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위기 책임을 우리에게 전가하지 말라! 반제국주의, 반자본주의, 페미니즘, 생태주의, 사회주의에 기초한 대안이 긴요하다. 우리, 전 세계 사회운동은 아마존 벨렝에서 열린 8차 사회운동포럼을 계기로 한데 모였다. 포럼이 열린 아마존에서 민중들은 자연, 토지, 문화 강탈 시도에 맞서 오랫동안 저항해왔다. 이곳 라틴아메리카에서 사회운동과 토착민운동은 지난 10여 년 동안 힘을 모아 자본주의 체계에 대해 근본적으로 문제제기했다. 지난 몇 년 동안 라틴아메리카에서 급진적인 사회적 투쟁의 결과 신자유주의를 추진하던 여러 정부가 물러났고, 경제의 핵심부문의 국유화나 민주적인 헌법 개혁과 같은 여러 긍정적인 개혁을 추진해 온 정부들은 강화되었다. 이런 맥락에서 라틴아메리카 사회운동은 이 정부들이 채택한 긍정적인 조치를 지지하면서도 이들 정부를 거리를 두고 비판해오며 적절하게 대응해왔다. 이런 경험은 위기의 책임을 피억압 민중에게 전가하는 각국 정부, 기업, 은행의 정책에 대한 민중들의 저항을 더욱 견고하게 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리 전 세계 사회운동은 현재 역사적인 변화를 마주하고 있다. 국제적인 자본주의의 위기는 여러 면에서 인류에 재앙적이다. 식량, 금융, 경제, 기후, 에너지, 이주, 그리고 문명 자체가 위기에 빠져 있으며, 국제질서와 정치구조 역시 위기에 처해 있다. 우리가 직면한 세계적 위기는 자본주의 체계의 직접적인 결과다. 따라서 체제 내에서는 해법을 찾을 수가 없다. 위기 극복을 위해 지금까지 취해진 모든 조치는 전략적 경제 부문, 공공 서비스, 자연자원과 에너지자원에 기초를 두면서 생명을 상품화하고 노동과 자연자원을 착취하는 한편 자원을 주변부에서 중심부로, 노동자로부터 자본가에게 이전하는 데 바탕을 둔 현 체계의 유지를 위해 손실을 사회화하는 것에 불과하다. 현존 체계는 착취, 경쟁, 집단적 이해의 훼손을 무릅쓴 사적 이익의 추구, 소수의 부유한 이들에 의한 막대한 부의 축적에 기반을 두고 있다. 이는 유혈 전쟁을 불러일으키는 한편, 외국인혐오증, 인종주의, 종교근본주의에 기름을 붓고 있다. 이는 여성에 대한 착취와 사회운동의 범죄화를 강화한다. 현재의 위기를 배경으로 민중의 권리는 체계적으로 부정되고 있다. 팔레스타인 민중에 대한 이스라엘 정부의 야만적 공격은 국제법 위반이며, 전쟁 범죄, 비인도적 범죄에 해당하며 민중의 권리에 대한 부정의 상징이다. 이 추악한 범죄를 더 이상 용인해서는 안 된다. 사회운동은 전 세계 민중의 억압에 맞선 모든 행동, 특히 팔레스타인 민중의 투쟁을 열렬하게 지지한다는 점을 다시 한 번 밝힌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우리는 문제의 근원에 맞서야 하며 가능한 신속하게 자본주의 체계와 가부장적 지배를 철폐할 급진적인 대안의 구축을 향해 진전해야 한다. 우리는 완전한 정치적 자유에 입각한 민주적 참여를 지지하는 것뿐만 아니라 사회적 필요를 충족하고 자연의 권리를 존중하는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우리는 우리의 분리 불가능한, 개인적이고 집단적인 시민권, 그리고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적 협약이 이행되도록 해야 한다. 이런 전망 하에 우리는 다음과 같은 여러 긴급한 조치의 실행을 촉구하는 가장 대중적인 투쟁이 성사되도록 최대한 노력해야 한다. - 은행 부문을 무상으로 국유화하고 사회적으로 완전히 감시되도록 한다. - 임금 삭감 없는 노동시간 단축 - 식량주권과 에너지주권을 실현하기 위한 조치 - 전쟁중단, 점령군 철수, 해외군사기지폐쇄 - 민중의 주권과 자율성, 자결권 인정 - 모두에게 토지, 영토, 노동, 교육, 건강에 대한 권리 보장 - 의사소통 수단, 지식에 대한 접근의 민주화 21세기 여성운동, 환경운동, 사회운동이 추진하는 사회적 해방의 과정은 사회를 생산수단, 소통과 서비스 수단의 자본주의적 지배로부터 사회를 해방시키는 것이다. 이는 즉 공적이고 협력적이며 공동체적이고 집단적인 자산과 같이 사회적 이익을 옹호하는 소유형태를 지지함으로써 가능하다. 이런 대안은 반드시 여성해방에 도움이 되는 것이어야 한다. 인류의 절반이 억압받고 착취당하는 상황에서 사회정의와 평등한 권리를 바탕에 둔 사회를 건설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토착민들의 능동적인 참여와 기여를 인정하면서, 각자가 스스로, 다른 이들과, 전 세계와 조화를 이루는 삶을 바탕으로 하는 사회를 건설하기 위해 헌신한다. 우리 사회운동은 전 세계적 규모의 해방을 위한 제안을 발전시킬 수 있는 역사적인 기회를 마주하고 있다. 대중 투쟁을 통해서만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이 투쟁을 촉진하기 위해서 풀뿌리부터 의식을 고양하고 동원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사회운동은 전 세계적인 운동의 결집을 이루어내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안고 있다. 또한 억압과 착취에 맞서기 위해 노력하는 모든 운동의 결집을 지지함으로써 투쟁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따라서 우리는 다음을 위해 노력한다. ○ 3월 28일~4월 4일: 자본주의와 전쟁에 반대하는 국제 공동행동 주간 - 3월 20일 반-G20 공동행동 - 3월 30일 전쟁과 위기에 반대하는 공동행동 - 3월 30일 팔레스타인 민중들과 연대를 위해 이스라엘 보이콧, 투자철수, 제재를 촉구하는 날 - 4월 4일 나토 60주년 즈음 시위 ○ 1년 내내 다음의 기회를 활용하여 국제적인 행동을 조직한다. -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 - 4월 17일 식량주권의 날 - 5월 1일 세계 노동절 - 10월 12일 원주민의 날 - G8 정상회담(6월, 이탈리아 사르디니아) - 기후 정상회의(12월 덴마크 코펜하겐) - 미주정상회의(트리니다드 앤 토바고) 위와 같은 요구와 투쟁 제안을 통해 우리는 급진적이고 해방지향적인 해법으로 위기에 대응할 것이다. 2009년 2월 1일, 브라질 벨렝
버락 오바마가 미국의 44대 대통령으로 취임하자마자 노조 상층부에서는 양 노총 재통합이 추진될지도 모른다는 말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그의 임기 동안 단일노총을 만들어 상대하겠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이러한 내용이 미국전역에서 언론을 통해 보도되었지만 일반 노동자들과 시민들은 말할 것도 없고 기층 조합원들도 이러한 정황이나 함의를 거의 모른다. 미국 정치에서 민주당은 전통적으로 노동조합의 지지에 의존해왔다. 사실 노동자의 지지는 모든 연방, 주, 지역 선거에서 대개 당연하게 여겨진다. 지난 2008년 대선에서 승리혁신동맹(Change to Win)과 미국산별노조총연맹(AFL-CIO)은 대통령 선거출마 지원을 위해 직간접적으로 4억 5천 여 달러의 기금을 투자하여 버락 오바마를 당선시켰다. 양 노총과 산하 노조들은 24개 주에 걸쳐 버락 오바마의 대통령 출마를 위한 캠페인에 25만여 명의 조합원들을 동원하였다. 조합원들은 전화 연락을 통해 1,300만 투표자들을 조직했다. 인수 기간 동안과 취임 이후 버락 오바마 후임 정부는 정치 의제를 구체화하고 정책을 실행하기 시작했다. 오바마 정부는 미국 및 세계 경제 위기 문제를 다루기 위한 팀을 꾸렸다. 다시 한 번 닥쳐올지 모르는 대불황에서 미국을 구해낼 계획을 고안하는 것은 금융계 및 산업계 “지도인사”들의 역할일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 노동조합이 참여할 자리는 없다는 것이 명확해졌다. 가게나 상가에서 소매업을 하거나, 혹은 서비스업을 하거나, 제조업을 하는 수백만 사람들은 변화를 원한다면 그들의 이익을 위해 정부의 독재를 향해 발언해야 할 것이다. 현재 정치의제를 결정짓고 있는 것은 오직 월스트리트, 은행, 거대 자동차기업과 부동산업체의 목소리들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서로 경쟁하는 관계이고 또 상충되는 이해를 가질 때가 많지만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노동자들의 경제적 이익, 건강보험, 연금, 작업장 안전, 고용 안정과 존엄성을 희생시키는 데는 뜻을 같이 했다. 경제위기에 대한 노동자들의 대응 혹은 무대응, 그리고 노동자계급의 처절한 상황은 최근의 역사적 맥락 속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21세기 들어서면서 미국의 노동자운동은 커다란 위기에 직면했다. 성장하던 보수주의 세력은 1981년 공화당의 로날드 레이건을 대통령에 당선시켰다. 이후 8년 동안 연방정부는 노동조합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레이건 정부가 들어선 지 몇 개월 후 항공교통관제사노동조합(PATCO)은 파업에 돌입하여 전 세계 항공을 마비시키고 미국 내 항공 운송을 중단시켰다. 파업에 대한 대중적 지지가 낮아지고 다른 노동조합의 연대도 사그러들자 레이건 정부는 PATCO에 치명타를 날렸다. 레이건 정부는 2기에 걸친 임기 동안 노동법과 안전법을 시행하지 않았고 전국 노동관계위원회의 친 기업적 마인드를 포함한 반노동자 정책으로 일관했다. 이 때를 기점으로 이전까지 원만했던 정부와 노동자의 관계는 깨지게 되었다. 그러나 노동조합은 단결의 기운을 높이고 공세적인 태도를 취하기보다 분열하여 내리막길로 치달으면서 민주당에 포섭되었다. 1990년대 초반까지 노동조합은 수동적인 파트너로서 민주당과 ‘정략결혼’과 같은 관계를 맺었는데 노동조합은 민주당을 지지하지만 민주당은 노동조합의 의견을 수용하지 않는 관계였다. 1992년에는 빌 클린턴이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었는데 공화당의 보수적 정치에 대한 대안으로서 여겨졌던 클린턴 정부는 그러나 공화당의 연장선상에 있었다. 클린턴 임기 이후 “자유 무역” 정책이 시행되고 나프타(NAFTA)가 통과되었다. 이로써 미국 기업들은 제3세계로 대대적으로 이동했고 국내에서는 수십만 명의 실업자가 발생했다. 다른 “사회정의운동”과 마찬가지로 노동조합은 점점 자기 잇속만 차리는 거대한 관료집단이 되어갔다. 클린턴 집권 동안 노동조합은 정부 정책을 옹호하고 대변하는 역할을 했다. 노동자운동 내부적으로 북미규모 노조들과 그에 가맹된 지역지부들은 운동성과 연대의 원칙을 포기하고 미국 특유의 기업적 관행을 재빠르게 수용했다. 노동자 연대는 부패, 경쟁, 횡령으로 대체되었고 노조 관료 내에는 부와 권력이 축적되었다. 이러한 경향을 되돌리려는 노력이 있었지만 제거되지 못한 채 노조 내의 주된 경향으로 남았다. 노조의 위계 내의 끓어오르는 불화는 2005년 AFL-CIO의 분할을 가져왔다. 갈등의 중심에는 노총 관료들의 안위를 지키려는 태도가 있었다. 그것은 AFL-CIO의 조직율이 민간부문 노동자의 8%에 지나지 않을 정도로 축소되었다는 사실과 북미규모 노조들이 미조직 노동자 조직화를 우선적 과제로 삼고자 했다는 사실과 관련이 있다. AFL-CIO가 분할되면서 승리혁신동맹이 창립되었는데 이들의 목적은 미조직 노동자들을 조직하기 위해 소속 노조들과 함께 힘을 기울이는 것이었다. 승리혁신동맹의 평조합원과 소속 노조들의 좋은 의도와 노력에도 불구하고 미조직 노동자들을 조직하려는 노력은 별 영향력이 없었다. 이는 기업적이고 관료적인 욕심이 이 계획을 지배했기 때문이었다. 가장 노골적인 예는 아마 승리혁신동맹에 가입된 노조 중 가장 규모가 큰 서비스노조국제연맹(the Service Employees International Union, S.E.I.U.)의 예일 것이다. 앤디 스턴이 위원장으로 재임하던 시절 서비스노조국제연맹은 내부적으로 가맹 지역노조의 부정부패와 민주주의에 대한 탄압으로 진통을 겪었다. 남캘리포니아의 6434번 지역지부의 위원장인 타이런 프리만은 아내가 운영하는 업체와 60만 달러 규모의 사업계약을 체결했다. 또 지부에서 그의 장모에게 자신의 아이를 포함한 노조간부의 아이들을 보육하는 댓가로 매달 8,000달러를 지불했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자 그는 사퇴하였다. 프리만은 또한 하와이에서의 그의 결혼식을 위해 노조 기금에서 8,000달러를 썼다. 프리만 집행부의 사무총장이었다가 앤디 스턴의 추천으로 SEIU 미시건 지부 보건의료지회장을 맡았던 릭만 잭슨은 또 다른 사례로 들 수 있다. 잭슨은 미시건으로 옮긴 후에도 프리만의 캘리포니아 지역지부에서 추가 임금을 받고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퇴출당했다. 또한 잭슨은 노조에서 만든 주택 공급단체에서 매달 2,500달러의 월세를 받았다. 그의 퇴출 이후 앤디 스턴은 잭슨에게 캐나다의 SEIU 관련 단체의 일자리를 제공했다. 이러한 부정부패는 SEIU 관료들 사이에서 계속되었다. 미국 내 지도력은 노조 내 민주주의를 향한 운동을 희석시켰다. 1월 말 SEIU는 캘리포니아의 유나이티드헬스케어 노조(United Health Care Workers, U.H.W.) 지역지부를 장악했다. UHW는 SEIU내에서 지금까지 가장 빠르게 성장해온 풀뿌리 운동 지부였다. 이 지부는 민주노조의 모범으로 간주되어 왔는데 샐 로셀리 지부장은 65,000명의 간호조무사 조합원들을 강제로 다른 지부로 편재하려는 것에 맞서, 그리고 다른 조직 전략에 맞서 SEIU 지도부에 대항했다. SEIU의 이러한 관행은 미국 내 노동운동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아메리카에서 가장 오래된 식민지인 푸에르토리코에서 SEIU는 3년 이상 고용계약서가 없었던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노동쟁의에서 정부의 편에 섰다. 2008년 초 푸에르토리코 교사노조(the Federation de Maestros de Puerto Rico, F.M.P.R.)은 막다른 골목 끝에 파업을 결행했다. SEIU는 그 뒤에서 아세베도 빌라 푸에르토리코 지사와 협상하여 교사노조의 설립인가를 취소하도록 했다. SEIU는 노조기금에서 수백만 달러를 지사와 그의 정당에게 주었다. 그 목적은 몇 년 전 여당에 의해 만들어진 SEIU 산하의 교사 노조를 교사들의 유일한 교섭 기구로 만들고 노동 분쟁을 교사들에게 불리한 협약으로 해결하기 위한 것이었다. 푸에르토리코의 법원이 교사노조를 불법화하자 SEIU는 이 노조의 조합원들을 흡수하고자 했다. 이에 2008년 10월 푸에르토리코의 교사들은 SEIU에 의한 교사노조의 장악에 극렬히 반대하였다. 한편 부정부패로 기소당했고 현재 재판 중에 있는 아세베도 빌라 지사는 11월 선거에서 패배하였다. 이러한 행태는 SEIU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실 승리혁신동맹의 묵인에 의한 것이었다. 노동조합을 그러한 방식으로 이끌어왔던 앤디 스턴이 오바마 정부에 의해 노동부 장관으로 고려되고 있다는 것은 아이러니다. 노동자 조직의 주된 전략은 오바마가 그의 임기 첫 달에 노동자자유선택법 (Emplolyment Free Choice Act, E.F.C.A)에 서명해줄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이다. 이 법안이 통과된다면 노동자들이 노조에 가입하고 고용계약서를 받는 과정이 극적으로 변화될 것이다. 그러나 그런 소극적인 기대만으로 경제위기로 인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을 리 만무하다. 현재 노조는 전국노동관계위원회가 작업장 내에서 선거를 실시하기 위해서 30%의 노동자로부터 위임장을 받아야 한다. 기업주가 반(反) 노조 전문가를 고용하여 노동자들을 움직이기도 하는 등 작업장 내에서 유세를 할 수 있는 반면 노조는 작업장 외에서만 선거유세를 할 수 있다. 그러나 고용자유선택법이 통과되면 전국노동관계위원회는 사업장 내 고용된 노동자 대부분이 위임장에 서명할 경우 노조를 독자적인 교섭 기구로 승인해준다. (즉, 노조 설립 절차가 간소화된다.) 그리고 사용자가 성실히 교섭에 임하지 않을 경우나 90일 안에 합의를 보지 못할 경우 위원회는 중재에 들어갈 수 있다. 오바마 대통령과 바이든 부통령이 대선 전 상원의원이었을 당시 노동자자유선택법을 지지했음에도 불구하고 노동자자유선택법은 선거유세 당시 단 한 번도 언급되지 않았다. 그보다 더한 것은 이 법이 노동계 외부에서는 널리 알려진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더군다나 심한 경기침체/불황이 유권자들의 최대 관심사일 때 이 법안이 오바마 정부의 의제로 올라가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역사상 최대위기에 처한 노동자운동의 입장에서 노동자자유선택법은 만일 통과되어 시행된다면 이 곤경에 대한 해답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승리혁신동맹은 지금까지 “두고 보자”는 태도로 노동자자유선택법을 현실화시키기 위한 의회 로비 활동을 거의 하지 않고 있다. 이러한 정치적 국면에서 노동자 조직의 태도는 놀라운 것이 아니다. 이는 과거 정치적 행태의 연장선 상에 있는 것으로 조직노동자들보다는 정치인들이 정치의제를 결정하는 관행에서 이어진 것이다. 미국인들은 과거 누렸던 생활수준을 앞으로도 누릴 수는 없을 것이다. 이제 더 이상 한 명의 생계부양자가 한 가족을 책임질 수 없다. 가족 내 모든 성원이 고용되어야 가족의 생계를 감당할 수 있다. 2008년에만 20만 명의 노동자들이 해고되었다. 고용을 유지하고 있는 노동자들은 임금 삭감 뿐 아니라 건강 보험과 퇴직 연금이 손실되는 상황에 처해있다. 노동조합은 지금껏 이렇게 악화되는 상황에 대해 어떤 대응도 하지 못했다. 미국이 심각한 경기침체/불황에서부터 빠져나오기 위해 오바마 정부는 국민들에게 “허리띠를 졸라매라”고 주문했다. 정책 입안 주체들이 누구인가를 생각한다면 누가 배부르고 누가 굶주릴지는 뻔하다. 수십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받은 기업의 노동자들을 대표하는 노동조합의 사례로 전미자동차노조(United Auto Workers, U.A.W.)를 살펴본다면 경제위기 해결책의 고통을 떠안는 것은 노동자들이 될 것이다. 노조는 노동자자유선택법을 노동법으로 입안할 수 있는 효과적인 선전전을 조직하고 그것을 노동조합에 기꺼이 미래를 걸겠다는 수천만의 노동자들을 조직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노동조합이 자기 조직 내 조합원들만의 이해를 대변하는 관행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지 않는 한 미국 노동자들의 미래는 어두울 것이다. 그러나 만약 이 법안에 관한 평조합원 교육사업에 대한 새로운 접근방법을 개발한다면, 그리고 노동조합이 조합원 뿐 아니라 비조합원까지 아우르는 미국의 전체 노동자 빈민을 마주하고 있는 이 사안에 대한 정치 담론을 지지한다면 밝은 미래를 약속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노조가 대중 속에서 그러한 담론을 만들어내고 조합원들을 결집시키고 미조직 대중들을 조직한다면 정치적 의사 결정상의 권력 관계는 바뀔 것이다. 정부, 금융, 기업계 거물들은 경제위기의 해결책을 찾고 있다. 미국의 노동자운동은 경제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자신의 역사 속에서 사례와 시사점을 찾을 필요가 있다. 노동조합들은 1930년 대불황 이후 불평등을 없애고 실질적으로 미국인들의 생활조건을 향상시켰던 노동자운동의 역할을 기억해야 한다. 그들은 오늘날 세계 경제 위기에 대한 다른 나라들의 노동조합의 대응의 예를 살펴봐야 한다. 다른 나라의 노동조합들은 미국 노동조합이 경제위기에 어떻게 대응하는지를 주목할 것이다.
세계 자본주의 경기침체/불황기 사회주의에 대한 전망 현재의 경기침체/불황의 특이성 현재 자본주의는 계속 진행될 마이너스 성장의 초기시점이므로 우리는 현재의 위기를 ‘경기침체/불황’이라고 부른다. 현재의 침체는 여전히 확산되고 있으며 심화되어 2009년 중반부터 죽 불황기로 진입할 가능성이 있다. 또한 경기침체/불황은 불균등한 정도와 속도로 확산되고 있는데 미국, 유럽, 일본에서 위기가 인도, 중국보다 더 많이 진행되었다. 현재의 침체/불황을 진지하게 분석하려면 지난 50년에 걸쳐 발생한 자본 구성의 대대적인 변화를 고려해야 하는데, 이러한 변화로 인하여 자본주의적 순환의 ‘장기파동’에 관해 이론화하는 것이나, 1929-1939년의 침체/불황과 그 이후에 진행된 침체/불황을 비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길이, 기간, 자본주의 붕괴가능성과 새롭게 떠오르는 반자본주의 세력에 관해 이론화하기 위해서는 우선 자본주의의 새로운 경제 형태와 그 결과 나타나는 새로운 계급 구성을 인식해야 한다. 현대 ‘새로운 자본주의’의 고유성 현대 세계 자본주의의 침체/불황을 규정하는 고유한 특징은 다음과 같다. 1. 몇몇 예외를 제외하면, 현재 세계 전체가 세계 자본주의 시장에 통합되어 있는데, 이 시장은 생산과 유통의 핵심적인 수단을 통제하고 임노동을 고용하는 사적 자본 소유주의 지배하에 놓여있다. 국가 소유와 계획을 기반으로 하여 운영되는 공산주의 경제는 더 이상 없다. 소련, 중국, 그리고 동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내 소련과 중국의 동맹국 및 전-종속국(client)은 자본주의 시장에 종속된 자본주의 국가로 전환해 왔다. 그 결과 현재 전체 세계 경제가 현대 사상 처음으로 세계 침체/불황의 효과에 종속되고 있다. 2. ‘민족적’ 자본주의 경제간 통합의 수준은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깊고 넓으며 경기침체가 한 나라/지역에서 다음 나라/지역으로 이전되는 속도는 증가하고 있다. 3. 자본 및 이와 연동된 부문, 특히 금융 부문의 집적과 집중은 유례없는 수준에 도달했고, 따라서 팽창기에는 신용, 금융권력, 금융자산 등과 페이퍼 경제(증권, 외환시장)의 성장을 촉진하고, 붕괴시에는 모든 경제 부문(제조업, 농업, 공공재정)에서 복합적인 위기를 촉진한다. 4. 오늘날 임금노동자와 사무직노동자의 규모와 그 확장속도는 세계 자본주의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크다. 다양한 노동자계급(고용된 노동자, 실업노동자, 계절노동자, 계약직노동자, 하청노동자, 공식노동자, 비공식노동자)은 자본주의 수입과 소득의 중요한 원천이다(직접적으로 이윤을 통해, 간접적으로 이자, 세금, 인세, 임대료를 통해). 5. 자본주의의 구성은 이전과 비교할 때 매우 현격한 차이가 나타난다. 특히 금융자본과 생산자본의 관계면에서 그러하다. 미국과 영국에서 금융자본은 자본 집중의 중추다. 모든 경제 중심으로부터 이전된 자본은 전 세계 경제 전역에서 투기적인 경제활동에 투자된다. 금융자본의 집중성은 이에 수반하는 상품 투기 과열과 부동산과 주택거품의 원인이며, 미국경제가 수출-제조업 중심에서 금융, 보험, 부동산과 수입-소비 중심의 경제로 전환되었음을 나타낸다. 미국과 영국, 그리고 정도가 덜하지만 유럽에서의 금융-소비자 자본주의의 부상은 새로운 세계적 분업을 형성한다. 아시아, 특히 중국, 남한, 대만은 전 세계 제조업의 수출 공장이 되고 있으며 남미는 농산물, 광물, 석유 수출국이 되었으며, 중동은 석유금융의 하부 중심이며 아프리카는 아시아의 새로운 제국적 권력과 유럽-아메리카의 오래된 제국적 권력에 의해 자원을 착취당하는 농업-광업 식민지화의 타깃이 되고 있다. 6. 라틴아메리카의 ‘구조조정된’ 자본주의 경제는 1990년대 침체 및 금융위기 시기에 농업-광업 수출을 성장축으로 삼아 출현했다. 2003년~2008년 라틴아메리카의 모든 나라는 중도좌파건 우파건 상관없이 경제의 ‘1차 산업으로의 회귀’를 전략으로 삼았다. 자본주의 성장의 원동력은 농식품 산업과 광업 수출에 중심을 두었다. 이러한 수출 자본주의로 인해 계급구성이 재규정되었고 해외 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졌으며 아시아 내 무역 상대국이 다양화되었다. 7. 라틴아메리카가 1차 산업으로 회귀하면서 신자유주의는 강화되었고 국가 정책은 농업-광업 수출업자들을 우대하고 광범한 종속적 ‘빈곤프로그램’을 통해 가장 빈곤한 부문을 지원하는 것으로 재구성되었다. 사회운동과 노동조합 지도부는 포섭되었다. 잉여노동은 ‘수출’되었고(해외 이민) 막대한 양의 해외송금이 유입되었다. 8. 이 ‘새로운 세계 질서’의 중심은 세계경제를 관통하는 세계적 연계망을 갖춘 미국의 금융시스템이었다. 미국의 금융지배는 1) 제조업에서 자본철수, 2) 부동산 투기의 대대적인 확대, 3) 채권금융 소비자 기반 성장, 4) 아시아 제조업의 성장과 수출 촉진, 5) 라틴아메리카 1차 생산물의 생산과 수출 증대, 가격 급등으로 이어졌다. 미국 금융자본의 부상, 아시아 수출 산업의 성장, 라틴아메리카 1차 생산물 호황 사이의 연관관계는 2007년까지의 고성장기와 뒤이어 2008년에 시작된 붕괴와 심각한 침체의 원인이다. 미국의 경기침체/불황: 국내적 영향 미국 경제는 급속하게 침체에서 불황으로 악화되었다. 매달 수십만 명의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고 있으며 노동자 다섯 명당 한 명이 실업상태거나 파트타임으로 일한다. 주택소유자 열 명당 한 명이 주택담보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하여 강제압류에 직면해 있다. 2009년 국민총생산은 -2%에서 -5%사이를 기록할 것이다. 도산 비율은 불황기 수준이고 신용은 고갈되고 있다. 주요 은행들은 수조 원의 정부 구제금융이 없으면 생존할 수 없는 상태다. 실업, 파산, 신용경색, 기업 손실, 부채, 다시 말해 전반적 불황이 미국 국내 경제를 황폐화시켰고, ‘실물 경제’와 주식시장은 심각하게 손상되었다. 대량의 정부지출과 보조금은 금융 시스템을 부양하고 생산 부문에 대한 대부를 촉진하고 가계소비를 지원하는데 실패했다. 미국 재무성 채권은 물가상승률에 훨씬 못 미치는 마이너스 금리(1%)를 지불하고 있다. 수십억 달러 규모의 월스트리트 사기는 은행과 투자자,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의 신뢰를 파괴했다. 자본주의 체계는 무너졌다. 경제 체계로서 자본주의는 생산, 대부, 고용, 소비, 무역, 주택공급 등 가장 기본적인 기능을 최소수준으로도 수행하지 못한다. 미국의 경기침체/불황은 전 세계 경제에 깊은 영향을 미친다. 아시아, 라틴아메리카, 유럽 각국이 자율성을 획득했다는 ‘탈동조화론’과는 반대로 미국의 침체는 유럽, 아시아, 라틴아메리카 대미수출의 급격한 감소로 이어졌다. 미국의 금융 붕괴는 유럽, 아시아, 라틴아메리카의 은행에도 깊은 영향을 미쳤는데, 신용은 고갈되었고 투자자와 투기꾼들이 미국 내에서의 손실을 해결하기 위해 자본을 철수함에 따라 대대적인 자본유출이 발생했다. 미국-유럽-아시아의 침체는 급속도로 불황으로 옮겨갔고 대대적인 도산, 실업, 연금손실, 주택압류, 빈곤, 국가의 재정지원을 받은 소수의 사적 은행으로의 자본 집중을 동반했다. 전통적인 중앙은행의 ‘통화부양’, 금리인하는 분명히 실패했다. 미국의 금리가 (거의 제로에 가까운) 0.25%로 감소되었지만 중앙은행은 이 조치가 하락의 속도를 줄이는 것조차 하지 못했다고 인정한다. 자본주의 국가 미국은 2009 회계연도에 2조 달러라는 막대한 적자를 메우고 연방, 주, 지방 정부의 기본적인 역할이 붕괴하는 것이 막기 위해 전례 없이 발권에 의지했다. 사회서비스가 삭감되는 동안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해고와 사회서비스 시설의 폐쇄가 급증했다. 경기침체가 점차 심화되는 동안 미국 정치경제에 관해 주목할 것은 주식시장과 실물경제 사이의 실적 차이다. 즉, 민간 경제에 대한 정부지출은 감소했고 군비지출은 증가했으며 민간부문의 고용은 감소했고 전장으로 내보낸 군대는 늘어났다. 다시 말해 경기침체가 심화되어 민간기업들은 파산 직전에 이르고 국내생산은 붕괴하고 있는데도 미국은 제국을 재건하고 여러 전쟁에 개입하는 데 희소한 자원을 투여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자본주의 위기의 이러한 특이성은 다음과 같은 몇 가지 가설을 낳는다. 1. 군사 주도 제국 건설은 국내(그리고 심지어 국외의) 생산 경제보다 훨씬 우위를 차지한다. 군대의 예산과 인력은 증가하고 있지만 생산부문에서의 사적 투자자금과 고용은 축소된다. 2. 군사-제국 복합체는 상대적으로 또한 일시적으로 국내 생산 경제로부터 독립적이거나 ‘자율적’이다. 사실 이는 역의 관계인 것으로 보인다. 국내 경제 위기가 심화되면 군사-제국 복합체는 확장된다. 경기침체가 군사-주도 제국 건설과 전쟁의 토대를 침식하여 미국 정부가 승복하고 철군하거나 전쟁 상대국들과 ‘교섭’을 하거나 다자간 협의에 따른 결정을 승인하도록 강제할 것이라는 견해는 틀린 것으로 판명 났다. 경기침체가 장기화되어 실업과 기아가 대대적으로 발생하면 결국 정부는 군사 제국 건설을 축소하게 될 것이라는 예측은 일리가 있다. 그러나 대규모 시위가 일어나지 않고 관료화된 노동조합의 조직률이 전체 노동력의 5% 미만으로 하락한 상황에서 이러한 예측은 불확실하다. 자동차, 철강, 그리고 여타 산업부문의 조직된 노동자들조차도 대량 해고에 직면하여 아무런 시위를 벌이지 않고 있다. 국내 민간경제에 우선하는 군사 제국의 지배를 역전하기 위해 필요한 충분한 정치적 압력이 발생할 만한 지점은 보이지 않는다. 국내의 경기침체/불황에 맞서기 위한 정치적 변화를 추진하기 위해 실업/반실업 노동자들이 얼마만큼 발생하면 얼마만큼의 제국주의 전쟁으로 이를 해결하려고 할 것인가? 실업/반실업 노동자가 20~30%에 이르면 2~3개의 전쟁이 필요할 것인가? 확실한 것은 오바마 임기 내에, 또는 민주 공화 양당 의원들 사이에서는 국내 경제에 대한 제국 건설의 우위를 역전시키기 위한 압력이 전혀 없을 것이라는 점이다. 제국주의 전쟁은 계속될 것이며 국내 경제는 계속해서 쇠퇴할 것이다. 국내 경제의 붕괴와 장기화되어 패배로 치닫고 있는 중동에서의 제국주의 전쟁으로 인한 재정유출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군사-제국과 금융부문에 선차성을 부여하고 있다. 이는 미국의 태도가 한두 명의 선출된 관료들로는 바꾸거나 역전시킬 수 없는 심층구조적인 것임을 시사한다. 이러한 심층구조는 현재의 맥락에서는 뿌리 뽑을 수 없다. 새로운 ‘경기부양책’은 단기적 사업만을 활성화할 뿐인데, 그 이유는 제국주의 전쟁의 탐욕적 요구와 역기능적인 금융 시스템이 근본적 변화를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미국의 현재 정치 조건 하에서 경기침체의 심화, 지속적인 제국적 군대의 손실과 경제 불황으로의 이행에도 불구하고 전망은 미국이 정치적(군사적)으로 민족주의, 반시온주의, 인민주의, 사회주의 정부 및 운동과 대결할 것이라는 점이다. 이 대결은 필요한 곳에서는 일방적으로 작동할 것이고 가능한 곳에서는 동맹/협력국과 함께 추진될 것이다. 세계적 경기침체와 미국의 제국주의적 대결주의의 효과 라틴아메리카 경제는 세계적 경기침체에 정면으로 공격받고 있다. 라틴아메리카 내 모든 나라가 예외 없이 무역, 국내 생산, 투자, 고용, 정부수입 및 소득에서 대대적인 감소를 겪고 있다. 라틴아메리카의 2009년 GDP 성장률은 2008년 9월 3.6%에서 2008년 12월 1.4%로 감소했다(파이낸셜 타임즈, 2009년 1월 9일자). 라틴아메리카 1인당 GDP 수치는 2% 하락했다. 그 결과 도산이 확산될 것이고 사회서비스에 대한 국가 지출은 감소할 것이다. 대형은행과 대기업에 대한 국가 신용과 보조금은 증가할 것이다. 실업은 확대될 것이고, 특히 농업-광업 및 운수(자동차) 수출 부문이 심각할 것이다. 공공부문 노동자들은 해고되거나 감봉을 겪게 될 것이다. 해외 체류 노동자들로부터 송금이 감소함에 따라 현금 유입이 수십억 달러/유로가량 줄어들 것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미국과 유럽에서의 손실을 충당하기 위해 수백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철수해갈 것이다. ‘신규 외국인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고 오히려 기존의 투자가 철수하면서 대규모 ‘합자’를 위한 자금의 주요 원천이 사라지게 된다. 갑작스러운 세계적 수요 감소로 인한 1차 생산물 가격의 급격한 하락은 수출세에 의존하는 정부의 세입을 급감시키고 있다. 라틴아메리카의 외환 보유고는 수출세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일시적이고 제한적인 정도로 ‘충격 흡수판’의 역할만 할 뿐이다. 경기침체는 라틴아메리카의 ‘성장모델’의 토대인 전반적인 사회-경제적 계급 구성의 장기적이고 대규모의 변화를 초래할 것이다. 선거 과정을 지배하는 정당의 전반적인 스펙트럼은 농산물/광물 수출 모델과 관련이 있는데, 이는 역으로 영향을 받을 것이다. 1차 생산물 수출 모델 내에서 임금 인상과 개혁, 사회 지출의 확대를 추구해온 노동조합과 사회운동은 직접행동을 취하도록 강제받거나 중요성을 잃게 될 것이다. 심화되는 경기침체/불황에 대한 ‘중도-좌파’ 정권의 초기 대응은 다음에 초점을 두었다. 첫째, 은행 부문을 위한 재정지원(룰라). 둘째, 농업-광업 수출 엘리트에 대한 세금 감면(키르츠네르/룰라). 셋째, 자동차 구매를 자극하기 위해 소비자들에게 저리 신용 지급(키르츠네르), 넷째, 폐쇄된 중소규모 광산에서 해고된 노동자들을 위한 일시적 실업수당 지급(모랄레스). 2009년 초반까지 라틴아메리카 각국 정부는 자국은 세계적 위기의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착각했다. 따라서 이들은 경기침체가 심각하지 않으며 ‘2009년 하반기’에는 급속히 회복할 것이라고 주장하며 위기를 축소하려고 시도했다. 그들은 현재의 외환보유고가 더욱 심각한 경기하락을 막아 줄 것이라고 주장한다. IMF에 따르면 2008년 라틴아메리카는 주식시장과 자산 시장의 후퇴와 통화 평가절하로 인해 금융자산(22억 달러)의 40%가 손실되었다. 이러한 손실은 2009년 국내 지출을 5% 감소시킬 것이다. 1차 생산물 가격이 급속히 하락함에 따라 라틴아메리카의 교역조건은 악화될 것이다. 수입품 가격은 높아질 것이고 무역적자는 증가할 것이다(파이낸셜 타임즈, 2009년 1월 9일자 7면). 2008년 1월 브라질 제조업의 산출이 6.2% 하락하여 더욱 악화되는 추세임을 볼 때 라틴아메리카가 경기침체에 접어들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파이낸셜 타임즈, 2009년 1월 1일 5면). 그 결과 라틴아메리카는 심각한 수준의 장기적인 경기침체에 진입했으며, 그 파괴적인 효과에 대응하기 위한 어떠한 계획이나 프로그램도 없다. 경기침체/불황이 계급구성 변화에 미치는 영향 경기침체는 라틴아메리카 계급구성 변화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상층에서 하층에 이르기까지 모든 계급의 규모와 영향력에 강한 영향을 준다. 우선 1차 생산물의 가격과 수요 급감은 농산물-광물 수출업자들의 소득, 지불능력, 권력의 급격한 감소를 낳는다. ‘호황기’ 동안 그들이 사업을 확대한 것은 부채에 기초한 것이었으며, 몇몇 경우 달러화나 유로화 위주의 대부에 의존하기도 했다(파이낸셜 타임즈, 2009년 1월 9일자 7면). 큰 채무에 시달리는 ‘수출 엘리트’ 중 다수는 도산에 직면하여 정부에 외채 상환 의무를 경감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경기침체/불황이 진행되는 동안 여러 중대 규모의 광산과 농장이 압류되거나 강제 매각됨에 따라 농업-광업 자본의 집적과 집중이 발생할 것이다. 농업-광업 부문의 GDP 및 국가 세입에 대한 기여도가 상대적으로 감소하면 정부 및 경제적 의사결정에 대한 농산물-광물 수출업자들의 영향력도 축소될 것이다. 경기침체기에 해외 시장이 붕괴하고 부채 상환을 위한 국가보조금과 정부의 시장 개입에 의존하게 되면서 ‘신자유주의적’ 자유 시장 이데올로기는 힘을 잃는다. 농업-광업 엘리트들은 경제적인 힘을 잃게 되어 생존, 회복, 자금 보충을 위해 확대되는 국가의 역할에 의존하게 될 것이다. ‘신 국가주의’는 전혀 ‘사회주의’가 아님은 말할 것도 없고 전혀 ‘진보적’이지도 않다. 1차 산업 부문 엘리트들의 영향력 하의 국가는 경기침체에 대한 부담을 전적으로 노동자, 소농, 중소상공인에게 전가하는 역할을 한다. 다시 말하면 국가는 다수 민중에게 빚을 져 주력 수출부문 엘리트들의 부채를 보조하고 자본에 무이자 대부를 제공한다. 국가 재정 부족으로 사회서비스(건강보험, 연금, 교육)와 급여의 대대적인 삭감이 발생한다. 국가 역할의 확대는 주로 지배 계급에 대한 부채 보조에서 일어난다. 농업 수출 엘리트는 경제적 영향력의 감소로 인해 정치적으로 취약해진다. 왜냐하면 이들은 더 이상 ‘성장 동력’의 역할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신-국가주의’라는 조건에서 계급투쟁의 축 중 하나는 누가 국가, 국가예산, 지출, ‘개입’을 통제할 것이냐를 둘러싼 대결로 변화한다. 경기침체/불황 동안 경제에서 국가의 중심적인 역할 때문에 모든 계급관계와 계급투쟁은 국가가 생산수단에 대한 자본주의적 소유를 유지할 것인가 아니면 국가가 그것을 영유할 것인가를 두고 국가와 정치적으로 대립하는 것이 된다. 금융 부문, 그리고 해외 시장과 금융부문과 연결된 산업 부문은 시장 점유, 자본 동원, 신용의 심각한 악화에 직면한다. 경기침체/불황에 따른 심각한 ‘투자철수’는 북미, 유럽, 중남미에서 심화된다. 가장 큰 타격을 받는 부문은 ‘세계 시장에 가장 많이 통합된’ 부문이다. 세계화가 심화될수록 은행, 자동차 제조업, 통신 산업의 금융위기는 더욱 빠르게 확산된다. 주로 국내 경제에 국한된 금융ㆍ제조업 분야는 위기의 초기 국면에 쇠퇴를 벗어났다. 라틴아메리카가 이미 위기를 겪었기 때문에(1998~2002년) 현재의 경기침체/불황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생각은 설득력이 없다. 라틴아메리카가 경기침체의 첫 번째 물결(2008년)의 폭발을 제때 감지하지 못한다면 2009년에 두 번째 물결이 강타했을 때 다국적 기업이 자회사의 문을 닫고 그와 관련된 모든 산업이 도산하게 될 것이다. 여기에는 산업 노동자의 대량 해고와 임금 삭감이 동반될 것이다. 도심에 밀집된 산업 노동자들의 사회-정치적 중요성과 산업 부문에 대한 서비스 노동자들의 의존성 때문에 국가는 생계임금을 지급하는 공공근로로 실업자들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실시해야 할 것이다. 노조가 단체협상 틀을 넘어서지 못하는 한 새로운 형태의 반실업, 실업 노동자들의 대중 조직이 출현하게 될 것이다. 이들은 2000~2003년 아르헨티나에서 나타난 것처럼 도로, 교통망 봉쇄, 폐쇄된 공장 및 공공기관 건물 점거 등의 직접행동 전술을 사용할 것이다. 수백만 명의 실업자들이 거리를 가득 메우고 축소되는 노동시장에서 격렬하게 경쟁하게 됨에 따라 비공식부문이 현저하게 늘어날 것이다. 경기침체/불황과 국경 통제에 직면하여 탈출구로서 해외 이주를 시도하는 것은 더 이상 불가능하게 될 것이다. 국내 또는 나라간 이주가 상황을 개선하지는 못할 것이다. 저축, 실업수당의 부족, 해외 송금 감소와 ‘정치적 지원’으로 사용되는 공공근로 사업의 취약성이 결합되어 도심과 수도 주변의 슬럼가에서는 ‘정치적 기운’이 고조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동적인 급진화’가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다. ‘기아’의 유령은 좌파 주도의 실업/비공식 노동자조직과 반자본주의적 공장점거 뿐 아니라 당연하게도 우익의 인민주의적 선동에 대한 관심, 심지어 도시 갱단의 증가와 지하 경제의 성장 역시 부추기게 될 것이다. 최근 특히 아르헨티나에서 활발한 실업노동자 조직의 사례가 있지만 새로운 환경에서는 단지 과거의 경험을 반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각기 다른 역사적 맥락에 따른 새로운 형태의 투쟁을 개발하고 이에 적응할 필요가 있다. 자본주의 경기침체의 가파름, 깊이, 정도는 대부분의 선거기관과 의회기관의 중요성을 떨어뜨린다. 실업, 도산, 세수손실의 광범위한 확산은 의회 내에서의 기나긴 협상과 소모적인 논쟁을 통해 해결할 수 없다. 대신 의회를 초월한 직접행동이 대세가 된다. 경기침체가 좌파에 미치는 영향 자본주의 경기침체/불황이 대중적 불만의 고조에 따른 으뜸가는 수혜자가 좌파가 된다고 보장하지는 않는다. 여러 우연적 요소들이 정치적 성격을 결정하는 데, 경기침체가 전개되면서 아르헨티나, 볼리비아, 에콰도르, 우루과이, 파라과이, 칠레, 브라질 등 자칭 ‘중도좌파’가 집권한 곳과, 베네수엘라처럼 민족주의 좌파가 집권한 곳, 그리고 국가가 재정을 투여한 ‘경기부양책’이 경기침체-불황을 막지 못하는 곳에서 정치적 조건은 우파의 부활에 유리하다. 우파는 금융자본의 회복을 위해, 그리고 대중적 시위를 철저하게 억압하기 위해 국가 개입에 의존할 것이다. 멕시코, 페루, 콜롬비아 등 신자유주의적 우파가 집권한 곳에서 대중운동은 좌파 정치조직을 통해 정치적 의사표현을 할 것이다. 전국적으로 조직된 강력한 혁명 세력이 없다면 경기침체/불황은 그 자체로는 사회변혁을 이끌지는 못할 것이며, 대중투쟁이 발생한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최소한 2009년 위기의 초기국면에는 대부분의 ‘대중적 압력과 투쟁’이 일자리를 보호하고, 대량해고를 막고 ‘방어적’으로 공장/기업을 점거하는 데 방향이 맞춰질 것이다. 더불어 도산 기업에 대한 보조 또는 선택적 국유화를 통한 국가 개입 확대를 요구할 것이다.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의 완전한 종말은 불가피하지만 이것을 대체할 것은 초기에는 ‘국가 자본주의’의 형태를 띨 것이다. 가장 급진적인 대안과 대중적인 요구는 1차 생산물 수출과 세계적 수요에 가장 많이 의존하는 나라와 경기 부진을 겪고 있는 미국과 유럽에 가장 많이 통합된 나라에서 형성될 것이다. 이런 나라들로는 멕시코, 중미, 에콰도르, 페루, 베네수엘라, 볼리비아가 있다. 칠레, 아르헨티나, 브라질, 콜롬비아 등의 수출국과 더 큰 내수 시장을 지닌 나라들 역시 세계적 또는 지역적 경기침체에서 영향을 받을 것이지만 그렇게 심각하거나 급작스럽지는 않을 것이다. 경기침체의 초기 국면은 막대한 외환 보유고에 의해 완충될 것이다. 2009년 중반까지 경기침체는 자본 유출, 신용, 투자시장, 송금의 손실이 강화됨에 따라 가속화될 것이고 지역 생산자들과 자본 시장은 강력한 타격을 입을 것이다. 그리고 2010년 초 라틴아메리카는 깊은 경기침체에 빠질 것이다. 대규모 경기부양책과 공공근로 프로그램이 실패하고 경기침체가 심화되고 장기화되면 좌익적 급진화가 진행될 것이다. 혁명적 운동이 성장하는 데 필요한 열쇠는 명확한 반-제국주의적, 사회주의적 강령의 안내를 받고 지역적 저항을 전국적 투쟁계획으로 연결시킬 수 있는 조직화된 핵심세력과 ‘지역의 오피니언 리더’를 지닌 위기의 사회경제적 중심에서 그들이 차지하는 위치에 달려있다. 현재 조건에서 경기침체/불황은 대중운동의 재출현을 위한 기회의 문을 열 것이며 이는 사회주의 운동의 부활과 혁신을 위한 능동적 지지자들을 탄생시킬 것이다. 사회주의 대중운동의 혁신은 ‘좌파 실용주의’와 ‘자생주의’, 그리고 공장과 지역 내에 뿌리내리지 못한 한계 등을 반성하는 것이다. 세계적인 경기침체는 신자유주의뿐만 아니라 자본주의적 계급 구성 전체의 정당성을 침식한다. 경제 붕괴는 공적으로 통제되는 경제의 전주로서 ‘국가주의적 민족주의’의 유령을 부상시킨다. 시장 메커니즘을 통해 작동할 수 없게 된 자본주의, 도산과 약화된 수출전략과 보호주의 증가라는 맥락에서 미국-라틴아메리카 관계의 심각한 경색으로 사회주의 프로젝트의 성공이 분명해진다. 어떻게 될 것인가? 무엇을 할 것인가? 혁명적 정치를 위한 전망의 토론은 반자본주의적 사회-정치 세력을 현재 상태, 그리고 그들의 성장 잠재력을 현실적으로 분석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앞으로 벌어질 일에 대해 현실적으로 평가하기 위해서는 우선 이전과 현격히 다르게 유리한 ‘객관적 조건’(세계 자본주의 경기침체/불황의 장기화와 심화)와 ‘주체적 조건’(조직된 반자본주의 대중운동 또는 당)의 취약함과 불균등한 발전 사이의 현격한 대조를 고려해야 한다. 달리 말하면 현재는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양자가 취약한 불안정한 시대다. 그렇다면 문제는 어느 편이 자신의 세력을 재조직하고 재구성하여 다른 편을 이용하느냐다. 이를 위해서는 각각의 편이 지닌 ‘강점’(그리고 약점), 자원과 여력의 목록을 작성하고, 세계 경기침체 시기에 벌어질 갈등과 대결의 결과를 예상해야 한다. 경기침체에 연루되는 좌파 넓은 의미에서 ‘좌파’는 차베스 정부, 콜롬비아의 게릴라운동과 라틴아메리카 전역에 분포해 있는 도시와 농촌의 독립적인 계급적 사회적 조직, 소농 및 토착민 운동, 전투적 독립노조, 민족주의적ㆍ마르크스주의적 정당을 포함한다. 지난 20여 년 동안 좌파는 여러 차례 전술적 패배를 겪었다. 그 동안 좌파는 후퇴했고, 몇몇 조직은 쇠락하거나 사라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좌파는 브라질(1964), 볼리비아(1971), 우루과이(1972), 칠레(1973), 아르헨티나(1976)에서 군부가 정권을 장악했던 시기처럼 대중조직이 파괴되고 핵심 세력과 지도부가 제거되고 기층 조직원들이 산산이 흩어지는 역사적인 전략적 패배를 겪지는 않았다. 좌파는 지난 20년 동안 꾸준히 경험을 축적하고 지지자들을 교육시키고 조직을 재건하고, 최소한 지지자들의 즉각적인 이익을 방어해왔다. 라틴아메리카 좌파의 중추를 이루는 베네수엘라에서 좌파는 1999년 정권을 장악한 후 쿠데타, 미국을 등에 업은 세력의 공격, 자본가들의 공장폐쇄와 사보타주를 극복했다. 차베스 정부는 역동적인 혼합 경제를 실시하기 위해 재정을 투여하고, 복지프로그램을 진척시키고 대중적 사회주의 정당(PSUV)을 창당했다. 좌파운동은 베네수엘라와 볼리비아에서 수많은 중요한 사안에 대해 대규모의 지지층을 효과적으로 동원하여 친제국주의적 대통령을 몰아내고, 좌파 및 중도좌파 대통령을 방어하고 거리 시위에 참여하며, 조직되지 않은 대중을 장기 가두투쟁에 조직할 역량이 있음을 보여주었다. 조직되지 않은 투쟁으로는 아르헨티나 실업노동자 운동(1999~2003년), 브라질 무토지농업노동자운동(MST)(1985~2002년까지 활발하게 일어났다가 2003~2008년 룰라정권 하에서 다소 쇠퇴), 볼리비아 노동자-농민/토착민 도시 반란(2000, 2003, 2005)등이 있다. 그러나 대중 운동의 궤적은 항상 상승세를 그리는 것은 아닌데, 대부분의 성공적인 대중 시위는 2000년~2005년에 발생했고, 세계 경기침체에 앞서 그 뒤 3년간은 상대적인 하락세를 그렸다. 1차 생산물 호황 시 좌파는 약화되었다. 2004년~2008년 (9월까지) 단기간의 강력한 회복기에는 코레아(에콰도르), 모랄레스(볼리비아), 키르츠네르와 페르난데스(아르헨티나), 바스케스(우루과이), 룰라(브라질) 등의 개혁주의 및 중도좌파 정권과 우파정권이 득세했다. 세계 경기침체에 휩쓸리면서 나타날 좌파의 ‘취약점’은 라틴아메리카 좌파 정당 사이의 파편화, 분산, 내부 갈등으로 인해 국가 권력과 싸울 능력이 제한되는 것이다. 대중운동과 노동조합은 약화/분할되었고 지도부는 중도좌파 정권에 흡수되었다. 중도좌파 정권은 대중적 동원을 중립화하고 탈정치화하는 데 운동 조직을 활용해왔다. 경기침체가 심화하고 실업이 증가함에 따라 중도좌파의 통제력은 약화된다. 룰라는 브라질노총의 다수파 지도부를 포섭했고(사무총장을 노동부장관으로 임명), 재정지원을 제한하고, 약속을 파기하고, 탄압함으로써, 그리고 무엇보다도 농기업 수출 엘리트들에게 수십억 헤알을 쏟아 부어 MST를 약화시켰다. 경기침체로 룰라의 통제력은 시험대에 오를 것이다. 실업이 증가하고 농업 수출이 감소함에 따라 대중적 불만은 강화될 것이다. 콜롬비아의 우리베 정권, 페루의 가르시아 정권, 칠레의 바첼렛 정권, 그리고 중미 카리브해 지역의 여러 정권 등 우파 및 중도우파 정권 하에서 좌파운동은 사회적, 정치적 공간을 재획득했다. 선거투쟁과 의회를 초월한 투쟁은 신자유주의 헤게모니에 도전했다. 특히 콜롬비아와 페루의 농촌과 도시에서 지역적인 대중운동이 탄생했다. 이러한 운동은 공공자원의 재분배와 다국적 기업에 의한 지역 거주지와 지역 경제의 파괴를 놓고 중앙 정부에 도전했다. 1차 생산물 가격의 붕괴와 실업 증가는 지역 권력 블록을 바탕으로 한 ‘이중 권력 상태’를 형성할지도 모른다. 경기침체기 직전(2007년~2008년) 시기 대중 동원은 앞선 10년과는 다른 나라와 계급에 의해 발생했다. 예를 들어 콜롬비아, 페루, 코스타리카에서의 전투적 대중투쟁은 2005년~2008년 아르헨티나, 볼리비아에서 벌어진 투쟁을 능가했다. 콜롬비아 내에서 게릴라는 자신을 재조직화하면서 전술적 후퇴를 했지만, 토착민, 학생, 노동조합 등이 살인적인 우리베 정권 맞선 투쟁의 최전선에 섰다. 사회운동의 가장 큰 취약성은 이들의 지도력이 한 부문에 국한되며 전국적인 구조를 갖추지 못한 상태라는 점이다. 이들이 사회전반에 걸친 프로그램을 포괄하더라도 그들의 지도력은 전국적인 핵심 구조를 지탱하기에 필요한 독립적인 재정적 물질적 자원이 부족하다. 무엇보다도 정치권력-국가권력을 장악하기 위한 실천과 프로그램이 부족하다. 이들이 영향력과 대중적 지지력을 획득하더라도 이들은 ‘중도 좌파’ 정치 지도자들과 동맹을 형성하려 할 것이다. 이들은 반복적으로 ‘권력을 장악하지 못하면 좌파와 협력하고 권력을 장악하면 우파와 협력’해왔다. 무엇을 할 것인가? 1차 생산물 호황이 종결되면 광산노동자, 석유노동자, 농업 프롤레타리아 사이에 실업이 증가할 것이다. 이들은 전통적인 계급투쟁, 조직, ‘의식’을 지닌 채 균질적인 공동체에 모여 있었다. 고립되고 지역화된 투쟁은 불가피하며 사실 이미 2008년 말에 발생했다. 수출과 국내 소비 시장의 급격한 감소는 산업노동자, 특히 자동차 및 관련 제조업 분야에서 실업을 증가시킬 것이며 이는 직접행동을 위해 실업 노동자들의 조직을 혁신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농업-광업 수출세에 의존해온 국가 세입의 감소는 공무원들의 해고 및 신규 채용 동결로 귀결될 것이다. 이는 수만 명의 젊은 대학, 사범대학, 전문대학 졸업자들이 취업을 못하여 아무런 미래도, 조직화 가능성도 없는 상태로 방치된다는 뜻이다. 경기침체/불황(일반적 위기)은 국제 이주를 감소시킬 것이며 이주자의 귀국을 야기할 것이다. 해외 거주 노동자들로부터 거두어들이는 막대한 양의 해외송금도 사라져 고난과 긴장, ‘고향’에서의 투쟁의 필요성이 강화될 것이다. 경기침체의 ‘세계적’ 성격은 지난 수십 년 동안 ‘탈출구’로서 작동해온 이주의 기능을 제거할 것이다. 과거에 이주해 나간 사람들은 고국에 머물러 계급투쟁을 조직해온 이들과 같은 나이와 같은 야망을 가지고 있다. 해외 이주가 가로막히면 이 젊은 노동자들은 실업/반실업 노동자들의 운동을 급진화하고 강화하는 일을 하게 될 것이다. ‘아래로부터’의 압력이 강화될 것이라는 사실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청년층, 마을 주민들, 주요 거점 내 직업훈련생, ‘비공식 노동자’로 ‘고용’된 노점상들 사이에 뿌리내린 투쟁의 강력한 조직이 없다면 분노와 불만은 탈정치화, 반동화될 가능성이 많다. 범죄 특히 밀수, 마약, 성매매, 강간, 납치가 크게 증가할 것이다. 실업자들이나 생존의 벼랑 끝에 내몰린 사람들이 우익적 준군사조직과 ‘보안업체’에 새로 채용될 가능성도 있다. 천년왕국 신봉자, 협잡꾼, 영성주의자들이 가장 탈정치화된 사람들과 사회로부터 고립되어 집안에만 갖혀있는 이들을 신비주의에 빠뜨릴 가능성도 있다. 달리 말하면 경제 불황이라는 동일한 객관적 조건과 동일한 주체적 좌절이 사회적, 정치적 대응을 낳을 수도 있고 탈정치적인 반응을 낳을 수도 있다. 반자본주의적 의식의 출현은 사회주의자 조직이 일상적인 투쟁에 활발히 참여하고 긴밀히 연결되어있는지 여부에 달려있다.
투기거품의 진원지 증권시장 육성을 통한 금융세계화 편입 기도 경제위기가 장기화되고 심화되고 있다. IMF는 2009년 한국경제 성장률을 G20 국가 중 최악인 -4%로 예상했다. 환율이 다시 급등하여 1,400원 선을 오르내리고 있으며, 주식시장의 변덕도 계속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시장 발전을 기치로 내건 자본시장통합법(이하 자통법)이 2009년 2월 4일부로 시행되었다. 2005년부터 추진되어 2007년 7월 국회를 통과한 자통법이 세부 감독규정 정비 및 시행령 마련으로 1년 6개월 동안의 유예기간을 거친 후 본격시행된 것이다. 자통법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에 관련된 기존의 6개 법인 증권거래법, 선물거래법, 한국증권선물거래소법, 간접투자자산운영법, 신탁업법, 종합금융회사법을 통합하고 관련 제도를 크게 바꾼 것으로 한국 금융기관과 금융제도의 큰 변화를 불러올 것으로 예상된다. 자통법 시행으로 무엇이 바뀌나 자통법의 주요 내용은 네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금융업 간 겸영이 대폭 허용되었다. 자통법으로 기존에 겸업이 제한되었던 증권회사, 선물회사, 자산운영사(투자일임사, 투자자문사 포함), 신탁회사가 금융투자회사라는 이름으로 겸업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금융사의 겸업에 따른 투자자와 기업 간, 투자자 간 이해상충을 막기 위해서 이해상충방지체계(차이니즈 월)를 설치했다. 또 금융투자회사가 은행이 독점하고 있던 지급결제망에 가입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외국환업무와 결제송금서비스도 할 수 있게 되었다. 둘째 금융투자상품 규제에 포괄주의를 도입했다. 자통법에 따르면 은행의 예금과 달리 고수익을 목적으로 하면서 원본이나 원본을 초과하는 손실이 가능한 모든 상품이 금융투자상품이다(금융투자상품은 다시 원본 손실이 가능한 상품인 증권과, 원본을 초과하는 손실이 가능한 상품인 파생금융상품으로 나뉜다). 예전에는 법에서 한정적으로 열거한 금융투자상품만을 개발하고 판매할 수 있어서 신규 금융투자상품의 개발에 사전적 제한이 가해졌다. 그러나 자통법에서는 새로운 금융투자상품의 개발에 대해서 사전적 제한을 두지 않기로 함으로써 금융상품개발에 대해서 원칙적으로 모두 허용하고, 예외적으로 금지하는 포괄주의를 채택했다. 셋째 기능별 규제 체제를 도입했다. 기존의 기관별 규제 하에서는 금융기관의 종류에 따라 각기 상이한 규제가 부과되었다. 은행과 관련한 상품과 업무는 은행법의 규제를 받고, 증권사의 경우는 증권거래법에 의한 규제를 받은 것이다. 자통법이 시작되면서 자본시장과 관련된 상품이나 업무를 취급하는 한, 은행이나 증권사라는 기관형태의 차이에 관계없이 자통법이라는 단일 법률에 의해 규제를 받게 되었다. 넷째 투자자 보호조치가 강화되었다. 자통법 시행에 따른 보완조치로 투자권유 시 상품내용과 위험을 상세하게 설명하도록 요구하는 설명의무와 불완전판매에 대한 판매회사의 책임을 강화했다. 자통법으로 금융기관별 장벽이 해체되고 자본시장에 대한 규제가 완화되어 큰 변화가 예상된다. 먼저 금융기관별 장벽 해체로 금융투자회사가 자본시장과 관련된 모든 업무와 소액결제와 관련된 은행의 업무를 할 수 있게 되었다. 금융투자회사가 은행고객을 흡수하고 사업영역 확장이나 인수합병으로 규모를 확대해 은행 못지않은 증권사가 탄생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증권연구원은 은행 예치자금 중에 20조 원 정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이자를 지급하는 증권사의 종합자산관리계좌(CMA)로 빠져나갈 것으로 예상했다. 자통법으로 금산분리 완화효과도 발생한다. 삼성그룹, 현대차그룹, 현대중공업그룹은 은행을 소유할 수 없지만 각각 삼성증권, HMC투자증권, 하이투자증권을 가지고 있다. 자통법으로 증권사가 지급결제망을 갖추기 때문에 일반 고객의 입장에서는 은행과 서비스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 해당 증권사가 사실상 삼성은행, 현대자동차은행, 현대중공업은행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삼성 직원 25만 명, 현대자동차 직원 9만 명, 현대중공업 직원 2만 5천 명과 하청기업 등 관계사들이 해당 증권사의 계좌유치 요구를 외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자통법으로 기존에 존재했던 300여개의 자본시장관련 규제의 3분의 1이상이 철폐되거나 완화되었다. 그 중 핵심은 새로운 금융투자상품에 대한 규제가 열거주의에서 포괄주의로 바뀌는 것이다. 이로써 금융시장 개방도 거의 무제한 허용되는 효과가 발생한다. 한미 FTA에서 미국에는 있으나 한국에 없는 금융상품 및 서비스, 즉 신금융서비스 허용여부가 쟁점이 되었는데, 정부는 이를 허용하지 않은 것이 협상 성과라고 주장했다. 즉 상업적 주재가 없는 해외 금융회사의 신금융서비스 판매는 예전처럼 금융감독원의 심사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금융시장 추가 개방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외국 금융투자회사 역시 국내에 지사나 자회사를 두면 한국 회사로 인정받기 때문에 자통법이 시행되면 똑같이 포괄주의 규제를 받는다. 즉 자통법으로 한미 FTA 협상결과와 무관하게 초민족 금융자본의 신금융서비스가 무차별적으로 허용된 것이다. 한편 새로운 금융투자상품 개발이 자유로워지고, 금융투자회사 간 장벽이 없어지면서 이해상충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이 자산운영업 겸업 여부다. 자산운영업과 증권업을 겸업하면 펀드에 편입된 주식의 매매회전율을 높여서 위탁매매업무의 수수료 수입을 늘리는 행위, 자신이 발행한 유가증권을 펀드에 넘겨서 자금을 조달하는 행위 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정부와 금융기관은 ‘시장의 자기규제’가 작동해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낙관한다. 자산운영업과 증권업을 겸업하는 금융투자회사의 신뢰성이 의심받기 때문에 섣불리 겸업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자회사 형태로 자산운영사를 존속시킨다고 해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포괄주의가 도입되었기 때문에 눈속임할 수 있는 신규상품을 개발하고, 자산규모를 키우고 수익을 높이기 위해서 혁신적인 거래 기법이 사용한다면 이해상충이 발생할 뿐만 아니라, 새로운 금융거품의 진원지가 될 가능성도 높다. 금융화 진전을 위한 이명박의 금융법안 개정 자통법을 입안 추진하고 제정한 것은 노무현 정권이다. 노무현 정권은 인수위 때부터 금융허브 전략을 계획하고, 집권기간 내내 자산운용업 육성과 주식시장 부양에 전력했다. 이명박 정권의 금융정책은 금융시장 육성을 통한 초민족 자본 유치와 국내 금융산업 육성이라는 노무현 정권의 금융허브 전략을 충실히 계승하고 있다. 이명박 정권은 자통법 시행 후속조치로 보험업법 개정을 추진하고, 금산분리를 완화하고, 산업은행 민영화를 추진하고, 사모펀드 규제 완화와 헤지펀드 허용을 통해 자본시장 발전을 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미 지난 1월 자통법 개정안 등 10개 금융법안이 통과되었고, 현재 은행법, 금융지주회사법 등 중요한 금융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이 법안들은 자통법의 시행에 따른 제반조건을 보완하고 금산분리를 완화하는 것이다. 은행법 개정안은 산업자본의 은행주식 보유한도를 현행 4%에서 10%로 확대하는 내용이다. 또 공적 연기금은 산업자본이 아니라고 보고, 사모투자전문회사(PEF, 투자자로부터 모은 자금을 바탕으로 투자기업의 경영에 참가하여 기업가치를 제고한 후 그 수익을 투자자에게 배분하는 간접투자기구)의 경우 산업자본이 30% 이상 출자한 경우에만 산업자본으로 간주한다. 결국 산업자본은 은행 주식의 10%를 직접 보유하고, 사모투자전문회사를 통해서 나머지 지분을 확보함으로써 은행을 우회적으로 지배할 수 있게 된다. 한국은 이미 산업자본이 주요 보험사, 증권사, 카드사를 지배하고 있어서,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의 결탁 정도가 매우 높은 편이다. 은행법이 개정된다면 산업자본에게 은행마저 지배할 수 있는 길을 터줘, 금산분리의 마지막 장벽을 허무는 것이다.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은 비은행지주회사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서 재벌이 지주회사로 전환하기 쉽게 만든 법안이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보험지주회사에 대해서는 지주회사가 보험회사와 비금융회사를 직접 지배하는 방식이 허용되고, 금융투자지주회사는 직접 지배 이외에도 금융자회사가 비금융회사를 지배하는 방식도 허용된다. 즉 보험회사는 비금융회사를 자회사로 둘 수 없는 반면 금융투자회사는 비금융회사를 자회사로 둘 수 있다. (따라서 이번 개정안으로 지주회사로의 전환에 있어서 가장 큰 관심대상인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변경은 불가능하다. 삼성그룹의 복잡한 상호출자를 정리하려면 삼성생명 산하에 비금융자회사를 두는 방안이 허용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에 따르면 삼성증권 산하 비금융자회사는 허용되지만, 보험회사 산하에는 비금융자회사가 허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보험업법과 금융지주회사법에 대한 추가 개정요구가 있는 상황이며 앞으로 그런 방향의 개정이 추진될 가능성이 있다.) 금융투자회사는 자통법으로 성장의 길을 최대한 확보했는데,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 통과되면 이제는 금융투자회사가 산업자본까지 합법적으로 지배할 수 있다. 정부는 이 법안이 통과되면 복잡한 출자구조를 가진 대기업집단이 금융지주회사로 전환해 지배구조가 개선되고, 금융투자산업과 보험산업이 대형화되고 겸업화되어 경쟁력이 강화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도 은행법 개정안과 마찬가지로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의 융합을 제도적으로 허용하고 강제해서 한국 재벌이 금융적 수단을 통해 자본을 축적하도록 만들며 나아가 전체 경제의 금융화를 심화시킬 것이다. 증권시장 중심 금융세계화의 파산, 그래도 우리는 추진한다? 자통법으로 한층 더 강화될 한국의 금융화를 비판하기 위해서 대부자본과 가공자본을 중심으로 금융세계화의 특성을 구별해볼 필요가 있다. 금융자본은 산업자본 또는 실물자본과 관련하여 대부자본과 가공자본이라는 두 가지 유형으로 구별된다. 대부자본의 대표적 형태는 은행신용이다. 대부자본은 이자나 원금상환처럼 미리 결정된 현금흐름을 갖는 계약에 기초한다. 대부자는 일정한 기간 동안 차용자에게 자금을 이전시키고, 만기가 되면 채무자는 원금을 상환하고 이자를 지급한다. 반면 가공자본은 금융시장에서 상황에 따라 가격이 변동하는 증권들이다. 가공자본은 공장, 설비, 원료 등과 같은 실물적 자본에 어떤 대응물도 갖지 않는다. 가공자본의 가격은 미래의 수입에 대한 금융시장에서의 평가에 의존한다. 가공자본의 가치를 평가할 요인이 불안정하기 때문에 가공자본의 가격은 매우 불안정한 파동을 보인다. 가공자본의 거래에 따른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서 개발된 파생상품은 실물적 기초의 측면이나 불안정성의 측면에서 증권보다 한층 더 나아간 것이다. 역사적으로 1970년대 유로시장 중심으로 석유달러가 유입되면서 초민족은행을 중심으로 한 금융세계화가 시작되었다. 그러나 이란혁명과 2차 석유위기로 촉발된 1979-82년의 경제위기로 은행 중심 금융세계화의 많은 문제가 드러났다. 고금리로의 정책전환이 주변부의 외채위기와 중심부의 은행위기로 귀결된 것이다. 달러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서 채택된 고금리 정책(1979년 미 연준의장 볼커의 대대적인 금리인상)으로 해외 달러유동성의 부족이 야기되어 세계경제의 불황이 발생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 신용긴축 없이 달러를 흡수하기 위해서는 은행이 아니라 증권시장을 통해 달러를 흡수하는 것이 필요했다. 증권의 가격은 이자율과 정반대의 방향으로 운동하기 때문에 증권시장의 부양은 신용긴축 없이 해외의 과잉달러를 흡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은행 중심의 금융세계화는 증권시장 중심의 금융세계화로 전환되었다. 1980년대를 거치면서 가공자본의 급속한 성장을 통해 금융세계화가 진전되었다. 먼저 각국 정부는 재정적자를 보충하기 위해서 단기채권을 발행하고 채권시장에 대한 규제를 완화했다. 1986년 영국이 외국인에 의한 직접투자와 증권투자를 모두 허용하는 ‘금융빅뱅’을 단행해 해외자본을 적극적으로 흡수함에 따라 미국을 비롯한 중심부의 다른 국가들도 잇달아 주식시장을 개방했다. 증권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자 전통적으로 지배적인 금융기관인 은행의 비중이 감소하고 연기금과 투자신탁기금과 같은 비은행 금융기관이 금융시장의 주요 행위자로 등장했다. 초민족 법인자본도 금융적 활동을 다각화함에 따라 더 이상 산업자본이 아니라, 지주회사를 중심으로 조직된 ‘산업을 지배적 요소로 하는 금융그룹’으로 변모했다. 이들은 금융기관을 자회사로 운영하면서 그룹의 내부금융시장을 형성하거나, 지주회사의 금융지도부가 금융거래 전체를 조직하고 통제했다. 그리고 투자은행은 M&A와 금융혁신을 주도하면서 증권시장 중심의 금융세계화를 선도했다. 그러나 지금 서브프라임 부실 사태에서 촉발된 미국의 금융위기로 증권시장 중심의 금융세계화가 급격히 붕괴하고 있다. 2008년 미국의 5대 투자은행이 파산하거나 독자 생존을 포기했다. 금융거품의 붕괴가 세계적인 경제위기로 확산되면서 자본시장과 투자은행 육성이라는 목표가 무색해진 상황이다. 그런데도 한국의 지배세력은 현재의 위기가 보여주는 역사적 경고에 아랑곳하지 않고 금융시장 활성화와 금융투자기관 대형화로 금융세계화로 한 걸음 더 전진하기 위해서 아등바등 거리고 있다. 자통법 제정의 취지가 달성된다면 IMF 경제위기 이후 진행된 한국 사회전반의 금융화와 투기화 현상이 더 심화될 것이다. 노동자를 투자자로 포섭하고 금융자본의 이해관계에 결탁시키면서 모든 국민이 금융투자자라는 정체성을 공유하게 된다. 금산분리 완화로 재벌을 필두로 한 국내 산업자본의 금융화도 더 진전된다. 적절한 실물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이 금융부문으로 쏠리고, 금융지주회사가 산업자본을 소유하는 형태로 재벌의 지배구조가 변한다. 그러나 하락한 자본주의 경제의 이윤율이 반등할 가능성이 보이지 않고, 금융적 축적마저 붕괴한 세계적 경제위기 상황에서 금융시장 육성으로 한국경제가 독자적으로 회생할리는 없다. 금융시장 육성은 실물경제와 거의 관련이 없는 휘발성 높은 가공자본의 거품을 확대해서 금융위기의 위험을 높인다. 증권을 다시 증권화하고, 증권화 사슬을 연장하고, 통제되지 않는 파생상품을 확산시킨 결과 형성된 금융거품이 이번 경제위기의 시발점이었다. 자본시장 육성을 통해 금융세계화에 때맞지 않게 편승하는 조치는 한국 경제의 불안정성을 확대하고, 민중의 생존의 위기를 심화시킬 뿐이다.
경제위기에 대한 노동자운동 대응계획 진단과 향후 과제 | 이현대 경제위기가 노동자에게 미칠 영향 | 임필수 경제위기에 대한 세계 사회운동의 대응 | 류미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