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가 미국의 44대 대통령으로 취임하자마자 노조 상층부에서는 양 노총 재통합이 추진될지도 모른다는 말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그의 임기 동안 단일노총을 만들어 상대하겠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이러한 내용이 미국전역에서 언론을 통해 보도되었지만 일반 노동자들과 시민들은 말할 것도 없고 기층 조합원들도 이러한 정황이나 함의를 거의 모른다. 미국 정치에서 민주당은 전통적으로 노동조합의 지지에 의존해왔다. 사실 노동자의 지지는 모든 연방, 주, 지역 선거에서 대개 당연하게 여겨진다. 지난 2008년 대선에서 승리혁신동맹(Change to Win)과 미국산별노조총연맹(AFL-CIO)은 대통령 선거출마 지원을 위해 직간접적으로 4억 5천 여 달러의 기금을 투자하여 버락 오바마를 당선시켰다. 양 노총과 산하 노조들은 24개 주에 걸쳐 버락 오바마의 대통령 출마를 위한 캠페인에 25만여 명의 조합원들을 동원하였다. 조합원들은 전화 연락을 통해 1,300만 투표자들을 조직했다. 인수 기간 동안과 취임 이후 버락 오바마 후임 정부는 정치 의제를 구체화하고 정책을 실행하기 시작했다. 오바마 정부는 미국 및 세계 경제 위기 문제를 다루기 위한 팀을 꾸렸다. 다시 한 번 닥쳐올지 모르는 대불황에서 미국을 구해낼 계획을 고안하는 것은 금융계 및 산업계 “지도인사”들의 역할일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 노동조합이 참여할 자리는 없다는 것이 명확해졌다. 가게나 상가에서 소매업을 하거나, 혹은 서비스업을 하거나, 제조업을 하는 수백만 사람들은 변화를 원한다면 그들의 이익을 위해 정부의 독재를 향해 발언해야 할 것이다. 현재 정치의제를 결정짓고 있는 것은 오직 월스트리트, 은행, 거대 자동차기업과 부동산업체의 목소리들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서로 경쟁하는 관계이고 또 상충되는 이해를 가질 때가 많지만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노동자들의 경제적 이익, 건강보험, 연금, 작업장 안전, 고용 안정과 존엄성을 희생시키는 데는 뜻을 같이 했다. 경제위기에 대한 노동자들의 대응 혹은 무대응, 그리고 노동자계급의 처절한 상황은 최근의 역사적 맥락 속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21세기 들어서면서 미국의 노동자운동은 커다란 위기에 직면했다. 성장하던 보수주의 세력은 1981년 공화당의 로날드 레이건을 대통령에 당선시켰다. 이후 8년 동안 연방정부는 노동조합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레이건 정부가 들어선 지 몇 개월 후 항공교통관제사노동조합(PATCO)은 파업에 돌입하여 전 세계 항공을 마비시키고 미국 내 항공 운송을 중단시켰다. 파업에 대한 대중적 지지가 낮아지고 다른 노동조합의 연대도 사그러들자 레이건 정부는 PATCO에 치명타를 날렸다. 레이건 정부는 2기에 걸친 임기 동안 노동법과 안전법을 시행하지 않았고 전국 노동관계위원회의 친 기업적 마인드를 포함한 반노동자 정책으로 일관했다. 이 때를 기점으로 이전까지 원만했던 정부와 노동자의 관계는 깨지게 되었다. 그러나 노동조합은 단결의 기운을 높이고 공세적인 태도를 취하기보다 분열하여 내리막길로 치달으면서 민주당에 포섭되었다. 1990년대 초반까지 노동조합은 수동적인 파트너로서 민주당과 ‘정략결혼’과 같은 관계를 맺었는데 노동조합은 민주당을 지지하지만 민주당은 노동조합의 의견을 수용하지 않는 관계였다. 1992년에는 빌 클린턴이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었는데 공화당의 보수적 정치에 대한 대안으로서 여겨졌던 클린턴 정부는 그러나 공화당의 연장선상에 있었다. 클린턴 임기 이후 “자유 무역” 정책이 시행되고 나프타(NAFTA)가 통과되었다. 이로써 미국 기업들은 제3세계로 대대적으로 이동했고 국내에서는 수십만 명의 실업자가 발생했다. 다른 “사회정의운동”과 마찬가지로 노동조합은 점점 자기 잇속만 차리는 거대한 관료집단이 되어갔다. 클린턴 집권 동안 노동조합은 정부 정책을 옹호하고 대변하는 역할을 했다. 노동자운동 내부적으로 북미규모 노조들과 그에 가맹된 지역지부들은 운동성과 연대의 원칙을 포기하고 미국 특유의 기업적 관행을 재빠르게 수용했다. 노동자 연대는 부패, 경쟁, 횡령으로 대체되었고 노조 관료 내에는 부와 권력이 축적되었다. 이러한 경향을 되돌리려는 노력이 있었지만 제거되지 못한 채 노조 내의 주된 경향으로 남았다. 노조의 위계 내의 끓어오르는 불화는 2005년 AFL-CIO의 분할을 가져왔다. 갈등의 중심에는 노총 관료들의 안위를 지키려는 태도가 있었다. 그것은 AFL-CIO의 조직율이 민간부문 노동자의 8%에 지나지 않을 정도로 축소되었다는 사실과 북미규모 노조들이 미조직 노동자 조직화를 우선적 과제로 삼고자 했다는 사실과 관련이 있다. AFL-CIO가 분할되면서 승리혁신동맹이 창립되었는데 이들의 목적은 미조직 노동자들을 조직하기 위해 소속 노조들과 함께 힘을 기울이는 것이었다. 승리혁신동맹의 평조합원과 소속 노조들의 좋은 의도와 노력에도 불구하고 미조직 노동자들을 조직하려는 노력은 별 영향력이 없었다. 이는 기업적이고 관료적인 욕심이 이 계획을 지배했기 때문이었다. 가장 노골적인 예는 아마 승리혁신동맹에 가입된 노조 중 가장 규모가 큰 서비스노조국제연맹(the Service Employees International Union, S.E.I.U.)의 예일 것이다. 앤디 스턴이 위원장으로 재임하던 시절 서비스노조국제연맹은 내부적으로 가맹 지역노조의 부정부패와 민주주의에 대한 탄압으로 진통을 겪었다. 남캘리포니아의 6434번 지역지부의 위원장인 타이런 프리만은 아내가 운영하는 업체와 60만 달러 규모의 사업계약을 체결했다. 또 지부에서 그의 장모에게 자신의 아이를 포함한 노조간부의 아이들을 보육하는 댓가로 매달 8,000달러를 지불했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자 그는 사퇴하였다. 프리만은 또한 하와이에서의 그의 결혼식을 위해 노조 기금에서 8,000달러를 썼다. 프리만 집행부의 사무총장이었다가 앤디 스턴의 추천으로 SEIU 미시건 지부 보건의료지회장을 맡았던 릭만 잭슨은 또 다른 사례로 들 수 있다. 잭슨은 미시건으로 옮긴 후에도 프리만의 캘리포니아 지역지부에서 추가 임금을 받고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퇴출당했다. 또한 잭슨은 노조에서 만든 주택 공급단체에서 매달 2,500달러의 월세를 받았다. 그의 퇴출 이후 앤디 스턴은 잭슨에게 캐나다의 SEIU 관련 단체의 일자리를 제공했다. 이러한 부정부패는 SEIU 관료들 사이에서 계속되었다. 미국 내 지도력은 노조 내 민주주의를 향한 운동을 희석시켰다. 1월 말 SEIU는 캘리포니아의 유나이티드헬스케어 노조(United Health Care Workers, U.H.W.) 지역지부를 장악했다. UHW는 SEIU내에서 지금까지 가장 빠르게 성장해온 풀뿌리 운동 지부였다. 이 지부는 민주노조의 모범으로 간주되어 왔는데 샐 로셀리 지부장은 65,000명의 간호조무사 조합원들을 강제로 다른 지부로 편재하려는 것에 맞서, 그리고 다른 조직 전략에 맞서 SEIU 지도부에 대항했다. SEIU의 이러한 관행은 미국 내 노동운동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아메리카에서 가장 오래된 식민지인 푸에르토리코에서 SEIU는 3년 이상 고용계약서가 없었던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노동쟁의에서 정부의 편에 섰다. 2008년 초 푸에르토리코 교사노조(the Federation de Maestros de Puerto Rico, F.M.P.R.)은 막다른 골목 끝에 파업을 결행했다. SEIU는 그 뒤에서 아세베도 빌라 푸에르토리코 지사와 협상하여 교사노조의 설립인가를 취소하도록 했다. SEIU는 노조기금에서 수백만 달러를 지사와 그의 정당에게 주었다. 그 목적은 몇 년 전 여당에 의해 만들어진 SEIU 산하의 교사 노조를 교사들의 유일한 교섭 기구로 만들고 노동 분쟁을 교사들에게 불리한 협약으로 해결하기 위한 것이었다. 푸에르토리코의 법원이 교사노조를 불법화하자 SEIU는 이 노조의 조합원들을 흡수하고자 했다. 이에 2008년 10월 푸에르토리코의 교사들은 SEIU에 의한 교사노조의 장악에 극렬히 반대하였다. 한편 부정부패로 기소당했고 현재 재판 중에 있는 아세베도 빌라 지사는 11월 선거에서 패배하였다. 이러한 행태는 SEIU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실 승리혁신동맹의 묵인에 의한 것이었다. 노동조합을 그러한 방식으로 이끌어왔던 앤디 스턴이 오바마 정부에 의해 노동부 장관으로 고려되고 있다는 것은 아이러니다. 노동자 조직의 주된 전략은 오바마가 그의 임기 첫 달에 노동자자유선택법 (Emplolyment Free Choice Act, E.F.C.A)에 서명해줄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이다. 이 법안이 통과된다면 노동자들이 노조에 가입하고 고용계약서를 받는 과정이 극적으로 변화될 것이다. 그러나 그런 소극적인 기대만으로 경제위기로 인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을 리 만무하다. 현재 노조는 전국노동관계위원회가 작업장 내에서 선거를 실시하기 위해서 30%의 노동자로부터 위임장을 받아야 한다. 기업주가 반(反) 노조 전문가를 고용하여 노동자들을 움직이기도 하는 등 작업장 내에서 유세를 할 수 있는 반면 노조는 작업장 외에서만 선거유세를 할 수 있다. 그러나 고용자유선택법이 통과되면 전국노동관계위원회는 사업장 내 고용된 노동자 대부분이 위임장에 서명할 경우 노조를 독자적인 교섭 기구로 승인해준다. (즉, 노조 설립 절차가 간소화된다.) 그리고 사용자가 성실히 교섭에 임하지 않을 경우나 90일 안에 합의를 보지 못할 경우 위원회는 중재에 들어갈 수 있다. 오바마 대통령과 바이든 부통령이 대선 전 상원의원이었을 당시 노동자자유선택법을 지지했음에도 불구하고 노동자자유선택법은 선거유세 당시 단 한 번도 언급되지 않았다. 그보다 더한 것은 이 법이 노동계 외부에서는 널리 알려진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더군다나 심한 경기침체/불황이 유권자들의 최대 관심사일 때 이 법안이 오바마 정부의 의제로 올라가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역사상 최대위기에 처한 노동자운동의 입장에서 노동자자유선택법은 만일 통과되어 시행된다면 이 곤경에 대한 해답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승리혁신동맹은 지금까지 “두고 보자”는 태도로 노동자자유선택법을 현실화시키기 위한 의회 로비 활동을 거의 하지 않고 있다. 이러한 정치적 국면에서 노동자 조직의 태도는 놀라운 것이 아니다. 이는 과거 정치적 행태의 연장선 상에 있는 것으로 조직노동자들보다는 정치인들이 정치의제를 결정하는 관행에서 이어진 것이다. 미국인들은 과거 누렸던 생활수준을 앞으로도 누릴 수는 없을 것이다. 이제 더 이상 한 명의 생계부양자가 한 가족을 책임질 수 없다. 가족 내 모든 성원이 고용되어야 가족의 생계를 감당할 수 있다. 2008년에만 20만 명의 노동자들이 해고되었다. 고용을 유지하고 있는 노동자들은 임금 삭감 뿐 아니라 건강 보험과 퇴직 연금이 손실되는 상황에 처해있다. 노동조합은 지금껏 이렇게 악화되는 상황에 대해 어떤 대응도 하지 못했다. 미국이 심각한 경기침체/불황에서부터 빠져나오기 위해 오바마 정부는 국민들에게 “허리띠를 졸라매라”고 주문했다. 정책 입안 주체들이 누구인가를 생각한다면 누가 배부르고 누가 굶주릴지는 뻔하다. 수십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받은 기업의 노동자들을 대표하는 노동조합의 사례로 전미자동차노조(United Auto Workers, U.A.W.)를 살펴본다면 경제위기 해결책의 고통을 떠안는 것은 노동자들이 될 것이다. 노조는 노동자자유선택법을 노동법으로 입안할 수 있는 효과적인 선전전을 조직하고 그것을 노동조합에 기꺼이 미래를 걸겠다는 수천만의 노동자들을 조직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노동조합이 자기 조직 내 조합원들만의 이해를 대변하는 관행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지 않는 한 미국 노동자들의 미래는 어두울 것이다. 그러나 만약 이 법안에 관한 평조합원 교육사업에 대한 새로운 접근방법을 개발한다면, 그리고 노동조합이 조합원 뿐 아니라 비조합원까지 아우르는 미국의 전체 노동자 빈민을 마주하고 있는 이 사안에 대한 정치 담론을 지지한다면 밝은 미래를 약속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노조가 대중 속에서 그러한 담론을 만들어내고 조합원들을 결집시키고 미조직 대중들을 조직한다면 정치적 의사 결정상의 권력 관계는 바뀔 것이다. 정부, 금융, 기업계 거물들은 경제위기의 해결책을 찾고 있다. 미국의 노동자운동은 경제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자신의 역사 속에서 사례와 시사점을 찾을 필요가 있다. 노동조합들은 1930년 대불황 이후 불평등을 없애고 실질적으로 미국인들의 생활조건을 향상시켰던 노동자운동의 역할을 기억해야 한다. 그들은 오늘날 세계 경제 위기에 대한 다른 나라들의 노동조합의 대응의 예를 살펴봐야 한다. 다른 나라의 노동조합들은 미국 노동조합이 경제위기에 어떻게 대응하는지를 주목할 것이다.
세계 자본주의 경기침체/불황기 사회주의에 대한 전망 현재의 경기침체/불황의 특이성 현재 자본주의는 계속 진행될 마이너스 성장의 초기시점이므로 우리는 현재의 위기를 ‘경기침체/불황’이라고 부른다. 현재의 침체는 여전히 확산되고 있으며 심화되어 2009년 중반부터 죽 불황기로 진입할 가능성이 있다. 또한 경기침체/불황은 불균등한 정도와 속도로 확산되고 있는데 미국, 유럽, 일본에서 위기가 인도, 중국보다 더 많이 진행되었다. 현재의 침체/불황을 진지하게 분석하려면 지난 50년에 걸쳐 발생한 자본 구성의 대대적인 변화를 고려해야 하는데, 이러한 변화로 인하여 자본주의적 순환의 ‘장기파동’에 관해 이론화하는 것이나, 1929-1939년의 침체/불황과 그 이후에 진행된 침체/불황을 비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길이, 기간, 자본주의 붕괴가능성과 새롭게 떠오르는 반자본주의 세력에 관해 이론화하기 위해서는 우선 자본주의의 새로운 경제 형태와 그 결과 나타나는 새로운 계급 구성을 인식해야 한다. 현대 ‘새로운 자본주의’의 고유성 현대 세계 자본주의의 침체/불황을 규정하는 고유한 특징은 다음과 같다. 1. 몇몇 예외를 제외하면, 현재 세계 전체가 세계 자본주의 시장에 통합되어 있는데, 이 시장은 생산과 유통의 핵심적인 수단을 통제하고 임노동을 고용하는 사적 자본 소유주의 지배하에 놓여있다. 국가 소유와 계획을 기반으로 하여 운영되는 공산주의 경제는 더 이상 없다. 소련, 중국, 그리고 동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내 소련과 중국의 동맹국 및 전-종속국(client)은 자본주의 시장에 종속된 자본주의 국가로 전환해 왔다. 그 결과 현재 전체 세계 경제가 현대 사상 처음으로 세계 침체/불황의 효과에 종속되고 있다. 2. ‘민족적’ 자본주의 경제간 통합의 수준은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깊고 넓으며 경기침체가 한 나라/지역에서 다음 나라/지역으로 이전되는 속도는 증가하고 있다. 3. 자본 및 이와 연동된 부문, 특히 금융 부문의 집적과 집중은 유례없는 수준에 도달했고, 따라서 팽창기에는 신용, 금융권력, 금융자산 등과 페이퍼 경제(증권, 외환시장)의 성장을 촉진하고, 붕괴시에는 모든 경제 부문(제조업, 농업, 공공재정)에서 복합적인 위기를 촉진한다. 4. 오늘날 임금노동자와 사무직노동자의 규모와 그 확장속도는 세계 자본주의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크다. 다양한 노동자계급(고용된 노동자, 실업노동자, 계절노동자, 계약직노동자, 하청노동자, 공식노동자, 비공식노동자)은 자본주의 수입과 소득의 중요한 원천이다(직접적으로 이윤을 통해, 간접적으로 이자, 세금, 인세, 임대료를 통해). 5. 자본주의의 구성은 이전과 비교할 때 매우 현격한 차이가 나타난다. 특히 금융자본과 생산자본의 관계면에서 그러하다. 미국과 영국에서 금융자본은 자본 집중의 중추다. 모든 경제 중심으로부터 이전된 자본은 전 세계 경제 전역에서 투기적인 경제활동에 투자된다. 금융자본의 집중성은 이에 수반하는 상품 투기 과열과 부동산과 주택거품의 원인이며, 미국경제가 수출-제조업 중심에서 금융, 보험, 부동산과 수입-소비 중심의 경제로 전환되었음을 나타낸다. 미국과 영국, 그리고 정도가 덜하지만 유럽에서의 금융-소비자 자본주의의 부상은 새로운 세계적 분업을 형성한다. 아시아, 특히 중국, 남한, 대만은 전 세계 제조업의 수출 공장이 되고 있으며 남미는 농산물, 광물, 석유 수출국이 되었으며, 중동은 석유금융의 하부 중심이며 아프리카는 아시아의 새로운 제국적 권력과 유럽-아메리카의 오래된 제국적 권력에 의해 자원을 착취당하는 농업-광업 식민지화의 타깃이 되고 있다. 6. 라틴아메리카의 ‘구조조정된’ 자본주의 경제는 1990년대 침체 및 금융위기 시기에 농업-광업 수출을 성장축으로 삼아 출현했다. 2003년~2008년 라틴아메리카의 모든 나라는 중도좌파건 우파건 상관없이 경제의 ‘1차 산업으로의 회귀’를 전략으로 삼았다. 자본주의 성장의 원동력은 농식품 산업과 광업 수출에 중심을 두었다. 이러한 수출 자본주의로 인해 계급구성이 재규정되었고 해외 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졌으며 아시아 내 무역 상대국이 다양화되었다. 7. 라틴아메리카가 1차 산업으로 회귀하면서 신자유주의는 강화되었고 국가 정책은 농업-광업 수출업자들을 우대하고 광범한 종속적 ‘빈곤프로그램’을 통해 가장 빈곤한 부문을 지원하는 것으로 재구성되었다. 사회운동과 노동조합 지도부는 포섭되었다. 잉여노동은 ‘수출’되었고(해외 이민) 막대한 양의 해외송금이 유입되었다. 8. 이 ‘새로운 세계 질서’의 중심은 세계경제를 관통하는 세계적 연계망을 갖춘 미국의 금융시스템이었다. 미국의 금융지배는 1) 제조업에서 자본철수, 2) 부동산 투기의 대대적인 확대, 3) 채권금융 소비자 기반 성장, 4) 아시아 제조업의 성장과 수출 촉진, 5) 라틴아메리카 1차 생산물의 생산과 수출 증대, 가격 급등으로 이어졌다. 미국 금융자본의 부상, 아시아 수출 산업의 성장, 라틴아메리카 1차 생산물 호황 사이의 연관관계는 2007년까지의 고성장기와 뒤이어 2008년에 시작된 붕괴와 심각한 침체의 원인이다. 미국의 경기침체/불황: 국내적 영향 미국 경제는 급속하게 침체에서 불황으로 악화되었다. 매달 수십만 명의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고 있으며 노동자 다섯 명당 한 명이 실업상태거나 파트타임으로 일한다. 주택소유자 열 명당 한 명이 주택담보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하여 강제압류에 직면해 있다. 2009년 국민총생산은 -2%에서 -5%사이를 기록할 것이다. 도산 비율은 불황기 수준이고 신용은 고갈되고 있다. 주요 은행들은 수조 원의 정부 구제금융이 없으면 생존할 수 없는 상태다. 실업, 파산, 신용경색, 기업 손실, 부채, 다시 말해 전반적 불황이 미국 국내 경제를 황폐화시켰고, ‘실물 경제’와 주식시장은 심각하게 손상되었다. 대량의 정부지출과 보조금은 금융 시스템을 부양하고 생산 부문에 대한 대부를 촉진하고 가계소비를 지원하는데 실패했다. 미국 재무성 채권은 물가상승률에 훨씬 못 미치는 마이너스 금리(1%)를 지불하고 있다. 수십억 달러 규모의 월스트리트 사기는 은행과 투자자,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의 신뢰를 파괴했다. 자본주의 체계는 무너졌다. 경제 체계로서 자본주의는 생산, 대부, 고용, 소비, 무역, 주택공급 등 가장 기본적인 기능을 최소수준으로도 수행하지 못한다. 미국의 경기침체/불황은 전 세계 경제에 깊은 영향을 미친다. 아시아, 라틴아메리카, 유럽 각국이 자율성을 획득했다는 ‘탈동조화론’과는 반대로 미국의 침체는 유럽, 아시아, 라틴아메리카 대미수출의 급격한 감소로 이어졌다. 미국의 금융 붕괴는 유럽, 아시아, 라틴아메리카의 은행에도 깊은 영향을 미쳤는데, 신용은 고갈되었고 투자자와 투기꾼들이 미국 내에서의 손실을 해결하기 위해 자본을 철수함에 따라 대대적인 자본유출이 발생했다. 미국-유럽-아시아의 침체는 급속도로 불황으로 옮겨갔고 대대적인 도산, 실업, 연금손실, 주택압류, 빈곤, 국가의 재정지원을 받은 소수의 사적 은행으로의 자본 집중을 동반했다. 전통적인 중앙은행의 ‘통화부양’, 금리인하는 분명히 실패했다. 미국의 금리가 (거의 제로에 가까운) 0.25%로 감소되었지만 중앙은행은 이 조치가 하락의 속도를 줄이는 것조차 하지 못했다고 인정한다. 자본주의 국가 미국은 2009 회계연도에 2조 달러라는 막대한 적자를 메우고 연방, 주, 지방 정부의 기본적인 역할이 붕괴하는 것이 막기 위해 전례 없이 발권에 의지했다. 사회서비스가 삭감되는 동안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해고와 사회서비스 시설의 폐쇄가 급증했다. 경기침체가 점차 심화되는 동안 미국 정치경제에 관해 주목할 것은 주식시장과 실물경제 사이의 실적 차이다. 즉, 민간 경제에 대한 정부지출은 감소했고 군비지출은 증가했으며 민간부문의 고용은 감소했고 전장으로 내보낸 군대는 늘어났다. 다시 말해 경기침체가 심화되어 민간기업들은 파산 직전에 이르고 국내생산은 붕괴하고 있는데도 미국은 제국을 재건하고 여러 전쟁에 개입하는 데 희소한 자원을 투여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자본주의 위기의 이러한 특이성은 다음과 같은 몇 가지 가설을 낳는다. 1. 군사 주도 제국 건설은 국내(그리고 심지어 국외의) 생산 경제보다 훨씬 우위를 차지한다. 군대의 예산과 인력은 증가하고 있지만 생산부문에서의 사적 투자자금과 고용은 축소된다. 2. 군사-제국 복합체는 상대적으로 또한 일시적으로 국내 생산 경제로부터 독립적이거나 ‘자율적’이다. 사실 이는 역의 관계인 것으로 보인다. 국내 경제 위기가 심화되면 군사-제국 복합체는 확장된다. 경기침체가 군사-주도 제국 건설과 전쟁의 토대를 침식하여 미국 정부가 승복하고 철군하거나 전쟁 상대국들과 ‘교섭’을 하거나 다자간 협의에 따른 결정을 승인하도록 강제할 것이라는 견해는 틀린 것으로 판명 났다. 경기침체가 장기화되어 실업과 기아가 대대적으로 발생하면 결국 정부는 군사 제국 건설을 축소하게 될 것이라는 예측은 일리가 있다. 그러나 대규모 시위가 일어나지 않고 관료화된 노동조합의 조직률이 전체 노동력의 5% 미만으로 하락한 상황에서 이러한 예측은 불확실하다. 자동차, 철강, 그리고 여타 산업부문의 조직된 노동자들조차도 대량 해고에 직면하여 아무런 시위를 벌이지 않고 있다. 국내 민간경제에 우선하는 군사 제국의 지배를 역전하기 위해 필요한 충분한 정치적 압력이 발생할 만한 지점은 보이지 않는다. 국내의 경기침체/불황에 맞서기 위한 정치적 변화를 추진하기 위해 실업/반실업 노동자들이 얼마만큼 발생하면 얼마만큼의 제국주의 전쟁으로 이를 해결하려고 할 것인가? 실업/반실업 노동자가 20~30%에 이르면 2~3개의 전쟁이 필요할 것인가? 확실한 것은 오바마 임기 내에, 또는 민주 공화 양당 의원들 사이에서는 국내 경제에 대한 제국 건설의 우위를 역전시키기 위한 압력이 전혀 없을 것이라는 점이다. 제국주의 전쟁은 계속될 것이며 국내 경제는 계속해서 쇠퇴할 것이다. 국내 경제의 붕괴와 장기화되어 패배로 치닫고 있는 중동에서의 제국주의 전쟁으로 인한 재정유출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군사-제국과 금융부문에 선차성을 부여하고 있다. 이는 미국의 태도가 한두 명의 선출된 관료들로는 바꾸거나 역전시킬 수 없는 심층구조적인 것임을 시사한다. 이러한 심층구조는 현재의 맥락에서는 뿌리 뽑을 수 없다. 새로운 ‘경기부양책’은 단기적 사업만을 활성화할 뿐인데, 그 이유는 제국주의 전쟁의 탐욕적 요구와 역기능적인 금융 시스템이 근본적 변화를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미국의 현재 정치 조건 하에서 경기침체의 심화, 지속적인 제국적 군대의 손실과 경제 불황으로의 이행에도 불구하고 전망은 미국이 정치적(군사적)으로 민족주의, 반시온주의, 인민주의, 사회주의 정부 및 운동과 대결할 것이라는 점이다. 이 대결은 필요한 곳에서는 일방적으로 작동할 것이고 가능한 곳에서는 동맹/협력국과 함께 추진될 것이다. 세계적 경기침체와 미국의 제국주의적 대결주의의 효과 라틴아메리카 경제는 세계적 경기침체에 정면으로 공격받고 있다. 라틴아메리카 내 모든 나라가 예외 없이 무역, 국내 생산, 투자, 고용, 정부수입 및 소득에서 대대적인 감소를 겪고 있다. 라틴아메리카의 2009년 GDP 성장률은 2008년 9월 3.6%에서 2008년 12월 1.4%로 감소했다(파이낸셜 타임즈, 2009년 1월 9일자). 라틴아메리카 1인당 GDP 수치는 2% 하락했다. 그 결과 도산이 확산될 것이고 사회서비스에 대한 국가 지출은 감소할 것이다. 대형은행과 대기업에 대한 국가 신용과 보조금은 증가할 것이다. 실업은 확대될 것이고, 특히 농업-광업 및 운수(자동차) 수출 부문이 심각할 것이다. 공공부문 노동자들은 해고되거나 감봉을 겪게 될 것이다. 해외 체류 노동자들로부터 송금이 감소함에 따라 현금 유입이 수십억 달러/유로가량 줄어들 것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미국과 유럽에서의 손실을 충당하기 위해 수백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철수해갈 것이다. ‘신규 외국인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고 오히려 기존의 투자가 철수하면서 대규모 ‘합자’를 위한 자금의 주요 원천이 사라지게 된다. 갑작스러운 세계적 수요 감소로 인한 1차 생산물 가격의 급격한 하락은 수출세에 의존하는 정부의 세입을 급감시키고 있다. 라틴아메리카의 외환 보유고는 수출세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일시적이고 제한적인 정도로 ‘충격 흡수판’의 역할만 할 뿐이다. 경기침체는 라틴아메리카의 ‘성장모델’의 토대인 전반적인 사회-경제적 계급 구성의 장기적이고 대규모의 변화를 초래할 것이다. 선거 과정을 지배하는 정당의 전반적인 스펙트럼은 농산물/광물 수출 모델과 관련이 있는데, 이는 역으로 영향을 받을 것이다. 1차 생산물 수출 모델 내에서 임금 인상과 개혁, 사회 지출의 확대를 추구해온 노동조합과 사회운동은 직접행동을 취하도록 강제받거나 중요성을 잃게 될 것이다. 심화되는 경기침체/불황에 대한 ‘중도-좌파’ 정권의 초기 대응은 다음에 초점을 두었다. 첫째, 은행 부문을 위한 재정지원(룰라). 둘째, 농업-광업 수출 엘리트에 대한 세금 감면(키르츠네르/룰라). 셋째, 자동차 구매를 자극하기 위해 소비자들에게 저리 신용 지급(키르츠네르), 넷째, 폐쇄된 중소규모 광산에서 해고된 노동자들을 위한 일시적 실업수당 지급(모랄레스). 2009년 초반까지 라틴아메리카 각국 정부는 자국은 세계적 위기의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착각했다. 따라서 이들은 경기침체가 심각하지 않으며 ‘2009년 하반기’에는 급속히 회복할 것이라고 주장하며 위기를 축소하려고 시도했다. 그들은 현재의 외환보유고가 더욱 심각한 경기하락을 막아 줄 것이라고 주장한다. IMF에 따르면 2008년 라틴아메리카는 주식시장과 자산 시장의 후퇴와 통화 평가절하로 인해 금융자산(22억 달러)의 40%가 손실되었다. 이러한 손실은 2009년 국내 지출을 5% 감소시킬 것이다. 1차 생산물 가격이 급속히 하락함에 따라 라틴아메리카의 교역조건은 악화될 것이다. 수입품 가격은 높아질 것이고 무역적자는 증가할 것이다(파이낸셜 타임즈, 2009년 1월 9일자 7면). 2008년 1월 브라질 제조업의 산출이 6.2% 하락하여 더욱 악화되는 추세임을 볼 때 라틴아메리카가 경기침체에 접어들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파이낸셜 타임즈, 2009년 1월 1일 5면). 그 결과 라틴아메리카는 심각한 수준의 장기적인 경기침체에 진입했으며, 그 파괴적인 효과에 대응하기 위한 어떠한 계획이나 프로그램도 없다. 경기침체/불황이 계급구성 변화에 미치는 영향 경기침체는 라틴아메리카 계급구성 변화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상층에서 하층에 이르기까지 모든 계급의 규모와 영향력에 강한 영향을 준다. 우선 1차 생산물의 가격과 수요 급감은 농산물-광물 수출업자들의 소득, 지불능력, 권력의 급격한 감소를 낳는다. ‘호황기’ 동안 그들이 사업을 확대한 것은 부채에 기초한 것이었으며, 몇몇 경우 달러화나 유로화 위주의 대부에 의존하기도 했다(파이낸셜 타임즈, 2009년 1월 9일자 7면). 큰 채무에 시달리는 ‘수출 엘리트’ 중 다수는 도산에 직면하여 정부에 외채 상환 의무를 경감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경기침체/불황이 진행되는 동안 여러 중대 규모의 광산과 농장이 압류되거나 강제 매각됨에 따라 농업-광업 자본의 집적과 집중이 발생할 것이다. 농업-광업 부문의 GDP 및 국가 세입에 대한 기여도가 상대적으로 감소하면 정부 및 경제적 의사결정에 대한 농산물-광물 수출업자들의 영향력도 축소될 것이다. 경기침체기에 해외 시장이 붕괴하고 부채 상환을 위한 국가보조금과 정부의 시장 개입에 의존하게 되면서 ‘신자유주의적’ 자유 시장 이데올로기는 힘을 잃는다. 농업-광업 엘리트들은 경제적인 힘을 잃게 되어 생존, 회복, 자금 보충을 위해 확대되는 국가의 역할에 의존하게 될 것이다. ‘신 국가주의’는 전혀 ‘사회주의’가 아님은 말할 것도 없고 전혀 ‘진보적’이지도 않다. 1차 산업 부문 엘리트들의 영향력 하의 국가는 경기침체에 대한 부담을 전적으로 노동자, 소농, 중소상공인에게 전가하는 역할을 한다. 다시 말하면 국가는 다수 민중에게 빚을 져 주력 수출부문 엘리트들의 부채를 보조하고 자본에 무이자 대부를 제공한다. 국가 재정 부족으로 사회서비스(건강보험, 연금, 교육)와 급여의 대대적인 삭감이 발생한다. 국가 역할의 확대는 주로 지배 계급에 대한 부채 보조에서 일어난다. 농업 수출 엘리트는 경제적 영향력의 감소로 인해 정치적으로 취약해진다. 왜냐하면 이들은 더 이상 ‘성장 동력’의 역할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신-국가주의’라는 조건에서 계급투쟁의 축 중 하나는 누가 국가, 국가예산, 지출, ‘개입’을 통제할 것이냐를 둘러싼 대결로 변화한다. 경기침체/불황 동안 경제에서 국가의 중심적인 역할 때문에 모든 계급관계와 계급투쟁은 국가가 생산수단에 대한 자본주의적 소유를 유지할 것인가 아니면 국가가 그것을 영유할 것인가를 두고 국가와 정치적으로 대립하는 것이 된다. 금융 부문, 그리고 해외 시장과 금융부문과 연결된 산업 부문은 시장 점유, 자본 동원, 신용의 심각한 악화에 직면한다. 경기침체/불황에 따른 심각한 ‘투자철수’는 북미, 유럽, 중남미에서 심화된다. 가장 큰 타격을 받는 부문은 ‘세계 시장에 가장 많이 통합된’ 부문이다. 세계화가 심화될수록 은행, 자동차 제조업, 통신 산업의 금융위기는 더욱 빠르게 확산된다. 주로 국내 경제에 국한된 금융ㆍ제조업 분야는 위기의 초기 국면에 쇠퇴를 벗어났다. 라틴아메리카가 이미 위기를 겪었기 때문에(1998~2002년) 현재의 경기침체/불황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생각은 설득력이 없다. 라틴아메리카가 경기침체의 첫 번째 물결(2008년)의 폭발을 제때 감지하지 못한다면 2009년에 두 번째 물결이 강타했을 때 다국적 기업이 자회사의 문을 닫고 그와 관련된 모든 산업이 도산하게 될 것이다. 여기에는 산업 노동자의 대량 해고와 임금 삭감이 동반될 것이다. 도심에 밀집된 산업 노동자들의 사회-정치적 중요성과 산업 부문에 대한 서비스 노동자들의 의존성 때문에 국가는 생계임금을 지급하는 공공근로로 실업자들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실시해야 할 것이다. 노조가 단체협상 틀을 넘어서지 못하는 한 새로운 형태의 반실업, 실업 노동자들의 대중 조직이 출현하게 될 것이다. 이들은 2000~2003년 아르헨티나에서 나타난 것처럼 도로, 교통망 봉쇄, 폐쇄된 공장 및 공공기관 건물 점거 등의 직접행동 전술을 사용할 것이다. 수백만 명의 실업자들이 거리를 가득 메우고 축소되는 노동시장에서 격렬하게 경쟁하게 됨에 따라 비공식부문이 현저하게 늘어날 것이다. 경기침체/불황과 국경 통제에 직면하여 탈출구로서 해외 이주를 시도하는 것은 더 이상 불가능하게 될 것이다. 국내 또는 나라간 이주가 상황을 개선하지는 못할 것이다. 저축, 실업수당의 부족, 해외 송금 감소와 ‘정치적 지원’으로 사용되는 공공근로 사업의 취약성이 결합되어 도심과 수도 주변의 슬럼가에서는 ‘정치적 기운’이 고조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동적인 급진화’가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다. ‘기아’의 유령은 좌파 주도의 실업/비공식 노동자조직과 반자본주의적 공장점거 뿐 아니라 당연하게도 우익의 인민주의적 선동에 대한 관심, 심지어 도시 갱단의 증가와 지하 경제의 성장 역시 부추기게 될 것이다. 최근 특히 아르헨티나에서 활발한 실업노동자 조직의 사례가 있지만 새로운 환경에서는 단지 과거의 경험을 반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각기 다른 역사적 맥락에 따른 새로운 형태의 투쟁을 개발하고 이에 적응할 필요가 있다. 자본주의 경기침체의 가파름, 깊이, 정도는 대부분의 선거기관과 의회기관의 중요성을 떨어뜨린다. 실업, 도산, 세수손실의 광범위한 확산은 의회 내에서의 기나긴 협상과 소모적인 논쟁을 통해 해결할 수 없다. 대신 의회를 초월한 직접행동이 대세가 된다. 경기침체가 좌파에 미치는 영향 자본주의 경기침체/불황이 대중적 불만의 고조에 따른 으뜸가는 수혜자가 좌파가 된다고 보장하지는 않는다. 여러 우연적 요소들이 정치적 성격을 결정하는 데, 경기침체가 전개되면서 아르헨티나, 볼리비아, 에콰도르, 우루과이, 파라과이, 칠레, 브라질 등 자칭 ‘중도좌파’가 집권한 곳과, 베네수엘라처럼 민족주의 좌파가 집권한 곳, 그리고 국가가 재정을 투여한 ‘경기부양책’이 경기침체-불황을 막지 못하는 곳에서 정치적 조건은 우파의 부활에 유리하다. 우파는 금융자본의 회복을 위해, 그리고 대중적 시위를 철저하게 억압하기 위해 국가 개입에 의존할 것이다. 멕시코, 페루, 콜롬비아 등 신자유주의적 우파가 집권한 곳에서 대중운동은 좌파 정치조직을 통해 정치적 의사표현을 할 것이다. 전국적으로 조직된 강력한 혁명 세력이 없다면 경기침체/불황은 그 자체로는 사회변혁을 이끌지는 못할 것이며, 대중투쟁이 발생한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최소한 2009년 위기의 초기국면에는 대부분의 ‘대중적 압력과 투쟁’이 일자리를 보호하고, 대량해고를 막고 ‘방어적’으로 공장/기업을 점거하는 데 방향이 맞춰질 것이다. 더불어 도산 기업에 대한 보조 또는 선택적 국유화를 통한 국가 개입 확대를 요구할 것이다.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의 완전한 종말은 불가피하지만 이것을 대체할 것은 초기에는 ‘국가 자본주의’의 형태를 띨 것이다. 가장 급진적인 대안과 대중적인 요구는 1차 생산물 수출과 세계적 수요에 가장 많이 의존하는 나라와 경기 부진을 겪고 있는 미국과 유럽에 가장 많이 통합된 나라에서 형성될 것이다. 이런 나라들로는 멕시코, 중미, 에콰도르, 페루, 베네수엘라, 볼리비아가 있다. 칠레, 아르헨티나, 브라질, 콜롬비아 등의 수출국과 더 큰 내수 시장을 지닌 나라들 역시 세계적 또는 지역적 경기침체에서 영향을 받을 것이지만 그렇게 심각하거나 급작스럽지는 않을 것이다. 경기침체의 초기 국면은 막대한 외환 보유고에 의해 완충될 것이다. 2009년 중반까지 경기침체는 자본 유출, 신용, 투자시장, 송금의 손실이 강화됨에 따라 가속화될 것이고 지역 생산자들과 자본 시장은 강력한 타격을 입을 것이다. 그리고 2010년 초 라틴아메리카는 깊은 경기침체에 빠질 것이다. 대규모 경기부양책과 공공근로 프로그램이 실패하고 경기침체가 심화되고 장기화되면 좌익적 급진화가 진행될 것이다. 혁명적 운동이 성장하는 데 필요한 열쇠는 명확한 반-제국주의적, 사회주의적 강령의 안내를 받고 지역적 저항을 전국적 투쟁계획으로 연결시킬 수 있는 조직화된 핵심세력과 ‘지역의 오피니언 리더’를 지닌 위기의 사회경제적 중심에서 그들이 차지하는 위치에 달려있다. 현재 조건에서 경기침체/불황은 대중운동의 재출현을 위한 기회의 문을 열 것이며 이는 사회주의 운동의 부활과 혁신을 위한 능동적 지지자들을 탄생시킬 것이다. 사회주의 대중운동의 혁신은 ‘좌파 실용주의’와 ‘자생주의’, 그리고 공장과 지역 내에 뿌리내리지 못한 한계 등을 반성하는 것이다. 세계적인 경기침체는 신자유주의뿐만 아니라 자본주의적 계급 구성 전체의 정당성을 침식한다. 경제 붕괴는 공적으로 통제되는 경제의 전주로서 ‘국가주의적 민족주의’의 유령을 부상시킨다. 시장 메커니즘을 통해 작동할 수 없게 된 자본주의, 도산과 약화된 수출전략과 보호주의 증가라는 맥락에서 미국-라틴아메리카 관계의 심각한 경색으로 사회주의 프로젝트의 성공이 분명해진다. 어떻게 될 것인가? 무엇을 할 것인가? 혁명적 정치를 위한 전망의 토론은 반자본주의적 사회-정치 세력을 현재 상태, 그리고 그들의 성장 잠재력을 현실적으로 분석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앞으로 벌어질 일에 대해 현실적으로 평가하기 위해서는 우선 이전과 현격히 다르게 유리한 ‘객관적 조건’(세계 자본주의 경기침체/불황의 장기화와 심화)와 ‘주체적 조건’(조직된 반자본주의 대중운동 또는 당)의 취약함과 불균등한 발전 사이의 현격한 대조를 고려해야 한다. 달리 말하면 현재는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양자가 취약한 불안정한 시대다. 그렇다면 문제는 어느 편이 자신의 세력을 재조직하고 재구성하여 다른 편을 이용하느냐다. 이를 위해서는 각각의 편이 지닌 ‘강점’(그리고 약점), 자원과 여력의 목록을 작성하고, 세계 경기침체 시기에 벌어질 갈등과 대결의 결과를 예상해야 한다. 경기침체에 연루되는 좌파 넓은 의미에서 ‘좌파’는 차베스 정부, 콜롬비아의 게릴라운동과 라틴아메리카 전역에 분포해 있는 도시와 농촌의 독립적인 계급적 사회적 조직, 소농 및 토착민 운동, 전투적 독립노조, 민족주의적ㆍ마르크스주의적 정당을 포함한다. 지난 20여 년 동안 좌파는 여러 차례 전술적 패배를 겪었다. 그 동안 좌파는 후퇴했고, 몇몇 조직은 쇠락하거나 사라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좌파는 브라질(1964), 볼리비아(1971), 우루과이(1972), 칠레(1973), 아르헨티나(1976)에서 군부가 정권을 장악했던 시기처럼 대중조직이 파괴되고 핵심 세력과 지도부가 제거되고 기층 조직원들이 산산이 흩어지는 역사적인 전략적 패배를 겪지는 않았다. 좌파는 지난 20년 동안 꾸준히 경험을 축적하고 지지자들을 교육시키고 조직을 재건하고, 최소한 지지자들의 즉각적인 이익을 방어해왔다. 라틴아메리카 좌파의 중추를 이루는 베네수엘라에서 좌파는 1999년 정권을 장악한 후 쿠데타, 미국을 등에 업은 세력의 공격, 자본가들의 공장폐쇄와 사보타주를 극복했다. 차베스 정부는 역동적인 혼합 경제를 실시하기 위해 재정을 투여하고, 복지프로그램을 진척시키고 대중적 사회주의 정당(PSUV)을 창당했다. 좌파운동은 베네수엘라와 볼리비아에서 수많은 중요한 사안에 대해 대규모의 지지층을 효과적으로 동원하여 친제국주의적 대통령을 몰아내고, 좌파 및 중도좌파 대통령을 방어하고 거리 시위에 참여하며, 조직되지 않은 대중을 장기 가두투쟁에 조직할 역량이 있음을 보여주었다. 조직되지 않은 투쟁으로는 아르헨티나 실업노동자 운동(1999~2003년), 브라질 무토지농업노동자운동(MST)(1985~2002년까지 활발하게 일어났다가 2003~2008년 룰라정권 하에서 다소 쇠퇴), 볼리비아 노동자-농민/토착민 도시 반란(2000, 2003, 2005)등이 있다. 그러나 대중 운동의 궤적은 항상 상승세를 그리는 것은 아닌데, 대부분의 성공적인 대중 시위는 2000년~2005년에 발생했고, 세계 경기침체에 앞서 그 뒤 3년간은 상대적인 하락세를 그렸다. 1차 생산물 호황 시 좌파는 약화되었다. 2004년~2008년 (9월까지) 단기간의 강력한 회복기에는 코레아(에콰도르), 모랄레스(볼리비아), 키르츠네르와 페르난데스(아르헨티나), 바스케스(우루과이), 룰라(브라질) 등의 개혁주의 및 중도좌파 정권과 우파정권이 득세했다. 세계 경기침체에 휩쓸리면서 나타날 좌파의 ‘취약점’은 라틴아메리카 좌파 정당 사이의 파편화, 분산, 내부 갈등으로 인해 국가 권력과 싸울 능력이 제한되는 것이다. 대중운동과 노동조합은 약화/분할되었고 지도부는 중도좌파 정권에 흡수되었다. 중도좌파 정권은 대중적 동원을 중립화하고 탈정치화하는 데 운동 조직을 활용해왔다. 경기침체가 심화하고 실업이 증가함에 따라 중도좌파의 통제력은 약화된다. 룰라는 브라질노총의 다수파 지도부를 포섭했고(사무총장을 노동부장관으로 임명), 재정지원을 제한하고, 약속을 파기하고, 탄압함으로써, 그리고 무엇보다도 농기업 수출 엘리트들에게 수십억 헤알을 쏟아 부어 MST를 약화시켰다. 경기침체로 룰라의 통제력은 시험대에 오를 것이다. 실업이 증가하고 농업 수출이 감소함에 따라 대중적 불만은 강화될 것이다. 콜롬비아의 우리베 정권, 페루의 가르시아 정권, 칠레의 바첼렛 정권, 그리고 중미 카리브해 지역의 여러 정권 등 우파 및 중도우파 정권 하에서 좌파운동은 사회적, 정치적 공간을 재획득했다. 선거투쟁과 의회를 초월한 투쟁은 신자유주의 헤게모니에 도전했다. 특히 콜롬비아와 페루의 농촌과 도시에서 지역적인 대중운동이 탄생했다. 이러한 운동은 공공자원의 재분배와 다국적 기업에 의한 지역 거주지와 지역 경제의 파괴를 놓고 중앙 정부에 도전했다. 1차 생산물 가격의 붕괴와 실업 증가는 지역 권력 블록을 바탕으로 한 ‘이중 권력 상태’를 형성할지도 모른다. 경기침체기 직전(2007년~2008년) 시기 대중 동원은 앞선 10년과는 다른 나라와 계급에 의해 발생했다. 예를 들어 콜롬비아, 페루, 코스타리카에서의 전투적 대중투쟁은 2005년~2008년 아르헨티나, 볼리비아에서 벌어진 투쟁을 능가했다. 콜롬비아 내에서 게릴라는 자신을 재조직화하면서 전술적 후퇴를 했지만, 토착민, 학생, 노동조합 등이 살인적인 우리베 정권 맞선 투쟁의 최전선에 섰다. 사회운동의 가장 큰 취약성은 이들의 지도력이 한 부문에 국한되며 전국적인 구조를 갖추지 못한 상태라는 점이다. 이들이 사회전반에 걸친 프로그램을 포괄하더라도 그들의 지도력은 전국적인 핵심 구조를 지탱하기에 필요한 독립적인 재정적 물질적 자원이 부족하다. 무엇보다도 정치권력-국가권력을 장악하기 위한 실천과 프로그램이 부족하다. 이들이 영향력과 대중적 지지력을 획득하더라도 이들은 ‘중도 좌파’ 정치 지도자들과 동맹을 형성하려 할 것이다. 이들은 반복적으로 ‘권력을 장악하지 못하면 좌파와 협력하고 권력을 장악하면 우파와 협력’해왔다. 무엇을 할 것인가? 1차 생산물 호황이 종결되면 광산노동자, 석유노동자, 농업 프롤레타리아 사이에 실업이 증가할 것이다. 이들은 전통적인 계급투쟁, 조직, ‘의식’을 지닌 채 균질적인 공동체에 모여 있었다. 고립되고 지역화된 투쟁은 불가피하며 사실 이미 2008년 말에 발생했다. 수출과 국내 소비 시장의 급격한 감소는 산업노동자, 특히 자동차 및 관련 제조업 분야에서 실업을 증가시킬 것이며 이는 직접행동을 위해 실업 노동자들의 조직을 혁신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농업-광업 수출세에 의존해온 국가 세입의 감소는 공무원들의 해고 및 신규 채용 동결로 귀결될 것이다. 이는 수만 명의 젊은 대학, 사범대학, 전문대학 졸업자들이 취업을 못하여 아무런 미래도, 조직화 가능성도 없는 상태로 방치된다는 뜻이다. 경기침체/불황(일반적 위기)은 국제 이주를 감소시킬 것이며 이주자의 귀국을 야기할 것이다. 해외 거주 노동자들로부터 거두어들이는 막대한 양의 해외송금도 사라져 고난과 긴장, ‘고향’에서의 투쟁의 필요성이 강화될 것이다. 경기침체의 ‘세계적’ 성격은 지난 수십 년 동안 ‘탈출구’로서 작동해온 이주의 기능을 제거할 것이다. 과거에 이주해 나간 사람들은 고국에 머물러 계급투쟁을 조직해온 이들과 같은 나이와 같은 야망을 가지고 있다. 해외 이주가 가로막히면 이 젊은 노동자들은 실업/반실업 노동자들의 운동을 급진화하고 강화하는 일을 하게 될 것이다. ‘아래로부터’의 압력이 강화될 것이라는 사실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청년층, 마을 주민들, 주요 거점 내 직업훈련생, ‘비공식 노동자’로 ‘고용’된 노점상들 사이에 뿌리내린 투쟁의 강력한 조직이 없다면 분노와 불만은 탈정치화, 반동화될 가능성이 많다. 범죄 특히 밀수, 마약, 성매매, 강간, 납치가 크게 증가할 것이다. 실업자들이나 생존의 벼랑 끝에 내몰린 사람들이 우익적 준군사조직과 ‘보안업체’에 새로 채용될 가능성도 있다. 천년왕국 신봉자, 협잡꾼, 영성주의자들이 가장 탈정치화된 사람들과 사회로부터 고립되어 집안에만 갖혀있는 이들을 신비주의에 빠뜨릴 가능성도 있다. 달리 말하면 경제 불황이라는 동일한 객관적 조건과 동일한 주체적 좌절이 사회적, 정치적 대응을 낳을 수도 있고 탈정치적인 반응을 낳을 수도 있다. 반자본주의적 의식의 출현은 사회주의자 조직이 일상적인 투쟁에 활발히 참여하고 긴밀히 연결되어있는지 여부에 달려있다.
팔레스타인의 평화를 위한 조건 2009년 1월 18일,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쟁에 대해 일방적 휴전을 선언하였다. 에후드 올메르트 이스라엘 총리는 군사 공격은 중단하되, 병력은 철수시키지 않을 것이고 언제라도 하마스의 로켓공격에 대해 공습을 재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해 12월 27일 가자지구 초토화 작전이 개시된 이후 22일이 경과하는 동안, 이스라엘은 유엔의 휴전 제의를 줄곧 무시해왔다. 이집트의 중재로 열리게 된 하마스와의 휴전협상 테이블에도 전혀 응하지 않았다. 반면 하마스는 이집트가 제안한 휴전협상 초안에 대해 조건부로 수용할 뜻을 밝혔고, 기존 입장을 수정하여 2008년에 맺은 휴전협정을 1년 연장하는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제안에 대해 이스라엘은 추호의 관심도 기울이지 않았다. 이스라엘의 휴전선언은 교전 상대방의 존재와 요구조건조차 깡그리 무시한 채로 이루어졌다. 현재도 그렇고 앞으로도 이스라엘은 하마스와 협상을 하지 않을 것이며 독자적로 전황을 결정할 것이라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다. 일방적 전쟁, 일방적 휴전 이번 침공으로 인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에 있어 전쟁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은 오로지 이스라엘만이 가지고 있다는 점이 보다 분명해 졌다. 지난 해 6월 이스라엘-하마스간의 휴전협정이 맺어진 후, 이스라엘은 11월 내내 가자지구로 공급되는 구호식량과 의약품, 연료를 완전히 차단하고 하나뿐인 발전소 가동조차 중단시켰다. 이에 가자 주민들이 저항하자 이스라엘은 일상적으로 군사적 충돌을 촉발시켰다. 본격적인 군사작전이 개시되기 전에도 가자지구 내외부에 크고 작은 교전이 전개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하마스는 지난해 12월 16일, 휴전이 깨졌음을 선언하였다. 이스라엘은 12월 27일에 돌연 하마스의 선제포격을 명분으로 3단계 군사작전, 이른바 ‘철권’(Iron Fist) 공격을 개시하며 본격적인 전쟁을 선포하였다. 순전히 이스라엘에 의해 시작되고 끝이 난 이번 전쟁은 일차적으로 하마스 세력을 무력화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삼고 있는 것 같지만, 실상은 팔레스타인 분쟁을 대내외적으로 활용하려는 이스라엘의 정략의 일환이었다. 이스라엘은 이번 공격으로 국제적으로, 오바마 행정부의 출범을 앞두고 중동지역에서 미국-이스라엘 동맹을 보다 확고히 다져놓아 미국의 대외정책의 우선순위를 팔레스타인 문제에 두려고 했다. 국내적으로 2월 총선을 앞두고 현재의 집권세력이 승리하기 위해 강경노선의 표본을 보여주려고 했다. 결과적으로 이스라엘은 목표를 일부 달성했다. 1,200명의 팔레스타인인을 살해하고 4,000여 개의 민간거주건물을 파괴한 대가로 가자지구로 유입되는 무기밀매를 통제하겠다는 미국의 양해각서를 얻어내었다. 또한 이스라엘 군대가 가자 북부지역을 점령함에 따라 현 집권세력이 국가 ‘안보’를 확보했다고 공언할 수 있게 되었다. 로켓포 사정거리보다 더 긴 지역을 이스라엘 군대가 점령해서 이스라엘 영토에 대한 하마스의 로켓포 공격을 차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저항운동의 정치적 구심인 하마스를 협상의 파트너로조차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분쟁에 대한 이스라엘의 일방적 태도를 공공연히 표명하였다. 상식과 정도를 넘어서는 이스라엘의 폭력을 통제할 수 있는 현실적인 힘이 어디에도 없다는 사실, 그리고 팔레스타인 저항운동의 협소해진 입지를 고려할 때 이 분쟁의 현실적 해결이 점차 불가능해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우려를 품게 된다. 이스라엘의 정략적 목적이 관철될 수 있었던 이번 전쟁의 양상을 보았을 때 더욱 그러하다. 그렇다면 도대체 무엇이 이토록 끔찍한 이스라엘의 ‘인종청소’를 가능케 하고 있는 것인가? 또한 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이 시간이 갈수록 불가능해지는 이유는 무엇인가? 시오니즘, 폭력의 진원지 식민지 정착민 국가로서 이스라엘의 궁극적인 국가전략은 팔레스타인 원주민에 대한 영구적인 추방이다. 그런데 어떻게 이 같은 기괴한 국가전략이 건국 이후 60여 년 동안 아랍지역의 한복판, 그것도 무슬림 핵심 거주 지역에서 발전될 수 있었던 것일까? 이스라엘의 시온주의는 아랍지역에서 관철된 미국과 유럽의 통치전략에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였다. 유대교, 유대인만의 국가의 창설이라는 이념은 타자에 대한 거부를 본질로 하는데, 유대국가가 자신의 부당한 존재를 정당화하기 위해서는 단지 타민족을 차별, 배제하는 것을 넘어 주변민족들 역시 이스라엘 자신을 배척하고 더 나아가 그들이 이스라엘 자신들처럼 배타적인 종교적, 민족적 정체성에 따라 서로 분열하고 대립하는 것을 필요로 했다. 그러나 1970년대 초까지만 해도 이러한 이스라엘의 분열 전략은 종교적인 면에서 관용적이었던 아랍민족주의에 의해 효과적으로 통제될 수 있었다. 그런데 1967년 4차 중동전쟁에서의 아랍진영의 패배는 그 이후 이 지역 정치질서를 이스라엘의 전략에 종속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각 지역마다 다른 형태로 발전해 온 이슬람 내 분파 간의 차이를 극단적으로 부각시키는 이슬람 근본주의가 재발명되어 미국과 이스라엘 주도로 진행된 지역 패권정책에 크게 기여하는 결과를 낳았다. 미국의 지원 아래 이데올로기적 정당성을 획득한 이후, 경제적 차원을 포함한 온전한 의미의 ‘이스라엘 제국주의’의 실현이 이스라엘의 대아랍전략의 핵심으로 대두되었다. 이스라엘의 군사적 헤게모니 완성과 미국 주도의 평화협상을 거치면서 이스라엘이 이 지역의 온전한 일원으로 인정되었다. 물론 오늘날까지 이스라엘의 역사적 정당성 문제는 아랍지역의 반미정서와 맞물려 계속적으로 도전받고 있지만 대부분의 아랍정권은 정치적으로 양보하더라도 지역안정을 확보하는 길을 택하였다. ‘살육’을 가능하게 하는 것 2000년 2차 인티파다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팔레스타인에 대한 항구적인 절멸전쟁을 실행해온 이스라엘의 강경노선은 국내외적으로 아무런 저항도 받지 않고 확장, 강화되고 있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요인은 이스라엘이 처해있는 국가 내부적 위기 상황과 이를 타개하기 위한 지배세력의 생존전략에 있다. 1990년대 이후 중동지역 대다수 나라가 경험했던 것처럼 이스라엘 역시 민족경제 건설에 실패하고 심각한 재정위기와 외채문제에 직면하면서 국제금융기구에 의해 강요된 개혁프로그램을 채택하게 된다. 지속되는 마이너스 성장, 외국자본의 유입 감소, 아랍시장의 상실, 관광산업 붕괴, 군대와 정착촌 비용으로 발생하는 재정적자로 이스라엘의 경제상황이 악화되었다. 이스라엘의 실업률은 11%를 넘고 인구의 20%에 해당하는 150만 명이 빈곤선 이하의 삶을 살고 있다. 반면 부패와 투기로 극소수의 인구는 부를 불려가면서 경제적 불평등이 심화되었다. 다양한 유대인 이민족으로 구성된 이스라엘에서 경제위기의 폐해는 소수집단, 즉 아랍지역 출신 유대인, 이스라엘 국적을 가진 아랍인, 동구권 이민자들에게 집중되었고, 이로 인한 사회적 불만이 만연해졌다. 이에 따라 이스라엘의 국민적 정체성인 시오니즘이 다양하게 분열하고 각축을 벌이게 되면서 종교적 통합력에 대한 사회적 합의의 약화되고, 현 집권세력에 대한 정당성의 문제가 대두되기 시작하였다. 이 같은 위기는 이스라엘의 모든 정치세력들로 하여금 오직 이슬람을 배척하고 증오를 키워서 스스로의 정체성을 확인해야 할 현실적 필요를 느끼게 하였다. 이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정책이 팔레스타인 거주지에 유대인 정착촌을 설치하는 것이다. 이스라엘 정부는 팔레스타인인들 속에 유대인들의 생활 근거지를 두면서 주민들 사이에서 종교, 종족 갈등을 불러일으켜 양 민족 간의 공존이 불가능함을 인식시키려고 했다. 이스라엘인들로 하여금 팔레스타인의 주권을 부정하게 하여, 팔레스타인인의 국가창설에 대한 정당성과 가능성을 약화시키고자 하는 것이 목적이다. 2000년대 이후 이스라엘은 ‘새로운 우파’가 주도하는 사회가 되어가고 있다. 이 새로운 우파의 특징은 아랍계의 배제이며 이 방식은 나치 독일에 비견할 만큼 억압적이고 폭력적이다. 신자유주의 시대 이스라엘이 탄생시킨 이 새로운 우파는 전통적인 보수 세력이 건설한 민주적 제도와 장치들을 과감하게 제거함으로써 이스라엘 사회 내부와 주변 국가들에 혼돈과 폭력적 상황을 가져왔다. 2002년 12월, 미국 주도로 채택된 “중동평화 이정표”는 팔레스타인 제도와 일상에 대한 이스라엘의 지속적인 파괴로 실행되지 못했다. 또한 이스라엘은 2006년 팔레스타인 총선에서 정식으로 가자지구의 집권세력이 된 하마스에 대해 강력한 경제봉쇄를 취함으로써 바로 오늘과 같은 전면전에 이르게 만들었다. 이스라엘은 2차 인티파다 이후 점령한 지역으로부터의 철수를 거부하면서 오히려 민족 간 공존의 전망과 극단적으로 대립되는 소위 “보안장벽”(고립장벽) 건설을 가속화해왔다. 이미 전기 장벽이 1차 인티파다 기간 중 설치된 바가 있는데 이 장벽이 의미하는 것은 ‘안전’을 위해 이스라엘 지역을 팔레스타인인들로부터 단절시킨다는 것이다. 이스라엘이 생각하는 팔레스타인 국가의 모습은 유대인 정착촌에 포위된, 자력방어 능력이 없는, 자체의 경제기반이 없는 국가, 즉 유대인 자신들이 근대 유럽에서 경험했던 게토, 그보다 훨씬 비인간적인 조건의 거대한 수용소인 것이다. 해방운동이 겪는 난관들 이스라엘의 탄압과 절멸 전략이 점차 현실화되고 있는 가운데 팔레스타인 해방운동의 입지는 더욱더 좁아지고 있다. 1987년 본격적으로 전개된 1차 인티파다는 이스라엘 점령지 외부, 즉 인접 아랍 국가들에 근거지를 두고 전개되어 온 팔레스타인 해방운동이 점령지 내부에서 대중운동의 형태로 나타났다는 점에서 역사적 의미가 있다. 1990년대 오슬로 협정으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수립되었고, ‘두 개의 국가’에 대한 상호간의 존재를 인정하는 기조 하에 평화협정이 맺어졌다. 2000년 2차 인티파다는 미국과 유엔의 비호 하에 팔레스타인을 기만하는 평화협상에 대한 환멸의 표시였고, 또한 평화협상의 산물로 등장한 자치정부체제의 부패와 무능력에 대한 비판이었다. 아라파트 자치정부 수반은 이스라엘과 국제적 압력이 두려워 인티파다에 대한 강경태도를 취했고, 팔레스타인인들은 아라파트를 더 이상 자신들의 대변자로 생각하지 않게 되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행동반경이 제한되어 있음이 명백히 드러남에 따라 자치정부에 대한 불신은 이스라엘에 대해 다양한 방식의 폭력 저항으로 나타나게 되었고 이는 파타나 하마스와 같은 정치세력의 지도와는 무관하게 확산되었다. 1994년 자치정부가 형성되면서 저항과 탄압의 양상은 급변하였는데 이스라엘의 지배에 반대하는 전사회적인 투쟁(공공기관과 기업가 타격, 불매운동)이라는 기존의 방식은 이스라엘이 자치지구에서 물러가고 팔레스타인 주민들만이 고립된 상황에서 더 이상 불가능해졌다. 더구나 이스라엘 군의 재진입으로 점령지 내부와 외부가 분리되면서 대중적인 투쟁은 불가능해졌다. 이에 따라 양측의 대결은 군사적 양상을 더욱 강하게 띠게 되었는데 이러한 양상은 자치정부 차원에서의 폭력의 제도화와 독점의 상황에 따른 것이기도 하다. 분쟁이 전쟁 양상으로 변화하자 이스라엘은 하마스에 대해 치고 빠지는 일회적인 타격 대신에 인적, 물적 기반을 체계적으로 타격하는 보다 장기적인 작전을 펼쳤다. 이는 이스라엘이 군사작전을 명분으로 팔레스타인 민간인 학살을 본격적으로 실행 할 수 있는 조건이 되기도 하였다. 대테러전쟁이 낳은 파괴적 결과 미국의 대테러전쟁이 이라크에서 중동지역 전체 차원으로 확대되면서 팔레스타인 사태의 근본적인 해결은 더욱 요원해지고 있다. 이스라엘은 2001년 9.11 테러 직후, “우리에게 빈 라덴은 아라파트다”라며 대테러 전쟁에 팔레스타인 문제를 연관시켜왔다. 이슬람 근본주의 운동에 대한 공포를 자극해서 팔레스타인에 대한 적대감을 강화하려는 것이었다. 대테러전쟁은 기존의 종교적 대립구도를 극대화시켜 다양한 정체성들의 차이를 전쟁이라는 극단적 상황으로 치닫게 하는 파괴적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아랍지역에서 벌이고 있는 미국의 대테러전쟁 확전은 다양한 종족, 종교적 분쟁들을 퇴행적인 극단적 분리주의로 환원시키고자 한다. 이러한 논리가 그대로 적용된다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도 “종교적 갈등” 문제로 제한되게 될 것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바로 이러한 대테러전쟁의 논리로 하마스를 ‘악마화’하고 팔레스타인 민중들의 정당한 저항을 왜곡하고 있다. 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한 국제적이고 보편적인 연대를 가로막는 대테러전쟁에 대한 분명한 비판이 필요하다. 또한 종교, 종족적 특성과 세계화의 폭력의 복합적 양상이 오늘날의 전쟁을 규정짓는 핵심적인 요인이라 했을 때, 일국사회나 지역 차원의 본질적인 문제점들을 해결해 나가고 폭력의 악순환을 끊어낼 수 있는 정치적 대안과 전망이 절실하다. 유일한 해법 국제적으로 고립된 팔레스타인의 열악한 조건이 대테러전쟁에 의해 한층 더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이스라엘의 학살전쟁은 실질적 통제 없이 수행되었다. 팔레스타인이 겪고 있는 이 비극적인 현실은 오늘날 세계질서가 만들어낸 모순의 극단적인 발현이다. 따라서 이 문제의 유일한 해법은 세계경제질서와 결합된 세계화의 폭력을 올곧게 비판하는 대안세계화 반전평화 운동의 활성화다. 이라크 전쟁과 미국의 대테러전쟁에 반대하는 국제적인 반전평화운동은 이번에도 활발히 전개되었다. 세계적으로 일어난 반전운동은 각 국가에서 시위를 벌이며 △ 이스라엘군이 현재 가자지구로부터 모든 병력을 철수하고 일체의 군사행동을 중단할 것, △ 가자지구 분리장벽을 즉각 철거하여 사람, 식량, 석유, 의약품의 이동을 가로막는 봉쇄를 해제할 것, △ 팔레스타인인들의 거주 지역에 설치된 이스라엘 정착촌을 완전히 철거할 것, 그리고 △ 이스라엘 정부는 가자지구의 집권세력인 하마스와 성실히 교섭할 것을 요구했다. 또 △ 미국의 중동패권전략과 대테러전쟁을 규탄하고, △ 이스라엘에 대한 정치적, 군사적 지원을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하였다. 팔레스타인의 온전한 해방을 요구하는 대중적인 반전평화운동의 열기는 이 모든 사태해결의 가장 유용한 출발점이다. 우리는 언제 어떻게 재개 될지 모르는 이스라엘의 군사 행동을 막아내고, 팔레스타인 민중과 연대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여 반전평화운동을 확장해나가야 한다. 그런데 아래로부터의 반전평화운동이 이 문제에 대해 현실적인 영향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오늘날 대테러전쟁이 불러 온 극단적인 폭력의 악순환을 효과적으로 비판할 수 있어야만 한다. 아랍지역의 종족, 종교적 갈등문제에 대한 대안적이며 정치적인 해결책을 반전평화운동이 제기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은 먼저 종족, 종교적 차이가 경제적 불평등과 세계화의 폭력과 결합되어 극대화된 증오와 보복의 논리들에 대해 비판적인 인식을 분명히 갖는 것이며, 다양한 정체성에 대한 자율성의 보장과 공존을 지향하는 평화를 주장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한국사회는 이번 가자지구 학살을 통해서 이스라엘과 미국의 학살동맹의 폭력성을 비로소 인식할 수 있었다. 아랍지역에서 벌어지는 극단적 폭력의 도미노 현상을 비판하고 팔레스타인 해방운동과 진정으로 연대하기 위해 한국사회에서 사회운동이 해야 할 일이 분명하다. 팔레스타인 민중운동과 연대하는 동시에, 대테러전쟁과 그 동맹을 비판하는 반전평화운동이 한반도와 동아시아 차원에서 성장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경제위기의 책임을 우리에게 전가하지 말라!” 미국발 금융위기가 전 세계로 확산되어 장기적인 경기침체로 이어질 조짐을 보이자 주요국 정부들은 긴급구제조치를 취하는 한편 여러 경로를 통하여 정책공조에 나섰다. 그러나 이들은 세계적인 위기를 촉발시킨 금융화를 중단하기보다는 이를 지속 또는 심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즉 금융 시스템에 내재한 위험을 관리하고 시스템을 개선함으로써 금융화가 새롭게 발전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자는 것이다. 주요국 정부들의 이러한 움직임은 경제위기의 비용을 각국의 노동자 민중에 전가하는 것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상황에서 세계 사회운동들은 주요국 정부들의 잘못된 처방을 비판하는 한편 금융화된 세계 경제 시스템을 변화시키기 위한 대안을 제출하고 있다. 또한 경제위기가 노동자 민중의 생존을 위협하는 상황을 고용과 임금을 방어하기 위한 공동 투쟁으로 돌파하기 위한 태세를 갖추고 있다. 이 글에서는 경제위기에 대한 세계 사회운동의 대응을 몇 가지 대표적인 사례를 통해 살펴보고자 한다. 금융거래과세연합(ATTAC) 등 여러 사회운동이 제출한 국제 금융 시스템 재편에 대한 기본원칙, 각 국에서 벌어지는 노동조합의 투쟁, 세계사회포럼 프로세스를 통해 형성되는 국제적인 공동행동 계획을 차례로 검토하겠다. 금융위기에 대한 세계 사회운동의 입장: 위험관리가 아닌 전면적인 금융억압 세계적인 위기에 대한 사회운동의 대응은 ‘위험 관리’에 초점을 둔 주요국 정부들의 대응을 비판하며 이와는 전혀 다른 대안을 제시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먼저 금융거래과세연합(ATTAC) 유럽 네트워크는 2008년 10월 15일에 개최된 유럽 정상회의에 맞춰 <때가 왔다. 금융 카지노를 폐쇄하자: 금융위기와 민주적 대안에 관한 아탁 성명서>를 발표해 금융위기에 대응하는 전 유럽 차원의 캠페인을 전개할 것을 제안했다. 성명서는 주요국 정부들이 언급하는 금융개혁 수단들이 금융자본주의를 유지하고, 부자들을 보호하며, 금융투명성과 같은 표피적 개혁을 추진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동시에 신자유주의의 중심축, 특히 자본의 세계적 이동성을 중단시키는 것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새로운 금융체계를 위한 기본적 필요조건을 다음과 같이 제시했다. 첫째, ‘시장의 자기규제’를 대체하는 새로운 국제 경제질서를 수립해야 한다. 노동조합, 소비자를 포함하여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하는 가운데 유엔이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의 결합에 대한 모니터링 권한을 가져야 한다. 둘째, 금융시장의 실물경제 지배를 해체해야 한다. 여기에는 모든 금융이동에 대한 과세, 각국의 모든 주식거래에 대한 과세, 금융복합기업 형성 금지, 자본소득에 대한 과세, 정당한 분배 정책, 기반시설 및 연금 사유화 중단이 포함된다. 셋째, 투기꾼이 그 대가를 지불한다는 원칙을 확립해야 한다. 불가피한 구제금융에 대해서는 엄격한 조건이 따라야 한다. 넷째, 유럽연합의 개혁과 유럽중앙은행에 대한 민주적 통제가 필요하다. 자본이동 규제를 금지하는 리스본 조약의 조항은 바뀌어야 하며 유럽 중앙은행은 물가안정이 아니라 고용안정과 정당한 분배를 목표로 삼아야 한다. 다섯째, 금융체계의 핵심부를 개혁해야 한다. 은행에 대한 규제 강화, 투기적 금융상품 금지, 투자은행 축소, 금융복합기업의 분리, 공공은행 강화, 신용평가기관에 대한 공적 통제, 헤지펀드 금지, 역외금융센터 및 조세회피국의 경제적 기능 폐지, 유럽연합의 예금과세 지침 확대 적용, 단기 주식보유자 의결권 제한 및 스톡옵션 금지, 가계부채 규제, 공공주택 중심의 주택정책 확대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2008년 10월 13일~15일 베이징에서 개최된 아셈 민간포럼 참가한 몇몇 단체들이 발표한 성명서 <세계경제위기: 변혁을 위한 역사적 기회> 역시 이와 유사한 내용을 담고 있다. 2008년 11월 15일 워싱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도 여러 단체들이 성명서를 발표하며 세계 금융질서 재편에 관한 입장을 제시했다. 대표적으로 주빌리사우스가 주축이 되어 아탁 등 115개 국가 890개 조직이 서명해 10월 29일 발표된 <국제금융체계 개혁을 위한 “세계 정상회의” 성명>은 현 위기에 대한 근본적인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서 G20을 넘어서는 민주적인 참여와 토론이 필수적임을 강조했다(http://www.choike.org/bw2/). 따라서 그들은 G20이 아니라, 국제 금융 화폐 질서 개혁을 위한 유엔 주최 국제회의가 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유엔의 회의가 ① 세계 모든 정부가 참여하고, ② 시민사회, 시민조직, 사회운동 등의 대표자가 참여하고, ③ 현재 위기로 큰 영향을 받는 지역들이 협의하기 위한 분명한 시간표와 절차를 마련하고, ④ 포괄적인 범위로 모든 문제와 기구들을 다루고, ⑤ 투명성이 보장되어 제안서와 결과 문서의 초고가 공개되고 토론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국제노총(ITUC)도 G20 정상회의에 맞춰 20개국 노동조합 지도자 회의를 워싱턴에서 개최하고 <세계 노동조합 워싱턴 선언>을 발표했다(http://www.ituc-csi.org/spip.php?article2523). 성명서에서 국제노총은 각국 정부에 다음을 촉구했다. 첫째, 실물경제의 회복을 위한 계획에 착수해야 한다. 둘째, 지금과 같은 금융위기가 다시 발생 하지 않도록 국제 금융시장을 규제해야 한다. 셋째, 새로운 세계경제 거버넌스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넷째, 분배정의의 위기에 대항해 싸워야 한다. 동시에 주빌리사우스를 비롯한 몇몇 국제네트워크는 G20 정상회의에 맞추어 11월 15일을 ‘국제 공동행동의 날’로 삼아 각국에서 새로운 경제 체계를 요구하는 행동을 벌일 것을 호소했다. 이 날 광범위한 국제 행동이 조직되지는 않았지만 몇몇 나라에서 이 호소에 응하여 다양한 행동을 펼쳤다. 대표적으로 일본 아탁은 도쿄 증권거래소 앞에서 “머니 게임은 이제 됐다! 구제할 것은 은행이 아니라 민중의 삶이다!”라는 구호를 내걸고 집회를 개최했다. 러시아에서도 이날 몇몇 좌파 청년단체들이 피켓시위를 벌였다. 파리, 모로코 등지에서도 비슷한 행동이 열렸다. 각국 노동조합의 대응: 경제위기의 민중전가에 맞선 노동자 단결 유럽노동조합연맹(ETUC)은 2008년 9월 27일 <런던 선언문>을 발표하여 경제위기에 대한 노동조합의 입장을 제출했다(http://www.etuc.org/a/5367). 선언문에서 유럽노동조합연맹은 세계 금융위기를 전환점으로 삼아 금융 시스템을 완전히 변화시키자고 주장했다. 특히 공적자금이 투입되는 금융기관에 대해서는 반드시 공적 개입과 통제가 뒤따라야 하며 이를 통해 근본적인 변화를 촉진하자고 했다. 또한 피해를 입은 노동자와 주택자금을 상환하지 못해 쫓겨날 위기에 처한 가계, 노년 빈곤의 위협을 받는 연금수급자들을 위한 정책이 우선시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혼란을 일으킨 주범이 구제금융의 주된 수혜자과 되고 있는 현실을 비판했다. 더불어 경제위기 상황에서 소득과 임금의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공공 정책이 긴요하다고 주장했다. 유럽노동조합연맹의 위와 같은 입장은 유럽 각국에서 벌어지는 노동조합의 투쟁을 통해 더욱 구체화된다. 이탈리아에서는 지난 2008년 12월 12일 이탈리아노동총연합(CGIL, 이하 이탈리아노총)이 베를루스코니 정부의 경제위기 대응 계획에 맞서 4시간 파업을 벌였다. 이에 앞서 11월에는 정부의 교육예산 삭감과 신자유주의적 교육개혁에 맞서 학생들이 투쟁을 전개했다. 투쟁이 절정을 이룬 11월 14일에는 전국적으로 20만 명이 시위에 참여했다. 이탈리아노총 산하의 대학연구자 노조 역시 이 투쟁에 참여했다. 학생들이 “경제위기의 책임을 우리에게 전가하지 말라”는 구호를 외치며 투쟁을 전개하고 있을 당시, 알리탈리아항공이 2,000명 정리해고 계획을 발표하고, 토리노, 브레스치야 등 북부에서 공장폐쇄 움직임이 나타나며 경제위기의 여파가 점차 확산되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탈리아노총 산하 금속노조(CGIL-FIOM)는 대의원대회를 통해 12월 12일 파업을 결의했고, 결국 이 총파업은 이탈리아노총의 파업으로 확대되었다. 이탈리아노총은 총파업이 즈음하여 위기에 맞선 노동자들의 공동 요구를 담은 <경제위기 대응 계획>을 발표했다(http://www.cgil.it/nuovoportale/Banner/SCIOPERO121208/PianoAnticrisi.pdf). 여기서 이탈리아노총은 현재 정부의 경제위기 대응 계획이 은행의 유동성과 안정성을 지탱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어서 1929년 대불황과 맞먹는 현재의 경제적, 사회적 비상사태를 해결하는 데 전혀 적절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탈리아노총은 정규직노동자, 비정규직노동자, 연금수급자, 저소득층 가계 전반에 위기 비용이 전가되는 것을 막아야 하며, 이를 위해 고용을 유지하고 소득을 지지하는 것이 정책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국내적 차원에서는 고용과 임금정책 보호, 노동자와 연금수급자의 실질소득 인상을 핵심으로 하는 “위기 대응 계획”을 즉각적으로 실현할 것을, 유럽적 차원에서는 성장과 발전의 재개를 위한 공동행동 계획을 개시할 것을 요구했다. 한편 프랑스에서도 경제위기 민중전가에 맞선 노동조합들의 단결 투쟁의 기운이 고조되고 있다. 프랑스노동총동맹(CGT)을 비롯한 8개의 노동조합조직들이 오는 1월 29일 공동의 요구안을 가지고 대규모 집회를 열 예정이다. 이들이 공동행동을 조직하게 된 것은 노동자, 실업자, 퇴직자들이 현재 경제위기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겪고 있으며, 사회적 불평등과 불안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노동자들이 단결하지 않고서는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경제위기의 확산으로 자동차와 건설 부문에서 대량 해고사태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발표된 사르코지 정부의 고용실업 대책은 각종 규제를 완화하여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최대한 확보하고 그에 따르는 부담을 정부 지출로 보완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프랑스민주노동총동맹(CFDT), 프랑스기독교노총(CFTC), 프랑스관리감독직총동맹(CFE-CGC), 프랑스노동총동맹(CGT), 노동자의힘(FO), 교원노조(FSU), 연대노조연합(Solidaires), 자율노조연맹(UNSA)은 지난 1월 5일 공동의 요구를 담은 성명서를 발표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단결하여 투쟁할 것임을 천명했다(http://www.cgt.fr/spip.php?article35508). 성명서에 담긴 요구를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첫째, 경제위기 상황에서 일자리를 유지하는 것이 최우선의 과제가 되어야 한다. 각 기업은 생산 감축에 따른 부분해고, RTT 휴가(노동시간을 주39시간에서 35시간으로 단축하면서 줄어든 4시간을 급여로 지급하는 제도를 역으로 휴가로 지급)를 실행하고 있다. 생산 감축이 발생할 때 기업은 고용과 임금을 지킬 것을 목표로 반드시 노조와 협상을 거쳐야 하며, 조업단축 기간은 직업 훈련을 위해 사용되어야 한다. 사회와 시민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데 필요한 일자리가 확대되어야 하며 정부의 공공부문 일자리 3만 개 감축 계획은 철회되어야 한다. 더불어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불안정한 노동조건이 개선되어야 한다. 둘째, 정부의 임금정책은 노동자의 구매력 향상(실질임금 인상)과 불평등 축소를 목표로 해야 한다. 각 기업은 이를 목표로 임금 협상에 나서야 하며 사회보험에 대한 노동자 기여분은 임금협상 결과에 따라 조정되어야 한다. 셋째, 정부와 유럽연합의 공공정책은 구매력 향상을 통한 소비회복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노동자, 실업자, 연금수급자, 사회보장수당 수급자 모두 적절한 소득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주택 임대와 저리 신용, 집단적 건강보험과 연금을 확대하고, 기간시설과 공공서비스, 연구개발, 교육훈련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 기업에 대한 공적자금 투입은 사회적 필요, 특히 고용 유지를 목표로 해야 하며, 은행에 투입된 공적자금은 국가에 의해 직접 통제되어야 한다. 넷째, 단협 개선을 통해 노동자의 생활과 노동조건이 향상되어야 한다. 노동시간단축을 되돌리려는 법조항은 무효화해야 하며 일요일 노동에 관한 법안은 철회되어야 한다. 노사관계와 관련된 모든 입법은 사회적 대화를 존중해야 한다. 다섯째, 국제 금융시장을 규제해야 한다. 투기 종식, 국제적인 금융시스템의 불투명성 제거, 자본이동 규제에 유럽연합이 전면에 나서야 한다. 세계사회포럼과 경제위기에 맞선 국제 공동행동 오는 2009년 1월 27일~2월 1일 9차 세계사회포럼이 브라질 벨렝에서 열린다.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전쟁에 맞선 세계 사회운동이 대안을 모색하고 공동행동을 조직하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한 세계사회포럼은 2008년 ‘1.26 세계 행동의 날’을 거쳐 2년 만에 전 세계 집중 행사로 개최된다. 현재 여러 단체들이 전 세계적인 경제위기의 확산이라는 정세를 반영하여 이에 대한 세계 사회운동의 분석과 요구를 모으고 공동행동 방안을 마련하는 것에 초점을 두고 세계사회포럼을 준비하고 있다. 현재까지 제출된 주요 계획은 다음과 같다. <금융거래과세시민연합(ATTAC) 국제네트워크>, <제3세계외채탕감위원회> 등은 금융위기의 원인과 영향을 진단하고 세계적인 대응을 촉진하기 위한 세미나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탈리아노총, 브라질노총, 세계여성행진 등이 주축이 되어 2007년 케냐 나이로비에서 열린 7차 세계사회포럼에서 결성된 <노동과 세계화 네트워크> 역시 세계 금융위기에 대한 대응 전략을 개발하기 위해 다른 그룹과 공동활동을 전개한다는 계획을 제출하고 있다. 특히 현재의 경제위기가 단순히 금융부문의 위기에 그치지 않고 노동자 민중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강조하며 노동자운동이 중심이 되어 위기 대응을 위한 공동 전략을 마련하는 것을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또한 유럽좌파당과 긴밀한 관련을 맺으며 활동하는 ‘트랜스폼! 유럽 네트워크’ 역시 세계적 위기를 분석하고 이에 맞서기 위한 정치적 사회적 대안을 모으는 한편 대안세계화운동의 역할을 밝히기 위한 여러 세미나를 개최할 예정이다. WTO 반대투쟁을 주도해온 ‘우리 세상은 상품이 아니다 (Our World Is Not for Sale)’ 네트워크의 발의로 여러 주제별 네트워크간 토론회도 열릴 예정이다. 이틀에 걸쳐 각 네트워크의 전략을 공유하고 공동 전략 및 공동행동 조직화에 관한 토론을 진행한다는 것이 이들의 계획이다. 마지막 날 폐막 행사를 겸하여 열릴 총회에서는 모든 참가자들이 모여 포럼 기간 동안 논의된 결과를 종합하게 된다. 그 결과를 모아 2009년의 공동행동계획이 채택될 예정이다. 세계사회포럼 국제위원회에서는 2008년 ‘1.26 세계행동의 날’을 고무적으로 평가하며 이런 방식의 국제 공동행동을 지속하자는 의견이 모아졌다. 이는 세계 집중 행사의 주기와도 관련이 있는 문제인데, 주기에 관한 논쟁은 아직 결론나지 않았으나 2년 또는 3년이 채택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세계 집중행사 개최 여부에 상관없이 매년 국제 공동행동의 날을 개최하자는 제안도 있어서 2009년 국제공동행동 개최 시기 역시 총회를 통해 다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국제공동행동 성사 여부에 대해서는 유럽사회운동들의 움직임을 주목할 만하다. 유럽의 사회운동들은 2008년 11월 13일~15일 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린 유럽사회포럼 준비회의를 계기로 사회운동총회를 개최하고 그 결과를 모아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탈리아 학생들의 구호를 따 “위기에 대한 책임을 우리에게 전가하지 말라”는 제목을 단 성명서에서 유럽 사회운동들은 ‘손실의 사회화’를 특징으로 하는 각국의 구제금융 프로그램을 비판하며 경제위기로 가장 심각한 영향을 받는 노동자 민중이 겪고 있는 여러 문제들을 해결하고 민중의 기본적인 권리를 확대하는 것이 우선시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 터키 등 각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여러 투쟁을 조정하여 유럽 차원의 공동 투쟁을 건설하는 것이 긴급한 과제라고 주장했다. 그 계기로서 12월 12일 이탈리아 총파업, 12월 16일 유럽위원회의 노동시간 연장 지침 반대 투쟁, 2009년 3월 유럽연합 각료회의 대응 투쟁, 6월 이탈리아에서 열릴 G8 정상회의를 꼽았다. 또한 벨렝 세계사회포럼이 세계적인 위기에 맞서는 ‘세계 행동의 날’을 제안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뒤이어 2009년 1월 10일~11일 프랑스 파리에서도 유럽사회포럼 프로세스에 참가하고 있는 단체들이 경제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유럽차원의 공동행동 계획을 수립하는 회의를 개최했다. ‘우리 세상은 상품이 아니다’ 네트워크의 유럽모임 격인 ‘시애틀에서 브뤼셀까지’가 최초로 소집한 이 회의에는 아탁, 지구의 벗, 독일 서비스노조(Verdi), 이탈리아금속노조(CGIL-FIOM), 프랑스의 프랑스노동총동맹(CGT), 연대노조연합(Solidaires), 교원노조(FSU) 등 여러 단체에서 150명이 모였다. 논의 결과를 모아 작성된 <파리 선언: 자본의 위기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지 않겠다. 변화가 필요하다!>라는 제목의 성명서는 몇 가지 행동 계획을 제시하고 있다. 첫째는 오는 4월 2일 런던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 앞서 공동행동을 전개하자는 것이다. 유럽 각국의 사회운동이 3월 28일 런던에서 개최될 집중 집회에 참여하거나 같은 날 각국에서 거리 시위를 벌일 것을 호소하고 있다. 이 날 뿐만이 아니라 해당 주를 G20 정상회의에 반대하는 행동주간으로 설정하고, 4월 1일(만우절)을 ‘금융 바보들의 날’로 칭하여 세계 전역에서 금융 권력의 무책임성을 폭로하고 금융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촉진하자는 제안도 담겨있다. 4월 18일~19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또 한 차례의 회의를 개최하여 유럽을 변화시키기 위한 집단행동과 전략의 다음 단계를 발전시키겠다는 계획도 제시했다. 대안세계화운동과 노동자운동의 결합을 향해 금융거래과세연합이 제출한 성명서 등에는 여러 가지 복합적인 요구가 나열되어 있다. 이러한 요구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핵심고리를 설정해야 할 것이다. 성명서에 나열되어 있는 각종 금융통제 방안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중앙은행에 대한 통제가 일차적이다. 유럽중앙은행의 권한에 대한 통제 없이는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한편 노동조합운동은 금융통제에 대한 사회운동의 요구와 결합하여 전체 노동자의 임금과 고용, 노동권을 방어하기 위한 투쟁에서 더욱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노동조합운동은 대안세계화운동과 결합하는데 취약했다. 경제위기에 대한 공동대응을 계기로 이러한 취약점을 극복할 수 있어야 한다. 세계사회포럼은 여러 사회운동들이 제출해 온 대안과 각국에서 벌어지는 투쟁을 연결하여 국제적인 공동행동을 실질적으로 조직하는 장이 되어야 한다. 한국의 사회운동 역시 이러한 흐름에 주목하며 국제적인 공동행동의 흐름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경제위기와 생태위기에 대한 오판과 단견 이명박 정부의 회심작 녹색 뉴딜 이명박 정부는 1월 6일 열린 2009년 첫 국무회의에서 ‘일자리 창출을 위한 녹색 뉴딜’(이하 녹색 뉴딜) 정책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광복절 연설에서 녹색성장 전략을 선포한 후 각 부처가 발표한 녹색성장 정책 중에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큰 것들을 정리하고 우선순위를 정해 발표한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발표한 녹색 뉴딜의 핵심은 2009년부터 2012년까지 4년 동안 50조 원을 투자하여 96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것이다. 정부 안에 따르면 녹색 뉴딜의 목표는 녹색경제 구현을 통한 일자리 창출이다. 이를 통해서 단기적으로는 경기침체에 대응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녹색 뉴딜 사업은 총 36개로 9개 핵심사업과 27개 연계사업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는 다시 세 가지 분야로 분류된다. 각 분야에 해당하는 핵심사업을 살펴보면 첫 번째 녹색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분야에 4대 강 정비, 녹색 교통망 구축, 녹색국가 정보인프라 구축 사업이 포함된다. 두 번째 저탄소 고효율 산업기술 분야에 대체 수자원 중소댐 건설, 그린카 청정에너지 보급, 자원재활용 확대 사업이 포함된다. 세 번째 친환경 녹색생활 분야에 산림 바이오매스 이용 활성화, 그린홈 그린빌딩 확산, 녹색생활공간 조성 사업이 포함된다. 비상경제정부를 선포한 정부가 새해 벽두에 녹색 뉴딜 사업을 의욕적으로 발표하자 이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었다. 하지만 녹색 뉴딜의 실제 내용은 실망스럽기 그지없었다. 기존에 발표되었던 사업이 재탕 삼탕 중복되어 있었고, 창출하겠다는 일자리도 저임금 비정규직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발표된 사업을 과연 녹색이라고 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먼저 이명박 정부가 발표한 녹색 뉴딜의 실상과 문제점을 살펴보자. 첫째 기존에 발표되었던 여러 가지 정책이 중복적으로 짜깁기 되어 있어 새로운 정책이라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다. 녹색 뉴딜 중 예산 대비 36%, 일자리 창출 규모 대비 29%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4대 강 정비 사업은 ‘2단계 지역경제활성화 대책’과 ‘한국형 뉴딜 10대 프로젝트’로 이미 지난 12월에 중복 발표된 것이다. 신재생 에너지 보급 확대 사업과 그린카 그린홈 확대 사업도 작년 8~9월에 발표된 ‘국가에너지기본계획’과 ‘기후변화대응 종합계획’에 중복 포함되었던 사업이다. 사업 내용뿐만 아니라 정부의 재정투자 규모도 중복 산정되었다. 정부는 작년에 발표된 지역경제 활성화 대책에 2013년까지 100조 원을 투입하고, 녹색 뉴딜 사업에 2012년까지 50조 원을 투입한다고 발표했지만 경남 호남고속철도사업(9조 7000억 원)과 4대 강 정비 사업(14조 원)이 중복 산정되었다. 이러한 비판을 정부 스스로도 인정해 녹색 뉴딜은 “여러 부처로 흩어져 방만하게 분산된 사업을 하나의 카테고리로 해서 집중 추진하기 위한 것”(노대래 기획재정부 차관보)이라는 변명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렇게 재탕 삼탕되어 추진되는 사업의 실상은 훨씬 심각하다. 많은 비판으로 잠정 중지된 사업이나 논란이 끊이지 않은 사업이 녹색 뉴딜로 포장되어 다시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체 계획이 마련되기도 전에 시급히 기공식을 강행한 4대 강 정비 사업은 한반도 대운하를 다른 이름으로 추진하려는 것이다. 또 녹색 뉴딜에는 물의 상품화와 민영화로 비판 받던 물산업 육성책이 포함되었다. 수자원공사와 국내 민간기업의 해외 물산업 진출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국토를 무분별하게 파헤쳐 환경을 파괴하고 부동산 거품을 연장하는 토목사업과, 저렴하게 제공되던 공공재와 사회 서비스를 이윤추구의 수단으로 변형하는 민영화 사업을 경제위기 상황에서 녹색 뉴딜로 치장해 다시 추진하려는 것이다. 셋째 녹색 뉴딜의 일자리 창출 전망이 과장되었고 창출되는 일자리도 대부분이 저임금 비정규직이다. 정부는 2005년 한국은행의 산업연관표의 취업유발계수에 따라 계산한 결과 96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된다고 밝혔다. 건설 및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의 경우 공사비 10억 원당 17명의 고용이 창출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경제의 산업 구조가 노동절약형으로 바뀐 상황에서 이러한 단순 계산은 노동시장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 4대 강 정비사업 등 주로 중장비를 사용하는 대형 토목사업은 일반 건축업보다 일자리 창출효과가 크지 않다. 더 큰 문제는 창출되는 일자리 절대 다수가 저임금 비정규직이라는 사실이다. 녹색 뉴딜의 대부분이 토목 사업이거나 일회성 사업으로 채워져 있다. 따라서 일자리 96만 개 중 95% 이상인 916,000개(95.8%)가 건설직이나 단순생산직이다. 전문기술직이나 관리직은 35,270개(3.7%), 서비스직이나 사무직 4,994개(0.5%)에 불과하다. 또 청년층(15~29세) 일자리 창출은 99,000개에 불과하고 이 역시 90%가 건설직과 단순생산직이다. 따라서 창출되는 96만 개 일자리는 자금이 투입되는 동안에만 한시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나마도 실제로는 4년 동안 24만 개 정도의 일자리가 새로 생겨나 유지된다. 정부가 총 일자리 규모를 연인원으로 계산했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는 최저임금법 개악, 비정규직 사용기간 연장, 노동조합 활동 탄압을 통해서 비정규직에게 구조적으로 부과되는 저임금과 고용불안, 노동조건과 복지수급의 차별을 확대하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녹색 뉴딜로 만들어지는 일자리 절대 다수가 저임금 비정규직이라는 사실은 노동 문제에 대한 현 정부의 인식을 보여준다. 넷째 환경을 파괴하는 토목 사업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친환경적인 녹색 사업이라고 할 만한 것이 거의 없다. 4대 강 정비 사업을 포함해서 녹색 교통망 확충, 중소댐 건설, 매립지 재개발 등 녹색 뉴딜에 포함되는 대부분의 사업이 토목 사업이다. 이는 ‘녹색’, ‘친환경’, ‘청정’이라는 수식어를 붙였지만 이미지 개선과 거짓 선전을 위한 녹색분칠에 불과하다. 실례로 녹색 뉴딜 사업에는 녹색 교통망을 확충하기 위해서 철도 예산을 확충하겠다고 밝혔지만, 정작 사업담당기관인 국토해양부는 도로건설에 과잉투자를 계속하고 있다. 수자원 확보를 위한 중소댐 건설도 동강댐 건설 무산 이후에 추진 기회를 엿보고 있는 댐 건설 사업을 다른 이름으로 계속하기 위한 술책이다. 녹색 뉴딜은 너무 허술해서 이명박 정부에 우호적인 보수언론과 경제기관마저 비판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명박 정부가 누가 봐도 허술한 정책을 녹색 뉴딜로 포장해서 급하게 내놓은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는 경제위기 대책을 내놓아야 할 필요성이 급박했기 때문이다. 한국경제는 2008년 4분기 경제성장률이 전기 대비 마이너스, 전년 동기 대비 0%대를 기록했다. 세계적인 경제위기 상황에서 한국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수출이 축소되고 있다. 지난해 11월과 12월 수출은 전년 동월에 비교해서 각각 19%와 17.4% 감소했다. 수출 부진에 따른 국내경제 위축도 장기화될 전망이고 건설, 조선업을 필두로 기업 부도와 구조조정이 진행되어 대규모 실업발생도 예상되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이런 상황에서 대대적인 일자리 창출을 핵심으로 한 경제위기 대응 계획이 절실했다. 그러나 녹색 뉴딜의 허술함은 이명박 정부의 실상을 드러낼 따름이다. 단순 짜깁기에 불과한 정책을 마치 새로운 국가경제 계획인 마냥 내놓았다는 점에서 녹색 뉴딜은 현 정부의 무능력과 뚜렷한 해법이 없는 한국경제의 구조적 위기를 드러낸다. 오바마에서 국제노총까지, 세계적인 녹색 뉴딜 열풍 오바마의 녹색 일자리 그러나 녹색 뉴딜이 한국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취임을 앞둔 오바마는 ‘미국을 위한 새로운 에너지’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청정에너지 분야에 대대적으로 투자해 5백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1백만 대의 하이브리드차를 생산하겠다고 공약했다. 그 역시 녹색 일자리(green jobs)를 강조한다. “기후 변화에 대한 미국의 리더십에 새로운 장을 열고, 그 과정에서 수백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것이다. 이명박과의 차이점이라면 댐, 교량, 도로 등 사회기반시설(SOC)에 대규모로 투자하는 전통적 경기부양책은 에너지 고소비 구조라며 후순위로 미루는 것이다. 그러나 세부적인 내용을 들여다보면 문제가 많다. 우선 오바마의 녹색 뉴딜 구상의 주요 목적 중 하나는 미국의 세계적인 리더십 회복이다. 기후변화가 국제사회의 가장 중요한 이슈 중 하나로 부각된 상황에서 기후변화 협상이 유럽 주도로 흘러가는 것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둘째 그 과정에서 확장되고 있는 재생에너지 시장, 탄소거래 시장에서 미국이 주도적으로 참여하려고 계획하고 있다. 2006년 301억 달러를 기록한 세계탄소시장은 2010년 1,5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현재 시장을 선점한 유럽이 80%를 지배하고 있다. 재생에너지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따라서 오바마가 내세우는 온실가스 감축과 재생에너지 활성화 정책 대부분이 시장과 산업 육성에 맞춰져 있다. 셋째 재생에너지 육성 정책 중에 이산화탄소 포집 저장(CCS) 기술을 활용한 청정 석탄이 포함되어 있다. 이산화탄소 포집 저장 기술은 안정성이 확보되지 않아 이산화탄소의 누출 위험이 크고, 또한 이 기술을 사용한다는 명목으로 오히려 석탄 이용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넷째 식물성연료 정책이 계속 추진된다. 오바마는 식물성연료 생산을 2030년에는 휘발유 생산량의 두 배인 2,271억 리터(600억 갤런)로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식량생산 농지를 축소하고 초민족 농기업을 지원하지 않는다면 이러한 대량생산이 불가능할 것이다. 결국 오바마의 녹색 뉴딜 정책 역시 몇 가지 급진적인 수사를 동원하고 있기는 하지만 미국의 세계 패권 강화, 산업 육성을 통한 경제위기 해결을 주요 목적으로 하고 있다. 오바마 뿐만 아니라 영국의 고든 브라운 총리도 청정에너지 투자와 10만 개 일자리 창출을 핵심 내용으로 하는 녹색 뉴딜을 발표했다. 일본을 비롯한 여러 국가가 비슷한 계획을 준비 중이라고 한다. 세계적인 녹색 성장, 녹색 뉴딜 열풍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진보적인 싱크탱크가 의욕적으로 발표하는 보고서에서도 드러난다. 민주당 경선 당시부터 오바마의 브레인 역할을 했고, 소장을 역임한 존 포데스타가 정권 인수위원회 공동의장으로 선임된 미국진보센터(CAP: Center for America Progress)는 ‘진보적 성장’을 주창하고 나섰다. 청정에너지, 혁신, 기회균등을 미국 경제정책의 핵심으로 제시한 진보적 성장은 앞서 보았듯이 이미 오바마의 정책에 반영되고 있다. 영국 신경제학재단, 연기금을 통한 녹색 뉴딜 영국의 신경제학재단(New Economics Foundation)도 2008년 7월 ‘녹색 뉴딜’ 보고서를 발표했다(http://www.neweconomics.org/gen/z_sys_publicationdetail.aspx?pid=258 참고). 복지경제학과 환경주의에 대한 진보적인 시각을 표방하는 신경제학재단은 블레어 내각의 사회정책에 영향력을 행사했고, 외채탕감 캠페인인 주빌리2000을 발의하고 주도적으로 참가했다. 그들은 현재를 3중의 위기 시대로 진단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야심찬 대안으로 녹색 뉴딜을 제시했다. 그들에 따르면 현재는 금융세계화로 인한 금융위기의 시대, 기후변화로 인한 기후위기의 시대, 석유생산정점으로 인한 에너지위기의 시대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금융을 다시 규제하고 조세 제도를 개혁해야 하는데 이러한 변화 방향이 실업문제 해결과 화석연료 사용 감축을 만족시킬 수 있어야 한다. 녹색 뉴딜은 강력한 금융 규제, 거대 기업과 부자에 대한 증세, 어마어마한 공적 투자라는 측면에서 1930년대의 뉴딜과 같다. 그러나 현재 큰 규모로 조성되어 있고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적연금, 은행, 보험기금이 새로운 뉴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이 결정적인 차이다. 녹색 뉴딜을 위해서는 영국 내에서 탄소세를 강화하고, 탄소거래에 대한 가격규제를 개발하고, 에너지 기반시설에 대한 새로운 투자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뉴딜 정책에 필요한 비용은 탄소세와 탄소거래에 대한 세금, 독점 석유기업에 대한 횡재세와 같은 조세 개혁으로 충당될 수 있다. 반면 녹색 뉴딜을 영국 외부로 확산시키기 위해서는 세계적인 연기금의 역할이 특히 중요하다. 연기금이 사회적으로 올바른 방향으로 투자되도록 책임성과 투명성을 강화하고, 기후변화가 경제에 끼칠 파국적인 결과를 예상하고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방향으로 투자가 이루어진다면 녹색 뉴딜은 세계적으로 확산될 수 있다. 새로운 경제학 재단의 문제의식은 매우 거시적이고 포괄적이다. 현재 심각해지고 있는 위기의 여러 측면을 3중의 위기로 진단하고 이를 해결할 대책으로 녹색 뉴딜을 제안한 점은 야심찬 측면이 있으나, 연기금을 활용해서 세계적인 차원에서 녹색 뉴딜을 실현할 수 있다는 주장은 몽상적이다. 현재 금융위기로 연금 수익률이 하락하고 손실이 확대되면서 연금 운영 자체가 파탄이 날 지경이다. 한편 지난 12월 폴란드 포츠난에서 열린 13차 유엔 기후변화당사국총회에서는 오히려 경제위기 때문에 기후변화에 대응할 여력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등장했다. 새로운 기술적 해결책이 인정되고 탄소시장이 확대되지 않는다면 기후변화에 대응할 여력이 없다는 논리가 힘을 얻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연기금에 대한 국제적인 규제와 자발적인 책임성을 강화해서 세계적인 뉴딜의 지렛대로 삼자는 주장은 제안자들이 현재의 경제위기를 발생시킨 금융자본의 권력과 행위 메커니즘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지 의문을 품게 한다. 국제노총과 국제노동기구의 녹색 일자리 한편 최근 국제노총(ITUC)과 국제노동기구(ILO)도 녹색일자리를 위한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국제노총, 국제노동기구, 유엔환경계획(UNEP)이 모여 2007년 출범시킨 ‘녹색 일자리 이니셔티브’(Green Jobs Initiative)에는 2008년부터 국제사용자기구(IOE)도 참가하고 있다. 기후변화와 환경변화에 대응하는 환경정책에 적합한 일자리를 연구하고 확산하기 위해 시작된 이 모임은 2008년 9월 ‘녹색 일자리: 지속가능한 저탄소 세계와 양질의 일자리를 위해서’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http://www.unep.org/labour_environment/features/greenjobs.asp 참고). 이 보고서는 기후변화와 환경파괴의 진행을 막고, 사회 경제적으로 배제되어 있는 수십 억 명의 사람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해야 한다는 점에서 현재 전 세계가 두 가지 도전에 직면했다고 파악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녹색 일자리는 재생에너지 산업에 이미 세계적으로 230만 개 이상의 존재하는데 이러한 일자리를 에너지 효율이 높은 건축, 수송, 원자재 생산, 재활용, 농업, 산림 산업 전반으로 확산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다. 녹색 일자리는 특히 청년, 여성, 농민, 빈민에게 유용한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고 저개발국의 경제성장에 기여할 수 있다. 보고서는 녹색 일자리와 녹색 경제로의 변화를 추진하기 위해서 기술격차를 축소하고, 잠재적인 녹색 일자리를 육성하고, 일관된 정책을 펼치고, 조세 개혁이나 보조금 같은 경제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저개발국을 위한 막대한 세계적 투자가 필요한데, 재생에너지 육성 등 녹색 경제 건설에 정부개발원조(ODA)가 대폭 증가되어야 한다. 화석연료 산업을 지원하는 기존의 정부개발원조는 개혁되어야 하고,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청정개발체제(CDM)는 거래비용을 축소해 소규모 프로젝트에 적용될 수 있도록 보완되어야 한다. 보고서는 이러한 방향으로의 변화가 국제노동기구가 제시한 ‘정의로운 전환’ 원칙에 부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공정한 세계화를 추구하는 정의로운 전환은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 소득 보장, 재교육, 기업가정신 개발, 지역경제 활성화 등을 핵심 내용으로 한다. 보고서는 이러한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하려면 무엇보다 사회적 대화가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국제노총과 국제노동기구의 캠페인은 녹색 일자리라는 긍정적 개념을 설정한 후에 녹색 산업이 확장될 가능성에 대해서 낙관적으로 전망하고, 변화를 이끌 방법으로 국제적인 협력과 사회적 대화를 강조한다. 환상적 희망에 근거한 이러한 계획은 유엔의 빈곤퇴치 프로그램과 같은 국제기구의 캠페인에서 여러 번 반복되었다. 녹색 일자리와 경제를 구체적으로 분석하고 정의로운 전환을 강조한 것에는 상세히 검토해볼 부분이 있으나, 현재의 세력관계에서 국제적 합의를 통한 녹색 일자리 창출은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신자유주의에 대한 비판이 본격화되고 대안세계화운동이 부상한 1990년대 이후 외채탕감이나 빈곤감축이 국제기구와 NGO에 의해 제한적으로 수용되었으나, 실효성이 없었고 오히려 신자유주의 정책의 정당성을 보장하는 방식으로 왜곡되었다. 국제노총은 국제기구들 사이에서 활동하는 노동자운동의 국제로비기구라고 할 수 있는데, 현재 자본-노동의 세력관계에서 대화와 합의를 통해서 성취 가능한 변화의 폭은 매우 제한적이다. 무엇보다 노동자 계급의 힘이 큰 자본주의 성장기에 가능했던 사회적 대화를 언제 어디에서나 사용할 수 있는 변화의 수단으로 격상시킨다는 점에서 오류가 있다. 현재의 위기에 대한 오판과 단견 각국 정부, 싱크탱크, 국제기구, 심지어 국제노총에서 녹색 뉴딜은 현재의 위기에 대한 만병통치약처럼 처방되고 있다. 녹색 뉴딜 열풍이 부는 까닭은 무엇보다 경제위기와 생태위기가 매우 심각하기 때문이다. 또 위기의 범위가 지역적 차원에서부터 국가적 차원 나아가 세계적 차원으로 중첩되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각국 정부는 재생에너지 육성과 온실가스 저감 대책을 중심으로 경제위기와 기후변화에 동시에 대응하려고 한다. 실제 정책 집행의 책임성에서 벗어나 있는 싱크탱크는 훨씬 거대하고 아름다운 세계적인 뉴딜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국제기구와 국제노총도 녹색경제로의 전환과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고 한다. 하지만 이러한 녹색 뉴딜은 가능한 것인가? 우선 녹색뉴딜의 차원을 세 가지로 나누어 검토할 수 있다. 첫째 녹색분칠에 불과한 녹색 뉴딜, 둘째 생태적 근대화를 목적으로 하는 녹색 뉴딜, 셋째 생태적 변혁을 목적으로 하는 녹색 뉴딜. 녹색분칠에 불과한 녹색 뉴딜은 이명박 정부에 해당된다. 정책에 일관성이 없고, 기존 사업 내용을 포장한 것에 불과하고, 현안에 대해서 단순하게 대응하는 표피적인 정책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반환경적인 사업이 대부분인데도 녹색이라고 강변한다. 생태적 근대화를 목적으로 하는 녹색 뉴딜은 오바마, 여러 싱크탱크와 국제기구의 정책에 해당된다. (생태적 근대화는 제도 개선과 기술 혁신을 통해서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이념이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사회운동』 2008년 11-12월 호에 실린 「과거를 딛고 새로운 생태운동을!」을 참고하라.) 정책의 일관성이 있고, 생산의 단계부터 상당한 경제구조의 변화를 추진한다는 점에서 산업의 녹색화를 추진한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생태적 근대화는 친환경적인 생산 방법을 추구하지만 경제 시스템이 운영되는 기본 원리는 변화시키려고 시도하지 않는다. 즉 더 많은 이윤축적을 위한 더 많은 생산이라는 자본주의 경제의 원리가 그대로 유지되는 것이다. 따라서 생태적 근대화는 자본주의의 합리화를 추구하는 데 머무를 수밖에 없다. 생태적 변혁을 목적으로 하는 녹색 뉴딜은 찾아볼 수 없는데, 생태적 변혁이 경제 시스템의 전면적인 변화를 포함한다는 점에서 ‘뉴딜’이라는 발상 자체가 불가능할지도 모르겠다. 녹색 뉴딜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위기의 성격을 잘못 파악하고 임기응변 격의 해법을 제시하는데 있다. 우리가 강조했듯이 2차 세계대전 후 호황을 맞았던 자본주의 경제의 축적이 위기를 겪은 후에 그 대응책으로 등장했던 것이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다. 지금은 그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의 위기가 시작된 국면으로, 대안적인 축적체계와 헤게모니 국가가 없기 때문에 위기의 깊이와 범위는 매우 심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잉여가치를 실현하는 새로운 방안, 즉 새로운 축적체계가 발명되지 않은 상황에서 일자리 창출이나 특정 산업육성 정책으로 현재의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 생태위기도 경제위기만큼이나 심각하다. 석유생산의 정점이 임박하면서 화석연료의 부족이 현실적인 위험으로 드러나고 있다. 자본주의 경제는 화석연료의 에너지를 상품 생산과 유통의 동력으로 사용해서 확장될 수 있었다. 화석연료는 자본주의의 역사에 뿌리 깊이 연관되어 있는 것이다. 그런데 현재 화석연료의 막대한 사용으로 석유생산정점과 동시에 기후변화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산업혁명이 이후 지금까지 지구 평균기온은 고작 0.8℃ 높아졌을 따름인데 21세기에는 최소 2℃에서 최대 6℃까지의 변화가 예상된다. 평균기온 5℃ 이상의 변화는 지질학적 연대기에서 지구 역사상 다섯 차례 존재한 대멸종(생물종 50% 이상의 멸종) 시기의 변화에 상응한다. 그런데 화석연료와 기후변화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자본주의 경제 체제의 변혁, 즉 물질과 재화의 생산량과 생산목적이 모두 변화해야 한다. 이윤을 위해 더 많이 생산해야 하는 자본주의 경제에서 에너지 사용량을 줄일 수 없기 때문이다. 녹색 뉴딜은 정책 조정으로 경제위기와 생태위기라는 두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환상이 만들어낸 희망일 뿐이다. 우리 앞에 놓인 위기는 훨씬 심각하다. 변화를 위한 운동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가 여전히 우리가 풀어야 할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