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를 하나의 경제질서로 통합해온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는 세계 각국에서 주식시장과 주택시장의 거대한 거품을 형성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금융세계화의 중심 국가이자, 세계경제의 최종소비자 역할을 한 미국에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계기로 경제위기가 시작되자 금융과 무역의 고리들이 세계 곳곳에서 끊어지면서 신용경색 및 지급불능 사태가 발생하고, 금융기관 파산, 수출입 축소, 주식시장의 폭락, 실물부문의 침체가 세계 각국으로 번지고 있다. 2009년 미국, 일본, 유럽이 동시에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는 등 중심부 국가가 극심한 경제위기를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를 포함한 개발도상국은 중심부 국가의 경제위기로 인한 수요의 급감과 국제금융 불안으로 2008년 하반기 이후의 성장률 하락세가 2009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상당수 개발도상국은 대외 의존적 성장을 지속해 왔다는 점에서 수출 감소의 타격을 크게 받을 것이다. 나아가 투자와 소비 역시 글로벌 경기악화의 파급효과로 인해 위축될 여지가 크다. 한편 개도국 중에서도 인도나 브라질처럼 내수부문 비중이 큰 경제는 글로벌 경제위기의 충격을 다른 지역에 비해 덜 받겠으나, 중동이나 러시아처럼 경제의 자원수출 의존도가 높은 자원부국들은 에너지 자원의 생산량 감소와 국제 가격하락, 외자유출에 따른 국내 신용경색 가속으로 실물경기가 크게 위축될 전망이다. 한국은 아시아에서 자본재와 중간재 공급국 역할을 했으나 세계적으로 설비투자가 크게 축소될 것이므로 수출 위축은 불가피하며, 선진국으로 내구재 수출도 큰 폭으로 감소할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2009년 3% 성장을 목표로 설정하고 있으나, 한국경제도 마이너스 성장에 접어들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지난 해 말부터 완성차 업체의 감산 및 조업중단, 휴업이 전체 부품사로 확산되고 있으며, 건설과 조선업을 거느린 C&그룹이 워크아웃에 들어간데 이어 쌍용차가 기업회생 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고 그에 따라 20-30%의 협력업체가 줄도산의 위험에 처해 있다. 또한 반도체 대기업도 1차 부품업체에 대규모 구조조정을 요구하는 등 기업의 위기는 자동차, 반도체, 철강, 석유화학, 조선 등 전체 업종으로 확산되고 있다. 세계자본주의 구조적 위기라는 조건에서 정권과 자본은 경제위기에 대한 고통분담, 노사화합 이데올로기를 동원하며 공무원과 공공부문 금융기관 임금동결에 이어 공공부문 10% 인력감축을 강행하고 있고, 민간기업의 경우는 중소기업의 도산으로 인한 해고, 대기업의 판매 감소와 생산량 축소에 따른 비정규직 해고 및 정규직의 희망퇴직 전환배치 임금동결, 조업단축이나 잔업특근 축소로 인한 임금삭감을 통해 노동자 민중에게 경제위기에 대한 책임과 고통을 전가하고 있다. 또한 청년인턴제 실시, 최저임금법 개악,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악,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악 등을 통해 안정된 일자리를 축소하면서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저임금 고강도 장시간 노동을 확산하고 있다. 한편 이명박 정부는 경제위기와 노동자 민중에 대한 고통전가 과정에서 발생할 대중적 저항을 봉쇄 탄압하기 위해 정보통신망법, 집시법을 비롯하여 통신비밀보호법, 국정원법, 테러방지법 등 각종 반민주 반인권 악법 제정 또는 개정을 시도하며 경찰 검찰 국정원 기무사를 동원한 사법적 통제와 공안탄압을 강화하고 있다. 1. 노동자운동의 대응 현황 현재 미증유의 경제위기 상황에서 각 정치세력과 현장조직, 민주노총과 각 산별노조는 경제위기 대응을 위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민주노총과 주요 산별노조는 경제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투쟁본부 체계로 전화하는 등 투쟁계획을 내고 있다. 하지만 민중운동, 노동자운동의 주체적 상황은 그리 녹록치 않다. IMF 이후 구조조정 저지 투쟁에서의 지속적인 패배와 실리주의 협조주의 노선의 강화,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에 맞선 노동자운동의 이념 노선 실천적 혁신의 지체로 인해 현장 노동자대중의 패배주의와 실리주의 경향이 강화되어 왔다. 특히 현 민주노총 지도부 체제 하에서 민중운동의 연대와 신뢰를 훼손하면서까지 특정 정파의 이해를 반영한 한국진보연대의 출범, 민주노동당의 분당과 민주노총의 배타적 지지방침 고수, 노동자운동 내 좌파를 배제하고 시민운동 민주당과의 연대를 강화하는 민생민주국민회의(준)의 출범 등으로 인해 민주노총의 지도력과 단결력이 크게 훼손되어왔다. 이러한 민주노총의 취약한 지도력과 맞물려 노동자 민중의 노동권 생존권을 사수하기 위한 민중운동의 공동대응이 절박한 시점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진보연대와 민생민주국민회의(준)를 중심으로 시민운동-민주당과의 공조 움직임이 강화되어 민중운동 내부의 노선 갈등이 심화되고 공동투쟁전선의 구축에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1) 민생민주국민회의(준)와 경제공황 공동대응을 위한 연대투쟁체 한국진보연대는 논란 끝에 반쪽짜리로 출범한 이후 민중운동 내에서 합력을 창출하기보다는 광우병국민대책회의, 등록금 대책을 위한 시민사회단체 전국네트워크 등의 활동에서 시민운동진영과 파트너십을 형성하는 데 더 큰 노력을 기울여왔다. 결국 민중연대 투쟁 전선을 복원하려고 노력하기보다는 정반대로 민주당과 협력관계를 구축하자는 시민단체들의 정치적 요구까지 수용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지난 해 10월 25일 출범한 민생민주국민회의(준)는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을 경제위기와 민생 파탄을 불러온 핵심 원인으로 인식하고, 이에 맞서 이명박정부와 한나라당을 제외한 모든 세력이 집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민생민주국민회의(준)는 이러한 인식에 기초해서 현 내각의 즉각적인 총사퇴와 거국 민생내각 구성을 요구하며, 국민희망 만들기 운동을 전개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지역경제 살리기 대책위원회가 각종 경제단체, 이익단체를 중심으로 꾸려졌다. 그런데 지역경제 살리기라는 명목 하에 시민단체는 말할 것도 없고 지역 진보연대도 이러한 흐름에 부분적으로 연합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경제위기가 자본주의 구조적 위기임을 인식하지 못하거나 혹은 부정하고 있는 이런 경향은 이명박 내각 총사퇴와 거국 민생내각 혹은 여야공동정부 구성, 민주대연합이라는 주장으로 이어진다. 정권의 교체와 정책의 변화를 위해 자본과의 부분적인 타협도 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입장은 경제위기가 심화됨에 따라 체제유지와 관리를 위해 대중운동을 관리, 분할하는 역할로 경도될 위험성이 크다. 또한 지역경제 혹은 지역기업 살리기 식의 운동은 정권과 자본의 고통분담, 구조조정, 노사화합 이데올로기 공세에 대단히 취약할 수밖에 없다. 한편 자본주의 경제공황 상황에서 전면적 공격을 받을 고용 임금 등 노동자민중의 노동권 생존권 사수투쟁을 공동으로 전개할 것을 목표로 ‘경제공황 공동대응을 위한 연대투쟁체’가 1월 31일 전국대표자회의를 거쳐 2월 14일 결의대회 형식의 출범을 예정하고 있다. 경제공황 연대투쟁체는 고통분담, 노사화합 이데올로기를 동원하며 노동자 민중에게 경제위기의 책임을 전가하는 정권과 자본의 시도에 맞서 전사회적인 이데올로기 투쟁을 강화하고 현장 노동자들의 단결투쟁을 형성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 노동자 민중의 노동권 생존권 쟁취 투쟁을 전개할 것이다. 또한 경제공황을 초래한 자본주의의 구조적 문제를 제기하고, 노동자 국제주의에 입각하여 반제국주의 투쟁을 강화하고 근본적 대안을 제시해 나갈 계획이다. 경제공황 연대투쟁체에는 노동자의힘, 노동자진보정당건설전국추진위(준), 전국노동자정치협회, 노동자투쟁연대, 다함께, 민주노동자연대, 민주화를위한교수협의회, 사회당, 사회주의노동자정당건설준비모임, 사회주의노동자연합, 사회진보연대,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전국학생행진, 진보신당, 평등사회로전진하는활동가연대(준), 학생사회주의정치연합, 현장실천사회변혁노동자전선 등이 참가하고 있다. 경제공황 연대투쟁체는 조직 참가를 원칙으로 하여 정치조직, 노동단체, 사회단체, 노동조합, 현장조직 등 다양한 형태의 조직들이 참가할 예정이며 지역별, 산업별 현장 활동가 간담회를 추진하고 지역별 연대투쟁체를 구성하여 경제위기에 맞서는 활동을 전개할 계획이다. 전반적으로 노동자운동이 취약하고 대중투쟁이 형성되지 않는 조건에서 경제공황 연대투쟁체의 활동 전망이 밝다고 낙관할 수는 없다. 하지만 비상한 정세라는 인식 하에 전례 없이 다양한 스펙트럼의 좌파 세력이 연대투쟁체에 참여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고무적인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경제공황 연대투쟁체가 상호 간의 입장과 운동경험의 차이를 넘어 지역과 현장에서 노동자운동의 공동투쟁전선을 형성하고 단결과 연대를 고취하는 데 일조할 수 있도록 많은 운동 세력이 함께 결합하여 적극적인 활동을 펼칠 것을 기대한다. 2) 민주노총과 산별노조, 지역본부의 투쟁계획 민주노총은 2009년 경제위기 대응을 위해 ‘일할 권리와 노동기본권 쟁취 비상투쟁본부’를 결성하고 산별대표자회의와 지역본부장단회의를 중심으로 투쟁본부를 운영하며 산하에 실업대책본부, 경제위기 고용대책본부, 국민정책 여론단을 설치할 계획이다. 민주노총은 2009년 주요 요구로서 1) 총고용 보장 확대 및 사회안전망 강화(비정규직을 포함한 총고용 보장 확대, 사회임금 확대 및 실업대책 마련, 교육 주거 의료 노후 4대 보장 강화) 2) 반노동 반민주 반평화통일 MB정책 폐기(부자 감세, 금융과 재벌 규제완화 중단, 신자유주의 반노동 법개악 중단 및 노동기본권 강화, 의료 시장화 4대 악법 및 공공부문 시장화 사유화 악법 폐기, 반민주 5대 악법 폐기, 반북냉전 반평화 정책 폐기) 3) 신자유주의 극복 대안 수립(금융 및 재벌에 대한 규제, ‘고용창출, 소득확대, 소비촉진, 구매력창출, 내수확대, 고용확대’의 선순환 경제구조 수립, 한반도평화체제 수립에 바탕을 둔 한반도 내수기반 확대와 대외경제 의존도 단계적 해소)을 제출했다. 특히 경제위기 상황에서 총고용 유지 확대와 사회임금 확대 및 실업대책 등을 핵심적인 요구로 내세워 투쟁할 계획이다. 민주노총은 2월 산별연맹별, 지역별 2009년 총력투쟁 선포대회 개최, 3월 산별연맹 임단협 투쟁 조기돌입 선포, 3월 초 경제위기 노동자 고통전담 강요 이명박 정권 심판 및 전체 노동자 총고용 쟁취 민주노총 총력투쟁 선포대회, 4-5월 산업별 총고용 쟁취 공동투쟁(임단협과 연계)/총고용 보장 확대를 위한 지역공동행동 조직, 5월 1일 메이데이(전국 노동자 총궐기의 날), 5월 말-6월 산별연맹별(산업별) 요구 쟁취 집중 총력투쟁, 6.10 2009년 1차 국민촛불대행진과 ‘이명박 심판! 국민총궐기의 달’, 민생파탄 이명박 정권 심판 노조말살 신자유주의 노동법개악 저지 민주노총 총궐기(총파업) 등을 투쟁계획으로 제출하고 1월 21일 정기대의원대회를 통해 사업을 확정할 예정이다. 금속노조는 1월 8일 ‘경제위기 극복 위한 금속노조 사회선언’을 통해 △국민기본생활 보장 △모든 해고 금지, 총고용 보장 △노동시간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 △재벌기업 잉여금의 사회 환원 △제조업 중소기업 기반강화 등의 5대 요구안을 발표했다. 금속노조는 또 각 사업장에서 자행되는 일방적인 구조조정에 대해 공세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노동자 서민 살리기 금속노동자 투쟁본부’를 구성하고 1만여 명의 실천단을 조직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를 통해 비정규직에 대한 우선해고 등의 행위에 대해 적극 대응하고 2월 임시국회에서 예상되는 비정규법, 최저임금법 개악 및 언론악법 등 MB악법강행 저지를 위해 대국회 투쟁을 전개하고, 쌍용차 등 구조조정 사업장과 비정규직 해고와 차별 등 당면 현안투쟁을 강화, 확대함으로써 조기전선을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속노조는 1월 ‘노동자 서민 살리기 투쟁선포대회’와 휴업조합원 조직화 및 투쟁돌입, 2월 대정부 대자본 중앙 및 지역 쟁점화 투쟁, 2월 16일 임시대의원대회를 통해 임단협 방침을 포함한 노동자 서민 살리기 총력투쟁을 결의하여 2-3월 초에 임단협 요구안 발송을 시작으로 투쟁을 본격화한다는 방침이다. 공공노조는 △공공부문 일자리 확대, 총고용 보장, 공공부문 구조조정 저지 △비정규, 저임금, 실업 노동자 생존권 사수 △공공부문 노동자 노동기본권 쟁취 △민중생존권 보장을 위한 공공성 확대를 핵심요구로 하여 2월 중 공공기관운영법 적용사업장을 중심으로 하는 ‘공공부문 구조조정 저지 총력투쟁’, 3월말 4월초 ‘공공노조 전 조합원 총회투쟁’을 전개하고, 조기에 구조조정 저지 투쟁에 힘을 모으기 위하여 △지도부의 선도투쟁, △대규모 집회 투쟁 배치, 4월~6월로 예상되는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저지 투쟁 결합, 5월 규모 있는 투쟁결의대회 개최, 6월(초)에 산별파업을 포함한 총력투쟁을 결의한다는 방향 하에 조직논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2월 대의원대회를 통해 투쟁계획을 확정할 예정이다. 한편 민주노총 서울본부는 ‘일할 권리와 노동기본권, 사회공공성 쟁취 서울지역 비상투쟁본부’를 구성하고 2월 중 전국여성노동조합연맹과 전국공공서비스노동조합 서울경인서비스지부, 비정규투쟁 단위와 함께 경제위기 책임전가 반대와 비정규직 최저임금 투쟁을 전진배치하고 3-4월 산별노조, 단위사업장 조기 임단투 돌입 지원 및 비정규직 최저임금 공동투쟁, 5-6월 노동자 민중 총궐기에 서울동력 집중 투쟁을 전개할 계획이다. 민주노총 서울본부는 이를 위해 노동조합 내 대응체계로서 ‘생활임금 고용보장, 최저임금 현실화, 비정규노동자 기본권 쟁취 공동대책회의’와 ‘정치실천단’, ‘미조직 비정규 조직화 사업단과 비정규 장기투쟁사업장 대책회의’를 설치 운영하고, 연대운동체로서 ‘반신자유주의 반이명박 서울지역 공동행동’, ‘서울지역 사회공공성 연대회의’, 비정규직 연대체(비정규직 없는 세상 만들기)와 함께 공동실천을 펼칠 예정이다. 전국비정규연대회의도 최근 지역별 경제위기 대응 토론회를 개최하고 있으며 해고금지, 생활임금 보장, 실업급여 전면화, 노동기본권 보장 등을 핵심 요구로 하여 2009년 2월 쟁점을 선도하는 투쟁대회를 배치할 예정이다. 그러나 민주노총과 각 산별노조의 투쟁계획에도 불구하고 투쟁의 전망이 그리 밝지는 않다. 노동자의 고용과 생존을 위협하는 심각한 경제위기 상황이지만 반신자유주의 운동진영은 분열로 인해 역량이 취약하고, 민주노총과 산별연맹의 조직력과 투쟁력이 약화되면서 노동자운동의 주체적 상황이 대단히 취약하다. 이런 조건에서 민주노총은 1월 21일 정기대의원대회에 그 동안 반대여론에 부딪혀 유보되었던 한국진보연대 가입 건을 상정한다는 방침인데, 이 안건이 원만하게 조율되지 못하고 표결이 강행될 경우 투쟁에 상당한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또한 민주노총은 지난 2008년 12월 19일 열린 중앙집행위에서 금속노조 정갑득 위원장이 발의한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통합 권고안’을 정식 안건으로 채택했고, 1월 16일 중앙위원회와 중앙집회위원회 등을 거쳐 대의원대회에 안건 상정 방식을 논의키로 했다. 이와 관련하여 일반적 의미의 진보정당 혹은 진보적 정치세력의 통합 권고안 수준을 넘어 ‘민주노동당 중심’ 등의 표현을 통해 민주노동당 분당 이후 배타적 지지방침을 고수하는 내용의 안건이 상정될 경우 노동자운동 내부의 정치세력 간에 갈등과 대의원 대회의 파행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가뜩이나 민주노총의 산별노조와 현장에 대한 지도력이 취약한 상황에서 내부 갈등을 부추기는 안건이 상정된다면 경제위기에 맞선 투쟁전선의 형성에 결정적인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이밖에도 최근 몇몇 개별 인사들이 민주노총 직선제의 유보 또는 폐기 입장을 밝힌 바 있는데, 중요한 투쟁의 시기에 선거에 매몰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직선제에 따르는 문제점이 명백히 예상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이런 입장도 운동세력 전반의 동의를 형성할 수 있는 내용과 방식으로 논의되지 않으면 노동자운동 내부에 갈등만을 확대할 것이다. 금속노조의 경우 약한 고리에 놓인 비정규직, 미조직, 중소사업장 노동자들부터 휴업, 해고 등에 내몰리고 있다. 대공장 또한 상대적으로 취약한 쌍용차에서 보듯 일방적 후생복지중단, 임금지급 거부, 자본철수 협박 등으로 노동자들을 공격하고 있다. 노동자들의 단결과 저항의 기회를 제거하기 위한 자본의 전략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분할, 대공장과 중소영세사업장의 분할은 물론이고, 대공장 중에서도 취약한 사업장과 후순위 공격대상 사업장을 분할 공격하고 있다. 하지만 금속노조는 지난해 쌍용자동차 문제에 대해 어떤 입장도 발표하지 않았으며, 쌍용차지부 신임집행부가 당선된 직후 천막농성을 시작하고 강제휴업에 맞서 출근투쟁을 벌였지만 어떤 역할도 하지 못했다. 최근 쌍용차지부의 요청에 따라 1월 7~8일 중앙위원회에서 뒤늦게 쌍용차 구조조정 저지 투쟁을 결의했다. 금속노조는 “쌍용차의 구조조정 시도는 제조업, 금속노조 사업장 구조조정의 신호탄으로 규정하고 노조차원에서 강력한 투쟁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금속노조는 1월 15일 서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투쟁본부 선포식을 개최하고, 20일 또는 22일 쌍용차지부 전 조합원 상경투쟁을 시작으로 법률 소송, 손해배상 청구, 범국민 서명운동을 전개할 예정이다. 투쟁 요구는 다음과 같다. △쌍용자동차 최대주주(주식 51% 소유)인 상하이 자동차의 ‘먹튀’(먹고튀기)는 수십만 노동자 서민에 대한 범죄 행위로 중국정부가 책임을 져야한다, △“국부유출과 기술유출을 막을 수 없다”며 당사자인 쌍용차노조와 민주노총과 시민사회단체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2004년 쌍용차의 상하이자본 매각을 승인한 한국정부도 사태 책임의 당사자로 책임져야 한다, △정부, 산업은행은 즉시 필요한 자금을 지원하고 쌍용자동차를 정상화 해 15만 관련 노동자들의 고용을 보장하고 지역서민들의 피해를 막아야 한다. 하지만 최근 경제위기를 빌미로 한 정권과 자본의 고통분담, 노사화합 이데올로기가 강화되는 가운데, ‘공생협약’과 정갑득 위원장의 ‘일자리나누기를 통한 노동자양보론’이 <중앙일보> 등 보수언론을 통해 보도됨에 따라 현장은 큰 혼란에 빠졌다. 1월 7일 열린 금속노조 중앙위원회에서 대다수 중앙위원들과 현장의 강력한 문제제기로 좌초되긴 하였으나, 여전히 사회적 대타협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세력들에 의한 양보교섭이 불씨로 남아 있다. 또한 경제위기로 인한 실질임금의 하락과 고용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어 대다수 현장이 움츠려 있는 것이 현실이다. 상대적으로 일시적인 고용안정이 예상되는 주요 대공장뿐만 아니라 자동차 부품업체를 비롯하여 조선 등 부도에 직면한 사업장의 경우도 투쟁 자체가 형성되고 있지 않다. 향후 경제위기의 양상, 쌍용자동차 투쟁과 향후 구조조정 공세가 예상되는 GM대우자동차 투쟁의 전개상황, 현대 기아차 등 금속노조 주력 사업장의 대응에 따라 금속노조가 휴폐업 사업장을 포함하여 상반기 투쟁전선을 형성할 수 있을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2008년 공공노조와 운수노조의 통합이 좌절되면서 공공운수연맹의 조직력은 이완된 상태이며 이에 따라 산별 미전환 조직들의 결합력이 크게 저하되고 있다. 공공노조는 노조 중앙의 지도력이 취약하여 공공부문 대사업장에 대해 개별사업장의 투쟁을 책임지거나 전체를 묶는 투쟁을 조직하지 못하고 있다. 운수노조는 산별노조로서의 독자적인 정체성과 구심력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화물, 철도, 택시 등이 개별투쟁을 전개하는 상황이라 전면적인 공동투쟁을 위한 조율이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한편 주요 공공기관에 대한 구조조정 계획이 ‘공공기관 4차 선진화방안’으로 제시되고 있는데, 많은 공공기관노조들은 자연감소(정년퇴직)+희망퇴직, 회사간부의 구조조정을 통해 3-4년 간 구조조정이 “자연스럽게” 이루어 질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따라서 자연감소 인원이 구조조정 규모에 비해 크게 적은 일부 공공기관들을 제외하고는 현장의 긴장감이 크지 않은 상황이다. 2. 현 경제위기의 성격과 투쟁방향을 둘러싼 논점 심각한 경제위기 상황에서 노동자대중은 고용에 대한 불안감으로 움츠려 있다. 이러한 현장의 분위기는 한편으로는 IMF 외환위기 이후 지속적인 투쟁 패배의 역사 속에서 사회적 영향력이 취약해진 노동자운동이 투쟁의 승리를 확신하지 못한다는 의미이며, 다른 한편으로는 IMF 외환위기 때를 상기하며 일시적인 양보와 희생을 통해 경제가 회복되리라는 막연한 기대감을 품고 있다는 의미다. 현재의 경제위기가 부르주아들이 말하는 것처럼 1-2년 혹은 2-3년 안에 해결 가능한 것인가, 혹은 장기간 지속되었던 1930년대 대불황과 유사한 대불황의 초입기인가하는 점에 따라 우리의 투쟁태세는 전혀 달라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1) 장기적 대불황인가, 단기적 경제위기인가 현재 경제위기의 전망을 둘러싸고 부르주아 경제학자들 사이에서도 논쟁이 무성하다. △U자형(2009년 하반기부터 회복,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의 적극적 부양책 유동성 공급 덕분) △접시형(2010년 중 후반기부터 회복 시작, 각국 소극적 구조조정 등으로 회복시기 약간 늦어짐) △짧은 L자형(2010년 정도까지는 경제둔화 지속, 금융부실과 실물경기 하강 동시 진행으로 침체 길어짐, 정부 적극 대응으로 장기 불황 방지) △긴 L자형(5년 이상 지속되는 일본식 장기불황, 현재 각국의 재정 통화정책의 실효성 검증 안 됨. 지난 수년간의 버블 후유증 장기화) 등 갖가지 시나리오들이 제출되고 있는데, 낙관론보다는 비관론이 우세한 상황이다. IMF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손실과 부실 상각에 1조 4천억 달러의 비용을 예상했지만 앞으로 비용 추정치를 크게 확대할 계획이며, 향후 내놓을 IMF의 경제지표 전망치에 하향 수정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주택가격 하락이 지속되고 있고, 주택 및 금융부문에서 여타 실물부분(자동차 등)으로 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나 미국의 경제위기는 수천만에 달하는 모기지 대출자들의 부실과 카드대출의 대량 부실이 확대되고 있지만, 각종 파생상품으로 인해 채권자가 명확하지 않아 부실규모에 대한 명확한 파악조차 어렵기 때문에 해결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실제로 천문학적인 구제금융을 받고도 위기설이 계속되고 있는 씨티그룹에 이어, 자산규모로 미국 1위인 상업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BoA)마저 또다시 대규모 구제금융을 받는 처지로 몰렸다. 투자은행 메릴린치를 인수하면서 250억 달러를 지원받은 BoA가 자체 부실이 급속히 불어났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 재무부는 ‘BoA에 200억 달러를 추가 지원하고, BoA의 자산 1,180억 달러를 보증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뿐이 아니라 월가에서는 웰스파고, 제이피모건체이스 등 다른 대형 상업은행들도 BoA와 비슷한 처지가 될 가능성이 있으며, 정부가 지원하지 않으면 최대 1,500개의 지방은행이 파산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동유럽 등 개발도상국의 위기 확산, 남미 브라질 헤알화 가치의 대폭 하락에 뒤이은 아르헨티나 페소화의 하락, 원화가치 하락에 따른 말레이시아 링깃이나 대만 달러의 가치하락 가능성 등 개발도상국 환율의 경쟁적 절하조짐이 나타나고 있으며(이것이 현실화되면 화폐가치 불안정에 따른 국제무역 축소나, 타국의 희생 위에 자국의 번영이나 경기회복을 도모하려는 근린궁핍화정책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미국과 중국의 현저한 수입 감소로 인한 다른 나라의 성장이 감축되는 등 세계 각국 정부의 공조와 노력에도 불구하고 경제위기가 해결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한편 자본주의 역사에 대한 실증적 분석과 이윤율 추계를 살펴본다면 현재 경제위기의 성격은 좀 더 명확해 진다. 1930년대 대공황은 미국경제가 성장하고 세계 헤게모니 국가로 등장하던 시기, 즉 이윤율의 상승시기에 발생했고, 미국은 ‘금리생활자의 안락사’와 ‘투자의 사회화’라는 케인즈주의와 뉴딜정책, 2차 세계대전(군사케인즈주의)을 통해 노동자계급에게 완전고용과 고임금을 보장하며 자본주의 황금기를 구가할 수 있었다. 하지만 현재의 경제위기는 미국 자본주의의 장기적인 이윤율 저하라는 조건에서 발생한 것이며, 전후 자본주의 황금기를 지나 70년대 이래 세계자본주의의 과잉축적과 이윤율 저하의 위기(케인즈주의의 실패)를 만회하기 위한 자본의 전략으로서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가 최종적으로 위기에 빠지면서 발생한 것이다. 또한 미국주도 세계자본주의의 초민족적 성격으로 인해 미국을 대체할 새로운 헤게모니 국가의 등장을 통한 자본주의적 방식의 위기극복이 어려운 조건이며, 향후 세계는 ‘국제주의인가 야만인가’라는 역사적 갈림길에서 긴 시간대의 고통과 투쟁의 시기에 놓이게 될 것이다. 2010년 이후 또 다른 회복국면이 있을지라도 이때의 이윤율은 2004년의 이윤율보다 더 낮을 것이고 일시적인 회복 후에 재발할 위기상황은 달러가치 폭락, 수출달러 환류 중단이 가세하면서 1929년 대공황보다 파괴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2) 신자유주의 종언과 케인즈주의의 귀환? 미국발 금융위기가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일부 언론들은 신자유주의가 종말을 고했다고 호들갑을 떨고 있다. 국제적인 공조 아래 각국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은행들의 국유화, 예금보장, 거시 경제적 경기부양 정책을 두고 하는 말이다. 하지만 최근 월가의 주요 투자은행들이 몰락하고 신자유주의가 위기에 처한 것은 맞지만, 미국을 비롯한 각국 정부가 실행하고 있는 정책은 금융자본을 근본적으로 억압하는 것이 아니라 투자은행의 기능을 기존의 상업은행과 결합하여 새롭게 재편하고 있는 것이다. 파생금융상품에 대한 규제 강화가 이루어지겠지만, 그것은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를 지속하기 위한 규제이지 미국 GNP의 40% 가량을 차지하는 금융자본을 근본적으로 억압하는 정책이 아니다. 프랑스와 독일도 미국식 금융시장 자본주의의 종식과 새로운 금융시스템 구축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나섰지만, 국제 금융질서의 주도권 재편을 노린 발상에 불과하다. 또한 ‘신자유주의 종언’이라는 허황된 주장과 함께 많이 등장하는 논리가 ‘시장의 실패, 국가의 귀환’이다. 이는 시장과 국가를 허구적으로 대립시켜온 전형적인 신자유주의자들의 이데올로기인데, 일부에서는 이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고 있다. 이러한 논리는 자본주의를 지탱하는 두 개의 머리로서 ‘국가’와 ‘자본(시장)’을 통일적으로 바라보는 것을 가로막고 대중들의 사고를 ‘시장주의(신자유주의)냐 국가개입이냐’는 허구적 논점에 가두어 ‘부패하고 투기화된 자본주의로서 신자유주의 비판’의 급진성을 제거하는 효과를 갖는다. 자본주의는 국가라는 매개 없이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없으며 노동유연화와 공공부문 사유화, 광범위한 규제 완화, 자본시장 육성을 위한 대대적인 지원 등과 같은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의 핵심적인 역할은 바로 국가가 수행해 왔다. 다만 매 시기마다 자본의 이해를 대변하기 위한 국가개입의 성격과 방식을 변형했을 뿐이다. 일부 언론의 다분히 의도적인 ‘신자유주의 종언’이라는 허황된 주장은 ‘케인즈주의의 귀환’이라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이들은 공적자금 투입을 통한 국유화와 거시적인 경기부양 정책을 ‘케인즈주의’와 동일시하고 있다. 부르주아들이 호들갑스럽게 ‘케인즈주의’를 강조하는 이유는 1930년대 대불황을 ‘케인즈주의’를 통해 극복했던 것처럼 지금의 경제위기도 ‘케인즈주의’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는 이데올로기적 효과를 노린 것이다. 하지만 케인즈주의 정책의 핵심은 금융억압(금리생활자에 대한 안락사)와 적자재정(투자의 사회화), ‘자유기업주의’ 옹호이다. 따라서 최근 금융위기에 대한 해법으로서 제시되고 있는 국유화, 예금보장, 거시 경제적 경기부양 정책은 케인즈주의의 일부 요소들을 포함하고 있지만, 온전한 의미에서 케인즈주의 정책이 아니다. 현재 미국과 세계 각국 정부는 케인즈주의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금융억압을 실행하는 것이 아니라 금융자본의 생존과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를 지속하기 위한 부분적 규제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세계자본주의의 장기적인 이윤율 저하를 만회하기 위해 금융자본 중심의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추진되었는데, 이윤율을 회복하기 위한 다른 계기(과잉축적을 해소하기 위한 대규모 전쟁 혹은 새로운 헤게모니 국가의 출현)가 없는 조건에서 전면적인 금융억압은 현재 자본주의 시스템에서는 불가능할 것이다. 한편 케인즈주의 정책은 자본주의 성장기에도 미국을 포함한 일부 중심부 국가에서나 가능한 것이지 대규모 재정적자를 유지할 수 없는 한국과 같은 반주변부 국가에서 실현 가능한 정책은 아니다. 3) 자본주의 체계 변혁과 이행주체의 형성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향후 경제위기 전개를 전망할 때 역사적인 대불황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IMF 때와 같이 양보하고 고통을 분담하면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인식에 갇혀서는 심각한 위기 속에서 노동자 민중의 생존과 정치적 전망을 개척할 수 없다. 우선 현재의 위기가 자본주의의 구조적 위기라는 점에 동의한다면 자본주의 체계, 즉 자본주의 생산양식의 변혁이라는 전망을 가져야 한다. 부패하고 투기화된 자본주의를 변혁하고 대안세계를 건설하려면 강력한 이행의 주체가 존재해야 한다. 하지만 누구나 알고 있듯이 한국의 노동자운동의 주체역량은 대단히 취약한 조건이다. 이러한 현실을 정확히 인식하고 수동화된 대중들이 함께 투쟁하고 단결할 수 있도록 대중투쟁의 요구와 계획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행강령과 대중투쟁의 요구 현재 운동진영 내부에서 자본주의 체제 변혁을 위한 이행강령에 대한 이해의 편차도 존재한다. 우리는 이행강령이 현 정세와 주체역량을 고려하여 대중투쟁을 형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투쟁의 요구와 주장으로 구성되어야 한다고 판단한다. 하지만 이에 반해, 이행강령이란 당장의 실현 가능성을 넘어 근본적 지향(사회주의)을 담는 요구와 주장이어야 한다는 입장도 존재한다. 최근 이행강령이라고 명확히 규정하지는 않았지만, 경제위기 대응과 관련한 투쟁요구를 토론과정에서도 이러한 입장차이가 드러난다. 전자는 자본주의의 구조적 위기의 해결불가능성과 대안사회(사회주의)의 가치와 지향은 선전, 선동, 교육을 통해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야 하지만, 투쟁요구는 신자유주의 하에서 분할되어 있는 노동자대중의 계급적 단결, 즉 정규직과 비정규직(실업자, 반실업자), 여성과 남성, 이주노동자와 정주노동자의 단결을 고취할 수 있는 대중투쟁의 요구를 중심으로 구성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객관적으로 대중운동이 분출하는 조건에서는 좀 더 적극적이고 공세적인 투쟁계획과 전망을 제출할 수 있지만, 현재와 같이 대중운동이 취약한 상황에서 자본주의의 객관적, 구조적 위기라는 조건에만 착목하여 ‘급진적인 요구’를 선전, 선동하는 것으로는 대중투쟁이 형성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후자는 금융/산업/물가 노동자 통제위원회의 결성, 재벌해체 혹은 재벌 재산 몰수, 비정규직 철폐, 무상 의료 교육 주택 등 당장 현실 가능하지 않더라도 사회주의적 가치와 지향을 투쟁요구에 담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한 세기 전 ‘빵과 토지, 평화’라는 구호를 중심으로 러시아 혁명이 시작되었던 것처럼 특정한 정세에서 대중들의 요구를 반영한다면 아주 기본적인 요구조차도 혁명적 요구로 전화할 수 있다. 따라서 현 시기 우리의 요구를 케인즈주의적 요구와 차별화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다. 다만 케인즈주의자들은 현 경제위기에 대한 자본주의적 해결이 가능하다는 관점에서 대안과 요구를 제출하고 있지만, 우리는 그것이 갖는 명백한 한계를 인식하고 자본주의 생산양식의 변혁 없이는 현재의 위기가 해결불가능하기 때문에 역동적인 정세에 대해 대안사회를 건설하는 전략과 전술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오늘날 정세에서 대중들의 역동적인 행동을 촉발할 수 있는 이행요구와 투쟁계획이 필요하다. 노동권 생존권의 방어투쟁과 전면적인 금융통제의 중요성 현 시기 투쟁요구와 관련하여 자본주의의 위기와 공황이라는 조건에서 노동자의 고용과 생존을 방어하는 것을 위해 투쟁하자는 데는 모두 동의하지만, 현재 신자유주의의 핵심적 문제를 건드리는 금융억압 등과 관련한 요구에는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 존재한다. 자본주의적 축적의 경향으로서 금융적 팽창이 자본주의 모순을 심화하고 자본주의의 붕괴를 촉진하는 상황에서 금융억압과 금융통제 요구가 자본주의 체제를 유지시키는 작용을 하기 때문에 동의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입장은 몇 가지 측면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첫째, 이런 입장은 자본주의의 위기와 노동자, 민중의 심각한 생존의 위기가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명확히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금융억압’ 요구를 이런 방식으로 이해한다면, 파산 위기에 처한 금융기관이나 기업에 재정과 공적 자금 투입에도 반대해서 자본주의가 붕괴하게 해야 한다. 하지만 공적자본 투입에 대한 반대는 자본주의 체제 내에서 노동력을 판매함으로서만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노동자들의 해고와 실업의 고통으로 몰아넣는 결과를 낳는다. 따라서 파산위기의 금융기관, 기업에 선별적으로 공적 자금 지원 혹은 공적 자금이 투입된 기업에 대한 사회적 통제를 요구할 수는 있어도 공적자금 투입 자체에 반대하기는 어렵다. 그것은 대중으로부터 고립을 자초하는 일이 될 것이다. 우리의 주장은 자본주의 붕괴를 선동하는 것이라기보다는, 현 시기 자본주의의 구조적 위기가 자본주의적 방식으로 해결 불가능함을 인식하고 노동자 대중운동을 통해 대안적 사회를 재건하자는 것이 되어야 한다. 노동자 민중의 노동권 생존권을 쟁취하는 투쟁을 통해 이행의 주체를 형성하고 자본주의 체계의 붕괴로 더 이상 지배계급이 노동자 민중의 생존권 요구를 감당할 수 없을 때 대안사회로의 이행이 본격화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이런 입장은 현장투쟁을 통해 고용과 임금을 보장받는 투쟁만이 중요하다는 입장과도 맞닿아 있는데 이는 현재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에 대한 몰이해에 기초한 것이다. 우선 초민족금융자본은 한국 주식시장에서 보유주식의 주가상승, 배당금, 환차익을 합쳐서 연간 수십조 원의 이익을 챙기고 있다. 국내에서 노동자들이 피땀으로 생산한 잉여가치의 상당액이 초민족자본의 이익으로 빼앗긴다는 말인데, 노동자들의 고용과 임금을 보장할 자금이 대폭 축소된다는 것이다. 또한 외자유치를 절대화하는 사회 분위기를 틈타 초민족 투기자본은 일반적으로 5년 전후를 투자기간으로 미리 설정하고 우량회사 인수 후 대규모 배당 등으로 초기 투자금 일부를 회수하며, 애초부터 경영을 통한 장기적 이익추구 보다는 자본의 분할, 합병 및 인력 구조조정 등으로 단기적 자본이득을 추구하고, 매각 및 청산을 통해 해당 기업을 완전 정리한 후 한국을 떠나는 행태를 일삼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금융자본에 대한 전면적인 통제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셋째, 이런 입장은 한국자본주의가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를 통해 세계자본주의에 깊숙이 편입되어 있다는 사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와 같이 초민족 금융자본의 자유로운 투기와 이동에 대한 규제수단을 갖지 못한다면 노동자 정치권력이 구축된다고 해도 일시에 자금이 빠져나가서 그대로 경제붕괴의 사태로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 국제주의의 중요성 운동진영 일각에서는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가 전면화되어 있는 세계자본주의의 구조적 조건에 대한 인식이 불충분하다. 대부분의 에너지와 자원을 수입하고 2007년 국민경제에서 대외무역이 차지하는 비중을 나타내는 지표인 국민총소득(GNI) 대비 수출입 비중이 94.2%가 넘는 경제구조 하에서 한국사회에서 일국적인 전략은 그 제약조건이 너무 크다. 초민족화된 세계자본주의 조건에서 한국사회의 변혁은 국제주의적 시야와 전략이 없이는 현실화될 수 없다. 3. 노동자운동의 향후 과제 세계자본주의 구조적 위기라는 조건에서 정권과 자본은 경제위기에 대한 고통분담, 노사화합 이데올로기를 동원하며 해고, 임금동결, 조업단축 잔업특근 축소로 인한 임금삭감을 통해 노동자 민중에게 경제위기에 대한 책임과 고통을 전가하고 있다. 또한 경제위기로 인한 노동자 민중의 저항을 효과적으로 관리, 통제하기 위하여 국가보안법을 통한 사회변혁운동에 대한 탄압, 집시법 개악과 테러방지법, 사이버모욕제 등을 통한 집회 결사 표현의 자유의 억압, 노동자들의 파업권의 제한 등 경찰 검찰 국가정보원 국군기무사를 동원한 사법적 통제와 공안탄압을 강화하고 있다. 1) 고통분담, 노사화합 강요에 맞서 이데올로기 투쟁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경제위기 하에서 고용문제가 임금문제를 압도하여 사태가 개별 사업장 차원의 대응으로 축소될 경우 대부분의 경우 임금동결(실질임금 삭감)이 관철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총연맹과 각 산별노조는 IMF 이후 노동자의 구조조정, 비정규직화로 고통을 전담한데 반해 재벌과 초민족자본이 그 과실을 독식한 것에 대해 폭로해야 한다. 또한 현재 재벌, 자산계층에게는 투기를 통한 부의 축적, 감세정책과 규제완화를 통한 천문학적 혜택을 제공하면서 정리해고와 실업의 위기에 처한 노동자들에게는 사회복지 축소, 공공요금 인상으로 생존을 위협하고 있는 것을 강력히 비판해야 한다. 노동자 민중이 노동권과 생존권을 내놓아야 하는가, 노동자 민중의 고용유지와 생존을 위해 재벌과 자산계층으로부터 축적한 부의 출연을 강제할 것인가에 대한 이데올로기 투쟁을 강화해야 한다. 고통분담과 양보교섭은 끝없는 노동자 민중의 희생을 강요할 것이다. 정권과 자본은 인종주의적 정서를 활용하여 이주노동자와 같이 가장 약한 고리를 먼저 공격한다. 그리고 성별 분업과 성차별 이데올로기를 활용하여 여성 우선 해고를 강행하고, 고령자와 비정규직을 순차적으로 공격할 것이다. 이러한 정권과 자본의 분할 전략에 노동자운동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경우 자본은 역으로 여성, 고령자, 비정규직의 이름으로 정규직노조를 공격하여 무력화시킬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정규직 노동자의 요구를 반영할 뿐만 아니라 이주노동자, 여성노동자, 비정규직과 실업자의 요구를 포함할 수 있도록 요구안을 마련해야 하고 전국적인 투쟁전선을 형성하는 게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2) 전국적인 투쟁전선을 형성하기 위해서 노동자운동 내부의 단결과 연대가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다 한국진보연대의 반쪽자리 출범과 민주노동당의 분당, 민주노총과 한국진보연대의 시민단체, 민주당 중심의 연대운동으로 인해 노동자 민중운동진영의 공동투쟁전선이 구축되고 있지 못하다. 이런 상황에서 참여연대는 2010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이 지역구 배분을 위한 공조가 가능하도록 시민단체가 압력을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시민단체와 한국진보연대, 민주노총 현 집행부는 범 개혁진보세력의 연대와 정권교체를 하나의 실현 가능한 시나리오로 설정하고 있다. 김대중-노무현 정권 시절 정부의 주요 정책 상담자이자 집행자로서 입지를 구축한 시민단체가 정부로부터 철저히 배제되었다는 점, 허구적 코포라티즘을 추구하며 정권과의 협상을 통해 제도적 안정성을 추구하던 노동자운동 내 일부 세력 역시 배제되었다는 점, 이명박의 대결적 대북관으로 인해 이전 정부의 지원과 후견을 받던 통일운동 역시 소외받고 있다는 점에서 이들에게는 정권교체가 공통의 사활적인 과제이다. 현재 시점에서 이들 세력이 두 가지 카드를 동시에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간주할 수 있다. 즉 첫째로 민생민주국민회의와 민주당-민주노동당 공조를 매개로 하여 의회 내 야당 즉 민주당을 통한 입법 압력을 행사하고 나아가 지방선거-총선-대선에서 범 개혁진보세력의 연대를 실현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으며, 둘째로 민생민주국민회의가 실질적 의미에서 대중투쟁체 역할을 할 수 없다는 측면에서 민주노총 통합지도부 구축, 양당 통합 촉진, 한국진보연대 재편을 통한 새로운 민중운동진영의 공동투쟁기구를 건설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전자의 경로에 대해서는 경제위기가 심화됨에 따라 체제유지와 관리를 위해 대중운동을 관리, 분할하는 역할로 경도될 위험성이 크기 때문에 단호하게 비판하면서 최대한 후자의 경향으로 노동자운동 내부의 단결과 연대가 확장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1월 21일 개최되는 민주노총 대의원대회는 올해 노동자운동의 투쟁에 있어서 중요한 자리가 될 것이다. 이번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에서는 그 동안 몇 차례 유보되었던 한국진보연대 가입 건이 안건으로 상정된다. 또한 진보정당 양당 통합권고안이 상정될 예정이다. 1월 16일 개최된 민주노총 중앙위원회에서 대의원대회 안건 제출과 관련한 토론이 진행되었다. 정치방침 관련하여 ‘현장정치활동 일상화를 기본으로 하는 새로운 노동자 정치세력화 운동을 위해 민주노동당 강화를 기본으로 한 진보정당의 단결을 이루어 내 집권을 목표로 한 실질 활동과 투쟁을 강화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안건이 제출되었는데, ‘민주노동당 강화를 기본으로’라는 표현의 삭제를 요구하는 의견이 다수 제시되었다. 또한 ‘상설적 연대투쟁 구축을 목표로 했던 한국진보연대 가입이 완료되지 못하는’이라는 표현에서 ‘한국진보연대 가입문제를 삭제하고 포괄적 반이명박 반신자유주의 연대투쟁에 대한 평가로 표현하는 것이 좋겠다’는 이견이 제시되었다. 논의결과 ‘2008년 평가’에서 이견이 있음을 명기한 채로 정기대의원회에 올리기로 해 쟁점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양자 모두 노동자운동의 첨예한 갈등을 낳을 수 있는 쟁점인데, 노동자운동의 단결된 투쟁전선의 형성을 위해서 한국진보연대 가입 건이 무리하게 추진되어서는 안 되며, 이미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이 엄연히 존재하는 상황에서 양당에 대한 통합 권고안에 민주노동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의 의미를 담아서는 곤란하다. 또한 직선제 실시가 정파갈등을 확산하는 계기가 되지 않도록 방도를 모색해야 한다. 경제위기의 한파에 맞서 노동자 민중의 노동권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서는 민중운동의 공동의 투쟁전선을 형성하기 위한 각별한 노력이 요구된다. 2월 출범을 앞두고 있는 ‘경제공황 연대투쟁체’와 한국진보연대를 포함한 여러 투쟁 흐름들이 각각 현장의 투쟁을 조직하고 지역적으로 공동의 투쟁태세를 확장하면서 전국적인 공동투쟁 전선을 형성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3) 노동자 민중의의 노동권 생존권 쟁취와 전면적인 금융통제를 중심으로 대중투쟁을 전개해야 한다 경제위기 하에서 무엇보다도 가장 핵심적인 투쟁요구는 노동자 민중의 노동권과 생존권을 방어하는 것이다. 또한 김대중-노무현 정권에 이어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금융개혁(금융선진화, 자본시장 개방, 외환자유화) 조치가 남한사회를 세계적 금융위기에 더욱 취약하게 만들기 때문에 이를 통제하기 위한 요구를 전면적으로 제기해야 한다. ① 노동자의 노동권, 생존권 방어 • 총고용 보장 확대: 고용보장특별법 혹은 해고금지법과 같이 해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법제도적 장치를 구체화해야 한다. 고용유지지원금을 확대하고, 이를 지급할 때 실제로 고용유지를 위해 사용되도록 통제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하청기업이 유지될 수 있도록 일차적으로는 자본가의 자기 출혈이 있어야 한다. 공적자금 투입의 전제조건으로서 구조조정이 아닌 고용보장이 이뤄져야 한다. • 임금삭감 반대, 물가상승률 반영한 명목임금 인상, 최저임금 인상: 조업시간 단축으로 인한 임금삭감에 대해 노동자들의 생활이 가능해야 한다는 논리를 최소한의 방어선으로 기준임금 인상 혹은 적정 시간의 잔업수당 보존 요구, 물가인상을 반영한 정액임금 인상 요구(정규직-비정규직 격차 축소)를 제기해야 한다. • 실업급여액 인상 및 급여 대상 확대, 최저생계비 인상, 신규로 노동시장에 들어오는 청년에겐 실업 부조제 도입 ② 중앙은행에 대한 민주적 통제와 초민족자본에 대한 전면통제 • 중앙은행에 대한 민주적 통제와 은행겸업화 중단: 화폐발행권을 가진 한국은행(독립법인)을 민주적으로 통제하고, 물가안정 즉 ‘금리생활자’의 자산보호를 위한 인플레이션 억제라는 신자유주의/신보수주의적 정책기조를 넘어 ‘고용보장’을 거시경제 정책의 핵심 정책 목표로 설정해야 한다. 정부와 의회는 중앙은행을 매개로 은행에 대한 엄격한 규제와 감시를 실행해야 한다. 거대한 금융거품과 부실을 낳는 은행겸업화가 중단되어야 하며, 투기적 목적의 금융기업(헤지펀드, 사모펀드), 파생금융상품에 대한 전면 규제가 실시되어야 한다. • 금융통제를 위한 제도적 전제조건으로서 자본시장통합법, 금융-산업 분리 완화 방안(은행법, 금융지주회사법 개정) 반대. 한미FTA 비준 반대. • 자본시장 개방, 외환자유화에 대한 전면적 재검토와 규제강화, 금융거래과세, 연기금의 금융투기 반대. 한편 노동자운동의 핵심 요구로 자리 잡고 있는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창출 혹은 나누기’에 대해서는 숙고가 필요하다. 자본의 입장에서 향후 제조업 전반의 침체가 가속화되는 조건에서 인력조정은 불가피하지만, 전면적인 구조조정은 노동자의 커다란 저항에 직면하게 되기 때문에 조업단축, 그에 따른 특근 폐지, 잔업 축소, 교대제 개편 등을 통해 나름대로의 해고회피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비정규직을 우선 해고하면서 희망퇴직 등을 유도하는 등 순차적으로 노동자들을 정리해 나갈 것이다. 이런 조건에서 불황기의 자본의 자구노력 차원에서도 노동시간 단축은 자연히 발생하는 것이며, 실질임금은 급격히 축소될 수밖에 없는데, 이것이 자금사정이 좋지 않은 중소영세 사업장에서 일자리 나누기로 이어질 리는 만무하다. 또한 현재와 같이 경제위기가 심화되어 제조업 현장에서 생산량 감소로 인한 조업단축 혹은 중단으로 인해 잔업 특근이 사라지고 임금이 대폭 삭감되고 있는 상황에서는 노동시간 단축을 사회적 요구로 제기할 경우 현재와 같이 운동역량이 취약한 상황에서는 정권과 자본의 고용-임금 빅딜 구도에 말리기 쉽다. 자본가들이 노동자들의 노동시간 단축 요구에 대해 노동시간을 단축하는 조건으로 변형시간근로제나 임금하락을 수용하라고 나오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수순이다. 물량 없을 때 휴업하고 물량이 있을 때는 제한 없이 잔업 특근을 마음대로 시키는 것이 자본에 가장 유리한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생산량 감축을 위한 조업단축, 노동시간 단축에도 불구하고 고용보장을 요구하고 노동강도 강화에 반대해야 한다. 한편 대공장 차원에서는 ‘교대제 개선을 통한 정규직-비정규직 고용보장’은 현실적으로 가능하고 중요할 수 있는데, 사업장 차원에서 정규직-비정규직의 고용유지를 위한 투쟁을 전개하면서 자본가들의 재산이나 사내유보금의 출연 등을 통해 지역적 차원에서 부품업체의 고용유지까지 나갈 수 있다면 전국적인 투쟁에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4) 시급히 현장투쟁 전선을 구축해야 한다 경제위기에 따른 구조조정의 공포 앞에서 현장이 움츠려 있는 상황에서 현장에서부터 자본의 구조조정과 임금삭감 공세에 맞서 무기력하게 양보하지 않고 힘 있는 투쟁을 전개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부도에 직면해 있는 중소영세사업장에서 먼저 투쟁이 발생하는 것은 어려울 뿐더러 투쟁이 발생하더라도 정세를 돌파할 수 있는 힘 있는 투쟁을 전개하기가 어렵다. 따라서 최근 법정관리에 들어간 쌍용자동차 투쟁에서 지역적, 전국적 투쟁전선을 확보하는 것이 정세에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 또한 금속노조의 핵심 사업장이자 급박한 위기에 내몰리지 않아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현대차, 기아차에서 힘 있는 투쟁전선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최근 현대자동차지부가 지난 해 1월중 주간연속 2교대제 전주공장 시범실시 합의를 사측에서 지키지 않고 있어 1월 19일 임시대의원대회를 열어 쟁의행위 발생을 결의하고 쟁의대책위원회를 꾸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상시주간근무형태인 1교대로 운영되던 전주공장은 지난 2007년 4월 주야맞교대로 전환했다. 당시 사측은 시장 확대를 위해 주야맞교대 전환이 불가피하다고 역설했고, 전북지역 언론과 기관, 단체들이 대거 동원해 주야맞교대 근무형태 변경에 반대하는 노조를 압박하며 일방적으로 주야맞교대를 실시했었다. 그러다가 사측은 지난 연말 ‘전주공장 버스부의 재고 누적과 사업성 악화로 1교대 전환을 검토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사측의 도발에 맞서 현대차지부가 ‘정규직, 비정규직 노동자의 고용유지를 위한 주간연속2교대 실시’를 관철하는 정규직-비정규직의 공동투쟁을 전개할 수 있도록 현장 세력들이 힘을 모아야 하며, 지역적으로도 공동투쟁태세를 갖추어야 한다. 어느 한 곳에서라도 힘 있는 현장투쟁 전선을 세워야 구조조정 공세가 예상되는 GM대우자동차 등 다른 사업장의 투쟁에도 자신감을 심어줄 수 있고 전국적인 투쟁전선의 구축도 가능할 것이다.
2008년 한국경제는 외환위기 가능성이 언급될 정도로 위기감이 고조되었고, 원화가치는 30% 이상 폭락했다. 일상적 시기라면 원화가치가 하락할 때 수출품 가격하락으로 인해 수출량이 증가하여 원화가치 하락에 따른 손실을 보전하게 되지만, 지난해 말부터 오히려 수출이 감소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는 세계적인 경기침체의 여파를 보여주는 중요한 현상이자, 한국의 경제불황이 얼마나 장기화될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이미 2008년 1월~11월 체감실업률이 전년에 대비해 증가했고, 고용사정은 더욱 악화될 것이다. 머지않아 공식실업자 100만 명 돌파도 예견할 수 있다. 이 글에서는 한국경제의 위기가 드러나는 특징적 양상과 그것이 노동자에게 끼칠 영향을 검토한다. 특히 이명박정부가 제시하는 고용실업대책과 노동법 개정의 허구성과 위험성을 살펴본다. (최근 이명박정부가 제시한 사회서비스 확충이나 녹색뉴딜을 통한 일자리 창출계획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이번 기관지에 실린 다른 필자의 글을 참조할 수 있다.) 대불황의 초입에 서있는 세계경제와 한국경제 세계경제는 대불황의 초입에 서있다. 특히 최근에는 세계적 디플레이션 위기에 대한 우려가 높다. 즉 경기 침체, 불황으로 인한 시장 수요 감소, 물가 하락, 기업 경영 위축으로 인한 투자 감소 및 실업률 상승, 소비심리 위축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심화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러한 디플레이션 위기는 유동성 함정을 동반할 수 있다. 즉 금리를 제로에 가깝게 인하하더라도 금리인하에 따른 소비, 투자의 확대, 주식시장 활황이 이루어지지 않고, 현금보유가 확대되고 소비와 투자는 위축되는 상황이 나타날 수 있다. 유동성 함정이 나타나면 정부정책의 영향력은 약화되고 대불황은 심화될 수밖에 없다. 경기침체가 심화됨에 따라 미국의 금융부실도 더욱 확대되고 있다. 이미 2008년 월스트리트의 세계 5대 투자은행이 몰락했다. 리먼브라더스는 파산신청을 했고, 베어스턴스와 메릴린치는 각각 JP 모건과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합병되었으며,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는 은행지주회사로 전환했다. 미국 정부는 2008년 10월 입법된 긴급경제안정화법을 통해 7,000억 달러에 달하는 구제금융을 조성했다. 그러나 최근 미국 상업은행발 2차 금융위기의 위험에 대한 경고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자산 규모로 세계 최대 금융기업인 씨티그룹은 정부의 450억 달러에 달하는 직접적인 자금지원과 부실자산에 대한 3,000억 달러 규모의 지급보증을 받았으나 여전히 자금난을 겪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구제금융을 요청하고 있으며, 웰스파고, JP모건체이스 등 초대형 은행들의 부실위험이 매우 높은 상태다. 이미 지급불능 상태에 빠진 지방은행도 다수 존재하며, 정부가 지원하지 않으면 최대 1,500 개의 지방은행이 파산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향후 세계 경제위기 전개를 전망할 때, 역사적인 대불황을 상기해야 한다. 1930년대 대불황은 1929년 증시붕괴가 기폭제가 되었으나 대불황으로 발전될 때 은행위기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그 후 국가 간 평가절하 경쟁으로 인해 블록경제가 구축되고 보호무역주의가 등장했다.) 따라서 미국의 은행위기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 한편 한국은 미국보다 먼저 심각한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사실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 2008년 4분기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전기 대비 마이너스, 전년 동기 대비 0%대의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2008년 11월 국내수출과 수입은 동시에 마이너스 두자리 성장을 기록했다. 원화가치가 30% 이상 절하되었지만 수출이 오히려 감소하고 있다는 사실은 한국경제의 위기 극복이 얼마나 어려운 조건에 처해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한국은 아시아에서 자본재와 중간재(IT 제품, 석유제품, 화공품, 철강제품, 기계류 등) 공급국 역할을 했으나 세계적으로 설비투자가 크게 축소될 것이므로 수출 위축은 불가피하다. 또한 선진국으로 내구재(자동차, 가전) 수출도 큰 폭으로 감소할 것이다. 개도국과의 경쟁심화로 인해 수출가격도 하락될 것이다. 또한 신용경색이 지속되면서 내수경기(민간투자와 소비)도 위축될 것이다. 부동산 가격 하락, 주가 하락 등 자산가격 하락도 가계 소비를 위축시킬 것이다. 이에 따라 한국도 마이너스 성장에 접어들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한국경제의 장기불황 위험성이 높아진다면 외환위기 가능성은 언제라도 다시 고조될 수 있다. 현재 한국경제의 위기를 드러내는 특징적인 양상은 다음과 같다. 국내 은행의 건전성, 수익성 악화 국내 은행은 2005년 이후로 아시아에서 가장 공격적으로 여신을 확대했다(GDP 성장률 대비 여신 성장률은 3.9배). 2005년 이후로 정부의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로 인해 주택담보대출 비중이 상대적으로 감소하고 건설업과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한 대출이 크게 증가했다. 특히 부동산, 건설 관련 대출 비중이 2002년 8%에서 2008년 14.8%로 확대되었다. 부동산, 건설은 경기침체가 나타날 경우 가장 먼저 부실화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부동산 경기악화로 건설업체의 자금난이 고조되고 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 부실이 확대되고 있으며, 중소 조선업계이 수주감소와 무리한 설비투자로 인해 현금흐름이 악화됨에 따라 은행의 선수금 환급보증이 은행 손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또한 KIKO 관련 통화옵션에서 손실이 확대되며,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한 주택담보대출 연체율 상승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향후 경기침체가 지속될 경우 중소기업의 연체율 상승은 불가피할 것이다. 최근 은행의 자금조달 비용도 확대되고 있으며, 펀드판매 등 비이자이익도 감소하고 있다. 현재 은행업계의 손실 추정치는 40~60조 원이지만, 경기침체가 장기화될 경우 더욱 확대될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 따라 은행의 자기자본비중이 악화되고 있다. 정부는 20조원 규모의 자본확충 펀드를 조성하여 산업은행(1조 4,000억 원), 기업은행(1조 원), 신용보증기금(9,000억 원), 자산관리공사(4,000억 원) 등 국책금융기관에 5조 3600억 원을 출자하고, 1월말까지 BIS(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비중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은행에 대해서는 직접 자금을 투입하기로 했다. 시중은행도 자본확충을 위해 후순위채를 발행했고, 금융지주회사는 회사채를 발행하여 자회사인 은행의 유상증자에 참여하기로 했다. 정부는 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 부실로 어려움을 겪는 저축은행의 대출 1조 3천억 원 어치 채권을 매입하기로 했다. 그러나 은행부실이 심화된다면 정부의 직접적인 자금지원, 워크아웃, 은행간 인수합병 등 더욱 강도 높은 대응책이 제시될 것이다. 국내은행의 부실심화는 한국경제 위기폭발의 뇌관이 될 것이다. 기업 부실의 심화 외환위기 당시와 비교할 때, 현재 기업 부실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첫째, 외환위기 당시에는 특정 기업집단들의 부실이 문제였다면, 현재는 다수 중소기업의 부실이 은행 등 금융기관의 부실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 특정 업종과 일부 기업집단에서 비교적 큰 부실이 나타날 수 있지만, 다수의 중소기업, 특히 중소수출기업의 어려움이 가중될 것이다. 둘째, 충격의 속도는 외환위기 때처럼 일시에 나타나지 않을 수 있지만, 부실의 누적효과에 따른 충격의 강도는 당시 못지 않을 것이다. 셋째, 부실기업의 파악과 대응이 쉽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다수의 부실기업의 현황을 정확히 파악하기 힘들 것이다. 결국 현재 기업 부실이 대부분의 산업, 대부분의 기업에 거쳐 나타나고 있고, 지속적으로 누적될 것으로 전망되므로, 충격요법을 통한 부실 제거와 경제회생 가능성도 그리 밝지 못하다. 일단 현재 경제위기의 일차적 타격을 입고 있는 건설업, 조선업에서 2-3월 중 구조조정이 실시될 예정이다. 2008년 12월 금융감독원은 회생가능성이 없는 건설업, 조선업 기업을 퇴출시키기 위한 평가기준과 절차를 마련하여, 은행들이 그 기준과 절차에 따라 구조조정 작업을 진행하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기업은 정상(A등급), 일시적 유동성 부족(B), 부실징후(C), 부실(D)이라는 4개 등급으로 분류된다. B등급은 신규자금 지원을 조건으로 자구계획을 마련하고 채권단과 양해각서를 체결해야 된다. C등급은 외부자금지원이나 별도 차입 없이는 기존 차입금 상환이 어려운 기업이며 유동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자금관리인 파견, 경영정상화계획 이행약정 체결, 경영정상화 가능성 점검 등을 거쳐야 한다. 반면 D등급은 신규자금 지원이 끊어지고 대주단협약에 의한 채권행사 유예조치도 취소돼 사실상 퇴출된다. 이번 건설사, 조선에 대한 신용위험 평가와 구조조정은 반도체ㆍ유화 등 향후 구조조정의 시금석이 될 것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1월 15일 금융감독 당국과 채권단 등에 따르면 주채권은행들은 92개 건설사와 19개 조선사 등 111개 업체에 대해 신용위험 평가를 잠정 마무리했는데, 퇴출 대상인 D등급을 받은 곳이 없는 것으로 잠정 확인됐다. 또한 구조조정(워크아웃) 대상인 C등급을 받은 곳들도 건설사 12~14개사, 조선사 2~3개사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반면 1월 16일 금융당국은 A, B등급으로 분류된 기업이 부도날 경우 해당 은행에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했다. 이는 은행들이 퇴출시 대손충당금 부담 등을 고려해 평가대상 업체에 후한 점수를 주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즉 기업과 은행이 부실에 대한 이해관계가 얽혀있고, 어느 한쪽에서라도 문제가 발생하면 기업과 은행을 망라하여 전체 경제가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편 중국 상하이자동차의 자회사인 쌍용자동차는 1월 9일 법정관리를 신청함으로써, 미국 금융위기 이후 아시아에서 무너진 첫 번째 자동차 회사가 되었다. 지금까지 한국정부와 중국정부, 채권은행은 어느 쪽이 쌍용차에 자금을 지원하느냐를 두고 싸움을 벌여왔다. 상하이자동차는 2004년 5,900억 원에 쌍용차를 인수하면서 인수협약에서 1조 2천억 원의 투자와 부채 8천 200억 원 해결을 약속했으나 이를 전혀 이행하지 않은 상태에서 사실상 철수 수순에 들어가고 있다. 언론은 희망퇴직, 임금삭감, 순환휴직 등 상하이자동차가 내놓은 인력감축안을 뛰어넘는 수준의 구조조정이 이뤄져야 독자생존이 가능할 것이라고 위협하고 있다. 이러한 언론의 여론몰이는 기업부실의 책임을 노동자에게 전가하려는 가장 전형적인 방법이며, 이에 대한 대응은 노동자운동에게 사활적 문제가 될 것이다. 취업자 수의 감소 한국에서 2003년 신용카드 사태 이후 처음으로 취업자 수가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2007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임금노동자의 증가세 둔화는 주로 100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했다. 이는 2008년 상반기까지는 수출호조에 따라 대기업은 생산증가율은 상대적으로 높은 반면, 내수부진의 영향으로 중소기업의 생산증가율은 상대적으로 낮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2008년 3/4분기 이후로 대기업의 생산증가율 증가도 둔화됨에 따라 전체 임금노동자 일자리 상황이 앞으로 더욱 악화될 것이다. 현재 한국에서 취업유발계수, 즉 실질 GDP 10억 원을 생산하기 위해 필요한 취업자 수가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2008년 현재 28.5). 이를 환산하면 한국 경제가 2% 수준의 경제성장을 이뤄야만 2008년의 취업자 수 규모를 유지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한국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하게 된다면 취업자 수 규모가 감소할 것이 분명하다. 그렇지만 이러한 현실에서 공식 실업률 상승으로 나타나지 않는 것은 공식실업률 통계계산에서 제외되는 비경제활동인구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즉 고령인구가 구직활동에 참여하지 못하고, 청년층의 구직기간이 늘면서 구직활동을 아예 단념하는 비중이 높아진다는 뜻이다. 2009년 말이나 2010년 초 월평균 (정부통계상) 실업자의 수가 100만 명을 상회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러한 객관적 조건에서 이명박정부의 고용실업대책, 노동정책이 얼마나 허구적인지, 심각한 문제점을 지니고 있는지 더 자세히 살펴보자. 정부의 노동정책, 고용실업대책의 허구성 이명박 대통령은 신년연설에서 2009년을 비상경제정부 체제로 규정했다. 그는 “일자리를 지키는 데 노사 화합보다 더 중요한 게 없다”면서 “정부는 시장 친화적인 정책을 지속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신년연설 직후 청와대 대변인도 ‘노동시장 유연성’을 강조했다. 대통령은 일자리 확대를 위해서 “공기업 개혁이야말로 민간부문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길”이라고 말했고, 4대강 정비사업에 관해, “같은 돈을 투자했을 때 제조업보다 두 배 이상인 약 28만개의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언급했다. 청년실업 대책으로는 정부가 이미 발표했던 공공기관 청년 인턴사원, 한미 대학생 연수취업프로그램 WEST 등을 소개했다. 이에 덧붙여 이영희 노동부장관은 신년사를 통해 고용유지지원금, 직업훈련 지원을 통해 일자리 유지를 지원하며, 영세자영업자와 장기실직자에 대한 실업급여 적용을 확대하고, 일자리 창출을 위해 사회적 일자리 사업규모 확충, 청년 인턴제, 취업지원 패키지 사업, 뉴스타트 프로젝트 사업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비정규직 기간제한 등 ‘불합리한 규제’를 개선하고, 정리해고제 요건 완화 등 근로기준법 개정을 추진하고, 2010년 복수노조와 전임자 급여지급 제도를 차질 없이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정부 고용실업 대책의 문제점 하지만 정부가 제시하는 고용실업대책은 보수언론조차 그 효과가 극히 제한적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우선 고용유지지원금은 사업주가 휴업, 훈련, 휴직, 업종 전환의 방법으로 노동자를 계속 고용하면 최장 9개월 동안 임금의 일부를 고용보험기금에서 지원해주는 제도다. 정부는 고용유지지원금 수령요건을 완화하고, 지원금 규모를 중소기업은 임금의 2/3에서 3/4로, 대기업은 1/2에서 2/3로 올리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여기에 예산 583억 원을 배정했고, 65,000명의 노동자를 실직 위기에서 구해 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현재 예산규모는 대기업 몇 곳만 신청해도 지원금이 소진될 정도다. 2008년 12월 1~15일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한 업체는 2167곳이었는데, 지난해 10월 한 달치인 469곳의 네 배가 넘는다. 한편 2009년 노동부의 고용안정대책 예산 가운데 90%가 고용보험기금이다. 하지만 정부통계 상 544만 명에 달하는 비정규직 중 60.8%인 330만여 명은 고용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다. 비정규직도 법적으로는 고용보험 가입 대상이지만 중소기업들이 가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정부는 영세 자영업자들이 폐업하면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고용보험 가입을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법률 개정과 실행에 상당한 시간이 들 것이므로, 당장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저소득층 취업 패키지는 저소득층이 취업할 때까지 최장 1년 동안 무료로 상담, 직업훈련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훈련 참여자에 대한 재정지원이 없으므로 실제 저소득층이 참여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 청년인턴제는 81,000명에게 일자리를 제공할 것이라지만, 인턴 종료 후 계획이 없어 6~10개월 간 아르바이트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4대 강 정비사업은 연간 63,000개, 3년간 19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한다고 밝혔으나, 이는 통계상 건설업의 고용유발효과로 계산한 수치다. 이 사업의 문제점은 다양한 각도에서 제기되고 있으나, 일자리 창출효과의 측면에서도 하천사업이 대부분 중장비 작업이라 그 효과가 적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노동법 개악 이명박정부는 출범시점부터 ‘상생의 노사문화 창조’를 ‘투자환경의 획기적 개선’의 하위범주로 규정했다. 또한 노사관계에서 법치주의 확립을 내세우며 무관용에 입각한 법집행을 추진했다. 이명박정부는 노동자운동의 요구를 일방적으로 무시하면서 올해 내에 노동법 개정을 추진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은 비정규직법, 최저임금법, 복수노조와 전임자임금지급 금지 관련 법안을 노동개악 3대 악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먼저 비정규직법 개정을 살펴보면, 정부는 2008년 11월 10개 부처 공동으로 발표한 ‘경제난국 극복 종합대책’의 한 방안으로 이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1월 이영희 노동부 장관은 현행 2년인 기간제 비정규직 노동자의 사용기간 제한을 재계 요구대로 4년 이상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민주노총은 오히려 기간제 사용사유를 제한하고 파견법을 폐지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한편 정부의 최저임금제 개정에 대해서도 민주노총은 고령자 감액적용, 수습노동자 감액기간 연장 및 감액율 상향, 숙식비용 등 현물급여 최저임금 포함, 지역별 최저임금 도입, 결정시한 마감시 공익위원 단독결정권 부여 등이 모두 허용되어서는 안 되고, 오히려 도급인의 연대책임 확대, 공익위원 선출방식 개선, 감액적용과 적용제외 대상 철폐를 요구하고 있다. 한편 복수노조 도입을 위한 정부의 강행 처리 최종시점은 최소한 2009년 상반기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 정부의 창구단일화 방안은 다수대표제와 비례대표제로 수렴되어 왔다. (표2 참조.) 민주노총은 정부의 창구단일화 방안이 소수노조의 교섭권을 무력화하고, 나아가 산별노조를 무력화할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즉 산별노조의 특정사업장에 대한 대각선 교섭이 불가능해 질뿐 만 아니라, 다수노조로 승인되지 않은 소수노조의 경우 산별교섭에 참여할 수 없으며, 현재 산별교섭에 참여하고 있는 노조라 할지라도 사업장에서 다수노조의 지위를 상실하였을 경우에는 산별교섭에 대한 참여의 권리를 박탈당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에 따라 민주노총은 자율교섭의 원칙을 제기하고 있다. 한편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와 관련해서는 현재까지 다양한 방안들이 제출되었다. 민주노총은 전임자의 수와 급여규모의 한도를 입법적으로 정하는 것은 노사자치에 대한 중대한 침해이며, 국제노동기구(ILO) 역시 노조전임자 급여지급의 금지는 입법적 관여사항이 아니므로 현행 노조법 상의 관련규정을 폐지할 것으로 수차례 권고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민주노총은 ‘자율교섭제를 전제로 한 복수노조 자율교섭제 및 노사자율에 의한 노조전임자 임금지급’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노동법 개악 흐름은 노동조합의 기본활동을 크게 제약하고, 노동자 대중의 임금과 노동조건을 심각하게 악화시킬 것이므로 노동자운동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하지만 개별사업장부터 조업단축, 생산감소로 인한 해고, 임금삭감의 위험이 높아지고 있고 노동자 대중의 투쟁사기가 상당히 위축되어 있기 특단의 대응책이 요구된다. 결론 정부는 신용경색이 전반적인 은행위기로 나타나고 이것이 기업 전반의 재무악화, 도산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은행 전반에 거쳐 BIS 자기자본비중이 악화되고 있다. 특히 공격적인 투자를 한 몇몇 은행이 무너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또한 유동성 함정이 나타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경제위기의 일차적 타격을 입고 있는 건설업, 조선업과 반도체, 석유화학 산업에서 머지않아 구조조정이 진행될 수 있다. 하지만 기업부실이 전체 산업에 거쳐 누적될 것으로 전망되므로, 충격요법을 통한 부실 제거와 경제회생 가능성도 그리 밝지 못하다. 정부는 ‘노동시장 유연성’을 통한 일자리 유지나 다소간의 일자리 창출계획, 실업대책을 내놓고 있다. ‘노동시장 유연성’은 정부정책의 핵심기조이므로 다양한 경로를 통해 지속적으로 추진될 것이 확실하지만 이것이 일자리 창출이나 확대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실업대책은 보수언론도 제기하는 것처럼 효과가 지극히 제한적이다. 상당수의 제조업이 조업중단, 감산에 돌입하고 있고 향후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노동조합의 대응이 시급하지만 노동자 대중의 심리상태 역시 상당히 위축되어 있다. 최근 노동부와 한국노동연구원 설문조사 결과는 그 단편을 보여준다. (설문조사는 2008년 12월에 실시되었고, 전국 100인 이상 사업체 노사 각 500 명을 대상으로 했다.) 조사결과 노사관계가 2008년에 비해 불안할 것이라는 전망이 58.8%(노 66.2%, 사 51.4%)이었고, 그 이유로 경기침체에 따른 고용불안 심화(79.1%), 임금체불(9.4%), 복수노조, 전임자 등 노사관계 법개정을 둘러싼 갈등(7.0%), 비정규직 문제를 둘러싼 갈등(4.6%)이 지적되었다. 나아가 임금동결 또는 삭감이 바람직하다는 견해가 65.5%(노 60.0%, 사 70.0%)로 나타났다. 이러한 조사결과는 노동자운동의 사기저하라는 조건에서 고용보장을 위해 임금동결이나 삭감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자본의 논리가 한층 더 기승을 부릴 수 있음을 드러낸다. 하지만 세계경제가 대불황의 초입에 서있고, 한국경제 역시 장기불황이 예상되는 국면에서 집단해고, 노동신축화, 임금삭감과 같은 자본의 공격에 무기력한 대응에 머문다면 노동조합운동 자체가 약화되거나 해체될 수밖에 없다. 노동자운동은 고용보장과 해고반대, 잔업특근 축소와 조업중단 등 실제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노동자 임금 감소에 대한 임금인상 요구, 최저임금 인상, 실업급여와 사회보장 확대, 노동법 개악 반대를 내걸고 전국적 투쟁을 조직해야 한다. 나아가 한국의 금융자유화를 비판하고 초민족자본에 대한 통제를 요구하는 사회적 투쟁과 결합해야 한다. 예컨대 금융통제를 위한 제도적 전제조건으로서 금융겸업화와 대형화를 추구하는 자본시장통합법 도입과 금산분리 완화 반대, 한미FTA 비준 반대, 중앙은행에 대한 민주적 통제 등을 요구하며 노동자운동이 경제위기 대응의 지도력을 획득해야 한다.
“경제위기의 책임을 우리에게 전가하지 말라!” 미국발 금융위기가 전 세계로 확산되어 장기적인 경기침체로 이어질 조짐을 보이자 주요국 정부들은 긴급구제조치를 취하는 한편 여러 경로를 통하여 정책공조에 나섰다. 그러나 이들은 세계적인 위기를 촉발시킨 금융화를 중단하기보다는 이를 지속 또는 심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즉 금융 시스템에 내재한 위험을 관리하고 시스템을 개선함으로써 금융화가 새롭게 발전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자는 것이다. 주요국 정부들의 이러한 움직임은 경제위기의 비용을 각국의 노동자 민중에 전가하는 것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상황에서 세계 사회운동들은 주요국 정부들의 잘못된 처방을 비판하는 한편 금융화된 세계 경제 시스템을 변화시키기 위한 대안을 제출하고 있다. 또한 경제위기가 노동자 민중의 생존을 위협하는 상황을 고용과 임금을 방어하기 위한 공동 투쟁으로 돌파하기 위한 태세를 갖추고 있다. 이 글에서는 경제위기에 대한 세계 사회운동의 대응을 몇 가지 대표적인 사례를 통해 살펴보고자 한다. 금융거래과세연합(ATTAC) 등 여러 사회운동이 제출한 국제 금융 시스템 재편에 대한 기본원칙, 각 국에서 벌어지는 노동조합의 투쟁, 세계사회포럼 프로세스를 통해 형성되는 국제적인 공동행동 계획을 차례로 검토하겠다. 금융위기에 대한 세계 사회운동의 입장: 위험관리가 아닌 전면적인 금융억압 세계적인 위기에 대한 사회운동의 대응은 ‘위험 관리’에 초점을 둔 주요국 정부들의 대응을 비판하며 이와는 전혀 다른 대안을 제시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먼저 금융거래과세연합(ATTAC) 유럽 네트워크는 2008년 10월 15일에 개최된 유럽 정상회의에 맞춰 <때가 왔다. 금융 카지노를 폐쇄하자: 금융위기와 민주적 대안에 관한 아탁 성명서>를 발표해 금융위기에 대응하는 전 유럽 차원의 캠페인을 전개할 것을 제안했다. 성명서는 주요국 정부들이 언급하는 금융개혁 수단들이 금융자본주의를 유지하고, 부자들을 보호하며, 금융투명성과 같은 표피적 개혁을 추진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동시에 신자유주의의 중심축, 특히 자본의 세계적 이동성을 중단시키는 것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새로운 금융체계를 위한 기본적 필요조건을 다음과 같이 제시했다. 첫째, ‘시장의 자기규제’를 대체하는 새로운 국제 경제질서를 수립해야 한다. 노동조합, 소비자를 포함하여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하는 가운데 유엔이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의 결합에 대한 모니터링 권한을 가져야 한다. 둘째, 금융시장의 실물경제 지배를 해체해야 한다. 여기에는 모든 금융이동에 대한 과세, 각국의 모든 주식거래에 대한 과세, 금융복합기업 형성 금지, 자본소득에 대한 과세, 정당한 분배 정책, 기반시설 및 연금 사유화 중단이 포함된다. 셋째, 투기꾼이 그 대가를 지불한다는 원칙을 확립해야 한다. 불가피한 구제금융에 대해서는 엄격한 조건이 따라야 한다. 넷째, 유럽연합의 개혁과 유럽중앙은행에 대한 민주적 통제가 필요하다. 자본이동 규제를 금지하는 리스본 조약의 조항은 바뀌어야 하며 유럽 중앙은행은 물가안정이 아니라 고용안정과 정당한 분배를 목표로 삼아야 한다. 다섯째, 금융체계의 핵심부를 개혁해야 한다. 은행에 대한 규제 강화, 투기적 금융상품 금지, 투자은행 축소, 금융복합기업의 분리, 공공은행 강화, 신용평가기관에 대한 공적 통제, 헤지펀드 금지, 역외금융센터 및 조세회피국의 경제적 기능 폐지, 유럽연합의 예금과세 지침 확대 적용, 단기 주식보유자 의결권 제한 및 스톡옵션 금지, 가계부채 규제, 공공주택 중심의 주택정책 확대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2008년 10월 13일~15일 베이징에서 개최된 아셈 민간포럼 참가한 몇몇 단체들이 발표한 성명서 <세계경제위기: 변혁을 위한 역사적 기회> 역시 이와 유사한 내용을 담고 있다. 2008년 11월 15일 워싱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도 여러 단체들이 성명서를 발표하며 세계 금융질서 재편에 관한 입장을 제시했다. 대표적으로 주빌리사우스가 주축이 되어 아탁 등 115개 국가 890개 조직이 서명해 10월 29일 발표된 <국제금융체계 개혁을 위한 “세계 정상회의” 성명>은 현 위기에 대한 근본적인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서 G20을 넘어서는 민주적인 참여와 토론이 필수적임을 강조했다(http://www.choike.org/bw2/). 따라서 그들은 G20이 아니라, 국제 금융 화폐 질서 개혁을 위한 유엔 주최 국제회의가 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유엔의 회의가 ① 세계 모든 정부가 참여하고, ② 시민사회, 시민조직, 사회운동 등의 대표자가 참여하고, ③ 현재 위기로 큰 영향을 받는 지역들이 협의하기 위한 분명한 시간표와 절차를 마련하고, ④ 포괄적인 범위로 모든 문제와 기구들을 다루고, ⑤ 투명성이 보장되어 제안서와 결과 문서의 초고가 공개되고 토론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국제노총(ITUC)도 G20 정상회의에 맞춰 20개국 노동조합 지도자 회의를 워싱턴에서 개최하고 <세계 노동조합 워싱턴 선언>을 발표했다(http://www.ituc-csi.org/spip.php?article2523). 성명서에서 국제노총은 각국 정부에 다음을 촉구했다. 첫째, 실물경제의 회복을 위한 계획에 착수해야 한다. 둘째, 지금과 같은 금융위기가 다시 발생 하지 않도록 국제 금융시장을 규제해야 한다. 셋째, 새로운 세계경제 거버넌스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넷째, 분배정의의 위기에 대항해 싸워야 한다. 동시에 주빌리사우스를 비롯한 몇몇 국제네트워크는 G20 정상회의에 맞추어 11월 15일을 ‘국제 공동행동의 날’로 삼아 각국에서 새로운 경제 체계를 요구하는 행동을 벌일 것을 호소했다. 이 날 광범위한 국제 행동이 조직되지는 않았지만 몇몇 나라에서 이 호소에 응하여 다양한 행동을 펼쳤다. 대표적으로 일본 아탁은 도쿄 증권거래소 앞에서 “머니 게임은 이제 됐다! 구제할 것은 은행이 아니라 민중의 삶이다!”라는 구호를 내걸고 집회를 개최했다. 러시아에서도 이날 몇몇 좌파 청년단체들이 피켓시위를 벌였다. 파리, 모로코 등지에서도 비슷한 행동이 열렸다. 각국 노동조합의 대응: 경제위기의 민중전가에 맞선 노동자 단결 유럽노동조합연맹(ETUC)은 2008년 9월 27일 <런던 선언문>을 발표하여 경제위기에 대한 노동조합의 입장을 제출했다(http://www.etuc.org/a/5367). 선언문에서 유럽노동조합연맹은 세계 금융위기를 전환점으로 삼아 금융 시스템을 완전히 변화시키자고 주장했다. 특히 공적자금이 투입되는 금융기관에 대해서는 반드시 공적 개입과 통제가 뒤따라야 하며 이를 통해 근본적인 변화를 촉진하자고 했다. 또한 피해를 입은 노동자와 주택자금을 상환하지 못해 쫓겨날 위기에 처한 가계, 노년 빈곤의 위협을 받는 연금수급자들을 위한 정책이 우선시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혼란을 일으킨 주범이 구제금융의 주된 수혜자과 되고 있는 현실을 비판했다. 더불어 경제위기 상황에서 소득과 임금의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공공 정책이 긴요하다고 주장했다. 유럽노동조합연맹의 위와 같은 입장은 유럽 각국에서 벌어지는 노동조합의 투쟁을 통해 더욱 구체화된다. 이탈리아에서는 지난 2008년 12월 12일 이탈리아노동총연합(CGIL, 이하 이탈리아노총)이 베를루스코니 정부의 경제위기 대응 계획에 맞서 4시간 파업을 벌였다. 이에 앞서 11월에는 정부의 교육예산 삭감과 신자유주의적 교육개혁에 맞서 학생들이 투쟁을 전개했다. 투쟁이 절정을 이룬 11월 14일에는 전국적으로 20만 명이 시위에 참여했다. 이탈리아노총 산하의 대학연구자 노조 역시 이 투쟁에 참여했다. 학생들이 “경제위기의 책임을 우리에게 전가하지 말라”는 구호를 외치며 투쟁을 전개하고 있을 당시, 알리탈리아항공이 2,000명 정리해고 계획을 발표하고, 토리노, 브레스치야 등 북부에서 공장폐쇄 움직임이 나타나며 경제위기의 여파가 점차 확산되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탈리아노총 산하 금속노조(CGIL-FIOM)는 대의원대회를 통해 12월 12일 파업을 결의했고, 결국 이 총파업은 이탈리아노총의 파업으로 확대되었다. 이탈리아노총은 총파업이 즈음하여 위기에 맞선 노동자들의 공동 요구를 담은 <경제위기 대응 계획>을 발표했다(http://www.cgil.it/nuovoportale/Banner/SCIOPERO121208/PianoAnticrisi.pdf). 여기서 이탈리아노총은 현재 정부의 경제위기 대응 계획이 은행의 유동성과 안정성을 지탱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어서 1929년 대불황과 맞먹는 현재의 경제적, 사회적 비상사태를 해결하는 데 전혀 적절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탈리아노총은 정규직노동자, 비정규직노동자, 연금수급자, 저소득층 가계 전반에 위기 비용이 전가되는 것을 막아야 하며, 이를 위해 고용을 유지하고 소득을 지지하는 것이 정책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국내적 차원에서는 고용과 임금정책 보호, 노동자와 연금수급자의 실질소득 인상을 핵심으로 하는 “위기 대응 계획”을 즉각적으로 실현할 것을, 유럽적 차원에서는 성장과 발전의 재개를 위한 공동행동 계획을 개시할 것을 요구했다. 한편 프랑스에서도 경제위기 민중전가에 맞선 노동조합들의 단결 투쟁의 기운이 고조되고 있다. 프랑스노동총동맹(CGT)을 비롯한 8개의 노동조합조직들이 오는 1월 29일 공동의 요구안을 가지고 대규모 집회를 열 예정이다. 이들이 공동행동을 조직하게 된 것은 노동자, 실업자, 퇴직자들이 현재 경제위기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겪고 있으며, 사회적 불평등과 불안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노동자들이 단결하지 않고서는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경제위기의 확산으로 자동차와 건설 부문에서 대량 해고사태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발표된 사르코지 정부의 고용실업 대책은 각종 규제를 완화하여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최대한 확보하고 그에 따르는 부담을 정부 지출로 보완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프랑스민주노동총동맹(CFDT), 프랑스기독교노총(CFTC), 프랑스관리감독직총동맹(CFE-CGC), 프랑스노동총동맹(CGT), 노동자의힘(FO), 교원노조(FSU), 연대노조연합(Solidaires), 자율노조연맹(UNSA)은 지난 1월 5일 공동의 요구를 담은 성명서를 발표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단결하여 투쟁할 것임을 천명했다(http://www.cgt.fr/spip.php?article35508). 성명서에 담긴 요구를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첫째, 경제위기 상황에서 일자리를 유지하는 것이 최우선의 과제가 되어야 한다. 각 기업은 생산 감축에 따른 부분해고, RTT 휴가(노동시간을 주39시간에서 35시간으로 단축하면서 줄어든 4시간을 급여로 지급하는 제도를 역으로 휴가로 지급)를 실행하고 있다. 생산 감축이 발생할 때 기업은 고용과 임금을 지킬 것을 목표로 반드시 노조와 협상을 거쳐야 하며, 조업단축 기간은 직업 훈련을 위해 사용되어야 한다. 사회와 시민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데 필요한 일자리가 확대되어야 하며 정부의 공공부문 일자리 3만 개 감축 계획은 철회되어야 한다. 더불어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불안정한 노동조건이 개선되어야 한다. 둘째, 정부의 임금정책은 노동자의 구매력 향상(실질임금 인상)과 불평등 축소를 목표로 해야 한다. 각 기업은 이를 목표로 임금 협상에 나서야 하며 사회보험에 대한 노동자 기여분은 임금협상 결과에 따라 조정되어야 한다. 셋째, 정부와 유럽연합의 공공정책은 구매력 향상을 통한 소비회복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노동자, 실업자, 연금수급자, 사회보장수당 수급자 모두 적절한 소득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주택 임대와 저리 신용, 집단적 건강보험과 연금을 확대하고, 기간시설과 공공서비스, 연구개발, 교육훈련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 기업에 대한 공적자금 투입은 사회적 필요, 특히 고용 유지를 목표로 해야 하며, 은행에 투입된 공적자금은 국가에 의해 직접 통제되어야 한다. 넷째, 단협 개선을 통해 노동자의 생활과 노동조건이 향상되어야 한다. 노동시간단축을 되돌리려는 법조항은 무효화해야 하며 일요일 노동에 관한 법안은 철회되어야 한다. 노사관계와 관련된 모든 입법은 사회적 대화를 존중해야 한다. 다섯째, 국제 금융시장을 규제해야 한다. 투기 종식, 국제적인 금융시스템의 불투명성 제거, 자본이동 규제에 유럽연합이 전면에 나서야 한다. 세계사회포럼과 경제위기에 맞선 국제 공동행동 오는 2009년 1월 27일~2월 1일 9차 세계사회포럼이 브라질 벨렝에서 열린다.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전쟁에 맞선 세계 사회운동이 대안을 모색하고 공동행동을 조직하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한 세계사회포럼은 2008년 ‘1.26 세계 행동의 날’을 거쳐 2년 만에 전 세계 집중 행사로 개최된다. 현재 여러 단체들이 전 세계적인 경제위기의 확산이라는 정세를 반영하여 이에 대한 세계 사회운동의 분석과 요구를 모으고 공동행동 방안을 마련하는 것에 초점을 두고 세계사회포럼을 준비하고 있다. 현재까지 제출된 주요 계획은 다음과 같다. <금융거래과세시민연합(ATTAC) 국제네트워크>, <제3세계외채탕감위원회> 등은 금융위기의 원인과 영향을 진단하고 세계적인 대응을 촉진하기 위한 세미나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탈리아노총, 브라질노총, 세계여성행진 등이 주축이 되어 2007년 케냐 나이로비에서 열린 7차 세계사회포럼에서 결성된 <노동과 세계화 네트워크> 역시 세계 금융위기에 대한 대응 전략을 개발하기 위해 다른 그룹과 공동활동을 전개한다는 계획을 제출하고 있다. 특히 현재의 경제위기가 단순히 금융부문의 위기에 그치지 않고 노동자 민중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강조하며 노동자운동이 중심이 되어 위기 대응을 위한 공동 전략을 마련하는 것을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또한 유럽좌파당과 긴밀한 관련을 맺으며 활동하는 ‘트랜스폼! 유럽 네트워크’ 역시 세계적 위기를 분석하고 이에 맞서기 위한 정치적 사회적 대안을 모으는 한편 대안세계화운동의 역할을 밝히기 위한 여러 세미나를 개최할 예정이다. WTO 반대투쟁을 주도해온 ‘우리 세상은 상품이 아니다 (Our World Is Not for Sale)’ 네트워크의 발의로 여러 주제별 네트워크간 토론회도 열릴 예정이다. 이틀에 걸쳐 각 네트워크의 전략을 공유하고 공동 전략 및 공동행동 조직화에 관한 토론을 진행한다는 것이 이들의 계획이다. 마지막 날 폐막 행사를 겸하여 열릴 총회에서는 모든 참가자들이 모여 포럼 기간 동안 논의된 결과를 종합하게 된다. 그 결과를 모아 2009년의 공동행동계획이 채택될 예정이다. 세계사회포럼 국제위원회에서는 2008년 ‘1.26 세계행동의 날’을 고무적으로 평가하며 이런 방식의 국제 공동행동을 지속하자는 의견이 모아졌다. 이는 세계 집중 행사의 주기와도 관련이 있는 문제인데, 주기에 관한 논쟁은 아직 결론나지 않았으나 2년 또는 3년이 채택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세계 집중행사 개최 여부에 상관없이 매년 국제 공동행동의 날을 개최하자는 제안도 있어서 2009년 국제공동행동 개최 시기 역시 총회를 통해 다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국제공동행동 성사 여부에 대해서는 유럽사회운동들의 움직임을 주목할 만하다. 유럽의 사회운동들은 2008년 11월 13일~15일 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린 유럽사회포럼 준비회의를 계기로 사회운동총회를 개최하고 그 결과를 모아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탈리아 학생들의 구호를 따 “위기에 대한 책임을 우리에게 전가하지 말라”는 제목을 단 성명서에서 유럽 사회운동들은 ‘손실의 사회화’를 특징으로 하는 각국의 구제금융 프로그램을 비판하며 경제위기로 가장 심각한 영향을 받는 노동자 민중이 겪고 있는 여러 문제들을 해결하고 민중의 기본적인 권리를 확대하는 것이 우선시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 터키 등 각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여러 투쟁을 조정하여 유럽 차원의 공동 투쟁을 건설하는 것이 긴급한 과제라고 주장했다. 그 계기로서 12월 12일 이탈리아 총파업, 12월 16일 유럽위원회의 노동시간 연장 지침 반대 투쟁, 2009년 3월 유럽연합 각료회의 대응 투쟁, 6월 이탈리아에서 열릴 G8 정상회의를 꼽았다. 또한 벨렝 세계사회포럼이 세계적인 위기에 맞서는 ‘세계 행동의 날’을 제안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뒤이어 2009년 1월 10일~11일 프랑스 파리에서도 유럽사회포럼 프로세스에 참가하고 있는 단체들이 경제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유럽차원의 공동행동 계획을 수립하는 회의를 개최했다. ‘우리 세상은 상품이 아니다’ 네트워크의 유럽모임 격인 ‘시애틀에서 브뤼셀까지’가 최초로 소집한 이 회의에는 아탁, 지구의 벗, 독일 서비스노조(Verdi), 이탈리아금속노조(CGIL-FIOM), 프랑스의 프랑스노동총동맹(CGT), 연대노조연합(Solidaires), 교원노조(FSU) 등 여러 단체에서 150명이 모였다. 논의 결과를 모아 작성된 <파리 선언: 자본의 위기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지 않겠다. 변화가 필요하다!>라는 제목의 성명서는 몇 가지 행동 계획을 제시하고 있다. 첫째는 오는 4월 2일 런던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 앞서 공동행동을 전개하자는 것이다. 유럽 각국의 사회운동이 3월 28일 런던에서 개최될 집중 집회에 참여하거나 같은 날 각국에서 거리 시위를 벌일 것을 호소하고 있다. 이 날 뿐만이 아니라 해당 주를 G20 정상회의에 반대하는 행동주간으로 설정하고, 4월 1일(만우절)을 ‘금융 바보들의 날’로 칭하여 세계 전역에서 금융 권력의 무책임성을 폭로하고 금융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촉진하자는 제안도 담겨있다. 4월 18일~19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또 한 차례의 회의를 개최하여 유럽을 변화시키기 위한 집단행동과 전략의 다음 단계를 발전시키겠다는 계획도 제시했다. 대안세계화운동과 노동자운동의 결합을 향해 금융거래과세연합이 제출한 성명서 등에는 여러 가지 복합적인 요구가 나열되어 있다. 이러한 요구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핵심고리를 설정해야 할 것이다. 성명서에 나열되어 있는 각종 금융통제 방안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중앙은행에 대한 통제가 일차적이다. 유럽중앙은행의 권한에 대한 통제 없이는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한편 노동조합운동은 금융통제에 대한 사회운동의 요구와 결합하여 전체 노동자의 임금과 고용, 노동권을 방어하기 위한 투쟁에서 더욱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노동조합운동은 대안세계화운동과 결합하는데 취약했다. 경제위기에 대한 공동대응을 계기로 이러한 취약점을 극복할 수 있어야 한다. 세계사회포럼은 여러 사회운동들이 제출해 온 대안과 각국에서 벌어지는 투쟁을 연결하여 국제적인 공동행동을 실질적으로 조직하는 장이 되어야 한다. 한국의 사회운동 역시 이러한 흐름에 주목하며 국제적인 공동행동의 흐름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일자리 창출에 갇히지 않는 보편적 권리를 제기하자 경제위기에 대한 시민운동과 민중운동 진영의 요구안이 제출되고 있는 가운데, 공공부문에서의 일자리 창출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민생민주국민회의(준), 민주노총, 진보신당 등은 공공부문에서 사회서비스 일자리 창출로 경제위기를 극복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영세상인 비정규직 등 사회경제적 약자를 위한 일자리 창출’, ‘사회서비스 향상을 통한 소비 확대 및 생산 확대’, ‘보편적 복지국가로의 사회구조 전환’ 등 각 단위별로 사회서비스 일자리 창출에 담는 의미는 다양하다. 아래에서 살펴보겠지만 사회서비스는 우리가 요구하지 않더라고 계속 확대될 전망이다. 따라서 우리의 대안이 얼마만큼의 재정을 들여 몇 십만 개의 일자리를 어떤 임금 수준으로 창출할 것인지를 제시하는 것에 그치면 안 된다. 무엇을 근거로 왜 공적 영역에서 사회서비스가 제공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를 제기하지 못한 채 일자리 창출 담론에 그친다면 일자리로서의 사회서비스는 언제든 축소될 수 있다. 시장 활성화 전략 하에 추진되고 있는 현행 사회서비스 제도의 문제점을 비판하고, 현장 노동자들의 현실에 기반을 둔 구체적인 요구안 마련을 통해 어떤 사회서비스 제도와 일자리를 만들 것인지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또 전민중의 보편적 권리이자 여성의 권리로서 보육, 간병, 노인 돌봄의 공적 책임을 사회적으로 인식시킬 수 있어야 한다. 일자리 창출 전략으로서의 사회서비스 확충 사회서비스 담론은 2006년 노무현 정부가 <사회서비스 확충 전략>을 발표한 이래 여기저기서 사용되기 시작했으며, 2007년부터 정부의 계획에 따라 사회서비스 사업이 시행되고 있다. 사회서비스는 “개인 또는 사회전체의 복지 증진 및 삶의 질 제고를 위해 사회적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라고 정의된다. 여기에는 사회복지(보육, 아동 장애인 노인 보호 등), 보건의료(간병, 간호 등), 교육(방과후 활동, 특수 교육 등), 문화(도서관 박물관 미술관 등 문화시설 운영 등) 분야 외에 공공재적 서비스(일반행정, 환경, 안전 등)가 포함된다. 지금까지 사회서비스는 주로 복지 차원에서 다뤄졌으며 현재 저소득층 및 장애인 등을 대상으로 진행 중인 노인돌보미, 장애인활동보조, 산모신생아 도우미, 지역복지서비스혁신사업 등이 그러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사회서비스는 산업 측면에서 유력한 일자리 창출 분야로서 부각되고 있다. 여러 언론과 운동 단체는 다음과 같은 근거를 들어 사회서비스 분야에서 일자리 확대가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한국 사회서비스 분야의 고용비중(13.1%)이 OECD 평균(21.7%)보다 훨씬 낮고, 사회서비스 분야가 제조업이나 건설업에 비해 취업유발효과가 크다는 것이다(10억 원을 투자할 때 만들어지는 취업자 수를 비교하면, 보건 및 사회복지사업이 43.6으로 제조업 17.1이나, 건설업 35.2에 비해 높다). 이러한 근거들은 이미 <사회서비스 확충전략>에서 제시된 것으로 노무현 정부가 발표한 <일자리 창출을 위한 중장기 비전 및 대책>(2004)과 궤를 함께 한다. 여기에는 일자리 증가의 둔화, 일자리의 고용 질 하락이라는 ‘일자리의 위기’에 대한 진단과 그에 대한 대응 방안이 담겨있다. 그 내용은 ① 주력 기간산업 경쟁력을 확보해 경제성장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② 고용 측면에서 추가적인 일자리 창출을 통해 성장잠재력을 확충하되, ③ 성장을 통한 일자리 창출 효과가 나타날 때까지 가능한 추가적 일자리를 발굴한다는 것이다. 보육, 간병 등 사회서비스 분야는 일자리 창출력을 강화하고 공익적 일자리의 확대를 추구할 수 있는 분야로 언급되고 있다. 사회서비스는 기간산업은 아니지만 설비투자 비용의 부담이 없는 대인서비스라는 특성 때문에 비교적 빨리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 사회서비스 일자리 및 임금 제공은 소비확대를 불러오고 내수 진작 등의 성장잠재력 제고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또 사회서비스 일자리 창출로 저소득층, 중고령 여성 등의 취약계층 뿐만 아니라 한국에 과잉 존재하는 영세 자영업자층까지도 흡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한다. 따라서 <사회서비스 확충 전략>에 따르면 사회서비스는 ‘성장 잠재력 제고와 복지 수준 향상이라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는 사업이다. 최근 녹색기술산업, 첨단융합산업, 고부가 서비스 산업 등에서 신성장동력을 찾겠다는 이명박 정부의 녹색 뉴딜 정책이 핵심 국정운영 방안으로 제시되고 있지만, 추가적 일자리 창출 분야로서의 사회서비스의 위상은 변함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정부는 경계위기 상황에 따라 2009년에는 작년보다 15,500여 개가 늘어난 125,500여 개의 사회서비스 일자리를 공급할 계획을 밝히고 있다. 시장 활성화 전략으로서의 사회서비스 확충 현재 정부는 사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필요한 공적 시설을 직접 만들지 않고 있다. 비영리단체, 기업 등에 위탁하여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사회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바우처(정부가 지불을 보증하는 일종의 전표로서 특정한 재화나 서비스를 구입할 수 있도록 하는 소득 지원의 한 형태)를 제공한다. 바우처 제도에서는 일정액의 본인 부담금을 부담한 서비스 수요자가 특정 서비스 기관에서 서비스를 구매할 때 정부가 서비스 기관에 이용요금을 지불하는 식으로 재정을 지출한다. 서비스 수요자에게 현물이나 현금지원이 아닌 바우처를 발급하는 방식으로의 변화는 단순히 지원 방식을 바꾸는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급여의 형태, 재원, 서비스 전달체계와 연관된 사회복지서비스 분야의 전반적인 변화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즉 현재 정부는 정부 스스로가 주체로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서비스 노동자를 고용하는 것이 아니라, 바우처를 통해 살 수 있는 서비스 공급 시장을 만들어내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이러한 시장화 전략은 <사회서비스 확충 전략>에 기본 전략으로서 명시되어있다. ‘시장 활성화를 통한 민간부문 공급창출에 중점을 두어 추진’하고, ‘재정은 민간시장 촉발, 취약계층 지원 기능을 수행’하는 데 쓴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2007년 재정 지출로 취약계층의 수요를 불러 일으켜서 서비스 기관의 공급이 촉진되면, 2008년 이후에는 민간, 기업의 시장 진입 장벽을 완화하는 제도혁신을 통해 민간공급이 대폭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리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의료인의 복수의료기관 설립 허용 및 방문간호자격 확대(의사→간호사)를 시도하고, 재가장기요양기관 설립 주체 요건을 확장(개인까지 확장, 신고제)하는 등의 제도 변화를 꾀하며 민간, 기업 서비스 공급자 시장 진입 규제를 허물고 있다. 일부 사회서비스 영역은 이미 영리기업의 돈벌이 시장이 되고 있다. 방과후학교 사업은 사설 학원이 대행해 입시교육을 하고 있다. 지역사회 서비스혁신 사업은 저소득층 아동을 지원한다는 명목 하에 영어체험학습을 시키는가하면 한솔교육, 구몬학습과 같은 사설 학습지학원 프로그램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비정규직 양성소, 사회서비스 일자리 사회서비스 신청자를 선별하여 바우처를 발급하는 업무는 정부에서 주관하지만, 사회 서비스 제공은 민간에서 실시하다보니 현장에서는 사회서비스를 둘러싼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사회서비스를 제공받는 이들은 서비스에 대한 책임을 정부에 요구할 수 없다. 서비스 제공기관도 재정 및 운영의 책임을 떠맡는 불안정한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비단 서비스 이용자의 불만족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회서비스 노동자들의 노동권을 저해하는 구조와 맞물려 있기 때문에 문제가 더 심각하다. 서비스 제공 기관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1년도 안 되는 단기간 계약직 노동을 강요받고 있는데다 파트타임 형태의 불안정한 노동을 하고 있다. 노동형태가 서비스 이용자의 집에 가서 몇 시간 동안 일을 하고 또 다른 이용자의 집으로 이동하는 식이고, 이 노동시간에 따라 시간급을 임금으로 받는 방식이니 수입이 매우 불안정하다. 2007년 실시한 공공노조 자활지부의 실태조사를 보면 바우처 사업 노동자들의 평균 노동시간은 26.8시간(산모신생아도우미 40.2시간/노인돌보미 19.7시간/장애인활동보조 20.5시간), 월평균 임금은 59만 4천 원(산모신생아도우미 76만 원, 노인돌보미 47만 원, 장애인활동보조 45만 4천 원)에 그쳤다. 100만 원을 넘지 않는 낮은 임금수준과 들쭉날쭉한 월급은 심각한 문제다. 파트타임은 노동시간을 고정하고 일정한 임금을 받는 데 반해, 사회서비스 노동자는 노동시간이 정해져있지 않고 불규칙하게 일을 하기 때문이다. 이런 임금 체계는 서비스 노동자가 제 아무리 노동을 많이 한다 해도 극복할 수 없는 구조적인 문제다. 노동자가 많이 일하고 싶어도 바우처 이용자가 없으면 실직상태에 처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는 사회서비스 이용의 불확실성과 불균등성을 개별 노동자에게 전가하는 시스템 때문에 발생된다. 절반도 채 되지 않는 사회보험 적용(산재보험 47.3%, 고용보험 41.1%, 건강보험 35.9%, 국민연금 35.9%), 퇴직금 적용(산모사업 16.7%, 노인사업 47.5%, 장애인사업 35.3%), 상해보험 가입률 39.9%, 휴일 근로 할증 적용 5.1%, 야간근로 할증 적용 5.5% 등의 수치는 열악한 사회서비스 노동자의 실태를 보여준다. 더 큰 문제는 사회서비스 시장에 영리기업 진출이 활발해지면 사회서비스 노동자의 노동조건이 더 악화될 것이라는 데 있다. 정부가 설계한 시간급 임금 책정 방식이 민간 기업에도 똑같이 적용될 것이고, 서비스 제공 기관의 경쟁이 심해지면 서비스 노동자의 임금 및 노동조건은 더욱 하락할 것이다. 취약계층을 흡수해 일자리를 제공하겠다는 사회서비스 사업이 구조적으로 열악한 노동조건과 임금을 강제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현재의 사회서비스는 근로빈곤층을 양산하고 노동 불안정화를 심화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사회서비스는 민중의 돌봄과 건강에 대한 권리다 지금까지 사회서비스 사업이 진행되는 상황을 보면 정부가 공적 책임 하에 사회서비스를 제공하지도, 노동자의 기본적인 노동조건을 보장하지도 않으며, 사회서비스를 오직 이윤 창출의 시장으로 만들려는 수순을 밟아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분석이 자동적으로 사회서비스가 공공부문에서 확충되어야할 필요성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시장화가 아닌 정부 주도의 사회서비스 제공을 요구하는 이유는 사회서비스가 바로 민중의 권리에 기반을 둔 보편적 서비스이기 때문이다. 물, 전기, 가스 공급에 대규모 기반시설을 필요로 하고 공적 운영 및 관리가 필요하기 때문에 시장 영역이 아니라 공적 영역에서 제공되어야 한다는 인식은 한국사회 내에서 최소한의 합의 지반을 가지고 있다. 요금 인상 및 서비스 질 저하를 가져올 공공서비스 민영화 반대 투쟁의 근거도 이러한 인식에 기반하고 있다. 그러나 돌봄을 중심으로 하는 사회서비스의 경우, 공적으로 제공되어야 하는 서비스라는 인식이 거의 없다. 내 자식을 키우고, 부모를 봉양하고, 아픈 가족을 돌보는 일은 당연한 가족의 역할이자 의무로서 지금까지 개별 가족 내에서 수행되어왔기 때문이다. 특히 돌봄 노동은 엄마, 아내, 며느리로서 여성들이 임금노동을 하든 안 하든, 자신이 직접 보살피든 누군가의 손을 빌리든 간에 일차적 책임이 여성에게 부과되었다. 또 비공식부문으로 내몰린 돌봄 노동자는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고 ‘가사사용인’으로 치부되었다. 사회 구성원의 생산(출산) 및 재생산(보육, 가사노동)은 사회를 유지하는 데 필수적이지만, 이는 사적 영역에서 여성이 수행해야하는 비가시적인 노동으로 평가절하되었다. 만성적인 경제위기 상황에서 가계 생계를 위한 여성의 노동시장 진출 증가로 인해 재생산 노동에 대한 부담은 증가하였다. 사회가 재생산을 책임지지 않는 상황에서 여성 혼자 감당할 수 있는 재생산 노동이 물리적 한계에 봉착했는데, 이는 재생산의 위기라 일컬어지는 심각한 상황이다. 아이를 낳아도 맘 놓고 맡길 데가 없다. 학교가 끝난 후 갈 곳이 없는 아이들, 간병 수발로 인한 비용 부담 때문에 방치되는 노인들이 늘고 있다. 보육, 간병, 노인돌봄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누려야할 돌봄, 건강, 교육에 대한 민중의 권리다. 또한 이러한 재생산 노동으로 인해 이중고에 시달려온 여성의 권리다. 여성들은 보육의 공공성을 요구하고, 가족 내 성별분업에 대해 문제제기하고 재생산 노동에 대한 사회적 책임 강화를 요구해왔다. 돌봄 제공을 위한 공적 기반을 갖추어 누구나 원할 때 돌봄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이는 돌봄에 대한 권리 및 돌봄 노동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과정이 동반될 때 가능하다. 또한 그럴 때만 돌봄 노동을 수행하는 노동자의 권리가 보장될 수 있다. 돌봄의 권리이자 여성의 권리가 전제되지 않는다면 사회서비스는 재정부족을 이유로 여성이 다시 집으로 돌려보내질 때(여성이 돌봄을 전담하게 강제되면서) 언제든지 후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사회서비스 확충을 위한 사회적 논의를 개시하자 현재의 사회서비스 사업은 돌봄에 대한 국가의 지원을 확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돌봄 시장을 활성화면서 돌봄의 공공성을 파괴하고 있다. 취약계층에게는 복지서비스로서, 모든 국민에게 보편적인 돌봄서비스로서 보육, 간병, 노인돌봄이 제공되어야 한다. 사회 재생산에 중요한 노동을 하는 돌봄서비스 노동자가 노동권을 보장받을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현재의 사회서비스 방식이 아니라 대안적인 사회서비스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 다음과 같은 것들이 필요하다. ▲공적 기관을 통한 서비스 공급, ▲바우처 제도 폐기, ▲공적 기관에 대한 지원을 통한 서비스질 확보와 공급기관 확충, ▲공적 기관에서 노동자 직접 고용 및 월급제 전환, ▲노동자성 인정 및 노동권 보장. 경제위기 하에서 더욱더 돌봄의 공백에 취약해지는 계층에 대한 사회서비스 지원을 확대해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지금의 사회서비스는 오히려 취약계층을 돌봄의 사각지대로 내몰고 있다. 기존의 무료 서비스가 없어지고 본인부담금이 있는 바우처 방식으로 변화되는 상황에서 비용 때문에 서비스 신청을 아예 포기하는 경우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무료로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어야 하며 이에 대한 정보도 제공받을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요구는 <사회서비스 확충 전략>이 발표된 직후에 여러 사회단체와 노조가 모여 구성한 ‘사회서비스 시장화 저지를 위한 공대위’의 요구와 다르지 않다. 그러나 공공부문에서의 사회서비스 확충, 일자리 창출이라는 방향은 제출되어있지만 이를 실질화하기 위한 우리 운동의 출발점이 무엇인지는 구체화되지 않고 있다. 운동사회 내에서도 사회서비스는 생소한 영역이고, 해당 노동자들이 조직화되어있지 않기 때문에 사회서비스 문제를 운동으로 만드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 공공성에 기반을 둔 사회서비스를 요구하기 위한 내용과 대중적 계기를 잡는 것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따라서 지금 제출되고 있는 사회서비스 일자리 창출 요구안들은 왜 사회서비스가 필요하며, 누구의 권리인지, 어떻게 그런 서비스가 제공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할 수 있는 매개로서 의미가 있다. 나아가 보편적 권리에 기반을 두고 더욱 강화되어야할 서비스에 대해 사회 구성원들이 요구하고 합의를 형성할 수 있는 지속적인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 특히 각 돌봄 영역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을 조직화하고 그들의 요구를 모아내는 작업은 돌봄 노동에 대한 사회적 가치를 제고하고 노동권을 쟁취하는 데 중요한 작업이 될 것이다.
경제위기와 생태위기에 대한 오판과 단견 이명박 정부의 회심작 녹색 뉴딜 이명박 정부는 1월 6일 열린 2009년 첫 국무회의에서 ‘일자리 창출을 위한 녹색 뉴딜’(이하 녹색 뉴딜) 정책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광복절 연설에서 녹색성장 전략을 선포한 후 각 부처가 발표한 녹색성장 정책 중에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큰 것들을 정리하고 우선순위를 정해 발표한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발표한 녹색 뉴딜의 핵심은 2009년부터 2012년까지 4년 동안 50조 원을 투자하여 96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것이다. 정부 안에 따르면 녹색 뉴딜의 목표는 녹색경제 구현을 통한 일자리 창출이다. 이를 통해서 단기적으로는 경기침체에 대응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녹색 뉴딜 사업은 총 36개로 9개 핵심사업과 27개 연계사업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는 다시 세 가지 분야로 분류된다. 각 분야에 해당하는 핵심사업을 살펴보면 첫 번째 녹색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분야에 4대 강 정비, 녹색 교통망 구축, 녹색국가 정보인프라 구축 사업이 포함된다. 두 번째 저탄소 고효율 산업기술 분야에 대체 수자원 중소댐 건설, 그린카 청정에너지 보급, 자원재활용 확대 사업이 포함된다. 세 번째 친환경 녹색생활 분야에 산림 바이오매스 이용 활성화, 그린홈 그린빌딩 확산, 녹색생활공간 조성 사업이 포함된다. 비상경제정부를 선포한 정부가 새해 벽두에 녹색 뉴딜 사업을 의욕적으로 발표하자 이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었다. 하지만 녹색 뉴딜의 실제 내용은 실망스럽기 그지없었다. 기존에 발표되었던 사업이 재탕 삼탕 중복되어 있었고, 창출하겠다는 일자리도 저임금 비정규직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발표된 사업을 과연 녹색이라고 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먼저 이명박 정부가 발표한 녹색 뉴딜의 실상과 문제점을 살펴보자. 첫째 기존에 발표되었던 여러 가지 정책이 중복적으로 짜깁기 되어 있어 새로운 정책이라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다. 녹색 뉴딜 중 예산 대비 36%, 일자리 창출 규모 대비 29%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4대 강 정비 사업은 ‘2단계 지역경제활성화 대책’과 ‘한국형 뉴딜 10대 프로젝트’로 이미 지난 12월에 중복 발표된 것이다. 신재생 에너지 보급 확대 사업과 그린카 그린홈 확대 사업도 작년 8~9월에 발표된 ‘국가에너지기본계획’과 ‘기후변화대응 종합계획’에 중복 포함되었던 사업이다. 사업 내용뿐만 아니라 정부의 재정투자 규모도 중복 산정되었다. 정부는 작년에 발표된 지역경제 활성화 대책에 2013년까지 100조 원을 투입하고, 녹색 뉴딜 사업에 2012년까지 50조 원을 투입한다고 발표했지만 경남 호남고속철도사업(9조 7000억 원)과 4대 강 정비 사업(14조 원)이 중복 산정되었다. 이러한 비판을 정부 스스로도 인정해 녹색 뉴딜은 “여러 부처로 흩어져 방만하게 분산된 사업을 하나의 카테고리로 해서 집중 추진하기 위한 것”(노대래 기획재정부 차관보)이라는 변명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렇게 재탕 삼탕되어 추진되는 사업의 실상은 훨씬 심각하다. 많은 비판으로 잠정 중지된 사업이나 논란이 끊이지 않은 사업이 녹색 뉴딜로 포장되어 다시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체 계획이 마련되기도 전에 시급히 기공식을 강행한 4대 강 정비 사업은 한반도 대운하를 다른 이름으로 추진하려는 것이다. 또 녹색 뉴딜에는 물의 상품화와 민영화로 비판 받던 물산업 육성책이 포함되었다. 수자원공사와 국내 민간기업의 해외 물산업 진출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국토를 무분별하게 파헤쳐 환경을 파괴하고 부동산 거품을 연장하는 토목사업과, 저렴하게 제공되던 공공재와 사회 서비스를 이윤추구의 수단으로 변형하는 민영화 사업을 경제위기 상황에서 녹색 뉴딜로 치장해 다시 추진하려는 것이다. 셋째 녹색 뉴딜의 일자리 창출 전망이 과장되었고 창출되는 일자리도 대부분이 저임금 비정규직이다. 정부는 2005년 한국은행의 산업연관표의 취업유발계수에 따라 계산한 결과 96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된다고 밝혔다. 건설 및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의 경우 공사비 10억 원당 17명의 고용이 창출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경제의 산업 구조가 노동절약형으로 바뀐 상황에서 이러한 단순 계산은 노동시장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 4대 강 정비사업 등 주로 중장비를 사용하는 대형 토목사업은 일반 건축업보다 일자리 창출효과가 크지 않다. 더 큰 문제는 창출되는 일자리 절대 다수가 저임금 비정규직이라는 사실이다. 녹색 뉴딜의 대부분이 토목 사업이거나 일회성 사업으로 채워져 있다. 따라서 일자리 96만 개 중 95% 이상인 916,000개(95.8%)가 건설직이나 단순생산직이다. 전문기술직이나 관리직은 35,270개(3.7%), 서비스직이나 사무직 4,994개(0.5%)에 불과하다. 또 청년층(15~29세) 일자리 창출은 99,000개에 불과하고 이 역시 90%가 건설직과 단순생산직이다. 따라서 창출되는 96만 개 일자리는 자금이 투입되는 동안에만 한시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나마도 실제로는 4년 동안 24만 개 정도의 일자리가 새로 생겨나 유지된다. 정부가 총 일자리 규모를 연인원으로 계산했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는 최저임금법 개악, 비정규직 사용기간 연장, 노동조합 활동 탄압을 통해서 비정규직에게 구조적으로 부과되는 저임금과 고용불안, 노동조건과 복지수급의 차별을 확대하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녹색 뉴딜로 만들어지는 일자리 절대 다수가 저임금 비정규직이라는 사실은 노동 문제에 대한 현 정부의 인식을 보여준다. 넷째 환경을 파괴하는 토목 사업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친환경적인 녹색 사업이라고 할 만한 것이 거의 없다. 4대 강 정비 사업을 포함해서 녹색 교통망 확충, 중소댐 건설, 매립지 재개발 등 녹색 뉴딜에 포함되는 대부분의 사업이 토목 사업이다. 이는 ‘녹색’, ‘친환경’, ‘청정’이라는 수식어를 붙였지만 이미지 개선과 거짓 선전을 위한 녹색분칠에 불과하다. 실례로 녹색 뉴딜 사업에는 녹색 교통망을 확충하기 위해서 철도 예산을 확충하겠다고 밝혔지만, 정작 사업담당기관인 국토해양부는 도로건설에 과잉투자를 계속하고 있다. 수자원 확보를 위한 중소댐 건설도 동강댐 건설 무산 이후에 추진 기회를 엿보고 있는 댐 건설 사업을 다른 이름으로 계속하기 위한 술책이다. 녹색 뉴딜은 너무 허술해서 이명박 정부에 우호적인 보수언론과 경제기관마저 비판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명박 정부가 누가 봐도 허술한 정책을 녹색 뉴딜로 포장해서 급하게 내놓은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는 경제위기 대책을 내놓아야 할 필요성이 급박했기 때문이다. 한국경제는 2008년 4분기 경제성장률이 전기 대비 마이너스, 전년 동기 대비 0%대를 기록했다. 세계적인 경제위기 상황에서 한국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수출이 축소되고 있다. 지난해 11월과 12월 수출은 전년 동월에 비교해서 각각 19%와 17.4% 감소했다. 수출 부진에 따른 국내경제 위축도 장기화될 전망이고 건설, 조선업을 필두로 기업 부도와 구조조정이 진행되어 대규모 실업발생도 예상되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이런 상황에서 대대적인 일자리 창출을 핵심으로 한 경제위기 대응 계획이 절실했다. 그러나 녹색 뉴딜의 허술함은 이명박 정부의 실상을 드러낼 따름이다. 단순 짜깁기에 불과한 정책을 마치 새로운 국가경제 계획인 마냥 내놓았다는 점에서 녹색 뉴딜은 현 정부의 무능력과 뚜렷한 해법이 없는 한국경제의 구조적 위기를 드러낸다. 오바마에서 국제노총까지, 세계적인 녹색 뉴딜 열풍 오바마의 녹색 일자리 그러나 녹색 뉴딜이 한국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취임을 앞둔 오바마는 ‘미국을 위한 새로운 에너지’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청정에너지 분야에 대대적으로 투자해 5백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1백만 대의 하이브리드차를 생산하겠다고 공약했다. 그 역시 녹색 일자리(green jobs)를 강조한다. “기후 변화에 대한 미국의 리더십에 새로운 장을 열고, 그 과정에서 수백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것이다. 이명박과의 차이점이라면 댐, 교량, 도로 등 사회기반시설(SOC)에 대규모로 투자하는 전통적 경기부양책은 에너지 고소비 구조라며 후순위로 미루는 것이다. 그러나 세부적인 내용을 들여다보면 문제가 많다. 우선 오바마의 녹색 뉴딜 구상의 주요 목적 중 하나는 미국의 세계적인 리더십 회복이다. 기후변화가 국제사회의 가장 중요한 이슈 중 하나로 부각된 상황에서 기후변화 협상이 유럽 주도로 흘러가는 것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둘째 그 과정에서 확장되고 있는 재생에너지 시장, 탄소거래 시장에서 미국이 주도적으로 참여하려고 계획하고 있다. 2006년 301억 달러를 기록한 세계탄소시장은 2010년 1,5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현재 시장을 선점한 유럽이 80%를 지배하고 있다. 재생에너지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따라서 오바마가 내세우는 온실가스 감축과 재생에너지 활성화 정책 대부분이 시장과 산업 육성에 맞춰져 있다. 셋째 재생에너지 육성 정책 중에 이산화탄소 포집 저장(CCS) 기술을 활용한 청정 석탄이 포함되어 있다. 이산화탄소 포집 저장 기술은 안정성이 확보되지 않아 이산화탄소의 누출 위험이 크고, 또한 이 기술을 사용한다는 명목으로 오히려 석탄 이용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넷째 식물성연료 정책이 계속 추진된다. 오바마는 식물성연료 생산을 2030년에는 휘발유 생산량의 두 배인 2,271억 리터(600억 갤런)로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식량생산 농지를 축소하고 초민족 농기업을 지원하지 않는다면 이러한 대량생산이 불가능할 것이다. 결국 오바마의 녹색 뉴딜 정책 역시 몇 가지 급진적인 수사를 동원하고 있기는 하지만 미국의 세계 패권 강화, 산업 육성을 통한 경제위기 해결을 주요 목적으로 하고 있다. 오바마 뿐만 아니라 영국의 고든 브라운 총리도 청정에너지 투자와 10만 개 일자리 창출을 핵심 내용으로 하는 녹색 뉴딜을 발표했다. 일본을 비롯한 여러 국가가 비슷한 계획을 준비 중이라고 한다. 세계적인 녹색 성장, 녹색 뉴딜 열풍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진보적인 싱크탱크가 의욕적으로 발표하는 보고서에서도 드러난다. 민주당 경선 당시부터 오바마의 브레인 역할을 했고, 소장을 역임한 존 포데스타가 정권 인수위원회 공동의장으로 선임된 미국진보센터(CAP: Center for America Progress)는 ‘진보적 성장’을 주창하고 나섰다. 청정에너지, 혁신, 기회균등을 미국 경제정책의 핵심으로 제시한 진보적 성장은 앞서 보았듯이 이미 오바마의 정책에 반영되고 있다. 영국 신경제학재단, 연기금을 통한 녹색 뉴딜 영국의 신경제학재단(New Economics Foundation)도 2008년 7월 ‘녹색 뉴딜’ 보고서를 발표했다(http://www.neweconomics.org/gen/z_sys_publicationdetail.aspx?pid=258 참고). 복지경제학과 환경주의에 대한 진보적인 시각을 표방하는 신경제학재단은 블레어 내각의 사회정책에 영향력을 행사했고, 외채탕감 캠페인인 주빌리2000을 발의하고 주도적으로 참가했다. 그들은 현재를 3중의 위기 시대로 진단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야심찬 대안으로 녹색 뉴딜을 제시했다. 그들에 따르면 현재는 금융세계화로 인한 금융위기의 시대, 기후변화로 인한 기후위기의 시대, 석유생산정점으로 인한 에너지위기의 시대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금융을 다시 규제하고 조세 제도를 개혁해야 하는데 이러한 변화 방향이 실업문제 해결과 화석연료 사용 감축을 만족시킬 수 있어야 한다. 녹색 뉴딜은 강력한 금융 규제, 거대 기업과 부자에 대한 증세, 어마어마한 공적 투자라는 측면에서 1930년대의 뉴딜과 같다. 그러나 현재 큰 규모로 조성되어 있고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적연금, 은행, 보험기금이 새로운 뉴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이 결정적인 차이다. 녹색 뉴딜을 위해서는 영국 내에서 탄소세를 강화하고, 탄소거래에 대한 가격규제를 개발하고, 에너지 기반시설에 대한 새로운 투자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뉴딜 정책에 필요한 비용은 탄소세와 탄소거래에 대한 세금, 독점 석유기업에 대한 횡재세와 같은 조세 개혁으로 충당될 수 있다. 반면 녹색 뉴딜을 영국 외부로 확산시키기 위해서는 세계적인 연기금의 역할이 특히 중요하다. 연기금이 사회적으로 올바른 방향으로 투자되도록 책임성과 투명성을 강화하고, 기후변화가 경제에 끼칠 파국적인 결과를 예상하고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방향으로 투자가 이루어진다면 녹색 뉴딜은 세계적으로 확산될 수 있다. 새로운 경제학 재단의 문제의식은 매우 거시적이고 포괄적이다. 현재 심각해지고 있는 위기의 여러 측면을 3중의 위기로 진단하고 이를 해결할 대책으로 녹색 뉴딜을 제안한 점은 야심찬 측면이 있으나, 연기금을 활용해서 세계적인 차원에서 녹색 뉴딜을 실현할 수 있다는 주장은 몽상적이다. 현재 금융위기로 연금 수익률이 하락하고 손실이 확대되면서 연금 운영 자체가 파탄이 날 지경이다. 한편 지난 12월 폴란드 포츠난에서 열린 13차 유엔 기후변화당사국총회에서는 오히려 경제위기 때문에 기후변화에 대응할 여력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등장했다. 새로운 기술적 해결책이 인정되고 탄소시장이 확대되지 않는다면 기후변화에 대응할 여력이 없다는 논리가 힘을 얻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연기금에 대한 국제적인 규제와 자발적인 책임성을 강화해서 세계적인 뉴딜의 지렛대로 삼자는 주장은 제안자들이 현재의 경제위기를 발생시킨 금융자본의 권력과 행위 메커니즘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지 의문을 품게 한다. 국제노총과 국제노동기구의 녹색 일자리 한편 최근 국제노총(ITUC)과 국제노동기구(ILO)도 녹색일자리를 위한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국제노총, 국제노동기구, 유엔환경계획(UNEP)이 모여 2007년 출범시킨 ‘녹색 일자리 이니셔티브’(Green Jobs Initiative)에는 2008년부터 국제사용자기구(IOE)도 참가하고 있다. 기후변화와 환경변화에 대응하는 환경정책에 적합한 일자리를 연구하고 확산하기 위해 시작된 이 모임은 2008년 9월 ‘녹색 일자리: 지속가능한 저탄소 세계와 양질의 일자리를 위해서’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http://www.unep.org/labour_environment/features/greenjobs.asp 참고). 이 보고서는 기후변화와 환경파괴의 진행을 막고, 사회 경제적으로 배제되어 있는 수십 억 명의 사람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해야 한다는 점에서 현재 전 세계가 두 가지 도전에 직면했다고 파악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녹색 일자리는 재생에너지 산업에 이미 세계적으로 230만 개 이상의 존재하는데 이러한 일자리를 에너지 효율이 높은 건축, 수송, 원자재 생산, 재활용, 농업, 산림 산업 전반으로 확산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다. 녹색 일자리는 특히 청년, 여성, 농민, 빈민에게 유용한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고 저개발국의 경제성장에 기여할 수 있다. 보고서는 녹색 일자리와 녹색 경제로의 변화를 추진하기 위해서 기술격차를 축소하고, 잠재적인 녹색 일자리를 육성하고, 일관된 정책을 펼치고, 조세 개혁이나 보조금 같은 경제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저개발국을 위한 막대한 세계적 투자가 필요한데, 재생에너지 육성 등 녹색 경제 건설에 정부개발원조(ODA)가 대폭 증가되어야 한다. 화석연료 산업을 지원하는 기존의 정부개발원조는 개혁되어야 하고,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청정개발체제(CDM)는 거래비용을 축소해 소규모 프로젝트에 적용될 수 있도록 보완되어야 한다. 보고서는 이러한 방향으로의 변화가 국제노동기구가 제시한 ‘정의로운 전환’ 원칙에 부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공정한 세계화를 추구하는 정의로운 전환은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 소득 보장, 재교육, 기업가정신 개발, 지역경제 활성화 등을 핵심 내용으로 한다. 보고서는 이러한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하려면 무엇보다 사회적 대화가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국제노총과 국제노동기구의 캠페인은 녹색 일자리라는 긍정적 개념을 설정한 후에 녹색 산업이 확장될 가능성에 대해서 낙관적으로 전망하고, 변화를 이끌 방법으로 국제적인 협력과 사회적 대화를 강조한다. 환상적 희망에 근거한 이러한 계획은 유엔의 빈곤퇴치 프로그램과 같은 국제기구의 캠페인에서 여러 번 반복되었다. 녹색 일자리와 경제를 구체적으로 분석하고 정의로운 전환을 강조한 것에는 상세히 검토해볼 부분이 있으나, 현재의 세력관계에서 국제적 합의를 통한 녹색 일자리 창출은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신자유주의에 대한 비판이 본격화되고 대안세계화운동이 부상한 1990년대 이후 외채탕감이나 빈곤감축이 국제기구와 NGO에 의해 제한적으로 수용되었으나, 실효성이 없었고 오히려 신자유주의 정책의 정당성을 보장하는 방식으로 왜곡되었다. 국제노총은 국제기구들 사이에서 활동하는 노동자운동의 국제로비기구라고 할 수 있는데, 현재 자본-노동의 세력관계에서 대화와 합의를 통해서 성취 가능한 변화의 폭은 매우 제한적이다. 무엇보다 노동자 계급의 힘이 큰 자본주의 성장기에 가능했던 사회적 대화를 언제 어디에서나 사용할 수 있는 변화의 수단으로 격상시킨다는 점에서 오류가 있다. 현재의 위기에 대한 오판과 단견 각국 정부, 싱크탱크, 국제기구, 심지어 국제노총에서 녹색 뉴딜은 현재의 위기에 대한 만병통치약처럼 처방되고 있다. 녹색 뉴딜 열풍이 부는 까닭은 무엇보다 경제위기와 생태위기가 매우 심각하기 때문이다. 또 위기의 범위가 지역적 차원에서부터 국가적 차원 나아가 세계적 차원으로 중첩되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각국 정부는 재생에너지 육성과 온실가스 저감 대책을 중심으로 경제위기와 기후변화에 동시에 대응하려고 한다. 실제 정책 집행의 책임성에서 벗어나 있는 싱크탱크는 훨씬 거대하고 아름다운 세계적인 뉴딜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국제기구와 국제노총도 녹색경제로의 전환과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고 한다. 하지만 이러한 녹색 뉴딜은 가능한 것인가? 우선 녹색뉴딜의 차원을 세 가지로 나누어 검토할 수 있다. 첫째 녹색분칠에 불과한 녹색 뉴딜, 둘째 생태적 근대화를 목적으로 하는 녹색 뉴딜, 셋째 생태적 변혁을 목적으로 하는 녹색 뉴딜. 녹색분칠에 불과한 녹색 뉴딜은 이명박 정부에 해당된다. 정책에 일관성이 없고, 기존 사업 내용을 포장한 것에 불과하고, 현안에 대해서 단순하게 대응하는 표피적인 정책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반환경적인 사업이 대부분인데도 녹색이라고 강변한다. 생태적 근대화를 목적으로 하는 녹색 뉴딜은 오바마, 여러 싱크탱크와 국제기구의 정책에 해당된다. (생태적 근대화는 제도 개선과 기술 혁신을 통해서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이념이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사회운동』 2008년 11-12월 호에 실린 「과거를 딛고 새로운 생태운동을!」을 참고하라.) 정책의 일관성이 있고, 생산의 단계부터 상당한 경제구조의 변화를 추진한다는 점에서 산업의 녹색화를 추진한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생태적 근대화는 친환경적인 생산 방법을 추구하지만 경제 시스템이 운영되는 기본 원리는 변화시키려고 시도하지 않는다. 즉 더 많은 이윤축적을 위한 더 많은 생산이라는 자본주의 경제의 원리가 그대로 유지되는 것이다. 따라서 생태적 근대화는 자본주의의 합리화를 추구하는 데 머무를 수밖에 없다. 생태적 변혁을 목적으로 하는 녹색 뉴딜은 찾아볼 수 없는데, 생태적 변혁이 경제 시스템의 전면적인 변화를 포함한다는 점에서 ‘뉴딜’이라는 발상 자체가 불가능할지도 모르겠다. 녹색 뉴딜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위기의 성격을 잘못 파악하고 임기응변 격의 해법을 제시하는데 있다. 우리가 강조했듯이 2차 세계대전 후 호황을 맞았던 자본주의 경제의 축적이 위기를 겪은 후에 그 대응책으로 등장했던 것이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다. 지금은 그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의 위기가 시작된 국면으로, 대안적인 축적체계와 헤게모니 국가가 없기 때문에 위기의 깊이와 범위는 매우 심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잉여가치를 실현하는 새로운 방안, 즉 새로운 축적체계가 발명되지 않은 상황에서 일자리 창출이나 특정 산업육성 정책으로 현재의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 생태위기도 경제위기만큼이나 심각하다. 석유생산의 정점이 임박하면서 화석연료의 부족이 현실적인 위험으로 드러나고 있다. 자본주의 경제는 화석연료의 에너지를 상품 생산과 유통의 동력으로 사용해서 확장될 수 있었다. 화석연료는 자본주의의 역사에 뿌리 깊이 연관되어 있는 것이다. 그런데 현재 화석연료의 막대한 사용으로 석유생산정점과 동시에 기후변화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산업혁명이 이후 지금까지 지구 평균기온은 고작 0.8℃ 높아졌을 따름인데 21세기에는 최소 2℃에서 최대 6℃까지의 변화가 예상된다. 평균기온 5℃ 이상의 변화는 지질학적 연대기에서 지구 역사상 다섯 차례 존재한 대멸종(생물종 50% 이상의 멸종) 시기의 변화에 상응한다. 그런데 화석연료와 기후변화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자본주의 경제 체제의 변혁, 즉 물질과 재화의 생산량과 생산목적이 모두 변화해야 한다. 이윤을 위해 더 많이 생산해야 하는 자본주의 경제에서 에너지 사용량을 줄일 수 없기 때문이다. 녹색 뉴딜은 정책 조정으로 경제위기와 생태위기라는 두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환상이 만들어낸 희망일 뿐이다. 우리 앞에 놓인 위기는 훨씬 심각하다. 변화를 위한 운동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가 여전히 우리가 풀어야 할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