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범대위로 결집해 민중운동의 단결을 도모하자! 살인자 무죄-희생자 유죄, 달라질 것 없는 검찰 조사 결과 애초에 2월 5일로 예정되었다가 6일로 미뤄졌던 용산참사 조사발표가 9일로 연기되었다. 용역업체 동원여부에 대해 조사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검찰의 발표 연기는 이미 정해진 결론을 달성하기 위한 시간벌기에 불과하다. 용산참사 수사본부는 참사 발생 당일 빠르게 구성되었고 27명의 검사와 100여 명이 넘는 수사 인력이 보름 넘게 동원됐다. 이들은 참사 당일에 유족 동의도 정당한 사유도 없이 사망 철거민들을 부검한 것에 이어 농성자 6인 구속, 전철연 위원장 계좌 추적, 입원 중인 용산철거민대책위 위원장 구속, 칼라TV 압수수색 등 ‘철거민 책임’, ‘전철연이 배후’라는 정해진 결론을 향해 일관되고 발 빠른 조사를 진행했다. 그럼에도 마땅한 증거 없이 화염병이 발화의 원인이라는 ‘주장’만이 되풀이되고 있고, 보수언론의 추측성 편파 보도와 경찰의 여론조작 및 책임전가가 검찰조사를 뒷받침하고 있을 뿐이다. 검찰은 제기된 여러 의혹에 대해 조사하지 않다가 발뺌할 수 없는 증거가 나오면 어쩔 수 없이 조사를 한 후 결국 책임자에게 면죄부를 주고 있다. 조사 발표 연기도 6일에 결과발표를 할 경우 7일 열리는 3차 범국민추모대회의 확장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한 타이밍 계산에 불과하다. 동시에 1인 시위를 하려는 유족들을 폭행한 후 강제로 차에 실어 병원으로 후송하고, 매일 저녁 촛불 집회를 탄압하고, 7일 집회에 대한 원천봉쇄와 불법집회 강경대응이라는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9일로 예정된 조사결과 발표도 ‘희생자에게 책임전가-책임자에게 면죄부’라는 결론이 달라질 리 없다. 안하무인 대응은 이명박 정권의 불가피한 선택 건설재벌의 이윤 극대화를 위한 막개발, 진압 당시 살인적인 경찰 진압, 철거 현장에 언제나 있었던 용역깡패 폭력에 대해서 국민 모두가 알고 있다. 그럼에도 이명박 정권이 편파 조사와 공권력 강경 대응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용산 참사가 정권 존립의 핵심적인 문제가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 이명박 정권의 국정 폭을 제약하는 상시적인 불안요소는 매우 많다. 집권 1년의 후퇴를 수습하고 국정 쇄신을 하려는 과정에서 벌어진 이 사건이 정부의 입지를 축소시키게 된다면 더욱 어려움을 면치 못할 것이다. 지금 이명박 정권은 금융부문에서 실물부문까지 이어지는 경제위기 상황에 직면해 있다. 미국 발 경제위기에 취약한 국가들 중 한국은 최상위권이다. 금융위기 초반임에도 불구하고 한국경제는 환율인상, 물가인상, 신용경색, 주식시장 하락, 금리인상 등으로 심각한 영향을 받고 있다. 자산가치 하락, 건설사 부도, 수출경기 위축 등 금융위기 가능성이 고조되고 있고, 급격한 환율하락과 외환보유고를 훨씬 초과하는 순국제투자 적자로 외환위기의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IMF 이후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로 편입을 심화해 온 한국경제는 초민족적 자본의 이탈, 거대 금융기관과 대기업들의 파산에 직면할 가능성도 크다. 심각한 위기 상황에서 이명박 정권은 고통분담 이데올로기를 동원해 노동자들에게 고용불안과 임금삭감 공세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위기의 책임을 전가하려 한다. 장기불황 속에서 노동자민중의 위기와 고통은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이고 이것이 경제위기 하에서 이명박 정권의 통치를 위협하는 상시적 위험이다. 한편 이명박 정권이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려고 하는 핵심 법안들(신문/방송 겸업 허용, 대기업 방송진출 허용, 사이버 모욕죄 도입, 산업은행 민영화,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 금산분리 완화, 휴대전화 감청 합법화 등)에 대한 저항도 만만치 않다. 이 법안들은 금융규제 완화 및 개발정책을 통해 경제위기를 돌파하려는 계획을 보충하고 민중들의 저항을 효과적으로 억압하기 위해 추진되는 것이다. 그러나 한미 FTA 비준 동의안은 필수 처리사안에서 제외되었고, 비정규악법 시행 기간 4년 연장도 반대 여론에 밀려 주춤한 상태다. 한나라당에서도 박근혜 등 핵심 법안 강행처리에 반대하는 입장이 등장하고 있고 민주당을 포함한 야4당은 시민단체연석회의, 민주노동당 등과 손을 잡았다 놨다 하며 이명박 정권을 상시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경제위기 책임 전가와 즉각적인 저항 진압이라는 이명박식 위기대응의 양날개가 초반부터 국민 6명의 생명을 앗아가는 참사로 귀결된 상황에서 정권이 조금이라도 후퇴한다면 앞으로 닥칠 위험 속에서 정권은 결코 제 갈 길을 갈 수 없게 된다. 이것이 검찰조사가 사건의 진상을 인정할 수 없는 이유, 정권이 용산 참사 관련 모든 투쟁에 강경대응 일변도인 이유다. 용산 범대위로 결집해 민중운동의 단결을 도모하자 장기화될 경제위기에서 이명박 정부가 해결책으로 제시하는 부동산 개발정책은 경제위기의 책임을 노동자민중에게 전가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용산 철거민 살인진압은 경제위기를 축소 은폐하고 위기의 책임을 떠넘기는 시도가 민중들을 죽음으로 몰아간 사건이다. 용산 참사의 책임을 정권과 공권력, 건설재벌에게 묻고 참사의 원인을 없애는 투쟁은 경제위기 하에서 생존의 벼랑에 내몰릴 노동자민중의 삶을 지키기 위한 투쟁과 함께 가야한다. 경제위기로 인한 노동자 생존의 후퇴와 운동역량의 위축이라는 2009년의 상황에서 용산 참사는 운동진영이 결집을 도모하는 촉매가 되었다. 용산 참사가 철거민만의 문제가 아니라 정부의 불도저식 개발정책으로 인해 누구에게나 벌어질 수 있는 일이라는 공감이 광범위하게 형성되었다. 또 고무적이고 중요한 조건은 유족들을 비롯한 철거민 주체들이 사건의 원인을 정권 차원의 개발정책과 살인진압으로 명확히 인식하면서, 용산 살인진압 범국민대책위의 투쟁이 정권 규탄 투쟁의 선봉이 되는데 뚜렷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용산 투쟁은 경제위기에 대항하는 각각의 투쟁들이 결합해 경제위기와 운동주체의 위기를 넘어설 태세를 구축하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매일 저녁 진행되는 촛불추모제가 경찰에 의해 원천 봉쇄되고, 희생자를 범죄자로 둔갑시키며 유족들에게마저 폭행을 가하는 정권의 파렴치한 행태를 지켜보면서도 이에 맞서는 강력한 투쟁을 조직하지 못하는 것이 지금 우리 운동의 안타까운 현실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상황을 넘어서야 한다. 우선 민중연대의 구심에 서야 할 민주노총은 용산 범대위에 결합하고는 있지만 투쟁에 노동자들을 조직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있고 소극적이다. 그러나 고용불안, 임금삭감 등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민주노총이 시기를 앞당겨 3월 대응을 준비하려면 용산 참사 투쟁 과정에서 그 계기를 형성하는 것이 절실하다. 또 한국진보연대, 민주노동당이 민생민주국민회의를 중심으로 민주당과 시민단체연석회의 등과 함께 용산 철거민 살인진압 규탄 투쟁, MB악법 저지투쟁을 벌이고 민주노동당-민주당 공조 강화를 추진하는 것은 우려되는 지점이다. 1월 31일 용산 범대위의 추모제를 불허하고 2월 1일 민생민주국민회의 및 야당들의 추모제를 허가한 것은 민중운동 내 갈등을 고조시키려는 것이 정권의 의도다. 또 민주노총의 위기라는 객관적 조건에서 민주노동당이 2010년 지방 선거를 앞두고 민주당과의 선거연합을 노린 공조를 강화하는 것은 노동자운동의 단결과 복원, 전체 운동 전선의 확장보다는 정치공학적 쟁점과 선거 대응에 스스로를 가둘 위험이 크다. 더욱이 노동자 간 격차가 커지고 노동조합 운동 내부에서도 정규직, 비정규직 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 더해 진보정당 분열로 인한 민주노총의 분열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공조의 강화는 노동자운동의 단결과 통합을 추진하는 것을 더 어렵게 한다. 민주노동당이 준비하고 있는 MB악법 저지 2말 3초 투쟁 또한 용산 살인진압 규탄투쟁과 결합하면서 경제위기 하 민중운동의 단결된 대응 태세를 구축하고 노동자운동의 분열을 극복하는 과정이 되어야 할 것이다. 물러섬 없는 투쟁에 나서자! 경제위기의 민중전가가 극단적으로 드러난 이번 용산 참사에 대해 민중운동은 정권의 책임을 뚜렷이 하고, 용산 철거민 살인진압 규탄투쟁 승리를 통해 운동의 위기를 돌파할 계기를 형성해야 한다. 용산 철거민 살인진압 범대위를 중심으로 결집해서 연이어 계획되어 있는 경제위기 대응 투쟁, 악법 저지 투쟁, 민주노총의 투쟁 등이 결합되고 확장되는 과정에서 노동자민중의 연대를 확장하고 강화해가야 할 것이다. 이명박 정권에게 이번 사건은 중대한 기로이고 향후 대대적인 공안탄압 등의 역풍이 있을 것을 쉽게 예상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경제위기에 맞서 생존권을 지키고 자본주의 위기에 맞선 대안을 창출하기 위한 우리의 투쟁도 정권에 의한 참혹한 살인 앞에 결코 물러설 수 없다. 물러섬 없는 투쟁으로, 단결된 투쟁으로 힘차게 나가자!
용산 참사를 부른 이명박 정권과 서울시 개발 정책 용산 참사는 정권에 의한 국민 살해다 이명박 정권이 개각을 단행한 바로 다음 날인 1월 20일 아침, 공권력이 용산 국제빌딩 4구역에서 생존권을 외치던 시민들의 생명을 앗아갔다. 한 겨울 강제철거에 내몰린 이들은 불길에 휩싸이기까지 겨우 하루 농성 동안 ‘강제로 쫓아내기 전에 생계대책을 마련하라’고 외쳤을 뿐이다. 단번에 6인(철거민 5인, 경찰 1인)의 생명을 앗아간 정부의 잔혹한 살인행위에 많은 시민들이 분노했고 거리로 나섰다. 개각을 단행하고 2월 쟁점 법안 처리를 앞둔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은 설 이전에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발 빠르게 대응 중이다. 처음부터 ‘우선 진상을 조사하고 결과에 따라 책임을 묻겠다’며 화염병 등 과격시위를 문제 삼던 이들은 날이 갈수록 ‘고의방화’, ‘자폭테러’ 등의 망발을 일삼으며 살인진압을 옹호하고 있다. 보수언론도 철거민을 보상금을 노린 세력으로 매도하고 전국철거민연합을 배후테러세력으로 지목하는 전형적인 공세를 취하고 있다. 검찰과 경찰도 고인들의 시신을 임의로 부검하며 사건의 참상을 최대한 숨기고 사태를 빠르게 종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검찰은 이미 철거민 5명을 화재 원인 제공자로 구속하고 전국철거민연합에 대한 수사를 강화하면서 경찰의 책임은 면제해주었다. 살인진압의 직접적 책임자인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도 숨진 경찰의 영결식에서 불법폭력시위 운운하며 ‘법질서 확립’을 앵무새처럼 되풀이했고, 그의 거취를 놓고 눈치를 살피던 청와대는 경찰청장 내정을 철회할 뜻이 없음을 밝혔다. 하지만 그들이 말하는 ‘도심 극렬시위 진압의 불가피함’은 시위 시작 시점부터 특공대 배치를 명령한 점이나 사고 위험을 알면서도 대책 없는 진압작전을 펼친 사실이 낱낱이 밝혀지면서 정당성을 잃었다. 무자비한 개발로 살 곳을 잃은 철거민들의 싸움에 대해서도 개발광풍을 목도한 시민들의 공감과 지지가 어느 때보다 높다. 그럼에도 정부와 언론은 ‘누구의 직접적인 잘못이냐?’를 따지는 진상조사를 주장하고 있는데, 이는 진짜 원인을 은폐하려는 시도이고, 적어도 철거민의 폭력‘도’ 문제라며 책임을 축소하려는 시도다. 나아가 촛불집회 강경 진압이나 공안수사에서 이미 드러난 이명박 정부의 위기관리 스타일을 관철시키기 위해 불법시위 엄단, 무관용의 원칙을 끊임없이 확인하고 있는 것이다. 용산 철거민 살인진압은 정부의 불도저식 개발정책과 이명박 정부의 위기관리 방식이 만나 일으킨 참사다. 따라서 철거민들이 살기 위해 목숨을 걸 수밖에 없는 상황이 왜 자꾸 벌어지는지, 신자유주의 정부가 이 같은 도시개발사업에 시민의 목숨을 빼앗으면서까지 덤벼드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제대로 밝히지 않으면 결국 같은 일은 계속 벌어질 수밖에 없다. 설 연휴를 거치면서 여론이 약화되는 틈을 타 정부와 보수언론은 더욱 공세를 강화할 것이다. 그렇다면 사건을 둘러싼 논점은 ‘누구의 손에서 불이 났느냐’에 갇혀버릴 가능성이 높다. 민중운동은 명백한 살인을 저지르고도 오히려 사태의 책임을 철거민에 떠넘기고 조금의 후퇴도 없이 개발의 불도저를 계속 밀어붙이는 정권에 대해 개발정책 중단과 공권력 살인진압 처벌을 요구하는 단결된 투쟁을 조직해야한다. 우선 사건 발생의 구조적 원인을 살펴보자. 개발 사업에서의 거대한 유착 구조 지난 해 부동산 경기 위축으로 미분양 아파트가 늘어나고 대부분 지역의 주택가와 전세금도 제자리를 지켰다. 하지만 유일하게 용산지역의 주택가격은 폭등했다. 용산의 단독주택 공시가격이 2007년에 14.02% 상승했고, 2008년에는 15.63% 상승해 전국 1위의 상승률을 보였다. 용산지역 주택가 상승의 원인은 서울시가 주력하고 있는 한강르네상스 개발 계획이다. 한강르네상스 개발 계획은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과 ‘용산공원 조성’ 등 한강 주변 전반을 재개발하고 이들을 잇는 28만7300㎡ 넓이의 지하 3층, 지상 2층 규모의 ‘용산링크 지하도시’를 개발한다는 것이다. 국내 개발사업 중 최대 규모인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에는 28조 원의 사업비가 책정되었다. 한강주변을 강남에 버금가는 서울의 부도심으로 조성하고 1.200만 관광객을 유치해 서울을 경제문화의 허브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미 2001년 용산 특별구역 개발사업계획 발표 이후 용산지역에는 시세차익을 노린 수많은 투기꾼들이 몰려들었다. 이번 용산지역 개발 사업으로 토지소유자로 이루어진 재개발조합과 시공사인 삼성물산, 대림산업, 포스코 건설이 4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이익을 챙길 것으로 예상되었다. 하지만 이들은 재개발을 통한 시세차익과 개발수익을 더 많이 남기기 위해 원주민들에 대한 보상을 최소화하고, 일시 철거로 철거 비용을 줄이기 위해 철거용역을 고용해 일상적으로 주민들에게 협박과 폭력을 휘둘렀다. 용산 4구역의 많은 세입자들은 시간과 장소를 불문하고 행해지는 용역깡패의 폭력에 어쩔 수 없이 적은 보상금을 받고 도시 변두리로 쫓기듯 떠났다. 마지막까지 남아 저항하다 결국 참혹하게 살해당하고 진압당한 이들은 용역깡패의 폭력을 매일 마주하면서도 그 자리를 떠나 살 길이 없는 절박한 이들이었다. 또한 이들은 용역깡패를 앞세워 개발사업을 추진하고 규제를 완화하면서 직접 건설사를 지원한 정부와 서울시, 투기경영을 일삼는 건설사와 시세차익을 노린 땅부자, 그리고 용역깡패의 만행에는 눈감으면서 철거민을 폭도로 모는 공권력의 거대한 유착과 폭력의 구조에 맞서 싸운 이들이었다. 정부와 지자체, 건설사와 땅부자, 그리고 공권력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폭력의 구조는 지금도 서울을 비롯한 전국 곳곳에서 작동하고 있다. 이미 서울에만 22개, 경기 13개 등 전국 51개 지역이 뉴타운지구(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되어 있다. 서울 전역의 재개발(299개 구역), 재건축(266개 구역)과 도심개발의 확대는 소형, 다가구/단독 등 기존의 저렴한 주택을 급속도로 밀어버리는 방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대량 이주를 발생시켜 개발구역 주변의 전세 값마저 폭등시킨다. 현재 뉴타운개발구역으로 지정된 지역의 세입자 비율이 72.5%가 넘는데, 원주민 재정착률은 17~25%에 불과하다. 나머지 세입자와 영세 가옥주는 살던 곳을 떠나 외곽으로 쫓겨날 수밖에 없다. 외환위기 이후 한국에 자영업자가 급속히 늘면서 개발지역의 영세 상인들이 주거와 생계의 터전을 모두 잃게 되는 것도 큰 문제다. 이렇게 살 곳도 잃고 생계의 수단도 잃은 이들이 정당한 생계대책을 요구하는 것은 너무나 정당하다. 이 최소한의 생존도 보장하지 않고 투기와 싹쓸이 개발을 추진하는 거대한 폭력은 용산 참사를 부른 구조적 원인이며 여전히 민중들의 삶을 유린하고 있다. 정부의 부동산 건설업 부양을 통한 경제활성화 정책 외환위기 이후 신자유주의 시대의 위기관리를 자기 역할로 삼아온 한국정부는 부동산과 건설업에 관한 규제 강화와 규제 완화-투기활성화 정책을 번갈아 쏟아내며 경기부양 명목의 투기확산-집값 폭등 뒷수습을 계속 반복해왔다. 김대중 정부는 건설업에 대해 과감한 규제 폐지를 단행했지만 1년 만에 집값이 16%나 폭등했고 뒤이어 부동산시장 안정대책을 내놓기 바빴다. 노무현 정부도 초반에 투기 억제책을 내놓았지만 국토균형발전이라는 명목 하에 전국토에 투기 바람을 불러왔다. 이명박 대통령은 서울시장 시절부터 뉴타운 개발, 청계천 복원 공사 등 개발을 통해 서민들과 노점상의 생계를 빼앗아 건설자본의 배를 불렸고 대통령 당선 이후에는 1년도 지나지 않아 다섯 차례에 걸친 부동산․건설 경기부양책을 쏟아냈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이런 정부 정책에 발맞추어 도시 개발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정부와 서울시가 추진하는 도시개발사업은 부실 투기 건설사들에 대한 직접지원과 개발 규제완화를 내용으로 하는 건설경기부양정책과 함께 수도권 투기확산이라는 결과를 불러왔다. 이렇게 부풀려진 부동산 거품에서 얻는 건설사와 투기꾼들의 이윤은 건설업에 지원된 공적자금과 살던 곳에서 쫓겨난 수많은 철거민들의 부담으로 채워졌다. 제2의 참사를 막기 위해서 단결된 투쟁이 필요하다 왕십리, 상도4동, 가재울 등 이미 수많은 곳에서 추진되고 있는 각종 도시개발정책에서 주거와 생계대책을 잃은 주민들의 싸움이 빗발치고 있다. 개발정책을 둘러싼 정부, 지자체, 건설사, 투기세력, 공권력의 유착과 이명박식 공안통치, 강경진압이 지속된다면 제2, 제3의 용산참사는 언제든 벌어질 수 있다. 경제위기가 장기화되고 위기관리의 필요성이 증가할수록 그 가능성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따라서 민중운동의 요구는 진상조사 논리에 갇힌 주장에 그쳐서는 안 된다. 우리는 위기를 맞은 신자유주의 정권이 경기 활성화를 명목으로 투기를 조장해 자기 생존을 부지하려하기 때문에 이러한 사태가 발생할 수밖에 없음을 강조하고, 이명박 정권의 공안탄압과 강경진압 지침을 충실히 이행해 국민을 살해한 공권력의 책임을 끝까지 물어야 한다. 용산 참사는 개발정책과 공권력에 의한 국민 살해다! 살인 개발정책 중단하라! 강제철거 즉각 중단하라! 투기를 목적으로 서민들의 생존을 강탈하지 마라!
일자리 창출에 갇히지 않는 보편적 권리를 제기하자 경제위기에 대한 시민운동과 민중운동 진영의 요구안이 제출되고 있는 가운데, 공공부문에서의 일자리 창출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민생민주국민회의(준), 민주노총, 진보신당 등은 공공부문에서 사회서비스 일자리 창출로 경제위기를 극복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영세상인 비정규직 등 사회경제적 약자를 위한 일자리 창출’, ‘사회서비스 향상을 통한 소비 확대 및 생산 확대’, ‘보편적 복지국가로의 사회구조 전환’ 등 각 단위별로 사회서비스 일자리 창출에 담는 의미는 다양하다. 아래에서 살펴보겠지만 사회서비스는 우리가 요구하지 않더라고 계속 확대될 전망이다. 따라서 우리의 대안이 얼마만큼의 재정을 들여 몇 십만 개의 일자리를 어떤 임금 수준으로 창출할 것인지를 제시하는 것에 그치면 안 된다. 무엇을 근거로 왜 공적 영역에서 사회서비스가 제공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를 제기하지 못한 채 일자리 창출 담론에 그친다면 일자리로서의 사회서비스는 언제든 축소될 수 있다. 시장 활성화 전략 하에 추진되고 있는 현행 사회서비스 제도의 문제점을 비판하고, 현장 노동자들의 현실에 기반을 둔 구체적인 요구안 마련을 통해 어떤 사회서비스 제도와 일자리를 만들 것인지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또 전민중의 보편적 권리이자 여성의 권리로서 보육, 간병, 노인 돌봄의 공적 책임을 사회적으로 인식시킬 수 있어야 한다. 일자리 창출 전략으로서의 사회서비스 확충 사회서비스 담론은 2006년 노무현 정부가 <사회서비스 확충 전략>을 발표한 이래 여기저기서 사용되기 시작했으며, 2007년부터 정부의 계획에 따라 사회서비스 사업이 시행되고 있다. 사회서비스는 “개인 또는 사회전체의 복지 증진 및 삶의 질 제고를 위해 사회적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라고 정의된다. 여기에는 사회복지(보육, 아동 장애인 노인 보호 등), 보건의료(간병, 간호 등), 교육(방과후 활동, 특수 교육 등), 문화(도서관 박물관 미술관 등 문화시설 운영 등) 분야 외에 공공재적 서비스(일반행정, 환경, 안전 등)가 포함된다. 지금까지 사회서비스는 주로 복지 차원에서 다뤄졌으며 현재 저소득층 및 장애인 등을 대상으로 진행 중인 노인돌보미, 장애인활동보조, 산모신생아 도우미, 지역복지서비스혁신사업 등이 그러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사회서비스는 산업 측면에서 유력한 일자리 창출 분야로서 부각되고 있다. 여러 언론과 운동 단체는 다음과 같은 근거를 들어 사회서비스 분야에서 일자리 확대가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한국 사회서비스 분야의 고용비중(13.1%)이 OECD 평균(21.7%)보다 훨씬 낮고, 사회서비스 분야가 제조업이나 건설업에 비해 취업유발효과가 크다는 것이다(10억 원을 투자할 때 만들어지는 취업자 수를 비교하면, 보건 및 사회복지사업이 43.6으로 제조업 17.1이나, 건설업 35.2에 비해 높다). 이러한 근거들은 이미 <사회서비스 확충전략>에서 제시된 것으로 노무현 정부가 발표한 <일자리 창출을 위한 중장기 비전 및 대책>(2004)과 궤를 함께 한다. 여기에는 일자리 증가의 둔화, 일자리의 고용 질 하락이라는 ‘일자리의 위기’에 대한 진단과 그에 대한 대응 방안이 담겨있다. 그 내용은 ① 주력 기간산업 경쟁력을 확보해 경제성장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② 고용 측면에서 추가적인 일자리 창출을 통해 성장잠재력을 확충하되, ③ 성장을 통한 일자리 창출 효과가 나타날 때까지 가능한 추가적 일자리를 발굴한다는 것이다. 보육, 간병 등 사회서비스 분야는 일자리 창출력을 강화하고 공익적 일자리의 확대를 추구할 수 있는 분야로 언급되고 있다. 사회서비스는 기간산업은 아니지만 설비투자 비용의 부담이 없는 대인서비스라는 특성 때문에 비교적 빨리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 사회서비스 일자리 및 임금 제공은 소비확대를 불러오고 내수 진작 등의 성장잠재력 제고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또 사회서비스 일자리 창출로 저소득층, 중고령 여성 등의 취약계층 뿐만 아니라 한국에 과잉 존재하는 영세 자영업자층까지도 흡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한다. 따라서 <사회서비스 확충 전략>에 따르면 사회서비스는 ‘성장 잠재력 제고와 복지 수준 향상이라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는 사업이다. 최근 녹색기술산업, 첨단융합산업, 고부가 서비스 산업 등에서 신성장동력을 찾겠다는 이명박 정부의 녹색 뉴딜 정책이 핵심 국정운영 방안으로 제시되고 있지만, 추가적 일자리 창출 분야로서의 사회서비스의 위상은 변함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정부는 경계위기 상황에 따라 2009년에는 작년보다 15,500여 개가 늘어난 125,500여 개의 사회서비스 일자리를 공급할 계획을 밝히고 있다. 시장 활성화 전략으로서의 사회서비스 확충 현재 정부는 사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필요한 공적 시설을 직접 만들지 않고 있다. 비영리단체, 기업 등에 위탁하여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사회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바우처(정부가 지불을 보증하는 일종의 전표로서 특정한 재화나 서비스를 구입할 수 있도록 하는 소득 지원의 한 형태)를 제공한다. 바우처 제도에서는 일정액의 본인 부담금을 부담한 서비스 수요자가 특정 서비스 기관에서 서비스를 구매할 때 정부가 서비스 기관에 이용요금을 지불하는 식으로 재정을 지출한다. 서비스 수요자에게 현물이나 현금지원이 아닌 바우처를 발급하는 방식으로의 변화는 단순히 지원 방식을 바꾸는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급여의 형태, 재원, 서비스 전달체계와 연관된 사회복지서비스 분야의 전반적인 변화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즉 현재 정부는 정부 스스로가 주체로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서비스 노동자를 고용하는 것이 아니라, 바우처를 통해 살 수 있는 서비스 공급 시장을 만들어내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이러한 시장화 전략은 <사회서비스 확충 전략>에 기본 전략으로서 명시되어있다. ‘시장 활성화를 통한 민간부문 공급창출에 중점을 두어 추진’하고, ‘재정은 민간시장 촉발, 취약계층 지원 기능을 수행’하는 데 쓴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2007년 재정 지출로 취약계층의 수요를 불러 일으켜서 서비스 기관의 공급이 촉진되면, 2008년 이후에는 민간, 기업의 시장 진입 장벽을 완화하는 제도혁신을 통해 민간공급이 대폭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리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의료인의 복수의료기관 설립 허용 및 방문간호자격 확대(의사→간호사)를 시도하고, 재가장기요양기관 설립 주체 요건을 확장(개인까지 확장, 신고제)하는 등의 제도 변화를 꾀하며 민간, 기업 서비스 공급자 시장 진입 규제를 허물고 있다. 일부 사회서비스 영역은 이미 영리기업의 돈벌이 시장이 되고 있다. 방과후학교 사업은 사설 학원이 대행해 입시교육을 하고 있다. 지역사회 서비스혁신 사업은 저소득층 아동을 지원한다는 명목 하에 영어체험학습을 시키는가하면 한솔교육, 구몬학습과 같은 사설 학습지학원 프로그램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비정규직 양성소, 사회서비스 일자리 사회서비스 신청자를 선별하여 바우처를 발급하는 업무는 정부에서 주관하지만, 사회 서비스 제공은 민간에서 실시하다보니 현장에서는 사회서비스를 둘러싼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사회서비스를 제공받는 이들은 서비스에 대한 책임을 정부에 요구할 수 없다. 서비스 제공기관도 재정 및 운영의 책임을 떠맡는 불안정한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비단 서비스 이용자의 불만족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회서비스 노동자들의 노동권을 저해하는 구조와 맞물려 있기 때문에 문제가 더 심각하다. 서비스 제공 기관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1년도 안 되는 단기간 계약직 노동을 강요받고 있는데다 파트타임 형태의 불안정한 노동을 하고 있다. 노동형태가 서비스 이용자의 집에 가서 몇 시간 동안 일을 하고 또 다른 이용자의 집으로 이동하는 식이고, 이 노동시간에 따라 시간급을 임금으로 받는 방식이니 수입이 매우 불안정하다. 2007년 실시한 공공노조 자활지부의 실태조사를 보면 바우처 사업 노동자들의 평균 노동시간은 26.8시간(산모신생아도우미 40.2시간/노인돌보미 19.7시간/장애인활동보조 20.5시간), 월평균 임금은 59만 4천 원(산모신생아도우미 76만 원, 노인돌보미 47만 원, 장애인활동보조 45만 4천 원)에 그쳤다. 100만 원을 넘지 않는 낮은 임금수준과 들쭉날쭉한 월급은 심각한 문제다. 파트타임은 노동시간을 고정하고 일정한 임금을 받는 데 반해, 사회서비스 노동자는 노동시간이 정해져있지 않고 불규칙하게 일을 하기 때문이다. 이런 임금 체계는 서비스 노동자가 제 아무리 노동을 많이 한다 해도 극복할 수 없는 구조적인 문제다. 노동자가 많이 일하고 싶어도 바우처 이용자가 없으면 실직상태에 처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는 사회서비스 이용의 불확실성과 불균등성을 개별 노동자에게 전가하는 시스템 때문에 발생된다. 절반도 채 되지 않는 사회보험 적용(산재보험 47.3%, 고용보험 41.1%, 건강보험 35.9%, 국민연금 35.9%), 퇴직금 적용(산모사업 16.7%, 노인사업 47.5%, 장애인사업 35.3%), 상해보험 가입률 39.9%, 휴일 근로 할증 적용 5.1%, 야간근로 할증 적용 5.5% 등의 수치는 열악한 사회서비스 노동자의 실태를 보여준다. 더 큰 문제는 사회서비스 시장에 영리기업 진출이 활발해지면 사회서비스 노동자의 노동조건이 더 악화될 것이라는 데 있다. 정부가 설계한 시간급 임금 책정 방식이 민간 기업에도 똑같이 적용될 것이고, 서비스 제공 기관의 경쟁이 심해지면 서비스 노동자의 임금 및 노동조건은 더욱 하락할 것이다. 취약계층을 흡수해 일자리를 제공하겠다는 사회서비스 사업이 구조적으로 열악한 노동조건과 임금을 강제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현재의 사회서비스는 근로빈곤층을 양산하고 노동 불안정화를 심화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사회서비스는 민중의 돌봄과 건강에 대한 권리다 지금까지 사회서비스 사업이 진행되는 상황을 보면 정부가 공적 책임 하에 사회서비스를 제공하지도, 노동자의 기본적인 노동조건을 보장하지도 않으며, 사회서비스를 오직 이윤 창출의 시장으로 만들려는 수순을 밟아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분석이 자동적으로 사회서비스가 공공부문에서 확충되어야할 필요성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시장화가 아닌 정부 주도의 사회서비스 제공을 요구하는 이유는 사회서비스가 바로 민중의 권리에 기반을 둔 보편적 서비스이기 때문이다. 물, 전기, 가스 공급에 대규모 기반시설을 필요로 하고 공적 운영 및 관리가 필요하기 때문에 시장 영역이 아니라 공적 영역에서 제공되어야 한다는 인식은 한국사회 내에서 최소한의 합의 지반을 가지고 있다. 요금 인상 및 서비스 질 저하를 가져올 공공서비스 민영화 반대 투쟁의 근거도 이러한 인식에 기반하고 있다. 그러나 돌봄을 중심으로 하는 사회서비스의 경우, 공적으로 제공되어야 하는 서비스라는 인식이 거의 없다. 내 자식을 키우고, 부모를 봉양하고, 아픈 가족을 돌보는 일은 당연한 가족의 역할이자 의무로서 지금까지 개별 가족 내에서 수행되어왔기 때문이다. 특히 돌봄 노동은 엄마, 아내, 며느리로서 여성들이 임금노동을 하든 안 하든, 자신이 직접 보살피든 누군가의 손을 빌리든 간에 일차적 책임이 여성에게 부과되었다. 또 비공식부문으로 내몰린 돌봄 노동자는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고 ‘가사사용인’으로 치부되었다. 사회 구성원의 생산(출산) 및 재생산(보육, 가사노동)은 사회를 유지하는 데 필수적이지만, 이는 사적 영역에서 여성이 수행해야하는 비가시적인 노동으로 평가절하되었다. 만성적인 경제위기 상황에서 가계 생계를 위한 여성의 노동시장 진출 증가로 인해 재생산 노동에 대한 부담은 증가하였다. 사회가 재생산을 책임지지 않는 상황에서 여성 혼자 감당할 수 있는 재생산 노동이 물리적 한계에 봉착했는데, 이는 재생산의 위기라 일컬어지는 심각한 상황이다. 아이를 낳아도 맘 놓고 맡길 데가 없다. 학교가 끝난 후 갈 곳이 없는 아이들, 간병 수발로 인한 비용 부담 때문에 방치되는 노인들이 늘고 있다. 보육, 간병, 노인돌봄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누려야할 돌봄, 건강, 교육에 대한 민중의 권리다. 또한 이러한 재생산 노동으로 인해 이중고에 시달려온 여성의 권리다. 여성들은 보육의 공공성을 요구하고, 가족 내 성별분업에 대해 문제제기하고 재생산 노동에 대한 사회적 책임 강화를 요구해왔다. 돌봄 제공을 위한 공적 기반을 갖추어 누구나 원할 때 돌봄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이는 돌봄에 대한 권리 및 돌봄 노동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과정이 동반될 때 가능하다. 또한 그럴 때만 돌봄 노동을 수행하는 노동자의 권리가 보장될 수 있다. 돌봄의 권리이자 여성의 권리가 전제되지 않는다면 사회서비스는 재정부족을 이유로 여성이 다시 집으로 돌려보내질 때(여성이 돌봄을 전담하게 강제되면서) 언제든지 후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사회서비스 확충을 위한 사회적 논의를 개시하자 현재의 사회서비스 사업은 돌봄에 대한 국가의 지원을 확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돌봄 시장을 활성화면서 돌봄의 공공성을 파괴하고 있다. 취약계층에게는 복지서비스로서, 모든 국민에게 보편적인 돌봄서비스로서 보육, 간병, 노인돌봄이 제공되어야 한다. 사회 재생산에 중요한 노동을 하는 돌봄서비스 노동자가 노동권을 보장받을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현재의 사회서비스 방식이 아니라 대안적인 사회서비스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 다음과 같은 것들이 필요하다. ▲공적 기관을 통한 서비스 공급, ▲바우처 제도 폐기, ▲공적 기관에 대한 지원을 통한 서비스질 확보와 공급기관 확충, ▲공적 기관에서 노동자 직접 고용 및 월급제 전환, ▲노동자성 인정 및 노동권 보장. 경제위기 하에서 더욱더 돌봄의 공백에 취약해지는 계층에 대한 사회서비스 지원을 확대해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지금의 사회서비스는 오히려 취약계층을 돌봄의 사각지대로 내몰고 있다. 기존의 무료 서비스가 없어지고 본인부담금이 있는 바우처 방식으로 변화되는 상황에서 비용 때문에 서비스 신청을 아예 포기하는 경우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무료로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어야 하며 이에 대한 정보도 제공받을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요구는 <사회서비스 확충 전략>이 발표된 직후에 여러 사회단체와 노조가 모여 구성한 ‘사회서비스 시장화 저지를 위한 공대위’의 요구와 다르지 않다. 그러나 공공부문에서의 사회서비스 확충, 일자리 창출이라는 방향은 제출되어있지만 이를 실질화하기 위한 우리 운동의 출발점이 무엇인지는 구체화되지 않고 있다. 운동사회 내에서도 사회서비스는 생소한 영역이고, 해당 노동자들이 조직화되어있지 않기 때문에 사회서비스 문제를 운동으로 만드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 공공성에 기반을 둔 사회서비스를 요구하기 위한 내용과 대중적 계기를 잡는 것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따라서 지금 제출되고 있는 사회서비스 일자리 창출 요구안들은 왜 사회서비스가 필요하며, 누구의 권리인지, 어떻게 그런 서비스가 제공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할 수 있는 매개로서 의미가 있다. 나아가 보편적 권리에 기반을 두고 더욱 강화되어야할 서비스에 대해 사회 구성원들이 요구하고 합의를 형성할 수 있는 지속적인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 특히 각 돌봄 영역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을 조직화하고 그들의 요구를 모아내는 작업은 돌봄 노동에 대한 사회적 가치를 제고하고 노동권을 쟁취하는 데 중요한 작업이 될 것이다.
필연적 경험들: 글리벡, 푸제온 그리고 스프라이셀 1980년대 말에 전국민건강보험제도가 마련되면서 1990년대 보건의료운동은 건강보험제도의 운용과 보장성확대를 주된 의제로 삼았다. 1995년에 세계무역기구(WTO)가 출범하고 2001년에 도하개발의제(DDA) 협상이 시작되면서 서비스개방 등에 대처하게 되었다. 초국적 제약회사의 독점이 의료 보장성마저 위협한다는 사실이 사회적으로 알려지게 된 것은 2001년 ‘기적의 약’이라 불리던 백혈병치료제 글리벡의 비싼 가격 때문에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서부터이다. 노바티스가 전 세계에 동일하게 글리벡을 한 알에 25,000원(월 300~750만 원)에 공급하기로 했다는 소식을 듣고 환자들은 ‘약값인하’와 ‘보험적용확대’, ‘글리벡 특허에 대한 강제실시 허여’를 요구하며 1년 반이 넘도록 싸웠다. 그러나 그 결과는 머지않은 미래에 더 큰 피해를 예고하는 것이었다. 2003년 1월 복지부는 노바티스의 요구대로 글리벡 가격을 한 알에 23,045원으로 결정했다. 대신 노바티스는 약값의 10%를 부담하기로 합의했다. 한편 강제실시는 불허결정이 내려졌다. 특허의약품에 대한 강제실시는 특허권자의 사익과 공공의 이익간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조치로 특허권자만 독점 생산할 수 있던 약을 제3자도 생산할 수 있도록 하는 권리다. 당시 인도의 6개 제약회사가 글리벡과 똑같은 약을 생산하고 있었다. 그 중 낫코라는 제약회사는 한국의 환자들에게 글리벡과 똑같은 약 비낫을 1달러, 즉 글리벡의 1/20도 되지 않는 가격으로 공급할 것을 약속했었다. 특허청은 강제실시에 대한 국제적, 국내적 법적 근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강제실시가 청구된 지 1년이 넘도록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러던 특허청이 글리벡 약값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자마자 불허결정을 내린 의도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밝힌 바대로다. 그는 후보시절 글리벡 특허에 대한 강제실시에 대해 ‘무역의존도가 높은 나라에서는 복잡한 측면이 있다’(한겨레 21 제438호, 2002년 12월 12일)며, 초국적 제약사와 미국의 압력, 무역보복을 당하면서 환자의 생명을 책임질 수는 없다는 뜻을 에둘러 밝혔다. 비낫이 글리벡 약값의 1/20도 안 되는 가격에 공급됐던 점이나 글리벡의 한 알의 생산 원가가 최대 760원밖에 들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글리벡 한 알 약값 23,000원 중 22,000원이 노바티스의 순이익이 되는 셈이다. 5년 후 백혈병환자들에게 같은 시련이 닥쳤다. 스프라이셀은 글리벡에 내성이 생긴 백혈병환자의 치료에 쓰는 약이다. 약제비가 급격히 증가하여 건강보험재정의 30%를 차지하게 되자 2006년 복지부는 약값 통제정책인 약제비적정화방안을 마련하였다. 약제비적정화방안 시행 후 첫 사례로서 스프라이셀은 많은 주목을 받았다. 여기에는 스프라이셀의 비싼 가격도 한 몫을 했다. BMS(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는 스프라이셀이 글리벡에 내성이 생긴 환자들에게 필요한 약이므로 글리벡의 약값을 기준으로 결정해야한다며 연간 5,000만 원을 요구했다. 이 약값 결정과정은 환자생명을 담보로 4,000만 원, 5,000만 원 판돈을 거는 노름판이나 다름없었다. ‘약값을 결정하는 기준이 무엇인가’라는 환자들의 질문에 돌아온 답은 ‘약값은 오직 신(神)만이 알 뿐’이라는 것이었다. 결국 2008년 5월 7일 약제급여조정위원회는 스프라이셀 가격을 연간 약 4,000만 원으로 결정하였다. 표면적으로는 20%의 가격인하를 한 것처럼 보이지만 약제급여조정위원회가 스스로 밝혔듯이 약값 결정기준은 없으며 복지부가 알아서 ‘제약사가 공급거부를 하지 않을 수준을 고려해 결정’해준 것뿐이다. BMS의 제법특허 US2006/0004067에 따라 합성을 해보면 스프라이셀과 같은 약을 만드는데 드는 비용은 최대 1,890원이다. 스프라이셀 1년 치 약값 4,000만 원 중 3,800만 원 이상이 BMS의 순이익이 되는 셈이다. 또 다른 사례는 에이즈치료제 푸제온이다. 2004년 11월 보건복지부는 약값을 연간 1,800만원으로 정하고 보험적용을 하기로 했다. 그러나 당시 로슈는 연간 3,200만원을 요구했다. 복지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로슈는 노바티스처럼 약값이 싸다며 공급을 하지 않았다. HIV 감염인들은 푸제온 약값인하와 공급을 요구하며 싸웠다. 이에 대해 로슈는 “의약품 공급에 관한 문제는 해당 국가 국민이 해당 의약품을 구매할 능력이 되는지 여부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라고 했다(약업신문, 2008년 5월 22일). 즉 로슈는 구매력이 없는 환자는 푸제온을 이용할 자격이 없다며 공급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약을 먹고 건강할 ‘권리’를 ‘자격’으로 둔갑시키는 제약회사에 대해 복지부는 사기업의 ‘상품’을 강제로 공급시키는 것은 법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했다. 복지부는 의약품, 의료보험관련 법상에는 의약품의 공급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이 없음을 인정했다. 환자, 시민사회단체는 특허법 106조 1항 2호에 따라 복지부 장관이 푸제온 특허에 대한 강제실시를 발동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특허법이 복지부관할이 아니라며 할 수 없다고 답했다. 이 약들이 이토록 비싼 이유는 기적의 약이거나 효과가 뛰어나기 때문이 아니다. 유럽과 미국에서 팔릴 수 있는 최대의 가격을 정하고 그것을 전 세계에 관철시킬 수 있었던 제약회사들의 뛰어난(?) 상술과 그것을 뒷받침해준 세계무역기구(WTO) 무역관련지적재산권협정(TRIPS), 그리고 이를 적극 받아들인 한국정부의 신자유주의 정책 때문이었다. 특허로 부여된 독점: TRIPS부터 FTA까지 보건당국의 약값통제는 물론이거니와 약이 필요한 환자의 요구를 모두 묵살할 수 있는 제약기업의 강력한 무기는 독점체계에 있다. 그러한 독점을 부여하는 것이 현재의 의약품특허이다. 처음에 특허는 사회(혹은 국왕)가 마음대로 허여하거나 박탈할 수 있는 자격으로 인식되었다. 미국은 특허를 최초로 헌법에 명시한 국가인데(1787년), 미국의 최초 특허 심사위원이자 3대 대통령을 지낸 토마스 제퍼슨은 1813년에 “발명은 본래 재산이 아니다. 사회는 그것으로부터 발생하는 이윤에 독점적 권한을 줄 수도 있지만 이것은 사회의 의지와 확신에 의해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거기에 어떤 이도 주장이나 불만을 제기할 수 없다.”고 선언한 바 있다. 그러나 특허권은 재산법과 연결되었다. 1983년 미 연방순회법원은 “어느 법령에서도 특허는 독점으로 기술되지 않는다. 특허권은 단지 ‘재산’처럼 다른 사람을 배제하는 권리다. 특허를 ‘독점을 규제하는 일반적 법칙에 대한 예외’로 부르는 것은 단지 혼란을 초래할 뿐”이라고 선언했다. 법원이 특허가 재산권이라는 견해를 채택한 것은 중요한 함의를 가진다. 첫째, 정부의 권한이 특허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막는다. 둘째, 재산권 침해로부터 보호를 받기 위한 사법적 기회에서 이전보다 훨씬 유리한 위치를 점하게 된다. 셋째 특허권에 대한 의회, 법원 그리고 대중의 인식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재산권 개념은 독점은 물론 독점으로 높아진 가격을 정부가 규제하는 것에 대한 기업의 대항권을 뒷받침하고 있다.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이 최근 한 토론회에서 ‘약값은 재산권이다. 국가가 함부로 깎거나 훼손할 수 없다’고 한 것이나 복지부가 자본주의사회에서 사기업의 상품을 강제로 공급시키는 것은 법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한 것은 이런 변화를 잘 보여준다. 제약회사의 독점력의 세계화를 보장한 결정판은 ‘무역관련지적재산권협정(TRIPS)’이다. TRIPS협정은 1986년에 지적재산권을 무역대상에 포함시킨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에 의거, 1995년에 출범한 WTO체제에서 채택된 협정 중의 하나다. 1986년에 우루과이라운드가 출범하기 전까지는 농산물, 서비스와 지적재산권 부문은 세계 무역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우루과이협상을 주도했던 Quad그룹(미국, EC, 일본, 캐나다 등) 중 미국을 제외한 국가들은 처음에는 지적재산권을 포함시키는 것을 지지하지 않았다. 지적재산권에 대해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 상황을 뒤엎은 것은 컴퓨터 회사 IBM과 제약회사 화이자였다. IBM과 화이자는 1980년대에 레이건 정권이 개발도상국의 지적재산권 제도를 바꾸어 미국의 산업을 보호하는 통상정책을 전개하도록 강한 입김을 넣었다. 두 회사는 전 세계적으로 지적재산권보호를 강제할 수 있도록 무역제제를 가할 수 있는 GATT를 이용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우루과이라운드가 출범하기 6개월 전에 화이자는 미국의 13개 초국적기업을 부추겨 지적재산권위원회(IPC)를 결성하였다. IPC는 유럽 경제인연합회와 일본 경제단체연합회에 지적재산권의 국제협정안을 민간에서 만들 것을 설득하였다. 그리하여 미국, 유럽, 일본의 경제단체로 구성된 ‘지식소유권에 관한 미, 일, 유럽 민간3극회의’를 발족시켰다. 민간3극회의는 TRIPS협정의 시안을 만드는 것과 동시에 각국정부를 설득하였다. TRIPS협정은 10년에 걸친 화이자의 작품인 셈이다. 제약산업은 불과 10년 만에 전 세계의 생명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무소불위의 권한을 가지게 되었지만 더 많은 이윤을 위해 TRIPS협정보다 더 강한 특허보호를 원한다. 그러나 매번 WTO각료회의가 전 세계 민중들의 투쟁으로 무산되는 등 TRIPS협정을 바꾸기가 예전만큼 쉽지 않자 미국은 WTO보다는 양자협정인 FTA를 서두르는 쪽으로 입장을 바꾸었다. 미국정부는 TRIPS협정보다 강력한 특허보호기준을 요구할 뿐 아니라 의약품정책이나 제도에 간섭할 수 있는 조항, 각국의 의료정책이나 제도로 인해 손해를 보았을 때 기업이 직접 정부를 제소할 수 있는 권한까지 FTA협상안에 담았다. FTA는 양자협정이지만 양국의 약속으로 끝나지 않고, 도미노게임처럼 다른 나라의 특허권을 강화시킬 것이다. 최혜국 대우 원칙을 포함하고 있는 FTA의 속성상 협상 대상국들과 초국적기업들은 서로 경쟁하다시피 더 높은 수준의 FTA를 요구할 것이다. 또 한 번의 ‘세계 규칙의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제약기업들은 특허권을 혁신성에 대한 보상이라며 그러한 보상이 없이는 신약개발의 동기를 얻지 못한다고 위협한다. 하지만 오히려 현재의 특허제도는 제약회사가 기술발전의 방향을 왜곡하고 기술 확산을 막는 것을 합법적으로 허용하는 제도로 변질되었다. 더군다나 지적재산권을 획득하면 공적기여로 이루어진 연구 성과를 사유화할 수 있다. 한 예로 미극 국립보건연구소에 따르면 1995년 당시 세상에서 제일 많이 팔리던 5가지 의약품의 연구개발과정에서 77~95%가 공적부문의 기여로 이뤄졌다. 대학이나 공공기관의 연구자들이 신물질을 찾아내는 어려운 일을 해놓으면 제약회사는 그 중 상품이 될 만한 것을 골라 로열티를 주고 산다. 그리고는 특허를 얻고 상품으로 만들기 위한 본격적인 연구에 들어가는 것이다. 이때도 임상시험지원이나 세금공제 등의 혜택을 받는다. 제약회사가 신물질을 고르는 기준은 기존보다 치료효과가 더 기대되는가, 그 신물질을 필요로 하는 환자가 있는가가 아니라 돈이 될 만한가다. 그래서 ‘무시되는 병’(neglected disease)이란 말이 생겨났다. 새로 개발된 돈 되는 약이라고 해도 기존약보다 치료효과가 항상 더 나은 것은 아니다. 2001년 미국 식품의약청(FDA)의 보고서에 따르면 1989년~2000년 사이에 미국에서 허가된 신약 중 기존치료제보다 ‘나아진’ 효과를 보인 약은 24%에 불과하다. 제약회사는 더 나은 치료를 위한 의약품을 개발하기보다는 유사의약품(me-too drug) 개발이나, 기존 약물의 사소한 변화에 치중한다. 이러한 사소한 변화에 대해서도 특허를 얻을 수 있도록 각국의 특허제도를 바꿀 것을 강요한다. 기존 약보다 효과가 뛰어나든 그렇지 않든 특허로 인해 유일하기 때문에 신약은 기존 약보다 비싸다. 제약회사는 세계 의약품 시장의 80%이상을 차지하는 북미, 유럽, 일본에서 팔릴 수 있는 최대의 가격을 요구한다(IMS Health 에 따르면 2007년에 세계 의약품 매출 중 북미가 45.9%, 유럽 31.1%, 일본 9.4%, 아시아, 아프리카, 호주가 8.85%, 라틴아메리카가 4.8%를 차지했다). 아프리카, 아시아, 라틴아메리카에서 그 약을 사 먹을 수 없다 해도 제약회사는 개의치 않는다. 여기서는 애초부터 돈벌이를 기대하지 않았으니까. 세계규칙을 깨기 위한 질병과 국경을 넘는 연대 초국적제약회사의 독점적 권한에 맞서는 의약품 접근권 투쟁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구호와 논리는 ‘이윤보다 생명’이다. 이 표현은 건강권이 재산권으로서 특허권과 충돌하고 있는 현재의 상황을 잘 보여준다. 달리 말하면 현재 의약품 접근권 투쟁은 제약회사가 생명이라는 절박성을 내세워 돈벌이를 정당화한다는 점을 폭로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생명이 돈벌이보다 도덕적으로 우위에 있음을 강조하는 데 머물러있기도 하다. 제약회사가 재산권으로서 특허권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법과 제도를 부정하는 것은 체제의 문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의약품의 연구개발의 방향이 왜곡되고 생산과 분배에서 종속과 배제가 생긴 이유가 돈이나 기술이 없어서도 아니고 공적기여를 제약회사가 독점할 수 있도록 보장해주었기 때문이라면, 어떤 대안을 상상할 수 있을까? 태국에서의 의약품 접근권 투쟁과정은 글리벡, 푸제온, 스프라이셀 투쟁을 경험하고 한미FTA타결을 맞이한 우리에게 의약품접근권투쟁의 발전가능성을 보여준다. 태국의 HIV감염인과 활동가들의 에이즈치료제 확보투쟁은 199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태국정부는 TRIPS협정이 발효되기 전인 1992년에 미국정부의 압력으로 물질특허제도를 도입했다. BMS는 1992년에 에이즈치료제 바이덱스에 대한 특허를 신청하여 1998년에 특허를 획득했다. 1998년 태국국영제약회사(GPO)는 강제실시를 통해 바이덱스와 같은 약을 싸게 공급할 계획을 가지고 있었고, 의약품특허재조사위원회는 과도한 약값이 공중보건의 이해에 반할 경우 강제실시를 촉구하도록 권고했다. 그러자 미국 무역대표부와 미국 제약협회는 강제실시 폐지, 의약품특허재조사위원회 폐지 등을 요구하며 태국의 최대 수출품인 보석과 목재에 대해 무역제제를 가하겠다는 위협을 하였다. 태국의 HIV 감염인들은 미국의 활동가들과 연대하여 미국의 압력에 대항하고, 스스로 강제실시청구를 했을 뿐 아니라 BMS와 태국지적재산권부(DIP)를 상대로 특허법위반소송과 특허무효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의 살고자 하는 열망과 지속적인 투쟁은 2004년 2월에 BMS가 바이덱스에 대한 특허권을 포기하게 만들었다. 또한 이들의 투쟁은 의료보장체계 속에 에이즈치료를 포함시켰다. 태국에서 전국민의료보험이 도입된 것은 2002년 국민건강보장법이 제정되어 일명 30바트 의료보험이 도입되면서부터다. 태국의 의료보험은 공무원보험, 고용보험, 30바트 의료보험으로 구성되어 있고, 6,200만 명의 태국 국민 중에서 각각 500만 명, 850만 명, 4,850만 명에게 혜택을 보장하고 있다. 30바트 의료보험은 국공립 병원에 한번 방문할 때마다 30바트(약 천 원)만 내면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했고, 지금은 30바트조차도 내지 않는다. ’30바트 의료보험‘은 흔히 탁신 정부의 성과로 평가되지만, 전국민의료보험 초안을 만든 것은 보건의료운동진영이다. 바이덱스 사건에도 깊이 관여하였던 소비자 재단은 2001년 5만 명 이상의 서명을 모아 30바트 의료보험의 모태가 되는 법안을 발의했다. 여러 노동조합과 보건의료운동단체가 이 운동에 참여했으며 에이즈운동진영 역시 깊이 관여하였다. 그러나 2001년 4월부터 전국민의료보험을 시범 실시했을 때 태국정부는 에이즈치료제를 포함시키지 않았는데, 비용이 비싸기 때문이었다. 그러자 태국의 HIV 감염인들은 에이즈치료제를 싸게 공급할 수 있는 방법을 스스로 찾아 나섰다. 그 방법은 태국국영제약회사를 통해 직접 생산하는 것이었다. 에이즈치료는 세 가지 계열을 같이 사용해야 내성을 줄이고 치료효과를 높일 수 있다. 그리하여 2002년 5월에 태국국영제약회사는 세 가지 에이즈치료제를 한 알로 만든 복제약 GPO-vir을 생산하게 되었다. 일부 HIV 감염인들에게 치료지원을 해왔던 치료접근프로그램은 GPO-vir의 생산으로 인해 2002년에서 2004년 사이에 40%의 예산 증가만으로 8배 이상 확대되었다. 비용을 절감하게 되자 태국정부는 2004년부터 ‘HIV/AIDS감염인을 위한 에이즈치료제접근프로그램’으로 확대하였고, 2005년 10월부터 전국민건강보험체계에 에이즈치료를 포함시켰다. 2006년에는 GSK(글락소스미스클라인)으로 하여금 에이즈치료제 콤비드의 특정제형에 대한 특허와 특허신청 모두를 취소하게 만들었고, 태국-미국 FTA협상을 중단시키게 만들었다. 전국민건강보험을 통해 에이즈치료가 가능해졌지만 50만명이 넘는 생존감염인중 에이즈치료제를 필요로 하는 이들 모두에게 공급할 수 없는 상황이었고, GPO-vir에 부작용이나 내성이 생긴 환자들을 위해 새로운 치료제를 공급해야 했다. 에이즈치료제를 구입하기위한 예산이 2001년에 약 1000만 달러에서 2007년에 1억 달러 이상에 이르러 6년간 10배 이상 증가했다. 2차 치료제의 비용은 1차 치료제보다 평균 14배 이상 비싸다. 에이즈치료제 구입자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질병관리부는 2004~2005년 동안 제약회사들과 에이즈치료제의 가격인하를 위한 협상을 벌였으나 실패했다. 더불어 2005년 4월에 특허의약품 가격인하를 위한 협상실무그룹이 구성하여 1년간 협상을 벌였으나 실패했다. 이런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태국정부는 2006년 4월에 어떤 약에 대해 강제실시를 발동할 것인지 검토하기 위한 위원회를 만들었다. 2006년 11월 30일 태국에서 최초로 몽콜 보건장관이 두 가지 에이즈치료제(스토크린, 칼레트라)와 심장질환치료제(플라빅스)에 대한 강제실시 계획을 발표하고 2007년 2월에 정부의 강제실시 이행에 필요한 모든 공식 협상을 책임질 위원회를 승인하였다. 강제실시로 생산된 세 가지 치료제는 특허가 만료될 때까지 공적보험을 통해서만 공급하고, 태국국영제약회사가 생산할 수 있을 때까지 인도의 제약회사로부터 복제약을 수입하기로 했다. 이 치료제들은 2~10배 이상의 가격인하효과로 인해 건강보험적용이 가능하게 되었다. 이어 2008년 1월에 페마라(유방암치료제), 글리벡(백혈병치료제), 타세바(폐암치료제), 탁소텔(폐암 및 유방암치료제)에 대해 강제실시를 발동하기로 결정했다. 노바티스는 태국에서 연간 가구 소득이 5500만 원 이하일 경우 글리벡을 무상공급하기로 입장을 바꿨다. 노바티스가 무상공급을 중단할시 강제실시를 지속하기로 했고, 나머지 항암제는 태국국영제약회사에서 생산이 불가능하여 인도에서 수입하기로 했다. 태국정부가 강제실시를 고수하고 확대해 나가는 과정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미국정부와 제약협회는 물론 세계보건기구까지 태국정부가 불법으로 해적질을 하고 있다며 국제적으로 압박을 가하였다. 그리고 복제약의 질을 문제 삼았다. 애보트는 태국에서 의약품을 철수하는가하면, 약값을 인하하여 강제실시를 철회시키려 했다. 이 과정에서 HIV 감염인들은 가장 직접적으로 각종 압력에 대항하였고, 그간 연대해왔던 전 세계 보건의료, 에이즈운동단체들과 강제실시의 정당성을 피력하였으며, 국제공동행동을 펼쳐 국제적 지지를 모아냈다. 태국의 경험에서 가장 의미가 있는 것은 HIV 감염인들이 초국적 제약자본의 독점에 파열구를 낸 당당한 주체였으며 오랜 투쟁과정을 통해 신자유주의 세계화 반대투쟁의 일주체로 자리매김을 했다는 점이다. 제약회사의 선심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언제든지 공급의 불안정성을 담보해야하는 약가인하가 아니라, 안정적인 생산능력을 확보함으로써 초국적 제약회사의 독점을 파괴할 수 있는 투쟁전술을 택했다. 태국의 경험이 준 교훈은 초국적 제약회사 앞에서 환자의 처지는 백혈병환자든 에이즈환자든 태국에 살건 미국에 살건 모두 같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질병의 종류와 국경을 초월하여 연대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연대가 필요한 이유는 우선 제약회사가 국경을 넘나들며 활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치료기술의 발전과 공유의 효율성을 고려할 때 이러한 연대는 더욱 절실해진다. 뿐만 아니라 세계규칙의 변화를 통해 특허권이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강제실시를 못하게 하려던 미국정부와 초국적 제약회사에 대항하기 위해 국제공동행동을 벌였던 사례는 이를 잘 보여준다. 또한 이런 투쟁의 성과는 그 국가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태국에서의 콤비드 특허반대투쟁은 모든 국가에서 콤비드 특허를 취소하도록 만들었다. 또한 태국정부가 강제실시를 발동하자 애보트는 40여개국의 개발도상국에서 칼레트라의 가격을 인하했으며, 머크도 최빈국과 개발도상국에서 스토크린 가격을 인하했다. 이에 고무된 브라질정부도 스토크린에 대한 강제실시를 발표하게 되었다. 태국정부가 강제실시를 발동하는데 있어서 인도 제약회사의 치료기술을 백분 활용했다는 점도 중요하다. 이제 한국이나 선진국시장에서 초국적 제약회사의 독점에 파열구를 낼 수 있는 투쟁전략이 필요하다. 초국적 제약회사의 독점에 맞선 투쟁에서 승리한 경험은 대부분 최빈국과 개발도상국에서 쟁취한 것들이다. 콤비드의 특허가 취소되었고 애보트나 머크가 에이즈치료제의 가격을 인하했지만, 이는 한국이나 선진국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환자들의 투쟁과 국제사회의 비난이 거세지면 초국적 제약회사는 그제야 선심을 쓰는 것처럼 최빈국이나 개발도상국에서 가격을 내리거나 특허권을 양도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최빈국이나 개발도상국은 애초에 시장으로서 공을 들이지 않았고, 이윤은 선진국시장에서 창출하기 때문이다.
물로 일자리 창출하겠다는 정부의 숨은 이해관계 예상대로 이명박 정부의 경제 위기 대책의 맨 앞자리는 건설 사업이 차지하고 있다. ‘일자리 창출을 위한 녹색 뉴딜 사업’이라 명명된 정부의 경제 위기 대책의 골자는 2012년까지 총 50조 원의 예산을 투자해 95만 6천 개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것이다. 주요 사업은 14조 4천억 원이 배정된 4대강 살리기(사실은 대운하), 9조 6천억 원이 배정된 녹색교통망 확충 사업(사실은 고속철도 조기개통)으로, 대부분 건설 사업이다. 하지만 이 중 4대강 정비사업과 이와 연계된 사업을 제외하면 실질적인 신규 사업은 거의 없다. 고속철 사업 등은 이미 계획된 예산을 조기 집행하는 것에 불과하다. 4대강 정비 사업에는 14조 4천억 원이 배정되어 있지만 이에 그치지 않는다. 연계사업인 침수지역 정비 사업에 2조 5천억 원, 쓰레기청소에 2천억 원, 주변 녹화 사업에 8천억 원 등 3조 5천억 원이 더 배정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1조 6천억 원이 배정되어 있는 댐 건설과 그 연계사업도 간접 연계되어 있다. 뒤에서 상술하겠지만 댐 건설은 4대강 정비 사업에 따른 상수원 이전과 깊은 관련이 있다. 결국 이래저래 합하면 4대강 정비 사업의 예산은 사실상 19조 5천억 원으로 전체 예산의 39%에 이른다. 그렇다면 이명박 정부가 대운하로 이미 한 차례 곤욕을 치러 놓고도 이렇게 강 개발 사업에 집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서울 시장 시절 청계천으로 한 번 재미를 보았기 때문일까? 미국 정부와 같은 신에너지 개발 보급 사업도 아니고, 그렇다고 딱히 환경보존 사업이라고도 보기 힘든 4대강 사업을 밀어붙이는 속내는 무엇일까? 이는 우선 경제 위기 상황에서 부동산 거품 이후 새로운 이익 창출 대상을 찾고 있는 건설자본의 이해관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미 정부는 지난 10월 21일 8조 원이 소요되는 건설경기부양책을 내놓은 바 있는데, 주요 내용은 건설기업에 유동성을 지원하고, 부동산 투기 세력의 시장 이탈을 막는 것이었다. 건설경기부양책이 응급조치라면 4대강 정비 사업은 4년 치 사업 물량을 대주는 정부 차원의 중장기 지원이다. 이미 금융권의 프로젝트 파이낸싱 문제로도 이슈화된 건설자본과 금융자본의 부동산 투기 커넥션은 한국 경제의 가장 위험한 뇌관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정부는 건설자본 발 경제위기를 지연시키기 위해 건설자본에 세금을 퍼주겠다는 태세다. 두 번째 이유는 4대강 정비 사업의 규모다. 대운하 논란시에도 불거졌지만, 4대강 정비 사업은 강 정비로 끝나지 않고 수많은 부대 수익을 건설자본에 넘겨준다. 그 중 가장 큰 부대 수익은 바로 강 정비에 따른 상수원 이동 및 급수체계 조정 사업과 민영화된 상수도 사업 인수에서 발생한다. 상수원 이동으로 신규 수원지를 개발하게 되면 댐 건설을 비롯하여, 정수장 건설, 광역망 신설 등 중소 지역에도 1조원 이상이 들어가는 대규모 건설 사업들이 뒤따른다. 더군다나 정부는 이러한 급수체계 조정시 현재 지자체에서 운영하고 있는 지방상수도를 민간 기업(정부는 이를 전문기관이라 부른다)에 넘기도록 강요하고 있다. 환경부, 행정안전부 등 상수도 관련 정부 부처들은 현재 앞 다투어 지방상수도를 광역으로 묶어 민간기업에 위탁하기 위한 각종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4대강 정비 계획은 건설자본(혹은 물 관련 자본)의 입장에서 볼 때 공사도 하고 상수도도 인수하는 일석이조의 사업인 셈이다. 그야말로 블루 골드(푸른색 금)를 얻는 일이다. 한편 4대강 정비 계획 논란이 본격화되기 이전부터 환경부는 ‘지방상수도 통합운영 시범사업’을 추진했는데, 이는 대운하를 염두에 둔 상수원 이동 및 급수체계 조정 사업으로 의심되기에 충분했다. 공교롭게도 이 사업이 추진된 지역은 정부가 4대강 정비사업의 시작지로 선택한 안동 주변(포항권)과 나주 주변(목포권)이다. 그렇다면 환경부가 대운하 건설 논란이 한창이던 2008년 5월 지역당 3,000억 원 이상의 규모로 추진한 모든 지방상수도 통합운영(광역화) 시범사업이 2008년 12월에 확정된 4대강 정비 사업의 시작 지점 근처에서 시행된 것은 우연의 일치일 뿐일까? 반복되는 우연은 우연이 아니라 필연이다. 대운하 논란 중에 추진되어 현재 본격적인 시행을 앞두고 있는 지방상수도 통합 운영 시범사업은 4대강 정비 사업 혹은 대운하 사업을 위한 상수원 이전 및 민영화 계획으로서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해를 돕기 위해 잠시 정부의 상수도 민영화 계획 현황을 살펴보겠다. 정부의 상수도 민영화 계획 현황 환경부 “급수체계조정안”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지방상수도 광역화 계획은 2006년 12월 발표된 환경부의 <급수체계조정사업 타당성 검토 및 기본계획>에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환경부는 “54.2%(2004년 기준)에 불과한 전국 정수장의 평균 가동률을 제고하기 위해 장래 용수공급시설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에 기존 시설을 활용하여 용수를 공급하고, 국내 수도사업자에 대한 권역별 연계 및 통합운영방안을 계획하여 대규모 수도사업자를 육성함으로서 수도사업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으로 전국적인 급수체계조정사업을 계획하였다. 물 민영화 정책으로 많은 비판을 받았던 물 산업 지원 정책과도 맥을 같이하는 환경부의 급수체계 조정안은 지원정책이 설정한 2단계 중 1단계에 해당하는 계획이라 할 수 있다. 물산업지원정책은 먼저 광역화와 공사화를 통해 지방상수도를 민영화 가능한 규모로 확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어떻게 광역화할 것인가가 바로 급수체계조정안의 내용이다. 그런데 물산업육성정책의 법적 근거 마련을 위해 추진된 물산업지원법안은 현재 잠시 보류 되었지만, 급수체계조정사업은 여전히 남아있다는 것이 문제다. 현재 급수체계조정사업은 물산업지원법안이 담고 있던 상수도 지분 매각과 민간기업 지원 부분만 빠진 채, 수도법에 근거한 민간위탁과 광역화 정책으로 여전히 진행 중이다. 행안부 “지방공기업 경영개선명령” 급수체계조정안은 2008년 4월 24일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2008년 지방공기업 경영개선 명령>(이하 경영개선명령)을 통해서 그 실체를 드러냈다. 행정안전부는 포항권역의 핵심 지역인 포항과 경주에 대해 ‘1년 내 민간위탁’을 개선사항으로 명령한 것이다. 행정안전부는 포항시 상수도사업소에 대해서 “1년 내 전문기관 위탁을 실시하고, 인접자치단체와의 광역화 필요성 여부, 수자원공사등 전문기관에 위탁하는 방안의 장단점을 분석, 시행하기 위한 계획 수립 및 추진(필요시 행정안전부가 통합위탁 방안 등 추가 조치 통보)”하라고 명령하였다. 또한 경주시 상수도사업소에 대해서 역시 똑같은 명령을 내렸다. 포항시와 경주시는 100만 급수인구를 보유한 포항권역의 핵심이다. 행정안전부는 교부세와 지방공기업에 대한 감독업무를 무기삼아 이러한 명령을 내렸다. 급수체계조정안이 요구했던 ‘대규모 수도사업자 육성’이란 바로 지방상수도를 수탁하는 민간회사를 육성하겠다는 것이었다. 광역화 종합계획, 환경부 “지방상수도 통합 운영 시범 사업” 환경부가 물산업지원법안 입법에 실패한 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것은 “지방상수도 통합운영 시범사업계획”(이하 시범사업)이다. 정부는 이 사업을 2007년부터 준비했다. 이 사업은 물산업지원법안이 민영화를 위한 사전단계로 제안한 광역화 사업의 실행계획인데, 환경부가 2006년 작성한 “급수체계조정방안”에 따라 전국을 9개 대권역 26개 중권역으로 나누어 광역화를 진행하기 위한 시범사례를 먼저 만든다는 것이다. 환경부가 처음 시범사업을 설명할 당시에는 이 사업이 광역화 이후 민영화를 추진하기 위한 것임을 숨기지 않았다. 하지만 2008년 여름 촛불시위의 확산으로 물산업지원법안이 보류된 후 사업 설명에서 민영화, 민간위탁이라는 말은 모두 삭제되었다. 환경부는 2008년 12월 시범사업 지역으로 포항권(포항, 경주, 울진, 영덕, 영천)과 목포권(목포, 무안, 신안, 영암, 해남, 강진, 장흥)을 선정하였다. 환경부 사업 설명회에 근거하면 선정 기준은 지자체들의 의지와 ‘전문화’가 가능한 지역인데, 풀어 설명하면 지자체 협조 아래 광역화 이후 민영화(민간위탁) 가능한 지역을 선정했다는 것이다. 상수도 광역화, 알고 보니 4대강 정비(혹은 대운하)를 위한 대규모 상수원 이동 계획 4대강 정비 계획이 발표되기 전까지만 해도 여러 진보적 사회단체들은 정부의 상수도 민영화 정책이 상수도를 이윤 창출에 이용되도록 만든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비판해왔다. 환경부나 행정안전부가 추진하는 광역화-민간위탁 정책의 목표가 단순히 지방상수도를 묶어서 민간기업이 수익을 내기에 알맞은 규모의 경제를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현재 진행되고 있는 지방상수도 광역화, 민간위탁은 4대강 정비 사업 혹은 대운하와 깊이 연관되어 있다. 이를 뒷받침하는 여러 사실이 있다. 첫째, 낙동강 상류와 영산강 상류에서 시작한 4대강 정비 계획과 동시에 시작된 환경부 지방상수도 통합운영 시범사업 계획이 포항권과 목포권에서 시작했다는 점(환경부 2008년 12월 22일 발표)이다. 둘째 국토부 SOC 사업의 중심 중 하나인 낙동강 하류의 부산 경남권 물 문제 해소 프로젝트의 핵심이 남강댐 보상착수(국토해양부 2009년 업무보고, 2008년 12월)이며 남강댐을 이용하는 핵심 지역 중 하나인 통영이 거제 사천에 이어 행정안전부에 의해 민간위탁 직전까지 내몰리고 있는 점(행안부 경영개선명령, 2008년 4월)이다. 셋째는 2008년 3월부터 낙동강 전도사임을 자처한 이재오 전 의원과 대운하를 주장하던 김문수 경기지사가 팔당댐 취수장 이전과 상수원 보호구역 해제를 계속 이슈화했는데, 그 팔당댐 취수장의 핵심 지역인 경기도 광주시가 지역 시민들과 시의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12월에 상수도 시설 민간위탁을 강행하려 했다는 점이다. 넷째 금강 북부권의 선도 사업 지역인 연기군의 하류에 있는 공주시가 이미 민간위탁 된 논산시에 이어 정부 압력과 한국수자원공사의 강한 로비 속에서 2008년 초기 포기한 민간위탁을 다시금 겨울부터 추진하고 있는 점 등이 그것이다. 지방상수도 광역화/민간위탁은 상수원 이동을 위한 가장 쉬운 해법 4대강 정비사업 혹은 대운하와 이들 지역의 지방상수도 광역화/민간위탁은 우선 상수원 이동과 관련이 있다. 4대강 정비 사업의 핵심은 강바닥과 측면 제방을 공사하는 하도 정비와 댐 건설이다. 각 공사에 전체 14조 원 중 18%와 22%가 각각 소요된다. 그런데 이들 사업의 경우 모두 기존 상수원에는 치명적이다. 하도 정비 시 발생하는 흙탕물과 각종 부유물은 현재 지표수를 주요 취수 대상으로 삼는 대부분의 상수도 수질에 큰 영향을 미친다. 댐 건설로 인한 수량 변화 역시 상수원 이동을 필요로 한다. 그런데 현재 환경부와 국토해양부, 그리고 행정안전부 등 상수도 관련 정부 부처들이 추진하고 있는 지방상수도 광역화/민간위탁 계획은 이러한 고민을 모두 해결해준다. 한국수자원공사로 지방상수도를 수탁할 시 관리운영비 등을 이유로 대부분의 지자체 취수장, 정수장을 폐쇄하고, 자신들이 생산하는 정수를 공급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한 5-10개 지자체의 상수도사업소를 통폐합하는 광역화는 일원화 된 급수체계로 이러한 취수장 폐쇄 및 상수원 이동을 더욱 손쉽게 한다. 현재도 지자체 간 수원 확보를 둘러싸고 여러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는데, 정부로서는 4대강 사업으로 인해 수원 이동이 불가피한 지역들이 광역화와 민간위탁을 통해 지방상수도 사업을 4대강 정비 사업과 관계되어 있는 민간 기업에 넘긴다면 이 만큼 편한 일이 없는 것이다. 이를 좀 더 자세하게 살펴보자. 낙동강 중류 지역에서의 상수원 이동 프로젝트, 포항권 광역화 사업 포항권 광역화 사업(또는 낙동강 중부 광역화 사업)은 환경부가 2008년 초부터 광역화 시범사업으로 염두에 두고 있었다. 후에 행정안전부에서 포항권역의 핵심 지역인 포항과 경주에 대해 4월 말 ‘민간위탁 1년 내 시행’이라는 경영개선 명령을 내리자 이 사업은 빠르게 진행되었다. 이는 환경부와 행정안전부의 반강제적인 광역화, 민간위탁 정책에 다름 아니었다. 행정안전부가 내리는 경영개선명령은 지방공기업에 대한 경영 평가를 바탕으로 이루어지는데, 시행 시기까지 구체적으로 지시하며 민간위탁을 명령한 적은 지금까지 한 번도 없었다. 경영개선명령의 근거는 지방공기업 경영평가였는데, 이 평가에서 포항은 인구 50만 이상 지역에서, 경주는 25만 이상 지역에서, 통영은 25만 미만 지역에서 각각 꼴지를 기록했다. 이 평가 역시 납득하기 힘든 요소가 다분하다. 포항에 대한 핵심 지적 사항인 “2004년 민간위탁 협상 종결 이후 공무원 책임감 저하”는 사실과 전혀 다르다. 언급된 위탁 협상은 2004년 한국수자원공사가 일방적으로 위탁사업서를 수도사업소의 동의도 없이 시에 납품하며 벌어진 해프닝으로 상수도 공무원 사기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다. 경주는 부채비율이 높다고(110%, 전국평균 7%) 지적되었는데, 이 부채는 상수도 보급률 증가 및 이후 급수 공급을 위한 적극적인 투자로 인한 것이었으며, 이미 2002년부터 추진되었던 것으로 이제야 문제로 지적될 이유가 없다. 더군다나 시 당국의 적극적 지원(일반회계 지원 70억 원)이 바탕이 되고 있기 때문에 상환에도 큰 문제가 없다. 즉, 행안부의 경영평가와 경영개선명령은 미리 포항권 광역화와 ‘민간위탁’을 전제한 상태에서 의도적으로 이루어 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현재 진행 중인 지방상수도 통합운영 시범사업 계획은 여러 면에서 광역화 계획의 원래 뼈대인 ‘급수체계조정사업 계획’과 다르다. 급수체계조정사업에서는 포항권에 해당하는 지역이 포항, 경주, 울진, 영덕, 울릉이었으나, 현재 진행 중인 시범사업에서는 포항, 경주, 울진, 영덕, 영천이다. 용수 공급 내용도 많이 달라졌는데, 급수체계조정사업은 10년 후 용수공급부족이 예상되는 울진군에서 6천 톤/일 규모의 자체 지방상수도를 개발한다는 것을 핵심 내용으로 삼았지만, 시범사업에서는 영천시의 현재 여유량 6만 2천톤/일을 포항시에 공급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하지만 용수공급계획 혹은 급수체계조정사업의 핵심 중 하나는 ‘당장’ 남는 여유량의 조정이 아니라, 10년 이상을 내다보며 지방상수도 계발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다. 더군다나 환경부가 2006년 말에 작성한 급수체계조정사업에 의하면 포항은 2010년까지 2만 8천톤/일 이상 시설 여유가 있으며, 2020년에는 5만 1천 8백 톤/일의 여유량이 발생한다. 결국, 현재 시범사업에서의 급수체계는 낙동강 대운하 혹은 그에 준하는 낙동강 정비 계획을 이미 염두에 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물이 부족하지 않은 포항에서 갑자기 물 부족이 크게 발생하는 이유는 상수원 이동 말고는 없기 때문이다. 현재 하도 정비를 포함해 강 정비 공사를 시작한 안동지역 임하댐에는 포항시의 취수장이 있고, 특히 낙동강 중류 정비 사업시 함께 공사해야 할 금호강에는 포항시민이 살고 있으며 더불어 포항제철의 핵심 수원지도 있다. 그렇다면 이들 수원지를 어디로 옮기려고 하는 것일까? 정확한 내용은 5-6월 정도에 나올 포항권 광역화 사업 계획서를 검토해보아야 하겠지만, 현재 예상으로는 녹색뉴딜의 핵심 사업 중 하나인 중소규모 댐 건설 및 국토해양부의 2009년 주요 업무인 주요 댐건설 계획 전면 재검토 속에 답이 있는 듯하다. 녹색뉴딜에는 공교롭게도 포항 주변 댐 건설 계획을 집중적으로 포함시켰는데, 군위군에 있는 화북댐, 김천시의 부황댐, 청송군 성덕댐이 그것들이다. 2013년까지 7천 2백억 원을 투자하는 댐건설사업 대부분이 바로 낙동강의 대체 상수원으로 언제든 이용 가능한 것들이다. 또한 현재는 댐 건설 계획에 포함되어 있지 않지만, 2002년부터 2007년까지 한국수자원공사에서 추진했던 포항권 지역의 울진군의 매화댐 역시 다시 재추진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매화댐을 건설한 의도는 포항권 급수를 보조한다는 것이었다. 낙동강 하류 상수원 이동을 위한 남강권 광역화 계획과 부산시 취수원 이동 낙동강 하류 정비 계획의 핵심 중 하나는 현재 낙동강 하류에서 대부분의 상수원을 확보하고 있는 부산시의 상수원 이동 문제이다. 부산시는 현재 연간 4억 톤 전량을 자체 취수원을 통해 생산하고 있으며 이 중 90%를 낙동강에서 취수하고 있다. 하도 정비 사업시 크게 문제가 될 여지가 있으며, 이에 정부는 부산시의 취수원 중 하나로 남강댐을 고려하고 있는 중이다(국토해양부 2009년 업무보고). 국토해양부는 10대 뉴딜 사업 중 하나로 부산경남울산 상수원 확보 및 급수체계 조정(3조 1천억 원 소요) 을 선정하였다. 정부에 의하면 부산에 남강댐 수위를 높여 107만 톤/일을, 강변여과수 개발로 35만톤/일을 확보한다고 하지만 강변 여과수는 그 효용성이 확실하게 증명되지 않았으며, 사실상 남강댐 물을 들여오는 것이 관건으로 보인다. 하지만 진주시는 인근 7개 지자체의 생활용수공급 차질과 여름철 침수 피해를 우려하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남강댐 및 남강에서 직접 취수하고 있는 지역은 진주시, 산청군이며, 이 밖에도 현재 통영, 사천, 거제, 고성, 남해, 하동이 남강댐계통에서 한국수자원공사로부터 광역정수 및 댐 원수를 공급받고 있다. 결국 남강댐을 이용한 부산시 용수 확보 계획의 관건은 기존 남강을 이용하던 지자체들의 용수 관리 통합과 정부 개입 강화 여부이다. 한국수자원공사는 현재 거제와 사천 지방상수도를 수탁하여 운영하고 있으며, 거제와 사천 사이에 있는 통영도 행정안전부의 ‘1년 내 민간위탁’을 내용으로 하는 경영개선명령 이후 수탁을 준비 중이다. 다만 진주시에 대해서도 여러 차례 로비를 벌였으나, 현재까지는 성공하지 못했다. 정부 입장에서는 이후 낙동강 개발로 인한 부산시 상수원 이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남강을 상수원 혹은 용수공급원으로 하고 있는 지자체들의 용수공급체계를 일원화하여 통합 관리하는 것이 유리하다. 정부의 해답은 진주권 광역화-민간위탁이다. 이를 위해 앞으로 통영시와 마찬가지로 진주권 지자체에 차례로 민간위탁 명령을 내릴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보기에 가장 좋은 해법은 남강댐을 관리하는 한국수자원공사가 남강 지역 일대의 상수도 시설을 함께 관리하는 것이다. 이러한 계획에 따라 행정안전부는 지난 4월, 거제(2007년 위탁)와 사천(2007년 위탁) 사이에 있는 통영시에 대해 민간위탁 명령을 내렸다. 유수율이 낮다는 것이 핵심 이유다. 하지만 사실 통영시에 더욱 심각한 문제는 재무구조로, 지출 중 60% 이상이 광역 정수 구입에 사용되고 있다. 즉 한국수자원공사에 대한 과도한 지출이 문제라는 것인데, 민간에 위탁하더라도 이러한 문제는 개선되지 않으며, 오히려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다. 이런 점에서 민간위탁은 지방상수도의 문제점 개선을 위해서가 아니라 대운하 혹은 4대강 정비계획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다. 경기도 광주시에서 시작하는 팔당댐 주변 상수원 대이동 계획 경기도 광주시는 2008년 급작스레 지방상수도 민간위탁 계획을 수립하여, 그 해 12월에 의회에 상정하였다. 경기도 광주시는 유수율이 80%에 육박하고, 이미 블록시스템 등 상수도 관리 현대화도 2007년까지 모두 마친 상태다. 다만 정수장 개보수 사업이 약 200억 원 예산으로 남아 있었으나, 이마저도 2007년 이월예산과 2008년 일반회계 보조 등으로 해결할 계획이었다. 그러다가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되고 대운하 사업을 조기에 추진할 계획을 갖자 2008년 초부터 갑자기 한국수자원공사와 지방상수도 위탁 논의를 시작하였다. 그러나 이 안은 2008년 12월 22일 의회에서 부결되었으며, 시당국은 재상정을 추진 중이다. 이재오 전 의원과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대운하 논의가 본격화 된 3,4월에 팔당댐 주변 취수원 이동과 상수원보호구역 해제를 본격적으로 언론에 흘렸다. 팔당댐은 북한강과 남한강이 합류하는 곳으로, 남한강과 낙동강을 연결할 시 남한강 주변의 시설을 북한강이나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야 한다. 또한 팔당댐 주변에 묶인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인해 광주시, 남양주시, 양평군, 하남시 등이 보호구역 해제를 요구하던 지역이기도 했는데, 특히 근처 상수원보호구역의 50%가 넘는 82.4㎢ 가 광주시에 해당한다. 동시에 국회 환경노동위 소속 정진섭 의원은 한강에서 강변 여과수 개발에 나서야 한다며 이를 위해 팔당 취수장을 북한강 하류 쪽으로 이동할 것을 적극 주장하였다. 경기도 광주시가 지역구인 한나라당 정진섭 의원은 광주시 상수원보호구역 해제의 이해당사자다. 그의 주장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대운하와 강변 여과수 개발 등 상수원 이전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보여준다. 강변 여과수는 상수원에서 직접 취수하는 것이 아니라 강바닥이나 옆면을 통해 자연 정화된 물을 취수하는 것으로 대운하와 같은 강 개발에 영향을 덜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방식이다. 하지만 1-2급수를 유지하는 한강에서 강변 여과수는 필요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의 주장은 대운하로 인한 개발 사업에서 이권을 차지하기 위한 명분에 불과하다. 바로 이러한 운하 건설과 상수원보호구역 해제를 노린 것이 광주시 민간위탁이며, 광주 하남 일대를 대상으로 한 광역화 계획이다. 급수체계조정사업이 설정한 권역은 성남, 광주, 용인, 안성을 포괄하는 성남권과 서울, 하남, 구리, 김포, 남양주를 포괄하는 서울권이다. 하지만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광역화가 포항권이나 목포권과 같이 반드시 기존 급수체계조정사업의 권역을 따르는 것은 아니다. 건설기업, 물 기업에게는 새로운 블루 골드! 시민들에게는 수돗물 재앙! 현재 낙동강 지역에 책정된 예산만도 낙동강 정비 사업에 6조 6천억 원, 경북지역 댐 건설 사업에 약 4천억 원, 낙동강 하류 상수원 확보에 3조 1천억 원, 환경부 지방상수도 광역화 사업 약 3천억 원 등이다. 중복예산을 감안해도 약 10조 원에 이르는 돈이 투입된다. 이 예산에는 아예 노골적으로 물산업지원으로 1,989억 원이 책정되어 있기도 하다. 정부 예산에는 없지만 포항권과 진주권이 광역화되어 민간위탁 될 시 지자체들이 관리운영비로 수탁회사에 지불해야 하는 돈(계약기간 20년 기준으로 시설투자비와 운영관리비)도 1조 5천억 원 이상이다. 그렇다면 이 돈은 모두 어디서 나오는가? 대부분이 시민들의 세금에서 지출된다. 특히 국비만이 아니라 지자체가 부담해야 할 돈도 엄청난데, 낙동강 정비 사업 중 4.8%인 2,000억 원을 비롯하여, 민간위탁 비용 전액 15,000억 원, 환경부 사업비 3,000억 원 중 일부 등을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조달해야 한다. 지자체가 이를 조달할 방법은 상수도 민간위탁 시 수도요금 인상과 같은 방법뿐이다. 반면 이 사업에 참여하는 기업들의 경우 대부분의 정부 발주 건설 사업이 그러하듯 천문학적인 이윤을 남길 수 있다. 이러한 대규모 상수원 이전 사업은 막대한 낭비성 투자도 포함하고 있는데, 앞에서도 지적하였듯이 현재 전혀 식수원이 부족하지 않은데도 상수원 이전으로 인해 취정수장을 새로 건설해야 하고, 막대한 비용을 들여 관망을 신설해야 한다. 이미 전국적으로 상수도 가동률이 50-60%에 머무르고 있는 현실을 고려하면 낭비 중에 낭비가 아니라 할 수 없다. 문제는 돈 만이 아니다. 더욱 큰 문제는 이러한 대규모 상수원 이동과 급수체계조정으로 인한 상수도 불안정성 증대이다. 현재의 상수도 체계는 짧게는 10년부터 길게는 100년간 확립된 체계이다. 지자체 별로 최대한 자신들이 사용할 수 있는 수원을 개발하여 사용하였고, 그렇지 못한 지역들은 국가 소유의 광역 상수도를 요금을 지불하고 사용하고 있다. 시민들의 생존과 직결된 상수도 체계를 대운하 혹은 4 대강 정비 계획이라는 대규모 건설 투자 계획 때문에 주먹구구식으로 이러 저리 바꾼다는 것은 시민들의 목숨을 담보로 한 건설 자본 부양책일 수밖에 없다. 중앙집중식 상수원 공급 체계를 아무런 검토 없이 진행하다가 상수원에 이상이라도 생기는 날에는 상수도 재앙이 발생할 수도 있다. 정부는 마치 현재의 지방상수도를 광역상수도망(정부 관리의 집중화된 망)으로 바꾸는 것이 대안인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선진국 어느 곳도 집중화된 상수도 체계를 갖추는 곳은 없다. 미국은 5만여 개의 지방상수도공급자가 있고, 일본 역시 2만여 개의 공급자가 있다. 이동 비용과 이동시 오염 가능성 등을 고려하면 가능한 근처에서 자신의 상수원을 찾아 깨끗하고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길을 찾는 것이 대안이다. 더군다나 정부는 지방상수도를 광역화하여 민간위탁하는 민영화 정책까지 밀어붙이고 있다. 주먹구구식 상수원 이전에 민영화까지 진행된다면 그 위험성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아르헨티나, 필리핀, 남아공 등에서 벌어진 상수도 대란만큼이나 끔찍한 결과가 한국에서도 벌어질 수 있다. 현재 포항권은 급수 인구 100만 명 규모인데, 한국수자원공사를 비롯하여, 코오롱, 포스코, 현대, 태영 등이 다양한 방식으로 상수도 민영화 시장에 참여할 것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미 막개발 공사로 악명이 높은 한국수자원공사와 여러 민간 건설 기업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할 것이라는 소문도 있다. 4대강 정비 계획에 숨겨진 상수도 민영화 반대! 지방상수도 개선에 투자를! 경제위기로 인해 정부의 적극적 재정 정책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좌우를 가리지 않고 동의지반이 형성되어 있다. 하지만 문제는 그 방향이다. 현재 정부는 공공성을 짓밟고 건설기업의 이윤만을 위해 정부 투자를 하려하고 있다. 차라리 낙동강에 들어가는 약 11조 원의 재정을 지방상수도 개선 및 상수원 보호구역 보호 비용으로 사용하자. 누수율과 시설 노후화로 많은 어려움에 처해있는 지자체들을 정부가 이 재정으로 보조할 경우 전국 대부분의 노후 상수도 시설을 교체하고도 남을 돈이다. 논산시의 사례를 볼 때 10만 급수인구 기준으로 유수율을 20% 정도 향상시키는데 200억 원 정도가 들었다고 하니, 전국적으로 2조 원만 시설 투자에 사용해도 10만 명 규모 지자체 100여 곳의 상수도 시설을 개선할 수 있으며, 손실되는 막대한 수자원을 절약할 수 있다. 그리고 나머지 재정으로 지방상수도 공무원 증원과 교육 확대를 꾀해도 약 10년간 5만 명 이상을 고용할 수 있다. 공공서비스의 실질적 개선과 고용창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