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은 세계 자본주의의 구조적 위기가 심화하고 한반도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국내 정치권력이 재편되는 격동의 시기다. 이 글은 민중운동 계획 수립의 기초로서 정세의 객관적 요소를 분석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우선 유럽 재정위기의 심화·확산, 미국의 경기침체 우려를 중심으로 세계 경제위기의 전개 양상을 전망한다. 그리고 경제위기를 배경으로 하는 미국 대외·통상 전략의 전환과 한미동맹 강화, 북한 체제의 변화를 주축으로 동북아시아의 정치·군사적 균형을 검토한다. 이어서 한국 경제의 구조적 모순에 주목하면서 정부의 정책기조와 경제위기 대응을 비판한다. 아울러 정부 여당의 레임덕 이후 정치 지형을 분석하면서 총선·대선의 구도와 쟁점을 파악한다. 끝으로 민중운동의 대응 방향을 제시한다. 세계 경제의 위기 가능성 증대 2007-09년 미국발 금융위기의 장기적 원인은 1970년대 이후 자본생산성 및 이윤율의 장기적 하락 추세다. 중기적 원인은 1970년대의 ‘징후적 위기’에 대한 반작용으로 출현한 금융세계화와 이중적자다. 이에 따라 1990년대와 2000년대 자본생산성 및 이윤율이 얼마간 회복되면서 ‘대완화’가 발생하지만, 결국 금융세계화가 야기한 금융혁신과 신용의 증권화가 이번 금융위기의 단기적 원인으로 작용했다. 2007-09년 금융위기는 실물경기의 침체로 파급되면서 성장 및 고용·임금의 후퇴를 낳았다. 금융위기가 은행위기를 거쳐 대불황으로 확산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각국 정부가 취한 통화·재정정책의 결과로 2009-11년에는 세계적인 재정위기가 발생했다. 특히 유럽연합(EU)은 주변부에서 발발한 재정위기가 중심부로 전염되면서 현재 세계 경제위기의 핵으로 부상하는 중이다. 미국도 적자재정정책과 이를 지지하는 수량완화정책을 통해 위기를 일시적으로 진정시켰지만, 그 후과로 2011년 들어 재정위기 위험이 제기되며 2012년 경기침체 가능성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아래에서는 2012년 세계 경제 전망을 위해, 유럽 재정위기의 심화·확산, 미국의 경기침체 우려, 중국의 경착륙 가능성을 차례로 검토한다. 유럽 재정위기의 심화·확산 2009-11년 유럽 재정위기는 2007-09년 미국발 금융위기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정부부채가 누증한 결과다. 그 구조적 요인은 재정동맹 없는 화폐동맹으로서 유럽연합(EU)의 태생적 결함과 유럽중앙은행(ECB)의 신보수주의적 통화정책에 있다. 유럽 통합 과정에서 자본수입과 무역적자가 구조화된 주변국(PIIGS)에서 먼저 재정위기가 가시화됐다. 2010년 5월 그리스, 11월 아일랜드, 2011년 4월 포르투갈이 차례로 EU와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하고 긴축재정에 돌입했다. 그러나 EU와 각국 정부의 대응은 역내 불균형과 유로 단일통화 체제에 내재한 모순을 해결하는 원인요법이 아니라 구제금융-긴축재정과 같은 대증요법을 반복하는 것에 불과했다. 2011년 6월에 그리스가 다시 구제금융을 신청하고, 7월에는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재정위기 우려가 고조됐다. 이에 따라 7월 유로존 정상들은 유럽금융안정기금(EFSF) 증액 및 역할 확대와 그리스에 대한 2차 구제금융 방안에 합의했다. ‘사실상의 디폴트’ 상태에 빠진 그리스 위기가 전염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10월에 EU 정상들은 민간채권단이 보유하고 있는 그리스 채무조정, EFSF 레버리지 확대, 은행의 자본 확충 방안 등 ‘질서있는 디폴트’ 방안을 추가로 합의했다. 하지만 유럽 재정위기는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11월 이탈리아의 국채금리가 급등하며 위기가 고조되자 결국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경제안정화법안 통과 직후 사임했다. 차기 총리로 선임된 마리오 몬티는 재무장관을 겸임하면서 강력한 긴축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올해 들어 내내 경제성장률이 제로 수준에 머물렀던 스페인도 11월 들어 국채 금리가 급등했다. 한편 기대를 모았던 11월 초 프랑스 깐느 G20 정상회의에서도 유럽 재정위기 해결을 위한 국제 공조방안은 구체화되지 못했다. 남부유럽 국가들에서 시작된 재정위기는 현재 은행체계를 통해 프랑스와 독일 등 중심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재정위기국과 강한 금융 연계를 맺고 있는 유럽 은행들의 위험노출이 커지면서 해당 국가의 신용등급도 덩달아 강등 위기에 처한 것이다. 이에 유럽의 재정위기가 중심부로 전이되고 나아가 유로화와 EU 자체의 위기로 비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 ECB가 최종대부자 역할을 수행하고 유로본드를 발행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으나 주요국 간 이견으로 실행 가능성이 낮은 상황이다. 독일은 ECB의 독립성, EU 조약 위배 등을 이유로 ECB의 역할 확대를 반대하는 동시에 재정부담을 이유로 유로본드 도입도 반대하는 입장이다. 프랑스는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ECB의 역할 확대를 찬성하는 반면 유로본드 도입은 국가신용등급 하락 우려로 반대하는 입장이다. 12월 초 EU 정상회의에서는 새로운 재정 협약을 도입하고 금융시장 안정화 조치를 강화하는 방안에 합의가 이루어졌다. 그러나 이는 일각에서 해석하듯 재정통합의 진전이 아니라 사후적인 재정규율 강화에 불과하다. ECB도 정책금리 인하와 같은 전통적 조치 외에 장기자금공급조작(LTRO) 등 단기 유동성 공급을 확대하는 비전통적 조치를 병행 실시했지만, 그러나 또다시 이탈리아 국채금리가 재정위기의 심리적 마지노선인 7%에 근접하는 수준으로 상승했다. 향후 유럽 재정위기는 다음과 같은 불안 요인을 안고 있다. 첫째, 역내 3-4위 경제권인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경우 2012년 중 대규모 국채만기가 도래할 예정이다. 현재 EFSF와 IMF의 가용재원을 고려할 때 이들의 구제금융 방안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둘째, 그리스·아일랜드·포르투갈 등 이미 구제금융을 지원받은 국가들도 대대적인 긴축에도 불구하고 채무상환 능력 개선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상의 디폴트’ 상태에 있는 그리스는 2011년에 이어 2012년에도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되고 있고, 아일랜드도 경기회복이 지연되고 있어 추가 지원이 필요할 수도 있다.) 셋째, 각국의 정치적 사정으로 새로운 재정협약 체결이 지연되거나 안정화 수단의 실효성이 약화될 가능성도 상당하다(2월 그리스 총선, 3월 슬로바키아 총선, 4-5월 프랑스 대선, 독일 헌법소원 제기 가능성 등). 넷째, 이런 상황에서 국제 신용평가사들은 유로존 국가들의 신용등급 강등을 경고하고 있다(특히 2012-13년 중 프랑스의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이 50%를 상회하는데, 이에 따라 프랑스와 독일의 보증에 크게 의존하는 EFSF의 신용등급도 강등될 가능성이 크다). 다섯째, 유로존 은행들이 2012년 6월까지 자기자본비율을 높이기 위해 자본을 본격적으로 회수하면서 신용경색이 심화될 가능성도 있다. 이는 자금조달 비용을 증가시켜 실물경기를 더욱 위축시킬 것이다. 여섯째, 앞으로 발표될 위기 대응책이 미흡할 경우 EU 중심국으로 위기가 전염되면서 매우 심각한 경기침체가 발생할 것이다. 하지만 진정한 의미의 재정통합과 같은 근본적 해법이 제시될 가능성은 대단히 희박하다. 이상을 종합할 때, 유럽 재정위기는 임시방편을 통해 일시적으로 진정되다가 다시 악화되는 악순환을 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일부 국가가 유로존을 이탈하거나 심지어 유로존이 붕괴할 가능성도 더욱 커질 것이다. 세계 교역의 1/4, 생산의 1/5을 차지하는 유럽의 경기침체가 장기화함에 따라 세계경제의 위축은 불가피하다. 재정위기와 은행위기의 상호작용 속에서 유럽 은행들이 해외 투자자금을 회수할 경우 세계적인 신용경색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한국 경제는 수출의 10%, 외국인투자의 30% 가량을 차지하는 유럽의 위기가 심화·확산될 경우 큰 타격을 입을 것이 분명하다. 미국의 경기침체 우려 2007-09년 금융위기에 미국 정부와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는 은행이 파산하고 증시가 붕괴함으로써 경기침체가 대불황으로 심화되는 상황을 막기 위해 구제금융 및 적자재정정책, 그리고 이를 지지하는 수량완화정책을 구사했다. 하지만 정책 당국의 대응은 인수합병과 겸업화, 즉 금융해방 기조를 유지하는 것으로 귀결되었다. 게다가 위기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사적 금융뿐만 아니라 공적 금융의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도 증가하고 있다. 즉, 적자재정정책과 수량완화정책의 결과로 정부 부채가 급증하고 연준 대차대조표가 비정상화된 것이다. 국가의 지불능력이 국채의 가격과 화폐의 가치를 결정하므로, 만일 공적 금융의 위기, 즉 재정위기가 발생할 경우 국채의 가격과 화폐의 가치가 폭락하게 된다. 미국은 금융위기 이후 국채가 5조 달러 가량 증가하여 2011년 초 국민소득 대비 국채 비중이 100%에 근접했다. 급기야 2011년 5월 말에는 미국 연방정부의 부채가 법정 한도를 초과했다. 이런 상황에서 2차 수량완화 정책이 종료된 2011년 6월 미 정부와 연준은 당초의 예상과 달리 출구전략이 아니라 경기둔화를 공식 발표했다. 2011년 상반기 성장률이 예상치를 크게 하회하는 동시에 고용과 주택지표가 장기간에 걸쳐 저점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었다. 재정위기 우려 속에서 미 의회는 연방정부의 ‘기술적 디폴트’ 시한을 며칠 앞둔 7월 말 국채 상한을 2.4조 달러 증액하고, 대신 향후 10년간 재정적자를 2.4조 달러 감축하는 데 합의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미국의 신용등급을 강등했다. 단순히 국채 상한이 문제가 아니라 재정정책의 지속 불가능성이 핵심 문제이기 때문이었다. 또 재정적자의 대부분을 감축하는 주체가 현 정부가 아니라 차기 정부인 데다가 재정적자를 감축시키기 위해 조세를 증가시키는 것이 아니라 재정지출을 감소시킨다는 문제도 있었다. 2011-12년 경제성장률이 각각 3%, 2%, 1%, 0%라고 가정하면 국채 비중은 108%, 111%, 113%, 115%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신용등급 강등으로 8월 세계 금융시장은 폭락을 경험했다. 그러나 연준은 기대와 달리 3차 수량완화정책을 발표하지는 않고 대신 ‘연준이 보유하고 있는 국채와 주택담보부증권(MBS)의 원금을 재투자할 것이고 또 대차대조표의 규모와 구성을 적절하게 조정할 준비가 되어있다’고 발표함으로써 3차 수량완화정책을 어느 정도 암시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9월 초 오바마 대통령은 4,470억 달러의 감세와 재정지출로 구성되는 3차 적자재정 정책, 즉 미국일자리법안(AJA)을 제안했다. 하지만 현재 의회의 반대로 통과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2011년 하반기 연준은 2011-13년 성장률 및 실업률 전망치를 상반기 예상에 비해 하향조정한 상태다. 실물경기 회복세가 둔화됨에 따라, 특히 장기에 걸쳐 고용상황의 개선이 미흡하고 주택시장 부진이 지속됨에 따라 2012년 미국경제의 경기침체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다행히도 2011년 말에 발표된 제조업·고용·소비 등 주요 경제지표들이 일시적으로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경기침체 우려가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미국 경제의 구조적 위기 요인들이 다수 존재하여 경기회복의 지속여부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우선 고용율과 실업률이 다소 호전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장기 실업자 비중이 사상 최고치에 이르는 등 구조적 실업이 심화하고 있다. 이는 소득과 소비 감소로 이어지면서 성장 동력을 약화시킬 우려가 크다. 주택경기 역시 다소 호전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회복 속도가 느려 여전히 침체상태에 있다. 주택가격 하락은 역의 자산효과를 가져와 소비를 위축시키고 건설업 고용 회복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11월 미 의회 슈퍼위원회의 긴축재정안 합의 실패에 이어 향후에도 경기부양책 및 재정건전화 방안을 둘러싼 정치적 불확실성이 상존한다. 또 유럽 재정위기가 심화·확산되는 것도 주요한 경기하방 요인이다. 미국 대형 은행들의 유럽 위기국에 대한 직접 위험노출은 그다지 크지 않지만 간접 위험노출 규모가 상당한 것으로 알려져 위기국의 신용 하락 시 전염이 불가피하다. 2012년 경기침체의 징후가 보다 분명해지면 미국 정부의 3차 적자재정정책과 이를 지지하는 연준의 정책수단으로서 3차 수량완화정책이 구사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적자재정정책과 수량완화정책은 실물경제에 대한 효과가 미미하다는 문제가 있다. 경기회복 지연과 재정건전성 악화, 그리고 유럽 재정위기와 부정적인 상호작용 속에서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경우 금융연계와 무역연계를 통해 전 세계에 큰 충격이 미칠 것이다. 유럽과 마찬가지로 미국에 대한 무역의존도와 금융연계가 강한 한국 경제도 그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중국의 경착륙 가능성 중국 경제도 2011년 성장세가 다소 둔화된 가운데 내외부 위험 요인들이 불거지면서 경착륙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우선 중국의 최대 수출지역인 유럽과 미국의 재정위기와 경기회복세 약화로 수출 증가율이 큰 폭으로 둔화되고 있다. 최근 부동산 가격 둔화, 기업수익성 악화 등으로 기업들의 이자상환 부담이 증가하면서 상대적으로 고금리인 비은행권 대출의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 비은행권의 대출부실이 확산되어 대출축소로 이어질 경우 부동산 시장 추가 하락, 중소기업 자금경색 심화 등 악순환 발생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또한 부동산 가격 하락과 거래부진 등으로 지방정부의 세입이 줄어들면서 상당수의 지방정부가 재정위기에 직면한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투자 비중이 과도한 수준에 있어 급격한 투자 축소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현재로서는 비은행권 부실이 폭발하거나 주택시장 거품이 붕괴하거나 투자가 급격히 감소하는 등 잠재적 위험 요인들이 단기간 내에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지 않으며 일부 요인들이 불거지더라도 중국 정부가 충분히 대응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밀접하게 연관된 각 요인들이 연쇄적으로 파급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동안 중국은 저임금 기반 가공무역을 통해 세계 공급사슬에서 최종공급자로 기능하는 한편, 무역흑자로 벌어들인 외화를 다시 국외에 투자하는 최종대부자로 기능하면서 과거 세계 경제위기 시 안전판 역할을 담당했는데, 오히려 현재는 중국이 세계 경제 불확실성의 또 다른 원천으로 기능할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동북아 국제질서의 변화와 한반도 불안정성의 고조 유럽의 위기와 대조적으로 세계 경제의 중심축으로 부상한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자신의 헤게모니를 유지확대하는 것은 경제위기에 처한 미국에 사활적인 과제다. 미국으로서는 경기침체에 대비하여 금융과 함께 이른바 지식기반경제의 다른 한 축을 구성하는 비즈니스서비스를 중심으로 수출주도 성장을 달성하고, 이를 위해 아시아태평양자유무역지대(FTAAP)를 건설하는 것이 필수적 과제로 대두된다. 중국의 군사력 증강, 북한의 핵무기 보유 등 역내 안보 불안도 미국의 아시아 재관여의 빌미가 되고 있다. 미국은 이라크 전쟁 종전 선언과 아프가니스탄 철군을 통해 대외 전략의 무게중심을 유럽이나 중동에서 아시아 태평양으로 옮길 수 있는 여지를 마련한 상태다. 게다가 올해 대선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경제와 안보 문제의 동시적 해결을 위해 공세적인 아시아 전략을 펼쳐야 할 국내 정치적 요인도 결부되어 있다. 현재 수출 달러 환류 메커니즘으로 특징지어지는 미중 관계는 서로의 전략적 이해관계가 맞물려있기 때문에 갈등이 조정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쌍방의 이해관계가 상충할 수밖에 없어 잠재적인 갈등이 확대되는 형세에 있다.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전략 미국은 경제위기의 원인이자 효과로서 이중적자의 확대, 즉 재정적자와 함께 무역적자가 누증하는 거시경제적 불균형을 시정하기 위해 최대 무역적자 상대국인 중국에 평가절상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 미국의 시각에서 볼 때, 중국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으로 현재 위안화는 최소한 20% 평가절하되어 있다. 이로써 중국은 막대한 무역흑자를 기록하고 있는데, 이는 중국이 실업을 해외로 수출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반대로 달러화는 중국을 비롯한 수출지향국의 통화가 평가절하됨에 따라 10-20% 평가절상되어 있다. 미국은 이러한 불균형을 해소할 경우 대외부채가 대폭 개선되고 국내에서 다량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에 미국은 2011년 5월 전략 및 경제 대화(G2)를 개최하여 위안화 절상을 요구한 데 이어 10월에는 환율조작국 제재법안을 의회에 상정한 상태다. 미국은 세계무역기구(WTO)와 같은 국제기구나 자신의 구상에 동의하는 동맹국들의 ‘의지연합’을 활용하여 환율 분쟁 상대국에 대해 보다 강경한 정책을 구사할 의사를 내비치고 있다. 미중 관계에서 안보 문제 협력을 이유로 환율 문제와 같은 경제적 이슈에서 국익을 희생해서 안 된다는 주장도 강력히 제기되고 있다. 또한 미국은 2011년 10월 한미 FTA 의회 비준을 발판삼아, 11월 연이어 개최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와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서 아시아 관여 의지를 적극 드러냈다. APEC에서 일본이 환태평양경제파트너십(TPP) 협상에 참여하기로 함으로써 미국의 아시아태평양자유무역지대(FTAAP) 구상이 한층 구체화되고 있다. 미국은 ‘폐쇄적 지역주의’, 즉 아시아 역내 국가 간에 체결되는 FTA가 확산되는 것을 우려하면서 대신 한미 FTA나 TPP처럼 자신이 관여하는 무역투자 협정을 ‘개방적 지역주의’ 전략을 관철하는 교두보로 사고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미국이 무역적자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신흥국 금융서비스 시장을 개척해야 하고, 이를 위해 한미 FTA나 TPP와 같은 ‘21세기 무역협정’이 종국적으로 FTAAP로 확장되어야 한다는 주장인 것이다. 동시에 이를 통해 안보 측면에서 미국과 아시아를 잇는 제도적 연결고리를 만들 수 있다고 기대한다. 이러한 미국의 대외통상 전략은 곧 한미일 군사동맹을 강화하는 것으로 귀결되고 있다. 미국은 2009년 ‘신 아시아 정책 구상’에서 ‘아시아와 미국은 태평양에 의해 단절된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하나로 묶여있다’면서, 적극적인 개입 전략을 추진해왔다. 이러한 구상은 최근 미국이 발표한 ‘미국의 태평양 세기’ 구상에서 다시 한 번 분명히 드러난다. 여기서 미국은 ‘대 아시아 수출이 자국 경제의 결정적 활로가 될 수 있으며, 따라서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평화와 안보를 유지하는 것이 중차대한 과제’라고 천명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은 재정감축 방안에 따라 국방예산을 대대적으로 삭감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11월 EAS를 통해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미군 감축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확인했다. 또 미국은 호주에 미군을 장기 배치하기로 함으로써 중국과 남중국해 분쟁을 겪고 있는 필리핀과 베트남에 대한 안보 우산을 강화하기로 하였다. 한미동맹의 강화 미국의 아시아 태평양 전략은 미중 관계(G2)를 강조하면서도 중국과의 잠재적 갈등을 염두에 두고 한미일 동맹(G3)을 강화하는 이중 노선으로 구성된다. 한국은 여기에 적극 조응하여 한미동맹을 더욱 공고화하고 있다. 이는 미국의 FTAAP 구상의 시발점으로서 한미 FTA가 비준된 것과 함께 해외주둔미군재배치계획(GPR)에 따라 주한미군사령부가 한국사령부(KORCOM)로 재편되는 것에서 단적으로 확인된다. 정부는 한미 FTA 비준으로 ‘한미동맹은 정치안보동맹에 경제동맹이 더해져 다원적포괄적 동맹으로 진화했다’고 평가한다. 군사 안보에서 ‘평화와 안정의 축’과 경제협력에서 ‘번영과 발전의 축’이라는 두 개의 축을 중심으로 한미관계가 운영되고 발전하는 새로운 틀을 갖추게 되었다는 해석이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통상 주도권을 둘러싼 각축전과 금융무역 자유화 물결이 몰아치는 가운데 한국은 한미동맹 기조 하에서 ‘글로벌/역내 파트너십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현재 한국은 TPP에 참여하고 있는 모든 나라들과 이미 FTA를 체결했거나 아니면 협상 중에 있다. 정부는 ‘한국의 경제 자체가 개방을 지향하여 자유무역체제를 구축하고 있으므로, 그런 의미에서 [한중 또는 한중일] FTA든 TPP든 그 어느 한 쪽에 편견을 가지고 있을 것은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하지만 한미 FTA가 발효될 경우 그 다음 수순으로 미국이 한국에 TPP 참가를 요청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이 TPP의 기본형으로 기존 싱가포르·뉴질랜드·칠레·브루나이 4개국이 체결한 TPP4가 아니라 한미 FTA를 강조한다는 점은 TPP와 한미 FTA가 미국에 별개로 사고되는 것이 아니라 상호 밀접한 연관을 갖는다는 점을 방증한다. 반대로 중국의 경우 기본적으로 ASEAN과의 FTA를 강화하면서 지금보다 더욱 강하게 한중 FTA나 한중일 FTA 체결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TPP에 일본이 참가하는 반면 중국이 불참하는 것을 두고 미국의 중국 견제 전략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지만, 사실 중국이 TPP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금융 및 서비스 시장을 대폭 개방해야 하므로, 이는 현재 중국의 경제구조 상 상당한 시일을 요하는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일본도 향후 추이를 지켜보면서 한일 FTA 체결을 강하게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의 해외주둔미군재배치계획(GPR)에 따라 미군 제7사령부로 편제되는 한국사령부는 동아시아에 주둔하는 미국 육해공군 전체의 작전을 통제하게 되고, 한국사령부가 위치할 평택은 동북아 허브기지로 기능하게 된다. 이러한 역내 미군 재편 계획에 따라 향후 미국은 주둔군 비용분담 요구를 강력히 제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까지 한국은 주한미군 주둔과 관련된 전체 비용 가운데 약 40%가량을 부담하고 있는데, 미국이 조만간 주한미군 주둔비용의 분담비율을 50% 수준으로 높이고 평택기지 이전에 소요되는 자국 부담을 여기서 충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한국은 미국의 후원 아래 2012년 3월 서울에서 2차 핵안보정상회의를 주최할 예정인데, 이것이 미국의 북핵 관리 전략에 조응하는 것임은 물론이다. 미국은 2010년 핵태세검토보고서(NPR)를 발표하여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한 북한과 이란에 대한 핵 선제공격 가능성을 개방한 뒤, 북한과 이란을 제외한 47개국 정상과 3개 국제기구 대표가 참여하는 핵안보정상회의를 개최한 바 있다. 북한 체제의 변화 미국 오마바 정부는 북한 핵에 대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폐기’(CVID)를 지속적으로 강조해왔다. 북한은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 포기와 핵위협 청산을 핵 포기 조건으로 제시하며 2009년 이후 공세의 수위를 계속해서 높였다(광명성2호 발사, 6자회담 불참 및 기존합의 파기, 영변핵발전소 불능화 취소 및 원상복구 방침 발표, 2차 핵실험 등). 그러나 미국은 적극적 개입 대신 북한이 핵 폐기에 진정성을 보이거나 중국이 북한에 영향력을 행사할 때까지 기다린다는 ‘선의의 무시’, ‘전략적 인내’ 전술을 구사했다. 이는 북한의 도발에 보상하지 않고 장기적으로 북한 정권을 약화시켜 자신의 교섭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가정에 의거한 것이었다. 그러나 지속적인 무시와 인내가 북한과의 협상을 중단시켜 도발 수위가 점점 높아지게 되면 더 이상 용인할 수 없는 단계로 불안정성이 고조될 위험도 있었다. 결국 2010년 천안함, 연평도 사태와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 공개 이후 미국은 대북정책을 다소 수정했다. 2011년 1월 미중 정상회담을 기점으로 미국은 국내 여론과 북한의 추가적 도발을 관리할 목적으로 대화를 재개했다. 이후 6자회담 참가국 간의 대화가 폭넓게 진행됐지만, 북핵의 근본적 해결을 촉구하는 미국의 입장과 미국과의 핵군축 회담을 상정하는 북한의 기본적인 대립구도는 전혀 변화하지 않았다. 남한은 남북비핵화회담을 개최하여 천안함, 연평도 문제(군사문제)와 6자회담(비핵화문제) 간의 분리 대응을 추진하고 인도주의적 지원 및 남북한 사회문화 교류 재개 의사를 내비쳤지만, 기본적으로 미국이 북한에 제시한 사전 조치에 동의하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우라늄 농축 프로그램 중단, 국제원자력기구 사찰단 복귀, 919 공동성명 이행 의지 확인, 핵과 장거리 미사일 프로그램 중단). 중국은 북핵의 안정적 관리를 기조로 삼으면서 북한과의 경제협력을 확대함으로써 미국의 대북 제재와 일정한 선을 그어왔다. 따라서 2012년에도 남북관계가 부분적으로 개선되거나 6자회담이 재개될 수는 있지만, 근본적인 상황 변화는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런데 2011년 말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이라는 돌발 변수가 발생했다. 일단 대다수 전문가들은 북한이 순조롭게 집단지도체제로 이행하고, 상당 기간 동안 내부 정치적 안정화에 주력하고, 경제난 해결을 위해 개혁개방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하고 있다. 중국이 김정은 후계 체제를 인정한 것도 안정화를 예상케 하는 대목이다. 하지만 집단지도체제 내부에서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은 항상 열려 있다. 미국이 대북 정책을 재검토하는 데에도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이므로 북미 관계는 한동안 교착 상태에 머물 것이다. 기본적으로 한미의 북핵 포기 전략이 유지되는 상황에서 강성대국 원년과 체제 교체를 맞는 북한이 공세적 전술을 구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국 경제의 구조적 모순과 이명박 정부의 경제·사회 정책 한국 경제의 구조적 모순 한국 경제는 1997-98년 경제위기·외환위기 이후 저성장 국면으로 진입한 상황에서 금융자유화와 구조조정·평가절하와 같은 수출-재벌 주도 세계화를 강력하게 추진했다. 1997년 이후 한국 경제가 만성적인 저성장 상태에 머무르는 주요 원인은 생산적 투자의 지표인 자본축적률이 매우 낮은 수준에서 하락·정체된 것에 있다. 이는 이윤율 하락이라는 기본 요인에 더해 △금융자산 위주의 투자행태 △기업 인수합병(M&A) 중심의 투자행태 △주주가치 극대화를 위한 경영행태 △해외 직접투자와 같은 자본 이동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자본축적률의 하락은 구조적 실업을 낳고, 이는 다시 노동의 교섭력을 약화시켜 노동소득분배율을 악화시키고 불안전 노동을 확산한다. 금융자유화에 따라 신흥시장으로 변모한 한국 경제는 초민족자본에 의한 국민경제의 지배와 국부유출, 국내자본의 해외도피와 같은 문제가 일상화되었다. 외국인의 국내투자는 대부분 단기 차익을 노리는 증권투자로, 성장 유발 효과가 극히 제한적인데 반해 변동성이 커서 경제 전반의 불안정성을 높인다. 외국인 직접투자 기업도 저임금·비정규직 활용에 의존하고 있어 국민경제에 부정적인 효과를 미친다. 한국 경제는 구조조정과 평가절하를 통해 수출경쟁력을 회복하여 막대한 무역흑자를 축적할 수 있었지만 이는 노동력 신축화와 수출-재벌 구조의 강화로 귀결됐다. 수출 주도 성장 전략에 따라 한국 경제의 무역의존도가 급상승하였고 국내 산업구조가 국제적 비교우위를 지닌 산업 위주로 재편되면서 재벌의 지배력도 급상승했다. 그러나 국외 생산의 확대로 기업 내 교역이 증가하고, 또 부품?소재 산업의 기반이 취약하여 기초소재 및 조립가공 제품을 중심으로 수입의존도가 높아짐에 따라 수출이 국내에서 부가가치를 유발하는 효과도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고환율 정책은 완제품 수출 대기업의 가격경쟁력을 강화하는 반면 원자재와 부품소재를 수입하는 중소기업의 가격경쟁력을 약화시킨다. 따라서 수출-재벌의 활황에도 불구하고 국민경제의 소득 및 고용이 호전되지 않는다. 그런데 금융자유화에 따라 초민족자본의 증권투자가 확대되면서 평가절상 압력이 커지기 때문에 평가절하를 통해 재벌의 수출경쟁력을 확보하는 데에는 일정한 한계가 있다. 다른 한편에서 무역흑자나 환율하락(평가절상)이 한국 경제의 생산력·기술력 향상을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 한국 제조업은 2000년대 이후 기술경쟁력보다는 주로 가격경쟁력 우위에 기초하여 무역흑자를 시현해 왔으며 금융위기 이후 이러한 경향은 더욱 강화되었다. 일례로, 한국은 대중 무역흑자를 대일 무역적자가 상쇄하는 무역구조를 지니고 있는데, 대일 무역적자는 주로 기술경쟁력의 열위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다. 그러나 첨단 부품·소재 산업에서 일본과의 기술격차가 여전한 반면 중국도 저임금 위주의 가공무역에서 탈피하고 있어, 가격경쟁력 우위에 기초한 한국의 수출경쟁력이 지속되리라는 보장이 없다. 이러한 사정을 반영하여 역대 정부는 FTA 전략을 추진했다. 무역 및 금융의 자유화를 근간으로 하는 FTA가 한국 경제의 모순과 위기를 더욱 심화할 것이라는 점은 명백하다. 한편 수출-재벌 위주의 경제정책이 낳은 폐해를 감안하여 내외수 균형성장과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이 제기되기도 한다. 역대 정부들은 제조업의 성장 및 고용 창출력 저하와 대외의존도 심화라는 문제에 직면하여 서비스산업 선진화를 내외수 균형성장 방안 중 하나로 제시했다. 여기서 서비스산업 선진화란 비즈니스서비스 부문을 특화하는 반면 유통서비스나 개인서비스 부문을 부차화하는 것이다. 그 결과 고숙련 지식기반 부문에 종사하는 극소수의 골드 칼라가 육성되는 것 외에는 고용 창출 효과도 미미하고, 일자리가 창출된다 하더라도 비즈니스서비스에 종속된 저임금·비정규 노동이 주종을 이룰 뿐이다. 심지어 선진화라는 미명 하에 정부는 수익성 있는 공공부문이나 보건의료와 같은 사회서비스를 ‘신성장동력’으로 간주하여 개방과 민영화를 추진한다. 이때 FTA는 서비스시장 개방을 촉진하는 매개로 활용된다. 또한 최근 이명박 정부 동반성장위원회가 대기업-중소기업 상생전략으로 제기한 이윤공유제는, 물론 노자 간이 아니라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이윤을 공유해야 한다는 논지로, 1948년 제헌헌법에서 규정되고 1962년 폐지된 ‘이익균점권’에 미달한다. 그러나 이마저도 대기업의 반발과 정부 부처 내의 이견으로 제대로 시행되지 못하고 있다. 금융자유화와 수출-재벌 주도 성장전략, 그리고 이를 종합하는 FTA 전략은 투자활성화와 수출경쟁력을 위해 노동력을 신축화함으로써 저임금·장시간·고강도 노동의 악순환을 강화한다. 또 대외 의존을 심화시켜 결과적으로 국민경제를 세계 경제위기의 충격에 대단히 취약하게 만든다. 단적으로, 2007-09년 금융위기 당시 한국의 환율 및 주가 변동폭과 실질임금 삭감율은 세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이명박 정부의 친재벌-반노동 정책 이명박 정부는 김대중-노무현 정부 임기 중 만성화된 저성장 문제의 원인을 정치 불안과 반시장·반기업 정서로 꼽으며 △법인세율 인하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 △기업활동·금융규제 최소화 △노사관계 법 지배 확립 △경영권 보호 장치 강화 등으로 대표되는 친 재벌 정책을 거침없이 추진했다. 또 ‘버블 세븐’ 지역을 비롯한 부동산 소유주의 이해에 적극 부응하는 한편 부동산 가격 폭등에 대해서는 ‘뉴타운 개발’과 같은 공급 확대를 통한 해결이라는 논리로 투기 붐을 다시 자극했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은 세계 경제위기의 격랑 속에서 크게 실패했을 뿐만 아니라 이전부터 누적되어온 사회저변의 모순을 심화하였다. 첫째, 이명박 정부의 집권 5년(2012년 전망치 포함) 경제성장 실적을 단순 평균하면 3.1%에 불과하다. 이는 자신의 공약이었던 7%는 물론이거니와 ‘잃어버린 10년’이라고 그토록 비판했던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실적(각각 5.0%, 4.3%)에도 미달하는 것이다. 둘째, 성장 부진에 따라 고용도 악화되었다. 공식 실업률은 세계적으로 비교할 때 매우 낮은 수준이지만 고용률도 크게 낮아져 실업과 비경제활동인구의 중간 영역에 해당하는 잠재실업자군(실망실업자·경계근로자·취업준비자)이 광범위하게 존재한다. 잠재실업자와 불완전취업자(부분실업)를 포함하는 확장실업률은 공식실업률의 2-3배에 달하는 8-10%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통상 경기변동에 따른 실업자 변동폭은 취업자 변동폭에 비해 현저하게 적게 나타나는데, 이는 일자리 감소시 실직자의 일부만이 공식실업으로 포착되고 다른 일부는 불완전취업 및 잠재실업의 형태로 노동시장에 잠복해 있음을 의미한다.) 또한 동일한 노동력 상태를 유지하는 비율이 크게 낮아져 경제위기를 전후로 고용불안이 심화되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경제위기 속에서 취약계층의 고용이 집중적인 타격을 입었는데, 인적으로는 여성과 청년, 일자리별로는 건설업·도소매업·서비스직·단순노무직, 5인 미만 영세소기업, 자영업과 일용직 등에서 취업 감소가 현저했다. 셋째, 명목임금인상률에 물가인상률을 반영한 실질임금인상률도 대폭 악화되었다(2007년 3.0%, 2008년 -8.5%, 2009년 -0.1%, 2010년 3.8%, 2011년 -3.5%). 이명박 정부 임기를 제외하면, 1993년 김영삼 정부 이후 실질임금인상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이 IMF 직후인 1998년(-9.3%)이 유일하다는 점으로 미루어 볼 때 현 정부 하에서 임금인상이 얼마나 억제되었는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 결과 노동소득분배율은 2007년 56.7%에서 2010년 52.5%까지 하락했다. 넷째, 조세 감면, 규제 완화, 개발 확대를 통해 건설 및 부동산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정부 여당의 발상은 용산 참사와 4대강 개발로 상징되는 거대한 재앙을 낳았다. 투기 수요를 부추겨 주택 매매시장을 활성화하겠다는 정부 정책은 전세난을 야기했으며, 공공임대주택 공급 목표가 반토막난 반면 도시 재개발 과정에서는 서민용 주거가 대량 멸실되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특히 부채로 주택 구입을 장려하는 정부의 금융·부동산 정책은 가계부채 급증의 주요 원인이 되었다(가계부채 용도는 주택 구입용 50%, 생계 유지용 30%, 사업자금 마련용 20%다). 다섯째, 이명박 정부는 과거 노무현 정부의 사회정책을 대체로 계승하면서도 ‘공정한 시장 경쟁 논리’와 같은 우파적 교리를 가미했다. 이러한 정책 기조는 이후 경제위기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수정됐다. 정부는 경제위기에 대응하여 ‘일자리를 창출하고, 중소기업을 살리며, 서민경제를 살린다’는 ‘친서민 중도 실용 정책’을 2009년 국정운용 기조로 밝혔다. 이어 중간평가의 성격을 갖는 2010년 지방선거에서 여당이 대패하자 집권 후반부를 위한 국정철학으로 ‘공정사회’를 제시하였다. 이어서 2011년에는 ‘공생발전’으로 전환하며 부자감세 정책을 일부 철회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민생 악화라는 조건 속에서 이명박 정부의 사회정책은 야권의 민생-복지 프레임에 치명적 약점으로 노출되었다. 급기야 2011년 하반기 총대선 전초전 격으로 치러진 무상급식 주민투표와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패배하며 레임덕이 가시화되었다. 정부의 경제위기 대책 이렇듯 한국 경제는 신자유주의 정책개혁의 폐해가 누적된 상황에서 2012년 세계 경제위기의 영향으로 다시 한 번 심각한 위기를 경험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외적으로는, 무역의존도가 높고 금융시장 개방도가 높은 한국 경제가 세계 경기침체와 국제 금융시장 불안에 따른 영향으로 수출이 둔화하고 자본유출입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우선 세계 경제위기로 전통적으로 수출을 주도했던 철강·자동차·조선·기계·석유화학·정보통신 등 주력산업 분야에서 수출이 둔화하고 경쟁이 심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중소기업과 내수기업은 물론 상대적으로 좋은 실적을 올렸던 대기업과 수출기업에서도 체감경기가 급랭하고 있다. 조선·철강 업종의 경우 부도·구조조정·감원 가능성이 크고 건설·저축은행 등 취약 업종에서도 추가적인 구조조정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다음으로, 자본시장의 개방도가 높고 유럽·미국으로부터 유입된 자금규모가 커서 이들 국가의 불안이 계속된다면 외국인 투자자금이 대거 유출될 가능성이 상존한다. 국제유가는 선진국의 수요가 둔화될 것으로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신흥국의 수요 증가 추세가 이어지고 중동 산유국의 지정학적 위험으로 공급이 축소되면서 2012년 중에도 2011년에 이어 높은 수준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고유가는 물가인상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생산과 소비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다. 국내적으로는, 1997년 구조적 위기 이후 성장률이 하락하고 저출산·고령화로 성장잠재력마저 축소된 상황에서 지난 금융위기의 충격이 가해지며 장기 성장 추세가 재차 하락했다는 문제가 있다. 그 결과 고용 부진, 실질임금 감소, 가계부채 급증, 부동산 가격 상승 등 노동자 대중의 삶과 직결된 경제지표가 금융위기 이후 현저히 악화되거나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여 최근 정부는 유럽 재정위기 등으로 경기가 급격히 둔화될 경우 경기부양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공식화하였다. 선거를 의식한 인위적인 경기부양은 없을 것이라는 예전의 입장에서 한 발 물러서, 상반기 중 예산을 대부분 집행하고 위기가 가시화될 경우 추경 예산을 편성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의 경제위기 대책은 중기적으로 재정건전화 기조를 유지하면서 FTA 글로벌 네트워크 구상과 노동신축화 법제화를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사회정책 기조도 ‘일하는 복지와 맞춤형 복지 강화’로 유지되고 있다(참고로, 내년도 복지 증가분 5.6조 원 중 의무지출을 제외한 재량지출 증가 몫은 1조 원인데, 여기서 사실상 복지지출로 보기 어려운 주택 부문 증가분 9천억 원을 제외하면 실제 정부의 예산편성권이 작동하는 재량지출 증가분은 1천억 원에 불과하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2008년 제1차 금융위기 속에서도 우리나라가 FTA를 더욱 확대해 세계에서 유일하게 플러스 성장을 기록했다”며 “위기일수록 대외 개방을 적극 추진하고 무역 장벽을 걷어내야 국가간 장벽이 희미해진 글로벌 시대에 새로운 부를 창출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같은 맥락에서 정부는 2011년 무역규모 1조 달러 달성 등 대외 부문에서 큰 성과가 있었음을 언급하며, ‘GDP 대비 교역규모가 100%를 상회하고, 성장의 수출 의존도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대외부문이 물가 안정, 성장 견인, 일자리 창출에 기여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2012년 대외 경제정책에 더욱 역점을 둘 계획이다. 이는 기존의 FTA 글로벌 네트워크 전략을 보다 공세적으로 추진하는 것으로 구체화되고 있다. 정부는 2012년 경제상황 악화 및 고용조정 등에 따른 불안요인에 대처하기 위해 ‘일할 기회의 부족’과 ‘일하는 사람들간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청년 일할 기회 늘리기’, ‘내일 희망 일터 만들기’, ‘상생의 일자리 가꾸기’를 3대 핵심과제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의 고용대책은 실상 노동신축화를 전제한 ‘일자리 나누기’에 방점이 찍혀 있다. 정부의 노동신축화 정책은 정리해고제와 같은 고용량의 신축화와 파견제·기간제와 같은 고용형태의 신축화를 거쳐, 이제 ‘일자리 나누기’라는 외피를 쓴 시간제를 통해 임금 및 노동시간 신축화로 진화하고 있다. 현재 정부가 청년실업 해결 방안으로 제시하는 ‘미스매칭 해소’란 대학 구조조정과 생색내기 식 고졸자 취업 확대를 통해 노동력을 평가절하하려는 것이다. 또한 정부가 지난 9월 수립한 ‘비정규직 종합대책’은 불합리한 차별해소와 공공부문의 정규직화 추진을 명목으로 업무 재편, 직무·성과 연동 임금체계로의 개편, 정규직 고용의 유연화와 임금 불안정성을 강화하는 방안으로 점철되어 있다. 특히 정부가 여성노동자의 경력단절을 막고 청년실업을 해소하기 위한 방편으로 추진한 시간제 노동의 경우 실상 단시간·저임금·비정규 노동을 양산하는 것으로 귀결될 것이다. ‘일 가정 양립’과 일자리 창출 시간제법안은 애초 노동시간과 임금을 신축화하여 기업이 이를 자유롭게 활용하는 것을 목표로 하기 때문이다. 정치 위기와 총대선 지형 정부 여당은 경제위기로 인한 민심 이반과 각종 실정·부패로 집권 하반기 레임덕에 빠진 상태다. 민주통합당으로 대표되는 전 집권세력은 위기의 책임을 현 정부 여당에게 전가하는 인민주의적 정치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반복, 심화하는 경제위기 속에서 기성 정치세력에 대한 대중의 불신은 현재 반한나라당-비민주당을 상징하는 ‘안철수 돌풍’으로 나타나고 있다. 정권의 레임덕 대선을 1년 앞둔 2011년 12월 현재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20% 대 중반으로 하락하고 한나라당 지지율은 30%대 초반에서 정체되어 있다. 2007년 대선에서 2위와 무려 20% 포인트 차이로 압승을 거두고 2008년 총선에서 여유있게 과반 의석을 차지한 정부 여당이 불과 3-4년만에 위기에 처한 원인은 무엇인가? 반민주적·억압적 통치 스타일과 남북관계의 악화라는 여러 요인들도 있겠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이명박-한나라당의 ‘747 공약’과 ‘뉴타운 공약’과 같은 장밋빛 경제성장 전망이 부메랑이 되어 스스로에게 치명타를 가했다는 사실을 핵심 요인으로 꼽을 수 있다. 2007년 대선과 2008년 총선에서 이명박-한나라당은 노무현 정권의 실정을 ‘무능하고 불안한’ 진보개혁의 실패로 호도하며 ‘민주화’ 담론을 성장이나 안정으로 상징되는 ‘선진화’ 담론으로 교체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의 임기는 미국발 금융위기와 그에 후속하는 유럽발 재정위기와 정확히 일치했다. 정부 여당은 경제위기를 빌미로 예의 수출-재벌 주도 성장 전략을 더욱 강화하였지만 이는 이전부터 누적되어온 사회저변의 모순과 위기를 심화할 뿐이었다. 세계적으로 보면, 2007년 이후 경제위기를 경험한 대부분의 나라에서 집권당 또는 다수당의 이념·노선과 무관하게 ‘현직의 실패’가 일반적 현상이 되고 있다. 정치공학적 관점에서 볼 때,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다른 요인들을 사상하고 선거 주기만 고려한다면, 대선 뒤 1년 이내에 실시되는 ‘신혼선거’에서 여당이 승리할 가능성이 높고 차기 대선 전 1년 이내에 실시되는 ‘황혼선거’에서 여당이 패배할 가능성이 높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나라당은 박근혜 비대위원장 체제로 재편을 단행한 상태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패배 이후 한미 FTA 비준안 날치기 통과의 후과와 선거 개입 의혹 등 각종 권력형 비리가 터지며 대대적인 위기에 봉착한 한나라당은, 박근혜 전 대표가 전권을 행사하는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여 사태 수습에 나섰다. 비대위는 정책적으로는 복지 공약을 보강하면서 중도적 이미지를 강화하고 조직적으로는 외부 인사 영입, 개방형 국민경선제 등의 방안을 도입하여 재창당 수준의 인적 쇄신을 감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확실한 미래권력’을 중심으로 형성된 한나라당의 구심력이 급격히 약해지면서 당내 친박계를 제외한 여타 계파의 원심력이 확대되고 있다.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계파 간 이해 갈등을 조정하기가 쉽지 않을뿐더러 총선에서 패배할 경우 내부 분열이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이러한 전반적인 여건을 감안할 때 다가올 총선·대선에서 권력 교체 가능성이 높아진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 2006년 12월 노무현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과 당시 여당이었던 열린우리당 지지도가 10% 대 초반을 기록한 것과 비교한다면 현 정부 여당의 경우 핵심 지지층의 결속력이 최소한 유지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차기 대권 주자로서 부동의 1위를 달리던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지지도가 2011년 하반기 ‘안철수 돌풍’에 밀려 잠시 주춤하긴 하지만 여전히 다자 구도에서 선두를 달리는 것도 특기할만한 사항이다. 이는 민주통합당이 반정권 야권연대에 의존하는 이유가 된다. 민주통합당의 반정권 공세 민주당은 12월 (‘혁신과 통합’의 후신인) 시민통합당과 한국노총과 통합하여 민주통합당으로 재편하였다. 동시에 진보정당을 포함하는 범야권공조를 통해 한나라당과 1:1 구도를 만들면 총대선 승리가 가능하다는 구상 하에 대여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민주통합당의 주요 정책적 조직적 특징을 검토해보자. 민주통합당은 경제민주화 실현(재벌대기업 개혁 등)과 보편적 복지(무상급식, 무상보육, 무상의료, 반값 등록금, 주거복지, 일자리복지 등),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기본 노선으로 제시했다. 통합 정당 내에 전국노동위원회를 상설기구화하고 ‘당권은 당원에게 있다’는 당원 주권 조항을 삭제한 것도 특기 사항이다. 이러한 노선은 ‘포용적 성장’과 ‘기회의 복지’를 주축으로 하는 ‘뉴민주당 플랜’에 시민통합당과 한국노총의 요구를 절충적으로 반영한 것이다. 한나라당이 복지 공약을 강화하고 민주당이 이전에 비해 진보적 색채를 가미함으로써 이후 복지 논쟁 구도는 누가 더 복지를 잘 공급할 수 있는가라는 전문가주의적 구도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민주당이 의도적으로 노동 의제를 부각시키며 한나라당과 차별화를 시도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여지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이 제시하는 개혁 의제의 폭과 수위는 대단히 협소할 것이다. 2011년 상반기 민주노총이 민주당과의 공동 입법발의와 한국노총 공조를 염두에 두고 꾸린 ‘노동대책 및 노동관련법 재개정을 위한 야5당-민주노총 회의’에서 민주당은 2009년 12월 이명박 정부가 손댄 부분(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와 전임자 임금지급 문제)만 다시 약간 손질한다는 입장으로 일관했다. 민주당에 합류한 한국노총이 최근 ‘파견전임자 임금을 지원받기 위해 현 정부 임기 내에는 노조법 개정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합의를 한 투쟁 전선의 교란 요소가 될 것이다. 비정규직이나 최저임금 사안에서 민주당이 제시하는 방안이란 것도 실상은 노동신축화를 전제한 상황에서 일부 부작용과 문제점을 보완하는 ‘신축적 안전성’이라고 봐야 한다. 그럼 민주통합당의 출범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역사적으로 볼 때, 민주당의 조직적 특성은 정당 밖 운동조직의 지지와 인적 구성에 의존하는 ‘수평적 조직화’로 특징지어진다. (1987년 창당한 평화민주당에 그 기원을 두는 이들은, 이후 신민당, 새정치국민회의, 새천년민주당, 열린우리당으로 변모하며 14대(1992년), 15대(1996년), 16대(2000년) 총선에서 외부 인사를 각각 63%, 47%, 50% 공천하였다. 17대 총선 당시 한나라당의 외부 영입 공천 비율은 35%에 불과한 반면 열린우리당은 68%에 달했는데, 그중 절반 이상이 관계·학계·법조계 등 전문가집단이었다.) 외부 인사 공천은 정당의 정체성보다는 당선 가능성에 초점을 두고 후보들의 개별적 인지도나 지지도에 크게 의존하는 것이다. 정당 외부 전문가들의 참여와 국민경선제 등을 통해 선거승리와 유권자 전반의 동원에 주력하는 민주당은 포괄정당(catch-all party)의 성격을 강하게 띠었다. 또한 인터넷 등의 매체 발달과 더불어 선거과정의 기술적 발전이 촉진되면서 민주당은 선거전문가정당으로 재빨리 변모하였다. 일반적으로 선거전문가정당은 당원 중심의 수직적 연계가 약화되는 대신 광범위한 유권자의 여론에 호소한다. 정당 내부의 지도력보다는 개인적 지도력과 대중적 대표성이 강조된다. 재원조달 방안도 당비보다는 이익집단이나 국가보조금 같은 공공자금에 의한 재정확보가 중요시된다. 이념보다는 개별 이슈나 정치인 개인의 리더십에 강조점이 놓이고, 조직 내에서도 직업적 전문가들과 이익집단 대표들이 중심적 역할을 수행한다. 최근에는 정치 토크 콘서트와 인터넷 라디오방송, SNS 등 다양한 신기술과 매체를 통해 대중들과 직접 소통하는 경향이 강조된다. 그러나 이러한 선거전문가정당으로의 변모는 선거승리에도 유리하지만 선거패배에도 취약하다. 2007년 대선 및 2008년 총선을 각각 1년, 1년 반 앞둔 시점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의 지지도는 공히 10%대 초반으로 추락했다. 일반적으로 현역 의원을 소속 정당에 잔류하게 할 유인은 정당이 갖는 자원, 즉 정당의 고정 지지층과 선거 시기 정당의 인적·물적 지원이다. 이에 따라 열린우리당 소속 의원들은 집권당의 이미지를 탈각시키기 위해 대통령의 탈당을 요구하는 한편 집단으로 탈당하여 중앙당의 지원과 국고보조금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새로운 ‘적실정당’(원내교섭단체)을 결성하였다. 그 결과 2007년 열린우리당은 이념·노선의 전환 없이 단순한 조직 전환만 빈번해지는 무수한 이합집산을 반복해야 했다. 이상은 민주통합당의 이념적·조직적 토대가 대단히 부실하고 지지층의 휘발성이 강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정치 위기와 안철수 돌풍 민주통합당으로 결집한 이전 집권세력들은 ‘이념·노선·정파를 초월하여 한나라당이라는 공통의 적을 상대로 싸워 승리한다면 민생과 민주주의가 발전할 것’이라는 식의 전형적인 인민주의적 정치행태를 보이고 있다. 정부 여당의 거듭되는 실정으로 인한 반사 효과와 통합 효과로 인해 민주통합당은 창당 직후 여론조사에서 기존 민주당에 비해 약 10% 포인트 지지율이 상승하며 한나라당을 근소한 차이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또 이들은 2010년 이후 그 위력이 거듭 확인된 야권 단일화 선거기법을 발전시켜 정계개편과 정권교체의 동력으로 삼으려고 한다. 당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에서 대의원 투표(30%) 외에 당원과 일반 시민의 모바일/인터넷 투표(70%)를 반영하고, 총선 공천도 완전 개방형 국민경선제로 실시할 예정이다. 한편 전통적인 한나라당 강세지역이지만 최근 지역경기 부진으로 여론이 악화된 부산·경남에서 주요 친노인사들이 대거 출마할 예정이다. 이들은 부상·경남 지역 총선 승리를 통해 전국정당화와 과반의석 확보라는 목표를 달성하면서 차기 대권구도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이러한 구상이 실패할 경우, ‘안철수 카드’가 급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이처럼 현재 양대 정당의 본격적인 선거 체제로의 개편에도 불구하고 반한나라당 비민주당 무당파를 상징하는 ‘안철수 돌풍’이 여론을 좌우하고 있다. 현재 안철수 원장을 지지하는 집단은 이른바 2040 세대로서, 이들은 냉전의 유산과 지역주의로부터 정치적으로 자유롭지만 취업난·가계부채·교육비 부담 등 경제적으로 자유롭지 못한 세대다. 그런데 ‘안철수 돌풍’은 정당을 기반으로 삼지 않더라도 대중적 명망과 미디어의 힘을 활용하여 선거 자금과 운동원을 조직할 수 있는 정치적 토양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안철수 돌풍’은 그 실체와 무관하게 한국 정치의 이념적·조직적 취약성을 반영한다. 이런 측면에서 안철수 원장이 ‘정치의 본질은 행정’이라고 언급한 점도 특기할 만하다. 정치 위기의 중요한 증후 중 하나는 사회적 갈등의 대의 과정이자 집단적 운동으로서 정치가 행정이나 치안과 동일시되는 것이다. 일단 안철수 원장이 단호하게 신당 창당설을 부인함에 따라 총선은 현재 구도대로 치러질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신당론의 불씨가 완전히 꺼진 것은 아니다.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안철수 신당이 등장할 경우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 지지세의 절반 이상을 잠식한다는 결과가 있다. 또 안철수 돌풍은 위력적인데 반해 기존 지배 정당의 리더십은 대단히 취약해서 과거 3김 ‘보스정치’ 시대와 달리 안철수 원장을 영입할 장악력이 없다는 문제도 있다. 이에 따라 기존 정치권 엘리트들도 안철수 돌풍에 편승하려는 움직임마저 나타나고 있다. 그가 직접 총선과 대선에 출마하지는 않더라도 지난 서울시장 선거에서 그랬듯이 간접적으로 선거에 개입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한 상황이다. 민중운동과 총대선 통합진보당은 2012년 총선대선 국면을 겨냥한 단기적 구상과 이해관계에 따른 정치공학의 산물이다. ‘노동자 민중의 정치세력화’를 모토로 창당한 민주노동당과 ‘노무현의 삶과 참여정부 계승’을 목표로 창당한 국민참여당, ‘비국민참여당 진보대통합’을 주장하다 끝내 진보신당을 탈당한 새진보통합연대가 이념과 역사의 차이를 무시하고 통합에 합의하였다. 2011년 진행된 진보정당 통합 논의는 군소정당으로서 진보정당의 생존이라는 목적에서 제기된 측면이 컸기 때문에 대중운동을 혁신·재건하기 위한 이념·노선·전략에 대한 논의가 부차화되었다. 특히 민주노동당 당권파와 민주노총 주류세력의 경우, 반한나라당 선거연합을 통해 총선에서 진보정당의 ‘원내교섭단체 진출’, 대선에서 ‘진보적 정권교체’와 ‘연립정부 참여’를 목표로 설정하면서 이념·노선을 대폭 우경화하였다. 통합진보당은 5대 비전으로 △나라의 주권 확립 △복지국가 건설 △한반도 평화와 통일 지향 △녹색생태 사회 건설 △한국정치 개혁 등 대단히 절충적이고 모호한 내용을 발표할 수밖에 없었다. 민주노동당은 국민참여당과의 통합을 통해 원내교섭단체로 발돋움한 뒤 보수-개혁-진보의 3정립 구도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런데 통합진보당 창당 직후 지지도가 두 자릿수로 상승했다가 민주통합당 창당 이후 다시 과거 민주노동당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하락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통합진보당은 이런 여론조사 결과를 신생정당으로서 당의 홍보 부족과 민주통합당 통합 효과로 인한 일시적 현상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여론조사에서 유리한 입지를 확보하여 총선 선거연합에서 협상력을 제고한다는 애초의 구상에 적신호가 켜진 것도 분명하다. 통합진보당이 이념·노선을 대폭 우경화하고 민주통합당이 진보적 이미지를 강화하면서 양당의 차별성이 크게 부각되지 않는 상황에서, 중도좌파 성향의 지지층이 당선 가능한 정당을 지지할 경우 통합진보당은 상당한 난관에 봉착할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노총도 당의 대중적 토대를 확장하는데 기여함으로써 수권정당으로서 당의 위상을 제고하고 그 힘에 기초하여 노동조합 관련 법제도를 개선하자는 구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는 우선 민주노총 주류가 구 민주노동당의 당론에 보조를 맞추기 때문이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민주노조 운동 전반의 무기력을 반영하는 것이다. 최근 확정된 민주노총 총선방침은 노동 의제 전면화를 위해 과반의석 확보를 제시하고 있다. 현실에서 이는 민주당과의 선거연합을 전제할 수밖에 없는데, 선거연합이라는 정치적 수단이 민주노총의 투쟁 목표를 희석 또는 변질시킬 가능성이 매우 높다. 단기 성과와 실리에 매몰된 선거방침이 노동자의 독자적 정치세력화를 위해 민주노동당을 창당하고 이를 배타적으로 지지해온 정치방침을 역으로 규정하여, 일순간 신자유주의 세력에 대한 직간접적 지지를 정당화하는 역설로 귀결되고 있다. 하지만 야권연대를 통해 민주노총이 설정한 핵심 의제에서 의미있는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지극히 불투명하다. 통합진보당으로 대표되는 민중운동 주류가 총선과 대선에서 원내교섭단체 진출과 연립정부 구성에 몰두할 경우 신자유주의 세력과의 전면적 타협과 양보는 불가피하다. 계급타협 속에서 이러한 정당은 자신의 정치적 기반을 스스로 침식할 수밖에 없고, 이는 다시 이념 및 노선의 우경화와 선거정치의 빌미를 제공한다. 특히 세계 경제위기가 심화되는 현 정세에서 통합진보당이 만에 하나 연립정부에 참여할 경우, 이는 그로 표상되는 민중운동이 집권세력의 정치적 책임을 공동 부담해야 한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특히 민주노총이 통합진보당을 배타적으로 지지한다면 이는 향후 노동자운동의 주류가 미국식 자유주의(당)-노동자운동 공조로 재편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경제위기와 정치위기에 대한 민중적 대안의 건설이 점점 더 멀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민중운동이 야권 단일화 프레임과 구별되는 독자적인 정치적·조직적 전망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총대선 국면에서 범야권의 일부로 흡수 통합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민중운동의 대응 이상의 분석을 요약하면서 2012년 민중운동의 투쟁 방향을 도출해보자. 첫째, 2012년 세계경제는 미국의 경기침체 가능성 고조와 유럽의 재정위기 확산, 중국의 경착륙 위험 등으로 대단히 심각한 위기를 경험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세계적인 차원에서 반복적으로 확대 재생산되는 경제위기는 세계화된 금융연계와 신자유주의 정책의 모순이 폭발한 결과로서, 일시적인 순환적 위기가 아니라 장기적인 구조적 위기의 성격을 갖는다. 무역의존도와 금융개방도가 높은 한국 경제는 세계 경제위기가 심화할 경우 직접적인 타격을 입을 것이다. 정권 말기 레임덕이 가속화하는 가운데 여당이 복지 공약을 강화하고 정부가 감세정책을 일부 철회했지만, 재벌주도 성장 및 노동력 관리 기조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그 결과 정부의 경제위기 대응은 중기적으로 재정건전화 기조를 이어가는 가운데 FTA 글로벌 네트워크 전략과 노동신축화 법제를 추진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자본은 긴축경영 기조 속에 임금을 억제하고 고용을 축소하면서 노동자에게 위기 비용을 전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민중운동은 거시적 수준에서 금융자유화와 노동신축화를 주축으로 경제위기를 극복하려는 정부의 신자유주의적 정책기조를 전면 비판해야 한다. △한미 FTA를 필두로 하는 FTA 글로벌 네트워크 전략 비판 △자본시장통합법 개정안을 비롯하여 금융거품과 부실을 양산하는 금융자유화 조치 반대 △국가고용전략 2020 이후 제출되고 있는 각종 노동신축화 법제 반대 △노동기본권을 무력화하는 현행 노조법의 전면 개정 등이 당면 주요 과제다. 둘째, 미국은 경상적자 해소책으로 중국 등 신흥국의 환율유연성 제고와 자국의 서비스산업 수출 주도 정책 전환을 강조하며 한미 FTA 이후 아시아태평양자유무역지대(FTAAP) 구상을 구체화하고 있다. 수출 달러 환류 메커니즘으로 특징지어지는 미중 관계는 ‘미중 전략 및 경제 대화’(G2)를 통해 이해관계가 조정되고 있지만, 그와 동시에 잠재적인 정치·경제적 갈등이 심화되는 양상이다. 이는 최근 미국의 ‘태평양 세기’ 구상에서 드러나듯이 미국의 사활적 이익이 걸린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해외주둔미군재배치계획(GPR)의 수정과 전력 증강으로 귀결되고 있다. 천안함-연평도 사태를 거치며 군사적 긴장 상태가 한층 고조된 한반도에서는 북한 체제의 변화로 불확실성이 확대됐다. 당분간 조정 국면을 맞겠지만, 기본적으로 한미의 북핵 포기 전략이 유지되고 2012년 강성대국 원년과 체제 교체를 맞는 북한의 공세가 충돌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민중운동은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전략과 한국의 한미동맹 강화 기조가 동북아와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고조한다는 점을 명확히 폭로하면서 반전평화 운동을 적극 전개해야 한다. △핵안보정상회의 비판 △평택 미군기지, 제주 해군기지를 비롯한 주둔미군 재배치 계획에 대한 비판 △한국의 전력 증강 사업 비판 등이 주요 과제다. 셋째, 고용·임금과 민중생존권을 쟁취하기 위해 총노동 전선을 구축해야 한다. 정부가 제기하는 노동시간 단축 방안은 실상 노동시간을 신축화하여 단시간·저임금·비정규 노동을 양산하는 효과를 낳을 것이다. 이러한 노동시간 단축 방안의 본질을 정확히 비판하면서, 이전부터 금속노조가 주장해온 주간연속2교대제와 야간노동철폐 투쟁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쟁취하기 위한 구체적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 그동안 실질임금 하락폭이 컸고 올해 선거라는 정치 일정도 있어서 임금인상 요구 관철이 상대적으로 쉬울 수도 있지만, 교섭력이 취약한 부문은 경제위기 여파가 커질 경우 여전히 실질임금 삭감이 우려된다. 또 경영난을 이유로 물량이나 생산기지를 국외로 이전하려는 기업도 늘어날 것이다. 총연맹 수준에서는 노동자계급 전반의 사정 악화와 함께 내부 격차의 확대를 감안하여 연대임금 정책을 적극 모색할 필요가 있다. 산별연맹 수준에서는 산업적 위계의 정점이자 임금협상의 기준이 되는 주요 완성차 대기업 노동조합들이 산별교섭에 동참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또 38 여성의날과 연계한 공공운수노조서울경인지부의 대학비정규직 집단교섭, 공단 차원의 전략조직화와 연계한 금속노조서울남부지회의 집단교섭도 계속해서 발전시켜야 한다. 쌍용자동차·한진중공업 투쟁으로 부상한 정리해고 이슈를 진전시키고 사내하청·특수고용 등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을 확대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경제위기에 사각지대로 몰리게 될 민중들의 기초생활권을 쟁취하기 위한 투쟁도 중요하다. 복지 정책의 수혜자로서 정책적 요구에 매몰되기보다는 사회적 권리의 주체로서 대중 저항 주체 형성에 주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넷째, 경제위기와 민심이반을 바탕으로 2010년 지방선거와 2011년 상하반기 재보궐 선거에서 승리한 야권은 민중운동의 일부를 포섭하는 정당통합과 선거연합을 통해 다가올 총선대선에서 반한나라당 공세를 지속할 전망이다. 만성적 경제위기를 배경으로 현직의 실패와 정당의 위기가 반복되고 있는데, 반한나라당-비민주당 무당파를 상징하는 ‘안철수 돌풍’은 한국 정치의 근본적 불안정성을 의미한다. 민중운동의 이념적·조직적 위기를 반영하는 통합진보당의 등장 및 이들의 민주통합당과의 선거 제휴 속에서 민중운동 전반의 주류화가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의 정세는 향후 대중운동을 재건하여 반신자유주의 전선을 구축하기 위한 기초를 유실하지 않기 위한 각고의 노력을 요구한다. 민중운동 좌파는 전선의 유실과 진보정당 및 노동조합의 우경화를 저지하고 향후 민중운동의 발전적 재편을 추동하기 위해 상호 긴밀히 공조해야 한다. 나아가 국제 사회운동의 경제위기 대응에 대해 주의 깊은 관찰과 연대가 필요하다. 국제적 수준에서 보면 2010-11년 유럽 긴축반대 운동, 2011년 상반기 중동 및 북아프리카 민주화 혁명, 2011년 하반기 미국 월스트리트 점령 운동 등 경제위기에 맞서 투쟁이 이어지고 있지만, 이것이 한동안 추동력을 상실한 대안세계화 운동의 부활의 계기가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자본주의의 체계적 위기에 맞서 국제적 수준에서 민중적 대안을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중요한 과제다.
‘우경화한 집권전략’인가, ‘대안적 운동의 재건’인가 세계적인 경제위기와 반복되는 ‘현직’의 위기 2012년 총선, 대선을 앞두고 한국사회는 좌파와 우파, 진보와 보수를 불문하고 정치세력들의 ‘쇄신’과 ‘통합’ 바람이 거세다. 기존 정당과 정치인들에 대한 대중들의 불신이 크기 때문에 각 정치세력들은 차기 의회권력과 대권(행정권력) 장악을 위해 자기혁신 혹은 이미지 변신을 위한 몸부림을 치고 있다. 오늘날 한국사회에서 정치(인)에 대한 대중들의 이데올로기를 압축하고 있는 키워드는 ‘이명박에 대한 환멸’과 ‘안철수에 대한 환호’이다. 하지만 불과 5년 전으로 시계 바늘을 돌려보면, 지금 나꼼수의 ‘가카’ 신드롬의 자리에 ‘놈현’ 신드롬이 있었다. 2007년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무능에 대한 대중의 불신이 극에 달아 ‘막대기만 꽂아 놓아도 한나라당이 당선된다’는 말이 유행할 정도였다. 5년이 지난 지금 이명박 대통령은 환호의 대상에서 환멸의 대상이 되었고, 대중은 ‘안철수 교수’라는 새로운 환호의 대상을 찾았을 뿐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노골적인 친재벌 정책과 억압적인 통치스타일에 대한 대중들의 불만은 크고, 운동 세력들에 대한 믿음과 희망도 부재한 조건에서 ‘양심적이고 착한 기업가’에 대한 대중들의 주관적 욕망이 ‘안철수 현상’을 만들어 냈을 것이다. 하지만 ’안철수 현상‘은 근본적으로 2007년 이명박 후보에 대한 환상의 반복일 따름이다. 안철수의 사상과 경력 어디를 살펴보더라도 한미 FTA 체결, 노사관계 선진화방안 및 비정규악법 통과, 노동탄압 등을 추진했던 고 노무현 대통령과 비교할 때조차 그가 노동자 시민들을 위한 정치를 펼칠 것이라는 근거를 찾기 어렵다. 검증된 바 없고 정치적 세력기반 또한 불분명한 ‘착한 기업인 안철수’에 대중들의 막연한 환호는 그가 권력에 앉는 순간부터 서서히 대중들의 절망과 분노의 대상으로 바뀌게 될 것이다. 새로운 정치인에 대한 대중들의 막연한 환상과 그 환상이 배신당했을 때 극심하게 표출되는 원한과 분노! 사회공동체의 문제를 해결하는 정치를 불가능하게 한다는 의미에서 이러한 현상을 반정치 혹은 정치혐오증이라 칭할만하다. 우리는 이러한 현상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이러한 현상은 비단 한국에만 국한된 현상이 아니다. 정치에 대한 불만과 불신은 단순히 정치인들의 무능이나 부패의 문제로 환원할 수 없다. 오늘날 세계적인 경제위기와 정치위기는 동전의 양면이다. 세계경제의 장기불황이라는 구조적인 제약조건으로 인해 정당이 대중에게 약속한 공약을 실현할 수 있는 유용한 정책수단을 상실한 것이 정치위기의 근본적인 원인이다. 정치인들은 대중들을 위해 모든 것을 헌신하겠다고 약속하지만, 권력을 장악한 후 좌파, 우파 가릴 것 없이 뚜렷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체제위기의 관리를 위해 노동농민복지환경에 대한 대대적인 공격을 감행했다. 전 세계적으로 지배계급들은 TINA(There is no alternative, 신자유주의 외에 대안이 없다)를 외치며, 경제위기 상황을 빌미로 신자유주의 정책을 강요했다. 신자유주의 정책 이외에 다른 대안이 없으니 ‘구조조정’과 ‘노동유연화’를 수용하라는 것이다. 진보와 보수 정권는 일정한 통치스타일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공히 자본의 이윤을 확대하기 위한 금융화와 규제 완화, 부동산 투기, 민영화(사유화), 노동 유연화로 상징되는 신자유주의 정책기조를 동일하게 추진했다. 그 결과 부동산 투기와 금융소득을 통해 부유계층의 자산소득은 대폭 증가한 반면, 비정규직과 실업자는 확대되고 실질임금은 감소했으며 노동자 시민들의 권리는 대폭 축소되었다. 신자유주의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대중의 불만은 강화될 수밖에 없었다. 국가를 운영하고 있는 ‘현 정부’에 대한 대중들의 불만은 더욱 커지고, 그 결과 대안의 부재 속에서 ‘현직’이 위기에 빠지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노동자 민중운동의 혼란과 해체위기: ‘우경화한 집권전략’인가? ‘대안적 운동의 재건’인가? 2008년 미국발 세계경제위기 이후 신자유주의는 심각한 위기에 빠졌다. 하지만 체제 위기에 대한 뾰족한 대안이 없는 가운데 신자유주의 정책과 정치세력들은 여전히 건재하다. 반면 노동자운동을 비롯한 반신자유주의 운동진영은 정권과 자본의 가혹한 탄압 속에서 산발적이고, 자생적인 생존권 투쟁을 넘어 정치적·조직적인 운동을 전개하지 못하고 있다. 더욱 역설적인 것은 노동자 민중 운동의 주체역량은 지리멸렬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노동자 민중 운동의 다수를 점하고 있는 자주민주통일(이하 자민통) 운동의 핵심 세력은 신자유주의 보수야당과의 선거연합-공동정부 수립을 통해 새로운 사회적 환경을 만들고 민주노조 운동의 전성기를 만들겠다는 장밋빛 꿈에 부풀어있다는 것이다. 민주노조운동의 무기력과 ‘묻지마 반MB 선거연합’의 득세 경제위기 상황을 빌미로 하여 재벌들은 정부의 각종 지원과 특혜를 받으며 사상 초유의 영업이익을 달성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노동자 시민들은 실질임금 삭감, 비정규직 확대, 정리해고와 계약해지로 내몰리고 있다. 정권과 자본의 공세에 맞서 자연발생적인 생존권 투쟁은 지속되고 있지만, 노동자 민중 운동은 제대로 된 정치적·조직적 투쟁을 전개하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민주노조 운동은 2010-11년 노동조합전임자임금지급금지(타임오프) 제도 도입과 창구단일화를 전제로 한 복수노조 도입 국면에서 총노동 투쟁전선을 구축하지 못함으로써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을 막론하고 단협해지 공세, 사측이 주도하는 복수노조 설립 및 민주노조 파괴 공작 등 정권과 자본의 가혹한 노조탄압에 각개 격파 당하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사태가 이렇게 전개된 데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무엇보다 민주노총 핵심 지도부를 구성하고 있고 민주노총의 다수파를 이루는 자민통 그룹의 총노동 투쟁전선 구축 방기와 야권연대-시민운동 상층 의존적인 활동방식에 상당한 원인이 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민주노총 지부도의 이러한 행보가 현장의 패배주의와 실리주의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는 점이다. 민주노총 지도부가 정권과 자본의 공세와 탄압에 맞선 전국적인 투쟁전선 구축을 방기하고 야권연대-시민운동 의존적인 상층 캠페인에 치중하면서 산별노조(연맹)와 단위 사업장에서는 ‘투쟁에 앞장서면 우리만 피해를 본다’는 패배주의가 확산되고 투쟁을 회피하려는 경향이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이명박 정권과 자본의 강력한 노조탄압에 의해 현장의 투쟁력이 약화되고 진보정당의 지지율이 현저히 낮은 조건은 역으로 ‘야권연대’와 같은 상층 간의 정치협상에 매달릴 명분을 주고 있다. ‘이명박과 한나라당에 반대하면 다 같은 편’이라는 무원칙한 반MB야권연대 논리는 2010년 6.2 지방선거와 2011년 4.27 재보선, 10.26 재보선에서도 어김없이 민주노총-진보정당의 선거방침으로 채택되었다. 2010년 6.2 지방선거 당시에 민주노동당 서울시당은 노무현 정권에서 무관용 원칙을 천명하며 평택 미군기지 확장반대 투쟁이나 한미 FTA반대 투쟁을 진압했던 한명숙을 서울시장 후보로 지지했다. 반면에 진보정당 후보로 나선 노회찬은 민주노총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웃지 못 할 사태도 발생했다. 급기야 민주노총의 노동자 정치세력화 방침에 의해 건설된 민주노동당은 민주노총 조합원들을 배제한 채로 노무현 정신계승을 표방하고 있는 신자유주의 세력인 국민참여당과 정당통합까지 추진했다. 통합진보당이 내세운 5대 비전에는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원칙을 찾아볼 수가 없다. 하지만 민주노총 집행부는 내부적 비판과 반대에도 불구하고 통합진보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를 관철하려 하고 있다. 민주노총의 선거방침에는 현장과 지역의 노동자를 묶어세우고, 투쟁을 통해 노동자들의 계급적 단결을 확대하고, 자신의 힘에 근거해 보수정당과 개혁주의적 시민운동을 타격·견인하는 적극적인 전략은 실종되었다. 조합원들을 투쟁과 정치의 주체로 세우기보다는 돈대고 몸대는 대상으로 전락시키고 있다. 재벌 중심의 신자유주의적인 경제구조에 대한 근본적인 대안은 실종되고 대중운동 전략은 부재한 채로 반MB 연합에 근거한 선거전략이 모든 것에 우선하는 원칙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2011년에도 수많은 민주노총의 대중집회가 개최되었지만, 일관된 대중운동의 전략 속에서 조합원을 주체화시키고 투쟁동력을 확대하기 보다는 반MB 반한나라당 야권연대를 위한 일회성 정치적 동원집회의 성격을 벗어나지 못했다. 자신의 대중적 힘에 근거하지 않은 반MB 반한나라당 선거연합이 제1의 과제가 된 결과, 신자유주의적 보수야당인 민주당과의 정책협의를 추진했지만 노동악법 개정, 한미 FTA 비준저지 투쟁 등 주요 현안에서 원칙 없이 양보와 후퇴를 거듭하거나 또는 형식적 합의에도 불구하고 합의가 지켜지지 않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노동자 민중운동의 혼란과 해체위기: 자민통 그룹 다수파의 ‘우경화된 집권전략’ 이처럼 ‘무원칙한 반MB 연합 노선’이 노동자 민중 운동의 혼란과 갈등을 초래하게 된 배경에는 자민통 그룹 다수파의 노선전환, 신주류화 전략이 자리잡고 있다. 민주노동당 외에도 민주노총, 전농 등 주요 대중조직의 다수세력을 점하며 집행부를 운영하고 있는 이들의 노선은 민주노동당을 통해서 공식화되었다. 이들은 2012년 대선에서 민주통합당과의 공동정부 수립을 현실적인 운동 목표로 분명히 제시하고 있다. 민주노동당은 2011년 “사회주의적 이상을 계승한다”는 강령을 삭제하고, 이른바 진보적 민주주의를 새로운 이념으로 채택했다. 민주노동당 부설 새세상연구소는 『21세기 진보적 민주주의』라는 책자를 통해 사회주의와 사회민주주의, 자유주의를 비판하면서 그 대안적 이념 전략으로 진보적 민주주의를 주장한다. 그런데 진보적 민주주의는 뚜렷한 내용이 없이 21세기 진보적 민주주의 체제라는 이름으로 정치·경제·복지·평화통일과 사회적 평등과 관련된 강령적 정책들을 나열하고 있다. 특징적인 것은 차베스의 베네수엘라 모델을 진보적 민주주의의 주요사례로 꼽으면서, 차베스가 자본주의적 소유관계나 경제 질서의 기본을 부정하지 않는 민주적 개혁을 점진적으로 추진한다는 면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는 점이다. 해석하건대, 진보적 민주주의는 쇄신된 이념이나 전략이라기보다는 기존 민족해방(NL) 이념의 단계론적 변혁노선에서 변혁적 성격을 삭제한 집권전략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사회의 구조적 변혁을 위한 대중운동 전략 혹은 사회적 세력형성을 위한 운동전략이 부재한 채 신자유주의 세력과의 선거연합을 통한 집권을 목표로 한다는 의미에서, 이들의 노선을 기존 신자유주의 정치세력을 대체하는 통치집단으로서 신주류화 전략이라 부를 수 있겠다. 한편 자민통 그룹 다수파의 경우 민주노총 선거 및 단위노조 선거과정에서 자신의 당선을 위해 어용세력과 연대하는 경우도 종종 있는데, 당선 이후 사측의 공작으로 어용세력이 득세하거나 노조가 와해되는 사태가 발생하는 등 노조 활동에서도 심각한 문제점을 드러내왔다. 이런 점으로 미루어볼 때, 이들이 주도권을 잡는 과정이 운동의 우경화와 사회적 협조주의를 강화한 과정이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투쟁을 통해 노동자들을 운동주체로 세우기보다는 실리적 이해에 기반을 둔 노조의 양적 조직화와 조직의 안정적 관리, 그리고 민주노동당 당원 가입을 추진하는 데 치중하면서 이들은 노동조합 활동방식에 있어서도 많은 문제를 노출해 왔다. 2012년 우경화된 집권전략으로 인해 민주노조 운동 내부에서 이들의 부정적 운동방식들이 더욱 확대,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노동자 민중 운동의 상설적인 공동투쟁체인 ‘민중의 힘’ 안에서도 통합진보당의 가입문제나 2012년 총선·대선을 활동방침을 둘러싸고 갈등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과정에서 ‘민중의 힘’은 사실상 반MB 선거연합을 위한 대중동원 단위로 전락하거나 이를 둘러싼 갈등으로 무기력한 활동 속에 명맥만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민통 그룹 다수파의 신주류화 전략은 그 성패와 무관하게 전통적인 노동자 민중 운동의 원칙 및 노선의 해체와 민주노조 운동의 위기를 촉진한다는 점에서 대단히 해악적이다. 이들은 세계적 경제위기와 신자유주의의 위기(몰락)를 언급하면서, 신자유주의 정책과 세력의 몰락이 곧 노동자 민중 운동의 승리와 집권시대로 이어질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하지만 세계적인 경제위기에도 불구하고 대안적 운동세력의 부재라는 조건에서 여전히 신자유주의 세력과 정책은 건재하며, 노동자 민중에 대한 공격을 통해 위기를 관리하고 있다. 이들은 이러한 현실을 애써 간과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신자유주의적 금융세계화에 종속적으로 편입한 재벌 중심의 경제구조를 어떻게 변혁할 것인지, 재벌과 자산계급이 강력한 우위를 점한 사회적 세력관계를 어떻게 역전시킬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전략이 부재하다. 세계적인 장기불황으로 경제성장이 지속될 수 없는 조건에서 어떻게 노동자의 권리를 신장시킬 것인지, 자본과 기득권층의 사보타지에 어떻게 맞설 것인지, 민주통합당과 선거연합 또는 공동정부를 이룬다면 이들의 신자유주의 정책에 맞서 소수세력으로서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설명하지 않는다. 오로지 “우리가 집권하면 다르다”는 주관적 의지만이 충만할 뿐이다. 이들은 이러한 문제제기에 대해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의 노골적인 친재벌-반노동 정책을 대비시키면서 ‘이명박, 한나라당 체제 보다는 낫지 않겠냐?’며 우선 정권을 바꾸자고 합리화한다. 하지만 설사 민주통합당의 집권이 한나라당의 재집권보다 상대적으로 더 나은 환경을 제공한다 하더라도, 노동자 민중 운동의 원칙과 정체성을 훼손하고 민주노조 운동을 신자유주의 보수정당의 지지부대로 전락시키는 것은 가히 소탐대실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보편타당한 상식을 가진 운동가라면 민주통합당과의 연합을 통합 집권을 ‘진보적 정권교체’로 인정할 수 없을 것이다. 설사 그렇게 정권이 교체되어 진보정당 출신이 장관 한 두 자리를 맡는다고 해도 득보다는 실이 클 것이다. 향후 세계적 경제위기라는 정세 속에서 집권세력은 대중의 불만을 관리하는 역할을 해야 할 텐데, 진보정당 출신은 집권세력 내부에서 권한은 거의 없는 반면 민주통합당이나 주류 시민운동의 반노동자적 정책의 집행책임은 함께 져야 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경제위기 하에 체제유지를 위해 노동자 투쟁을 탄압하는 상황으로 내몰릴 가능성도 있다. ‘대안적 운동의 재건’을 위한 좌파운동의 자기 혁신의 과제 80년 광주 민중항쟁, 87년 6월 항쟁과 7-9월 노동자 대투쟁의 성과를 바탕으로 성장했던 민주노조 운동, 민중운동이 1990년대에 주요한 전략으로 추진한 산별노조 운동과 노동자 정치세력화 운동은 그 동안 심각한 위기에 봉착해왔다. 2008년 미국발 세계 경제위기 이후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심각한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역설적으로 노동자 민중 운동은 이념·노선·운동전략의 차원에서 자기 혁신을 통해 새로운 대안세력으로 성장하지 못한 채 큰 혼란에 빠져 있다. 노동자 계급의 단결과 연대에 기초하여 대안적 운동전략을 마련하기보다는 대중운동의 침체와 진보정당 운동의 위기를 구실로 삼아 사회변혁의 전망을 포기하고 ‘우경화된 집권전략’으로 급격한 노선전환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세계적인 경제위기와 노동자 민중 운동의 ‘우경화된 집권전략’으로의 노선전환이라는 현 정세적 조건은 우선 지배계급, 즉 정권과 자본의 공세에 맞선 노동자 민중 운동의 대응이 실패한 결과다. 이러한 결과는 한편으로 노동자 민중 운동 내 다수 세력인 자민통 그룹의 운동노선과 구체적 실천의 문제점이 고스란히 반영된 결과이지만, 다른 한편으로 이러한 주류적 운동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갖고 있는 소위 좌파운동의 무능이 빚어낸 결과이기도 하다. 현재 운동의 주류세력에 대한 비판만으로 대안적 운동전략을 대체할 수 없다는 점에서 좌파 스스로의 무능에 대한 비판과 성찰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다. 좌파운동은 민주노총의 사회적 영향력과 투쟁 역량이 축소되는 상황에서도 최근 발생하고 있는 주요 노동자 투쟁들을 책임지고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향후 대안적 운동의 재건을 위한 기초를 이룰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중요한 세력이다. 하지만 좌파운동의 경우 이념과 조직노선, 실천전략 등에서 매우 다양한 입장 차이를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노동자 민중 운동 내부에서 비판자적 입장을 넘어서지 못하는 한계를 갖고 있다. 좌파운동이 대안적 운동세력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자본주의 체제 위기 하에서 이념적으로 사회주의적 전망을 선언하는 것을 넘어 기존 사회주의 이념에 대한 비판적 혁신과 함께 조직적·실천적으로 기존의 운동관념을 쇄신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좌파들이 당면한 현안 투쟁에 대한 공조를 넘어서는 정치적·조직적인 공조를 형성하지 못한다면, 좌파운동의 고립분산적인 정치활동을 극복하는 것은 더욱 더 어려울 것이다. 전통적으로 한국 노동자 민중 운동은 구체적인 운동전략과 강조점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대체로 ‘노동대중(노동자, 농민 등 기층 민중)이 스스로의 요구와 투쟁을 조직하여 사회적 정당성을 획득하고, 이러한 대중운동(계급동맹)의 힘을 바탕으로 기존의 지배질서를 변혁하여 생산의 주인, 사회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는 관념을 공유해왔다. 또한 운동진영의 이념과 전략은 조직노선을 통해 구체화되었는데, 전 세계의 사회변혁운동(사회주의운동, 민족해방운동)의 역사에서 자본주의 생산양식과 국가의 변혁과 관련하여 당과 노조, 전선체는 조직노선에서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해왔다. 오늘날 좌파운동의 공조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되는 것은 조직노선의 상의 차이라고 할 수 있다. 조직적 수렴점이 다르기 때문에 공조의 난점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각 조직의 노선에 대한 상호 이해와 토론, 조정의 과정이 진지하게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자본임금노동의 적대적 관계를 기본모순으로 하는 자본주의 체제를 변혁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다수자인 노동자 대중의 계급적 단결과 농민·빈민·청년학생 등 여타 민중운동의 계급동맹에 기초한 사회적 주체역량의 형성이 필수적이다. 이러한 사회적 관계를 변혁하기 위한 사회적 세력형성을 전제로 하지 않는다면, 선거를 통한 집권이 가능하더라도 구조의 변혁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역사의 명백한 교훈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자유주의 세력과의 상층연대를 중심으로 한 왜곡된 전선운동이 아니라 계급동맹을 목표로 한 전선운동은 매우 중요한다. 계급동맹을 목표로 한 전선운동은 현재 민중운동 진영의 상설연대체인 ‘민중의 힘’으로 치환될 수 없는 것으로, 현실적인 민중연대 운동의 한계를 극복하고 좌파운동의 대중적·계급적 기반 확대를 위해서도 적극적으로 사고되어야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정당은 최고의 정치조직’이라는 구래의 좌파적 인식에 대해서도 비판적 검토가 필요하다. 자본주의 체제의 핵심적 기제로서 의회정치와 정당정치가 오랜 역사를 통해 성숙되어 왔다. 자본주의 하에서 정당은 선거를 통해 의회정치와 행정권력을 장악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대중들에게 인식되어 왔다. 정당의 사회적 영향력이 막대한 만큼 각종 기제를 통해 정당 스스로나 정당에 의존하는 대중운동이 손쉽게 선거주의, 의회주의, 체제 내적 포섭으로 경도될 가능성 또한 매우 큰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의회주의와 선거주의로의 경도를 우려해 제도정당을 무조건 거부할 경우 고립주의를 벗어나기 어려우며, 역으로 사회적 영향력을 이유로 ‘제도정당’을 중심으로 사고할 경우 스스로 선거주의, 의회주의와 우경화의 역사를 반복할 뿐이다. 노동자 대중운동의 강화와 계급동맹의 형성을 위해 제도 내적 개입에 경도되지 않는 변혁지향적-운동적 정당을 건설하는 것은 정치적 입장의 선명함만으로 보장되는 것이 아니라 정당의 우경화를 제어할 수 있는 노동자 대중운동과 계급동맹의 강력한 구축을 통해서만 가능할 것이다. 따라서 지역과 현장의 계급적 운동역량의 구축(노조운동과 각급 대중운동의 강화를 통한 계급동맹의 강화)과 정당운동에 대한 운동적 개입을 위한 정치적 결사체로서 전국적 정치조직(활동가조직)의 구축은 대중운동과 정당운동에 대한 올바른 개입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 좌파운동이 각자의 조직적 전망을 배타적으로 주장하기보다는, 상호 간의 공동실천과 신뢰구축을 토대로 전체적인 변혁전략에 대한 논의와 합의를 이뤄가면서 입체적인 조직전략의 일부를 담당하는 방식으로 조직전략을 조정해가지 않는다면 구래의 고립분산적인 활동을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2012년 노동자 민중운동의 과제 현 정세는, 세계적인 경제위기와 장기불황 하 노동에 대한 대대적인 공격이 진행되는 조건에서 대중투쟁을 통한 집단적 문제해결보다 신자유주의 보수야당과의 선거연합에 의존한 정치적 해결(총선에서 여소야대, 대선에서 민주통합당과의 연합을 통한 정권교체)이라는 전망이 득세하고 있는 정세이다. 대중적 사회운동의 역량이 취약해진 조건에서 노동자 민중 운동의 압도적 다수를 점하고 있는 자민통 그룹 다수파의 우경화된 집권전략으로 인해 국민참여당 같은 신자유주의 세력과의 통합을 통해 사이비 진보정당, 통합진보당이 창당되었다. 이 과정에서 집권을 대비하여, 또는 통합의 대상인 신자유주의 세력과의 노선합의를 위해 당의 강령과 노선이 대폭 후퇴, 우경화하였다. 이는 그 동안 추진되어 왔던 노동자 정치세력화 운동의 원칙과 정체성을 심각히 훼손했다. 또 민주노총은 무원칙한 반MB 선거방침을 통해 조합원을 신자유주의 보수정당의 지지부대로 전락시킴으로써 내부의 갈등을 확대하고 스스로 급격하게 우경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정세적 조건에서 노동자 민중 운동의 일부로서 ‘대안적 운동의 재건’을 목표로 하는 좌파 정치세력들의 당면 정치적 목표는, 진보정당 운동의 급격한 우경화와 이에 동반하는 민주노조 운동의 급격한 우경화를 저지하고 민주노조 운동의 재건을 위한 세력군의 형성 및 지역, 현장의 재조직화다. 좌파운동은 이를 1차적인 목표로 삼아 2012년 정치활동을 전개해야 한다. 우선 정세적으로 ▲한미 FTA 폐기 ▲노동악법 철폐 및 전면 개정 ▲비정규직 철폐와 정리해고 중단 ▲재벌에 대한 사회적 통제 ▲세계적 경제위기로 인한 급격한 자본유출을 제어하기 위한 초민족자본에 대한 규제 등 핵심 투쟁과제에 대한 동의여부를 중심으로 반자본주의반신자유주의 투쟁전선을 구축하기 위해 정치적·조직적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한 축으로는 무원칙한 신자유주의 보수정당과의 선거연합을 비판하면서 핵심 투쟁과제에 대한 동의여부를 중심으로 노동자 민중 운동의 올바른 연대연합의 원칙을 수립해야 한다. 이를 선전, 선동하면서 정치적인 피아(彼我) 전선을 명확히 해야 한다. 다른 한 축으로는 가능한 노동조합 및 현장활동가들과의 공동기획을 통해 대중투쟁 전선을 구축하기 위한 노력을 동시적으로 진행해야 한다. 민주노총의 통합진보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 반대와 민주노총 정치방침, 선거방침 대응 당면해서는 <통합진보당에 대한 민주노총의 배타적 지지 방침 철회 및 올바른 노동자계급정치를 위한 민주노총 각급조직 전현직간부 및 현장활동가 1천인 선언운동>의 성과를 2012년 1월부터 <3자통합당 배타적 지지 반대와 올바른 노동자계급정치 실현을 위한 민주노총 조합원 선언운동>으로 확대하여 민주노총 활동가와 조합원 조직화 사업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이와 함께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와 1월 31일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에서 정치방침 및 선거방침 논의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각 지역, 산별노조 차원에서 현장 활동가들을 광범위하게 규합함으로써 취약한 좌파운동의 주체적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을 배가해야 할 것이다. 특히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에서 결정될 정치방침과 관련해서는 좌파운동 내부의 이견을 조율하여 단일한 대응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관건이다. 현재 민주노총 다수파 세력과 민주노총 집행부가 통합진보당에 대한 (변형된) 배타적 지지를 관철하겠다는 의지가 명확한 상황에서, 좌파운동의 공동행보가 담보되지 않을 때에는 결국 자민통 그룹 다수파의 의도가 그대로 관철될 것이다. 좌파운동 모두가 통합진보당의 탄생으로 그 동안 진행되어왔던 노동자 정치세력화 운동이 최종적으로 실패했다는 것에는 의견을 함께하고 있다. 하지만 향후 노동자 정치세력화 운동의 전망과 관련해서는 ▲사회주의 노동자정당 건설 ▲노동운동의 재조직화와 병행하여 진보신당을 포함한 좌파 진보정당의 재구성 ▲민주노총이 중심이 된 변혁적 노동자대중정당의 건설 입장 등으로 크게 분화되어 있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당장 ‘특정 정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 철회 대(對) 유지’를 중심으로 안을 토론할 경우 좌파의 공동대응 자체가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좌파운동 각각이 제안하고 있는 전망이 즉각 현실화되기 어려운 조건에서, 민주노총 내부에서 서로가 활로를 찾기 위해서는 긴밀한 공조와 협력이 필수적이라 할 수 있다. 좌파운동의 정치적 이견을 고려할 때, ‘1999년 2월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에서 결정한 정치방침을 기본으로 하여 차기 집행부에서 전 조직적 토론(현장토론)을 거쳐 노동자 정치세력화 운동에 대한 근본적 평가와 향후 전략을 마련하자’는 내용으로 좌파운동의 합의안을 마련하는 방안이 적극 검토되어야 한다. 다음과 같이 구체적인 문구를 성안할 수 있을 것이다. “1) 부르조아 보수정당이 아닌 노동자계급의 정치세력화의 대의에 입각하여 활동하는 제 정치조직에 민주노총 조직원이 참여하여 정치활동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한다. 민주노총은 제 정치조직과의 관계에서 대중조직 고유의 상대적 독자성을 유지하면서 제 정치조직과 연대, 지지, 지원을 강화한다. 2) 다만, 민주노총이 추진해온 노동자 정치세력화운동에 대한 근본적 평가와 올바른 노동자 정치세력화에 대한 민주노총의 구체적 방침은 차기 집행부에서 전조직적 토론을 거쳐 결정한다.” 이 안의 의미는 다음과 같다. 1)의 문구를 통해 설령 좌파운동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표결에 의해 총선 선거방침 수준에서 ‘통합진보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가 결정되더라도, 원칙적인 정치방침 수준에서 제 정치세력에 대한 정치활동을 보장함으로써 민주노총 내부에서 좌파운동의 활동이 봉쇄되는 것은 차단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2)의 문구를 통해 향후 노동자 정치세력화 운동의 전망에 대한 이견으로 인한 민주노총 내부의 극심한 갈등을 막고, 좌파운동의 공동행보의 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하면, 1)의 문구로써 ‘특정 정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에 반대하는 좌파운동 일각의 의견을 반영하고, 2)의 문구로써 향후 올바른 노동자 계급정치노동자 정치세력화운동에 대한 전망을 둘러싼 이견으로 인한 좌파의 즉각적인 분열을 피해가자는 것이다. 또한 현재 민주노총 다수파의 무원칙한 반MB 선거연합 방안과 향후 올바른 노동자 정치세력화 운동의 전략수립 논의를 분리함으로써 이후 새로운 논의가 재개될 가능성을 열어놓을 수 있다. 한편 민주노총 정의헌 수석부위원장과 공공운수노조/연맹 김태진 정치위원장이 제출한 수정안(‘민주노총을 중심으로 제2의 노동자정치세력화를 추진하자’)은 현재 주류적인 통합진보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흐름을 중단시키기 위한 명확한 대안을 제출하지 않기 때문에 주류세력의 ‘변용된 배타적 지지안’(형식적으로 3개의 진보정당에 대해 세액공제와 당원확대 수준에서 문호를 개방하지만, 결과적으로 여타 조건에 의해 통합진보당만을 지지하는 안)에 무력하게 휘둘릴 가능성이 크다. 결론적으로 다시 한 번 확인하면, 좌파운동의 약점인 배타적 지지 관련한 쟁점을 피해가면서 ‘정치방침’과 ‘선거방침’을 분리 대응하여 반드시 정치방침을 통과시켜 이후의 또 다른 토론과 역전의 기회를 남겨 두자는 것이다. 그 동안 민주노총의 선거방침이 사실상 정치방침을 대신해왔다는 점에서 선거방침도 적극적으로 대응을 해야 한다. 선거방침은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에서 결정하기로 하였기 때문에 대의원대회에는 별도 안건이 아니라 사업계획의 형태로 제출될 것이다. 따라서 사업계획에 대한 수정안 제출을 통해 회의투쟁을 전개해야 할 것이다. 현재 민주노총의 선거방침은 ‘6대 과제 20대 핵심요구’를 제시하고 있지만, 요구의 나열을 넘어서지 못한다. 또한 요구 관철을 위한 대중적인 투쟁계획은 부재한 채, 여소야대/1선거구 1후보 출마/야권연대를 통한 반MB 1:1 구도 형성 등 선거전술이 투쟁목표를 역규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미 FTA 폐기 ▲노동악법 철폐 및 전면 개정 ▲비정규직 철폐와 정리해고 중단 ▲재벌에 대한 사회적 통제 ▲세계적 경제위기로 인한 급격한 자본유출을 제어하기 위한 초민족자본에 대한 규제 등 핵심 투쟁과제에 대한 동의여부를 중심으로 민주노총의 지지후보를 결정하는 것을 기본방향으로 하여, 구체적인 선거방침까지 수정안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한편 통합진보당에 대한 성격규정 문제가 쟁점으로 남는다. 좌파운동은 1천인 선언과 조합원 선언운동을 통해 노동자 착취와 탄압의 주범인 국민참여당과 통합한 통합진보정당은 노동자정당, 진보정당이 아니며, 이를 지지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적극적으로 개진했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전적으로 타당하다. 하지만 정치적인 비판, 선전선동의 문제와 별도로 대의원대회 안건발의를 통한 성격 규정의 문제는 그 안이 관철되지 않았을 때 역효과가 크기 때문에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통합진보당에 대한 성격규정 문제를 압도적으로 가결할 수 있다면 별도의 안건상정을 하는 것이 마땅할 뿐만 아니라 이후의 정치방침 논의 등도 손쉽게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좌파운동 내부의 이견과 대의원들의 세력분포 등을 고려할 때 이는 녹록한 문제가 아니며, 역으로 통합진보당을 진보정당으로 사후 승인해주는 효과를 발휘할 수도 있다. 명확히 승산 있는 조건이 아니라면 선거방침에 대한 수정안 제출을 통해 ‘통합진보당이 노동자정당, 진보정당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사실을 충분히 선전, 선동하는 것이 필요하며, 총선방침 수준에서 통합진보정당에 대한 지지가 관철되지 않도록 대응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 올바른 노동자 계급정치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위한 공동대응 노동자 민중 운동의 다수 세력의 ‘우경화된 집권전략’으로의 급격한 노선전환이 노동자 민중 운동과 민주노조 운동 전반의 해체와 붕괴로 이어지지 않기 위해서는 ‘대안적 운동의 재건’을 위한 세력군의 형성이 필수적이다. 한 축으로는 민주노조 운동 내부에서 <3자통합당 배타적 지지 반대와 올바른 노동자계급정치 실현을 위한 민주노총 조합원 선언운동본부>를 중심으로 민주노총 정치방침·선거방침 대응과 대중투쟁 조직화를 위한 공동활동을 강화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가칭)올바른 노동자 계급정치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위한 제단체, 현장조직 연석회의>(이하 노동정치 연석회의)와 같은 정치적인 연대틀을 결성하는 것이 시급하다. 민주노총 각급 산별노조연맹 및 지역의 좌파 정치세력들과 현장활동가들이 참여하는 노동정치 연석회의를 조직화해야 한다. 노동정치 연석회의는 향후 당면 정세에서 ▲총선, 대선 공동대응 ▲전국적인 투쟁전선 구축 ▲올바른 노동자 계급정치노동자 정치세력화를 공동으로 추진해야 한다. 또한 이와 병행하여 11월로 예정된 민주노총 선거에 있어서도 긴밀한 공조를 형성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4월 총선대응과 관련하여 노동정치 연석회의 차원의 전면적 대응은 어렵더라도 노동정치 연석회의에 참여하는 진보정당 및 총선대응 단위들이 주요 총선기조를 합의하고, 이를 중심으로 가능한 방식의 총선대응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설사 총선에서 공조가 어렵더라도 총선 대응을 둘러싼 이견으로 인해 대선공조 및 향후 공동활동이 불가능한 상황에 이르지 않도록 상호 입장을 최대한 조정하려는 적극적인 노력이 요구된다. 좌파의 대응에도 불구하고 현재 통합진보당을 중심으로 한 민주노총 다수파의 ‘우경화된 집권전략’이 그대로 추진된다면, 대선에서 민주통합당의 후보에 대한 민주노총의 지지가 공식화될 가능성이 크다. 노동자 민중 운동이 신자유주의 보수정당의 지지부대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서, 또한 세계경제 위기라는 조건에서 노동자 민중의 생존권 확보를 위해, 그리고 ▲한미 FTA 폐기 ▲노동악법 철폐 및 전면 개정 ▲비정규직 철폐와 정리해고 중단 ▲재벌에 대한 사회적 통제 ▲세계적 경제위기로 인한 급격한 자본유출을 제어하기 위한 초민족자본에 대한 규제 등 핵심 과제들을 사회적으로 제기하기 위해서도 독자적인 대선대응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할 것이다. 현재 세계경제 위기 하에서 차기 정부의 역할은 체제 위기관리적 성격이 강할 것으로 보인다. 재벌 중심의 수출의존적인 한국의 경제 구조 하에서 차기 정권의 운신의 폭은 대단히 좁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설사 통합진보당이 민주통합당과의 선거연합을 통한 공동정부 수립에 성공한다하더라도 차기 정권은 집권과 동시에 자본과 보수세력의 공세 속에서 어려운 경제현실을 들먹이며 선거공약에서도 대단히 후퇴하는 양상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노무현 정권의 경우 집권 6개월만에 철도노조에 대한 경찰력 투입을 필두로 노동탄압의 기조를 강화했던 전례가 있지 않은가. 또한 다가올 4월 총선에서 여소야대 국면이 형성된다하더라도 적극적인 투쟁을 배치하지 않는다면 민주노총의 노동악법 철폐 및 전면 개정 요구 또한 실현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2011년 야5당과의 노동대책회의 논의과정에서 손배가압류 제한, 산별교섭 법제화, 필수유지업무 폐지 등 핵심 쟁점에 대해 민주당이 동의하지 않았고, 합의된 노조법 개정안의 경우도 민주당의 당론으로 공식화되지 않았다. 특히 민주통합당이 다수당이 된 이후에는 그동안 민주노총의 요구를 수용했던 비정규직 관련법, 특수고용직 관련법 등에 대해서도 미온적 태도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법안들은 실제 개정이 가시화될 경우 노동과 자본의 이해가 첨예하게 갈리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노동정치 연석회의는 총선·대선 방침 및 정치방침을 둘러싼 민주노총 내부의 갈등에도 불구하고, 전국적인 투쟁전선 구축을 위해서 민주노총 중집 및 각급 산별노조연맹에서 적극적인 투쟁계획을 제출하고 투쟁을 촉구해야 한다. 또한 영향력 행사가 가능한 각급 산별노조연맹, 지역본부 차원에서 실질적인 투쟁 조직화를 위한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정치적 환경이 어떻든 간에 민주노조 운동의 대중투쟁 역량을 중심으로 요구를 관철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철회를 위한 희망텐트, 정권과 자본이 이미 시행의지를 밝히고 있는 주간연속2교대제 투쟁, 예상되는 구조조정과 노조탄압에 대한 투쟁, 비정규직 특수고용노동자 투쟁, 각 산별노조연맹의 제도개선 투쟁 등을 현장으로부터 조직하고 사회적인 여론을 형성하면서 하반기 노동악법 폐지 및 전면 개정 투쟁 전선을 강력히 구축해야 한다. 민주노총의 투쟁계획이 또 다시 야당과의 상층협상과 형식적인 동원집회로 전락하지 않도록 실질적인 투쟁을 조직화하기 위한 적극적인 실천을 모색해야 한다. 또한 노동정치 연석회의는 올바른 노동자 계급정치노동자 정치세력화 추진방안을 공동으로 협의해야 한다. 좌파운동 내부에 존재하는 조직노선 및 정치적 입장의 차이를 최대한 존중하면서도 상호 간에 입장을 조율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특히나 2012년 정세에서는 각각의 조직적 입장에 따른 차별적 행보를 상호 존중하면서 공조틀을 유지해야 한다. 당면해서 좌파운동 내부에서 올바른 노동자 계급정치 실현을 위한 조직적 전망에 있어서 뚜렷한 이견이 존재한다. 한 축으로는 진보정당의 급격한 우경화에 대응하여 ‘변혁적, 사회주의적 정당 건설’을 주요한 전망으로 사고하는 흐름이 존재하고, 다른 한 축으로는 민주노조 운동의 변혁적 재건을 위한 현장, 지역 차원의 전국적인 활동가조직의 구축이라는 전망이 존재한다. 취약한 좌파운동의 조건에서 두 가지 조직적 전망은 올바른 노동자 계급정치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위한 주요한 구성요소이다. 향후 양대 축이 상호 배타적이라기보다는 협력과 공조의 관계를 형성할 때 ‘대안적 운동의 재건’을 위한 유리한 운동지형을 형성할 수 있을 것이다. 2012년 공동활동과 대선 공동대응의 과정에서 단일한 정치블럭, 정치적 전선을 형성하고 2013년 이후 협력적 파트너쉽 하에 양자를 분리 구축하는 방안을 적극 모색할 필요가 있다. 특히 ‘변혁적 노동자 정당’, ‘사회주의 정당’ 건설 흐름의 경우 당의 운동노선을 함축하는 사회주의적 지향의 강령의 채택여부, 제도정치에 대한 태도, ‘배타적 지지’에 대한 원칙적 입장 등에서 서로 다른 입장을 갖고 있는데, 내부의 분파활동을 유지하더라도 공동의 전망 모색이 가능한지 진지한 검토가 있어야 할 것이다. 최종적으로 현재 시점에서 전망을 함께 할 수 없다면, ‘변혁적 노동자정당’, ‘사회주의 정당’, ‘전국적 활동가조직’이라는 각각의 조직적 전망을 전진시키면서 상호 간의 공조태세를 구축하는 방향을 모색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현재 노동자 민중 운동의 자민통 그룹 다수파와 통합진보당이 민주통합당과의 공동정부 수립에 성공하든 실패하든 간에 국민참여당이라는 이질적 요소와의 갈등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만일 차기 정권에 참여하게 될 경우 경제위기 하 노동자 민중에 대한 정권 차원의 탄압과 신자유주의적 정책시행을 둘러싼 내부적 갈등과 노선분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좌파운동의 역량이 취약한 조건에서 향후 자민통 그룹 내부의 노선분화를 염두에 둔다면 민주노조 운동 차원에서나 ‘민중의 힘’을 통한 연대운동 차원에서 이들과의 공동투쟁을 위한 노력을 포기해서는 안 될 것이다.
2011년은 이명박 정권에 대한 대중의 분노가 여러 계기를 통해 드러났다. 살인적인 등록금에 대학생들의 반값등록금 투쟁이 있었고, 희망버스를 통해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문제가 사회적인 이슈가 되었다. 또한 노동자, 농민의 생존을 위협하는 한미 FTA가 비준되면서 이를 규탄하고 한미 FTA 비준무효를 요구하는 투쟁이 크게 일어나기도 했다. 반값등록금 투쟁, 희망버스, 한미 FTA 폐기 투쟁은 초민족적 자본과 재벌의 이해를 대변하며 경제위기로 가중된 민중 생존의 어려움은 외면하는 이명박 정권에 대한 반감과 분노의 표출이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2011년을 달궜던 투쟁들은 노동자민중운동의 주도적인 계획으로 조직되거나 확산된 것이 아니었다. 투쟁을 준비한 주체들조차 그 사회적 파장과 대중들의 참여가 그렇게 커지리라고는 예상치 못했다. 이 예상치 못한 결과는 분명 이명박 정권에 대한 분노와 민중 생존의 어려움이 매우 크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지만, 노동자민중운동이 전국적인 투쟁을 조직하고 전선을 구축하는 데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특히 ‘한나라당과 이명박에 반대하면 모두 같은 편’이라는 ‘반MB 연대’ 기조가 계속되면서, 민주당을 포함한 야권연대 강화, 2012년 총선, 대선에서의 심판론이 많은 투쟁의 결론으로 제시되었고, 이는 노동자민중운동의 투쟁력과 단결을 강화하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노동자민중운동 진영의 투쟁 계획과 전망은 하나로 모아지지 않고 있으며, 그 결과 전국적인 반신자유주의반이명박 투쟁전선을 구축해야 하는 노동자민중 진영의 연대운동은 그 전망이 매우 불투명하다. 이 속에서 민중운동의 급격한 우경화를 제어하고 변혁적 대중운동 복원을 위한 세력군을 형성하기 위한 좌파운동의 공동대응은 매우 중요한 과제다. 민중의힘(준)의 결성과 민중연대운동 무려 1년이라는 지난한 논의 끝에 2011년 4월 8일 민중운동 진영의 상설연대체인 민중의힘 준비위원회(이하 민중의힘(준))가 출범했다. 재벌과 기업들이 상존하는 경제위기의 가능성에 대비하여 노동자민중을 더욱 쥐어짜고 이명박 정권 또한 그에 발맞추어 노동자민중을 강도 높게 탄압하는 엄혹한 정세 속에서, 노동자민중운동 진영이 단결하여 투쟁해야 한다는 대의가 민중의힘(준)을 출범시킨 원동력이었다. 그러나 이명박 정권에 대한 민심이반이 가속되면서 여러 투쟁의 이슈가 제기되었음에도, 민중의힘(준)이 그 투쟁의 정치적조직적 구심이 되지는 못하는 형국이다. 이런 상황은 우선 민주노총, 전농과 같은 대중조직의 투쟁 계획이 부재하고 무기력한 현실에서 비롯되는 측면이 크다. 민주노총과 전농은 현재의 어려움을 총선과 대선에서 야권연대를 통해 돌파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며, 이에 따라 대중투쟁의 계획보다는 반MB 야권연대를 성사시키기 위한 계획에 무게를 두고 있다. 또한 자민통 진영이 총선과 대선에서 민주당과의 연합을 통해 원내교섭단체 실현과 ‘진보적 정권교체’를 통한 공동정부 구성을 목표로 하면서, 이에 반대하는 좌파 단위들이 참여하는 민중의힘(준)이 자신들의 구상에 걸림돌이 되는 것을 원치 않는 상황과도 관련이 있다. 실제로 한국진보연대는 민중의힘(준)을 강화할 것인가 여부를 2013년 이후 국면에서 판단하겠다는 입장이다. 마지막으로 좌파 진영이 현장 투쟁을 넘어서 전국적인 투쟁 전선을 구축하는 데 실력이 부족한 현실도 일정정도 반영되고 있다. 결국 민중의힘(준)은 2011년 11월 본조직이 출범할 때까지 6월 총궐기 투쟁을 제외하고는 자체적인 투쟁 기획을 내지 못했다. 주한미군의 고엽제 은폐 사건, 한미 FTA, 희망버스, 제주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문제, 교사공무원 정치기본권, 공안탄압 등 다양한 투쟁에 관여해왔지만 사안별 대응 수준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지난 6월, 약 한 달 간의 총궐기 투쟁 기간을 상정하면서 그 시기 투쟁을 대중적으로 조직하고 고양시키기 위한 여러 기획을 배치했지만, 하반기 투쟁과의 연관성을 갖지 못한 채 일회성으로 그쳤다. 민중의힘 이후 전망 지난 11월 9일 민중의힘은 본조직을 출범시켰다. 그러나 본조직 출범이 민중의힘을 민중연대 투쟁의 명실상부한 구심으로 만드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무엇보다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민중운동 내부의 정세에 대한 인식 차가 더욱 커지고 있으며, 이로 인해 구축하고자 하는 전선의 성격과 그에 따른 투쟁 계획에 분명한 이견이 존재한다. 자민통 진영의 경우, 모든 투쟁의 정치적 성과와 목표를 ‘반MB-반한나라당’ 전선 강화와 선거에서의 야권연대 성사로 수렴하려 해왔다. 최근 이런 경향은 더욱 심해지고 있는데, 최근까지 격렬하게 진행된 한미 FTA 비준무효 투쟁에서는 야권연대와 정당통합이 곧 한미 FTA 폐기의 지름길이라는 선동이 주를 이루었으며, 향후 투쟁 계획 또한 사실상 한나라당 심판, 정권교체에 초점이 맞추어지고 있다. 문제는 민중운동 내에서 이런 투쟁의 방향과 정치적 목표를 토론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 대중투쟁 계획을 논의할 여지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한미 FTA 저지투쟁의 정치적 방향성에 대한 민중운동 진영 내 합의와 공동계획을 만들려는 논의와 노력 없이, 민중운동의 다수를 이루는 세력의 구상에 대중조직과 민중운동 진영이 동원되는 것에 그치게 되면, 이에 비판적인 세력의 경우 심각한 무기력감과 사기저하를 느낄 수밖에 없다. 그 결과는 민중의힘을 중심으로 한 민중연대운동의 의미와 역할을 쇠퇴시키고 강력한 공동투쟁의 형성을 가로막는 것으로 드러나게 된다. 결국 민중의힘은 민중운동의 상설 연대기구에 걸맞게 폭넓은 결합력을 키우기보다는 오히려 반대의 결과를 낳고 있다. 민중의힘이 준비위원회부터 약 1년 간 활동을 해 왔으나, 민중운동 진영의 공동투쟁의 기풍이 자리 잡고 전체적인 투쟁이 강화되면서 상설공투체의 의미와 필요성이 커지기보다는 오히려 그 위상과 결합력이 약화되고 있는 것이다. 민중의힘은 독자적인 정책, 조직, 기획 사업을 발전시키기 위한 상근 인력조차 확보하지 못하고 있으며, 전체적인 민중운동의 투쟁력 저하와 지배 세력의 공세적인 탄압을 반전시킬 기획은 논의조차 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2012년 총선 및 대선을 앞두고 통합진보당이 출범하면서 민중운동 진영의 전망과 계획이 더욱 확연하게 갈라지는 상황에서 민중의힘이 유명무실해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형국이다. 하지만 민중의힘이 자기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이라 하더라도 공동투쟁의 노력을 아예 놓아서는 안 된다. 통합진보당 내에서 이념과 노선이 확연히 다른 국민참여당과의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 만약 민주통합당과의 연립정부 구성에 성공한다하더라도 경제위기 하 신자유주의 정책시행과 노동자민중에 대한 탄압이 불가피한 객관적 조건 속에서 내부적 갈등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자민통 진영 내부의 자기반성이나 노선분화 등을 염두에 두고 대중투쟁을 공동으로 일구기 위한 노력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좌파 연대운동 민중의힘 건설 과정에 공동으로 대응하기 위해 논의를 시작해 온 좌파 진영의 연대운동은 유성기업 파업투쟁, 노동해방선봉대 등의 공동 투쟁을 진행하면서 파트너쉽을 강화해왔다. 전국민중연대가 해산 과정조차 제대로 밟지 못하고 사라진 이후 전국적인 연대운동 수준에서 배제되어 각개약진해온 좌파 단위들이 수년 만에 공동의 논의틀을 형성하고 공동투쟁을 진행하면서 신뢰를 쌓고 향후 더 긴밀한 연대의 단초를 마련한 것은 큰 성과다.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2011년 중반부터는 현안 투쟁에 대한 공조를 넘어서 정치적 연대 방안을 모색할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되어왔다. 세계적인 장기불황과 경제위기 재발 가능성이라는 조건에서 자본과 정권의 공세가 강화되고 노동자민중에 대한 착취가 심화됨에도, 전반적인 대중운동의 무기력과 위기가 팽배한 상황에서 자본의 공세를 돌파할 수 있는 투쟁과 전선을 복구하지 못하고, 이를 2012년 총선, 대선 국면에서의 정치적 기획을 바탕으로 한 범야권공조 흐름이 대체함으로써 민중운동의 투쟁력과 정체성이 상실되고 있다. 이런 정세 속에서 좌파운동의 공조와 연대는 노동자민중운동의 우경화와 투쟁력 상실을 제어하고 변혁적 대중운동의 토대를 유실하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다. 그러나 좌파 단위들이 정치적 연대 방안에 대한 필요성에 강한 공감대가 있다고 해도, 그것이 현실화하는 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다. 무엇보다 좌파운동 단위들이 이념과 조직노선, 실천전략 등에서 매우 다양한 입장 차이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2012년 정치적 연대의 성과를 수렴하려는 조직적 구상의 차이가 좌파운동의 정치적 공조와 연대를 진전시키는 데 가장 핵심적인 어려움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 어려움을 넘어서 좌파운동의 연대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상호 간에 책임감과 신뢰를 가지고 조정하고 실현해가야 할 몇 가지 과제가 있다. 2012년 정세 속에서 제기해야 할 공동의 요구와 투쟁 과제에 대한 토론과 합의가 필요하다. 현재 좌파 단위들의 정치적 연대 방안은 2012년 반MB 선거연합 구도에 맞서 독자적인 대응의 필요성 정도를 합의하는 수준이다. 이대로 간다면 시간에 쫓겨 ‘사회주의냐 반자본주의냐’ 식의 이념적 선명성을 기준으로 연대의 범위를 설정하는 형태의 논의가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한미 FTA 폐기, (손배가압류 제한, 산별교섭 법제화, 복수노조 창구단일화 강제조항 폐기, 필수유지업무 폐지 등을 포함한) 노동악법의 전면 재개정, 비정규직 철폐, 정리해고 철폐, 재벌에 대한 사회적 통제 등 2012년 총선과 대선의 공동대응에서 실제 기준이 될 수 있는 내용에 대한 토론과 합의가 필요하다. 또한 서로의 이념과 조직노선에 대한 토론을 진행해가야 한다. 단순히 각 조직의 입장을 강변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변혁적 운동을 강화하기 위한 재편 계획과 대안적 이념을 마련하기 위한 상호 토론이 필요하다. 일례로, 얼마 전 새로운 노동자정치세력화의 방향을 표현하는 문구를 둘러싼 논의에서 ‘노동해방, 평등세상’이라는 문구와 ‘노동해방, 인간해방, 민족해방’이라는 문구가 제시되어, 논란 끝에 결국 ‘노동해방’이라는 표현만을 명기하게 된 적이 있었다. 각 조직의 이념적 지향을 표현하는 문구를 둘러싼 조율을 넘어서 그 실내용에 대한 토론이 진행될 필요가 있다. 단순한 문구 논란이 아니라 사회변혁적 운동을 강화하고 사회구조의 변화를 앞당기기 위한 공조와 협력을 모색한다는 목표 하에서 자기반성과 신뢰 있는 상호 평가를 통해 진행되어야 한다. 그리고 현재 무엇보다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는 민주노총의 3자통합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를 막기 위한 조합원 선언운동을 성과있게 해내야 한다. 통합진보당을 배타적으로 지지하고 통합진보당의 야권단일화 전략을 민주노총의 선거방침으로 채택하려는 민주노총 집행부의 계획을 막기 위해 범좌파진영이 쉽지 않은 조율 과정을 거쳐 선언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이 선언운동은 2012년 총선과 대선 국면에서의 공동 행보 여부를 가를 수 있는 일차 관문이다. 3자통합당 배타적 지지 반대 민주노총 조합원 선언운동 지난 12월 민주노동당-국민참여당-새진보통합연대 3자가 통합한 통합진보당이 출범한 이후 민주노총 집행부는 이에 대한 배타적 지지 방침 및 통합진보당의 야권단일화 전략을 민주노총의 선거방침으로 확정하기 위한 계획을 가지고 현장을 조직하고 있다. 이에 반대하는 민주노총 전현직 간부들과 활동가들이 1천인선언을 진행했고, 그 후속 사업으로 “3자통합당 배타적 지지 반대와 올바른 노동자계급정치 실현을 위한 민주노총 조합원 선언운동”이 진행되고 있다. 선언운동의 내용은 노동자 탄압의 주범 국민참여당과 통합한 통합진보정당은 노동자 정당이 아니며, 통합의 과정에서 민주노총 조합원들의 의사를 배제한 것은 기간 민주노동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를 통해 진행된 노동자정치세력화운동의 문제점을 보여주는 것이며, 따라서 조합원들의 토론을 거쳐 올바른 노동자정치세력화 방안을 수립해야 하고 정치방침 또한 재정립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향후 노동자 정치세력화운동의 전망에 대해 사회주의 노동자정당 건설, 노동운동의 재조직화와 진보신당을 포함한 좌파진보정당의 재구성, 민주노총이 중심이 되는 변혁적 노동자대중정당의 건설 등 각기 다른 입장이 제시되어 있는 상황에서 선언운동의 방향, 내용, 문구에 대한 이견을 조율하여 선언운동을 본궤도에 올리는 과정 자체도 순탄치만은 않았다. 그러나 민주노총 집행부가 통합진보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를 정치방침뿐만 아니라 선거방침을 통해서 어떻게든 관철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상황에서, 좌파운동의 일차적 목표는 공동행보를 통해 민주노총 집행부의 의도가 관철되는 것을 막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무엇보다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에서의 단일한 대응을 성사시키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두어야 하며, 선언운동을 최대한 많은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것에 주력해야 한다. 민주노총 집행부는 현재 정치방침과 선거방침을 분리시키고 4.11 총선방침을 사업계획에 포함시켜 실질적으로 통합진보당 배타적 지지와 야권단일화를 강제하고 있다. 현재 민주노총 총선방침으로 제기된 안은 ‘6대 과제 20대 요구’를 일반적인 수준에서 나열하고 구체적으로는 여소야대 실현, 야권연대를 통한 반MB 1:1 구도 형성, 지지율에 따른 정당투표 등을 제시하고 있다. 총선 시기 분명한 노동자계급의 요구를 걸고 대중투쟁을 통해 그것을 관철시키겠다는 투쟁 계획이 아니라, 어떻게든 야권연대를 성사시켜 여소야대 국면을 만들겠다는 판단 하에 야권연대가 가능한 수준의 요구를 걸고 있는 것이다. 3자통합당 배타적 지지 반대 선언운동은 현재 민주노총 집행부가 추진하는 총선방침에 대한 문제제기를 포함한다. 좌파운동은 단순히 현재의 선거방침 폐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민주노총이 노동자계급을 대표하여 제기해야 할 분명한 요구와 이를 관철시키기 위한 실질적인 대중투쟁 계획을 제시해야 하며, 이를 바탕으로 총선 시기 실제로 지역과 현장의 강력한 대중투쟁을 조직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2012년에 공통의 어려움에 처한 좌파 운동은 각기 다른 정치적 조직적 견해 차이를 강조하기 보다는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통합진보당을 중심으로 한 우경화된 집권전략과 이에 동조하는 민주노조운동의 우경화를 저지하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공동의 대응태세를 갖춰야 한다. 이를 위해 민주노총 각급 산별노조연맹과 지역적 차원에서 좌파정치세력들과 현장 활동가들이 참여하는 연석회의를 구성하고, 총선과 대선에서의 공동대응, 전국적 투쟁전선 구축 및 대중투쟁 조직, 향후 정치세력화 방안에 대한 모색에 공동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북한 사회는 변화할 것인가? 혹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 이후 권력승계 과정을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의 조건’에서의 권력승계라고 말한다. 후계자 김정은이 공식적인 승계과정에 돌입한 지 1년이 조금 지났을 뿐이고(후계자 수업은 길게 잡아도 3년 정도로 볼 수 있다), 권력의 중추로 떠오른 김정은-장성택-김경희는 결코 이상적인 ‘드림팀’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향후 북한은 어떤 변화의 길을 걷게 될 것인가? 그 전망은 여전히 추측에 지나지 않겠지만, 북한의 객관적 현실을 파악하면 몇 가지 시사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당에서 후계자의 현재 지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당내 직함은 당 총비서, 당 중앙군사위원장, 정치국 상무위원장 겸 정치국원, 당 비서국 내 조직담당 비서 겸 조직지도부 부장이었다. 한마디로 김정일 위원장은 당의 모든 요직을 겸직하였다. 그에 따라 당의 의사결정 김정일 위원장에게 고도로 집중되었고, 당 규약을 따르지 않는 편의적이고 변칙적인 당 운영이 일상화되었다. [%=사진1%] 조선노동당 중앙조직의 조직구조는 상식적으로 볼 때도 매우 변칙적이다. 중앙위원회 위원장의 역할은 제한적이고 중앙위원회 산하 비서국 총비서가 당수 역할을 한다. 중앙군사위원회의 위상은 중앙위원회와 동급이다. (중앙위원회 산하의 군사위원회가 당 대회 승인 없이 중앙군사위원회로 지위가 격상되었다. 이것은 이른바 ‘선군정치’가 현실 권력구조에 반영된 형태다.) 당 구조가 변칙적이기 때문에 당 내 권한 충돌이 발생할 여지가 큰 게 사실이지만, 김정일 위원장이 모든 핵심 요직을 장악했기 때문에 지금까지 그러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 (2010년 개최된 당 대표자회의에서는 당 규약을 개정해서 총비서가 중앙군사위원장을 겸직하도록 규정해서 권한 충돌을 예방하는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1980년 이후로 30년 간 당 대회가 개최되지 않았다는 사실은 당이 사실상 마비 상태에 있고 김정일 위원장이 당의 의사결정을 독점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후계자 김정은이 당에서 지도권을 확립한다는 것은 당을 정상화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달리 말하면, 김정일 위원장이 조직지도부 활동을 통해 유일지도체제를 수립하면서 당권을 장악했던 과정에 비하면, 김정은은 당을 사실상 ‘재건’해야 한다는 더욱 더 어려운 과제를 안고 있다. 게다가 김정은이 현재 당 내에서 공식적으로 맡은 직함은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뿐이다. (조직지도부 역할을 수행한다는 보도도 있기는 하다.) 따라서 김정은이 당 내에서 맡은 역할이나 지금까지 수행한 임무도 아직도 지극히 제한적일 뿐이다. 결론적으로 볼 때 김정은이 과거 김정일 위원장이 당에서 맡은 모든 역할을 빠른 시일 내에 실질적으로 수행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다. 권력 배분, 곧 ‘집단지도체제’는 불가피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당의 운영이 재활성화되고 공정한 규칙이 수립되어야 하며, 이는 당의 실질적 체질 변화를 의미한다. 그러나 그것이 얼마나 빠른 시일 내에 가능할지는 현재로서 예상하기 어렵다. 국가 체계 내에서 후계자의 현재 지위 김정은은 국가 체계 내에서는 어떤 공식 직함도 맡지 않고 있다. (국방위원회 지도원으로 활동한다는 보도가 있기는 하다. 그러나 국방위원회 위원은 아니다.) 올해 2011년 4월에 개최된 최고인민회의에서 김정은이 국방위원회의 공식직함(부위원장)을 맡지 않겠냐는 전망이 있었으나 그렇지 않았다. 김정은이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인지도 아직 불확실하다. [%=사진2%] [%=박스1%] 북한 헌법 상 최고인민회의가 최고주권기관이다. 최고인민회의는 ‘최고영도자’인 국방위원장의 선출권과 소환권을 지닌다. (국방위원장의 임기는 5년이고 연임에 관한 규정이 없기 때문에 특정인이 국방위원장 직을 언제까지라도 맡을 수 있다.) 하지만 북한의 최고권력기관은 국방위원장과 그를 보좌하는 국방위원회다. 이는 김일석 주석 생존 당시의 주석과 중앙인민위원회에 상응한다고 볼 수 있다. 국방위원장은 국가의 전반 사업을 지도하며, 조약의 비준, 폐기권을 행사하며, 국가의 비상사태, 전시상태, 동원령을 선포할 수 있다. 김일성 주석 생존 시 국방위원장이라는 직위는 국가주석의 지도를 받는 중앙인민위원회 산하의 위원회 중 하나였다. 김정일은 1990년에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에, 1993년 위원장에 취임했다. 김일성 주석 사망 후 국가주석은 공석이 되었고, 국방위원장이 사실상 국가주석에 버금가는 역할을 하다가 2009년에 와서야 헌법을 개정해서 국방위원장의 역할과 임무를 명문화했다. 과거 권력승계 과정을 보면, 김정일 위원장조차도 국가주석직을 곧바로 승계하지 못했고, 최고인민위원회 상임위원회(및 상임위원장)와 내각(및 총리)의 권한이 확대되었다. (그러다가 2009년 헌법개정을 통해 최고인민위원회 상임위원회 권한 중 일부가 국방위원장에게 이관되었다.) 따라서 현재 후계자 김정은이 국방위원장 직을 곧바로 승계할지는 불확실하다. 김정은이 어떤 경로를 통해 국가체계 내에서 성장할지 단언할 수 없으나 상당 기간 동안 권력의 거대한 공백이 발생하는 것은 불가피한 현실이다. 아마도 김정일의 권력승계 과정에서의 권한 분산보다 더욱 확대된 형태의 권한 분산이 불가피해 보인다. 미국과 중국의 대북정책 향후 북한 전망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중국과 미국의 대북정책일 것이다. 북한 경제의 전반적인 대외의존도를 고려할 때 중국과 미국이 새로운 북한 체제에 향후 어떤 태도를 보이는가는 북한의 생존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잘 알려진 것처럼 미국은 북한의 ‘급변사태’에 대한 군사적 대책을 수립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미국의 태도는 ‘주시하고, 기다리고, 준비한다’는 것이다. 미국이 북한에 대해 군사행동을 취한다면 그 출발점은 데프콘, 즉 전투준비태세의 격상이다. 한국전쟁 정전 이후로부터 지금까지 항시적으로 테프콘 4가 발령되어 있는데 이는 ‘적과 대립하지만 군사적 행동 가능성이 낮은 상태’다. 김정일 위원장 사망 이후로 데프콘 3으로 격상은 이뤄지지 않았다. (데프콘 3이 발령된다면 작전권이 한국군에서 한미연합사령부로 넘어간다.) 결론적으로 보자면, 미국은 데프콘 격상과 같은 방식으로 즉각 북한의 탈안정화를 시도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김정일 위원장의 사망으로 인해 대북정책 전반을 재검토하는 시간을 가질 것이다. 단적인 예를 들어보면, 미국은 누구를 접촉선으로 해야 할지 정보를 갖고 있지 않다. 미국의 입장에서 보면 김정은을 중심축에 두고 접촉한다면 군부의 반발을 불러일으켜 김정은의 입지를 약화시킬 수 있고, 역으로 다른 자를 중심축에 둔다면 김정은이 무력화될 수도 있다. 따라서 미국으로서는 누가 자신의 대화 파트너로 적절한지 정보를 획득해야 하며, 나아가 그 파트너의 기본 성향이 어떤지를 파악해야 한다. 미국은 바로 최근까지 식량지원과 핵 협상 재개 문제를 두고 북한과 접촉을 했지만, 이제 새로운 정권을 전반적으로 다시 파악하기 위한 시간을 설정할 것이다. 따라서 북미 대화는 얼마간 접촉이 유지되더라도 상당 기간 교착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현재 중국이 권력승계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표명한다는 것은 미국의 전략에서는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 반확산을 핵심적 전략목표로 설정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북한의 ‘나쁜 행위’에 대한 제재가 필요한데, 지금까지 중국은 미국의 요구를 순순히 수용한 적이 없다. 미국은 시진핑으로 대표되는 중국의 차기 지도부가 미국과 함께 북한 비핵화를 압박하기를 원하지만 중국이 종래의 방침을 순식간에 바꿀 것 같지는 않다. 북한이 핵보유 수준을 높이면서 중국(및 러시아)과 경제관계를 발전시킨다면 미국으로서는 북한을 압박하는 지렛대를 잃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북한의 변화 가능성은? 현재 북한 조선노동당의 상황을 볼 때 과거와 같은 유일지도체제가 실질적으로 수립되고 기능하리라 예상하기는 쉽지 않다. 김정일 위원장의 권력승계 과정이 잠재적인 경쟁 집단, 개인을 제거하고 ‘유일’ 지도체제를 확립하는 과정이었다면, 현재는 후계자 홀로 당 구조와 운영을 정상화할 수는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또한 국가체계 내에서도 후계자가 국방위원장의 모든 권한을 곧바로 승계 받는 것도 상상하기 어렵다. 이미 김정일 국방위원장 하에서도 최고인민회의와 내각 사이에서 어느 정도의 권력분점이 불가피했다면, 현재 조건에서는 그러한 필요가 더욱 크기 때문이다. 과거 1953년 스탈린의 사망 후 그와 같은 카리스마적 권력자를 대체하는 방법은 집단지도체제였다. 즉 권력분점의 제도화였다. 하지만 집단지도체제 내부에서도 권력쟁투는 늘 발생할 수 있다. (스탈린 사망 직후 가장 유력한 권력자였던 KGB 베리야가 전격 체포되었고, 나머지 스탈린 측근들이 권력 배분을 통해 일종의 집단지도체제를 구축했다. 하지만 집단지도체제 내부에서 권력 쟁투가 발생했다. 흐루시초프의 개혁 노선의 실패 후 또 다시 ‘궁정쿠데타’ 형식으로 브레즈네프가 권력을 장악했다.) 따라서 당분간은 북한 정권 담당자들은 급격한 정치적·사회적 변동을 막기 위한 안정화를 추구할 것이고 권력배분을 모색할 수 있다. 그러나 집단지도체제 내부에서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은 항상 열려 있다. 이는 순전한 권력 다툼이라기보다는 정책 갈등을 계기로 비화할 수 있다. 달리 말하면 권력분점 속에서 정치적, 정책적 갈등의 표면화는 자연스럽게 수반되는 과정일 것이다. 하지만 북한의 정치엘리트들은 실질적 의미에서 대중동원을 철저히 배제하는 통치방식에 고착되어 있기 때문에 엘리트 간 권력쟁투가 곧 체제 위기로 치닫지 않을 수도 있다. (과거 북한에서 수령제가 확립되는 과정을 보면 수령의 직접적인 현지 지도를 매개로 당과 기업소에서 중간관리자의 관료주의, 보수주의를 공격하는 일종의 ‘대중동원’이 이뤄졌다. 과거 중국에서는 모택동과 유소기로 대표되는 사회주의 건설 노선의 대립이 문화혁명과 대중투쟁을 매개로 내전의 위기로까지 발전된 적이 있다. 그러나 현재 북한은 당 내부의 문제를 진정한 의미의 대중동원, 대중운동의 형태로 제기하고 해결하는 과정을 배제하고 있다.) 또한 중국이 북한의 권력승계를 전폭적으로 지지한다면 지도부 내부의 첨예한 갈등 가능성은 더욱 줄어들 수도 있다.
16차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 선거방침을 비판한다 12월 13일(화) 열린 민주노총 16차 중앙집행위원회(이하 중집)는 내년 총선에서 선거방침을 적용할 진보정당에 통합진보당을 포함시켰다. 논란 끝에 총선 방침을 적용할 ‘진보정당은 통합진보당, 진보신당, 사회당으로 [승인]하고 중집 성원 중 일부 이에 대한 이견이 있었음을 확인 한다’고 정리했다. 또 민주노총은 총선 방침으로 △1선거구 1후보 출마(진보진영 후보단일화) △반MB 반FTA 1:1구도 형성(야권연대) △정당명부 비례대표 집중투표 △세액공제, 당원확대 적극 참여 등을 승인했다. [%=사진1%]이날 확정된 선거방침은 '통합진보당이 진보정당이 아니다'는 민주노총 안팎의 문제제기가 대대적으로 확산되는 상황에서 통합진보당을 민주노총이 지지하는 진보정당으로 공식 승인함과 동시에, 지난 2010년 지방선거 이후 관행화된 ‘반MB 야권연대’를 2012년 총선 선거방침으로 또다시 결의했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를 지닌다. 뿐만 아니라 민주노총 집행부는 다가올 정기 대의원대회에서 ‘민주노동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 정치방침을 통합진보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로 승계하는 방안을 상정할 계획을 갖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방침이 그동안 민주노총이 추진해온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원칙과 내용을 스스로 부정한다는 점에서 강한 우려를 표하며 아래와 같이 입장을 밝힌다. 통합진보당은 진보정당이 아니다 통합진보당은 민주노동당, 국민참여당, 새진보통합연대라는 대단히 이질적이고 때로 모순적인 이념과 역사를 갖는 정치세력들이 통합한 정파연합당이다. ‘노동자 민중의 정치세력화’를 모토로 창당한 민주노동당과 ‘노무현의 삶과 참여정부 계승’을 목표로 창당한 국민참여당, ‘비국민참여당 진보대통합’을 주장하다 끝내 진보신당을 탈당한 새진보통합연대가 이념과 역사의 차이를 무시하고 불과 수개월 만에 합당한 것은 진보정치-노동자정치의 진전이 아니라 역행임이 분명하다. 2008년 분당 이후 민주노동당 당권을 장악한 민족해방(NL) 계열은 ‘자주적 민주정부론’과 ‘진보·개혁 세력 대표주자 교체론’을 한 단계 발전시켜 집권으로 상징되는 주류화 전략을 전면화하였다. 그 결과 2010년부터 반MB 선거연합 전술을 공식화하고, 2011년에는 당 강령을 ‘사회주의적 이상과 원칙’에서 ‘진보적 민주주의’로 교체하였다. ‘친노의 적통’을 자처하던 국민참여당은 취약한 조직세를 만회하여 범야권 내에서 민주당의 대항마로 부상하기 위해 이념·노선을 대폭 우경화한 민주노동당과 통합을 추진했다. 진보신당 당대회에서 민주노동당과의 통합안이 부결되자 총선에서 생존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판단한 새진보통합연대는 결국 당을 탈당하여 자신이 그토록 비판하던 국민참여당과의 통합에 합의했다. 당대회에서 국민참여당과의 통합안이 부결된 바 있던 민주노동당은 새진보통합연대의 합류로 손쉽게 국민참여당과의 통합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민주노동당은 국민참여당이 과거 참여정부 시절 추진했던 신자유주의 정책을 반성하고 있으므로 진보정당 통합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강변했다. 그러나 국민참여당은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이 이전에 통합 논의 과정에서 합의한 내용을 검토하면서 “재벌해체, 무상의료, 무상교육 등 시민들의 보편적 정서와 상충하는 정책에 대해 재검토가 필요하다”거나, “노동정책을 앞세우고 이에 지나치게 높은 비중을 두어 노동자정당, 노동조합의 정당의 면모를 보이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평가하였다. 또 “파견제 철폐, 지역자립형 경제, 종속적 한미동맹체제 등 적절성 여부를 검토할 필요가 있는 정책이 적시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 결과 3자의 통합 합의서에는 5·31 연석회의 합의사항 중 ‘자본주의의 한계와 폐해를 극복하고 새로운 대안사회를 건설한다’는 내용조차 반영되지 못했다. 무릇 진보정당이라고 할 때 응당 포함되어야 할 반신자유주의 또는 반자본주의적 지향이 국민참여당과의 통합으로 말미암아 대거 후퇴하거나 제외된 것이다. 이에 따라 11일 창당 출범식에서 통합진보당은 5대 비전으로 △나라의 주권 확립 △복지국가 건설 △한반도 평화와 통일 지향 △녹색생태 사회 건설 △한국정치 개혁 등 대단히 절충적이고 모호한 내용을 발표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점에서 “한미 FTA를 체결하고 비정규직법을 개악하고 복수노조 교섭창구단일화,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필수공익사업장 파업권 제한을 골자로 하는 ‘노사관계 로드맵’을 만든 국민참여당이 참가한 통합진보당을 노동자정당-진보정당이라 인정할 수 없다”는 현장 노동자들의 목소리는 전적으로 타당하다. 우리는 “자본주의를 넘어선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갈 전망을 상실한 3자통합당은 진보정당이 아니다”라는 민주노총 전현직 간부·활동가들의 선언을 적극 지지한다. 민주노총 야권연대 선거 방침의 문제점 민주노총 총선 방침은 ‘진보정당의 약진과 진보민주세력의 집권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정세 인식 하에 의회권력 교체(여소야대)와 진보정당의 원내교섭단체 구성을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민주노총이 제시한 핵심적 노동의제인 최저임금·비정규직 문제 해결과 노동법 전면 재개정 그리고 전 민중적 과제인 민중생존권 쟁취 및 한미 FTA 폐기, 사회공공성 강화를 쟁취하기 위해서는 19대 국회가 강력한 야권연대로 맺어진 ‘정책협약’을 실현할 국회의원들로 과반수 이상이 채워져야 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러한 방침은 원칙적, 현실적 측면 모두에서 심각한 문제가 있다. 우선 지금 제출된 민주노총의 선거방침은 단기 성과와 실리에 매몰되어 노동자 정치세력화 본연의 취지를 훼손하고 있다. 진보정당의 원내교섭단체 진출을 당면 목표로 설정하게 되면 ‘민주통합정당’(민주당과 시민통합당의 통합정당)과의 선거연합은 필수사항이 된다. 다시 말해서 민주노총은 '노동 의제 전면화'(목표)를 위해 '과반의석 확보'(정치적 수단)를 제시하고 있는데, 현실에서 이는 민주당과의 선거연합을 전제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이러한 수단은 목표를 희석 또는 변질시키게 될 것이다. 또한 이는 2010년 지방선거 당시 수립된 민주노총 선거방침, 즉 ‘야권 단일화 후보는 민주노총 지지후보로 한다’는 방침이 지닌 문제점을 계속해서 반복하는 것이기도 하다. 단기 성과와 실리에 매몰된 선거방침이 노동자의 독자적 정치세력화를 위해 민주노동당을 창당하고 이를 배타적으로 지지해온 정치방침을 역으로 규정하여, 일순간 신자유주의 세력에 대한 직간접적 지지를 정당화하는 역설적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다. 현실적 차원에서도 민주노총을 비롯한 각급 산별연맹/노조의 2012년 사업계획이 총대선 대응에 매몰되고, 특히 선거방침이 야권연대에 일방적으로 의존한다는 문제가 있다. 총대선에서 의회권력과 정권을 교체하면 노동자 투쟁의 활로가 열릴 것이라는 막연한 인식이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여소야대와 정권교체의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 사실이라 할지라도 민주노총의 주체적 계획이나 준비 없이 핵심 목표를 달성할 수는 없다. 더욱이 야권연대를 통해 민주노총이 설정한 핵심 의제에서 의미있는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도 지극히 불투명하다. 단적으로 한미 FTA 체결을 주도했고 국회비준을 방조한 뒤 곧이어 등원을 결정한 민주당의 기회주의적 행태를 볼 때, 설령 여소야대와 정권교체가 실현된다한들 이들이 한미 FTA를 폐기할리는 만무하다. 한미 FTA로 대표되는 수출-재벌 주도의 신자유주의 세계화 정책, 다시 말해서 수출경쟁력 확보를 목표로 살인적인 저임금-노동유연화 정책을 추진해온 민주당과 국민참여당 등 이전 집권세력의 책임을 묻지 않고 총선에서 ‘반MB-반FTA 야권연대’를 한다는 것은 전혀 앞뒤가 맞지 않는 얘기다. 노조법 재개정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지난 상반기 민주노총이 민주당과의 공동 입법발의와 한국노총 공조를 염두에 두고 꾸린 ‘노동대책 및 노동관련법 재개정을 위한 야5당-민주노총 회의’에서 민주당은 2009년 12월 이명박 정부가 손댄 부분(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와 전임자 임금지급 문제)만 다시 약간 손질한다는 입장으로 일관했다. 최근 ‘파견전임자 임금을 지원받기 위해 현 정부 임기 내에는 노조법 개정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합의를 한 한국노총이 ‘민주통합정당’에 합류하기로 한 것도 노조법 투쟁 전선의 교란 요소가 될 것이다. 비정규직이나 최저임금 사안에서 민주당이 제시하는 방안이란 것도 실상은 노동유연화를 전제한 상황에서 일부 부작용과 문제점을 보완하는 ‘유연안전성’이라고 봐야 한다. 투쟁 동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리바이로 삼거나, 또는 민주당의 기회주의적 행태를 견인하기 위해서라도 강력한 야권연대가 필요하다는 식의 안이한 정세인식으로는 결코 민주노총의 핵심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 무엇보다 2012년 다시 세계를 엄습하고 있는 경제위기 정세를 감안할 때 ‘개혁 의제’의 폭이 제약되는 것은 물론, 이것이 역으로 노동자들에게 양보교섭과 사회적 합의를 종용하는 굴레로 작용할 위험마저 있다. 따라서 민주노총의 선거방침은 아무런 원칙도 근거도 없는 ‘반MB 야권연대’가 아니라 민중운동의 정치적·조직적 역량을 강화하고 실질적 투쟁 계획을 수립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한미 FTA 폐기, 노동법 전면 재개정, 비정규직 문제 해결 등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와 노동유연화 정책에 반대하는 분명한 기조와 목표를 설정하고 그에 걸맞은 투쟁 전선을 구축하는 것으로 전면 수정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 현재와 같이 ‘2012년 총대선 승리는 노동자들의 인적·물적 지원 없이는 불가능하며 민주노총의 요구도 2012년 총대선 승리 없이는 어렵다’는 논리로 ‘민주노총 10만 당원시대 개척 및 100억 세액공제 사업’을 추진한다면 이는 본말이 뒤집힌 방침이 될 뿐이다. 통합진보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를 반대한다 다가올 대의원대회에서 민주노총 집행부는 민주노동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 방침을 통합진보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 방침으로 자연스럽게 승계하는 방안을 상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11월 29일에 열린 15차 중집에서 집행부는 ‘장기적인 정치방침(배타적 지지)은 내년 1월 정기 대의원대회에서 심의하여 의결하고, 총선 선거방침은 중앙집행위원회에서 논의하여 결정한다’고 결정한 바 있다.(선거방침과 정치방침을 분리 논의한 것은 12월 13일부터 총선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되므로 정치방침이 결정되기 전까지 진보정당에 적용할 임시적인 총선 선거방침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그리고 정치방침으로 △민주노총은 (가칭)3자통합당을 통해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추진한다, △민주노총은 유효한 진보정당을 통해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추진한다, △민주노총은 통합진보정당을 통해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추진한다는 3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이 3가지 방안은 문구의 차이만 있을 뿐, 사실상 모두가 12월 초 신설될 예정이던 통합진보당을 통해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추진할 것을 뜻하기에 동일한 방안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국민참여당과의 통합을 통해 이념과 노선을 대폭 우경화한 통합진보당을 배타적 지지 정당으로 삼는 것은 장차 민주노총 스스로의 정치적·조직적 기초를 허물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국민참여당과의 통합은 민주노동당 자신은 물론 이들로 표상되던 민중운동 주류의 대대적인 노선 전환을 상징하는 사건이다. 즉, (신)자유주의 세력과 이념적·조직적으로 분별 정립하려던 진보정당 및 정치세력화 운동의 쇠퇴를 상징하는 극적인 계기인 것이다. 뿐만 아니라 통합진보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는 민주노총 내부의 극심한 갈등을 야기할 것이다. 당장 15차 중집에서 공공운수노조 등 6개 산별연맹/노조 위원장과 여러 지역본부장들, 심지어 현 집행부의 수석부위원장도 집행부 안에 문제를 제기했다. 민주노동당이 국민참여당과의 통합 의사를 표명한 이후 이에 반대하는 현장 조합원들의 목소리도 계속해서 커지고 있다. 이처럼 민주노총 내부에서 통합진보당에 대한 강력한 반대 의견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집행부가 이를 무시하고 원안을 관철하려 한다면 이는 돌이킬 수 없는 갈등과 분열의 씨앗이 될 것이다. 민주노총 집행부는 지금 당장 통합진보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 방안을 철회해야 한다. 그리고 노동자 정치세력화에 대한 발본적 평가를 통해 노동자운동의 대의와 요구, 계급적 단결에 기반을 둔 새로운 정치방침을 수립해야 한다. 가령 ‘신자유주의 세력이 아닌 노동자계급의 정치세력화라는 대의에 복무할 수 있는 제 정치세력을 지지하되, 민주노총은 대중조직의 상대적 독자성을 유지하면서 구체적 선거방침은 조직의 결정에 따른다’는 정도의 방안을 논의의 출발점으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1000인 선언과 선언자대회를 대대적으로 조직하자 다시 한 번 분명히 밝힌다. 첫째, 통합진보당은 진보정당이 아니다. 둘째, 민주노총의 무원칙한 ‘반MB 야권연대’ 선거방침은 전면 수정되어야 한다. 셋째, 통합진보당은 민주노총의 배타적 지지 대상이 될 수 없다. 우리는 12일 발의된 ‘3자통합당에 대한 입장과 올바른 노동자계급정치를 위한 민주노총 각급조직 전현직 간부 및 현장활동가 1천인 선언 운동’에 적극 동참할 것을 결의하며, 이후 노동자 정치의 원칙과 민주노총 정치방침의 재정립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