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접근권 파괴하는 인도-EU FTA 유럽의 새로운 FTA정책과 지적재산권 2월 17일 유럽의회는 한-EU FTA를 통과시켰다. 또 3월에는 인도-EU FTA를 체결할 예정이다. 유럽연합은 상대국에 따른 매우 신축적인 교역협상을 맺던 과거의 FTA에서 벗어나 공격적으로 관세 및 비관세장벽을 모두 철폐하려는 새로운 FTA정책을 취하고 있다. 그 첫 번째 대상이 바로 한국과 인도다. 유럽연합은 FTA 협상에서 지적재산권이 최우선사항이고, 특히 효과적인 지재권 집행이 최고 관심 사안이라고 밝힌 바 있다. 1) 위조방지무역협정 지적재산권 집행조항은 초국적기업들이 지재권 침해를 빌미로 사법절차의 기본 원칙을 훼손하면서까지 민,형사소송을 손쉽게 제기하도록 하고, 과다한 배상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며, 제네릭을 위조품으로 간주하여 압류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와 유사한 내용을 담은 복수국가간무역협정이 위조상품 유통 문제의 해결을 명분으로 진행되고 있다. 바로 위조방지무역협정(ACTA: Anti-Couterfeiting Trade Agreement)이다. 미국, 유럽연합, 일본 등 소수 선진국이 협상을 주도하고 있으며, 2008년 6월부터 한국 정부도 이 협상에 참여하고 있다. ACTA는 소수 선진국들이 지재권 강화를 통해 얻는 흑자폭을 더 늘리기 위한 국제규범을 만들겠다는 것이지, 위조상품의 유통을 막는 것과는 관계가 없다. 위조상품은 현행 국제조약에서도 형사처벌의 대상이 된다. ACTA는 수출국이나 수입국의 지재권을 침해하지 않더라도 환적(in-transit, 운송중인 화물을 옮겨 실음) 국가에서 지재권 침해가 문제될 여지가 있으면 세관의 압류 조치가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2008~2009년에 유럽을 거쳐 브라질로 가는 인도산 제네릭(복제약)을 유럽에서 위조품으로 취급하며 압류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 의약품은 수출국(인도)과 수입국(브라질)에서 지재권 침해 문제가 없는 의약품인데, 네덜란드에서 환적하는 과정에서 네덜란드 세관에 의해 압류당하였다. 이는 유럽이 요구하는 지재권 집행조치와 ACTA의 전초전으로서 전면 실시될 경우에 대한 우려가 크다. 인도와 브라질은 2010년 5월 12일 네덜란드와 유럽연합을 상대로 WTO에 제소한 상태이다. 2) 자료독점권 유럽이 의약품독점을 강화하기 위해 주력하고 있는 다른 하나는 자료독점권이다. 의약품에 대한 독점을 획득할 수 있는 방법은 2가지가 있다. 하나는 특허권이고 다른 하나는 자료독점권이다. 153개국이 가입한 트립스 협정(TRIPs, 무역관련지적재산권협정)에 따라 최소 20년의 특허보호기간이 보장된다. 자료독점권은 의약품 판매승인을 받을 때 제출된 오리지널 의약품의 안전성, 유효성에 관한 임상시험자료를 제네릭 제약회사가 사용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제네릭 판매를 지연시켜 오리지널 의약품의 독점을 부여해주는 것이다. 자료독점권이 부여되면 특허가 없는 혹은 특허가 만료된 의약품일지라도 판매독점권이 생기게 되어 제네릭 생산과 수출을 못하게 되고, 심지어 강제실시와 같은 특허권의 공공적 사용도 못하게 된다. 유럽은 미국과 경쟁적으로 전 세계 의약품 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유럽의 초국적제약사들이 미국으로 본거지를 옮기는 상황과 보건의료비용을 줄이기 위해 제네릭에 대한 의존도를 높여야 하는 상황 간의 문제를 해결하고 의약품단일시장을 완성하기위해 2001년부터 유럽약사법의 포괄적 개정을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논란은 자료독점기간에 집중되었다. 유럽의 몇몇 국가들은 물질특허가 의약품독점을 보장하는데 불충분하다고 여겨 이를 보상하기 위해 1987년에 자료독점권을 도입했다. 트립스 협정 이후 유럽 각국은 대부분 20년 동안 특허권을 보호하고 있으나, 자료독점기간과 관련해서는 그리스의 6년에서부터 프랑스의 10년에 이르기까지 천차만별의 양상을 보이고 있었다. 특히 폴란드 등의 신흥 유럽회원국들은 대부분 6년의 자료독점기간을 유지하고 있었다. 신흥 회원국들은 자료독점기간을 확대하면 그들 국가의 보건의료예산에 지나친 부담을 지울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결국 2003년 12월 유럽의회는 8+2+1 공식을 따르는 자료독점기간을 결정했다. 8+2+1이라는 공식은 8년의 자료 독점, 2년의 마케팅 독점, 그리고 추가적 1년은 새로운 적응증에 대한 자료 독점기간을 뜻한다. 8년이 경과한 후 2년 동안 자료공개를 허용하여 제네릭을 생산하고 그 판매허가절차를 밟을 수는 있지만, 판매하지는 못하도록 제한하였다. 만약 8년의 자료독점 기간 내에 새로운 치료적응증(new therapeutic indications)을 허가받으면 자료독점기간은 1년 더 확대될 수 있다. 즉 판매독점기간은 최대 11년이다. 8+2+1의 기간이 끝나야 제네릭을 판매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런 내용을 담은 유럽의 새 약사법은 2005년 11월부터 효력을 가지게 되었다. 자료독점권의 확대와 통일화를 이룬 유럽연합은 미국의 자료독점권보다 더 강력한 공식을 갖게 되었다고 평가하였다. 신흥제약시장과 미국, 유럽 제약회사들의 위기감 사(제약산업 전문 리서치)에 따르면 2009년 세계의약품 시장 규모는 8,370억 달러(약 1,068조 원)로 메모리 반도체 시장(2008년 456억 달러)의 약 17배에 달하는 규모이다. IMS Health는 향후 10년간 의약품시장 성장률은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2009년 전 세계 의약품 시장에서 북미는 38.5%, 유럽 29.8%, 일본 10.8%, 아시아, 호주, 아프리카 12.7%, 남미 5.5%, 기타 3.4%를 차지했다. 북미, 유럽, 일본이 79%를 차지한다. 한편 북미, 유럽, 일본의 비중은 줄어들고 있다(2007년 86.4%). 그 이유는 미국, 유럽, 일본은 블록버스터급 신약의 특허만료, 신약승인 건수 감소, 약제비 절감을 위한 의료정책 등으로 1~2% 성장에 그친 반면, IMS 헬스가 일명 ‘파머징 마켓(Pharmerging Market, 신흥제약시장)’이라고 부른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한국, 태국 등 17개국의 의약품시장이 급속한 성장률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성장잠재력이 가장 큰 곳으로 중국과 인도를 주목하고 있는데, 중국은 2020년 세계 두 번째 의약품 시장으로 부상, 인도는 2015년 세계 10위권 내로 부상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런 시장변화에 따라 초국적제약기업들은 독점을 확대하기 위해 더욱 혈안이 되어 있고, 신흥제약시장을 주시하고 있다. 초국적제약회사는 전 세계 의약품 시장의 80%이상을 차지해왔던 북미, 유럽, 일본에서 팔릴 수 있는 최대의 가격으로 결정한 후 다른 국가에도 그만큼 지불할 것을 요구한다. 아프리카, 아시아, 남미에서 그 약을 사 먹을 수 없다 해도 제약회사에겐 그만이다. 그렇다고 이 지역을 완전히 방치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초국적제약기업들은 특허권보다 자료독점권을 얻기가 훨씬 간편하기 때문에 개발도상국에서는 일반적으로 특허보다는 자료독점권을 통해 독점을 획득해왔다. 자료독점권은 특허권에 비해 독점기간이 짧지만, 그 효과가 같고 훨씬 간편한 절차를 거쳐 쉽게 얻을 수 있다. 그 결과 개발도상국의 환자개인 내지 공공의료가 파탄날 지경까지 이윤을 뽑아내고, 제네릭이 수출되거나 수입되는 것을 막아왔다. 개발도상국에도 FTA와 트립스-플러스 조항(트립스 협정보다 더 높은 지적재산권의 보호를 내용으로 함)을 강요하면서 특허권과 자료독점권을 동시에 활용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게다가 인도는 제네릭을 전 세계에 공급하는 ’세계의 약국‘인데 인도에서 이러한 조항을 적용하려 한다면 전 세계 민중들에게는 치명적이다. ‘세계의 약국’과 의약품접근권 투쟁 작년 1월에 인도 활동가들의 초청으로 인도를 다녀온 적이 있다. 처지는 많이 달랐지만 서로를 만나게 했던 키워드는 글리벡, 에이즈, FTA였다. 인도는 2003년부터 현재까지 백혈병치료제인 ‘글리벡’을 둘러싸고 초국적제약사 노바티스와 소송이 진행 중이고, 유럽과 FTA협상 중이었다. 우리는 2003년에 글리벡 강제실시투쟁과 2009년 에이즈치료제 ‘푸제온’ 강제실시투쟁을 한 경험이 있고, 한-미 FTA를 체결한 상태, 한-EU FTA는 협상 중이었다. 필자는 ‘세계의 약국’이라 불리는 인도가 2005년에 트립스 협정을 수용한 이후 어떻게 변했는지 매우 궁금했다. 실은 필자는 ‘글리벡’ 강제실시 투쟁당시에 인도에 글리벡과 똑같은 제네릭(복제약)이 있다는 사실에 놀라고 안도했었지만, 인도의 역할이 ‘세계의 약국’ 수준인 줄 실감하지 못했다. 에이즈운동을 하게 되면서 전 세계 3300만명이 넘는 에이즈감염인들이 어떻게 치료를 받고 있는지, 인도의 제네릭이 에이즈감염인에게 어떤 의미인지 알게 되었다. 인도는 개발도상국에 필요한 에이즈치료제의 90%를, 전 세계 에이즈치료제의 50%를 공급하고 있다. 북미, 유럽, 일본, 한국 등 소위 선진국과 몇몇 중진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들은 인도산 에이즈치료제에 의존하고 있다. 인도는 에이즈치료제 외에도 항생제, 항암제, 혈압약, 당뇨약 등 전 세계 제네릭 의약품시장의 20%에 해당하는 의약품을 공급하고 있다. 인도 제네릭의 의미란 무엇인가? 먼 나라 얘기가 아니다. 글리벡 투쟁 당시에 인도에 글리벡과 똑같은 제네릭을 글리벡에 비해 1/20도 안되는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다는 사실은 글리벡 투쟁의 정당성 그 자체였고, 희망이었다. “우리가 연간 약 1500달러를 내면 약을 먹을 수 있는데 왜 3600만원을 내야 하느냔 말이야. 노바티스가 돈이 없어 글리벡을 먹지 못하는 한국의 환자들을 내팽개친다해도(실제로 공급거부를 했었다) 우리에게는 인도약이 있단 말이야.” 우리는 그렇게 요구했지만 특허청은 우리의 요구를 기각했다. 기본권이자 공공의 이익에 해당하는 환자의 생명을 지키기보다 제약사의 이익을 침해해서는 안된다는 이유였다. 그 결과 우리는 1년에 1000억 원가량을 노바티스에 지불하고 있다. 천문학적인 돈을 낼 수 없는 개발도상국에게 인도 제네릭이 없다는 것은 죽음을 의미한다. 인도가 ‘세계의 약국’ 역할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인도 특허법의 역사와 더불어 활동가들이 특허독점의 폐해를 막기 위해 특허강화를 반대하는 강력한 운동을 벌여왔기 때문이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인도는 의약품 수요의 약 85%를 외국계 제약회사에 의존하고 있었고, 약값은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이었다. 그래서 인도정부는 1972년에 의약품에 대한 물질특허를 폐지하였다. 따라서 인도의 제약회사들은 제조공정을 달리하여 제네릭을 생산할 수 있었다. 인도는 트립스협정에 따라 2005년에 의약품에 대한 물질특허제도를 재도입하게 되었지만 전 세계의 환자, 활동가들이 연대투쟁을 벌여 공중보건과 생명을 위한 다양한 안전장치를 인도특허법에 담을 수 있었다. 당시 가장 큰 쟁점은 초국적제약사들의 영구독점전략인 ‘에버그리닝’을 어떻게 막느냐는 것이었다. 그 방법이 인도특허법 섹션(section) 3(d)에 담겼는데, 1995년 이전에 개발된 약에 비해 상당히 개선된 치료효과를 입증하지 못하면 새로운 사용, 새로운 제형, 새로운 혼합품일지라도 특허를 얻지 못하도록 하였다. 제약자본은 특허가 강화되어야 혁신적인 약을 개발할 수 있다고 말하지만 그들은 실은 치료효과가 그다지 향상되지 않은, 사소한 변형을 했을 뿐인 자신들의 신약을 ‘혁신약’이라고 부르며 독점권을 얻기 위해 특허를 활용하는 것이다. 인도가 ‘세계의 약국’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는 인도특허법이 자료독점권이나 특허-허가 연계와 같은 트립스-플러스 조항을 담고 있지 않고, 무분별하게 특허를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세계의 약국’을 없애려는 인도-유럽 FTA 그러나 초국적제약기업은 인도특허법에 트립스플러스 조항을 포함시키려고 끊임없이 소송과 로비를 하고 있다. 노바티스는 2006년 1월에 글리벡 특허가 거절되자 인도특허법 섹션 3(d)가 트립스협정에 위배된다고 2006년 5월에 소송을 제기하였다. 2007년 8월과 2009년 6월에 각각 노바티스의 소송을 거절하는 판결이 내려졌지만 노바티스는 섹션 3(d)조항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2009년 8월에 대법원에 소송을 걸었고 지금도 진행 중이다. 또한 바이엘사는 항암제 ‘넥사바’와 똑같은 약을 인도 시플라사가 판매허가를 받자 특허-허가 연계제도를 도입하고 시플라사의 판매허가를 취소할 것을 요구하며 소송을 걸었다. 대법원까지 끌고간 바이엘사의 소송은 2010년 12월에 대법원에서 기각되었다. 대법원은 특허제도와 의약품규제제도는 별개이고, 인도법 하에서는 의약품규제기구가 특허약의 제네릭 판매허가를 막을 의무가 없다고 판결했다. 시플라사의 판매허가 여부는 바이엘사가 이미 제기한 특허침해소송에서 다룰 문제라는 것이다. 앞서 로슈사 또한 항암제 ‘타세바’에 대해 특허-허가 연계를 주장하다 대법원에서 기각당한 바 있다. 2008년에 시플라사가 타세바와 같은 제네릭을 시판하자 로슈사는 특허-허가연계를 주장하며 소송을 걸었다. 그리고 특허침해소송을 제기했고 시플라사는 특허무효소송으로 맞대응했다. 2009년 4월에 고등법원은 시플라사의 판매를 허용하는 판결을 내렸고, 2009년 8월에 대법원은 로슈의 소송을 기각했다. 현재 특허소송은 진행 중이다. 인도에 있는 초국적기업들의 연합인 OPPI(Organisation of Pharmaceutical Producers of India)는 자료독점권, 특허-허가연계, 섹션 3(d)의 개정을 촉구하는 로비를 지속적으로 벌이고 있다. 이런 초국적제약기업의 요구를 한방에 관철시키려는 것이 인도-EU FTA이다. 인도정부와 유럽연합은 의약품자료독점권과 지적재산권 집행조항에 대한 합의만을 남겨두고 있고 3월에 체결을 할 예정이다. 지재권조항에 대한 대립 때문에 유럽연합이 이번 FTA에 유럽식 자료독점권을 비롯하여 트립스-플러스 조항을 다 포함할 것 같지는 않지만, 자료독점권을 도입하는 것 자체가 ‘세계의 약국’을 위협하기에 충분하다. 초국적제약회사가 노리는 것은 인도의 특허요건에 미달하는, 임상적 효과가 더 낫지도 않은 약들에 대해 더 수월한 방식으로 독점을 획득하여 제네릭의 생산을 막고 비싼 약값을 받으려는 것이다. 자료독점권은 인도처럼 특허요건이 엄격한 나라에서 특허가 없는 약에조차 독점을 획득할 수 있는 손쉬운 방법이 될 수 있다. 인도에서는 글리벡 외에도 에이즈치료제 ‘칼레트라’, ‘비레드’ 등이 섹션 3(d)에 따라 특허가 거절되었고, 제네릭이 판매되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특허가 거절된 약들에 자료독점권이 주어진다면 자료독점기간동안 제네릭 판매, 수출이 불가능해진다. 이 말은 120개국이 넘는 개발도상국의 민중에게 죽음을 의미한다.
106일간의 노숙농성 투쟁 광주광역시 서구지역의 재활용 및 대형폐기물 수집·운반·선별·처리업무를 서구청으로 민간위탁 받은 업체에서 일하던 미래환경산업개발분회 노동자들이 서구청 앞에서 106일간 전체조합원 파업 노숙농성을 진행했다. 해고자 원직복직과 위수탁 계약이행이라는 핵심구호를 걸고 유난히도 많은 눈과 한파에 시달려야 했던 겨울을 보냈다. 그렇게 농성을 하고 매일매일 선전전과 1인 시위를 하고 7보1배를 하며 한겨울을 보냈다. 2010년 10월 12일 시작한 농성이 해를 넘긴 2011년 1월 24일 민간위탁업체와 늦은 밤까지 지속된 교섭 속에 극적인 합의를 이끌어 낼 수 있었다. 해고자 6인 복직과 위수탁 계약서상의 쟁점사항이었던 임금부분 관련해 2011년 상반기 실사를 통해 분배하는 방식으로 합의가 이뤄졌다. 이는 106일간의 노동자들의 위력적인 투쟁의 성과임과 동시에 지역차원에서의 투쟁의 성과라 할 것이다. 공공서비스 영역의 문제가 지역적 문제로 대두될 수밖에 없으며 이에 대한 지역적 투쟁이 조직되었다고 할 것이다. 14명이 조합원인 사업장에서 절반이 해고되어 복직투쟁을 전개해야 했고 민간위탁사업자가 아닌 서구청 앞에서 농성을 하며 투쟁을 전개해야 했던 상황들이 현 시기 노동자들이 처한 현실을 반영한 듯하다. 사업주는 걸핏하면 해고와 계약해지를 들이밀어 노동자들을 하루아침에 길거리로 내쫓고, 책임은 원청에게 원청은 다시금 사업주에게 떠넘기며 노동자들을 온갖 희생만 감내해야만 현실에 처하게 하는 것이다. 민간위탁업체의 문제점 광주광역시 서구청으로부터 재활용 및 대형폐기물 수집·운반·선별·처리업무의 첫 과정은 각 가정과 업체로부터 나오는 PET병, 유리병, 폐지, 과자봉지 등의 재활용품들과 가구, 냉장고, 싱크대, 침대 등과 같은 대형폐기물을 선별장으로 수집, 운반해 오는 것이다. 운반해온 재활용품들은 재활용되지 못하는 일반폐기물과 분류하고 분류된 재활용품들도 종류별로 선별하게 된다. 선별된 재활용품들은 재활용 처리 공장으로 운반될 수 있도록 종류에 따라 압축과 같은 과정을 거치게 된다. 대형폐기물의 경우엔 폐기물 부분별로 재활용가능 부위들을 고철과 나무 등으로 분리한 뒤 고철은 압축과 분류과정을 거치게 되고 나무는 분쇄과정을 거쳐 다시 재활용공정으로 보내지게 된다. 서구 전 지역의 수집된 재활용과 대형폐기물을 수집하고 선별해서 재활용품 처리과정으로 보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현재 서구청으로부터 민간 위탁받은 업무인 것이다. 민간위탁사업자는 서구청으로부터 민간위탁 입찰공고에 따라 업체선정과정에 참여하게 된다. 업체 선정공고 이후 업체 자격요건을 갖춘 업체가 입찰에 참여하게 되고 이 과정에 최저입찰제에 기반해 입찰자 중 위수탁업체를 선정하게 된다. 위수탁업체로 선정된 업체는 3년간 계약을 맺고 서구청으로부터 서구지역 재활용 및 대형폐기물 처리 업무권한을 갖게 된다. 권한뿐만 아니라 서구청으로부터 위탁업무에 필요한 일체의 지원을 받게 되는데 이 지원의 폭이 타 지역의 민간위탁지원에 비해 파격적이다. 기본적으로 재활용품을 선별해야 하는 선별장 대지와 선별장 건물을 무상으로 제공해주고 선별장치와 파쇄장치 등 작업장에 설치되어 있는 시설 또한 무상으로 제공해 준다. 이와 함께 관련 시설운영과 인건비지급을 위한 보조금도 지급하고 있는데 민간업체에서 입찰 시 제시한 금액에 준해 지급하게 된다. 결국 위탁과정에서 실질적으로 민간위탁업체가 담당하는 비용은 입찰과정에서 제출하게 되는 공탁금 정도이다. 물론 이마저도 공탁금이므로 다시 업체에게 돌아가게 되어있다. 공공기관의 업무였던 것을 민간업체에 위탁하게 되면서 민간위탁업체에 지급되는 시설과 보조금과 함께 인건비, 경비 및 일반관리비 합계의 10%정도의 이윤을 보장해 주고 있다. 결국 민간위탁업체가 업무를 위탁받아 하는 일은 위탁사업장에서 인력관리 및 시설관리 업무만을 담당하는 것이다. 분기마다 필요한 시설 수리비 및 지원금이 필요하면 구청에 청구하고 이에 맞춰 구청으로부터 보조금을 지원받으면 되는 것이다. 민간위탁의 구조적 모순이 이곳에서부터 발생하게 되는데, 공적업무이며 이에 대한 업무 추진의 공공성을 강화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민간위탁업체는 기업의 특성상 이윤을 남겨야 하며 이윤 추구의 방식은 보조금 중간착취와 노동강도강화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2001년 서구청의 재활용 및 대형폐기물 처리업무가 민간위탁이 도입과정에서 작성된 용역결과보고서에는 업무추진에 필요한 적정인원과 용역원가들을 제시하고 있었다. 그러나 2001년 민간위탁업체에서 위탁업무를 추진한 이후로 용역결과보고서에서 제시된 적정인원을 채용한 적이 한 번도 없으며 원가 계산서에서 제시한 노동자들 임금 또한 지급한 적이 없다. 33명의 인원이 적정인원임에도 28명 정도의 20여 명 남짓의 인원이 근무하고 있으면서 서구청이 제시한 임금마저 제대로 지급되고 있지 않는 현실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들다. 대표이사임금 매달 월 500만 원, 명절 상여금 230만 원 그 외 기타 지급되는 수당감안하면 1년이면 7천만~8천만 원 이상 지급하고 있는데 서구청이 위탁비용으로 지급하고 있는 6억6천6백만 원 중 약 10%에 해당하는 액수이다. 결국 서구청에서 보조금을 지급해주지만 보조금은 고스란히 관리자들의 이윤 보존으로 사용되고 그밖에 민간위탁업체의 이윤 보존을 위해서는 인원감축과 임금삭감이 수반되게 되는 것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저임금의 노동 속에서 또다시 차별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민간위탁업체에서는 상용직이라는 이름의 정규직 형태의 채용과 계약직, 일용직 형태의 비정규직 채용의 차별을 두고 있다. 분명 용역결과보고서에 책정한 인원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이 아닌 운전원, 수거원, 선별원 형태의 직종별 분류만을 제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민간위탁업체에서는 고용형태의 차별을 두며 저임금에 또다시 저임금 노동을 강요하고 있다.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비정규직, 정규직 차별 속에 선별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노동자들은 대부분 여성노동자들로 여성노동자들의 고용형태는 일용직으로 비정규직 내부에서도 또다시 차별을 받으며 일하고 있다. 끊임없는 착취의 구조 속에 엄연한 보조금 착취와 노동착취를 자행하고 있는 것이 현재 민간위탁의 구조이다. 공공서비스의 업무를 민간위탁업체에서 담당하며 보조금 형태로 지급되는 세금이 낭비되는 것도 모자라 재활용처리업무 본연의 의미까지 탈각시키고 있다. 주된 업무인 재활용 선별업무에는 필연적으로 절대적인 적정인력이 필요하게 되어있다. 허나 적정인력이 채용되지 못한 현장에서는 선별작업에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고 업체에서는 선별되지 못한 재활용품을 그대로 소각장과 매립장으로 내버리면서 폐기처리하고 있다. 현장에서 선별장 업무를 담당하는 노동자들이 아무리 선별하려 하지만 공급되는 절대적 양을 처리할 수 있는 업무능력의 한계가 존재하는 것이고 자칫 잘못하면 안전사고 등의 산업재해를 불러오게 되는 것이다. 선별율이 일정수준에 이르게 되면 위수탁 계약상의 위법사항을 피해갈 수 있기에 민간위탁업체에서는 굳이 인건비를 충분히 써가며 업무를 추진할 필요가 없을 뿐더러 폐기비용 또한 구청에서 지원해주기에 처리비용마저 걱정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구청에서 환경보호를 위해 추진하고 있는 업무가 오히려 세금은 낭비해가며 환경오염을 부추기고 있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아닐 수 없다. 구청의 문제점 현재 서구청은 기본청소업무인 생활폐기물, 음식물폐기물, 재활용폐기물, 대형폐기물 업무를 모두 위탁처리 운영하고 있다. 이는 현 광역단위 지자체에서 진행되고 있는 공공서비스 업무 추진방식이며 총액 인건비제에 의한 정부지원 제한을 회피할 수 있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 현 실정이다. 지자체는 민간위탁 선정에서부터 시작해 업무 추진과정에서의 관리감독 책임을 가지고 있다. 헌데 앞에서 지적한 것과 같이 계속해서 민간위탁의 문제들이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는 이유는 지자체의 관리감독 소홀도 큰 몫을 한다고 할 것이다. 2001년 서구지역 민간위탁이 도입되고 선정된 업체대표는 서구청의 재활용 및 대형폐기물 업무 민간위탁을 추진했던 퇴직 공무원이었다. 이 업체는 계속해서 적정인력도 고용하지 않고 재활용품 선별율도 매우 낮았음에도 불구하고 3번의 재계약 과정을 통해 9년간 재활용 및 대형폐기물 처리업무를 수행해 왔다. 노동조합의 끊임없는 문제제기와 민원에도 불구하고 기존업체는 매년 큰 문제없이 보조금을 지급받고 재계약을 성사시킬 수 있었다. 한 업체에 대한 특혜의혹을 넘어서서 구청에서 노동조합 혹은 노동자를 대하는 태도를 단적으로 나타내는 한 사건이 있다. 2010년 9년간의 노동조합의 끈질긴 투쟁 속에 재활용 및 대형폐기물 처리업무를 담당하던 업체를 교체하는 성과를 가져올 수 있었다. 허나 새롭게 선정된 업체 또한 위수탁 계약에서 명시한 인원과 임금, 근속년수 등을 지키려 하지 않았고 이에 대한 문제제기를 끊임없이 계약당사자인 서구청에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아 2010년 10월 12일 서구청 앞에 천막농성장을 설치하게 되었다. 그러나 서구청에서는 10여 년간 묵살해오던 태도가 돌변해 다음날 10월 13일 오전 10시 천막농성장을 설치한 지 24시간도 채 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농성장을 300여 명의 공무원을 동원해 강제 철거해 갔다. 그 과정에서 모든 집기를 분실하고 손가락 힘줄이 끊어지고, 목과 허리에 심대한 부상을 입는 노동자가 발생하였다. 이에 천막농성장은 노숙농성장으로 바뀌어 100여 일이 넘도록 노숙농성을 진행한 것이다. 서구청이 해야 할 관리감독업무를 하지 않아 천막농성을 시작한 노동자에게 서구청은 너무나도 즉각적이고 직접적인 방식으로 답변해 온 것이다. 구청은 민간위탁 전환을 근거로 모든 업무의 책임을 민간위탁업체에게 떠넘기려 하고 있는 것이다. 추진된 민간위탁업무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더 이상 논의하지 않고 오직 자신들의 추진한 업무가 그냥 그대로 추진되기만을 바라는 것이다. 이에 걸림돌이 되는 것은 노동조합과 천막뿐이었다. 계약 당사자인 서구청과 민간위탁업체는 위수탁 계약을 맺게 된다. 계약당시 당연히 계약서 내용을 준수하겠다는 약속과 함께 계약을 하게 되는 것이고, 그에 따라 업무가 추진되어야 하는 것이다. 허나 구청 측에서는 공공연하게 위수탁 계약 위반이 자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법적 책임을 떠넘기며 민간위탁업체의 사정 봐주기에 급급하고 있는 것이 현 실정이다. 결국 모든 피해는 노동자들이 지게 되는 것이다. 민간위탁이 추진되고 있는 지자체들 민간위탁의 문제가 광주지역에서는 서구청의 재활용 및 대형폐기물처리업무 관련해서 제기되었다면 그밖에 전남지역에서도 민간위탁의 문제로 여전히 진통을 겪고 있다. 군단위의 경우 아직 생활폐기물 처리업무가 민간 위탁되어 있지 않지만 계속해서 지자체에서는 민간위탁의 달콤한 유혹에서 벗어나고 있지 못하다. 대 시민서비스의 질이야 어찌되건 지자체에서는 최저 낙찰된 민간위탁에 모든 책임을 떠넘기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뿐 아니라 총액 인건비제를 회피할 수 있는 더할 나위 없는 좋은 수단이기 때문이다. 전남 함평군청의 경우 음식물 쓰레기 처리업무를 파견노동 형식의 계약직을 사용하면서 민간위탁의 수순을 밟더니 2010년 여름 본격적으로 생활폐기물 처리업무를 민간위탁시키려는 움직임을 본격화 하였다. 이에 함평지역 투쟁으로 일단 추진계획은 잠시 중단시켰으나 근본적인 민간위탁 계획이 폐기되지 않는 이상 또다시 기회를 보며 민간위탁을 추진하려 하고 있다. 무안군청의 경우에도 소각장, 매립장을 민간위탁시킨 뒤 음식물쓰레기 업무를 민간위탁시키더니, 이제 생활폐기물 업무를 민간위탁시키려 하고 있다. 추진과정에서도 담당 환경미화 노동자들은 철저하게 배제한 채 용역결과보고서나, 원가계산서 하나 없이 무턱대고 2011년도 예산안만 통과시켜 놓은 상황이다. 이에 무안군 내에서의 반대 서명운동, 선전전을 비롯해 지역차원의 여론화 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끝나지 않는 투쟁 민간위탁으로 인한 철저한 검증도 없이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민간위탁 정책에 호응해 각 지자체들은 생활폐기물을 비롯해 각종업무 민간위탁을 추진하려 하고 있고, 그 중 가장 우선순위가 청소업무들이다. 시민들을 직접적으로 상대하며 민원을 현장에서 처리하는 업무를 수행하는 노동자들임에도 불구하고 우선적으로 민간위탁을 추진하려 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전국에서 민간위탁으로 인한 폐해가 속출하고 있어 관련한 조례 제·개정 운동 또한 활발히 진행되고 있으며, 광주광역시 서구청에서도 투쟁의 여파로 관련 조례가 개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 민간위탁의 문제는 그대로 남아있다고 할 것이다. 비록 기존업체로부터 해고자 복직의 이행을 이끌어냈지만 위탁기간이 끝나면 새로운 업체로부터 또다시 고용을 보장받기 위한 투쟁을 진행해야 한다. 또한 여전히 정규직과 비정규직, 여성과 남성노동자의 차별이 존재하는 현장을 바꿔내야 한다. 서구청의 관리감독 책임을 다하도록 민간위탁업체 뿐만 아니라 서구청을 계속해서 추동해내야 하며 그 과정에서 위수탁 계약서상에 명시된 최소한의 노동자들의 임금과 권리들이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현장이 안정되고 노동자들의 최소한 안정된 삶이 보장될 때 공공서비스 업무 또한 안정적으로 제공될 수 있을 것이다. 허나 근본적인 문제는 민간위탁제도에 있다고 할 것이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인 민간위탁제도가 철회되고 공적영역의 업무가 공공기관에 의해 직접 운영되며 안정적으로 제공되어야 하는 것이다. 106일간 미래환경산업 개발 분회 노동자들의 투쟁은 서구청을 넘어 시민들을 상대로 한 투쟁들이었다.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피해뿐만 아니라 정상화되지 못한 공공서비스의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들에게 전가되기 때문이었다. 미래환경산업개발분회의 노숙농성장은 정리되고 해고자들은 복직되어 현장으로 돌아갔지만 이제 다시 투쟁을 준비하고 있다. 현장의 문제뿐만 아니라 시민들이 안정적인 공공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민간위탁 철회투쟁을 힘차게 전개해 나갈 것이다.
의약품 접근권 파괴하는 인도-EU FTA 중단하라 유럽의 새로운 FTA정책과 지적재산권 2월 17일 유럽의회는 한-EU FTA를 통과시켰다. 3월에는 인도-EU FTA 체결이 준비되고 있다. 유럽연합은 2006년부터 공격적으로 관세 및 비관세장벽을 모두 철폐하는 새로운 FTA정책을 취하고 있다. 첫 대상이 바로 한국과 인도다. 유럽연합은 FTA 협상에서 지적재산권을 최우선에 두고 있다. 초국적 기업들이 지적재산권 침해를 빌미로 사법절차의 기본 원칙을 훼손하면서까지 민형사 소송을 손쉽게 제기해 과다한 배상금을 받을 수 있고, 제네릭(복제약)을 위조품으로 간주하여 압류할 수 있는 집행조항이 포함된다. 이와 유사한 내용으로 '위조방지무역협정'(ACTA)도 준비되고 있다. [%=사진1%] 소수 선진국의 이익만 보장 ACTA 협상은 미국, 유럽연합, 일본 등 소수 선진국이 주도하고 있다. 2008년 6월부터 한국 정부도 이 협상에 참여하고 있는데, ACTA는 사실 위조 상품의 유통을 막는 것과는 관계가 없다. 위조 상품은 지금의 국제조약으로도 처벌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진국들이 ACTA에 열을 올리는 것은 지재권 강화를 통해 얻는 흑자폭을 더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ACTA는 수출국이나 수입국의 지재권을 침해하지 않더라도 환적(운송중인 화물을 옮겨 싣는 행위)하는 국가에서 지적재산권의 침해 여지가 있으면 세관의 압류 조치가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2009년에 브라질로 가는 인도산 제네릭이 네덜란드에서의 환적 과정에서 압류당하는 사건은 ACTA의 폐해를 잘 보여준다. 압류된 의약품은 수출국인 인도와 수입국인 브라질에서 지적재산권 침해 문제가 전혀 없었는데도 환적 국가인 네덜란드 세관에 의해 압류당했다. 유럽이 요구하는 지적재산권 집행조치와 ACTA가 전면 실시될 경우 이러한 일은 훨씬 많아질 것이다. 자료독점권을 통한 의약품 독점 유럽이 의약품 독점을 강화하기 위해 주력하고 있는 다른 하나는 자료독점권이다. 자료독점권은 의약품 판매승인을 위해 제출된 오리지널 의약품의 안전성, 유효성에 관한 임상시험 자료를 제네릭 제약회사가 사용하지 못하게 해 제네릭 판매를 지연시켜 오리지널 의약품의 독점을 보장해주는 것이다. 자료독점권이 부여되면 특허가 없거나 만료된 의약품일지라도 판매독점권이 생기게 된다. 따라서 제네릭 생산과 수출을 못하게 되고, 심지어 강제실시와 같은 특허권의 공적 사용도 할 수 없다. 유럽은 2001년부터 유럽약사법의 포괄적 개정을 시도했는데, 이 과정에서 자료독점 기간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유럽의 몇몇 국가들은 물질특허가 의약품독점을 보장하는데 불충분하다고 여겨 1987년에 자료독점권을 도입했다. 유럽 국가들은 대부분 20년 동안 특허권을 보호하고 있으나, 자료독점기간은 천차만별이다. 신흥 회원국들은 자료독점기간의 확대가 보건의료예산에 지나친 부담을 줄 것을 우려했다. 그러나 2003년 12월 유럽의회는 자료독점 기간을 최대 11년까지 보장하도록 결정했고, 이렇게 개정된 약사법은 2005년 11월부터 효력을 발휘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자료독점권의 확대와 통일로 미국의 자료독점권보다 더 강력한 제도를 갖게 되었다고 평가했다. 신흥제약시장의 성장에 대한 대응: 독점의 확대 의약품 전문조사기관 에 따르면 2009년 세계의약품 시장 규모는 8,370억 달러(약 1,068조 원)로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약 17배에 달하는 규모이며, 향후 10년간 성장률은 지속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그런데 세계 의약품 시장에서 북미와 유럽, 일본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7년 86.4%에서 2009년 79%로 점차 줄어들고 있다. 이른바 '신흥제약시장'인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한국, 태국 등 17개국의 의약품시장이 급속히 커졌기 때문이다. 특히 성장잠재력이 가장 큰 곳으로 중국과 인도가 주목받고 있다. 중국은 2020년 세계 2위의 의약품 시장으로, 인도는 2015년 세계 10위권 내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시장변화에 따라 초국적 제약기업들은 독점을 확대하기 위해 더욱 혈안이 되어 있다. 이들은 세계 의약품 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해왔던 북미, 유럽, 일본에서 팔릴 수 있는 최대치로 가격을 결정한 후 다른 지역에도 강제한다. 아프리카, 아시아, 남미에서 그 약을 사 먹을 수 없다 해도 개의치 않는다. 독점을 통해 개발도상국의 환자 개인이나 공공의료가 파탄 날 지경까지 이윤을 뽑아내고, 제네릭이 수출되거나 수입되는 것을 막아왔다. 만성 골수성 백혈병 치료제인 글리벡이 한창 문제가 되었던 때를 기억해보자. 글리벡과 똑같은 효과가 있는 인도 제네릭을 1/20도 안 되는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다는 사실은 글리벡 투쟁의 정당성 그 자체였고, 희망이었다. 1년에 180만 원 정도면 먹을 수 있는 약을 한국의 환자들은 3,600만 원을 내고 먹어야 했다. 노바티스가 공급을 거부하는 사태로 한국 환자들이 사경에 내몰리는 일까지 있었지만, 특허청은 환자의 생명을 지키는 대신 노바티스의 손을 들어 주었다. 그 결과 우리는 1년에 1,000억 원가량을 노바티스에 지불하고 있다. 천문학적인 돈을 낼 수 없는 개발도상국에게 인도 제네릭이 없다는 것은 죽음을 의미한다. '세계의 약국' 인도 인도는 개발도상국에 필요한 에이즈치료제의 90%를, 전 세계 에이즈치료제의 50%를 공급하고 있다. 에이즈치료제 외에도 항생제, 항암제, 혈압약, 당뇨약 등 전 세계 제네릭 의약품의 20%를 공급하고 있다. 인도가 '세계의 약국'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은 인도 특허법의 역사와 더불어 활동가들이 특허독점의 폐해를 막기 위해 특허 강화를 반대하는 강력한 운동을 벌여왔기 때문이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인도는 의약품 수요의 약 85%를 외국계 제약회사에 의존하고 있었고, 약값은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이었다. 그래서 인도정부는 1972년에 의약품에 대한 물질특허를 폐지했고, 인도의 제약회사들은 제조공정을 바꾸어 제네릭을 생산할 수 있었다. 2005년에 인도는 트립스협정(TRIPs, 무역관련 지적재산권협정)에 따라 의약품에 대한 물질특허제도를 재도입하게 되었지만 전 세계의 환자, 활동가들이 연대투쟁을 벌여 공중보건과 생명을 위한 다양한 안전장치를 특허법에 담았다. 인도특허법은 자료독점권이나 특허-허가 연계와 같은 '트립스 플러스' 조항을 담고 있지 않고, 무분별하게 특허를 주지 않았기 때문에 '세계의 약국'을 유지하고 있다. '세계의 약국'을 없애려는 인도-유럽 FTA 그러나 초국적 제약기업은 인도특허법에 트립스 플러스 조항을 포함시키려고 끊임없이 소송과 로비를 하고 있다. 노바티스는 2006년 1월에 글리벡 특허가 거절되자 인도특허법이 트립스협정에 위배된다고 2006년 5월에 소송을 제기했고 지금도 소송이 진행 중이다. 바이엘사는 항암제 '넥사바'와 똑같은 약을 인도 시플라사가 판매허가를 받자 특허-허가 연계제도를 도입하고 시플라사의 판매허가를 취소할 것을 요구하며 소송을 걸었다. 로슈사 또한 항암제 '타세바'에 대해 특허-허가 연계를 주장하다 대법원에서 기각당한 바 있다. 인도에 있는 초국적 제약기업들의 연합인 OPPI는 자료독점권, 특허-허가 연계, 인도특허법의 개정을 촉구하는 로비를 지속적으로 벌이고 있다. 개발도상국 민중의 죽음을 부를 자료독점권 이런 초국적 제약기업의 요구를 한방에 관철시키려는 것이 인도-EU FTA다. 3월에 체결 예정인 인도-EU FTA는 의약품자료독점권과 지적재산권 집행조항에 대한 합의만을 남겨두고 있다. 지적재산권 조항에 대한 대립 때문에 유럽연합이 이번 FTA에 유럽식 자료독점권을 비롯하여 트립스 플러스 조항을 다 포함할 것 같지는 않지만, 자료독점권을 도입하는 것 자체가 '세계의 약국'을 위협하기에 충분하다. 초국적 제약기업들은 효과가 더 낫지도 않은 약에 대해 더 수월한 방식으로 독점을 획득하여 제네릭의 생산을 막고 비싼 약값을 받으려 한다. 자료독점권은 인도처럼 특허요건이 엄격한 나라에서 특허가 없는 약에조차 독점을 획득할 수 있는 손쉬운 방법이 될 수 있다. 인도에서는 글리벡 외에도 에이즈치료제 '칼레트라', '비레드' 등이 특허가 거절되었고, 제네릭이 판매되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특허가 거절된 약들에 자료독점권이 주어진다면 자료독점 기간동안 제네릭 판매, 수출이 불가능해진다. 이 말은 120개국이 넘는 개발도상국의 민중에게 죽음을 의미한다.
노동유연화를 통한 여성인력활용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정당들 사이에서 복지를 화두로 한 정치공세가 격렬해지고 있다. 복지논쟁이 뜨거운 이유는 그만큼 민중들의 삶이 어려워지고 있음을 반증한다. 노동유연화가 가져온 임금저하와 고용불안이 노동자들의 생존 기반을 뒤흔들고 있으며 이로 인한 불만이 사회 유지와 통치를 위협할 것이라는 불안감에서 복지논쟁이 촉발됐다. 특히 무상보육이 복지논쟁의 대열에 등장한 것은 출산율이 낮기 때문이다. 노동시장에서 지위가 취약한 여성들이 육아에 대한 책임까지 떠안아야 하는 부담을 감당하기 어려운 지경에까지 왔다는 적신호가 출산율 저하로 나타났다. 저출산 현상은 국가경쟁력 약화의 문제가 아니라 이중부담이 한계치에 도달한 여성의 위기를 말한다. 하지만 지배세력은 저출산을 여성의 책임으로 돌리고, 경직된 노동시장의 문제로 사고하며, 노동유연화를 통한 여성인력활용을 주요 해법으로 제시하고 있다. 따라서 보육정책을 독립적으로 다룰 것이 아니라, 이러한 관계 속에서 살펴보아야 한다. 민주당의 무상보육, 획기적인 내용 없다 보편적 복지를 전면에 내건 민주당은 국민 모두에게 인간다운 생활 보장을 위해 의료, 보육, 교육 등 보편적 복지를 제공하는 것이 국가의 의무라고 주장한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무상급식을 대표 공약으로 선전한 데 이어 민주당은 무상의료와 무상복지를 당론으로 결정했다. 이러한 민주당의 행보에 한나라당이 복지 포퓰리즘이라고 공세를 퍼붓는 가운데 민주당은 한나라당과의 차별성을 부각시키는 전략으로 대응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대선에서 한나라당과 자유선진당도 모두 무상보육을 약속했다. 지배세력 모두가 적어도 보육에서 만큼은 ‘무상’ 복지를 주장한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가 모두 저출산․고령화 대책을 제시했고, 그 내용이 동일한 틀 속에서 구성되고 있다는 점에서 확인할 수 있다. 노무현 정부는 2006년 1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수립하여 5년간 42.2조원(저출산 부문 19.7조원)을 투입했고, 이명박 정부는 2011년부터 5년간 78.5조원(저출산 부문 39.7조원)을 투여하는 2차 계획을 세웠다. 두 계획은 보육정책으로 보육비 지원과 동시에 보육의 시장화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핵심 내용이 동일하다. 민주당의 무상보육도 이러한 연장선에 위치하기 때문에 현 정부 정책을 좀 더 확장하는 수준일 뿐 획기적인 내용은 없다. 보육 지원 대상을 확대하고 그 지원 금액을 높이는 방향이다. 이명박 정부는 시설이용 아동에 대해 소득 하위 70%까지 정부지원 단가로 제공하지만, 민주당은 법정시설 이용 모든 아동에게 표준보육비용을 제공하겠다고 한다. 시설 미이용 아동에 대한 양육수당 역시 이명박 정부는 0~2세 아동 중 차상위 계층까지만 제공하고 있는데 비하여 민주당은 0~5세 모든 아동에게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이 같은 목표를 집권 5년간 단계적으로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무상보육 논란에 끼고 있지 못하고 있는 국공립 보육시설 확대에 대해서 민주당은 침묵하고 있다. 현재 전국 보육시설 중 국공립 보육시설은 전체 보육시설의 5.4%이고, 보육시설 이용 아동의 11%만 이용가능하며 평균대기자는 78명에 이르는 상황이다. 노무현 정부는 국공립 보육시설을 아동 수 대비 30%까지 확충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추진되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는 현재 민간보육 시장을 활성화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의 무상보육 계획에도 보육에 대한 공적인 인프라를 갖추는 내용은 없다. 민간보육 시장 활성화가 초래할 보육의 양극화와 비용 상승 대책이 없다는 점도 두 세력이 비슷하다. 저출산 대책이자 여성노동력활용책의 일환으로 제기되는 보육정책 무상의료가 무상이 아닌 것처럼, 무상보육도 무상이 아니다. 두 정책에는 획기적인 변화가 시도되지 않는다. ‘무상’이라는 선명한 단어는 민주당의 정책을 꾸미는 광고문구일 뿐이다. 그렇더라도 좀 더 많은 예산을 투여해 좀 더 많은 혜택을 주겠다는 민주당의 보육정책은 환영할만한 것인가? 양육이 개별 가족의 책임으로 남겨졌을 때 여성에게 전가되는 현실에서 보육비용에 대한 국가의 지원은 보육에 대한 사회적인 책임을 제기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사태는 단순하지 않다. 보육정책이 독립적인 것이 아니라, 노동력 재생산을 위한 노동시장 정책이자 여성노동 정책의 일환으로 제기되기 때문이다. 보육이 화두가 되는 이유는 낮은 출산율 때문이다. 많은 여성들이 저임금과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가운데 양육에 대한 부담도 져야하는 상황이 출산을 기피하도록 만들었다. 그럼에도 정부와 자본은 저출산 문제의 해법으로 고용안전과 임금상승, 보육의 사회적 책임 강화를 제시하지 않았다. 오히려 저출산으로 줄어든 생산인구의 공백을 메우고, 저임금 노동력으로 활용하기 위해 여성의 노동을 더욱 불안하게 만들려고 한다. 여성노동력 활용하기 위한 수단으로 보육문제를 개선하려는 시도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지배세력 내에서는 노동유연화를 용이하게 하기 위해서 사회안전망 확보가 필요하다는 논리가 널리 퍼져있다. 따라서 보육정책이 노동유연화와 함께 추진되고 있는 상황에서 보육정책만을 떼어 놓고 판단할 수 없다. 민주당의 보육정책을 평가할 때도 노동유연화에 대한 입장, 특히 여성노동력 활용에 대한 정책을 동시에 검토해야 하는 것이다.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가 추진한 <저출산․고령사회 대책>이 동일한 틀로 구성되었다는 점이 흥미롭다. 이명박 정부 스스로가 2차 계획이 1차 계획을 대부분 계승하고 있다고 밝혔다. 더욱 주목할만한 것은 두 정부 모두 <저출산․고령사회 대책>과 동시에 <여성인력개발종합계획>을 발표했다는 점이다. 두 정책이 하나의 세트이자 상호보완물인 것이다. 2006년 노무현 정부가 발표한 1차 여성인력개발종합계획은 2010년까지 여성경제활동참가율 55% 달성, 여성일자리 60만개 확대를 목표로 했다. 이를 위해 사회서비스 일자리 창출과 노동유연화 확대를 핵심 수단으로 삼았다. 탄력근무제 확대, 단시간 근로모델 개발, 직무성과 중심의 임금체계 확산이라는 노동유연화를 내세운 것이다. 이명박 정부 역시 2010년 2차 여성인력개발 종합계획을 제시했다. 1차 계획을 대부분 이어가는 한편 고학력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를 높이는 방안을 강조한 것이 특징이다. 표면적으로만 보면 두 정부 모두 여성을 위한 정책을 추진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근본적인 지점으로 파고들면 여성을 값싸고 유연한 노동력으로 활용하려는 목적이 자리 잡고 있다. 더군다나 이들이 내놓은 ‘보완’ 정책들은 실효성이 의심스럽거나 실제로 추진되지 않는 부분도 있어 생색내기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단적인 사례로 육아휴가휴직 제도는 고용보험에 등록되어야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제도인데 여성노동자의 상당수는 비정규직이고 그들 중 보험에 가입한 노동자는 절반 이하다. 고용보험에 가입한 여성이라도 고용이 불안한 비정규직이 육아휴직을 엄두내기 어려운 조건이다. 이처럼 여성 노동자 다수가 육아휴가휴직 제도를 그림의 떡으로 봐야하는 실정이라 정책 효과가 얼마나 클지 미지수다. 무엇보다도 저출산이 고용불안과 저임금에서 비롯되었음에도 이에 대한 적극적인 대처는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노동시간을 탄력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일자리가 여성에게 더욱 필요하고 적합하다는 사회 인식을 강화하고, 이를 빌미로 노동시장에서 저임금 고용불안을 감내할 것을 강요하는 단시간 근로모델 확대를 시도하고 있다. 여성을 위한 일자리로 각광받고 있는 사회서비스 산업 노동자들은 돌봄노동에 대한 저평가로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환경 속에서 노동자성마저 부정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민주당이 답해야할 질문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의 저출산 대책과 여성인력 활용정책은 동일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두 정부 모두 여성을 위한 것이라고 포장하여 각종 정책을 쏟아냈지만 미래의 산업예비군을 확보하기 위해 여성의 출산의무를 강요하고, 여성인력을 값싸게 활용하려고 하며, 가정에서 여성이 담당하던 돌봄노동의 공백은 시장화하는 방식으로 무마하려고 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보육이라는 하나의 문제만 가지고 어떤 정책이 낫다고 판단할 수 없다. 오히려 저출산문제를 해결하기위한 접근 방식이 무엇인가를 물어야 하고, 보육의 사회적 책임이 강화되고 있는지를 판단해야 한다. 여성을 저임금 불안정 노동으로 몰아가는 보육정책의 확대라면 여성을 위한 정책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 무상보육을 내걸고 있는 민주당이 두 정부와 다르다고 주장하고 싶다면 답해야 할 질문이 있다. 노무현 이명박 정부가 추진한 여성인력 활용정책과 어떻게 근본적으로 단절할 것인가? 그들이 이 질문에 진지하게 답하지 않는다면 ‘무상보육’도 여성인력활용을 위한 보완책에 머물 것이다. 여성의 요구를 왜곡해 노동유연화를 관철시키려는 것이 지금까지 우리가 확인한 지배세력의 광범위한 합의 지점이다. 운동진영은 이에 맞서는 대안을 가지고 있는가? 민중운동은 무상보육 정책 논란에 갇힐 필요가 없다. 복지 확대는 민중의 삶을 보장하기 위해서 필요하다. 하지만 민중운동은 그것이 독이든 사과인지 아닌지를 판별하고, 독이든 사과라면 과감히 거부할 수 있는 힘을 만들어야 한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열악한 노동조건을 강요당하고 육아와 가사의 책임이 전가되는 현실에 정면으로 맞서야 한다. 여성 노동권 보장과 보육의 사회적 책임 강화가 우리 원칙이다.
'민주당 견인'이라는 미망은 운동의 쇠퇴를 불러올 뿐이다! 민주당 무상의료 정책과 비용 논쟁 민주당은 지난 1월 6일 “건강보험보장성강화 방안”을 당론으로 확정하였다. 민주당은 건강보험 정책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지난 해 8월과 9월에 세 차례 토론회를 개최하여 ‘건강보험 하나로 시민회의’ 정책을 검토하는 자리를 가졌다. 토론회에서는 노무현 정권에 참여했던 보건의료 전문가들과 ‘건강보험 하나로 시민회의’에 참여하고 있는 인사들이 대부분의 주제발제와 지정토론을 맡았다. 마지막 토론회인 ‘건강보험 개혁과 향후 과제’에서 김윤 교수가 발표한 내용은 민주당 무상의료 정책안의 기초가 되었다. 민주당 무상의료 정책의 주요 내용은 입원진료비의 건강보험부담률을 90%까지 높이고(현행 61.7%), 본인부담 상한액을 최대 100만원으로 낮추어(현행 최고 400만원) 실질적 무상의료를 실현하겠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건강보험 보장성을 높이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으로 필수의료 중 비급여 의료를 전면 급여화, 간병·상병 등의 비용을 급여대상에 포함, 차상위 계층을 의료급여대상으로 재전환을 제시한다. 진료비를 절감하기 위한 지출구조 합리화 방안으로는 포괄수가제(입원)와 주치의제도(외래), 중장기적으로 총액계약제, 지역별 병상총량제가 제시된다. 또 건강보험에 대한 국민 참여 확대를 위해 ‘건강보험재정운영위원회’에서 가입자의 권한을 확대하고, ‘민간의료보험법(가칭)’을 제정하여 민간의료보험과 역할을 분담시키는 방안이 포함되었다. 재원조달 방안으로는 정부지원금을 현 20%에서 30%로 확대하고, 부자, 건강보험 재정지출의 수혜자 등이 우선적으로 추가소요재정을 부담하도록 한다. 민주당의 무상의료와 ‘건강보험 하나로 시민회의’의 가장 큰 차이점은 재원마련 방안이다. ‘건강보험 하나로’는 입원진료비의 건강보험 보장성을 90%로 높이고, 본인부담 상한을 100만원으로 낮추기 위해 12조원의 재원이 더 필요하며, 이를 위해 국민들이 선제적으로 보험료를 인상하는 방안을 제안하고 있다. 민주당은 같은 목표를 위해 8조원이 더 필요할 것으로 추계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국고지원을 현 20%에서 30%로 늘리고, 보험료 부과대상 소득을 연금소득, 금융소득, 종합소득으로 확대하고, 최후 방안으로 보험료 인상을 제시한다. 반면 한나라당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에 따른 의료수요의 증가로 현재보다 30조원이 더 필요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한나라당은 민주당의 무상의료를 인기 영합주의로 비난하고 세금폭탄 혹은 재정적자를 발생시키는 정책이라고 공격한다. 그러나 이러한 재원과 비용 논쟁은 한국 보건의료의 핵심 문제를 은폐하고 있다. 보험료가 계속해서 인상되어 왔는데도 불구하고 보장성 강화가 미약한 수준에 머물렀던 이유는 병원, 제약, 보험 등 의료자본의 이윤추구로 의료비가 급격히 상승해왔기 때문이다. 정부가 의료체계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의료서비스의 제공을 대부분 민간에 맡겨 의료서비스가 공공적으로 제공되지 못하고 이윤추구의 대상이 되어왔던 역사와, 그에 따라 높은 의료비는 병원, 제약, 보험 자본의 이윤으로 새어나가고 건강보험 보장성은 높아지지 않은 현실이 있다. 민주당은 이러한 근본적인 문제를 언급하지 않고 어떻게든 재원을 마련해서 새어나가더라도 일시적으로 보장성을 높이겠다는 입장이며, 한나라당은 계속해서 의료민영화를 추진하면서 민중 건강에 대한 대책은 없는 상황이다. 신자유주의를 포기하지 않는 민주당 무상의료만이 아니다. 민주당은 무상급식, 영유아 무상보육, 반값 등록금 등의 복지정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무상의료는 민주당의 ‘좌클릭’, 정책기조 변화를 상징하는 것인가? 민주당은 2010년 3월 자신의 앞날을 밝히는 포괄적인 보고서인 <뉴민주당플랜>을 발표했다. 뉴민주당플랜은 성장과 분배를 동시에 달성하는 제3의 발전모델의 핵심전략으로 ‘포용적 성장’과 ‘기회의 복지’를 제시한다. 포용적 성장은 인적 자원과 중소기업을 중시함으로써 지식산업을 성장의 원동력으로 삼고, 이를 통해 일자리를 늘리고 빈부격차를 완화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기회의 복지는 약자에 대한 사후적 소득이전을 지양하고, 민간부문의 성장과 교육투자를 통해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는 사전적 기회의 평등이 새로운 복지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일부에서는 뉴민주당플랜이 민주당의 좌선회를 의미하기 때문에 진보세력과 충분히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고, 이를 밀어붙이기 위해서라도 진보개혁 연합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뉴민주당플랜이 신자유주의 정책의 기본 틀을 결코 벗어나지 않았다는 사실은 손쉽게 발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뉴민주당플랜은 “비정규직 문제 해결은 민주당의 지상과제다”라고 선언하면서도 실현 방안으로 ‘한국형 유연안정성 모델’을 제시한다. 즉 노동자 기술숙련 향상과 취업지원 서비스 확대와 같은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에다가 사회안전망 사각지대를 완화하고 교육, 의료, 주택 비용절감을 위한 공공정책을 병행해야 노동유연화가 용이하다는 뜻이다. 다만 정규직 전환지원금을 확대하거나, 비정규직 사용 사유를 제한하거나, 최저임금을 인상한다는 정책을 내세움으로써 노동자운동에서 주장하는 요구를 신자유주의적 맥락에서 부분적이고 선택적으로 수용한다. 이는 다른 교육, 사회복지, 보건 정책에서도 마찬가지다. 뉴민주당플랜에서 국공립 어린이집을 확대 설치한다거나 아동수당을 도입한다거나 무상급식을 실시한다는 계획은 이미 일부 지방자치체에서 부분적으로 시행하고 있거나 한나라당도 부분적, 단계적 실시를 검토하겠다고 말하고 있는 정책 아이템이다. 결국 뉴민주당플랜은 전문가가 설계한 정책이나 사회운동의 요구를 자신의 조건과 상황에 따라 선택적으로 수용함으로써 차별성을 드러내려는 것뿐이다. 민중의 삶에 대한 불만이 높아지자, 이를 포섭하기 위해서 제시되는 일부 정책을 가지고 민주당의 변화를 운운하는 것은 지극히 자의적이고 편의적인 해석이다. 민주당 무상의료 정책의 문제점: 자본 제어, 의료민영화 저지 없이는 무상의료 불가능 민주당의 무상의료 정책은 노무현 정권의 보건의료 공약을 떠올리게 한다. 노무현 정권은 보건의료 공약으로 건강보험보장성 80%로 확대, 공공병상 30%까지 확대, 총액예산제, 본인부담금상한제 등을 내세웠다. 그러나 공공의료의 경우 2005년이 되어서야 ‘공공보건의료 확충 종합대책’을 마련했으나 제대로 추진하지 못하고, 오히려 의료기관 수 기준 2002년 8.01%에서 2006년 6.6%로, 병상 수 기준 2002년 15.07%에서 2006년 12.32%로 감소했다. 총액예산제의 경우 보건복지부가 2004년 상반기 공공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실시할 계획이었으나 대한의사협회 등의 강한 반발로 무산된 바 있다. 본인부담금 상한제가 최초로 도입되기는 했으나, 병원비 중 비급여의 비율이 높아서 현실적으로 환자들에게 도움이 못 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건강보험보장성이 강화될 리 없다. 노무현 정권 5년 동안 1인당 보험료가 79% 인상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건강보험 보장성은 59%에서 64%로 겨우 5% 증가했다. 노무현 정권이 공공의료 확충과 건강보험보장성 강화 대신 추진한 것이 의료민영화다. 노무현 정권은 자본에게 새로운 이윤창출 시장을 제공하기 위해서 서비스산업 선진화를 통한 경제발전이라는 ‘신성장동력론’을 공격적으로 제기하고, 그 일환으로 의료민영화를 추진했다. 김대중 정부가 경제자유구역 내 외국인 전용 의료기관 설립을 허용했던 것을 이어받아, 2004년 10월 경제자유구역법 개정으로 외국의료기관의 내국인 진료를 허용하여 영리법인화와 당연지정제 폐지로 가는 길을 열었다. 2006년 12월에는 ‘1단계 서비스산업 경쟁력강화 종합대책’을 발표하며 병원경영지원회사설립, 인수합병, 환자유인알선행위를 허용하고 실손형 민간의료보험을 활성화할 것을 제안하였다. 노무현 정부는 2007년 2월 의료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는데, 이 법안은 그간 추진해온 의료민영화정책들을 거의 망라한 법안이었다. 왜 이러한 일이 발생했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와 의료민영화 추진은 동시에 가능한 것인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는 대형병원, 민간보험, 제약회사의 이윤추구행위를 억제하여 의료비 상승을 제어할 수 있을 때 가능하다. 그러나 노무현 정권은 이를 억제할 능력도 의지도 갖추지 못했다. 오히려 시장을 키우고 자본의 이익을 확대하기 위해서 의료민영화 정책을 추진했다. 무상의료를 제시하고 있는 민주당 역시 마찬가지다. 민주당이 제시하고 있는 무상의료 정책에 자본을 제어하는 전략이 부족한 이유이다. 필수 의료 중 비급여 의료를 전면 급여화하자고 하지만 병원이 이윤추구를 위해 부당하게 취하고 있거나 무한정 확대되고 있는 비급여를 통제하는 방안은 없다. 건강보험 지출 중 약제비 비율이 30%에 이르지만 다국적 제약회사의 폭리에 대해서는 눈 감고 있다. 심지어 민간보험회사에 대해서는 ‘합리적으로 역할을 분담’해야 할 동반자로 인식한다. 재원 마련 방안에 있어서는 국고지원 확충 외에 기업의 부담 강화, 현재 역진적인 건강보험료 부과 체계를 누진적으로 바꾸는 것, 건강보험료 상한제 폐지 방안이 빠져 있다. 자본을 통제할 능력도 의지도 없는 정권이 과연 병원자본과 한판 전쟁을 필요로 하는 총액계약제, 공공병상확충, 병상총량제 등을 추진할 것인가에 대한 대답은 역사와 뉴민주당플랜에서 찾을 수 있다. '민주당 견인'이라는 미망은 운동의 쇠퇴를 불러올 뿐이다 의료비는 계속 상승하지만 민중의 건강이 나아지지 않는 ‘보건의료의 위기’가 나타나는 근본 이유는 자본주의 노동조건과 생활조건이 야기하는 건강 악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금의 보건의료 시스템은 질병의 원인이 아닌 결과만을 사후적으로 관리한다.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는 민간 보험자본, 초국적 제약자본, 거대 병원자본의 폭리를 보장하고, 보건의료의 민영화를 통해 의료비를 더욱 상승시키고 있다. 신자유주의를 불변의 현실로 인정했던 노무현 정권이 약속했던 보건의료 개혁에 성공하지 못하고, 오히려 의료민영화를 추진했던 것은 당연한 일이다. 민주당의 무상의료는 노무현 정권 보건의료 공약의 확대판이다. 의료비는 계속 오르고, 실업과 저임금을 오가는 노동자가 증가해서 의료비 부담을 줄이는 일이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더욱 절실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라는 청사진을 하나 제시한다고 현실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의료자본 통제와 의료민영화 저지가 없다면 무상의료는 결코 실현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실제로 이 일을 현실화시키려면 자본을 포함하는 보건의료 기득권 세력과의 강력한 한판 싸움이 필요하다. 더 나아가 이러한 투쟁을 통해 형성된 힘을 바탕으로 ‘질병의 사회경제적 원인’으로서의 저임금, 불안정 노동을 해결하는 길로도 나아가야 한다. 누가 민주당이 이러한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보건의료운동의 일부는 민주당의 무상의료 정책이 운동의 요구와 유사하다는 이유로 지지 및 참여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한다. 그러나 하나의 정책을 중심으로 한 연대는 그것을 뒷받침하는 물질적인 힘, 즉 자기 계급이나 강력한 운동이 없으면 매우 취약하다. 정책연합에 참가했다가 그것이 실현되지 못하거나 변질될 경우, 자주적인 힘을 형성하지 못한 운동은 분열하고 쇠퇴할 수밖에 없다. 보건의료운동은 이미 김대중 노무현 정권에 참여해서 겪은 뼈아픈 교훈이 있다. ‘민주당 견인’이라는 미망을 버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