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자유주의 긴축정책 반대! 전 세계 노동자 투쟁을 지지하고 연대하자 [%=사진1%] 고조되는 분위기 11월 14일 오늘, 유럽 전역에서 ‘긴축 정책 반대! 일자리와 연대를 위한 전 유럽 행동과 연대의 날’이라는 이름으로 연대 총파업이 전개된다. 이번 유럽 총파업은 포르투갈 최대 노총인 포르투갈 노동자총연맹(CGTP)의 제안으로 조직되었다. CGTP는 포르투갈 민중에 대한 “착취와 빈곤화”에 맞선 전국 총파업을 결정하고 유럽노총에 유럽 전역의 총파업 조직을 제안했다. 유럽노총이 제안에 응답한 후, 스페인 양대 노총의 공동총파업이 결정되고, 뒤이어 그리스와 이탈리아의 노총들이 합류했다. 영국, 벨기에, 독일, 프랑스, 스위스, 스페인, 포르투갈, 체코, 루마니아, 그리스, 이탈리아, 크로아티아, 오스트리아 등에서 총파업과 대규모 노동자 시위가 조직되고 있다. 최소 4개국 총파업, 전체 25개국에서 시위 및 다양한 행동이 벌어질 예정이다. 여기에 북미와 남미의 노총들의 연합체인 미주노총도 가세하여 연대행동을 선언했다. 유럽을 넘어 전 세계로 연대가 확산되고 있다. 유럽의 재정위기와 긴축정책 2009년 10월에 시작된 그리스의 재정위기는 유럽 위기의 신호탄이었다. 그리스 정부는 재정적자 축소를 위해 긴축정책을 시행하겠다는 약속을 하고 국제통화기금(IMF)과 유럽연합(EU)의 지원을 받기 시작했다. 트로이카의 구제금융 및 긴축정책은 남유럽 국채를 보유한 유럽 중심국의 은행 위기로의 전염을 막음으로써 중심국의 이해에 봉사하지만, 해고, 임금삭감, 사회보장 축소 등으로 주변국의 민중에게 막대한 고통을 전가한다. 그리스에서는 지난 8일에 또 한 번의 재정긴축안이 의회에서 통과되었고, 11일에는 이에 따른 긴축예산안이 과반을 아슬아슬하게 넘기며 통과되었다. 내년과 내후년에 2012년 예산의 1/4에 해당하는 총 135억 유로의 정부지출을 줄일 예정이다. 이를 위해 연금을 비롯해 공공부문 임금 5~25% 삭감, 연료 등에 부과하는 세금 인상, 지역 의료보험료 인상을 하겠다고 한다. 지난 9월 통과된 스페인의 긴축안은 올 들어 이미 5번째였으며, 포르투갈에서도 정부지출은 13억 유로 줄이고, 세금은 43억 유로 늘리는 강도 높은 긴축안이 발표되었다. 이탈리아에서는 2014년까지 공공부문 임금에서 260억 유로를 삭감할 계획이며 공공부문 노동자수는 10% 줄어들 예정이다. 이처럼 강도 높은 긴축으로 인해 사상 유래 없는 높은 실업률, 임금 삭감, 사회보장 축소가 지속되면서 유럽 민중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고, ‘긴축은 소용없다’며 파업과 시위에 나섰다. 화약고 그리스 그리스는 총리조차 “그리스인 소득이 2년 동안 35% 상실됐다.”고 밝힐 정도로 노동자 민중의 처지가 최악이다. 그러나 정부는 구제금융을 계속 받기 위해 재정긴축을 밀어붙이고 있다. 긴축안은 세금 인상, 연금과 임금, 각종 사회보장 삭감과 같이 노동자민중의 희생을 강요한다. 그러나 이런 희생을 통해 받은 구제금융은 모두 트로이카(유럽중앙은행, 유럽연합, 국제통화기금)에 진 금융 부채를 갚는데 쓰일 뿐이다. 이에 맞서 그리스 노동자 민중은 “그 빚은 우리가 진 게 아니다, 우리는 그들에게 아무 것도 빚지고 있지 않다. 따라서 갚지 않을 것이다.” 라며 파업투쟁으로 맞서고 있다. 경제위기 이후 그리스에서는 이미 스무 차례가 넘는 총파업이 벌어졌고, 11월 6-7일에도 의회에 상정된 긴축안에 맞서 48시간 총파업이 전개되었다. 그리스 양대노총은 14일 유럽 총파업에 이어 18일에도 파업을 벌일 계획이다. 스페인과 포르투갈 스페인의 긴축정책 철회를 위한 투쟁은 ‘분노한 사람들’운동으로 대표된다. 이 운동은 2011년 5월 청년실업자 등이 수도 마드리드의 푸에라델솔(태양의 문) 광장에 집결해 실업과 빈부격차에 항의한 것을 계기로 시작되었다. 임금삭감과 복지축소 등 긴축정책에 불만을 가진 시민이 여기에 합류해, ‘분노한 사람들’ 운동으로 발전했다. 지난 5월 ‘분노한 사람들’ 운동 1주년을 맞아 20만 명이 모여 시위를 벌였고, 현재까지 긴축반대시위는 계속되고 있다. 스페인 정부는 9월 27일 400억 유로의 긴축조치를 결정했는데, 이에 맞서 지난 10월 7일 56개 도시에서 수십만 명이 시위를 벌였다. 최근에는 경찰들도 긴축에 맞선 투쟁에 함께하겠다며 집회를 열기도 했다. 오는 14일 스페인에서는 양대 노총인 노조연맹(CCOO)과 노동총동맹(UGT)이 전국 총파업을 벌인다. 이날 항공기만 해도 250편이 취소될 전망이다. 포르투갈에서는 9월 긴축 조치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집중적으로 벌어졌다. 9월 15일 전국 40개 이상 도시에서 15만 명이 긴축에 반대해 거리 행진을 벌였다. 9월 22일에는 100만 명이 전국에서 “가난한 이들에 대한 약탈은 이제 족하다”며 거리로 나섰고 대통령궁 앞에서는 약 2만 명이 밤샘 시위를 벌였다. 결국 100만의 투쟁에 정부가 무릎을 꿇었다. 9월 24일 포르투갈 정부는 민간기업 노동자의 임금삭감 계획을 철회한다고 밝혔다. 한 차례의 공격을 막아낸 포르투갈 민중들 역시 투쟁의 파고를 높여가고 있다. 14일에는 공산주의 노동조합인 CGT와 포르투갈 최대 노총인 포르투갈 노동자총연맹(CGTP)이 총파업을 벌인다. 유럽 전역으로 확산되는 투쟁 투쟁은 유럽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9월 28일 임금삭감과 구조조정에 맞선 공공부문의 총파업이 벌어졌고, 10월 5일에는 “은행이 아닌 교육을 구하라”며 전국의 대학생과 고등학생들이 일어났다. 좌파 노동조합(COBAS)과 함께 최대 노총인 이탈리아 노동총동맹(CGIL)이 14일 파업의사를 밝혔다. 유럽 중심국에서도 시위가 확산되고 있다. 독일에서는 9월 29일 4만 명 이상이 전국에서 부자에 대한 과세를 통한 공정한 분배를 촉구하며 거리를 행진했다. 14일에는 대다수 노동조합과 사회단체들이 집회에 참여할 계획을 세웠고, 일부지역에서는 파업도 진행한다. 프랑스에서도 9월 30일 8만 명 규모의 시위가 열려 정부의 긴축과 세금인상조치를 반대했고, 14일에는 5개의 노동조합이 대중행동에 나선다. 25개 지역에서 대중 시위가 계획되어 있다. 학생들도 교육사유화에 맞서 교육파업을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신자유주의 긴축정책 반대! 전 세계 노동자 투쟁을 지지하고 연대하자 각국의 투쟁이 하나로 모이기 시작했다. 유럽노총은 “긴축은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 그것은 우리의 일자리와 사회보장 시스템을 파괴했다.”며 트로이카의 사죄와 긴축정책 중단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긴축반대를 공통의 요구로 하는 연대파업은 유럽적 차원의 저항을 조직하여 트로이카에 맞서는 효과적인 전술이다. 또한 세계 곳곳에서 저항하는 노동자민중들을 고무하며 자신감을 불어넣고 있다. 한국의 노동운동, 사회운동도 유럽 민중들의 계급투쟁을 지지하고 연대하여 국제적인 반신자유주의 물결에 동참하자. [%=박스1%]
[사회화와노동 특별호] - 노동자대회 이주노동자 사전 결의대회 배포 노동자의 힘으로 고용허가제 사업장 변경지침 폐지하자! 쓰레기 같은 고용노동부의 지침 고용노동부가 8월 1일부터 실시하고 있는 ‘사업장 변경 지침’에 대한 규탄의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 지침은 이주노동자에게 이전처럼 구직 업체 명단을 주지 않고, 대신에 사업주에게 이주노동자 명단을 주어서 사업주가 선택을 하게 한다. 이주노동자는 그냥 사업주의 전화만 기다려야 한다. 원래 이주노동자는 휴업이나 폐업, 폭행, 임금체불, 성희롱 등을 제외하고는 사업주의 동의를 얻어야 해서 사업장 변경이 극히 힘들었다. 물론 그런 사유가 있어도 이주노동자가 입증을 해야 하기 때문에 어려운 건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고용노동부의 지침은 제한된 범위의 사업장 선택마저 아예 금지하는 ‘쓰레기’ 같은 지침이다. 노예처럼 일하고 아무리 힘들어도 참고 견디며 사업장은 절대 바꾸지 말라는 것이다. 완전히 인종차별적이고 이주노동자를 억압하는 지침이다. 이주노동자의 저항 이주노동자들은 이 지침에 대해 크게 분노했다. 즉각 전국의 이주 관련 단체들은 ‘사업장 변경 지침 철회 비대위’를 결성해서 행동에 돌입했다. 8월 19일에는 고용허가제 시행 8년에 즈음하여 “고용허가제 폐지! 사업장 이동의 자유보장! 노동기본권 쟁취! 이주노동자 투쟁의 날” 집회를 서울·아산·대구·부산 등지에서 개최했다. 9월 23일에는 ‘이주노동자 투쟁의 날 집회’를 서울역에서 전국 집중으로 개최했다. 이러한 흐름에서 주목할 점은 젊은 세대의 이주노동자들이 새롭게 저항에 나서고 있다는 사실이다. 시종일관 활기차게, 다른 이주노동자들의 발언에 적극적으로 공감하고 열정적으로 구호를 외치고 행진했다. 10월 28일에 열린 ‘사업장 변경지침 피해사례 증언대회’에서도 이주노동자들은 분노의 목소리를 내며 즉각적인 지침 폐지를 주장했다. 짧은 기간에 4천 명이 넘는 서명이 모이기도 했다. 주체를 조직하고 연대를 확대하자 이러한 이주노동자들의 투쟁은 더욱 확대되어야 한다. 고용노동부는 이주노동자들의 투쟁에 놀라서 지침을 약간 바꿨지만 여전히 이주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있다. 아직 이주노동자의 조직된 대오와 힘이 그만큼 커지지는 않은 것이다. 무엇보다 이주노동자들 스스로가 주변의 이주노동자들, 같은 나라 이주노동자들에게 이 문제를 알리고 이주노조(MTU)로 조직하여 조직화된 힘을 키워야 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활동가들을 발굴하고 강한 리더십을 형성해야 한다. 이 투쟁에서 한국의 운동단체들도 할 역할이 많다. 사회진보연대는 이주노동자들의 투쟁과 조직화에 적극적인 지원과 연대를 아끼지 않을 것이다. 노동조합·정당·사회단체 등 한국의 제 운동 단체들은 이주노동자들과 더욱 연대를 강화해야 한다. 한국의 70만 이주노동자들이 단결한다면, 이주노동자와 한국노동자들이 함께 투쟁한다면 힘은 어마어마하게 커질 것이다. 사장이 시키는 대로 기계처럼 일만 하는 존재가 아니라, 진정한 노동자이자 인간으로서 이주노동자의 사회적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 함께 투쟁하자! Abolish the new EPS Rule on Workplace Changes through the Workers’ Unity The new EPS Rule is Garbage Voices calling out in protest against the new EPS rule on workplace changes are growing louder and louder everyday. Under this rule migrant workers who are looking for a new job no longer receive a list of workplaces with job openings. Instead, employers receive a list of unemployed migrant workers. Migrant workers can then do nothing more than wait for a prospective employer to call. Even before the new rule was implement, changing workplaces was already hard for migrant workers. This is because the EPS law requires them to obtain permission from their employers to change workplaces except in cases where the workplace closes down temporarily or permanently, or where there are severe rights violations such as violence, sexual harrassment or non-payment of wages. Even in such cases, the burden is on migrant workers to prove that such violations exist, a very difficult task. As if these obstacles were not enough, the new EPS rule completely takes away the little flexibility migrant workers had to choose where they worked. The message of the new rule is that migrant workers should work like slaves, enduring all conditions no matter how bad, rather than even thinking about changing to a new workplace. In other words it is a garbage rule that is racist and oppressive. Migrant Workers Protest But migrant workers are not staying silent in the face of this injustice. As soon as the law was past, migrant rights organizations around the country formed a “Committee to Repeal the Workplace Change Rule” and began to protest. On August 19th, in timing with the 8th anniversary of the introduction of the EPS, migrant workers gathered for a Migrant Workers’ Day of Action in Seoul, Asan and Busan. They held rallies calling for the abolition of the EPS, guarantee of the right to freely change workplaces and basic labor rights. On September 23 a national migrant workers’ rally was held at Seoul station, with 1,000 migrant workers and supporters attending. The activities sparked by the new EPS rule have been marked by the strong participation of a new generation of young migrant workers. The constant energy of these young people, demonstrated in their moving speeches and ardent chanting, has given the migrant workers’ movement a new life. On October 28, these workers expressed their rage and demanded repeal of the new rule at a migrant workers’ Speak Out event. They have also collected over 4,000 signatures on a petition against the new rule in just the last few weeks. Its Time for Solidarity and Organizing There is a great amount of energy already, but the struggle against the new EPS rule must grow stronger. The Ministry of Employment and Labor has been shocked enough by the protests to revise the new rule slightly, but it is still ignoring the central demand for the rule’s repeal. The struggle must grow in numbers and power if we are going to have our voices heard. To gain strength the most important thing is for migrant workers to organize their friends and fellow nationals to join the Migrants Trade Union(MTU) and become active in the struggle. In this process, it is necessary to find and develop new activists and leaders. Korean organizations also have a role to play as well. We, People’s Solidarity for Social Progress, pledge to do all we can support migrant workers’ organizing and protest. It is important that other Korean organizations, unions and political parties also strengthen their solidarity and support for the migrant workers struggle. If all 700,000 migrant workers in South Korea unite - if Korean workers also join forces with them – we will become unstoppable. We will, then, cease to be machines, existing simply to be used by employers at will, and become a dignified working class and dignified human begins. Let’s build our struggle together!
요약 지난 해 4월에 피랍된 제미니호의 한국 선원 4명이 2012년 10월 19일 현재 539일째 억류되어 있다. 소말리아 해적들은 ‘아덴만의 여명 작전’으로 사망한 해적들에 대한 보상금과 체포된 해적들의 석방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은 지난 2009년부터 청해부대를 소말리아 해역에 파견하고 있다. 그러나 청해부대의 선박 호송 임무에도 불구하고 한국인의 생명은 계속 위협받고 있다. 더구나 공격적인 군사작전이 한국인의 생명을 더욱 위태롭게 하고 있다. 해적 문제는 결코 용인될 수 없는 범죄 행위이며, 마땅히 근절되어야 한다. 그러나 해군 파병을 통한 해적 단속이 얼마나 실효성이 있는지는 검증된 바가 없다. 다만 강력한 군사작전을 통해 해적 문제에 대응하고 있는 국가의 선원들이 해적의 표적이 되고, 보다 극단적인 폭력을 부르고 있다는 것만이 확인될 뿐이다. 소말리아 지역에 파병되어 있는 외국의 군대들은 미국이 주도하는 ‘대테러 전쟁’을 도우면서 소말리아의 안정을 파괴해 소말리아를 제2의 아프가니스탄으로 만들고 있다. 해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보다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소말리아 해역보다 일찍 심각한 해적 문제에 직면했던 동남아시아 지역의 예를 참고할 수 있다. 단기적으로는 국제해사기구가 제안하는 ‘해적 행위 예방 및 억제 지침’에 따라 선사와 선박들이 미리 대비한다면 상당부분 해적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군의 소말리아 해역 파병은 결코 해적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오히려 미국의 ‘대테러 전쟁’에 점점 더 깊숙이 말려들 뿐이다. 소말리아 파병은 하루빨리 중단되어야 한다. 목차 1. 제미니호 피랍 사건 개요 2. 한국군의 소말리아 파병 현황 3. 소말리아 파병의 문제점 4. 결론
침략과 점령을 끝내야한다 “이슬람에 대한 가장 악랄한 공격” 레바논의 헤즈볼라는 ‘무슬림의 무지’라는 동영상에 대해 이렇게 평했다. 반이슬람 동영상으로 촉발된 이슬람의 반미시위가 계속 확산되고 있다. 이집트와 리비아에서 시작된 이번 시위는 금새 예멘, 튀니지, 수단, 모로코, 팔레스타인, 이라크,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이란을 비롯한 다른 지역으로 퍼져나갔다. 예멘의 수도 사나에서는 수백 명의 학생들이 미국 대사의 추방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고, 아프가니스탄에서는 성난 시위대가 불을 지르고 캠프 피닉스 미군기지에 돌을 던지며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지난 9월 21일 파키스탄에서는 금요기도회를 마친 무슬림들이 파키스탄 전역에서 시위를 벌였다. 경찰은 실탄과 최루탄을 동원해 진압했고, 하루 동안 17명이 숨지고 200여 명이 다쳤다.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을 중심으로 진행되던 반미 시위는 아시아권 이슬람 국가로까지 확산되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수도 자카르타를 포함해 여러 도시에서 반미 시위가 벌어졌다. 또한 규탄 대상 역시 미국을 넘어 서방 세계 전체로 확산되는 조짐도 보인다. 반미에서 서방 세계 전체에 대한 분노로 한국의 한 언론은 반 이슬람 동영상으로 시작된 반미시위가 프랑스의 만평을 기화로 서방 세계 전체에 대한 규탄으로 비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프랑스의 한 주간지에서 이슬람교의 선지자 무함마드를 풍자한 만평을 실었는데, 이 사건으로 미국만이 아니라 프랑스를 비롯한 서방 세계 전체가 무슬림들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보도였다. 들끓는 무슬림 여론을 프랑스가 자극해 전체 서방 세계로 피해가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이기도 했다. 이러한 우려에는 프랑스 주간지의 만평 사건이 없었다면 무슬림의 시위가 ‘반미’에 국한되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깔려있다. 이러한 인식은 이번 사태를 오로지 선지자 무함마드에 대한 모욕과 그에 대한 무슬림들의 분노라는 틀에 가두어버린다. 때문에 이번 사태 초기에 수단의 무슬림들이 영국과 독일 대사관을 습격한 일은 ‘격앙된 시위대의 우발적 폭력 사태’ 정도로 치부된다. 무슬림에 대한 혐오 이러한 보도는 뿌리 깊은 무슬림에 대한 혐오와 연결된다. ‘거룩한 예언자를 모욕한 이를 자신들이 직접 처벌할 것’이라며 주먹을 흔드는 시위대의 인터뷰 장면은 무슬림 혐오에 생생하게 색을 입힌다. 표현의 자유는 종교적 인물에도 예외가 아닌데,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폭력적인 시위를 벌이고 있는 무슬림들은 비이성적이고 폭력적인 사람들로 그려진다. 문제가 된 만평을 게재한 프랑스 주간지의 편집장이 ‘종교는 하나의 철학, 하나의 생각이기 때문에 무함마드도 칼 마르크스도 만화로 그릴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한 대목에서 서방 세계가 이번 사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엿볼 수 있다. 독재자를 몰아내고 민주화를 이루는 것을 도왔던 미국의 영사관을 습격해 대사를 살해한 리비아 무슬림들에게 ‘은혜를 모르는’이라는 수식어를 붙이는 데에도 주저함이 없다. 침략과 점령에 대한 분노 그러나 이번 시위가 이렇게 단기간에 전체 이슬람 국가로 확산될 수 있었던 것은 지난 10여 년간 지속된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 세계의 침략과 점령에 대한 분노 때문이다. 미국의 진보적 싱크탱크인 <포린 폴리시 인 포커스>는 공화당과 민주당 정부 모두 독재자들과 동맹을 맺고 이스라엘의 점령을 지원하면서 이라크 침략과 점령,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 예멘에서 지속되는 군사 공격에 대해서는 침묵했던 지난 시간들이 없었다면 이러한 반미 시위들은 없었을 것이라 평가했다. 해외 언론이 예멘이나 다른 지역의 시위자들과 진행한 인터뷰를 보면 그들의 분노가 동영상 자체를 훌쩍 넘어 미국과 서방 세계로 향하고 있음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테러리스트들의 배후 조종? 이러한 상황에서 리비아에서 발생한 미국 대사 살해 사건은 이번 시위의 의미를 폄하하고자 하는 세력들의 좋은 먹잇감이 되었다. 미국의 눈치를 보는 리비아 당국은 재빨리 이번 피습 사건은 성난 시위대에 의해 발생한 사건이 아니라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된 것이라고 발표했다. 미국 역시 현재 벌어지고 있는 반미 시위가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들, 테러리스트들의 개입으로 증폭되고 있다는 이야기를 흘렸다. 실제 리비아의 미국 영사관 피습은 이슬람 무장단체에 의해 치밀하게 계획된 공격으로 보인다. 이슬람 그룹들이 여러 경로를 통해 반미 시위를 호소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들이 동영상이 헐리우드 메이저 영화사에서 제작되었다거나, 미국 정부의 사전 심의를 거쳐 승인받은 영화라는 식의 거짓 주장을 퍼뜨린 정황도 포착된다. 그러나 시위가 시작된 리비아와 이집트에서 가장 큰 규모를 갖고 있는 무슬림 형제단은 시위 초기에는 전혀 개입하지 않았다. 얼마 후 무슬림 형제단은 동영상에 대한 비난 성명을 발표했지만, 9월 14일에 평화로운 집회를 열겠다고 밝혔을 뿐이다. 다른 이슬람 종교 학자와 그룹들도 동영상을 비난했지만 평화로운 저항을 호소했다. 이번 사태에서 이슬람 극단주의를 부각시키는 것은 기나긴 침략과 점령의 세월에 대한 무슬림들의 분노를 가리려는 술책에 불과하다. 미완의 민주주의? 한편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의 초기 상황을 분석하면서, 반미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수많은 국가들 중 폭력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몇 안 되는 나라들에 공통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것은 작년 ‘아랍의 봄’을 타고 독재 정권을 무너뜨려 민주정부가 세워졌거나 그러한 과정에 있는 나라들이라는 것이다. 독재 정권 하에서 강력하게 유지되던 정부의 통제가 사라지고, 아직 그러한 통제력을 회복하지 못했기 때문에 테러리스트들이나 극단주의 세력들의 폭력 행위를 막을 수 없다는 분석이다. 이와 같은 주장은 자칫 서방의 군사 개입을 부를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우려스럽다. 국제 사회는 그동안 한 국가가 국민의 생명과 인권을 보장할 수 없을 때 그들을 보호하기 위한 타국의 개입은 주권에 우선한다는 이른 바 ‘보호책임’ 개념을 계발해 왔다.(이에 대한 신념은 작년 리비아 사태에 대한 국제 사회의 ‘성공적인’ 개입을 계기로 한층 강화되었다.) 민주화 과정에 있는 나라들이 치안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기 때문에 테러리스트들이나 극단주의 세력들이 폭력을 조장한다는 인식은 결국 평화를 위해서 외부의 개입이 필요하다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논리가 그동안 유엔의 평화유지군이나 미국의 점령을 정당화하는 알리바이로 활용되어 왔기 때문에 우리는 이러한 분석을 경계해야 한다. 침략과 점령을 중단하라 반미시위의 급속한 확산은 그동안 지속된 침략과 전쟁에 대한 무슬림의 뿌리 깊은 분노를 보여준다. 따라서 이번 사건이 미국이나 서방 세계의 또 다른 개입의 근거가 되어서는 안 된다. 오히려 그들의 개입이 세계를 얼마나 불안정하게 만들었는지를 분명하게 인식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세계화의 보호를 사활적인 이익으로 정의한 미국의 군사교리는, 세계화가 내세우는 담론과는 반대로 세계에 평화가 아닌 폭력과 파괴, 점령과 전쟁을 가져다주었을 뿐이다. 한국은 그동안 미국의 대테러 전쟁에 조응해 적극적으로 파병을 하면서 불안한 중동 정세에 깊숙이 발을 담그고 있다. 무슬림의 분노가 단지 동영상만을 향한 것이 아니라면, 그것이 언제든지 미국의 패권 정책을 충실히 수행해 온 한국으로 향할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한국에서 별다른 의문 없이 지속되고 있는 해외 파병을 중단하고, 중동에 대한 침략과 점령을 종식시키기 위한 반전평화운동의 또 다른 한걸음을 준비해야 할 때다. [%=박스1%]
[2012년 9월 18일 레디앙 칼럼] 기후변화와 시리아 봉기 임필수 | 사회진보연대 반전팀 필자의 지난 기사 <시리아 저항운동의 고민과 갈래들>(2012.8.29. http://www.redian.org/archive/32189)은 시리아 봉기를 이끈 다종다양한 세력들의 조직구성과 성격, 현재 저항운동이 봉착한 난관과 활로를 찾기 위한 모색이 어떠한지 살펴보았다. 필자는 시리아 정권이 여전히 상대적으로 강한 결속력을 지닌 지지집단과 우월한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으나 민중봉기가 발생한 근본 원인이 지속되는 한 시리아 사회가 과거로 회귀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리아에서 대중적 저항을 촉발시킨 결정적 매개는 최근 더욱 악화된 경제상황이다. 1990년대에 본격화된 경제 자유화 조치로 시리아 경제에서 사적 부문이 공공 부문을 능가하기 시작했지만 사적 부문의 가장 부유한 인사는 국가 관리, 정치가 또는 그들의 가족이었다. 1990년대 후반에 이르면 시리아는 과거 지향한 아랍사회주의(국가자본주의)에서 아주 탁월한 족벌 자본주의로 변모했다. 1990년대 경제성장은 소비 증가에 따른 단기 효과에 불과했고 2000년대 이후 슬럼프에 빠졌다. 5-7%의 성장률은 1997년 이후로 1-2%에 머물렀다. 그 결과, 시리아 봉기 전 빈곤선 이하 인구의 비중이 급상승했다. 그 비중은 2000년 11%에서 2010년 33%로 올라갔다. 이는 700만 명 이상이 빈곤선에서 생활하고 있다는 뜻이다. 실업률도 지속적으로 상승하여 20~25% 수준에 이른다. 특히 25세 이하의 실업률은 55%에 이른다. (30세 이하 인구 비중은 55%다.) 물가상승과 생계비 부족, 높은 실업률, 정부보조금 감소 등 시리아 민중이 경험한 경제현실은 아랍의 봉기가 발생한 다른 지역, 국가와 전혀 다르지 않았다. 시리아 경제를 더욱 악화시킨 또 하나의 결정적 요인은 2000년대 후반에 발생한 이례적 가뭄이다. 그 가뭄은 강도와 지속성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였다. 그 결과, 2009년까지 약 백만 명 이상이 농촌에서 도시로 이주한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시리아의 사회적, 지역적 격차를 더욱 심화시켰다. 다마스쿠스, 알레포와 같은 대도시가 이주민을 흡수했으나 인프라 투자는 매우 부족했다. 지방도시들, 예를 들어 다라아, 이들리브, 홈스, 하마와 같은 도시와 그 배후 지역은 이제 반란의 주요 전투지역이 되었다. 농촌 지역은 정부의 보조금 축소, 투자 부족, 도시화의 영향으로 인해 자신의 삶이 파괴되었고 수십 년에 걸친 권위주의와 부정부패로 인해 이러한 결과가 나타났다고 믿는다. 최근 <핵과학자회보>에는 기후변화라는 맥락에서 시리아 봉기를 검토하는 기사가 실렸다. (원문 참조: http://www.thebulletin.org/web-edition/features/climate-change-and-the-syrian-uprising) 기사에 따르면 시리아 정권이 식량자급과 농산물 수출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단기적 농업정책에 집중한 결과, 시리아 자연조건을 고려한 지속가능한 농업 시스템을 형성하는 데 실패했다. 이처럼 취약하고 불균형적인 농업 시스템은 2000년대 후반에 발생한 이례적 가뭄으로 완전히 무너졌고 농촌에서 쫓겨난 백만 명 이상의 이주민은 시리아 봉기의 도화선이 되었다. 기사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시리아에서 발생한 가뭄이 기후변화에 의해 야기된 측면이 크다면 그 사실이 함의하는 바는 매우 엄중하다. 자연적으로 정상 기후로 돌아오리라 기대할 수 없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시리아 농업을 재건하려면 장기적이고 심층적인 계획을 동반하는 사회경제 시스템의 전면 재편이 불가피할 것이다. 하지만 이는 시리아 사회의 민주화가 전제되지 않는다면 불가능할 듯하다. 아래에서는 앞서 언급한 기사를 간추려 소개한다. * * * 시리아 봉기에 기여했던 역사적, 정치적, 경제적 요인 중에서 시리아에 엄청난 충격을 준 하나의 요인이 종종 간과된다. 시리아의 기후변화는 국가의 안정성과 수명에 복잡, 미묘하지만 강력한 영향을 끼쳤다. [그림] 시리아의 가뭄은 200~300만 인구를 ‘극단적 빈곤’ 상태에 처하게 했다. 시리아 국토는 약 12,000년 전 인류가 최초로 농경과 목축을 실험한 곳으로 여겨진다. 현재 세계은행은 그 지역이 기후변화의 두려운 영향을 경험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연간 강수량이 감소하여 영구적으로 더 건조해지고 가뭄의 발생빈도와 심각성이 더 커지리라 예상한다. 1900년부터 2005년까지 시리아에서는 여섯 번의 심각한 가뭄이 발생했다. 이러한 건기 동안에 월간 평균 겨울 강수량은 정상시의 3분의 1이었다. 여섯 번 가뭄 중 한 번을 제외한 나머지는 단지 한 계절 동안만 지속되었다. 다른 한 번은 두 계절 지속되었다. 따라서 농촌은 정부 보조금과 2차 수자원에 의지하여 건기를 버틸 수 있었다. 하지만 가장 최근에 발생한 일곱 번의 가뭄은 2006년부터 2010년까지, 믿기 어려울 정도로 사계절 동안 지속되었다. 이는 지난 세기에 비추어 진정으로 이례적 현상이었다. 나아가 사계절 동안의 평균 강수량은 지난 세기의 어떤 가뭄 기간에 비해도 훨씬 더 적었다. 가뭄의 한 사례를 인간이 초래한 기후변화의 직접적 결과로 간주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미국 국립해양대기청의 2011년 보고서는 시리아 가뭄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1902년부터 2010년 사이의 건조도 증가의 원인 중 온실가스로 인한 기후변화는 거의 절반 정도를 차지한다.” 핵심 연구자였던 마틴 호어링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발생했던 건조 상태의 규모와 빈번성이 너무나 크기 때문에 자연적 가변성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 이는 이미 물 부족을 경험한 지역에는 희망의 소식이 아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자연적 가변성만으로 그 지역의 기후가 정상으로 돌아올 수 없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은 지구온난화가 다가올 수십 년 동안 이 지역의 가뭄을 더욱 심각하게 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그림] 미국 국립해양대기청의 2011년 보고서는 “인간이 초래한 기후변화는 지중해 지역에 빈번히 발생하는 가뭄의 주요 요인이 되었다”고 결론을 내렸다. 적색과 주황색은 1902년-2010년 기간과 비교하여 1971년-2010년의 겨울 가뭄이 심각했던 지중해 지역을 표시한다. 시리아는 가장 붉은 색으로 나타났다. 시리아의 가뭄은 150만 명을 넘는 주민의 이주를 야기한 것으로 추산된다. 농업 노동자와 소규모 농민의 모든 가족이 북동부의 곡창지대에서 남부의 도시 주변부로 이주했다. 가뭄은 불균형한 농업 시스템을 무너뜨렸다. 시리아의 농업 시스템은 이미 농업 정책의 오류와 환경적인 지속 불가능성을 경험하고 있었다. 나아가 긴급사태를 대비한 대책이 없었기 때문에 가뭄이 낳은 결과에 무능했다. 수십 년간 지속된 농업정책의 빈곤이 이제는 알아사드 정권을 집요하게 괴롭히고 있다. 지속 불가능한 역사 현 대통령 바샤르 알아사드의 아버지인 하피즈 알아사드 대통령은 수십 년간 시리아를 지배했다. 하피즈는 그의 권위를 유지하기 위해 농촌 지역 대중의 지지에 의지했고, 그의 통치 기간 동안 농업 부문은 시리아 경제의 가장 중요한 중심축 중 하나였다. 하피즈는 시리아 국민에게 안정적인 식량공급을 보장했고 식량, 석유, 물의 가격을 내리기 위한 보조금을 지급했다. 정권은 식량자급을 강조했고, 1980년대에 밀 자급을 최초로 달성했다. 목화는 관개농업이 필요한 물 집약적 작물인데, 정권은 ‘전략 작물’로 선정하여 목화 재배를 강력히 장려했다. 그래서 한때는 목화가 석유 다음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수출품이 되었다. 농업 생산은 팽창했지만 그것이 환경에 끼치는 영향은 거의 고려되지 않았다. 프란치스코 페미아와 케이틀린 웨렐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알아사드 정권은 정책의 오류를 저질렀고 시리아의 자연자원을 무시했다. 이는 물 부족과 토지 사막화를 야기했다.” 현재 발생한 가뭄 전 20년 동안 정권은 관개 시스템에 큰 액수를 투자했지만 여전히 충분히 발전되지 못했고 극단적으로 비효율적이었다. 관개 시스템의 다수는 지하수를 주요 원천으로 활용했는데 강물의 양이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2005년부터 정부는 농업용 우물에 대해 허가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혹자는 시리아 정부가 쿠르드족이 다수를 차지하는 북동부 지역을 저개발 상태로 방치하기를 원했기 때문에 일부 농민의 허가 요구를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어떤 이유든 간에, 일반적으로 우물 허가를 받기는 매우 어려웠다. 그 결과 시리아의 농업용 우물 중 절반 이상은 불법이었고 따라서 규제를 받지 않았다. 가뭄이 발생하기 직전 수년 동안 지하수는 급속히 고갈되었다. 경고에 대한 무시 2001년 세계은행은 다음과 같이 경고했다. “단기적으로 밀과 다른 곡물의 안정적 공급을 성취하고 물 집약적 목화 재배를 장려하려는 시도는 활용가능한 지하수 자원의 고갈로 인해 장기적으로 시리아의 안전을 잠식할 것으로 보인다는 사실을 시리아 정부가 인식해야 한다.” 정부가 에너지와 물에 대해 상당액의 보조금을 제공함에 따라 농민은 지속가능한 목표를 설정하기보다는 생산량 증가에 더 큰 노력을 기울였다. 2005년 밀 가격이 급등하자 지나치게 자만했던 시리아 정부는 긴급사태에 대비한 밀 보유고의 상당량을 판매했다. 2008년 가뭄으로 인해 시리아 정부는 자급정책의 실패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고 20년 만에 처음으로 밀을 수입해야 했다. 또한 보리 수확이 90% 감소하자 가축 사료 가격이 가뭄 첫 해 동안에만 두 배로 올랐다. 북동부의 소규모 목축업자는 가축의 70% 이상을 잃었고, 다수는 그 지역을 떠나야만 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에 따르면 가뭄으로 인해 시리아 가축의 4분이 1이 사라졌다. 식량의 안정적 공급이라는 아사드의 약속은 물거품처럼 사라졌다.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가뭄의 심각한 영향을 입은 인구의 80%는 빵과 설탕을 넣은 차로만 연명하고 있다. 거의 사막화된 북동부 농촌 지역의 주민은 급등한 식품 가격 때문에 고통을 받고 있다. 가뭄이 강타한 지역의 주민 중 80%는 빈곤선 이하에서 살고 있다. 2003년 농업 부문은 시리아 국내총생산(GDP)의 4분의 1을 차지했으나 가뭄에 돌입한 2008년에는 17%로 감소했다. 유엔 재난위험경감 사무국에 따르면 시리아 정부의 가뭄 대책은 수동적이었고, 시의적절하지 못했으며, 목표 설정과 조정과정이 매우 부적절했다. 카오스 가뭄이 시작된 후 대부분 농촌 이주민으로 구성된 임시 거주지가 다마스쿠스, 하마, 홈스, 알레포, 다라아 주변에 형성되었다. 이중 다라아는 2011년 3월, 시리아 봉기에 결정적 계기가 된 첫 번째 대규모 시위가 발생한 지역이다. 이미 주변국 이라크와 팔레스타인에서 거의 200만 명이 난민이 시리아로 건너온 상황도 경제적으로 큰 부담을 주었는데, 시리아 내부에서 대규모 이주가 발생하자 그 부담은 더욱 커졌다. 아랍연구소가 발행하는 디지털 매거진 자달리야의 필자 수전 샐리비는 이렇게 말했다. “정권은 가뭄의 영향을 경감하기 위한 경제적 조치를 취하는 데 실패했다. 그것은 이렇게 거대한 대중시위를 야기한 결정적 추동력이 되었다. 최근 몇 달 동안 시리아 도시들은 쫓겨난 농촌 이주민들과 권리를 박탈당한 도시 주민들의 불만이 모이고 정치권력의 성격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공간이 되었다.” 시리아 정권의 경제자유화 정책은 소득 격차와 지리적 불균형을 확대했으며, 그것이 야기한 여러 요인들은 시리아 정권이 가정한 안정성을 산산이 깨뜨렸다. 가뭄과 대규모 이주는 시리아 반란을 추동한 가장 주요한 원인이 아닐지 모르지만, 대중의 불만을 촉발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시리아의 가뭄은 이례적인 기후변화가 대규모 이주를 낳고 그것이 국가의 불안정성을 야기한 최초의 현대적 사례일 것이다. 이는 이미 문화적 양극성, 정치적 억압, 경제적 불공평성이라는 긴장에 처해 있는 지역에서 기후변화가 매우 중대한 촉매제가 될 것이라는 교훈이자 경고다. <끝>
노동자운동연구소의 국제소식지입니다.
한국 이주운동을 위한 교훈 경제위기와 인종주의의 강화 경제위기가 본격화된 이후 유럽 전역에서 대중적 외국인혐오증과 인종주의적 폭력이 심해지고 극단적 민족주의 세력이 강화되고 있다. 더불어 주류 집권정당들이 다문화나 이주민과의 공존과 같은 상대적으로 관대한 정책 틀을 부정하고 반이주민 정책을 추진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재정위기 및 재정위기에 동반하는 정치사회적 위기가 가장 심각한 그리스에서 더욱 심각하다. 아래에서 살펴보듯이 지난 3년간 아테네를 비롯한 그리스 도시들에서 반이주민 정서가 확산되고 이주민에 대한 폭력적 범죄가 급속히 증가했다. 또한 황금새벽당과 같은 신나치주의 세력들이 상당한 대중적 지지를 얻고 있으며 중도우파와 중도좌파 정당들도 갈수록 반이주민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다행히도 강화되는 인종주의에 대응하는 세력이 존재한다. 1990년대부터 그리스 이주민조직과 일부 좌파들이 반인종주의 운동을 벌였다. 최근 상황에서 대규모 도심 집회를 전개하는 등 그들의 활동이 활발해지고 있다. 한국에서는 유럽만큼 경제위기가 극심히 드러나지 않는 상황에서 아직까지 인종주의의 심화가 피부로 느껴지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지난 몇 년 간 한국에서도 반이주민 정서가 서서히 강화되고 있으며 이주민의 권리를 더욱 제약하는 정책 방향이 나타나고 있다. 또한 유럽의 재정위기 심화에 따라 한국의 경제위기가 심각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만큼 멀지 않은 미래에 한국에서도 인종주의는 중요한 사회문제가 될 수 있다. 그 대응을 준비하기 위해서 이 글에서는 그리스에서의 인종주의 대두와 그에 대한 진보진영의 대응전략을 검토하고 한국 이주운동을 위한 교훈을 발굴하고자 한다. 개념 정리 본 논의에 들어가기에 앞서 이 글에서 쓰일 몇 가지 개념을 정의할 필요가 있다. 먼저 인종주의의 의미를 확인하겠다. 인종주의를 단순히 개인적 편견이나 한 민족 또는 인종의 우월성에 대한 믿음에 기반을 둔 사고나 이데올로기로 보는 일반적이 경향이 존재한다. 아래 논의에서는 일반 시각보다 다차원적인 인종주의 정의를 사용한다. 인종주의를 차별적인 경제구조, 개인적 편견, 이데올로기, 표상, 법률과 정책의 상호작용을 통해 형성된, 선천으로 간주된 인종민족문화적 범주에 기반을 둔 억압체계로 이해한다. 이 정의에서 특히 주목할 점은 위에 나열된 요소들이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강화하면서 차별적이고 억압적인 사회적 체계를 형성하고 재생산한다는 것이다. 억압체계로서 인종주의는 세계 자본주의와 맞물려서 발전되었으며 현대 자본주의 축적체제와 그로부터 이득을 취하는 집단의 헤게모니를 동시에 뒷받침하고 자연화한다. 논의를 단순화하기 위해 ‘대중적 인종주의’(popular racism)와 ‘국가적 인종주의’(state racism)를 구분한다. 대중적 인종주의는 개인 편견, 일반인의 외국인혐오증, 개인 간의 인종주의적 범죄, 언론의 표상 등을 의미한다. 국가적 인종주의는 우선적으로 정부의 차별적인 이주정책을 의미한다. 정책을 해설하는 데에 사용되는 담론과 그 담론이 형성하는 정치적 문화도 국가적 인종주의로 본다. 인종주의 대응전략에 있어서 중요한 함의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그리스 인종주의를 살펴볼 때 대중적 인종주의와 국가적 인종주의의 인과관계를 특별히 주목한다. 이는 일반적으로 다방면적인, 즉 서로를 강화하는 관계이지만 국가의 압도적인 권력과 일상생활에 대한 침투 때문에 인종주의 체계를 형성하고 유지하는 데에 국가가 보다 많은 책임을 지니고 있다고 본다. 그러나 그리스 사례를 보면 경제위기라는 특정한 역사적 시점에서 대중적 인종주의가 이주정책과 정치문화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난다. 그리스와 유럽연합의 이주정책 분석에서 이주민을 ‘체류권 없는 장기체류자’로 만드는 효과가 나타난다고 주장할 것이다. 즉, 이 개념을 통해서 이주정책의 결점으로 인해 그리스의 이주민은 필연적으로 장기체류하게 되지만 안정한 체류자격, 그리고 양질의 삶을 가능하게 하는 최소의 인권, 노동권과 정치권 보장이 동반되지 않은 것을 지적하고 싶다. 아래에서 보듯이 그리스와 다른 형태이지만 한국 이주정책도 ‘체류권 없는 장기체류자’를 양산하고 있다. 억압체계로서 인종주의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이주민을 ‘체류권 없는 장기체류자’로 만드는 이주정책은 두 차원에서 중요하다. 첫째, 사회적 지위를 향상시키기 위해서 필요한 조건을 빼앗음으로써 이주민을 낙인찍기 쉬운 최하층으로 만들고 재생산한다. 둘째, 체류권을 부정하는 이주정책은, ‘이주민은 본질적으로 동화되지 못한 존재’라는 전제 하에서 만들어지며 또 그 전제를 영속시킨다. 따라서 인종주의 대응에서 안정적인 장기체류를 불가능하게 만드는 이주정책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고 할 수 있다. 그리스의 이주민 전체 인구가 11,304,000명인 그리스에서 현재 100~130만 명의 이주민들이 살고 있다. 한국과 유사하게 그리스의 대대적인 이주민 유입은 지난 20년간 이뤄진 현상이다. 이주민은 주로 두 흐름으로 들어온다. 첫 번째 그룹은 1980년대 말에서 1990년대 초 사이에 그리스와 국경을 공유하는 알바니아를 비롯한 발칸지역에서 사회주의 정권의 붕괴 이후 들어온 사람들이다. 두 번째 그룹은 2000년대 초반부터 아시아와 아프리카에서 온 망명(난민) 신청자와 미등록 이주자이다. 이러한 이주민들은 주로 본국의 경제적정치적 불안에서 탈출하기 위해서 이주를 선택한다. 그리스는 아시아와 아프리카 지역에서 유럽연합으로 이동하는 경로인 터키와 국경을 공유하기 때문에 유럽의 다른 국가로 이주하려고 하는 사람들은 그리스에 먼저 도착한다. 유럽연합 이민당국은 2010년 말 현재 유럽연합으로 들어오는 미등록 이주민 중 90%가 그리스를 통한다고 추정한다. 이러한 이주민 중 일부는 그리스에서 취업을 목표로 하지만 대부분은 그리스를 통해 기타 유럽국가에 이주해 난민신청을 하거나 가족과 결합하고자 한다. 그러나 아래에서 자세히 설명하듯이 대부분은 그리스를 떠나지 못해 아테네나 다른 대도시에 머물게 된다. 그들은 저임금 비정규직비공식적 사업장(농업, 건설, 제조, 가사노동, 서비스, 노점 등)에 편입되며 여러 불안정한 체류자격(난민 신청 상태, 미등록에서 단기노동과 체류허가로 등록된 상태, 노동과 체류허가 신청한 상태, 미등록)을 지닌다. 유럽연합과 그리스의 이주정책과 이주민 최하층의 재생산 난민 신청자 그리스는 유럽연합 중에 가장 낮은 난민 인정율(1% 미만)을 기록한다. 또한 난민 신청 절차의 비합리성 때문에 매우 장기간의 과정이 필요하다. 이는 많은 그리스 이주민의 불안정한 체류자격의 중요한 원인이다. 상황은 2003년 유럽연합의 더블린II 규정 채택으로 인해 악화됐다. 더블린II 규정은 난민 신청을 검토할 의무를 신청자가 도착한 첫 유럽연합 회원국에 부여하며 기타 회원국들은 본토로 들어온 난민 신청자를 처음에 도착한 유럽국가로 송환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이는 그리스의 난민 신청 적체(backlog)를 더욱 심화한다. 또한 그리스 외국인보호소의 혼잡과 그에 따른 인권침해를 더 심각하게 만든다. 난민 신청의 부정적인 전망을 고려했을 때 많은 이주민들은 이주하게 된 배경과 무관하게 난민 신청을 하지 않는 것을 택한다. 이런 이들은 일반적으로 미등록 이주민으로 분류된다. 미등록 이주민 그리스는 이런 식으로 미등록 이주민을 계속 유입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정부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세우지 못한 채 반복되는 단속과 단기적인 체류 허가를 부여하는 이주등록 프로그램이라는 미봉책만으로 대응해 왔다. 1998년, 2001년, 2005년, 2007년에 실시된 등록 프로그램 하에서 이주민들은 1~3년 기간의 노동 및 체류 허가를 받게 된다. 체류 허가 갱신은 공식적인 횟수 제한은 없지만, 고용주가 지급하는 사회복지 지출을 입증하는 스탬프를 제출함으로써 정규적 취업 상태를 증명해야 가능하다. 대부분 이주노동자들은 고용계약서와 사회복지지출이 존재하지 않는 비정규직 일자리나 비공식 부문에 종사하기 때문에 체류 허가 갱신 조건을 충족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 따라서 등록되었다가 다시 미등록이 되는 경우가 많다. 비록 정규직 고용관계를 유지할 수 있어도 체류자격을 유지하기 위해서 고용주의 사회복지 지출 증명 스탬프가 필요하기 때문에 고용주에게 완전히 종속된다. 더욱이 체류 허가 신청이나 갱신 처리 과정은 매우 긴 기간을 요구한다. 길면 1년이 걸릴 수가 있어서 원래 허가 기간이 만료될 때 새 허가를 아직 받지 못한 이주민이 많다. 이러한 상황은 경제위기 하에서 더욱 심해지고 있다. 트로이카가 강요한 긴축재정 정책으로 인해 난민 신청과 체류 허가 갱신을 처리할 공무원 인원은 계속 축소되고 있다. 더구나 경제위기가 야기하는 실업은 이주노동자들이 일하는 부문에서 특히 심각하다. 2009년 이래 이주민 실업은 내국인 실업보다 더 증가했다. 지난 3년 간 등록노동자 수가 2009년 58만7천 명에서 2010년 57만7천 명, 2011년 46만7천 명으로 하락했는데, 이것은 그리스를 떠난 등록노동자들의 숫자보다 많은 등록노동자들이 고용을 유지하지 못해 미등록이 되었기 때문이다. 안정적인 일자리를 구하고 유지하는 것의 어려움, 사회복지 스탬프의 필요로 인한 사용자에 대한 종속과 체류허가 갱신 처리의 불합리성은 결과적으로 이주민을 저임금의 착취하기 쉬운 불안정한 최하층으로 만든다. 결국 그리스와 유럽연합의 이주민 관리제도는 사회통합이 불가능한 체류권 없는 장기 체류 이주민을 양산하고 있다. 그리스 인종주의의 변화 경제위기 이전 그리스의 인종주의 완화 한국사회와 마찬가지로 그리스사회에서 인종적, 민족적, 문화적 동질성의 신화는 매우 강하다. 그 역사적 배경은 이 글의 범위 밖에 있지만, 어쨌든 단일인종과 단일민족에 대한 믿음이 이주민에 대한 대중적 인식을 형성하는 사회적 환경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 아프리카와 아시아 이주민의 급격한 유입과 이들을 최하층으로 만드는 이주정책은 그리스 대중으로 하여금 인종주의적 태도(외국인혐오증, 이주민 범죄자화 등)를 취하도록 유도한다. 따라서 1990년대부터 인종주의적 정서가 그리스 사회에 존재했다. 그러나 경제위기 전까지 대중적인 인종주의는 완화되는 추세를 보였다. 특히 2000년대 중반에 사회당(PASOK, 제1야당) 계열 그리스노총(GSEE)이 이주노동자의 동일한 노동권과 사회복지 적용, 그리고 미등록 이주민 등록을 꾸준히 주장하고, 파판드레우 사회당 당수가 이주민의 권리 보장과 사회적 통합을 도모하는 여러 정책을 제안하면서 이주민에 대한 여론에 변화가 보였다. 같은 시기에 주요 좌파정당인 공산당(KKE)과 지난 선거에서 부각된 급진좌파연합(SYRIZA, 이하 시리자)도 비슷한 입장을 취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 시기에 그리스 인종주의적 정치적 문화와 대중적 인종주의가 어느 정도 완화되었다고 하더라고 이주정책에 있어서 근본적인 변화는 거의 없었다. 체류허가제도가 다소 합리화되었지만 그리스 이주정책은 여전히 이주민들을 단기적으로 체류하는 외국인으로 취급하고 미등록 이주 문제에 대해 단속과 등록프로그램이라는 미봉책으로만 대응하였다. 따라서 재정위기가 발생한 몇 년 뒤에 그리스 이주민은 여전히 안정적 체류권이 없는 최하층으로 존재했다. 경제위기와 대중적 인종주의의 대두 이주민에 대한 여론과 사회적 분위기는 경제위기 발생 후 급속하게 극단적으로 변했다. 현재 아테네를 비롯해 그리스 대도시에서 반이주민 낙서를 쉽게 볼 수 있으며 이주민은 일반 그리스 국민에 의한 인종주의적 공격과 희롱에 대한 두려움을 안고 살고 있다. 신뢰할 수 있는 통계가 존재하지 않지만 인종주의적 범죄의 빈발을 입증하는 일화적인 증거가 많다. 예컨대 아테네에 위치한 비영리 의료원 두 곳은 2011년 상반기에 폭력범죄 피해 이주민 치료사례를 각각 300건과 200건으로 보고한다. 또한 인종주의 범죄를 조사하기 위해서 결성된 NGO네트워크는 2011년 10~11월에 아테네와 파트라스 두 곳에서 총 63건의 비슷한 범죄가 발생했다고 기록했다. 많은 이주민은 공격이 두려워 다니지 못한 지역이 있다고 말한다. 어느 아프간 공동체 지도자는 새롭게 이주해 온 사람들에게 위험 지역을 빨간색으로 표시한 지도를 나누어 준다고 한다. 2011년 5월에는 그리스인이 이주민에 의해 칼로 찔려 사망한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자 이주민에 대한 연속 테러가 며칠 동안 지속되었다. 이 기간 동안 그리스인으로 구성된 갱들이 이주민을 길에서 쫓아다니며 버스에서 끌어내리고 폭행하고 칼로 찌르기도 했다. 인종주의 범죄의 급속한 증가는 지난 몇 년 동안 ‘시민조직’으로 불리는 자발적인 동네 순찰단의 결성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이러한 조직들이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서 밤에 순찰하면서 이주민을 길거리와 공원에서 쫓아낸다. 그들은 이 활동이 긴축재정으로 인해 약화된 경찰이 못하는 역할을 채워 준다고 주장한다. 한 시민조직은 다음과 같은 내용을 담은 포스터를 아테네 곳곳에 붙였다. “이것이 이슬람이다. 도둑질을 하며 그리스인을 강간하고 죽이는 사람들이다. 그리스인이여 각성하라!” 그리고 이주민들이 읽도록 영어로, “본국으로 즉각 돌아가라. 당신들은 여기에 자리가 없다. 이제부터 우리는 당신들과 당신들을 도와주는 배신자 정치인들이 우리나라에서 떠나도록 모든 행동을 취하겠다”고 써놓았다. 그리스 경찰들은 시민조직을 통제하지 않을 뿐더러 그들의 활동에 안도를 표현할 때가 많다. 게다가 일부 활동가는 경찰들이 실제로 시민순찰단의 활동을 지원하고 협력한다고 주장한다. 황금새벽당의 역할 시민조직이 사용하는 담론은 지난 5~6월 총선 전후에 부각된 극우 신나치주의 정당인 황금새벽당의 담론과 매우 비슷하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트워치(Human Rights Watch)와의 인터뷰를 통해서 황금새벽당 당수인 니콜라오스 미칼로리아코스(Nikolaos Michaloliakos)는 당의 입장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그리스는 그리스인이 소유해야 한다. 우리는 그리스인으로서 자부심을 느낀다. 우리의 민족적 정체성, 우리의 수천 년에 걸친 역사를 보호할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 인종주의적이라고 한다면 우리는 인종주의자가 맞다. 우리는 미국 원주민과 같은 운명을 원하지 않는다. 현재 이민자들은 카우보이이며 우리는 아파치족이다.” 지난 5월 언론보도를 통해서 황금새벽당은 미등록 이주의 해결책으로서 외국인 보호소 건설은 “동화”(fairy tale)라고 비꼬며, 대신 그리스-터기 국경에 대인지뢰를 설치하고 사살권이 부여된 특수부대를 배치하는 것을 제안했다. 일반 황금새벽당 당원들은 시민순찰단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미칼로리아코스 당수를 비롯해 당 지도부는 조직적 개입을 부정하지만 많은 사회단체들은 황금새벽당이 이 조직들을 사실상 지도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시민순찰단과 무관하게 지역정부 후보와 당선자를 포함해 황금새벽당 당원들이 인종주의 폭력에 관해서 기소된 사례가 많다. 황금새벽당은 대중적 인종주의와 국가적 인종주의의 구분을 애매하게 만든다. 올해 선거 전까지 소수는 지역을 제외하고 공직을 차지하지 못해서, 정치적 권한을 지닌 정당이라기보다 신나치 시민단체의 위상에 더 가까웠다. 그러나 6월 선거를 통해서 18석의 의석을 획득해 사회적 여론, 정치적 문화 나아가 이주정책에 영향을 행사할 역량이 활씬 강화되었다. 신나치와 관련된 인종주의 범죄에 대해 그리스정부가 묵인하는 태도는 국가적 인종주의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보수화되는 정치문화와 이주정책 인종주의적 여론 강화와 황금새벽당을 비롯한 신나치주의 세력의 영향력 강화는 전반적인 정치문화의 보수화와 동행하고 있고 이주정책 방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 56월에 총선을 둘러싼 논쟁에서 ‘이주문제’는 핵심 쟁점이었다. 극우뿐 아니라 여러 주류 정당들이 미등록이주를 도시의 빈민화, 범죄와 공중위생문제의 원인으로 연결시키는 입장에 취했다. 선거공약으로 안토니스 사마라스 신민주당 당수는 그리스의 도시를 그리스인을 위해서 되찾을 것을 약속했다. 선거를 몇 개월 앞두고 신민주당과 사회당이 구성하는 연정은 이주민 문제를 해결할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서 여러 조치를 취했다. 2012년 2월에는 그리스-터키 국경의 에브로스 지역에 미등록 이주를 막기 위해서 12.5 킬로미터 장벽의 시공에 들어갔다. 3월 말에는 전국적으로 30개의 새로운 외국인보호소를 건설할 계획을 발표했다. 아테네 시내에서의 단속도 강화했다. 정부 관계자의 이주민 범죄자화 발언은 보다 잦아졌다. 예컨대 보호소 건설 계획에 관해서 사회당 출신 치안장관은 “그리스는 평화로운 민족이다. 핵심 문제는 그리스에 사는 수 천 명의 불법체류자이다”라고 설명했다. 진보세력과 일부 언론은 신민주당과 사회당이 이주문제를 강조하고 이주 통제정책을 발표한 것은 경제위기와 재정긴축정책에 대한 관심을 돌리기 위한 전략이라고 비판했다. 인종주의 강화의 원인 최근 일반인의 인종주의 정서 강화는 경제위기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그리스의 재정위기는 사회복지제도를 파괴하였고 이주민과 내국인 실업을 대폭 증가시켰다. 이러한 상황은 사회적 불안정과 전반적인 범죄율 상승을 야기하고 있다. 경제위기 전부터 내국인보다 빈곤했던 이주민들 중 일부는 이러한 상황에서 생존전략으로 사소한 범죄에 의존하게 되었고, 또 다른 일부는 경제위기 하에서 강화된 범죄조직들에 의해 이용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범죄 증가와 전반적인 생활주순 하락에 대해 고민하는 그리스인들은 쉽사리 이주민으로부터 시선을 돌리곤 한다. 이와 같은 개인적 편견은 극우세력의 활동을 통해서 훨씬 강화되고 사회 전체로 확산된다. 극우정당들이 지지율 상승과 당원 확대를 위해서 이주민 범죄를 과장하고 위와 같은 극단적인 인종주의적 담론을 사용하면서 일반 국민의 공포를 자극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외국인혐오증은 전체 사회에 전파된다. 극우세력들이 인종주의적 범죄를 유도하고 조직하고 직접적으로 저지름으로써 이주민을 보다 위축시키고 테러 분위기를 조성한다. 즉, 경제위기와 사회적 혼란이라는 상황에서 극우세력들이 인종주의적 정서를 형성하는 데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이렇게 심각성을 더해가는 대중적 인종주의는 정치문화의 보수화와 이주정책의 후퇴와 어떤 인과관계를 지니고 있나? 일방적인 인과관계는 아니지만, 그리스의 경제위기와 5~6월 총선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정책이 사회적인 분위기를 결정하는 것보다는 외국인혐오 여론이 정부의 이주민 통제정책을 도입하도록 만들었다. 경제위기와 긴축정책에 대한 관심을 돌리기 위해서 정부가 ‘이주문제’를 강조하는 것은 반이주민 정서를 다시 촉발시키는 효과가 있다. 고조되는 인종주의적 사회분위기 속에서 황금새벽당이 처음으로 의회에 진출했고 이들의 의회 참여는 인종주의적 정치문화와 반이주민 정책 흐름을 보다 심각하게 만들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인종주의에 맞선 투쟁 그리스에서 반인종주의 운동은 1990년대부터 본격화했다. 이 운동은 이주민과 내국인 활동가의 공동 투쟁으로 이루어진다. 노조들이 이주노동자를 적극적으로 조직하지 않는 상황에서 수많은 국적별 이주민단체와 이주노동자의 조직이 결성되었다. 파키스탄공동체(Pakistan Community), 아프간공동체(Afghan Community), 통합아프리카여성조직(United African Women Organization), 필리핀노동자연대(Unity of Filipino Workers in Greece), 이민노동자노동조합 등을 사례로 들 수 있다. 이러한 조직들은 그리스 좌파단체들과 함께 매년 ‘반인종주의 축제’(Anti-racist Festival)를 개최하고 있다. 이주민 조직은 행사에서 부스를 차리고 전통음악을 배경으로 음식을 팔고, 그리스인들은 이 행사에 참여하여 이주민들의 문화를 접한다. 이런 식으로 그리스인과 이주민의 공존, 인종주의 없는 사회에 대한 희망과 그 가능성을 표현하는 것이다. 인종주의의 정의 반인종주의 운동에 참여하는 세력들 간에 인종주의에 대한 이해와 그에 부합하는 대응전략에 관한 입장 차이가 존재한다. 운동 내 지배적 경향은 인종주의의 핵심을 대중적 외국인혐오주의로 보고 반인종주의 축제와 같은 활동을 통해서 상호간의 문화적 이해를 강화하는 것을 주 전략으로 택하고 있다. 즉, 이들은 대중적 인종주의의 원인을 이주민 문화에 대한 지식의 부재로 보고 이에 대응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인종주의를 “이데올로기가 아니라 자본주의와 국가에 원인이 있는 억압적 체계”로 보는 관점도 존재한다. 이 입장을 취하는 세력은 국가의 인종주의적 조치(racist initiatives)에 도전하는 것을 우선적인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인종주의적 조치’란 이주정책 뿐 아니라 주류 정당의 이주민에 대한 경제위기 책임전가와 극우정당과의 협력, 그리고 경찰의 인종주의 범죄 묵인 등을 의미한다. <인종주의 파시즘위협 반대 공동행동>의 활동 경제위기의 도래와 인종주의 범죄의 급속한 증가 이래 반인종주의 세력은 황금새벽당을 비롯한 극심한 민족주의 집단의 폭력에 대응하는 것에 특별히 집중하고 있다. 2009년에 반자본주의좌파연합(ANTARSYA, 이후 ‘안타르시아’)의 일부 세력과 일부 이주민단체 지도부를 중심으로 ‘인종주의·파시즘 위협 반대 공동행동’(Initiative United against Racism and the Fascist Threat, KEERFA)이라는 새로운 반인종주의 조직이 결성되었다. KEERFA의 설립원리는 다음과 같다. △노동자가 단결하면 승리한다 △모든 미등록 이주자 합법화 △지역사회로부터 파시스트의 제거 △강제 수용소(외국인보호소) 반대. 최근 대규모 집회를 통해서 황금새벽당의 폭력을 규탄하고 반대하는 것은 KEERFA의 가장 핵심적이고 눈에 띄는 활동이다. 이러한 집회들은 여러 도시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개최되고 그 참가자는 보통 수천 명에 이른다. 최근 8월 24일 집회에는 무려 15,000명이 참여했다. 이주민조직의 참여가 상당히 높다. KEERFA는 또한 인종주의, 파시즘과 특히 황금새벽당에 반대하고 이를 고립시키기 위해서 노동자의 광범위한 대응 전선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한 KEERFA 활동가에 따르면 사회당 당원(사회당 간부는 배제된다)까지 포함하는 전선을 통해서 신나치세력이 그리스 사회의 다수를 대표하지 않는 것을 분명히 증명하는 것이 목표라고 한다. 이 활동가는 “나치는 선전이 아니라 테러를 통해서 강해지고 있다. 황금새벽당이 아테네 지하철에서 이민자를 잡아 칼로 찔러도 남들은 두려워서 말리지 못한다. (황금새벽당을) 고소한 사람들도 공격을 당한다. 우리가 인종주의와 나치를 반대하는 입장을 내기만 하고 시리자가 정권을 장악한 후 이를 이행할 것을 기다리기만 하는 전선이 아니라 싸우는 전선이 필요하다. 국가가 나치에 대응할 의지도 없고 능력도 없다. 시리자가 여당이 되어도 상황이 바뀌지 않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반인종주의반파시즘 전선의 활동 가운데 시민순찰단에 대응할 지역자위위원회를 조직하는 것이 제안되고 있다. 인종주의 대응 전략 평가 극단적인 외국인혐오주의와 이주민에 대한 범죄가 현재 너무 잦고 심각하기에 이주민의 신체적 안전 보호 차원의 대응이 일차적으로 시급하다. 또한 황금새벽당은 인종주의 뿐 아니라 나치 식의 파시스트 경제와 국가제도 도입을 주장하는 만큼 좌시해서는 안 되는 존재이다. 그러나 이런 활동은 인종주의의 원인이 “자본주의와 국가에” 있다고 주장하는 KEERFA의 원칙에서 약간 벗어난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이주정책의 후퇴에 대한 대응, 그리고 파시즘과 인종주의 폭력을 묵인하고 유도하는 국가의 역할에 대한 폭로가 보다 알맞은 활동이라고 볼 수 있다. 반면에 앞서 살펴봤듯이 황금새벽당이 자극하는 인종주의적 정서가 정치문화와 이주정책의 보수화를 촉진하는 사회적 환경을 만들고 있다는 것도 분명하다. 외국인혐오증을 반대하는 것은 황금새벽당을 비롯한 인종주의 집단의 대중적 기반, 따라서 정치적 영향을 약화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최우선적인 목표로 선전하는 것은 전략적인 측면이 있어 보인다. KEERFA는 경제위기 상황에서 국가적 인종주의에 대응하기 위해서 대중적 인종주의에 맞선 투쟁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한국사회의 인종주의 체류권 없는 강제체류자를 양산하는 한국의 이주정책 그리스 사례를 통해서 경제위기와 대중적국가적 인종주의의 상관관계를 쉽게 볼 수 있다. 이러한 상관관계는 그리스 사회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한국에서도 유효하다. 한국에서 그리스와 비슷한 형태의 심각한 인종주의가 생길 것인지에 대해서는 고민해볼 여지가 있다. 두 사회가 상이한 점이 많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에는 그리스와 같은 뿌리 깊은 나치주의의 전통이 없다. 또한 한국에서 그리스만큼 심각한 경제위기와 그에 동반하는 정치위기, 사회적 불안이 아직까지 나타나지 않고 있다. 반면에 이주민 유입국으로서의 짧은 역사, 단일민족 신화, 이주민을 임시적인 체류자로 취급하는 경향 등 여러 유사점도 있다. 여기에서 그리스와 형태가 다를 뿐이지 효과가 비슷한 체류권 없는 창기체류자를 양산하는 한국의 이주관리정책이 특별히 중요하다. 2004년에 도입된 고용허가제는 수차례의 개정을 통해서 이제 최대 9년 8개월이라는 장기체류를 유도하면서도 갈수록 이주노동자의 직장선택권, 기본노동권, 사업장 내 인권을 박탈하고 여전히 정치권을 부정한다. 또한 장기체류 현실을 무시한 채 단기순환 원칙을 고수하면서 이주노동자를 한국사회의에서의 ‘국외자’(outsider), 따라서 권리를 제약해도 되는 존재로 만든다. 이러한 문제들은 8월 1일부터 시행된, 사업장 이동을 보다 어렵게 하는 ‘사업장변경에 대한 고용노동부 내부지침’에서 복합적으로 나타난다. 이 지침 하에서 사업장을 이동하려는 이주노동자는 더 이상 사업장 알선 리스트를 받지 못해 사업자의 연락을 기다리기만 해야 한다. 이는 결국 사업장 변경을 방지함으로써 노동자가 노동조건이 아무리 열악해도 한 사업장에서 일하도록 강요한다. 이 지침이 노동조건과 일상생활에 큰 영향을 미침에도 불구하고, 고용노동부는 사회구성원으로 인정되지 않고 정치적 발언권 없는 이주노동자의 의견을 물으려고 생각도 하지 않았다. 대중적 인종주의의 강화 그리스만큼 심하지 않지만 최근 한국의 대중적 인종주의도 강화되는 추세가 보인다. 인터넷 카페 중심으로 활동하는 외국인혐오단체가 점차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이러한 단체의 활동은 특히 4월 수원에서 중국동포가 저지른 끔찍한 살인 범죄에 이어 필리핀 출신 이자스민이 새누리당 국회의원으로 선출된 후에 보다 가시화되었다. 최근에 거리 시위, 국회토론회 참석 등 여러 활동으로 공공연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이들은 온·오프라인 선동을 통해서 다문화정책 반대, 외국인범죄위협 강조, 경제난 속에 외국인으로부터 자국민의 일자리 보호 등을 주장하고 있다. 보다 걱정스러운 것은 이주노동자 밀집지역에서 거주하는 일부 한국인들이 이 단체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최근 주간조선 기사는 “(외국인혐오단체의 주장에) 동조하진 않지만 어느 정도 이해하겠다”, “너무하는 것 아닌가 싶다가도 … 이해가 가기도 한다”와 같은 내국인 주민의 태도를 보도했다. 한국의 이주정책과 대중적 인종주의의 인과관계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조사가 필요하다. 그러나 다문화를 표방하는 정부의 공식 입장과 외국인혐오단체의 태도가 아무리 상반된 것처럼 보여도 사실상 정부와 외국인혐오단체들이 사용하는 담론이 상당히 유사하다고 말할 수 있다. 외국인혐오단체와 마찬가지로 경찰, 법무부 등 정부부처들은 언론보도를 통해서 (미등록)이주를 범죄율 상승 및 사회질서 파괴와 무비판적으로 연계시키고 있다. 또한 2008년 경기가 악화되는 상황 속에서 노동부는 미등록 이주노동자는 내국인의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식의 논의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유럽의 채무위기 심화에 따라 한국 경제위기가 심각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랬을 때 외국인혐오단체의 주장이 대중적 정서에 영향력을 확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주민을 타자화하고 악마화하는 사회정치적 담론에 대한 대응이 없다면, 이로 인해 초래되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별다른 저항 없이 이주정책이 지속적으로 개악될 것이다. 더구나 장기 체류권에 대한 요구는 정부의 고집 뿐 아니라 대중의 반대에 부딪혀 불가능해질 것이다. 한국에서 반인종주의 노동운동을 건설하기 위하여 한국 사회의 인종주의와 현재 이주운동의 상태를 고려할 때, 그리스 사례에서 도출할 수 있는 몇 가지 교훈을 언급하고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하는 것으로 마무리하겠다. 1. 그리스에서 최소한 일부 좌파세력들이 인종주의와 자본주의의 상관관계, 그리고 다양한 형태의 인종주의의 상호작용을 인식하고 있다. 그리스 반인종주의 운동을 바라보는 한국의 이주운동이 KEERFA와 같은 단위의 다차원적인 인종주의 분석을 배워 한국사회 맞게 적용하고 이에 적합한 대응 전략을 개발해야 한다. 이때 대중적 인종주의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단지 상호간의 문화적 이해에 초점을 맞춘 행사보다는 억압체계로서 인종주의와 자본주의의 역사적, 제도적 관계, 대중적 정서와 정부의 담론 및 이주정책의 상관관계를 드러내는 대중 교육이 중요하다. 이와 같은 교육은 우선적으로 민주노총 간부와 조합원을 대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2. KEERFA는 국가를 인종주의의 주요 가해자로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경제위기 하에서 대중적 인종주의의 영향력을 인식하기 때문에 현재 국가적 인종주의보다 대중적 인종주의에 맞선 투쟁에 초점을 두고 있다. 대중적 외국인혐오증과 인종주의 폭력이 극단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전략적 선택은 타당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봤을 때 대중적 인종주의를 가능하게 하는 국가적 인종주의, 즉 체류권 없는 장기체류를 유도하고 이주민을 최하층으로 만드는 이주정책의 근본적인 개선을 요구하는 운동이 필요하다. 여기에서 ‘미등록 이주민 등록,’ ‘체류허가 신청 제도 합리화,’ ‘외국인보호소 폐쇄’라는 목표로는 결코 충분하지 않다. 체류권, 즉 안정적으로 장기 체류할 권리, 안정적 삶을 가능하게 하는 노동권과 정치적 권리를 요구하는 투쟁이 전개되어야 한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3. 그리스에서 이주민단체들이 반인종주의 운동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한국보다 주체적인 활동을 하고 있는 듯하다. 그리스 이주민단체들과의 소통을 통해서 그들의 형성과 발전 과정 그리고 현재 활동을 보다 자세히 파악하는 것이 유의미한 작업일 것이다. 그러나 그리스에서도 이주민들이 이주민 권리, 반인종주의 운동을 이끌고 있다고 말할 수 없다. 두 나라에서 주류 사회의 인종주의적 위계가 운동 내에서도 재생산되고 있는 것이다. 그리스도 그렇고 한국도 그렇고 운동 내에서 인종주의를 극복하는 것이 우선적인 과제다. 4. 이 말은 공동투쟁을 통해 이주노동자가 조직화되고 지도력을 강화되어야 한다는 말과 같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사업장변경지침 반대투쟁이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벌써 수백 명의 젊은 이주노동자들이 이 투쟁에 참여하고 있다. 문제가 본인의 삶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만큼 자발적으로 정보를 공유하고 서로를 조직하고 있다. 이러한 이주노동자들의 분노와 관심을 더욱 퍼뜨려서 이주노동자공동체 내에 토론과 전략논의를 활성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이주노동자들이 투쟁에 참여할 구체적인 통로가 마련되어야 한다. 5. 그러나 사업장변경지침 투쟁의 일환으로 이런 식의 활동을 아무리 적극적으로 추진한다 하더라도 단기간에 많은 성과를 내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따라서 보다 장기적인 조직화 전략을 지금부터 모색해야 한다. 여기에서 산별노조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이주노동자 조직화는 이주노동자들이 밀집한 부문(건설, 공단 중소 제조업 등)의 전략조직화사업의 일환으로 구체화될 수 있다. 현재 이 부문에서 미조직 비정규직 조직화는 해당 산별노조의 우선적 과제인데, 사실 미조직 비정규직 조직화사업을 이주노동자 없이 생각할 수 없다. 이 부문에서 이주노동자의 현황, 위치, 노동조건과 산업에서의 중요성에 대한 구체적인 조사를 바탕으로 중장기적인 조직화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다. <참고문헌> Athens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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