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발효 1년을 맞이하여 지난 3월 15일로 한미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된 지 1년이 지났다. 14일 정부가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한미 FTA 발효 1년간 주요 성과」에 따르면 “한미 FTA가 어려운 대외여건 속에서 우리 경제가 비교적 양호한 실적을 거두는데 기여했다”고 한다. 지난 1년 사이 대미 수출이 전년 동기보다 1.4% 증가한 반면 수입은 9.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무역수지 흑자폭이 전년 동기 대비 26.6% 급증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진보진영에서 적절히 꼬집고 있듯이 이번 정부 발표는 ‘미국시장의 여건변화나 다른 국가의 수출증가를 고려하지 않고 한국 대미무역의 절대적 변화만을 부풀린’ 자의적 평가에 가깝다. 한미 FTA가 발효된 지 1년 만에 그 효과를 통계적으로 검증하는 것이 불가능할뿐더러 불필요하다는 여러 전문가들의 지적을 감안하면, 정부의 발표는 자신의 ‘치적’을 과장해서 홍보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일종의 ‘무리수’라 하겠다. 사실 정부는 발효된 FTA에 대한 평가를 체결 상대국과의 교역 또는 수출-수입 증감 등으로 실증하기도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FTA를 통한 제도 선진화가 생산성의 증가를 가져온다는 점에서 ‘보이지 않는’ 이점이 있다고 주장한다. 정부와 자유무역론자들은 FTA가 단순한 수출 증대, 투자 확대 효과 외에도 통상 및 경제제도 선진화를 촉진해 그에 따른 경제적 이익을 확대한다고 주장해왔다. 즉, 한미 FTA의 진정한 효과는 장기간에 걸친 제도 변화로 서서히 나타난다는 뜻인데, 이를 뒤집어보면 한미FTA의 진정한 문제점도 아직 채 드러나지 않았다는 말이 된다. 한국은 FTA를 왜 추진했나 정부의 자유무역론은 무역의존도가 대단히 높은 ‘소규모 개방경제’로서 한국경제의 활로는 오직 수출경쟁력의 확보와 세계경제의 분업화 추세에 적응하는 것밖에 없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1997-98년 외환위기·경제위기 이후 신자유주의적 정책개혁에 따라 신흥시장으로 변모한 한국경제는 초민족자본에 의한 국민경제의 지배와 국부유출, 국내자본의 해외도피와 같은 문제가 일상화되었다. 또한 구조조정과 평가절하를 통해 수출경쟁력을 회복하여 무역흑자를 축적할 수 있었지만 이는 노동력 신축화와 수출-재벌 구조의 강화로 귀결되었다. 그런데 금융자유화에 따라 초민족자본의 증권투자가 확대되면서 원화의 평가절상 압력이 커져 원화의 가치를 낮추어 수출경쟁력을 확보하는 데에는 일정한 한계가 있었으므로 역대 정부는 FTA를 추진했다. 김대중 정부는 세계적인 지역주의 확산으로 인한 대외 수출 여건의 악화를 방지하는 동시에 외국인 직접투자 유치를 확대하기 위한 제도적 수단으로 FTA를 사고했다. 노무현 정부는 ‘선진형 통상국가론’에 따라 ‘동시다발적 FTA 전략’을 수립했다. 특히 노무현 정부는 ‘한미동맹 현대화’의 맥락에서 한미 FTA를 체결함으로써 미국과의 경제적 동맹 외에도 정치·군사적 동맹의 강화라는 전략적 목표를 추구했다. 이명박 정부는 이러한 역대 정부의 기조를 계승하면서 미국, EU와 같은 거대경제권 외에도 자원부국, 동북아 국가, 대륙별 거점 국가와 FTA를 체결함으로써 자유무역의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FTA 글로벌 네트워크’ 구상을 추진했다. 그 결과 2012년 말 현재 한국의 FTA 추진 현황을 살피면, 발효(8건, 45개국), 타결(2건, 2개국), 협상진행(6건, 16개국), 협상재개 여건조성(5건, 10개국), 협상준비 또는 공동연구(4건, 11개국)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정부의 자화자찬대로 가히 FTA 선진국이라 할 만하다. FTA의 파괴적 효과 한미 FTA를 정점으로 하는 한국의 FTA 추진 전략은 단순히 재화의 원활한 거래뿐 아니라, 자본 및 노동과 같은 생산요소와 서비스의 이동성을 제고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적 노력을 포괄한다는 점에서 곧 세계화의 심화와 가속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서, 상품분야의 관세철폐뿐만 아니라 투자, 서비스, 정부조달, 지적재산권, 기술표준 등을 세계무역기구(WTO)의 관련 기준과 일치시키는 과정을 포함하는 것이다. 이는 협상 상대국(선진국)의 기준이나 요구를 수용하는 방식으로 ‘글로벌 스탠더드’를 사회 전반에 도입하여 한국경제의 제도 전반을 변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 결과는 사뭇 파괴적으로 드러날 것이다. 첫째, FTA를 통한 금융 및 투자 자유화 확대는 한국경제의 성장·고용에 긍정적 효과를 낳기보다는 국부유출 및 자본도피 경향을 강화할 우려가 크다. 세계 금융위기 이후 오히려 금융세계화 기조를 유지·강화하는 한국의 FTA 전략은 한국경제의 불안정성과 금융위기 가능성을 한층 높인다. 둘째, FTA를 통한 무역자유화의 확대는 수출-재벌 주도의 세계화를 가속화한다. 수출-재벌과 국민경제의 괴리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FTA가 발효될 경우 한국경제의 성장, 고용에 긍정적 효과를 미친다는 정부의 주장은 신빙성이 떨어진다. 셋째, 초민족적 농기업의 농업지배를 촉진하는 농산품 개방으로 인한 농업붕괴와 환경파괴, 초민족적 제약회사·보험회사의 이해를 보장하는 보건의료 개방으로 인한 영리병원 도입과 의약품 접근권 제한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 [%=사진1%] 한미FTA를 발판 삼아 TPP로 도약하려는 미국 문제는 이로 그치지 않는다. 미국이 ‘21세기 신무역협정’의 전범으로 사고하는 한미 FTA를 발판 삼아 환태평양경제파트너십(TPP)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오바마 정부는 집권 2기를 맞아 자신의 ‘태평양으로의 선회’(pivot to the Pacific) 노선을 다시 한 번 확고히 천명한 상태다. 오바마 정부의 아시아·태평양 중시 전략은, 지정학적인 측면에서 서아시아의 석유달러 환류보다 동아시아의 수출달러 환류의 전략적 중요성이 제고됨에 따라 동아시아에 대한 미국의 재관여·재균형 정책으로 구체화되고 있다. 오바마 정부의 아시아·태평양 중시 전략은 특히 미국의 경제위기와 밀접히 연관된다. 오바마 정부는 무역적자 및 대외부채 축소를 목표로 국가수출확대정책(NEI)과 같은 수출장려 정책과 무역흑자국에 대한 환율절상 압력, 그리고 TPP와 같은 다자 지역무역협정을 강조하고 있다. 이중에서 다자 지역무역협정은 아시아‧태평양지역 국가들에 대한 경제협력 강화와 더불어 역내에서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기 위한 통상압력 강화라는 이중적 목적을 지니고 있다. 수출달러 환류라는 경제적 이해를 공유하면서도 동아시아에서 자국의 헤게모니를 강화하려는 미중 양국 간 갈등을 배경으로, 한미일 군사동맹 재편·강화, 중일 영토분쟁,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제고 등 정치·군사적 분쟁이 복합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현재 오바마 정부는 2013년 APEC에서 TPP 협상 타결을 목표로 삼고 있는데, 진정한 ‘아시아·태평양 경제공동체’의 완성을 위해서는 일본과 한국이 TPP에 참여하는 것이 결정적이기 때문에 일본 아베 정부에 이어 한국 박근혜 정부에 TPP 참여를 강력 권유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시되고 있다. 과거 한미 FTA가 노무현 정부 시절 한미동맹 현대화의 맥락에서 추진되고 이명박 정부 시절 천안함·연평도 사태를 계기로 최종 타결되었음을 상기할 때, 최근 ‘북핵 문제’와 연계해 미국이 조만간 박근혜 정부에 TPP 참여를 강력 권유할 것으로 예상된다. 무기력에 빠진 사회운동 그러나 한미 FTA 국회 비준 및 발효 이후 정부의 FTA 글로벌 네트워크 전략에 대한 사회운동의 대응은 거의 전무한 상태다. 현재 한미FTA저지범국민운동본부(이하 범국본) 소속 단체들의 경우 농산물 개방으로 피해가 예상되는 농민 부문을 제외하고 뚜렷한 흐름이 없다. 2011년 11월 한미 FTA 국회 비준 이후 2012년 3월 발효 시기까지 범국본은 ‘날치기 한나라당/새누리당’ 규탄을 기조로 야권과 공조하여 촛불집회 등을 개최했다. 또 2012년 4월 미국에서 6년 만에 광우병이 발생하자 5월 초 ‘광우병 쇠고기’를 쟁점으로 삼아 대중시위를 개최하였으나 2008년과 같은 파고를 그리지는 못했다. 범국본은 2012년 5월 한중 FTA 협상 개시 선언 이후에는 ‘한중 FTA 저지’를 범국본 의제에 포함하고, 이후 농민단체를 중심으로 중국산 농산품 개방에 대응했다. 그러나 한미 FTA 비준 이후 대중 동력이 소진되고, 또 총선에서 야권연대가 패배함에 따라 ‘폐기와 재협상’을 기조로 하는 범국본의 대응 논리도 난관에 봉착했다. 현재 범국본은 예년의 기조를 이어가면서, ▲한미 FTA 발효 1년 여론 환기 사업 ▲한중 FTA 협상 모니터링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 동향 대응 ▲론스타 ISD 제소 대응 등을 주요 과제로 설정한 상태다. 그런데 정부가 ‘FTA 글로벌 네트워크’를 계속해서 추진하는 상황에서 개별 FTA에 일일이, 부문별 피해를 종합하는 방식으로 대응하는 것은 한계가 자명하다. 동시다발적으로 FTA가 추진되는 상황에서, 물리적인 힘도 부족할뿐더러, 국가 간 통상 문제를 넘어선 FTA 글로벌 네트워크의 효과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의 FTA 추진 전략이 단순한 국가 간 통상 문제로 국한되지 않는다면, 특히 미국이 경제위기에 대한 ‘플랜 B’로 추진하는 ‘태평양으로의 선회’에 주목하면서, 한미 FTA에 후속하는 TPP에 대한 대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한미동맹 기조 하에서 전개될 박근혜 정부의 통상·안보 정책을 비판하면서 동아시아 역내 자유무역협정 추진과 군사적 긴장 고조에 대한 사회운동의 대안을 동시에 제기할 수 있어야 한다. 사회운동,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첫째, 최근 한중일 FTA,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협상이 개시된 것을 비롯하여 정부의 ‘FTA 글로벌 네트워크 전략’이 계속해서 추진되고 있으므로 범국본은 의제를 확대해서 FTA에 포괄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범국본은 한미 FTA, 한EU FTA, 한중 FTA 등 주요 FTA가 쟁점화되는 시기에 개별 FTA 대응을 중심으로 활동을 전개했다. 특히 정부의 글로벌 FTA 전략의 중핵을 이루는 한미 FTA 체결 저지를 중심에 두고 활동했다. 그런데 한미 FTA 발효 이후 FTA에 대한 비판 여론과 투쟁 동력이 사그라지면서 정부의 글로벌 FTA 전략도 별 다른 저항 없이 추진되고 있다. 이후 범국본은 개별 FTA 대응을 넘어 정부의 FTA 글로벌 네트워크 전략 전반에 대한 대응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둘째, 자유무역협정에 대한 근본적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그동안 FTA에 대한 찬반 논거는 주로 ‘국익’(무역 이익/손실)이나 부문별 이해득실(피해부문 보상대책)에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FTA는 단지 무역자유화뿐만 아니라 금융자유화와 자본의 소유권을 강화하는 법·제도 개혁을 수반한다. FTA에서 단적으로 드러나는,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따른 민족국가의 변형을 ‘새로운 입헌주의’(new constitutionalism)라고 칭하기도 한다. 기존의 입헌주의가 ‘인간·시민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통치와 공동체의 모든 생활이 헌법에 따라서 영위되어야 한다는 정치원리’를 의미했다면 현재는 헌법·법률이 보장해야 될 대상이 인간·시민이 아니라 자본의 권리이기 때문이다. 이는 미국식 소유권/제도 개념의 일반화를 의미한다. 이런 점에서 FTA 체결·발효에 따른 법·제도 변화에 대한 분석과 비판을 이어나가는 것이 일단 중요하다. 나아가 FTA가 기초하고 있는 비교우위론에 대한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무역에서 ‘불평등교환’이 발생하는 것은 (경제외적 요소를 제외한다면) 국가 간 기술력·생산력 격차에 따라 부등가교환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기술력이나 생산력이 떨어지는 나라는 결국 노동자의 저임금을 바탕으로 수출경쟁력을 높이려고 시도한다. 그 결과 노동자들은 출혈적인 저임금 경쟁, 즉 ‘바닥을 향한 경주’를 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무역에서 부등가교환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기술력이 낮은 국가의 임금 상승을 통해 기술혁신을 추동해야 한다. 저임금 경쟁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국제 노동기준을 상승시키기 위한 노동자 국제연대가 필수적이다. 셋째, 반전평화 운동과의 조직적 연대가 절실하다. FTA는 단순한 외교·통상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군사적 차원의 문제와 긴밀히 연관된다. 한미 FTA는 한미동맹 현대화라는 맥락에서 노무현 정부에서 처음 제기되었고 또 천안함·연평도 사태를 계기로 이명박 정부에서 재협상과 최종 타결이 급물살을 타게 되었다. 현재 일본의 TPP 참여도 센카쿠열도/댜오위다오 영토 분쟁과 맞물려 미일동맹 강화 맥락에서 제기되고 있다. 5월로 예정된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를 전후로 한국의 TPP 참여를 둘러싼 쟁점이 불거질 것으로 예상되는 바, 사회운동은 의식적으로 반전평화 운동과 연계를 강화하면서 힘을 모아야 한다.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는 일체의 시도를 중단하라! 북한이 2월 12일 오전, 3차 핵실험을 진행했다. 풍계리 핵실험장이 위치한 함경북도 길주군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이는 지진파 관측을 통해 핵실험 가능성을 타진하던 언론은, 3시간여가 지나 북한의 조선중앙통신 보도를 통해 핵실험 진행 여부를 공식 확인했다. 북한의 의도 북한이 2월 12일에 핵실험을 단행한 이유는 이튿날 있을 미국 오바마 정부의 2기 첫 국정연설(연두교서) 발표를 노린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의 대외 정책에서 북한과의 협상 문제를 우선순위에 올리기 위한 신호라는 것이다. 오바마 정부는 ‘전략적 인내’라는 이름으로, 북한이 핵 포기로 가는 명확한 태도 변화를 보이지 않는 한 어떠한 협상도 하지 않겠다는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6자회담은 중단된 지 오래고, 최근 한일정보협정을 통해 드러났듯 한미일 삼각동맹, 한국과 일본의 군사력 증강이 가시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북한으로서는 이 상황을 타개할 일종의 ‘활로’가 필요했다. 또 체제 안정화를 위한 포석으로도 보인다. 아직 새로운 지도자의 통치 체제가 안정화되지 못한 상황에서 로켓 발사에 이어 핵실험을 감행해 어린 지도자의 성과를 강조하고, 내부 결속을 다지려는 의도로 보인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번 핵시험은 우주를 정복한 그 정신, 그 기백으로 강성국가건설에 한사람같이 떨쳐나선 우리 군대와 인민의 투쟁을 힘 있게 고무추동’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밝혔다. [%=사진1%] 북한의 전술은 성공할까 결국 북한의 핵실험은 오바마 대통령의 연두교서에 등장했다. 그리고 파괴력에 대한 분석이 분분하긴 하지만 1, 2차 핵실험에 비해 확실히 개선된 핵 능력을 보여주었다. 때문에 북한의 단기적 목적은 달성했다고 볼 수 있다. 한동안의 냉각기를 거치고 나면 이전처럼 대화 테이블이 열리지 않겠냐는 기대가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이것이 북한의 ‘승리’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북한이 궁극적으로 바라는 것은 ‘정상 국가화’, 즉 체제의 안전을 보장받는 것이다. 이를 위해 북한은 오랫동안 미국에 의한 안전보장 약속(불가침조약 체결), 북미관계 정상화 등을 요구해왔다. 그러나 북한의 핵개발에 대한 외부의 인식이 변하고 있다. 이전에 북한의 핵개발 시도는 협상용 카드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었지만, 북한은 이미 헌법을 고쳐 ‘핵보유국’을 명기했고, 우라늄 농축 시설도 공개했다. 장거리 로켓 능력을 과시하고, 핵실험을 거듭하면서 타격 능력을 적극적으로 과시했다. 북한의 핵실험을 바라보는 시선이 예전과 같을 수는 없다. 북한의 후견인 격인 중국마저 북한의 핵실험을 비판하고 나선 것도 이러한 이유다. 홍콩의 한 언론은 13일 ‘말 안 듣는 이웃나라에 인내심을 잃어가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이번 핵실험은 북한이 중국의 압력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는 점을 환기’시켰고, 이에 따라 ‘북한에 대한 중국의 전략 변화 요구가 일고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의 핵보유는 동북아시아의 정세를 근본적으로 뒤흔든다는 점에서 중국도 결코 원치 않는 상황이다. 더구나 천안함, 연평도 사태를 통해 확인했듯 북한의 도발이 미국의 보다 직접적인 군사적 개입을 부른다는 점도 중국으로서는 불편한 문제다. 유엔안보리는 보다 강력한 대북제재 조치를 강구할 기세고, 북한 위협을 빌미로 한국을 비롯한 일본, 미국 등의 군사력 증강 시도가 발 빠르게 이어질 것이다. 북한의 핵무장 시도가 지속될수록 북한이 주장하는 지역의 안정도, 북한 체제의 안전도 보장받기 어려운 쪽으로 흘러간다. 세 번째 핵실험의 의미 거듭되는 북한의 핵실험은 그동안 미국, 한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대응이 실패했음을 보여준다. 북한은 1980년대 후반부터 미군무력의 철수, 주한미군 철수, 남북의 무력 감축, 한반도 평화보장체제 구축 등을 요구했으며, 미국과의 관계정상화를 추구해왔다. 그러나 미국은 북한의 이러한 요구를 철저히 무시한 채 적대정책을 유지했다.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했던 부시 행정부에 이어 오바마 정부는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 옵션을 유지했다. 압도적인 군사적 우위를 활용해 북한의 경제적 취약성을 공격하는 대북 제재 강화는 핵무기를 매개로 열세를 극복하려는 북한의 시도를 부채질했다. 더불어 핵무기 보유국의 핵군축을 강제하지 못하는 핵비확산조약(NPT)은 결국 핵무기 보유국, 특히 미국의 핵능력 우위를 보장하는 체제로 기능하면서 북한의 핵무장 시도를 가속화시켰다. 세 차례에 걸친 북한의 핵실험과 핵무장으로 나아가려는 일련의 흐름은 미국을 위시로 한 국제사회의 대응, NPT 체제의 총체적 실패를 증명한다. 핵무장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이 북한의 핵무장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북한은 세 번에 걸친 핵실험을 통해 공개적 핵무장 단계에 다가서고 있다. 예전 북한은 핵무기가 최소한의 자위적 수단이며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고 주장했다. 제국주의에 대항한다는 냉전 시기 소련의 핵무기 개발 논리와 닮아 있다. 그러나 북한은 이미 핵보유를 헌법에 명기하고 한반도 비핵화 문제는 논의 테이블에 올리지 않겠다고 선언함으로써 한반도 비핵화의 길에서 멀어지고 있다. 유엔안보리는 지난달 대북제재 결의를 채택하면서 ‘추가적인 장거리로켓 발사나 핵실험이 있을 경우 북한에 대해 중대한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북한의 핵무장 시도는 북한의 협상력을 높이기보다는 국제사회의 강경한 대응과 군사적 대결 국면을 초래하고 있음을 분명하게 인식해야 한다. 동북아시아 주변국들은 북핵 위협을 군사력 증강과 대북 강경 대응에 대한 알리바이로 삼는다. 때문에 핵무장을 통해 세력균형을 이루고 체제 안전을 보장받겠다는 북한의 의도는 그 자체로도 성공하기 어렵다. 한반도 인민의 생명을 볼모로 한 도박은 결국 세계적인 핵확산의 불을 당길 뿐,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담보하지 않는다. 강력한 제재가 필요한가 정부는 이번 핵실험을 기다렸다는 듯 다시 한 번 북한에 대한 강경 대응에 나서고 있다. 북한의 도발에 상응하는 조치를 통해 추가적인 핵실험이나 군사적 행동을 제어해야한다는 논리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위협이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북한의 폭력적 대응에 대한 알리바이로 작용해왔음을 인식해야 한다. 실제 조선중앙통신 보도는 이번 핵실험이 ‘합법적인 평화적 위성발사 권리를 난폭하게 침해한 미국의 포악무도한 적대행위에 대처하여 나라의 안전과 자주권을 수호하기 위한 실제적 대응조치의 일환’이라고 밝혀, 로켓 발사에 대한 유엔안보리 제재를 핵실험의 명분으로 삼았다. 대북 강경 대응은 북한의 핵개발을 저지하지도, 날로 높아지는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지도 못했다는 점을 냉정하게 평가해야 한다. 북한 위협을 빌미로 한 협잡 북한의 핵실험을 한국의 군사력 증강의 알리바이로 삼거나, 대북 적대 정책을 강화하는 계기로 삼으려는 일체의 시도는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 정부는 12일 성명에서 ‘북한 전역을 사정권으로 하는 미사일을 조기에 배치하는 등 군사적 역량을 확충하는 데에도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시도는 한반도를 넘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동북아시아의 긴장을 고조시키고, 군사력 경쟁을 강화할 것이다. 또한 김장수 국방안보실장 내정자는 12일 오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역시 예전 같을 수는 없을 것”이라며, 북한의 핵실험에 따라 차기 정부의 대북 정책이 강경 노선이 될 수 있음을 내비쳤다. 당선되자마자 예산 등 갖은 이유를 들어 복지문제, 경제민주화 문제에 대한 대선 공약을 내팽개치려 하는 것처럼, 차기 정부가 이번 사태를 이용해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민중들의 요구를 묵살하려해서는 안 된다.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투쟁하자 한국의 평화운동 진영은 모든 핵에 반대하는 반핵의 입장을 굳건하게 견지한 채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줄이기 위한 투쟁에 나서야 한다. 북한의 핵무장을 옹호한다면 결국 핵문제에 대한 혼란과 무감각을 조장해 한국의 핵무장 주장에 대해서도 대항할 수 없게 된다. 핵무기는 평화를 가져오는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가 전쟁 유발 요인이고,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파괴해왔음을 분명하게 인식해야 한다. 자국의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동아시아에 집중하려는 미국, 이에 조응해 군사력 증강을 꾀하려는 한국과 일본의 호전 세력들은 북한의 핵실험을 빌미로 민중들을 협박하며 지역의 긴장을 고조시키는 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우리는 북한의 핵무장 시도만이 아니라 지금의 사태를 불러온 대북 적대정책, 공격적인 한미동맹과 한미일 삼각동맹의 문제를 적극적으로 알려내야 한다. 첫째, 곧 있을 유엔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안의 문제를 적극 알려내자. 한층 더 강화된 제재는 사태를 해결하기보다는 북한의 폭력적인 대응을 유발한다. 또한 제재를 당하는 입장에서는 보다 강력한 억지력을 확보해야한다는 논리를 강화하고, 이를 위한 국가의 동원에 무감각해지도록 만든다. ‘제재 강화–반발–도발 심화–긴장 고조’라는 악순환을 깨기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한다. 둘째, 북한 위협을 빌미로 한 한미동맹의 폭력적 대응에 맞서야 한다. 특히 3월 초에 예정되어 있는 ‘키리졸브 훈련’에 주목해야 한다. 한미 양국은 북한의 로켓 발사 직후에도 서해상에서 무력시위 성격의 합동 군사훈련을 진행했다. 한반도 전면전 상황을 상정한 군사훈련인데다, 북한의 핵실험 직후인 상황을 고려하면 이번 키리졸브 훈련이 보다 강력한 무력시위가 될 것이고, 이것이 지역의 긴장을 크게 높일 수 있다는 점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한반도의 긴장을 조금이라도 높이는 어떠한 시도에도 단호하게 반대하며 군사적 긴장 완화,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민중운동이 함께 나서야 할 때다.
이주운동의 반격이 필요하다 한국은 이른바 한민족의 단일민족 사회라는 환상을 통해 국민과 국민이 아닌 자들을 구분해왔다. 하지만 단일민족 사회라는 믿음은 현실적으로는 전혀 맞지 않는다. 한국에 살고 있는 체류 이주민은 2005년 75만 명에서 두 배에 가까이 늘어나 2012년 140만 명을 넘어섰고 향후 2020년 250만 명, 2050년 320만 명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수많은 이주민들이 지닌 비자의 종류는 수십 종에 달하며 그 권리와 의무 역시 제각각 천지차이다. 정부는 이주민들에게 결코 ‘국민’이라는 칭호를 쉽게 주지 않고 선별적으로 포섭할 대상과 대다수의 배제할 대상을 나누어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사진1%] 1차 외국인정책기본계획 5년, 그리고 2차 외국인정책기본계획 이주노동자들이 한국에 건너온 것은 80년대 후반 필리핀 가사노동자들이 관광비자등을 통하여 자발적으로 건너온 것이 그 시초이지만 한국정부가 나서서 이들에 대한 포괄적인 대책을 세운 것은 그로부터 한참 후인 2006년 노무현 정부 때였다. 해외투자법인 연수제도, 산업기술연수제도, 외국인근로자 고용허가제까지 이주노동자에 대한 전반적인 노동정책이 마련됨에 따라 대규모의 이주노동자 유입이 가능해졌다. 또한 한국정부는 단순노무 인력뿐만 아니라 투자외국인, 결혼이민자, 재중동포, 숙련생산기능인력 등 다양한 이주민에 대해 통합적인 외국인정책기본계획을 만들고자 했다. 이후 몇 차례 논의를 통해 외국인정책위원회가 만들어지고 재한외국인 처우 기본법 제정 등을 거쳐 2008년 이명박 정부는 제1차 외국인정책기본계획(이하 1차 계획)을 발표했다. 당시의 정책목표는 △적극적 이민허용을 통한 국가경쟁력 강화 △질 높은 사회통합 △질서 있는 이민행정 구현 △외국인 인권옹호로 제시되었다. 하지만 경제성장을 위한 투자와 우수인재 확보가 실질적인 목적이었으며 대다수를 차지하는 이주노동자에 대해서는 가족결합금지 및 단속강화 정책이나 결혼이주민에 대한 동화정책 등 인종주의와 혈통주의, 그리고 민족주의에 기반을 둔 정책들이 유지되었다. 1차 계획은 이명박 정부의 임기인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시행되었다. 1차 계획이 마무리됨에 따라 이후 박근혜정부의 임기인 2013년부터 2017년까지 2차 외국인정책기본계획(이하 2차 계획)이 실시될 예정이다. 법무부는 2차 계획이 ‘1차 계획의 가치를 지속적으로 추진하면서 외국인 정책에 대한 국민의 다양하고 상반된 요구를 최대한 반영’하고 있고, ‘질서와 안전, 이민자의 책임과 기여를 강조하는 균형적인 정책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2차 외국인정책기본계획의 정책목표는 △(개방)경제활성화 지원과 인재유치 △(통합)“대한민국의 공동가치가 존중되는 사회통합” △(인권)“차별방지와 문화다양성 존중” △(안전)“국민과 외국인이 안전한 사회구현” △(협력)“국제사회와의 공동발전”으로 제시되었다. 다문화라는 장식물마저 내팽개친 정부 1차 외국인정책기본계획과 비교할 때 새롭게 추가된 정책목표라고 할 수 있는 ‘안전’에 대해 정부는 유럽 주요 선진국들의 ‘다문화주의 실패선언’을 인용하면서 외국인 유입에 따른 국민들의 인종, 문화, 정체성 갈등 우려를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즉, 1차 계획에서 허울 좋은 문구로나마 표방하고 있었던 다문화와 인권이라는 용어 대신 2차 계획에서는 책임, 기여, 균형과 같은 용어들을 사용하면서 대한민국의 공동가치라는 새로운 목표를 추구한다. 이명박 정부 시절 미등록체류자에 대한 강제단속추방 통계를 살펴보면 2008년 30,576명, 2009년 29,043명, 2010년 13,474명, 2011년 18,034명, 2012년 18,248명으로 매년 이주노동자에 대한 강제추방이 지속되어왔음을 알 수 있다. 또한 2012년 8월 시행된 고용노동부의 사업장변경내부지침은 대다수의 이주노동자들에게 사업장변경선택권을 박탈하는 결과를 낳았다. 심지어 지난 10월에는 한국학교를 우수한 성적으로 다니고 있던 몽골 청소년에게 하루아침에 불법체류자라는 딱지를 붙이고 수갑을 채워 추방한 사건도 있었다. 이 외에도 정부의 단속 정책으로 인도네시아 노동자가 목숨을 잃은 사건, 남편의 폭력으로 인한 중국동포 결혼 이주여성의 사망 사건 등은 한국이주민들의 자화상이라 할 수 있다. 이미 이렇게 노골적으로 반인권적이고 인종차별적인 정책을 펼치고 있었던 한국정부는 이제 다문화라는 허울 좋은 구호마저도 벗어던지고 대한민국 공동가치를 존중하라는 요구를 내세우고 있는 것이다. 2차 외국인정책기본계획의 문제점 2차 외국인정책기본계획이 발표되기 전부터 논란이 되어왔었던 것이 바로 영주권 전치주의이다. 2012년 8월에 법무부는 영주자격 전치주의 도입을 위한 국적법개정안과 출입국관리법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영주권과 귀화 중에서 선택을 할 수 있었던 기존 제도와 달리 개정안은 이주민이 귀화신청을 하기 전에 반드시 영주자격을 취득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영주자격을 신청할 수 있는 대상 중에 이주노동자와 난민이 원천적으로 배제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주노동자의 경우 2012년 시행된 성실근로자재입국제도로 인하여 한국에 최대 9년 8개월까지 거주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귀화는커녕 영주권을 신청하는 것조차 매우 어려운 실정이다. 또한 영주자격에 대한 기본적인 시민적, 사회적 권리에 대한 어떠한 언급도 없이 영주권전치주의를 시행한다는 것은 이주민이 영주권과 귀화심사라는 이중심사를 통해 한국 구성원이 되는 것을 더욱 까다롭게 만들겠다는 의미다. 2차 계획은 자립과 통합을 위한 국적 및 영주제도 개선(?)으로 영주자격 전치주의를 도입하겠다는 것을 분명히 하고 있다. 동시에 정부는 미등록체류자들을 철저하게 국가의 경계로 내모는 단속 추방을 강화하고 있다. 2차 계획은 불법체류자 단속 패러다임을 다변화하고 외국인밀집지역에 단속사전예고제를 실시하겠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이미 올 1월 경찰청은 주요 외국인 밀집지역 대상 집중 검문검색 등 치안활동을 강화한다고 발표하고 2월 초까지 외국인범죄를 집중 단속하겠다고 나선 상황이다. 외국인 범죄가 잠재적 위협요인이 아니라 현시적 위협요인이라고 판단한다는 경찰청의 입장발표는 이주민 자체를 이미 범죄 집단으로 규정하는 인종차별적 시각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이들은 언제 어디서든 인간사냥을 할 수 있는 합법적인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광역단속시스템 및 기동단속팀을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이주운동의 반격이 필요하다 박근혜 정부 동안 시행될 2차 외국인정책기본계획은 이명박 정부 시절 내내 이주노동자들을 억압해왔던 1차 계획의 연장선상에 놓여있다.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공동가치, 영주권 전치주의 도입 등에서 알 수 있듯, 박근혜 정부는 장기화되고 있는 경제위기 상황에서 이주민을 희생양으로 만드는 이데올로기를 유포하며 국민들을 호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 정부 각 부처별로 구체적인 시행계획이 나오고 있진 않지만, 이미 작년 법무부가 영주권전치주의 도입을 예고했고 고용노동부가 사업장변경내부지침 등을 발표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미 2차 계획은 시작된 것으로 봐야한다. 박근혜 정부가 앞으로 5년 간 이주노동자에 대한 이데올로기적 공세를 강화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만큼, 이주운동을 포함한 전체 민중운동이 이주민의 권리, 노동자의 권리를 위한 강력한 투쟁을 벌여야 한다. 먼저 작년 사업장변경내부지침 철폐투쟁으로 결집되었던 이주노동자들의 주체적 활동을 올 한해 더욱 활성화하면서 이주노조를 중심으로 각 지역노조들의 이주노동자 조직화사업을 강화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다음으로 이주여성, 이주아동, 이주노동자, 난민, 동포 등 각개약진해온 다양한 이주운동들이 정부의 총체적인 공세에 맞서 공동투쟁을 조직해야한다. 마지막으로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한 민중운동이 강제추방이나 사망사건과 같은 긴박한 사안이 터져 나온 뒤 사후적으로 대응하는 것을 넘어 보다 공세적으로 이주운동들과 투쟁을 만들어갈 필요가 있다.
Workers' View of Korea 4 - Irregular Education Support Worker Engage in First Ever Strike at Korean Public Schools - The Struggle against Privatization must go on - The Ongoing Struggle of Hyundai Motor Irregular Workers - Evaluating the Presidential Election - In Memory of the Deceased
5차 세계이주사회포럼 참가기 지난 11월 26일부터 30일까지 필리핀 마닐라 미리엄 칼리지에서 5차 세계이주사회포럼(World Social Forum on Migrantion, 이하 이주사회포럼)이 열렸다. 이주사회포럼은 세계사회포럼의 주제별(thematic) 포럼으로서 세계사회포럼이 열리지 않는 해에 격년으로 열린다. 1차는 2005년 브라질 포르투 알레그레에서 ‘세계적 불안 속에서의 여정’이라는 제목으로, 2차는 2006년에 스페인 바시아마드리드에서 ‘보편적 시민권과 인권: 다른 세계는 가능하고 필수적이고 긴급하다’라는 제목으로, 3차는 같은 곳에서 2008년에 ‘우리의 목소리, 우리의 권리, 장벽없는 세상’이라는 제목으로, 4차는 에콰도르 키토에서 2010년에 ‘보편적 시민권을 위한 민중의 운동’이라는 제목으로, 올해에는 ‘이동, 권리, 세계적 모델: 대안을 찾아서’라는 제목으로 개최되었다. 이번 이주사회포럼의 목적은 다음과 같이 제시되었다. ①이주와 이동 이슈와 관련되어 있는 전 세계 이주민 그룹, 대중조직, 사회운동,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광범위하게 결집하는 공간의 제공. ②토론, 심층 분석, 담론과 경험 공유, 정보와 지식 교류, 이주와 신자유주의 패러다임에 대한 대안적 모델의 집단적 개척, 이주와 이동에 관한 행동과 전략 촉진, 아시아로부터 이주 트렌드, 분석, 경험, 전략, 의제, 관점을 공유하고 부각시켜서 국제적 담론을 풍부히 하는 것. ③이주민과 사회운동, 시민단체 사이의 연대를 지속적으로 형성하고 강화하기 위함. ④현재의 이주 모델과 신자유주의 패러다임 전체에 대해 민중의 단결과 저항을 강화하기 위함.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대한 대안의 기반을 만드는데 아이디어와 창안을 개발하기 위함. ⑤필리핀 이주민, 노동, 사회운동과의 연대를 강화하기 위함. ⑥차기 세계이주사회포럼 준비를 돕고 이주사회포럼 프로세스를 강화하기 위함. 이번 이주사회포럼의 하위 주제는 ①위기, 비판, 국제 이주의 결과 ②이주민의 권리는 인권이다 ③이주에 대한 재상상: 대안 제안, 모델 탐구 ④저항, 조직화, 행동 등이었다. 한국에서는 이주공동행동에서 참가단을 구성해서 필자와 이주노조 비대위원장이 참가했고, 호주시드니대학교의 ‘사회변화와 이주’ 연구팀 2명,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6명, 오산이주노동자센터에서 3명이 참가하였다. 대부분의 한국 참가자들은 이주사회포럼과는 별도로 열린 ‘이주와 개발에 관한 국제포럼에 대한 민중법정’ 행사에도 참가하였다. 이주노동자 권리를 위한 다양한 주제 이주사회포럼은 민주적 토론, 평가, 아이디어와 경험의 공유, 문화적 교류, 네트워킹, 연대 강화, 합의 형성, 이주에 대한 의제와 행동에 관한 계획과 전략 논의, 입장의 대중화 등을 위한 공간이다. 이주를 주제로 하는 세계사회포럼인 만큼 많은 나라의 다양한 영역에서 참가하였다. 주최측 집계로는 50여 나라 1,800여 명이 포럼에 참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이주, 난민, 난민신청자, 철거나 재앙으로 인한 국내 이주민, 인신매매, 이주민의 가족과 공동체, 이주의 경제적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 젠더적 차원, 식량과 일자리, 환경, 시민권 등의 주제들이 다뤄졌고 이와 관련된 다양한 사회단체, 풀뿌리조직, 노동조합, 연대조직 등이 참가하였다. 행사기간 내내 오전에는 전체 토론이 열렸고 오후에는 워크숍이 진행되었다(워크숍은 총 50여개 넘게 개최되었다). 예를 들어 첫째 날 전체 토론은 ‘위기, 비판, 국제 이주의 결과 + 저항, 조직화, 행동’이라는 제목으로 열렸고 ‘강요된 이주와 신자유주의’, ‘가사노동자와 이주의 현실, 그에 대한 대응’, ‘젊은 여성과 여성이주노동자’, ‘미등록 이주노동자 구금과 범죄자화’, ‘중동의 스폰서 시스템 개혁’, ‘사하라 지역의 강요된 이주’, ‘아시아에서 송출 프로세스’, ‘기후 위기, 녹색경제와 이주’ 등의 워크숍이 열렸다. 포럼 마지막 날인 29일에는 워크숍의 결과를 모아서 선언문 초안을 채택했고 30일에는 필리핀 현지 노조들이 주최한 대규모 시위가 개최되었다. 이주공동행동 워크샵 이주공동행동에서는 ‘이주노동자 권리를 위한 노동조합의 투쟁과 이주인권단체의 역할’이라는 제목으로 이주노조, 외노협, 시드니대 사회변화와 이주 프로젝트 팀과 함께 워크샵을 개최하였다. 우선 시드니대의 김철효 연구원이 ‘한국의 이주 경향에 대한 개괄’을 발표하였다. 이주 정책의 역사를 개괄하면서 산업연수제에서 고용허가제로 정책이 변화한 상황을 살피고, 이러한 단기순환 노동 정책 하에서 이주노동자들은 어떻게 대응했는지를 분석했다. 그는 운동의 분화를 인권적 접근과 계급운동적 접근으로 나누면서도 특히 ‘자기 스스로 조직화된 이주노동자운동’의 미흡함을 지적하면서 이후 과제를 제기하였다. ‘한국에서 이주노조의 경험과 과제, 전망’을 발제한 이주노조 우다야 라이 비대위원장은 이주노조의 역사와 투쟁, 조직화에 대해 발표하면서 이주노조 조직화 확대, 한국 노조운동의 이주노동자 조직화, 귀환 이주노동자들과의 연대, 본국-목적국 노동조합의 연대 등을 과제로 제시했다. 필자는 ‘고용허가제에 대한 한국 이주운동 진영의 투쟁과 과제’를 발표하여 고용허가제의 문제점을 두루 짚고 올해 사업장 변경지침에 대한 이주노동자들의 투쟁을 소개하며 고용허가제 폐지와 대안적 제도 마련을 위한 투쟁을 과제로 제시했다. 서울외국인노동자센터 이재산 사무처장은 ‘단기 이주노동 정책에서 미등록 이주민의 상황과 대안’을 발표하여 단속에 대한 규제 강화, 미등록 이주민 합법화 제도 마련 등을 제시했다. 시드니대 이소훈 연구원은 ‘이주노동자 노조 조직화의 과제’를 발표하여 언어소통 문제, 내국인 노조원의 부정적 인식, 이주노동자의 짧은 체류기간 등 조직화 과정의 난점을 짚고 지역공단/산업별 조직화, 공동체 단위 조직화, 이주노조 독자 조직화 등의 대안 모델을 검토했다(발제문들은 http://cafe.naver.com/act4migrants/176 에서 볼 수 있음). 참가자들은 주로 이주노동자 조직화에 많은 관심을 표시하였다. 특히 미국 서비스노조 소속의 ‘아시아태평양노동자연대(APALA)’에서 온 참가자들은 이주노조 조직화 과정과 성공적 방식이 무엇이었는지, 미등록 노동자와 그 자녀 문제 등을 질문하였고 유럽에서 온 필리핀 활동가는 가사노동자 노조설립의 어려움을 말하면서 이주노동자들만의 독자적 노조를 만드는 것에 따르는 어려움에 대한 질문을 하였다. 미등록 노동자 중심으로 2003-2004년에 합법화를 위한 농성투쟁을 전개하였고 그 결과로 이주노조가 결성되었으며 운동 과정에서 수많은 활동가들이 강제 단속추방을 당했고 노조가 법적 인정을 받지 못하면서도 지금까지 계속 활동하고 있다는 한국의 현실은 다른 나라 사례들에 비추어 대단히 예외적인 사례이기에 뚜렷한 인상을 준 것 같다. 싱가포르의 이주노동자 지원단체에서 온 활동가는 사업장 변경기간이 싱가포르에서는 2주간만 주어지고 그것도 특정한 종류의 인권침해의 경우에만 인정된다면서, 이와 유사한 고용허가제 폐지 운동 계획을 물었다. 고용허가제 폐지와 사업장 이동의 자유 보장을 위해 진행 중인 투쟁을 소개하고 이주노동자 운동이 계속 노력하고 있다는 것으로 답변을 대신했다. 싱가포르, 홍콩, 말레이시아, 한국, 일본 등 대부분의 아시아지역 이주목적국은 규제와 통제가 강하고 사업장 이동의 자유를 원칙적으로 부정하므로 이에 대한 공동의 행동을 모색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주공동행동 워크숍은 내용이 잘 준비되고 정리되어 발표되었는데, 시사점이 많았는지 참가자들이 앞 다퉈 발표문을 꼭 이메일로 보내달라고 부탁할 정도였다. 부디 한국에서의 경험이 다른 나라 이주노동자들에게도 도움이 되길 바란다. 주요 쟁점들 국제노동기구(ILO) 가사노동자 협약 비준 및 가사노동자 조직화 여성 이주노동자들은 대부분 가사노동과 서비스업종에 종사하고 있다. 특히 이주여성 가사노동자들의 열악한 현실은 오래 전부터 꾸준히 문제제기 되어 왔다. 아시아와 아프리카, 중남미의 이주 여성들은 대부분 목적국에서 가사노동자로 일하는 경우가 많다. 전 세계적으로 가사노동자는 공식적으로 5천만 명, 비공식적으로 1억 명에 달한다고 한다. 예컨대 홍콩이나 싱가포르 같은 작은 곳에서도 이주여성 가사노동자가 각각 30-40만 명에 달한다. 사우디나 쿠웨이트 같은 중동지역 국가들도 마찬가지이다. 이들은 대개 20-30만 원의 저임금과 하루 16-24시간의 장시간 노동, 한 달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휴일, 고용주의 성폭력 등에 시달린다. 고용주의 성폭력에 저항하다 상해를 입히거나 죽게 하여 사형에 처해지는 필리핀이나 인도네시아 가사노동자의 사례도 종종 보도된다. 이러한 현실을 개선하고자 하는 노조와 관련 단체들의 노력으로 2011년 6월에 ILO 총회에서 ‘가사노동자를 위한 양질의 일자리 협약’(189호 협약)이 통과되었다. 주 내용은 가사노동자에게 ‘결사의 자유 및 단체교섭권의 인정과 고용과 직업에서의 차별을 철폐하기 위한 조치’(제3조), ‘가사노동자들이 근로계약서 등을 통하여 근로조건을 알 수 있도록 조치’(제7조), 노동시간, 초과근무수당, 휴게시간 및 휴가, 퇴직금 등에 있어서 다른 노동자와 동등 대우, 최저임금 보장 등이다. 가사노동자의 노동권을 인정하는 이 협약은 역사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이번 이주사회포럼에서도 내내 이 협약 비준과 가사노동자 조직화가 주된 의제로 제기되었으며 ‘국제가사노동자네트워크’(IDWN, International Domestic Workers Network, www.idwn.info 참조) 등이 주최한 워크숍이 여러 개 열리기도 했다. 이 네트워크의 의장은 남아공의 가사노동자노조 위원장이 맡고 있으며 국제간사는 홍콩노총 전 사무총장이 맡고 있다. 특히 홍콩에서는 인도네시아, 필리핀, 태국, 네팔 가사노동자들이 각각 노조를 만들어 활동을 하고 있다. 네트워크는 현재 각국 정부가 가사노동자협약을 비준하라는 ‘C189’ 캠페인을 벌이고 있고 내년 10월에 우루과이에서 정식 창립총회를 준비하고 있다. 이주노동자 조직화 전 세계 2억 5천만 명에 달하는 이주노동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서는 이주노동자 조직화가 핵심적이다. 이는 포럼의 기조연설을 맡은 월든 벨로(Walden Bello) 교수의 발표에도 잘 드러났다. 그는 이주노동을 ‘새로운 노예무역으로서 노동력 매매’라고 부르면서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결과 농촌과 제3세계의 빈곤화로 강요된 이주가 급증했다고 진단한다. 그는 외국으로 일하러 갈 필요가 없게 하는 동시에 이주노동자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이를 위해서는 조직화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2008년 경제위기 이전에는 매일 2천 명이 필리핀을 떠났다면 위기 이후에는 4천 명이 떠난다며, 위기가 오히려 제3세계의 일자리를 없애고 강요된 이주를 더 만들어낸다는 보고도 제출되었다. 매일 진행된 전체 토론에서도 주요 토론자들은 이주노동자 조직화와 운동의 단결을 강조하였다. 멕시코에서 온 연구자 라울(Raul Delgado Wise)은 노동자계급과 사회운동의 단결, 국제농민운동과 세계사회포럼 등의 자율적이고 독립적인 운동이 중요하다면서 ‘만국의 노동자와 이주민이여 단결하라’고 호소했다. 아시아이주포럼의 활동가 렉스(Rex)는 목적국 노동자운동이 이주노동자 권리를 위해 나서야 함을 강조했다. 미국에 있는 ‘라틴아메리카 및 카리브해 전국연대’(National Alliance of Latin American and Caribbean Communities) 집행위원장 오스카(Oscar Chacon)는 오바마 정부가 개혁적인 것 같아도 지난 1기 정부 내내 연 40만 명 이상의 이주노동자를 추방했고 포괄적 이민개혁법이라는 것도 처벌과 추방을 강화하는 것이라며, 2기 오바마 정부 하에서 이민자운동의 최우선순위는 “훨씬 더 잘 조직하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조직화가 얼마나 잘 되느냐가 목표 쟁취 수준을 결정짓는다는 것이다. 이주노동자 조직화와 관련해서 노동조합의 역할이 크게 강조되었다. 국제건설목공노련(BWI, Building and Wood Workers International)의 앰벳 유손(Ambet Yuson) 사무총장은 국제적 노조운동, 국제적 사회운동을 언급하면서 노조가 어떻게 조직하고 투쟁하는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주노동자 권리 보장을 위해 타겟 국가를 설정해서 국제적 운동을 벌이자며, 2022년 월드컵 개최지인 카타르의 경기장 건설노동자 99%가 이주노동자이고 중동지역 이주노동자 권리가 취약하므로 이에 대한 국제캠페인을 진행하자고 제안했다. 이미 BWI는 “노동자 권리 없이 월드컵은 있을 수 없다”는 슬로건으로 온라인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http://act.equaltimes.org/ko/fillastadium). 캐나다노총의 칼 플레커(Karl Flecker)는 단기 노동이 아닌 영주 이민정책을 옹호해야 한다며 노조의 역할로서 국가 이민정책 논의 개입, 노조 간 협력, 이주노동자 자녀를 위한 장학금 지원, 이주노동자 조직화, 본국에서 출국 전 교육 프로그램 지원 등을 제시했다. 이주노동자 조직화는 차별과 착취, 폭력을 제어하고 노동조합의 대표성을 강화하는 중요한 경로이다. 이주노동자 권리를 위한 국제적 틀 현재 이주노동자 권리 보호를 논의하고 이를 각국 정부에 따르도록 하는 국제기구가 없는 상태다. 지난 2006년 열린 이주에 관한 국제연합(UN) 고위급 회담의 결과로 ‘이주와 개발에 관한 국제포럼’(GFMD, Global Forum on Migration and Development)이 해마다 개최되어 왔는데 이 틀은 UN 기구도 아니고 정부 간 포럼에 불과해서 아무런 구속력이 없다. 더욱이 이주와 개발 의제를 연결시킴으로써, 이주노동을 경제개발을 위한 도구로서만 사고하고 이주노동자 권리를 위해서는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지속적으로 받아 왔다. 이런 이유로 국제 이주운동 진영 내에서도 GFMD에 대한 개입이냐 거부냐에 관한 논란이 있어 왔는데, 국제이주민권리연대(MRI, Migrants Rights International)에서는 주로 GFMD가 열릴 때 시민사회단체 행사를 주최하여 개입하는 전술을 취해 왔던 반면, 국제이주민연대(IMA, International Migrants Alliance)는 GFMD가 이주노동자 착취에만 맞춰져 있다며 이를 거부해 왔던 것이다. 이번 이주사회포럼 행사 기간에도 IMA에서는 필리핀대학에서 따로 ‘GFMD에 대한 민중법정’ 행사를 개최하여 GFMD가 인권을 침해하고 본국과 목적국에서 이주민의 정치경제사회문화적 권리를 침해하며 각국 정부들이 이에 공모하고 있음을 고발하고 유죄판결을 내렸다. 이주사회포럼 폐막 토론에서 선언문을 논의할 때에도 IMA쪽 활동가들은 선언문에 GFMD에 대한 비판과 거부가 명확하게 서술되어 있지 않다는 문제를 여러 차례 제기하기도 하였다. 그런데 지난 9월에 열린 이주노동에 관한 국제노총/국제산별의 전략회의에 대한 민주노총 국제국의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국제노총을 비롯한 국제단체들은 GFMD가 정부간 회의로 몇 년 진행되면서 아무런 성과도 내지 못하므로, 좀 더 구속력이 있는 UN이나 ILO 체계로 이주에 관한 논의를 가져가야 한다는 것으로 초점이 옮겨졌고, 무엇보다 핵심은 이주노동자 조직화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즉 “이주제도에 대한 국제 수준의 규제는 거의 없으며, 이주 문제는 정부간 무역/경제협력 협정 또는 이주노동자 권리 보장 없는 이주 정책에 의해 ‘관리’되고 있는 실정”이며 “이주에 관한 국제적 기준이 부재한 상황에서 GFMD는 ‘권리 없는 이주’를 추동해 왔으므로 국제 노동계는 이주 문제가 국제인권 기준에 대한 각국 정부의 의무를 바탕으로 하는 분명한 기준틀을 갖추고 유엔 체계 하로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GFMD에 대한 개입이냐 거부냐 논쟁은 사실 진정한 쟁점이 아니라고 할 수 있다. 2013년 9월 ‘이주에 관한 UN 고위급회담’이 뉴욕에서 열리는데 여기에서 이후 방향을 설정하므로 이에 대해서 양측 국제단체들이 공히 개입하겠다고 하는 것을 고려하면, 이주노동자 권리 보장을 위한 실효성 있는 국제적 논의 틀을 확보해야 한다는 방향에 있어서 큰 차이가 없다고 볼 수 있다. 내년에는 이 UN 고위급회담에 운동진영이 대응하기 위한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맺으며 이 외에도 인력 송출업체의 중간착취 문제, 인신매매 문제, 난민 문제, 여성이주민의 문제, 미등록 이주민에 대한 단속추방 문제, 경제위기 하에서 악화되는 인종주의 문제, 이주민에 대한 범죄자화 문제 등 포럼에서 다뤄진 주제들이 많이 있었지만 이 글에서는 정리하지 못하였다. 이는 이주사회포럼 참가단 차원에서 만들 보고서에 최대한 담을 예정이다. 현재 이주노동자 권리 문제는 전 세계적으로 그야말로 핫이슈이며, 이 문제로 부터 자유로운 나라가 거의 없을 정도이다. 또한 이주노동자 운동은 이미 핵심적인 운동 영역으로 자리 잡고 다양한 의제들을 다루고 있다. 이주노동자 운동은 이주노동자가 주체가 되어 스스로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집단적 행동이므로 무엇보다 주체화, 조직화가 중요하다. 지금 국내에서 정부는 고용허가제 이주노동자에 대한 사업장 변경 제한 강화, 국적 획득 이전에 영주권을 의무적으로 획득하게 만들어 결과적으로 귀화를 어렵게 만드는 영주권 전치주의 도입 시도, 차별과 통제를 강화하는 2차 외국인정책 기본계획 등 전반적으로 이주민의 권리를 후퇴시키는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이주노동자들과 함께 이에 맞서는 투쟁을 2013년에도 힘차게 전개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역주> 지난 10월 7일 베네수엘라 대선에서 우고 차베스 대통령이 4선에 성공해, 2019년까지 6년간 집권을 이어가게 되었다. 30여 개에 달하는 야당은 엔리케 카프릴레스 전 미란다 주지사를 통합후보로 내세웠으나, 54.6%대 44.7%라는 큰 표차로 패배했다. 차베스 대통령은 “혁명이 승리했다”며 “21세기 민주적 사회주의를 향한 행진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게다가 차베스 자신의 암 투병 과정에서 치러진 12월 16일 주지사, 주의회 선거에서 집권여당인 베네수엘라 통합사회주의당(PSUV)이 압승을 거둠으로써, 차베스에 대한 베네수엘라 민중들의 확고한 지지가 재확인되었다. 제임스 페트라스는 ‘진보 진영’이라 불리는 라틴아메리카 7개 국가(볼리비아, 에콰도르, 아르헨티나, 브라질, 우루과이, 페루, 베네수엘라)의 경제적 특징을 “자원채취 자본주의”(extractive capitalism)로 호명한다. 이 국가들의 중도 좌파 정권은 반제국주의, 민족주의, 인민주의적 수사를 사용하지만 한편으로 농업-광업 수출에 의존하면서 초민족적 에너지 자본과 정부의 합작회사를 통해 실질적으로는 자본의 지배력 증대를 동반하는 성장정책을 추진했다고 분석한다. 이 과정에서 사회운동과의 정치적 차이가 커져가고 있지만, 경제 발전과 공공지출을 통한 일정 수준의 분배와 인민주의적 정치는 중도 좌파 정권의 재집권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고 본다. (James Petras, “Extractive Capitalism and the Divisions in the Latin American Progressive Camp,” 2012.5.) 페트라스는 상대적으로 더 진보적 성격을 가진 베네수엘라에 대해서는 라틴아메리카 ‘진보 진영’에 적용되는 일반적 평가를 일부 유보한다. 차베스의 대선 승리 직후인 10월 26일 페트라스가 자신의 홈페이지에 게시한 이 글에서도 베네수엘라가 가지고 있는 문제와 모순들을 지적하지만, 대체로 차베스 정부의 ‘사회주의 이행’을 긍정하면서 그의 성공을 위한 단기적·중장기적 과제들을 고루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 글에서 페트라스가 취하는 차베스-베네수엘라에 대한 ‘(정세적인) 비판적 지지’ 입장에 앞서, 차베스-베네수엘라의 ‘볼리바리안 혁명’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구조적·객관적 제약과 주체적 한계를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다. 라틴아메리카에서 자신의 권력과 ‘신자유주의 정책의 비가역성’이라는 신화를 유지하기 위한 미국의 간섭과 초민족적 자본에 깊이 잠식되어있는 라틴아메리카 경제의 취약성은 베네수엘라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차베스 정부는 의료제도, 교육, 토지개혁과 같은 광범위한 사회개혁 프로그램을 도입했고 그 성과를 거두고 있으나, 그것은 정치·경제 엘리트들의 재산, 특권, 부에 대한 보장을 통한 합의에 기반을 두고 있다. 단적으로 석유로부터 얻는 지대가 없었으면 이러한 대기업과 빈곤층의 균형을 유지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사실 석유지대에 대한 과도한 의존은 차베스를 포함한 역대 어느 정권도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한 난제다. 베네수엘라는 고유가 시절, 새로운 성장기반 마련에 투자하지 않고 단순한 빈민구제 정책에 매몰되다, 유가 하락 시 전 산업이 함께 몰락하는 경험을 되풀이한 바 있다. 이러한 베네수엘라 경제의 특징적 경향을 페트라스는 ‘지대추구’(rentierism) 또는 ‘지대추구적 경제/사고방식(rentier economy/mentality)’등으로 표현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국가의 지대추구 행위란 국가가 법령이나 허가를 통해 생산요소에 대해 과대한 보수를 요구하는 경향을 일컫는다. 어떤 이들은 이러한 지대추구 행위로 인해 천연자원이 풍부한 나라가 오히려 경제성장이 지체되는 ‘자원의 저주’ 현상이 발생한다고 본다. 또한 차베스 지지 세력들은 이념적으로 다양하게 분포되어 있는데, 여기에는 국가 기구 내 입지를 점유하려는 지도자들의 기회주의적 속성에서 기인한 측면도 있다. 따라서 개혁 과정이 차베스 개인의 지도력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편향이 발생했다. 국가로부터 자율적인 노동조합이나 평의회·협동조합 운동이 성장하는 역동적 과정이 동반되지 않는 한, 차베스 대통령 개인에 의존하는 경향은 점차 심화될 가능성이 있고, 이것은 베네수엘라의 근본적 변혁 전망을 불투명하게 한다. (이에 대한 자세한 논의는 류주형, 「볼리바리안 혁명과 대안세계화 운동」, 『사회운동 63호』을 참고하라.) 원문은 다음과 같다. James Petras, “Beyond President Chavez Electoral Victory: Socialism in a Rentier State”, 2012.10. http://lahaine.org/petra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