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9일 이주노동자 투쟁의 날에 함께하자 [%=사진1%] 사업장의 임금, 노동시간, 노동강도, 안전, 휴가 등 각종 근로조건이 열악할 때, 그리고 이러한 문제를 집단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마땅치 않을 때, 노동자가 개인적으로 선택하는 방법 중 하나는 사표를 내고 사업장을 옮기는 것이다. 하지만 2012년 8월 1일부터 한국에 고용허가제로 들어오는 모든 이주노동자들은 사실상 자신이 일할 사업장을 스스로 선택하는 것이 불가능해졌다. 고용허가제 초기부터 이주노동자들은 사업장변경 횟수를 제한하고 업종간 변경을 금지하는 등의 조항으로 인하여 기본적 권리조차 침해받아왔다. 그나마 지난달까지는 사업장을 변경할 때 고용센터에서 새로운 사업장 명단이 담긴 알선장을 받아, 그 중에서 제한적이나마 이주노동자 스스로 사업장을 비교해보고 선택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난 6월 4일 고용노동부는 <외국인근로자 사업장 변경 개선 및 브로커 개입 방지 대책>을 발표하여 8월 1일부터 이주노동자에게 어떠한 사업장명단도 제공하지 않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그리고 8월 1일부터 이주노동자가 사업장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사업주가 이주노동자를 선택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고용노동부 내부지침이 시행되었다. 그나마 보장되던 최소한의 제한적 선택권마저 빼앗아간 것이다. 이제 이주노동자가 사업장변경을 하기 위해서 자신을 추천하는 회사로부터 전화가 걸려오기를 24시간동안 오매불망 기다리는 것 외에는 어떠한 구직노력도 할 수가 없다. 이주노동자를 흡사 노예와 같은 신분으로 전락시키는 정책이다. 고용노동부가 줄이고 싶은 것은 이주노동자의 사업장변경횟수 고용노동부는 이주노동자가 사업장 변경시 받는 알선장이 브로커에게 넘어가 이주노동자들이 피해를 입고 있기 때문에,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내부지침을 마련했다고 한다. 그런데 만약 고용노동부가 정말로 브로커에 의한 이주노동자 피해를 걱정하며 정책을 마련했다면, 기본적으로 브로커들의 규모와 구체적인 피해사례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고용노동부는 구체적 근거자료를 요구하는 공식적인 공개질의서에 대해 자체조사 결과가 아닌 한 언론의 신문기사를 제시하며 답변했을 뿐이다. 그 신문기사 역시 구체적인 수치와 내용이 담겨있는 것이 아니라 브로커로 인해 피해를 입는 이주노동자가 있었다는 사례를 몇 가지 소개한 것에 불과했다. 백보 양보하여 브로커로 인한 피해를 입는 이주노동자를 구제해야할 필요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번 고용노동부 정책은 심각한 문제를 가지고 있다. 실제 고용노동부의 속셈은 브로커를 처벌하려는 것이 아니라 이주노동자의 사업장변경을 억제하려는 것이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는 이번 내부지침을 발표하면서 ‘잦은 사업장 변경은 생산성을 떨어뜨리고, 영세업체의 인력난을 심화시키며, 성실한 다른 근로자까지 근로의욕 저하문제를 유발한다’고 이번 대책의 배경을 설명했다. 고용노동부가 원하는 것은 노예처럼 일하는 이주노동자 더욱 어이없는 논리는 기존에 시행되던 구인업체 명단 제공이 이주노동자에게 사업장 변경을 통한 근로조건 향상의 기대를 주고 있기 때문에 고용허가제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이같은 맥락에서 고용노동부 외국인력정책과 실무자는 이번 대책이 고용허가제의 본래 취지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거듭 주장하고 있다. 세상에 어느 누가 사업장을 이동할 때 근로조건이 나은 곳이 아닌 더 악화된 곳으로 가려고 하는가? 게다가 고용허가제 때문에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변경은 특정한 사유를 제외하고 총3회로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고 사업장을 변경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고용노동부는 오로지 한 사업장에서 시키면 시키는 대로 노예처럼 일하는 이주노동자가 고용허가제 본래의 취지에 부합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고용노동부의 저열한 의식수준은 여러 정책들에서 확인된다. 올해 7월 1일부터 시행된 ‘성실근로자 재입국 제도’ 역시 그렇다. 이 제도는 최초 고용계약이 만료된 이주노동자의 경우 사업주가 원한다면 3개월 간의 출국기간 이후에 다시 4년 10개월 간 재고용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단, 성실근로자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최초 고용계약 중에 본인의 자발적인 의사로 한번도 사업장을 옮기지 않은 이주노동자만이 재입국을 할 수 있다. 사업주의 책임(사업주의 폭행, 임금체불, 사업장의 휴폐업 등)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사업장을 바꾼 경우만 성실근로자재입국제도에 의해 재고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단 한 번이라도 이주노동자가 자유로운 계약해지나 자발적인 의사로 사업장을 옮겼다면, 그가 아무리 성실히 일했다고 해도 또 사업주가 이 노동자의 재고용을 원한다고 해도 재입국을 할 수 없다. 고용허가제 8년=이주노동자탄압 8년, 가열찬 고용허가제 폐지 투쟁을 시작하자! 고용노동부의 반인권적, 반노동적 지침에 맞서 전국의 이주노동자 운동 단체들이 함께 ‘이주노동자 노예노동 강요하는 고용노동부지침 철회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를 결성하여 7월부터 전국적인 투쟁을 벌여나가고 있다. 이미 투쟁의 성과로 ‘이주노동자가 사업주의 전화를 거부할 경우 2주간 알선이 중단된다’는 조항이 폐지되었다. 또 어떠한 명단도 주지 않겠다던 기존의 입장을 수정하여 이주노동자에게 추천된 사업장 명단을 문자로 보내주겠다는 내용도 쟁취했다.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투쟁을 더욱 확대해나가야 할 때이다. 지난 8월 12일에 열린 ‘고용노동부내부지침에 대응하기 위한 이주공동체 연대회의’에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함께 모여 투쟁의 결의를 다진바 있다. 또한 이번 내부지침에 반대하는 서명운동에도 이미 천 명이 넘는 이주노동자가 동참하고 있다. 이주노동자뿐만 아니라 한국의 노동자들도 이주노동자 권리촉구 1천인 선언에 1,548명이 그 뜻을 함께 모았다. 8월 19일에는 ‘이주노동자 투쟁의 날’이 진행될 예정이다. 이주노동자와 한국인 노동자가 힘을 모아 지난 8년간 이주노동자를 억압해온 고용허가제 폐지와 사업장이동의 자유보장, 그리고 노동기본권 쟁취를 위해 힘차게 투쟁하자. [%=박스1%]
7월 6일부터 11일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에서 제3차 민중건강총회(People’s Health Asse mbly 3)가 개최되었습니다. 총회 과정의 결과로 마지막날 Call To Action(호소문)이 채택되었습니다. 원문과 번역본을 함께 게시합니다. 3차 민중건강총회와 관련한 소개는 사회진보연대 보건의료팀 매체 <민중건강과 사회>에서 소개합니다. 아래 링크에 있습니다. http://pssp.org/bbs/view.php?board=healthnews
핵발전 중단과 핵무기 폐기는 떨어질 수 없는 요구다 [%=사진1%] 핵발전소 재가동 저지를 위한 일본의 투쟁 7월 16일 일본 도쿄에서는 ‘안녕 핵발전소 10만 집회’가 열렸다. 본래 10만 명을 목표로 한 이 집회에는 무려 17만 명이 참가하여 핵발전소 가동 저지에 대한 일본 민중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60년대 미일안보조약 반대 투쟁 이후, 일본은 최대의 대중투쟁을 경험하고 있다. 매주 금요일마다 총리관저 앞에서 열리는 핵발전소 반대 집회에 6월 중순부터 참석자가 급증하여 10만 명을 넘어서기 시작했다. 전국 곳곳에서 이 운동을 벌이는 시민들은 총리관저 앞에서의 집회를 각 현과 시, 마을로 확산하려고 하고 있다. 21세기 일본 최대의 대중투쟁은 국민의 의사를 무시하고 핵발전소 재가동을 강행한 정부와 전력회사들에 대한 분노에서 시작되었다. 2011년 3월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이후, 일본정부는 점검을 위해 전국의 핵발전소 가동을 차례로 중단하여 지난 5월 5일 54기의 모든 핵발전소가 중단되었다. 그러나 한여름을 목전에 둔 7월 1일 오이 핵발전소가 재가동되면서 일본은 현재 ‘원전 제로’ 상태에서 벗어났다. 오이 핵발전소가 재가동되는 날, 일본의 활동가들과 시민들은 핵발전소 앞으로 달려가 온 몸으로 재가동을 저지하고자 했다. 비록 재가동을 막지는 못했지만 일본 민중들은 한 두 기가 재가동되었다고 하여 투쟁이 끝난 것은 아니라고 서로를 격려하며 투쟁의 파고를 높이고 있다. 핵발전소 가동중지를 위한 한국의 투쟁 한국에서도 핵발전소 가동중지를 위한 투쟁은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후쿠시마 사고의 교훈은 한국에도 전달되었다. 핵발전소 신규부지로 선정된 경북 영덕과 강원 삼척에서, 핵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를 수도권으로 보내기 위한 송전탑 부지로 선정된 밀양에서 투쟁이 벌어지고 있다. 부산지역에서는 고리와 월성의 핵발전소 가동 중단을 위한 투쟁이 활발하다. 이 중 고리 1호기는 남한 최초의 핵발전소로, 이미 2007년 30년의 수명이 끝났지만 10년 연장운영이 허용되었다. 당시 허용의 근거 중 하나는 후쿠시마 핵발전소 연장운영 사례였다. 그러나 후쿠시마 핵발전소에서는 사고가 일어났고 이후 반경 30km는 피난구역이 되었는데, 고리1호기의 반경 30km 내에는 무려 370만 명이 거주하고 있다. 반핵운동은 이러한 사실을 알리며 즉시 고리 1호기 가동중단을 요구해왔다. 그러던 중 지난 2월 고리 1호기에서 전원상실 사고가 발생했고 점검을 위해 가동이 중단되었다. 그러나 7월 4일 원자력안전위원회는 고리 1호기의 재가동을 허용하였다. 7월 25일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은 전력위기 상황 극복을 위해 고리 1호기를 8월 초부터 재가동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한국과 일본 양국은 한여름의 전력부족을 이유로 핵발전소의 재가동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은 현재 54기의 핵발전소 중 단 2기만 운전하고 있는데도 다양한 절전노력으로 인해 전력수급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 핵발전소 가동으로 이익을 얻는 세력들은 심각한 전력수급 위기가 일어날 것처럼 호들갑을 떨지만, 일본의 경험은 그러한 대혼란이 기우에 불과하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지금은 그 위험성이 명백해진 핵발전소를 재가동하고 확대할 때가 아니라 현재와 같은 에너지 고소비 사회를 넘어서기 위해 노력하고 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리는 장기적 계획을 추진해야할 때이다. 핵발전소 가동 중단과 핵무기 폐기는 떨어질 수 없는 요구 한국과 일본이 공동으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는 핵발전소 가동 저지만이 아니다. 잘 알려져있듯 핵발전소를 가동하면 필연적으로 생기는 플루토늄은 핵무기의 원료가 된다. 최근 일본은 평화를 목적으로 한 핵발전소 가동이라는 명분마저 버렸다. 지난 6월 22일 일본은 원자력기본법에 ‘안전보장조항’을 새롭게 삽입하였는데, 이는 핵기술을 에너지 생산 등 평화적 이용에 한정하지 않고 군사용 핵물질 생산에 이용할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6월28일에는 후쿠시마 사고를 계기로 중단했던 플루토늄과 우라늄의 혼합(MOX) 연료 가공 공장의 추가 공사를 승인했다. 이는 플루토늄 관련 시설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일본 정부의 의지를 보여준다. 한국에서도 핵무장을 옹호하는 발언이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 정몽준 의원은 지난 6월 3일 기자회견을 자청해 “핵에는 핵이라는 공포의 균형 없이는 평화를 얻을 수 없다”면서 “대통령이 된다면 핵보유 능력을 갖춰서라도 북한 핵을 없애도록 하겠다”고 했다. 새누리당의 김문수 경기지사는 6월 24일 기자회견에서 정몽준 의원의 견해에 동의를 표했다. 현재 한국 정부는 2014년 만료예정인 원자력협정 개정을 앞두고 우라늄 농축과 플루토늄 재처리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일본 반핵운동은 핵발전소 재가동 저지에 집중되어, 핵무기 문제로 확산되지 못하고 있다. 활동가들은 두 요구의 관련성에 대해 잘 알고 있지만, 대중적인 운동으로 확대되지는 않고 있는 것이다. 한국 민중운동도 북한 핵문제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하지 못하고, 또 핵발전소 반대 운동과 반미반전 평화운동이 나눠지면서 각각의 운동이 서로를 강화하며 대중적으로 발전해나가지 못하고 있다. 새로운 반전-반핵운동의 역사를 쓰자 하지만 핵발전소의 가동이 중지된다 하더라도, 이미 만들어진 플루토늄을 핵무기로 전용한다면 이는 동아시아 민중들의 삶의 심각한 위협이 될 것이다. 미국의 동아시아 군사전략 아래 한국과 일본은 호전적 군사협력을 심화하고, 양국 보수세력은 핵무기 보유 시도를 강화하고 있다. 반핵과 반전이라는 과제는 떨어질 수 없다. 한미일 삼각동맹 구축을 위해 한국과 일본의 군사협력이 강조될수록 한국과 일본 민중들 간의 연대도 중요해진다. 일본의 폭발적인 대중운동은 한국과 일본과의 연대를 강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핵발전소 가동 중단을 위한 운동과 핵무기 폐기를 위한 운동 그리고 동아시아의 평화를 위한 운동을 함께 발전시켜 나가자.
[번역: 반전팀] 미국의 세기- 중국 & 동아시아 2010년, 30년의 드라마틱한 성장을 한 중국은 일본을 추월해 우리 다음으로 세계 두 번째의 경제 대국이 되었다. 중국의 영토와 인구 규모, 빠른 경제 성장, 급속히 증가하는 군사력 팽창은 세계의 전략적 환경을 극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중국의 힘이 증가할수록 중국과의 충돌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에 미국은 베이징이 충돌 가능성을 낮추는 길에 나서도록 해야 한다. 중국은 주변 국가들을 위협하거나 군림하려는 시도를 단념해야 한다. 현재의 중국 체제가 서태평양 지역에서 압도적인 힘을 확립한다면 미국을 비롯한 서방 세계와 협력적인 관계를 지니는 지역의 커다란 부분과의 단절이 될 것이고, 동아시아 지역에서 경제적 기회와 민주적 자유가 지속적으로 번창할 희망을 꺾을 것이다. 밋 롬니는 중국이 지역의 헤게모니 국가가 되는 길보다 국제사회에서 책임 있는 동반자가 되는 대안적인 길을 선택하도록 하는 전략을 이행할 것이다. 태평양 지역의 튼튼한 군사력을 유지 중국의 군사력 증강에 맞서 미국과 우리의 동맹국들은 중국이 이웃 국가들에 공격적이거나 강압적인 행동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적절한 군사적 능력을 유지해야 한다. 태평양 지역의 강력한 군사 주둔을 유지하는 것은 충돌을 야기하지 않는다. 정반대다. 그것은 지역의 교역로를 확보해 동아시아 지역의 안전과 번창을 보증한다. 미국은 서태평양 지역의 해군 주둔을 유지, 확장해야 한다. 우리는 자신의 방어 능력을 향상하길 원하는 파트너들을 도와야 한다. 국방부는 우리의 가장 가까운 아시아 동맹국들에게 최상위의 물품을 팔지 않기로 한 결정을 재고해야 한다. 우리는 타이완과 함께 협력해 타이완의 군사적 필요를 고려해 충분한 비행체 및 여타 군사적 플랫폼을 제공하도록 해야 한다. 우리는 태평양 국가들이 해상 영토 의식, 즉 분쟁 해역에서의 호전적 행위를 감시할 레이더나 여타 탐지 네트워크를 설치할 능력을 증진하도록 도와야 한다. 이는 우발적 충돌 가능성을 최소화하고, 더 큰 충돌을 불러올 군사적 판단 착오를 방지할 것이다. 지역 파트너들과의 협력 증진 우리는 동맹국들과 인도와 같은 전략적 파트너들과의 관계 강화를 지속하고 인도네시아 같은 영향력 있는 국가들과의 유대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우리의 목표는 이러한 나라들과의 양자 협력이 되어야 하며, 뿐만 아니라 그들 각자가 함께 하도록 고무해야 한다. 반 중국 연합을 건설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가 아니다. 중국의 성장과 적극적 팽창에 대한 우려를 공유하는 나라들, 항해의 자유를 유지하고 평화적 수단으로 자원 분쟁을 해소하길 원하는 나라들과의 협력을 증대하는 것이다. 그것은 강제를 통해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고립시키는 것과는 다른 길이다. 밋 롬니는 또한 세계 도처에서 ‘레이건 경제 구역’의 형태로 개방 시장의 원칙을 진심으로 지지하는 나라들과의 경제적 협력을 강화하는 것을 추구할 것이다. 자유 무역의 원칙을 성문화할 이 구역의 장점은 다른 시장에 접근하길 원하는 (소속) 국가들의 확장된 원을 그리는 강력한 유인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중국이 레이건 경제 구역에 동의하지 않을지라도, 베이징에 참여 가능성을 주는 것은 중국이 잘못된 상업 관행을 중단할 분명한 인센티브를 제공할 것이다. 그러나 중국이 참여하건 참여하지 않건, 레이건 경제 구역은 전 지역을 함께 조직할 무역 시스템을 건설할 것이다. 그것은 중국과 이웃 국가들 간의 불균형적인 양자 무역 관계를 개선하고, 다른 나라들을 강압하는 중국의 능력을 제한할 것이며, 중국이 호혜로운 자유 무역에 참여하도록 자극할 것이다. 인권 보호 중국에 대한 미국의 정책은 중국 체제가 국민들의 기본적인 정치적 자유와 인권을 지속적으로 억압하고 있다는 사실에 맞서야 한다. 국민들을 억압하는 국가는 경제와 정치 자유에 입각한 국제 시스템에서 신뢰받을 수 있는 파트너가 될 수 없다. 중국의 지속적인 민주적 변화가 외부로부터 강제될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하지만, 마찬가지로 중국인들이 효과적인 변화를 만들기 위해 내부에서 반대할 수 있는 명백한 시민적, 정치적 권리를 아직 향유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분명하다. 미국은 중국이 보다 정치적으로 개방되고 민주적인 질서로 진화하도록 고무할 중요한 책임이 있다. 중국 정부가 문제가 되는 것을 두려워하는 반체제 인사들을 미국이 지원하는 것에 실패한다면, 우리는 그저 중국 지도자들을 대담하게 만들 뿐이다. 우리는 클린턴 국무장관이 2009년에 오바마 행정부는 “세계적인 경제 위기와 기후 변화 위기에 대한” 협력에서 중국의 인권에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선언한 것과 같이 자유의 미래를 두 번째나 세 번째 위치로 격하시켜서는 결코 안 된다. 롬니 정부는 민주적 변화, 반부패 활동, 종교적 자유, 여성과 소수자의 권리를 증진시키기 위해 중국 내에서 활동하는 시민사회 그룹들을 활발히 지지하고 지원할 것이다. 이러한 그룹들과 중국민들이 보다 강력한 인터넷 자유 계획을 통해 정보와 소통에 보다 잘 접근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밋 롬니는 중국에 개입하려 할 것이지만, 언제나 우리가 향유하는 자유를 위한 싸움을 할 것이다. 북한의 군축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은 세계 평화에 심각한 위협이다. 알려지지 않은 리더십과 불명확한 지위 체계를 갖춘 예측할 수 없는 독재자의 손에 놓인 핵무기 능력은 한반도와 동아시아 여타 지역에서 미군에 직적접인 위협이 되며, 우리의 가까운 동맹인 남한과 일본을 위협한다. 또한 전체 태평양 지역을 불안정하게 만들고, 또 다른 불량 국가나 테러리스트 그룹이 불법적으로 핵무기 장비를 갖게 할 수 있다. 대통령으로써 밋 롬니는 북한의 핵무기와 핵무기 제조 기반을 완전히 제거할 것이다. 미국은 대북 정책에서 그저 환상에 불과한 협력에 대한 대가로 당근을 제공하는 결정적 실수를 범해 왔다. 그 단계마다 세계는 북한이 더 큰 도발을 감행하고 핵 프로그램을 확장하는 것을 목격해왔다. 수년 간 북한은 핵무기의 추구로 물질적, 외교적 보상을 얻는 다는 점을 알게 되었고, 핵 프로그램을 중단할 유인이 사라졌다. 밋 롬니는 그러한 동학을 바꿀 것이다. 미국은 평양이 핵 프로그램의 발전이나 어떠한 도발에도 보상 대신 처벌된다는 것을 분명하게 만들 것이다. 밋은 북한 체제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금융 기관에 대한 단속과 같은 제재와 북한과 거래하는 회사에 대한 제재를 더욱 강화하도록 동맹국들과 협력할 것이다. 그는 또한 북한 선박에 대한 감시를 증대시키고 외국 항구가 북한 선박의 입항을 허가하기 어렵게 만드는 것을 통해 북한의 불법적인 수출을 제한하는 PSI를 강화해 나갈 것이다. 이러한 방법은 북한 체제를 지탱하는 무역 수익과 핵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경로를 확실히 차단할 것이다. 중국은 북한에 대한 명백한 정치적, 경제적 레버리지를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그 레버리지는 북한의 핵 프로그램을 중단시키는 것을 목표로 작동하고 있지 않다. 중국은 북한의 불안정화와 가능한 붕괴가 중국의 국경을 따라 지역에 미칠 효과를 두려워 한다. 밋은 중국이 북한의 군축을 이행하도록 설득할 것이다. 그는 북한을 해체시킬 수 있는 인권과 안보 쟁점들을 중국이 홀로 다루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설득할 것이다. 이는 북한 체제가 정치 경제적 모순 속에서 붕괴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막대한 문제들을 우리가 다룰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을 보증할 수 있는 만일의 사태에 대한 자세한 계획을 포함할 것이다. 밋은 또한 우리의 동맹국들과 태평양 지역의 다른 나라들과 함께 활발한 군사 협력, 반확산 협력을 추구할 것이다. 미국이 남한, 일본을 비롯한 다른 나라들과의 관계에 활기를 불어 넣고, 우리의 집단적인 군사 주둔과 협력을 증진시킴으로써 중국이 지역의 반확산 파트너로서 공동의 노력에 동참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줄 것이다. An American Century China & East Asia In 2010, after 30 years of dramatic growth, China surpassed Japan to become the world’s second largest economy after ours. China’s size in land and in population, its rapid economic growth, and its sharply increasing military expenditures are dramatically changing the strategic map of the world. While the potential for conflict with an authoritarian China could rise as its power grows, the United States must pursue policies designed to encourage Beijing to embark on a course that makes conflict less likely. China must be discouraged from attempting to intimidate or dominate neighboring states. If the present Chinese regime is permitted to establish itself as the preponderant power in the Western Pacific it could close off large parts of the region to cooperative relations with the United States and the West and dim hope that economic opportunity and democratic freedom will continue to flourish across East Asia. Mitt Romney will implement a strategy that makes the path of regional hegemony for China far more costly than the alternative path of becoming a responsible partner in the international system. Maintain Robust Military Capabilities in the Pacific In the face of China’s accelerated military build-up, the United States and our allies must maintain appropriate military capabilities to discourage any aggressive or coercive behavior by China against its neighbors. Maintaining a strong military presence in the Pacific is not an invitation to conflict. Quite the contrary; it is a guarantor of a region where trade routes are open and East Asia’s community of nations remains secure and prosperous. Toward that end, the United States should maintain and expand its naval presence in the Western Pacific. We should be assisting partners that require help to enhance their defensive capabilities. The Department of Defense should reconsider recent decisions not to sell top-of-the-line equipment to our closest Asian allies. We should be coordinating with Taiwan to determine its military needs and supplying them with adequate aircraft and other military platforms. We should be assisting Pacific nations to enhance maritime domain awareness, i.e., the ability to employ radar and other detection networks to monitor aggressive behavior in disputed waters. This would minimize the chance of surprise confrontations and prevent military miscalculations that can escalate into larger conflicts. Deepen Cooperation Among Regional Partners We need to continue to strengthen alliances and relations with strategic partners like India and build stronger ties to influential countries like Indonesia. Our aim should be to work with all these countries bilaterally but also to encourage them to work with one another as they have begun to do. Our objective is not to build an anti-China coalition. Rather it is to strengthen cooperation among countries with which we share a concern about China’s growing power and increasing assertiveness and with whom we also share an interest in maintaining freedom of navigation and ensuring that disputes over resources are resolved by peaceful means. It is yet another way of closing off China’s option of expanding its influence through coercion. As detailed in his book, Believe in America, Mitt Romney will also pursue deeper economic cooperation among like-minded nations around the world that are genuinely committed to the principles of open markets through the formation of a “Reagan Economic Zone.” The benefits of this zone — which will codify principles of free trade — will be a powerful magnet that draws in an expanding circle of nations seeking greater access to other markets. Although China is unlikely to accede to the Reagan Economic Zone given its current approach to trade, offering Beijing the possibility of participation will give China significant incentives to end its abusive commercial practices. But with or without China as a member, the Reagan Economic Zone will establish a system of trade that could knit together the entire region, discouraging imbalanced bilateral trade relations between China and its neighbors, limiting China’s ability to coerce other countries, and ultimately encouraging China to participate in free trade on fair terms. Defend Human Rights Any serious U.S. policy toward China must confront the fact that China’s regime continues to deny its people basic political freedoms and human rights. A nation that represses its own people cannot be a trusted partner in an international system based on economic and political freedom. While it is obvious that any lasting democratic reform in China cannot be imposed from the outside, it is equally obvious that the Chinese people currently do not yet enjoy the requisite civil and political rights to turn internal dissent into effective reform. The United States has an important role to play in encouraging the evolution of China toward a more politically open and democratic order. If the United States fails to support dissidents out of fear of offending the Chinese government, we will merely embolden China’s leaders. We certainly should not have relegated the future of freedom to second or third place, as Secretary of State Clinton did in 2009 when she publicly declared that the Obama administration would not let U.S. concerns about China’s human rights record interfere with cooperation “on the global economic crisis [and] the global climate change crisis.” A Romney administration will vigorously support and engage civil society groups within China that are promoting democratic reform, anti-corruption efforts, religious freedom, and women’s and minority rights. It will look to provide these groups and the Chinese people with greater access to information and communication through a stronger Internet freedom initiative. Mitt Romney will seek to engage China, but will always stand up for those fighting for the freedoms we enjoy. Disarm North Korea North Korea’s nuclear weapons program is a serious menace to world peace. A nuclear weapons capability in the hands of an unpredictable dictatorship with unknown leadership and an unclear chain of command poses a direct threat to U.S. forces on the Korean Peninsula and elsewhere in East Asia, threatens our close allies South Korea and Japan, destabilizes the entire Pacific region, and could lead to the illicit transfer of a nuclear device to another rogue nation or a terrorist group. As president, Mitt Romney will commit to eliminating North Korea’s nuclear weapons and its nuclear-weapons infrastructure. A key mistake in U.S. policy toward North Korea has been to grant it a series of carrots in return for only illusory cooperation. Each step the world has taken toward North Korea has been met with further provocations and expansion of its nuclear program. Over the years, North Korea has found that its pursuit of a nuclear weapon reaps it material and diplomatic rewards, taking away any incentive for it to end its program. Mitt Romney will reverse that dynamic. The United States will make it unequivocally clear to Pyongyang that continued advancement of its nuclear program and any aggression will be punished instead of rewarded. Mitt will work with allies to institute harsher sanctions on North Korea, such as cracking down on financial institutions that service the North Korean regime and sanctioning companies that conduct commercial shipping in and out of North Korea. He will also step up enforcement of the Proliferation Security Initiative to constrain North Korean illicit exports by increasing the frequency of inspections of North Korean ships and discouraging foreign ports from permitting entry to North Korean ships. Such measures would significantly block the trade revenue that props up the North Korean regime and shut off routes by which the regime supplies its nuclear program. China holds significant political and economic leverage over North Korea. It is not using that leverage, however, to achieve the goal of ending North Korea’s nuclear program. China fears a destabilized North Korea and the implications of its possible collapse for the region along its border. Mitt will work to persuade China to commit to North Korea’s disarmament. He will reassure China it will not be alone in dealing with the humanitarian and security issues that will arise should North Korea disintegrate. This will involve detailed planning for such an eventuality to ensure that we are ready to deal with the numerous issues that will arise if and when the North Korean regime collapses under the weight of its own economic and political contradictions. Mitt will also pursue robust military and counter-proliferation cooperation with our allies and others in the Pacific region. As the United States invigorates our relationships with South Korea, Japan, and others, and increases our collective military presence and cooperation, it should demonstrate to the Chinese that they should join the coordinated effort or be left behind as a regional counter-proliferation partner.
동북아시아 평화를 위한 운동을 조직하자 밀실 추진에 국제적 망신까지 한일 정보협정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정부는 지난 6월 26일 국무회의에서 한일 정보협정을 통과시켰다. 비공개로 진행하려고 일반안건이 아니라 즉석안건으로 올려 사전 공개를 차단했고, 국무회의가 끝난 후 결과 브리핑에서도 누락시켰다. 귀 밝은 몇몇 기자들이 정부 관료들에게 협정에 관해 묻자 거짓말로 일관했다. 국방부는 ‘다음 국무회의에서 통과될 것’이라고, 외교부는 ‘즉석안건으로 상정되어 우리도 사전에 몰랐다’고 잡아뗐다. 그러다 논란이 확산되자 애초 몰랐다던 외교부가 ‘우리가 추진했다’며 180도 태도를 바꿔 진화에 나섰다. 여론이 심상치 않자 일본과 서명하기로 약속한 시간 1시간을 앞두고 서명이 연기되었고, 국제적으로 망신을 당했다. 책임자 문책이 불가피해졌다. 결국 청와대 대외전략기획관이 물러났다. 정부는 이 정도 선에서 마무리하겠다는 태도지만, 야당은 대통령 사과와 국무총리 사퇴, 협약의 완전 폐기를 요구하며 공세의 고삐를 죄고 있다. 초보적인 수준의 정보 확인? 한일 정보협정이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은 2011년 1월 한일 국방장관회담에서였다. 이때 한일 양국은 정보협정과 상호군수지원협정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북한의 핵과 대량살상무기 관련 정보를 공유한다는 것이 이유였다. 이 협정은 문서, 전자, 장비, 기술 등 형태를 불문하고 방위와 관련된 정보를 한일 양국이 공유하는 것을 그 내용으로 한다. 정부는 이 협정이 ‘초보적 수준의 정보보호협정’이며, ‘협정 내용도 군사정보를 서로 주고받는 것이 아니라 양쪽이 비밀정보를 어떻게 관리하는지 확인하는 낮은 수준’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협정문에는 안보상 보호가 필요한 방위와 관련된 모든 정보를 '군사기밀정보'라는 이름으로 제공한다고 명시하고 있어 결코 초보적 수준의 정보보호를 목적으로 한 협정이 아니다. 협정 전문에는 ‘양 당사자 간에 교환되는 군사비밀정보의 상호 보호를 보장할 것을 희망’한다고 밝히고 있어 단순히 정보 관리의 확인이 아니라 군사비밀정보의 교환을 전제로 하고 있다. 또 한국이 제공한 군사정보에 대한 사후 통제가 전적으로 일본에 부여돼 있어 일단 정보를 주고 나면 어떻게 사용하는지 한국은 간섭할 수도 없다. [%=사진1%] 미국에 의해 추진되는 한일 정보협정 한일 정보협정이 추진되어온 과정을 살펴보면 이 협정이 의심할 나위 없이 미국에 의해 추진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2008년 11월 4일 주한미대사관이 작성한 문서를 보면 미국은 이미 2008년부터 한일 군사협력을 촉구해왔다. 문서에 따르면 독도 문제를 근거로 한일 군사협력에 난색을 표하던 한국 정부가 미국의 거듭되는 강력한 요청에 따라 2008년 11월에 열리는 한미일 3자 대화에 참석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2011년 표면화 되어 1년 반 가까이 논란이 되던 협정을 정부가 ‘꼼수’를 부려가면서까지 체결을 서두른 것도 미국이 한미일 안보 협력을 강조한 직후였다. 한미 양국은 지난 6월 14일 워싱턴에서 한미 외교국방장관 회담(2+2 회담)을 가졌다. 여기서 발표된 공동성명은 ‘지역 평화와 안정을 위해 일본과의 3자 안보 협력의 중요성을 확인하고, 한미일 안보토의를 포함해 3자 안보협력협조를 위한 메커니즘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회담이 끝나고 불과 열흘 만에 한일 정보협정이 국무회의를 통과한 것이다. 미국의 아시아 전략과 한일 정보협정 한일 정보협정은 미국의 아시아 전략과 깊이 연결되어 있다. 평택 미군기지 투쟁을 통해 잘 알려졌듯, 미국의 ‘전략적 유연성’에 따른 미군 재배치는 미군을 신속 기동군으로 재편해 주둔지에 얽매이지 않는 세계적 작전 수행을 목표로 한다. 이때 발생할 수 있는 지역의 전력 공백을 메우고 미국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동맹국의 역할이 강조되는데, 일종의 ‘지역군’ 수준으로 주요 동맹국을 연결하고, 그들의 군사력을 증강·현대화하는 작업이 동반된다. 미국은 이러한 미군 재편 전략에 따라 그동안 한미 동맹과 미일 동맹으로 양분되어 있던 동맹구조를 한일 간 협력 강화를 통해 통합하려 한다. 한미일 삼각동맹 구축, 주한미군과 주일미군 재편, 일본의 재무장 노력은 이러한 미국 군사 전략의 핵심이다. 때문에 한일 정보협정은 정보 교환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연합 방위 태세를 구축하는 군사 동맹의 첫걸음이다. 이 협정이 처음 논의되는 시기부터 군수지원협정이 함께 논의되었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미국의 미사일 방어망에 참여하려는 한국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정보 교환이 필요하다는 한일 양국의 주장은 이 협정이 미국의 미사일 방어망(MD)과 깊이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2009년 7월 한미일 3자 국방회담에서 주일미군 사령관은 “정보 공유가 미일, 미한 양자 사이에서 배타적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MD에 차질을 빚고 있다”면서, “3자 정보 공유가 이뤄지면 더욱 효과적인 MD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미국은 한미일 협력 강화가 동북아시아 지역에서의 MD 추진과 연결되어 있음을 숨기지 않는다. 앞서 언급한 2+2 회담의 공동성명은 ‘미사일 위협에 대한 포괄적인 연합방어태세를 강화하는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고 밝히고 있다. 현재 일본은 미국의 MD 체제에 점차 깊이 참여하는 중인데, 미국과 공동으로 차세대 요격미사일도 개발하고 있다. 개발이 끝나면 이 미사일은 당연히 일본 주변 지역에도 배치된다. 한일 간 정보교환은 이러한 요격미사일 체제를 뒷받침하기 위해 꼭 필요하다. 정부가 이번 협정 체결 과정에 문제가 있었지만 내용은 국익에 도움이 된다면서 지속적인 추진 의지를 굽히지 않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살펴볼 수 있다. 미국의 MD 체제에 편입되기 위해서는 어차피 넘어야할 산이기 때문이다. 동북아시아 평화를 위한 운동을 조직하자 한일 군사협력 증대는 한국과 일본 양국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미국의 군사 전략의 일환이다. 요 며칠 언론을 달구는 일본의 재무장 움직임 역시 세계 주둔 미군의 재편과 관련된 미국의 동북아시아 전략에 따라 추진되는 것이다. 때문에 일본의 재무장 움직임, 한일 정보협정의 추진을 단지 일본의 군사적 팽창으로만 이해해서는 안 된다. 그러한 인식은 결국 일본의 팽창에 대항해 한국이 군사력을 증강해야 한다는 논리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며, 이는 역내 긴장을 고조시키는 도화선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한미일 연합해상훈련이 진행되면서 정부가 그동안 일본과 군사훈련을 하면서도 여론을 의식해 쉬쉬해 온 것이 드러났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 한미일 삼각동맹은 구체화되고 있다. 한미일 삼각동맹이 미국 주요 동맹국의 연결과 군사력 증강, 이를 통한 미국의 군사력 투사의 세계적 증대를 꾀하는 전략이라면 이것이 역내 다른 국가들을 자극하리라는 것은 뻔한 일이다. 이미 미국의 MD 확대에 대해 중국과 러시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미국의 아시아 전략에 따른 미군 재배치와 결합된 한일 양국 보수세력의 군사력 증강 시도, 이에 대한 중국과 러시아의 반발 등으로 인해 역내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한일 정보협정 논란을 계기로 한미일 삼각동맹의 문제, 미국의 아시아 전략의 문제를 적극적으로 폭로하면서 한반도와 동북아시아 지역의 평화를 위한 운동을 만들어 가야 한다.
그리스 총선 이후 유럽의 계급투쟁의 전망 - EU 위기와 노동자 투쟁 - 1 5월 6일 치러진 그리스의 1차 총선에서 그리스의 급진좌파연합(SYRIZA, 이하 ‘시리자’)이 부상하였다. 시리자는 소위 ‘트로이카’(유럽연합(EU), 유럽중앙은행(ECB), 국제통화기금(IMF))의 그리스에 대한 구제금융 지원 조건으로 부과되는 긴축정책을 반대하여 광범위한 지지를 얻어 중도보수 정당인 신민주당(ND)에 이어 2위를 차지하였다. 1당인 신민주당이나 2당인 시리자 모두 과반 의석에 미달하고 연정 구성에도 실패한 결과, 그리스는 6월 17일 2차 총선을 실시하게 되었다. 2차 총선에서도 시리자는 2위를 차지하였는데, 이번에 신민주당은 전 여당인 사회당(PASOK)과 6위를 기록한 민주좌파당(DIMAR)과 연정을 구성하는 데에 성공하였다. 신정부가 출범했지만 그리스의 경제적·정치적 위기는 절대 끝나지 않았다. 이 글에서 다루듯이 신정부는 그리스의 재정위기를 극복할 가능성이 매우 낮을 뿐더러 연말까지 유지될 수 있을지도 부정적이다. 뿐만 아니라 유로존의 위기는 스페인과 이탈리아로 확산되고 있다. 6월 9일에 트로이카가 스페인에 1,000억 유로 규모의 은행 구제금융을 결정했고 14일에는 사상 최초로 스페인 국채(10년물) 금리가 심리적 마지노선인 7%를 돌파하기도 했다. 비록 ‘좌파정부’의 꿈이 실현되지는 않았지만 시리자는 사라지지 않고 유력한 정치세력으로 등장했다. 오히려 제1야당이 된 시리자는 긴축정책과 트로이카의 독재에 맞선 민중의 투쟁을 상징하고 있다. 유럽의 위기가 계속 심화함에 따라 이에 대응하는 시리자를 비롯한 그리스 사회운동의 역할도 더욱 중요할 것이다. 이 글은 5월 6일과 6월 17일 두 차례에 걸친 그리스 총선을 유럽의 경제위기와 그의 맞선 계급투쟁이라는 맥락에서 분석하고자 한다. 이 과정에서 시리자가 부상하게 된 배경과 시리자의 강점 및 한계를 살펴본다. 마지막으로 시리자를 비롯한 그리스 좌파세력 앞에 놓인 과제와 나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유럽의 재정위기 이번 그리스 총선은 지난 몇 년에 걸친 유럽의 재정위기라는 큰 맥락 속에서 치러졌다. 2007년-2009년 미국발 금융위기로 미국 금융시장에 투자한 유럽계 금융기관의 자산 가치가 하락했고, 이는 유럽의 금융위기와 실물경제의 위기로 확산되었다. 2008년 이후 유럽 대부분의 국가들이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며 실업률이 계속해서 최고치를 경신했다. 위기의 영향으로 공공지출이 늘어나게 되었는데 1990년대 이후 지속된 감세로 인해 조세수입 기반이 악화된 상황에서 유럽 각국의 재정수지가 급속히 악화되었다. 2009년 이후 그리스를 비롯한 유럽 주변국에서 국가채무가 급증하면서 신용등급이 하락하고 다시 자금조달 비용이 상승하는 악순환이 이어지면서 재정위기가 발생하였다. 2009년 7월 유럽연합 회원국인 헝가리에서 재정위기가 발생했다. 이어서 2010년 3월에 유로존 회원국 그리스, 같은 해 10월에 아일랜드, 2011년 4월에 포르투갈도 경제위기에 봉착했다. 유럽 통합의 신자유주의적 본질 유럽의 재정위기는 미국발 금융위기의 충격과 유럽연합 및 유로존의 내부적 모순이 결합되면서 나타난 결과다. 이 모순은 ‘재정동맹 없는 화폐동맹’과 ‘유럽의 내부적 불균형’으로 요약할 수 있다. 화폐동맹 아래 민족화폐가 공동통화인 유로로 대체되고 유럽중앙운동이 통화정책을 통제하며 개별 국가들은 통화주권을 포기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환율조정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생산력이 열세인 국가에게 노동신축화는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유일한 선택지가 된다. 반면 화폐동맹에 상응하는 재정동맹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즉, 통일된 재정정책을 실행할 수 있는 메커니즘이나 정치적 장치가 없고 재정정책과 사회정책은 개별 국가가 맡게 된다. 유럽중앙은행이 긴축적 통화정책을 고수하는 상황에서 경기침체에 빠질 경우 각 민족국가는 개별적으로 확장적인 재정정책을 수행할 수밖에 없어 재정적자가 확대된다. 유럽의 내부적 불균형도 유럽 통합 과정에서 구조화된 모순이다. 독일은 마르크화를 유로화로 대체하면서 실질적인 평가절하 효과를 누리게 된 결과 수출경쟁력을 더욱 강화하여 2000년 이후 역내 상품수출과 자본수출을 토대로 막대한 흑자를 내고 경제성장을 구가할 수 있었다. 반면 그리스와 같은 주변국들은 평가절하 전략을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가격경쟁력 격차를 상쇄할 경제적 메커니즘이 소멸되고 단위노동비용이 꾸준히 상승하였다. 유로화를 사용함으로써 주변국의 국채 금리는 독일 수준으로 감소하고 국외로부터 자본이 유입되면서 민간부채와 정부부채가 증가하였다. 이에 따라 높은 경제성장률을 시현했지만 경상수지적자와 재정적자가 누적되었다. 이러한 중심부에서의 흑자 누적과 주변부에서의 적자 누적 메커니즘이 유럽의 내부적 불균형의 기초를 이룬다. 트로이카의 대응의 문제점 유럽의 재정위기는 ‘재정동맹 없는 화폐동맹’ 및 ‘유럽의 내부적 불균형’이라는 구조적 요인과 함께, 미국발 금융위기의 충격이라는 정세적 요인이 중첩되어 표현된 결과다. 하지만 트로이카는 재정위기의 본질적 원인을 개혁하기보다는 구제금융과 긴축정책과 같이 현상적 문제점에만 대처하는 전략을 사용했다. 그러나 구제금융 및 긴축정책은 남유럽 국채를 보유한 유럽 은행권의 전염을 막음으로써 중심국의 이해에 봉사하지만, 해고, 임금삭감, 사회보장 축소 등으로 주변국의 민중에게 큰 고통을 전가한다. 더욱이 통화동맹 하에 평가절하를 할 수 없는 그리스와 같은 위기국가들은 구조조정·노동신축화 등 긴축정책을 단행하더라도 경쟁력을 회복할 가능성이 낮다. 결국 트로이카의 해결책은 그 경제적 실행가능성이 의문시됨과 동시에 민중의 비판과 저항에 직면하여 정치적 위기를 야기하고 있다. 2년간의 반긴축 대중운동 구제금융과 긴축정책의 악순환은 그 어느 나라보다도 그리스에서 가장 극적으로 나타났다. 디폴트 위험에 처한 상황에서 그리스는 2010년 4월에 트로이카와 공식 협상을 시작했고 5월에 1,100억 유로의 1차 국제금융을 지원받게 되었다. 이어서 2012년 3월에는 1,300억 유로의 2차 구제금융 지원이 결정되었다. 구제금융을 받는 조건으로 그리스는 수차례의 긴축정책과 노동악법을 시행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리스 경제의 회복 전망은 여전히 부정적이다. 그리스는 2008년 이래 줄곧 마이너스 정상을 기록하고 있으며, 임금과 연금은 35% 가량 삭감되었고, 공식 실업률은 20%를 초과한다. 지난 2년간의 긴축정책은 그리스 노동자 민중의 분노와 저항을 불러일으켰다. 2009년 말 이후 총 17번에 걸쳐 긴축 및 노동악법에 반대하는 총파업이 일어났다. 이러한 파업들은 주류 노동조합 집행부의 지도로 진행되기보다는 평조합원의 요구에 기초하여 집행부에 대한 압박으로 시작된 경우가 많다. 그리스의 최대 민간부문 노총인 GSEE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공공부문 노총 ADEDY 집행부는 전통적으로 친사회당 계열이다. 사회당이 2009년 총선에서 과반의석을 차지하자 GSEE 집행부는 ‘40% 이상의 국민으로부터 지지를 받는 정부에 반대하는 것은 정세에 부적합하다’고 주장하며 총파업에 반대하는 입장을 견지했다. 그러나 2009년 새롭게 수상으로 취임한 파판드레우는 사회보장 지출을 10% 삭감하고 공공서비스 부문 노동자의 고용을 동결하겠다는 선언을 해서 공공부문 노동자의 분노를 자극했다. 조합원의 요구 속에서 ADEDY는 2010년 2월 10일 하루 총파업을 전개했다. 이어 2월 24일에 GSEE와 ADEDY가 공동으로 2월 24일 총파업에 돌입했다. 트로이카가 그리스에 1차 구제금융을 제공하기로 결정하고 그에 수반되는 그리스 정부의 긴축정책안이 의회를 통과한 5월 5일까지 공공·민간 부문을 망라하여 여러 번의 총파업이 진행되었다. 파업이 진행될수록 조합원들의 참여도 늘어났다. 현장에서의 결의대회, 파업위원회 구성 등의 과정에 동반하여 현장·지역 차원의 조직화와 대규모 가두시위가 전개되었다. 2011년 5월부터 노동자 투쟁은 그리스의 ‘분노하는 사람들’ 운동과 결합하면서 더욱 강화되었다. (2011년 초 튀니지와 이집트의 혁명에 영감을 받은) 스페인의 ‘분노하는 사람들’에 고무된 그리스의 ‘분노하는 사람들’ 운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서 5월 26-27일 여러 지역에서 최초로 대중 시위를 조직하였다. 이 투쟁들은 아테네의 신타그마 광장과 테살로니키의 백탑광장 점거로 이어졌다. 광장 점거운동은 2011년 8월까지 지속되었는데, 이는 노조나 좌파 정당과 같은 전통적인 조직 외부에서 자생적으로 조직된 반긴축 대중운동의 새로운 형태의 상징적·물질적 근거지가 되었다. 2011년 5월 이후 ‘분노하는 사람들’은 총파업 때마다 가두에서 연대해왔다. 2011년 하반기 들어 그리스의 긴축조치가 원활히 이행되지 않음에 따라 1차 구제금융 기금 제공이 중단될 상황에 처하게 되자, 그리스 정부는 다시 더욱 강력한 긴축조치를 발표하였다. 그러자 그리스 노동자들은 이에 항의하여 총파업을 선언하였다. 10월 19-20일 이틀에 거친 총파업에서는 지난 5개월 동안 단련된 노동자와 ‘분노하는 사람들’의 동력이 결합되어 강력한 투쟁이 펼쳐졌다. 아테네에서만 30만 명이 가두시위를 펼쳤고, 그 외 지역에서도 20만 명이 총파업 및 가두시위를 전개하였다. 총파업으로 대부분의 공공부문과 민간부문 사업장의 가동이 중단되었다. 파업 시기에 정부 부처를 포함한 공공건물 점거운동이 벌어지고 정부가 재정건전화 방안으로 도입한 세금에 대한 납세 거부(no pay)운동이 조직되기도 했다. 공산당과 공산당 계열 노총인 PAME는 10월 20일에 의회를 봉쇄하기도 했다. 재정위기가 야기한 정치위기 그리스 국민의 불만을 해소시키기 위해서 파판드레우 수상은 2011년 10월 31일에 2차 구제금융에 관한 국민투표를 제안했다. 그러나 트로이카와 그리스 지배계급의 압박 속에서 파판드레우는 며칠 뒤에 이 제안을 철회했다. 긴축재정에 대한 반대여론과 동시에 지배계급의 불신이 완화되지 않고 사회당 내에서도 사퇴 압력이 강화되는 속에서 결국 파판드레우는 11월 11일에 사임하였다. 이후 사회당, 신민당, 극우 국민당(LAOS)이 참여하는 과도연정이 구성되었고, 2013년에 예정되었던 차기 총선은 2012년 5월에 조기 실시하기로 결정되었다. 새로운 구제금융안이 의회에서 통과된 2012년 2월에도 노동자·민중의 투쟁은 지속되었다. 이것은 과도연정에 대한 대대적인 반발을 보여주었다. 그 결과로 국민당이 연정에서 물러났고, 신민당은 내부에서 분열이 발생했으며, 사회당은 지지기반으로부터 완전히 소외되는 상황이 초래되었다. 결국, 5월 6일에 실시된 1차 총선에서 전통적으로 그리스 의회를 지배하던 신민당과 사회당은 이전에 비해 득표율이 크게 하락했고 양당 모두 과반수 획득에 실패했다. 또 신민당, 시리자, 사회당 모두 구제금융 조건인 긴축정책에 대한 입장 차이로 인해 연정을 구성하는 데 실패했다. 이에 따라 2차 총선이 6월 17일에 실시되었다. 5월 6월, 6월 17일 총선 결과와 의미 [표 1] 그리스 총선 결과 * 출처: Parties and Elections in Europe 1-2차 총선 모두에서 시리자는 상당한 지지를 받아 2위를 차지했다. 이는 잘 계획된 선거운동의 성과라기보다는 지난 2년간 발전한 대중운동과 기존 정당의 위기에 따른 자연스러운 결과였다. 단적으로, 사회당을 지지하던 많은 유권자가 시리자를 지지하게 되었다. 한 분석에 따르면 1차 총선에서 사회당이 상실한 득표율 19%는 시리자가 흡수한 것으로 나타난다. 또한 시리자는 노동자계급 주거 지역과 청년층·중년충에서 가장 높은 득표율을 기록했다. 50세 이하 득표율은 1차 총선에서 약 20%, 2차 총선에 약 33%로 모든 정당 중에 제일 높았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시리자의 지지 기반은 ▲양당 체제에 대한 불신과 정치 자체에 대한 거부감이 강한 무정부주의 경향의 청년층 ▲세금 인상, 임금 삭감, 연금 등 사회보장 삭감, 해고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중산층이나 화이트칼라노동자 ▲중도좌파 성향에서 급진좌파 성향을 망라하는 노조 조합원 ▲이민자와 도시빈민 ▲구조조정이 장기화될수록 파산 위험에 처하게 되고 세금 인상과 적극적 세금징수에 반발한 중소상공인을 포함한다고 한다. 6월 17일 2차 총선에서 시리자는 신민당에 근소한 차이로 패했지만 득표율이 10% 가량 상승하며 71석을 얻어 제1야당이 되었다. 그러나 전체 ‘반긴축 투표’는 1차 총선에 비해 상당히 축소되었다. 1차 총선에서 긴축반대를 선언한 정당이 60% 가량의 득표율을 획득한 것에 비해, 2차 총선에서 긴축반대 세력의 득표율은 45% 조금 넘는 수준이었다. 이는 보수 세력의 악선전이 상당한 효과가 있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국내외 주류 언론이 구제금융-긴축재정의 부정은 유로존의 강제 탈퇴로 이어질 것이라는 식의 압도적인 담론을 형성했고, 이러한 지형에서 많은 그리스 국민들은 위협을 느꼈다. 이것은 시리자가 패배한 원인이기도 한다. 달리 말하면, 긴축정책의 철폐나 대폭 수정 입장을 취해도 유로존 잔류가 가능하다고 주장한 시리자는, 많은 유권자의 지지를 얻은 동시에 또 다른 많은 유권자들을 설득하지는 못했다. 이러한 결과를 이해하기 위해서 아래에서 시리자의 역사적 배경과 강점 및 한계를 분석한다. 그리스 좌파의 역사와 시리자의 결성 시리자는 진보적 개혁주의 성향의 좌파 정당, 정파와 개인 활동가의 연합체이다. 주도 세력은 개혁주의 성격을 지니는 시나스피스모스(Synaspismos, 좌파운동생태주의연합)이지만 급진좌파/마르크스주의(트로츠키주의, 마오주의, 공산주의) 세력을 포함해 20개 이상의 조직들이 참여하고 있다. 합류한 여러 단위들과 연합체로서 시리자의 성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리스 좌파의 분열과 다양한 노선에 대한 기초적인 이해가 있어야 한다. 그리스 좌파의 역사는 한국과 유사하게 제2차 세계대전 시절 반식민지 투쟁에서 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 1918년에 창당된 그리스공산당(KKE)은 전쟁 시기에 반 나치 투쟁을 주도하면서 대중적 지지를 얻어 부상했는데, 전후 그리스 내전(1946~1949년) 패배와 그에 뒤이은 탄압으로 많이 약화되었다. 이 시절 일부 활동가는 소련에 망명하였고 일부는 그리스에 남아 지하 활동을 전개하였다. 첫 번째 분열 1960년 말부터 70년대까지 지속된 그리스 군부독재 하에서 공산당의 대중적인 활동이 다시 활발해졌다. 그러나 이 시기에 그리스 좌파는 첫 번째 분열을 경험했다. 1968년 소련의 체코슬로바키아 침략을 바라보면서 유럽 각국의 공산당들이 심각한 논쟁과 분할을 겪게 됐는데, 그리스공산당 내에서도 소련에 대한 입장 차이로 갈등이 발생하였다. 결국 지하 공산당 시절 소련에 망명한 활동가를 중심으로 형성된 (국제)공산당(친소 세력)과 마르크스주의 정치학자 니코스 풀란차스가 대변하는 (국내)공산당이라는 두 개의 공산당이 형성되었다. (국제)공산당은 나중에 당명에서 국제라는 말을 빼고 공산당으로 자신을 지칭하였다. 1990년대 초부터 확고한 스탈린주의 노선을 표방한 공산당은, 올해 5월 총선 전까지 의회에서 좌파 정당을 대표했다. 한편, 공산당의 분열과 같은 시기에 양쪽의 경향을 동시에 비판한 비공산주의 좌파, 즉 사회민주주의자, 마오주의자, 트로츠키주의자, 신좌파 등도 등장하였다. 이 중 일부는 이후 시리자에 합류하게 되었으며 또 다른 일부는 2009년에 시리자에 비해 보다 급진적인 ‘반자본주의좌파연합’(Antarsya, 이하 ‘안타르시아’)을 결성하게 되었다. 두 번째 분열 (국내)공산당 경향은 흔히 유로코뮤니즘(Eurocommunism)으로 규정된다. 서유럽에서 유래한 유로코뮤니즘은 소련에 대한 맹목적 충성을 비판하면서 서유럽 각국의 상황에 보다 적절한 사회변혁론을 계발하고자 하는 목표에서 출발했다. 사회 개혁을 위한 영향력을 확보하기 위해서 보다 중도적인(centrist) 세력과의 연대·연합을 적극적으로 시도한다. 유로코뮤니즘에 대한 좌파적 비판자들은 유로코뮤니즘의 사민주의 또는 민족주의적 경향을 지적한다. 1980년대에는 (국내)공산당 내에서 그리스 좌파의 두 번째 분열이 발생했다. 이번에는 스탈린주의에 대한 비판을 바탕으로 공산주의 쇄신을 주장하는 세력과 사민주의·개혁주의를 지향하는 세력 간의 갈등이 나타났다. 그 결과 당이 (국내)공산당-혁신좌파(뒤에 혁신공산주의생태좌파(AKOA)로 명칭 변경)와 그리스좌파(EAR)로 분할하였다. 그리스좌파는 현재 연정에 참여하는 민주좌파당을 창당한 세력이다. 1989년에 소련에 대한 입장 차이에도 불구하고 공산당과 그리스좌파는 선거 공동 대응을 위해서 몇 개 소수 정당과 함께 시나스피스모스로 불리는 좌파진보연합(2003년에 좌파운동생태연합으로 명칭 변경)을 결성하고 선거에서 13%라는 상당히 높은 득표율을 기록하였다. 시나스피스모스는 먼저 신민당이 제안한 임시 연정에 참여하고 1989년 말에 치러진 2차 총선 후에 신민당, 사회당과 함께 연정을 구성하였다. 이 기간 동안 시나스피스모스가 사회당과 신민당이 주도하는 신자유주의적 경제개혁에 동참하게 되었다. 세 번째 분열 1980년 말부터 1990년 초에 공산당이 지배세력과 정치연합을 시도한 것에 대한 당 내부 반발에 소련의 붕괴라는 상황이 겹치면서 세 번째 분열이 발생했다. 이번에는 공산당의 청년동맹(KNE)이 지배계급과의 협조를 강력히 반대하면서 시나스피스모스에서는 물론이고 공산당에서도 탈퇴해서 신좌파경향당(NAR)을 창당했다. 신좌파경향당은 2009년 안타르시아의 결성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게 되었다. 공산당도 시나스피스모스와 분리하여 이 시기부터 확고한 분파주의를 고수하면서 모든 활동을 단독으로 수행하였다. 사민주의 경향인 그리스좌파 중심으로 시나스피스모스에 잔류한 세력들은 1991년에 정당 전환을 결정하였다. 그러나 이들은 시나스피스모스(그리스어로 ‘연합’을 의미)라는 조직명을 유지하며 열려 있는 범좌파적 성격을 지속하고자 했다. 이때부터 국제마르크스주의경향을 비롯한 보다 급진적인 여러 세력이 합류하기 시작했고,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에 시나스피스모스가 반세계화 운동에 참여하면서 참여세력이 더욱 확대되었다. 시나스피스모스에 합류한 좌파는 기존 지도부와 갈등하면서 시나스피스모스의 좌경화를 주도하였다. 시리자의 결성과 내부 갈등 1990년대 말부터 시나스피스모스 안의 좌파/비주류 세력은 주류세력인 그리스좌파의 영향력에 도전하기 위해서 “좌파의 단결”이라는 슬로건 아래 시나스피스모스 외부에 존재하는 다른 좌파 세력들과의 제휴를 모색하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세력들이 2004년 시리자의 결성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였다. 3%의 득표율, 즉 의석 확보에 필요한 최소한 득표율을 확보할 전망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그리스좌파 출신 시나스피스모스 당대표 니코스 콘스탄토팔로스를 비롯한 당 지도부는 시리자의 결성에 동의하였다. 결국 2004년 총선에서 시리자는 3.3%를 득표해서 6개 의석을 획득하였다. 이 결과는 일단 선거연합의 성공으로 평가될 수 있었지만, 이내 시리자 안에서 의원 명부를 둘러싼 갈등이 발생하였다(당선된 의원 6명은 모두 시나스피스모스 당원이었다). 같은 해 6월 유럽연합 의회 선거에서 같은 문제로 의원 명부를 아예 구성하지 못해 선거연합이 중단되는 것으로 귀결하고 말았다. 2004년 말에 시나스피스모스 당권 선거에 좌파와의 연합을 확고히 지지하는 알레코스 알바노스가 이전의 콘스탄토팔로스 지도부를 대체하여 당대표로 선출되면서 내부 갈등이 어느 정도 해소되었다. 알바노스의 지지 속에 2008년에는 현 당대표 알렉시스 치프라스가 시나스피스모스의 대표로 선출되었다. 그러나 다음해 시나스피스모스가 집권 사회당과 타협적 태도를 보이자 알바노스는 마오주의 경향인 그리스공산주의조직(KOE)과 트로츠키주의 경향인 국제노동자좌파(DEA) 등과 함께 연대와전복을위한전선(Front for Solidarity and Rupture)을 결성해서 시리자 내에서 시나스피스모스가 주도하는 우경화에 도전하였다. 같은 시기에 시나피스모스에서는 좌우 분열이 발생하여 우파가 민주좌파당을 창당하게 되었다. 시나스피스모스 내 우파가 민주좌파당으로 분리했음에도 불구하고 시나스피스모스, 따라서 시리자에 잔류한 다양한 세력들 사이에서는 분명한 입장 차이가 존재한다. 아래에서 다루겠지만, 특히 유럽연합에 대한 입장, 따라서 경제위기 탈출 방안에 대해서 시나스피스모스의 공식 입장은 시리자 안의 비 시나스피스모스 급진좌파 세력들의 입장과 다르다. 시리자의 강점과 한계 앞서 보았듯이 대중의 긴축정책에 대한 분노와 2년간의 노동자·민중의 투쟁이라는 외부적 조건이 시리자가 총선에서 선전하게 된 주요한 요인이다. 이와 함께 여러 내부적 조건들도 유리하게 작용해 시리자는 공산당이나 다른 좌파정당 보다 많은 지지를 획득할 수 있었다. 개방적인 성격과 반분파적 이미지 위에서 보았듯이 1990년대부터 공산당은 다른 정파들과의 어떠한 공동 활동도 거부했다. 이러한 분파적인 태도가 많은 활동가와 일반인으로부터 거부감을 불러일으켰다. 반면 시리자는 2004년 창립 당시부터 분파주의 극복과 좌파단결(Left Unity)을 주 슬로건으로 제시하였다. 그리고 이번 1차 총선 전후에는 범좌파 정당 구성을 주장하였다. 이러한 태도가 공산당 등 전통적 좌파정당에 대해 환멸을 느끼던 이들에게 매력을 느끼게 한 듯하다. 이러한 개방적인 성격은 시리자의 조직구조에서도 나타난다. 지역 조직 체제가 튼튼하기 때문에 대중적 접근성이 상당히 높다. 각 지역에 지역위원회를 두고 있으며 이를 통해서 노동자와 ‘분노하는 사람들’과 소통하고 현장투쟁을 지지·지원한다. 시리자는 지역 차원에서 안타르시아 등 급진좌파 세력과 공동 활동을 벌인다. 시리자에 참여하는 좌파 정당 및 정파는 사업장 단위 파업위원회에 참여함으로써 노동자의 신뢰와 지지를 획득한 것이다. 유동적 입장과 강령 시리자의 주요 메시지는 트로이카의 구제금융 조건, 즉 긴축정책 부인이다. 그러나 ‘구제금융 조건 부인’이나 ‘긴축정책 반대’라는 슬로건의 구체적인 내용은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변화한다. 총선을 앞두고 대중 집회가 전개되는 과정에서, 치프라스를 비롯한 시리자 지도부는 ‘전체 구제금융 프로그램과 긴축정책의 완전 철회’를 주장해 트로이카에 확고히 도전하였다. 그러나 선거 이후에 보수언론의 공격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긴축정책의 일부 수정 및 향후 재협상’으로 입장을 수정하였다. 가장 큰 쟁점이 되고 있는 유로존 탈퇴와 관련해서 시리자의 공식입장(2011년 11월 전국당대회)은 “유로를 위해 희생하지 않겠다”(No sacrifice for the Euro)는 것이다. 이는 다양한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과거 공산당원이던 시리자의 발라바니(Valavani) 의원은 이 슬로건을 아래와 같이 설명한다. “시리자의 전략은 어느 한도 내에서 유로존에 잔류하는 것이다. 그 한도는 간단하다. 그리스 국민이 살아남을 수 있어야 한다. [유로존 잔류가] 우리의 숨통을 막으면 다른 입장을 취해야 한다.” 그러나 치프라스 당대표는 1차 총선 후에 ‘[유로존 탈퇴는] 고려 대상이 아니다’라고 수 차례 강조하였다. 이것은 당의 공식입장을 대변하는 것으로 해석되어야 한다. 시리자 입장의 유동성과 총선 이후의 온건화는 보수언론의 공격 앞에서의 후퇴로 보아야 한다. 그러나 이는 1차 총선을 전후로 형성된 대중적 정서에 부응하는 태도로도 볼 수 있다. 보수언론은 ‘시리자를 위한 투표는 유로존 탈퇴를 위한 투표’라는 식으로 공격하였다. 대다수 그리스 민중이 유로존 탈퇴에 대해 상당한 공포를 안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공격의 영향이 크다. 시리자 지도부는 대중을 분노하게 하는 긴축정책에 대한 대안을 확실히 제시하면서도 유로존에 잔류할 의사를 분명히 보여주고자 애쓴 것이고 정권 교체와 트로이카와의 협상이라는 ‘평화로운’ 과정을 통해서 사회변화가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뚜렷하게 전달하고자 했다. 이 전략은 긴축에 대한 분노와 유로존 탈퇴에 대한 공포라는 두 정서 사이에 균형을 찾는 데 어느 정도 성공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위에서 언급했듯이 2차 총선에서 ‘반긴축 투표 하락’과 시라자의 패배는 시리자의 메시지로 설득되지 않은 유권자가 상당히 많았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시리자의 한계 시리자의 유동적인 입장은 또한 시리자의 한계를 보여준다. 무엇보다도 시리자 참여세력 사이에 위기의 원인에 대한 구조적 분석이 공통으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는 점이 큰 문제다. 치프라스와 같은 시나스피스모스 지도자들은 경제위기의 원인을 자본주의의 구조적 모순이 아니라 금융기관과 카지노 자본의 탐욕으로 본다. 그렇기 때문에 자본과의 적대적인 대립 없이도 정부교체와 구제금융 프로그램 재협상을 통해 그리스 민중의 고통을 해소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아래에서 설명하듯이 이러한 방안은 실행가능성이 매우 낮다. 긴축에 반대하여 그리스 민중의 생존권을 지키는 것은 곧 트로이카에 대한 확고한 도전을 의미하며, 이는 상당히 격렬한 계급투쟁을 동반하는 과정일 수밖에 없다. 6월 17일 총선 결과를 보면서, 시리자에 합류한 급진 좌파 세력들은 시리자가 거둔 분명한 성과를 인정하면서도 이러한 한계를 비판하고 있다. 이들은 시리자가 트로이카와 자본의 공격이 거셀 것을 분명히 인식하고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지역과 현장 수준에서 경제위기의 구조적 원인과 문제점을 교육하고 투표를 조직했어야 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시리자는 2차 총선을 앞두고 트로이카와의 갈등을 축소하려고 애썼고, 지역과 현장 수준이 아니라 매스컴을 주요한 활동 무대로 설정했다는 것이다. 그리스 좌파의 경제위기 탈출 방안과 그 실행가능성 시리자 주류세력(시나스피스모스 주류세력)은 “EU-IMF 메커니즘으로부터의 철수”(disengagement from the EU-IMF)를 주장하면서도 유럽공동체 잔류와 재구성을 주장한다. 구체적으로는, 그리스와 여타 남유럽 국가의 채무조정, 위기국 정부에 대한 유럽중앙은행의 직접 대출, 유로본드 발행 등을 위기탈출 방안으로 제시한다. 또한 이를 가능하게 하기 위해 유럽연합 조약 개정, 그중에서도 특히 채무조건을 규정하는 안정및성장에관한협약(GDP 3% 이하 연간 재정적자, GDP 60% 이하 국가 부채)의 폐지와 이의 사회보장에관한협약으로의 대체를 주장한다. 이러한 입장들은 5월 말에 발표된 시리자의 강령에서 나타나는데, 대체로 시나스피스모스가 속한 유럽좌파당(European Left)의 주류적 입장을 반영한다. 현재 유럽연합 재무장관회의, IMF, 유럽중앙은행 등에서도 이와 유사한 여러 가지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 예컨대, 재정위기가 이탈리아와 스페인으로 확산될 우려가 높아지면서 유럽중앙은행이 최종대부자 기능을 수행하여 국채매입을 대폭 확대할 것이 제안되고 있다. 그러나 이 방안은 실행가능성이 높지 않다. 유럽중앙은행이 위기국의 국채를 매입하면 그 위험이 유럽중앙은행의, 따라서 공적인 부담으로 남게 된다. 이는 결국 중심부 국가의 세금으로 충당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독일 등 중심국은 납세자들의 지지를 의식해 반대하고 있다. 중심국 지배계급은 유럽중앙은행이 위기국의 국채를 대규모로 매입할 경우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의 구분이 모호해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결과적으로 공동화폐로서 유로화의 위상을 심각하게 위협할 것이라는 이유로 반대한다. 독일연방은행도 유럽연합 조약 위반에 해당하며 결국 각국 정부가 재정규율을 준수할 인센티브를 손상시킬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유로본드의 경우도 문제가 비슷하다. 2011년 11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의 정책제안서에서 최초로 공식화된 유로본드 발행 방안은 회원국 국채를 대체하여 회원국 공동으로 발행하는 채권으로서, 재정통합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것이다. 그러나 독일 등 고신용국은 그리스 등 저신용국의 신용리스크 전이를 우려하면서 도입을 반대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EU 통치구조가 전반적으로 변화하지 않은 채 유로본드를 도입하는 것은 단지 더 매력적인 금융투자처를 제공하고 독일의 위험을 증가시킬 뿐이라는 평가도 있다. 시리자 지도부와 달리 시리자에 합류한 좌파나 시리자에 참여하지 않은 급진좌파 세력들 대부분은 EU의 신자유주의적 본질을 고려할 때 유로존 탈퇴와 유럽연합과의 분리는 필연적인 것으로 본다. 이들의 입장은 대체로 런던대학교 경제학 교수 코스타스 라파비차스(Costas Lapavitsas)가 제출한 위기 해결책으로 수렴된다. 라파비차스는 그리스가 채무탕감 및 디폴트를 선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럴 경우 그리스는 금융시장에 접근할 수 있는 권리를 상실하는 등의 어려움을 겪겠지만, 노동자 주도의 부채감사위원회를 설치하여 부채를 분류하여 이를 처리하고, (디폴트 선언에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유로존 탈퇴 이후 통화제도의 변화에 따른 충격이 은행위기로 번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은행의 사회화와 민주적 통제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라파비차스는 이러한 유로존 탈퇴를 통해 통화의 평가절하를 단행하고 임금 삭감 등 ‘내부적 평가절하’를 중단함으로써 수출을 통한 경쟁력 회복이 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리스의 급진적 좌파 세력들은 대체로 라파비차스의 방안에 동의하는데, 그 사이에도 미묘한 견해 차이가 존재한다. 특히, 그리스가 언젠가 유로존을 이탈/탈퇴할 것이라는 데 견해를 같이 하지만, 이탈/탈퇴가 당장의 직접적인 목표인지 아니면 정치·경제적 위기의 불가피한 결과인지에 대해 이견이 있다. 공산당과 안타르시아의 공식 입장은 유로존 탈퇴, 나아가 EU와의 분리가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국제사회주의경향 계열 사회노동당(SEK)을 비롯한 안타르시아에 참여하는 세력 일부와 시리자에 참여하는 급진 좌파 세력 일부는 유로존 이탈과 유로존 해체는 투쟁의 목표라기보다 유로존에 내재한 모순 때문에 불가피한 것이라고 본다. 이러한 세력들은 그리스의 유로존 이탈에 앞서 전개될 트로이카에 맞선 중장기적 투쟁에 대비해서 조직화와 대중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또한 트로이카가 지배하는 체제와의 분리를 준비하기 위해서 유럽 차원의 노동자 연대가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2007년에 시리자에 합류했다가 2011년에 탈당한 노동자인터내셔널위원회 계열 정파인 세키니마는 각국 노동자계급의 연대를 통해 ‘자본의 유렵연합’을 대체할 ‘사회주의 유럽’을 건설하자는 구체적인 강령을 제시하기도 한다. 앞서 보았듯이 재정위기에 대해 트로이카가 여러 대책들을 거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은 단기간 내 실행되기 어렵다. 구조적 해결책이 제시될 가능성이 희박한 상황에서 일부 개선 조치가 도입되더라도 그 실효성은 지극히 낮을 것이다. 그리스의 경우 신민당을 비롯해 연정에 참여한 정당들은 2차 총선 이후에 구제금융 조건을 재협상할 의사를 밝히고 있고 조금 있으면 재협상이 이루어질 듯하다. 그러나 일부 조건이 완화되더라도 트로이카의 강력한 압력으로 새로운 국제금융 조건의 내용은 현재의 긴축안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구제금융이 현재 그리스의 위기를 구제할 가능성은 거의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 대가로 그리스 민중들은 다시 한 번 고통스러운 긴축조치에 내몰리게 될 것이다. 그랬을 때 긴축정책의 집행을 담당하는 신정부는 민중의 분노 대상이 될 것이다. 이 때문에 신정부가 올해 안에 붕괴될 것을 전망하는 언론이나 학자가 적지 않다. 또한 그리스의 재정위기가 장기화되고 스페인, 이탈리아로 확산되고 있기 때문에 그리스가 자발적으로 유로존을 탈퇴하지 않더라도 멀지 않은 장래에 그리스를 비롯한 일부 국가가 유로존을 이탈할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전망에 따르면, 위에서 제시된 ‘장기적 계급투쟁과 유로존 이탈의 불가피성에 대비하자’라는 입장이 유효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라파비차스가 주장하는 ‘유로존 이탈에 동반하는 은행 사회화, 수출을 통한 경쟁력 회복’이라는 일국적 해결책은 결코 충분한 해법이 될 수는 없다. 그렉시트는 다른 위기국을 비롯한 유럽연합 전체에 대한 충격이 크기 때문일 뿐 아니라, 유럽의 위기가 유럽 통합의 신자유주의적 본질과 구조적 결함에서 비롯된 문제이므로 그 해법역시 유럽 차원에서 제시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사회주의 유럽’ 또는 ‘대안적 유럽’을 모색하는 좌파세력이 존재해도 유럽 사회운동은 아직 국제적 차원에서 세력 관계를 역전할 수 있는 현실적 힘을 구축하지 못하고 있으며 구체적인 대안적 상도 아직 완성되지 못한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리스를 비롯한 유럽 민중들의 2년간의 투쟁을 보면 분명한 잠재력을 느낄 수 있다. 유럽의 계급투쟁과 그리스 좌파의 역할 현재로서는 시리자가 앞으로 어떤 전략을 취할 것인지 예측하기는 힘들다. 다만 총선 직후에 치프라스 당대표의 몇 가지 발언을 통해 시리자의 계획을 추측해볼 수는 있다. 치프라스는 로이터 등과의 인터뷰를 통해서 ‘책임있는 야당’으로 활동하겠다고 말했다. 또는 당분간 투쟁을 동원하는 것보다 긴축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최하층을 보호하는 데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 발언은 조직화와 투쟁 중심의 활동보다는 의회 중심의 전략을 암시한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우려스러운 상황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현 정세에서 의회 안에만 머물러 있게 된다면 시리자는 ‘약한 긴축’(austerity light), 즉 긴축 정책을 일부 완화를 추진하는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이고, 이는 민중의 권리와 생존권을 온전히 보장하는 것과 거리가 멀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금은 자본주의의 근본적 모순을 인식하고 대안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긴축정책과 트로이카의 독재에 대한 대안을 마련하는 것, 나아가 신자유주의적 유럽 통합에 대한 대안을 현실화할 세력을 형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대안 세력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우선 그리스를 비롯한 유럽 민중들이 공포를 극복하여 현재 체제가 더 이상 유지 불가능하고 새로운 체제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식할 수 있도록 전환적인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꾸준한 대중적 교육과 조직화가 진행되어야 한다. 또한 지역과 현장에서, 나아가 유럽 차원에서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대안이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대안들은 이미 곳곳에서 논의되고 실천되고 있다. 가령 그리스 노동자들은 점점 전투적으로 파업과 시위를 벌이고 있으며, 일부 사업장을 민주적으로 통제하고 있다. 지난 3월 유럽의 노동조합, 정당, 사회운동단체들은 국제회의(Joint Social Meeting)를 개최하여 긴축에 반대하는 유럽 차원의 투쟁을 조직할 방안과 민중적 부채 감사 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이러한 대안들이 충분히 성숙했다고 볼 수는 없지만 분명 유의미한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시리자는 그리스를 비롯한 유럽 사회운동의 잠재력을 확인하고 발전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 ‘책임 있는 야당’을 자처하며 의회에 안주할 것이 아니라 지역과 현장에서 노동자 투쟁을 지원하는 데 앞장서야 하며, 유럽 차원의 대안 논의에 적극 동참하고 이를 발전시켜야 한다. 그리스 좌파들은 유럽 위기의 구조적인 원인과 모순을 폭로하면서 대중 교육과 조직화를 적극적으로 수행해야 한다. 이러한 활동 속에서 민중적·국제적 대안을 구체화할 때 그리스와 유럽 민중들은 ‘대안적 유럽’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EU 위기와 노동자투쟁 - 2 그리스에 긴축찬성 우파 연립정부가 등장했지만 유럽의 위기는 진정되지 않고 오히려 심화되고 있다. 당장 그리스 새 정부와 유럽연합(EU), 유럽중앙은행(ECB), 국제통화기금(IMF) 등 ‘트로이카’ 사이의 구제금융 재협상부터가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스페인 정부는 자국 은행에 대한 구제금융을 공식 신청했고 신용평가기관 무디스는 28개 스페인 은행에 대해 신용등급 강등을 확정했다. 그리스와 깊이 연루된 유로존 회원국 키프로스도 구제금융을 신청한 상태다. 6월 30일 유럽 은행권 자본확충 시한 만료도 추가적 불안 요소가 되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최근 연달아 개최된 유로존 재무장관회의(6월 21-22일)와 독일프랑스이탈리아스페인 등 유로존 주요4개국 정상회의(24일)는 아무런 실효성 있는 합의도 도출하지 못했다. 6월 28-29일 예정된 EU 정상회의 결과를 지켜봐야 하겠지만, 지금까지 상황만 놓고 본다면 극적인 반전이 이루어지지는 않을 것 같다. 그러는 사이 유럽의 위기는 계속해서 심화하며 세계 경제에 깊은 암운을 드리우고 있다. 이대로라면 유럽의 파국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이 글은 앞의 분석을 보충, 심화할 목적에서 그리스 총선 이후 유럽 위기의 향방을 구체적으로 전망한다. 트로이카의 위기 대응이 궁극적으로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요지인데, 이를 논증하기 위해 유럽 위기의 구조적정세적 원인을 규명하고 트로이카의 구제금융긴축정책의 한계를 비판한다. 끝으로, 유럽의 위기는 곧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의 한계를 표상한다는 맥락에서 향후 유럽 위기의 파장과 그에 대응하는 사회운동의 대안을 논의한다. 유럽 위기의 원인 오늘날 유럽의 위기는 ‘재정동맹 없는 화폐동맹’ 및 ‘유럽의 역내 불균형’이라는 신자유주의적 유럽 통합의 내재적 모순이 2007-2009년 미국발 금융위기의 충격 속에서 극적으로 심화하여 은행위기로 현상하고 재정위기로 전이된 결과다. 아래에서는 이를 구조적 요인과 정세적 요인으로 나누어 검토한다. 재정동맹 없는 화폐동맹 유럽 통합의 기원은 냉전 직후로 소급한다. 독일과 프랑스 사이의 갈등을 감축함으로써 전쟁을 예방하려던 미국의 개입으로 결성된 유럽석탄철강공동체(ESCS)가 오늘날 유럽 통합의 시초를 이룬다. 그러나 본격적인 유럽 통합은 1970년대 이후 자본주의의 구조적 위기와 신자유주의적 세계화 속에서 추진된다. 브레튼우즈 체제의 해체 이후 환율변동이 경제에 미치는 파괴적 효과가 지속되자 안정적 화폐 공급과 금융에 대한 탈규제를 통해 위기를 관리하고자 하는 통화주의가 부상했다. 그에 따라 1978년 유럽화폐제도(EMS)가 도입되어 유럽공동체(EC) 회원국 간 환율이 고정되었다. 냉전 해체 이후, 특히 독일 통일 이후 경제적 충격은 EU의 출범을 추동한 직접적인 동인이 되었다. 유럽의 신자유주의적 경제화폐동맹을 제도화하려는 구상은 1989년 들로르 보고서에서 최초로 제시된 데 이어 1992년 마스트리히트 조약과 2003년 유럽헌법조약 초안을 거치며 구체화되었다. 화폐동맹은 유럽 단일시장을 실현하기 위한 전제 조건이었다. 그렇지 않다면 개별 국가가 평가절하를 통해 자국 상품의 시장경쟁력을 높이는 보호주의적 전략을 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화폐동맹의 이론적 근거가 된 최적통화지역론(OCA)에 따르면, 화폐동맹은 외환 거래비용의 감소, 외환리스크의 소멸에 따른 무역증가, 투자리스크 하락, 해외직접투자 증가, 자원의 효율적 배분 등의 편익을 갖는다. 가격 및 임금의 신축성, 생산요소 이동성, 자본시장 통합도, 경제개방도, 생산과 소비의 다양성, 물가수준의 유사성, 재정 통합도, 충격 반응의 유사성, 정치적 통합도 등의 조건이 충족될수록 화폐동맹의 편익도 증가한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1999년 결성된 유럽화폐동맹은 각 회원국이 민족화폐를 공동통화로 대체하면서 통화주권을 포기하는, 통화대체(currency substitution)의 일종이다. 유럽화폐동맹의 실질적인 지배력은 초민족적 기술관료로 구성된 ECB에 있는데, ECB는 회원국의 압력이나 제도적 견제 없이 화폐정책과 관련하여 절대적 주권을 행사한다. 사실상 독일연방은행의 확대판인 ECB는 물가안정과 재정건전성을 요체로 하는 신보수주의적 통화정책을 표방한다. 화폐동맹에 따라 개별 국가의 화폐발권력이나 환율조정 가능성은 완전히 폐기되었고, 이로써 기술력과 생산력이 열세인 국가가 수출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노동력을 신축화하는 것만이 유일한 선택지가 되었다. 그러나 화폐동맹에 상응하는 재정동맹은 실현되지 않았다. 화폐정책에 비해 재정정책은 민족국가의 주권적 성격이 강한데다 조세제도, 재정지출 등은 국내 정치적 측면을 많이 반영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주요 이유였다. EU 조약에 의하면 ECB는 회원국가의 부채를 관리할 의무가 없는데, 이는 회원국가의 국채를 구매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으로 표현된다. 이에 따라 개별 국가가 적자재정 정책을 시행하려면 주로 금융시장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개별 국가가 발행하는 국채의 이자율이나 신용등급은 금융시장에 의해 결정되므로 재정적 건전성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진다. 결과적으로 유럽적 연방주의는 실현되지 못했다. EU는 미국의 연방정부와 같은 민주적 정당성을 획득하지 못했다. 이런 점에서 EU 제도는 ‘민주주의의 결핍’으로 특징지어진다. 그 결과 EU는 직접적 과세의 권한을 갖지 못했다. 사실 조세권이 없는 주권은 성립할 수 없다. 유로존은 통일된 재정정책을 실행할 수 있는 정치적 동맹이 아니며, 유럽적 차원의 사회적 권리를 실현할 수 있는 제도적 토대도 결여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화폐동맹 자체도 취약하다. ECB는 유럽의 은행들에 대한 단일한 감독권을 행사하지 못하고, 또 EU에는 미국처럼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와 같은 기구도 존재하지 않는다. 유럽의 역내 불균형 통일 이후 1990년대 장기 침체를 겪었던 독일 경제는 2000년대 이후 유럽 통합의 이점을 활용해 경제성장을 구가했다. 독일은 유럽 통합을 계기로 하르츠 노동개혁 등 노동부문의 구조조정을 통해 수출경쟁력을 상승시키려는 전략을 취했다. 그 결과 2000년대 이후 독일의 단위노동비용은 거의 상승하지 않았다. 더 중요한 것은 독일이 마르크를 유로로 대체하면서 사실상 상당한 평가절하 효과를 누릴 수 있었다는 것이다. 반대로 기술력이 열세에 있는 그리스 등 주변국들은 평가절하 전략을 사용할 수 없었을 뿐만 아니라 단위노동비용도 꾸준히 상승했다. 그 결과 수출경쟁력이 낮은 주변국들은 실질실효환율이 고평가되어 경상수지 적자가 지속적으로 누적된 반면, 수출경쟁력이 높은 중심국들은 실질실효환율이 저평가되어 경상수지 흑자가 지속적으로 누적되었다. 일반적으로 경상수지 불균형이 발생할 경우 명목환율의 변동을 통해 가격경쟁력이 조정됨으로써 경상수지 불균형이 해소 또는 완화된다. 그러나 단일통화체제 하에서는 환율변동을 통한 가격경쟁력의 조정이 불가능하여 경상수지 불균형이 장기간 지속된다. 이러한 메커니즘이 유럽의 내부적 불균형의 기초를 이룬다. 독일은 막대한 경상수지 흑자를 대외투자로 전환하는 식으로 유럽 내부에서 수출 유로를 환류했다. 독일은 유럽 역내에서 상품수출과 동시에 자본수출을 통해 막대한 부를 획득하는 중상주의 또는 고전적 제국주의를 경제성장의 원동력으로 삼았다. 주변국은 제조업 붕괴와 경쟁력 약화로 인해 경상수지 적자가 누적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에게 유로화는 현대화의 자극제로 인식되었다. 화폐통합의 결과, 환율리스크가 소멸하고 주변부 국채 금리가 독일 수준으로 하락했다. 대규모 자본수입과 저금리가 장기 지속되면서 주변국 경제는 높은 물가상승률을 수반한 (중심국보다 훨씬) 높은 성장률을 시현할 수 있었다. 물론 이것은 어디까지나 불안정하고 취약한 공생일 뿐이었다. 주변국은 경상수지 적자를 정부와 민간의 차입으로 보전한 결과 민간부채와 정부부채가 누적됐다. 주변국에서 누적된 부채는 2007-09년 미국발 금융위기의 충격 속에서 재정위기로 현상했다. 정세적 요인 2007-2009년 미국발 금융위기의 충격으로 유럽계 금융기관도 막대한 손실을 경험한다. 2008년 이후 유럽에서도 금융위기가 단계적으로 고조되었다. 동시에 금융위기의 여파는 실물경제 위기로 확산되며 2008년 이후 유럽 대부분의 국가들이 마이너스 성장을 경험했다. 1990년대 이후 지속된 감세로 유럽 각국의 조세수입 기반이 약화된 상태에서 미국발 금융위기에 대응하여 각국 정부의 공공지출이 늘어나며 재정수지가 급속히 악화했다. 특히 각국 정부들은 자국의 민간 은행을 구제하기 위해 금융시장에서 국채를 대규모로 발행했다. 유럽에서는 정부가 은행주식의 상당 부분을 보유하고 역으로 은행들은 국채를 대규모로 보유하는 관행이 발달했다. 그런데 유럽의 은행들에 대한 감독과 지원은 유럽 차원이 아니라 민족적 수준에서 이루어진다. 즉 유럽 은행에 대한 구제는 EU나 ECB가 아니라 각국 정부의 몫이 된다. 이런 점에서 유럽의 위기는 은행위기가 국가채무위기로 표현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국가채무위기는 다시 자국의 국채를 대규모로 보유하고 있는 은행의 재무구조를 악화한다. 정부가 채무조정을 한다면 은행의 재무구조가 악화될 것이며, 역으로 은행의 신주발행을 통한 자본확충은 정부의 대규모 구매를 낳아 정부의 재정건전성을 위협할 수 있다. 이렇듯 민간의 부채가 국가의 부채로 이전되고, 민간의 부실이 국가재정의 부실로 전환되는 ‘손실의 사회화’가 오늘날 유럽 재정위기의 배경을 이룬다. 2009년 이후 그리스를 비롯한 유럽 주변국에서 국가채무가 급증하면서 신용등급 하락, 자금조달 비용 상승의 악순환으로 이어지며 재정위기가 발생했다. 한편 채무를 상환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을수록 신용부도스왑(CDS)의 가격이 상승하기 때문에 금융시장에서 CDS가 투기의 대상이 되고, 이를 보유한 투자자는 금융시장에서 패닉 상태를 조장하기도 했다. 유럽의 위기 대응 비판 유럽의 구조적 결함은 이번 위기 대응 과정에서 그대로 반영됐다. ‘민주주의의 결핍’이 유럽 차원의 ‘문제 해결 무능력’으로 드러난 것이다. 또 유럽은 경상수지 불균형에서 기인한 은행위기와 재정위기에 대해 구제금융과 긴축재정과 같은 대증요법에 치중하며 위기를 증폭시켰다. 구제금융과 긴축정책의 악순환 트로이카는 구제금융 지원조건으로 재정위기국의 강력한 긴축재정과 구조조정을 강요했다. 이들은 ‘점진적인 조정’보다는 초기단계의 과감한 조정과 개혁이 더 성공적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력한 긴축정책을 지지하는 이들은 환율이 고정되어 있는 유럽화폐동맹 하에서 내부적 평가절하가 장기적으로 경제성장을 촉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외부적 평가절하에 비해 이점이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에 따라 재정위기에 처한 주변국은 물론 중심국 정부들도 중장기 재정건전화를 위해 재정적자 축소 또는 재정균형의무의 헌법 명시 등 강도 높은 재정긴축을 추진했다. 그러나 이러한 구제금융긴축정책 패키지는 자본과 중심국의 이해에 봉사하는 기술관료적 해법일 따름이다. 사실 독일·프랑스 등 EU 중심국이 막대한 재정적 부담에도 불구하고 구제금융을 제공한 것은 주변국 정부와 은행의 위기가 자국 은행의 위기로 전염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 따라서 남유럽 국가들에 대한 구제금융은 곧 남유럽 은행들에 대한 구제금융을 의미했다. 이처럼 구제금융긴축정책은 ‘이익을 사유화하되 손실을 사회화하는’ 계급 편향적 정책이다. 이는 민중의 저항을 초래할 수밖에 없으며 따라서 정치적사회적 실행가능성이 낮다. 더욱이 그리스는 통화의 평가절하 없이 임금삭감, 공공지출 삭감, 구조개혁 등 ‘내부적 평가절하’를 통해 실질실효환율을 낮추더라도 경쟁력을 회복할 가능성이 낮다. 즉 경제적 실행가능성도 낮다. 실행가능성 여부와 무관하게 긴축재정은 그 자체로 내핍 정책을 의미하며, 따라서 노동자에 대한 강도 높은 공격과 노동권의 악화를 의미한다. 그리스는 2008년 이래 줄곧 마이너스 성장을 경험했다. 임금과 연금은 35% 가량 삭감된 반면 개인별 조세는 급증했고, 공식 실업률은 20%를 초과하고 있다. 그리스 경제는 사실상 붕괴 상태다. 다른 구제금융 지원국도 사정은 비슷하다. 따라서 그리스를 비롯한 유럽 민중들이 각국 정부의 긴축재정에 반대하고 EU-IMF의 구제금융을 비판한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구제금융국 민중들은 자국 정부가 구제금융 제공 조건(conditionality)에 따라 재정을 삭감하고 노동신축화 정책을 도입하는 것에 반대했다. 이들은 구제금융 조치의 본질을 금융자본, 특히 유럽 중심국의 이익을 위해 주변국 민중의 출혈을 강요하는 ‘제국주의’라고 비판했다. 또한 EU의 제도적 결함을 비판하면서 유럽의 연대를 호소했다. 유럽의 무능력 유로존은 단지 공동의 통화를 사용하는 주권국가들의 동맹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이번 위기 대응 과정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요컨대, 미국이 연방국가(United States)로서 재정정책 및 통화정책을 통일적으로 구사하는 민족국가임에 반해, EU는 초민족국가를 지향하지만 재정동맹 없는 화폐동맹에 불과한 탓에 위기 대응에 있어서 상당한 차이가 나타난 것이다. 유로존은 유로본드와 같은 공동채권 발행이 불가능하며 따라서 적자재정 정책은 각 민족국가가 부담해야 한다. 또 구제금융의 승인에는 회원국의 만장일치가 필요해서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단적으로 2008년 부실자산구제계획(TARP)과 같은 미국의 구제금융 정책이 초안 공개 후 2주 만에 의회 승인이 완료된 데 반해, 2011년 유럽금융안정기금(EFSF) 기능 확대를 위한 유로존 17개국의 의회 승인에는 약 3개월이 소요됐다. 또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수량완화 정책을 통해 정부의 구제금융 및 적자재정 정책을 지지한 데 반해, ECB는 회원국 정부나 은행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미국에서는 연준이 재무부 및 여타 경제적 기구들과의 긴밀한 협력을 조직하는 가교 역할을 하면서 위기 대응 전략을 추진했지만, 그러나 유럽에는 재무부가 존재하지 않았고 따라서 ECB가 경제적 국가장치의 가교역할도 할 수 없었다. 실제로 유럽의 의사결정 과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지역 헤게모니 국가인 독일이다. 독일 대법원은 의회가 동의한다면 그리스 구제금융 패키지에 독일이 참여하는 것을 합헌으로 판결했지만, 유로본드에 대해서는 위헌으로 판결했다. 독일 메르켈 정부는 일관되게 마스트리히트 조약에 대한 독일적 관점을 견지했다. 메르켈 정부는 재정건전성을 강조하는 독일의 ‘질서 자유주의’ 전통을 일관되게 옹호했다. 독일은 ECB의 독립성을 이유로 위기에 처한 각국 정부와 은행을 ECB가 직접 지원하는 것에도 반대한다. ECB의 정책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독일연방은행도 신보수주의적 통화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표 1] 위기 해법에 관한 독일연방은행의 주요 입장 (첨부파일 참조) *출처: 한국은행, 「유로존 위기 해결방안에 대한 독일연방은행의 최근 견해」(2012.5) 독일 제국주의 그런데 사실 항구적인 경상수지 흑자, 재정이전이나 구제금융 없는 화폐동맹, 독립적인 중앙은행을 동시에 달성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를 독일이 처한 트릴레마라고 칭하기도 한다. 그러나 독일은 경쟁력 유지를 통해 수출 주도 성장을 지속하려는 태도를 완강히 고수하고 있다. 이론적으로, 한 국가가 부채를 상환하려면 민간부문과 정부부문이 흑자여야 한다. 민간부문이 흑자가 되려면 대외부문 흑자가 정부부문 흑자보다 커야 한다. 따라서 국내 소득수준의 저하 없이 국내저축, 즉 민간흑자가 발생하려면 대외부문이 중요하다. 한 나라의 대외계정은 그 나라의 무역 상대국의 정부부문민간부문 수지의 거울상이므로, 채무국이 부채를 완전히 상환할 수 있도록 하는 국내적 조정은 채무국의 무역상대국의 협조가 동반될 때 가능하다. 그리스의 경우 가장 중요한 대외부문은 EU, 그중에서도 독일이다. 따라서 그리스가 독일의 동참과 협조 없이 정부부문민간부문에서 흑자를 달성하려면, 비 EU 국가들에게서 대량의 경상수지 흑자를 실현해야 가능하다. 그러나 이것이 그리스의 환율 조정 없이 단기간에 이뤄지기는 힘들다. 그리스가 유럽화폐동맹에 묶여있기 때문에 평가절하를 통해 단기간 내에 경쟁력을 개선하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부부문민간부문에서 동시에 흑자를 달성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대외부문을 사상할 때, 정부부문이 흑자를 달성하려면 민간부문은 적자가 불가피하다. 반대로 민간부문이 흑자를 달성하려면 재정적자가 불가피한데, 이는 현재 EU의 안정및성장에관한협약의 재정적자 기준(연간 GDP 대비 -3%)으로 인해 그 실행 폭이 극히 제한된다. 따라서 소득수준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가운데 부채를 상환하려면 채무국의 정책만큼이나 채권국의 행동도 중요하다. 가령, 그리스가 부채를 상환할 수 있으려면 그리스에 대해 경상수지 흑자를 달성하고 있는 유로존 국가들이 그리스로부터 상품 및 서비스를 충분히 수입하거나 또는 그리스 노동자들이 역내 자유로운 이주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결국 유로존 위기의 해법은 그리스의 민족성이 아니라 독일의 경제정책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향후 유럽 위기 전망 그리스의 디폴트 및 유로존 이탈 우려가 최고조에 달하고 스페인이탈리아로 재정위기가 확산되는 현재 시점에서도 유럽의 무능은 계속되고 있다. 그 결과 유럽은 각국의 정치적 위기뿐만 아니라 EU 및 유로존이라는 제도의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그리스와 스페인의 현재 상황 그리스 새 정부는 트로이카에 구제금융 지원 조건 재협상을 신청했다. 이미 자력으로 채무를 상환하기 어려운 ‘사실상의 디폴트’ 상태에 빠진데다가 올해 경기가 당초 예상보다 더욱 악화하여 예정대로 채무를 상환하거나 재정적자 감축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리스 정부는 향후 지급될 구제금융에 대한 금리 인하와 상환 기간 연장, 유럽투자은행(EIB)을 통한 추가 지원 등의 요구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그리스 연정 내에서 재협상의 구체적 내용을 둘러싸고 이견이 발생해서 당초 일정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일단 트로이카는 성실한 긴축 프로그램의 이행을 확약한 신민주당 연정의 재협상 요청에 응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스의 디폴트가 발생할 경우 유로존 이탈이 가시화되면서 관련 손실 증대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는 물론 역내 위기국의 동반 이탈 등 광범위한 충격을 야기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독일 메르켈 총리나 라가르드 IMF 총재 등 트로이카의 주요 인사들은 구제금융국의 ‘도덕적 해이’를 빌미로 재협상 요구안에 일정한 선을 그으면서 그리스를 최후의 순간까지 압박하고 있다. 현재 이들은 구제금융의 상환 기간 연장 등은 협상 대상이 될 수 있으나, 긴축정책 완화는 불가하다는 입장을 완강히 고수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이번 여름 중 일부 조건이 개선된 새 양해각서가 체결된다 하더라도, 트로이카의 강력한 압박으로 그 내용은 현재의 긴축안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트로이카는 그리스와 재협상을 통해 당분간 구제금융을 제공하겠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그리스의 디폴트 가능성을 염두에 두면서 ‘무질서한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이탈)’를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봐야 한다. (트로이카가 두 번에 걸쳐 그리스에 구제금융을 제공한 것이나 채무조정을 실시한 것도 실은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시간을 마련하는 과정이었다.) 그렇다면 그리스 민중들은 유로존 잔류와 구제금융 지원을 대가로 계속해서 처절한 고통을 수반하는 긴축과 구조개혁에 내몰리게 될 것이다. 그리스 새 정부는 긴축안 재협상 과정에서 트로이카의 압력과 국내적 반발 사이에서 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되며, 그리스의 정치적 위기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스페인의 경우 부동산 거품이 은행위기로 전이된 전형적인 사례다. 현재 스페인 은행의 부실규모는 3,000억 유로에서 3,800억 유로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며, 특히 금융기관의 부동산 관련 대출 3,000억 유로 중 60% 가량이 악성 또는 부실로 추정된다. 스페인의 부동산 경기는 계속해서 악화될 것으로 보이며 저축은행 및 중소은행들은 자본확충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따라서 구제금융이 불가피한데, 스페인 정부가 추가적으로 민간은행을 인수하거나 공적자금을 투입할 경우 정부부채가 GDP 대비 5-9% 정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스페인 정부가 은행 구제금융을 위해 EU에 신청한 1,000억 유로에 더해 조만간 전면적인 구제금융을 신청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시되고 있다. 유럽 차원의 위기 대책 스페인의 전면적 구제금융 신청 우려, 유럽 은행들의 자본확충 시한(6월 30일) 만료와 신용등급 조정 예상 등으로 유럽은 ‘시계 제로’ 상황에 처해 있다. 이런 상황을 반영하여 6월 18-19일 주요20개국정상회의(G20), 21-22일 유로존 재무장관회의, 24일 주요4개국(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정상회의는 유럽 재정위기 공조 방안을 다각도로 논의했지만, ‘말의 성찬’에 그치며 구체적인 해법을 도출하는 데 실패했다. 현재 6월 28-29일 EU 정상회의를 남겨 놓고 있지만 지금까지 상황을 볼 때 극적인 반전이 이루어질 것 같지는 않다. 최근 트로이카에서는 ▲유럽금융안정화기금(EFSF) 및 유럽안정화메커니즘(ESM)과 같은 위기관리기구의 역할 강화 ▲‘유일한 방화벽’으로서 ECB의 적극적인 금융 안정 기능 수행 ▲재정규율 강화를 요체로 하는 신재정협약을 보완하기 위한 성장협약의 체결 ▲유로본드 발행 ▲유럽채무상환협약 체결 ▲‘재정동맹 없는 화폐동맹’의 결함을 해결하기 위한 과도적 대책으로서 금융동맹(banking union) 결성 등의 대안이 분분히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방안들은 앞서 확인한 EU의 제도적 결함과 회원국간 정치적경제적 이질성으로 인해 실현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 첫째, 스페인이탈리아로의 위기 전염에 대응하기 위해 위기관리기구 강화가 필수적이라는 주장이 있지만 독일이 가용자금 증액에 반대하고 여타 정책적 여건도 마련되지 않은 등 제약 조건이 존재한다. 둘째, 유일한 방화벽으로서 ECB가 적극적으로 금융 안정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으나 독일은 ECB의 국채매입이 화폐발행을 통한 재정적자 보전과 사실상 동일하므로, 이는 EU 조약 위반에 해당하며 결국 각국 정부가 재정규율을 준수할 인센티브를 손상시킬 것이라는 비판적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셋째, 재정위기의 해결책으로 간주되어온 유로본드 발행도 독일 등 고신용국이 그리스 등 저신용국의 신용리스크 전이를 우려하면서 여전히 반대하고 있다. 넷째, 유로본드의 차선책으로 유럽채무상환기금(European Redemption Fund) 도입이 거론되고 있지만 사실상 공동보증에 의한 유로본드 발행과 동일하다는 비판이 제기되어 실현 여부가 불확실하다. 다섯째, 재정동맹 없는 화폐동맹으로서 유로존 체제가 갖는 결함을 보완하는 방안으로 그 중간단계에 해당하는 금융동맹(banking union) 결성 필요성이 ECB, IMF 등으로부터 제기되고 있지만, 부실은행 안정을 위해 유럽예금보험 및 은행구조조정기구를 신설하는 것 외에는 당장 실현 가능성이 없는 것으로 평가된다. 요컨대, 현재 거론되는 방안들은 대부분 실행가능성이 없거나 단기간 내 합의되기 어려워, 유럽의 위기 대응은 ‘그럭저럭 버티면서 시간을 버는’(muddling through) 수준에 머무를 가능성이 크다. 일부 개선 조치가 도입되더라도 근본적인 해결책이 동반되지 않는 한 실효성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스의 재정위기 극복 가능성이 크지 않고 또 위기가 스페인과 이탈리아로 확산됨에 따라 머지않은 장래에 일부 국가가 유로존을 탈퇴하는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 그렉시트의 파급 효과 이번 총선에서 그리스 민중들은 결과적으로 유로존 잔류를 선택했다. 유로존 탈퇴 시 뱅크런, 환율 평가절하(50% 이상), 은행 및 기업의 연쇄적 디폴트, 교역급감, 초인플레이션 등으로 GDP의 40-50% 손실이 초래돼 결국 그리스 경제가 완전히 붕괴할 것이라는 관측이 그리스 민중들의 공포를 자극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시에 구제금융긴축정책의 고통이 가중되면서 디폴트 후 유로존을 탈퇴하는 것이 낫다는 기류가 확산되어온 것도 사실이다. 이는 화폐 평가절하를 통한 조정이 내부적 평가절하보다 체감 고통을 완화하는 데 더욱 효과적이라는 인식에 기반을 둔 것이다. 그리스 민중들이 유로존 잔류를 희망하지만 그 이면에 반긴축 정서가 공존하는 현실에서, 향후 그리스의 경기침체가 지속되고 유로존의 위기 공조책이 구축되지 않는다면, 결국 자의에 의해서든 타의에 의해서든 그리스의 유로존 이탈 가능성은 점점 커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그리스의 유로존 이탈이 현실화할 경우 발생하게 될 직간접적 효과를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첫째, 그리스의 유로존 이탈에 뒤이은 드라크마화의 평가절하로 인해 그리스 국채에 대한 손실이 발생할 것이다. 다만, 채무조정(2012년 2월)으로 민간 보유 그리스 국채 비중이 감소했고, 민간채권자의 상당수가 그리스 금융기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2년 전에 비해 디폴트가 유로존 민간채권자에게 미치는 영향은 작을 것으로 예상된다. 둘째, 민간채무에 대한 소송 증가 및 그리스 기업도산에 따른 대규모 손실이 불가피하다. 다만, 현재 유럽 은행권의 대 그리스 익스포저는 2년 전에 비해 50% 이상 감소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민간채권단 채무상각으로 인한 50%의 손실을 감안하더라도 이는 유럽의 은행체계가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규모로 평가된다. 하지만 여전히 역내 채무관계가 얽혀있어 그리스 민간채무의 디폴트가 잇따를 경우 은행위기로 전이될 가능성이 있다. 셋째, 그리스 디폴트 시 ECB, EFSF, 유로존 정부의 손실도 불가피하다. 사실 유럽 은행권의 익스포저 감소분의 대부분은 (주로 EFSF와 ECB를 통한) 공공기관의 대차대조표로 이전되었다. 즉 유로존 은행들에게 간접적인 방식으로 대량의 구제금융이 제공된 셈이다. 현재 유로존 공공기관의 대 그리스 익스포저는 총 3,000억 유로를 상회한다. 이상 유로존의 공공·민간을 모두 포함한 대 그리스 익스포저는 약3,720억 유로로, 유로존 GDP 대비 4%에 달한다. 역내에 미칠 간접적 효과까지 고려할 경우 그리스의 유로존 이탈은 1조 유로 이상의 손실을 초래할 것이라는 조사 결과도 있다. 나아가 ‘질서 있는 그렉시트’는 불가능하며 그리스의 유로존 이탈은 유로존의 카오스적인 해체로 가는 하나의 단계일 뿐이라는 비관적인 시각도 있다. 유럽 역내 불균형이 유로시스템의 ‘TARGET2 불균형’으로 드러난 상황에서 그리스 디폴트가 발생하면 ECB의 신용위기와 독일의 재정위기가 현실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 경우 세계는 2007-2009년 미국발 금융위기를 능가하는 금융위기에 처하게 될 것이다. 한편, 유로존은 가입과 달리 탈퇴를 위한 공식 메커니즘이 없으며 EU 조약상으로는 유로존 탈퇴가 아닌 EU 탈퇴만 가능하다는 문제가 있다. 현실적으로 유로존 잔류가 불가능하지만 조약상으로는 유로존 탈퇴가 불가능한 역설적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결국 EU 탈퇴를 선택하는 길밖에 없는데, 이 경우 탈퇴국은 유로화를 사용하지만 EU 제도가 제공하는 어떠한 혜택에도 직접 접근할 수 없는 처지가 될 것이다. 어떤 경우든 위기국에게는 고통스러운 선택이 아닐 수 없고 유럽으로서는 크나큰 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자본주의의 위기와 대안 현재 유럽 위기는 ‘재정동맹 없는 화폐동맹’ 및 ‘유럽의 내부적 불균형’이라는 신자유주의적 유럽 통합의 내재적 모순이 2007-2009년 미국발 금융위기의 충격 속에서 은행위기로 심화하고 재정위기로 현상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2년간 트로이카는 구제금융과 긴축재정과 같은 대증요법에 치중하며 위기를 확대시켰다. 그리스의 디폴트 및 유로존 이탈 우려가 증폭되고 스페인과 이탈리아로 재정위기가 확산되는 현재의 위급한 정세에서도 유럽의 무능력은 개선될 조짐이 없다. 이제 유럽의 위기는 은행위기와 재정위기를 거쳐 정치위기와 제도위기의 단계에 진입하고 있다. 유럽 통합이 세계화를 지역적으로 특수화하려는 기획이었다는 점에서 유럽의 위기는 곧 신자유주의의 위기, 나아가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의 위기를 의미한다. 2007-2009년 미국발 금융위기의 여진 속에서 유럽의 위기가 폭발함에 따라 세계경제가 다시 한 번 대대적인 위기에 처할 가능성이 고조되고 있다. 미국의 경기재침체 우려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미중간 경제적 갈등을 배경으로 동아시아 정치군사 정세도 새로운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다. 위기는 국가별, 지역별로 불균등한 양상으로 시차를 두면서 진행되겠지만, 지금의 위기가 장기간에 걸쳐 세계의 커다란 변화를 야기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무역의존도와 금융개방도가 대단히 높은 한국이 세계적 경제위기의 직접적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점도 분명하다. 고조되는 위기 속에서 한국의 사회운동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여기서 자세하게 다룰 수는 없겠지만, 큰 틀에서 몇 가지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오늘날 그리스의 위기는 실로 신자유주의적 세계화가 낳은 파괴적 결과다. 그리스는 유럽 통합의 모순과 경제위기의 폐해가 가장 극심히 드러나는 지역으로,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에 맞선 투쟁의 최전선에 해당한다. 한국의 사회운동은 그리스 민중들의 계급투쟁에 지지와 연대의 뜻을 표함으로써 국제적인 반신자유주의 물결에 동참해야 할 것이다. 둘째, 경제위기에 대비하여 사회운동 전반의 정치적 조직적 태세를 정비해야 한다. 이미 경기침체의 조짐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으며 눈덩이처럼 불어난 가계부채도 금융위기의 뇌관이 되기에 충분하다. 정부는 한국 경제의 활로를 수출-재벌 중심의 세계화에서 찾으며 자유무역협정 전략과 노동신축화 법제화를 계속해서 추진하고 있다. 중기 재정건전화 기조 하에 최근 사회보장복지의 추가적인 조정을 예고하고 있다. 이것은 노동자에게 저임금장시간고강도 노동의 굴레를 의미할 뿐이다. 자본시장통합법 개정안을 비롯하여 금융거품과 부실을 양산하는 금융자유화 조치도 계속 추진되고 있다. 사회운동은 금융자유화노동신축화 공세에 맞서 노동권생존권 투쟁을 적극 전개하는 것은 물론,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의 모순과 위기를 교육선전하면서 이념적실천적 대안을 제기해야 한다. 경제위기 시기에 노동자계급 내부의 단결을 고취할 수 있는 투쟁 요구를 정식화하고, ‘이익을 사유화하되 손실을 사회화하는’ 정부의 위기 해법의 반민중성을 폭로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다. 셋째, 이런 점에서 노동자계급의 보편적 이해를 대변해야 할 민주노총의 조직적 토대를 강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다. 6월 말부터 8월 말까지 예정된 민주노총 총파업이 결정적인 계기일 것이다. 진보정당 운동도 퇴행을 중단하고 급진적 이념과 노선을 재수립해야 한다. 민중운동 좌파는 민주노총의 혁신과 강화, 민중연대 전선의 발전적 재편을 추동하기 위해 상호 긴밀히 연대해야 한다. 넷째, 미국이 경제위기에 대응하여 추진 중인 아시아태평양자유무역지대(FTAAP) 구상은 한미일 정치군사동맹의 강화를 동반하는 바, 평화운동을 적극 전개해야 한다. 또 그리스와 유사하게 한국에서도 특히 경제위기 하에서 이주자에 대한 극단적 폭력과 외국인혐오증이 빈번하게 발생한다는 점을 감안하여 민족주의인종주의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