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민중행동 주간 행사로 2010년 11월 9일부터 10일까지 열린 '2010 한일시민사회 반핵포럼'의 자료집을 올립니다. 목차는 다음과 같습니다. 2010 한일시민사회반핵포럼 4 <1세션 : 세계 핵산업과 동아시아 핵발전소 수출논쟁> 방사능의 피해자도 가해자도 되고 싶지 않다 사토 다이스케 (반핵아시아포럼일본 사무국장) 11 핵발전소 수출이 한국사회에 미친 영향과 시민사회의 과제 이헌석(에너지정의행동 대표) 28 <2세션 : 미국의 핵전략, 그리고 한국의 반확산정책> 미국의 핵전략, 그리고 한국의 반확산정책 수열 (사회진보연대 반전팀장) 46 일본의 재처리 경위 반 히데유키 (원자력자료정보실 공동대표) 68 일본의 재처리 경위 (파워포인트 자료) 반 히데유키 (원자력자료정보실 공동대표) 82 <현장방문 자료> 경주 방폐장 공사 중간진단 김익중 (경주환경운동연합 상임의장) 91 <부록> 일본 공동 주최 단체 및 참가자 소개 100
아랍에미리트 파병을 중단시키기 위한 투쟁을 조직하자 국방부가 연말까지 아랍에미리트(UAE)에 국군 특수전부대 130여 명을 파병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지난 11월 3일, 당정회의를 통해 파병 계획을 확정했다. 파병 부대는 2012년까지 특수전부대 1개 지역대 130여 명으로 구성되며, 4-6개월 주기로 교대할 예정이다. 국방부는 이번 파병이 “분쟁지역에 대한 PKO나 다국적군 파견과는 달리, 전투위험이 없고 안전한 비분쟁지역에서 군사협력을 강화하고 국익을 창출하는데 기여하는 새로운 개념의 부대 파견”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11월 9일 국무회의를 열어 내년 1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2년간 국군 150명 이내를 UAE에 파견하는 내용의 ‘국군부대의 UAE군 교육훈련 지원 등에 관한 파견 동의안’을 의결했다. 이제 국회 본회의 결정만 남았다. 정부가 파병 계획을 공식적으로 밝힌 지 채 한 달도 되지 않았다. 원전 수주와 무관하다? 한국은 지난해 UAE에 한국형 원자력발전소를 수출하기로 하면서 포괄적 군사교류협정을 맺었다. 애초에 이번 파병이 원전 수출의 대가라는 의혹이 제기되었던 이유다. 때문에 원전 수출이 결정되면서부터 파병 의혹이 제기되었지만, 정부와 국방부는 줄곧 부인해 왔다. 그러나 지난 11월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김태영 국방부장관은 “작년에 원전수주를 위해 노력하면서 정부의 거의 모든 부서가 협력했는데, 그 과정에서 (부대파견에 관한) 거론이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전혀 (관련이) 없었다고 얘기할 수는 없다.”고 말해 사실상 원전 수주에 대한 대가성 파병이며, 대통령의 사전 승인이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나 발전소 수출과 같은 민간 경제활동을 뒷받침하려는 파병은 어떠한 근거도 찾을 수 없다. 한국 헌법 제5조 2항은 “국군은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토방위의 신성한 의무를 수행함을 사명으로 하며”라 하여 국군의 존재 이유를 규정하고, 그 임무를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토방위’에 국한해 규정하고 있다. 경제적 목적으로 여기저기 옮겨 다닌다면 그것은 타인의 피를 돈으로 바꾸는, 돈을 벌기 위해 분쟁 지역을 찾아다니는 용병부대와 전혀 다를 바가 없다. 이번 파병이 원전 수주에 대한 대가라는 비판이 높아지자 국방부는 시급히 진화에 나섰다. 국방부는 김태영 국방장관의 발언이 보도된 직후 ‘국회 국방위 UAE 파견 관련 일부 언론보도에 대한 국방부 입장입니다.’라는 글을 국방부 홈페이지에 게재하여, 부대파견이 원전수주의 전제조건이 아니었으며, 원전 협상과는 무관하게 올해 8월 UAE 측의 정식 요청에 따라 군사협력단 파견을 검토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11월 8일자로 국방부가 발표한 <한국군 부대 UAE 파견 설명자료>에 보면, ‘UAE측은 원전 수주와 연계 한국군의 파견, 연합훈련 및 연습 등 다양한 방식의 군사협력을 요청’했다고 명기하고 있다. 원전 협상과 연계하여 요청을 했는데, 그 때 즉각적으로 응하지 않고 올해 8월에 답했다고 해서 원전 협상과는 무관하다는 것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행위다. 안전한 비분쟁 지역이다? 국방부는 이번 파견이 종전의 분쟁지역에 대한 파견과 달리, 전투 위험이 없고 안전한 비분쟁 지역에서 군사협력을 강화하고 국익을 창출하는 새로운 개념의 파견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정부 부처에서도 서로 말이 다르다. 외교통상부 해외안전여행 홈페이지(www.0404.go.kr) 국가별 안전정보는 UAE가 이슬람 과격주의자들에게 항상 테러의 목표로 지적되고 있으며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등의 국가들은 UAE를 높은 수준의 테러위험국가로 분류하고 있다면서, 외국인이 많이 모이는 장소, 종교시설, 쇼핑몰 등을 방문할 때에는 신변안전에 각별한 유의가 필요하다고 적시하고 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UAE는 페르시아만을 사이에 두고 이란과 마주해 있는 나라다. UAE와 이란은 1960년대 말부터 페르시아만의 아부무사섬과 턴브섬 등 3개 도서를 놓고 영유권을 다투고 있다. 제국주의 국가들의 식민지 쟁탈 시기 현 UAE를 구성하고 있는 토후국들을 점령했던 영국이 1968년 주둔 군대를 철수시키자, 1969년 이란은 상기 도서들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 페르시아만의 입구 쪽에 위치한 이 도서들의 영유권을 확보하면 주변에 매장되어 있는 것으로 예상되는 원유에 대한 권리를 확보할 수 있다. 또한 호르무즈 해협의 항로가 이 도서들을 통과하기 때문에 이 지역 원유 수송로의 길목을 장악하는 효과도 누릴 수 있다. 때문에 이란은 1971년 2개의 턴브섬을 무력으로 점령했고, 1992년에는 아부무사섬까지 완전히 장악했다. 그 후 이란은 아부무사섬에 미사일 기지를 건설하려 하거나, 인근에서 전쟁모의 연습을 실시하는 등 군사적 긴장을 높였다. UAE는 지난 6월 강력한 이란 제재를 시행(UN이 제재대상으로 지정한 이란의 개인과 기관 관련 41개 계좌를 동결하고 송금 거래를 중단하도록 전 금융기관에 지시)하면서 양국 간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이렇듯 주변 국가와 역사적/정치적으로 갈등을 빚고 있는 UAE에 특수전부대를 파병하는 것은 ‘안전한 비분쟁 지역에의 파병’과는 거리가 멀다. 석유 자원과 수송로를 두고 벌어지는 갈등은 지속될 것이고, 이란의 우라늄 농축을 두고 갈등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알 수 있듯 페르시아만 주변 지역의 긴장은 계속 높아질 수밖에 없다. 최근 한국 정부 역시 이란 제재에 동참하면서 이란과의 관계가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직접적인 분쟁 국가인 UAE에 특전사를 파병하는 것은 화약고 옆에서 불을 피우는 것과 같다. 군사협력과 국익을 창출하는 새로운 파병이다? 국방부는 이번 파병이 5,000명 가량인 UAE의 특수전부대를 1만 명으로 배가하고 부대 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한 긴밀한 훈련 협력 요청에 의한 것이라고 한다. 국방부의 설명대로라면 다른 나라의 군사력 증강을 위해 한국이 파병까지 해가며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더구나 UAE의 이러한 움직임은 이란과의 갈등 상황에서 군사적 입지를 강화하기 위한, 즉 무력 분쟁에 대한 실질적인 대비의 성격이 강하다고 볼 수 있다. UAE는 자국의 입장에서는 횡포라 할 수 있는 이란의 행위에 대해 그동안 이렇다 할 대응을 하지 못한 채 UN 제소 등 국제 사회의 중재와 지원에 호소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UAE는 이란의 행위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과 다를 것이 없다며 강도 높게 비난하는 한편, 이란에 대한 금융 제재에 적극 동참하면서 이란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이러한 UAE의 강경한 자세는 군사력 증강 움직임으로 뒷받침되고 있다. 스웨덴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가 11월 10일 발표한 <2005-2009년 국제 전투기 거래 보고서>에 따르면 아랍에미리트가 상기 기간에 수입한 전투기는 총 108대로, 115대를 수입한 인도에 이어 세계 2위를 기록하고 있다. 더불어 특수전부대 파병 외에도 한국은 UAE와 다양한 군사적 협력을 약속했다. 국방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2월 UAE군 총참모장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탄약과 차량 등 방산물자 2,006만 달러 수출 계약을 체결했으며, 항만방어체계를 비롯해 다양한 방산협력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또한 지난 5월 방한한 UAE 왕세자는 한국의 동원/병역제도의 경험을 전수해주길 희망했고, 한국은 자료 제공과 현지 실사에 협조하기로 했다. 결국 발전소와 무기를 팔아먹기 위해 해당 지역의 군사력 증강을 도와 긴장을 고조시키고, 그 한 가운데로 뛰어들겠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비즈니스 외교’의 결정판이라 아니할 수 없다. 자세한 내용은 밝힐 수 없다? 국방부는 국익을 창출하는 새로운 파병이라 주장하면서도 UAE의 요청 때문이라며 어느 정도의 협력을 약속했는지, 정부 내에서 어떻게 논의되었는지 전혀 밝히지 않고 있다. 이번 파병이 2012년까지라고 하지만, 원전 건설이 완료되는 2020년까지 장기 파병이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국민의 생명이 달린 중차대한 문제임에도 ‘국익’이라는 이유로, 혹은 상대국의 ‘요청’이라는 이유로 국민의 알 권리와 정책을 명확하게 알리고 보고해야 할 정부의 의무는 손쉽게 무시되고 있다.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한나라당 유승민 의원은 파병에 대해 대통령과 국방/외교장관, 외교안보수석 등 극소수만이 본 비밀합의 문건이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김태영 국방부 장관은 문건의 존재 자체를 부인했다. 지난 해 11월 김태영 국방부 장관의 UAE 방문 이후 UAE에서 파병을 포함해 40개 질문사항을 전달했고, 장관은 이를 대통령에게 보고한 이후 대통령의 재가가 있었다. 그렇다면 국가 간 군사협력의 내용 보고와 대통령의 재가까지 모두 구두로만 이루어졌다는 것이 된다. 국방위원회 회의에서 군사협력 문서를 국방위원들이 열람 또는 검증할 수 있게 해달라는 국회의원들의 요구에 김태영 국방부 장관은 “외교부에서 조약 넘버를 받지 않을 만큼 중요한 사안도 아닌데 UAE에서 비공개를 요구한 것이다. 이해해 달라”고 답변했다. 국방부의 설명대로 이번 파병이 원전 수주의 대가가 아니라 양국 간 군사협력에 의한 것이라면, 한국 군대가 다른 나라에 파병되는 것이 바로 그 군사협력에 의한 것인데 그와 관련된 협력 문서가 외교부에서 조약 넘버를 받지 않을 만큼 중요한 사안이 아니라는 인식은 황당함을 넘어 분노하게 만든다. ‘국익’ 논리에 숨겨진 침략 동맹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병을 강행하고 있는 정부의 의도는 무엇인가.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UAE는 최근 금융 제재 조치를 통해 이란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한국 정부 역시 지난 9월 이란 제재 조치를 시행했다. 한국 정부는 UN 결의에 따른 조치일 뿐이라고 주장하지만, 미국의 이란 압박 전략의 일환이라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반미 세력의 확산을 차단하고 중동 지역에서의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이란을 억제하는 것은 미국에 중대환 과제다. 더불어 원유는 전 세계 매장량의 10%를, 천연가스는 16%를 보유하고 있는 이란에 대한 관리는 미국의 에너지 패권 전략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따라서 UAE에 대한 협력과 지원은 이란에 대한 고립/압박 전략에서 이해될 수 있다. 전체 인구가 462만 명에 불과한 UAE에 미국을 비롯해 미국의 전통적인 우방이라 할 수 있는 영국과 호주 등 10개국 군대 3천여 명이 주둔하고 있는 것도 UAE의 전략적 가치를 보여준다. 한국의 이번 파병은 결국 미국의 패권 전략에 더욱 더 깊숙이, 더욱 더 직접적으로 결합하게 됨을 의미한다. 지난 10월에 진행된 한미안보협의회의(SCM) 이후 발표된 양국 공동성명은 ‘광범위한 범세계적 안보 도전에 대처하기 위한 한미 간 긴밀한 협력을 계속 증진해 나가기로 약속하였다’고 적시했다. 한미동맹은 이제 그 개념에 있어서도 한반도의 방위를 넘어서고 있다. 미국의 패권을 유지하기 위한 적극적인 확장전략, 즉 한미동맹의 글로벌화가 실현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한국 정부가 작년 말 국회의 사전 동의 없이도 해외파병을 가능하게 한 일명 ‘PKO 신속파견법’을 제정하고, 올해 7월에는 3천여 명 규모의 파병전담부대를 만든 것에서도 잘 드러난다. 보이지 않는 국익, 보이는 위협 한국 군대의 해외 파병의 근거는 언제나 ‘국익’이었다. 그러나 ‘국익’이라는 이름으로 지속된 그동안의 파병은 파병된 군인들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들의 목숨까지 위태롭게 만들었다. 그러나 그러한 희생을 통해 우리가 얻게 된 ‘국익’의 실체가 무엇인지는 그때도, 지금도 알 수가 없다. 이번 UAE 원전 수주만 보더라도 그렇다. 정부는 이번 건이 400억 달러 규모이고, 단일 수주 중 최고가 사업이라고 선전한다. 하지만 원전수주 계약 내용조차 공개되고 있지 않은데, 입찰 경쟁 상대였던 프랑스 아레바 컨소시엄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낮은 가격을 제시했기 때문에 최종사업자로 선정되었다거나, 고정환율 계약으로 환율 변동 시의 손해와 60년간의 수명 동안 고장이나 사고 시 모든 부담을 떠안게 될 것이라는 등 다양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더구나 한국은 원자력 발전에 필요한 핵심기술을 보유하고 있지 못해 핵심 부분은 미국의 웨스팅하우스나 일본의 도시바에 하청을 줄 수밖에 없어 전체 공사액에서 한국이 얻을 수 있는 경제적 이득은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다. 정부가 선전하는 만큼의 충분한 경제적 효과가 있는지 의심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대목이다. 2012년까지, 혹은 2020년까지 파병하게 될 경우 얼마만큼의 돈이 들어가는지도 밝히지 않는다. 다만 기획재정부와 협조 하에 추계 중이며 2011년도 예산에 반영하겠다는 사실만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부가 UAE 원전수주를 강력하게 추진한 것은 마치 군사정권 시절의 중동 건설 수주처럼 자신의 경제적 성과를 포장하기 쉽다는 이유와 함께, 원자력 산업계의 이익이 걸려있기 때문이다. 이명박정부가 2008년 발표한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은 원자력발전의 발전량 비중을 획기적으로 높이고, 매년 4-6개 정도의 원자력발전소 추가 건설한다는 계획을 담고 있다. 이는 지난 1월 발표된 <원자력수출산업화 전략>으로 이어져, 2030년까지 세계 원자력 발전소 신규 건설 추정치의 약 20%인 80개를 한국에서 수주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국내의 에너지 소비량 증가세가 둔화되고 국내에 원자력 발전소 추가 건립이 어려운 상황을 고려하면, 그야말로 원자력 산업계의 구원과도 같은 계획인 셈이다. (이명박 정부의 <국가에너지기본계획>과 원자력 발전에 대해서는 사회화와노동 339호「국가에너지기본계획 비판」을 참조하라.) 이번 파병은 정부의 선전과는 달리 안전한 비분쟁 지역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발전소와 무기를 팔아먹기 위해, 미국의 패권 유지를 위해 UAE의 군사력 증강을 도와 지역 갈등을 부추기는 행위다. 전 세계의 화약고와 같은 중동 정세에 점점 더 깊숙이 발을 들여 놓는 것이 결코 평화로 향하는 길이 아님을, 중동과 더불어 전세계를, 그리고 우리 민중들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길임을 분명하게 알려 나가야 한다. 이번 파병을 저지시키기 위해 민중운동의 힘을 모아야 한다. 더불어 경제적 이득을 쫓아, 혹은 미국의 패권 유지를 위해 어디든지 달려가는 군대가 된다는 것은 일찍이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위협에 놓이게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우리의 투쟁은 이번 UAE 파병을 저지시키는 것과 함께 한미동맹 자체를 타격하는 투쟁으로 나아가야 한다.
투자자의 소유권을 절대화하는 한미 FTA “많은 경우 양자 간 투자협정(BIT)은 자발적이고 강제되지 않은 거래라고 말하기 어렵다. 미국의 양자 간 투자협정 모델은 일반적으로 보자면 ‘받아들일 것이냐 거절할 것이냐’라는 입장으로 이해되었고, 칼자루는 미국이 쥐고 그 상대국은 그에 애원하는 형태였다는 것이 진실이다. 양자 간 투자협정 협상은 평등한 주권국 간의 토론이 아니었다. 그것은 미국에 의하여 미국의 용어로 이루어진 강도 높은 훈련세미나에 더 가까웠다. 그리고 미국의 용어에 기초하여 미국의 초안을 받아들여야 했다.” 호세 E. 알바레즈, 1992. (미국 국무부 양자 간 투자협정팀) 현재 한미 FTA 재협상은 자동차와 쇠고기 문제를 중심으로 양국이 공방을 거듭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대부분의 언론은 양국이 무역장벽(관세장벽과 비관세장벽)을 적절히 조절하여 슬기롭게 ‘이익균형’을 맞출 수만 있다면 조속히 한미 FTA를 타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그들은 한미 FTA의 가장 본질적인 어떤 측면을 애써 숨기려 한다. 그것은 한미 FTA가 기업의 자유와 투자의 자유, 즉 자본가 집단의 소유권을 절대화하는 새로운 헌법적 기능을 실행한다는 사실이다. 미국식 자유무역협정 모델의 특징 현재 한미 FTA 논란은 자동차와 쇠고기 무역장벽을 둘러싼 양국 간 힘겨루기인 듯 보인다. 하지만 한미 양국 정부가 완전히 동의하는 것은 한미 FTA의 기본 이념이다. 즉 투자자, 곧 자본의 소유권을 절대화하고 확장하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한미 FTA의 기본 구조를 이해해야 한다. 과거에는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국 간의 관세철폐라는 낮은 단계의 경제통합으로 정의되었고 투자 문제는 FTA에 포함되지 않았다. 따라서 투자 문제는 대개 양자 간 투자협정이란 형식으로 별도로 다루어졌다. 전통적인 투자협정은 투자의 설립 후 단계에서 투자자에 대한 비차별대우와 투자자산의 보호 문제를 다루는 ‘투자보장협정’이었다. 하지만 미국은 이러한 전통에 두 가지 중대한 변화를 시도했다. 첫째는 투자보장협정에다 투자자유화의 내용을 포괄하는 것이었다. 이는 투자의 설립 단계 이전에 투자자에 대한 비차별대우와 투자자유화를 추가하는 것이었다. 즉 미국에 모든 투자 기회를 완전히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것이 바로 미국의 양자 간 투자협정 모델이 되었다. 두 번째는 자유무역협정에 투자협정 모델을 포괄하는 것이다. 그 대표적 사례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이었다. NAFTA에 투자협정이 포함된 후 자유무역협정은 상품무역의 자유화뿐만 아니라 서비스무역, 자본이동과 투자의 자유화를 포괄하기 시작했다. 한미자유무역협정은 NAFTA를 모델로 삼으며, 그것을 초과하는 내용을 담은 ‘NAFTA 플러스’였다. 따라서 당연히 한미 FTA는 전통적인 의미의 자유무역협정과 미국식 투자협정 모델이 모두 포괄되어 있다. 헌법을 대체하는 자유무역협정 최근 기업형 슈퍼마켓(SSM) 규제법과 한국-유럽 자유무역협정(한-EU FTA)을 둘러싼 논란은 자유무역협정이 어떻게 초국적 기업의 소유권을 절대화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그 개요를 간략히 살펴보자. 2010년 3월 14일 지식경제부와 외교통상부는 한국 의회가 추진 중인 SSM 규제가 한-EU FTA를 위반한다는 문제를 제기했다. 김종훈 외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3월 초에 브뤼셀에서 열린 한-EU 공동위원회와 런던에서 열린 한영 경제협의회에서 SSM 규제 문제가 현안으로 제기되었다고 밝혔다. 그는 한-EU FTA 체결 당시 유통업을 개방하기로 했기 때문에 SSM 규제 강화는 협정에 위배된다고 주장했고 세계무역기구(WTO) 서비스협상에도 어긋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여야 정당이 합의 하에 추진하던 ‘유통산업발전법’(유통법)과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촉진법’(상생법) 개정안이 4월 임시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했다. 유통법은 대형마트 등록제를 SSM에도 적용하여 재래시장 500미터 내 SSM 진출을 규제한다는 것이었고, 상생법은 SSM 가맹점을 사업조정 대상에 포함시킨다는 것이었다. (사업조정이 신청되면 중소기업청이나 지자체가 영업을 일시적으로 중단하도록 권고할 수 있고 이후 조정 및 협의를 거쳐 주위 상권이 지나친 타격을 입지 않도록 품목이나 영업시간을 조정하게 된다.) 그 후 김종훈 본부장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국회 SSM 관련법에 대해 찬성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그는 10월 25일 민주당 자유무역협정 특위에서도 ‘국회가 SSM 쌍둥이법을 모두 처리한다면 우리나라의 대외 신인도가 크게 떨어질 것이다’라며 한국경제의 신인도 문제까지 운운했다. 어떻게 행정부 관리가 국회의 입법권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사태가 벌어지게 된 것인가. 게다가 그것도 모자라 한국 정부 관리가 앞장서서 외국 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모습이 연출되고 있는 것인가. 사태가 이렇게 전개되자 유통법과 상생법 개정을 추진하던 정당들은 분노와 개탄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10월 28일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실이 개최한 '한-EU FTA와 상생법' 토론회에서는 정당한 규제마저 어렵도록 한-EU FTA가 불리하게 체결된 것이 문제인데 그 책임 당사자인 김종훈 본부장이 도리어 한-EU FTA 위배를 운운하며 국민을 기만하려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에 앞서 10월 26일 국회 지식경제위원장인 민주당 김영환 의원은 “영국 테스코 한 회사의 로비로 그동안 상생법이 제지돼 왔다는 것을 개탄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처럼 2010년 SSM 규제법안을 둘러싼 일련의 사태는 자유무역협정의 무서운 힘을 명확히 보여주는 사례다. 더군다나 외국인 투자자가 한미 FTA에 도입되어 있는 것처럼 ‘투자자-국가 소송제도’를 통해 입법 철회나 거액의 배상금을 얻어낼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면 투자자가 제소 가능성을 언급만 하더라도 투자대상국은 감히 어떤 입법이나 행정조치도 하지 못하게 될 수 있다. (투자가-국가 소송제도는 뒤에서 다시 언급한다.) 잘 알려진 것처럼 NAFTA의 경우에 이미 많은 사례가 있다. 캐나다의 경우 지방정부가 공공 자동차보험 도입을 준비했지만 자동차보험 회사가 소송을 제시할 가능성을 언급하자 도입을 포기한 사례가 유명하다. 자유무역협정은 기업의 자유 또는 투자의 자유를 극대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리고 초국적 기업이 투자를 하는 과정에서 소유권의 침해가 발생했다고 주장하면 한국의 헌법보다 기업의 소유권을 우선시한다. 결국 자유무역협정이 체결됨에 따라 사실상 한국의 헌법이 바뀌는 것과 유사한 효과가 발생한다. 어찌 보면 SSM 관련법 논란은 사소한 사례의 하나가 될지도 모른다. 투자자의 권리를 절대화화는 자유무역협정 1997년 세계무역기구 총장 레나토 루지에로는 이렇게 선언했다. “우리는 단일 세계경제를 위한 헌법을 작성하고 있는 중이다.” 여기서 ‘헌법’이란 표현이 단지 은유로 보이지 않는 이유가 있다. 새로운 신자유주의 세계질서를 구축하려는 자들이 ‘자본을 투자한 투자자의 권리와 이익이 제일의 우선성을 가지며 어떤 권력과 법률도 투자자의 목표를 침해할 수 없도록 세계의 정치사회 제도를 바꾸어야 한다’는 논리로 무장했기 때문이다. 혹자는 이러한 현실을 ‘새로운 입헌주의’(new constitutionalism)라고 부른다. 왜 새로운 입헌주의인가. 과거의 입헌주의가 ‘인간․시민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통치와 공동체의 모든 생활이 헌법에 따라서 영위되어야 한다는 정치원리’를 의미했다면 현재는 헌법이 보장해야 될 대상이 인간․시민이 아니라 자본의 권리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새로운 신자유주의 세계질서는 국가와 국제정치형태에 개입하여 법에 준하는 규칙과 징벌을 부과하려고 모든 노력을 기울였다. 그럼으로써 자본의 자유를 보장하고 자본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는 국가권력의 행사를 제한하고자 했다. 어떤 수단이 동원되었는가. 첫째, 국가장치의 재구조화. 새로운 국제협정에 대비하거나 국제금융기구의 자금지원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민족국가의 헌법형태가 변화되곤 했다. 예를 들어 멕시코는 NAFTA를 체결하기 위해, 남아공은 양자 간 투자협정 체결하기 위해 헌법을 수정해야 했다. 또한 구제금융 지원 조건은 균형예산이나 독립적인 중앙은행과 통화위원회를 요구했다. 즉 신자유주의 세계질서는 헌법, 각종 법률, 제도, 정책의 변화를 강제함으로써 투자자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막강한 국가장치를 새롭게 구축했다. 둘째, 새로운 자본주의 시장의 구성과 확장. 대표적으로 토지와 자연자원의 사유화, 컴퓨터 소프트웨어에서 생명과학에 이르는 광범위한 분야를 포괄하는 지적 재산권의 제도화는 초국적 자본의 권리가 관철되는 영역을 극적으로 확장했다. 초국적 자본의 새로운 창, 투자자-국가 소송제도 미국이 추진하는 양자 간 투자협정이나 자유무역협정의 가장 핵심적 특징은 정부 간 분쟁해결 절차뿐만 아니라 투자가-국가 간 분쟁해결 절차, 더 정확히 말하자만 투자자(초국적 기업)가 투자국에 직접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했다는 점이다. 투자자-국가 소송제도가 내포한 치명적 요소는 무엇인가. 첫째. 1980년대에 본격화된 ‘신자유주의의 반격’에 따라 정부 규제가 기업의 소유권을 침해한다는 논리가 전면화되었다. 이는 정부의 규제로 인해 기업이 소유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게 된다면 그 피해만큼의 금액을 정부가 보상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논리에 따르면 정부규제는 법률적 용어로 ‘간접수용’이라고 표현될 수 있다. 즉 과거의 ‘직접수용’이 공공의 목적을 위한 재산권의 직접적 박탈(국유화와 보상)을 의미했다면 간접수용은 기업의 미래 소득창출에 영향을 끼치는 모든 요소에 대한 규제를 의미하게 된다. 예를 들어 환경․보건 규제도 기업 소유권(미래소득창출권)에 대한 규제로 심판할 수 있게 된다. (최근 중재판정은 ‘균형성 심사’라는 개념을 도입하여 이러한 경향을 다소 완화하려는 경향이 나타나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대중의 격렬한 저항이 그 원인일 것이다.) 둘째. 궁극적인 문제는 투자국의 입법권, 본질적으로는 인민주권의 원리가 심각하게 침해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투자가-국가 소송제도에 따르면 투자국의 입법부가 제정한 법률이 중재심판의 대상이 된다. 중재심판은 극소수의 중재심판관, 즉 누구도 그 권리를 위임하지 않았고 그 책임을 물을 방법도 없는 자들이 각 국가의 법률이 초민족 자본의 권리를 침해하는 ‘위헌’인지 아닌지를 결정하게 된다는 것이다. 한미 FTA 저지로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일격을 가하자 한국 헌법은 ‘조약이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고 규정한다. 즉 한국의 경우 조약은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지니며 국민을 구속한다. 이에 따라 투자자(초국적 자본)의 소유권을 절대화하는 한미 FTA는 한국의 헌법을 사실상 바꾸는 것과 동일한 효과를 발휘한다. 최근 투자협정 위반을 이유로 외국인 투자자가 투자유치국 정보를 제소하는 사례가 점점 증가하는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 국제연합무역개발협의회(UNCTAD)에 따르면 1994년까지 국제중재 건수는 5건에 불과했으나, 1995년부터 2006년까지 누적 건수는 245건에 이르고 있다. 한미 FTA는 미국이 추구하는 최신형 자유무역협정(투자협정)이기 때문에 이러한 경향을 극대화할 것이다. 또는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이 한-EU FTA가 국내법에 우선한다고 거듭 주장하는 것처럼 자유무역협정 체결 국가가 먼저 ‘알아서 기는’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따라서 한미 양국 정부가 FTA 협상에서 ‘이익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언론의 논리는 한미 양국 정부가 노리는 가장 핵심적인 문제를 은폐한다. 그것은 정부의 모든 규제가 기업 소유권의 침해이며 굳이 규제를 가하려면 기업에게 배상을 해야 한다는 새로운 미국식 소유권 개념의 확장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우리가 한미 FTA 비준을 막을 수 있다면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질적 비약에 일격을 가할 수 있을 것이다.
초국적 기업에 맞선 노동운동의 전략 International Responses: TNC Structural Adjustment during the Economic Crisis and Labour's Strategies for Resistance 11월 8일 오후 4시 30분 / 서강대 예수회회관 Monday, November 8, 4:30pm / Jesuit Apostolic Center, Sogang Univ. - 발표 ◦초국적 기업의 구조조정과 한국 노동자운동의 대응 _한지원(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실장) ◦초국적 기업에 맞선 브라질 노동운동의 경험 _퀸티노 마르케스 세베로(브라질노총 사무총장) - Presentation ◦TNC Structural Adjustment and the South Korean Workers Movement's Strategy (Jiwon Han, Research Director, Research Institute for Alternative Workers Movements) ◦Brazilian Workers' Experience in Fighting TNC (Quintino Marques Severo, General Secretary, CUT-Brazil) - 참고자료 * 발표로 참석하지는 않지만 이탈리아와 아르헨티나에서 자료를 보내주셨습니다. ◦ 이탈리아 제1노총(CGIL), 피아트 그룹의 포밀리아노 공장 구조조정 방안 및 금속산업사용자단체의 2008년 금속노동자 전국 단체협약 이탈에 관한 제1노돛-금속연맹의 입장 ◦ 아르헨티나 제2노총(CTA), 세계화가 노동에 미친 영향:아르헨티나노조의 도전과 응답 - References ◦FIOM-CGIL, The FIOM-CGIL position on the FIAT Group’s plan for the Pomigliano plant and the Federmeccanica deviation from the 2008 Metalworkers National Collective Agreement ◦CTA, The globalisation of capital and its impact on the world of formal and informal work: Challenges for and responses from Argentine unions.
G20 정상들의 기만적인 사교모임은 더욱 나쁜 세계를 만들 것이다 G20 정상회의가 목전에 다가왔다. 11월 7일 전태일 열사 40주기 노동자대회에는 4만 명이 모였다. 이 기세를 11월 11일 G20 규탄 국제민중공동행동의 날로 이어가야 한다. 경제위기의 주범이라고 할 수 있는 20개국 정상들의 사교모임을 그냥 보고 넘길 수 없다. 이들이 벌이는 모임은 단순한 말잔치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위기를 맞은 자본주의를 더욱 나쁜 방향으로 이끌고 있다. [%=사진1%] G20은 불평등한 세계를 연장시키고 있다 G20은 위기에 빠진 자본주의를 구원하기 위해 등장했다. 1970년대 경제위기의 결과 선진국 모임인 G7이 탄생했다면, 2000년대 경제위기의 결과로 G20이 탄생한 것이다. G20을 만드는 데 미국과 유럽이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그만큼 G20은 자본주의 열강들의 이해관계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는 일만 진행하고 있다. 2008년 경제위기가 심각해질 당시에는 G20이 아니라 전세계 모든 국가가 참가하는 민주적인 모임을 만들자는 의견이 있었다. 세계 각국에 악명 높은 신자유주의를 강요한 IMF도 없애자고 했다. 그러나 강대국들이 G20으로 결집하면서 그런 이야기는 힘을 잃었다. G20은 대표적으로 IMF를 재신임하고 오히려 권력을 강화시켜줬다. 위기를 적당한 수준에서 봉합하고, 자본주의 열강으로서 자신의 이익을 지키는 데 혈안이 되어있다. 우리는 국제주의 관점에서 세계 민중들과 연대해야 한다. 한국 노동자 민중들이 G20에 반대한다는 분명한 목소리를 내면 새로운 세계를 만드는 국제적인 투쟁에 큰 힘이 될 것이다. G20에는 중국, 브라질 등 거대 개도국과 호주, 사우디아라비아, 터키, 남아공 등 지역에 따라 안배를 받은 국가들이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새롭게 포함된 나라는 대부분 친미국가들이다. 위기가 발생했을 때 문호를 개방하면 더 나은 점이 있다. 위기로 발생되는 각종 비용과 부담을 떠넘길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을 적절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다. 이런 이유에서 한국 등 개도국이 포함된 것이다. 그러나 깡패들의 모임에 들어갔다고 좋아해야 할까? “전세계 노동자 민중은 하나”라는 관점에서 정의롭고 평등한 세상을 만드는 길에 함께 해야 한다. 자본주의 위기관리 기구는 말잔치만 늘어놓고 있다 G20은 근본적인 변화 없이 위기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신자유주의 30년의 결과 파국적인 세계경제위기가 발생했는데도 신자유주의는 큰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G20은 ‘정책조정의 실패’를 위기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큰 변화는 필요 없고 금융규제 약간 하고, 주요 국가 간에 정책협력을 강화하면 문제가 해결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위기는 자본주의 메커니즘 속에서 자라났다. 노동자·민중의 삶은 아랑곳하지 않는 자본주의를 넘어서지 않는다면 노동자·민중의 고통은 해결될 수 없다. 단순히 경제위기가 문제인 것이 아니다. 노동자 삶의 위기, 지구 환경의 위기, 에너지․식량의 위기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우리가 언제까지 자본이 강요하는 팍팍하고 불안한 삶을 견뎌야 하나. G20은 변화를 회피하고 사탕발린 말만 늘어놓는다. 올해 6월 캐나다 토론토에서 G20은 은행세에 대해 “합의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위험한 금융투기의 주범인 헤지펀드와 사모펀드 통제에도 실패했다. G20은 금융자본의 활동에 날개를 달아준 시스템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몇 가지 건전성 지표의 조정만으로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 듯이 행동한다. 노동권 보장, 온실가스 감축, 빈곤 퇴치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듣기 좋은 말을 늘어놓지만 실제 행동은 없다. 오히려 이러한 소재를 활용해 자신들의 이미지 치장에 이용할 뿐이다. 당연하다. 신자유주의를 추구하면서, 자본의 이익을 우선 보장하면서 어떻게 이러한 일이 가능하겠는가? G20은 반노동정책에 날개를 달아 주고 있다 작년 9월 피츠버그 회의에서 G20은 “국제노동 기준을 침해하지 않겠다”고 합의했지만 지키지 않았다. 민주노조 죽이기에 발 벗고 나선 이명박 정부뿐만 아니라 재정위기에 몰린 유럽 각국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경제위기의 근본적 해결이 어렵기 때문에 자본은 노동자에 대한 공격을 더욱 강화할 것이다. 자본은 저성장 국면에서 이윤을 늘릴 방법이 노동자의 고혈을 짜내는 방법 밖에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노동조합을 무력화 시켜야한다. 자본과 정권이 한 몸이 되어 노조파괴에 앞장서고 있는 현재 한국의 상황이 바로 이런 현실을 똑똑히 보여주고 있다. G20은 이러한 자본의 활동을 비호하는데 앞장서고 있다. 또한 G20은 노동자 민중의 세금으로 위기에 빠진 부자와 기업만 구제하더니 이제는 긴축을 강요하고 있다. 긴축 강요는 그리스를 포함해 유럽 사례에서 보여주듯이, 연금과 임금 삭감, 복지와 일자리 축소로 이어질 것이다. G20은 그리스 정부의 끔직한 노동자 공격을 적극 지지하고 있다. 또 G20 국가들에게 노동유연화를 적극 주문하고 있다. 이명박은 G20에 목을 매고 있다 이명박은 정권의 치적 사업으로 G20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자본의 입장에서는 국제회의를 이용해서 원하는 바를 최대한 뽑아내야 한다. 국민들이 G20에 걸맞은 에티켓을 가져야 한다며 외국인을 보면 무서워하지 말고 “헬로우”하고 인사하고, 술도 적당히 마시라고 훈계하고 있다. 글로벌스탠더드 운운하면서 노동자를 순한 양처럼 길들이고 착취를 강화하려는 시도는 이번만이 아니다. 특히 이명박 정부는 G20 회의에서 미국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거드는 역할을 하고 있다. 각국의 이해관계가 어긋나는 미묘한 문제에 대해서 한국이 먼저 강대국 입장을 거들고 나서는 것이다. G20을 위상을 강화해서 안정적인 국제기구로 안착화시켜야 한다거나, 자유무역을 더욱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그러한 것들이다. 한국이 G20 정상회의를 유치할 수 있었던 것도 이렇게 미국의 입맛에 잘 맞았기 때문이다. 보수층과 자본은 이런 장단에 춤을 추면서 자신들의 지배를 더욱 강화하려고 하고 있다. [%=사진2%] 강력한 투쟁으로 우리 의지를 보여주자 이럴 때일수록 강력한 투쟁이 필요하다. 고용과 임금을 위협하고, 민중의 삶을 옥죄는 신자유주의와의 싸움에 한국 민중운동은 항상 앞장 서왔다. 2005년 APEC 반대 투쟁, 2006년 한미 FTA 반대 투쟁이 바로 그러한 사례들이다. 신자유주의는 자본의 이윤을 위해서 노동자 민중을 갈라놓고 경쟁시킨다. 불안한 일자리, 강화된 노동강도, 확대된 비정규직으로 노동자 민중의 단결은 더욱 어려워지고 삶의 조건도 팍팍해진다. 어쩔 수 없이 내 임금, 내 일자리, 내 가족 챙기기에 내몰린다. 악순환을 끊고 노동해방의 새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신자유주의를 역사의 뒤안길로 보내야 한다. 우리의 분노를 모아 11월 11일 대규모 시위를 성사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상회의 당일에 강력한 투쟁이 전개되는 것을 이명박은 가장 두려워한다. 이명박 정부는 물론이고 G20의 정당성이 크게 훼손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투쟁은 피할 수 없는 한판 싸움이다. 정권은 노골적으로 민주노조 죽이기에 나섰다. 단협해지, 공공부문 구조조정, 타임오프 강행, 노조 불인정, 비정규직 확대에 개별적으로 맞서서는 승산이 없다. G20 투쟁은 민주노조 말살과 노동유연화 확대를 꿈꾸는 자본과의 대결이다. 또한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축소하고 공포를 통해 반대자를 탄압하려는 보수 세력과의 한판 싸움이다. 나아가 G20 투쟁은 새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한 한걸음이기도 하다. 파산한 신자유주의에 우리의 미래를 맡길 수 없다. 위기에 빠진 자본주의의 쳇바퀴에서 벗어나야 한다. 11월 11일 2시 서울역에 모이자. 그리고 G20 정상들이 만찬을 벌리는 용산 국립중앙박물관 앞까지의 행진을 성사시키자. 노동자 민중의 대안과 G20의 모의가 전혀 다른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자. 강고한 투쟁이 필요하다!
11월 12일 20개국 행정부 수반이 정상(summit)에 선다. 1년에 한두 번씩 높은 산의 정상에 오르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에 이들은 셰르파의 도움을 얻었다. 스무 명은 해가 지기 전에 힘든 등정을 끝내고 맞잡은 손을 강조하며 성명을 발표할 것이다. ‘정상(회의)’이라는 용어는 윈스턴 처칠이 만들어낸 말이다. 냉전이 막을 열던 1950년 처칠은 소련에 “정상에서의 회담”을 제안했다. 어떤 계기로 처칠이 ‘정상’이라는 등산 용어를 외교에 적용했는지는 불분명하지만 시대상을 반영한 점은 분명하다. 당시 그 용어는 영국 신문에 자주 등장했다. 1940년대 후반, 세계 최고봉인 에베레스트 산 등반이 다시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처칠이 평화의 의지를 다지는 최고위층 회담을 다시 호소하던 바로 그때, 세계 최고봉은 1953년 5월에 마침내 정복되었다. 정상회의는 20세기의 산물이다. 이전에도 정상회의가 없진 않았으나 안전과 체면의 문제 때문에 일반적으로 기피되었다. 한 나라의 지도자가 타국으로 장기간의 여행을 떠난다는 것은 그의 낮은 신분을 드러내는 일이었다. 회의 중간에 자신의 목이 날아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도 동반되었다. 그러나 20세기에 정상회의는 빈번한 외교술의 하나로 자리 잡았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항공기 여행의 발달은 육로나 해로로 며칠씩 걸리던 여행길을 한나절 내외로 획기적으로 줄였다. 두세 명의 국가 원수들이 만나 며칠 동안 안건을 협상하는 형식의 전형적 정상회의는 1930년대 후반부터 활발하게 벌어졌다. 1903년 라이트 형제가 첫 시험비행에 성공한 지 30년이 지나자 항공기는 운송과 여행의 수단이 되었고 상업적인 항공사가 생기기 시작했다. 히틀러는 정치인으로서 최초로 항공기 여행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전국적인 지지를 얻는 데 도움을 받았다. 하지만 1940년대에만 해도 여전히 전통적인 이동수단을 이용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았다. 처칠은 1940년대 초반 미국을 방문할 때 두 번이나 배를 타고 갔으며, 미국 대통령 루즈벨트는 1945년 처칠과 스탈린을 만나기 위해 흑해연안의 얄타까지 가는 데 열하루가 걸렸다. 미국에서 지중해까지 열흘 동안 배를 타고 갔기 때문이다. 20세기에 정상회의가 빈번했던 더욱 중요한 이유는 세계적인 규모의 전쟁 때문이다. 열전과 냉전이 정상회의의 주 무대였다. 먼저 전쟁을 막기 위해서, 전쟁을 승리로 이끌기 위해서, 전후 처리를 위해서 정상회의가 열렸다. 나치의 독일인 거주 체코슬로바키아 지역 병합을 논의하기 위해 모인 1938년 뮌헨회담, 미국의 2차 세계대전 참전과 파병 확대를 논의하기 위해 모인 1940년대 초반 처칠-루즈벨트 회담, 전후 처리문제와 소련의 태평양 전쟁 참전을 논의한 1945년 얄타회담이 각각을 대표한다. 냉전 시기에는 미국과 소련 간의 정상회의가 이어졌다. 1961년 케네디와 후르시초프, 1972년 닉슨과 브레즈네프, 1985년 레이건과 고르바초프의 정상회의는 냉전의 격화, 데탕트, 신데탕트를 상징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현대 정상회의의 계보를 이렇게 정리하다 보면 G7이나 G20 정상회의에 적절한 자리를 부여하기가 쉽지 않다. 두 회의는 20세기 정상회의의 일반적인 관례에서 벗어나 있는 것으로 보인다. 독일과 프랑스의 재무부장관이던 헬무트 슈미트와 지스카르 데스탱은 1974년에 각각 독일 총리와 프랑스 대통령이 되었다. 이들은 1년 전에 처음으로 열렸던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 재무부장관이 참가하는 G5 회의 경험을 정상회의로 발전시키고 싶었다. 1970년대의 위기로 긴급한 경제 문제를 다룰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1975년 이탈리아가 포함된 G6 정상회의가 시작되었고 곧이어 캐나다가 포함된 G7 정상회의로 확대되었다. G7 정상회의는 기존의 정상회의와 다른 점이 많다. 먼저 두세 명이 모이는 소수의 회의가 아니라 일곱 명이라는 상대적으로 많은 인원이 모였다. 모임의 주기도 일 년으로 정례화되면서 긴급한 현안 논의보다는 지속적이고 포괄적인 협의를 추구하게 되었다. 무엇보다 정상회의의 초점이 정치ㆍ군사가 아니라 경제 문제에 맞춰졌다. 그런데 경제 문제는 어렵다. 정치인인 한 국가의 수장이 경제 문제를 다루기 위해 매년 열리는 회의를 준비하기는 쉽지 않았다. 따라서 각국 지도자는 장관이나 보좌관을 자신의 개인 대리인(셰르파)으로 지정하여 회의 준비와 합의의 얼개를 짜는 일을 담당시켰다. 또한 1년에 네 차례 열리는 재무장관ㆍ중앙은행총재 회의는 독자적인 리듬과 역할을 가지고 있으면서 동시에 정상회의를 보조했다. 이렇게 되자 G7은 지도자들의 ‘비공식적이고 개인적인 만남’의 의미는 퇴색되고 의례화되고 제도화된 정상회의의 모습을 띠게 되었다. 공식적인 국제기구는 아니지만 제도화된 정상회의라는 G7의 독특한 지위는 처음부터 의도된 것은 아니지만 국제정치의 틈새를 파고드는 데 적격이었다. 초기에는 선진국 간의 환율조정이나 경제정책 공조 문제를 주로 논의했지만 점차 다룰 문제가 늘어났다. 1980년대가 되자 서유럽 미사일 배치와 같은 정치ㆍ군사 문제가 회의석상에 오르기 시작했다. 1990년대 초반에는 동구권의 붕괴 이후 이 지역 경제와 정치를 시장 자본주의로 전환시키는 문제를 주요하게 다루었다. 1990년대 중반부터는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부수적’ 문제들, 외채탕감이나 빈곤퇴치를 다루는 데 관심을 가지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실제로 진행된 가장 중요한 일은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조정하고 관리하는 일이었다. 이러한 사실은 잘 드러나지 않았다. 유일하게 공개되는 자료인 성명에는 다양한 주제에 관한 좋은 말이 넘쳐났다. G7 정상회의의 성명은 점차 길어졌지만 정상회의에 앞서 몇 달 동안 정성스럽게 준비된 이 문서는 실제 논의하는 것과는 별로 상관이 없었다. 예를 들어 1989년 파리 성명의 3분의 1은 환경문제로 채워져 있었지만 이것은 만찬 때 잠깐 이야기되었을 뿐이었다. 또한 말과 행동은 전혀 다른 것이었다. 15년 동안의 G7 정상회의 성명에 대한 1992년의 연구는 다음과 같이 결론을 내렸다. 각국 정부는 209건의 약속 가운데 3분의 1만을 이행했고, 특히 미국과 프랑스는 약속을 잘 지키지 않았다. 대신에 G7은 비공식적인 결정, 자신들의 네트워크와 담론을 통해서 실제 권력을 행사했다. 독자적인 집행력을 갖추지 못했다는 점을 유연하게 활용해서 국제정치와 국내정치에 비공식적이지만 막강한 영향을 미칠 수 있었다. 먼저 G7은 국제적인 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서 유엔과 국제금융기구를 활용했다. G7은 IMF와 세계은행을 사실상 지배했다. G7 재무장관과 중앙은행총재는 IMF와 세계은행의 봄ㆍ가을 회의 직전에 회의를 열어 이 기관의 대출 절차와 정책에 대해 미리 토론하고 합의를 꾀했다. 그리고 연이어 열리는 IMF와 세계은행의 회의에서 G7은 보다 공식적인 절차와 기구를 통해서 주변국들을 설득하고 논의를 주도했다. 따라서 G7의 회의 결과에 따라 IMF와 세계은행 회의의 주요 의제가 정해지고, 이들이 인정하지 않는 의제는 공식적으로 상정되지 않았다. 즉 G7은 IMF와 세계은행의 의제를 설정하고 논의를 주도하고 거부권을 가짐으로써 국제금융기구의 활동에 구체적인 지침을 제시했다. 또한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으면서 진행되는 G7 정상회의는 국제 문제에 관한 담론을 주도하면서 세계경제, 비G7 정부, 국제기구, 초국적 정책기구, 국내 여론에 큰 영향을 끼쳤다. G7 정상회의가 문제를 제기하고 의제를 설정하고 네트워크를 창출하고 정부 정책을 결정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일이 이렇게 진행되면 국내에서 정치적인 결정을 하기도 한층 쉬워진다. G7 정상회의의 성명(코뮈니케)은 비공식적이고 법적인 효력이 없는 순수한 도의적 합의문일 뿐이다. 하지만 그 내용 중에서 국내 정치적으로 필요한 부분은 ‘국제적인 합의’나 ‘글로벌스탠더드’의 이름으로 쉽게 강요할 수 있다. 따라서 각국 정부는 국제 정치ㆍ경제 엘리트와 집권 세력의 필요에 따라 선택된 3분의 1 정도만을 그렇게 처리할 수 있었던 것이다. G20 정상회의는 G7 정상회의를 모델로 하고 있다. 심지어 2년간의 조정 끝에 20개국을 최종적으로 선정한 것도 G7이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G20은 G7의 운영구조와 역할을 많이 계승하고 있다. G7의 주요 역할은 달러화 가치 조정과 신자유주의 확산이었다. 전자는 미국 경제를 보호하고 활성화시키는 일로 1985년의 플라자합의가 대표적인 사례다. 후자는 무엇보다 IMF와 세계은행에 대한 배후 개입이었다. 이러한 두 축은 G20에도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그 행태는 더욱 노골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최근에 문제가 되었던 ‘환율전쟁’이 한 사례다. 환율갈등의 직접적인 원인은 미국의 저달러 정책에 있다. 실업률이 계속해서 10%를 위협하고 소비와 투자의 부진으로 내수회복이 지체되면서 미국 경제는 다시 한 번 침체되는 것은 아닌가라는 두려움을 안고 있다. 부동산과 금융 거품에 힘입어 지탱되던 고소비의 경제가 거품 붕괴 후에 지속될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따라서 오바마 정부는 이전과는 달리 수출을 통해서 미국 경제의 활로를 개척하려고 분투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미국은 저달러 기조를 유지하고 타국 환율에 대한 공격을 시작했다. 개도국의 입장에서는 억울하다. 미국의 선제공격으로 시작된 전쟁의 피해자가 범죄자로 몰리는 형국이다. 환율갈등은 이번에도 미국 달러화의 가치를 조정하는 문제, 즉 미국 경제를 회생시키는 문제의 다른 이름인데도 말이다. 물론 1985년의 G7과 2010년의 G20은 다르다. 1985년의 일본과 독일처럼 미국을 위해 일방적인 양보를 감행할 수 있는 당사자가 없다. 미국이 중국을 강하게 압박할 경우 중국은 달러표시 자산을 매각해버릴 수 있지만, 이러한 선택은 서로 의존하고 있는 둘에게 모두 좋지 않다. 미국 경제가 회복되지 않는다면, 글로벌 불균형 문제의 구조적인 해결이 없다면, 10월 경주 재무장관회의의 합의에도 불구하고 환율문제는 계속 제기되고 때때로 갈등적인 방식으로 분출할 수밖에 없다. IMF에 대한 개입은 G20이 더욱 노골적이다. 세부적인 금융규제의 방안 마련과 관리ㆍ감독 절차는 대부분 IMF와 FSB(금융안정위원회)에 위임되었다. IMF에 국제적인 금융 감독의 권한까지 부여해준 것이다. 각국의 환율과 무역수지 균형을 다루는 ‘지속가능한 균형성장 협력체계’는 향후 G20의 핵심 과제인데 이를 지원하고 감독하는 역할도 IMF에 맡겨졌다. 이렇게 IMF의 권한은 대폭 확장된 반면 IMF의 지배구조 개혁은 생색내기로 진행되고 있다. 개도국에게 IMF의 지분을 일부 이양한다고 하지만 문제의 핵심은 다른 데 있다. IMF와 세계은행의 총재를 유럽과 미국이 나눠먹는 관례, 미국이 보유하고 있는 거부권, 고위관료들의 회전문 인사 관행, 지분에 따라 부여되는 투표권이 문제의 근본적인 지점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구조의 근본적인 변화가 없다면 IMF-미 재무부-월스트리트의 견고한 동맹은 계속될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세계적인 경제위기에도 불구하고 변한 것은 별로 없다. G20은 여전히 미국을 중심으로 한 자본주의 세계 경제를 관리하기 위해 분주하다. 금융세계화의 구조를 바꾸지 않는 수준에서 금융규제 정책을 손질하고 있고, 각국 간의 정책조율 틀을 짜고 있다. 이 일에 개도국을 일부 포함시켜 적절한 관리와 포섭을 모색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발전과 환경 같은 국제 이슈를 포함시키고 있다. 하지만 문제의 본질적인 측면에서 달라진 것은 없다. G20 정상회의가 이렇게 일을 진행시킬 수 있었던 까닭은 무엇인가? 이들은 경제위기 상황에서 전권을 위임 받은 비상대권을 쥐고, 위기와 위기에 대한 대응을 비정치적인 것으로 만들어버렸다. G20은 위기를 일으킨 자본주의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위기 대응을 경영학으로 즉 관리의 기술로 다룬 것이다. 비상대권은 일상적 권력 밖에 있는 권력이다. 비상 상황 때문에 기존의 법과 절차를 뛰어넘어 세상을 주무를 수 있는 권한이다. 이러한 권한이 아래로부터 부여된다면 민중의 혁명일 수 있지만, 반대의 경우라면 지배자의 계엄령이 된다. 정상회의의 역사는 바로 지배자의 위치에서 비상대권을 부여받은 자들의 모임에 관한 기록이다. 전쟁을 막기 위해서,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서, 전쟁을 수습하기 위해서 그들은 모였다. 그 자리에서 영토를 분할하고, 국경선을 긋고, 한 민족과 세계의 미래를 결정했다. 미국과 소련, 양극이 맞붙을 때도 정상회의는 필요했다. 당장의 변화가 수반되지 않았기 때문에 역동적인 요소는 덜 했으나, 핵무기를 둘러싼 지루한 긴장감은 더 했기 때문이다. 반면 G7과 G20은 미국 헤게모니의 자본주의를 유지하기 위한 정상회의다. 잘못하면 목이 날아간다는 긴장보다는 합의의 꽃이 만발하는 축제 같은 분위기다. 그리고 이런 분위기 속에서 권력의 문제, 정치의 문제는 보이지 않는 존재가 되고 있다. 복잡한 경제 용어와 화려한 언론 보도 속에 숨어 있는 정상회의는 더 이상 정치적인 사건의 장소로 보이지 않는다. 이제는 정상회의에서 다루는 내용뿐만이 아니라, 정상회의라는 형식 자체도 비정치적인 문제로 숨어버린다. 그렇다면 개도국이 포함된 일은 좋은 것이다. 정치는 기껏해야 각국 간의 이해관계 차이로 드러날 뿐이다. 그 이해관계는 현재의 자본주의 질서 위에 세워진 것이지만 더 이상 누구도 그 점을 가지고 왈가왈부하지 않는다. 과거의 정상회의가 열강 지도자가 약소국의 운명을 좌지우지하는 것, 그러한 까닭에 제도정치의 의미에서든 대중운동의 의미에서든 정치적 쟁투의 핵심에 위치한 것이었다면 이제는 더 이상 그렇지 않다. 경제 용어와 수치 속에 감추어진 정상회의는 월드컵과 같은 축제이고, 국가브랜드 향상을 통해 수십조 원의 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세일즈의 장일 뿐이다. 그러나 그 속에 감추어진 진실은,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새로운 세상을 만들 권리가 민중이 아니라 지배자의 손에 있다고 선언될 때, 그들의 수중에 놓인 비상대권이 당연한 권력으로 자리 잡을 때 우리의 미래를 둘러싼 정치는 정말로 사라질지도 모른다. 그러한 미래를 원하지 않는 자라면 G20 정상회의에 부여된 권력을 두 눈으로 바라보고 싸울 수밖에 없다. 11월 11-12일 서울에서 20개국 지도자가 모여 세계경제의 향방을 논의한다. G20이 그리는 미래는 “강하고 지속가능한 균형 성장”이라는 수려한 말로 포장되어 있지만 자본주의 위기를 관리하고 노동자 민중을 공격하는 계급적 본질을 감출 수는 없다. 하지만 몰라서 문제가 아니라 알아도 어쩔 수 없는 것이 더 큰 어려움이다. 어쩌면 우리에게 더욱 중요한 질문은 체제의 변혁을 꿈꾸는 민중운동의 주체적인 상태에 관한 것이다. 어떻게 하면 노동자 민중 내부의 분할과 분열을 극복하고 정치적 운동으로서 스스로를 다시 세울 수 있을 것인가. 자본주의를 넘어선 대안사회에 대한 대중적 열망은 어떻게 만들 수 있을 것인가. 이러한 질문에 조금이나마 더 열심히 대답하고자 10월 21일 사회진보연대 부설 노동자운동연구소가 출범했다. 지난 호에 그 동안의 고민을 정리하여 실었고, 이번 호에는 연구소 출범기념 토론회를 정리하고 박하순 연구소장을 인터뷰했다. 연구소 출범을 기념하여 번역 출간한 『마르크스의 임금이론』은 책소개에 실었다. 집권 전반기에 타임오프제 시행과 민주노조 파괴 공격을 밀어붙였던 이명박 정부는 집권 하반기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어 국가고용전략 2020을 내놓았다. 앞으로 진행할 노동유연화 공세를 종합한 이 보고서는 노동자운동에 대한 공격이 새로운 방향에서 한층 강화될 것을 알려주고 있다. 박준도 노동위원장의 글은 이명박 정부의 선전포고에 대한 긴급한 분석을 담았다. 경제위기 책임전가에 맞서 싸우고 있는 쌍용차 노동자들의 투쟁, 돌봄노동자들의 조직화와 투쟁 모색에 관한 글에 현재 운동의 구체적인 과제를 담았다. 북한 당 대표자회의 후 지도체제의 변화와 북한 사회 전망에 대한 글, 한미동맹의 현주소를 점검하는 글에서는 한반도를 둘러싼 최근 정세를 분석했다. 2010년 마지막 호는 다소 얇게 발행되지만 독자 여러분에게 전달되는 의미는 가볍지 않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