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노동자운동연구소입니다. 이번 주 정기보고서로 전자산업 관련 분석 보고서를 발간했습니다. 삼성전자, LG전자를 비롯하여 공급사슬 내에 주요하게 위치해 있는 중소기업들을 분석하고 노동조건 특징을 조사했습니다. ---------------------------------------------------------------------- 주요 목차 1.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전자 산업의 노동자들 2. 한국 전자 산업의 현황과 특징 3. 주요 제품의 공급 사슬과 노동조건 4. 결론 ---------------------------------------------------------------------- 4. 결론 산업의 지리적 이동과 노동운동, 한국,브라질 노동운동의 적극적 역할, 중국, 동유럽 노동자들의 확대되는 자발적 투쟁이 관건 - 20세기 자본주의 황금기(전후 ~1970년) 이후 자동차 산업과 노동운동 동반 성장 · 전후 유럽과 일본의 금속노조 운동은 미국에서 유럽과 일본으로 생산지를 이동/확대해 온 자동차 산업과 깊은 연관. · 1980년대 유럽, 일본에서 다시 한국, 브라질, 남아공 등 반주변부 국가로 자동차 생산지가 이동/확대해 나가며 이들 지역에서 대규모 금속 노동운동 출현(실버, 2005). - 20세기 후반에 본격적으로 성장한 전자산업은 신자유주의 개혁으로 인한 노동운동 쇠퇴와 함께 함. · ‘80년대 전자전기 가전기기로 백색가전 산업 성장, ’90년대 개인용 컴퓨터 보급으로 IT 관련 산업 생산-소비 확대, 2000년대 무선통신 기기 보급으로 전자 산업 정점. · 하지만 이러한 산업적 부흥기에 노동운동은 반대로 80년대 부터 쇠퇴. 80년대 일본, 90~2000년대 초반 한국, 최근 중국으로 이어지는 생산지 이동/확대에서 새로운 산업적 노동운동이 출현하지 못함. · 자본의 세계화 흐름 속에서 전자 산업은 그 시작부터 생산지의 국제적 이동과 국제적 부품 조달, 철저한 기업내 노조 탄압 등으로 노동에 절대적으로 불리했었음. - 한국, 중국, 북남미에서 새로운 운동의 출현이 관건 · 삼성전자, LG전자의 예에서 보았듯이 현재 대규모 전자 제품이 생산되는 곳은 반도체, LCD패널은 한국, 휴대폰은 한국, 중국, 베트남, 브라질, 가전제품은 중국, 멕시코, 브라질, 폴란드, 헝가리 등 임. · 한국, 브라질의 경우 상대적으로 강한 노동운동 전통이 존재하는 곳이며, 중국과 동유럽은 최근 열악한 노동조건에 대해 노동자들의 자발적 투쟁이 점차 확대되어 가고 있는 중. · 결국 국제적 차원에서 전자 산업 노동운동이 부흥한다면 한국 브라질의 노동운동의 성장, 중국 동유럽 노동자들의 자발적 투쟁 확대가 관건일 것. 공급 사슬에서 파급력을 갖춘 기업과 공단 전체를 대상으로 한 지역 조직화 운동 병행 - 8~90년대 현대차와 더불어 중규모 이상의 자동차 부품사가 동시에 건설되었던 예 · 한국 자동차 산업이 본격적으로 성장하던 시기 민주노조 건설 운동이 재벌 대기업 완성차 업체와 더불어 경주, 마창, 경기 지역 자동차 부품사에서 대규모로 진행된 사례와 비슷한 경로 고려 가능 - 공급 사슬 내 노조 건설이 상대적으로 가능하고 교섭력이 확보되는 고리를 찾아야 함 · 무노조 전략인 삼성전자, 어용노조를 통한 협조적 노조 전략인 LG전자의 민주노조 건설이 당장 쉽지는 않을 수 있음. · 하지만 공급 사슬 내에서 원청에 대한 교섭력을 갖추고 노동자들이 큰 규모로 존재하는 기업들 다수 존재. 핵심 위탁 조립업체부터 핵심 모듈 공급 업체까지 다양. · 산업적 파급력을 갖춘 부분에 대한 전략적 고려들이 이루어져야 함. - 더욱 중요하게는 저임금 불안정 노동을 산업내 공급하는 핵심 지역인 공단 전체를 통제할 수 있는 조직화 전략 필요 · 삼성전자, LG전자가 이중적 생산 체계를 유지할 수 있는 이유는 반월/시화, 구미, 구로 등 전자전기 기업 밀집 단지에서 저임금 노동자들을 끊임없이 공급받을 수 있기 때문. · 최저임금 수준의 저임금, 고강도 장시간 노동 조건에서 대규모로 이동해 다니는 노동자들에 대한 조직화 운동이 있어야만 전자 산업 내 노동시장 통제 가능. <끝>
광업·제조업 조사 원자료를 통해 본 반월시화 공단의 제조업 기업 특징 - 통계청 「광업·제조업 조사」는 매년 10인 이상의 전국 광업 제조업 사업체에 대한 통계로 매출액, 종사자수, 제조원가, 유형자산 등을 조사. - 「광업·제조업 조사」 2009년 원자료를 이용하여 반월 시화 공단과 인근 지역(안산시 단원구, 시흥시 정왕1~4동, 본동) 3,136개 기업의 특징을 분석, 이후 노동조합의 조직화 전략 수립에 기초 자료로 활용하고자 함.
자동차 산업을 중심으로 2008~2010년 세계 경제위기 이후 쟁점 2010년 하반기부터 세계 경제위기가 어느 정도 진정 국면으로 들어서고 있는 듯 보인다. OECD 국가들을 보면 2008년 0.3%, 2009년 -3.4%까지 하락한 평균 경제성장률은 2010년 2.8%로 반등했다. 이번 세계 경제위기의 지속 기간을 단축시킨 1등 공신 중국은 2010년 1분기 11.9% 성장한데 이어 4분기까지도 8% 내외 성장을 하며, 올해도 8% 내외의 성장을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국 역시 2011년 4~5%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세계 경제위기의 원인이 해결되지 않은 만큼 도처에 새로운 경제위기 가능성들이 도사리고 있다. 세계화폐 달러에 대한 발권력을 이용해 가까스로 회생한 미국은 여전히 경상수지와 재정수지 적자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더 많은 수량완화 정책으로 연명하고 있다. 세계 경제위기의 뇌관 역할을 한 대형 은행들은 미국 정부가 풀어놓은 달러로 신흥시장에서 자산 투자에 다시 열을 올리고 있다. 유럽은 그리스, 아일랜드에 이어 포르투갈이 부도 직전에 내몰렸으며, 스페인과 이탈리아까지도 연쇄 부도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그리고 더 나아가 유로화의 위기로 인해 유럽의 대형 은행들이 줄도산하며 제2의 세계 경제위기가 발발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도 이야기되고 있다. 회복과 동시에 새로운 위기 가능성들이 커지는 현재까지 전 세계 노동자들은 지난 2년간 고용 불안과 임금 삭감에 고통 받았다. 일부 신흥시장 국가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나라에서 실질임금이 삭감되었고, 많은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었다. 최근 명목임금을 올린 국가들의 경우에도 작년 하반기부터 치솟기 시작한 물가로 인해 실질임금이 삭감되는 경우가 많았으며, 미국의 두 자릿수 실업률이 대표하듯이 가시적 경제성장률 상승에도 불구하고 세계적 수준에서 고용 회복은 여전히 더딘 상황이다. 한편 이번 경제위기는 분할과 배제가 신자유주의의 핵심 노동 정책임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주었다. 노동자 전반에 고용과 임금 위협이 있었지만 저임금 불안정 노동자들의 고통이 더욱 심각했다. 작년 12월에 ILO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이번 경제위기 과정에서 대부분의 국가에서 노동소득분배율(한해 생산한 순부가가치에서 노동자 임금이 차지하는 몫)이 크게 줄었는데 분배율을 낮춘 핵심 원인 중 하나는 저임금 노동자가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었다. 이는 한국에서도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일이다. 재벌 대기업의 하청 업체로의 비용 전가와 그에 따른 저임금 노동자들의 노동조건 악화에서부터,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해고와 실질임금 삭감, 실직과 생활고로 인한 노동자들의 계속되는 자살까지 그 형태도 다양했다. 이러한 저임금 불안정 노동자의 생존권 문제는 보수 진영에서조차 복지를 이야기하는 아이러니한 상황까지 만들고 있다. 이런 점에서 우리가 올해 무엇보다 심각하게 생각해볼 문제는 노동자 운동이 자본이 만들어 놓은 분할, 즉 노동자 간 임금, 노동조건의 격차를 뛰어넘어 단결을 만들어 나갈 수 있는 전략이다.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외양적 회복세와 달리 위기는 여전히 진행 중이며 언제 어떠한 계기로 다시 2008년과 같은 상황이 도래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노동자운동이 위기가 닥칠 때마다 사회와 노동시장으로부터 배제되는 저임금 불안정 노동자들과 함께 투쟁할 방법을 찾지 못한다면, 결국 위기 시기는 자본이 노동자들에게 양보를 요구할 기회의 시간이 되는 반면 노동자 계급에게는 노동자들끼리 일자리를 둘러싸고 바닥을 향한 경주를 해야만 하는 절망의 시간이 된다. 노동자 간 단결을 가로막는 여러 가지 문제들이 있지만 본 글에서는 임금 격차 문제를 중심으로 몇 가지 쟁점을 살펴보고 국외 노동조합이 이와 관련하여 작년 핵심적으로 진행한 임단협 투쟁 사례들을 살펴보며 몇 가지 시사점을 찾아본다. 금속노조가 3월 말부터 조기 임단투에 돌입하는 만큼 본 글의 분석은 자동차 산업과 금속노조에 초점을 맞춘다. 국외 자동차 산업 임금 동향 먼저 국외 임금 동향을 짧게 살펴보자. 주로 자동차 산업이 발달한 미국, 독일, 이탈리아, 일본, 한국 등에 관해 알아본다. 위 그림은 자동차 산업(산업분류 C34) 노동자들의 임금 변화율 추이를 보여준다. 세계 경제위기가 시작된 2008년 이후 모든 국가에서 임금이 하락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독일의 경우 큰 변화를 보이지 않는 것이 특징이며, 한국과 미국의 경우 반대로 변화율이 큰 것이 특징이다. 임금 유연성이 유럽 국가들에 비해 크다는 증거다. 위 그림은 자동차 산업 내에서 생산된 부가가치가 노동자에게 분배되는 정도를 보여주는 노동소득분배율이다. 노동소득분배율을 장기 평균치에서 크게 변하지는 않지만 십여 년 내에서는 경기 변동, 계급투쟁 조건에 따라 국가, 산업, 기업 수준에서 변화할 수 있다. 따라서 단기적으로 변화하는 모습에서 정부의 산업 정책 혹은 산업 내 노자 간 투쟁 양상을 간접적으로 볼 수 있다. 위 그림에서 몇 가지 특징을 볼 수 있는데 하나는 2007~2008년 시점에서 유럽 두 나라와 미국, 한국의 차이가 분명하게 난다는 것이다. 모든 나라들의 임금 증가율이 마이너스를 기록했지만 독일과 이탈리아의 경우 경제위기 시점에서 오히려 노동소득분배율이 높아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매출 감소로 인한 부가가치 감소분에 비해 자본의 이윤에서 지출이 좀 더 발생했다는 의미다. 반대로 한국과 미국의 경우 임금이 크게 감소하자 노동소득분배율이 하락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는 자본이 위기에 대한 비용을 노동자들에게 더 크게 전가했다는 의미다. 한국은 2008년부터 현대기아차가 오히려 큰 이익을 보기 시작했다는 점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현대기아차는 모두 2008년부터 2010년까지 사상 최대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반대로 노동자들의 경우 특히 하청 기업에서 큰 임금 감소가 있었다. 이러한 차이를 만들어 낸 중요한 원인 중 하나는 유럽 노조들이 미국과 한국에 비해 좀 더 단결된 교섭과 투쟁을 벌여 자본가들의 노동자들에 대한 비용 전가를 상대적으로 좀 더 효과적으로 막아냈다는 점이다. 기업별 교섭과 투쟁이 지배적인 한국의 상황을 반추해 보면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현대기아차가 위기를 빌미로 각종 납품 단가 인하를 요구하고, 하청 기업은 이를 그 기업의 노동자들에게 전가하기 때문에 자동차 산업 내에서 노동자들의 임금은 납품관계가 원청에서 멀어질수록 더 크게 하락했다. 미국의 전미자동차 노조는 2008~2009년 사실상 무쟁의 선언을 하며 자본에게 투항했고, 한국의 노동조합들 역시 제대로 된 중앙교섭도 전국적 투쟁도 만들지 못했다. 독일 금속노조와 같은 사회 협약 중심의 대응이 대안이 될 수 없는 것은 분명하지만 경제 위기 상황에서 미국이나 한국과 같은 기업별 대응은 최악의 방식으로 노동자 간 분열을 만들 가능성이 더욱 크다 할 수 있겠다. 한국 자동차 산업 임금 추이 한국 산업 구조의 특징은 대부분의 기업들이 철저하게 재벌 대기업을 중심으로 수직 하청 계열화되어 있다는 점이다. 자동차 산업 역시 그러한데, 현대기아차를 정점으로 한 하청 체계는 노동자들의 임금, 노동조건 격차로도 직결되어 나타나며, 또한 기업별 교섭 투쟁이 지배적인 노동자운동과 공명하며 노동자 간 격차를 공고히 한다. 1) 기업 규모별 임금 격차 아래 그림은 고용노동부가 조사하는 사업체 노동력 조사 자료를 근거로 한국 자동차 산업에서의 임금 격차를 기업 규모에 따라 나타낸 것이다. 규모별 임금, 노동시간 등을 볼 수 있는 사업체 노동력조사는 여러 자료를 담고 있지만 5인 이상 사업장의 상용직만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한계점 또한 존재한다. 예를 들면 비정규직 공장인 모비스의 노동자는 300인 미만 하청 업체에 모두 고용되어 있기 때문에 통계에 정확히 포착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장기 시계열에서 사업체 규모별 임금 및 임금 격차 추이를 살펴볼 수는 있다. [그림 3]에서 볼 수 있듯이 재벌대기업 중심으로 자동차 산업이 발전하면서 임금 격차가 점차 벌어졌다. 위의 [그림 4]에서 이를 좀 더 자세히 알아 볼 수 있다. 실선은 300인 이상 사업장 대비 임금 비율을 나타내며, 막대그래프는 액수 차이를 나타낸다. 2~3차 하청 업체라 볼 수 있는 30~99명 기업 노동자의 경우 1993년만 하더라도 300인 이상 사업장 노동자 임금의 65% 정도의 임금을 받았지만 2005년대에는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45%의 임금을 받고 있다. 현대기아차가 성장한다고 해도 소위 낙수효과 같은 분배는 전혀 발생하지 않는다는 증거일 것이다. 1997~1998년의 경우 격차가 크게 줄어드는 것을 볼 수 있는데 대공장 사업장에서 대규모 정리해고를 동반한 임금 삭감 폭이 더 컸기 때문이다. 이러한 양상은 2008~2009년에도 볼 수 있다. 임금 격차가 더 크게 벌어지는 것은 경제위기의 한 파고가 넘어갔을 때부터 발생하는데, 1999년 이후부터 2004~2005년까지 임금 격차가 급증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위기 과정에서 하청 시스템을 정비하고 동시에 구조조정을 명분으로 더욱 가혹한 수탈 체계를 갖추기 때문이다. 이러한 양상은 경제위기 이후 100~299인 사업장과 30~100인 사업장의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것에서 더욱 확연히 확인할 수 있다. 중규모 1차 하청 업체의 하청이 다수 있는 이들 사업장은 원청을 따라가는 중규모 기업들에 의해 한 차례 더 수탈을 감당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1990년대 초반 격차가 거의 존재하지 않던 양자 사이에 큰 격차가 벌어진 것은 1998년 외환위기를 겪고 난 이후부터이다. 한편 100~299인 사업장은 원청과 교섭력이 그나마 좀 더 있고, 금속노조의 주력 노조들이 다수 포진해 있는 부분이라 임금 방어가 어느 정도 되나, 100인 이하 사업장들의 경우 무노조 사업장에 원청과의 가격 교섭력도 더욱 떨어지는 기업들이라 구조조정에 매우 취약하다. 경제위기 → 일시적인 임금 격차 축소 → 구조조정과 하청 수탈 강화 → 더욱 큰 임금 격차 대기업 중소기업만이 아니라 중소기업 내에서도 원하청 관계에 따라 위와 같은 일이 반복적으로 확대 발생된다. 그리고 2008~2009년 경제 위기 이후 과정에서 위와 같은 악순환이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미 작년 언론에도 보도되었듯이 재벌 대기업들은 납품 단가 인하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 하청 기업에 최저임금 위반도 불사하라고 위협하고 있다. 2) 임금 특성별 격차 한국 제조업 노동자들 대부분은 저임금을 보충하기 위해 장시간 노동을 참아낸다. 한국의 노동시간은 OECD 국가 내에서 선두를 내어준 일이 거의 없다. 금속노조의 2008년 조사에 따르면 월평균임금에서 초과근로수당이 차지하는 비중은 20% 가까이 된다. 대부분이 최저임금을 받고 있는 구로나 반월 공단에서는 사태가 더욱 심각하다. 이 지역의 비정규 생산직 노동자들은 임금의 30~40% 가까이를 초과근로수당으로 채우며, 그래도 턱없이 부족한 저임금에 시달린다. 위 그림은 임금 각 항목 별로 월총액 임금인상률에 미친 기여도를 나타낸 그림이다. 예를 들어 임금인상률이 10%이고, 정액임금기여도가 5%라고 하면, 다른 부분의 인상 없이도 정액만 올랐어도 임금인상률이 5%는 된다는 이야기다. 위 그림들을 보면 기업 규모별로 기여하는 항목이 다소 차이가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30~99인 사업장의 경우 1998년 이전까지는 초과급여나 특별급여에 비해 정액급여(통상급여)가 많은 기여를 했으나 1998년 이후부터는 정액임금이나 특별급여에 비해 초과근로수당이 많은 기여를 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한편 사업장 규모가 클수록 정액급여와 특별급여가 상대적으로 더 많은 기여를 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정액급여 항목 중 기본급 비중이 낮은 한국 임금 구조의 특성 상 특별급여와 함께 성과급 성격의 통상수당이 많은 역할을 하고 있을 것이라는 점을 유추해 볼 수 있다. 이렇게 소규모 기업에서의 초과근로수당, 중대 규모에서의 각종 성과급이 임금 상승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경제위기에 매우 취약한 임금 형태이며, 동시에 원하청 간의 연대를 가로 막는 임금 시스템일 수밖에 없다. 원청은 기업에서 내리는 인센티브에 목을 맬수록 하청에 대한 수탈에 눈감을 수밖에 없고, 수탈당하는 하청 기업 노동자들은 더 많은 노동시간을 통해 임금을 보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외 금속 노조 임단협 투쟁 사례 국외의 많은 노동조합들도 한국과 비슷한 상황 속에서 더욱 확대되는 임금 격차를 막아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본 장에서는 캐나다, 남아공, 이탈리아 등 국외 금속노조의 2010년 임단협 핵심 쟁점과 투쟁을 살펴보고, 2011년 한국 금속노조 임단협 투쟁에서 고민해볼 만한 교훈들을 찾아보고자 한다. 1) 자동차 부품사 노동조합의 공동 투쟁: 캐나다 자동차 노조(CAW) 캐나다 자동차 산업은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위기를 겪었다. 2007년 250만 대 규모에 달하던 생산량은 2009년 150만 대 수준으로 하락했다. 캐나다 정부는 GM을 비롯하여 여러 자동차 업체에 구제 금융을 제공하기도 했다. 이러한 자동차 산업 위기는 부품사 노동자들에게 더욱 가혹했는데, 부품사 노동자들의 25%에 해당하는 2만 1천 명이 해고되었고, 대부분의 노동자들이 실질 임금 하락을 겪었다. 부품사 자본은 이러한 위기를 빌미로 단협 개악도 기도했는데 ‘임금 및 연금 삭감’, ‘신규 채용자에 대한 차별적 임금 체계 구축’, ‘노조 동의 없는 공장 이전 계획’ 등이 대표적인 예다. 또한 2010년 캐나다 자동차 생산은 2009년에 비해 약 30% 가까이 회복되었지만, 대부분의 업체들이 오히려 더욱 공세적으로 노조를 압박하며 양보를 요구했다. 이러한 이유로 캐나다 자동차 노조는 2010년 하반기부터 자동차 부품사 노동자 공동행동(Auto Parts Workers United)을 전략적으로 추진했다. 부품사 노조의 공동 투쟁은 10월 27일 부품사 노동자 현장 총궐기를 시작으로 250여 부품사 노조 간부 합동 수련회, 공동 임단협 의제 선정, 부품사 미조직 노동자 조직화 사업 전략 토론, 2011년 부품사 노동조합 임단협 컨퍼런스 등으로 이루어질 예정이다. 부품사 노조들의 공동 전략은 10월 27일 부품사 현장 총궐기의 날, 2만 부품사 조합원뿐만이 아니라 약 2만 명 이상의 비조합원들의 지지를 이끌어내며 성공적으로 시작되었다. 캐나다자동차노조 소속 부품사 조합원들은 10월 27일 약 100개 사업장에서 집회를 개최한 이후 온타리오 지역에서 약 1만 5천 명 조합원들이 가두시위를 벌였다. 공동행동의 결과는 매우 성공적이었는데 가장 구조조정에 적극적이었던 두 사업장에서 전미자동차노조가 11월 말에 승리적인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 매그나 인테그람 시트 공장(캐나다자동차노조 444 지역지부)의 경우 10월 27일 보여준 공동 투쟁을 통해 납품처인 크라이슬러 미니밴 공장을 세울 수 있다는 강력한 경고를 한 사례. 매그나 인테그람을 비롯하여 인근 지역 부품사가 공동 파업에 돌입할 경우 윈저 지역의 크라이슬러 공장은 당장 조업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 * 444 지역지부는 2010년 성과급 지급과 2012년 4/4분기에 2년간의 생계비 인상분을 반영하여 임금을 인상하기로 합의하였고, 기존에 60세부터 지급되던 퇴직연금을 55세부터 30년간 지급하기로 합의함. * 온토리오의 마틴리(Martinrea) 샤시 공장(캐나다자동차노조 127 지역지부) 역시 공동행동의 힘을 통해 승리적인 단협을 체결한 사례. 캐나다의 3대 부품사 중 하나인 마틴리는 9월에 시급 기준으로 약 21 캐나다 달러 이상의 임금 삭감안을 노조에 제시. * 127 지역지부는 10월 27일 공동행동에 전조합원이 참여하며 사측 요구안의 철회를 요구. 지엠, 포드, 크라이슬러, 도요타 등에 납품을 하고 있는 마틴리는 공동행동 규모에 놀라 노조 요구 대부분을 수용하며, 2008년 위기 이전 노동 조건을 복구. 더불어 캐나다 자동차 노조가 있는 공장에서 일체의 아웃소싱과 공장 폐쇄를 진행하지 않기로 합의. 부품사 공동 투쟁은 2011년에도 계속될 예정이다. 대형 부품사 외에도 소규모 부품사들의 임단협이 계속되고 있으며, 부품사 공동 임단협 교섭 수준을 계속 높여 나갈 것으로 보인다. 2) 고물가로 인한 실질임금 감소와 임금격차에 대한 대응: 남아공 금속노조(NUMSA) 남아프리카공화국은 2008~2009년 2년간 물가가 18% 인상되었고, 이러한 큰 물가 인상으로 인해 남아공 노동자 대부분은 심각한 실질 임금 감소를 겪었다. 이에 남아공 금속노조는 2010년 20% 임금 인상, 야간 근로 수당 및 주말 특근 수당의 인상 등을 공동 임단협 요구안으로 상정하여 투쟁했다. 그리고 실질임금 감소로 인한 고통은 저임금 노동자들에게서 더욱 심하게 드러나고, 이에 따라 노동자간 임금 격차 문제도 더욱 첨예하게 등장했다. 이에 남아공 금속노조는 저임금 노동자들의 임금을 상승시키는 데 더욱 노력했고 몇 가지 성과를 쟁취했다. 여러 업종의 교섭이 있었는데, 타이어산업고용주협회와의 업종 교섭이 특히 승리적으로 평가받았다. 2주가 넘는 공동 파업과 거리 시위를 통해 남아공 금속노조는 타이어 업종에서 아래와 같은 내용으로 교섭을 타결했는데, 임금 격차 해소를 위한 단계적 임금 인상 정책이 특징이다. * 3년 이상 고용된 모든 노동자의 임금은 해당 임금 단계 표의 최고치 임금으로 2011년 7월까지 단계적으로 인상함. * 2011년 7월 이후에는 전 산업 임금 인상 평균보다 높은 수치로 임금 인상. * 단기계약직 노동자에게 정규직과 같은 혜택 제공. 의료 보조금, 노후 수당, 퇴직금 등 정규직에게 제공되는 다양한 수당 및 보조금 제공. * 타이어 업종 내에서 동일노동 동일임금 지급. 동종 업계에서 타 업체보다 동일 직종의 임금이 낮은 아폴로사와 레이디스미스사에 대해 단계적인 추가 임금 인상. 2단계 임금군 노동자들은 2010년 7월까지, 3단계 임금군 노동자는 2011년 7월까지 임금 인상. 또한 총액 기준으로 2010년 7월부터 2014년 7월까지 54% 이상 인상. 완성차 노조들 역시 위와 비슷한 내용으로 타결했다. 고물가에 수출 감소까지 겹쳐 교섭 환경이 매우 불리했으나, 완성차 노조들은 7일간의 공동 파업을 통해 아래와 같은 합의를 달성한 것이다. 특히 이 협약의 경우 물가인상에 대해 안전장치를 마련한 것이 특징이다. * 2010년 7월 이후 10% 임금 인상. 2011년 9%, 2012년 9% 임금 인상. 단 물가 인상이 이 이상일 경우에는 물가 인상분만큼 임금 인상. * 2011년 7월 이전에 공장 단위 고용안정기금을 조성. 1 노동자 1 노동시간당 10센트를 적립하고 기존 고용안정기금의 60%를 공장단위 기금으로 전환. * 단기계약직에 대한 처우 개선. 동등한 직업 훈련 기회 제공, 퇴직금 상해수당 등에 대한 동등한 제공. 의료 보조금 지급. 부당한 계약 해지 금지. 한편 남아공노총(COSATU)은 2010년 10월에 남아프리카국민전선(ANC)의 성장 노선을 폐기하고 사회주의 구조 개혁을 위한 경제 성장 노선을 전면화할 것을 선언했다. 남아공노총은 1990년대 중반부터 최근까지 이어진 성장·고용·재분배 전략(GEAR) 노선을 신자유주의 경제 노선으로 규정하고, 2010년 전국대의원대회에서 새로운 경제 성장 노선의 핵심으로 완전 고용 정책을 제시했다. ‘완전고용을 위한 성장 경로’로 이름 붙여진 이 경제 노선은 산업 정책, 지방 균형 발전, 노동 시장 규제, 기술과 인적 자원 개발, 거시 경제 정책, 교육, 건강, 주거, 사회안전망 등에 걸쳐 기존과 다른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민간 부분 고용 및 산업 정책의 핵심을 차지하고 있는 남아공금속노조는 노총의 구조 개혁 노선을 산별 업종별 단협을 통해 현실화하고자 노력할 것을 결의하고, 남아공 금속노조는 2011년 좀 더 큰 틀에서의 구조 개혁을 위한 투쟁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3) 교섭의 분권화와 금속노조의 대응: 이탈리아 제1 노총 금속노조(FIOM-CGIL) 최근 이탈리아 제1금속노조(FIOM)는 피아트사의 일방적 공장 폐쇄와 노동조건 개악 기도에 맞서 몇 차례의 총파업을 펼쳤다. 피아트는 2009년 미국 크라이슬러사를 인수하며 작년부터 글로벌 구조조정을 계획했다. 북미 동유럽의 크라이슬러 공장과 이탈리아 동유럽의 피아트 공장들을 최적화된 형태로 구조조정하는 것이 목표이다. 피아트 사측은 작년 초부터 시칠리아 공장 등 남부지역 공장 일부를 폐쇄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고, 최근에는 토리노 공장 등 북부 지역 공장에까지 공장폐쇄 계획을 발표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공장 폐쇄에 반대하는 노동조합에게 산별협약 파기, 연 잔업시간 대폭 확대, 조립 라인 노동강도 강화, 복지 수당 축소 등을 조건으로 공장 폐쇄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협박하고 있다. 한편 작년 말 제2, 제3금속노조(FIM, UILM)가 사측의 요구안을 받아들이며 공동 투쟁 전선이 붕괴했다. 현재 제1 금속노조가 지역사회단체들과 함께 토리노, 볼로냐 등에서 파업과 가두시위를 벌이고 있다. 카톨릭계, 사민주의계 금속노조인 제2, 제3금속노조의 이탈은 이미 2009년부터 시작되었다. 2009년 말 두 노조는 세 노조가 함께 체결한 산업별 전국협약(CCNL)을 파기한 것이다. 2008년 체결된 협약의 2010~2011년 연장을 둘러싼 갈등의 핵심 내용은 두 노조가 제1금속노조(FIOM)가 제시한 임금 인상안과 중앙집권적 교섭권 유지를 거부하고, 정부가 제시한 좀 더 낮은 임금인상과 기업별 분권화된 교섭권을 받아들인 것이다. 제1금속노조는 8등급 임금군의 평균 130유로 인상을 요구했지만, 나머지 두 노조는 5등급 임금군의 113유로 인상을 요구했다. 제1금속노조에 따르면 두 노조의 임금 인상 수준은 최근 몇 년 사이 가장 낮은 임금 인상 요구이다. 또한 이 두 노조는 기업 단위 노동 시간 유연화와 임금 격차를 폭넓게 허용하는 전국협약을 제시했다. 제2, 제3금속노조의 상급단체 제2노총과 제3노총(CISL과 UIL)은 2010년 초에 기업단위 교섭, 개별 노동자의 근로계약에 대해 산별단체협약을 뛰어넘은 상당한 권한을 부여하는 노동법 개악에도 찬성했다. 이로 인해 3개 노총간의 공동대응도 파탄이 난 상황이다. 제1금속노조는 이러한 조건에서 2010년 초부터 자체 전국협약안을 전국적으로 선전 선동하며 독자적 투쟁들을 만들어 나갔다. 전국협약안에 대한 기업교섭대표단(RSU) 투표에서 요구안에 대한 총투표 결과 제1금속노조 안 41만, 나머지 27만 투표로 더 많은 노동자가 제1금속노조를 지지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제1금속노조는 이러한 투쟁을 통해 2010년 말 2011년 초 RSU 선거에서도 제2, 제3금속노조를 꺾고 대부분 승리하며 대중적 지지를 확대하고 있다. 2010년 말에는 나폴리, 리에티, 피사 등 지역에서 압도적 승리를 기록했다. 2011년 초반 임단투에서는 앞서 이야기한 피아트 구조조정 저지 투쟁에서 승리하는 것이 관건으로 보인다. 노자 간의 대결만이 아니라 베를루스코니 정권에 대한 타협적 태도로 일관하고 있는 제2, 제3노총을 다시 노총 공동 투쟁으로 견인하기 위해서라도 피아트 투쟁을 승리로 이끌어야만 하기 때문이다. 한국 금속노조의 대응 2009~2010년은 대부분의 나라에서 세계 경제위기로 인해 상당한 실질임금 삭감을 경험했다. 한국 역시 2009년부터 2010년 전반기까지 실질임금이 삭감되었다. 또한 이러한 임금 삭감은 고용 불안정성이 큰 노동자에게 더욱 크게 이뤄졌다.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경제위기 시기 자본은 대부분의 나라에서 하청 업체로의 비용 전가, 비정규직 계약 해지, 노동조합에 대한 양보교섭 강요, 노동시간 유연화 등을 추진했다. 이러한 양상은 한국도 역시 동일하다. 한국의 경우 ① 재벌 대기업들의 하청 업체에 대한 단가 인하 압박과 이로 인한 하청 업체 노동자들의 임금 삭감, ② 물가인상으로 인한 실질임금 삭감과 임금격차 확대, ③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복수노조 창구단일화 노조법 개악, ④ 단기근로 확대 변형근로시간 확대 등 노동시간 유연화를 핵심으로 하는 국가고용전략2020 등이 추진되고 있다. 1) 하청업체로의 비용 전가 문제 부품사 또는 하청 업체로의 비용 전가에 맞선 투쟁의 좋은 예는 캐나다자동차노조(CAW)의 2010년 부품사 공동 투쟁이다.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자동차 부품사 노동자 공동행동’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공동 투쟁은 여러 승리를 만들어 내었다. 한국 금속노조에서도 중앙 교섭, 지부 집단 교섭 등을 통해 중앙교섭, 지부교섭에 참여하는 자동차 부품사들을 중심으로 한 공동 투쟁이 매년 있었다. 하지만 매번 금속노조의 공동 투쟁은 완성차 지부의 교섭 참여 문제, 파업 참여 문제로 공동 투쟁의 결과가 수렴되며 부품사 혹은 하청 업체들의 공동 투쟁이 부차화되는 경향이 심화되고 있다. 캐나다의 예는 완성차 업체의 참여만을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부품사 노동자들의 공동 투쟁에 산별노조의 아낌없는 지원과 의미부여를 쏟아 붓는 것이 더욱 효과적일 수도 있다는 시사점을 남겨준다. 캐나다자동차노조 역시 부품사 공동 투쟁에 완성차 노조를 참여시키는 것에는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지만, 부품사들의 공동투쟁으로 의미 있는 협약들을 쟁취했다. 2) 물가인상으로 인한 실질임금 삭감과 임금격차 확대 물가인상과 임금 격차 문제에 대한 대응 사례는 남아공금속노조(NUMSA)가 좋은 예를 보여준다. 제조업에서도 저임금 문제가 심각하던 타이어업종의 노동자들이 수 주간의 총파업을 통해 물가인상에 대한 보상, 단기계약직 노동자에 대한 동일 수당 제공, 업종 내 동일노동 동일임금 등을 쟁취했다. 2011년 1월 현재 한국 물가 인상률은 전년 동월비 4.1% 대이고, 생계비와 직결되는 생활물가 인상률은 4.7%에 이른다. 현재 국제유가를 고려할 때 올해 물가인상률은 4% 대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위 표에서 볼 수 있듯이 지난 몇 년간 사실상 실질 기본급은 동결 또는 삭감되고 있다. 금속노조 기본급 인상 요구안은 경제위기가 가장 심했던 2009년을 제외하면 대체로 13만 원 수준에서 제시되었으나, 실제 인상은 매년 5만원 수준에서 이루어졌다. 앞의 임금인상 기여도를 감안하면 사실상 중대형 사업장 임금의 대부분은 성과급과 초과근로수당이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수당 부분이 실질임금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질수록 교섭력이 낮은 사업장, 개별 기업의 지불 능력이 떨어지는 중소사업장의 임금은 상대적으로 하락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올해는 2008년과 비슷한 물가인상이 예상된다고 할 때, 산별 차원의 임금 요구(현재 금속노조에서는 지부 임금 요구안)에서 2011년 물가인상 +a 등의 실질임금 인상 방법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듯 보인다. 두 자리 수의 물가인상이 있었던 남아공의 경우 고물가를 대비한 물가인상분에 대한 단서 조항을 두었다. 3) 개악노조법 등 산별노조 무력화에 대한 대응 일찍부터 복수노조 조건에서 투쟁해온 이탈리아 제1금속노조(FIOM)는 역사적으로 노조 간 공동 투쟁을 강조해왔다. 하지만 제2, 제3 금속노조의 2009년 공동 전국교섭 파기와 베를루스코니의 노조법 개악에 대한 투항은 제1금속노조에게 여러 어려움을 안겨주고 있다. 하지만 제1금속노조는 현재 벌어지고 있는 피아트 투쟁부터 전국교섭안에 이르기까지 단호한 투쟁과 지역연대 투쟁으로 대중적 지지를 넓혀 가고 있는 중이다. 최근 RSU 선거에서 제1 금속노조가 선전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 사례다. 이탈리아 복수노조와 한국의 복수노조가 같은 조건은 아닐 것이다. 무엇보다 큰 차이는 이탈리아의 경우 산별교섭이 법 제도적으로 보장되어 있지만 한국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RSU의 경우 전국단위 산별노조의 지분이 상당부분 보장되어 있으며, 대부분의 RSU가 금속 산별노조들의 관장 하에 있다. 한국의 경우는 산업별 교섭도, 산업별 노조의 참여 지분도 보장받지 못하며 철저하게 기업별 교섭으로만 한정되어 있다. 이러한 차이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의 시사점을 얻자면 복수노조 시대의 금속노조 전략은 전국적 투쟁 전선과 노동자 계급의 이해에 기초한 단호한 요구안을 꾸준하게 추진해 나가는 것이 그 기초가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의약품접근권 파괴하는 인도-EU FTA 유럽의 새로운 FTA정책과 지적재산권 2월 17일 유럽의회는 한-EU FTA를 통과시켰다. 또 3월에는 인도-EU FTA를 체결할 예정이다. 유럽연합은 상대국에 따른 매우 신축적인 교역협상을 맺던 과거의 FTA에서 벗어나 공격적으로 관세 및 비관세장벽을 모두 철폐하려는 새로운 FTA정책을 취하고 있다. 그 첫 번째 대상이 바로 한국과 인도다. 유럽연합은 FTA 협상에서 지적재산권이 최우선사항이고, 특히 효과적인 지재권 집행이 최고 관심 사안이라고 밝힌 바 있다. 1) 위조방지무역협정 지적재산권 집행조항은 초국적기업들이 지재권 침해를 빌미로 사법절차의 기본 원칙을 훼손하면서까지 민,형사소송을 손쉽게 제기하도록 하고, 과다한 배상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며, 제네릭을 위조품으로 간주하여 압류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와 유사한 내용을 담은 복수국가간무역협정이 위조상품 유통 문제의 해결을 명분으로 진행되고 있다. 바로 위조방지무역협정(ACTA: Anti-Couterfeiting Trade Agreement)이다. 미국, 유럽연합, 일본 등 소수 선진국이 협상을 주도하고 있으며, 2008년 6월부터 한국 정부도 이 협상에 참여하고 있다. ACTA는 소수 선진국들이 지재권 강화를 통해 얻는 흑자폭을 더 늘리기 위한 국제규범을 만들겠다는 것이지, 위조상품의 유통을 막는 것과는 관계가 없다. 위조상품은 현행 국제조약에서도 형사처벌의 대상이 된다. ACTA는 수출국이나 수입국의 지재권을 침해하지 않더라도 환적(in-transit, 운송중인 화물을 옮겨 실음) 국가에서 지재권 침해가 문제될 여지가 있으면 세관의 압류 조치가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2008~2009년에 유럽을 거쳐 브라질로 가는 인도산 제네릭(복제약)을 유럽에서 위조품으로 취급하며 압류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 의약품은 수출국(인도)과 수입국(브라질)에서 지재권 침해 문제가 없는 의약품인데, 네덜란드에서 환적하는 과정에서 네덜란드 세관에 의해 압류당하였다. 이는 유럽이 요구하는 지재권 집행조치와 ACTA의 전초전으로서 전면 실시될 경우에 대한 우려가 크다. 인도와 브라질은 2010년 5월 12일 네덜란드와 유럽연합을 상대로 WTO에 제소한 상태이다. 2) 자료독점권 유럽이 의약품독점을 강화하기 위해 주력하고 있는 다른 하나는 자료독점권이다. 의약품에 대한 독점을 획득할 수 있는 방법은 2가지가 있다. 하나는 특허권이고 다른 하나는 자료독점권이다. 153개국이 가입한 트립스 협정(TRIPs, 무역관련지적재산권협정)에 따라 최소 20년의 특허보호기간이 보장된다. 자료독점권은 의약품 판매승인을 받을 때 제출된 오리지널 의약품의 안전성, 유효성에 관한 임상시험자료를 제네릭 제약회사가 사용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제네릭 판매를 지연시켜 오리지널 의약품의 독점을 부여해주는 것이다. 자료독점권이 부여되면 특허가 없는 혹은 특허가 만료된 의약품일지라도 판매독점권이 생기게 되어 제네릭 생산과 수출을 못하게 되고, 심지어 강제실시와 같은 특허권의 공공적 사용도 못하게 된다. 유럽은 미국과 경쟁적으로 전 세계 의약품 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유럽의 초국적제약사들이 미국으로 본거지를 옮기는 상황과 보건의료비용을 줄이기 위해 제네릭에 대한 의존도를 높여야 하는 상황 간의 문제를 해결하고 의약품단일시장을 완성하기위해 2001년부터 유럽약사법의 포괄적 개정을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논란은 자료독점기간에 집중되었다. 유럽의 몇몇 국가들은 물질특허가 의약품독점을 보장하는데 불충분하다고 여겨 이를 보상하기 위해 1987년에 자료독점권을 도입했다. 트립스 협정 이후 유럽 각국은 대부분 20년 동안 특허권을 보호하고 있으나, 자료독점기간과 관련해서는 그리스의 6년에서부터 프랑스의 10년에 이르기까지 천차만별의 양상을 보이고 있었다. 특히 폴란드 등의 신흥 유럽회원국들은 대부분 6년의 자료독점기간을 유지하고 있었다. 신흥 회원국들은 자료독점기간을 확대하면 그들 국가의 보건의료예산에 지나친 부담을 지울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결국 2003년 12월 유럽의회는 8+2+1 공식을 따르는 자료독점기간을 결정했다. 8+2+1이라는 공식은 8년의 자료 독점, 2년의 마케팅 독점, 그리고 추가적 1년은 새로운 적응증에 대한 자료 독점기간을 뜻한다. 8년이 경과한 후 2년 동안 자료공개를 허용하여 제네릭을 생산하고 그 판매허가절차를 밟을 수는 있지만, 판매하지는 못하도록 제한하였다. 만약 8년의 자료독점 기간 내에 새로운 치료적응증(new therapeutic indications)을 허가받으면 자료독점기간은 1년 더 확대될 수 있다. 즉 판매독점기간은 최대 11년이다. 8+2+1의 기간이 끝나야 제네릭을 판매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런 내용을 담은 유럽의 새 약사법은 2005년 11월부터 효력을 가지게 되었다. 자료독점권의 확대와 통일화를 이룬 유럽연합은 미국의 자료독점권보다 더 강력한 공식을 갖게 되었다고 평가하였다. 신흥제약시장과 미국, 유럽 제약회사들의 위기감 사(제약산업 전문 리서치)에 따르면 2009년 세계의약품 시장 규모는 8,370억 달러(약 1,068조 원)로 메모리 반도체 시장(2008년 456억 달러)의 약 17배에 달하는 규모이다. IMS Health는 향후 10년간 의약품시장 성장률은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2009년 전 세계 의약품 시장에서 북미는 38.5%, 유럽 29.8%, 일본 10.8%, 아시아, 호주, 아프리카 12.7%, 남미 5.5%, 기타 3.4%를 차지했다. 북미, 유럽, 일본이 79%를 차지한다. 한편 북미, 유럽, 일본의 비중은 줄어들고 있다(2007년 86.4%). 그 이유는 미국, 유럽, 일본은 블록버스터급 신약의 특허만료, 신약승인 건수 감소, 약제비 절감을 위한 의료정책 등으로 1~2% 성장에 그친 반면, IMS 헬스가 일명 ‘파머징 마켓(Pharmerging Market, 신흥제약시장)’이라고 부른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한국, 태국 등 17개국의 의약품시장이 급속한 성장률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성장잠재력이 가장 큰 곳으로 중국과 인도를 주목하고 있는데, 중국은 2020년 세계 두 번째 의약품 시장으로 부상, 인도는 2015년 세계 10위권 내로 부상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런 시장변화에 따라 초국적제약기업들은 독점을 확대하기 위해 더욱 혈안이 되어 있고, 신흥제약시장을 주시하고 있다. 초국적제약회사는 전 세계 의약품 시장의 80%이상을 차지해왔던 북미, 유럽, 일본에서 팔릴 수 있는 최대의 가격으로 결정한 후 다른 국가에도 그만큼 지불할 것을 요구한다. 아프리카, 아시아, 남미에서 그 약을 사 먹을 수 없다 해도 제약회사에겐 그만이다. 그렇다고 이 지역을 완전히 방치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초국적제약기업들은 특허권보다 자료독점권을 얻기가 훨씬 간편하기 때문에 개발도상국에서는 일반적으로 특허보다는 자료독점권을 통해 독점을 획득해왔다. 자료독점권은 특허권에 비해 독점기간이 짧지만, 그 효과가 같고 훨씬 간편한 절차를 거쳐 쉽게 얻을 수 있다. 그 결과 개발도상국의 환자개인 내지 공공의료가 파탄날 지경까지 이윤을 뽑아내고, 제네릭이 수출되거나 수입되는 것을 막아왔다. 개발도상국에도 FTA와 트립스-플러스 조항(트립스 협정보다 더 높은 지적재산권의 보호를 내용으로 함)을 강요하면서 특허권과 자료독점권을 동시에 활용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게다가 인도는 제네릭을 전 세계에 공급하는 ’세계의 약국‘인데 인도에서 이러한 조항을 적용하려 한다면 전 세계 민중들에게는 치명적이다. ‘세계의 약국’과 의약품접근권 투쟁 작년 1월에 인도 활동가들의 초청으로 인도를 다녀온 적이 있다. 처지는 많이 달랐지만 서로를 만나게 했던 키워드는 글리벡, 에이즈, FTA였다. 인도는 2003년부터 현재까지 백혈병치료제인 ‘글리벡’을 둘러싸고 초국적제약사 노바티스와 소송이 진행 중이고, 유럽과 FTA협상 중이었다. 우리는 2003년에 글리벡 강제실시투쟁과 2009년 에이즈치료제 ‘푸제온’ 강제실시투쟁을 한 경험이 있고, 한-미 FTA를 체결한 상태, 한-EU FTA는 협상 중이었다. 필자는 ‘세계의 약국’이라 불리는 인도가 2005년에 트립스 협정을 수용한 이후 어떻게 변했는지 매우 궁금했다. 실은 필자는 ‘글리벡’ 강제실시 투쟁당시에 인도에 글리벡과 똑같은 제네릭(복제약)이 있다는 사실에 놀라고 안도했었지만, 인도의 역할이 ‘세계의 약국’ 수준인 줄 실감하지 못했다. 에이즈운동을 하게 되면서 전 세계 3300만명이 넘는 에이즈감염인들이 어떻게 치료를 받고 있는지, 인도의 제네릭이 에이즈감염인에게 어떤 의미인지 알게 되었다. 인도는 개발도상국에 필요한 에이즈치료제의 90%를, 전 세계 에이즈치료제의 50%를 공급하고 있다. 북미, 유럽, 일본, 한국 등 소위 선진국과 몇몇 중진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들은 인도산 에이즈치료제에 의존하고 있다. 인도는 에이즈치료제 외에도 항생제, 항암제, 혈압약, 당뇨약 등 전 세계 제네릭 의약품시장의 20%에 해당하는 의약품을 공급하고 있다. 인도 제네릭의 의미란 무엇인가? 먼 나라 얘기가 아니다. 글리벡 투쟁 당시에 인도에 글리벡과 똑같은 제네릭을 글리벡에 비해 1/20도 안되는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다는 사실은 글리벡 투쟁의 정당성 그 자체였고, 희망이었다. “우리가 연간 약 1500달러를 내면 약을 먹을 수 있는데 왜 3600만원을 내야 하느냔 말이야. 노바티스가 돈이 없어 글리벡을 먹지 못하는 한국의 환자들을 내팽개친다해도(실제로 공급거부를 했었다) 우리에게는 인도약이 있단 말이야.” 우리는 그렇게 요구했지만 특허청은 우리의 요구를 기각했다. 기본권이자 공공의 이익에 해당하는 환자의 생명을 지키기보다 제약사의 이익을 침해해서는 안된다는 이유였다. 그 결과 우리는 1년에 1000억 원가량을 노바티스에 지불하고 있다. 천문학적인 돈을 낼 수 없는 개발도상국에게 인도 제네릭이 없다는 것은 죽음을 의미한다. 인도가 ‘세계의 약국’ 역할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인도 특허법의 역사와 더불어 활동가들이 특허독점의 폐해를 막기 위해 특허강화를 반대하는 강력한 운동을 벌여왔기 때문이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인도는 의약품 수요의 약 85%를 외국계 제약회사에 의존하고 있었고, 약값은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이었다. 그래서 인도정부는 1972년에 의약품에 대한 물질특허를 폐지하였다. 따라서 인도의 제약회사들은 제조공정을 달리하여 제네릭을 생산할 수 있었다. 인도는 트립스협정에 따라 2005년에 의약품에 대한 물질특허제도를 재도입하게 되었지만 전 세계의 환자, 활동가들이 연대투쟁을 벌여 공중보건과 생명을 위한 다양한 안전장치를 인도특허법에 담을 수 있었다. 당시 가장 큰 쟁점은 초국적제약사들의 영구독점전략인 ‘에버그리닝’을 어떻게 막느냐는 것이었다. 그 방법이 인도특허법 섹션(section) 3(d)에 담겼는데, 1995년 이전에 개발된 약에 비해 상당히 개선된 치료효과를 입증하지 못하면 새로운 사용, 새로운 제형, 새로운 혼합품일지라도 특허를 얻지 못하도록 하였다. 제약자본은 특허가 강화되어야 혁신적인 약을 개발할 수 있다고 말하지만 그들은 실은 치료효과가 그다지 향상되지 않은, 사소한 변형을 했을 뿐인 자신들의 신약을 ‘혁신약’이라고 부르며 독점권을 얻기 위해 특허를 활용하는 것이다. 인도가 ‘세계의 약국’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는 인도특허법이 자료독점권이나 특허-허가 연계와 같은 트립스-플러스 조항을 담고 있지 않고, 무분별하게 특허를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세계의 약국’을 없애려는 인도-유럽 FTA 그러나 초국적제약기업은 인도특허법에 트립스플러스 조항을 포함시키려고 끊임없이 소송과 로비를 하고 있다. 노바티스는 2006년 1월에 글리벡 특허가 거절되자 인도특허법 섹션 3(d)가 트립스협정에 위배된다고 2006년 5월에 소송을 제기하였다. 2007년 8월과 2009년 6월에 각각 노바티스의 소송을 거절하는 판결이 내려졌지만 노바티스는 섹션 3(d)조항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2009년 8월에 대법원에 소송을 걸었고 지금도 진행 중이다. 또한 바이엘사는 항암제 ‘넥사바’와 똑같은 약을 인도 시플라사가 판매허가를 받자 특허-허가 연계제도를 도입하고 시플라사의 판매허가를 취소할 것을 요구하며 소송을 걸었다. 대법원까지 끌고간 바이엘사의 소송은 2010년 12월에 대법원에서 기각되었다. 대법원은 특허제도와 의약품규제제도는 별개이고, 인도법 하에서는 의약품규제기구가 특허약의 제네릭 판매허가를 막을 의무가 없다고 판결했다. 시플라사의 판매허가 여부는 바이엘사가 이미 제기한 특허침해소송에서 다룰 문제라는 것이다. 앞서 로슈사 또한 항암제 ‘타세바’에 대해 특허-허가 연계를 주장하다 대법원에서 기각당한 바 있다. 2008년에 시플라사가 타세바와 같은 제네릭을 시판하자 로슈사는 특허-허가연계를 주장하며 소송을 걸었다. 그리고 특허침해소송을 제기했고 시플라사는 특허무효소송으로 맞대응했다. 2009년 4월에 고등법원은 시플라사의 판매를 허용하는 판결을 내렸고, 2009년 8월에 대법원은 로슈의 소송을 기각했다. 현재 특허소송은 진행 중이다. 인도에 있는 초국적기업들의 연합인 OPPI(Organisation of Pharmaceutical Producers of India)는 자료독점권, 특허-허가연계, 섹션 3(d)의 개정을 촉구하는 로비를 지속적으로 벌이고 있다. 이런 초국적제약기업의 요구를 한방에 관철시키려는 것이 인도-EU FTA이다. 인도정부와 유럽연합은 의약품자료독점권과 지적재산권 집행조항에 대한 합의만을 남겨두고 있고 3월에 체결을 할 예정이다. 지재권조항에 대한 대립 때문에 유럽연합이 이번 FTA에 유럽식 자료독점권을 비롯하여 트립스-플러스 조항을 다 포함할 것 같지는 않지만, 자료독점권을 도입하는 것 자체가 ‘세계의 약국’을 위협하기에 충분하다. 초국적제약회사가 노리는 것은 인도의 특허요건에 미달하는, 임상적 효과가 더 낫지도 않은 약들에 대해 더 수월한 방식으로 독점을 획득하여 제네릭의 생산을 막고 비싼 약값을 받으려는 것이다. 자료독점권은 인도처럼 특허요건이 엄격한 나라에서 특허가 없는 약에조차 독점을 획득할 수 있는 손쉬운 방법이 될 수 있다. 인도에서는 글리벡 외에도 에이즈치료제 ‘칼레트라’, ‘비레드’ 등이 섹션 3(d)에 따라 특허가 거절되었고, 제네릭이 판매되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특허가 거절된 약들에 자료독점권이 주어진다면 자료독점기간동안 제네릭 판매, 수출이 불가능해진다. 이 말은 120개국이 넘는 개발도상국의 민중에게 죽음을 의미한다.
[토론회]삼성전자 연쇄 투신사망 사건을 통해 본 전자산업 노동실태와 개선방안 다단계 생산시스템에 갇혀 버린 전자산업 노동자들 삼성전자나 LG전자 같은 국내 전자산업 대기업들은 4개의 세트로 이뤄진 생산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다. ‘국내 생산’과 ‘국외 생산’, ‘국내 위탁가공생산’과 ‘국외 위탁가공생산’이 그것이다. 국내외 동시 생산이 가능한 구조인 셈이다. 이는 자국 생산을 포기하고 대만이나 동유럽 국가 등에 위치한 전문위탁생산업체(EMS)에 생산을 맡기고 있는 미국이나 서유럽 국가들의 행보와는 다른 것이다. 이들 국가들이 기술개발과 영업에만 주력하면서 이른바 ‘공장 없는 제조업체’로 탈바꿈하고 있는 동안에도 국내 업체들의 국내외 공장들은 거침없이 돌아가고 있다. 이러한 차이는 어디서 기인하는 것일까. 국내 전자산업 재벌기업들이 ‘해외의 저임금·무노조 지역’과 ‘국내의 저임금·무노조 지역’으로 볼만한 산업단지들을 배후 생산지로 이용해 국내외를 아우르는 생산체계를 구축한 것이 이러한 차이를 낳는 배경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세계적인 휴대폰 업체인 노키아가 자국인 핀란드에서의 저임금 생산은 불가능하지만, 삼성전자는 기업 내 수직계열화와 생산단가 절감을 위한 다단계 하청구조, 무노조 등의 조건을 활용해 얼마든지 국내 저임금 생산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민주노총 삼성대책회의와 금속노조 공동 주최로 9일 오후 서울 정동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삼성전자 연쇄 투신사망 사건을 통해 본 전자산업 노동실태와 개선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최근 잇달아 발생한 삼성 노동자들의 투신자살의 배경에는 국내 전자업체들의 ‘쥐어짜기 식’ 생산시스템이 버티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쥐어짜기 생산시스템이 부른 노동자의 죽음 자동차산업의 생산물은 자동차다. 하지만 전자산업의 경우 생산물을 특정하기 어렵다. 한국표준산업분류(KSIC)에 따르면 정보통신산업(ICT)은 크게 반도체 제조업·전자부품 제조업·컴퓨터 및 주변장치 제조업·통신 및 방송장비 제조업·영상 및 음향기기 제조업·마그네틱 및 광학매체 제조업 등으로 구분되고, 분야별로 다시 세분된다. 손톱만한 반도체칩부터 양문형 손잡이 냉장고까지 최종 생산물이 매우 다양하고, 수출 효자 종목이 다수 포함돼 있다. 세계 제조업 시장에서 국내업체가 차지하는 비중을 봐도, IT제품(10.0%)은 자동차(10.4%)와 자웅을 겨루는 수준이다. 반도체(4.0%)·디스플레이(0.3%)·전자부품(0.8%)도 일정 지분을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 전자산업의 생산체계는 다단계 공급사슬로 얽혀 있다. 대표적인 수출 효자 품목인 휴대폰 업종의 경우 핵심부품의 80%가량을 미국과 일본에서 수입하고, 나머지 부품은 대기업 계열사나 중소제조업체에서 만들어진다. 해외 부품에 대한 의존 비율이 높다보니 휴대폰 한 대를 만들더라도 국외로 빠져나가는 돈이 많다. 이 때문에 대기업들은 하청업체들에게 저가 납품을 요구하며 비용을 상쇄하는 실정이다. 대기업 원청업체와 하청업체 사이에는 다단계 하도급구조가 형성돼 있다. 수많은 하청업체들이 규격화된 부품 덩어리인 ‘모듈’을 생산하면, 조립전문업체(EMS)에서 반조립제품으로 가공되고, 삼성전자나 LG전자·팬택 같은 세트업체가 완제품을 시장에 선보이는 식이다. 모듈 생산과정에서 핵심 모듈은 대기업 계열사가 직접 생산한다. 삼성전자의 경우 부품 모듈 조립 과정 대부분에 계열사가 포진해 있다. EMS 업체의 비중도 커지고 있어, 최근에는 EMS업체에서 완제품을 납품하는 비중이 늘었다. 대기업 입장에서는 ‘손 안 대고 코 푸는’ 격이다. '손 안 대고 코 푸는' 대기업 전자업체 기술집약적 성격과 노동집약적 성격을 동시에 갖고 있는 전자산업 제조업체에는 젊은 여성노동자의 취업비율이 높다. 섬세한 손작업을 하는 데에는 남성보다 여성이 적합하기 때문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외국인 직접투자 유치를 목적으로 지난 2006년 전기전자 밀집 산업단지의 임금 수준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반월공단 평균 월급 131만원, 시화공단 119만원, 남동공단 127만원 등 임금 수준이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저임금 수준의 기본급에 초과근로수당이 붙은 액수가 이 정도다. 장시간 노동은 원청업체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 1월 투신자살한 삼성전자 노동자 고 김주현씨는 입사 1년 만에 심한 우울증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극단적 선택을 하기에 이르렀다. 고인은 하루 12~14시간에 이르는 장시간 노동에 시달렸고, 식사를 거를 정도로 휴게시간을 보장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휴일에도 쉬지 못할 때가 많고, 밤에도 일이 있으면 회사로 달려가야 했다. 고인의 기본급은 100만원 정도에 불과했지만 초과근로수당이 붙어 매달 300만~400만원의 월급이 지급됐다. 노동계는 “과로와 스트레스로 인한 우울증 자살은 명백한 산업재해이고 삼성의 책임”이라고 반발했다. 하지만 장시간 노동이 만연한 전자산업의 노조 조직률은 높지 않다. 국내외 동시생산시스템과 외주하청시스템은 전자산업 밀집 산업단지를 저임금·무노조 지역으로 고착화하고 있다. 자동차업종보다 훨씬 앞선 70~80년대 모듈 생산체계가 정착돼 범용 모듈과 규격 제품이 대다수인 전자산업의 특성상 하청업체는 원청업체에 대한 교섭력을 갖기도 어렵다. 하청업체에 노조가 생겨 생산에 차질이 빚어지면, 원청업체는 공급선을 교체하면 그만이다. 노조의 싹조차 트기 어려운 토대인 것이다. 노조 조직화, 대형부품업체를 공략하라? 이처럼 원청업체가 자사의 노무관행을 납품업체에 강요하는 경우, 납품업체 노조는 간접적인 탄압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와 관련 한지원 사회진보연대 부설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실장은 “원청업체 노조의 민주화를 바탕으로 대형 부품하청업체를 조직화하는 방식으로 노조를 설립해 전자산업 노동자들의 노동권을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삼성전자나 LG전자의 노동자수는 소수에 불과하고 노조 조직화 양적 확대는 부품 하청업체에서 이뤄져야 한다”며 “재벌 대기업의 생산과정에 직접적 타격을 줄 수 있는 대형 부품업체에 노조가 설립되면, 원청을 상대로 일정부분 협상력을 가질 수 있고 전자산업 노조 조직화의 주요한 고리로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캠페인성 활동만으로는 노조 조직화의 한계가 분명하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김성희 교수(고려대 노동대학원)는 “대공장 직·간접 노동자에 이어 중견부품업체를 조직화했던 자동차 산업의 진로를 따르기 어려운 상황에서, 교섭력이 없는 하청업체 노동자를 중심으로 한 조직화 전술은 사회적 캠페인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며 “삼성전자의 산재사망 사건과 노조 조직화 탄압, LG와 하이닉스의 실질적 무노조화에 대한 지속적 문제제기와 함께 인력구조의 중층적 관계를 드러내 보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전자산업 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법·제도 개선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도 빠지지 않았다. 이정호 민주노총 미조직비정규사업실장은 “중소기업의 절반가량이 부품을 제조·납품하는 하청업체인 상황에서 대·중소기업 간 불공정 하도급 거래관행이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있다”며 “불공정한 거래질서를 바로잡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구은회 기자 press79@labortoday.co.kr 2011-03-10 오전 8:33:09 입력 ⓒ매일노동뉴스
비슷한 프로젝트를 2005년 기간산업공투본과 노기연이 함께 신행한 적이 있습니다. 제가 맡은 부분은 서론, 구조조정이 경제에 미친 영향, 결론 부분이고, 노동에 비친 영향은 다른 분(노동환경건강연구소 한인임 연구원)이 맡았습니다. 제가 맡은 부분에서는 이윤율(유형고정자산영업이익율이라는 대리변수이긴 하지만)을 60년대까지 거슬러서 구해본 것(이에 따르면 70년대말 80년대 초반 이윤율 저하는 거의 없었습니다), 실물투자를 로그스케일 그래프로 그려서 투자증가율이 현저히 둔화하고 있다는 것을 밝힌 것 등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구조조정 이후 이윤율의 약간의 증대를 가계부채 증대 및 정부부채 증대와 한 짝으로 설명하고 있고, 외환(시장) 관련 통계를 약간 실어 놓았습니다. 참고하세요. * 3월 7일에 표 하나를 수정하는등 약간의 수정이 있었습니다. * 3월 14일에 오탈자 및 문장 수정이 약간 있었습니다.
서민경제 미명 아래 추진되는 노동신축화와 금융세계화 미국의 2010년 3/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6%를 기록한 데 이어 4/4분기에도 2% 중후반일 것으로 추정됨에 따라 미국경제 더블딥 논란은 일단 어느 정도 진정되었다. 하지만 세계 자본주의는 위기 양상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경기회복세가 둔화되는 모습을 보이자 2010년 11월 2차 양적완화정책(QE2)을 발표했다. 양적완화정책을 시행한다는 것은 곧 그것을 실행하지 않을 경우 미국이 대불황에 진입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최근 들어 미국 내에서는 2007-2009년 금융위기라는 표현 대신에 2007-2010년 금융위기라는 표현을 쓰는 논자들이 있다. 즉 위기가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라는 뜻이다. 또한 그리스(1,100억 유로, 2010.5.2.)와 아일랜드(850억 유로, 2010.11.28.)에 대한 구제금융 지원결정에도 불구하고 유로지역의 불안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유럽 지도자들은 아일랜드 문제가 드러나자 그리스 위기 때와는 달리 신속하게 금융지원을 결정했다. 그러나 유로존 위기에 대한 불안은 더욱 가중되었다. 특히 포르투갈로 위기가 파급될 것이냐는 문제가 초미의 관심을 끌었고, 포르투갈 경제와 밀접히 연관되어 있는 스페인으로 위기가 전파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점증했다. 하지만 구제금융을 통해 재정위기 확산을 막아 금융시장이 안정된다고 하더라도 유로단일통화제도의 고유한 모순이 치유되는 것은 아니다. 미국이 금기를 깨고 G2 의제, 곧 중국 환율문제를 G20에 들여왔다는 것은 그만큼 미국 경제가 심각한 상황에 처해 있다는 사실을 반영한다. 하지만 중국과의 갈등이 봉합되기 어렵기 때문에 G20에서 미중 환율문제에 관해 진정으로 실효성 있는 조치가 나오길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미국은 중국을 압박하기 위해 G3(미국, 일본, 한국)을 강화할 것이다. 미국은 중국 문제를 앞으로 지속적으로 제기할 것이고 점점 더 그 강도를 높일 것이다. 동아시아에서 안보 문제와 중첩되어 중국과 미국-일본-한국 간 긴장은 점점 더 고조될 것이다. 한국경제는 세계경제, 특히 미국경제와 중국경제의 변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기 때문에 세계 금융위기를 잉태한 위기 요인에 크게 노출되어 있다. 미국이 외형적으로나마 미약한 회복세를 유지하고 중국이 세계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지속할 수 있다면 한국도 2000년대 위기 이전 수준에 미치지는 못하더라도 성장세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조건에서 이명박 정부는 공정사회, 서민희망, 따듯한 사회와 같은 구호를 전면에 내세우며 자유무역협정(FTA) 네트워크 창출과 노동신축화를 핵심기조로 하는 경제정책을 정당화하고자 한다. 이명박 정부의 ‘따뜻한 서민경제’ 이명박 정부는 2010년 12월 14일 <2011년 경제정책방향과 과제: 다함께 잘사는 선진일류경제>를 발표했다. 이명박 정부는 한국이 OECD 회원국 중 가장 빠르게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있으며 민간부문 자생력이 강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가계소득이 증가하고 있으나 서민 체감경기 개선이 충분하지 못하다며 이명박 정부는 2011년 중점 정책과제의 하나로 서민경제 활성화와 삶의 질 제고를 통한 ‘따듯한 서민경제’를 내세웠다. (정부가 따듯한 서민경제를 달성하기 위해 제시하는 방책에는 일자리 창출기반 강화,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자영업과 농어업과 같은 성장지체부문 경쟁력 제고, 취약계층 지원과 중산층 확충이 포함된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1년 보건복지부 업무계획: 서민이 행복한 나라, 따뜻한 대한민국>도 “경제성장의 온기가 우리 사회 구석구석으로 골고루 퍼지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정책과제‘라고 주장했다. 보건복지부는 한국의 복지재정이 OECD 국가에 비해서는 아직 낮은 수준이나 고령화를 비롯해 복지수요 증가로 인해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보건복지부는 지속적인 복지재정 확대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복지 전달체계 구축이 아직까지 미흡한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꼭 필요한 사람에게 맞춤형 지원이 이루어지도록 복지전달시스템 개선하는 게 중점과제라고 제시했다. 이명박 정부가 저소득층 가계소득이 증가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처럼 실제로 지니계수가 2008년 0.296에서 0.293으로 소폭 하락했고, 5분위 배율도 같은 기간 4.97에서 4.92로 떨어졌다. 하지만 2009년 이후 소득격차 완화는 일시적 현상에 불과하다. 1분위(하위 20%)의 소득이 최근 증가한 것은 정부, 공공기관의 이전소득 확대가 주요한 원인이다. 금융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한시생계구호금, 생활안정자금을 신설 또는 증액하는 방식으로 이전지출 규모가 직접 늘어나거나, 실업률 증가에 따라 실업급여액이 자동 증가하는 사례처럼 자동안정화장치 작동에 따라 이전지출액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저소득층에게 도입된 희망근로 프로젝트도 소득 격차 확대 방지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반면 고소득층은 부동산부문의 역자산효과로 인해 임대소득이 부진했고, 자산의 평가손실이 컸다. 세계적 차원에서 산업간 성장률 격차 확대, 생산시설의 해외 이전, 경제위기에 따른 투자 부진, 숙련 기술 인력과 전문직에 대한 보상 증가로 인해 소득격차가 장기적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만약 한국에서 고용이 회복되고 실업률이 안정되면 역으로 이전지출의 소득기여도는 과거 수준으로 회귀할 것이며, 임시근로 대책이나 한시적 생계구호는 이미 종료되고 있다. 고소득층이 입은 타격은 부동산 시장이 다소 불확실하기 때문에 지속될 수도 있으나 주식과 같은 다른 자산으로 포트폴리오 구성 변경이 가능하기 때문에 역자산효과가 점차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정부의 이전지출액 증가나 공공근로사업이 소득불평등 악화를 어느 정도 저지한 것은 사실이지만 소득격차 완화는 일시적 현상에 불과하다. 신자유주의 정책기조에 따라 소득격차가 점점 더 확대되고 있는 장기적 추세가 진정한 문제다. 이명박 정부의 노동정책, ‘국가고용전략 2020’ 이명박 정부는 일자리 창출 기반을 확충해 따듯한 서민경제를 달성하겠다고 거듭 주장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제시한 2011년 계획은 2010년 10월에 발표한 <국가고용전략 2020>과 완전히 동일하다. 그 요체는 ‘유연하고 탄력적인 고용시스템’이다. 먼저 정부는 직업소개, 직업훈련, 파견을 패키지로 제공할 수 있는 ‘복합고용서비스 기업’을 도입하여 민간고용서비스기관의 대형화를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고용서비스라는 표현은 노동자도 서비스를 제공받는 고객으로 묘사하지만, 민간고용서비스의 실질적인 수혜자는 자본가일 뿐이다. 현재 근로기준법은 중간착취를 법이 허용하는 경우만 제외하고는 완전히 금지하고 있다. 이미 수많은 고용서비스 업체들이 지난 수년 간 불법ㆍ탈법을 가리지 않고 근로자공급사업(파견)을 해왔고, 인사ㆍ노무관리 외주용역사업을 수행해왔다. 정부 방침은 아직까지 불법, 탈법의 영역으로 남아 있던 인력공급사업을 완전히 합법화하겠다는 뜻에 다름 아니다. 또한 정부는 기간제 노동자 사용기간 제한(2년) 예외대상을 확대하여 신설기업이나 용역 계약기간이 정해져 있는 청소경비업무를 추가한다는 방침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는 곧 형평성 논란을 불러일으켜 사용기간 제한 규정을 아예 없애자는 논거만 제공할 것이다. 또한 정부는 ‘시간제 근로자 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여 상용형 시간제 일자리를 활성화한다는 방침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는 직무분할효과보다는 임금삭감과 노동강도 강화 효과가 더 크다. 전일제 고용으로 8시간분 임금을 주어야 할 일자리가 6시간분 임금을 주는 일자리로 대체되는 것으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또한 정부는 근로기준법을 개정하여 초과근무시간을 적립한 후 필요할 때 휴가로 사용하는 근로시간저축휴가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연장근로에 대해서 1.5배 시급을 적용하지 않고 그 대신 그 임금을 일거리가 적을 때의 휴가로 대체한다는 뜻이다. 결국 이명박 정부가 제시하는 일자리 확충 기반 강화란 노동신축화를 더욱 확대하는 방향으로 노동을 재조직해서 다시금 도래할 경제위기 국면에서 자본에 닥칠 손실을 더 손쉽게 노동자에게 떠넘기는 방안을 사전에 마련해 놓겠다는 것이다. 한미 FTA와 대외경제정책 이명박 정부는 <2011년 대외경제정책 추진전략>을 발표했다. 그 핵심은 ‘자유무역협정(FTA) 네트워크’ 구축의 가속화다. 우선 정부는 범정부 차원의 실무추진단을 구성하여 한미 FTA 비준동의안을 2011년 1분기 내에 국회에 제출하고 한EU FTA도 2011년 7월 1일에 발효될 수 있도록 추진할 계획이다. 그리고 협상이 진행 중인 호주, 터키, 콜롬비아와의 FTA도 2011년 중 협상타결을 추진하고, 시장 선점과 자원협력을 위해 중남미, 아프리카, 중동, 중앙아시아 신흥국을 중심으로 FTA 추진국을 지속적으로 발굴한다는 계획이다. 그리고 역내 경제통합을 추진하기 위해 한중 FTA는 협상개시 여부나 시기를 판단하고, 한일 FTA도 여건을 감안하여 협상재개 여부를 판단하며, 한중일 FTA는 2012년까지 산관학 공동연구를 마무리한다고 제시했다. 또한 아시아태평양파트너십(TPP)의 경우는 2011년 연구용역 결과를 감안하여 참여 여부를 신중히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국 정부의 대외경제정책은 미국의 동아시아 구상에 강한 영향력을 받기 때문에 미국의 아시아태평양자유무역지대(FTAAP) 구상을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 현재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원국은 모두 FTAAP에 동의하지만 시기, 계획, 방법에 대해서는 다양한 견해차를 보이고 있다. 애초 미국은 FTAAP가 도하개발의제(DDA)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보충하는 것이라는 견해를 지니고 있었고, 미국이 APEC에 참여하는 주된 목적은 아시아에서 미국을 배제하는 경제협력기구가 부상하는 것을 막는 것이었다. 하지만 2008년 DDA가 좌초한 후 미국은 자신의 구상을 수정했다. 2008년 2월 미국은 싱가포르, 칠레, 뉴질랜드, 브루나이 등 이른바 'P-4'(범태평양전략경제협력협정 회원국)와 금융서비스와 투자 협정을 체결하기 위해 협상을 시작할 계획이라면서 "미국과 FTA를 체결한 멕시코, 호주 및 페루도 동참할 경우 범APEC FTA를 실현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2006년에 체결된 P-4는 상품, 서비스, 투자, 경쟁, 지적재산권, 정부조달을 포함하는 포괄적이고 높은 수준의 협정이었을 뿐만 아니라 남아메리카, 아시아, 오세아니아 대륙 국가가 함께 참여한 지역간 자유무역협정이었다. (한국은 이미 P-4 국가들과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했거나 협상을 진행 중이다. 한국은 미국과 P-4 국가들로부터 협상에 참여해달라는 요청을 공식적으로 전달받았다.) 이 협상은 P-4 국가와 미국, 호주, 페루, 말레이시아, 베트남이 참여하는 범태평양파트너십(TPP)으로 발전했다. TPP는 무역투자자유화에 원칙적으로 예외를 두지 않으며 모든 무역 상품에 대해 100% 관세철폐를 지향하고 있다. TPP는 현재 일본에서 매우 뜨거운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2010년 11월 요코하마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일본 민주당 소속 간 나오토 총리는 “제3의 개국을 한다는 자세로 TPP 참가 협상에 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일본 정부는 내년 6월까지 TPP 참여 여부를 결정한다고 한 발 물러선 상태이자만 정부의 입장은 여전히 강력해 보인다. 그런데 주목해야 할 사실은 일본 정부가 TPP 참여를 검토하게 된 배경이다. 그것은 첫째로 한미 FTA다. 경제정책을 수립하는 일본 내각부는 한국만 미국, EU, 중국과 FTA를 체결할 경우 일본 GDP는 연간 6000억∼7000억 엔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무역정책을 입안하는 경제산업성도 “일본이 TPP에 참여하지 못한다면, 한국과 미국의 FTA로 인해 오는 2020년 자동차·전자·기계 수출에서 1조5000억 엔, 국내 생산에서 3조7000억 엔의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 정부의 주장은 미국이 원하는 ‘경쟁적 자유화’의 전형적인 양상이다. 즉 시장선점을 명분으로 각국이 경쟁적으로 자유화를 추진하도록 유도한다는 미국의 전략이 일본 정부의 입장으로 공식화된다는 것이다. 또 하나의 배경은 일본과 중국의 영토분쟁(조어도)과 미일 동맹의 강화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일본이 TPP 참여를 결정하면 한국도 경쟁적으로 TPP 참여 문제가 공론화될 것이며, 미일군사동맹이 강화되면서 중국과 세력경쟁이 격화되면 그 역시도 미국과의 포괄적 경제안보동맹관계를 주창하는 목소리를 확대할 것이다. 현재 한국 정부는 한미 FTA와 한EU FTA 체결에 주력하면서 TPP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으나 한국의 FTA 추진 전략은 미국의 아시아태평양자유무역지대 구상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 금융세계화와 노동신축화 이명박 정부는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가계소득이 증가하고 있으나 자영업자, 중소기업을 비롯해 서민 체감경기 개선이 충분하지 못하다고 진단하며 공정사회, 서민희망, 따듯한 사회와 같은 구호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이명박 정부에서도 복지예산이 꾸준히 증가했고 특히 경제위기에 긴급예산 편성을 통해 이전지출을 확대했다. 하지만 1980년대 이후로 소득격차를 극대화해온 신자유주의 정책, 전략이라는 구조적 원인 때문에 근본적인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이명박 정부는 ‘일자리가 복지’라는 구호로 일자리 창출 기반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의 일자리 확대는 노동신축화에 근간을 두며, 대체로 지금보다 더 열악한 임금과 노동조건을 제공하는 일자리의 유지 수준에 머물거나 고용형태별, 기업규모별 이중구조를 심화시킬 뿐이다. 이명박 정부는 자유무역협정 네트워크의 구축을 핵심적 대외경제정책으로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자유무역협정 체제에서는 한편으로 국내고정자본 투자가 감소하고 또 한편으로 초민족자본의 경제 지배력 확대에 따른 ‘국부유출’이라는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게다가 일본 정부가 TPP에 참여할 의지를 밝히면서 동아시아에서 경쟁적 자유화의 새로운 바람을 불러오고 있다. 한국은 한미 FTA 체결을 통해 이미 미국의 아시아태평양자유무역지대 구상에 큰 한 발을 내딛었다. 한국 민중운동은 한미 FTA가 대표하는 한국정부의 대외경제정책과 일자리 정책으로 포장되는 노동신축화정책에 맞서 싸우며 이명박 정부가 내세우는 ‘따듯한 서민경제’의 허구성을 폭로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