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소비자물가가 전년 동월대비 4.7% 상승(전월대비 0.5% 상승)으로 발표되면서 물가문제가 운동진영의 쟁점으로 등장하고 있다. 사실 생활물가 상승은 4.9%(2월 5.2%)로 더 높다. 그리고 이명박 정부는 경제위기 초기 유가가 145달러까지 폭등하고 환율까지 상승하면서 생활물가가 폭등하자 52개 생활필수품의 가격( ‘MB 물가’)을 집중 관리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의 3월 7일 발표에 따르면 MB 물가는 지난 3년간 20% 이상 오른 것이다. 같은 기간 전체 소비자물가지수가 11.75%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두 배 가까이 올랐다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면 노동자, 특히 소비가 주로 생활필수품에 한정되는 저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생활 악화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보여주는 것보다 훨신 더 악화되었을 것이다. 물가문제는 다른 나라에서도 쟁점이 되고 있다. 그런데 나라마다 사정은 확연히 다르다. 몇 나라를 살펴보기로 하자. 미국은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최근 들어 2%대(3월 2.7%)를 기록하고 있지만, 가격등락이 심한 식품과 에너지 가격을 제외한 근원 소비자물가상승률은 1%대(3월 1.2%) 초반을 기록하고 있어 물가상승률이 매우 낮다. 그것도 2010년 1.6%(근원물가상승률 1.0%)에 비해 약간 상승한 것이다. 미국의 공화당을 중심으로 한 보수주의자들은 지난 2년간 미국 정부의 정부지출 증대를 통한 경기부양정책이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을 야기할 것이라면서 재정적자를 줄이라는 요구를 줄기차게 해왔다. 그러나 인플레이션은 매우 낮은 상태에 머물렀으며 오히려 디플레이션을 걱정할 정도였다. 그리고 정부채권 수익률도 매우 낮은 상태에 머물러 금융시장은 보수주의자들의 미국의 정부부채에 대한 걱정을 비웃고 있다(정부채권 수익률이 낮다는 것은 미 정부가 발행하려는 정부채권을 안전자산으로 여겨 여전히 사려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유명한 신용평가회사 스탠다드앤푸어스(S&P)사가 미 정부부채에 대해 경고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미 정부채권 수익률은 오히려 더 떨어져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은 애처로운 표준(Poor Standards)이라고 S&P사를 조롱하고 있을 정도이다. 즉 미국의 경우 통화증발과 재정적자를 통한 경기부양책에도 불구하고 물가가 오르지도 않고 있고, 금융시장이 미 정부의 정부부채를 걱정하고 있지도 않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여전히 수요부족과 여기에서 비롯한 지지부진한 성장이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많은 나라에서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유럽도 미국과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유로지역의 3월 물가상승률은 2.7%이고, 유럽연합 물가상승률은 3.1%이다. 반면 중국의 경우는 높은 물가상승이 문제가 되고 있다. 중국의 지난 3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기 대비 5.4%로 치솟았다. 국제 유가와 원자재 가격의 등귀로 인한 비용인상형 물가상승이 주로 문제가 되고 있지만, 1/4분기 성장률이 9.7%로 예상보다 높아 수요견인형 물가상승의 영향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런 문제는 인도로 가면 더 심각해진다. 인도는 3월 물가상승률이 9%에 이르고, 근원물가 상승률도 8%대에 이른다. 즉 인도, 중국 같은 개도국의 경우 미국이나 유럽과는 달리 초과수요가 오히려 문제가 된 상황에 이른 것이다. 결국 크게 보면 미국, 유럽 등은 여전히 수요부족 때문에 물가상승률이 낮다. 반면 중국, 인도 등 개도국은 경제위기의 영향이 덜했고 이미 경제위기에서 벗어나 초과수요 문제가 야기되면서 물가불안이 야기되고 있다. 특히 원유나 국제원자재가격 상승은 각국 물가에 영향을 주고 있는데 이는 주로 개도국의 경제회복에 따른 것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한국의 경우 이 중간에 위치한 것으로 보인다. 제조업을 중심으로 해서는 가동률이 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을 한 상태이지만, 건설업 등을 중심으로 해서는 여전히 경제위기의 영향권에서 확실히 탈피해 있는 것은 아니어서 초과수요로 인한 물가앙등의 가능성이 그리 높지는 않다고 해야겠다. 또한 이제까지 진행된 물가상승도 원유가 및 국제원자재 가격 상승과 구제역 등 일시적인 원인에 의한 농축산물 가격 상승이 주된 원인이었고,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상승률은 3.1%로 정부 물가 관리선을 크게 벗어났다고는 할 수 없어 보인다. 물론 앞서 이야기한대로 생필품 중심의 물가는 크게 올라 저임 노동자층의 생활상의 곤란은 매우 커졌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자운동의 대응은 어떠해야 할까? 일부 진보진영에서는 물가관리를 위해 금리를 올리고 환율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을 한다. 그리고 성장위주의 정책을 탈피해야 한다고 한다. 민주노총에서도 ‘물가폭등’에 대한 대책을 내놓으라며 암묵적으로 이에 동조하는 듯하다. 그러나 이런 정책은 미국으로 치면 보수당인 공화당에서나 주장할 정책이다. 이런 주장은 성장과 분배를 대립적인 관계로 파악하는 진보진영의 뿌리 깊은 이데올로기에서 연유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성장이 언제나 고용증대를 가져오고 노동자에게 유리한 분배를 낳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저성장 속에서 고용이 늘거나 분배개선을 이룩할 수는 도저히 없다. 현재 세계적인 차원에서 실업 및 저임 비정규직 문제는 자본생산성 저하에서 오는 성장 및 자본축적 둔화 등에서 근본적인 원인을 찾을 수 있겠지만, 완전고용을 포기하고 물가관리를 최우선으로 하는 신자유주의적 정책에서 연유하는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생태 문제 등을 야기할 무조건적인 성장정책을 새로운 노동자운동이 무턱대고 지지할 수는 없겠지만, 생태친화적 성장 속에서 (시장에 의한) 고용증대와 분배개선을 도모하면서 당분간 노동자운동의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그렇다고 한다면 경제위기에서 완전히 탈피하지 못한 현재 금리인상과 환율인하를 무턱대고 주장할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원유나 국제원자재가의 지속적인 상승 등의 경우 적절한 환율인하는 필요할 것이나 물가인하를 위해 일부러 환율을 인하할 필요는 없다). 일종의 긴축정책인 이러한 정책은 고용문제와 비정규직 문제를 더 악화시킬 것이다. 물론 저성장 속에서도 일자리 나누기나 실질 임금 보전 등을 통해서 고용문제나 저임 비정규직 문제가 악화되지 않도록 한다거나 이런 문제를 일정하게 개선할 수도 있겠으나, 현재 노동자운동의 조직 역량으로 볼 때 이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해야겠다. 그러면 노동자운동은 무엇을 주장하고 투쟁해야 할까? 물가상승을 이유로, 생활물가 상승을 이유로, 그리고 MB 물가 상승을 이유로 임금인상을 요구해야 한다. 현재 자본의 어마어마한 이윤에 비춰 봤을 때 노동자들이 상당한 임금인상을 한다고 해서 물가가 추가적으로 상승할 이유는 거의 없다. 그래서 잘만 한다면 조합원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대중적 투쟁인 임금인상 투쟁으로 민주노조 운동의 그간의 부진을 말끔히 씻어 내고 새로운 도약의 계기를 마련할 수도 있지 않을까? 물가상승이 우리에게 가져다 준 기회인 것으로 보인다. 최저임금 투쟁, 최저임금투쟁과 조합원들의 임금인상 투쟁의 결합, 그리고 이런 투쟁 속에서 노동자 내부의 단결의 확대 강화를 기대한다.
FTA 글로벌 네트워크는 한국경제의 탈출구가 될 수 있나 한미 FTA 재협상이 2010년 12월 타결되어 2011년 중 양국 의회 비준을 앞두고 있다. 양국의 여러 정치적 변수에도 불구하고 올해 내로 발효될 것이라는 관측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협정문 한글본 번역 오류가 잇따라 발견되고 정부가 잠정발효 시점을 2011년 7월로 EU와 구두합의한 것이 확인되면서 논란을 빚고 있는 한EU FTA도 조만간 국회 비준 과정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까지 한국은 칠레, 싱가포르, 유럽자유무역연합(EFTA),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인도, 미국, 유럽연합(EU) 등 모두 44개국과 FTA를 체결한 상황이다. 최근 3월 21일에는 한페루 FTA 협정문에 정식으로 서명했다. 현재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호주, 뉴질랜드, 터키, 콜롬비아, 캐나다, 걸프협력회의(GCC), 멕시코 등 12개국과의 FTA도 조속한 타결을 추진 중이다. 그밖에도 정부는 시장 선점과 자원협력을 위해 중남미, 아프리카, 중동, 중앙아시아 지역에서 FTA 추진국을 지속적으로 발굴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한일, 한중 FTA와 환태평양파트너십(TPP)도 검토 중이다. 이러한 이명박 정부의 ‘FTA 글로벌 네트워크’ 구상은 노무현 정부의 선진통상국가론을 계승, 발전시킨 것이다. 정부의 주장은, 무역의존도가 대단히 높은 ‘소규모 개방경제’로서 한국경제의 활로는 오직 수출경쟁력의 확보와 세계경제의 분업화 추세에 적응하는 것밖에 없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1997년 경제위기ㆍ외환위기 이후 한국경제가 장기침체에 빠진 상황에서, 특히 2007-09년 미국발 금융위기로 세계 각국이 경기침체에 빠진 상황에서 이러한 논리가 지지를 얻고 있다. 그러나 FTA가 한국 경제의 탈출구가 될 수 있다는 정부의 주장은 아무런 현실적 근거가 없다. 오히려 무역·금융 자유화와 산업의 서비스화를 가속화할 FTA는 금융세계화의 파괴적 효과를 더욱 증폭시킬 것이다. 지금까지 한미 FTA저지범국민운동본부를 중심으로 다양한 사회운동과 전문가들이 한미 FTA의 부정적 효과를 비판했는데, 대개는 국가 간 통상전략과 부문별 이해득실에 초점을 맞춰왔다. 이 글은 1997년 이후 한국경제의 구조적 모순에 주목하면서 2007년 이후 변화된 정세를 반영하여 FTA가 야기할 효과를 비판적으로 검토한다. FTA 추진 과정 1992년 EU의 출범과 1994년 NAFTA의 발효를 계기로 지역적 조건에 따라 세계화를 구체화하려는 지역주의가 세계적으로 확산됐다. 경제위기·외환위기 극복이 절대 과제였던 김대중 정부는 세계적인 지역주의 확산으로 인한 대외 수출 여건의 악화를 방지하는 동시에 외국인 직접투자 유치를 확대하기 위한 제도적 수단으로 FTA를 추진했다. 이러한 한국의 FTA 전략은 노무현 정부의 ‘선진형 통상국가론’으로 본격화되었다. 노무현 정부는 ‘여러 개의 FTA를 동시다발적으로 추진하여 발효함으로써 각 협상 별로 부정적인 효과를 상쇄하여 전체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논리에 따라 2003년 ‘동시다발적 FTA 전략’을 수립한다. 동시다발적 FTA 전략은 동아시아뿐만 아니라 미주, 유럽, 남미를 포괄한다는 점에서 ‘탈지역주의’라고 할 수 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가 FTA를 추진하게 된 배경에는 1997년 이후 한국경제가 장기침체에 접어들었다는 사정이 있다. 선진국과의 기술력 격차가 여전히 존재하고 중국과 같은 후발 경쟁국들의 급성장으로 인해 한국경제의 경쟁력과 성장잠재력이 정체되어가는 상황에서 FTA는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인식되었다. 노무현 정부의 FTA 전략의 정점은 한미 FTA였다. 노무현 정부는 한미 FTA를 능동적인 시장 개방을 통해 선진 제도를 받아들이고 산업 구조조정을 가속화하여 국제경쟁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역량을 강화시키는 계기로 인식했다. 즉, 한미 FTA가 ▲선진기술 및 자본의 도입을 통한 혁신선도 업종의 성장 및 산업구조의 고부가가치화 ▲비교우위를 지니거나 성장잠재력 및 전후방 파급효과가 큰 제조업과 서비스 부문의 경쟁력 강화 효과를 지닐 것으로 기대했다. 이와 동시에 노무현 정부는 한미 FTA를 통해 한미동맹의 강화라는 전략적 목표를 추구했다. 한미 FTA를 정점으로 하는 FTA 추진 전략은 단순히 재화의 원활한 거래뿐 아니라, 자본 및 노동과 같은 생산요소와 서비스의 이동성을 제고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적 노력을 포괄한다는 점에서 이는 곧 세계화의 심화와 가속을 의미한다. 달리 말하면, 상품분야의 관세철폐뿐만 아니라 투자, 서비스, 정부조달, 지적재산권, 기술표준 등을 WTO의 관련 기준과 일치시키는 포괄적 FTA를 지향한다. 포괄적 FTA 전략은 WTO 체제가 다루는 범주를 넘어선다는 점에서 ‘WTO 플러스’로 불리기도 하는데, 이는 협상 상대국(선진국)의 기준이나 요구를 수용하는 방식으로 ‘글로벌 스탠더드’를 사회 전반에 도입하여 선진경제로 도약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런데 2007-09년 미국발 세계 금융위기로 인해 한국경제가 대외 충격에 대단히 취약하다는 사실이 다시 한 번 확인되었다. 한국경제는 2008년 4/4분기부터 2010년 3/4분기 사이에 1분기 평균 5.7%의 GDP 손실을 기록하면서 성장세가 장기추세선을 이탈한다. 한국경제는 1997년 외환위기 충격으로 장기 성장추세를 이탈한 데 이어 2007-09년 위기로 다시 한 번 성장추세를 이탈한 것이다. 한국경제는 위기 이후 급락하다가 비교적 빠르게 회복했지만, 이는 상당 부분 대규모 재정투입에 기인한다(한국 재정적자 규모는 2008년 GDP 대비 1.5%에서 2009년 4.1%로 급증했다). 또한 위기 시기 한국의 경제성장률 변동성은 OECD 국가 중 9번째를 기록했다. 위기 상황에서 이명박 정부는 2009년 사상최대의 무역흑자가 발생하자 수출이 한국경제를 지탱할 수 있었던 중요한 요인으로 평가한다. 또한 정부는 세계 금융위기로 인한 외국인 직접투자(FDI)의 감소 추세에 대응하기 위해 외국인 투자에 대한 인센티브를 대폭 확대했다. 이런 맥락에서 이명박 정부는 무역 및 투자 자유화를 핵심으로 하는 한미 FTA의 조속한 발효가 한국경제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돌파구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며 재협상을 추진했다. 이와 함께 정부는 한EU FTA를 체결함으로써 미국의 한미 FTA 비준을 압박하는 동시에 그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이명박 정부의 FTA 정책은 노무현 정부를 대체로 계승하면서도 체결 대상을 다면화하여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한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즉, 미국, EU와 같은 거대경제권 외에도 자원부국(걸프협력협의회(GCC), 호주, 뉴질랜드, 페루, 콜롬비아 등), 동북아 국가, 대륙별 거점 국가(터키, 러시아, 이스라엘, SACU(남아공, 보츠나와, 레소토, 나미비아, 스와질랜드))와 FTA를 체결함으로써 자유무역의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것이다. 정부와 자유무역론자들은 FTA가 수출 증대, 투자 확대, 통상제도 선진화 등에 따른 경제적 이익을 확대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자유무역이 국민경제에 ▲소비자의 후생 증가 ▲자원의 재배분을 통한 경제의 효율성 증대 ▲규모의 경제 실현 ▲경쟁 강화를 통한 효율성의 증가와 같은 긍정적 효과를 가져온다고 주장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등 11개 국책연구기관은, 한미 FTA는 향후 10년간 실질 국내총생산(GDP)을 약 6.0% 증가시키며, 대미 무역흑자는 46억 달러 확대시키고, 약 33만 5천 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또 이들은 한EU FTA가 체결되면 장기적으로 실질 GDP가 약 5.6% 증가하고, 15년간 대EU 무역흑자가 연평균 3.61달러 확대되며, 취업자가 25만 3천 명 증가할 것으로 기대한다. 1997년 위기와 장기 침체 그렇다면 정부의 주장대로 FTA는 한국경제의 위기를 타개할 수 있는 유효한 수단인가?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 우선 1997년 이후 한국경제가 장기침체에 처한 원인을 분석해보자. 아래 <그림 1>에 나타나 있듯이, 한국경제는 1979-80년과 1997년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다. 또 2001년과 2009년에도 각각 미국의 신경제 거품과 금융위기의 충격으로 경제성장률이 급락하였다. 추세적으로 보면 1980년대까지 8%를 상회하던 경제성장률이 1990년대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하여 2000년대에는 4% 내외에서 진동한다는 사실도 관찰된다. 그럼 이제 한국경제의 장기침체의 근원적 추세를 분석해보자. <그림 2>에서는 1979-80년 위기와 1997년 위기를 전후하여 이윤율 및 자본생산성의 하락, 노동생산성 및 임금의 둔화, 그리고 자본-노동 비율의 증가가 관찰된다. 이를 순환적 위기와 구별하여 구조적 위기로 지칭할 수 있다. 자본에 대한 이윤의 비율로 정의되는 이윤율의 하락은 마르크스가 말하는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의 내재적 한계이자 ‘공황의 궁극적 필연적 원인’이다. 이윤율은 자본생산성과 이윤분배율의 곱으로 분해되는데, 이윤율 하락은 대개 추세적 요소로서 자본생산성 저하와 관련된다. 1979-80년 위기는 1970년대 재벌 중심의 중화학공업화가 야기한 이윤율 급락에 따른 경제위기와 외채위기가 결합된 결과였다. 선진국과 후진국 사이의 자유무역은 생산력 격차에 따른 부등가교환을 본질로 하고 무역적자의 누적으로 현상한다. 후진국은 무역수지 적자를 해결하기 위해 차관 같은 방식으로 외채를 도입한다(자본수입). 그래서 누적되는 무역수지 적자를 자본수지 흑자로 보전해야 하는데, 그런 외채의 원리금을 상환할 수 없게 되는 상황이 바로 외채위기인 것이다. 1997년 위기는 1990년대 재벌의 과잉 중복 투자가 야기한 이윤율 급락에 따른 경제위기와 외환위기가 결합된 결과였다. 김영삼 정부는 199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을 촉진하면서 국민소득 1만 달러를 유지하기 위해 고평가 정책을 유지했다. 그러나 결국 한국경제는 1997년 환율이 폭등하여 외환위기를 맞게 된다. 인위적인 고평가 정책의 이면에서 한국경제와 미국·일본경제 사이의 생산력 격차가 확대되고 있었기 때문에 이러한 환율의 폭력적 조정이 일어난 것이었다. 1997년 이후 이윤율은 하락 추세를 보이는데, 이는 자본축적률 하락과 구조적 실업을 야기한다. 아래 <그림 3>에서 보듯이 1997년 이후 한국경제의 자본축적률은 과거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10년 이상 매우 낮은 수준에서 지속되고 있다. 이윤율 하락이라는 요인 외에도 ▲해외 직접투자와 같은 자본 이동 ▲실물자산이 아닌 금융자산 위주의 투자행태 ▲기업결합(M&A) 중심의 투자행태 ▲1997년 이후 급격히 증가한 배당금의 증가와 같은 주주가치 극대화를 위한 경영행태 ▲경제의 불안정성 증가에 따른 실물투자의 기피 현상 등이 실물투자를 구조적으로 위축시키는 주요한 원인으로 파악된다. 자본축적률의 하락은 구조적 실업을 낳고, 이는 다시 노동의 교섭력을 약화시켜 노동소득분배율을 악화시키고 불안전 노동을 확산한다. 한편 환율은 1997년 말 외환위기가 발생하면서 800원에서 1900원으로 폭등하다가 1998년 말에 1200원까지 하락한다. 그 후 환율은 계속 하락하여 1999-2003년에는 1200원, 2004년에는 1100원, 2005년에는 1000원, 2006-07년에는 900원에 도달한다(<그림 4> 참고). 외환위기가 진정되는 1999년부터 2007년까지 환율이 하락하는 것은 자본수입과 무역흑자를 통해 달러가 유입되었기 때문이다. 이로써 한국은 외환위기를 조기에 극복한 것으로 평가되었지만, 이는 또 다른 모순을 파생했다. 한국경제는 금융자유화를 통해 국외로부터 막대한 자본을 수입하게 되었지만, 이는 한편으로 초민족자본에 의한 국민경제의 지배 및 국부유출이라는 문제와 다른 한편으로 국내자본의 해외도피라는 문제를 낳았다. 또 구조조정과 평가절하를 통해 한국경제는 수출경쟁력을 회복하여 막대한 무역흑자를 축적할 수 있었지만 이는 수출-재벌 중심의 경제 구조를 강화했다. 그런데 평가절하를 통해 재벌의 수출경쟁력을 확보하는 데에는 일정한 한계가 있다. 금융자유화에 따라 초민족자본의 증권투자가 확대되면서 평가절상 압력이 커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무역흑자나 환율하락(평가절상)은 일시적인 현상으로서, 결코 한국경제의 생산력 향상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 단적으로, 2006-07년에 환율이 900원으로 하락하고 2008년에 미국에서 경기침체가 발생하자 무역수지도 적자로 반전되었다. 또 2004년부터 증시가 본격적인 상승세를 구가하자 외국인은 매도세를 지속하는데, 시가총액 중 외국인 비중이 2004년 40%대에서 2008년 20%대 후반으로 하락했다(<그림 5>). 그 결과 다시 환율상승(평가절하) 압력이 가중됐다. 금융자유화와 금융위기 지금까지 한국경제의 장기침체를 구조적 위기와 신자유주의 정책개혁의 효과라는 맥락에서 살펴보았다. 그럼 이제 금융자유화, 수출-재벌 주도 성장 전략, 산업의 서비스화라는 측면에서 FTA가 미칠 효과를 하나씩 살펴보도록 하자. 1997년 이후 한국경제는 금융시장 자유화를 통해 ‘신흥시장’으로 변모한다. 앞의 <그림 5>에 나타나 있듯이 1997년 위기 이후 외국계 기관투자가와 초민족자본의 증권투자가 급속히 확대되는데, 이는 외국인의 주식투자한도 확대(1997.12)와 폐지(1998.5)에 따른 결과다. 이로 인해 국부유출과 자본도피라는 문제가 발생하는데, 이를 아래 국제투자대조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여기서 외국인이 소유하는 국내자산이 ‘국부유출’의 지표가 된다면, 내국인이 소유하는 국외자산은 ‘자본도피’의 지표가 된다. 내국인의 대외투자에서 외국인의 국내투자를 제한 값인 순국제투자는 1997년 이후 큰 폭으로 확대되는 추세다(<그림 6> 참고). <표 1> 국제투자대조표(IIP)는 ‘일정 시점에서 한 나라 거주자의 비거주자에 대한 금융자산(대외투자) 및 금융부채(외국인투자) 잔액’을 보여준다. 국제투자대조표는 두 가지 요인에 의해 변동한다. 하나는 경상거래 및 자본·금융거래와 같은 거래적 요인이고, 다른 하나는 환율 및 가격의 변동에 따른 비거래적 요인이다. 국제투자대조표는 국제수지표(BOP) 중 금융계정 항목과 개념 및 포괄범위가 일치하므로 거래적 요인만 고려한다면 순국제투자는 국제수지 상의 경상수지 변동분만큼만 증감할 것이다. 아래 <표 2>에서 2002-10년 중 경상수지 누계가 약 1,740억달러 흑자이므로 거래적 요인에 의한 변동만 반영할 경우 2001년 순국제투자 약 -560억 달러는 2010년 약 1,180억 달러가 되어야 하나 실제 잔액은 약 -1,370억 달러다. 이 둘의 차액 약 2,550억달러는 비거래적 요인, 즉 환율·가격 변동에 의한 것이다. 이 액수는 곧 외국인의 국내투자 평가이익과 내국인의 해외투자 평가이익의 차액을 의미하는데, 같은 기간 중 발생한 무역흑자 누계를 훨씬 상회하고 있다. 한편 <그림 7>에서 외국인의 국내투자는 대부분 단기 차익을 노리는 증권투자임을 알 수 있다. 증권투자의 경우 성장유발효과가 극히 제한적인데 반해 변동성이 커서 경제 전반의 리스크를 높일 가능성이 크다. 일반적으로 자본유입 형태별 성장 파급효과는 직접투자에서 가장 뚜렷하게 나타난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 직접투자 역시 1990년대 중반 이후 세계적으로 투자유발효과가 낮아지는 추세다. 이는 직접투자의 성격이 최근 들어 단기자금화하고 M&A형 유입 비중이 높아지는 추세를 반영하는 것이다. 실제로 외국인 직접투자는 장기적 성장으로 연결되지 않는다. 외국인 직접투자는 단기적으로는 생산성을 증가시킴에도 불구하고 자본축적률을 증가시키지 않을뿐더러 자본 이동의 불안정성으로 오히려 축적률을 저해하기 때문이다. 증가된 생산성이 실물자본에 대한 투자를 통해서 축적률을 증가시키는 데 기여하지 못한다면 분배의 악화만 가져올 뿐 장기적인 성장을 담보하지 못한다. 또한 외국인 직접투자는 임금을 감소시키고 비정규직 비율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어 현재와 같은 성격의 외국인 직접투자가 장기적인 성장의 동력으로 작용하기 어려울 것이다. 한편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특히 외국인의 투자 행태가 단기화되고 대외여건 변화의 영향을 크게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최근 외국인 투자 자금의 빈번한 유출입이 금융시장 및 거시경제의 교란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외국인 투자 자금 흐름의 불안정성 확대는 기초 경제 여건에 관계없이 국제수지 및 환율의 급변을 초래함으로써 거시경제의 불안정을 확대시킬 우려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FTA 금융서비스 부문 협상은 이미 광범위하게 진행된 금융개방 기조를 재확인하는 한편 국내 금융제도·규제체제를 재정비하는 수준에서 타결되었다. 이러한 금융자유화 조치가 세계 금융위기 이후 FTA 체제에서 어떤 효과를 발휘할 것인지 새삼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이런 점에서 파생금융상품을 금융시장에서 본격적으로 제조, 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자본시장통합법이 노무현 정부하에서 제정되고 이명박 정부 들어 발효되었다는 점에 특히 주목해야 한다. 그런데 한미 FTA는 원칙적으로 금융서비스 관련 수량규제를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금융위기 이후 각국에서 논의되고 있는 금융규제 방안에 많은 제약을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요컨대, FTA를 통한 투자 자유화 확대는 한국경제의 성장·고용에 긍정적 효과를 낳기보다는 국부유출 및 자본도피 경향을 강화할 우려가 높다. 금융위기 이후 오히려 금융세계화 기조를 유지·강화하는 FTA는 한국경제의 불안정성과 금융위기 가능성을 한층 높인다. 무역자유화와 수출-재벌 중심의 성장 전략 1997년 이후 수출 주도 성장 전략에 따라 한국의 무역규모가 급증한다. 수출입을 합한 한국의 무역규모는 1997년 2천 8백억 달러에서 2002년 3천7백억달러, 2007년 7천 2백억 달러, 2010년 8천 9백억 달러로 급증하였다(<그림 8> 참고). 1997년 이후 무역규모의 가파른 성장에 따라 한국경제의 무역의존도(국민총소득(GNI) 대비 수출입 비율)도 심화됐다. 2000년대 전반까지 70% 대에서 등락하던 무역의존도는 2006년 최초로 80%를 돌파한 이후 2007년 86%, 2008년 111%, 2009년 99%로 추세적으로 상승하고 있다(<그림 9> 참고). 동시에 1970-80년대 40-50% 수준으로 유지되던 수출의 경제성장 기여율은 1990년대 전반기까지 내수 확대로 다소 감소세를 보이다, 2001년 이후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이 수치는 2002년부터 2007년까지 매년 41%, 111%, 93%, 69%, 73%, 64%로 대단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그림 10> 참고). 이상의 사실로부터 한국경제가 무역 및 수출에 대한 의존도가 대단히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수출을 주도한 산업은 무엇인가? 아래 <표 3>을 보면 1990년대 후반 이후 반도체, 자동차의 수출비중이 크게 증가하고 있고, 2000년 이후에는 선박, 자동차, IT 제품이 꾸준히 수출 상위 5대 품목을 이루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수출 상위 5대 품목의 수출비중이 1990년대 30%대에서 2000년대에는 40%대로 상승한 것을 볼 때, 주요 품목에 대한 의존도도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세계화에 따라 국내 산업구조가 국제적 비교우위를 지닌 산업 위주로 재편됐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반도체·자동차·IT 등 선도산업을 중심으로 수출이 증가하면서 수출-재벌이 크게 성장한 반면, 여타 산업이나 중소기업은 성장이 지체됐다. 한편 1997년 이후 국내자본의 해외 직접투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그림 11> 참고). 해외 직접투자가 증가하는 것은, 앞서 확인했듯이 국내 이윤율의 하락에 따라 자본이 새로운 투자처를 찾아 국외로 이동하기 때문이다. 이는 1997년 이후 자본 이동 자유화 조치에 따라 더욱 확대되는 추세다. 국내자본의 해외 직접투자는 자본축적률을 하락시키는 주요한 원인이 되고 있다. 국내 자본의 해외 직접투자를 산업별로 보면 제조업이 2009년 말 현재 전체의 41.5%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지역별로는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지역이 46.0%를 차지하는데, 이는 아시아 지역에서 한국 중소기업의 저임금 활용 투자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투자 목적을 시계열로 살필 때 가장 특징적인 점은 현지시장 진출의 비중이 최근 들어 크게 증가하여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해외 현지법인의 대 한국 수입이 한국의 총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7년 기준 30%에 달한다. 반대로 현지법인의 대 한국 수출은 한국의 총수입의 11.9%에 달한다. 이러한 현지법인과의 수출입은 큰 폭의 흑자를 유지하여 전체 무역수지 흑자 기조에 크게 기여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그런데 해외 생산의 확대로 인한 기업 내 교역이 확대됨에 따라 수출이 국내에서 부가가치를 유발하는 효과가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수출의 부가가치 유발효과는 1990년 0.68에서 1995년 0.70으로 증가하였으나 1990년대 후반부터 해외생산이 확대되면서 2000년 0.63, 2003년 0.62, 2008년 0.53으로 하락하고 있다. 부품·소재 산업의 기반이 취약하여 기초소재 및 조립가공 제품을 중심으로 수입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도 수출의 부가가치 유발효과가 저하되는 요인 중 하나다. 이에 따라 수출기업의 호조가 내수기업의 성과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또한 생산 현지화는 생산비용 절감을 통해 대기업의 가격경쟁력과 매출액을 제고하는 데 효과적이나 1, 2차 기업의 동반 해외 진출로 수출이 감소하고 국내 산업 공동화를 낳는다. 대기업의 해외 조달 확대는 원가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유리한 반면 범용 부품의 수입 증가로 인해 1, 2차 내수 경쟁의 격화를 낳는다. 또 고환율 정책은 완제품 수출 대기업의 수출경쟁력을 강화하지만 원자재와 핵심 부품소재를 수입하는 중소기업의 원가경쟁력을 약화시킨다. 이로부터 수출 재벌의 활황에도 불구하고 국민경제의 소득, 고용이 호전되지 않는 이유를 유추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FTA가 체결되면 생산기지의 국외 이전이 더욱 촉진될 것이다. FTA는 투자 자유화를 위해 투자자의 소유권을 대폭 보장하는 조항을 다수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령 자동차 부문의 경우 국외 현지생산이 계속 늘어나는 추세인데, 이때 기존 한국 공장의 수출 물량은 미국 내 수요 증감을 보완하는 수준으로 맞추어지기 때문에 생산 신축성을 더욱 높여야 한다. 그리고 생산 신축성을 위해 비정규직 고용 유인이 더 커지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FTA의 관세철폐 효과로 무역이 증진되어 경제성장에 긍정적 효과를 미칠 것이라는 주장만 반복하고 있다. 그런데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미공개 보고서인 「기발효 FTA와 한미 FTA 발효 시 경제적 효과 분석」(2009.9)은 이전의 주장과 달리 한미 FTA 발효 15년 후 대미 무역수지가 71억 달러의 적자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기존 정부 주장의 신뢰성에 의문을 갖게 한다. 또 각국 정부의 FTA 경제성장 효과 예측이 대단히 자의적으로 이루어진다는 점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한편 한미 FTA로 인한 자동차 부문의 수출 증대효과는 2007년 원안 타결 당시에도 크지 않았는데 지난 연말 재협상으로 인해 그 효과가 더욱 악화된 것으로 평가된다. 요컨대, FTA를 통한 무역자유화의 확대는 수출-재벌 주도의 세계화를 가속화한다. 수출 재벌과 국민경제의 괴리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FTA가 발효될 경우 한국경제의 성장, 고용에 긍정적 효과를 가져온다는 정부의 주장은 신빙성이 떨어진다. 서비스산업 개방과 선진화 수출 주도 성장 전략의 결과, 2009년 현재 한국의 무역흑자 규모는 세계 흑자국 중 7위, 아시아 신흥국 중에서는 중국에 이어 2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2009년 G20 피츠버그 정상회의는 세계 금융위기 해결을 위해 ‘지속가능한 균형 성장을 위한 협력 체계’에 합의했다. 세계적 불균형 해소를 위해서는 무역적자국인 미국의 수입 축소와 흑자국인 중국 등 아시아 신흥국의 내수 증가가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는 요지다. 이런 맥락에서 최근 국내에서는 한국경제의 중장기 발전전략으로 내외수 균형성장이 강조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단순히 내수 비중의 확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수출의 고부가가치화를 통해 소득유발 효과를 높여 수출과 내수 간의 선순환 구조를 형성하자는 것이다(수출호조→소득확대→소비진작→투자확대). 그러나 앞서 살폈듯이 최근 수출 산업은 부가가치 유발효과가 감소하고 있다. 이는 수출산업이 제조업에 국한되며, 제조업 부문에서는 산업고도화 및 기술발전으로 인한 취업유발효과 제고에 한계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명박 정부는 김대중-노무현 정부와 마찬가지로 서비스 산업 선진화를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제시하고 있다. 한국경제는 성장과 고용창출력이 저하된 가운데 높은 대외의존도로 외부충격에 취약한 구조적 문제점을 지니고 있는데, 서비스산업 선진화가 이러한 구조적 문제점을 동시에 개선할 수 있는 대안이라는 논리다. 문제는 한국경제가 제조업 중심으로 성장한 결과 서비스산업 비중이 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이고 생산성도 대단히 낮다는 사실이다. 도소매·음식숙박업 등의 비중이 높고 보건의료·금융 등 고부가가치 업종의 비중이 낮음에 따라 생산성이 주요 선진국에 비해 낮고 제조업에 비해서는 절반 수준(2000-07년 평균 제조업 대비 54.7%)에 불과하다. 이로부터 정부는 FTA를 통해 서비스 시장을 개방할 경우 지식기반 서비스산업의 발전을 실현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산업간 융합이 늘어나고 제조업 생산과 서비스 부문에 대한 상호 투입의 비중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서비스산업의 발전은 제조업을 비롯한 전 분야의 경쟁력 강화의 선순환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정부는 수익성 있는 공공부문이나 보건의료와 같은 사회서비스를 ‘신성장동력’으로 간주하여 개방과 민영화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서비스산업 선진화는 다음과 같은 문제점을 낳는다. 1970-80년대 중심부 국가에서 서비스산업의 빠른 팽창을 주도한 것은 고기술의 지식집약적 서비스 부문, 그중에서도 주로 생산자 서비스 부문이었다. 반면 유통서비스나 개인서비스 부문은 낮은 성장을 보이며 고용 비중 또한 큰 변화가 없었다. 이 때문에 교육수준이 낮은 비숙련 노동자는 높은 실업률 하에서 오히려 노동시장 접근 기회가 줄어들었다. 또 노동시장에 진입하더라도 서비스 산업에 대한 새로운 통제 기법이 도입된 결과, 과거에 비해 높아진 숙련요구의 장벽에 부딪히게 되었다. 또한 이러한 서비스산업의 변화는 고용형태의 변화를 초래하여 파트타임, 기간제, 교대제, 임시직 등 불안전 고용의 증가를 초래했다. 특히 파견근로제가 정착함에 따라, 기업의 핵심적 업무의 유지를 위해 필수적이지만 쉽게 분리될 수 있는 경비, 청소, 식당 등의 업무 영역에서 고용불안이 확산된다. 또한 서비스 노동과정에 대한 내적 통제가 강화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역설적으로 기업에 대한 노동자의 헌신을 더욱 강화하기도 한다. 이는 고객서비스의 중요성이 커진 것과 연관된다. 다른 한편으로 복지 관련 사회서비스가 시장화되면서 감정노동이나 돌봄노동과 관련한 젠더 문제가 파생되기도 한다. 서비스산업 개방과 관련해서는, 특히 초민족적으로 활동하는 제약회사ㆍ보험회사와 관련된 보건의료 개방이 핵심적 문제다. 한미 FTA는 금융서비스 협정을 통해 민간보험 상품을 포괄적 허용(네거티브 리스트) 방식으로 규정하고 있다. 한EU FTA도 한미 FTA와 유사하게 금융부문 협상을 마무리했다. FTA가 발효되면 현재 무규제 상태에 놓은 민간의료보험에 대한 규제가 사실상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공적 건강보험이 침해될 가능성은 물론, 투자자-국가 분쟁해결절차에 따른 손해배상소송 피소 가능성, 투자자-국가 분쟁해결절차의 존재 자체로 인한 정부 규제 위축 효과 가능성도 있다. 한편 한미 FTA는 보건의료서비스를 ‘미래 유보’로 인정하고 있으나, 경제자유구역특별법과 제주특별자치도법에 의한 관련 특례는 예외로 하고 있다. 그래서 한미 FTA가 통과되면 경제자유구역과 제주도에 영리병원, 약국 혹은 이와 유사한 시설이 설치될 경우 이에 관한 규제 조치는 어떤 부작용이 발생하더라도 되돌릴 수 없게 된다. 또한 한미 FTA는 초민족적 제약회사의 이해에 적극 부합하는 조항을 다수 포함하고 있어 의약품 접근권을 심각히 침해한다. 한미 FTA는 의약품의 보험 적용과 가격 산정 기준을 명문화하고 모든 특허의약품의 ‘혁신성’을 인정함으로써 약가 상승 요인을 내포하고 있다. 또 지적재산권 관련 대표적 독소조항인 허가-특허 연계 제도에 따라 의약품 특허권자의 권리가 대폭 보장되는 반면 의약품 접근권이 제한된다. 사회운동의 대응 지금까지 우리는 금융자유화, 수출-재벌 중심 성장 전략, 서비스 개방을 중심으로 FTA가 한국경제에 끼칠 부정적 효과를 살펴보았다. 이를 요약하면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의 심화와 가속화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사회운동은 이명박 정부의 ‘FTA 글로벌 네트워크’ 전략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현재 정부·여당은 FTA 체제의 중핵을 이루는 한미 FTA와 한EU FTA를 조속히 국회 비준하려고 한다. 민주당은 2007년 체결된 한미 FTA 협정안에 대해서는 ‘선대책 후비준’이라는 기존의 당론을 유지하되 2010년 타결된 재협상안을 ‘굴욕·밀실·기만·불평등·퍼주기 협상’으로 규정하여 폐기하자는 기회주의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 한미 FTA범국본은 4월 임시국회에서 한EU FTA 국회 비준에 대응하는 한편 한미 FTA 국회 비준이 시도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6월에 투쟁을 집중해 나갈 계획이다. 그런데 범국본은 ‘광우병 쇠고기 촛불집회’ 이후 대중투쟁의 동력이 소진된 상황에서 FTA 대응 기조를 ‘이명박식 졸속 재협상 반대’로 설정함으로써 민주당을 한미 FTA 반대 진영으로 끌어들이는 데 주력하는 것 같다. 그러나 원칙적으로든 실질적으로든 민주당이 ‘반FTA’ 공조 대상이 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사회운동은 당면한 한EU FTA, 한미 FTA 국회 비준을 막아내기 위해 투쟁 흐름을 살려야 한다. 민주노총이나 전농, 진보정당 등 주요 사회운동 조직들은 5-6월 FTA를 이슈로 집중 투쟁 계획을 세우고 다시 한 번 교육·선전과 조직화에 나서야 한다. 대중적 투쟁을 통해 FTA 반대 여론을 확산해야 한다. 동시에 사회운동은 ‘FTA 글로벌 네트워크’에 대한 민중적·국제적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정부가 무차별적으로 FTA를 추진하는 상황에서 특정 FTA에 개별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한계가 자명하다. 그렇다면 일부 진보학계와 사회운동에서 거론되는 대안적 지역주의나 공정무역론은 대안이 될 수 있나. 우선, 한미 FTA에 반대하면서 ‘동아시아 경제공동체’와 같은 대안적 지역통합을 주장하는 논자들이 있다. 그런데 동북아시아 지역통합이 가능하려면, 우선 유럽연합(EU)에서 독일과 같은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지역 헤게모니 국가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한중일 3국의 민족 갈등의 역사에 비추어볼 때 이는 현재로서 무망하다. 무엇보다 한중일 3국이 대미 수출 달러 환류를 통해 미국의 이중적자 구조를 지지하는 상황, 특히 미국이 ‘개방적 지역주의 구상’에 따라 아시아태평양자유무역지대(FTAAP) 구상을 현실화하려는 상황에 비추어볼 때 이와 같은 구상은 현실성이 없다. 그렇다고 해서 라틴 아메리카에서 베네수엘라, 쿠바, 볼리비아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지역통합 모델(ALBA-TCP)이 한국이나 동아시아에 적용될 수도 없다. ALBA의 경우, 단적으로 베네수엘라의 석유지대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2008년 미국 민주당 의원들이 발의한 신통상법(‘Trade 법안’)을 참고삼아 한국에서도 통상 관련한 원칙과 기준을 법제화하자는 구상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 제시되는 ‘공정무역’이 바람직한 무역의 원리를 표현하는지에 대해서는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공정무역’은 대체로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의미로 사용된다. 첫째, 후진국에서 선진국으로 수출되는 품목에 대해 ‘공정한 가격을 지불하자’는 소비자운동에서 ‘공정무역’ 개념이 사용된다. 둘째, 미국이 1980년대 이후 기존의 역개방 정책을 철회하면서 ‘상대방이 개방하는 만큼 우리도 개방한다’고 주장하는데 이때 ‘공정무역’ 개념이 동원된다. 그런데 무역에서 ‘불평등교환’이 발생하는 것은 (경제외적 요소를 제외한다면) 국가 간 기술력·생산력 격차에 따라 부등가교환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무역에서 부등가교환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선진국과 후진국의 기술 격차가 축소되어야 하며, 또 이를 위해서는 (노동자 국제연대를 통해) 국가 간 임금 격차를 축소함으로써 후진국의 기술진보를 추동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점에 비추어볼 때, 소비자운동의 맥락에서 제기되는 공정무역론은 부등가교환을 지양하기 위한 노동자 국제연대의 의제에 미달한다. 또한 ‘쌍방의 동등한 개방’이라는 맥락에서 제기되는 공정무역론은 개방 부문과 수위를 둘러싼 지배계급 내부 갈등에 휘말리는 매개가 될 수도 있다. 다른 한편으로, 만일 이러한 발상을 실행에 옮기려 할 경우 2011년 국회 비준 과정 또는 2012년 총선·대선 과정에서 민주당을 포함하는 야권연대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것은 실행 불가능할뿐더러 바람직하지 않다. 무역이나 통상과 관련한 대안적 원칙과 기준을 제시하려면 무엇보다 노동자 농민 등 대중운동의 요구를 충실히 반영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매개로 대중투쟁을 활성화하면서 정세의 주도성을 확립해야 한다.
미국 오바마 정부는 기존 동맹을 유지하면서도 다자적으로 동아시아 공동체 형성에 적극적으로 관여하고 있다. 기존에 미국은 아세안+3과 같은 아시아만의 공동체에 일본 등 친미 국가들을 간접 조종하여 반대해왔다. 하지만 이제 그런 태도에서 다소 벗어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아시아 내의 다자적 협력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동아시아에서 미국이 외곽으로 밀려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인도, 호주, 뉴질랜드, 미국이 포함되는 동아시아 구상으로 중국을 견제하고 있다. 미국은 전통적인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의 기능을 강화하면서, 아시아 주변의 많은 국가가 참여하는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도 참여했다. 이는 아세안+3을 통해 지역 내 헤게모니를 추진하는 중국과 경쟁하는 구도이다. 아시아태평양자유무역지대(FTAAP), 환태평양파트너십(TPP)을 중심으로 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기존 자료를 요약 정리했다. [참고] 아세안+3 정상회의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에 일본, 중국, 한국 등 3개국을 포함시킨 정상회의. 동남아지역의 공동안보 및 자주독립 노선의 필요성 인식에 따른 지역협력 가능성을 모색하기 위해 1967년 설립된 아세안(ASEAN)은 창설 30주년을 계기로 1997년부터 정상회의의 개최시마다 한중일 정상을 초청하여 회의를 염. ASEAN 회원국은 브루나이,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라오스, 말레이시아, 미얀마, 필리핀, 싱가포르, 태국, 베트남 등 10개국. [참고] 동아시아정상회의(EAS) 2005년 처음으로 개최됨. 원래 아세안+6 정상회의였으나, 2010년 미국과 러시아의 공식 참가가 결정됨 현재 18개국(아세안+3, 인도, 호주, 뉴질랜드, 러시아, 미국). 미국무역대표부의 보고서 미국무역대표부(USTR)가 발간한 「2011년 대통령 통상 정책 의제 보고서」는 미국에게 아시아 태평양 지역이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지역이라는 사실을 또 다시 지적했다. APEC 회원 21개국은 2009년 세계무역의 43%, 세계 GDP의 55%를 차지했다. 2010년 미국과 APEC 회원국과의 상품 무역규모는 2조 달러였고, 서비스의 경우 2780억 달러(2009년 기준)에 이른다. 보고서는 아태지역에서 무역과 투자의 자유화를 촉진하는 것이 APEC의 핵심적인 역할이라고 보고 있다. 특히 2010년 일본 APEC 정상회의의 성과를 이어받아서 2011년 미국 APEC 정상회의에서 실질적이고, 구체적이며, 야심찬 결과를 이끌어내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보고서는 미국은 APEC을 통해서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경제 통합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FTAAP는 TPP과 같은 존재하는 지역협정의 발전을 통해서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미국무역대표부는 TPP도 강조했다. 2009년 12월 미국은 아시아 태평양 지역 무역 협정인 환태평양파트너십 참가를 공식 발표했다. 미국은 환태평양파트너십을 높은 수준의 포괄절인 지역협정으로 만들려고 한다. 보고서는 이 협정이 완성된다면 아시아 태평양 지역 경제 통합의 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고서는 새로운 TPP 협정이 완성된다면 이전의 무역 협정에는 없었던 새로운 조항들을 포함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에는 미국 기업들과 새로운 시장인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관계를 더욱 밀접하게 만드는 조항, 규제 시스템을 미국 기업에게 친숙하게 만드는 조항, 중소기업을 지원하여 일자리 창출과 세계시장 참여를 촉진하는 조항 등이 포함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미국은 TPP의 참가국을 아시아 태평양 지역으로 확대하려는 장기적인 목표를 가지고 있고, 이는 모든 TPP 참가국들도 공유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APEC의 FTAAP 논의 2010년 11월 일본에서 개최된 18차 APEC 정상회의에서 정상들은 지역경제 통합을 다시 강조하는 선언문을 채택했다. 특히 APEC 정상들은 FTAAP 실천을 위해 APEC이 ‘부화기’의 역할을 담당하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화기라는 표현은 반드시 APEC을 통해서 지역경제 통합을 이루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경로를 인정하고 이를 APEC이 촉진하는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향후 APEC에서 FTAAP를 주축으로 하는 경제공동체 형성에 관한 구체적인 논의가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대해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서 발표한 『보고르 목표 이행 평가와 APEC 경제통합과제』라는 보고서는 올해 APEC 의장국인 미국의 전략을 다음과 같이 분석했다. FTAAP에 상당히 신중하던 미국이 2007년경부터 입장을 바꿔 적극적으로 변한 까닭은 다음과 같다. ①FTAAP를 도하개발아젠다(DDA)의 촉매로 활용하고자 하고자 한다. 이미 미국은 우루과이라운드 타결을 위해 1993년 빌 클린턴 대통령이 1차 APEC 정상회의를 소집하여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이라는 대안이 있음을 EU 등에 과시한 압박전략을 사용한 바 있다. ②동아시아 소지역주의 확대에 대한 경계하기 때문이다. 미국으로서는 아시아 지역에 대한 경제패권을 상실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로 전개되는 상황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전략의 하나인 FTAAP 구상은 잃을 것이 없는 선택이다. 다만 미국은 FTAAP 이행 시 기술적인 제약이 따르는 APEC 주도의 협상을 선호한다기보다는 현실적으로 실천 가능한 다양한 접근을 모색할 것이다. 최근 미국은 동아시아정상회의에 참가하고, TPP에 참가하는 등 지역경제협력체 활용을 위한 기반조성에 힘쓰고 있다. 한편 일본 역시 APEC의 경제통합 활동을 통하여 자국경제 성장의 활로를 찾겠다는 강한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일본은 FTAAP 논의 초기 단계에는 다소 관망자적 자세를 취해왔다. 그러나 역사, 정치, 경제적 관계가 복잡한 한국이나 중국과의 FTA 체결이 어렵고, 높은 수준의 개방과 제도개혁이 요구되는 미국, EU 등과의 FTA 추진도 용이하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일본은 APEC의 경제통합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자세를 통해 국내 경제개혁과 FTA 확대를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중국은 현 단계에서 FTAAP 논의가 장기적인 가능성을 타진할 수 있는 연구대상 이상으로 확대되는 것을 희망하지 않는다. 중국은 인접지역과 개도국을 우선으로 하는 자국 중심의 전략적 FTA 추진에 전략적 우선권을 부여하고 있다. 중국으로서는 FTAAP가 추진될 경우 예견되는 높은 수준의 자유화 및 제도 개혁이 부담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미국과의 경제주도권 문제도 있다. 따라서 중국은 FTAAP 논의를 장기적 차원의 대안 가운데 하나로만 받아들이고 있을 뿐이며 논의 범주가 가능성 타진 수준을 벗어날 경우 FTAAP을 포함한 APEC의 지역 통합 논의 전반에 대하여 소극적 반대 자세를 견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TPP 추진 TPP는 2003년 싱가포르, 뉴질랜드, 칠레가 협상을 시작하였고, 2005년 브루나이가 참여하여 2006년 4개국이 협약을 체결했다. 이를 4개국의 TPP, 약칭 P4 또는 TPP4라고 부른다. 협약이 체결되자 4개국은 APEC 회원국에게 추가 참여를 요청했다. 2008년 호주, 페루, 베트남이 참여 의사를 밝혔다. 2009년 미국에 오바마 대통령도 참여 의사를 밝혔고, 2010년에는 말레이시아도 뒤따랐다. 따라서 2010년부터 9개국이 새로운 TPP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미국은 2011년 11월 자국의 하와이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 때까지 협상을 타결한다는 시한 목표를 정해두고 있다. 여러 보고서들이 미국의 TPP 추진의 공통된 배경을 지적하고 있다. 첫째, 세계무역기구의 도하개발아젠다(DDA) 협상이 오랫동안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고 다른 국가들을 압박할 필요가 있다. 둘째, 동아시아 지역에서 미국의 위상을 높이고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서다. 나아가 경제위기 이후 수출 확대를 통해 국내 경제의 어려움을 풀려고 하는 미국의 경제 정책도 지적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미국은 TPP를 기반으로 FTAAP를 형성하고자 하는 새로운 전략을 추진하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TPP는 조기에 타결된다고 해도 미국에는 경제적으로 별다른 실익이 없는 FTA다. 말레이시아와 호주를 제외한 다른 국가들은 시장규모가 미미한 국가이고, 협상대상 8개국 중 4개국과는 이미 FTA를 체결하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미국이 TPP를 추진하려는 이유는 TPP가 성공적으로 타결되었을 경우 예상되는 전략적 이익을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기대하듯이 TPP 협상이 성공적으로 타결되어 높은 수준의 포괄적인 FTA로 기능할 경우, TPP가 아시아 태평양 지역과의 경제적 연결고리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나중에 가입하는 나라들은 미리 만들어 놓은 TPP의 높은 수준의 무역자유화의 규율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를 통해 아시아 태평양 지역 시장의 개방과 자유화를 도모할 수 있다는 것이 미국의 계산이다. 미국은 TPP를 추진했던 핵심국가인 싱가포르와 칠레와는 이미 FTA를 체결한 상태이고, 이들이 P4 협상의 토대로 삼았던 협정문은 이들 국가가 미국과의 FTA 협상에서 사용했던 것에 기초를 두었다. 따라서 P4 협정문은 미국식 FTA 모델을 따르고 있다. 또한 호주와 칠레도 미국과 이미 FTA를 맺고 있기 때문에 이들 분야에서의 이들과의 추가적인 협상은 최소화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보면 TPP 8개국 협상에서 미국이 실질적으로 협상을 진행해야 하는 나라는 뉴질랜드와 말레이시아 2개국에 불과하다. 베트남, 브루나이는 경제발전 격차 및 규모의 차이 때문에 미국의 실질적인 시장개방 협상 대상국이 되기 어렵다. 결국 미국의 관점에서 보면 TPP는 최소한의 협상비용으로 아태지역을 포괄하는 FTA를 자국이 원하는 수준으로 유도하여 체결할 수 있는 방안이며, 이를 바탕으로 추후에 상대적으로 시장규모가 큰 국가들을 추가 가입시킴으로써 무역개방과 시장 확대를 도모할 수 있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그러나 TPP 협상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 이유는 첫째, 미국을 비롯한 주요 참여국이 모두 농수산물을 주요 수출품목인 국가들인데, TPP가 높은 수준의 FTA를 추구하고 있으며, 농수산물 분야에서 양자 FTA를 넘어서는 수준의 무역자유화를 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협상타결이 용이하지 않을 수 있다. 둘째, TPP 협상이 성공적으로 타결되더라도 현재로서는 미국 정치 사정상 의회 비준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의회에 의한 협상결과의 수정 가능성이 여전히 존재하며, 이는 추가 회원국 가입을 유도하는 데 장애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 경우 TPP를 통한 아태지역 무역자유화의 확산이라는 미국의 의도는 실현되기 어렵거나, 실현에 장기간이 소요될 가능성이 있다. 만약 한미 FTA가 미국의 국내 상황으로 장기간 동안 비준되지 않고, 반면에 TPP 협상이 성공적으로 마무리 되고 회원국이 확대된다면 한국에게 TPP에 참여하라는 요청이 있을 수 있다. 미국의 아시아 태평양 지역 통상정책의 무게중심이 한미 FTA와 같은 전략적 무역상대국과의 양자 FTA에서 TPP같은 선택적 다자 FTA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TPP의 진전 정도에 따라 크게 달라질 상황이다. 한편 TPP에 관심을 보인 일본의 참가 여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전망이 많다. TPP 참가는 일본 농업의 대규모 구조조정을 전제로 하는데, 이를 실현할 일본 민주당의 정치적 리더십이 취약하기 때문이다. 단기적으로는 대지진과 핵발전소 사고로 일본 국내 상황이 더욱 부정적으로 변했다.
미국 노동조합의 무역, 노동기준 연계 전략에 대한 평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한국 정부가 서명한 FTA에 노동조항(labor provision)이 포함되는 최초의 사례다. 이는 미국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한국정부는 미국정부가 제시한 핵심 노동조항에 대해 부정적 의사를 표명했지만 미국은 의회비준의 전제조건이라며 2007년에 수정안까지 제시하고 결국 관철시켰다. 미국노총(AFL-CIO)은 1990년대 중반 이후 무역협정에 체결국의 노동ㆍ환경기준을 향상시키기 위한 조항이 포함되어야 한다는 무역, 사회조항 연계를 요구했다. 미국 정부는 FTA에 대한 지지를 끌어내려는 목적으로 이러한 요구를 일부 수용했다. 하지만 AFL-CIO는 한미 FTA에 대해 노동ㆍ환경조항이 여전히 미흡하고 실패한 무역모델을 답습하고 있다며 분명한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이 글은 다음과 같은 문제를 다루고자 한다. 첫째, 미국식 FTA 모델에서 노동조항은 어떤 기본구조와 특징을 지녔는가. 둘째, 한미 FTA의 노동조항은 미국이 그 이전에 체결한 것에 비해 어떤 차이가 존재하는가. 셋째, 1994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발효 후 노동조항 이행은 어떻게 이루어졌는가, 긍정적 결과를 낳았다고 평가할 수 있는가. 넷째, 그에 비추어 볼 때 한미 FTA 노동조항은 조금이라도 유의미한 효과를 발휘할 수 있겠는가. 다섯째, 미국 노동조합이 추구하는 국제적인 노동권 강화는 어떤 맥락에서 제시되었는가, 그 함의는 무엇인가. 여섯째, 미국 노동조합이 그 수단으로 제시하는 무역 노동기준 연계에 대해 한국 노동자운동은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한미 FTA 노동조항의 기본 구조와 특징 1994년에 발효된 NAFTA는 미국이 맺은 FTA에 노동조항이 포함된 최초의 사례다. NAFTA에는 노동ㆍ환경조항이 부속협정 형식으로 포함되었다. 이중 노동협정을 북미노동협력협정(NAALC)이라고 부른다. 또한 미국이 맺은 양자 간 FTA에서 노동조항이 설치된 최초의 사례는 2000년 10월에 체결한 요르단과의 협정이다. 2003년 이후 미국이 체결한 14개국과의 FTA에도 노동조항이 포함되었다. 이스라엘과 맺은 협정만 예외다. 한미 FTA 노동조항의 원형은 북미노동협력협정이기 때문에 핵심적 특징을 공유한다. 그렇다면 북미노동협력협정의 특징은 무엇인가. 첫째, 협정 체결국에 대해 노동법이나 기준을 상호조율하거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지 않는다. 둘째, 협정 체결국에 노동관련 당국(노동부)을 대체할 새로운 노동법 집행기관의 설립을 요구하지 않는다. 셋째, 노동 분쟁과 관련하여 고용주의 유죄 여부를 판결하거나 위반자들에게 시정조치를 명령하기 위한 증거를 수집하는 초국가적인 법원을 설립하지 않는다. 결국 북미노동협력협정의 핵심개념은 체결국이 법 내용이나 법 집행 권한 및 절차에 대해서는 주권을 유지하되 체결국이 ‘자국의 노동법을 효과적으로 집행(enforcement)’하도록 촉진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체결국은 공동으로 노동 문제와 노동법 집행 문제를 검토할 수 있는 제도를 수립해야 하며, 이는 구체적으로 당사국이 국내 노동법의 집행 현황에 대한 국제적, 독립적인 비판적인 검토와 평가, 심지어 중재의 가능성을 수용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한미 FTA의 기본 특징은 큰 틀에서 NAFTA과 거의 유사하다. 하지만 큰 차이가 있다면 분쟁해결 절차가 NAFTA의 사례처럼 중재를 통한 노동환경 개선보다 직접적인 무역제재에 상당히 무게를 싣는 형태로 최종 타결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먼저 한미 FTA 노동조항의 기본구조를 살펴보고 그 의미와 특징을 검토하자. 1) 한미 FTA 노동조항의 기본구조 한미 FTA의 19장은 노동조항으로 구성되어 있다. (따라서 이를 노동 장(labor chapter)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글에서는 두 표현을 모두 사용한다.) 노동 장은 양국 정부가 국제노동기준 준수를 위해 다음과 같은 의무를 부담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첫째, 국제노동기준을 법제화해야 한다. “작업장에서의 기본원칙 및 권리에 관한 국제노동기구의 선언과 그 후속조치에 기술된 대로 자국의 법 및 규정, 그리고 그에 따른 관행에서 다음의 권리를 채택하고 유지한다. 가. 결사의 자유 나. 단체교섭권의 효과적인 인정 다. 모든 형태의 강제적 또는 강요에 의한 노동의 철폐 라. 아동노동의 효과적 폐지, 그리고 그 협정의 목적상 가혹한 형태의 아동노동의 금지 마. 고용 및 직업상의 차별의 철폐.” (19.2조 기본노동권 1항) 둘째, 무역, 투자 촉진을 위해 국제노동기준을 저하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어느 쪽 당사국도 양 당사국간의 무역 또는 투자에 영향을 미치는 방식으로 [19.2조 기본노동권] 제1항을 이행하는 자국의 법률 또는 규정의 적용을 면제하거나 달리 이탈하거나, 또는 적용을 면제하겠다거나 달리 이탈하겠다고 제의하지 아니한다.” (19.2조 기본노동권 2항) 셋째, 국제노동기준이 반영된 노동법을 효과적으로 집행해야 한다. 노동권에 대한 절차적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어떠한 당사국도 이 협정의 발효일 이후, 양 당사국간 무역 또는 투자에 영향을 미치는 방식으로, 작위 또는 부작위의 지속적 또는 반복적 과정을 통하여 19.2조 제1항에 따라 자국이 채택하거나 유지하는 노동법을 포함한 자국의 노동법을 효과적으로 집행하지 못하여서는 아니 된다.” (19.3조 노동법의 적용 및 집행 1항) “각 당사국은 특정한 사안에 있어서 자국 법에 따라 인정된 이해관계를 가진 인이 자국 노동법의 집행을 위한 재판소에 대한 적절한 접근권을 가지도록 보장한다. 그러한 재판소는 행정·준사법·사법 또는 노동재판소를 포함할 수 있다. 각 당사국은 자국 노동법의 집행을 위한 그러한 재판소의 절차가 공정하고 공평하며 투명할 것을 보장한다.” (19.4조 절차적 보장 및 대중 인식 1항, 2항) 넷째, 국제노동기준 준수를 담보할 수 있는 장치를 도입, 운영한다. 즉 공중의견제출제도, 정부 간 협의절차, 분쟁해결제도를 통해 국제적으로 인정된 노동권을 보호한다. 이를 간략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한국과 미국 정부는 노동 장을 이행할 목적으로 노동부 내에 접촉선 역할을 하는 부서를 지정한다. (NAFTA의 경우, 행정사무국(NAO)이라고 불렀다.) 접촉선은 노동 장과 관련된 사안에 대해 한국과 미국의 개인, 집단이 제출한 의견을 접수하고 신속하게 검토한다. 이를 공중의견제출제도라고 부른다. 그리고 당사국은 상대방 접촉선을 통해 협의를 요청할 수 있다. 양국은 만족스러운 해결에 도달하기 위해 신속히 모든 시도를 취하며, 어떤 사람이나 기관에 자문이나 지원을 구할 수도 있다. 협의가 사안을 해결하지 못하는 노동협의회를 소집할 수 있다. 노동협의회는 한미 양국의 노동부와 그밖의 적절한 기관, 부처의 고위 공무원으로 구성되는 것으로 노동 장의 이행을 감독하는 기관이다. (이를 정부 간 협의절차라고 부른다.) 노동협의회가 60일 이내에 사안을 해결하지 못하면 일반분쟁해결절차가 개시된다. 2) 한미 FTA 노동조항의 특징 ① 국제노동기준의 법제화 조항 우선 ‘국제노동기준을 법제화해야 한다’는 의무가 곧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을 의무화한 것이 아니라 다만 핵심 노동기준을 자국 노동법과 관행으로 채택, 유지하도록 한다는 것을 정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특히 미국은 핵심 협약을 비준한 경우가 한국보다 더 적기 때문에 한미 FTA 체결이 양국 정부에 협약 비준 압력을 행사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그런데 한미 FTA에서 법제화 의무를 규정한 표현이 과거 미국이 맺은 FTA에 비해 더 강해졌다는 점이 특기할 만하다. 예를 들어 미국-싱가포르 FTA은 “노력해야 한다”(shall strive to~)는 문언 형식을 취해서 국내법 정비는 체결국의 법적 의무라기보다는 일반적 노력의무로 간주될 수 있었다. 반면 한미 FTA는 “해야 한다”(shall~)는 문언 형식을 취했다. 하지만 여전히 한국 정부는 “ILO 기본권선언은 ILO 미비준국가인 경우에도 기본권에 관한 원칙을 존중, 증진, 실현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바 이는 ILO 회원국으로 당연하게 준수하고 있는 의무이기 때문에 한미 FTA로 인해 추가적인 의무가 발생하는 것이 아니며, 그 자체로 국내법령을 제ㆍ개정할 의무가 발생하는 것은 아님”이라고 밝히고 있다(노동부, ‘한미 FTA 노동분야 추가협의 결의’, 2007.6.29). 또한 노동부는 의무 위반으로 분쟁대상이 되기 위해서는 무역투자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상대국이 입증해야 하므로 실제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은 많지 않다고 주장하였다. 결국 한국 정부는 기본노동권 법제화 조항이 담겨 있다고 하더라도 기본 협약을 비준할 필요도 없고, 국내 노동법을 개정할 필요도 없다고, 즉 아무 것도 바뀌는 것은 없다고 주장하고 있는 셈이다. ② 무역, 투자를 촉진을 위한 노동기준 저하 금지 조항 이 조항은 협상 과정에서 양국 정부 간 핵심 쟁점 중 하나였다. 한국 정부는 국제기준을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국내 노동법의 보호수준을 조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었고, 미국 정부는 국내 노동법의 기존 보호수준은 저하될 수 없다는 입장을 제시했다. 한국 정부는 현행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서 국내 노동법에 대한 예외를 인정하는데(예를 들어 경제자유구역에서는 무급 주휴를 인정한다), 이 조항이 국내 노동법상 보호수준을 저하는 것으로 해석되어 분쟁의 소지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한 것이다. 기업의 입장에서 이 조항에 우려를 표명한 또 다른 논리를 보면, 미국은 ‘해고의 자유’ 법리를 채택하고 있으나 한국은 해고에 정당한 사유가 존재하는지 여부를 사용자가 입증하지 않으면 고용관계를 정리하기 어렵다. 따라서 미국은 노동시간과 임금에 관한 규제를 면하기 위해 고용관계를 종료시키는 게 수월하지만 한국은 해고가 제한되기 때문에 노동시간과 임금에 관한 규제 완화를 추진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분쟁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 정부는 이 조항에 반대했지만 결국 협정문에 포함되었다. 하지만 노동부는 이 역시도 “기본 노동권이 아닌 사항에 대해서까지 금지하는 것은 아니며, 기본 노동권 관련 사항에 대해서도 기본 노동권에 위배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기준을 낮추어 적용하는 경우까지 금지하는 것은 아님”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노동부는 “한국 노동법에서만 규율하고 있는 것이 확실한 연차 휴가, 휴일은 협정문 적용대상이 되지 않음을 명백히 했다”고 밝혔다. 또한 “향후 노동협정의 이행을 관장하는 기구인 노동협의에서 양국 노동법을 비교 검토할 수 있도록 하였다”고 하여 협정문 적용대상의 ‘형평성’을 확보하겠다, 즉 한국에서 임금과 노동시간의 규제 완화를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표명하고 있다. ③ 노동법의 효과적 집행, 절차적 권리(사법적 권리) 보장 우선 협정이 지시하는 바가 체결국 정부가 모든 노동법이 아니라 협정문에 명시된 국제노동기준과 직접 관련된 노동법에 한해 효과적인 집행 의무를 담당해야 한다는 의미라는 사실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각 당사국들은 법 내용이나 법 집행 권한, 절차와 관련하여 주권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협정 문안에는 “이 장(19장 노동)의 어떠한 규정도 당사국의 당국이 다른 쪽 당사국의 영역에서 노동법 집행활동을 수행하도록 권한을 부여하는 것으로 해석되지 아니한다”(19.4조 절차적 보장 및 대중 인식 2항)는 조항이 포함되어 있다.) 한편 북미노동협력협정에는 ‘사법부의 판결이 수정되거나 재검토되지 않는다’고 명시했고, 미국-호주 FTA도 ‘노동협정상 어떠한 규정도 당사국 사법부의 재판에 대한 심사요구로 해석되어서는 안 된다’는 규정을 별도로 두었다는 점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 법률 ‘집행’ 개념을 넓게 해석하여 입법과 사법도 포함되는지가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사법의 경우는 사법기관의 판단이 타당한가 여부를 두고 양국 간 주권이 마찰할 소지가 있다는 문제가 있다. 따라서 미국이 추진하는 노동조항은 사법기관의 구체적 판례가 논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면서 다만 ‘절차적 권리 보장’, 즉 사법절차의 공정성, 객관성, 투명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조항이 담겼다. ④ 공중의견제출제도, 정부간 협의절차, 분쟁해결제도 우선 공중의견제출제도는 양국 정부의 행정 조치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지 개별 기업의 행위 그 자체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 즉 기업의 노동법 위반 사례가 있을 경우 해당국 정부가 노동법에 따른 시정 조치를 지속적으로 집행하지 않을 경우에 문제를 삼는다는 것이다. 협상 과정에서 한국 정부는 공중의견제출제도, 분쟁해결제도가 새로운 제도이며 도입될 경우 정치적, 행정적 부담이 과다하게 발생할 수 있다는 근거로 수용이 어렵다고 주장했다. 반면 미국 정부는 의회비준의 전제조건이라고 강조했고, 결국 제도들이 도입되었다. 그런데 한미 FTA 노동 조항의 분쟁해결 절차는 정부 간 협의를 통한 노동환경 개선을 넘어서 직접적인 무역제재 가능성을 약간 더 확대했다는 특징을 지닌다. 첫째, 한국 내에서는 ‘공중의견제출제도의 오남용을 막기 위해’ ▲자국의 협정문 위반사항에 대해서는 이의 제기를 허용하지 않거나(북미노동협력협정은 심의대상 범위를 타당사국 영토에서 발생하는 노동법 관련 사항으로 규정했다) ▲각국의 협정문 이행기관이 먼저 의견을 접수하여 스크린한 후 상대국에 통보, 협의하는 방식을 취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다. 그러나 한미 FTA 노동 장에서는 이러한 제한이 가해지지 않았다. 둘째, 북미노동협력협정은 노동기준을 세 영역으로 구분하여 각각 이행절차를 달리하지만, 한미 FTA 노동 장은 그러한 명시적 구분이 없다. 셋째, 2007년 4월 타결안은 노동 장의 모든 의무 불이행을 특별분쟁해결절차에 따르도록 하였지만, 6월 재협상안은 일반분쟁해결절차와 연결하여 일반 상품관련 분쟁과 동일한 해결절차를 적용하기로 했다. 특별분쟁해결절차에 따르면 분쟁해결심판기구의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는 경우 무역제재 전에 벌과금을 부과하며(건당 최대 1,500만 달러), 납부된 벌과금은 공동위원회가 설치한 기금에 납부되어 위반국의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 사용된다. 하지만 일반분쟁해결절차를 따르게 되면 시정명령 위반에 대해 바로 무역제재가 가능하다. 위반국의 선택에 의해 벌과금 납부도 가능하나, 이는 제소국에 주는 배상의 성격을 띠게 된다. 따라서 한미 FTA 노동 장의 최종 타결 문안이 변화했다는 것은 그만큼 협정문상 의무 이행 강제력이 커졌다는 것을 뜻한다. 하지만 여전히 강력한 제약이 동반된다는 사실도 확인해야 한다. 첫째, 협정 위반에 대한 제소가 모두 접촉선에 의해 검토되는 것은 아니다. 협정 부속서한에 따라 ▲자국에서 먼저 구제절차를 요청하지 않거나 ▲ILO에서 검토 중인 사안이 결론이 나기 전이나 ▲중복, 유사한 내용을 복수로 공중의견을 제출하는 것은 검토 대상이 되지 않도록 할 수 있다. (이는 북미노동협력협정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둘째, 한미 양국은 무역이나 투자에 끼치는 효과가 입증될 수 있는 실질적인 경우에만 분쟁해결절차에 회부한다는 내용의 미 무역대표부 명의의 서한을 한국 측에 송부키로 하였다. 따라서 한국정부는 노동 장 관련 사안이 실제 분쟁해결절차에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북미노동협력협정의 이행 사례와 함의 그렇다면 만일 한미 FTA가 비준, 발효된다면 노동 장은 어떤 기능을 할 것인가. 아직 한미 FTA가 비준, 발효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이를 예측하는 것은 이른 일이다. 하지만 NAFTA의 이행 사례를 검토하면서 노동 장에 대한 평가 시각을 가다듬을 수 있다. NAFTA가 발효된 1994년 이후 2005년까지 제기된 공중의견제출제도 사례는 총 34건이다. 위반 국가별로 보면 미국정부 11건, 캐나다 정부 2건, 멕시코 정부 21건이다. 기본권 유형별로 보면 결사의 자유와 단결권 사항 25건, 단체교섭 관련 사항 11건, 파업권 관련 사항 3건, 아동노동 관련 사항 2건, 채용·고용상 차별 관련 사항 5건, 최저근로기준 관련 사항 12건, 산업안전보건 15건이다(사항별 중복 가능). 정부조치 유형별로 나누면 노동법 집행, 절차적 권리보장 관련 사항이 대부분이며, 노동입법에 관한 사항은 1건이다. 처리 결과를 보면 검토 거부 8건, 공청회 개최 16건, 장관급 회의 개최 14건으로 중재패널 단계까지 가거나 집행추징금 또는 무역제재가 가해진 경우는 없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NAFTA는 기본 노동권 사안별로 이행 단계를 달리했다는 사실에 유의해야 한다.) 그럼 몇 가지 사례를 보자. 1) 북미노동협력협정 이행 사례 ① 1994년 멕시코 마킬라도라 소니(MDM) 사례 이 사건은 1994년 1월 NAFTA가 발효된 후 미국 행정사무국이 접수한 세 번째 사례다. MDM은 소니 자회사로 멕시코 마킬라도라에 5개 공장을 운영했다. 1994년 10월 국제노동권기금, 멕시코 전국민주법률가연합, 마킬라도라정의연합, 미국친우봉사회 등 4개 단체는 멕시코 정부가 결사의 자유에 관한 의무를 위반했다고 제소했다. 제소자는 노동자가 노동조합을 조직하려고 시도하자 MDM 회사 측이 위협과 압력을 가하고 결국 해고를 자행했으며, 회사 경영진이 기존 노동조합과 지역 당국과 결탁하여 경영진의 요구에 순응하는 노동조합 지도부를 선출하려 했으며, 멕시코 당국은 독립노조의 등록을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최저임금, 노동시간 등 노동기준에 관한 제소도 있었으나 ‘멕시코 노동법에 따라 멕시코에서 먼저 구제절차를 요청하지 않았다’는 근거로 검토 대상에 포함되지 못했다.) 제소자의 요청사항은 ▲미국 NAO가 NAALC 16항 규정에 따라 사건을 검토할 것 ▲미국 NAO가 텍사스 라레도에서 공청회를 열고 증인을 위해 통역과 비자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 ▲멕시코가 소니사에 국제협약과 자국 노동법을 준수하도록 요구할 것 ▲미국 NAO가 NAALC 22조에 따라 장관급 협의를 열도록 미국 노동부장관에게 권고할 것이었다. NAO는 절차 가이드라인에 따라 접수된 진정 건을 심사대상으로 할 것인지를 60일 내에 결정해야 하며, 공개보고서를 120일 내에 공표해야 했다. NAO 심사의 목적은 MDM사가 멕시코 노동법을 위반하였는지 여부를 가려내는 것이 아니라 멕시코 정부가 NAALC에 규정된 의무, 즉 ▲결사의 자유를 보장하도록 자국 노동법을 효과적으로 집행하고 ▲노동법과 단체협약이 시행되도록 재판소에 적절한 접근권을 가지도록 하며 ▲재판소의 절차가 공정, 평등, 투명하게 진행되도록 보장하였는지 여부를 검토하는 것이었다. 특히 북미노동협력협정에서 결사의 자유 사안은 (한미 FTA와 달리) 무역제재의 대상이 되지 못하고 장관급 협의까지만 가능하기 때문에 이를 전제로 하여 심사가 진행되었다. 미국 NAO는 1995년 2월 13일 멕시코 샌안토니오에서 공청회를 개최했고(NAO는 공청회의 목적이 공중에게 이 사안에 관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일 뿐, 개인적 권리에 대한 재판을 하기 위한 것이 아님을 분명히 밝혔다), 1995년 4월 11일 공개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노동자들이 퇴직금을 수령하도록 회사의 압력이 있었고 노조활동에 대한 협박이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하면서 노동조합 등록절차에 대해서 장관급 협의 대상이 되도록 권고했다. 이는 복직, 체불임금 지급, 교섭명령과 같은 개별적인 권리구제 문제는 당사국 자치의 영역으로 둔 북미노동협력협정의 원칙에 따른 것이다. NAO 보고서 발표 후 미국 로버트 라이히 노동부장관은 멕시코 산티아고 오나테 노동사회복지장관에게 장관급 협의를 요청하여, 1995년 6월 26일 장관회의에서 아래와 같은 합의를 도출했다. ▲노동조합 등록과 확인에 관하여 시행체계를 개선하고 공중의 이해를 돕기 위한 협동 세미나를 3회 개최한다 ▲노동조합 등록 및 그 시행체계에 관한 연구를 멕시코 노동사회복지부 후원으로 3명의 독립적 노동법 전문가가 실시한다 ▲멕시코 노동사회복지부 공무원이 MDM사 관계자, 기존 노조와 독립노조 관계자 등과 미국 NAO 보고서 내용에 대해 협의한다 ▲이상의 모든 조치 결과에 대해 공표한다. ② 1997년 멕시코 마킬라도라 기업의 임신 검사 사례 1997년 5월 미국과 멕시코의 노동, 인권단체(인권감시, 국제노동권기금, 멕시코민주법률가연합)는 미국 행정사무국에 “멕시코 마킬라도라에서 정부가 용인하는 광범위한 성차별이 자행되고 있다”고 제소했다. 즉 고용주가 여성 구직자에게 임신 검사를 요구하고 양성으로 판정될 경우 채용을 거부하고 임신한 노동자의 경우 퇴직 압력을 행사함으로써 3개월 유급 출산휴가를 회피하고자 했고, 당국은 이를 때로는 태만히 여기거나 때로는 공공연하게 지지함으로써 북미노동협력협정이 규정한 멕시코 정부의 의무를 위반했다는 것이었다. 1998년 1월 미국 행정사무국은 이를 확인하는 보고서를 발표했고 1998년 10월 장관급협의에 참가한 캐나다, 미국, 멕시코 노동부 장관은 몇 가지 프로그램에 합의했다. 여기에는 정부 공무원이 참가하는 워크숍, 여성 노동자 지원, 성차별 이슈에 대한 국제회의가 포함되었다. 또한 지목된 기업 중 일부는 임신 검사를 중단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고, 의회 야당은 임시검사 금지를 명확히 밝히는 입법을 도입했다. 하지만 제소에 참가한 단체가 1998년 12월에 발표한 후속 보고서에 따르면 임신 검사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던 기업이 여전히 임신 검사를 지속했다. ③ 1998년 미국 워싱턴 주 사과 산업 사례 1998년 멕시코 노동, 인권 단체는 미국 노동법이 워싱턴 주 사과 산업 노동자의 기본권을 보호하는 데 실패했다고 제소했다. 즉 농장노동조합의 단결권과 단체교섭권에 대한 법적 보호가 결여되어 있고, 이주노동자에 대한 차별이 존재하며, 보건·안전 관련 위반이 광범위하며(농약의 위험), 전국노동관계위원회(NLRB)와 직업안전보건국(OSHA)과 같은 노동법 집행기관의 예산이 삭감되었으며, 두 개의 주요 사과 포장선적기업 고용주가 노동조합 대표자 선거에 개입하여 위협과 협박을 가했다는 것이었다. 미국의 거대 사과 생산업체에 속한 과수원과 창고에 고용된 노동자는 45,000명을 넘었고 대부분은 멕시코 출신이었다. 제소자는 멕시코 정부가 노동협력협정이 규정한 검토, 자문, 평가, 중재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을 촉구했다. 이는 안전ㆍ보건 문제를 포함하고 있었기 때문에 금전적 제재까지 가능한 사안이었다. 따라서 미국 기업은 큰 충격을 받았고 일부 기업 지도자는 노동협력협정이 개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멕시코의 행정사무국은 1999년 8월 보고서를 발간했고, 장관급협의의 결과로 2000년 5월 18일 공동성명이 발표되었다. 성명은 행동계획으로서 정부 간 회의를 워싱턴과 멕시코시티에서 개최하고, 미국 행정사무국이 워싱턴과 야키마에서 공개포럼을 조직하며, 미국ㆍ멕시코ㆍ캐나다 삼국이 이주노동자에 관한 지침을 발표하기로 했다. ④ 1998년 캐나다 맥도날드 직장 부분 폐쇄 사례 1998년 10월 퀘벡노동동맹, 국제노동권기금, 전미트럭운전사노동조합(팀스터스)은 퀘벡 세인트허버트의 맥도날드 식당이 노동조합 등록 직전에 폐쇄했다고 제소했다. 퀘벡 법원은 노동조합을 회피하기 위한 부분 폐쇄를 허용했고, 맥도날드는 그 식당이 체인의 일부라고 주장했다. (미국은 부분폐쇄를 금지하지만 전면폐쇄는 허용한다.) 따라서 이는 북미노동협력협정에서 사법권이 문제가 된 첫 번째 사안이었다. 1998년 12월 미국 행정사무국은 맥도날드 사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고, 1999년 4월 미국과 캐나다 행정사무국, 제소자, 캐나다 노동부 사이에 합의가 이뤄졌다. 퀘벡 정부는 직장폐쇄에 관한 주 노동법을 검토하는 특별위원회를 설치하고 그 문제에 관한 법률적 구제책을 세우겠다고 약속했다. 2) 북미노동협력협정에 대한 평가시각 북미노동협력협정에 대해 미국 노동계 내에 일부 긍정적 평가가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다. 즉 공중의견제출제도와 공개청문회에서 노동기준 미준수가 심의되고 이것이 국내 여론을 불러일으켜 정부의 태도 변화나 기업의 협력을 유도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또한 멕시코 정부의 기본권 침해에 대해 미국 노동단체가 미국 행정사무국에 제소하거나, 미국의 침해에 대해 멕시코 노동단체가 멕시코 행정사무국에 제소함으로써 노동조합, 인권단체의 연대가 강화되는 계기로 활용되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 노동조합은 그것이 명확한 한계를 가지고 있다고 간주했다. 예를 들어 가장 핵심적인 노동기준인 결사의 자유를 확보할 수 있는 수단이 미비하고, 심지어 가장 높은 단계의 이행조치도 실질적인 무역제재로 기능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집행추징금은 협정 위반국의 노동법 집행을 개선하는 데 사용된다.) 위의 MDM 사례에서 NAO의 장관급 협의 보고서도 “모든 법적인 수단을 촉구했음에도 불구하고 독립노조를 등록시키기 위한 시도는 실패했고, 해고된 노동자들은 여전히 복직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들의 해고에 정당한 이유가 있거나 적절한 퇴직금을 받았을지는 몰라도 그들의 해고가 독립노조 설립과 우연의 일치라고 볼 수 없다”고 언급하여 이러한 한계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미국 AFL-CIO는 NAFTA와 그 후 체결된 양자 간 FTA가 “단 하나의 노동권 관련 의무, 즉 정부가 자국의 노동법을 집행해야 할 의무만이 분쟁해결 체계를 통해 실제로 강제될 수 있다. 노동 장에 포함된 다른 모든 의무는 명백히도 분쟁해결 체계로 다뤄지지 않으며 따라서 완전히 강제될 수 없다. 당사국은 ILO 기준을 충족해야 할 의무를 지니지 않으며, 협정 하에서 어떤 제재도 받지 않고 자국의 노동법을 심지어 약화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캐나다 노동조합 역시 북미노동협력협정이 ILO가 인정하는 기본적인 노동권조차 보장하지 못하며 그 절차가 너무 복잡하여 많은 시간과 비용을 요구하여 거의 실효성이 없다고 보았다. 3) 한미 FTA 노동 장에 대한 미국 노동조합의 평가 시각 그렇다면 북미노동협력협정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에서 볼 때 한미 FTA 노동 장은 어떠한가. 미국 AFL-CIO와 주요 산별노조가 참여하는 노동자문위원회가 2007년 4월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상공회의소는 무역촉진권(신속협상권)의 목표를 충족하도록 노동 장을 협상하는 데 시종일관 실패하였다.” 즉 ▲ILO의 핵심 노동기준을 준수할 의무를 강제하기 위한 조항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 ▲또한 무역과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국내 노동법이 제공하는 보호수준을 악화시키지 못하게 막을 수 없다, ▲ILO의 핵심 노동기준인 고용 차별에 관해 한국 정부가 노동법을 효과적으로 집행하도록 요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게다가 한국의 노동관계에 저개발국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억압, 폭력, 분쟁이 없다는 인식도 잘못된 것이다. 최근 ILO가 제출한 보고서를 보더라도 한국 정부는 ▲노동조합 활동을 제한하기 위해 체포와 고소를 활용하며 ▲사업장 수준에서 복수노조를 금지하며 ▲노동조합 전임자 임금 지급을 금지하며 ▲필수공익사업장에 포함되는 공공서비스 범위가 지나치게 넓고 ▲부당한 정리해고가 자행되며 ▲노동기본권을 거부하기 위해 비정규 고용관계를 활용하며 ▲공무원노동조합을 폭력적으로 억압한다. 또한 AFL-CIO가 발표한 한미 FTA 해설 자료에 따르면, 2007년 5월 10일 의회와 행정부는 양자 간 무역협정의 노동 장에 포함되어야 할 새로운 모델에 합의했다. 그 후 새로운 모델은 한미 FTA 심의에 포함되었다. 새로운 모델은 과거 도미니카공화국-중앙아메리카자유무역협정(DR-CAFTA)이나 바레인, 오만, 모로코와 맺은 협정에 담긴 노동법 집행 기준보다 약간 개선된 부분이 있지만 여전히 심각한 우려 사항을 담고 있다. 첫째, 노동기준에 관련하여 오직 1998년에 ILO가 채택한 ‘작업장에서의 기본원칙과 권리에 관한 선언’만을 언급하고 있다. 둘째, 노동법에 대한 정의에 연방정부의 법과 주정부의 법이 모두 포함된다는 것을 명백히 밝히지 않고 있다. (즉 협정이 적용되는 대상에 주정부 법이 배제된다면 노동권 보장 효과가 크게 축소될 수 있고, 양국 간 형평성 문제도 제기될 수 있다.) 셋째, 제소자가 투자와 무역 관련성을 입증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는 장애물이 될 것이다. 2010년 9월 28일 민주노총과 AFL-CIO가 공동으로 발표한 「한미 FTA 노동자 공동성명서」도 “한미 FTA는 노동과 환경 조항에 있어서 약간의 중요한 진전이 있지만 여전히 미흡하며, 이전 협정들이 기반하고 있는 똑같은 실패한 무역모델을 여전히 전반적으로 답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성명서는 정부 협상가들이 “2007년 무역협정 모델의 노동·환경 조항을 개선하고, 궁극적으로 투자, 정부조달, 서비스(금융서비스 포함) 등 기타 중요한 장에 관한 노동자들이 제기한 문제들을 다뤄야만 한다”면서 “만약 우리가 제기한 우려를 다루는 전면적인 재검토와 재협상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우리는 조합원들이 노동조합 및 연맹과 협력하여 한미 FTA를 강력히 반대하도록 조직할 것”이라고 밝혔다. 성명서는 현재 155명의 미국 하원 의원이 지지한 ‘무역개혁·책임·발전·고용법’(TRADE Act)에는 필수공공서비스 민영화 또는 탈규제 금지, 외국인 투자 및 투기자본에 대한 규제 허용, 투자자-국가 분쟁해결제도 적용배제, 투자와 투자자에 대한 엄밀한 개념 정의 등의 원칙이 담겨있고 이것이 한미 FTA 전면 재검토·재협상의 최소 기준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노동조합의 무역, 노동-환경기준 연계 전략 이처럼 한미 FTA에 반대한다는 점에서는 민주노총과 AFL-CIO가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지만 양자 사이에는 중요한 차이점이 있다. AFL-CIO는 무역협정의 필수불가결한 요소로 ‘강제력 있는 노동권’을 촉진하는 협상이 포함되어야 한다며 무역과 노동ㆍ환경기준의 연계를 원칙적으로 지지한다. (물론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AFL-CIO는 미국 정부가 추진했던 FTA 각각에 대해서는 그 한계를 지적하며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는 사실도 주목해야 한다.) 반면 민주노총은 “한미 FTA가 비정규직을 확산시키고 구조조정 압력과 사회양극화를 촉진하여 노동기본권 행사를 근본적으로 제한할 것이라는 점에서 노동권을 한미 FTA와 연계시키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또한 “노동권과 환경권은 한미 FTA의 재협상이나 추가협상의 대상이 아니라 한미 양국이 즉각 보장해야 할 기본권”이며 “한미 FTA 협상에 끼워서 보편적 노동권 문제를 가지고 논란을 벌이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주장했다. 무역과 노동ㆍ환경기준 연계 문제에 대해 직접 언급하지는 않지만 연계 전략에 대해 대체로 부정적인 듯 보인다. 즉 연계 전략이 FTA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노동권 개선에 실효성이 없으며 노동권 개선이 반드시 무역과 연계될 필요가 없다는 인식에 근거를 두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가 추진하는 FTA 각각에 대해서는 반대 의사를 표명하면서도 무역과 노동기준 연계를 원칙적으로 지지하는 전략이 앞으로도 유효한 것이냐는 문제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먼저 AFL-CIO의 무역 정책이 현재와 같은 방식으로 수립되게 된 역사적 배경과 정치적, 이론적 근거를 살펴본 후 간략한 평가를 내리겠다. 1) AFL-CIO 무역정책의 역사적 배경 1990년대 중반 이후 미국 노동조합의 재활성화 전략에 핵심은 조직화, 협상력 강화, 내부적 재구조화였다. 하지만 국제상업이 확장되면서 국제무역에서 노동자의 권리를 옹호하는 것이 점점 더 중요한 문제로 떠올랐다. AFL-CIO의 스위니 새 지도부는 미국 노동조합의 변화에 핵심적 역할을 했다. 과거 1934년 상호무역협정법에서 1962년 무역확대법에 이르는 시기 동안 미국 노동조합은 초당파적인 자유무역동맹을 지탱하는 기둥 역할을 했다. 노동조합은 국제무역의 이익을 향유했고 노동조합 지도부는 무역자유화가 공산주의의 위협을 막는 보호자라고 보았다. AFL-CIO는 외국 노동조합에 개입했다. 하지만 그것은 오로지 미국의 대외정책을 지지하는 노동조합 곧 반공노조를 후원하기 위한 것이었다. AFL-CIO는 광범위한 대중적 기반을 지닌 급진적 노동조합과 관계를 단절하곤 했다. 따라서 과거에 AFL-CIO가 세계무역에서 노동권을 말하는 것은 공허할 따름이었다. 1960년대 말, 1970년대 초 미국경제가 쇠퇴하기 시작하자 노동집약적이며 해외수입품과 경쟁해야 하는 산업부문에 속한 비숙련, 저숙련 노동자를 대표하는 노동조합부터 자유무역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기 시작했다. 1970-80년대에 미국 노동조합의 주요 관심사는 수입품 유입을 틀어막거나 해외시장(대표적으로 일본)을 비틀어 여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은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1970년대 동안 자유무역을 지지하는 대통령 닉슨과 카터, 초민족기업, 수출의존적 농업 지역이나 선벨트 지역 출신 공화당 의원의 일치된 노력으로 인해 노동조합은 패배를 거듭했다. 노동조합은 1988년 총괄무역경쟁력법을 입법하는 데 큰 노력을 기울였다. 노동조합이 강력히 지지한 ‘게파트 수정안’은 일본처럼 미국에 대해 만성적으로 대규모 무역흑자를 누리는 국가에 대해 쿼터나 관세를 부과할 수 있게 했다. 하지만 이는 대개 삭제되거나 약화되어 슈퍼 301조로 대체되었다. 1970-80년대 동안 노동조합의 영향력은 계속 침식되었다. 북부 도시에 기반을 둔 산업노동력이 쇠퇴하면서 노동조합원 수가 감소하기 시작했다. 반면 1980년대 기업의 정치행동위원회가 제공하는 정치자금 액수는 폭증했다. 1990년대에 이르자 노동조합의 관심은 개발도상국과 무역ㆍ투자자유화 문제를 둘러싼 싸움으로 이동했다. 그 첫 번째 싸움은 NAFTA였다. 노동조합이 볼 때 NAFTA의 핵심 문제는 무역이라기보다는 투자였다. 초민족기업이 멕시코의 값싼 노동력을 손쉽게 활용할 수 있게 됨으로써 미국 노동자의 일자리가 사라지거나, 멕시코로 산업체를 이전하겠다는 위협 때문에 노동조합이 임금과 노동규칙에 관해 양보를 해야 하는 상황이 도래할 것이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1992년에 부시 행정부가 체결한 NAFTA에는 노동, 환경조항이 없었다. 하지만 미국 대통령선거운동을 거치며 변화가 발생했다. 부시의 경쟁자인 클린턴은 자유무역을 지지하는 ‘신민주당’을 추구하면서도 민주당의 핵심 유권자 집단인 노동조합이 소외되는 것을 피하고자 했다. 민주당 내부가 NAFTA 찬반론으로 분열된 상태에서 클린턴은 양다리를 걸치는 태도를 취하다가 최종적으로 핵심 노동기준과 환경문제, 수입품의 급증 문제를 부속협정으로 다룬다는 조건으로 협정을 찬성한다는 입장을 제시했다. 노동조합은 클린턴의 제안에 비판적이었지만, 실제로 부속협정에 기대를 품기도 했다. 1993년 5월 클린턴 행정부는 정부가 자국의 노동ㆍ환경법을 효과적으로 집행하는지를 책임지는 독립위원회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하지만 제안은 기업, 미국 공화당과 멕시코, 캐나다 정부의 강력한 반대에 직면했다. 노동조합은 협상에 참여하기를 거부했다. 클린턴 정부는 결국 제안을 철회하고 독립위원회보다 훨씬 약화된 형태로 노동기준의 강제 메커니즘이 성립되었다. AFL-CIO는 노동 부속협정에 충격을 받았고 공식적으로 NAFTA에 계속 반대 입장을 펼쳤고 노동조합들은 워싱턴과 기층에서 NAFTA 반대투쟁의 수위를 높였다. 초기 국면에서는 NAFTA 반대 투쟁이 승리를 거둘 수 있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결국 1993년 11월에 하원과 상원에서 234 대 200, 61 대 38로 비준안이 통과되었다. 노동조합은 의회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했지만 승리를 거둘 수 없었다. 클린턴은 1996년 재선에 성공한 후 새로운 FTA를 추진하고자 했다. 이제 그는 기업과 공화당의 지지를 얻어서 새로운 신속처리권한을 얻고자 노동·환경기준이 포함되지 않은 ‘깨끗한 협정’을 고려했다. 하지만 1997년 2월 스위니 집행부는 협정 대상국의 임금과 노동기준을 향상시키는 조항을 포함하지 않는 모든 NAFTA 확대 협정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히며, 클린턴 정부가 신속처리권한을 갱신하려는 것에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신속처리법안에 반대하는 캠페인 동안 미국 노동조합은 큰 변화를 추구했다. 스위니는 이렇게 말했다. “문제는 우리가 국제주의자냐 여부가 아니다. 문제는 우리의 국제주의가 어떤 가치의 복무할 것이냐다.” AFL-CIO는 세계 경제통합이 불가피할 뿐만 아니라 바람직하다고 입장을 전환했다. 동시에 AFL-CIO와 민주당 자유주의 집단이 맺은 정치적 동맹은 세계화가 수출 대기업과 초민족기업의 이익보다는 미국과 세계의 일반적 이익을 실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게파트 의원은 이를 ‘세계화에 대한 저항’이 아니라 ‘세계화를 위한 규칙’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노동자운동은 개발도상국의 노동ㆍ환경 기준을 요구했다. 이는 개발도상국에서 생활수준을 높이고, 빈곤국에서 미국의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중간계급을 확대하며, 미국의 일자리, 임금, 환경을 침식할 수 있는 ‘바닥을 향한 경쟁’을 예방하자는 것이었다. 미국 노동조합은 신속처리법에 반대하기 위해 NAFTA 반대투쟁 당시보다 더 적극적으로 환경운동, 인권운동, 소비자안전운동과 협력했다. 1998년 시애틀 투쟁은 매우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NAFTA와 신속처리권 반대 투쟁으로 경험을 구축한 WTO 반대 활동가들의 극적인 가두시위 때문이었다. 2) 무역과 노동ㆍ환경기준 연계의 논리적 근거 AFL-CIO는 미국진보연구소가 발표한 「노동권은 훌륭한 무역정책이 될 수 있다」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논리적 정당성을 제시하고자 한다. 그 논리를간략히 살펴보자. 미국 경제는 심각한 무역적자 증가에 직면해 있다(2004년 중반 이후 GDP의 5% 이상). 즉 미국은 생산한 것 이상으로 소비를 하고 있으며 소비를 위해서 국내 자산을 매각하고 있고(재무부 채권, 은행, 건물, 기타 실물자산), 2007년 말 미국은 2.4조 달러의 순대외부채를 지고 있다. 이는 결국 미국 생활수준의 하락을 초래하는데 경제 다른 부분에 대한 투자를 희생시키기 때문이다. 미국의 무역적자는 몇 가지 요인의 영향을 받는다. 우선 생산비용의 기능이다. 해외 생산자가 노동, 환경비용을 부담하지 않는다면 이는 궁극적으로 미국의 일자리 상실, 불평등 증가를 야기할 것이고 미국에서 사회안전망에 대한 요구를 증가시킬 것이다. 이는 결국 미국이 해외 생산자에게 보조금을 제공하는 것과 동일한 효과를 발생시킨다. 반면 생산자가 노동, 환경 비용을 책임진다면, 그 부담을 사회에 전가시키지 않게 되고 이는 생산자가 생산품과 서비스의 질에 기초하여 경쟁을 하게 될 것이다. 더 좋은 노동기준은 해외 국가에서 노동자 소득과 수당의 증가뿐만 아니라 생산성 향상을 동반할 것이다. 고용주가 현존하는 노동을 활용하는 새롭고 더 좋은 길을 발견하려고 시도하기 때문에 더 빠른 생산성 증가, 더 빠른 경제성장에 기여할 것이다. 해외 국가의 노동생산성 증가나 환율 변화도 미국의 무역적자에 영향을 끼친다. 따라서 미국의 정책담당자는 미국 경제의 혁신에 투자해야 하고, 해외 국가의 인위적인 환율 개입을 억제해야 한다. 특히 미국의 무역 상대국, 특히 저개발국가의 더 좋은 노동기준은 미국의 수출과 수입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는 해외 노동자의 소득을 신장시킴으로써 미국 수출품에 대한 수요를 증대할 수 있다. 이것이 세계경제 성장을 위한 ‘선순환’ 전략이다. 선순환을 창출하는 데 있어서 필요부가결한 부분은 ‘강제력 있는 노동권’(enforceable labor rights)을 촉진하는 것이며 이는 무역협정의 한 부분으로서 노동권에 관한 협상을 포함하는 것이다. 3) 무역, 노동기준 연계 요구에 대한 평가 1960년대 유럽 공동시장의 사례처럼 자본주의 성장기에 자본주의 발전 수준이 비슷한 국가들 간 경제통합은 상호 긍정적인 효과를 줄 수도 있다. 하지만 마르크스의 관점에서 볼 때 생산성 수준이 높은 국가와 생산성 수준이 낮은 국가 사이의 비교우위에 따른 국제무역은 반드시 불평등교환 즉 가치의 이전이 발생한다. 생산성 수준의 격차가 큰 국가 사이에서 상품 교환은 서로 다른 노동시간이 투여된 상품의 교환을 뜻하고, 그러한 교환은 곧 노동시간당 임금 격차를 의미한다. 즉 국가 간의 노동시간당 임금 격차가 국제무역에서 발생하는 불평등교환의 원천이라는 것이다. 또한 생산성 수준의 격차가 큰 국가 사이의 상품 교환이란 비교우위에 따른 생산특화를 통해서 세계적 수준에서 절약된 노동시간이 생산성이 높은 국가에 귀속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생산성 수준이 높은 국가는 이윤율이 높고 빠르게 성장하는 부문을 특화하고 생산성 수준이 낮은 국가는 이윤율이 낮고 느리게 성장하는 부문을 특화하게 됨으로써 국가 간에 ‘상대적 저발전’이라는 문제가 등장한다. 역으로 생각하면 국가 간 임금격차를 축소한다는 것은 불평등교환 즉 가치의 이전을 축소하고 국가 간에 상대적 저발전이란 문제를 축소한다는 것을 뜻한다. 즉 국가 간 임금 격차를 축소하려는 노력은 국제무역이 필연적으로 동반하는 불평등교환을 축소하는 효과를 낳는다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국제적으로 노동 기준을 강화하고 최저임금, 노동시간, 직업안전보건 등 노동조건을 개선하려는 노력은 국제적 불평등을 축소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나아가 21세기 세계 자본주의는 무역 네트워크를 전제하지 않더라도 (중심부 국가에서 주변부 국가로) 자본의 일방적 이전 즉 초민족기업의 직접 투자나 포트폴리오 투자를 통해서 부를 영유하며, (주변부 국가에서 중심부 국가로) 노동의 일방적 이전 즉 이주노동자 수입을 통해서도 부를 영유한다. 따라서 미국식 FTA 모델이 추구하는 투자자유화, 금융자유화, 지적 재산권 확대를 제한하고 이주노동자의 노동권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도 반드시 필요하다. 전 세계적인 수준에서 노동권을 강화하기 위해 노동조합 운동이 적극적인 연대와 공동행동을 모색한다는 것은 현재 정세에서 반드시 필요하다. 또한 투자자유화와 초민족기업의 소유권 개념의 확대, 금융자유화, 지적 재산권 확대에 대항하는 투쟁도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그 수단으로 FTA를 체결한 상대국의 무역제재를 활용한다는 전략은 심사숙고할 필요가 있다. 달리 말하면 현재 한국정부가 노동권을 탄압한다는 것을 근거로 미국정부에 한국에 대한 무역제재를 요청한다는 것이 바람직한 효과를 낳을 수 있을까. 이는 노동과 자본의 투쟁이 민족국가 간 분쟁으로 전환됨으로써 보호주의, 국수주의적 대립을 불러일으킬 가능성도 있다. 이는 노동권 강화를 위한 투쟁을 오히려 고립시키거나 노동자 국제연대를 훼손하는 결과를 낳을 위험도 있다. 중심부 국가와 주변부 국가 간 불평등교환을 축소하고 노동조건의 하향경쟁을 제한하는 노동기준 강화를 목표로 노동자 국제연대를 실현하기 위해 대중운동을 형성한다는 것과 그 수단으로 정부 간 무역제재에 호소한다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일 것이다. 결론 한미 FTA가 체결된 후 한국정부는 노동 장이 도입되었다고 실질적으로 변화할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장담하고 있다. 노동 장은 ILO 핵심협약을 비준해야 한다는 것을 의무화한 것이 아니다. 다만 핵심 노동기준을 자국 노동법과 관행으로 채택, 유지하도록 의무화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정부는 이에 대해 한미 FTA로 인해 추가적인 의무가 발생하는 것이 아니며, 그 자체로 국내법령을 제ㆍ개정할 의무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언했다. 무역, 투자 촉진을 위해 국제노동기준을 저하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조항도 동일하게 간주했다. 한국정부가 앞장서서 노동 장이 아무 의미도 없다고 선전하고 있는 꼴이다. 이를 반영하여 한국 기업을 대변하는 경총도 노동 장 때문에 큰 문제가 벌어질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NAFTA에 노동조항이 처음 포함된 이후 미국 정부는 FTA에 대한 지지를 모으기 위해 점진적으로 노동조항에 변화를 가했다. 특히 한미 FTA의 노동 장은 위반 사안을 일반분쟁해결절차로 다루기로 했다는 점에서 형식적 변화를 지닌다. 하지만 노동부는 의무 위반으로 분쟁대상이 되기 위해서는 무역 또는 투자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상대국이 입증해야 하므로 실제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은 많지 않다고 단언했다. 또한 공중의견제출제도의 경우, 북미노동협력협정 사례에서 노동원칙 사안별로 이행절차를 구분한 것처럼 그에 가해진 제약이 다소 감소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여전히 부과되는 제약이 많기 때문에 공중의견제출제도가 활발히 활용될 수 있을지 미지수다. 1990년대 클린턴 정부 당시는 노동조항이 NAFTA 체결의 전제조건이라는 대선 공약이 있었으므로 클린턴 정부로서는 그 유효성을 입증해야 했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양국 정부(노동부)가 이러저러한 근거로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다면 공중의견 검토를 거부하거나 아무런 효과도 발휘할 수 없는 너무나 많은 제약이 존재한다. 즉 기본 노동권 보장은 FTA 노동 장의 형식적 완결성이 아니라 정부 의지가 크게 작용한다. 하지만 현재 한국정부는 한미 FTA 체결 과정에서 임금과 노동시간을 비롯한 규제 수준을 앞으로 더욱 악화시키겠다는 분명한 의지를 천명하고 있다. 만약 한미 FTA가 비준, 발효된다면 NAFTA 사례처럼 양국 노동조합과 사회운동의 연대를 위해 노동 장을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앞으로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재 한미 노동자연대의 필수조건은 노동 장이 제공하는 제도가 아니라 노동자 국제연대의 필요성, 긴급성에 대한 노동자 대중의 인식이다. 예를 들어 한국 대기업의 미국 현지진출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양국 공장 간 생산물량 경쟁이 아니라 노동권 강화를 위한 연대가 필수불가결하다는 대중적 인식과 행동이 더욱 중요하다. 세계화라는 조건에서 국제노동기준을 향상시키기 위한 노동자 국제연대는 두말할 나위 없이 긴급하다. 이는 국제무역이 동반하는 불평등교환, 즉 주변국에서 중심국으로 부의 이전을 축소하고 주변국의 상대적 저발전을 완화하며 노동자의 권리를 확장하기 위해 적극적인 실천이 필요하다. 또한 노동조합은 초민족기업의 소유권을 강화하고 그들에 부를 집중시키는 수단인 투자자유화, 금융자유화, 지적 재산권 강화에 반대하는 사회운동의 중심에 서야 한다. 하지만 그 수단으로서 무역제재 강화에 호소하는 미국 노동조합의 무역, 노동기준 연계 전략에 대해서는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 어떤 의도에 따른 것이든 보호주의, 국수주의적 반동을 불러일으킬 수 있고 오히려 노동자 국제연대를 위협하는 부메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한미 FTA 저지 투쟁은 한국정부의 동시다발 FTA 추진 전략에 대응하기 위한 그동안 축적한 투쟁과 토론을 바탕으로 FTA 모델에 일반적 인식, 그에 대응하기 일반적 목표와 원칙을 확립해야 한다. 체결국 간 손익계산 논리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무역자유화, 투자자유화의 본질에 대한 통일적 인식이 반드시 전제되어야 하며 정부와 기업의 공격에 결코 양보할 수 없는 우리의 일반적 목표와 원칙을 정립해야 한다.
재정위기와 구제금융의 악순환에서 증폭되는 유럽연합의 위기 "모든 노력을 기울였지만 유럽연합(EU)에 지원을 신청하는 결단을 내리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재정위기를 겪어오던 포르투갈이 결국 2011년 4월 6일 구제금융을 신청했다. 7-9일 헝가리에서 개최된 비공식 EU 재무장관 회의에서는 포르투갈에 약 800억 유로(약 125조 원)의 구제금융을 제공하기로 잠정 결정했다. 이로써 포르투갈은 작년 5월 그리스(1,100억 유로)와 11월 아일랜드(850억 유로)에 이어 구제금융을 받는 세 번째 유로존 국가가 되었다. [%=사진1%] 포르투갈 재정위기의 전개 사실 포르투갈의 구제금융 신청은 충분히 예견된 일이었다. 세계 금융위기의 여파로 포르투갈은 2008-2009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경기침체로 세수가 감소한 반면 경기부양을 위해 세출이 증가하면서 재정적자 비율이 2008년 GDP 대비 -2.9%에서 2009년 -9.3%로 확대됐다. 정부부채 비율도 같은 기간 GDP 대비 65.3%에서 76.1%로 상승했다. 2010년 재정적자 비율이 -7.3%로 다소 개선되었으나 정부부채 비율은 82.1%로 악화됐다. 2010년 말 실업률은 역대 최고치인 11%를 기록했다. 그 결과 2011년 경제성장률이 다시 마이너스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아일랜드가 구제금융을 신청한 이후 포르투갈의 재정위기에 대한 우려가 급속히 확산됐다. 11월 말부터 포르투갈 국채 신용등급은 아일랜드와 동일한 '요주의 대상'으로 떨어졌다. 올해 2월에는 10년 만기 국채금리가 한계치(그리스와 아일랜드가 구제금융을 신청하게 된 수치)인 7%를 넘어섰다. 유럽중앙은행(ECB)은 포르투갈의 자금조달비용을 낮추기 위해 그 동안 일시 중단했던 회원국 국채 매입을 2월 중순부터 재개하였으나 국채금리 상승세는 지속됐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3월 23일 포르투갈 소크라테스 내각이 재정적자를 타개하기 위해 마련한 긴축안이 의회에서 부결되자 국채금리가 또다시 급등했다. 그 직후 개최된 3월 24-25일 EU 정상회의에서도 유럽 금융안정화기구(EFSF) 개혁에 대해 실효성 있는 구체적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올해 안에 총 200억 유로에 달하는 부채를 갚아야 하는 포르투갈은 결국 가중되는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구제금융을 신청하게 되었다. 구제금융안은 다음 달 EU 경제ㆍ재무장관이사회(ECOFIN)에서 승인될 예정이다. 안이 확정되면 작년 그리스 위기 이후 조성된 7,500억 유로 규모의 유럽금융안정기금(EFSF)에서 2/3를, IMF가 1/3을 지원하게 된다. 포르투갈 재정위기의 원인 포르투갈의 경우 2010년 긴축재정에도 불구하고 재정위기가 해소되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포르투갈은 2010년 공공부문 임금 삭감(5%)과 민영화, 신규채용 및 연금 동결, 부가세율 인상, 국민연금 축소, 공기업 및 지방정부 재정지원 축소 등 강력한 긴축정책을 실시했지만 결국 재정위기에 직면한 것이다. 이는 한편으로 포르투갈 경제의 취약성을 반영한다. EU의 자체 분석에 따르면, 포르투갈의 노동생산성은 EU 27개국 평균치의 70%에 불과하다. 그 원인으로는 미흡한 인적자본 축적, 낮은 연구개발 투자, 임금의 하방경직성 등이 거론된다. 또 포르투갈은 1980년대 중반 이후 지금까지 계속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하고 있으며, 특히 2000년대 들어 경상수지 적자는 GDP 대비 10%에 달하고 있다. 장기에 걸친 경상수지 적자를 대외차입으로 보전함으로써 외채가 급증한 결과, 민간부문을 포함한 2010년 총외채는 그리스나 스페인보다 높은 GDP 대비 213%에 달한다. 유로존의 모순 그러나 이러한 진단은 사태의 현상을 열거하는 것에 불과하다. 아일랜드와 남부유럽 국가의 재정위기는 유로 단일 체제에 내재한 구조적 모순이 세계 금융위기라는 정세적 요인과 결합, 폭발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유로존 탄생 이후 이들 주변국의 국채금리는 독일과 거의 같은 수준으로 수렴했고, 그 결과 금융자본이 대거 유입되어 산업의 금융화와 서비스화를 촉진했다. 독일 등 유럽연합 중심국에 비해 기술력과 생산력이 열위에 놓인 이들 주변국의 제조업은 붕괴했다. 그 결과 무역적자가 누적되고 성장잠재력이 고갈됐다. 반대로 중심국은 주변국에 대한 무역흑자와 자본수출로 막대한 수익을 누렸다. 단적으로, 포르투갈과 스페인에서 독일인과 프랑스인은 전체 부채 증권의 약 50%를 보유하고 있다. 구제금융이라는 것도 실은 자국 금융자본의 부실화를 막기 위한 방안이다. 다음은 스페인? 이제 초점은 스페인으로 모아지고 있다. EU의 2010년 말 통계에 따르면 스페인의 재정적자는 2009년 -11.1%, 2010년 -9.3%, 2011년 -6.4%로, 정부부채는 같은 기간 53.2%, 64.4%, 69.7%로 예상된다. 이는 지금까지 구제금융을 신청한 3개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양호한 수치이지만, 상황은 그다지 낙관적이지 않다. 스페인의 경우 무역적자가 만성화되어 그 규모가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수준을 기록하고 있고, 특히 금융위기로 부동산 버블이 붕괴하면서 저축은행이 대거 부실화된 것이 커다란 위험요소다. 스페인의 공식 실업률은 20%를 상회하며 청년 실업률은 무려 40%를 상회한다. 물론 둘 다 세계 최고 수준이다. 재정위기에 처한 국가를 공략 대상으로 삼는 금융자본의 투기행태도 위기를 촉진할 수 있다. 최근 ECB가 중심부 국가의 통화긴축 압력에 따라 기준금리를 인상한 것도 스페인의 자금조달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 구제금융 금리가 ECB의 기준금리에 연동되므로 그리스·아일랜드·포르투갈 등 구제금융국의 디폴트 위험이 커질 수도 있다. 신자유주의적 유럽의 비민주성 유럽 5위 경제국인 스페인이 구제금융을 신청할 경우 그 규모는 포르투갈보다 4배 많은 3,000억 유로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만에 하나 이러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 현재 EU가 조성한 재원으로는 구제금융을 제공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맥락에서 작년 말부터 EU 차원의 공동국채(E-Bond) 발행이 일종의 대안으로 제기되었지만, 엄격한 재정규율을 주장하는 독일의 반대로 의제로 채택되지 않고 있다. 중심국 우파들은 '살찐 돼지들(PIGGS)'의 도덕적 해이에 대해 우리 '국민'의 혈세를 쏟아 부을 수 없다는 여론을 조장하기도 한다. 분명, 재정위기와 구제금융의 악순환이 경제적 이유에서든 정치적 이유에서든 지속될 수는 없다. 하지만 '재정동맹 없는 화폐동맹'으로서 EU가 진정한 '연방국가'로 거듭나는 것도 요원하다. 현재 유럽 위기에 대한 지배계급의 해법은 막다른 길에 이르렀다. 중요한 사실은 EU와 각국의 지배계급이 유럽 민중을 자신의 삶과 직결된 정치적 논의로부터 철저히 배제하고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유럽 민중의 삶과 미래와 직결된 EU의 화폐·재정 정책은 유럽의회의 현안이 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리스ㆍ아일랜드ㆍ포르투갈 구제금융 지원 계획도 유럽 민중의 의사를 철저히 무시한 결정이었다. 지배 엘리트에 의한 민주주의의 부정, 또는 혹자의 표현대로 '국가 없는 국가주의'야말로 EU의 근본적 결함이다. 또 다른 세계를 위한 투쟁만이 대안이다 2010년 이후 유럽 각국의 노동자들은 긴축재정이 경제위기 책임을 노동자에게 전가하는 술책이라며 자국 정부를 강력히 비판하고 있다. 또한 구제금융이 중심부 국가와 금융자본의 이해를 위해 (주변부) 민중의 희생을 강요하는 방안이라며 EU와 IMF를 비판하고 있다. 포르투갈의 양대 노총인 노동자전국연맹(CGTP-Intersindical)과 노동자총연합(UGT)도 작년 11월 정부의 긴축정책에 항의하며 사상 최대 동맹 총파업을 전개한 바 있다. EU가 구제금융 제공 조건으로 포르투갈에 더욱 강력한 긴축정책을 부과한 다음 날, 헝가리에서는 유럽노조연맹(ETUC) 소속 노동자 5만여 명이 연대시위를 벌였다. 소중한 성과다. 관건은 이런 흐름을 '신자유주의적 유럽'을 변혁하기 위한 국제적 대안으로 발전시키는 것이다. 지금까지 유럽 통합 프로젝트가 완전히 실패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역으로 EU의 해체는 필연적으로 유럽 민중들을 세계화의 위험에 더 큰 강도로 노출시켜 상호 파괴적 경쟁을 야기할 것이다. 지금 당장 확실한 답이 주어진 것은 아니지만, 유럽 민중의 발의를 발판으로 삼아 '또 다른 유럽'을 건설하기 위한 국제적 대안을 구체화하는 것은 조금도 지체할 수 없는 과제다. 이것은 세계 자본주의의 위기와 정면으로 대결해야 할 우리 모두의 과제이기도 하다.
안녕하세요. 노동자운동연구소입니다. 이번 주 정기보고서로 전자산업 관련 분석 보고서를 발간했습니다. 삼성전자, LG전자를 비롯하여 공급사슬 내에 주요하게 위치해 있는 중소기업들을 분석하고 노동조건 특징을 조사했습니다. ---------------------------------------------------------------------- 주요 목차 1.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전자 산업의 노동자들 2. 한국 전자 산업의 현황과 특징 3. 주요 제품의 공급 사슬과 노동조건 4. 결론 ---------------------------------------------------------------------- 4. 결론 산업의 지리적 이동과 노동운동, 한국,브라질 노동운동의 적극적 역할, 중국, 동유럽 노동자들의 확대되는 자발적 투쟁이 관건 - 20세기 자본주의 황금기(전후 ~1970년) 이후 자동차 산업과 노동운동 동반 성장 · 전후 유럽과 일본의 금속노조 운동은 미국에서 유럽과 일본으로 생산지를 이동/확대해 온 자동차 산업과 깊은 연관. · 1980년대 유럽, 일본에서 다시 한국, 브라질, 남아공 등 반주변부 국가로 자동차 생산지가 이동/확대해 나가며 이들 지역에서 대규모 금속 노동운동 출현(실버, 2005). - 20세기 후반에 본격적으로 성장한 전자산업은 신자유주의 개혁으로 인한 노동운동 쇠퇴와 함께 함. · ‘80년대 전자전기 가전기기로 백색가전 산업 성장, ’90년대 개인용 컴퓨터 보급으로 IT 관련 산업 생산-소비 확대, 2000년대 무선통신 기기 보급으로 전자 산업 정점. · 하지만 이러한 산업적 부흥기에 노동운동은 반대로 80년대 부터 쇠퇴. 80년대 일본, 90~2000년대 초반 한국, 최근 중국으로 이어지는 생산지 이동/확대에서 새로운 산업적 노동운동이 출현하지 못함. · 자본의 세계화 흐름 속에서 전자 산업은 그 시작부터 생산지의 국제적 이동과 국제적 부품 조달, 철저한 기업내 노조 탄압 등으로 노동에 절대적으로 불리했었음. - 한국, 중국, 북남미에서 새로운 운동의 출현이 관건 · 삼성전자, LG전자의 예에서 보았듯이 현재 대규모 전자 제품이 생산되는 곳은 반도체, LCD패널은 한국, 휴대폰은 한국, 중국, 베트남, 브라질, 가전제품은 중국, 멕시코, 브라질, 폴란드, 헝가리 등 임. · 한국, 브라질의 경우 상대적으로 강한 노동운동 전통이 존재하는 곳이며, 중국과 동유럽은 최근 열악한 노동조건에 대해 노동자들의 자발적 투쟁이 점차 확대되어 가고 있는 중. · 결국 국제적 차원에서 전자 산업 노동운동이 부흥한다면 한국 브라질의 노동운동의 성장, 중국 동유럽 노동자들의 자발적 투쟁 확대가 관건일 것. 공급 사슬에서 파급력을 갖춘 기업과 공단 전체를 대상으로 한 지역 조직화 운동 병행 - 8~90년대 현대차와 더불어 중규모 이상의 자동차 부품사가 동시에 건설되었던 예 · 한국 자동차 산업이 본격적으로 성장하던 시기 민주노조 건설 운동이 재벌 대기업 완성차 업체와 더불어 경주, 마창, 경기 지역 자동차 부품사에서 대규모로 진행된 사례와 비슷한 경로 고려 가능 - 공급 사슬 내 노조 건설이 상대적으로 가능하고 교섭력이 확보되는 고리를 찾아야 함 · 무노조 전략인 삼성전자, 어용노조를 통한 협조적 노조 전략인 LG전자의 민주노조 건설이 당장 쉽지는 않을 수 있음. · 하지만 공급 사슬 내에서 원청에 대한 교섭력을 갖추고 노동자들이 큰 규모로 존재하는 기업들 다수 존재. 핵심 위탁 조립업체부터 핵심 모듈 공급 업체까지 다양. · 산업적 파급력을 갖춘 부분에 대한 전략적 고려들이 이루어져야 함. - 더욱 중요하게는 저임금 불안정 노동을 산업내 공급하는 핵심 지역인 공단 전체를 통제할 수 있는 조직화 전략 필요 · 삼성전자, LG전자가 이중적 생산 체계를 유지할 수 있는 이유는 반월/시화, 구미, 구로 등 전자전기 기업 밀집 단지에서 저임금 노동자들을 끊임없이 공급받을 수 있기 때문. · 최저임금 수준의 저임금, 고강도 장시간 노동 조건에서 대규모로 이동해 다니는 노동자들에 대한 조직화 운동이 있어야만 전자 산업 내 노동시장 통제 가능.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