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발효 1년을 맞이하여 지난 3월 15일로 한미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된 지 1년이 지났다. 14일 정부가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한미 FTA 발효 1년간 주요 성과」에 따르면 “한미 FTA가 어려운 대외여건 속에서 우리 경제가 비교적 양호한 실적을 거두는데 기여했다”고 한다. 지난 1년 사이 대미 수출이 전년 동기보다 1.4% 증가한 반면 수입은 9.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무역수지 흑자폭이 전년 동기 대비 26.6% 급증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진보진영에서 적절히 꼬집고 있듯이 이번 정부 발표는 ‘미국시장의 여건변화나 다른 국가의 수출증가를 고려하지 않고 한국 대미무역의 절대적 변화만을 부풀린’ 자의적 평가에 가깝다. 한미 FTA가 발효된 지 1년 만에 그 효과를 통계적으로 검증하는 것이 불가능할뿐더러 불필요하다는 여러 전문가들의 지적을 감안하면, 정부의 발표는 자신의 ‘치적’을 과장해서 홍보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일종의 ‘무리수’라 하겠다. 사실 정부는 발효된 FTA에 대한 평가를 체결 상대국과의 교역 또는 수출-수입 증감 등으로 실증하기도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FTA를 통한 제도 선진화가 생산성의 증가를 가져온다는 점에서 ‘보이지 않는’ 이점이 있다고 주장한다. 정부와 자유무역론자들은 FTA가 단순한 수출 증대, 투자 확대 효과 외에도 통상 및 경제제도 선진화를 촉진해 그에 따른 경제적 이익을 확대한다고 주장해왔다. 즉, 한미 FTA의 진정한 효과는 장기간에 걸친 제도 변화로 서서히 나타난다는 뜻인데, 이를 뒤집어보면 한미FTA의 진정한 문제점도 아직 채 드러나지 않았다는 말이 된다. 한국은 FTA를 왜 추진했나 정부의 자유무역론은 무역의존도가 대단히 높은 ‘소규모 개방경제’로서 한국경제의 활로는 오직 수출경쟁력의 확보와 세계경제의 분업화 추세에 적응하는 것밖에 없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1997-98년 외환위기·경제위기 이후 신자유주의적 정책개혁에 따라 신흥시장으로 변모한 한국경제는 초민족자본에 의한 국민경제의 지배와 국부유출, 국내자본의 해외도피와 같은 문제가 일상화되었다. 또한 구조조정과 평가절하를 통해 수출경쟁력을 회복하여 무역흑자를 축적할 수 있었지만 이는 노동력 신축화와 수출-재벌 구조의 강화로 귀결되었다. 그런데 금융자유화에 따라 초민족자본의 증권투자가 확대되면서 원화의 평가절상 압력이 커져 원화의 가치를 낮추어 수출경쟁력을 확보하는 데에는 일정한 한계가 있었으므로 역대 정부는 FTA를 추진했다. 김대중 정부는 세계적인 지역주의 확산으로 인한 대외 수출 여건의 악화를 방지하는 동시에 외국인 직접투자 유치를 확대하기 위한 제도적 수단으로 FTA를 사고했다. 노무현 정부는 ‘선진형 통상국가론’에 따라 ‘동시다발적 FTA 전략’을 수립했다. 특히 노무현 정부는 ‘한미동맹 현대화’의 맥락에서 한미 FTA를 체결함으로써 미국과의 경제적 동맹 외에도 정치·군사적 동맹의 강화라는 전략적 목표를 추구했다. 이명박 정부는 이러한 역대 정부의 기조를 계승하면서 미국, EU와 같은 거대경제권 외에도 자원부국, 동북아 국가, 대륙별 거점 국가와 FTA를 체결함으로써 자유무역의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FTA 글로벌 네트워크’ 구상을 추진했다. 그 결과 2012년 말 현재 한국의 FTA 추진 현황을 살피면, 발효(8건, 45개국), 타결(2건, 2개국), 협상진행(6건, 16개국), 협상재개 여건조성(5건, 10개국), 협상준비 또는 공동연구(4건, 11개국)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정부의 자화자찬대로 가히 FTA 선진국이라 할 만하다. FTA의 파괴적 효과 한미 FTA를 정점으로 하는 한국의 FTA 추진 전략은 단순히 재화의 원활한 거래뿐 아니라, 자본 및 노동과 같은 생산요소와 서비스의 이동성을 제고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적 노력을 포괄한다는 점에서 곧 세계화의 심화와 가속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서, 상품분야의 관세철폐뿐만 아니라 투자, 서비스, 정부조달, 지적재산권, 기술표준 등을 세계무역기구(WTO)의 관련 기준과 일치시키는 과정을 포함하는 것이다. 이는 협상 상대국(선진국)의 기준이나 요구를 수용하는 방식으로 ‘글로벌 스탠더드’를 사회 전반에 도입하여 한국경제의 제도 전반을 변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 결과는 사뭇 파괴적으로 드러날 것이다. 첫째, FTA를 통한 금융 및 투자 자유화 확대는 한국경제의 성장·고용에 긍정적 효과를 낳기보다는 국부유출 및 자본도피 경향을 강화할 우려가 크다. 세계 금융위기 이후 오히려 금융세계화 기조를 유지·강화하는 한국의 FTA 전략은 한국경제의 불안정성과 금융위기 가능성을 한층 높인다. 둘째, FTA를 통한 무역자유화의 확대는 수출-재벌 주도의 세계화를 가속화한다. 수출-재벌과 국민경제의 괴리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FTA가 발효될 경우 한국경제의 성장, 고용에 긍정적 효과를 미친다는 정부의 주장은 신빙성이 떨어진다. 셋째, 초민족적 농기업의 농업지배를 촉진하는 농산품 개방으로 인한 농업붕괴와 환경파괴, 초민족적 제약회사·보험회사의 이해를 보장하는 보건의료 개방으로 인한 영리병원 도입과 의약품 접근권 제한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 [%=사진1%] 한미FTA를 발판 삼아 TPP로 도약하려는 미국 문제는 이로 그치지 않는다. 미국이 ‘21세기 신무역협정’의 전범으로 사고하는 한미 FTA를 발판 삼아 환태평양경제파트너십(TPP)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오바마 정부는 집권 2기를 맞아 자신의 ‘태평양으로의 선회’(pivot to the Pacific) 노선을 다시 한 번 확고히 천명한 상태다. 오바마 정부의 아시아·태평양 중시 전략은, 지정학적인 측면에서 서아시아의 석유달러 환류보다 동아시아의 수출달러 환류의 전략적 중요성이 제고됨에 따라 동아시아에 대한 미국의 재관여·재균형 정책으로 구체화되고 있다. 오바마 정부의 아시아·태평양 중시 전략은 특히 미국의 경제위기와 밀접히 연관된다. 오바마 정부는 무역적자 및 대외부채 축소를 목표로 국가수출확대정책(NEI)과 같은 수출장려 정책과 무역흑자국에 대한 환율절상 압력, 그리고 TPP와 같은 다자 지역무역협정을 강조하고 있다. 이중에서 다자 지역무역협정은 아시아‧태평양지역 국가들에 대한 경제협력 강화와 더불어 역내에서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기 위한 통상압력 강화라는 이중적 목적을 지니고 있다. 수출달러 환류라는 경제적 이해를 공유하면서도 동아시아에서 자국의 헤게모니를 강화하려는 미중 양국 간 갈등을 배경으로, 한미일 군사동맹 재편·강화, 중일 영토분쟁,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제고 등 정치·군사적 분쟁이 복합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현재 오바마 정부는 2013년 APEC에서 TPP 협상 타결을 목표로 삼고 있는데, 진정한 ‘아시아·태평양 경제공동체’의 완성을 위해서는 일본과 한국이 TPP에 참여하는 것이 결정적이기 때문에 일본 아베 정부에 이어 한국 박근혜 정부에 TPP 참여를 강력 권유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시되고 있다. 과거 한미 FTA가 노무현 정부 시절 한미동맹 현대화의 맥락에서 추진되고 이명박 정부 시절 천안함·연평도 사태를 계기로 최종 타결되었음을 상기할 때, 최근 ‘북핵 문제’와 연계해 미국이 조만간 박근혜 정부에 TPP 참여를 강력 권유할 것으로 예상된다. 무기력에 빠진 사회운동 그러나 한미 FTA 국회 비준 및 발효 이후 정부의 FTA 글로벌 네트워크 전략에 대한 사회운동의 대응은 거의 전무한 상태다. 현재 한미FTA저지범국민운동본부(이하 범국본) 소속 단체들의 경우 농산물 개방으로 피해가 예상되는 농민 부문을 제외하고 뚜렷한 흐름이 없다. 2011년 11월 한미 FTA 국회 비준 이후 2012년 3월 발효 시기까지 범국본은 ‘날치기 한나라당/새누리당’ 규탄을 기조로 야권과 공조하여 촛불집회 등을 개최했다. 또 2012년 4월 미국에서 6년 만에 광우병이 발생하자 5월 초 ‘광우병 쇠고기’를 쟁점으로 삼아 대중시위를 개최하였으나 2008년과 같은 파고를 그리지는 못했다. 범국본은 2012년 5월 한중 FTA 협상 개시 선언 이후에는 ‘한중 FTA 저지’를 범국본 의제에 포함하고, 이후 농민단체를 중심으로 중국산 농산품 개방에 대응했다. 그러나 한미 FTA 비준 이후 대중 동력이 소진되고, 또 총선에서 야권연대가 패배함에 따라 ‘폐기와 재협상’을 기조로 하는 범국본의 대응 논리도 난관에 봉착했다. 현재 범국본은 예년의 기조를 이어가면서, ▲한미 FTA 발효 1년 여론 환기 사업 ▲한중 FTA 협상 모니터링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 동향 대응 ▲론스타 ISD 제소 대응 등을 주요 과제로 설정한 상태다. 그런데 정부가 ‘FTA 글로벌 네트워크’를 계속해서 추진하는 상황에서 개별 FTA에 일일이, 부문별 피해를 종합하는 방식으로 대응하는 것은 한계가 자명하다. 동시다발적으로 FTA가 추진되는 상황에서, 물리적인 힘도 부족할뿐더러, 국가 간 통상 문제를 넘어선 FTA 글로벌 네트워크의 효과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의 FTA 추진 전략이 단순한 국가 간 통상 문제로 국한되지 않는다면, 특히 미국이 경제위기에 대한 ‘플랜 B’로 추진하는 ‘태평양으로의 선회’에 주목하면서, 한미 FTA에 후속하는 TPP에 대한 대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한미동맹 기조 하에서 전개될 박근혜 정부의 통상·안보 정책을 비판하면서 동아시아 역내 자유무역협정 추진과 군사적 긴장 고조에 대한 사회운동의 대안을 동시에 제기할 수 있어야 한다. 사회운동,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첫째, 최근 한중일 FTA,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협상이 개시된 것을 비롯하여 정부의 ‘FTA 글로벌 네트워크 전략’이 계속해서 추진되고 있으므로 범국본은 의제를 확대해서 FTA에 포괄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범국본은 한미 FTA, 한EU FTA, 한중 FTA 등 주요 FTA가 쟁점화되는 시기에 개별 FTA 대응을 중심으로 활동을 전개했다. 특히 정부의 글로벌 FTA 전략의 중핵을 이루는 한미 FTA 체결 저지를 중심에 두고 활동했다. 그런데 한미 FTA 발효 이후 FTA에 대한 비판 여론과 투쟁 동력이 사그라지면서 정부의 글로벌 FTA 전략도 별 다른 저항 없이 추진되고 있다. 이후 범국본은 개별 FTA 대응을 넘어 정부의 FTA 글로벌 네트워크 전략 전반에 대한 대응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둘째, 자유무역협정에 대한 근본적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그동안 FTA에 대한 찬반 논거는 주로 ‘국익’(무역 이익/손실)이나 부문별 이해득실(피해부문 보상대책)에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FTA는 단지 무역자유화뿐만 아니라 금융자유화와 자본의 소유권을 강화하는 법·제도 개혁을 수반한다. FTA에서 단적으로 드러나는,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따른 민족국가의 변형을 ‘새로운 입헌주의’(new constitutionalism)라고 칭하기도 한다. 기존의 입헌주의가 ‘인간·시민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통치와 공동체의 모든 생활이 헌법에 따라서 영위되어야 한다는 정치원리’를 의미했다면 현재는 헌법·법률이 보장해야 될 대상이 인간·시민이 아니라 자본의 권리이기 때문이다. 이는 미국식 소유권/제도 개념의 일반화를 의미한다. 이런 점에서 FTA 체결·발효에 따른 법·제도 변화에 대한 분석과 비판을 이어나가는 것이 일단 중요하다. 나아가 FTA가 기초하고 있는 비교우위론에 대한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무역에서 ‘불평등교환’이 발생하는 것은 (경제외적 요소를 제외한다면) 국가 간 기술력·생산력 격차에 따라 부등가교환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기술력이나 생산력이 떨어지는 나라는 결국 노동자의 저임금을 바탕으로 수출경쟁력을 높이려고 시도한다. 그 결과 노동자들은 출혈적인 저임금 경쟁, 즉 ‘바닥을 향한 경주’를 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무역에서 부등가교환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기술력이 낮은 국가의 임금 상승을 통해 기술혁신을 추동해야 한다. 저임금 경쟁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국제 노동기준을 상승시키기 위한 노동자 국제연대가 필수적이다. 셋째, 반전평화 운동과의 조직적 연대가 절실하다. FTA는 단순한 외교·통상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군사적 차원의 문제와 긴밀히 연관된다. 한미 FTA는 한미동맹 현대화라는 맥락에서 노무현 정부에서 처음 제기되었고 또 천안함·연평도 사태를 계기로 이명박 정부에서 재협상과 최종 타결이 급물살을 타게 되었다. 현재 일본의 TPP 참여도 센카쿠열도/댜오위다오 영토 분쟁과 맞물려 미일동맹 강화 맥락에서 제기되고 있다. 5월로 예정된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를 전후로 한국의 TPP 참여를 둘러싼 쟁점이 불거질 것으로 예상되는 바, 사회운동은 의식적으로 반전평화 운동과 연계를 강화하면서 힘을 모아야 한다.
3월 13일 평가토론회 토론1 한미FTA 발효 1년, 새로운 통상전략의 모색 / 정태인(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원장) 토론2 농업 피해와 쇠고기 추가 개방 논란 / 박상표(건강과대안 연구위원·수의사) 토론3 보건의료 개방 및 공공부문의 자발적 민영화 / 우석균(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 토론4 한미FTA는 한국의 법령을 어떻게 바꾸었나? / 김종보(민변 외교통상위원회 변호사) 토론5 ISD 재협상 논란 / 납희섭 (사단법인 오픈넷 상임이사·변리사) 3월 15일 국회토론회 발제1 한미FTA 발효 1년 총괄평가 / 이해영(한신대학교 교수) 발제2 한미FTA발효 실적과 전망 / 백 일(울산과학대학교 교수) 농업부문토론 / 장경호(건국대학교 겸임교수) 노동부문토론 / 이창근(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정책국장) 식품안전과 먹거리 / 김대훈(아이쿱소비자활동연합회 대협팀장) 각종 FTA에 대한 시민사회 대응 / 안지중(한미FTA저지범국본 공동집행위원장)
바람직한 방송통신위원회 개편 방향 ○ 일시 : 2013년 1월 28일(월) 오전 10시 ○ 장소 : 국회 의원회관 제1세미나실 ○ 주최 : 언론개혁시민연대, 민주통합당 언론대책위원회 [발제] 1. 방송통신 업무관련 정부조직 개편의 문제점과 대응 방안 : 김경환 상지대 교수 2. 정부개편 방향에 대한 진단과 제언 : 조준상 공공미디어연구소 소장
정세보고서(2013-1) 발간일: 2013.2.25 박근혜 정부 전망과 사회운동의 과제 작성: 류주형(정책위원장) - 요 약- ∙ 헌정 이후 최초의 여성 대통령, 개헌 이후 최초의 과반 득표 대통령 등의 수식어 속에 이명박 정부를 계승하는 박근혜 정부가 출범했다. 세계적 경제위기, 사회저변의 통합력 해체, 대외 환경 불안이라는 조건 속에서 출범한 새 정부는, ‘국민행복, 희망의 새 시대’라는 국정비전과 함께 일자리 중심의 창조경제, 맞춤형 고용․복지, 창의교육과 문화가 있는 삶, 안전과 통합의 사회, 행복한 통일시대의 기반구축 등의 국정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 30%의 고정 지지층에 중도층 일부를 흡수하여 집권에 성공한 박근혜 정부는 임기 후반기까지 유지되는 여대야소 환경 속에 비교적 안정적으로 정국을 운영할 것으로 예상된다. 강력한 억압적 국가기구, 우호적인 언론 환경, 관료주도의 행정(‘약속대통령’) 등이 이를 뒷받침하는 조건이다. 이런 가운데 박근혜 정부는 ‘국민대통합’이라는 이름으로 일정한 개혁조치를 가미하며 이명박 정부 시기 ‘민생위기’로 인한 대중적 불만을 적절히 상쇄할 것(‘민생대통령’)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법질서 바로세우기’나 ‘4대악(성폭력·학교폭력·가정파괴범·불량식품) 척결’, ‘흔들림 없는 안보’ 등 보수주의를 바탕으로 하는 박근혜 정부의 위기관리 전략은 기본적으로 조직-노동에 대한 배제를 전제로 하는 것이다. ∙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시기 대내외적 위기관리 전략으로서 ‘경제 민주화론’과 ‘동북아 균형론’을 공약했다. 이는 경제위기라는 제약 속에서 경제성장과 사회통합의 조화를, 미중갈등 속에서 지정학적·지경학적 이해관계의 균형을 추구해야 하는 정부의 딜레마를 표현한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세계 경제위기의 장기 심화라는 조건 속에서 수출-재벌 중심의 세계화와 한미동맹 우위의 대외정책에 종속된 박근혜 정부의 위기관리 전략은 이내 모순을 드러낼 것이다. ∙ 하지만 박근혜 정부 정책의 모순이 자동적으로 정치적 변화를 가져오지는 않을 것이다. 짧게는 이명박 정부 시기, 길게는 1997-98년 이후 신자유주의와 경제위기에 맞서 정치적·조직적 대안을 구체화하는 데 실패한 사회운동의 위기가 가장 결정적인 이유일 것이다. 2012년을 경과하며 극적인 해체와 분열을 경험한 사회운동은 세계 경제위기의 지속·심화와 박근혜 정부의 등장으로 인해 중대한 도전에 직면하였다. 사회운동은 경제위기와 박근혜 정부의 위기관리 정책에 대한 비판과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나아가 무너진 이념과 노선을 다시 수립하면서 대중운동의 토대를 재구축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사회진보연대 정책위원회
박근혜 정부의 출범에 부쳐 헌정 이후 최초의 여성 대통령, 개헌 이후 최초의 과반 득표 대통령 등의 수식어 속에 이명박 정부를 계승하는 박근혜 정부가 출범했다. 세계적 경제위기, 사회저변의 통합력 해체, 동북아 정세 불안이라는 조건 속에서 출범한 새 정부는, ‘지속가능한 발전과 사회대통합’을 위해 국정운영 기조를 전환하겠다고 선언했다. 정부는 ‘국민행복, 희망의 새 시대’라는 국정비전에 따라 일자리 중심의 창조경제, 맞춤형 고용·복지, 창의교육과 문화가 있는 삶, 안전과 통합의 사회, 행복한 통일시대의 기반구축 등의 국정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이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아무래도 ‘일자리 중심의 창조경제’론이다. 이는 박근혜 정부 출범의 일등공신이라 할 만한 ‘경제 민주화’ 공약 중 경제정책에 해당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진1%]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론 창조경제론은 ▲창조경제 생태계 조성 ▲일자리 창출을 위한 성장동력 강화 ▲중소기업의 창조경제 주역화 ▲창의와 혁신을 통한 과학기술 발전 ▲원칙이 바로선 시장경제 질서 확립 ▲성장을 뒷받침하는 경제 운영 등의 전략으로 구성되어 있다. 인수위는 한국경제가 ‘산업화의 결과 그 규모가 선진국 수준으로 커졌으나 개인의 삶의 질이 경시되어 국민의 행복수준은 낮은 상황’으로 분석한다. 따라서 경제성장 모델을 ‘국가 전체의 총량적 성장에서 국민 중심의 성장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좀 더 자세히 살피면 ▲선진국 추격형 성장 방식에서 세계시장 선도형 성장으로 ▲노동 자본 등 투입 중심의 양적 성장에서 생산성 중심의 질적 발전으로 ▲수출-내수산업, 제조업-서비스업, 대기업-중소기업의 불균형 성장에서 취약부문 생산성 제고를 통한 부문 간 균형 성장으로 ▲원칙이 무너진 자본주의에서 원칙이 바로 선 자본주의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서 알 수 있듯이, ‘일자리 중심의 창조경제론’은 기존의 수출-재벌 중심 성장전략의 일정한 조정을 전제로 한다. 그러나 수출-재벌 중심의 세계화를 통해 성장한 한국경제가 종종 내수·수출 균형성장으로 표현되는 내수-중소기업 중심의 성장전략을 추구할 정책적 여지는 대단히 좁다. 제조업 중심의 성장 모델 전환? 사실 내수·수출 균형성장은 한국경제의 사활적 과제다.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듯이 한국경제는 높은 무역의존도와 취약한 내수로 말미암아 외부적 요인에 취약하다(2010년 102%, 2011년 110%에 달하는 한국의 무역의존도는 G20 중 1위인 반면 내수는 17위 수준이다). 단적으로, 최근 경제성장률 하락은 세계 경제위기로 수출이 부진에 빠진 상황에서 내수마저 버팀목이 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경제학자들의 중론이다. 그런데 내수·수출 균형성장은 흔히 오해하듯이 단순히 내수 비중의 확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수출의 고부가가치화를 통해 소득유발 효과를 높여 수출과 내수 간의 선순환 구조를 형성하자는 것이다. 즉 수출호조→소득확대→소비진작→투자확대의 선순환 말이다. 이는 제조업 중심 수출 구조를 탈피하여 서비스업을 선진화하자는 논리로 연결된다. 한국경제는 1990년대 이후 서비스업의 비중이 상승하는 가운데 소득불균형이 확대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제조업 성장에 따른 고용파급 효과가 과거에 비해 둔화하면서 서비스업에서 고용이 확대되고는 있지만, 서비스업이 제조업 대비 노동생산성이 낮고, 서비스업 내 업종간 현저한 노동생산성 및 임금 격차 등이 지속되고 있는 데 기인한 것이다. 따라서 향후 소득분배 개선을 위해서는 서비스시장 개방을 통한 자본투자 확대,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사업성 및 기술평가 위주의 금융활성화 등의 조치를 통한 노동생산성 향상이 필수적이라는 논리다. 이처럼 서비스산업 선진화는 외국인투자 유치를 근간으로 한다는 점에서 곧 FTA와 같은 금융·서비스개방 전략과 긴밀히 연관된다. 아울러 수익성 있는 네트워크산업이나 보건의료와 같은 사회서비스를 ‘신성장동력’으로 간주하며 민영화를 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서비스산업 내부의 위계화는 고용형태의 변화를 초래하여 파트타임, 기간제, 교대제, 임시직 등 불안전 고용의 증가를 초래할 것이다. 수출 중심의 성장 모델 전환? 궁극적으로 ‘소득확대-소비증가-고용창출-인적자본축적-지속성장-소득확대’의 선순환으로 이어지는 내수·수출 균형성장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가계소득의 증대가 필수 요건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990년 이후 한국의 가계소득은 국민총소득(GNI)에 비해 상대적으로 증가세가 뚜렷하게 둔화된 반면 기업소득은 GNI보다 높은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즉, 임금 증가율이 기업영업이익 증가율보다 낮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1997-98년 위기 이후 한국경제의 성장을 주도한 수출·제조업의 고용흡수력이 낮은 데 주로 기인한 것이다. 또한 도소매, 음식숙박 등 소규모 자영업의 구조적 침체로 이들의 영업이익이 낮은 증가에 그치는 데다 가계부채의 증가로 지급이자가 늘어나 순이자소득(수취이자-지급이자)이 감소한 것도 주요한 요인이다. 따라서 가계소득 증가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양질의 고용과 임금분배율의 개선이 필요하다. 그런데 한국경제는 평가절하(고환율)와 함께 저임금을 수출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주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삼성전자·현대기아차와 같은 재벌을 정점으로 수직적으로 위계화된 하청계열구조 속에서 저임금·장시간·고강도 노동이 구조화되어 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정부는 정리해고·비정규직과 같은 노동유연화 법·제도와 손배가압류·타임오프·복수노조창구단일화와 같은 노조탄압 법·제도를 강력히 밀어붙였다. 더욱이 한국경제는 김대중-노무현-이명박 정부를 거치며 ‘FTA 글로벌 네트워크’를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 FTA 전략은 박근혜 정부에서도 계속 추진될 것이다. 무역과 투자의 자유화를 근간으로 하는 FTA는 각국 노동자들의 ‘바닥을 향한 저임금 경쟁’을 부추기는 경향이 있다. 게다가 경제위기 시기 선진국의 완화적 통화정책에 따라 환율이 하락하여 수출경쟁력이 악화하고 선진국 경제위기로 중기적으로도 수출 전망이 불투명해진 상황에서 수출-재벌이 가격경쟁력과 직결되는 임금비용 상승을 순순히 용인할리는 만무하다. 특히 경제가 계속 악화하는 상황에서 정부는 국내총생산(GDP)의 1/4 이상을 담당하는 삼성전자·현대차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결국 창조경제론의 주요 항목으로 제기된 ‘중소기업의 창조경제 주역화’나 ‘원칙이 바로선 시장경제 질서 확립’ 정책의 경우 극히 일부 상징적 조치에 국한될 것이 분명하다. 무엇보다 눈여겨봐야 할 점은 박근혜 정부가 ‘고용률 제고를 위한 유연안전성’과 ‘민주노총 배제’를 기조로 하는 이명박 정부의 노동정책을 그대로 계승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박근혜 정부는 대자본의 지원을 등에 업고 강력한 군검경을 앞세워 ‘불법 투쟁 엄단’을 주문처럼 읊조리면서 민주노조 운동을 공격할 것이다. 노동자 단결 없이 변화도 없다 박근혜 정부는 작년 경제위기와 민생위기라는 조건에서 정권 재창출을 위해 재벌개혁과 복지강화와 같은 ‘경제 민주화’를 공약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살펴보았듯이 박근혜 정부의 ‘경제 민주화’는 한낱 공문구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세계 경제위기의 장기 심화라는 조건 속에서 수출-재벌 중심의 세계화에 종속된 박근혜 정부의 위기관리 전략은 이내 모순을 드러낼 것이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 정책의 모순이 자동적으로 정치적 변화를 가져오지는 않을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위기관리 전략은 기본적으로 조직-노동에 대한 배제를 전제로 하는 것인데, 현재 민주노조 운동의 실력과 기세가 땅바닥에 떨어져 있어 제대로 된 저항과 투쟁을 펼치기 어렵기 때문이다. 다시,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한다. 경제위기 하에서 더욱 견고해지는 수출-재벌 체제, 즉 원하청체계 하 저임금·장시간·고강도 노동의 악순환을 바꿔내기 위해서, 민주노조 운동은 연대임금·연대고용 등 노동자 단결과 미조직·비정규직 조직화를 위해 온 힘을 쏟아야 한다. 이것이 이내 모순을 드러낼 박근혜 정부에 맞서 싸우기 위한 노동자 운동의 기본 과제이다. (이 기사는 정세보고서, 「박근혜 정부 전망과 사회운동의 과제」(2013.2.25.) 일부를 요약, 재구성한 것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보고서를 참고하세요.)
쌍용차 국정조사는 쌍용차를 살리는 길
발제1 금속노조 3대 현안과 투쟁과제------------------------3p - 양동규(금속노조 부위원장) 발제2 현 ‘비상시국’의 진단과 노동자 죽음의 의미---------21p - 권영숙(서울대, 민교협 공동노동위원장) 발제3 긴급 노동현안에 대한 제도적 ․ 법적 검토-----------29p - 권영국(변호사, 민변 노동위원장) 토론1 최근 노동자 자살과 박근혜 당선자의 노동정책의 허점---------------------------------------77p - 김성희(고려대, 민교협 공동노동위원장) 토론2 비상시국, 투쟁에서 다시 시작하자!------------------93p - 김혜진(비정규직없는세상만들기 네트워크 집행위원) 토론3 더 이상 죽이지 마라 비상시국 토론문--------------97p - 주제준(민중의힘 정책팀장, 한국진보연대 정책위원장) 토론4 정리해고, 비정규직, 노조파괴에 대한 대응 방안---100p - 김한기(경실련 경제정책팀 국장) 토론5 시국토론회 토론문------------------------------------102p - 김미정(민주노총 정책기획실장)
낙담이 아니라, 진지한 반성과 각오가 필요하다 박근혜 정부의 탄생 18대 대선에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51.6%의 득표율로 당선되었다. 헌정 사상 최초의 과반대통령, 최초의 여성대통령, 최초의 부녀 대통령 등 많은 수식어가 붙었다. 양 후보의 정책 차별성이 크게 부각되지 않았고, 게다가 선거 막바지에 이를수록 이른바 3대 의혹(NLL 대화록, 국정원 여직원 댓글 의혹, 댓글 알바 의혹)에 대한 네거티브 공세가 강화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잠정 투표율은 2000년대 들어 가장 높은 75.8%를 기록했다. [표1] 역대 대선 투표율 및 후보 지지율 네거티브 공방 역시 과거에 비해서는 그 파급력이 약해 투표 의지를 상실할 정도의 환멸로 이어지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이고, 안철수 현상으로 상징되는 새로운 정치에 대한 기대감 역시 투표율에 일정 반영되었을 것이다. 무엇보다 대선이 양자대결 구도로 압축, 양 진영 간 총력전 양상으로 전개되면서 특히 보수 유권자층의 위기감을 불러일으킨 것이 큰 원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번 대선은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1:1 구도로 치러진 첫 대선이었다. 새누리당은 일찌감치 이인제, 이회창 등을 포괄하는 보수연합을 창출해, 1997년 이인제·김종필, 2002년 정몽준과 같은 이탈을 차단했다. 야권도 심상정 예비후보가 등록을 포기하고 안철수, 이정희 후보가 모두 사퇴함에 따라 민주통합당 주도의 민주연합을 완성했다. 양 진영의 역량을 최고조로 집중시킨 총력전에서 MB 심판론이 패배한 것이다. 대선과 동시에 치러진 총 26개 재보궐선거에서도 민주세력은 완패했다. 경남도지사, 서울시교육감 선거에서 패배했고, 기초단체장 선거 3곳(인천 중구청장, 광주 동구청장, 경북 경산시장) 중 2곳에서 보수세력이 승리했다. 광역의원 2곳도 모두 새누리당이 승리했고, 기초의원 선거 19곳에서는 새누리당 9곳, 민주당 6곳, 통합진보당 2곳, 무소속 2곳에서 각각 당선되었다. 그야말로 보수세력의 대승이다. MB 심판론의 패배, 참여정부 심판론의 승리 대선 기간 내내 문재인 후보는 이명박 정부 시기 확대된 양극화와 권위주의적 정치를 비판했고, 이에 박근혜 후보는 노무현 정부의 경제적 무능과 아마추어 정치를 반복해선 안 된다며 대응했다. 가령 문재인이 반값등록금 시행을 미룬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를 비판하면, 박근혜는 김대중노무현 정부 기간에 등록금이 폭등했다고 반박했다. 양 진영 모두 집권 기간 동안 실패했다는 점을 드러내는 제살 깎아먹기식 책임전가 논쟁이었다. 사실 모든 국민들은 지난 10여 년 간 집권세력이 달라지더라도 민중들의 삶의 조건은 꾸준히 악화되어왔다는 점을 체감하고 있었다. 따라서 노무현 정부든 이명박 정부든 그 자체로 긍정할 수 없고, 양 진영 모두 정통성을 계승한다는 것만으로는 이번 대선에서 결코 승리할 수 없었다. 이 때문에 양 진영은 과거 집권 시절의 경험으로부터 일정한 단절과 쇄신을 꾀해왔다. 박근혜는 당명개정과 좌클릭을 시도해서 ‘이명박근혜’라는 공격으로부터 일정하게 벗어나고자 했고, 문재인은 안철수와의 새정치 선언과 친노동행보 등을 계기로 노무현 정부의 과오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신호를 보냈다. 그러나 문재인은 안철수와의 단일화 이벤트의 흥행을 이뤄내지 못했고 그 결과 안철수 사퇴 후 늘어난 15-20% 정도의 중도층을 모두 흡수하지 못했다. 또 노동운동의 침체상황에서 친노동행보는 ‘관리’의 차원이었지 효과적인 득표전략은 아니었다. 여전히 문재인은 노무현의 적통이라는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했고, 참여정부의 과오를 반복하지 말자는 박근혜의 공격을 넘어설 수 없었다. 반면, 박근혜는 경제민주화 등 핵심 정책에서 일정한 후퇴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중산층 확대, 복지, 정치개혁 등에 있어 이명박 정부와의 차별화에 성공했다. 이에 따라 이명박 정부의 과오로부터 거리를 둔 상태에서, ‘준비된 변화냐 무책임한 변화냐’라는 쟁점을 형성했다. 또 아버지 박정희의 ‘잘 살아보세’성장 신화를 등에 업고, 경제위기 극복을 염원하는 국민적 열망을 자신에 대한 지지로 이끌어냈다. 그 결과 경제위기 상황에서 ‘현직의 위기’를 돌파하는 예외적 성과를 얻었다. 민주세력의 무능의 결과 이번 대선 결과를 두고 세대구성의 변화를 주요 원인으로 지적하는 경우가 많다. 20-30대는 줄어들고 50-60대는 증가했지만, 연령대별 지지 성향은 바뀌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한 매 선거 때마다 그렇듯 여전히 높은 지역주의의 벽도 원인으로 지적된다. 보수후보가 수도권에서 대패하지 않는 한 무조건 유리하다는 것이다. 대구경북(유권자의 10.3%)과 광주전남전북(10.2%) 득표가 상쇄되면, 결국 부산울산경남(15.8%), 충청(10%), 강원(3%), 수도권(49%)에서 승부가 나게 되어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대구성의 변화나 여전히 강고한 지역주의만으로 MB 심판론의 패배, 참여정부 심판론의 승리, 박정희 시절 경제성장 향수를 설명하기는 어렵다. 사실 박근혜에 62.5%의 지지(출구조사)를 보낸 50대 유권자 층은 10년 전 노무현 지지자의 상당수를 차지한다. 그리고 민주통합당은 충북, 강원, 제주, 경기, 인천에서 모두 패배했고, 그나마 승리한 서울지역에서도 득표율 격차는 3.2%포인트 차로 매우 적었다. 중요하게 평가해야할 점은 민주세력의 무능이다. 이명박 정부는 수출재벌 중심의 세계화와 이를 뒷받침하는 노동유연화 전략을 추진하면서 재벌대기업으로의 부의 집중을 심화시켰고, 권위주의적 통치방식으로 일관했다. 그 결과 고용이 불안해지고, 임금과 노동조건이 악화되면서 대중적 불만은 누적되어왔다. 이는 어떻게 보면 야권에 기본적으로 유리한 환경을 조성했다. 17대 대선 패배 이후 정치적 영향력을 상실했던 친노계 정치인들은 노무현의 죽음을 계기로 일거에 정치력을 회복했고, 이명박 정부에 대한 대중적 불만에 힘입어 6.2 지방선거, 2011년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에서 일정한 성과를 얻었다. 하지만 이들은 한미 FTA, 제주해군기지 등을 놓고 자신들의 집권 경험에 대한 뚜렷한 반성이 없는 상태에서 모순적인 입장을 남발했다. 수출재벌 중심의 세계화와 한미동맹 문제를 건드리지 않고 이명박 정부만 비판하려는 이들의 전략은 노무현 정부의 경제적 무능과 아마추어 정치에 대한 우려를 씻어내기엔 역부족이었다. 즉, 이들은 대안세력으로 부상하는데 실패한 것이다. 실제로 2011년 민주당 지지율은 몇몇 짧은 기간을 제외하면 항상 한나라당에 비해 열세였고 손학규, 유시민, 문재인 등 유력 야권주자들의 지지율을 다 합쳐도 박근혜의 지지율보다 낮았다. 이 때문에 안철수 후보와의 단일화만이 대선 승리를 위한 유일한 카드로 사고되었다. 선거운동 기간에도 문재인은 내용없이 ‘정권교체’만 반복적으로 주장하면서 자신의 공약조차 구체적으로 전달하지 못했다. 가령, 이번 대선에서 박근혜에 높은 지지율을 보인 50대 베이비부머 세대의 경우 은퇴 후 자산과 소득에 대한 실리적이고 전망적인 투표를 했다고 볼 수 있다. 양측 모두 근본적인 사회변화를 추구하지 않는다고 할 때, 정년 연장, 하우스푸어 대책, 주택연금 가입연령 하향 조정 등 이들의 노후불안을 타겟팅한 세부정책에 호소하는 새누리당의 전략이 보다 주효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무능한 민주세력을 뒤쫓은 민중운동 2008년 분당 이후 민주노동당 당권을 장악한 세력은 반MB 야권연대를 내세우며 무능한 민주세력의 뒤를 쫓았다. 이들은 민주세력의 모순적 입장을 사실상 용인하면서 2012 총대선에서 일정한 의석과 지분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주류화의 길에 나섰다. 이를 위해 구 집권세력인 국민참여당과 통합하고 동시에 민주당과의 야권연대를 강화하고자 했다. 통합진보당은 반MB 야권연대에 헌신하기 위해 민주당보다 더 과격하고 원색적인 MB 비난을 자신의 역할로 상정한 듯 했다. 대선 TV 토론에서 문재인과 이정희의 역할분담은, 지난 시기 민주노동당, 통합진보당이 야권연대 내 좌파로서 할당받은 역할이 무엇이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무원칙한 야권연대를 비판하면서 출마한 김소연 후보와 김순자 후보는 민중운동의 독자적이고 통일적인 대응을 모색하던 여러 세력을 폭넓게 규합하지 못한 채 민중운동 내 하나의 정파로서 개별 대응했다. 양 세력은 민중운동 전반의 우경화와 분열을 극복하는데 기여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대안적 이념, 사회적 영향력 측면에서 실력을 갖추지 못했다. 그 결과 김소연 후보는 0.1%(16,687표), 김순자 후보는 0.2%(46,017표)의 표를 얻는데 그쳤다. 민중운동은 야권연대의 자장 안으로 급속히 휩쓸려 들어갔다. 민중운동이 자신의 핵심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투쟁을 전개하기 보다는, 야권이 설정한 의제를 중심으로 한 집회에 대중조직을 동원하는 행태가 반복되었다. 그 결과 총대선을 경과하면서 민주노총 주요 산별조직들은 자기 이해에 따라 실용적으로 야권 후보와의 협약에 매진했고, 민주노총은 이를 사실상 용인하면서 아무런 대선방침도 투쟁계획도 제시하지 못했다. 민주노총이 11월 28일 발표한 대선시기 ‘민주노총 조합원 3대 대중운동 지침’은 △반드시 투표하기 △미조직 비정규 노동자 투표참여 보장 운동 △좋은 영화보기, 투표참여 SNS 전파 운동이었다. 지난 5년 간 민중운동은 이명박 비판에 성공하였나 지난 시기 민중운동은 스스로의 이념적 정체성을 상실해왔다. 자연스레 지배세력에 대한 정세적이고 근본적인 비판을 하는데도 한계를 보였다. ‘MB 쥐새끼’같은 풍자, 경제민주화에 노동의제를 하나둘 끼워 넣는데 급급한 실용주의가 근본적 비판을 대체해버렸다. 압도적 득표차로 당선된 이명박 대통령을 ‘독재정부’라고 부르면서 자족적 비난에 머물렀다. 이번 대선에서도 박근혜가 박정희와 다른 점이 무엇인지, 이명박 정부와 달리 쇄신된 것이 무엇인지, 그것을 어떻게 비판할지에 대한 논점은 박근혜를 ‘유신의 딸’, ‘공주’라고 부르는 것으로 대체되었다. 이처럼 객관적 현실로부터 거리가 있고 설득력이 부족한 과격 비난과 악마화는 대중운동의 확대보다는 기존 지지층 내부의 자기위안의 의미가 강했고 따라서 대중적 기반을 넓힐 수 있는 요소가 아니었다. 그런 점에서 올 대선 이명박 정부가 대중적으로 심판받지 못한 점에 대해 민중운동 스스로 성찰하고 반성해야 할 부분이 많다. 민중운동이 독자적 이념에 기반을 두고 비판과 투쟁을 전개하지 못하는 한 자신의 저변을 확대할 수 없고, 나아가 대안세력으로 부상하는 것은 요원하다. 기껏해야 민주세력 내 좌파로 자리매김 될 뿐이다. 낙담보다는 반성이 필요한 때다. 박근혜 정부의 성격과 향후 전망 박근혜 정부는 무엇보다 직선제 도입 이래 최초의 과반대통령이라는 점에서 형식적 대표성이 매우 크다. 게다가 국회도 여대야소 상황이다. 반면, 민주당 내에서는 친노 책임론이 불거질 수밖에 없고 안철수의 신당 창당과 맞물린 이합집산의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인수위는 물론, 박근혜 정부 초기 국정운영은 상당히 안정적일 것이다. 외교 정책에서는 이명박 정부의 FTA 글로벌 네트워크 전략이 지속될 것이다. 박근혜는 한미 FTA 재협상 가능성은 열어두면서도, ISD의 경우 해외에 투자하는 “우리 기업들의 투자를 보호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대선 뒤로 미뤄뒀던 KTX 민영화, 송도 영리병원 설립 등 민영화 공세도 강행될 것이다. 국방 정책 역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과 제주해군기지 건설 등 한미동맹의 현대화가 예정대로 추진될 것이다. 대북 정책에서도 박근혜는 ‘신뢰 프로세스’를 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기 때문에, 북한의 비핵화 사전조치 등을 강조해온 이명박 정부의 기조가 유지될 것이다. 이상과 같이 큰 틀에서 이명박 정부의 기조를 계승하겠지만, 세부적으로 보면 위기관리 전략이 한층 강화되는 변화도 나타날 것이다. 박근혜는 이명박이 747 공약(연간 7% 성장, 국민소득 4만 달러, 세계 7대 강국 도약)을 내세웠던 것과 달리 성장률 목표치를 제시하지 않고 당선되었다. 성장보다는 위기극복과 중산층 복원을 내세웠고, 이를 위해 임기 내에 고용률을 70%까지 높이겠다고 밝혔다. 재정건전성과 기업경쟁력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정부지원, 중소기업과 영세자영업자 지원, 복지 확대가 상징적인 수준에서 이루어질 것이다. 이런 점에서 박근혜 정부의 성격은 경제위기와 양극화에 따라 대중적 불만이 누적된 상황에서, 이명박 정부가 후반부에 내걸 수밖에 없었던 ‘공정사회’론과 총대선 국면에서 여야가 공히 제기한 경제민주화-복지국가론에 대한 일정한 수용에 기초해있다. 즉, ‘저성장시대 위기관리’가 올 대선을 거치며 형성된 지배세력 내 컨센서스라 볼 수 있을 것이다. 참고로, 지난 11월 21일 새누리당 싱크탱크인 여의도 연구소가 주최한 토론회 기조발제문은 세계경제가 “2008년 이전의 활력을 회복하는 데에는 적어도 3-4년은 걸릴 것”이라는 점을 전제로, 이런 조건에서 보수는 성장, 진보는 분배를 주장하는 “분열적인 상황을 극복”할 것을 주장한다. 다만, “분출하는 분배와 복지를 모두 수용하기에는 버거운 저성장시대”이므로 공공부문과 사회서비스 분야 일자리 창출에서 정부의 적극적 역할, 선별적 복지의 확대, 양극화의 완화 및 개선 등이 현실적 과제로 제시된다. 다만, 이러한 정책과제는 금융의 건전성 감독 강화, 적정 자본규제, 고용친화형 경제정책, 부동산가격 안정을 포함한 물가안정, 재정건전성 확보 등 거시안정화 정책에 종속된다.(안국신, 「기로에 선 한국경제, 어떻게 할/볼 것인가?」) 그런데 미국, 유럽 경제가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중국 성장세도 둔화된 상황에서 한국 경제는 이미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일례로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를 제외하면 코스피가 15% 넘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전체적으로는 6.6% 하락) 세계 경제 침체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미국이나 유럽에서 위기가 심화할 경우,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는 언제든 위기에 처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경제위기 상황에서 거시안정화에 종속된 일정한 분배정책은 언제든 다시 역행할 수 있다. 이처럼 박근혜 정부의 위기관리 전략이 가진 모순으로 인해 대중의 불만은 언제든 여러 형태로 다시 분출할 수 있다. 노동자 민중운동은 박근혜 정부에 대한 정세적이고 근본적인 비판과 투쟁을 전개하기 위한 태세를 갖춰야 한다. 박근혜 정부에 맞서 싸우기 위한 태세를 갖추자 2012년 한 해 동안 진보정당의 우경화, 대중운동의 분할과 무기력이 지속되어온 결과 현재 민중운동은 매우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다. 박근혜 당선 직후 안타까운 일들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듯 이 어려움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넘어서야 할지 막막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시간이 우리를 기다려주지는 않는다. 박근혜는 인수위와 정부 초기 일정한 개혁조치를 단행할 것이고, 이는 양극화 완화, 중산층 복원, 정치개혁 등 이명박 정부와의 차별성을 강조하는 상징적 조치일 가능성이 높다. 이는 문재인에 투표한 48% 국민과의 대통합 분위기를 조성하는 한편, 조직되어있지 않은 취약계층에 대한 선별적 지원 정책이 실질화할 것임을 예고함으로써 새 정부의 지지기반을 확대하는 효과를 가질 것이다. 이런 가운데 민중운동, 조직된 노동자의 투쟁은 고립될 가능성이 높다. 험난한 상황을 헤쳐나가기 위한 각성이 시급하다. 운동을 재개하고 새 정부에 맞서 투쟁태세를 갖추기 위해서 우선 민주노총을 재정비하고 혁신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현재 구성된 민주노총 비상대책위원회가 직선제 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하고, 민주노총 내 세력 간 충분한 합의 노력을 바탕으로 차기 지도부를 ‘원칙있는 단결 지도부’로 세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만약 그렇지 못할 경우, 현재의 정파 간 세력구도 하에서 어떤 지도부가 들어서더라도 안정적인 사업집행을 담보하기 어려울 것이다. 또한 민주노총이 노동조합으로서 기본적인 집행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향후 투쟁에 있어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할 경우, 현장과 지역에서의 혁신 노력도 결실을 맺기 어려울 것이다. 동시에 현장, 지역, 산별에서 투쟁전선을 구축하고 활동가들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서 현장 활동가들의 새로운 결집이 필요하다. 전국적인 투쟁전선을 세우기 위해, 경제위기 하에서 정부와 자본의 전략을 정확히 분석하고 각 산업 및 사업장, 각 지역별 대응전략을 구체화해야 한다. 또한 노조운동의 진전을 위해 각 정파 및 의견그룹들이 기존의 관성화된 노동조합 활동을 비판적으로 성찰하고 혁신해나가야 한다. 기존 정파별 구도를 넘어 무너진 현장을 복원하고, 민주노조 운동을 강화하는 데 동의하는 활동가들이 지역산업별로 새롭게 결집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통진당 출범 이후 전통적인 노동자 민중운동의 정체성이 해체되고 노선적 분할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반신자유주의 정치사회운동의 혁신과 공조를 추구해야 한다. 각 정파, 세력 별로 취약한 영향력을 보완하고 각 지역, 부문운동의 역량을 강화하면서 박근혜 정부 시기 운동전략에 대해 토론하고 공동실천을 모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