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폭 66주년 원수폭금지대회 국제회의 2차 한일시민사회반핵포럼 지난 8월 5일 히로시마 YMCA 국제문화홀에서 160여 명의 반핵평화 활동가들이 모인 가운데 ‘피폭 66주년 원수폭금지세계대회 국제회의’가 진행되었다. 작년 G20 정상회의 기간에 진행된 ‘G20 민중회의’에서 한국과 일본의 반핵평화운동 진영은 ‘한일시민사회반핵포럼’을 진행한 바 있다. 한일시민사회반핵포럼은 한국과 일본 정부, 핵산업계가 추진하고 있는 핵발전소 수출과 핵확산 움직임에 맞서 양국 시민사회 단체의 공동행동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였다. 한일시민사회 반핵포럼을 통해 양국의 반핵평화운동 진영은 1>핵발전의 문제는 결코 개별 국가 차원에서 접근할 수 없으며, 탈핵의 길은 전 세계에서 동시에 추진되어야 한다, 2>핵발전의 문제는 핵무기의 문제와 결코 떨어질 수 없다, 3>핵 문제에 있어 각국의 반핵운동과 평화운동은 긴밀히 연결되어야 하며, 그러한 경험은 축적되어야 한다는 등의 문제의식을 공유했다. 따라서 한일시민사회반핵포럼이 단기적 이벤트가 아니라 양국의 반핵발전소-반핵평화 운동 간의 지속적인 연대운동으로 이어져야 함을 확인하고, 올해 일본 히로시마에서 두 번째 반핵포럼을 열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히로시마 원폭 투하일을 기점으로 일본에서 전국적 규모로 진행되는 반핵대회(원수폭금지 세계대회 히로시마 대회) 기간 동안 하나의 분과회의 형태로 두 번째 한일시민사회 반핵포럼을 진행하게 되었다. 핵에 의존하지 않는 사회를 향해 국제회의는 원수폭금지세계대회 실행위원장이자 원수폭금지 일본 국민회의 의장 가와노 류이치씨의 인사로 시작되었다. 나가사키 피폭자인 가와노 위원장은 자신의 피폭 경험을 이야기하며, 이러한 비참한 역사가 두 번 다시 되풀이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언급한 ‘핵 없는 사회’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그는 현재 핵무기는 분명 감축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것은 표면적인 현상일 뿐 핵 위협은 전혀 바뀌지 않았다고 말했다. 핵비확산조약(NPT)의 최대 쟁점 중 하나인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은 실현되지 않았고, 작년 NPT 평가회의에서 이루어진 합의 사항이 제대로 추진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가와노 위원장은 현재 일본은 근본적인 에너지 정책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역설했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현재 일본은 54기의 핵발전소 중 39기가 정지해있다. 단지 15기의 핵발전소만이 가동되고 있지만 일본에 있는 동안 큰 어려움을 발견할 수는 없었다. 늘어난 전력수요를 충당하기 위해서는 핵발전이 필수불가결하다는 정부와 핵산업계의 주장이 얼마나 허구적인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더불어 내년 봄에는 나머지 15기도 정기점검에 들어가기 때문에 정지하게 된다. 따라서 현재 멈춰있는 39기의 핵발전소가 그때까지 재가동되지 않는다면, 일본은 자연스레 핵발전이 없는 상태가 된다. 일본 정부나 핵발전 찬성파들은 이러한 상황에 대한 공포를 부추겨 정지된 핵발전소의 재가동을 추진할 것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응, 재생 가능한 에너지의 대체 가능성을 밝히는 것이 현재 일본 반핵운동의 과제라는 주장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입장은 이어진 원수금 사무국장 후지모토 야스나리씨의 기조연설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후쿠시마에서 탈핵사회로’라는 제목으로 진행된 기조연설에서 후지모토씨는 "후쿠시마 사고로 혹독한 상황에 처해 있는 지금, 우리는 핵과 어떻게 살아갈지 질문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핵의 평화적 이용’이라는 명분 아래 핵발전이 지속되고 있지만, 그것은 군사 문제와 직결된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핵발전소의 재가동과 증설 반대, 핵 사이클의 완전 철폐를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얼마 전부터 시작된 ‘안녕 핵발전소 1000만인 액션’을 소개하면서, 시민사회가 반핵과 탈핵의 큰 흐름을 만들어가자고 호소했다. 그는 오늘의 국제회의를 계기로 더 강력한 연대를 만들어가는 것, 후쿠시마 사고를 계기로 재생 가능한 에너지 정책으로 전환시켜내야 할 책임이 우리에게 있다고 강조했다. 제1 세션: 후쿠시마 사고를 생각한다 열악한 피난 생활 제1 세션은 후쿠시마 사고에 대한 상황 보고였다. 후쿠시마 제1 핵발전소 근처인 현 동부 지역은 심각한 오염지역이다. 여기에는 고리야마, 후쿠시마시, 그리고 니이가타 지역 등이 포함된다. 그리고 바다 쪽에 있는 후타바마치, 오오쿠마마치, 나라하마치 등은 대부분 완전 소개지역(사고지역 20km 권내)이다. 상황 보고를 한 후쿠시마현 평화포럼 사무국장 하라씨는 완전 소개지역과 계획적 피난 구역(사고지역 20-30km 권내)의 경우 ‘행정기관조차 다 뿔뿔이 흩어져 설치’되었다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이기 때문에 현재 피난민의 정확한 상황, 피난 지역, 이들에 대한 지원이 제대로 이루어질 리가 없다. 현재 파악되고 있는 피난 시설 거주민은 약 7만여 명, 일시 피난소에 약 2만 명, 자체적인 판단을 통해 현 바깥으로 피난한 사람들은 약 4만 명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피난소는 약 430여 곳이 있는데, 피난소는 개인의 프라이버시가 전혀 보장되지 않는다. 이러한 상황에서 피난민들은 엄청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고, 사망자도 속출하고 있다. 보다 광범위한 피난이 필요한데도 하라씨는 현내의 오염 실태에 대해 도쿄전력과 정부가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아 피해를 키웠다고 비판했다. 예를 들어 핵발전소 20km 권내에 살고 있던 사람들은 강제피난 되었는데, 이후 확인 결과 이들이 피난한 지역이 훨씬 더 높은 오염도를 보인다는 것으로 드러났다. 피난 경로에 따라 방사성 물질의 확산이 이루어져, 현지에서는 "사람들이 달리는 길을 따라 방사능도 달렸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게다가 오염실태가 제대로 보고되지 않으면서 이다테무라와 같은 고오염 지역이 한 달 동안 그대로 방치되어 주민들의 건강이 심각한 상황에 놓여 있다. 일본 정부는 사고 후 피난 기준을 연간 20mSv(밀리시버트)로 상향 조정했다. 원래 일본 법률에는 연간 1mSv를 허용치로 적시하고 있으니, 기준치를 20배 올린 셈이다. 그러나 원래 법률에 적시된 기준치로 보면 현내 거의 모든 지역이 해당되기 때문에 일본 정부는 기준치를 올릴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하라씨의 설명이다. 피폭자 담당 의사인 후츠 카츠미씨는 수많은 사람들이 위험 지역에 살고 있다고 경고했다. 일본의 법률상 4만 Bq(베크렐) 이상의 지역은 ‘방사능 관리구역’이다. 방사능 관리구역은 일반인이 들어갈 수 없고, 들어갔던 사람은 1년에 한 번씩 혈액 검사를 받아야 하며, 그곳에서 생산된 농산물은 먹을 수 없다. 그런 곳에서 아직도 100만 명 정도가 살고 있다고 그녀는 주장했다. 후쿠시마현 중앙에 위치한 인구 33만 명의 고리야마시는 시간당 1μSv(마이크로시버트) 전후의 방사선량을 나타내고 있으며, 그 중에는 ‘핫스팟’이라 불리는 고선량의 지역도 존재한다. 법률상 원전 노동자나 의료사업자의 피폭 허용치는 매 시간당 0.6μSv인데, 상당한 지역이 이 수치를 넘어서고 있다. 일본 정부가 기준치를 올린 데에는 또 하나의 추론이 가능하다. 만일 법률 상 기준치를 적용할 경우 배상 대상이 너무 커져 감당할 수 없는 수준에 달하게 된다. 그러나 기준치가 높아지면, 높아진 기준치 이하에 노출된 사람들에게는 배상을 하지 않아도 된다. 고교야구 전국대회 예선전을 강행한 데에서 알 수 있듯, 현민들의 건강이 제대로 고려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오히려 지역 경제를 망쳐버린 핵발전소 건설 후쿠시마 제1 핵발전소가 위치한 지역은 ‘후쿠시마의 티벳’이라 불릴 정도로 경제적으로 낙후된 곳이었다. 인구가 점차 줄어들었고 지자체의 재정이 매우 어려웠다. 결국 핵발전소 건설 대가로 지급되는 교부금 때문에 손쉽게 후쿠시마 핵발전소가 건설될 수 있었다. 지역은 언뜻 풍요로워진 것 같았지만, 결국은 호사스런 건물들이 들어오고 그 유지비만 떠안게 되었다고 하라씨는 말했다. 핵발전소와 관련되어 고용이 증가한다고 했지만, 발전소 건설 이후에는 다시 일자리가 사라졌다. 또한 지역에 원래 존재하던 산업의 육성을 뒤떨어지게 하여 핵발전소 이외 산업에서의 취직이 더 어려워졌고 핵발전소에 대한 의존도만 커졌다. 핵발전소가 들어선 후타바정은 다시 재정위기에 빠졌고, 정장이나 직원의 보수까지 깎아야 하는 지경이 되었다. 줄어든 교부금에 허덕이던 정은 다시 핵발전소 유치를 신청했고, 결국 10개의 핵발전소가 집중되게 되었다. 제2 세션: 핵발전소의 해외 수출 문제를 생각한다 핵발전 산업의 시장 재편 제2 세션에서는 일본의 핵발전소 수출 상황에 대해 원자력자료정보실의 반 히데유키의 발표가 이어졌다. 반 대표는 핵발전 역시 산업이라는 점에서 시장이 작아짐에 따라 재편이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1980년대에는 일본 내 11개의 관련 회사가 있었지만, 1990년대 8개로 줄었고 계속 줄고 있는 추세라고 한다. 일본에서는 도시바, 히타치, 미츠비시 3사가 협력하면서 핵발전 확대를 추진해왔는데 1970-1980년대 사이에 굉장히 많이 지어졌지만, 1990년대부터 차츰 줄어들어 현재 건설 중인 것은 2기에 불과하다. 국내 수요를 찾을 수 없는 핵발전 제조사들이 해외 시장을 개척하기 시작한 것이다. 후쿠시마 사고에도 지속되는 핵발전소 수출 정책 반 대표는 후쿠시마 사고 이후에도 경제산업성의 핵발전소 수출 정책은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6월 도시바와 히타치는 핵발전소 건설 시찰 건으로 리투아니아를 방문했다. 이 시찰 후 도시바와 히타치가 리투아니아 핵발전소 건설의 우선적인 교섭권을 갖게 되었다는 소식도 흘러나왔다. 물론 미국 남텍사스에 핵발전소를 수출하려던 프로젝트는 미국 쪽의 거부로 백지화되었지만, 그만큼 일본 정부와 핵발전 제조사들은 핵발전을 새롭게 시작하고자하는 개발도상국과 같은 다른 루트를 발굴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다. 제3 세션: 에너지정책의 전환을 향하여 에너지 수요 9%만 줄이면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현재 일본의 핵발전소는 총 54기 중 15개만이 가동되고 있다. 또한 8월 들어 가시와자키 핵발전소에서 2기가 중지되었고, 점차 가동을 중지시키고 있다. 중지된 핵발전소의 가동이 재개되지 않는다면 내년 봄에는 모든 핵발전소가 중지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면 내년 여름에는 핵발전 없는 여름을 맞게 된다. 일본 정부는 지난 7월에 그러한 상황이 오면 9% 정도의 에너지가 부족하게 된다고 발표했다. 이는 바꾸어 말하면 9% 정도의 수요만 줄이면 핵발전 없이도 충분한 에너지 공급이 가능하다는 것을 일본 정부가 인정한 셈이다. 따라서 현재 일본 반핵운동 진영에서는 가동 중단된 핵발전소의 운전 재개를 막는 것이 커다란 이슈가 되고 있다. 투자와 정책의 우선순위로 해결할 수 있어 제3 세션 두 번째 발표자는 독일 녹색당 부대표인 베벨 헨씨였다. 현재 독일 연방의회 의원이기도 한 그녀는 독일의 탈핵 움직임을 소개했다. 그녀는 독일이 탈핵의 길을 갈 수 있었던 것은 후쿠시마 사고가 하나의 분수령이 된 것이 사실이지만, 오랫동안 지속된 대안에너지 정책과 투자 덕분이었다고 말했다. 1986년 체르노빌 사고로 큰 피해를 입은 이후 일찍부터 대안에너지에 집중한 독일은 2000년 들어서 풍력, 바이오매스, 태양열 등을 이용한 에너지 생산이 크게 증가했다. 2010년에는 전체 에너지 생산의 17%를 이러한 재생에너지로 충당했다. 이러한 성과가 가능했던 것은 생산된 재생가능에너지를 에너지 기업이 고정된 가격으로 구매해주는 ‘고정가격 보장제도’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는 민간에서 에너지를 만드는 것에 투자할 수 있다는, 그리고 충분히 수익성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덕분에 독일에서는 기업만이 아니라 일반인들도 에너지 생산을 통해 수익을 얻고 있다. 베벨씨는 이러한 법의 틀이 기업이나 농민, 개개인의 시민이 같이 하는 태양열 판, 풍력 터빈, 재생가능 에너지에 대한 투자를 이끌었다고 말했다. 산업의 발달과 고용창출 효과 베벨씨는 핵발전이 오히려 경제 성장을 방해하는 장애물이기도 하다고 주장했다. 핵발전에 대한 환상이 다른 대안적인 기술 혁신이나 새로운 투자를 정체시키기도 하고, 고용 창출을 방해하기도 한다고 그녀는 말했다. 그녀의 설명에 따르면 재생가능 에너지는 독일에서 크게 성장했고, 독일 경제의 주축이 되었다. 작년만 해도 400억 달러를 넘는 금액이 독일의 재생가능에너지센터에 투자됐다. 전력 생산에서 핵발전 비중이 70%를 넘는 프랑스에서도 핵발전에 대한 투자는 40억 달러에 불과하다. 또한 독일에서는 40만 명의 고용이 재생가능에너지센터에 의존하고 있다. 이는 핵발전 관련 고용의 10배가 넘는 수치다. 그녀는 재생가능에너지 경제를 통해 독일은 점차 고용을 확대해가고 있다고 말했다. 반핵운동의 과제 국제회의 참가자들은 우리가 탈핵의 길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우선 후쿠시마의 현실을 세계 각지에 전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점을 지적했다. 후쿠시마 현지민들의 보고와 일본 활동가들의 발언은 우리가 언론을 통해 보고 듣던 것과는 많은 차이가 있었다. 우리가 보고 듣고 느낀 후쿠시마의 상황을 전하면서 "핵과 인류는 공생할 수 없다"는 단순한 진리를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야 한다는 점은 참가자들이 하나같이 지적한 부분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입장에서 일본의 반핵운동이 연대활동을 펼치는 것, 각국의 반핵운동이 연대활동을 확장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데에 의견을 같이 했다. 그러나 후쿠시마 사고가 이러한 연대활동을 자연스레 보장하지는 않는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라는 대재앙을 겪고 있는 일본 내의 반핵운동 진영에서도 아직 핵발전소에 대한 입장은 통일되지 않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8월 7일에 진행된 ‘피폭 66주년 원수폭금지 세계대회 나가사키 대회’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대회의 공동주최 중 한 단체인 핵병기금지평화건설국민회의(핵금회의) 부의장이 개회인사를 하고 단상을 내려가려는 순간, 객석에서는 수많은 야유와 비난이 쏟아졌다. 그의 발언에서는 핵발전에 대한 내용이 빠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객석에서는 "핵발전 문제는 이야기 안하냐?", "핵발전 찬성하는 거냐?"는 격한 반응들이 나왔다. 원수금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핵금회의에 참여하고 있는 단위들 중 전력회사 노동조합, 핵발전 관련 노동조합들이 있기 때문에 핵금회의는 아직까지 핵발전소 자체에 대한 반대로 입장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이는 전력회사나 핵발전 노동자들의 노동권 문제, 생존권 문제가 달려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어찌 보면 당연한 상황일 수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답을 발견하지 못한다면 운동 진영 내에서조차 탈핵의 흐름을 키워가기 어려울 것이다. 또 한 가지 중요한 점은 이 사례가 전체 사회운동과 결합하지 못하는 노동조합 운동의 한계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후쿠시마 사고를 계기로 세계 각지의 반핵운동은 새로운 기회를 잡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답해야 할 결코 가볍지 않은 질문들이 우리 앞에 놓여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제주해군기지 공사 강행, 주민 불법 연행 정부와 경찰을 규탄한다 24일 제주해군기지 공사 재개를 막으려던 강정마을 주민 5명이 경찰에 연행되었다. 해군기지 공사현장에서 시공업체가 250톤짜리 불법 크레인을 조립했는데, 이를 막으려던 마을주민들과 활동가들을 강제 연행한 것이다. 서귀포시청 관계자에게 설명을 요구하고 기다리고 있을 뿐이었던 시민들을 막무가내로 연행한 것은 해군기지 건설이 불법적이고 폭력적으로 진행되고 있음을 경찰 스스로가 입증한 것이나 다름없다. 석 달 전에 공사현장으로 들어온 250톤 크레인에 대해 서귀포시는 이미 불법 공사 시설물이라고 인정했다. 뿐만 아니라 현재 해군기지 예정 부지에는 문화재 발굴조사가 진행되고 있으며, 제주도의회는 지난 3월 절대보존지역 해제 취소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해군기지사업단이 수행한 환경영향평가 역시 멸종위기종들의 서식이 보고되지 않은 부실한 조사임이 드러났다. 정부가 앞장서서 불법행위를 저지르고 서귀포시는 방조하며 경찰은 비호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해군기지 건설이 마을주민들의 의사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사전설명회나 공청회도 없이 강정마을 주민 1900여명 중 87명 만이 모여 유치결정이 이루어졌으며, 지속적이고 폭넓은 반대의사 표명에 대해서도 묵살과 탄압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번 사건에 대해 주민들은 반대행동을 무력화하기 위해 사전에 계획된 ‘기획 연행’이라고 주장했다. 공사가 재개되면서 국방부 출입 기자단이 공사현장에 들어오고, 일시적 항의행동을 하는 주민들을 일사천리로 연행했기 때문이다. 당시 해군기지사업단 내에는 사복경찰이 수십 명 배치되어 있었고, 주민들이 항의를 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몰려나와 연행했다. 9월 3일 제주로 향하는 평화의 비행기가 예정되는 등 제주해군기지 건설의 문제가 점차 사회적 이슈가 되자 이를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도인 것이다. 시민의 안전을 위해 일해야 할 경찰이 권력의 수족이 되어 불법을 자행하는 현실에 우리는 경악을 금치 못한다. 게다가 경찰은 연행자를 석방하기로 합의했음에도 불구하고 약속을 파기하고 강동균 마을회장과 주민 김종환, 평화운동가 김동원 씨 3명에 대해 ‘업무방해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또한 강제연행 과정에서 경찰차량을 저지한 문정현 신부도 연행했다. 뿐만 아니라 공권력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했다는 책임을 물어 서귀포경찰서장을 경질하고 강호준 제주지방경찰청 청문감사담당관을 신임 경찰서장으로 발령했다. 앞으로 평화를 위한 주민들의 실천에 더욱더 심한 폭력으로 대답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해군기지 공사 강행과 연행자들에 대한 구속수사 방침은 사태를 더욱 더 악화시킬 뿐이다. 탄압이 심해질수록 평화를 원하는 민중의 저항은 더욱더 거세질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상식을 벗어난 경찰의 도발을 강력 규탄하며 다음을 요구한다. - 경찰은 불법적으로 연행한 마을주민들과 활동가를 즉각 석방하라! - 정부는 이번 사태에 대해 사과하고 책임자를 즉각 처벌하라! - 정부는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즉각 중단하라!
* 사회진보연대 반전팀 토론을 위해 번역한 것입니다. * <사회운동> 2006년 10월호에 실린 <전쟁으로서의 정치, 정치로서의 전쟁: 포스트-클라우제비츠적인 변이들>(에티엔 발리바르)도 참조할 수 있습니다. http://www.movements.or.kr/bbs/view.php?board=journal&id=1608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Etienne Balibar, ‘Marxism and War’, “Radical Philosophy”, March/April 2010. 마르크스주의와 전쟁 에티엔 발리바르 *번역: 사회진보연대 반전팀 <목차> 내전으로서 계급투쟁: 정치적인 것의 새로운 개념 전쟁과 자본주의 전쟁과 혁명 윤리, 정치, 인간학
2회 한일시민사회 반핵포럼에 주목한다 지난 3월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태가 벌어지고 난 후 세계 여러 나라가 핵발전 정책을 전환하고 있다. 사고 전부터 정치적 위기를 겪고 있던 간 나오토 일본 총리는 후쿠시마 사태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을 ‘핵발전소 없는 국가’로 만들겠다고 선언해야 했다. G8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프랑스를 방문한 간 총리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창립 5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2020년대까지 가능한 빨리 자연에너지(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0%(현재 약 9%)로 끌어올리도록 대담한 기술혁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5월 25일 스위스는 2034년까지 핵발전소를 단계적으로 폐쇄한다고 발표했다. 독일은 향후 10년 내 기존의 핵발전소를 조기 폐쇄하는 방안을 검토 중에 있다. 지난 6월 12, 13일 핵발전 부활을 위해 이탈리아 정부가 실시한 국민투표에서는 유권자의 약 94% 반대표를 던졌다. 2014년부터 4기의 신형 원자로를 건설하고, 핵발전의 비중을 25%까지 높이겠다던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는 “이제 핵발전은 완전히 포기하고, 다른 재생 에너지를 찾아야 한다”고 발표했다. 한국의 강고한 찬핵여론 이러한 상황은 후쿠시마 사태 이후 달라진 여론의 추이를 반영한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지난 5월 26일 일본, 미국, 프랑스, 러시아, 한국, 독일, 중국 7개국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미국과 프랑스의 경우 찬성이 다수를 차지했고, 한국과 중국은 비슷하며, 독일과 러시아, 일본에서는 반대가 다수를 차지했다. 일본은 사고 후 처음으로 반대 여론이 찬성을 넘어섰다. 그런데 이 여론조사에서 한 가지 눈에 띄는 점이 있다. 한국의 경우 반핵의 비율이 사고 전 27%에서 사고 후 45%로 크게 증가했지만, 찬핵의 비율은 49%에서 45%로 소폭 감소했을 뿐이다. 한 반핵운동가는 이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찬성도 반대도 아니었던 사람들이 반대로 돌아선 결과이겠지만, 한편으로는 일본 후쿠시마 사고에도 불구하고 강고하게 유지되고 있는 한국의 찬핵 이데올로기를 보여 준다’고 말했다. 이렇게 강고한 한국의 찬핵 이데올로기는 이명박 정부의 핵발전 확대 정책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5월 17일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을 방문해 “일본에 원전 사고가 생겼다면서 (원전이) 안 되겠다고 하는 건 후퇴하는 것”, “(원전 포기는) 인류가 기술 면에서 후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말대로라면 핵발전 정책을 재검토하고 있는 여러 나라들은 인류의 기술을 후퇴시키고 있는 셈이다. 후쿠시마 사태로 인해 증폭된 반핵 여론에 밀려 정책 전환을 하고 있는 나라들을 비웃으며 이명박 정부는 핵발전 확대 정책을 굳건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한국의 찬핵 논리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태가 계속 악화되는 가운데 국책연구소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서 흥미로운 보고서가 출간되었다. 「일본의 원전사고 발생 이후 주요국의 원전 정책 방향과 시사점」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는 일본의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태 이후 여러 나라의 핵발전소 정책 변화를 짚어보며 그 시사점을 제시하고 있다. 이 보고서의 핵심 주장은 다음과 같다. 첫째,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태로 인해 핵에 대한 경각심이 전 세계적으로 높아지고 있으나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기존의 원자력 정책을 계속 추진할 전망이다. 모든 국가들은 원전에 대한 관리 감독을 대폭 강화하고 신규 건설 시 보다 강화된 안전기준을 도입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는 기존의 원자력 정책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나 핵발전소의 가동 중단과 폐쇄 같은 조치를 계획하고 있지는 않다. 둘째, 대부분의 핵발전 국가들은 전력의 대량공급원으로서 핵발전 비중이 매우 크다. 이와 더불어 경제적 효율성이나 환경에 대한 안정성 등을 고려할 때 단기적으로 대안에너지원을 발굴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므로 기존의 핵발전 확대정책을 계속 추진할 예정이다. 셋째, 석유와 천연가스 같은 주요 발전자원은 정세가 불안한 중동, 아프리카, 중남미 지역에 집중되어 있고 매장량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공급 안정성과 가격 변동이 심하다. 수력과 풍력, 태양광 등의 신재생에너지는 기후 의존적이며 대규모의 안정적인 공급이 어렵다. 하지만 핵발전의 경우 재료인 우라늄이 지구상에 골고루 분포되어 있어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하며,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고 발전원가가 낮아 안정성이 확보될 경우 가장 유력한 발전원이다. 넷째, 위와 같은 이유로 일본 후쿠시마 사태에도 불구하고 핵발전 비중은 당분간 계속 증가할 수밖에 없다. 철저한 관리감독을 통해 기존 핵발전소에 대한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요약하자면 핵발전이 전력 공급원으로서 비중이 크고, 여타 화석연료와는 달리 매장량 문제에서 자유로우며,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어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고, 안정성만 확보된다면 가장 유력한 발전원이라는 말이다. 일본 후쿠시마 사태로 핵발전의 안정성을 언급하지만, 이러한 주장은 기존의 찬핵 논리에서 단 한 치도 벗어나지 않는다. 인류의 삶에서 핵발전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고 다른 현실적 대안이 없기 때문에 안전하게 운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핵발전이 불가결한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핵발전의 비중이 크다? 에너지원으로서 핵발전의 비중은 나라마다 다르다. 보고서에 제시된 나라들 중 핵발전 비중이 가장 큰 나라는 프랑스인데, 전체 발전량의 75% 정도를 차지한다. 한국의 경우는 34.1%를 차지한다. 그러나 이것이 전력 생산에 대한 통계임을 유의해야 한다. 핵발전은 모두 전력 생산에 사용된다. 우리가 최종적으로 소비하는 에너지 중에서 전력의 비율은 그리 높지 않다. 2009년 한국의 최종 에너지 소비를 보면, 전력이 차지하는 비중은 18.6%에 불과하다([표 2]). 그리고 이 전력을 생산하는 것 중에서 핵발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34.1%다([표 3]). 2009년 한국의 최종 에너지 소비에서 핵발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6.3%에 불과하다. 이는 지구적 수준에서 봐도 그렇다. 전 세계 최종 에너지 소비에서 전력이 차지하는 비중은 16% 정도이고, 핵발전은 전 세계 전기 생산의 15%를 차지한다. 따라서 전 세계 에너지 소비에서 핵발전은 2.4% 정도를 차지할 뿐이다. 몇몇 국가들의 전력 생산에서 핵발전 비중이 큰 것은 사실이지만, 인류가 소비하는 에너지 차원에서 보면 핵발전의 비중은 대단히 작다. 핵발전으로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다? 핵발전소 운영에서 온실가스가 거의 발생되지 않는다는 것은 맞다. 그러나 핵발전을 통한 전기 생산 과정을 전체적으로 보면, 핵발전은 과대하고 복잡한 산업 기반 시설에 의존하고 있다. 따라서 핵발전을 통한 전력 생산의 전체 과정에서 온실가스 배출을 고려해야 한다. 특히 우라늄의 채굴과 제련 과정에서 막대한 에너지가 소모되는데, 이는 대부분 화석연료에 의해 충당된다. 그린피스는 최근 국제에너지기구(IEA)의 보고서 「에너지기술전망 2010(Energy Technology Perspective 2010)」에 제시된 에너지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흥미로운 자료를 발표했다. 자료는 전 세계 핵발전 능력이 2050년까지 4배 증가된다고 하더라도, 전 세계 에너지 소비에서 핵발전이 차지하는 비율은 10% 이하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를 통해 감소될 수 있는 이산화탄소 배출 비율은 고작 4%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한다. 또한 이러한 증가를 위해서는 새로운 원자로가 1,400기 필요하기 때문에 2050년까지 거의 10일마다 하나씩 새 원자로가 건설되어야 한다. 이에 들어갈 비용은 현 시세로 미화 10조 달러를 초과한다. 또한 핵발전소는 빨리 지어질 수 없기 때문에 온실가스 배출량이 피크에 도달하게 될 단기간 내에 파국적인 기후 변화를 막기 위한 그 어떠한 변화도 창출해낼 수 없다. 핵발전소의 평균 건설 기간은 1970년대 중반 66개월이었지만, 현재 116개월이다. 만약 핵발전이 전 세계적으로 대폭 증설된다고 해도 기후변화를 막을 수는 없다. 유용한 에너지는 사용 후에 결국 폐에너지로 전환되는데, 이 에너지는 결국 열의 형태를 띠게 된다. 핵발전으로 지구 내 에너지의 증가가 지속되었을 때 지구의 기온 평형이 깨져 기후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 나아가 핵발전소는 방사성 물질을 배출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온실가스 일부를 줄이기 위해 방사성 물질 배출을 대폭 늘리는 것은 인류에게 ‘구원’이 아니라 ‘재앙’일 따름이다. 다른 화석연료에 비해 우라늄은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하다?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에너지 자원의 이용 예상기간은 석유가 40년, 천연가스가 60년, 석탄이 230년이며, 우라늄은 3,600년이다. 그러나 우라늄의 경우에는 ‘재처리 시’라는 단서 조항이 붙는다. 재처리는 사용한 핵연료를 다시 발전의 원료로 쓰도록 가공하는 것으로, 이 과정에서 핵폭탄의 원료인 플루토늄 추출이 가능하다. 재처리를 고려하지 않고 우라늄 매장량을 기준으로 계산했을 경우에는 학자마다 추정치가 다르지만 대략 60-80년 정도로 얘기된다. 따라서 다른 화석연료에 비해 우라늄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는 것은 거짓말이다. 더불어 양질의 우라늄 광석은 제한적이다. 농도가 낮은 저등급 우라늄을 사용하면 제련과 농축에 더 많은 과정이 필요하고, 따라서 다른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것보다 더 많은 이산화탄소가 발생할 것이라는 분석도 존재한다. 재처리에 대해 조금만 더 이야기해보자. 사용후핵연료의 재처리는 경제성이 떨어지며, 안전하지도 않다는 게 중론이다. 사용후핵연료를 연료로 사용하는 고속로가 실용화된다고 하더라도, 재처리 과정에서 단 1%의 플루토늄을 제외하고는 별로 쓸모없는 우라늄과 기타 방사성 물질들이 남는다. 2006년 4월에 진행된 일본 로카쇼무라 재처리 시설의 시험 가동에서는 가동 개시 12일 만에 방사능 누출이 발견되어 재처리 시설의 높은 위험성이 드러났다. 로카쇼무라 재처리 시설은 애초 2006년 완공 예정이었으나 18번이나 연기되어 2012년 10월에나 완공될 예정이고, 건설비용도 애초 7,000억 엔의 3배인 2조 1,930억 엔(약 29조 7천억 원)으로 늘어났다. 또한 재처리 과정에서 고준위 핵폐기물은 일부 재활용한다 하더라도 중저준위 핵폐기물의 부피가 어마어마하게 증가하게 된다. 핵발전소의 안전만 확보하면 된다? <한겨레> 4월 18일자 보도에 따르면 ‘원전은 큰 지진이나 지진해일에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는 내용의 일본 교과서 부교재가 수정될 계획이라고 한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 확인됐기 때문이라는 것이 기사의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지극히 복잡한 핵발전소 시설에서 사고를 발생시킬 수 있는 요인을 일일이 통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한다. 후쿠시마 제1 핵발전소 설계자인 오구라 시로씨는 지난 3월 16일 도쿄의 외신기자클럽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설계 당시 지진해일에 대해서는 거의 무지에 가까운 상태였다고 고백했다. 체르노빌 사고가 발생했을 때 서방의 정부들과 핵 산업계는 소련 정부의 사고 은폐 시도와 함께 체르노빌 핵발전소 자체의 문제를 대형 사고의 원인으로 지적했다. 체르노빌 핵발전소는 격납 용기와 같이 방사능의 유출을 막아줄 수 있는 차폐시설이 없었기 때문에 더 큰 피해를 발생시켰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후쿠시마 사고를 통해 차폐시설도 결코 만능이 아니라는 점이 분명하게 드러났다. 수소폭발과 압력제어장치 폭발로 인해 격납용기가 파손되었고 방사능 유출은 막을 수 없었다. 또한 추가적인 수소폭발을 막기 위해서 격납 용기에 구멍을 내 방사성 물질이 포함된 증기를 끊임없이 배출해야 했다. 다중 차폐시설은 더 이상 원자력 안전 신화를 뒷받침해주지 못한다. 이는 단지 사고 상황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핵발전을 하고 남은 폐연료봉인 고준위 폐기물을 제대로 처리한 나라는 한 곳도 없다. 핵폐기물을 방사능 수치가 통제 가능한 수치로 떨어질 때까지 콘크리트 벽 안에 격리하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다. 플루토늄-239의 경우 반감기만 2만 4천 년에 달한다. 이러한 과정을 10번은 거쳐야 ‘인간이 다룰 수 있는 위험 상태’가 된다. 이에 비한다면 콘크리트 차단벽의 수명은 순식간에 불과하다. 핵발전은 개별 국가의 문제가 아니다 이번 후쿠시마 사태는 핵발전의 문제가 결코 개별 국가의 정책으로 이해될 수 없음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한국 정부와 핵 산업계가 선전하는 것처럼 한국의 핵발전소가 안전하고 지진 위험성이 극히 낮다고 하더라도 핵사고의 위험에서 안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1986년 체르노빌 사고 이후 유럽 여러 나라들이 피해를 입고, 사고 발생 2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 피해가 지속되고 있는 것은 그 나라들이 보유한 핵발전소의 안전이 취약했기 때문이 아니다. 위의 그림에서 보는 바와 같이 한반도 주변은 수많은 핵발전소로 둘러싸여 있으며, 수많은 핵발전소들의 건설 중이거나 준비 중에 있다. 2008년 5월 대지진이 발생했던 중국의 쓰촨성에서는 2010년 말 현재 8기의 핵발전소가 건설될 계획이다. 그러나 중국 지진대망 보도에 따르면 쓰촨성에서는 대지진 이후에만도 총 86,403회의 크고 작은 여진이 발생했다. 이중 6.0-6.9 규모의 지진이 8차례, 5.0-5.9 규모의 지진이 40차례나 된다. 또한 쓰촨성 지진국이 지난 4월 발표한 지진 통계에 따르면 올해 4월 한달 동안에만 쓰촨성에서 규모 3.0 이상의 지진이 10차례나 발생했다. 후쿠시마 사태 초기, 편서풍의 영향으로 한국은 방사성 물질의 피해로부터 안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던 때부터 중국의 사고 위험성이 지적되었다. 광둥성, 저장성 등 동쪽 해안가에 위치한 중국의 핵발전소에서 사고가 발생할 경우 편서풍을 타고 한반도가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굳이 편서풍 때문이 아니더라도 그 피해가 세계 곳곳으로 확산될 수밖에 없음을 우리는 후쿠시마 사태를 통해 분명하게 확인했다. 또한 5중의 방호벽을 자랑하던 핵발전의 안전 신화는 그저 신화에 불과했음도 드러났다. 완벽한 안전장치라는 것은 존재할 수 없으며, 수많은 사고 원인을 일일이 통제하기도 불가능하다. 정부와 핵 산업계가 주장하는 한국의 지진 위험성이 극히 낮다는 말을 믿는다고 하더라도 일본과 중국의 자연재해 위험성이 상존한다. 개별 국가가 아무리 핵발전소의 안전을 확보한다고 하더라도 인간이 자연재해를 통제할 수 없는 한, 인류는 시한폭탄을 안고 살아가는 것이다. 적극적인 국제연대의 흐름, 한일시민사회 반핵포럼 핵발전의 문제는 결코 개별 국가 차원에서 접근할 수 없으며, 핵발전에서 벗어나는 탈핵의 길은 전 세계에서 동시에 추진되어야 한다. 반핵운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는 세계의 사회운동들과 긴밀한 연대를 사고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후쿠시마 사태를 계기로 한동안 침체되었던 반핵 움직임이 세계 곳곳에서 다시 불붙고 있음을 우리는 언론 보도를 통해서도 심심치 않게 확인하고 있다. 독일에서는 후쿠시마 사태 직후 6만 명에 달하는 시민들이 네카베스트하임 핵발전소 주위에 45km의 인간 사슬 만들기를 하는 등 활발한 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지난 6월 11일 일본 도쿄에서는 세 곳에서 대규모의 집회가 벌어졌고, 밤에는 신주쿠역 앞에서 2만 명이 모여 투쟁을 전개하는 등 전국적인 반핵 투쟁이 벌어졌다. 유럽과 아시아의 여러 나라들과의 연대를 통해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고 성과를 교류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교류의 경험과 성과는 꾸준하게 축적되어야 한다. 또한 후쿠시마 사태를 계기로 다시 불붙고 있는 핵발전소 반대의 흐름은 반드시 핵무기 문제와 결합되어야 한다. 핵발전소와 핵무기의 문제가 결코 분리될 수 없는 문제라면 운동 진영의 대응 역시 통합적이어야 한다. 1985년 영광핵발전소 건설 중단 투쟁, 1990년 안면도 핵폐기장 반대 투쟁, 1994년 굴업도 핵폐기장 반대 투쟁 등 강력했던 한국의 반핵운동은 애초 생존권의 문제와 더불어 한반도 비핵지대화라는 전망을 함께 갖고 있었다. 한반도 비핵지대화는 단순히 핵무기의 배치 여부를 넘어 주한 미군과 미국의 한반도 전략의 문제, 그리고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이라는 한반도 변혁 전망을 포괄하는 쟁점이었다. 그러나 미군의 전술 핵무기 철수와 반핵운동의 침체 속에서 사회 변혁 전망은 유실되었고, 한국의 반핵운동은 핵발전소와 핵폐기장 반대를 중심으로 한 환경시민운동 진영의 것으로 축소되었다. 핵무기 문제는 반전운동 진영 일부에서만 그 명맥이 유지되었으나, 그나마 북한의 핵무기 개발 문제가 불거지자 그 성격에 대한 논란 속에 사회운동의 적극적인 사고와 대응은 억압되었다. 후쿠시마 사태를 계기로 핵발전의 문제가 대중적으로 인식되고 있는 지금, 핵발전의 문제가 결코 핵무기와 분리될 수 없음을 분명하게 밝히고 투쟁을 확장해야 한다. 지난 몇 년 간 환경운동 진영과 반전평화운동 진영은 이러한 문제의식을 교류하며 상호 침투와 결합을 모색했다. 이러한 흐름에서 2010년 ‘G20 민중회의’ 기간에 ‘한일시민사회 반핵포럼’(이하 반핵포럼)이 진행되었다. 반핵포럼은 한국과 일본 정부, 핵산업계가 추진하고 있는 핵발전소 수출과 핵확산 움직임에 맞서 양국 시민사회 단체의 공동행동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로 진행되었다. 핵발전소 수출을 둘러싼 한일 양국의 경쟁구도, 일본의 핵연료 재처리 공장 문제, 한국의 핵연료 재처리 추진 문제 등 양국이 공통으로 진행하고 있는 핵발전 르네상스 문제, PSI 등 미국의 핵전략에 적극적으로 조응하고 있는 한일 양국의 문제 등에 공동 대응할 필요성에 한일 양국의 반핵평화 단체들이 공감했다. 참가단체들은 단기적 이벤트를 넘어 지속적인 반핵발전소-반핵평화 운동 간의 연대운동을 결의했으며, 그 성과로 반핵포럼을 지속적으로 개최하기로 결의했다. 그리고 두 번째 반핵포럼이 올해 8월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다. 8월 6일 히로시마 원폭 투하일을 기점으로 일본에서 전국적 규모로 진행되는 반핵대회(원수폭금지 세계대회) 기간 동안 일본 반핵 운동과의 교류, 국제회의, 집회 등을 진행할 계획이다. 한일시민사회 반핵포럼의 의제 핵발전 르네상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명박 정부의 핵발전 확대 의지는 확고하다. 이명박 정부의 소위 ‘핵발전 르네상스’는 재생에너지 비중을 최소화하고 핵발전 비중을 극대화하겠다는 계획으로, 현재 전력 생산의 30%대를 차지하는 핵발전 비중을 60% 수준으로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이렇게 핵발전 확대에 목을 매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핵/전력 산업의 이익을 보장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명박 정부의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은 2030년까지 총에너지 소비가 연평균 1.7%씩 증가할 것으로 가정하고, 이에 대비한 에너지 공급 계획을 마련한다. 수요관리를 통해 증가율을 1.2%로 낮추는 것이 목표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2030년의 에너지수요는 2006년 대비 32% 증가할 것으로 계측된다. 에너지 수요에는 당연히 전력 수요도 포함된다. 따라서 증가하는 전력 수요를 충당하기 위한 발전설비 증가, 즉 핵발전 확대가 필요하게 된다. 다음으로 핵발전소 수출을 통한 경제적 성과 쌓기라고 할 수 있다. 아랍에미리트(UAE)에 핵발전소 수출 체결 시 계약금액이 400억 달러라고 선전했다가 금세 200억 달러, 다시 186억 달러로 규모가 작아졌고, 공사비용 중 110억 달러 정도를 한국의 수출입은행을 통해 빌려 주기로 한 것이 드러나 논란이 되기도 했다. 그나마 한국은 원자로에 들어가는 핵심 기술이 없어 일본의 도시바와 같은 회사에 외주를 줘야하고, 따라서 경제적 효과는 훨씬 줄어들 수밖에 없다. 또한 UAE에 건설되는 핵발전소의 폐기물까지 한국이 떠안게 될 수 있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부는 ‘새로운 수출동력’ 운운하면서 경제적 치적을 부풀리는데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한미원자력협정과 핵연료 재처리 1973년 발효되어 2014년에 만료되는 한미원자력협정은 핵발전 연료의 이용에 관해 한국과 미국이 맺은 협정으로, 한국이 핵분열성 물질이나 기술을 유입하거나 유출하려면 미국의 허가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한국의 핵연료의 농축과 재처리를 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그동안 한국의 우파들은 한미원자력협정을 개정해 한국도 핵주권을 가져야 한다고 소리 높여왔다. 한국 정부 역시 협정 개정에 적극적이다. 표면적으로는 핵발전소 수출을 원활하게 진행하기 위해서는 협정 개정이 꼭 필요하다고 말한다. 지금 상황에서는 한국이 핵발전소를 수출하려면 미국의 별도 허가가 필요하다. 또 수출 대상국에서 핵분열성 물질과 기술의 유출을 막으려면 대상국 또한 미국과 비슷한 협정을 체결해야 한다. 따라서 협정 개정을 통해 이러한 수출 장애요인을 제거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핵심은 핵연료 재처리 문제에 있다. 현재 협정이 금지하고 있는 핵연료 재처리를 가능하도록 협정을 고치는 것이 한국 정부의 계획이다. 사실 사용후핵연료의 재처리 문제는 핵산업계의 사활적인 문제다. 앞서 한국수력원자력(주)의 자료를 살펴보았듯이 재처리를 하지 않을 경우 핵발전 연료로 사용할 수 있는 우라늄의 부존량은 극히 한정적이다. 따라서 핵발전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핵연료의 재처리가 필수적이다. 또한 한국만 하더라도 2006년 말 기준으로 7,960톤의 사용후핵연료, 즉 폐연료봉이 핵발전소 안에 보관되어 있다. 폐연료봉은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로, 어떤 나라도 제대로 처분하지 못하고 있으며 그저 격리 보관할 뿐이다. 따라서 핵발전을 현재 수준에서 유지하더라도 폐연료봉의 처분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문제는 사용후핵연료를 재처리하는 과정에서 핵무기로 사용할 수 있는 플루토늄을 추출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 정부는 건식 제련법(파이로 프로세싱)의 경우 핵무기의 원료가 될 수 있는 순수 플루토늄을 추출할 수 있는 습식 제련법과는 다르다고 말한다. 그러나 건식 제련법은 2010년 현재 개발 단계의 기술에 불과하며, 실제로 검증된 사례가 없다. 또한 건식 제련법을 통해서도 핵무기로 전용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미국에서조차 난색을 표하고 있다. 2012년 핵안보정상회의 2012년 3월 서울에서 2차 핵안보정상회의가 열린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제안으로 2010년 4월 미국 워싱턴에서 처음으로 개최된 핵안보정상회의는 미국의 핵 정책, 즉 압도적인 핵 우위 정책의 고수와 NPT 체제의 유지, 핵 테러리즘의 차단을 위한 물리적 수단 강구 등을 관철시키기 위한 회의였다. 핵안보정상회의가 보여준 것은 애초 오바마 대통령이 밝힌 ‘핵 없는 세계’의 구상이 아니라 ‘핵 테러 없는 세계’를 위한 세계 각국의 협조와 대응 요구였고, 이는 PSI(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로 대표되는 적극적 반확산 정책의 국제적 수용과 확산이었다. 미국의 반확산 정책과 한국 정부의 적극적 편입은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는 커다란 축이 되고 있다. 오바마 정부의 핵 정책을 적극 지지하며 PSI 참여, 한국형 MD 추진을 하고 있는 이명박 정부에 대한 적극적인 비판을 제기해야 한다. 미국과 동맹국들이 추진하고 있는 반확산 정책은 결코 탈핵의 길이 아니라 핵보유국의 독점적 지위를 보장하고 패권을 유지하기 위한 적극적 시도임을 폭로해야 한다.
『원자력 신화로부터의 해방』, 『시민과학자로 살다』를 읽고 올해 3월 일본 대지진 후 한국에 처음 비가 내릴 때 사람들은 심각한 불안감을 호소했다. 방사능을 해독시켜준다는 요오드가 함유된 약품이 약국에서 동나고 사람들은 비를 한 방울이라도 피하기 위해 우비와 우산으로 무장을 했다. 그러나 두어 달이 지나 간간히 가랑비가 내리는 때 우산 없이 종종걸음을 걷는 이들이 여느 때와 다름없이 보이는 것을 보면 방사능위험은 일상 속에서 묻혀가고 있는 듯 하다. 방사능이 오지 말라고 안 오는 것도 아니니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체념과 함께 말이다. 방사능에 대한 공포, 그리고 이 사건의 원인이 된 무분별한 원자력발전에 대한 분노는 어디로 가고, 어째서 그때의 공포와 분노를 오히려 한때의 호들갑으로 치부하게 되는 것일까. 그것은 원자력발전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지 못하고 근본적 결함을 이해하지 못하는데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이대로는 과거의 ‘원자력은 관리만 잘 하면 안전하고 좋은 에너지원’이라는 믿음은 사라지지 않고 원자력발전 지지의 흐름은 흐트러지지 않을 것이다. 근본적 문제 인식이라는 토대 없는 분노는 연기처럼 날아가 버리기 쉬운 것이다. 어떻게 하면 ‘지속적인 호들갑’을 떨 수 있으며 그 호들갑이 근본적 문제 해결까지 이어질 수 있을까. 이때 지식인, 전문가들을 생각해본다. 과학기술은 인간을 포함한 환경에 영향을 주는 중요한 요인이다. 그러나 과학기술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수학과 물리학을 기반으로 하는 심도 있는 전공공부가 필요하기에 일반인의 접근성이 낮다. 그런 상황에서 과학은 거대자본과 정부의 시각에 따라 발전되고 실현되고 있다. 『원자력 신화로부터의 해방』(녹색평론사, 2011)은 일본의 반핵운동가로 살아온 다카기 진자부로가 원자력발전 신화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한 책이다. 원자력발전에 대해 막연한 불안감을 가진 이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알기 쉽게 전달하기 위한 책이다. 흔히들 생각하는 원자력발전의 장점에 대해 그는 만들어진 신화적 믿음이라 비판하며 다음과 같이 각각 신화의 본질을 이야기한다. 먼저 이번 일본 대지진 사고로 완전히 무너진 안전신화를 살펴보면 애초에 그것이 얼마나 허구적인지 알 수 있다.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가 1975년에 발표한 에서는 원자로에 거대사고가 일어날 확률은 대체로 매우 낮다고 말한다. 그리고 보고서 작성자 라스뭇센 교수 등은 거대사고가 일어날 확률은 “양키스타디움에 운석이 떨어질 확률보다도 낮다”고 했다. 이 말은 원자력 안전에 대한 보증수표처럼 쓰였다. 그러나 실제로는 10년에 한 번 꼴로 대사고가 있었다. 원자로의 거대사고는 ‘당첨이냐 아니냐’라는 복권식 확률로 계산될 수 없다. 일본에서도 몇 번의 원자로 사고로 인해 더 이상 기술적으로 안전이 확보되었다고 말할 수 없게 되었다. 다중방호시스템이라는 것이 존재하나 이는 큰 폭발이 있으면 무용지물이 된다. 따라서 ‘원자력사고는 반드시 일어난다’는 것을 전제로 삼아야 한다. 일본정부는 몬쥬 사고 이후에 원자력 안전백서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몬쥬 사고의 조사심의를 통해서 일반사회가 말하는 ‘안심’이라는 것과 기술적 관점에서 평가하는 ‘안전’이라는 것, 두 가지 ‘안전’에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는 것을 새삼 인식하게 되었으며 … 원자력 행정을 담당하는 사람과 원자력 사업자도 ‘안전’뿐만 아니라 ‘안심’에 대해서도 눈을 돌려야 한다는 지적을 했다." 진정한 안전을 달성하려면 비전문가라도 납득할 수 있는 ‘안심’이 지켜져야 한다. 그리고 안전백서 발표 1년 이후 JCO 사고에서 더 이상 일본정부는 원자력의 기술적 안전에 대해 말할 수 없게 되었다. 몬쥬 사고 이후 원전이 집중되어 있는 현 지사들이 내각총리대신에게 공식적인 문제제기를 하는 등 원자력 안전의 불신이 점차 퍼져나가고 더 이상 원자력사고에 대해 안심하지 못하게 되었다. 또 하나의 신화를 알아보자. ‘원자력은 관리만 잘 하면 청정한 대체에너지’ 라는 신화다. 그러나 이 신화 역시 허구적이다. 대체에너지는 석유위기와 환경오염에 대응하여 석유를 대체하는 에너지를 말한다. 원자력은 과연 대체에너지가 될 수 있는가? 먼저 원자력이 대체에너지로 등장한 맥락은 다음과 같다. 석유위기는 원자력발전의 타당성을 위한 카드로 쓰였다. 실제 석유위기가 있었으나 그 대안이 원자력은 아니었던 것이다. 원자력은 일본의 1차 에너지 공급량에서 13%밖에 차지하지 않는다(석유 53%, 석탄 17%). 그리고 원자력은 전력 형태로만 사용될 수 있어 석유에 비해 융통성이 매우 떨어진다. ‘청정’에 있어서도 원전 증설은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소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온난화 방지를 위해 화력발전에서 원자력발전으로 전환하자고 하는 것은 에너지 전환 부문인 발전부문에서 이산화탄소 발생을 억제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에너지전환 부문 자체가 실은 이산화탄소 배출에서 10% 이하로 그다지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다. 따라서 발전에서 원자력 비율이 50% 가까이 된다 해도 그것으로는 전체적으로 이산화탄소 대량 배출형인 이 사회를 크게 전환시킬 수 없다. 이것은 기본적으로 오늘의 사회가 석유의존형 사회라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이다. 특히 이산화탄소 배출은 운수부문에서 증가하기에 원전을 늘리는 것보다 자가용 승용차 이용을 줄이는 것이 더 큰 이산화탄소 억제효과를 낳는다. 원자력발전은 이산화탄소라는 위험요인에 못지않은 방사능으로 또 다른 환경오염을 일으킬 수 있다. 원전에서 1킬로와트시(1kW/h) 발전하는 데 약 10만 베크렐의 방사능이 나온다. 큰 사고로 여겨지지 않는 일상적인 노동자 피폭만 보아도 원자력발전이 깨끗하다고는 할 수 없다. 더불어 ‘태양이 아닌 원자로부터 얻어내는 무한한 에너지’라는 신화 또한 그 실상을 살펴보면, 일단 원자력발전의 원료가 되는 천연 우라늄은 매장량이 한정되어 있다. 또한 한번 사용된 뒤 발생하는 플루토늄을 재활용할 수 있다고 하나 그 시도의 하나인 고속증식로 몬쥬 실험로는 사고를 일으키고 이제 그 기술은 사장되어가고 있다. 그렇다면 왜 이러한 원자력발전이 세계적으로 붐을 일으키게 되었는가? 원자력에너지의 상업적 이용은 미국의 “평화를 위한 원자력(Atoms for peace)”이 배경이다. 1953년 12월 유엔총회에서 아이젠하워는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이라는 정치적인 선언을 했다. 핵의 군사적 이용이나 수평적 확산을 억제하기 위해서 미국 또는 미·소가 함께 주체가 되어 다른 국가들이 원자력에 대한 상업적 이용으로 눈을 돌리게 했던 것이다. 이러한 배경 하에 산업적 필연성이 없었던 원자력 이용은 정부의 지원으로 이루어지게 되었고, 사업의 타당성을 얻기 위해 여러 가지 신화들이 만들어진 것이다. 책에서는 이 외에도 ‘원자력 발전은 경제적이다’, ‘원자력 발전소는 지역발전에 기여한다’, ‘원자력의 평화이용은 가능하다’라는 여러 신화들을 파헤치고 있다. 한국은 원자력발전 6위국이다. 작은 나라에 21개의 원자로가 있다. 2005년 방사능폐기물처리장 설치 지역 선정으로 지역 간 갈등이 극에 치달았고 원자력발전소가 가동되고 방폐장을 건설 중인 경주는 불안전한 지반임이 밝혀지고 있다. 이렇듯 원자력발전과 관련하여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고 있지만 위에서 말한 신화들로 인해, 특히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 석유를 대체하는 에너지’라는 선전문구로 인해, 원자력발전은 필요하다는 여론을 잃지 않고 있다. 일본에서 일어난 원자로 폭발사고를 옆에서 보아도 한국은 지진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버티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다카기 진자부로의 원자력발전에 대한 비판은 한국에도 유효하고, 많은 이들이 이를 인지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원자력발전의 시스템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원자력 안전의 허구에 대해 이야기하려 해도 원자력발전의 다중방호시스템을 설명할라치면 원자로의 구조를 이야기해야 하고 사람들은 ‘어려운 이야기’라는 생각에 외면하게 된다. ‘전문적’인 이야기를 ‘시민’의 시각으로 풀어내는 것이 필요하다. 군축이나 환경 등 시민이 관심을 갖는 분야를 ‘시민과학’이라고 하고 그것을 연구하고 운동하는 이가 바로 시민과학자이다. 『시민과학자로 살다』(녹색평론사, 2011)는 다카기 진자부로의 자서전이다. 됴쿄대학 화학과를 졸업한 그가 어떻게 대학조교수라는 엘리트 지식인의 길에서 나와 시민과학자로 살게 되었는지, 시민과학자의 삶은 어떠하였는지를 이야기한다. 과학적이고 근본적인 내용들에 대한 지식과 동시에 시민의 감성을 가지고 있는 다카기 진자부로와 같은 ‘시민 과학자’의 노력이 대중의 분노와 불안을 체계적으로 그리고 지속적인 행동으로 바꾸는데 큰 힘이 되지 않을까. 지식인, 전문가가 운동에 발을 들이면 곧 ‘학문연구냐 직접적인 행동이냐’라는 갈림길에 서게 된다. 자서전에는 시계와 쇠망치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저자는 과학자와 전문가는 정밀기계인 시계로, 대중행동의 주민운동은 쇠망치로 비유하며 시계를 쇠망치 대신으로 쓰다가는 시계만 망가뜨리게 되고 결국 시계도 쇠망치도 안 된다는 비판을 듣는다. 시계와 쇠망치로 이분할 수 없다는 반론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일단 시계냐, 쇠망치냐는 고민은 운동을 하는 지식인, 전문가가 부딪히는 문제일 것이다. 다카기는 “적어도 쇠망치가 될 수 있는 시계가 되고 싶습니다. 시계가 망가지더라도 최소한 쇠못의 역할만이라도 하는 게 옳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답한다. 더불어 절대로 ‘망가진 시계’가 되지는 말자고 다짐한다. 일본 반핵운동의 1세대인 다카기 진자부로는 반핵운동가이자 시민과학자로 양쪽 모두를 삶 속에서 실천한 인물이다. 원자력발전의 신화를 깨부수고 싶은 이들, 파편화된 직업인으로서의 삶이 고단한 이들에게 다카기 진자부로의 두 책을 권한다.
캠프캐럴 기지에 맹독성 고엽제 매립한 주한미군을 규탄한다! 23일, 미군 당국이 경북 칠곡군 왜관읍의 캠프 캐럴 기지에 유독물질이 묻힌 사실을 공식 시인했다. 이에 앞서 미 퇴역 군인들로부터 맹독성 고엽제인 ‘에이전트 오렌지’가 대량으로 매립된 사실이 있다는 증언이 보도되며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에이전트 오렌지’는 10여종의 암과 신경장애, 당뇨, 기형아 출산 등을 유발하는 맹독성 고엽제로 6,70년대 베트남 전 당시 대량살포되어 주민들과 참전군인들에게 심각한 육체적, 정신적 후유증을 남긴 사용금지 화학물질이다. 마지못해 조사에 착수한 미8군사령관은 무기명의 화학물질과 살충제, 제초제, 솔벤트 용액이 담긴 많은 양의 드럼통을 매몰했다는 1992년 미 육군 공병단 연구보고서를 공개했다. 또한 2004년 캠프 캐럴에 대한 토양 조사에서 13곳을 시추했고 그중 1개 시추공에서 다이옥신이 검출된바 있다는 사실을 밝혔다. 하지만 미군은 다이옥신은 인체에 무해한정도의 미량이 검출되었을 뿐이며, 조사기록에 고엽제와 관련한 언급은 없다고 부인하고 있다. 미군은 1급 발암물질의 매몰기록이 확인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정확한 반출 장소와 처리 방법, 폐기물 총량에 대해서는 여전히 함구하고 있다. 이들 화학물질이 주변 개천에 유입 되었다면 낙동강과 영남권 지역이 환경적 악영향에 노출되었을 가능성이 높으며, 실제로 지하수를 먹는 인근 주민들이 건강악화를 호소를 하고 있는데 이와 유독물질 불법매립과의 연관 가능성이 강력히 제기되고 있다. 유례없이 빠르게 한미 공동조사단이 꾸려진 것은 이번 사안의 심각성을 증명한다. 공개시 예상되는 비난여론과 상당한 피해 규모에 대한 책임을 감당할 여력이 없는 미군은 시추공을 뚫어 조사를 해놓고도 쉬쉬하는 분위기다. 반환될 미군기지의 환경오염 치유에 많게는 수조원에 이르는 천문학적인 비용을 지불해야하는 상황이지만, SOFA의 환경보호에 관한 특별 양해각서에 나오는 ‘KISE개념’ 즉, ‘밝혀지고, 급박한, 실질적으로, 인체에 유해한’ 환경오염만 미군이 정화하겠다는 부분을 핑계로 삼아 발뺌하고 있다. 아직 피해양상이 다 드러나지도 않은, 그 규모가 추정불가하고 또한 쉽게 치유될 수 없는 위협 앞에서 주한미군은 또 다시 아주 자의적인 기준에 따라 책임을 회피하며 환경파괴 뺑소니를 치려 하고 있는 것이다. 주한미군은 우선 독극물 매립범죄를 인정하고 이미 밝혀진 피해지역의 환경정화와 주민 치유에 책임을 져야하며 오랜 시간 이같은 사실을 자행/은폐해온데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해야한다. 또한 전국의 모든 미군기지내 불법매립 여부를 확인하고 환경조사에 착수해야하며 이러한 조사내역을 감추지 말고 공개해야한다. 유명한 2000년 7월 한강 포르말린 방류 사건을 비롯해 이미 밝혀진 미군기지 환경오염사고만 98년부터 20건에 이르며 주둔 미군의 환경범죄는 앞으로도 전국에 있는 수십개 반환 미군기지에서 속속 드러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미군이 주둔하는 한 각종 관련 범죄와 사고로 인한 민간인 피해, 환경적 악영향은 피할 수 없다. 그렇기에 민중들의 삶과 안전, 동북아 평화를 위협하는 전쟁 기지로서 주한 미군의 역할을 전면 보장하고 있는 지금의 SOFA를 그냥 두고 미군의 재발방지를 운운하는 것은 전혀 무용하다. 주한미군의 존재한다는 것은 한반도가 항시적인 전쟁위협에 놓여있다는 것 그 자체이다. 주한미군의 철수, 한미동맹 폐기가 평화를 염원하는 민중들의 일관된 요구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캠프캐럴 기지에 맹독성 고엽제를 매립한 주한미군을 강력히 규탄하며 한국정부와 주한미군이 즉각 사태해결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_ 2011. 5. 24. 사회진보연대
[토론회] 후쿠시마 핵사고, 체르노빌 25년만의 대재앙 핵발전과 핵무기 없는 세상, 어떻게 가능한가? 일시: 2011년 4월 26일(화), 14:00 장소: 민주노총 대회의실 자료집을 올립니다.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발제 사회진보연대 _ 핵발전과 핵무기 없는 세상, 어떻게 가능한가? 다함께 _ 반핵운동은 반자본주의·반제국주의 운동과 결합돼야 진보신당 _ 핵 없는 한국을 위한 모색 사회당 _ 핵 없는 사회를 위하여 토론 노사과연 _ 핵없는 세상, 핵무기에 대하여 대학생사람연대 _ 대학생사람연대 토론문 사노위 _ 탈핵의 길을 모색하며 이윤보다인간을 _ 탈핵의 길을 모색하며
증오와 테러만을 키우는 테러와의 전쟁은 당장 중단되어야 한다! 지난 5월 1일 밤(미국 시각)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오사마 빈 라덴을 사살했다"고 발표했다. 파키스탄 아보타바드라는 소도시의 은신처에 미군 특수부대 25명이 침투하여 40여 분 간 교전을 벌인 끝에 오사마 빈 라덴을 사살했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밤 늦은 시각에 발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성조기를 들고 백악관 앞에 모여 "USA"를 연호하는 미국인들의 모습을 보도했다. 뉴욕타임스의 보도에 따르면 2일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빈 라덴의 죽음으로 세상이 더 안전하고 더 나은 곳이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은 물론 영국과 독일, 프랑스 등 서방 국가들은 자국민들에게 여행 경보를 발동하고, 외국 주재 공관에 대한 경계 강화를 지시했다. 알카에다는 오사마 빈 라덴의 사망을 인정하며 즉각적인 보복 공격을 공언했다. 탈레반은 파키스탄과 미국에 대한 공격을 선언했다. 아랍권 인터넷 사이트에는 지하드(성전)를 외치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고 한다. 2일 오전에는 한국의 삼성 본사와 아랍권 대사관에서 폭탄 수색 소동이 일기도 했다. 오바마가 말한 "더 나은 세상"은 세계는 고사하고 중동 지역의 평화와도 거리가 먼, 세계 모두가 새로운 테러 위협에 떨어야 하는 세상일 뿐이다. 오사마 빈 라덴의 사살은 결코 테러 위험의 감소나 중동 지역의 긍정적 변화를 가져다 줄 수 없다. 이슬람의 분노와 테러의 사슬을 만들어 내는 근본적인 원인이 결코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9/11 테러가 있은지 한달도 채 안 되어 시작된 미국의 '항구적 자유 작전', 즉 테러와의 전쟁은 10년 간 지속되었지만 그것은 자유가 아니라 오히려 '항구적 테러 위협'만을 만들었을 뿐이다. 미국은 테러와의 전쟁이 결코 '이슬람에 대한 전쟁'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러나 매장을 하면 테러리스트의 성지가 될 것을 우려해 빈 라덴의 시신마저 바다에 '버린' 미군의 행태는 이슬람의 분노와 증오를 한층 더 키우고 있다. 미군과 NATO군의 전쟁범죄와 민간인 학살은 이미 만성화되었고, 지난 3월에는 미국의 꼭두각시 카르자이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조차 미군의 사과를 거절해야 할 정도로 대중의 분노가 고조되었다. '민간인 보호'를 들먹이며 리비아를 침략하지만 다른 독재정권의 학살에는 침묵하는 서방 세계의 이중 잣대는 이슬람뿐 아니라 세계 여론의 비난을 받고 있다. 분노와 증오의 원인이 사라지지 않는 한 테러 위협은 결코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오사마 빈 라덴의 사망으로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미국이 처음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했던 이유가 오사마 빈 라덴의 체포였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렇게 시작된 침략 전쟁이 수많은 민간인의 학살을 낳았다는 사실이다. 오사마 빈 라덴의 사살은 미국이 선전하는 '정의의 실현'이 아니라 또다른 증오의 씨앗일 뿐임을 분명하게 인식해야 한다. 아프가니스탄 침략의 명분은 사라졌다. 이제 미국과 동맹국들은 침략이 낳은 처참한 결과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 증오와 테러만을 키우는 더러운 전쟁은 지금 당장 중단되어야 한다. 2011년 5월 2일 사회진보연대
증오와 테러만을 키우는 테러와의 전쟁은 당장 중단되어야 한다!
2011년 5월 2일 사회진보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