 이루어졌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이런 삼각관계는 축소, 와해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지난 3월 22일 여성부 업무보고가 발표된 뒤 여성운동 진영의 반응은 매우 흥미로운데, 현재 여성운동의 주류적 흐름으로 인식되는 여연과 그 소속 단체들은 여성부 업무보고에 대해 전반적으로 비판적인 의견을 개진한 것에 반해, 소위 보수적 여성단체들로 구성됐다고 일컬어지는 한국여성단체협의회(여협) 관계자는 “출범 한 달 만에 판단하기는 이르다”는 반응을 보였다. 또한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과반의석을 확보했으며, 여성의원 수가 2명 늘어 41명이 되긴 했지만 이 중 절반 이상이 한나라당이다. 이는 삼각 협력체계가 유지된다 하더라도 그 구성이나 주체가 달라질 수 있는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런 상황에서 여연을 중심으로 한 여성단체들이 기존과 같이 정책협의, 입법화, 사후 모니터링 방식으로 사업을 벌이고 그것을 자기 성과로 평가할 수 있는 가능성은 축소될 수밖에 없다. 여성운동의 취약성은 어디서 기인하는가? 여성가족부 통폐합 논란이 있던 당시 여성운동계는 수십 수차례의 성명서 발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각계 선언 조직, 범시민 서명운동, 18대 총선에서 여성가족부 통폐합에 찬성한 의원을 대상으로 한 낙천낙선운동 선언 등의 대응활동을 벌이며 사력을 다했다. 이런 대응은 이명박 정부 등장 이후 여성운동계가 느끼는 위기감을 잘 보여준다. 그러나 이 사력을 다한 대응에 대한 국민들의 호응은 크지 않았다. 오히려 여성운동에 대한 극단적인 반감을 표출하는 의견이 인터넷을 휩쓸었고, 대다수 여성들의 경우도 여성가족부의 통폐합 문제를 자신의 삶과 관련된 것으로 여기지 않았다. 여성운동이 사활을 걸고 막으려했던 여성가족부 통폐합 문제는 대중적 지지나 엄호를 통해서가 아니라, 결국 정치권 내의 공방 속에서 여성부를 존치하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여성운동이 정말 위기감을 느껴야할 부분이 있다면 바로 이 지점일 것이다. 위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여성운동은 정부, 국회와 삼각 협력체계를 유지하는 가운데 여성정책의 입안과 집행의 한 축을 담당했다. 이런 역할이 오랫동안 국가의 정책 영역에서 제외된 채 사적 영역의 문제로 다루어졌던 여성 의제를 정부 차원의 문제로 제기하는 데 기여했다는 여성운동 스스로의 평가와는 달리, 오히려 그 결과는 여성의 문제를 어떤 정치적 갈등이나 차이도 없는 ‘선하고 도덕적인’ 문제로 탈정치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제 여성의제는 민중의 보편적인 권리를 파괴하는 신자유주의 하에서도 실현, 확대가 가능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지난 대선 시기 모든 후보들은 그만그만한 여성공약을 제시했고, 일-가정 양립, 여성의 사회참여 확대를 정책 방향으로 두고 있다. 이는 여성의제, 여성정책이 신자유주의 정책과 전혀 충돌하지 않고, 오히려 적극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의미다. 신자유주의 정책 과정에서 심화되는 빈곤과 가족 해체, 재생산의 위기를 관리하는 주요한 도구로서 여성정책이 활용되고, 성주류화 전략 역시 이 차원에서 신자유주의 정책과 조응하고 있으나, 여성운동은 이를 성과로 인식한 채 오히려 더욱 적극적인 역할을 자임해왔다. 여성운동이 공적 영역으로의 여성 진출 확대, 호주제 폐지, 성매매 방지법 재정과 같이 성과로 내세우는 것들 이면에서 새로운 쟁점들이 부각되었다. 빈곤의 여성화, 여성노동의 불안정화와 같이 신자유주의 정책의 파괴적인 효과가 여성에게 집중되어 나타나는 문제가 그것이다. 하지만 여성운동은 이런 쟁점이 나타나게 된 현재의 정세와 사회 구조에 대한 인식과 비판은 사장한 채, 여성정책의 보완과 수혜집단의 확대의 관점에서 이 문제에 접근했다. 여성 가장에 대한 일자리와 복지 서비스 지원, 직업교육 등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제안하고, 그것을 집행, 전달하는데 여성단체들이 직접 나서고, 여성들의 저임금, 불안정 노동을 개선할 현실적인 정책대안(사회서비스 일자리에 대한 4대 보험 적용, 무기계약제나 분리직군제 요구 등)을 제시한다. 이 과정에서 여성들은 여성운동의 주체라기보다는 여성정책과 여성단체들의 서비스 수혜자, 현실의 어려움을 해결해줘야 하는 대상이 된다. 여성운동의 주체가 되어야할 여성들은 정작 여성운동이 자신의 삶을 변화시키고 자신의 자율성과 권리를 확대할 수 있는 선택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단지 일과 가정을 양립해야 하는 현실적인 조건에서 그 부담을 경감시켜줄 수 있는 실용적인 선택지일 뿐이다. 게다가 여성정책의 확대, 성인지 관점을 정부 정책과 예산 전반에 반영하려는 여성운동의 노력은 때로는 여성을 (남성에 비해) 못 가진 집단이나 (남성 중심적 사회가 낳은) 피해자로 호명하면서 여성의 특수 이익을 주장하는 논리에 기초했다. 현재는 이런 논리가 역차별 논리에 압도되면서 여성에 대한 반격과 여성운동에 대한 극단적 반감을 형성하고 있다. 장기화되는 경제침체, 그리고 이에 대한 지배세력의 대응으로서 노동자민중의 권리 박탈과 삶의 파괴라는 조건 속에서 정부와의 긴밀한 관계를 형성하며 정책적 혜택을 받은 여성(운동)에 대한 대중적인 반감이 커지고 있다. 여성운동을 다시 생각하다 이명박 정부의 등장으로 가장 큰 어려움에 처할 사람들은 당연히 노동자민중이며, 여성들이다. 장기화되는 경기 침체와 심각해지는 세계 경제의 불안정성을 민중의 위기로 전가하려는 이명박 정부의 움직임은 지금도 충분히 공세적이며, 앞으로 더욱 강화될 것이다. 그렇지만 이명박 정부의 등장으로 여성운동이 느끼는 위기감은 전혀 다른 지점에서 형성되고 있는 듯하다. 지적한 대로 이명박 정부의 여성정책은 여성운동계가 적극적으로 참여해 만들어 온 노무현 정부의 여성정책과 별반 차이가 없다. 현재 이명박 정부에 대한 여성운동의 비판 또한 이 지점에서 각을 세우고 있는 것이 아니다. 이명박 정부의 여성정책에 대한 비판의 각은 무엇보다 여성에 대한 억압과 착취를 구조화해온 성차별, 성별분업의 구조와 이데올로기를 활용, 강화하면서 여성 내부의 분할, 노동자 내부의 분할을 가속화하고 대다수 여성과 노동자들의 삶을 파괴하는 것에 맞춰져야 한다. 여성인력 활용, 일-가정 양립 지원과 같은 방안을 여성을 위한 특혜로 포장하면서 기실 가족 내에서의 여성의 책임을 강화하고 이를 바탕으로 여성의 저임금, 불안정 노동을 확대하는 신자유주의 정책 하에서의 여성 활용, 즉 이명박 정부의 여성정책 그 자체를 비판하고 이에 맞서는 운동을 조직해야 한다. 여성운동은 현재 신자유주의가 강요하는 체제와는 양립할 수 없다는 점이 더욱더 분명해지고 있다.
[역자 해제] 5월 1일 노동절을 앞두고 민주노총이 발표한 5대 요구사항에는 ‘양질의 일자리 확보’가 포함되었다. 2000년 이후 국제노동기구(ILO)와 국제노총(ITUC)은 세계적인 수준에서 노동기준을 향상시킨다는 목적으로 ‘양질의 일자리’(Decent Work)를 구호로 캠페인과 국제회의, 로비를 진행했다. 하지만 국제적민족적 차원에서 평화롭게 노동협약을 채결하자는 운동은 노동협약이 가능했던 조건이 파괴된 신자유주의 시대에 흘러간 옛 노래를 반복하는 것이다. 특히 더 큰 우려점은 양질의 일자리 캠페인이 국제기구의 틀 내에서 초민족자본과의 대화를 통해 사회협약이 달성될 수 있다는 환상을 유포한다는 점이다. 국제노총은 올해 10월 8일을 ‘양질의 일자리의 날’로 정하고 세계적인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ILO나 국제노동조합에 대해 실용주의적 태도를 취해온 한국 노동자운동이 ‘양질의 일자리’를 활용할 만한 담론이라는 식으로 차용할 수 있을까? 노동자운동의 전략이 메마른 시기이지만 목이 마르다고 아무거나 마실 수는 없다. 이러한 의미에서 1980년대 사회협약 이데올로기의 한 가운데에서 노동조합 활동을 시작했고, 비판적인 입장에서 그 허구성을 폭로하는 노르웨이 노동운동가의 글을 싣는다. 출처는 먼슬리 리뷰(Monthly Review) 2004년 1월호에 실린 “European labour: The Ideological Legacy of the Social Pact”다. 또 관련된 글로『사회운동』 2005년 11월호에 실린 “유럽사회포럼에서 노동운동과 사회운동”을 참고할 수 있다. ************************ 유럽의 노동조합 운동은 수세적이다. 또한 심대한 정치적, 이데올로기적 위기에 빠졌다. 현재 노동조합은 조합원들의 직접적인 경제적, 사회적 이해를 옹호하는 역할을 수행할 수 없다. 노동조합들은 모든 부문과 산업에서 기반을 잃었다. 2차 세계대전 이후에 자본주의 세계에서 가장 강력하고 영향력 있었던 노동조합 운동은 오늘날 공공연히 혼란을 겪고 있으며, 분명한 비전 없이 자신의 새로운 사회적, 정치적 지향에 대해 머뭇거리고 있다. 역설적으로 2차 세계대전 이후 시대에 강력한 힘이 되었던 것과 똑같은 이론, 분석, 정책이 이제는 무거운 짐이 되었다. “사회협약” 이데올로기의 유산은 현재 노동조합 운동의 방황을 낳고 있다. 신자유주의의 공격 이러한 전개의 배경에는 현재 우리 사회의 신자유주의적 변화가 있다. 이것이 글의 주제는 아니기 때문에 몇 가지 중요한 점만 언급하고자 한다. 지난 20여년 이상 우리는 신자유주의 세력의 거대한 공격에 직면했다. 자본가의 이해는 공세적이 됐으며, 우리는 노동과 자본 사이 권력균형의 거대한 이동을 보았다. 물론 초민족기업은 이러한 변화에 앞장섰다. 전후 노동조합과 사용자 사이의 평화로운 공존 정책인 노동과 자본의 “사회협약”은 파괴되었다. 자본은 사회협약으로부터 철수했으며 노동조직에 대해 점점 더 적대적인 정책을 추구하고 있다. 초민족기업과 그들의 정치적 하수인들은 자신이 새롭게 성취한 권력을 심화하고 제도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는 변화의 중요한 부분이다. 이러한 노력은 주로 세계무역기구(WTO) 같은 국제기구들과 조약들, 유럽연합(EU) 같은 지역적 권력구조들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그 기구들은 지방정부나 중앙정부보다 덜 민주적이기 때문에 기업권력을 제도화하기 위해서 가장 유용하고 효율적인 도구임이 입증되었다. 이어지는 분석은 EU가 오늘날 유럽에서 신자유주의 사회경제 모델을 제도화하는 통로가 되었다는 관점에 바탕을 두고 있다. 새로운 권력균형의 기초 위에 건설된 EU와 다른 지역적초민족적 제도들은 노동자들이 현재의 권력균형을 자신들 쪽으로 이동시킬 때까지 개선할 수도, 민주화할 수도, 패퇴시킬 수도 없다. 이 권력균형을 다시 이동시키기 위해서는 노동조합 운동이 민중과 노동자계급의 권력을 조직하는 것을 자신의 장기적인 주요 과제로 삼아야할 것이다. 새로운 환경, 오래된 정책 불행히도 노동자계급의 권력을 조직하는 것은 오늘날 유럽 노동조합 운동의 계획이 아니다. 노동자운동 측의 역설은 노동조합이 활동하는 경제적정치적 여건은 완전히 변화했는데도 노동조합 대부분이 여전히 사회협약 정책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그들은 소위 세계화가 의도적인 전략과 새로운 권력계급관계의 결과가 아니라, 기술적이고 조직적인 변화의 필연적 결과라고 생각한다. 이 입장은 분명히 마가렛 대처의 악명 높은 말 “대안은 없다”와 비슷하다. 그들은 민족적 수준의 사회협약 정책을 지역적이고, 세계적인 차원으로 확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들의 전략은 사용자조직, 국가, 초민족 기구들과의 “사회적 대화”이고, 국제무역협정과 무역기구에 노동기준(무엇보다 강제 노동의 금지, 결사의 자유와 단체협상의 권리보장, 고용차별 금지 등의 ILO 협정)을 공식적으로 도입하기 위한 캠페인이다. 또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행동규범과 초민족기업과의 기본협약 추진이다. 이 후자와 같은 자발적이고, 비구속적이고, 비강제적인 행동규범은 초민족기업 자신들에 의해 발전되었다. 지금까지 행동규범은 기업 행위에 대한 실질적 효과가 없었고, 초민족기업들이 자신에 대한 대중의 부정적 이미지에 대응하는 것을 주요 목적으로 활용되었다. “사회적 대화” 전략은 권력관계에 대한 구체적인 분석과 무관하게 추진되며, 사회변화를 위해 계급과 민중 권력을 조직할 필요성에 대한 인식 없이 추구된다. 현재의 문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유럽 노동자운동의 역사를 더 긴밀히 살펴봐야 한다. 특히 우리가 진정으로 노동자운동의 정치적이데올로기적 위기를 이해하기 원한다면, 사회협약 정책의 역사와 영향은 결코 긍정적으로 과대평가할 수 없다. 노동과 자본의 역사적 타협 20세기 동안에 서유럽 노동조합 운동은 점차 자본주의에 온건하게 적응하는 방식으로 발전했다. 이 적응은 1930년대 동안 유럽의 일부, 주로 북유럽 노동조합 운동이 사용자조직과 협정에 이르자 처음으로 제도화되었다. 2차 세계대전 이후에 비슷한 과정이 나머지 서유럽 대부분에서 발생했다. 노동과 자본 사이에 형성된 사회협약은 복지국가의 발전과 임금과 노동조건의 점진적인 개선의 기초가 되었다. 노동과 자본이 대립했던 기간이 끝나고 사회는 사회적 평화, 2자 협상이나 3자 협상(노동, 사용자, 국가), 정책합의의 국면으로 들어갔다. 사회협약 정책은 복지, 임금, 노동조건의 측면에서 중요한 성과를 이끌었기 때문에 노동자계급의 거대한 지원을 얻었다. 그 결과 노동자운동의 더 급진적이고 반자본주의적인 부분은 점차 주변으로 밀려났다. 따라서 이러한 변화는 노동자운동의 탈정치화와 탈급진화, 노동조합 운동의 관료화를 야기했다. 사민주의 정당들의 역사적 역할은 계급타협 정책을 관리하는 것이 되었다. 노동조합에 만연한 현재의 곤란이 유럽 사민주의 정당이 직면한 문제의 반영이라는 것은 놀랍지 않다. 노동과 자본 사이의 사회적 동반자 관계가 노동조합과 노동자운동의 현실적 힘의 결과라는 것을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 사용자조직은 자신이 노동조합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노동조합을 노동자의 대표로 인정하고 협상해야만 했다. 즉 노동과 자본의 온건한 적응은 강력한 노동자운동에 달려있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자본주의가 20년 이상 안정적이고 높은 경제성장을 경험했다는 것이 또 다른 주요 요인이다. 이것은 노동, 자본, 공적 복지 사이의 배당금 분배를 가능하게 만들었다. 사회협약의 결정적인 요소는 자본과 시장에 대한 민족적 규제다. 자본통제는 모든 나라에서 일상적이었다. 노동과 자본의 타협은 민족적 국경 내에서 평화롭고 질서정연한 경로를 만들었다. 그 주요 결과는 노동조합 운동이 매우 일국 지향적이 된 것이다. 비록 국제주의적 정치 수사가 일부 남아있더라도 노동조합 운동의 국제주의는 (ILO와 같은) 국제기구를 통한 외교의 일종으로 타락했다. 심지어 조합원의 이해나 필요와 거의 또는 아예 관계가 없는 다양한 노동조합 관광으로 타락했다. 사회주의적 수사에도 불구하고 노동조합 운동에게 사회협약은 생산의 자본주의적 조직, 생산수단의 사적 소유, 노동과정에 대한 사용자의 권리를 수용하는 것을 의미했다. 복지와 노동조건을 얻기 위한 교환 속에서 노동조합 연맹들은 산업평화와 임금협상 억제를 약속했다. 단순히 말하면, 복지국가와 점차 나아진 생활조건은 노동자운동이 사회주의 전략을 포기한 대가로 얻은 것이다. 오늘날 우리는 사회협약이 노동자계급을 완전히 탈정치화하고 탈급진화하는 데 이바지한, 매우 특수한 역사적 맥락 속의 단기적인 성과라고 결론내릴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소련과 동유럽에 경쟁적인 체제가 존재한 것이 중요한 특징이다. 영국 역사학자 에릭 홉스봄이 지적한 것처럼 이것이 서방의 자본가들이 타협을 수용하도록 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이러한 타협에 바탕을 두고 대부분의 주요 복지 개혁과 제도는 2차 세계대전 후 30년 동안 발전되었다. 즉, 1930년대 경제적사회적 위기와 전쟁을 배경으로 발전한 급진적 노동운동은 그의 대립 상대방인 자본가의 의도적인 전략에 응한 것이다. 자본가들은 자발적으로 사회협약을 수용했고, 노동자운동의 사회경제적 요구들에 양보 조치를 취했다. 이는 자본가들이 시간을 벌고 노동자운동의 사회주의 정서를 꺾기 위해서였다. 오늘날의 관점에서 봤을 때 우리는 이러한 기업의 전략이 꽤 성공적이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노동자운동 내부의 완전한 분업은 계급 타협의 두드러진 부작용이다. 노동조합 운동은 협상을 통해서 노동시장 환경을 규제했다. 반면 실업자를 위한 사회보장은 의회의 사민주의 정당에게 맡겨졌다. 분업은 사민주의 정당이 이전의 개량주의적 정치로부터 후퇴한 것처럼, 노동조합이 더욱 협소한 경제주의로 후퇴하게 한 배경이었고, 오늘날 노동조합의 약화를 낳았다. 사회협약의 이데올로기 사회협약의 시대 동안에 이러한 기업전략은 노동자운동이 판단력을 잃게 했다. 생활조건과 노동조건의 지속적인 개선이라는 20년 간의 실제 경험으로 공유된 견해는, 계급투쟁과 사회적 대립을 감내하지 않고 사회 진보와 보통 사람들에게 상대적으로 공정한 부의 분배를 이루는 길을 찾았다는 것이다. 이것은 자본주의 사회가 높은 수준의 문명에 도달했다는 생각이다. 점진적인 개혁을 통해서 노동자운동은 경제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증대했다. 위기 없는 자본주의는 현실이 되었다. 1930년대 같은 경제위기, 대량실업, 사회적 좌절, 민중의 고통은 더 이상 없을 것 같았다. 모든 사회적 변화는 전진적인 것이었다. 거의 대다수의 노동운동에게 이것은 사회주의로 가는 개량주의적 길이었다. 그리고 모든 사람들이 그 길로 가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었다! 현실의 사회적 성취는 유럽 노동조합 관료에게 뿌리 깊게 남은 사회적 동반자 이데올로기의 물질적인 기반을 형성했다. 개인적인 경험을 말하자면, 1980년대 초반 내가 노르웨이 노동조합연맹의 교육센터에서 기초적 노동조합 연수에 참가했을 때 처음으로 이러한 사회적 동반자 이데올로기가 공공연히 표현되는 것을 들었다. 거기서 나는 20세기의 첫 1/3은 총파업, 직장폐쇄, 노동자조직의 파업에 대한 경찰과 군사력의 사용 등 노동과 자본의 강력한 갈등이 특징이었다고 배웠다. 이 파괴적인 기간의 끝(1930년대)에 노동자계급은 아무 것도 얻지 못했다. 오직 적대적인 정책을 포기하고, 노동조합 운동이 완전한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시작하자 노동조건의 개선, 임금인상, 복지개혁과 같은 진정한 진보가 성취되었다. 즉 사용자와의 대립은 파괴적일 뿐이고, 평화로운 사회적 대화가 나아갈 방향이다. 이것이 그리 오래되지 않은 1980년대 초반에 노동조합 교육센터에서 가르치던 내용이다. 이 분석은 그때도 틀렸고 지금도 틀리다. 그러나 사회협약이 붕괴되었기 때문에 이러한 오류의 귀결은 노동조합 운동에게 지금 더 위험하다. 그것은 2차 세계대전 이후 계급 타협의 기간 동안 복지와 노동조건의 큰 성취가 앞선 시기 투쟁의 결실이었다는 점을 간과한다. 진보는 바로 20세기의 첫 번째 기간 동안 러시아혁명을 포함하여 대립과 강력한 계급투쟁으로 노동과 자본 사이의 권력 균형을 이동시켰기 때문에 가능했다. 즉 앞선 시기의 적대적 투쟁들이 훗날 평화적 협상을 통해 실현된 성과를 가능하게 했다. 사회협약의 붕괴 그러나 계급 타협은 그것의 존속이 자본주의 경제의 안정적인 고성장에 의존하기 때문에 취약한 구조였다. 계급타협은 1970년대 초반 발생한 서구 자본주의의 경제위기 심화로 점차 파괴되었다. 위기는 무엇보다 자본가가 비용 축소를 위해 노동조합의 권리, 임금, 공적 지출을 공격하게 했다. 자본가들은 바로 복지국가의 기초를 파괴했다. 탈급진화되고 탈정치화된 노동조합과 노동자운동은 이러한 변화에 매우 당황했다. 사용자들은 협상장에서 갑자기 훨씬 더 적대적으로 나왔다. 이전에 주로 임금과 노동조건의 향상에 관한 것이었던 협상은 이제 이미 존재하는 성과와 규제에 대한 공격을 포함하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노동조합 지도자들은 계급 타협과 사회적 평화의 환경에 젖어있었기 때문에 이러한 공격을 준비하지 못했다. 사회협약의 이데올로기 속에서 신자유주의의 공격은 결코 이해할 수 없는 것이었다. 노동조합 관료는 여전히 수동적이었고, 노동조합 운동은 방어적일 수밖에 없었다. 노동조합이 노동자의 이해를 보호할 힘이 없음이 증명되자 여러 국가에서 많은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완전히 떠났다. 따라서 1980년대는 몇몇 서유럽 주요국가들의 조직률(노동인구의 조직화) 통계가 보여주듯이 노동조합운동의 완전한 실패로 대표된다(표1을 보라). <표 1> 전체 노동자 중 조직된 노동자의 비율(%) 1985 1995 프랑스 15 9 이탈리아 48 44(1994) 영국 59(1979) 31 스페인 27(1980) 19(1994) 독일(서독) 35 29(1993) * 자료 : A Wahl, et. al, “‘Patide a lære fransk’: Strategi for motsand,” in F. Gustavsen and M. Thorkildsen eds., Markedets vidunderlige verden (Oslo: John Griegs Forlag, 1998). 영국의 광산노동자와 같은 소수의 노동조합은 신자유주의의 공격에 맞섰지만 패배했다. 영국의 경우 패배의 중요한 원인은 대처정권이나 광산회사의 광포한 공격보다는 오히려 전투적인 노동자 쟁의행위를 사회협약의 정책합의를 더 위협하는 것으로 간주한 영국노총(TUC)의 관료다. 수년이 흐른 뒤에 TUC는 광부 파업을 지지하지 않은 것이 잘못이었다고 시인했지만 피해를 되돌릴 수는 없었다. 놀랍게도 TUC는 사회협약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지 않았다. 1990년을 전후로 동유럽의 명령 경제가 붕괴하자 서구자본주의에 대한 유일한 다른 선택지가 사라졌다. 자본주의는 모든 곳에서 승리했고 사용자에게 노동자운동과의 타협은 더 이상 필요하지 않았다. 자본가 세력은 이제 최소화된 규제 속에서 자신의 협소한 경제적정치적 이해를 추구할 수 있었다. 이것이 바로 서유럽 전체에서 계급 타협(또는 합의 모델)이 붕괴됐거나 붕괴되고 있는 이유다. 타협을 위한 역사적경제적 전제조건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으며, 그 합의의 가장 중요한 결과인 복지국가에 대한 압력도 증가하고 있다. 오늘날 노동조합 지도부의 지배적인 분파는 권력관계에 대한 이러한 분석을 이해하지 못한다. 약 20년 전 신자유주의 공격이 시작되고 사용자들이 사회적 동반자 정책을 점차 파괴할 때 대부분의 노동조합 관료의 대응은 정책합의의 지속뿐이었다. 일부 노동조합은 적대적인 사용자에게 사회협약으로 돌아오라고 거의 구걸했다. 합의 정책을 강력한 일국 지향적 노동조합 운동이 지지했다. 노동조합의 협소한 일국 지향과 사회적 동반자 이데올로기는 공세적인 자본의 이해에 맞서는 방향으로 스스로 변화하는 것을 막고, 국제적으로 경쟁하는 “민족”자본과 동맹을 맺고 결과적으로 종속되는 쪽으로 노동조합 운동을 이끌었다. 독일에서 “산업입지 경쟁”은 독일 기업과 노동조합의 동맹뿐만 아니라, 노동조합이 다른 나라와 경쟁하는 독일 국가를 지원하는 것도 의미한다. 노동조합 운동의 대다수는 계급분석과 권력균형 평가에 바탕을 둔 전략으로 변화하기보다는, 비즈니스 노동조합주의와 법적 형식주의에 더 빠져들고 있다. 1990년대 중반 “일자리를 위한 통합”(unity for work)을 목표로 한 독일 노동조합의 투쟁은 사용자와의 민족적 동맹 정책의 좋은 사례다. 이것은 사회협약의 형식적 혁신을 위해 제안되었다. 이것은 독일 노동조합연맹이 제안했는데 일자리 보장을 대가로 열악한 노동조건을 수용할 것을 제안했다. 사용자는 이를 거부했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국제노동조합 운동의 지도자들이 지난 10년 이상 추구했던 활동, 즉 WTO에 최소한의 노동기준을 도입하기 위한 협소한 투쟁은 노동과 자본 사이의 권력균형에 대한 분석이 없는 법적 형식주의의 완전한 사례다. 일국적국제적 수준의 노동조합 관료들은 여전히 그들 스스로를 노동과 자본 사이의 조정자로 생각한다. 오늘날은 자본가 세력이 공세적이며 기업의 세계화에 반대하는 국제 민중의 정의와 연대 운동(justice and solidarity movement)이 발전하고 있다. 그런데 바로 이러한 때에 국제노동조합 운동은 스스로를 운동과 기업 사이의 조정 세력으로 정의하려 한다. 이것은 스위스의 다보스에서 열리는 정치경제 엘리트들의 세계경제포럼(WEF)에 대항하는, 2003년 1월 브라질 포르투 알레그레에서 열린 세계사회포럼(WSF)에서 명백해졌다. 당시 국제노동조합 운동은 “세계화의 민주화: 2003년 세계사회포럼과 세계경제포럼에 대한 노동조합의 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은 우선 다음과 같이 말했다. 국제노동조합 운동은 포르투 알레그레와 다보스에 같은 의사를 전달한다. 전 세계적 수준에서 발전을 달성하고, 더 나은 미래에 대한 전망 없이 불안정과 빈곤 속에서 사는 수백만 명의 노동자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비전, 정치적 의지, 공식적 법률적 자격이 결합되어야 한다. 그것은 자원의 지원과 서면협약을 필요로 한다. 그것은 또 우리의 공공선, 권리, 민주주의를 증진하는 관리 체계를 필요로 한다. 그것은 효율적인 민주적 과정과 대화를 필요로 한다. 우리는 세계경제포럼에 세계적 사회정의가 필요하다고 압력을 넣을 것이다. 동시에 우리는 세계사회포럼에 모든 노동자의 이해 속에서 민주화된 세계화를 추구하는 건설적인 방법을 찾는 것에 기여할 것이다. 즉 대부분의 국제노동조합 조직들은 스스로가 기업의 세계화에 반대하는 새로운 운동에 속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은 이 새로운 운동이 정치적으로 너무 급진적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국제자유노련(ICFTU)이나 국제산별노련(Global Unions)은 그들이 세계사회포럼에 갔을 때 다른 운동에 참여하지 않았다. 그들은 자기 회의와 포럼의 부수적인 회의에만 참석했다. 동시에 그들은 세계경제포럼에 똑같이 고위급 대표단을 파견했다. “우리는 대부분을 항상 대화를 통해서 성취했습니다”는 말이 끊임없이 반복되었다. 권력관계와 괴리된 정책들 권력관계 분석과 전략을 위한 준비가 전혀 없다는 것은 노동조합에 의해 국제적으로 진행된 교육에서 다시 명백해졌다. 일군의 서유럽 노동조합과 연맹은 연대 사업으로 동유럽과 개발도상국의 자매 노동조합 연수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이 교육에서 서유럽 노동조합은 자신의 큰 성과라고 생각한 사회협약을 유포했다. 그들은 세계의 다른 노동조합에게 사회적 동반자 모델을 추구하는 것이 이롭다는 확신을 주려고 노력했다. 현재의 권력관계에서 이러한 교육은 사용자의 공세적이고 적대적인 공격을 받고 있는 동유럽과 개발도상국의 노동조합에게 해롭다. 이러한 모든 변화가 공공 부문이나 운수산업 노동조합보다 제조업 노동조합에 더 큰 영향을 준다는 점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제조업이 국제경쟁에 더 직접적으로 노출되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노동조합의 쇠퇴나 정치적이데올로기적 우경화는 다른 산업 노동조합보다 제조업에서 더 만연하다. 사회적 동반자 관계의 경제적사회적 기반이 사라지는 상황에서 이 정책은 오늘날 대부분의 유럽 노동조합 관료들, 특히 유럽노조연맹(ETUC)에 의해서 계속 추진되면서 재앙을 낳고 있다. 따라서 지난 몇 년 동안 우리는 노동시장에서 사회적 동반자 사이의 상담, 협상, 로비 등 이른바 사회적 대화 활동이 증가하는 것을 목격했다. 사회적 대화나 “EU 수준의 협상”은 일부에 의해 잘못 설명되고 있으며, 그것은 노동조합의 쟁의에 대한 권리를 포함하고 있지 않다. 그 성과가 왜 그리 빈약한지는 쉽게 이해될 수 있다. 국제적으로 국제자유노련이 사회적 동반자 정책의 가장 강력한 지지자임이 UN 세계협약에 대한 성명에서 명백하게 드러났다. 그것은 무엇보다 유엔과의 공동성명이라고 선전되었는데 마치 유엔과 국제상공회의소(ICC)가 발표한 선언 같은 핵심 용어를 사용했다. 전 세계 시장에 전 세계적 규칙이 필요하다는 것이 동의되었다. 그 규칙의 목적은 세계화된 시장에 의해서 변화하고 있는 세계경제를 위한 다자간 규칙의 효과적 틀을 건설함으로써, 세계화의 이익이 점점 더 모든 사람들에게 전해질 수 있게 하는 것이다. … 세계협약에 동의하는 회의는 기업과 노동의 사회적 파트너십 건설을 도와 이러한 프로세스에 기여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기업 수준에서 유럽직장평의회(EWC)는 관료적인 대응을 해왔다. 평의회의 노동자 대표들은 비록 그들이 정보를 수집하고 노동조합의 협약을 만드는 데는 능숙할지 몰라도 초민족 기업의 노동자들에게 실제 영향을 줄 수 없다. 비록 시장의 힘이 확대되면서 영향력을 잃고 있지만 북유럽 국가나 독일에서 전후에 발전된 유사한 제도들이 이 평의회보다 영향력 있다. 유럽에서 무력한 사회적 대화 정책은 노동조합 운동을 수렁으로 내몰고 있다. 사용자의 공격에 맞서고 투쟁하기 위해 조합원의 동원에 바탕을 둔 노동조합의 정책은, 이런 지향의 경향이 (1995년 프랑스와 2002년 이탈리아에서) 민족적인 수준에서는 보였지만, 유럽 차원에서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노동조합 운동의 지배적인 분파들이 복지와 노동조건의 점진적 감축을 수용해온 것은 그 침울한 결과다. 협상을 통해서 노동조합은 점차 확대된 노동의 “유연성”을 수용했다. 우리는 다른 유럽 국가에서 질병수당과 연금의 감액, 실업수당의 축소, 공립학교보육원보건의료서비스에 대한 요금 인상, 비영리 주택계획의 폐지 같은 복지 지출의 축소를 보았다. 노동시간 규제의 약화, 초과노동 수당의 감소, 여러 산업에서 교대 노동의 재도입, 고용보장(안정성)의 악화, 임시 단기계약직 확대, 계약파견 노동자의 증가, 탈중앙화된 교섭 등을 포함하는 노동법과 노동 조약의 개악으로 노동조건이 나빠졌다. 이 변화의 중요한 결과는 노동조합이 조합원을 보호하지 못했기 때문에 노동자의 탈동원과 노동조합 조합원의 감소로 나타났다. 우익 인민주의 정당들의 성장은 노동조합 정책의 실패가 초래한 가장 나쁜 결과다. 전략적 고려 요소들 그렇다면 전 세계적 기업의 공격에 맞서기 위해서 노동조합 운동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국제적인 회의에 만연한 급진적인 수사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 분명하다. 2002년 11월에 이탈리아 플로랑스에서 열린 첫 번째 유럽사회포럼의 경험은 한 사례가 될 수 있다. 우리는 거기서 최소한 두 가지 유형의 노동조합의 입장을 들을 수 있었다. 하나는 매우 전투적이고 비전형적인 소규모 집단의 입장이었다. 다른 입장은 유럽 노동조합의 주류로 대표되는 입장이었다. 예를 들어 독일 노동조합의 대표로 온 독일금속노조(IG Metall)는 주당 30시간 노동을 위해 투쟁하기를 원했다. 그러나 그는 같은 노동조합이 바로 1년 전에 폭스바겐과의 협상에서 회사가 저비용의 동유럽 국가가 아니라 독일에 새로운 공장을 건설하도록 설득하기 위해서, 기존의 임금과 노동조건을 후퇴시키는 데 동의했다는 사실은 말하지 않았다. 이러한 노동조합 대표들 중에 오늘날 유럽 노동조합 운동의 진정한 문제에 대해서 연설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적합한 노동조합 전략의 발전을 위한 기초적인 활동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먼저 노동조합과 정면으로 대결할 수밖에 없는 초민족기업과 다른 자본의 이해에 대립적인 정책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일국적, 지역적, 국제적 노동조합 운동 내부에 이러한 입장에 동의하지 못하거나 모순적인 입장이 존재한다. 따라서 자기 조직을 다시 활성화하기 원하는 노동조합 활동가들은 운동의 가장 건강한 부분에 바탕을 둔 새로운 동맹(연대)을 만들어야 한다. 비록 많은 예외가 있겠지만, 이러한 노동 조직은 주로 공공 부문, 운수, 일부 사적 서비스 부문, 그리고 노동조합 운동 각지의 몇몇 지역 지부에서 찾을 수 있다. 초민족기업에 맞서기 위해서 민족과 기업 경계를 가로지르는 동종 산업 노동자 사이의 협력 증진과 네트워크 건설이 필요하다. 국제적인 계급 연대의 발전을 위해서는 “다른 기업”보다 “우리” 기업을 선호하는 비즈니스 노동조합주의를 깨야 한다. 이 경향은 유럽보다 미국 노동조합 운동에 더 강한 전통이다. 하지만 탈급진화되고 탈정치화된 노동조합이 다른 나라의 기업과 경쟁하면서 일국 차원의 일자리 보호를 위해 “자신의” 사용자와 결탁했기 때문에 비즈니스 노조주의는 지난 20여 년 동안 유럽에서도 강화되었다. 이 협소하고 그릇된 전략은 반드시 생산과 분배의 민주적 통제를 전면에 내건 계급적 투쟁의 연대로 대체되어야 한다. 노동조합의 새로운 국제주의적 연대에 중요한 또 다른 투쟁은 공공 서비스의 지속적인 사유화에 저항하는 투쟁을 건설하는 것이다. 이것은 사유화와 싸우고 복지국가로 이룩한 성취를 방어하는 것이다. 공적 부분에 대한 사유화는 우리 사회에서 노동과 자본 사이의 권력 균형의 이동을 보여주는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진보적인 노동조합 전략의 또 다른 중요 부분은 사회적 동반자 이데올로기와 노동과 자본의 평화로운 타협 이데올로기와 같은 노동조합 관료의 지배적인 사고에 도전하는 것이다. 우리 운동 속에 있는 이 문제에 대한 어렵지만 우호적인 내부 토론을 해야 한다. 이 토론은 사회적 동반자 정책이 음모나 배신의 결과가 아니라 특정한 역사적 발전의 결과라는 이해에 바탕을 두어야만 한다. 우리에게는 노동과 자본의 역사적 타협이 어떻게 실현되었고, 왜 파괴되었는지를 사람들에게 설명할 수 있는 새로운 분석이 필요하다. 현재의 변화에 대한 민중의 불만을 진지하게 생각해야한다. 민중의 불안과 불만족을 정치화하고, 노동조합으로 끌어들이고, 노동과 삶의 조건에 대한 정치적인 계급투쟁으로 나아가야한다. 이것이 민중이 우익 인민주의 정당에 동원되는 것을 막는 유일한 방법이다. 우리는 복지와 노동조건에 주목하고, 시장 경쟁에 노출된 경제 영역의 증가, 노동일과 노동과정에 대한 노동자 영향력의 축소 등으로 나타나는 노동의 야만화에 주목해야 한다. 이것이 또한 민중의 자신감과 관련된 것임을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 노동자의 존엄성은 부르주아의 사고와 가치, 신자유주의 정책이 지배력을 행사하는 직장, 미디어, 공적 토론, 사회문화적 분위기 속에서 체계적으로 공격받고 있다. 이것은 생산적 노동, 계급 관계, 계급 정체성이라는 관념들을 다시 주장함으로써만 변화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노동계급 외부에서 강요될 수는 없다. 그것은 사회적 투쟁을 통해서, 그 투쟁의 일부로서 발전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민주주의, 세계적 정의와 연대를 위해서 신자유주의에 반대하는 새로운 세계적 운동과 연대해야 한다. 이 세계적 ‘운동들의 운동’은 비록 계급 관계에 대한 이해는 부족하지만 현재의 노동조합이나 노동운동보다 정치적으로 급진적이며 체제 비판적이다. 노동조합 운동이 계급타협의 환상을 깨기 위해서 이러한 민중운동의 급진주의와 전투성이 필요하다. 만약에 연대가 건설적이고, 올바르게 발전된다면 두 운동은 서로를 강화하고 더 높은 수준의 투쟁을 전개할 수 있을 것이다. 사회협약은 노동자운동의 이미 정해진 목표점이 결코 아니었다. 그것은 특정한 역사적 발전의 결과였으며, 노동과 자본 사이의 권력 균형의 거대한 이동의 결과로 가능한 것이었다. 러시아 혁명, 서구의 강력한 노동자운동과 노동조합, 제3세계의 강력한 해방운동, 2차 세계대전 후 자본주의 경제의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경제성장이 바로 비교적 안정적인 계급타협을 가능하게 했던 매우 특수한 전제조건이었다. 현재의 훨씬 더 불리한 권력 조건 속에서 새로운 계급타협, 새로운 사회협약을 지향하는 것은 망상이다. 따라서 우리의 지향은 사회협약과 복지국가를 넘어서야만 한다. 신자유주의 정책을 부활시킨 물질적 전제조건을 완전히 제거하는 사회변혁만이 노동자의 이해를 보호할 수 있다. 사회주의보다 못한 것으로 그것을 성취할 수는 없다. * 아스뵈른 발은 노르웨이 지자체보건부문 노동조합(Fagforbundet)의 간부이고 국제운수노동자연맹(ITF) 도로운수노동조합 부문의 부위원장이다. 그는 복지국가를위하여(For The Welfare State)의 전국 책임자이다. 이 단체는 노동조합을 기반으로 구성된 전국적 연대체이며, 사유화와 탈규제에 대항하고 복지국가의 사회적 성취를 방어하기 위해 활동한다.
‘비정규직 870만’, ‘저임금과 고용불안정 확대’라는 노동자들의 현실에서, 비정규악법처럼 국가권력과 지배세력이 제정하는 ‘법’의 본질이 ‘공공의 이익’이나 ‘국민일반의 이해’를 대변하지 않는다는 것은 명백하다. 가진 자들의 ‘소유권’과 ‘이윤추구’는 절대적으로 보장되지만 노동자들의 권리는 ‘국익’, ‘경제성장’ 등 각종 이데올로기 공세 속에 무참히 짓밟히고 있다. 하물며 지배세력 스스로 만든 법의 적용에서조차도 ‘자본가들은 유전무죄요, 노동자들은 무전유죄’인 현실에서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는 민주공화국(?)의 헌법정신은 무색하다. 아무리 돈이 많은 자본가도 자신의 ‘자본’을 쌓아 놓는 것만으로 이윤을 생산할 수 없다. 자본가는 ‘산 노동’, 즉 노동자의 노동력을 착취해서만 이윤을 창출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노동자가 노동자로서 일하지 않으면 자본주의 사회는 굴러갈 수 없다. 또한 노동자들이 이러한 불합리한 구조에 맞서 단결, 투쟁해도 자본주의 사회는 유지될 수 없다. 노동자들이 노동자로서 성실히 일하게 강제하고, 노동자들이 자본주의 사회구조를 위협할 만큼 단결하고 투쟁하지 못하도록 관리하는 누군가의 역할이 필요하다. 그게 바로 ‘국가’다. 국가는 법과 검찰, 경찰, 군대 등 억압적인 국가기구와 정당, 의회, 학교 등 이데올로기적 국가장치를 통해서 자본주의적 사회관계를 유지하고 노동력을 재생산한다. 국가의 노동력 관리정책(노동여성교육보건복지정책 등)은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공장과 중소사업장 등 노동시장 내의 분할 뿐 아니라 국익과 국가경쟁력의 이름으로 맹위를 떨치고 있는 국가주의/민족주의, 성, 인종, 종교, 지역, 가족주의 등 각종 분할선을 따라 끊임없이 노동자대중을 분할하고, 그 중 일부를 포섭 혹은 배제하여 노동력을 효과적으로 통제한다. 자본주의의 호황기, 사회주의진영의 실존과 노동운동의 성장기에 자본과 지배세력은 ‘생산성 임금의 보장’ 혹은 ‘사회적 복지체계’ 등 노동에 대한 양보와 타협체계를 형성했으나, 자본주의의 구조적 위기 이후 신자유주의 시대에는 이러한 양보를 철회하고 노동에 대한 대대적인 공세를 시작했다. 한국사회에서도 86-88년 경제호황을 거치면서 성장한 노동운동에 대해 지배세력은 급진적/전투적 부위에 대한 이데올로기적, 물리적 탄압과 동시에 노사정 협의틀과 같은 ‘제도적인 타협과 통제’를 끊임없이 시도해왔다. 그러나 세계자본주의의 반주변부로서 한국사회의 취약한 구조와 신자유주의라는 시대적 조건으로 코포라티즘적 통제를 제도화할 수는 없었다. 이런 구조적 제약 속에서 자유주의 세력의 변신은 ‘민주화’와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실제로는 사회구조를 끊임없이 신자유주의적 방식으로 전환시켜 왔다. 특히 노무현의 집권과 몰락 과정은 신자유주의의 확산과 더불어 안정적 통치체제의 설립에 실패하고 사회불안정성이 고조됨으로써 자유주의 정치세력의 위기가 심화되어온 시기였다. 이명박은 노무현의 돌출적 정책과 ‘민주화’ 담론을 공격하면서, 보수적 지지기반 위에 일부 자유주의 세력을 포섭하여 실용주의라는 이름으로 등장했다. 이명박은 ‘민주화’ 담론을 활용하는 인민주의를 포기하고 노골적인 신자유주의 정책을 추진할 것이다. 특히 자유주의 세력의 위기 속에 등장한 새로운 자유주의-보수주의 연합으로 기존 정치의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매우 공세적인 태도를 취할 것으로 예측된다. 노무현과 달리 이명박은 교육, 공무원, 공공 분야에 대한 총공세를 통해서 모든 영역에서 신자유주의적 전환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또 미디어와 NGO 동원보다는 관리행정체제를 중심으로 하는 억압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다. 한편 대중운동의 힘이 전례 없이 취약하기 때문에 운동에 대한 격렬한 공격이 예상된다. 초민족자본의 이해를 전면적으로 대변하기 위한 과감한 공세 이명박은 후보시절 여론의 지지를 받고 있는 이랜드 투쟁에 대해 “노조가 잘못됐다”는 발언을 주저하지 않았다. 그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마자 이랜드 자본은 뉴코아-이랜드 노조 지도부 33명을 해고하고 교섭중단을 선언했다. 또 이명박 취임 후 얼마 지나지 않은 3월 11일 새벽 경찰 6개 중대와 영등포구청이 고용한 용역깡패 2백여 명이 코스콤 비정규지부 농성장을 침탈하여 노동자들을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하였다. 입법부, 사법부도 코스콤의 사용자성을 인정했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코스콤 이종규 사장을 국정감사 위증죄로 고발한 상황이었다. 법을 어긴 자본가는 그대로 둔 채 노동자의 투쟁은 ‘법과 질서’를 내세우며 폭력적으로 탄압한 것이다. 이명박의 취임을 전후한 일련의 사태는 ‘기업투자 활성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 양극화 해소’라는 이명박의 청사진의 실체가 무엇인지 단적으로 보여줬다. 이명박 정부는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표방하면서 재벌과 초민족자본의 이해를 보장하는 규제완화와 제도개혁을 강력히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우선 감세로 기업이윤을 증대시키고 각종 규제완화로 재벌과 초민족자본의 금융화를 지원할 것이다. 초민족 자본의 요구에 맞게 교육시장화 정책을 추진하고,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를 폐지하여, 민간의료보험을 도입할 예정이다. 초민족자본의 수익성있는 투자처를 위해 공기업 사유화 정책을 강력히 추진할 것이다. 또한 한-미 FTA를 필두로 한 각종 자유무역협정은 농민의 생존권을 억압하고 농업과 농촌을 붕괴시킬 것이다. 금융 투기는 확대되고, 빈부격차가 벌어지면서 빈민층이 늘어날 것이다. 그러나 이명박이 제시한 정책 중 일자리 창출과 (비정규직 문제를 포함하는) 양극화 해소, 복지정책 등은 뚜렷한 대안과 재정 계획이 없다. 경제성장을 전제로 추진하겠다는 것인데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가능할지 의문이다. ‘친기업, 친시장’을 강조하는 이명박의 신자유주의 정책이 세계경제의 불안정성 속에서 약속했던 성장을 달성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더욱이 막대한 보유자금에도 불구하고 설비투자를 꺼리고 있는 기업이 몇 가지 조치가 있다고 해서 대규모 투자에 나설지 의문이다. 기업에 대한 규제완화와 감세정책은 자산계층의 치부에 도움이 되겠지만, 노동의 불안정화와 빈곤이 심화되어 민중에게는 부정적인 효과만 양산할 것이다. ‘법과 질서’의 확립 : ‘반노조’ 이데올로기의 강화와 파업권의 무력화 “정치노조, 강성노조, 불법 파업을 없애겠다”(2007. 07 내부경선 합동연설회), “우리나라처럼 비효율적이고 불법적이고 극렬한 노동운동을 하는 곳은 없다”(2007 09. 중소기업 타운 미팅), “비정규직에 대한 해고 자유 확대”(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과의 간담회) 등 이명박의 노조에 대한 적대감은 수차례 확인되었다. 또한 이명박은 당선 이후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이 경찰출두를 하지 않은 것을 문제삼아 법과 원칙을 지키지 않는 사람이나 단체와는 만나지 않겠다며 민주노총과의 간담회를 취소했다. 특히나 공공부문에 대한 대대적인 공세가 예상된다. 경제 살리기와 국익론을 앞세우고, 비정규직과 빈곤층의 상대적 박탈감을 자극해서 공기업, 전교조, 대공장 노동자들에 대한 이데올로기 공세를 펼칠 것이다. 또 노동자의 집단행동을 ‘불법’으로 매도하고, 대중들의 ‘반노조’ 정서를 부추길 것이다. 또한 이명박 정부는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범죄화하고 ‘이주노동자’에 대한 탄압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노동부와 법무부의 업무 보고 자리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불법체류자’를 정확히 파악해 엄격한 기준을 세우라고 주문했다. 또 이주노조 설립 문제가 대법원에 계류돼 있는 것을 거론하며 “전 세계에서 유례없는 일”이라며 “절대로 이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법무부는 ‘2008년 업무계획’에서 “불법체류 외국인에 대한 지속적인 단속, 기획조사 활성화 및 입국심사강화 등으로 안정적인 외국인 체류질서 유지”를 내세우며 4월부터 6월까지 관계기관 합동단속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3월 13일 노동부는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경제 살리기와 일자리 창출을 위한 ‘노사관계선진화’ 방안을 발표했다. 노조의 임금인상 자제와 무파업을 핵심으로 하는 ‘노사협력선언 확산’이 주요 내용이다. 구체적으로는 다음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①산업현장의 노사관계 갈등요인에 대해 체계적으로 대응하고, ②취약사업장 367개를 선정하여 분규를 예방하며, ③외국인투자기업 노사관계에 대해서는 원스톱 분쟁해결을 지원하고, ④’분규유형별 대응방안’을 마련하여 법과 원칙을 적용하고 사업장 노사갈등이 사회문제로 비화되지 않도록 관리한다. 또 ⑤공공부문개혁, 비정규직문제, 산별교섭문제, 필수공익사업, FTA 반대 정치파업 등 노사관계 핵심 갈등요인에 대한 체계적 대응을 통해 노동자들의 불법행위는 엄단한다. 임금인상 자제와 무파업 강요는 계속되는 물가상승으로 노동자의 실질임금이 저하되고 있는 현실과 저임금으로 최소생계만 유지하고 있는 비정규노동자들의 현실을 외면하고, 노동자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노동자들의 단체행동은 법과 원칙이라는 명분으로 강도 높게 탄압할 것이다. 더구나 지난해 비정규법 시행으로 이랜드 비정규노동자가 대량 해고된 데서 알 수 있듯이 사용자의 노동법 악용과 부당노동행위가 노골화되고 있음에도 정부는 이에 대한 구체적인 처벌, 통제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노동부가 업무보고에서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노사 모두에게 엄정 조치한다고 했으나 이미 노사관계법에서 사용자의 부당해고에 대한 형사처벌조항이 삭제된 상태이다. 따라서 사용자가 노조를 파괴하기 위해 노동자를 부당해고 하더라도 형사처벌할 수 없다. 그러나 노동자의 단체행동은 업무방해라는 이름으로 형사처벌하고 있다. 이러한 노동부의 ‘법과 원칙’이 노동자들의 단체행동권을 무력화하고 노동자에 대한 일방적인 탄압으로 귀결될 것은 명약관화하다. 최근 법무부는 상해, 절도강도, 사기공갈, 횡령배임, 손괴죄로 한정되어 있는 배상명령에 업무방해를 추가하여 불법파업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하도록 개정하겠다고 발표했다. 파업권을 무력화하기 위한 입체적 공세가 이미 시작된 것이다. 지역 노사민정협의회 구성 : 노사협조주의의 확대와 민주노조운동의 고립화 노동부는 노사정위 운영과 기능을 2008년 7월까지 개편(노사민정 체계)하여 경제 살리기와 노사관계 선진화를 위한 대화를 활성화할 계획이다. 또 한국노총과의 정책연대를 위한 노사파트너십 기구인 「노사발전재단」 운영에 51억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한편 뉴라이트 노조운동에 대한 지원과 강화도 예상할 수 있는데, 이는 노사협조주의와 우파적 노동운동을 강화하여 민주노조운동을 고립시킬 것이다. 또한 2008년 6월까지 노사정위원회법 시행령을 개정하여 지역 노사정협의회를 시민단체, 지역주민 등이 참여하는 지역 노사민정 협의체로 개편하고, ‘지역 경제 살리기와 일자리 창출협약’ 체결을 촉진하고, 성과에 따라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임금인상자제와 무파업을 핵심으로 하는 ‘노사협력선언’ 확산의 한 방편이다. 자본과 지자체의 입맛에 맞는 민간단체 혹은 지역유지를 참여시킴으로써 효과적으로 노동운동을 고립시키겠다는 의도이다. 또한 노사정위 불참 방침을 유지하고 있는 민주노총은 계속 배제하되, 기존의 ‘민주노총 중앙 지도부 설득’ 전술을 ‘각 지역 및 산업별 공략 전술’로 변경한 것이다. 지금까지 ‘노사정위원회’는 사회적 합의주의와 노동자 분할/배제의 신자유주의 노동통제 전략의 이데올로기적 기구였다. 노사정위원회는 정리해고와 파견근로제 도입 등 노동 유연화 합의는 신속하게 입법하는 반면, 공무원노조?교원노조 합법화, 해고자 조합원 자격 인정, 복수노조 시행 등 자본과 정부에 불리한 내용에 대해서는 표현을 모호하게 하고, 합의를 미루거나 폐기해왔다. 또한 불균등한 합의에도 불구하고 “노사정 합의내용이다”는 정부와 자본의 선동이 여론형성을 주도하며 오히려 노동계의 투쟁을 봉쇄하는 효과를 낸 것이 역사적인 현실이다. 이명박 정부 역시 ‘노사민정위’로 노동계 통제를 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3월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의 (노사정위원회 산하) ‘공무원노동관계협의’ 참가결정은 매우 우려스럽다. 정부를 사용자로 하고 있는 공무원노조의 특성과 전국민주공무원노동조합(민공노)와 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공노총) 등 여러 노조로 분할되어 경쟁하는 구조에서 다른 공무원노조의 노사정위 참여 결정 등 내적인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상급단체인 민주노총이 노사정위원회에 참가하지 않는 것을 조직적 방침으로 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의 노사정위 참여가 향후 노동운동에 미칠 영향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정부와 자본이 노동유연화 정책에 공조하고 있으며 한국노총이 정부와 정책연대 입장을 취하고 있는 상황에서 친자본 정책이 여과없이 관철될 것이다. 특히 공무원노사관계에서는 민공노, 공노총, 한공노(한국노총 산하) 등 다수노조가 난립해 있는 상황이어서 더욱 어려운 조건에 처할 수밖에 없다. 특히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은 민주노총 산하 7개 산별연맹이 꾸린 공공부문 공동투쟁본부에 참가해 상반기 공동행보를 벌인다는 계획인데, 만일 노사정위가 본격 가동될 경우 이 같은 공동투쟁이 교란될 가능성 또한 부정할 수 없다. 노사정위원회가 보도 자료를 통해 “99년 2월 이후 노사정위원회에 참여하지 않았던 민주노총 산하 조직의 최초 참여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한 것 역시 그러한 의도를 나타낸 것이다. 노사관계 법제도 개선과 노동시장 유연화, 임금유연화 노동부는 2010년 시행 예정인 있는 복수노조와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을 2008년 6월까지 노사정위원회에서 논의하고, 정기국회에 정부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권과 자본은 복수노조에 대한 창구단일화와 전임자 임금지급에 대한 기업규모별 제한조치 입법을 정당화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비정규직법(기간제법, 파견법 등) 보완 추진에 대해서는 2008년 12월까지 주요 쟁점 사항에 대한 노사정 논의 공론화를 거쳐 2009년 입법을 추진할 계획이다. 기간제 근로자 사용기간 3년 연장, 파견 허용업무 확대 등 자본 측의 요구를 적극 수용하여 비정규직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쟁점은 노정 사이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사이에 큰 차이가 있다. 또 민주노조운동 내에서도 ‘비정규직법 취지 수용-전면 재개정’이라는 입장과 ‘비정규직악법 폐기-비정규직 권리보장 입법’이라는 입장이 쟁점을 형성하고 있다. 이런 문제가 투쟁전선 교란 요인이 될 수 있다. 또한 노동부는 활력 있는 노동시장을 위해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확대하고, 임금체계를 연공중심에서 직무성과중심으로 개선하며, 임금피크제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탄력적 근로시간제는 노동자에게 장시간노동을 강제하고 임금을 실질적으로 삭감한다. 직무성과중심의 임금체계 개편 또한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 차원에서 추진되는 것으로 임금차등화를 통한 노동자 사이의 분할과 경쟁을 심화하고, 총액 임금 삭감으로 귀결될 것이다. 현재의 노사관행으로 볼 때, 고령자의 임금안정을 목표로 실시한다는 임금피크제도도 ‘고용안정’은 보장하지 않은 채 고령자의 임금삭감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 또한 부당해고 시 금전보상제도에 대해서도 일정한 조건에 따라 사용자가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사용자가 부당해고를 합법적으로 할 수 있어 노동자 탄압수단으로 악용될 것이다. 차별을 고착화하는 비정규직 문제의 확대, 심화 이명박 정부는 비정규직 문제에 ‘비정규직 규모 축소가 아닌 차별해소’라는 관점을 강조하고 있다. 7% 경제성장과 300만개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노동시장 유연화’가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성장을 통한 고용확대 외에 사실상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적극적인 해결책이 없는 것이다. 하지만 세계 경제위기로 경제성장 목표치를 달성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고용확대도 불투명하다. 2007년 비정규법 시행 이후 정규직 전환 유형은 ▲정규직으로 직접 편입 혹은 하위직급의 신설 ▲분리직군 ▲무기계약직과 같은 양상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대다수가 무기계약직 형태다. 특히 공공기관 등에서는 차별을 고착화시키고 차별시정 자체의 소지를 없애는 무기계약직 방식을 통해 정규직(공무원), 상용직, 무기계약직, 기간제, 간접고용 등 고용의 중층화가 심각해졌다. 상시ㆍ지속적인 업무에 2년 이상 근무한 경우에도 기간제법 4조 등의 예외사유가 있는 경우 무기계약 전환을 제외하여 기간제 노동자 사용을 정당화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2008년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2008년 6월 발표될 공공부문 비정규직 2차 대책에서도 최소한 2년 이상 근무자를 선정하여 무기계약화를 시행하고 대다수는 민간위탁, 외주화 방식의 구조조정이 예상되고 있다. 따라서 간접고용 문제가 더욱 심각해질 전망이다. 2008년 7월부터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시정의 범위가 100인 이상~299인 사업장으로 확대 적용된다. 300인 이상 기업은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거나 복지혜택을 비정규직 노동자로 확대할 수 있는 상대적인 여력이 있지만, 중견업체는 이를 감당하기 힘들기 때문에 문제가 더 심각하다. 특히 2007년 현재 비정규직의 85.9%가 100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고 있고, 기간제 노동자 2년 이상 사용 시 정규직화 한다는 조항은 2009년 7월에 적용된다. 노동부에서는 2007년 말 고용 중인 비정규직을 2009년 말까지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경우 전환 근로자 1인당 30만원씩 세액공제하고, 중소기업이 노사합의에 의해 비정규직 고용개선을 추진할 경우 필요한 컨설팅 비용의 일부를 지원(2009년 300억원, 6000개소, 사업장당 500만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그 효과는 미미할 것으로 보이며 대다수가 계약 해지되거나 외주화될 것이다. 이런 조건에서 5개 사용자 단체가 비정규직에 대한 규제완화, 비정규직법의 시행요건 완화를 요구하고 있어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논란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또 공기업, 의료, 복지, 교육, 방송 등의 시장화/사유화 과정에서 구조조정, 민간위탁, 외주화로 비정규직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구조조정 투쟁이 사회공공성 문제와 정규직의 고용안정 문제로 초점이 맞춰질 가능성이 크며, 정규직 고용불안으로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양보교섭 등 여러 가지 현실적 교란요인이 존재할 수 있다. 일가정 양립형 여성 일자리 확대, 여성을 위한 사회서비스 확충전략 : 저임금, 비정규직 여성노동자의 양산 노동부는 육아 등으로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여성들의 재취업 지원과 취업 여성의 일가정 양립을 위해 단시간 근로제, 유연시간 근로제 등 다양한 방식으로 파트타임 일자리를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최근 노동부는 “주부 재취업 도전직업 55”라는 책을 발간했다. “출산 및 육아로 인해 경력이 단절된 여성의 재취업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나이, 경력, 학력에 구애를 덜 받고, 직업훈련을 통해 재진입이 가능한” 직업들은 대부분 비정규직이다. (방과 후 교사, 학습지 교사, 플로리스트, 조리사, 병원코디네이터, 웨딩플래너 등) 최근 정부와 자본은 한편으로 여성의 노동력을 활용하고, 다른 한편으로 신자유주의에서 가속되고 있는 가족 해체와 재생산 위기(저출산 고령화)를 관리하기 위해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보육, 간병, 노인 돌봄 등 재생산 노동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보편적인 서비스로 제공되어야 할 사회서비스를 시장화하여 이윤 창출의 영역으로 만들고 있다. 보육, 간병, 노인 돌봄 등에 종사하는 노동자가 대부분 여성이기 때문에 이러한 정책은 여성을 위한 일자리 창출 방안으로 선전되고 있다. 또 일과 가정을 양립하게 해주는 여성 친화적인 일자리고 포장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일자리는 대부분 저임금 비정규직이다. 또 가족에서 무급으로 수행되던 노동이고,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인식 때문에 열악한 노동조건은 당연시되고 있다. 더구나 이용자의 요구나 상황에 따라 노동조건이 제각각이고, 봉사와 헌신을 강요당한다. ‘사랑의 마음으로 수행하는 보살핌’이라는 인식 때문에 노동자성을 인정받는 것도 쉽지 않다. IMF 외환위기 당시 여성 노동자를 우선 해고해서 위기를 관리한 신자유주의는 값싸고 유연한 노동력으로 다시 그녀들을 활용하고 있다. 그것이 비정규직의 50% 이상이 여성이라는 현실을 만들었다. 여성인력 활용이 강조되면서 기존에 가족 내에서 무급으로 수행되거나 비공식 부문에서 수행되던 여성의 일이 공식 부문의 일자리로 제도화되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노동시장에서 여성의 지위를 더욱 불안정하게 만들 뿐만 아니라 ‘여성=가족’이라는 인식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이명박 정권은 사회서비스 영역의 민영화, 사유화를 추진하면서 재생산 노동에 종사하는 여성 노동자들의 노동권을 더욱 열악한 환경으로 내몬다. 여기에 보수적인 가족의 가치를 옹호하고, 그 안에서의 여성의 역할을 폭력적으로 강요하는 이데올로기가 동반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여성을 저임금, 불안정 노동으로 내모는 것은 자본에게 매우 중요한 전략이다. 경제침체가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여성은 저임금 노동시장의 가장 밑바닥에서 착취당하고, 전체 노동자들의 지위와 조건을 후퇴시키는 데 활용되는 노동자인 것이다. 돌봄 노동을 여성의 의무로 고착화하는 성별분업 이데올로기가 바뀌지 않으면 여성의 저임금, 불안정 노동은 확대될 것이다. 여성의 저임금 비정규직을 철폐하는 투쟁은 여성노동자의 임금고용 차별을 정당화하는 성별분업성차별 구조와 이데올로기를 제거하는 출발점이다. 이것은 또한 남성을 포함하는 전체 비정규직 노동자의 안정적인 일자리 확보, 노동권 쟁취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이명박 정권의 공세에 맞선 지역연대운동의 구축이 시급하다 이명박 정부는 총선에서 당선된 과반 의석으로 공공부문 사유화와 구조조정을 과감하게 추진할 것이다. 동시에 ‘반노조’ 이데올로기 공세와 파업권의 무력화, 지역별 노사민정 협의회로 노사협조주의를 강화하고 민주노조운동을 고립시킬 것이다. 또 노동시장과 임금 유연화를 위해 법과 제도를 개악할 것도 예상된다. 예견되는 정세가 분명하지만 문제는 김대중, 노무현 정권을 거치면서 노동운동과 민중운동의 대응력이 지극히 취약해져 있다는 점이다. 한국진보연대의 무리한 출범과 왜소화,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분열, 민주노총 지도부의 정파적 패권과 무능력이 겹쳐져 투쟁전선을 형성하고 있지 못하다. 이러한 가운데 2008년 핵심적인 투쟁 쟁점인 공공부문에 대한 정부의 공세에 맞서기 위해 지난 3월 ‘공공부문 시장화자유화 저지와 사회공공성 강화를 위한 공동투쟁본부’(공동투쟁본부)가 구성되었다. 현재 공동투쟁본부는 ▲의료, 교육, 사회서비스 시장화 저지, ▲공공부문 사유화와 구조조정 중단, ▲공공부문의 민주적 운영과 일자리 창출, ▲기초연금 15% 쟁취와 공무원사학 연금의 올바른 개혁, ▲언론, 금융 공공성 확보, ▲한반도 대운하 사업 중단의 6개의 공동요구안을 목표로 6말-7초 총력투쟁을 계획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진보연대와 민주노총의 최근 행보는 지극히 무기력하고 위험하다. 민주노총의 경우 시장화, 사유화 저지 투쟁전선을 만들기 위한 민주노총 차원의 투쟁계획을 분명히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대신 해당 연맹의 투쟁을 취합하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한국진보연대와 민주노총이 추진하는 ‘범국민기구’ 또한 운동진영의 정파적 분열의 후과와 여론형성에 유리하다는 이유로 주로 시민운동을 파트너로 삼고 있다. 전국적인 투쟁의 중심을 만들고 지역본부를 중심으로 지역 내 반신자유주의 연대투쟁을 강화한다는 목표를 분명히 하지 못한다면, 연대체가 오히려 투쟁전선을 교란할 공산이 크다. 그런 측면에서 당면한 공공부문 사유화, 시장화 저지투쟁은 한국진보연대의 출범으로 파괴된 지역연대운동을 다시 형성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지역의 역량을 결집하여 공공부문 사업장의 구조조정이라는 시각을 넘어 노동자 민중의 삶을 위협하는 이명박 정부의 공세를 폭로하는 투쟁을 지역에서부터 조직해야 한다. 지역여론을 장악하기 위한 조직적 태세를 갖추어야 한다. 서울의 경우 ‘차별철폐 대행진’과 4.30 투쟁으로 결합한 주체들을 확대, 강화하여 ‘시장화/사유화 저지투쟁’을 중심으로 비정규직, 저임금, 빈곤에 맞서 투쟁하기 위한 연대단위를 구성하도록 논의를 모아야 한다. 특히 이명박 정권은 지역 노사민정 체계를 구축하고, 무분규 평화선언을 유도해서 민주노총을 배제한 채 지역별로 민주노조운동을 압박하겠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맞서기 위해 지역의 반신자유주의 연대운동을 강화하고, 지자체에 대한 대응력을 키워야 한다. 지역을 보수 헤게모니에 맡겨둔 채 중앙에 집중된 운동은 ‘사회운동으로서 노동운동’으로 발전이 불가능하다. 산별과 업종, 정규직/비정규직을 넘어 노동자 민중의 보편적 권리로서 공공성을 쟁취하고, 빈곤과 저임금, 비정규직화에 맞선 투쟁을 위한 공동의 교육과 실천을 조직해야 한다.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한 노동자들의 투쟁이 해당 사업장의 구조조정 이슈를 넘어서 공공성 쟁취를 목표로 진행되어야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물론 이전의 투쟁에서도 그런 내용이 제기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많은 경우 일종의 ‘명분’에 그친 것도 사실이다. 특히 이명박 정권은 공공부문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투쟁에 물리적 탄압과 이데올로기 공세를 집중할 것이다.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투쟁이 공공성 쟁취를 자신의 투쟁과제로 충분히 내면화하고 제기할 수 있어야 이런 공세를 넘어서 대중적인 지지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비정규직 고공철탑농성 100일에 부쳐 GM대우의 비정규직 노동자 28명이 부당해고에 맞서 부평공장 앞 CCTV 고공농성을 벌인지 100일이 넘었다. 이들 모두는 GM대우가 일방적으로 추진한 외주화(/업체폐지, 계약 해지 및 재계약)의 피해자이자, 노동조합(이하 비정규직지회)을 만들었다는 이유로 탄압받아야 했던 비정규직 노동자이기도 했다. 스피드파워월드 사내하청에 대한 GM대우의 계약해지와 업체폐업으로 가장 많은 비정규직이 해고당했다. GM대우가 스피드파워월드와 계약을 해지한 까닭은 2007년 초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잔업 거부로 생산라인이 중단된 것을 하청업체의 노무관리 실책이라 본 것이었고, 동시에 비정규직지회 조합원이 가장 많이 분포되어 있던 데 대한 본보기 차원이기도 했다. 비정규직지회는 GM대우 원청은 물론이고 수많은 하청업체와 한번도 교섭을 못했다. 토씨하나 틀리지 않은 똑같은 공문으로 교섭을 거부하고, 똑같은 임금인상 내용을 통보받을 만큼 GM대우가 하청업체의 노무관리를 완전히 장악했기 때문이다. GM대우가 실질적인 사용자라는 것은 GM대우 노무팀이 비정규직지회의 선전활동을 폭력으로 진압한다는 것만 보아도 드러난다. 하청업체에겐 일체권한이 없었지만 GM대우는 사용자로서 지위를 한사코 부정하며 교섭에 응하지 않았다. 하청업체 사장들은 지노위의 본조정마저도 무시했다. 비정규직지회를 건설한 지 일주일도 안 되어 하청업체들은 똑같은 구실로 핵심간부들을 징계해고했다. 며칠 뒤에는 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만을 솎아 계약해지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노동조합이 건설되었다는 것을 알리기도 전에, 민주파 대의원, 정규직 활동가들과 공동투쟁계획을 논의하기도 전에 비정규직지회의 주요 간부들과 조합원들이 공장 밖으로 쫓겨나 버린 것이다. 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이 공장 내에서 선전전이라도 할라 치면 GM대우 노무팀은 폭력을 휘두르며 이들을 내몰았다. 비정규직 지회가 공장 안에서 실천적 활동을 전개하지 못하는 사이에 비정규직 문제에 연대해왔던 정규직 활동가들와 연대의 끈마저 느슨해졌다. GM대우의 노무관리가 곧 성공할 듯 보였다. 비정규직지회는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위한 고육책으로 CCTV 고공농성투쟁을 결의하였다. 천막농성, 하청업체 점거농성,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등 5개 거점 1인 시위, 한강대교 고공농성, 마포대교 하상시위 등을 전개하면서 100일을 넘게 버텨왔다. GM대우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절한 외침을 세상 곳곳에 알리면서, 지속적인 연대를 호소하면서 말이다. GM대우자동차지부의 모호한 태도 1 : 대리주의 GM대자지부는 비정규직지회 건설 초기부터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사측과의 대립을 전술적으로 피하면서, 2년 후 금속노조가 지역지부로 완전히 편제되는 시점에 비정규직을 조직”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GM대자지부는 정규직 조합원들이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진다는 점을 시기상조론의 근거로 들고 있다. 그러면서 GM대자지부는 비정규직지회의 간부들이 ‘학출’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을 애써 강조하면서 이들의 목적이 “고용안정, 노동조건과 같은 노동자의 순수한 현실의식”과는 괴리가 있는 매우 ‘정치적’이라는 점을 부각시켰다(『민주광장』 677호). GM대자지부의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이해는 해고자 복직문제 관련 협의 때와 비정규직 처우개선 사업을 할 때 분명히 드러난다. GM대자지부는 비정규직지회의 요구사항이 “외주화부당해고 철회”임을 알면서도, 그리고 최소한 고용승계 협의 시 비정규직 주체의 참여를 보장하는 것이 상식이고 그렇게 약속했음에도, 비정규직지회와 사전 교감도 없이 대리교섭을 진행하여 스피드 하청업체의 해고자 24명 중 10명 복귀 안을 받아 왔다. 외주화야말로 GM대자지부의 단협 사안이었고 비정규직 대량해고를 야기한 원인이지만 이 문제에 대한 어떠한 언급도 없었다(『민주광장』, 683호). 이런 상황은 고공농성 60일이 다되어가던 시점에서 반복되었다. 이번에는 7명 복직 안을 마련해와 “지부는 최선을 다해왔다”며 이제는 “지회가 선택해야 한다”는 마치 최후통첩과 같은 성명을 발표한 것이다. 사실 7명 복직 안은 지난 10명 복직안의 재탕에 불과한데, 당시 복귀된 사람이 3명(그것도 노동조합 탈퇴자 3인)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GM대자지부는 이것이 마치 비정규직지회의 “최종요구안”이었던 것처럼 날조하고, “학력허위기재”라는 사측의 징계사유―이는 구실에 불과했고, 실상은 노동조합을 탄압하기 위한 부당노동행위임이 분명한데도―를 반복적으로 언급하면서, 비정규직지회의 전원복직 요구가 “소탐대실”의 초좌익적 요구라는 식으로 비정규직지회의 투쟁을 왜곡해버렸다(『민주광장』 707호). GM대우자동차지부의 모호한 태도 2 : 시혜적인 시각 한편 GM대자지부는 지난 2월부터 작업환경개선 실태조사를 실시하여 사측으로부터 작업장 바닥매트, 탈의함, 샤워장 같은 작업환경개선에 대한 긍정적인 회신을 받았다며, 이를 근거로 GM대자지부의 비정규직 처우개선 활동이 본격화되었음을 선언했다(『민주광장』 709호, 710호). 하지만 지금은 비정규직 노동자의 노동3권이 완전히 부정당하고 있고(해고위협, 노동조합탈퇴 종용, 서면경고장을 앞세운 노조활동 방해) 외주화와 정리해고로 고용불안이 절정인 시점이다. 이럴 때 비정규직 노동자의 주체화(/조직화)를 뒤로한 채 처우개선에 앞장서겠다고 하면, 누가 GM대자지부의 진정성을 믿을 수 있겠는가? 더구나 정작 실태조사가 업체관리자의 손아래 이루어졌다고 하니(열린마당게시판)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이는 GM대자지부가 비정규직 문제를 ‘보호’의 시각 이상으로 보지 않고 있음을 뜻한다. 1985년 대우자동차노동조합 투쟁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 민주노조운동이 한국노총과 자신을 구별하는 중요한 준거점 중 하나가 ‘자주성’이다. 노동자에 대한 일체의 시혜적인 태도를 비판하는 민주노조운동은 노동자의 문제는 노동자 자신의 힘으로, 투쟁하는 노동자의 자주적이면서도 단결된 힘으로 해결한다는 원칙을 확립했다. 이 원칙은 여전히 중요한데 무권리 상태의 비정규직 노동자가 자신에게 닥친 문제를 자신의 힘으로 자신의 단결된 투쟁으로 쟁취할 수 있을 때 노동조합운동의 새로운 주체가 형성될 수 있고, 위기에 닥친 노동조합운동을 복원할 가능성이 열리기 때문이다. 비정규직 문제를 시혜적인 시각으로 보면 비정규직 노동자의 기본적인 요구는 현실에서 모조리 과도한 요구로 이해될 수밖에 없다. 고용불안과 임금격차, 노동조건의 차이가 구조화되어 있는 상황에서 비정규직 노동자의 요구사항은 회사를 살려야 한다는 식의 주장에서든지, 정규직 노동조합이 대신 해줄 수 있는 범위에서든지 ‘과도’한 것이다. 비정규직 문제를 시혜적인 차원으로 보는 노동자는 이 과도함을 억누르려 할 것이고, 바로 그렇기 때문에 원청노동자와 하청노동자의 갈등의 골이 깊어지게 된다. 그리고 이는 또다시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의 차별을 구조화하는 악순환으로 반복된다. 하지만 비정규직 노동자가 처한 상황을 인간의 권리(즉 노동자의 권리이자 시민의 권리)에 대한 박탈로 생각한다면, 비정규직 노동자의 투쟁은 자신의 권리를 되찾기 위한 투쟁이며 노동조합운동 주체를 형성하는 첫걸음으로 보게 된다. 따라서 그 첫걸음과 함께 지금부터 어떤 전략, 전술이 필요한 지 상황판단이 가능해진다. 상호 자주성을 전제로 한 연대와 그에 기초한 공동투쟁이 민주노조운동의 기본인데 그런데 지금 GM대자지부는 정반대로 방향을 잡고 있는 것이다. 이런 식의 이해가 고착되면 아무리 노동조합이라 할지라도 비정규직 투쟁을 경원시하거나 사측처럼 노무관리하듯 관리하게 된다. 불행히도 이 위험은 1사1노조 규약변경과정에서도 또다시 보이고 있다. 현재 1사 1노조 규약변경 과정의 허점 GM대자지부는 지난 1월 29일 대의원대회에서 금속노조의 1사1노조 방침에 따라 조직대상을 “GM대우자동차 소속 전 노동자”에서 “GM대우자동차에 근무하는 노동자”로 규약을 변경하였다. 여기에는 단서조항이 있었는데 “비정규조합원 조직편제 형태 및 범위 등 제반사항은 미비실무추진위원회에서 논의결정하여 규약소위에서 규정 개정 후 임시대의원대회에서 별도 논의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세부사항을 다룰 미비실무추진위원회가 GM대자지부 집행부 4명, 대의원3명, 지회별-군산,창원,정비 각 1명 등 모두 10명과 GM대자지부 임원인 의장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이다. 1사1노조 통합의 3주체가 GM대자지부, 사무지부, 비정규직 지회/창원 비정규직 지회인데 여기에는 정작 사무지부와 비정규직 지회가 제외되어 있어 자신의 의견을 반영할 방법이 없다. 이대로면 비정규직은 노동조합에 가입할 권리만 있을 뿐이지 노동조합운동의 한 주체로 자신의 뜻을 펼칠 수가 없는 것이다. 여기다 금속노조는 1사1노조 방침을 규약변경에만 규정해놓았을 뿐, 구체적인 실행방안은 해당 사업장에 맡겨놓은 상황이어서 조직편제, 신분보장, 단협적용 등 앞으로 온갖 난관이 예상됨에도 어떤 대책도 없는 형국이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현재 공장 내에서 노동자 사이에 구조화된 분할을 깨뜨리고 단결을 도모할 수 있는 구체적인 투쟁계획 없이, 마치 1사1노조로 조직형식이 변경되면 원하청 노동자의 분열을 극복할 수 있다는 듯 생각하는 데 있다. 노동자 사이에 분할이 구조화된 것은 전사(前史)가 있는데도 말이다. 자동차산업의 위기는 노동조합운동이 취해온 기존의 자기 정당화 방식(생산성 협약 임금제)도 침식하였는데, 자본가들은 이 점을 빠르게 눈치 챘다. 자본가들은 이를 틈타 노동자 사이의 분할을 구조화하여 자동차산업 위기를 하청업체 및 분할선 아래의 노동자(불안정 노동자)에게 떠넘겼고, 그렇게 해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냈다. 기업별 노동조합에 익숙해져 있던 노동자들은, 더더구나 GM대우처럼 실제로 매각과 정리해고의 공포를 간직하고 있는 노동자들은 이 같은 시도가 노동조합의 힘을 약화시킬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다. 2003년 GM대우가 인력충원을 시도할 때 GM대자지부는 정리해고자 복직과 함께 비정규직 고용을 양해한 적이 있는데, 이것이 GM대우의 구조조정 추진 기반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미처 몰랐던 것이다. GM대우자동차 부평공장의 노동자들은 하나가 아니라, 이미 정규직과 비정규직, 원청과 사내하청 사이의 분할선이 고착화되어 서로를 (같은 회사소속이라는 의미에서) 하나라고 생각해 본적이 없는 노동자들이다. 따라서 이 문제는 단지 규약변경이나 교육선전 만으로는 가능하지 않다. “노동자는 하나”라는 계급적 의식은 노동자가 원래 하나여서가 아니라 공동의 적에 맞서면서, 공동의 목표를 세우고 투쟁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형성된다. 서로의 처지가 같고 서로 같은 제약조건 아래 권리를 박탈당해왔으며 이제껏 헛살아왔다는 점을 깨달으면서 함께 투쟁의 의지를 다지게 된다. 그 투쟁의 과정에서 연대의 힘에 매료되고, 노동조합과 함께 자신이 만들어 놓은 민주주의의 힘에 놀라움을 느끼면서 노동자는 하나(!)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1사1노조 규약변경은 이러한 투쟁계획을 전제(!)하지 않고 추진되고 있다. 이렇게 되면 1사1노조 규약변경 방침은 현실의 분할관계를 그대로 반영하게 된다. 정규직은 비정규직 노동자의 불만을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규약을 변경할 것이고, 비정규직 노동자는 정규직 노동자에 의존하게 되거나 아니면 반대로 상호 불만이 폭발할 가능성이 높다. 이미 1사1노조 규약개정을 시도하다 갖은 홍역을 겪은 현대자동차노동조합, 기아자동차노동조합 사례에서도 확인되었던 일 아닌가. 지금 GM대자지부의 1사1노조 규약변경이 유사한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2007년 GM대우의 생산성 15% 향상 계획과 노동자들의 투쟁 GM대자지부는 2007년 사업을 마무리하면서 3조2교대 시행을 저지한 것을 최대성과로 꼽으면서 자찬하고 있다(『함께여는새날』, 29호). 하지만 GM대우의 핵심 사업계획이었던 생산성향상 15%를 둘러싸고 GM대자지부가 자신의 입장과 투쟁을 어떤 식으로 조직했는지를 회고해보면, 2007년 3조2교대 저지를 성과로 내놓을 만큼 GM대우 노동자의 권리를 지켜졌는지는 의문이다. 그리고 이런 한계는 부분적으로나마 비정규직지회의 투쟁에서도 확인된다. 오늘날 자동차산업이 추구하는 생산성 향상계획은 철저히 비용감축과 노동강도의 강화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자본주의 위기국면에서 생산설비 확장 및 기술투자를 앞세운 생산성 향상 계획은 자본축적과정에서 큰 위험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신자유주의시대 생산성 향상 계획은 말 그대로 노동강도의 강화와 인원감축이 목표가 될 수밖에 없다. 2007년 GM대우의 생산성 향상 15% 계획이 비정규직에게는 외주화와 정리해고, 정규직에게는 전환배치와 노동강도 강화를 목표로 할 수밖에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GM대자지부는 생산성 향상 15%에 대해 수사적인 차원에서만 경고를 했을 뿐 정작 이 문제는 부서협의회로 넘겨버렸다. 도장부나 조립1공장에서 현장 대의원들이 이에 반대하는 투쟁을 조직했지만 전 공장 차원으로 확산시키지 못했다. 비정규직 지회 역시 손발이 다 잘린 상태에서 외주화저지 투쟁을 전 공장 차원으로 확산시키지 못하고 비정규직 문제해결과 해고자 원직 복직투쟁에만 매몰되었다. 현장을 다시 조직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수면위로 드러냈다점에서 각각 모두 의의가 있었긴 하지만, 사측의 구조조정 시도에 맞서 노동자의 단결을 도모하는데 얼마만큼 큰 성과를 남겼는지를 보면 한계 역시 컸던 것도 사실이다. 외주화와 전환배치는 GM대우 구조조정 프로그램 중 일부분이며, 따라서 정리해고와 노동강도강화에 맞서는 투쟁은 GM대우 자본의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 전체에 맞서는 차원에서 배치되어야 했다. 총체적인 시야를 확보하고 정규직 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의 연대와 공동투쟁으로 나아가야 했는데 그렇게까지 발전하지 못한 것이다. 결국 칵핏라인처럼 라인 전체가 부평공장 밖으로 나가버리거나 사이드이너 공정처럼 해당공정의 노동자들이 2-3차 하청으로 전락하고 엔진서브공장과 차체 A/S에서처럼 정규직들의 전환배치가 광범위하게 이루어지면서, 수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정리해고 되고 정규직 노동자들도 노동강도가 강화되고 있지만 말한마디 제대로 못하게 된 것이다. GM대우의 생산성 15% 향상 계획은 이렇게 인원감축과 노동강도강화로 귀결되고 말았다. 제대로 된 투쟁도 한번 해보지 못하고 노동자들이 현장에서 각개격파당한 것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의 공동투쟁을 위하여 : 노동조합운동의 복원이라는 관점에서 2007년 GM대우 부평공장 노동자의 투쟁을 이상과 같이 평가할 수 있다면,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서로를 탓할 것이 아니라 무엇 때문에 각개격파 당했는지, 공동투쟁을 못했던 한계는 무엇이었는지를 되짚어보아야 한다. 그 위에서 공동투쟁의 기운을 되살리는 계획을 세워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 다음과 같은 투쟁방향이 필요하다. 첫째, 무엇보다도 지금 GM대우 노동자 공동의 적은 GM대우이며, GM대우야 말로 노동자들로 하여금 열악한 노동조건을 감내하고 고용불안에 떨게 했던 악덕 기업이라는 점을 구체적으로 폭로해야 한다. 지금 GM대자지부는 GM대우 부평공장의 경쟁상대가 GM상하이공장(미국의 본사까지 포함)이라고 생각하고는 이에 대응하는 계획을 GM대우법인과 노동조합이 함께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물량확보’야 말로 고용안정의 핵심이라는 식의 정책선전을 강화하고 있는데, 이는 원인을 잘못짚어도 한참 잘못 짚은 것이다. GM대우는 GM이라는 초민족기업의 국제적 하청연계망의 한 고리에 불과하다. 이 같은 국제적 하청연계망은 제 살 깎아먹기 식 경쟁으로 노동자에 대한 착취를 용이하게 하고, 이로부터 발생하는 모든 이익을 기업주와 주주에게 집중시킨다. 자동차산업이 호황기라면 기술경쟁을 통한 생산성 향상 덕에 일부나마 고용안정과 임금인상의 떡고물을 움켜 쥘 수 있겠지만(물론 이는 그 자체로 반노동자적 관점이다), 자동차산업이 구조적 위기에 빠진 상황에서 생산성 향상―물량확보 경쟁은 제 살 깎아먹기식 비용절감 말고는 방법이 없기 때문에 결국 노동자들에게 돌아올 몫이란 상시적인 인원감축 위협과 노동강도 강화일 뿐이다. 뼈를 깎는 노력을 해도 노동자의 생활은 나아지지 않고 오로지 GM과 GM대우 자본가들만 이익을 얻어가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이 점을 분명히 폭로해야 한다. GM은 GM대우의 악랄한 비용절감 덕분에, 더구나 법인세를 안내도 되는 특혜덕에, GM대우의 노동자들이 피땀흘려 만든 차로 손쉽게 엄청난 이익을 보고 있다. 거기다 부평공장에서 일하는 GM의 고위관료들은 소득세 한 푼 안내고 고액의 연봉을 챙기고 있다. 그런데 GM은 걸핏하면 ‘공장이전’ 협박을 하면서 노동자를 불안에 떨게 하고, 생산성 향상 운운하며 고용불안에 전전긍긍토록 하고, 혹독한 노동강도를 받아들이게 한다. 누가 우리의 적인가? GM대우자동차 노동자들에게 ‘공동의 적이 누구인지’를 분명히 각인할 수 있는 선전전을 강화해야 한다. GM대우의 초민족적 특성을 폭로하고 그들의 초과수탈과정을 구체적으로 폭로해야 한다. 노동자들이 피땀흘려 일한 결실을 GM이 어떻게 자신에게 집중시키는지 그 메커니즘을 분석하고, 여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는 수단을 찾아내야 한다. ‘공장폐쇄’, ‘해외이전’ 운운하며 협박하면, 그동안 수탈해 간 이익을 폭로하면서 시민들의 분노를 조직하면서 더 이상 공갈협박을 못하게 해야 한다. 한편에서는 정보공개 요구를 통해 생산통제권한을 놓지 않으려는 자본가들로부터 권한을 뺏을 수 있는 대안을 찾아내야 한다. 이런 과정들을 통해 부평공장 안팎은 물론 국경을 가로지르는 노동자들의 단결을 도모해야 하고, 생산을 통제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내야 한다. 둘째, GM대우의 구조조정에 맞서는 정규직비정규직 공동투쟁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GM대우의 구조조정 프로그램은 입체적이면서도 총괄적으로 진행된다는 점이 반드시 짚어져야 한다. GM대우 창원공장에서 사례를 보면 GM대우는 진성도급화를 선택할 수 있고, 부평공장에서 사례를 보면 외주화를 선택할 수도 있다. GM대우에게 구조조정의 최종적인 목표는 비용절감이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서는 어떤 카드든 내놓을 수 있다. 문제는 작년처럼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외주화 저지 투쟁을, 정규직 노동자들은 전환배치 저지 투쟁을, 이렇게 각각 개별적으로 전개하면 각개격파당한다는 데 있다. 또한 하나라도 막으면 된다는 식으로 생각하면 작년처럼 3조2교대를 저지하고 생산성향상 15% 향상계획은 들어주고 마는 오류를 범할 수 있다(이것이야말로 소탐대실이다). GM의 기업주들은 국제적 하청관계망의 경쟁구조를 활용해 궁극적인 목표를 달성해내는 방안을 너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해당시점에서 구조조정의 궁극적인 목표(인원감축, 노동신축화)가 무엇인지를 분명히 폭로하면서 이에 함께 맞서는 정규직-비정규직 공동투쟁을 벌일 수 있는 기반을 닦아야 한다. 구조조정에 맞서는 원하청 노동자들이 서로가 노동조합운동의 주체라는 것을 인정하면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연대와 공동투쟁을 준비해야 한다. 현재 GM대자지부와 비정규직지회의 공동투쟁을 실현하기에는 난관이 많다. 현장 조직화의 어려움과 해고투쟁의 고단함 등으로 인해 공동투쟁 계획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극복해야 한다. 무엇을 수수방관했고, 서로 무엇에 매몰되어 있었는지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필요가 있다. ‘2007년 GM대우의 구조조정-생산성 15% 향상계획의 결과’를 공동으로 분석하고, 그에 맞섰던 서로의 투쟁(현장대의원들의 투쟁, 비정규직 지회의 투쟁)을 냉엄하게 평가해야 하며, 이 모두를 공유하기 위한 공동토론 자리를 준비해야 한다. 이 자리에서 구조조정에 맞서는 투쟁의 주체, 노동조합의 권리를 회복하는 투쟁의 주체는 정규직, 비정규직 모두라는 점을 서로 확인해야 한다. 이러한 것들을 기반으로 부평공장 안팎에서 공동투쟁의 흐름을 현장에서부터 조직할 필요가 있다. ‘구조조정 저지-외주화중단/전환배치 반대’, ‘노조 탄압 중단’, ‘정리해고 규탄/해고자 복직’과 같은 공동의 요구를 앞세운 정규직-비정규직 공동 실천단을 조직해서 공장안팎에서의 선전을 강화하고 공장 내에서 동의지반을 확대해야 한다. 연대의 힘을 서로 확인하고, 사측에 보여주어야 한다. 1사1노조 규약변경에 따른 세부사항마련은 바로 이러한 투쟁 속에서 만들어지고 강제되어야 한다. 그런 기운 위에서 정규직, 비정규직, 사무직 3주체가 세부사항을 마련할 수 있도록 노동자들 사이에서 동의지반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 반드시 3주체가 함께 지혜를 모을 수 있는 상황에서 1사1노조를 구체화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아니한만 못한 상황이 되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바로 이상의 숱한 과정들을 통해 GM대자지부와 비정규직지회의 변화와 혁신, 그리고 대중적 기반의 확대를 도모해야 한다. 노동조합운동의 혁신은 상호 비판만으로 절대 극복되지 않는다. 현장으로부터, 아래로부터 구체적인 실천이 출현해야 하기 때문이다. 노동조합의 대표성과 대중적 기반 역시 마찬가지다. 셋째, 부평공장의 후퇴된 권리, 무엇보다도 노동조합의 권리를 회복하는 투쟁이 필요하다. 2001-2002년 정리해고 및 해외매각의 압력 속에서 GM대자지부의 단협이 힘의 논리에 밀려 후퇴된 적이 있다. 정리해고자들이 원상회복 투쟁을 하듯 후퇴된 단협의 원상회복 투쟁 역시 매우 중요하다. 2001년 대우자동차 해외매각과정에서 부당하게 박탈당한 노동자와 노동조합의 권리, 2007년 GM대우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인정받지 못한 노동자와 노동조합의 권리가 같은 조건위에서 제약받고 있음을 확인해야 한다. 후퇴된 단협과 무시당하고 있는 단협에 대한 공동의 비판과 폭로를 통해 GM대우의 노동자들이 회복해야 할 권리가 같은 문제임을 서로 확인해야 한다. GM대우가 원청이고, 이는 정규직에게서든 비정규직에게서든 사무직에게서든 공통이라는 투쟁을 전개하고 선전을 강화해야 한다. 1사1노조 규약변경이 진행된 2008년 임단협 시기, 임단협체결(/회복)과 원청사용자성 인정을 둘러싼 토론와 실천은 매우 중요하다. 넷째, 비정규직 지회의 해고자 복직 투쟁이 끈질기게 전개되어야 한다. 노동조합 건설 초기 해고자 발생은 자본가의 공격에 따른 필연이기도 하다. 따라서 해고자 복직 투쟁을 뒤로한 채로 노동조합 운동이 정상화될 수는 없다. 자본가의 기본적인 공격조차 막아낼 역량이 안 되는 노동조합이 조합원과 GM대우 노동자에게서 투쟁에 대한 확신과 노동조합에 대한 믿음을 심어줄 수 없기 때문이다. 계약해지든 징계해고든 노동조합에 대한 탄압은 절대 불가하다는 점을 대내외적으로 확인시켜주어야 한다. 비정규직 지회의 해고자 복직 투쟁이 결코 중단되어서는 안 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동시에 비정규직 지회의 해고자 복직 투쟁은 부평공장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구체적인 현안을 함께 폭로하고 조직하는 것과 병행되어야 한다. 비정규직 문제는 단지 해고자 문제가 아닐뿐더러 그것으로 대체되어서는 더더욱 안 되기 때문이다. 비정규직 지회가 비정규직 노동자의 요구를 자신의 언어로 구체화 할 수 있을 때 가장 강력한 힘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해고자 복직 투쟁은 비정규직 지회와 여타 투쟁사업장, 지역 사회단체들 사이의 연대를 강화하는데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 2007년 해고자 복직 투쟁은 현장과 부평공장 밖의 운동을 매개할 수 있는 연계망 역할을 해왔고, 앞으로도 그러한 역할은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 그런 가운데 인천지역 노동자운동의 새로운 기운을 만들고, 노동조합운동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줘야 한다. 무엇보다도 그 방향은 여러 사회운동 주체들과 함께 하는 혁신된 노동조합운동일 것이다. 100일이 넘게 버텨왔지만 어떤 문제 하나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비정규직 지회가 어떤 이유에서 외롭고 처절한 고공농성투쟁에 내몰리게 되었는지를 객관화해서 그 원인을 찾아내야한다. 그리고 이를 타개하기 위해 정규직비정규직 공동투쟁의 조건을 새롭게 구성해낼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가능하면 지금 현재 지회가 처한 곤란의 해결책은 순식간에 출현할 것이다. 왜냐하면 지금 현재 비정규직 노동자 운동은 노동조합운동의 새로운 주체를 형성하는 투쟁임과 동시에 노동자의 계급적 단결을 도모하고 노동자들 사이의 민주주의를 강화하는 형태로서 노동조합운동의 복원이라는 차원에 있기 때문이다. GM대우 비정규직 해고자들의 헌신적으로 투쟁해온 덕에 미미하게나마 인천지역에서 노동자운동의 복원이라는 중요한 열쇠고리를 스스로 쥐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도 원하청 노동자들의 공동투쟁이 절실하다. 고공농성 100일을 넘긴 시점에서 다시한번 공동투쟁의 원칙을 재확인하고 그 조건과 가능성을 분석하는데 수많은 운동주체들이 한목소리를 내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지난 대선에 이어 얼마 전 펼쳐진 총선에서도 이명박과 한나라당이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었다. 집권 초기 여러 악재에도 불구하고 총선에서 과반 의석을 확보한 이명박 정권은 ‘성장을 통한 분배’라는 우파적 교리를 설파하며 친재벌반노동 정책을 노골화하고 있다. 반면 민중운동을 정치적으로 대표한 민주노동당은 대선 참패에 이어 분열함으로써 이번 총선에서도 유의미한 정치세력으로 발돋움하는 데 실패했다. 이미 한국사회에는 마르크스가 말한 ‘상대적 과잉인구’가 광범위하게 형성되어 있고 저임금고강도장시간 노동의 악순환 역시 지속되고 있다. 또 가족학교청년의 위기, 취업노동자와 실업노동자의 분할은 육체노동자와 지식노동자의 분할과 더불어 노동자계급의 분할을 한층 더 심화하고 있다. 미국 발 세계 경제위기가 현실화되는 상황, 특히 개인의 권리를 위한 집단적 운동이 위기에 빠지고, 사회적 갈등의 대의 과정인 현존 정치제도 역시 심각한 위기에 봉착한 상황에서, 민중운동의 무기력은 정확히 계급 형성의 위기를 지칭하는 것이며, 이는 곧 사회적 위기의 심화를 의미한다. 현재의 사태에 대한 한층 엄중한 상황 인식 속에서 민중운동의 새로운 출발을 위해 단호한 각오를 다져야 할 시점이다. 이에 이 글에서는 오늘날 민중운동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주요한 방편으로서 노동자운동의 지역적 실천 전략의 의의를 재확인한 뒤, 서울 지역을 중심으로 노동자운동의 대중적 토대를 강화하기 위한 몇 가지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노동자운동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지역적 실천전략의 모색 오늘날 한국에서 노동자운동의 위기는 변혁 이념이나 대안 전망의 소실과 함께 기존의 노동자 조직이 계급적 대표성을 갖지 못한 채 노동자대중과 괴리되는 ‘계급 형성’의 위기로 볼 수 있다. 이는 노동자운동이 노동자대중의 단결과 연대를 강화하고 계급적 통일성을 강화하기보다는 1987년 투쟁의 성과를 방어유지하는 차원에서 민주노총의 제도화 전략과 민주노동당을 통한 의회주의를 추구한 결과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명박 정권은 대중들, 특히 불안정노동자와 빈곤층의 정서적 반감을 동원하여 대기업 노동조합이나 공공부문 노동자들을 집단 이기주의 세력이나 ‘철밥통’으로 호도하면서 구조조정을 촉진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지난 10년 동안 자기 방어적 실리주의와 허구적 코포라티즘에 매몰되어 자신의 대중적 영향력과 정치적 생명력을 잠식해온 민주노총이 이명박 정권에 맞서 제대로 투쟁하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다른 한편에서 한국진보연대의 출범과 민주노동당의 분열에 따라 민주노총 내부의 갈등과 혼란이 가중될 가능성이 크다. 또 2009년 복수노조의 시행 이후 권력과 자본의 노동운동 분열 책동 등의 변수도 존재한다. 노동조합 운동을 둘러싼 이러한 주객관적인 조건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할 경우 노동자운동은 심각한 몰락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 오늘날 노동자운동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져야한다. 신자유주의로 인한 노동시장노동과정노동력재생산이 불안정해지는 경향의 일반화와 국가와 자본에 의한 노동자 대중의 분할관리에 맞서 어떻게 노동자 내부의 단결을 가능케 할 것인가? 노동자농민빈민 대중의 ‘계급동맹’을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 대중운동 내의 능동적 분파 사이의 연대를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 이러한 맥락에서 사회진보연대는 ‘사회운동 노조주의’, ‘계급 형성적 노동자운동’과 같은 기본적인 노선을 제시하며 노동의 불안정화에 맞서는 주체 형성과 지역에 기반을 둔 실천전략 등을 모색해 왔다. 이중에서도 우리가 노동자운동의 ‘지역’적 실천전략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게 된 배경은 대략 다음과 같다. 첫째, 생산과정 및 재생산과정에서 진행되는 다양한 프롤레타리아화의 계기들 속에서 생산과정에 대한 변혁 뿐 아니라 재생산과정에 대한 변혁 역시 노동자운동의 과제가 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작업장으로 한정되어 규정되고 있는 현장의 개념을 지역으로 확장하는 것이 필요하다. 둘째, 지역은 노동자운동과 사회운동의 연합을 구축하기 위한 일상적인 정치활동의 공간으로서, 공통의 인식과 공동 행동을 가능케 할 현실적 범위 혹은 규모를 의미하며 위로부터의 통합이 아니라 아래로부터의 통합을 중시하는 개념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셋째, 다수의 불안정 노동 층을 조직하기 위한 노동조합의 조직형태이자 활동형태로서 지역을 주목한다. 넷째, 위에서 제시한 흐름들이 작업 현장에서의 전투적 경제주의와 협소한 계급주의에 매몰되는 한편 종파적 대립구도 속에 노동자운동의 이념과 전망에 대한 건강한 토론이 실종된 노동자운동의 전투적 부분들이 정치적 시야를 확장하고 건강한 토론을 복원하기 위한 노력과 결합되어야 한다. 한편, 현재 노동자운동 내에서 지역운동을 강조하는 흐름은, 노동조합이나 진보정당운동 등 기존의 운동질서를 지역을 중심으로 재구성하는 것에 초점을 두는 흐름과 공장에 사회적 의제를 도입하거나 또는 공장을 넘어서는 지역사회에서의 실천을 강조하는 흐름으로 크게 구분될 수 있다. 전자는 주로 산별노조-진보정당으로 구조화된 운동질서의 지역적 확장 계획에 입각해서 자기 운동의 완결성을 보다 공고히 하는 방향으로, 자기 외부의 사회운동과의 결합을 사고하지 못하는 맹점을 갖는다(중앙으로부터 내려온 지침을 수행하되 중앙권력의 부분적 이양을 통해 관료화를 차단하는 효과로서 ‘지역’을 강조하는 편향). 후자의 경우 노동자운동이 노동 관련 이슈 이외에 여타 운동 의제에 착목하거나 또는 노동조합 운동의 확장을 위해 지역사회를 활용해야 한다는 인식에 머물고 있다(‘현장’과 ‘지역’의 부당 대립). 이상 양자는 공히 노동조합 스스로가 사회운동의 기관으로 자기 전화되는 것이 지역운동을 확장하는 데 있어서 핵심적 요소라는 점을 인식하지 못하는 맹목을 드러낸다. 미조직비정규직 노동자 전략조직화 사업을 혁신하자 역사적 경험에 비추어 볼 때, 노동자운동의 이념노선 혁신과 새로운 주체 형성, 새로운 조직 건설 과정은 ▲급진적 이념의 수용 ▲미조직 노동자들의 진출 ▲새로운 조직형태를 통한 계급적 단결의 확대 ▲이와 병행하는 현장의 강화와 같은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현재 민주노총서울본부를 중심으로 서울 지역에서 펼쳐지고 있는 미조직비정규직 노동자 전략조직화(이하 ‘전략조직화’) 사업을 평가하면서 노동자운동의 진전을 위한 몇 가지 쟁점을 추출하자. 민주노총은 조직률 저하와 계급 대표성 및 사회적 영향력의 감퇴라는 조건을 인식하고 2003년부터 5대 부문(공공부문, 유통부문, 사내하청, 건설일용, 특수고용)에 대한 전략조직화 사업을 시작했고, 2005년부터는 대의원대회 공식 결의로 기금모금을 진행하고 조직활동가를 양성배치해 왔다. 이에 민주노총서울본부는 지난 몇 년 간 핵심 사업기조로 전략조직화 사업을 설정하고, 서울지역 조직화사업 총괄단위로서 서울지역전략조직화사업단과 본부 비정규사업의 주요 주체로서 서울비정규연대회의를 주축으로 사업을 진행해왔다. 민주노동당서울시당과 지역 사회운동들이 함께 구성한 서울지역전략조직화사업단의 경우, 서울시 공공부문지자체 비정규 대책 사업을 6개 지구협의회 공동으로 진행하였으며, 소지역(지구협의회) 별로는 서부(여의도), 남부(IT), 남동(유통물류), 중부(공공부문), 동부(성동구청비정규직) 등에서 지역 특색에 따른 전략조직화 사업을 추진하였다. 또 지역 산업별로는 서비스연맹(까르푸뉴코아이랜드 유통 3사), 공공노조(간병인학교비정규직), 사무(텔레마케터) 등에서 전략조직화 사업이 전개되어 왔고, 내외곽에 생활임금운동기획단, 비정규영세사업장노동조건개선을위한노동조합모임, 민주노동당비정규센터, 시설청소용역노동자인권위실태조사사업 등이 중층적으로 배치되었다. 다른 한편에서는 미조직비정규 활동 주체 발굴과 조직혁신이라는 목표 하에 서비연을 통한 비정규 주체 강화와 활동가 양성 프로그램, 조직활동가 학교, 미조직비정규 조직역량 강화 교육, 전략조직화사업과 연계된 현장활동가학교 등을 계획하였다. (민주노총서울본부, 「13년차 정기 대의원대회 자료집」, 2008.) 이렇듯 서울에서는 지난 수년간 전략조직화사업의 의의가 노동조합의 틀을 뛰어 넘어 지역 사회운동들로 폭넓게 전파, 구체화되면서 상당한 성과를 쟁취하고 있다. 그러나 전략조직화 사업이 어느 정도 안착화한 지금 다음과 같은 몇 가지 비판적 평가가 제기되고 있다. 우선, ‘조직화’라는 애초의 목표에 걸맞게 조직의 확대를 위해 ‘활동 자원’을 제대로 집중하고 있는가라는 문제제기가 있다. 이는 곧 활동 역량을 목적의식적으로 배치하는 한편 사업을 보다 체계적안정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조직을 정비하는 계획으로 연결되고 있다. 그러나 전략조직화 사업이 단순히 조직 확대를 최선의 목표로 설정하는 것이 아니라면 이러한 평가는 다분히 현상적이다. 그렇다면 전략조직화 대상 선정에서부터 대상에 대한 분석, 조직화 방식, 활동가들의 배치 형태에 대한 면밀한 계획 수립 등 ‘전략’을 심도 깊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관점은 조직화가 궁극적 목표가 아니라 오히려 출발점임을 강조한다. 즉, 조직화 이후에 발생 가능한 여러 가지 문제들, 가령 관련 정규직 노조와의 관계 설정 문제, 투쟁 발생 시 적절한 지원 체계 수립의 문제, 자본과 국가가 추진하는 제도정책상의 변화에 대한 대응 방식 등을 충분히 염두에 두어야 한다. 나아가 전략조직화 사업을 통해 새롭게 조직되는 운동주체들이 자신의 현안과 사업장에 안주하는 것이 아닌 미조직 노동자들을 조직하는 주체로 다시 서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내야 한다. 즉, 전략조직화 사업이 신규-조직화에만 지나치게 치중한 나머지 기-조직된 노동자들에 대한 일상적 교육과 활동의 경험을 제공하지 못하는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조직 유지관리나 단위사업장 현안 위주의 기존 노동조합 활동 관행을 넘어서 새로운 조직문화를 창출해야 한다. 이는 임단투로 대표되는 노동조합의 활동 방식과 기업별산업별 조직 구조를 변화시키고, 노동조합의 체계로 포괄되지 않았던 주체들, 가령 노동-빈민이나 여성노동자이주노동자 등 새로운 계급 주체 형성을 위한 시도가 적극적으로 시도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동시에 이러한 과정이 지역 연대운동으로 발전하며 노동자운동이 대중적 토대를 강화해야 한다. 임단투를 변화시키자 먼저, 현재 대다수 노동조합 활동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임단투의 변화를 적극적으로 시도해야 한다. 장기화된 경제위기 하에서 임금과 사내 복지를 주요 의제로 하는 노동조합의 자기 방어적 실리주의가 강화되는 가운데, 사업주의 지불능력에 따라 대기업 노동자와 중소영세기업 노동자 사이의 임금 격차는 더욱 확대되고 있고, 심지어 정규직 노동자들이 고용안정의 안전판으로 비정규직을 묵인하는 경우도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민주노총은 임단협에서 비정규직 차별철폐정규직화 요구를 결합하거나 또는 산별교섭에서 비정규직의 요구를 포괄하는 방식으로 투쟁을 전개해왔다. 그 결과 비정규직 사용제한과 부분적인 정규직화, 처우개선과 같은 일부 요구를 쟁취하고 있지만 여전히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는 해소되지 않고 있으며 비정규직의 비율은 오히려 확대되고 있다. 이는 정규직화가 주로 임시계약직(직접고용) 노동자에게 집중되어 있고 소수 인원으로 제한되어 있기 때문이다. 아웃소싱외주화분사 등 간접고용화가 상시적으로 진행되는 상황에서 직접고용 중심의 소수 인원의 정규직화로는 비정규직화 경향을 막아내기에 분명 한계가 있다. 특히 2007년 7월부터 시행된 비정규악법에 따라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계약해지와 외주화가 광범위하게 진행됨에 따라 간접고용 노동자는 더욱 확대되는 양상이며 무기계약, 하위직급 방식의 정규직화 등 ‘중규직’이 양산되고 있다. 한편, 비정규직 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되고 투쟁의 당위성이 인정되고 상급단위의 지침이 존재하여 비정규직 관련 요구가 임단협의 주요 의제로 상정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나, 조합원의 동의를 이끌어낼 수 있고 사용자가 용인하는 수준에서 ‘의무방어’ 형태로 종결되는 것이 대부분의 현실이다. 다른 한편으로, 상당수 정규직 사업장에서 직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의 처우개선사용제한정규직화 등에서 성과를 거두고 있는 반면 파견이나 용역 노동자와 같은 간접고용 노동자에 대한 인식은 현저히 부족한 상황이다. 무엇보다 정규직 노조가 비정규직 노동자를 투쟁의 주체로 세워내지 못하고 비정규직의 요구를 대리 교섭하는 경향이 제대로 극복되지 못하고 있다. 대리 교섭 방식의 임단협은 결국 비정규직을 의존적 존재로 만듦으로써 오히려 그들의 주체적 활동에 걸림돌로 작용할 우려마저 크다. 따라서 다음과 같은 방향으로 임단협 투쟁의 변화를 추진해야 한다. 첫째, 임금격차를 실질적으로 해소하기 위해 ‘상박하후’(bottom up) 전략에 따라 최소한 정율 인상 나아가 정액 인상 원칙을 수립해야 한다. 둘째, 비정규직의 주체화를 위해 정규직-비정규직 간에 공동임단협 체계를 구성하고 공동요구공동교섭공동타결을 모색실천해야 한다. 셋째, 원청의 사용자 책임 인정과 교섭 성사를 위해 원하청 공동 투쟁을 적극 전개해야 한다. 넷째, 정규직 노동조합은 비정규직 조직화를 위한 유리한 조건과 환경을 확보하고 임단협 과정에 비정규직을 참여시키고 그 과정에서 비정규직 주체를 육성, 발굴함으로써 노동조합 건설을 지원해야 한다(임단협 중심요구로 비정규직 노조 가입결성에 따른 불이익 처분 금지, 비정규직 고용 보장, 노동조합 활동 보장 등을 고려할 수 있다). 끝으로, 비정규직 문제를 당위나 원칙의 문제 또는 산별 건설이나 법제도 개선을 통해서나 해결할 수 있는 먼 미래의 문제로 사고하는 경향을 극복하고 노동조합의 일상 활동 속에서 교육선전을 강화함으로써 정규직비정규직 공동투쟁을 위한 대중적 지지 기반을 형성해야 한다. (김진억, 「비정규 임단협 투쟁의 원칙과 노조의 대응 사례」, 민주노총서울본부 『비정규법에 대응하는 2008년 임단협 준비와 비정규직없는 사업장 만들기』 자료집, 2008.) 산별시대를 맞이하여 노동자운동의 새로운 조직형태를 고민하자 다음으로, 산별시대를 맞이하여 산별노조라는 대안을 상대화하며 새로운 계급주체의 형성을 위한 방안을 현실화해야 하는 동시에 산별노조의 건설이 이러한 방향에 일조할 수 있도록 개입해야 한다. 미조직비정규 노동자의 조직화를 위해서 초기업적 노동조합 활동이 필요하다는 지적은 많지만, 현재 진행 중인 산별노조 건설 과정은 조직된 정규직 노동자의 이해에 좌우되고 있을뿐더러 미조직비정규 노동자들의 진출이 새로운 흐름을 출현시킬 만큼 폭발적이지도 않다. 현재와 같은 추세라면, 산별노조는 기업별 노조의 연합체로서 연맹을 결성하는 수준에 머무르거나, 산별노조의 수직적 체계가 현장운동의 활성화를 가로막으며 강력한 힘을 발휘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이미 조직된 산별노조에서는 업종별조직을 최대한 상대화하고 지역 중심의 수평적 조직구조를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며 현장의 활동이 최대한 보장될 수 있는 조직구조가 마련되어야 한다. 또한 기업별노조 체계로 포괄할 수 없었던 미조직비정규 노동자 조직화 사례가 현실적으로도 산별노조 건설 과정보다는 지역일반노조 운동이나 일반노조적 운동을 지향했던 지역산별노조 운동 과정에서 발견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지역을 매개로 산별노조 건설과 지역일반노조 운동이 수렴하는 방안을 탐색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지역일반노조나 지역산별노조가 직면했던 나름의 한계들을 충분히 고려하는 가운데, 그 모범을 전진적으로 종합하려는 시도가 병행되어야 한다. 지역일반노조의 경우, ‘노동자는 하나다’라는 이념적 지향을 표방하며 노동자대중의 분할과 관성화된 노조 활동 패턴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적인 조직형태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산별노조와 조직구획이 중첩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며, 내적으로도 조합원의 능동적인 주체화와 지역 사회운동과의 연대를 강화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광주시청비정규직 투쟁, 보육간병학교비정규직 등으로 주목받고 있는 지역공공서비스노조의 경우, 산별노조 건설을 예비하는 가운데 연맹 소속 정규직 노조나 연맹조직 체계를 통한 지원이 용이하다는 강점이 있다. 그러나 지역적 형태의 조직에 걸맞은 지역기반의 공동투쟁과 활동의 부족으로 말미암아 여전히 사업장별로 운영되는 한계가 남아있다. 이와 관련하여 금속노조서울남부지회의 경험은 하나의 참조점이 될 수 있다. 지역에서 장기간에 걸쳐 형성된 사회운동들의 연대운동 기풍, 특히 중소영세사업장 밀집 지역으로서 노동조합 간의 연대가 사활적일 수밖에 없었던 역사적 조건들이 오늘날에도 이 지역에서 중소영세비정규직 노동자 조직화와 지속적인 노동조합 활동, 이를 넘어서는 정치활동을 강화하는 기반이 되고 있다. (그러나 이 역시 산업재배치와 노동력 인구 구성의 변화(청년 세대와 이주노동자의 급속한 유입)와 같은 문제에 직면하여 새로운 대안을 모색해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 이상을 종합할 때, 산별노조 시대를 맞이하여 노동자운동의 새로운 흐름을 창출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우선 신규 조직화와 현장투쟁의 승리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안정적인 일상 활동과 활동가 양성, 사회운동적 과제의 실천을 통한 조합원들의 지속적인 성장과 이에 바탕을 둔 노조의 강화다. 이를 위해서는 조합원 조직화는 물론이고 현장 활동가 육성과 지역에서 사회운동과의 전략적인 수준의 연대 혹은 융합이 이러한 운동에서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 또한 산별노조로의 재편 과정에서 지역 기반 노조의 흐름이 유실되지 않기 위해서는 산별의 구획을 넘는 운동의 흐름을 창출하는 것이 중요하다. 민주노총지역본부가 지역 내의 산별지부들과 사회운동단위들의 연대의 구심으로 기능할 수 있어야 하며 일반노조의 문제의식은 이러한 점에서 적극 참고할 필요가 있다. 노동-빈민의 문제와 재생산의 권리를 노동자운동의 중심 과제로 설정하자 노동-빈민의 문제에 적극 주목함으로써 노동자운동이 노동자대중의 ‘궁핍화’와 관련한 쟁점을 적극적으로 제기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기존 민중운동 체계 내에서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형성된 노동운동과 도시철거민노점상을 중심으로 형성된 도시빈민운동이 서로의 구분선을 뛰어 넘어 저임금주거권기초생활권과 같은 현안에 긴밀히 대응하면서 운동을 형성해야 한다. 당면해서, ‘적정생계비와 임금 실현을 위한 실태 조사’ 사업을 계기로 노동자의 구체적인 상태를 파악하고 이를 매개로 저임금 노동자를 적극적으로 조직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현재 최저생계비 기준선은 한국사회 빈곤 지표의 기준선이 되고 있으며, 각종 사회복지 급여의 기준선으로 작동하고 있다. 따라서 최저생계비 지표를 현실화하고 최저생계비 기준선을 끌어올리는 것은 저임금비정규노동자를 포함한 빈곤층의 삶의 지표를 끌어올리는 문제와 직결된다. 하반기에 이어질 기초생활보장법 개정과 최저생계비 현실화 투쟁의 전초전으로서 실태조사 사업을 서울 지역에서 전개하자.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최저임금 현실화를 위한 여러 가지 실천을 모색할 수 있다. 2007년 기준으로 최저임금은 시급 3,480원(주 40시간 기준 72만7320원)인데, 정부 계측에 따르면 전체 노동자 대비 11.9%에 해당하는 178만4천명이 최저임금 수준을 적용받고 있다. 매년 최저임금을 적용받는 노동자의 규모가 증가하는 가운데, 이들은 저임금뿐만 아니라 불안정한 고용상태와 열악한 노동조건(퇴직금, 상여금, 사회보험 등에서의 배제)으로 인해 이중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게다가 최근 정부가 주도하고 있는 일자리 창출 계획은 주로 여성고령자장애인 등을 대상으로 그동안 비공식부문에 머물렀던 영역을 제도화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는데, 이러한 일자리들은 대개 저임금과 극도로 열악한 노동조건을 강요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민주노총 중심의 노동자운동은 이들 노동자들을 운동의 중심으로 세우기 힘든 객관적인 조건에 처해 있다. 실업반(半)실업 노동자를 포괄하는 단협 및 투쟁에 대한 전략 변화가 수반되어야 한다. 당장은 빈곤철폐생활임금쟁취를 위한 직접행동을 기점으로 저임금불안정 노동의 실상을 폭로하고 지역에서 이들의 목소리를 조직하여 최저임금 현실화 투쟁을 위한 계기를 마련하도록 하자. 또한 서울시가 추진 중인 신개발 정책으로 인해 생존권과 주거권을 박탈당하고 있는 노점상철거민노숙인과 연대해야 한다. 빈민현장활동과 같은 계기를 통해, 노점시범거리 조성과 같은 서울시 노점대책의 모순을 폭로하는 한편 뉴타운개발한강르네상스프로젝트서울도시균형발전 정책에 맞서 철거민투쟁과 주거권 운동을 적극 전개해야 한다. 또 ‘시장기능을 활용한 서민생활안정’이라는 목표 하에 이명박 정부가 핵심과제로 내세우고 있는 국민-기초연금통합, ‘지속가능한 의료보장체계 구축’, ‘지분형 분양주택’, ‘수요자 중심의 보육정책개편’ 등 시장 친화적 복지 정책의 모순과 기만을 적극 폭로해야 한다. 한편 광역기초단체들은 2007년 하반기부터 ‘지역사회서비스혁신사업’ 이라는 명목으로 간병(노인산모 도우미), 보육(아동방과후교실), 장애인활동보조 등의 사회서비스와 과거 공공근로와 유사한 일자리 마련 사업들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추진되고 있는 사회서비스 제도는 사회서비스의 시장화를 근간으로 주로 여성저임금불안정 노동에 의존하고 있다. 이는 사회서비스에 대한 보편적 접근권을 박탈하여 이용자의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할 뿐 아니라 저임금의 열악한 일자리를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특히 사회서비스는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제공, 이용되고 앞으로도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제도화될 것으로 예상되는바, 이용자인 지역주민과 참여자인 종사노동자들의 고민과 요구를 지역에서 조직하는 활동이 요구되고 있다. 이러한 운동 과정을 통해 노동-빈민이 안정적인 고용과 생활소득을 보장받을 수 있는 사회적 기반을 만들어나가는 동시에, 비용 부담이나 제도상의 제한으로 인해 교육의료주거간병보육 등 재생산에 필수적인 사회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일체의 장애가 없도록 공적 기반을 쟁취해 나가야 한다. 차별철폐대행진의 성과를 이어 서울 지역 연대운동의 흐름을 만들자 미조직비정규 전략조직화 사업은 물론 노동조합과 진보정당 및 여타 사회운동의 지역적 연대 전략과 관련하여, 뉴코아-이랜드 노동조합 투쟁의 교훈을 갈무리해야 한다. 주지하다시피, 서울 지역에서 뉴코아-이랜드 투쟁이 촉발되기까지에는 민주노총서울본부가 공공노조서울본부, 민주노동당서울시당, 서울 지역 사회단체와 함께 유통 공공 부문을 중심으로 1-2년간 꾸준히 전략조직화 사업을 전개한 것이 큰 힘이 되었다. 가령 북부 지역의 경우 사회단체들이 유기적으로 결합하여 선전조직화 사업을 수행하였으며, 서부 지역의 경우 민주노동당지역위원회가 중심이 되어 투쟁지원대책위를 구성하였다. 특히 뉴코아-이랜드 노동조합의 파업 투쟁 과정에서 노동조합 스스로가 폐쇄적 구조를 지양하고 연대 단체에 개방적인 태도를 유지한 점을 중요한 교훈으로 새겨야 한다. 파업 전술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노동조합이 투쟁에 결합한 모든 연대단체들의 발언을 경청한 것은 유례가 없는 사례일뿐더러, 연대단체들로 하여금 책임 있는 결합을 가능케 한 원동력이 되었다. 이처럼 뉴코아-이랜드 노조 투쟁은 전략조직화 사업의 성과를 반영하는 동시에 노동조합과 진보정당 및 사회단체가 지역적 실천전략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노조, 당, 단체를 망라한 지역 연대 운동의 전범으로 평가되어야 한다. 같은 맥락에서 우리는 차별철폐대행진을 시작으로 서울 지역에서 노동자운동의 연대 흐름이 형성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자 한다. 올해로 5회째를 맞은 차별철폐대행진은 비정규직저임금빈곤공공성 등의 의제를 중심으로 지역별 연대운동을 활성화는 계기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노동조합, 진보정당, 사회단체들이 지역운동을 매개로 공동의 기획실행 과정을 통해 관성화고착화된 활동 패턴을 지양하는 데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또한 노동-빈민과 같이 기존의 노동조합 체계에 포괄되지 못했던 주체를 지역운동의 자장(磁場)으로 유입하고 여성노동자나 이주노동자의 문제를 사회적으로 부각시키는 데에도 일조하고 있다. 차별철폐대행진이 단발성 캠페인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서울 지역에서 한해를 관통하는 운동 흐름을 지속적으로 창출해야 한다. 우선 여러 난점들이 존재하지만, 뉴코아-이랜드, 코스콤 노조 투쟁 승리를 위해 투쟁 대오를 재구축하는 것으로 시작하자. 공공부문 구조조정, 공공부문 비정규 종합대책, 비정규악법 확대 적용(2008년 7월부터 100인 이상 300인 미만 중소영세사업장까지 적용)에 따른 투쟁이 빈번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이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투쟁주체를 형성할 있도록 준비하자. 이 과정에서 비정규장기투쟁사업장중소영세사업장간접고용사업장의 공동 대응을 활성화하면서 비정규악법폐기 및 재개정 투쟁을 적극 전개하도록 한다. 이러한 흐름을 최저생계비최저임금 현실화와 생활임금 쟁취 투쟁, 기초생활보장제도 개선 투쟁과 연결하자. 또 학교비정규직 조직화 사례 청년 노동자 조직화를 염두에 두고 학생운동과의 지역적 연대를 적극 모색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노동자운동의 새로운 주체 형성과 활동가 양성을 위해 지역 차원에서 공동으로 프로그램을 마련할 수도 있다. 사회운동포럼의 성과로 결성된 여성운동네트워크(준) 사업과 노동운동포럼을 발전시켜 노동자운동의 혁신군을 창출하기 위한 기틀을 다지자. 동시에 노동자운동의 새로운 주체 형성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교육사업의 중요성이 강조될 필요가 있는데, 서울 지역에서 ‘초정파’적인 노동자학교를 기획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국제주의’, ‘페미니즘’ 등 노동자운동의 이념 노선적 혁신을 위해 필수적인 요소들을 함께 고민하고 학습하자. 한편 한국진보연대의 출범과 함께 서울민중연대를 중심으로 한 (2006-07년 한미FTA-평택미군기지 대응 투쟁과 같은) 서울지역 연대운동의 동력이 상실되었는데, 이를 극복할 방안을 시급히 모색해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민주노동당의 분열은 상호 경쟁하는 정당들에 의한 노동조합의 분할과 동원을 불러올 가능성이 농후한데, 지역적 수준에서 노동자운동의 통합과 혁신을 추구함으로써 정당의 사회운동적 경향과 통합을 역으로 추구해야 한다. 다른 한편으로 사회운동포럼을 서울 지역 사회운동의 네트워크로 발전시키기 위한 다양한 경로를 탐색해야 한다. 중장기적으로는 산별-복수노조 시대를 대비하여 지역적 수준에서 대중적 토대를 갖춘 노동자운동의 혁신군을 형성해야 한다.
사회화와 노동 특별호 2008년 2호입니다. 5월 22일 농민집회, 5월 24일 민주노총 집회용입니다. 1면- 광우병 쇠고기 수입 저지하고 한미 FTA 국회비준을 막자! 2면- 상수도 민영화는 물 재앙으로 이어진다. 물산업지원법안 반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