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더 늦기 전에 경제자유구역법 개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 [%=사진1%] 민생에는 임기란 없다며 끝까지 일하겠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의욕이 민중들에게 재앙이 되고 있다. 임기 초부터 추진하던 영리병원 허용, 민간의료보험 활성화, 의료관광 활성화 등 의료민영화 정책을 현실화하기 위한 노력을 다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는 경제자유구역 내 영리병원을 허용하는 마지막 법적 절차인 경제자유구역법 시행규칙을 공포했고, <실손의료보험 종합개선대책>을 발표하며 민간의료보험 활성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의료법」개정안을 입법예고하여 의료관광산업 활성화를 밀어붙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10월 30일 김용익 의원, 11월 2일 박원석 의원이 각각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개정안(이하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경제자유구역 내 영리병원 허용이 보건의료체계에 불러올 악영향을 막는 것을 목표로, 경제자유구역 내 외국의료기관을 「의료법」에 따른 비영리법인으로 설립하도록 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영리병원 허용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개정안은 국회 지식경제위원회의 논의를 통과하지 못한 채 여전히 계류되어 있다. 개정안에 대해 반대하는 전문위원 검토보고서 개정안이 지식경제위원회 논의를 통과하지 못한 것에는 지식경제위원회 전문위원 검토보고서(이하 검토보고서)가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국회의 각 위원회에 소속된 전문위원은 회부된 안건의 타당성과 문제점, 개선방안 등에 대한 검토보고서를 작성하여 해당 위원회 위원들에게 배부하고 회의장에서 구두 보고하도록 되어 있다. 이번 개정안에 대해서는 김호성 지식경제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이 검토보고서를 제출하였다. 검토보고서는 이번 개정안의 핵심내용을 경제자유구역 내 영리병원 설립을 금지하는 것으로 보고 이에 반대하는 입장을 제출했다. 그 근거는 다음과 같다. 경제자유구역내 영리병원 개설과 관련하여 상반된 견해가 존재하기에 논의가 필요하다. 한미 FTA 위반의 소지가 있다. 보건의료서비스가 유보항목이기는 하지만, 경제자유구역법과 제주특별자치도법(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에 규정된 의료기관․약국 등의 설치는 유보항목의 예외로 규정되어 있기 때문에 외국인이 의료기관이나 외국인전용 약국을 개설하는 것을 금지할 경우 한미 FTA 위반의 소지가 있다.김용익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외국인전용 의료기관에 대하여 내국인 대상 의료행위를 금지하고 있는데, 이는 내국인과 외국인에 대한 차별이므로 적절하지 않다.김용익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외국인전용 의료기관이 필요하다면 영리병원이 아니라 공공보건의료기관으로 개설하도록 하는데, 공공보건의료기관에서 내국인 진료를 금지하는 것은 국민 건강 증진에 위해가 된다. 경제자유구역법 개정안은 한미 FTA를 위반하는가 경제자유구역법 개정에 반대하는 검토보고서의 논리들은 대부분 설득력이 부족하다. 반대를 위한 억지논리이거나 영리병원을 허용하자고 하면서 ‘국민의 보편적인 건강 증진’을 들먹이는 등 모순투성이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외국인에 대한 차별이라는 주장은 사실관계에 어긋날 뿐 아니라(개정안은 의료법에 따라 의료기관을 설립하도록 하는데, 이는 영리병원을 금지할 뿐 외국인을 차별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2002년 제정 당시 경제자유구역법에서 외국의료기관의 진료대상자를 별도 규정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없다. 뿐만 아니라 검토보고서는 영리병원 허용을 주장하면서 ‘공공보건의료에 관한 법률’을 언급하는 자가당착에 빠지기도 한다. 검토보고서에서 새롭게 등장한 논리는 개정안이 한미 FTA 위반의 소지가 있다는 주장이다. 검토보고서는 ‘보건의료서비스가 미래유보 항목에 포함되기는 하였으나 경제자유구역법에 따른 의료기관, 약국 및 이와 유사한 시설의 설치 등에 대해서는 예외이므로, 외국인이 의료기관이나 외국인전용 약국을 개설하는 것을 금지할 경우 한미 FTA 위반의 소지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번에 발의된 개정안은 외국인의 의료기관 개설을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의료법에 따라 의료기관을 개설하도록 하는 것이므로 한미 FTA 위반이라고 볼 수 없으며, 현재 내국인이 의료기관을 개설할 때에도 영리병원 설립은 금지되어 있으므로 내국인 대우 조항을 어긴 것이라고 볼 수도 없다. 검토보고서의 주장과 달리 경제자유구역 내에 영리병원을 금지할 경우 문제가 될 수 있는 한미 FTA의 조항은 투자자국가제소 제도인 것으로 보인다. 만약 외국인이 투자한 영리병원이 설립된 상황이라면 영리병원을 금지하는 방향으로 법이 개정될 경우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경제자유구역 내에 외국인이 개설한 의료기관이 없으므로 경제자유구역법을 개정하더라도 한국 정부를 제소할 투자자가 없다. 현재 상황에서는 경제자유구역법 개정에 걸림돌이 없는 것이다. 한미 FTA는 오히려 개정안이 시급히 통과되어야하는 이유이다. 영리병원을 허용한 경제자유구역법을 되돌리려면 외국인이 투자한 영리병원이 현실화되기 이전에 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실화된 이후에는 제소당할 것을 각오하고 법을 개정해야 하기 때문에 개정을 추진하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정부의 속내: 외국인 정주여건 개선이 아닌 영리병원 허용 정부는 경제자유구역의 외국의료기관은 영리병원 문제와 무관하며, 외국인의 정주여건개선을 목적으로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외국인 정주여건 개선을 위해 필요하다던 경제자유구역 내 외국의료기관의 취지는 너무나 많이 왜곡되었다. 경제자유구역법은 2002년 제정 당시에는 ‘외국인전용 의료기관’을 허용하였으나 수차례 개정되면서 내국인 진료를 허용하였을 뿐 아니라 영리병원 허용으로까지 이어졌다. 그 과정에서 외국인 정주여건 개선을 위해 영리병원이 왜 꼭 필요한지에 대한 설명은 한 번도 없었다. 이후 정부는 인천경제자유구역을 중심으로 몇 차례 영리병원 설립을 추진하였지만 현실화되지 못했다. 법제도의 미비로 인해 영리병원 현실화가 힘들다는 평가에 따라 경제자유구역법을 추가로 개정하려는 시도를 여러 차례 했으나 사회운동의 반대와 영리병원에 대한 부정적 여론으로 인해 무산되기도 했다. 올해 들어 정부는 결국 여론 수렴이나 정상적인 입법절차를 우회할 수 있는 시행령 개정 및 시행규칙 제정이라는 편법을 동원해 영리병원 문제를 일방적으로 관철시켰다. 외국인 정주여건 개선이라는 이유 치고는 너무나 간절하고 일방적인 방식이다. 영리병원 허용 및 의료민영화와 관련한 정부의 말 바꾸기는 한미 FTA 관련 쟁점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그간 정부는 줄곧 영리병원 문제는 한미 FTA와는 무관하다고 주장해왔고, 보건의료정책에 대한 결정권은 한미 FTA가 체결되더라도 여전히 한국 정부에 있다고 설명해왔다. 그러나 한미 FTA가 발효된 지금, 영리병원을 금지하는 방향의 개정안이 상정되자 한미 FTA 위반 소지가 있으므로 불가하다며 정반대의 논리를 펴고 있다. 영리병원에 대한 정부의 다양한 입장은 모두 핑계에 불과했음이 드러나고 있으며, 어떻게든 국내에 영리병원을 허용하는 것이 목표라는 점이 명확하게 밝혀졌다. 정부는 이미 제한된 지역에서 영리병원을 우선 허용한 후 일반화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바 있다. 2009년 한 토론회에서 준정부기관인 보건산업진흥원은 ‘의료산업의 신성장동력화 등을 위해 … 영리의료법인, 의료채권제도, 경영지원회사를 통한 경영효율성 증대 및 부대사업 확대’가 필요하며 ‘영리의료법인의 도입 방법은 사회적 논란의 최소화를 위해 제주특별자치도 등 제한된 지역에서 시범적 허용 후 허용지역을 확대하는 방안이 타당하다’고 공식적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정부와 함께 영리병원 설립을 주도하는 것은 삼성자본이다. 2000년대 초반부터 업계 최대 규모인 삼성생명-삼성병원을 중심으로 민간보험활성화-영리병원 도입을 지속적으로 추진한 삼성은 최근 의료기기회사·제약회사를 인수·설립하는 등 보건의료시장을 장악하기 위한 수직계열화를 추진하며 ‘삼성의, 삼성에 의한, 삼성을 위한 의료민영화’를 실행에 옮기고 있다. 송도국제병원 역시 삼성이 주도하여 추진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경제자유구역 내 영리병원 설립을 추진하면서 동시에 민간의료보험 활성화를 추진하고 있는 것은 바로 삼성을 위시한 자본의 이해관계에 따라 보건의료를 재편하려는 의료민영화 정책인 것이다. 지금이 한국 보건의료의 파국을 막아낼 마지막 기회다 경제자유구역내 영리병원은 그간 정부가 추진해오던 의료민영화 정책의 핵심중 하나이며, 영리병원을 국내에 정착시키고자 하는 정부 및 자본의 계획에 있어서 핵심적 역할을 차지하고 있다. 이를 막아내기 위한 이번 개정안은 이번에 지식경제위원회에서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서 2013년으로 넘어갈 전망이다. 진정 국민의 건강과 보건의료의 공공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한미 FTA 위반을 운운하며 영리병원 존속을 시도해서는 안된다. 검토보고서의 주장과 달리 개정안은 한미 FTA 위반이기 때문에 통과되지 않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 한미 FTA 위반 소지를 없애기 위해 최대한 빨리 개정되어야 한다. 이번에 경제자유구역법 개정이 실패하고 외국인이 투자한 영리법인의 의료기관 개설이 현실화된다면, 보건의료와 국민건강에 큰 악영향이 발생하더라도 되돌리기 힘들다. 한미 FTA 때문에 영리병원 허용을 되돌리기 힘들어지는 상황을 맞지 않기 위해서는 경제자유구역 내 외국의료기관이 개설되지 않은 지금이 경제자유구역법을 개정할 마지막 기회이다. 한국 보건의료의 파국을 막을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다. [%=박스2%]
신자유주의 긴축정책 반대! 전 세계 노동자 투쟁을 지지하고 연대하자 [%=사진1%] 고조되는 분위기 11월 14일 오늘, 유럽 전역에서 ‘긴축 정책 반대! 일자리와 연대를 위한 전 유럽 행동과 연대의 날’이라는 이름으로 연대 총파업이 전개된다. 이번 유럽 총파업은 포르투갈 최대 노총인 포르투갈 노동자총연맹(CGTP)의 제안으로 조직되었다. CGTP는 포르투갈 민중에 대한 “착취와 빈곤화”에 맞선 전국 총파업을 결정하고 유럽노총에 유럽 전역의 총파업 조직을 제안했다. 유럽노총이 제안에 응답한 후, 스페인 양대 노총의 공동총파업이 결정되고, 뒤이어 그리스와 이탈리아의 노총들이 합류했다. 영국, 벨기에, 독일, 프랑스, 스위스, 스페인, 포르투갈, 체코, 루마니아, 그리스, 이탈리아, 크로아티아, 오스트리아 등에서 총파업과 대규모 노동자 시위가 조직되고 있다. 최소 4개국 총파업, 전체 25개국에서 시위 및 다양한 행동이 벌어질 예정이다. 여기에 북미와 남미의 노총들의 연합체인 미주노총도 가세하여 연대행동을 선언했다. 유럽을 넘어 전 세계로 연대가 확산되고 있다. 유럽의 재정위기와 긴축정책 2009년 10월에 시작된 그리스의 재정위기는 유럽 위기의 신호탄이었다. 그리스 정부는 재정적자 축소를 위해 긴축정책을 시행하겠다는 약속을 하고 국제통화기금(IMF)과 유럽연합(EU)의 지원을 받기 시작했다. 트로이카의 구제금융 및 긴축정책은 남유럽 국채를 보유한 유럽 중심국의 은행 위기로의 전염을 막음으로써 중심국의 이해에 봉사하지만, 해고, 임금삭감, 사회보장 축소 등으로 주변국의 민중에게 막대한 고통을 전가한다. 그리스에서는 지난 8일에 또 한 번의 재정긴축안이 의회에서 통과되었고, 11일에는 이에 따른 긴축예산안이 과반을 아슬아슬하게 넘기며 통과되었다. 내년과 내후년에 2012년 예산의 1/4에 해당하는 총 135억 유로의 정부지출을 줄일 예정이다. 이를 위해 연금을 비롯해 공공부문 임금 5~25% 삭감, 연료 등에 부과하는 세금 인상, 지역 의료보험료 인상을 하겠다고 한다. 지난 9월 통과된 스페인의 긴축안은 올 들어 이미 5번째였으며, 포르투갈에서도 정부지출은 13억 유로 줄이고, 세금은 43억 유로 늘리는 강도 높은 긴축안이 발표되었다. 이탈리아에서는 2014년까지 공공부문 임금에서 260억 유로를 삭감할 계획이며 공공부문 노동자수는 10% 줄어들 예정이다. 이처럼 강도 높은 긴축으로 인해 사상 유래 없는 높은 실업률, 임금 삭감, 사회보장 축소가 지속되면서 유럽 민중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고, ‘긴축은 소용없다’며 파업과 시위에 나섰다. 화약고 그리스 그리스는 총리조차 “그리스인 소득이 2년 동안 35% 상실됐다.”고 밝힐 정도로 노동자 민중의 처지가 최악이다. 그러나 정부는 구제금융을 계속 받기 위해 재정긴축을 밀어붙이고 있다. 긴축안은 세금 인상, 연금과 임금, 각종 사회보장 삭감과 같이 노동자민중의 희생을 강요한다. 그러나 이런 희생을 통해 받은 구제금융은 모두 트로이카(유럽중앙은행, 유럽연합, 국제통화기금)에 진 금융 부채를 갚는데 쓰일 뿐이다. 이에 맞서 그리스 노동자 민중은 “그 빚은 우리가 진 게 아니다, 우리는 그들에게 아무 것도 빚지고 있지 않다. 따라서 갚지 않을 것이다.” 라며 파업투쟁으로 맞서고 있다. 경제위기 이후 그리스에서는 이미 스무 차례가 넘는 총파업이 벌어졌고, 11월 6-7일에도 의회에 상정된 긴축안에 맞서 48시간 총파업이 전개되었다. 그리스 양대노총은 14일 유럽 총파업에 이어 18일에도 파업을 벌일 계획이다. 스페인과 포르투갈 스페인의 긴축정책 철회를 위한 투쟁은 ‘분노한 사람들’운동으로 대표된다. 이 운동은 2011년 5월 청년실업자 등이 수도 마드리드의 푸에라델솔(태양의 문) 광장에 집결해 실업과 빈부격차에 항의한 것을 계기로 시작되었다. 임금삭감과 복지축소 등 긴축정책에 불만을 가진 시민이 여기에 합류해, ‘분노한 사람들’ 운동으로 발전했다. 지난 5월 ‘분노한 사람들’ 운동 1주년을 맞아 20만 명이 모여 시위를 벌였고, 현재까지 긴축반대시위는 계속되고 있다. 스페인 정부는 9월 27일 400억 유로의 긴축조치를 결정했는데, 이에 맞서 지난 10월 7일 56개 도시에서 수십만 명이 시위를 벌였다. 최근에는 경찰들도 긴축에 맞선 투쟁에 함께하겠다며 집회를 열기도 했다. 오는 14일 스페인에서는 양대 노총인 노조연맹(CCOO)과 노동총동맹(UGT)이 전국 총파업을 벌인다. 이날 항공기만 해도 250편이 취소될 전망이다. 포르투갈에서는 9월 긴축 조치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집중적으로 벌어졌다. 9월 15일 전국 40개 이상 도시에서 15만 명이 긴축에 반대해 거리 행진을 벌였다. 9월 22일에는 100만 명이 전국에서 “가난한 이들에 대한 약탈은 이제 족하다”며 거리로 나섰고 대통령궁 앞에서는 약 2만 명이 밤샘 시위를 벌였다. 결국 100만의 투쟁에 정부가 무릎을 꿇었다. 9월 24일 포르투갈 정부는 민간기업 노동자의 임금삭감 계획을 철회한다고 밝혔다. 한 차례의 공격을 막아낸 포르투갈 민중들 역시 투쟁의 파고를 높여가고 있다. 14일에는 공산주의 노동조합인 CGT와 포르투갈 최대 노총인 포르투갈 노동자총연맹(CGTP)이 총파업을 벌인다. 유럽 전역으로 확산되는 투쟁 투쟁은 유럽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9월 28일 임금삭감과 구조조정에 맞선 공공부문의 총파업이 벌어졌고, 10월 5일에는 “은행이 아닌 교육을 구하라”며 전국의 대학생과 고등학생들이 일어났다. 좌파 노동조합(COBAS)과 함께 최대 노총인 이탈리아 노동총동맹(CGIL)이 14일 파업의사를 밝혔다. 유럽 중심국에서도 시위가 확산되고 있다. 독일에서는 9월 29일 4만 명 이상이 전국에서 부자에 대한 과세를 통한 공정한 분배를 촉구하며 거리를 행진했다. 14일에는 대다수 노동조합과 사회단체들이 집회에 참여할 계획을 세웠고, 일부지역에서는 파업도 진행한다. 프랑스에서도 9월 30일 8만 명 규모의 시위가 열려 정부의 긴축과 세금인상조치를 반대했고, 14일에는 5개의 노동조합이 대중행동에 나선다. 25개 지역에서 대중 시위가 계획되어 있다. 학생들도 교육사유화에 맞서 교육파업을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신자유주의 긴축정책 반대! 전 세계 노동자 투쟁을 지지하고 연대하자 각국의 투쟁이 하나로 모이기 시작했다. 유럽노총은 “긴축은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 그것은 우리의 일자리와 사회보장 시스템을 파괴했다.”며 트로이카의 사죄와 긴축정책 중단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긴축반대를 공통의 요구로 하는 연대파업은 유럽적 차원의 저항을 조직하여 트로이카에 맞서는 효과적인 전술이다. 또한 세계 곳곳에서 저항하는 노동자민중들을 고무하며 자신감을 불어넣고 있다. 한국의 노동운동, 사회운동도 유럽 민중들의 계급투쟁을 지지하고 연대하여 국제적인 반신자유주의 물결에 동참하자. [%=박스1%]
오늘 다시, 인간다운 삶의 권리를 생각한다 지난 10월 26일 한 장애여성이 활동보조인이 퇴근한 이후 화재가 발생한 자택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죽음에 이르렀다. 그녀는 성동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활동하던 김주영 활동가다. 중증여성장애인으로서 스스로 자립생활을 꾸려나가며 장애등급제 폐지와 부양의무제 폐지, 활동보조인 제도 확충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며 투쟁했던 그녀는 결국 그 문제를 넘지 못해 생명을 잃었다. 화재는 10분 만에 진화되었지만 24시간 활동보조인이 제공되지 않아 화재가 난 집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숨지게 된 시간은 단 5분, 나오지 못한 거리는 3미터였다. 그녀의 삶 1979년 전남 담양에서 태어난 그녀는 1998년 2월 삼육재활학교 고등부를 졸업하였지만 취직할 수 있는 곳이 없었다고 한다. 2004년 정보처리전공 학사자격을 취득하고 2005년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문화센터를 통해 직장체험연수에 참가했다. 2005년에는 자신과 같은 중증장애인의 자립생활이야기를 다룬 작품 <외출 혹은 탈출>을 연출해 그 해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에서 수여하는 작품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 후 2007년 9월까지 영상운동단체 <다큐인>에서 상근자로 활동을 하고 해마다 <장애인권영화제>의 스태프로 활동했으며, 2006년부터 2007년 9월까지 RTV에서 방영된 ‘나는 장애인이다’ 프로그램의 진행자로 활동하기도 했다. 故 김주영 동지는 활동보조제도조차 없던 환경에서 2005년 자립생활을 시작했다. 가족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아 시작한 자립생활은 만만치 않았고, 2006년 활동보조제도화를 위한 투쟁에 앞장섰다. 2008년 자립생활센터활동가를 구한다는 소식에 광주의 <한마음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1년간 상근을 할 정도로 열정적이었으며, 최근 사회복지를 공부하기 위해 한양사이버대학에 다시 입학할 정도로 역량강화에 힘썼다. 최근까지 그녀는 <성동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중증장애인의 자립생활을 지원하기 위해 활동해왔다. 계속되는 투쟁 끝에 한 달 360시간, 하루 12시간의 활동보조를 받을 수 있게 되었지만 24시간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 그녀의 자립생활은 여전히 험난한 일이었다. 12시간을 보장받는 것이 아니라 하루 12시간씩 방치된 삶을 살아야 했던 것이다. “언니, 요즘 행복해요” 장애와여성인권연대 <마실>의 김광이 대표는 故 김주영 동지를 보내는 추모의 글에서 그녀가 최근 ‘언니 요즘 행복해요’라는 이야기를 했다고 전했다. 장애여성으로서 자립생활을 꾸려나가기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화재나 높은 문턱, 좁은 폭의 인도도 위험하지만 특히 여성들에게 자립생활은 더욱 험난하다. “1년 전 밤길에 집에 오는데 누가 도와준다며 따라와서는 집에 있는 내 가방을 들고 가버렸어요. 너무 무서웠어요.” “요 앞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데 어떤 술 취한 아저씨가 날 보고 그러더라고. ‘남들 하는 거 다하네?’” (어느 40대 장애여성) 장애인, 여성, 게다가 가난한 사람들에게 가해지는 위협과 멸시는 끝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주영 동지는 삶에서 행복을 느끼는 한 사람이었다. 자립생활의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 투쟁해야 하는 대상은 많고, 과정은 지난하다. 가족의 품이나 시설에서 떠나기를 원치 않는 가족들과 투쟁해야 하고, 소득보장이 되지 않는 세상에 맞서 먹고 살기 위해 투쟁해야 한다. 휠체어나 목발사용자의 접근권이 닿지 않는 공간에 맞서 싸워야 하고, 활동보조인이 없는 시간 홀로 있다는 두려움을 이겨야 한다. 집을 구하는 일부터 이용 가능한 교통수단을 찾는 일까지 비장애인보다 더 오랜 시간 더 많이 노력하지 않으면 한 가지도 쉽게 이뤄지지 않는다. 이렇게까지 해서 쟁취하려는 자립생활의 권리란 어떤 것일까? 지난 해 겨울 청와대 앞에서 부양의무자기준 폐지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며 한 장애인 동지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했다. “연로하신 부모님이 가진 집 한 채 때문에 내가 수급을 받지 못한다면 우리 부모님은 집이라도 팔아서 나를 부양해야 한다는 것입니까? 나는 이제 더 이상 누구도 억압하며 살고 싶지 않습니다. 누구도 억압하지 않고 누구에게도 억압받지 않을 수 있는 삶을 원합니다.” 누구도 억압하지 않고 누구에게도 억압받지 않는 삶. 남들의 절반인 하루 12시간의 삶을 살면서도 김주영동지가 행복을 느꼈던 이유가 있다면 바로 이런 점이 아니었을까 추측해 본다. 차별 없는 삶, 낙인 없는 삶, 누구도 억압하지 않는 삶 김주영 동지는 떠났지만 광화문 농성장에서는 여전히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 폐지를 요구하며 투쟁이 이어지고 있다. 장애등급제는 비장애인의 신체를 기준으로 장애인의 신체에 ‘손상’정도에 따른 등급을 매기는 제도다. 의학적 기준인 등급제를 사회적 필요에 따른 서비스 제공에 무조건 적용함에 따라 무수한 부조리가 발생한다. 예를 들어 장애연금은 소득보조를 위한 것이지만 현재는 등급에 따라 (즉, 신체 손상 정도에 따라) 지급되고 있다. 활동보조인 역시 1급 장애인만 신청할 수 있는데 이는 장애인들의 개별 욕구를 전혀 반영하지 못한다. 뿐만 아니라 장애등급제는 최근 재판정시기마다 30%씩 하향 조정되는 등 예산논리나 행정편의주의에 의해 장애인의 기본권을 박탈하는 용도로 사용되기까지 한다. 부양의무제는 아무리 가난한 개인이 있더라도 약간의 재산과 소득이 있는 가족이 있으면 수급권을 보장하지 않는 제도다. 국가가 ‘부양능력이 있는 가족’이 있다는 이유로 가난한 이에 대한 책임을 미루는 것이다. 부양능력이라는 기준 역시 현재 시점에선 현실성이 떨어진다. 예를 들어 한 부모 가장과 살던 수급가정 자녀가 20살이 넘어서 부양의무자가 된다면 자녀의 소득이 100만 원만 되어도 의료급여 등을 포함한 수급자격은 완전히 박탈당한다. 이를 지연시키고자 따로 살더라도 150만 원이 넘어가면 부(혹은 모)친을 완전 부양할 수 있는 것으로 판명된다. 제도의 비현실성을 논외로 하더라도 부양의무자기준은 가난의 책임을 개인과 그 가족들에게 떠넘기는 악법이다. 이런 제도들이 존속하는 한 가난한 이들과 장애인들에게 타인을 억압하지 않거나 억압당하지 않는 삶이라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시설에서 나오면 수급권을 빼앗기니까, 장애등급제 때문에 지원이 부족해서 평생 가족에게 부양을 의탁해야 하거나 시설에서 ‘보호’받으며 생활하는 것은 결코 인간다운 삶이 아니다. 가난한 이들은 부양의무자의 소득재산과 무관하게 지원받아야 하고, 장애인들은 손상정도에 따른 등급으로 자신의 신체를 증명하지 않아야 한다. 24시간 활동보조인이 필요한 이들에게는 이를 온전히 지원해야 한다. 살아남은 자들의 몫 얼마 전까지 함께 거리에서 투쟁하고 농성장을 지키던 동지를 허망하게 떠나보낸 사람들에게 여전히 할 일이 남아 있다. 지난 10월 17일 빈곤철폐의 날에 진행한 <불안사전만들기>에서 한 장애야학학생은 자신이 불안한 이유에 대해 ‘활동보조인이 퇴근하고 나면 집에 불이 나서 죽을까봐 두렵다’라고 썼다. 얼마 뒤 정말 故 김주영 동지가 이렇게 떠나버렸다. 바로 얼마 전에는 한 근육장애인이 호흡기가 빠졌으나 이것을 추슬러 줄 사람이 없어 사망했으며, 지난 겨울에는 수도관이 터진 방의 물이 얼면서 누워있던 장애인이 죽었다. 남은 자들의 두려움 역시 여전히 그대로다. 야권 대통령 후보들은 故 김주영 동지의 장례식장에 모두 방문했다. 이들은 장애등급제 폐지와 부양의무제 폐지, 필요한 만큼의 활동보조인 지원을 이뤄낼 수 있을 것인가? 아직까지는 확인할 길이 없다. 이들이 故 김주영 동지의 장례식장에서 ‘신체가 부자유해 안타깝게 생명을 잃은 사람’을 보았다면 그들은 결코 약속을 지키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사회적 권리를 박탈당해 부당하게 생명을 빼앗긴 사람’을 보았다면 이제는 다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장애등급제, 부양의무제가 미처 폐지되기도 전에 최근 보건복지부는 장애등급심사 강화와 기초생활보장제도의 근로능력평가 강화를 통해 수급자를 더욱 강하게 선별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이제 그들의 바쁜 걸음을 멈춰 세우고 인간다운 삶을 쟁취하기 위한 강력한 투쟁을 전개해야 한다. 가난한 이들과 장애인에게 낙인과 차별을 강화하는 모든 조치에 맞서 함께 싸우자.
지난 10월 24일 새누리당 김무성 선거총괄대책본부장은 안철수 후보의 복지정책에 대해 “마르크스가 공산주의 사회를 주창하면서 쓴 슬로건”이라는 평가를 했다. 이 말에서 단적으로 드러나는 것처럼 복지는 성장의 반대말이고 진보의 동의어처럼 이해되는 측면이 있다. 지난 2010년 지방선거에서 무상급식이 이슈가 되면서 진보와 보수의 경계는 복지에 대한 입장으로 나눠지는 듯 했다. 그러나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라는 지금의 대선 후보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복지국가를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러한 현상을 두고 일부에서는 박근혜의 ‘좌클릭’으로 이해하기도 하고, 일부에서는 박근혜는 허구적인 가짜 복지고 야권 후보가 진짜 보편 복지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또 복지국가 운동이 사회 전반적인 흐름을 보수에서 중도로 바꿨다는 평가도 있다. 일반적으로 복지는 노동자 민중의 투쟁의 결과이면서 동시에 사회적 갈등을 완화하기 위한 지배계급의 통치 수단이라는 이중적 성격을 가진 것으로 이해된다. 따라서 복지 그 자체의 성격이 진보적이라고 할 수는 없다. 게다가 지금 유력 대선 후보들이 말하는 복지국가는 신자유주의 사회정책인 사회투자국가를 모델로 하고 있어서 현재 이명박 정부의 복지정책과 큰 차이가 없다. 이렇게 대통령 자리를 두고 경쟁해야 할 여야의 후보들의 공약이 비슷해진 원인은 무엇일까? 이 글에서는 각 대선 후보의 복지 공약을 살펴보고 이들의 공약이 사실상 수렴되고 있음을 확인할 것이다. 그리고 신자유주의 경제정책 하에서 경제위기에 대한 대응과 재정건전성이라는 제약이 복지 정책을 사회투자국가론으로 수렴시키는 구조적 원인이 되고 있음을 살펴본다. 끝으로 대선 이후를 전망하면서 신자유주의에 맞서 노동과 생존에 관한 보편적 권리를 쟁취하기 위한 민중운동의 과제는 무엇일지 검토한다. 주요 후보 복지 공약 평가 박근혜의 한국형 복지국가 박근혜 후보가 발표한 복지공약은 ‘한국형 복지체계의 구축’이다. 박근혜 후보는 지난 2010년 12월 「사회보장기본법 전부 개정 법률안」 공청회를 주최하여 ‘한국형 복지국가 건설’이라는 플랜을 제시했고, 이는 올해 총선과 대선에서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의 공약이 되었다. 한국형 복지국가의 핵심적 키워드는 생활보장이다. 서구의 실패한 모델인 소득보장 국가가 노인세대 중심, 빈곤층 중심, 현금이전 중심, 시장대체형 국가역할을 중심으로 한다면, 한국형 생활보장 복지국가의 원칙은 생애주기별 균형, 전 국민 대상의 수혜 균형, 현금이전과 사회서비스의 균형, 공사역할 분담을 지향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균형이라는 수사가 사용되고 있긴 하지만 실은 인적자본 중심의 사회투자전략, 노동연계복지, 민간이 공급하는 사회서비스의 확대가 강조되고 있다. 이는 한국형 복지국가가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복지국가의 위기 속에서 변형되어 온 유럽의 복지국가 구상 일부를 수용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표 1] 한국형 복지국가 (박근혜 후보) 한국형 복지국가는 첫째, 경제 친화적 복지와 인적자본 투자를 강조한다. 박근혜 후보의 공약으로 잘 알려진 생애주기별 복지는 유럽 복지국가의 연금보험과 같은, 노인을 대상으로 한 소득보장 복지에 대한 비판에서 출발한다. 이로부터 소득보장 복지가 추구한 ‘결과적 평등’이 아닌, ‘기회의 평등’을 담보하기 위한 인적자본 투자를 강조하게 된다. 이는 보육과 교육이 집중되는 아동기와 직업훈련과 재교육을 필요로 하는 청장년기의 복지욕구를 사회서비스의 제공을 통해 충족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둘째, 한국형 복지국가는 비용의 최소화를 통한 지속가능성, 재원조달 가능성을 강조한다. 따라서 취약계층에 대한 소득보장은 축소하고 자활지원을 통한 노동시장 참여 확대에 집중한다. 복지 공약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볼 때, 획기적으로 도입되는 제도가 부재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셋째, 한국형 복지국가는 소득보장보다 사회서비스를 우선시하고, 서비스 제공자로서 시장의 역할을 적극 활용하려고 한다. 이는 재정 확대 없이 인적자본 투자를 하기 위함이다. 한국형 복지국가 모델에서 국가의 역할은 사회서비스 공급의 규제자이자 조정자에 국한되고 따라서 현재 민간 중심의 보육시설, 요양기관, 의료공급기관의 문제는 애초부터 국가의 책임과 무관한 것으로 다뤄진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민간 투자를 통한 복지전달체계를 촉진시키려 하고, 이 과정에서 저임금, 불안정한 사회서비스 일자리의 문제점, 특히 여성노동의 저평가와 일-가정 양립의 이중부담 문제는 간과된다. 나아가 한국형 복지국가는 다층적 사회보장 안전망 체계 원칙을 주장하며 연금보장 및 의료보장을 위한 보험시장 육성을 지향한다. 세계은행이 주장해 온 다층 안전망 개념은, 세대 간 재분배 기능을 가지는 사회보험으로 공적연금 및 공적의료보험 부문과 사적연금 및 사적의료보험 부문을 다층적으로 구성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중산층 이상의 욕구를 수용하고, 보험시장 활성화를 도모한다. 박근혜의 한국형 복지국가 플랜은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구 한나라당)을 비롯한 보수세력의 복지에 대한 입장 변화로 이해되어왔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 당시 ‘줄푸세’(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질서는 세운다)라는 전형적인 신자유주의 공약을 주장했던 박근혜가 ‘아버지의 꿈은 복지국가’였다고 주장하기에 이른 것은 경제위기 속에서 사회의 요구가 얼마나 변화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개정된 정강정책을 발표하면서 박근혜 후보는 ‘시장과 효율성에 가치를 둔 국가발전이 국민의 행복과 연결되지 못했고, 국민행복을 최우선의 가치로 두겠다’고 밝혔다. 이런 변화를 두고 일각에서는 박근혜의 ‘좌클릭’이라는 평가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박근혜 후보의 한국형 복지국가와 이명박 정부의 5대 국정지표 중 하나인 ‘능동적 복지’는 총론적 차원에서 차이가 없다. 능동적 복지는 ‘평생 복지기반 마련’, ‘예방 맞춤 통합형 복지’, ‘시장기능을 통한 서민생활의 안정’ 등을 주요 구성요소로 하고 있는데 한국형 복지국가와 정확히 대응된다. 한국형 복지국가의 생애주기별 균형, 현금이전과 사회서비스의 균형 이라는 표현은 노년의 소득보장 뿐만 아니라 보육, 급식처럼 인적자본투자를 위한 현물서비스 복지를 강조하는 것으로 ‘예방 맞춤 통합형 복지’와 같은 의미이다. 전 국민 대상의 수혜 균형 역시 보편적 복지의 역할을 강조하는 것으로 이명박 정부의 ‘평생 복지기반 마련’과 유사하다. 공사역할 분담 역시 ‘시장기능을 통한 서민생활의 안정’과 같은 말이다. 이렇게 박근혜의 한국형 복지국가 모델은 현재 이명박 정부의 신자유주의 복지정책의 다른 표현일 뿐이다. 한국형 복지국가가 인적자원에 대한 투자, 기회의 평등만 강조한다면 노년층의 문제는 저평가되어 노동자들의 노후에 대한 대책은 부차화 될 것이다. 한국의 노인빈곤율이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상황이지만 연금 정책에 대한 대책은 마련하지 않은 채 기초노령연금의 잔여적 성격만 강화하려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 있다. 또한 요양시설, 어린이집, 병원과 같은 복지를 제공하는 기관의 사적 소유를 확대하는 정책은 결국 복지 영역마저 자본의 투자처로 만들어 주겠다는 계획이다. 현재도 난립해 있는 민간 복지 기관들은 복지의 질을 나쁘게 하고, 비효율적인 비용을 유발하며, 나쁜 일자리를 양산하고 있다. 박근혜의 한국형 복지국가는 이러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제시하지 못하고 오히려 민간의 투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문재인의 창조형 복지국가 민주통합당 보편적 복지위원회는 지난 2012년 2월 ‘보편적 복지구상과 정책과제’를 발표했다. 민주통합당은 ‘21세기 변화된 상황과 한국의 실정을 반영한 한국 고유의 창조형 복지국가’를 모델로 제시하고 있다. 창조형 복지국가의 정책과제로는, 2010년 ‘뉴 민주당 플랜’에서부터 제시되었던 ‘보편적 복지 3+1 정책’(무상급식·무상보육·무상의료, 반값등록금)에 일자리 복지와 주거복지를 추가한 ‘3+3 정책’이 제시되고 있다. 이들은 자신의 공약을 일컬어 ‘탄탄한 보편적 복지망을 갖춰 경제주체들의 혁신과 창의를 촉진하여 국가발전의 원동력으로 만드는’ 구상이라고 소개한다. [표 2] 민주당의 창조형 복지국가 (문재인 후보) 선관위 홈페이지에 게시된 문재인 후보의 공약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보편적 복지 강화로 무상보육 실시, 아동수당 도입, 고교의무교육 및 무상급식, 연간 의료비 100만 원 본인부담상한제, 관련 국공립 시설 확충. 둘째, 돌보는 복지 강화로 기초노령연금 2배 인상 등 어르신 복지 강화, 장애인연금 인상 등 장애인 복지 강화, 방과 후 돌봄체계 구축 등 아동청소년 복지 강화, 다문화 복지 강화. 셋째, 민생복지 강화로 고용보험 사각지대 해소, 반값 등록금,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개선, 주거복지 확충. 넷째, 성평등 복지 강화로 양질의 여성일자리 창출 및 일생활 균형 지원 강화 등. 그리고 복지 강화에 소요될 재원조달 방안으로 재정개혁, 복지개혁, 조세개혁이라는 3대 개혁을 제시한다. 그 실 내용은 재정 지출 효율화, 부자감세 철회와 같은 세금제도 정상화 등이다. 창조형 복지국가 구상은 무상급식, 무상보육, 무상의료로 대표되는 보편복지를 확대할 계획을 제시하고, 보육과 의료부문과 같은 복지전달체계에서 공적 공급의 확대를 고민한다는 점에서 박근혜의 한국형 복지국가와 차이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차이를 부각시키기 위해 민주당은 ‘강한 복지국가’라는 슬로건을 선거운동에서 사용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창조형 복지국가 모델은 사회투자와 균형재정이라는 원리에 입각해 현물중심의 복지제도를 강조한다는 점에서 한국형 복지국가와 본질적 차이가 없다. 창조형 복지국가의 지향과 목적은 사실 한국형 복지국가와 매우 유사하다. 두 모델은 인적자본에 대한 투자에 초점을 두고 핵심투자 분야로 보육, 교육, 고용, 주거, 보건을 지정하고 있다. 또한 박근혜의 복지모델이 노무현 정부의 사회투자국가론과 민주통합당의 복지 모델을 차용했고, 민주통합당 역시 ‘무상복지 3+1’을 주장하다가 새누리당의 복지모델이 고용과 주거까지 포괄하자 ‘보편적복지 3+3’으로 공약을 바꾼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보편적 복지 3+3’의 구성에서도 드러나듯이 창조형 복지국가 역시 현물 서비스 중심의 복지 확충을 강조한다. 창조형 복지국가는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전면적 개정 및 강화, 사회보험의 사각지대 해소와 급여의 실질적 인상 등에 대해서는 적극적 자세를 보이지 않는다. 기초생활보장법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노무현 정부 시절 낮춰버린 국민연금 급여수준에 대해서는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보편적 복지의 확대를 강조하는 창조형 복지국가론은 예상 재원의 규모와 재원 마련 방식에 대한 논쟁을 불러왔다. 민주당은 이러한 논쟁에 대응하여 상세한 재정 추계와 재원 마련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보육이나 의료의 경우 국공립 보육시설 확대와 보육종사자 처우 개선, 공공의료 확충에 대한 재정 추계는 되어 있지 않다. 이는 공약의 실현 의지를 의심하게 한다. 또한 재원마련방안에 있어서 현재의 재정 지출을 일정 수준 절감하겠다는 계획이 주를 이루고 있으나 구체적인 절감 방안이 제시되지 않아 근거가 부족해 보인다. 또한 창조형 복지국가론은 ‘부자감세’ 계획을 철회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하고 있지만 실제 조세에 대한 입장과 원칙을 밝히는 것을 회피한다. 전국 71개 상공회의소 회장들이 “14만 기업의 뜻을 담았다”며 증세에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한 것처럼, 증세에 반대하는 자본의 눈치를 보는 민주통합당은 조세개혁과 같은 우회적 표현을 재원마련 방안으로 제시하고 부유세에 명시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이는 재정이 계급역관계를 반영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문재인과 민주통합당이 자본의 반대에 맞서 소득재분배를 위한 재정정책을 실행할 수 있는 실력과 의지가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안철수의 정의로운 복지국가 ‘안철수 현상’을 일으키며 유력 대선 후보로 부상한 무소속의 안철수 후보는 ‘정의로운 복지국가’라는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안철수 후보는 대담집 『안철수의 생각』을 통해 복지, 정의, 평화라는 세 가지 키워드가 미래 한국이 지향해야 할 방향이라고 주장한다. 안철수는 광범위한 사회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나아가 경제성장을 위한 투자라는 의미에서 복지사회로의 전환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한다. 안철수의 공약을 살펴보면, 보육, 주거, 건강, 노후 걱정 없는 공동체 구축을 위해 다음과 같은 정책을 제시한다. 첫째, 노인형 일자리 확충, 기초노령연금 평균소득 10% 수준으로 인상, 부양의무자 기준 개선. 둘째, 국공립어린이집 확충, 아동수당제 도입, 보육종사자 처우 개선. 셋째, 의료 민영화 반대, 저비용 저급여 의료보험체계의 적정부담 적정급여 체계로의 개선, 생애주기별 건강관리시스템 도입. 넷째, 공공임대와 민간임대 확대를 통한 주거문제의 해결. 이와 같은 안철수의 공약은 문재인의 공약과 차이가 거의 없다. 따라서 문제점과 한계를 따로 지적할 필요도 없다. 안철수가 지지를 받고 있는 것은 정책의 차별성보다는 기성 정당에 대한 대중들의 불신과 미디어를 통해 형성된 이미지의 역할이 크게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안철수의 생각』을 통해 보편적 증세를 공약으로 제시한 것이 차이점이었으나 이마저도 최근에 철회한 것으로 보인다. 안철수 캠프에서 혁신경제포럼을 총괄하고 있는 홍종호 서울대 교수가 “내년 국내외 불확실한 경제상황을 고려해 증세만이 복지 재원 마련을 위한 대안이라는 생각을 버리기로 했다. 증세 카드를 꺼내기 전에 조세 및 재정개혁을 통한 재원 확충 방안을 마련하는 것을 캠프 내 원칙으로 정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현재는 정부 예산의 자연 증가분을 우선 사용하고, 불필요한 사업에 대한 예산 축소를 통해 재원을 조달한다는 계획을 밝히고 있다. 복지 공약의 수렴과 그 배경 사회투자국가론으로 수렴되는 각 공약 여야후보는 보편적 복지에 대한 입장을 가지고 정치적 쟁점을 만들고 차이를 강조해왔다. 그러나 실제로 세 후보의 공약을 검토한 결과, 각자 강조점의 차이는 있으나 취약계층의 특수한 욕구에 대응하는 선별적 공공부조 프로그램과 기본적 욕구에 대응하는 보편주의 프로그램이 보완적으로 제시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보편주의를 강조하는 민주당 역시 자신의 공약에 대해 ‘선택적 보편주의’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세 후보의 공약은 사실상 수렴하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을 정리해보면 인적자본 및 사회적 자본에 대한 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소득보장보다 현물급여의 보장을 강조하며, 재정건전성의 논리를 수용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세 후보들의 복지공약은 그 유사성으로 인해 언론으로부터 ‘붕어빵 공약’이라는 비판마저 듣고 있다. 제시하는 복지 공약에 비해 재원 마련 방안은 마땅치 않다는 점도 공통적이다. ‘말잔치’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한 분석에 따르면, 이들의 복지국가 모델은 모두 사회투자국가론을 모델로 하고 있으며, 재정건전성을 우선시하고 복지국가의 기초인 소득보장에 대한 개혁을 도외시한다는 측면에서 공통점을 가지고 있으며, 따라서 잔여적 유형에 머물고 있는 한국 복지국가를 크게 변화시키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문재인, 안철수 후보의 공약이 보편 복지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소득보장의 필요성도 일정 부분 인정하는 것을 들어 상대적으로 진보적이라고 평가하는 것도 별 근거가 없다. 이들 공약의 이론적 기반이 된 복지국가소사이어티의 역동적 복지국가론은 사회투자담론의 또 다른 판본인 사회투자전략론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사회투자국가론은 과세와 지출 대신 인적 자본 및 사회적 자본에 대한 투자를 강조하고 소득보장을 선별적으로 제공하면서 복지의 개념 자체를 다르게 정의한 반면, 사회투자전략론은 사회권과 같은 전통적 복지의 개념은 옹호하면서도, 동시에 복지지출의 사회투자적 성격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두 모델은 모두 신자유주의적 통화정책과 균형재정, 노동신축화를 수용하면서 그로 인한 ‘새로운 사회적 위험’을 선별적이거나 보편적인 복지를 통해 보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구체적 복지 프로그램 내용면에서도 배치되는 바가 없기 때문에 실천적으로는 더욱 차이가 없다. 영국과 북유럽의 차이처럼 집권정당에 따라 보장범위의 차이는 있을 수 있으나 세 후보의 복지국가 구상은 결과적으로 신자유주의 정책 패러다임을 수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림 1] 주요 후보 복지공약의 수렴 수렴 현상의 배경 이렇게 유력 대선 후보들의 공약이 수렴되어온 배경을 살펴보면서 대선 이후를 전망해 볼 수 있다. 공약 수렴의 정치공학적 배경은 무상급식 주민투표와 지자체선거 패배 이후 집권여당의 복지정책 기조 변화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이후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박근혜 대세론이 굳어지면서 이러한 기조가 대선으로도 이어졌다. 한편 민주통합당의 경우 민주노동당이 통합진보당으로 우경화하고 총선 이후 분열되면서 기존의 야권연합 프레임으로 기능하던 복지국가담론의 필요성이 감소된 측면이 있다. ‘선한 이명박’과 ‘능력있는 노무현’의 절충점으로서 안철수에 대한 지지는 이러한 중도 수렴 현상의 정점에 있다. 그럼 이제 이러한 수렴 현상이 나타난 구조적 배경을 살펴보자. 2007년 이래 미국, 유럽을 진원지로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경제위기 속에서, 이미 1997년 위기 이후 만성적인 불황 상태에 있던 한국경제의 불안전성은 더 커져가고 있고, 신자유주의 하 노동자 민중의 빈곤과 불평등은 더욱 확대되고 있다. 노인빈곤율, 자살률, 저임금 노동자 비율은 OECD국가 중 1위, 특히 여성 저임금 노동자 비율은 42.7%로 OECD 조사 국가들 중 가장 높으며 평균 비율의 두 배에 달한다. 경제민주화나 복지국가라는 똑같은 슬로건을 가지고 여야가 경쟁하게 된 것은 이명박 정부의 ‘747 선진화’ 공약처럼 성장이라는 비전만으로는 더 이상 유권자들의 지지를 받을 수 없음을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세 후보의 경제정책이 신자유주의를 근간으로 삼는 상황에서, 이들이 제시하는 구체적인 복지 정책도 경제위기와 재정건전성이라는 제약에서 벗어날 수 없다. 1980년대 이후 지속적 적자재정은 국가의 재정적 역량을 침식했고, 정부의 적극적 지출정책이 경제회복이나 성장을 낳으며 그 효과는 정확히 측정, 관리될 수 있다는 관념이 기각되었다. 신자유주의 재정정책 하에서 균형재정은 인플레이션 억제에 기여할 뿐 아니라 이자율 하락에 기여하고, 낮은 이자율은 주식시장을 상승시켜 성장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관념이 이를 대체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는 재정위기라는 형태로 경제위기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재정건전성이 더 중요하게 부각된다. 그 근저에는 국채 발행 등 국가 재원 조달에 있어서 과거의 차관 방식과 달리 국제금융시장에 대한 의존이 커졌고, 따라서 국가신용등급의 안정적 유지가 그 무엇보다 중요하게 되었다는 사정이 자리잡고 있다. 게다가 올해 말부터 예금보험공사(예보) 등 민간관리기금 20개와 근로복지공단 등 비영리 공공기관 145개의 부채를 국가부채에 합쳐 ‘일반정부부채’라는 이름으로 발표하게 되면 국가부채 규모는 더 커질 전망이다. 게다가 이명박 정부는 4대강 사업 등 국책사업을 공기업의 부담으로 넘기고, 공공요금 인상을 억제하면서 공기업의 부채를 눈덩이처럼 늘려왔다. 공공기관 부채비율은 2010년 165.1%에서 2011년 196.9%로 급증하고, 올해는 부실기업으로 분류되는 부채비율인 200%를 초과했다. 향후 공기업의 부채가 정부부채로 합산되어 추계될 경우 높은 부채비율 문제가 불거지며 공기업 민영화, 복지 축소가 거론될 것이 분명하다. 케인즈주의 시기 완전고용과 성장의 선순환을 통해 경제정책과 통합되어 있던 사회정책은 분절화된 형태로 경제정책에 종속되었다. 사회정책은 금융적 팽창과 노동시장의 신축성이라는 목표를 보완하기 위해 더 신축적인 형태로 변형되었다. 사회투자국가론은 이렇게 변형된 사회정책을 정당화하는 담론이다. 박근혜의 공약인 ‘생애주기별 복지’가 그러한 사회정책의 변형을 잘 표현한다. 박근혜의 생애주기별 복지는 이러한 신축적 변형의 전형적 형태이다. 노동의 불안정화와 가족임금의 해체는 노동자들의 생애 전 주기에 걸쳐서 새로운 사회적 위협을 생산한다. 정부는 그 과정에서 생겨나는 낙오자들을 선별하여 부족한 점을 보육, 교육, 주거, 건강 정책들을 통해 분절적으로 보장해 주겠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신자유주의가 만든 빈곤과 불평등의 확대는 복지에 대한 민중의 요구를 더 강화시켰다. 그러나 세 후보가 말하는 ‘복지국가’는 신자유주의의 대안이 아니라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을 보완하는 사회정책인 사회투자국가의 다른 이름일 뿐이다. 박근혜가 이명박 정부와 다른 복지정책을 할 것이라는 기대는 버려야 한다. 또한 야권연대를 통해 복지국가를 실현시키는 것이 노동자민중의 요구가 되어서도 안 된다. 빈곤과 불평등에 맞선 민중운동의 과제 한국은 선진 복지국가 시대에 돌입했다는 농담이 돈다. 모든 유력 후보가 복지국가를 공약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향후 어떤 정부가 집권하더라도 사회투자국가론을 기반으로 한 복지정책은 현재 이명박 정부의 복지정책과 큰 차이가 없을 것이다. 경제성장의 둔화와 저출산고령화라는 구조적인 조건은 복지 정책 실현에 일정한 제약을 형성할 수밖에 없다. 보편복지를 위해서는 ‘좋은 균형재정’을 요구하는 ‘증세운동’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들은 여야 후보 모두 부자증세, 조세감면 철회를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구체적인 설계 없이 원론만 반복한다고 비판한다. 그리고 구체적이고 중장기적인 재원마련방안과 지출방안을 설계해야 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증세를 요구하는 대중운동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불특정 시민들을 복지 확대를 위한 증세 요구의 주체로 만들어야 된다는 주장에는 구체적인 복지를 요구하는 계층과 계급들이 연대할 수 있는 전략과 계획이 빠져있다. 이러한 논의는 노동자 계급의 단결을 통해 주체적 역량을 강화시키는 과정을 저해할 수도 있다. 일례로, 자발적 보험료 인상을 통해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하자는 ‘건강보험 하나로’ 운동처럼 복지동맹론은 시민들의 ‘아래로부터의’ 운동을 강조하지만, 사실상 정권교체를 위해 민주당과 진보진영의 연합을 압박하는 데 동원되는 측면이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민중운동 일부가 주체적 역량 강화보다 야권연합과 정권교체에 매몰되는 경향을 만들기도 했다. 가족 부양의 부담과 노후에 대한 불안감을 안고 저임금·장시간 노동을 감내하는, 빈곤과 실업으로 인해 자살로 내몰리기도 하는 노동자 민중의 현실을 바꾸기 위해서는 노동의 권리와 생존의 권리를 요구하는 노동자운동의 주체적 역량이 강화되어야 한다. 빈곤과 불평등에 맞선 민중의 요구는 대선 후보들이 말하는 복지국가 정책으로 수렴될 수 없다. 기초생활보장, 국민연금, 보건의료체계 등에 대한 민중의 요구와 공동행동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이명박 정부는 부양의무자 기준으로 인해 기초수급 탈락통보를 받은 거제 70대 할머니의 음독자살 사건에 대해 자신의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제2차 저출산·고령화사회 기본계획(새로마지 2015플랜)’에서도 사적연금 활성화만 강조할 뿐, 국민연금의 강화를 위한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계획은 세우지 않고 있다. 또한 영리병원 추진의 시초가 될 경제자유구역법 시행령을 많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통과시켰다. 모든 대선 후보가 복지국가를 말하면서도 현 정부의 역행을 그 누구도 저지하지 않는 상황에서, 생존권과 노동권에 관한 구체적인 요구를 가지고 투쟁의 주체를 형성해가야 한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빈곤사회연대 등은 지난 8월 21일부터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를 요구하며 무기한 농성투쟁 중이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연맹 등이 참여하는 국민연금 바로세우기 공동행동은 국민연금의 급여지급 확대와 사각지대 해소, 기금운용에 대한 사회적 통제를 요구하고 있다.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와 인천지역운동 조직은 인천 경제자유구역 내 영리병원을 허용하는 법안을 폐기하기 위한 지난한 투쟁을 하고 있다. 이 외에도 철도, 공항, 전기 등 공공부문 민영화 반대 투쟁, 사회서비스 시장화를 저지하기 위한 투쟁 등이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투쟁들이 확대되고, 연대하는 과정에서 생존권과 노동권의 확대를 위한 노동자 민중운동의 주체적 역량도 강화될 것이다.
국민도 의사도 배제 된 당연지정제 폐지 논란 지난 9월 25일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는 건강보험 당연지정제에 대한 위헌소송을 다시 추진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당연지정제 폐지라는 요구는 국민의 지지도 받기 힘들 뿐만 아니라 의사들이 당면하고 있는 현실적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도 아니다. 질병의 과학적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던 시절 귀신을 쫓아야 한다는 굿판이 벌여진 것처럼, 의협이 당연지정제라는 유령과 싸우고 있는 동안 보건의료체계의 문제는 더욱 곪아갈 것이다. 제대로 된 보건의료체계의 개선을 위해서는 국민과 의사 간 소통과 공동 모색이 필요하다. 당연지정제 위헌 소송 재추진의 배경 국민건강보험법에 규정된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란 일정한 요건에 해당하는 모든 의료기관이 건강보험의 요양급여를 실시해야 한다는 제도다. 이 제도로 인해 국민은 모든 병의원에서 건강보험 적용을 받을 수 있고, 병의원이 시행한 의료행위의 비용은 건강보험이 정한 수가로 동일하게 책정된다.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는 국민건강보험이 사회보험으로서 복지정책의 역할을 하는 근간이 되는 제도로 평가된다. 의협은 건강보험 당연지정제가 의료기관의 “영업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하며 수단의 정당성을 인정받기가 어렵다고 주장한다. 국민의 입장에서도 질병의 치료방법에 대한 개인의 선호 및 기호가 무시되어 국민의 진료 선택권을 심각하게 제한한다고 주장한다. 의협은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여 2002년에도 헌법 소원을 낸 적이 있으나 당시 헌법재판소에서는 7:2로 합헌 판결을 받았다. 이번에 밝힌 의협의 입장 역시 2002년 헌법 소원을 냈을 때와 대동소이하다. 의협은 “다시 한 번 요양기관 당연지정제에 대한 위헌 여부를 다퉈 볼 필요성이 있어 진행되는 것”이라는 발언을 통해 이번 헌법 소원제기가 단지 지난 2002년도의 연장선에서 추진되는 것뿐임을 분명히 했다. 그간 민간의료보험은 양적, 질적으로 성장해왔다. 의협이 최초로 헌법소원을 제기했던 2002년 당시, 민간의료보험 시장은 5조 6593억 원 정도 규모였으나 2008년 33조 원을 돌파하면서 6년 사이에 6배에 가까운 성장을 이뤘다. 보험가입자가 실제로 지출한 의료비에 따라 보장을 해주는 실손형 민간의료보험이 증가하면서 질적인 변화도 생기고 있다. 국민건강보험처럼 병원과 직접 거래를 하거나, 병원의 진료를 통제하려는 계획을 본격화하고 있다. 게다가 지난 3월 발효된 한미 FTA 금융서비스 장에서는 건전성 사유 외에는 신금융서비스에 대한 규제를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민간의료보험의 이윤추구와 시장 확대는 더 탄력을 받게 될 것이다. 한편 공적보험인 국민건강보험의 문제는 지속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건강보험의 보장률은 2010년 현재 62.7%로 국민의 의료비 부담을 덜어주기에는 부족하다. 건강보험의 수가 결정 및 운영은 의료기관의 매출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어서 지속적으로 갈등을 만든다. 현재 우리나라의 의료공급체계는 민간부문이 절대 다수이기 때문이다. 공공병원의 비율은 2010년을 기준으로 7.3%, 병상 수 기준으로도 11.8%에 불과하다. 당연지정제 폐지는 의료민영화의 수순 이렇게 민간보험은 성장하고, 국민건강보험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당연지정제가 폐지된다면 건강보험은 더욱 약화 될 것이다. 고급 장비와 시설을 갖춘 일부 병원은 건강보험가입자를 받지 않고 자기들이 정한 고가의 가격으로 진료를 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병원을 이용할 수 있는 고소득층에게 있어 건강보험의 필요성은 사라지는 반면, 건강보험이 보장해 주지 않는 항목이 많아질수록 민간의료보험의 필요성은 더 커지게 된다. 결국 당연지정제 폐지는 보편적인 의료서비스에 대한 국민의 접근을 가로막게 되고 의료의 공공성을 위협할 것이다. 국민들이 받게 될 의료서비스는 감기같은 비교적 경미한 질병에서부터 암과 같은 중증질환에 이르기까지 보험가입 여부와 보험서비스의 종류, 보험회사의 종류에 따라 달라지게 되는 것이다. 고소득층은 민간보험에 가입해 고급 영리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저소득층은 약화된 건강보험의 보장성으로 인해 병원의 문턱도 넘어가기 힘든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국민들이 의료민영화에 반대하는 것은 이러한 차별에 반대하기 때문이다. 민간의료보험이 국민의 건강에 득이 될 것이 없다는 점도 문제다. 지난 8일 금융위원회에서 40세 가입자가 가입 시점 보험료 1만 5000원, 3년을 만기로 갱신되는 실손형 의료보험에 가입했다는 전제로 시뮬레이션을 진행한 결과, 가입자가 82세가 되면 보험료로 매월 166만 6801원을 납부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부분의 민간보험의 구조가 이와 비슷하다. [%=사진1%] 당연지정제 폐지는 의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아 그렇다면 의사들에게는 당연지정제 폐지가 어떠한 형태로든 도움이 될까? 답은 “그렇지 않다”이다. 의사들의 불만은 건강보험이 의료행위의 가격을 낮게 통제하고, 그마저도 모자라서 심사를 통해 급여지급을 삭감하는 것에 있다. 당연지정제가 폐지되고 건강보험이 약화된다고 의사들이 자율적 진료를 보장 받게 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만큼 민간의료보험의 통제력이 강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민간보험회사들은 계약권을 빌미로 의료기관 및 의사들을 그들의 통제 하에 둘 것이며 그들의 영리행위에 방해가 되는 의사 및 의료기관들과의 계약을 해지할 것이다. 결국 의사들의 진료권은 보험회사의 영향력 아래에 있을 수밖에 없다. 미국의 경우 대부분의 의사들은 보험회사에 고용된다. 의사들은 보험에 가입된 환자 외의 다른 환자를 진료할 수 없으며 혹 진료가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환자의 추가 부담이 필요하다. 보험회사들이 고용한 의사들은 가입한 환자를 얼마나 잘 치료하느냐에 의해서 인센티브를 받는 것이 아닌 보험회사의 이익에 얼마나 많은 기여를 하였는지에 따라서 인센티브를 제공받게 된다. 이를 유도하기 위해 보험회사에서는 보험가입자에게 의료인들의 정보를 직접 제공하는 식의 유인 알선 행위도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의사들은 환자의 건강상태 및 자신의 지식과 소신대로 진료를 할 수가 없으며 보험회사의 이익을 위해서 진료를 하게끔 유도될 수밖에 없다. 환자, 국민과 의사의 관계는 더욱 악화될 것이다. 실질적으로 이윤을 추구하는 것은 민간의료보험, 대형병원이지만 현장에서 환자를 대하는 것은 의사다. 의사는 환자의 신뢰를 받을 수 있어야 치료 성과도 좋아지고, 스스로도 만족할 수 있다. 그러나 이윤을 추구하는 시스템이 강화될수록 환자들의 불신은 더 강화될 것이고, 이러한 모순된 요구를 현장에서 의사 개인이 감당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당연지정제 폐지는 의료민영화로 가는 길이며, 이는 국민과 의사의 관계를 더 악화시키는 길이다. 포괄수가제를 반대하면서 의료민영화의 문제를 말했던 의협이 당연지정제 폐지를 주장하는 것은 모순이며, 이러한 의협의 주장을 국민들이 얼마나 신뢰할지 스스로 자문해보아야 한다. 의협은 파국으로 가는 주장을 멈춰라 현재 보건의료체계는 문제가 많다. 의사들의 불만도 거기에서 온다. 그러나 그 해결책이 국민과 의사가 함께 건강할 수 있는 보건의료체계를 만들기 위한 방향인지 고민하고 따져봐야 한다. 그러한 방향에서 정부가 체계적이고 전반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도록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래야 정부에 대한 의사들의 불만에 국민도 공감할 수 있다. 이러한 노력이 요구되는 시기에 의협의 당연지정제 폐지에 대한 주장은 그 부담을 직접 짊어져야 할 국민들에게는 물론 “영업의 자유”가 아니라 “국민의 건강”을 우선시 하고자 하는 대다수의 의사들에게도 전혀 득이 되지 않는, 오히려 되돌릴 수 없는 파국으로 가는 주장일 뿐이다. [%=박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