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급식 주민투표에 부쳐 서울 곳곳에 현수막이 걸려있다. "무상급식, 세금폭탄으로 돌아온다", "부자 아이 가난한 아이 편가르는 나쁜투표 거부하자" 호우 피해에 온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어있던 8월1일 오세훈 시장은 조용히 무상급식 지원범위에 관한 주민투표를 발의했다. 이미 오세훈 시장은 서울시의회에서 통과된 무상급식 지원에 관한 조례에 대해 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투표 성사냐 투표 무산이냐'를 두고 치열한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지만, 투표율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장담하지 못하고 있다. 8월12일 대선불출마 선언, 1인 시위 등 오세훈의 각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확신할 수 없는 분위기다. <한길리서치> 설문조사에 따르면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응답은 40.3%를 기록했다. 그러나 과거 투표에서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응답보다 실제 투표율이 10% 이상 낮았던 점을 감안할 때, 이번 무상급식 주민투표는 33.3%를 넘길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결국 투표를 3일 앞둔 21일 오세훈은 시장직을 걸겠다는 마지막 승부수를 던졌다. [%=사진1%] 오세훈이 명운을 걸게 된 이유 모두가 지적하듯 이번 주민투표 결과는 각종 무상복지 논란의 결절점이 될 것이다. 무상급식은 6ㆍ2 지방선거 때부터 민주당에 효자노릇을 톡톡히 해 온 보편적 복지 프레임의 대표 정책이고, 야권연대의 정책적 매개이기도 하다. 이번 주민투표가 투표율 저조로 무산될 경우 민주당의 보편적 복지 프레임은 날개를 달 것이다. 반면 한나라당은 무상급식을 '망국적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해왔지만, 복지 이외의 의제를 부각시키는데 실패함에 따라 끊임없이 동요해왔다. 100% 무상보육을 주장한 황우여 원내대표를 비롯 여러 의원들이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과의 복지 공약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한나라당 내 유력 대권주자인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이미 무상급식을 수용하고 '맞춤형 무한복지'를 주장하는가 하면, 박근혜 전 대표는 '생애주기별 맞춤형복지'를 제시했다. 이러한 가운데 오세훈은 이명박 정권의 입장이자 한나라당의 당론인 선별적 복지를 원칙적으로 고수해왔다. 오세훈은 이번 주민투표가 "과잉 복지냐 합리적 복지냐를 선택"하는 것이라며 납세부담은 적고 소득재분배 효과는 큰 합리적 대안을 찾자고 강조한다. 그런 점에서 오세훈의 무상급식 조례 거부는 보수세력 내 차별화 전략의 일환이었다. 그러나 폭우 피해, 미국 신용평가등급 하락 등으로 인해 주민투표는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 또한 주민투표가 오세훈의 차별화 전략인 한, 한나라당 내 계파들의 협력을 이끌어내기도 힘들었다. 주민투표와 오세훈 시장으로부터 "거리를 두는 것이 맞다"는 의견이 당 내에서 제기되는 형국이다. 차별화 전략을 통해 대권 주자를 꿈꾸던 오세훈은 정치생명을 걱정해야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정치인으로서 명운을 걸고 전력투구 하지 않을 수 없는 조건인 셈이다. 오세훈-이명박의 부자감세와 복지공격 오세훈은 재정 건전성을 강화하는 한편 선별적 복지를 통해 약자를 지원한다는 이명박 정부의 정책을 대변한다. 즉, 재정 건전성을 고려한 지속가능한 복지를 쟁점으로 제기한다. 그런 점에서 이들이 무상급식 정책을 '망국적'이라고 표현하는 데에는 나름의 논리가 있다. 2010년 한국의 GDP 대비 국가채무는 33.5%로 양호한 편이지만, 향후 △잠재성장률 저하 △저출산ㆍ고령화 △무역ㆍ투자 자유화에 따른 법인세, 관세와 같은 세입감소 등 재정위기 위험요인이 존재하므로, 이에 대한 철저한 관리와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는 복지지출의 증대 역시 위험요인으로 분류되며, 무상급식이 각종 무상복지 시리즈로 나아가는 첫 관문이라는 점에서 심각한 위험을 가지는 정책으로 인식된다. 신자유주의 정책에서 재정 건전성은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경제위기가 발생한 나라들에 IMF가 강요하는 정책 패키지 중 하나가 항상 재정 건전성이었다는 점은 이를 잘 보여준다. 금융자산 보호를 위한 물가안정에는 통화량 규제와 재정 건전성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미국의 신용등급 하락 및 유럽 재정위기와 맞물려, 재정 건전성은 세계적으로 더욱 강조되는 추세다. 이명박 역시 최근 8ㆍ15 경축사에서 "2013년까지 균형재정을 달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정부·여당은 재정 건전화가 필요하다고 하면서도 국가경쟁력을 위해서는 기업과 투자자에 대한 각종 세금혜택을 줄일 수 없으므로 복지지출의 추가 발생을 억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기 위해 기업과 투자자에 대한 감세 혜택은 늘어나지만, 이를 통해 얻은 이윤의 처분권은 고스란히 자본이 갖는다. 정작 세입감소의 가장 주요한 원인은 그대로 둔 채 복지지출만 억제하겠다는 논리인 셈이다. 부자감세와 재정긴축을 동시에 추구하는 정부·여당의 정책 기조는 지배세력의 반동적 성격을 여실히 보여준다. 게다가 신자유주의적 복지개혁의 연장선상에 있는 이명박 정부의 선별적 복지는 복지 혜택의 대상을 끊임없이 선별해 보장범위를 좁히는 동시에 복지를 노동과 연계시킨다는 문제점을 가진다. 부양의무자 기준에 의해 기초생활 수급자를 엄격하게 선별하는 기초법은 선별적 복지의 문제점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또한 노동연계복지는 직업훈련, 구직과 같은 노동시장 참여 의무를 복지수급 조건과 연계시킴으로써 산업예비군을 광범위하게 조성하여 기업이 저임금ㆍ비정규직 노동자를 활용하기에 유리한 조건을 형성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오세훈 주민투표의 반동성 내년 총대선을 앞두고 현재 무상급식 주민투표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에게 사활적 전장이 되고 있다. 민주당은 이명박 정부의 실정과 민생파탄에 대한 대중적 반감을 '무상 복지'로 흡수하려 하고 있다. 반대로 한나라당은 오세훈식 정치쇼를 통해 민주당의 '무상 복지'에 맞불을 놓고 있다. 한나라당 내에서 오세훈의 '벼랑끝 전술'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여권은 야권의 '무상 복지' 공세를 차단해야 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에 오세훈식 정치쇼를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지지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들은 '급식 때문에 나라가 망한다'는 선동을 통해 전통적 지지층인 부유층의 '계급투표'를 고무하는 한편 민중들의 정당한 생존권 요구를 공격하려 한다. 이런 상황에서 무상급식 주민투표는 한나라당의 '부자감세-복지축소'에 대한 찬반과 동시에 민주당의 '무상 복지' 정책 패키지에 대한 찬반을 묻는 구도로 귀결되고 있다. 특히 민중운동 주류가 민주당을 포함한 '야권 연대'를 적극적으로 시도하는 상황과 맞물리면서, 주민투표 논란은 오세훈과 한나라당의 반동적 공세에 반대하는 민중운동의 목소리를 민주당식 복지 프레임으로 모조리 흡수하는 효과를 낳고 있다. 진정성과 현실성을 결여한 민주당식 보편적 복지 하지만 민주당의 보편적 복지론은 선거용 정책으로 설계되었을 뿐 진정성과 현실성을 모두 결여하고 있다. 단적으로, 수출경쟁력 확보와 투자 자유화라는 신자유주의 정책 기조 전반에 대한 반성없이 법인세ㆍ소득세 인상과 같은 부자증세가 이루어지기는 어렵다. 마찬가지로 실질임금 인상과 안정된 일자리가 보편화되어 노동자의 구매력이 증가하지 않는 한, 수출중심 경제에서 내수중심 경제로 이동할 수 있다는 구상도 현실성이 떨어진다. 이는 민주당의 복지정책이 신자유주의로 인해 발생한 위기를 관리하는 차원에 머물러있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이들은 승자독식에 대한 일부 교정을 주장하지만 자본에 대한 통제방안을 언급하지는 않는다. 다만, 생활고에 시달리는 민중들의 고통을 모두 이명박 정권의 책임으로 돌리고, 민주당이 선거에서 승리해 복지를 확대하면 고통이 사라질 것이라고 주장할 따름이다. 그런 점에서 민주당의 보편적 복지론은 결코 한나라당의 선별적 복지론에 대한 대안이 될 수 없다. 민중운동이 지배양당 간 허구적 프레임대결을 넘어서야 이런 조건에서 민중운동이 이번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이어 내년 총대선에 이르기까지 민주당식 복지 프레임을 수용하고 상층 야권연합에 몰두할 경우, 자신의 정치적 기반을 침식당할 위험이 있다. 민중운동은 단순히 오세훈 주민투표를 거부하는 것을 넘어, 진정한 의미의 복지를 실현하고 임금과 고용 여건을 개선할 수 있는 현실적 힘이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공히 추구해온 신자유주의에 대한 투쟁에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경제위기와 민생파탄 속에서 민중운동이 정세주도력을 발휘하는 것만이 앞으로 반복될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정치놀음에 대처하는 올바른 길이다.
노동자민중운동의 급격한 해체를 제어하고, 좌파운동의 공조와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지난 5월 31일 ‘진보정치대통합과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을 위한 진보진영 대표자 연석회의’(이하 연석회의)는 2011년 1월 20일 연석회의 1차 대표자회의를 시작한지 5개월여 만에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과 관련한 최종합의문을 이끌어 냈고, 사회당을 제외한 12개 단체가 이에 서명했다. 6월말 7월초까지 최종합의문에 대한 참여단체 내부의 의결과정을 거쳐 9월까지 새로운 진보정당을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연석회의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 흐름과 관련하여 민중운동 내부에 다양한 입장이 존재한다. ▲민중운동의 중차대한 과제로 적극 지지하는 입장 ▲진보정당들의 통합과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이라는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2012년 총선, 대선에서 ‘신자유주의 세력과의 선거연합’에 경도된 진보정당의 우경화 경향을 비판하는 입장 ▲2012년 총선, 대선에서 신자유주의 세력과의 선거연합에 경도된 진보정당의 우경화 경향을 비판하면서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에 유보 혹은 반대하는 입장 ▲진보정당운동 전반의 의회주의, 개량주의를 비판하며 사회주의 노동자정당을 건설하자는 입장 등 각 운동세력의 정세인식과 운동 전략에 따라 상이한 판단을 내리고 있다. 현재 진보정치통합과 관련된 대체적 흐름은 자본주의의 장기불황,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위기라는 조건에서 체제대안의 전망으로서 사회변혁전략 논의는 부재한 채, 복지국가담론과 총선·대선 국면을 겨냥한 단기적 구상과 그에 따른 진보정당들의 정치공학적인 통합을 중심으로 논의가 과잉되어 있다. 또한 현재의 취약한 운동역량을 복원·혁신하기 위한 논의는 과소한 채로 ‘민주당과의 선거연합을 통한 정권교체와 연립정부 구성’이라는 우경화된 흐름이 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이를 제어해야 할 좌파운동의 경우 운동 전략과 조직노선의 차이로 인해 공조흐름 형성에 곤란을 겪고 있다. 진보정당운동이 노동자민중운동을 과잉대표하고 있는 현실적 조건에서 연석회의를 중심으로 한 진보정치대통합과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은 민주노조운동을 비롯한 대중운동과 전체 민중운동의 향후 진로와 관련하여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에 대한 동의 및 참가여부를 떠나서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 과정에서 노동자민중운동의 급격한 해체를 제어하고, 변혁적 대중운동의 재건과 대안좌파를 형성할 수 있는 토대를 유지·강화하는 것이 노동자민중운동의 사활적인 과제다. 민주노조운동의 쇠퇴와 대안좌파 형성의 실패, 진보정당운동의 급격한 우경화 경향 그렇다면 현재 진행되고 있는 진보정당운동의 급격한 우경화 경향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이는 물론 세계자본주의와 한국자본주의의 객관적 조건, 정권과 자본의 전략, 운동주체들의 이념과 운동전략 등 복합적인 요인들이 상호작용한 결과일 것이다. 그러나 여러 계기를 통한 반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심화되어온 변혁적 운동진영의 무능과 민주노조운동을 중심으로 한 대중운동의 쇠퇴가 진보정당운동의 우경화 경향의 가장 결정적인 원인이다. 87년 6월 항쟁과 7-9월 노동자대투쟁으로 강력한 사회적 운동세력으로 등장한 한국의 민중운동은 90년대 초반 사회주의권 붕괴 이후 사회변혁적 이념과 운동의 동요와 퇴조기, 1997-98년 IMF 경제위기 이후 김대중-노무현 정권 시기 ‘대안사회를 지향하는 반신자유주의 운동’과 ‘사회제도적 타협을 지향하는 코포러티즘적 운동’의 경쟁과 갈등의 시기를 거쳐왔다. 이후 민중운동은 이명박 정권의 노골적인 재벌 중심의 경제정책과 민주노조운동에 대한 광폭한 탄압, 억압적인 국가기구를 동원한 비민주적 통치스타일에 맞서 자신의 투쟁력에 근거한 돌파구를 찾지 못해왔다. 이에 따라 현장의 패배주의와 실리주의를 배경으로 ‘반MB-반한나라당 연합’이라는 신자유주의 세력과의 선거연합 노선이 민중운동 내에서 광범위하게 수용되고 있는 형국이다. 민주노총의 총노동 전선 구축의 방기와 야권연대 의존적인 활동, 현장의 패배주의-실리주의 확산 이명박 정권은 출범 이후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내세우며, 노동조합 활동의 근간을 무너뜨리기 위한 대대적인 공세를 펼쳐왔다. ▲제조업(특히 자동차산업)과 공공부문 대사업장의 강성 노동조합을 무너뜨리기 위해 타임오프(근로시간 면제)제도와 교섭창구 단일화를 전제로 한 복수노조 도입을 핵심으로 하는 노사관계 선진화 법안, ▲단체협약 개악 및 해지-연봉제 도입-경영평가 등을 통해 임금삭감-인원감축 등을 통한 노동자 간 경쟁강화, ▲노조 무력화를 통해 공공부문 구조조정을 강제하는 ‘공공기관 선진화 방안’ 등을 통해 노동조합의 손발을 묶고 노조 활동을 위축시켰다. 또한 ▲법치주의, 불관용의 원칙을 내세우며 업무방해, 손해배상 등 갖은 수단을 동원하여 노동조합 활동을 탄압하고, ▲전교조, 공무원노조의 정치활동을 탄압하고 금속, 공공운수, 공무원, 교원노조 등 민주노총 내 거대 산별노조(연맹)를 무력화시켜왔다. 반면,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한 민주노조운동진영은 이러한 이명박 정권의 공세에 맞서 전국적인 투쟁전선을 구축하지 못한 채 산별만의 투쟁, 개별 사업장의 투쟁으로 대응하면서 각개격파 당했다. 그나마 민주노조운동의 기풍과 투쟁동력이 살아 있는 사업장들도 자본의 파업유도와 공격적 직장폐쇄, 정권의 경찰력을 동원한 무력진압을 통해 하나 둘씩 무너져 가고 있다. 경주 발레오, 대구 상신브레이크, 구미 KEC 사례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민주노총 지도부는 노동자민중운동의 단결과 현장투쟁 동력의 복원에 주안점을 두기보다는 2012년 총선, 대선에서 민주당과의 반MB·반한나라당 선거연합을 통해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려 하고 있다. 반MB·반한나라당 선거연합을 통해 진보정당이 원내교섭단체를 확보(야권의 과반의석 확보)하고, 정권교체를 통해 각종 법·제도를 개선하여 현재의 위기를 넘어서보겠다는 것이다. 이는 2010년 6.2 지방자치제 선거에서 민주노총의 ‘무원칙한 반MB연대 선거방침’과 지난 4.27 보궐선거에서 민주노총 강원본부의 민주노동당과 민주당 강원도지사 후보 단일화 거부 기자회견에 대한 논란을 통해서 이미 확인된 바 있다. 또한 노조법 전면개정을 위한 민주노총의 투쟁계획은 부재한 채, ‘노동대책 및 노동관련법 재개정을 위한 야5당-민주노총 회의’(노동대책회의, 2011년 1월 7일 구성)를 구성하고 입법 발의를 추진하며, 한국노총과의 공조를 강화하는 등 이러한 경향이 확대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민주노총이 자체의 투쟁동력과 노동자민중진영의 역량에 근거하여 투쟁을 주도하지 못하고 민주당-한국노총에 의존하게 될 경우, 국회 입법 협상 과정에서 한나라당, 민주당, 한국노총의 정치적 계산법에 따라 민주노총은 언제라도 소외될 수 있다. 이런 방식으로는 노조법 개정의 내용 자체가 심각하게 후퇴할 뿐 아니라 어떠한 운동적 성과도 남기지 못할 것이다. 이는 지난 역사가 우리에게 가르쳐 주는 교훈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민주노총 지부도의 이러한 행보가 현장의 패배주의와 실리주의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는 점이다. 민주노총 지도부가 정권과 자본의 공세와 탄압에 맞선 전국적인 투쟁전선 구축을 방기하고 야권연대 의존적인 활동에 치중하면서 산별노조(연맹)와 단위 사업장 차원에서 투쟁을 회피하려는 경향이 확대되고 있다. 최근 공공운수노조(준)의 ‘의정포럼’ 발족에서 알 수 있듯이 정치권에 의존한 대응은 노동조합 지도부의 매력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정치적 협의과정에서 신자유주의 야당과 NGO가 요구하는 방식으로, 혹은 그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으로 노조가 자신의 요구를 낮추어 조정할 수밖에 없게 될 것은 명확하다. 의정포럼과 같은 구조가 노조의 임금투쟁, 단체협약 투쟁 등 현장투쟁을 대체해간다면 이후에는 ‘시민들에게 불편을 주는’ 노조의 파업이나, ‘세금부담을 늘이는’ 임금인상 요구는 점점 더 회피해야할 것으로 간주될 것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일부 민주노총 소속 사업장들은 정치적 영향력이 미약한 진보정당을 중심으로 연대하기 보다는 좀 더 영향력 있는 민주당, 더 나아가 한나라당을 통해 자신의 실리를 얻고자하는 흐름이 확장되고 있다. 노조의 실리를 얻기 위해 민주당과 한나라당 의원에 대한 정치 후원이 공공연하게 추진되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민주노총 지도부가 투쟁의 지도부로서 자신의 원칙을 명확히 하지 않을 때 현장의 패배주의와 실리주의는 확대될 수밖에 없으며, 진보정당에 대한 지지라는 민주노총의 방침조차도 약화될 수 있는 것이다. 변혁적 전망의 소실, 복지국가담론의 확대와 급격한 통치정당화 진보정당운동의 급격한 우경화 경향은 세계자본주의의 위기에도 불구하고 대안적인 운동(세력)이 등장하지 못하고 있는 현 정세에서 자본주의를 변혁하는 운동전망의 불투명함과 연관되어 있다. 최근 한국사회에서 복지국가 담론이 확대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상황을 반영한다. 복지국가 담론은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폐해가 드러나면서 빈곤이 심화되고 민중의 삶이 악화되고 있는 현실(소위 양육, 교육, 주거, 고용, 의료, 노후의 6대 불안)을 직접적인 배경으로 한다. 세계경제 장기불황의 지속, 유럽 재정위기 등 대외적 변수에 취약한 수출 의존형 한국의 경제구조, 한반도 위기의 지속 등의 객관적 현실을 고려할 때, 북유럽 선진자본주의의 호황기라는 특수한 조건에서 가능했던 복지국가를 한국사회의 전망으로 제기하는 것은 경제적 측면에서도, 사회적 역관계 상으로도 실현 불가능한 주장이다. 복지국가 논자들은 대중들의 구체적인 불만과 요구를 복지국가라는 프레임으로 묶어둠으로써 고용, 교육, 의료, 주거, 양육, 노후 등 각각의 쟁점들이 갖고 있는 사회구조적 문제점들을 은폐하며, 국가재정 확보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으로 호도한다. 또한 복지국가론은 "민주당, 시민사회단체, 진보정당이 힘을 합쳐 한나라당의 재집권을 저지하고 2012년 정권을 교체하자"라는 야권연대의 맥락에서 다뤄지고 있다. 반MB라는 네거티브 전략을 넘어 복지국가라는 포지티브한 가치를 중심으로 연대하여(복지동맹) 민주·진보 정권을 세우고 복지국가를 현실화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민주당과 복지국가론자들이 말하는 복지국가론은 현실 불가능할 뿐만아니라 복지정책의 실현이라는 정책연대를 중심으로 노동자민중운동을 신자유주의 세력인 민주당의 하위파트너로 전락시킬 위험성이 농후하다는 점에서 지극히 위험하다. 또한 복지국가론의 숨겨진 실체는 ‘유연안정성’이라는 이름으로 신자유주의 노동정책의 핵심인 비정규직의 유지 및 확대를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민주노조운동과 노동자민중운동이 결코 수용할 수 없는 것이다. 한편 진보정당들의 수정된 복지담론은 노동유연화를 비판하며, 반전평화, 금융자본의 통제 등 몇 가지 핵심적 지점들을 적절히 포함하고 있지만, 복지의 문제를 정책대안과 재원마련의 관점에서 접근하기 때문에 야권연대를 통한 복지정책 실현이라는 위험한 선택에 빠질 수 있는 심각한 문제점이 있다. 신자유주의 세계화로 인한 대중들의 불만과 고통은 정권교체를 목표로 한 포퓰리즘적인 대중동원 전략으로 해결될 수 없다. ‘대중의 구체적 요구와 투쟁에 근거한 대중운동의 주체형성’을 통해서 대안사회를 건설하기 위한 사회변혁운동을 강화할 때만이 진정으로 해결될 수 있는 것이다. 한편 세계자본주의의 장기불황, 이에 대한 부르주아적 해법으로 제시된 신자유주의 세계화 공세,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로 불거진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위기라는 정세에도 불구하고 이에 맞서는 강력한 대중운동이 촉발되지 않는 정세 속에서 진보정당운동의 급격한 통치정당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통치정당화’란 정당이 체제 모순을 극복하기 위한 사회변혁적 운동전략을 포기하고 자본주의 체제 내에서 집권을 통해 제도적 틀 안에서 자신의 정책을 실현하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급격한 ‘통치정당화’가 대중운동의 쇠퇴라는 것을 배경으로 한다면, ▲김대중-노무현 정권 시기 사회제도적 타협노선을 견지하고 각종 정부기구 참여했거나 정부지원을 받았던 주류 시민운동과 노동운동 일부 세력의 자기 생존을 위한 전망 ▲한국 노동자민중운동의 다수 세력인 자민통 그룹 다수파의 단계론적 변혁론에서 변혁적 전망과 대중운동전략이 삭제된 집권전략으로서 자주적 민주정부 노선으로 수렴 ▲정치계급의 독자화는 급격한 통치정당화의 직접적인 원인이다. 정치계급의 독자화는 정당 활동을 하는 정치인 및 활동가들이 독자적인 자신의 이해관계를 형성하면서 조직의 운동노선이나 대중운동의 전략적 이해보다도 정당 내부에서의 권력·지분 보전 혹은 의회 진출을 위한 자신의 이해를 우선하게 되는 경향을 말한다. 정치계급의 독자화는 선거주의·의회주의 경향과 동전의 양면을 이룬다. 선거주의?의회주의가 강화되면 정당의 운동적 활동은 감소하고 제도에만 의존하는 경향이 강화되면서, 당 활동가들의 운동도 선거홍보를 위한 활동으로 축소된다. 정당이 선거에 관해 부르주아와 똑같은 기술을 사용하고(심지어 스타 정치인에 의존하거나 이들에 대한 개인숭배를 자극), 당의 재정과 활동이 정부기구, 의회, 지방정부, 선거위원회에서 활동하는 간부 중심으로 운영되는 경향이 강화되는 것이다. 한편 이러한 선거주의·의회주의의 강화 혹은 통치정당화는 역동적인 대중운동의 부재와 직접적으로 연관된다. 다시 말해서 노동자대중운동이 당의 성장과 직접적인 득표에 도움이 안 되기 때문에 당의 지지를 높이기 위한 다른 길을 모색하는 것이다. 따라서 정치활동을 진보정당에 맡겨두고 노조는 ‘돈 걷어주고 표 찍어주는’ 정치적 대리주의는 노조가 손쉽게 선택할 수 있는 방안이지만, 노조운동이 자신의 독자적 역량을 구축하여 현장조합원을 주체로 세우는 정치활동을 적극적으로 벌이지 않는다면 진보정당운동과 노조운동 모두 비극적 결과를 맞이할 수 밖에 없다. 변혁적 운동세력(좌파)의 무능과 대안좌파 형성의 실패 노동자민중운동의 급격한 우경화 경향이라는 현 정세적 조건은 우선 지배계급, 정권과 자본의 전략에 대한 노동자민중운동진영의 대응이 실패한 결과이다. 운동진영 내적으로는 민중운동 내 다수 세력인 자민통 그룹 다수파의 운동노선과 구체적인 실천의 문제점이 고스란히 반영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자민통 다수파의 경우 노선적인 문제점을 논외로 하더라도, 민주노총 선거과정에서 어용세력을 포함하여 민주노조로 볼 수 없는 세력들을 지지기반으로 삼아 당선되는 등 현실운동에서도 심각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따라서 이들이 주도권을 잡는 과정이 운동의 우경화와 사회적 협조주의를 강화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변혁적 운동세력(좌파)이 이들에 대한 비판을 넘어서 어떠한 전망과 대안을 형성해왔는가 하는 점이다. 현재 운동의 주도세력에 대한 비판이 대안적 운동 전략을 대신할 수는 없다는 점에서, 좌파운동 스스로의 무능에 대한 비판과 성찰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다. 우선 좌파운동(이념적 통일성은 약하더라도 현장 조합원의 의식화·조직화와 현장투쟁을 강조하고, 민주노조운동의 계급성, 자주성, 민주성, 투쟁성, 연대성의 원칙을 견지하고 실천하고자하는 노동운동의 현장파를 포함)은 민주노총의 사회적 영향력과 투쟁역량이 축소되는 상황에서도 최근 발생하고 있는 주요 투쟁들을 책임지고 있다는 측면에서 대단히 중요한 위치이고 향후 운동의 혁신과 변혁적 대중운동, 대안좌파를 형성하기 위한 주요 세력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좌파운동의 경우 이념과 조직노선, 실천전략 등에서 매우 다양한 입장 차이를 갖고 있기 때문에 협력과 공조를 위한 구체적 전략을 마련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자민통의 경우 그 내부에 입장에 따라 다양한 그룹들이 존재하지만, ‘전선운동과 당 운동, 대중운동’이라는 동일한 조직노선을 갖고 있기 때문에 갈등적 쟁점이 존재하지만 전선운동으로 결집하면서 당 운동과 대중운동 내부에서 공조와 협력이 가능하다. 하지만 좌파운동의 경우, 전선운동이라는 관점이 부재한 경우가 대부분이며 당 운동을 중심으로 한 노선이 압도적 다수이다. 운동노선 상 전선운동에 동의하더라도 현실 운동역량이 취약하여 실질적 책임을 지지 못하는 경우도 존재한다. 당 운동을 기본전략으로 할 경우에도 레닌주의적인 전위당 노선의 연장으로서 사회주의 노동자정당 노선(현재 사회주의 노동자정당 공동실천위원회와 기타 비공개 활동가조직)과 제도정당 노선(진보신당 내 좌파, 사회당)으로 그 지향점이 명확히 분화되어 있다. 그 조직적 수렴점이 다르기 때문에 공조와 협력을 위한 공동전선 혹은 정파연합적인 조직틀을 만들기가 어렵다. 또한 최근 사회주의 노동자정당 공동실천위원회의 갈등적인 논쟁과정은 ‘정파통합과 최대강령 합의를 통한 (전위)당 건설 노선’이 갖는 고유한 난점을 잘 보여주고 있다. 다수의 정파가 함께 하는 당 건설 과정에서 이견이 존재하는 강령이나 실천방침을 합의하지 못할 경우 양적 확대에도 불구하고 또 다른 조직분리 혹은 상호 정치실천의 발목을 잡는 부정적인 효과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한편 좌파운동은 운동기풍 상으로 소수파적인 기질이 강하다. 입장이 다른 정치세력과 공조와 협력을 형성하는데 취약하며, 입장이 맞는 세력끼리 일을 추진하는 데 익숙하다. 노조 집행부 혹은 상층은 관료, 조합원은 역동적이라는 이분법적 관념을 전제로, 입장의 동요가 있는 노조 집행부를 설득하고 견인하기 보다는 타격의 대상으로 삼아 갈등적인 태도를 취하는 경우가 많다. 종종 자신의 조직 입장을 관철하기 위해, 객관적인 투쟁역량을 고려하지 않은 당위적인 주장으로 노동조합 내부의 갈등을 확대하기도 한다. 물론 구체적인 투쟁과정에 대한 평가 없이 일반론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무리가 따를 수 있다. 그러나 좌파운동이 투쟁의 핵심 주체들을 구성하고 헌신적으로 투쟁하고 있음에도, 이러한 요소들이 투쟁을 승리로 이끌고 운동적, 도덕적 헤게모니를 형성하는데 걸림돌로 작용하는 것은 명확한 현실이다. 좌파운동이 소수세력으로서 비판자를 넘어 변혁적 대중운동을 재건하고 대안좌파로서 노동자민중운동을 주도하기 위해서는 사회변혁이념과 조직노선, 실천전략과 운동기풍 차원에서 부단한 상호토론과 혁신의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또한 동시에 서로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전선운동, 당 운동, 대중운동 차원에서 상호 공조와 협력을 위한 일관된 노력의 필요성이 그 어느 때 보다도 절실하다. 진보대통합과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을 둘러싼 각 세력에 대한 평가와 향후 전망 2009년 임성규 위원장 시절 건설된 민주노총의 ‘진보정당세력의 단결과 통합을 위한 추진위원회(통추위)’ 를 통한 진보정당 간 통합추진운동은 진보정당들(사회당과 사회주의 노동자정당 건설 준비모임을 포함)의 단결과 연대에 초점이 있었다. 그러나 2010년 6기 김영훈 위원장 당선 이후 진보대통합운동은 신자유주의 세력인 민주당과의 반MB 선거연합이라는 전술적 목표에 종속된 진보정당들의 통합 국면으로 전환되었다. 6.2 지방자치제 선거에서 민주노총의 무원칙한 반MB 선거연합 방침의 효과는 매우 컸다. 반MB 야권연대에 동참하지 않고 독자 출마한 진보신당의 광역·기초단체장 후보가 반MB연합 후보와 동시 출마할 경우 민주노총의 공식적인 지지를 받을 수 없었을 뿐만 아니라 야권연대로 선출된 민주당 후보의 당선을 위해 강력한 사퇴압박에 봉착했다. 민주노총 선거방침의 효과는 ‘先 전면적인 선거연합 실현과 공동 활동을 통한 신뢰 회복 이후 정당 통합’이라는 진보신당의 기본입장을 무력하게 만들었고, 생존을 위한 강압적인 진보정당들의 통합국면을 형성했다. 현재 추진 중인 진보정당들의 통합과정 혹은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 과정은 진보정당들의 공동실천을 통한 신뢰형성, 단결의 확대가 아니라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한 외부적 압력에 의해 추진된다는 한계와 동시에 2012년 총선, 대선을 앞둔 단기적이고 선거공학적인 정당통합이라는 점에서 정당 간의 서로 다른 입장과 이해관계로 인해 많은 갈등을 동반하고 있다. 민주노동당 당권파-민주노총 집행부 주도세력의 우경적인 선거연합 방침 현재의 구도를 주도하고 있는 세력은 민주노동당 당권파와 민주노총 집행부의 주도세력이다. 이들은 2012년 총선에서 민주당과의 반MB-반한나라당 선거연합을 통한 진보정당의 원내 교섭단체 확보(민주당 등 범야권의 과반의석 확보), 대선에서의 정권교체와 연립정부 수립을 핵심 목표로 진보정당들의 통합을 사고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의 판단은 총선, 대선에서 영향력 있는 진보신당의 유명 정치인들과의 통합이 중요할 뿐, 진보신당의 독자파 혹은 사회당과의 통합은 중요하게 사고하지 않는다. 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민주당과의 선거연합을 통한 목표 달성이기 때문에 진보대통합과 새로운 진보정당이라는 큰 틀에서 명분을 유지하면서도 민주당과의 선거연합에 반대하는 정치세력들의 결합을 원치 않고 있다. 연석회의 최종합의문 중 대북 관련 문구 해석을 둘러싸고 조승수 대표에게 보낸 페이스북 공개편지 논란이나 연석회의 최종합의 이후 각 정당의 의견수렴을 앞둔 민감한 시점에서 ‘국민참여당과의 통합’을 시사하는 발언을 하는 등 최근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의 행보는 진보신당 내부의 갈등과 혼란을 부추기기 위한 의도된 노림수일 가능성이 크다. 민주노동당은 6월 19일 당 대회를 통해 연석회의 최종합의문(부속합의서1 포함)을 만장일치로 승인하고, 신설합당 방식으로 진보신당 등 타 정당을 포함한 진보진영과 새로운 통합진보정당을 건설하기로 결정했다. ‘신설합당 방식이 불가능할 경우 다른 방식으로 이를 추진한다’는 단서조항을 함께 결정했는데, 진보신당에서 통합안이 부결되면 연석회의 참여단위 중심으로 통합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것이고, 진보신당 통합파의 거취에 따라 민주노동당 재창당, 제3지대 백지신당 방식 등도 열어놓고 통합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새로운 통합진보정당 건설 사업을 담당하는 수임기관을 구성하고, 수임기관이 제출하는 새로운 통합진보정당의 당명, 강령, 당헌 등을 포함한 합의안을 8월 안에 개최되는 임시 당 대회에서 승인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민주노동당의 수임기관은 형식적으로는 정당법 상 수임기관을 구성하되, ‘당명, 강령, 당헌 등을 포함한 합의안’을 8월 당 대회에서 승인하게 함으로써 내용적으로는 실질적 권한이 없는 협상기구의 성격이다. 또한 민주노동당은 새로운 통합진보정당 건설에 동의하는 세력과 개인들이 참여하는 새로운 통합진보정당 추진위원회를 구성하여 아래로부터 대중적인 참여운동을 전개하며, 9월 안에 창당대회를 개최한다는 방침을 결정했다. 진보신당의 노선적 분화와 통합을 둘러싼 극한 대립 진보신당의 경우 내적 합의가 취약한 조건에서 외부적 상황에 의해 ‘통합’으로 내몰리면서 통합에 대한 입장을 둘러싸고 독자파와 통합파 간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현재 진보신당 내부는 진보정당통합에 대한 입장과 노선적 차이에 따라 크게 ▲‘진보작당’(독자파) ▲구 전진 그룹(독자파) ▲진보신당 하나로 그룹(독자파, 중간파) ▲A그룹(통합파) ▲심상정 그룹(통합파) ▲복지국가 진보정치연대(복지국가 노선에 동의하는 세력의 결집주장)로 분화되어 있다. 진보신당의 논의지형은 향후 운동전망 혹은 생존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과거 민주노동당 시절 자민통 세력의 패권주의에서 기인하는 자민통 세력에 대한 극도의 거부, 정치계급의 독자화라고 할 수 있는 유명 정치인의 정치적 전망, 민주노동당과 통합할 경우 자체 활동 전망이 불투명해지는 운동역량이 취약한 지역의 정치인·활동가들의 생존 문제 등이 복잡하게 얽혀 현실적인 운동주체 형성과 전망을 위한 논의라기보다는 자신의 이해관계를 중심으로 한 분열적인 양상을 띠고 있다. 때문에 소위 ‘합리적 독자파’와 ‘좌파적 통합파’의 공조를 통한 운동전망을 구축하기 위한 내외부의 노력은 끊임없이 좌절될 수밖에 없었다. 진보신당은 6월 26일 당 대회를 개최하여 연석회의 최종합의문에 대한 승인여부와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을 위한 수임위원회’ 구성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6월 19일 민주노동당 당 대회에서 ‘8월 임시 당 대회에서 당명, 강령, 당헌 등을 포함한 합의문 승인’을 결정함에 따라 진보신당 또한 파국적인 표 대결 양상을 벗어나서 “연석회의 합의문에 대한 조건부 승인과 추가 협상 및 8월 당 대회에서 최종 결정”하는 방식으로 시간을 갖고 조정할 수 있는 일정한 조건이 형성된 셈이다. 하지만, 현재 진보신당 내부 논의구도를 볼 때, 이 또한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현재까지 구 전진 그룹의 경우 극소수 인사를 제외하면 연석회의 최종합의문을 부결시키고 ‘지도부 사퇴-비상대책위 구성-재협상’을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들의 구상은 연석회의 최종합의문이 부결될 경우 민주노동당에서 재협상을 할 의사가 없다는 점(6.19 당 대회에서의 신설합당 방식이 불가능할 경우의 단서조항을 결정한 것)을 간과하고 있기 때문에 실현 가능성이 없다. 또한 '진보작당' 그룹의 경우도 최종합의문을 부결시키고 일부 인사를 앞세워 독자적인 새로운 진보정당을 추진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편 ‘진보의 합창’을 주도하고 있는 심상정 그룹의 경우 당 대회에서 연석회의 최종합의문이 부결될 경우 민주노동당과 제 3지대 백지창당 등에 합류할 가능성이 크다. 복지국가 진보정치연대는 복지국가 노선을 중심으로 민주당 등과 지속적으로 교류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으며 2012년 총선, 대선을 앞두고 진보정당운동을 이탈할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6월 26일 당 대회를 앞두고 노동자민중운동의 일환으로서 운동정당의 고민을 가지고 있는 구 전진 그룹, 진보신당 하나로 그룹, A그룹 등이 통합을 둘러싼 극단적 대립을 완화하고 상호 공조를 통한 운동전망을 함께 모색하지 못한다면, 진보신당의 파괴적 분할을 막을 수 없을 것이며 이는 노동자민중운동의 미래에도 커다란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무원칙한 반MB 선거연합 방침과 당원 가입운동의 한계에 갇힌 민주노총의 활동 민주노총의 6.2 지방자치제 선거방침은 민주당과의 선거연합에 경도되면서 노동자민중운동의 단결과 역량강화에 악영향을 미쳤다. 이는 그 동안 민주노총이 추진했던 진보대통합과 ‘노동자 정치세력화 운동’의 정신에도 크게 위배되는 것이다. 한편 최근 민주노총은 공식기구로서 ‘진보정치 통합과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을 위한 민주노총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민주노총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1만 추진위원, 10만 당원 가입운동을 진행하기로 했다. 하지만 상층 차원에서 주도하는 당원 가입 중심의 민주노총의 활동은 그 동안 노동자 정치세력화 운동의 핵심적 한계로 지적되었던 정치적 대리주의의 문제, 즉 현장 조합원의 정치활동을 강화하는 프로그램 없이 ‘진보정당 당원 가입, 선거기금 납부, 진보정당에 대한 투표’로 동원하는 민주노총 정치활동의 한계를 그대로 답습하는 것이다. 지난 노동자 정치세력화 운동으로 민주노동당을 건설하고 10여 년간의 진보정당운동에도 불구하고, 민주노총 조합원들의 정치의식이 일반시민들의 정치적 성향과 크게 다를 바 없다는 점은 노동자 정치세력화 운동의 한계를 정확히 반영하고 있다. 한편 김영훈 위원장은 6월 15일 기자간담회에서 새로운 진보정당을 통한 제2의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중요 고리 중 하나로 현장분회 건설을 강조한 바 있다. 그 동안 노동자들이 지역위원회에 편재돼 지역운동을 활성화 한다는 순기능도 있었지만 당내 계급성을 강화하는 강력한 노동 블록이나 좌파블록에 미약한 부분이 있었다는 것이다. 민주노총이 민주노동당 내 의사를 결정할 때 당내 일상적 의사결정을 1/n 일로 해왔던 것과 관련해서 노동블록 형성을 통한 의사결정 과정에 대한 개입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관련하여, 새로운 진보정당의 의사결정 과정에 대한 민주노총의 개입이 당의 계급성과 운동적 성격을 강화하는 긍정적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현재 민주노총의 무원칙한 반MB 연합 선거방침에 대한 수정이 동반되어야 한다. 또한 민주노총 내 좌파적 정치세력과의 공조를 통해 민주노조운동의 투쟁역량을 강화해야 하며, 노동운동 좌파세력의 새로운 진보정당 참여를 위한 다양한 노력이 경주되어야 한다. 만일 이러한 노력이 병행되지 않는다면 현재 민주노총을 주도하고 있는 노사협조주의적인 세력을 중심으로 새로운 진보정당에 대한 개입이 추진될 것이고, 민주노총의 개입의 효과가 진보정당의 우경화를 확대하는 부정적 효과를 낳을 수도 있다. 좌파운동의 각개약진 ‘진보정치세력의 연대를 위한 교수 연구자 모임’(진보교연, 상임대표 김세균 서울대 교수)은 6월 11일 임시총회를 열고 연석회의 합의문을 추인했다. 진보교연은 특별결의문을 통해 “5.31 연석회의 합의문은 △‘3대 세습’ 등 북한의 민주주의와 인권에 대한 입장이 미흡하고 △패권주의를 견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구체적으로 마련되지 않았으며 △앞으로 쟁점이 될 국민참여당 문제에 대해 명확한 선을 긋지 못했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진보교연 일부 교수들을 중심으로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의 방향에서 진보신당과 노동운동 중앙파와의 협력과 공조를 통해 새로운 진보정당 내부의 좌파블럭 형성을 위해 노력을 진행하고 있다. 노동운동의 중앙파는 민주노동당 당권파와 민주노총 집행부 주도세력의 진보정당통합에 대한 소극적 태도를 견제하고 진보대통합과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을 추진하기 위해 노동운동의 국민파와의 공조 하에 ‘제2의 노동자 정치세력화 운동 승리를 위한 제안자 모임’을 결성했다. 최근에는 민주노총 공식기구인 ‘진보정치 통합과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을 위한 민주노총추진위원회’가 결성되면서 민주노총 추진위를 중심으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중앙파는 진보신당의 갈등적 분열에 대해 극히 우려하고 있으며, 좌파적 통합파와 합리적 독자파의 공동행보를 만들기 위해 다방면으로 접촉하고 있다. 진보신당에서 최종합의문이 부결되고 이들이 분열될 경우 새로운 진보정당 내 좌파블럭 형성의 곤란으로 인해 합류여부에 대해 논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진보신당 독자파와 사회당, 새노추 등의 당 건설 흐름에는 합류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회당은 진보신당과의 소통합 혹은 독자노선에 무게를 두며 연석회의에 개입해온 것으로 보인다. 5월 21일 사회당과 전국노동자회를 주축으로 허영구 전 민주노총 부위원장(새노추 상임대표), 이갑용 전 민주노총 위원장, 김은주 진보신당 부대표 등이 참가하여 새로운 노동자정당 추진위원회(새노추)를 발족했다. 새노추는 ‘진보의 합창’과 ‘제2의 노동자정치세력화’에 대해 비판적으로 평가하며, ‘진보의 노동자 중심성 강화와 비정규 노동자의 정치세력화, 신자유주의 극복의 대안과 전략으로 진보정치에 헌신하는 운동’을 표방하고, 노동운동 좌파 세력과의 연대 및 교류 활성화를 통해 민주노조운동과 진보정치 혁신의 주체를 광범위하게 결집한다는 구상이다. 새노추는 연석회의의 논의의 한계와 민주노총의 ‘제2의 노동자 정치세력화운동’의 한계에 대한 타당한 비판을 제기하고 있지만, 기존 사회당 중심의 프로그램으로 좌파운동의 광범위한 결집을 이루기에는 여러 가지 난점이 존재한다. 노동운동진영의 주요 좌파진영인 사노위 혹은 노동전선의 주요 활동가들이 추진하는 사회주의 노동자정당 건설 노선을 부정하고 있으며, 노동운동의 중앙파와의 협력에 대해서도 부정적이기 때문에 진보신당이 분열할 경우 ‘진보작당’ 혹은 구 전진 그룹 정도와의 연대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치세력화라는 방향은 진보신당 독자파와 유사하게 비정규직 주체가 미약한 조건에서 현실적 실현경로가 희박하며, 탈-민주노총이라는 부정적 효과와 민주노조운동으로부터의 고립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한편 사노위는 최근 내부 강령 논쟁 및 일부 세력의 이탈 등으로 본격적인 당 건설 운동을 전개하지 못하고 있으며, 2012년 총선, 대선을 겨냥한 구체적인 구상을 갖고 있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노동전선 또한 주요 활동가들이 사노위에 결합하고 있으나 내부 조건으로 인해 별도의 정치방침을 결정하고 있지 못하다. 최근 연석회의 중심의 새로운 정당 건설 흐름에서 나타나는 신자유주의 정치세력과의 선거연합과 복지국가 노선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변혁적 대중운동의 재건과 대안좌파 형성을 위한 당면과제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사회진보연대는 현재의 정세를 세계자본주의의 장기불황 국면에서 대안적 운동이 미약한 조건으로 인식하며 ▲노동자운동을 비롯한 대중운동의 위기 ▲이를 구실로 한 무원칙한 반MB연대로 인한 진보정당운동의 급격한 우경화 혹은 해체 ▲이로 인한 노동자민중운동 내부의 갈등 확대와 고립주의 확산 및 운동세력의 지리멸렬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고 판단한다. 사회진보연대는 연석회의 논의 지형에 대해서는 ▲진보정당 통합 논의가 정당 자체의 생존이라는 목적에서 제기된 측면이 크기 때문에 이념과 노선에 대한 논의보다는 정치공학적 논의가 상황을 압도 ▲2012년 선거 국면에서 신자유주의 세력과의 제휴를 추구하는 등 새로운 진보정당의 이념이 대폭 우경화 ▲진보정당 통합 논의 과정에서 대중운동이나 전선운동의 발전적 재편에 관한 논의 부재 ▲선거주의·의회주의와 결합된 진보정당운동의 급격한 통치정당화, 정치계급의 독자화 경향 강화 등의 관점에서 비판적으로 평가했다. 현재의 정세는 향후 변혁적 대중운동을 재건하고 대안좌파를 형성하기 위한 기본적 토대를 유실하지 않기 위한 각고의 노력을 요구하고 있다. 대중운동의 패배주의-실리주의를 배경으로 한 진보정당운동의 급격한 우경화와 그로 인한 노동자민중운동 전반의 해체적 경향에 대해서 최대한 저지선을 치면서 향후 운동의 재개를 위한 좌파운동의 공조와 협력의 필요성이 절실하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좌파운동이 운동노선과 실천전략의 차이로 인해 각개약진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서로의 노선적 차이를 인정하고 공조와 협력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우선 상설연대체인 ‘민중의 힘’ 건설을 계기로 결성된 좌파단체 집행책임자 연석회의의 공동기획, 공동토론과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 투쟁 등 정세적 투쟁을 매개로 한 공동투쟁을 강화하고, 참가 기반을 확대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이와 병행하여 주요한 운동공간으로서 민주노조운동 안에서 공조와 협력을 위한 조직적인 논의틀을 구성해야 한다. 현장투쟁 역량 강화, 정세적 투쟁에 대한 공동투쟁 강화, 무원칙한 반MB 선거연합 방침 전면 수정 등 핵심적인 과제를 중심으로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중앙집행위원회에 대한 체계적 개입을 포함한 공동실천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전국, 지역, 산별 차원에서 조직적인 논의틀을 시급히 구성해야 한다. 당면 정치적 목표를 중심으로 좌파운동 내부의 정파적 갈등을 완화·조정하면서 전국적인 공조흐름을 확장해나가야 한다. 이러한 전국적인 공조흐름을 확대, 강화할 때 ‘금속활동가모임’, ‘공공운수 현장조직·활동가 연대회의’와 같은 현실적인 흐름이 강화될 수 있을 것이다. 앞서 살펴보았지만 당 운동과 관련해서는 조직노선의 차이로 인해 좌파들의 공조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는 것이 현실이다. 현재적으로 존재하는 노선의 차이를 쉽게 조정하기는 어려울 것이고, 노선의 문제는 중장기적 전망을 갖고 상호 토론과 논쟁을 강화해야 한다. 당면해서는 서로의 노선 차이를 인정한 속에서 실천적 공조를 강화할 수밖에 없다. 우선 현재 운동의 우경화 흐름을 제어하기 위해서는 통합진보정당 내부에서의 노선 및 정치방침을 둘러싼 경쟁과 민주노총 내부의 정치방침을 둘러싼 논쟁을 우회할 수 없다. 가장 큰 운동 동력인 양대 조직에서 운동 주류세력의 우경화를 제어하지 못한다면 전체 노동자민중운동의 급격한 우경화를 실질적으로 제어할 수 없을 것이다. 자민통 세력 주류가 정치적으로 우경화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지만, 현실적으로 자민통과의 많은 부분에서 공조와 논쟁이 필요하며 이를 통해 자민통 내부의 분화와 혁신을 촉구하는 노력을 포기해서는 안된다. 이들이 아무런 제약 없이 ‘민주당과의 연합정부’ 수립으로 경도될 경우 현재 좌파운동의 영향력이 미약한 조건에서 민주노총과 노동자민중운동 전반의 급속한 우경화를 제어하기도 어려운 조건이 발생할 것이기 때문이다. 진보신당 내부의 좌파적 경향이 통합진보정당 내부에서 좌파적 블록을 강화하고, 노동운동의 중앙파 등과 협력하여 ‘민주당과의 선거연합’ 중심의 방침을 최대한 제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만약 진보신당의 좌파적 경향이 통합파와 독자파로 분열하는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통합정당 내 좌파적 경향과 진보신당 독자파-사회당-새노추의 흐름 그리고 사노위를 비롯한 좌파운동의 공조와 협력을 위한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 2012년 총선, 대선에서 좌파공조의 가능한 방안을 모색하고 민주노총의 정치방침 변화를 위한 투쟁을 진행함으로써, 이후 운동 재건을 위한 정치적 기반을 형성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야당연대로 노조법 전면 재개정? 한-EU FTA의 교훈 노조법 전면 개정,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민주노총은 노조법 전면 개정을 요구하며 8대 의제를 선정했다. ▲노동자성 및 사용자성 확대, ▲노조설립 절차 개선, ▲손배가압류 제한, ▲전임자 임금 지급 노사자율, ▲복수노조 자율교섭 보장, ▲산별교섭 법제화, ▲단체협약 해지권 제한, ▲필수공익사업 폐지 및 최소유지 업무 신설. 사실 어느 의제 하나 긴급하지 않은 게 없다 아니, 민주노조의 사활이 걸려 있다. [%=사진1%] 노동자성 확대는 특수고용 노동자의 지난한 투쟁이 웅변하듯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원청 사용자성 인정은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노동자의 투쟁 사례가 보여주듯이 간접고용 노동자 투쟁에 돌파구를 열기 위해 반드시 쟁취해야 할 과제이다. 운수, 건설, 전교조, 공무원노조의 사례처럼 정부가 설립신고증을 두고 재량권을 남용하는 상황에서 노조설립 절차 개선이 시급하고 노동조합을 탄압하는 가장 막강한 무기가 된 손배가압류와 단체협약 해지권을 제한하는 입법이 하루속히 이뤄져야 한다. 2009년 12월 이명박 정부가 관철시킨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는 노조활동을 지극히 위축시키며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는 노동조합의 교섭권과 단체행동권을 제약함으로써 노동조합의 기능을 봉쇄할 것이기 때문에 전면 개정되어야 한다. 또한 창구단일화가 산별교섭을 위협하기 때문에 자율교섭 보장과 함께 산별교섭 법제화가 이뤄져야 한다. 필수업무유지제도를 폐지하여 박탈된 공공부문 노동자의 단체행동권을 되찾아야 한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노조법 재개정을 전제로 노동계와 대화할 수는 없다"고 못을 박았고, 경총은 노조법 개정이 "노사균형의 기본 근간을 뒤엎는 발상"이라며 노동자의 요구를 원천적으로 거부한다. 민주노총은 정부와 여당, 자본가단체와 정면으로 맞붙어 노동자의 빼앗긴 권리를 되찾고 민주노조를 지켜내야 하는 중차대한 과제를 안고 있다. 야3당 공동 입법발의, 한국노총 공조가 최선의 길인가 그런데 민주노총 사업은 민주당과의 공동 입법발의와 한국노총 공조를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 민주노총은 2011년 1월 7일 '노동대책 및 노동관련법 재개정을 위한 야5당-민주노총 회의'(노동대책회의)를 구성했고, 4월 5일 한국노총과 실무회담을 거쳐 양대노총 공조를 추진했다. 그 결과로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민주당, 민주노동당, 국민참여당은 4월 29일 '민생안정과 노동기본권 확대 및 노조법재개정을 위한 야3당-양대노총 공동 입법발의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들은 ▲노동자성 및 사용자성 확대, ▲노조 설립절차 개선, ▲복수노조 자율교섭 보장, ▲전임자 임금지급 노사자율, ▲단체협약 해지권 제약에 대해 공동 입법발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산별교섭 보장, ▲손배가압류 제한, ▲필수유지업무제도 축소 및 보완 문제는 5-6월 공론화 과정을 거쳐 정기국회 전까지 입법발의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진보신당은 공동 입법발의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진보신당은 "공동발의에서 제외된 세 가지 쟁점이 결코 합의된 다섯 가지보다 부차적이라고 볼 수 없다. 민주노총이 제안한 8개의 핵심 쟁점이 거대야당이 입장을 바꿨다는 이유로 축소되어서는 안 된다"며 그 이유를 설명했다. 또한 야권연대가 "중요 쟁점을 미룬 채 진행되는 상황에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이 최근까지도 '8개의제 동시발의' 입장을 고수했기 때문에 이번 기자회견은 민주당과 합의를 위해 민주노총이 기존 입장을 변경한 것이 아니냐는 문제를 낳는다. 나머지 쟁점에 대해서도 합의를 통해 순차적으로 추진한다고는 말하지만 민주당 측에서 최근까지 계속 난색을 표명했기 때문이다. 또한 한국노총과 공조는 민주노총이 한국노총과 연대를 폐기한다는 대의원대회 공식방침이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에 검토가 필요한 쟁점이다. 궁극적인 문제는 민주노총이 민주당과 공동발의를 최우선시하고 이를 위해 양대노총 공조까지 되살려내는 게 민주노총으로서 최선의 길이냐는 것이다. 다른 길도 충분히 가능하기 때문이다. 민주노총, 한국노총 공조의 위험성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야3당이 발의한 개정안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통과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은 16명인데 이 중에서 한나라당이 압도적으로 다수(10명)를 차지하기 때문이다.(전체 의원 수는 한나라당 171명, 민주당 87명이다.) 따라서 민주노총이 추진한 공동발의는 이번 18대 국회 내에서 그대로 통과되기 어렵다. 만약 18대 국회에서 실제 노동법 개정을 추진할 경우 민주노총의 원래 목표가 크게 왜곡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일단 한국노총이 큰 변수다. 올해 1월부터 경총이 '총연합단체 공익사업 후원금' 지급을 중단하면서 한국노총의 기업파견자 120명이 월급을 받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그에 따라 한국노총은 상급단체 파견자에 대한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 예외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민주당은 노동대책회의에서 전임자 임금과 복수노조 문제 외에 나머지 요구에 대해서는 빠른 시일 내에 당론 확정이 어렵다는 변명으로 논의를 회피하곤 했다. 민주당의 경우 내심으로는 2009년 12월 이명박 정부가 손댄 부분, 즉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 문제와 전임자 임금지급 문제만 다시 약간 손질한다는 입장으로 일관했던 것이다. 또한 한나라당 일각에서도 "한국노총 상급단체 파견자 임금지급 문제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 제기된 바 있다(김무성 원내대표, 3월 11일). 만약 국회 입법을 두고 협상을 하게 될 경우 한나라당, 민주당, 한국노총의 정치적 계산법에 따라 민주노총은 언제라도 소외될 수 있다. 이는 지난 역사가 우리에게 가르쳐 주는 교훈이다. 야당연대로 노조법 전면 재개정? 한-EU FTA의 교훈 또한 이번 공동 입법발의는 노조법 전면 재개정 운동의 주도권을 민주노총 스스로 민주당에 넘겨주는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문제 해결의 주체가 민주노조운동이 아니라 민주당이 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민주노총이 노조법 전면 개정의 정당성과 8대 요구를 중심으로 대중적 운동을 형성하여 주도권을 쥐고 정부와 정당들을 압박하는 것이 아니라 민주당에 의존하게 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아무런 대중운동의 성과도 남기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는 5월 1일 노동절 대회 축사에서 "우리는 2012년 정권교체를 위해 노동자들의 기본권을 지키고자 하는 정당과 폭넓게 연대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민주노총이 노조법 개정을 위해 2012년 총대선에서 야권연대, 곧 민주당을 지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과 다름없다. 따라서 이번 공동 입법발의가 2012년 총대선에서 야권연대를 추진하는 특정 정치세력의 정치프로그램에 따라 추동된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될 수밖에 없다. 즉 민주노총이 민주당을 지지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드는 계기로 활용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의 약속은 얼마나 신뢰할 수 있을까? 최근 한-EU 자유무역협정(FTA) 사례는 우리에게 현실을 말해준다. 민주당은 5월 4일 한-EU FTA 비준동의안 처리를 위해 국회를 연다고 한나라당과 전격 합의했다.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의원들은 한·EU FTA 처리가 "4·27 재보궐선거 승리를 위한 야 4당 정책연합 합의문에 위배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기자회견문은 "민주당은 어떻게 야4당 합의문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이를 파기하는가"라고 말한다.) 물론 민주당 내 일부 의원이 합의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이는 민주당 내에 일종의 역할분담 게임처럼 보인다. 민주노총, 대중운동을 통해 민주노조운동의 구심으로 거듭나야 한다 한국노총은 전북 버스노조 투쟁 사례처럼 여전히 사측과 야합해 지도부는 검은 돈을 챙기면서 조합원을 짓밟는 행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국노총은 지금도 노사정위원회에 참여하여 '사내하도급 가이드라인'을 만들면서 불법파견에 면죄부를 주고 있다. 한국노총 이용득 위원장은 2006년에 복수노조 허용 3년 유예에 사용자들과 합의했다. 한국의 민주노조는 한국노총의 반노동자 행태를 아직 완전히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복수노조 시대를 목전에 두고 있다. 민주노총은 노조법 전면 개정을 위한 운동이 민주노조운동의 구심으로 스스로 자리매김하는 계기가 되도록 해야 한다. 민주당에 청원하고 한국노총과 공조를 취하는 것은 민주노총의 목표가 왜곡되거나 실종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이제 민주노총은 자기 자신의 힘으로 장벽을 깨부수어야 한다. 현재 그 길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우리 모두는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다른 길이 있을 수 없다. 현장에서부터 우리 모든 노동자의 힘을 모아 노조법 전면 개정을 쟁취하고 민주노조 운동의 새로운 길을 열어야 한다. 노동자 대중의 힘에 근거하지 않은 운동은 민주당을 비롯한 여야정당에 의해 반드시 왜곡되거나 악용되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만 한다.
현 시기 제기되는 복지동맹의 한계와 문제점 한국에서 1997년 IMF 이후 소득 불평등이 심화되었다는 사실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다. 이렇게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으니 복지 확대와 같은 재분배정책을 통해 소득 불평등을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200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노무현 대통령의 사회양극화와 사회적 통합 논의부터 불평등과 재분배 문제는 중요한 화두가 되었고, 양극화와 민생파탄이 더욱 심화되면서 2010년 6.2 지방선거에서 복지는 전사회적인 이슈가 되었다. 2012년 총선 대선을 앞두고 복지국가 열풍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복지국가소사이어티는 2006-07년 이후 신자유주의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서 역동적 복지국가론을 생산했다. 이후 복지국가와 관련된 논의들이 많아지다가 올해 초에 민주당은 ‘3+1 무상복지’를 내세웠다. 그에 따라 어떻게 무상복지를 실현할 것인가를 두고 증세논쟁이 한창 일었고, 동시에 민주당, 진보정당의 정치인들과 시민사회단체 인사들은 복지라는 가치를 중심으로 민주당과 진보정당이 동맹을 맺고 더 나아가 단일정당을 건설하자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이제 그런 흐름은 점점 더 가시화되고 있다. 기획연재1 역동적 복지국가론 비판, 기획연재2 민주당의 ‘3+1 무상복지’ 비판에 이어 기획연재 마지막인 이번 호에서는 최근 등장하는 ‘복지국가 정치동맹’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이 글에서는 먼저 현실 정치에서 복지동맹이 제기되는 맥락과 그 내용을 알아보고, 노동자 민중운동의 요구가 복지국가와 정권교체로 수렴될 것에 대한 우려를 제기한다. 다음으로 복지국가 정치동맹의 실 내용에 있어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에 대한 비판이 없다는 점과 복지동맹의 개념과 전략이 부재하다는 점을 지적한다. 마지막으로 복지국가에 고유한 모순이 내재한다는 점을 제시하면서 복지국가를 넘어선 고민이 필요하다고 제안한다. 복지국가 정치동맹이 제기되는 맥락 복지국가론은 ‘민주당, 시민사회단체, 진보정당이 힘을 합쳐 한나라당의 재집권을 저지하고 2012년 정권을 교체하자’라는 야권연대의 맥락에서 다뤄지고 있다. 반MB라는 네거티브 전략을 넘어 복지국가라는 포지티브한 가치를 중심으로 연대하여(복지동맹) 민주·진보 정권을 세우고 복지국가를 현실화하자는 것이다. 민주당 정동영, 이인영,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참여연대, 진보신당, 민주노동당을 비롯하여 작년부터 결성된 ‘백만 민란, 국민의 명령’과 같은 시민조직, 그리고 복지국가진보정치연대까지 그 흐름은 더욱 확산되고 있다. 그럼 이들이 주장하는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정동영은 작년 10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역동적 복지국가론을 당론으로 채택할 것을 주장했고 현재도 자신이 구상하는 모델을 역동적 복지국가론에서 찾고 있다. 그는 2007-09년 금융위기를 지나면서 참여정부 때의 유연안정성, 규제완화 등의 신자유주의 흐름이 맞지 않는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고 고백한다. 그런 비판적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복지국가를 중심으로 야권이 모두 연대해야 한나라당 재집권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경제를 투명하게 해서 경제 민주화를 이루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특히 진보신당의 ‘노동없는 복지’에 대한 비판에 공감을 표하면서 일차적인 불평등을 야기하는 노동유연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 ‘증세없는 복지는 허구’라는 말을 인용하며 민주노동당이 과거에 제기했던 부유세나 진보신당 조승수 대표의 사회보장세 신설을 지지한다. 민주당의 이인영은 복지국가 단일정당을 제안한다. 정권교체를 위해서는 단순한 연합이 아니라 가장 센 힘으로서 복지국가 단일정당으로 통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김대중-노무현이 꼭 신자유주의 정부라고는 보지 않으며 이중적 성격을 가진 정부였다고 평가한다. 그는 ‘불가피하게 시장으로부터 신자유주의적인 측면에 직면한 부분도 있었지만, 그로 인한 양극화의 폐해를 보완하고 극복하려는 제도적 장치도 동시에 구축했다. 만일 정말 신자유주의적 정부였다면 그 가치에 위배되는 정책들은 털어내야 하지 않았겠는가’라고 반문한다. 증세 문제에 대해서는 그 자체를 반대하지는 않으나 세금재정배분 전략의 변화와 조세투명화, 조세정의의 실현이라는 측면에서 단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음으로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이상이 공동대표의 키워드는 ‘역동적 복지국가론’이다. 그에게 역동적 복지국가론은 단지 복지의 확대가 아니라 경제, 조세, 노동 정책 전반을 아우르는 새로운 국가모델이다. 이에 반해 ‘박근혜의 복지는 경제정책은 그대로 두고 복지를 일부 확대하는 것으로 사고하는 사회투자국가식 복지’라고 비판한다. 그는 민주당에 대해 ‘복지국가에 대한 구체적 상은 아직 없는 것 같다’고 평가하면서 정동영, 천정배, 이인영 등의 몇몇 개인이 복지국가론을 주장하는 수준에서 나아가 민주당이 과감한 좌클릭을 통해 복지국가를 전면에 내세워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한다. 진보정당 일부가 이야기하는 비민주 진보대통합에 대해서도 ‘소수파 전략으로는 집권을 할 수 없다. 집권을 해야 복지국가를 건설할 수 있다’고 비판한다. 그는 역동적 복지국가론의 핵심으로 경제적 민주화와 보편적 복지를 꼽는다. 경제문제에서 핵심은 경제의 투명성 제고이다. 재벌의 불공정거래를 불식시키고 중소기업 지원을 해야 한다. 집권을 하게 된다면 가장 먼저 해결할 문제에 대해서는 비정규직 일자리 문제라고 하며 비정규직 일자리가 정규직과 차별이 없도록 좋은 일자리를 확충하고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을 통해 훈련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답했다. 따라서 훨씬 더 많은 재정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 시민들 스스로가 보편적 복지를 요구하고 그것을 위해서라면 세금을 기꺼이 더 내겠다고 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 의식을 대중적으로 확산하기 위해서 풀뿌리 시민운동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한편 참여연대의 김기식 정책위원장은 ‘빅텐트론’을 주장한다. 그는 민주당 내 복지국가론 추동세력이 1/4~1/3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복지국가 건설을 위해서는 민주당 안에서만으로는 안 되고 외부에서 진보정당과 시민사회단체가 복지국가를 위한 광범위한 지지세력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은 좌클릭을 해서 진보적 성향으로 바뀌지 않으면 안 되고, 진보정당은 경직성을 완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당장 정당을 다 통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므로 각각의 정치적 입장을 존중하면서 큰 틀에서 복지국가를 지지하는 세력을 포괄하고 향후 단일정당을 모색해볼 수 있다는 입장이다. 김대중-노무현 정권에 대해서는, 신자유주의적 흐름이 세계사적으로 맹위를 떨치고 있는 조건에서 대외의존적 경제구조인 한국사회는 이와 벗어나는 다른 길을 선택하기 어려웠다고 두둔한다. 그리고 경제정책의 신자유주의적 성격은 분명했지만, 사회정책적으로는 복지국가적, 사민주의적, 통합적인 방향으로 갔던 모순이 있었다고 평가한다. 증세 문제에 대해서는 증세, 감세 논쟁으로 가는 것은 수혜자와 부담자를 분리시키고 저항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에 현실정치에서는 제대로 내지 않는 세금을 제대로 내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는 ‘민주노동당이 오래 전부터 무상의료, 부유세 등 복지관련 정책들을 발언해왔으며 현재는 그것의 현실화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한다. 그녀는 김대중-노무현 정권의 복지정책의 성과를 의미 있게 평가하면서 우리 사회를 더 이상 후퇴하게 놔둘 수는 없으며 민주노동당에게 야권연대는 절대절명의 문제라고 언급한다. 진보신당 조승수 대표는 생태 복지국가를 이야기한다. 새진보정당을 건설하는 흐름에 신자유주의 반대, 한미 FTA 반대, 비정규직 철폐에 동의하면 함께 할 수 있다고 한다. 민주당과 통합은 불가능하나 연대는 가능하며, 후보단일화는 열어두고 생각할 수 있다고 입장이다. 그러나 무조건 ‘이명박을 넘는 것’만이 선이라고 주장해서는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참여정부에 대한 노동자들의 배신감을 느꼈던 오류를 반복할 수 없으며 향후 무엇을 할 지 분명히 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비정규직 문제라고 하며 부자증세를 통해 재정을 투여해서 새로운 일자리 110만개를 창출한다는 전망을 밝혔다. 문성근을 대표로 하는 ‘국민의 명령, 유쾌한 백만 민란’은 야권 단일정당 건설 운동을 벌이며 회원 10만을 돌파하고 있다. 문성근은 “민주당이 다 잘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한나라당은 아니지 않냐,” 그렇게 말하면 일단 지나가는 사람들이 관심을 가진다고 말한다. 백만 민란 회원들은 직접 거리에서 선전전과 서명전을 진행하며 활동하며, 정당에 대해 냉소적인 20~30대들을 조직하기 위한 온라인 공간을 정치토론의 장으로 활용한다. 4월 16일에는 진보신당에서 민주당 일부까지 포괄하는 복지국가단일정당을 내세운 ‘복지국가 진보정치연대’가 공식 출범했다. 복지국가 진보정치연대의 부대표를 맡은 박용진 진보신당 부대표는 진보적 자유주의 세력과 연대와 통합은 피할 수 없으며 금기로 여겨져 왔던 이들과의 통합을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상이의 경우 복지국가 건설이 제일의 과제이고, 그것을 위해 집권을 해야 한다고 말하는 편이며, 민주당의 이인영은 한나라당 재집권을 저지하기 위한 매개고리로서 복지국가를 사고하는 듯이 보인다. 백만민란의 경우 한나라당 저지가 최고의 목표인 것처럼 보인다. 정당 질서 재편 방안으로는 가장 강한 단일정당에서부터, 보다 느슨한 조직적 형태로 빅텐트론, 그리고 가장 형식적인 수준에서 선거연합이 있다. 통합이나 연대를 요구하는 세력은 민주당에는 중도진보로의 전환을 요구하고 진보정당에는 소수파 전략을 비판하면서 정치적 유연성을 요청한다. 한편 민주노동당은 민주당과의 선거연합을 강조하는 인상이 강하며 진보신당은 민주당과의 선거연합에 신중한 접근을 표한다. 주요한 특징은 정당질서재편을 추동하는 세력으로서 시민사회단체가 눈에 띄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복지국가담론을 정당에 제공하기도 하고 정당이 하기 어려운 대중동원전략으로 정당의 행보에 압박을 가하면서 민주당의 좌클릭이나 정당재편을 외부에서 추동하고자 한다. 특히 복지동맹의 주체로서 시민정치운동과 같은 대중적 기반을 만들려는 실천들도 보인다. 상층 중심의 정치공학적 논의를 극복하기 위해 대중들을 향한 프로그램을 고민하는 부분은 긍정적이지만 백만민란의 경우 반이명박 정서를 감정적으로 동원하며 정치에 대한 논리적 비판을 상대화하거나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방식의 접근은 20~30대의 정치에 대한 냉소를 극복하기 보다는 그에 편승하는 것으로 보이며, 합리적인 정치토론을 저해할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가장 우려스러운 점은 노동자운동, 민중운동의 일부가 정확한 비판 없이 복지국가 정치동맹에 편승하여 정권교체라는 목표에 매몰되게 되는 것이다. 자신의 고유한 계급적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한 주체적 투쟁이 어려운 조건이다보니 보다 영향력이 있는 민주당 등과의 협력에 대한 유혹이 생길 수 있다. 그러나 민주당과의 협상은 언제나 진보진영의 요구들을 낮추는 내용이고 그 신뢰 지속 기간 역시 불안정하기 때문에 그들과의 협상에 골몰하는 만큼 현장과 지역의 주체적인 투쟁은 점점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그 과정에서 복지국가로 환원되지 않는 노동자 민중의 요구들이 묻혀버릴 수 있다. 또는 역으로 복지국가와 정권교체라는 주제로 대중들을 조직해보려고 할 수도 있는데 신자유주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 복지국가론으로 조직화를 하는 것으로 신자유주의를 넘어서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복지국가 정치동맹의 문제점 1)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에 대한 비판 부재 이인영이나 김기식은 김대중-노무현 정권에 대해 “IMF 이후 경제정책에서 신자유주의 도입은 불가피했지만 그로 인한 부작용들을 완화하기 위한 복지를 제도화시켰기 때문에 전 민주당 정권의 성격은 이중적이며 신자유주의 정권으로 볼 수 없다"고 평가했다. 이는 이들이 신자유주의적인 경제정책 따로, 신자유주의적이지 않은 사회정책 따로 분리해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금융자본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고 재정정책보다는 이자율 조절을 통한 통화정책 우위의 정책을 통해 금융자본의 우위를 보장해준 것이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이다. 그렇다면, 재정정책의 영향을 받는 사회정책은 신자유주의 하에서 통화정책의 목표에 따라 재량권이 축소될 수밖에 없다. 완전고용 달성을 목표로 했던 케인즈주의 하에서 재정정책이 통화정책의 우위에 있었던 것과는 반대가 된 것이다. 케인즈주의에서 완전고용을 목표로 경제정책을 보완하던 사회정책은 신자유주의 하에서 이전과 달리 경제정책의 기조를 유지하기 위한 것, 즉 금융적 팽창과 노동시장의 신축성이라는 목표를 보완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박상현, 2009). 레이건과 대처로 대표되는 신보수주의가 빈곤층을 노동시장에서 영구 배제시킴으로써 이들을 아예 경쟁에서 밀어내는 전략을 택했다면, 이로 인한 양극화와 사회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블레어가 제시한 제3의 길은 배제된 실업자를 노동연계복지를 통해 포섭하는 전략을 택한다. 금융세계화 기조를 유지하는 가운데 그로 인해 파생되는 사회적 불평등과 빈곤의 문제에 어떻게 접근하는가에 따라 복지정책은 바뀔 수 있다. 같은 신자유주의 경제 기조 하에서 복지를 확대한다고 해서 신자유주의적이지 않은 복지정책이 되는 것은 아니다. 보편적 복지국가를 말하는 논자들은 블레어의 제3의 길은 선별적 복지였고 보편적 복지국가는 그것과는 다르다고 주장하지만, 그 차이는 신자유주의로 인해 발생한 실업, 빈곤, 불평등의 문제를 어느 수준에서 관리할 것인가의 차이라는 점에서 신자유주의 국가라는 성격이 변하지는 않는다. 특정 국가가 신자유주의냐 아니냐에 대한 컨센서스가 없다보니 신자유주의자가 ‘나는 신자유주의자가 아니다’라고 하는 등 현실 정치에서 적지 않은 혼란을 야기한다. 이는 연대체 참여의 문제나 선거 시기 연합의 문제에 있어서도 논쟁을 가열시키는 원인을 제공했다. 무엇보다 문제가 되는 이유는 규정의 다름이 실제 정치적 입장과 전략의 다름으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의 도입은 불가피했지만, 신자유주의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사회정책 발전에 노력했다”는 식의 인식은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을, 대외의존적인 한국의 상황에서 거부하기 어려운 흐름이거나 어쩔 수 없는 경제위기 극복 정책으로 받아들이면서, 노동, 복지 등 사회정책 영역에서의 피해완화 후속 대책만을 정치의 영역으로 협소하게 규정하는 효과를 낳는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이 신자유주의에서 노동은 금융세계화의 효과로 신축화되고 복지는 노동신축화를 보다 잘 실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수행한다. 따라서 신자유주의적 경제정책을 ‘상수’로 규정한 채 사회정책을 논하는 것은 이미 손발이 묶인 상태에서 몸을 얼마나 비트는가를 두고 싸우는 것과 마찬가지다. 물론 복지국가론자들은 경제정책의 변화를 중요하게 언급한다. 그러나 그것은 대부분 재벌기업 불공정거래 철폐, 지하경제의 투명화 등의 경제민주화의 내용이지 금융자본의 우위 하에 통화정책에 대한 통제를 점점 더 어렵게 만드는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에 충돌하는 내용은 아니다. 통화정책에 대한 통제는 은행에 대한 정책과 관련이 있다. 하나는 은행의 겸업화 등으로 금융의 경계를 허물어서 불안정성을 증대시키는 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중앙은행의 독립성 강화로 인해 화폐정책에 대한 개입이 점점 어려워지는 문제이다. 미국을 제외한 다수의 국가들에서 중앙은행을 법적으로 독립시키는 정책들이 추진되었는데, 경제적으로 취약한 국가일수록 중앙은행의 활동이 세계경제 및 해외자본의 압력과 직접적으로 연계되어 있기 때문에 자율성이 강화되는 경향이 더 강하다. 세계금융에 대한 종속의 정도가 높을수록 금융에 요구에 부합할 수 있도록 중앙은행이 정책결정에 있어 높은 수준의 자율성을 누린다. 작년 주요 금융관계법령 정비내용을 살펴보면 금융기관의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한편 금융지주회사의 설립규제 완화, 은행 및 보험회사의 겸영 및 부수업무 범위 확대 등을 위한 법령 개정이 이루어졌다(한국은행, 2011). 규제가 생긴 부분은 금융소비자 보호, 급격한 자본유출입 가능성에 대한 대비, 거시건전성 제고 등, 기본적으로 금융산업 육성이라는 기조 하에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을 점검하고 조정한 부분이다. 그런데 작년 복지가 전사회적인 쟁점이 되는 동안 이런 경제정책들은 정치적 쟁점으로 환기되지 못했다. 이는 1970년대 미국에서 ‘작은 정부’, ‘복지 축소’ 등을 요구하던 신보수주의자들의 공격에 맞서 진보진영이 ‘사회보장을 지키자’는 운동으로 대응하는 동안 정부에서는 금융 규제 완화를 비롯한 신자유주의 경제정책들이 소수의 경제관료들에 의해 조용하고 신속하게 통과되었던 사례를 연상시킨다(박상현, 2009). 복지에 대한 요구는 매우 현실적이고 그 자체로는 정당한 요구이지만, 노동과 복지 전반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신자유주의 경제정책 자체를 문제화하고 바꾸어내지 못한다면 그것은 매우 한계적일 수 있다. 2) 복지동맹의 개념과 전략 부재 복지국가 정치동맹을 주장하는 논자들이 ‘복지동맹’을 지칭할 때는 여러 차원의 동맹이 섞여 있는 것 같다. 야당이 모두 단일화하는 당 차원의 ‘동맹’과, 현재 이를 추동하기 위한 세력으로서 민주당, 진보정당, 시민사회단체 간의 ‘동맹’, 그리고 정권교체를 실제 가능하게 할 유권자들의 ‘동맹’이 구분되지 않고 섞여서 언급되는 듯 하다. 역사적으로 복지동맹은 복지국가를 지지하는 서로 다른 계층이나 계급들 간의 동맹이었다. 영국 복지국가 형성 시기의 노동자계급과 중간계급 간의 동맹, 스웨덴에서 노동자계급과 중간계급(농민) 간의 동맹이 그것이다. 즉 대중적인 계급동맹이었다. 그런데 현재 복지국가 정치동맹에서는 주로 야당 연합·통합, 야당과 시민사회단체 간의 협력이 보이고, 대중들의 직접 참여라는 것도 구체적인 정치적 내용에 대한 지지라기보다는 ‘민생이 불안해서 복지가 필요하고, 또 다시 한나라당이 집권하는 것은 안 된다’는 주장을 중심으로 주로 선거시기 투표를 위해 모인 것으로 전통적 의미의 복지동맹과는 성격이 다르다. 전통적 복지동맹이 아니라서 문제라는 것은 아니다. 다만 역사적으로 어떤 복지정책이 성립했던 것은 불특정 다수 시민이 아니라 구체적인 이해관계를 가진 구체적인 계층이나 계급들이 공동으로 지지를 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영국 노동당이 제시한 복지개혁안은 보편주의 하에 중간계급도 복지의 혜택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에 노동자계급과 중간계급간의 복지동맹이 이루어질 수 있었다. 스웨덴 사민당은 1932년 선거에서 고용확대, 노동자의 구매력 증가를 위한 경제정책과 함께 농민당의 농업보조금 지급 요구를 수용함으로써 적-녹 동맹이 이루어졌다. 고용확대와 노동자구매력 증가가 농산물 가격 유지로 연결된다는 점에서 양당의 이해가 일치했던 것이다. 그런데 현재 복지동맹에는 그런 문제의식이나 전략이 보이지 않는다. 신자유주의가 문제고, 노동유연화도 문제고, 비정규직이 문제라고 말은 하지만 그것이 구체적으로 어떤 대중들에게 무엇을 제시하는 것인지 드러나지 않는다. 실업, 빈곤, 불평등이 문제라고 말하지만, 그들이 말하는 복지국가가 실업과 빈곤의 주체들을 포함한 다양한 계층들에게 구체적으로 어떤 이득이 있는지도 드러나지 않는다. 그것은 자세한 정책을 이야기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실제로 서로 다른 계층들이 ‘동맹’을 맺을 수 있을만한 전략도 내용도 없기 때문이다. 민주당 정동영 의원이 노동유연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하지만, 그가 주장하는 역동적 복지국가는 유연안정성을 바탕으로 한 모델이다. 기획연재1에서 노동신축화를 심화하는 유연안정성 모델 자체가 노동자계급에게 해로운 것이라고 이미 비판한 바 있다. 이것으로 유연안정성에 반대할 이유는 충분하지만, 유연안정성을 지지하는 입장에서 보더라도 복지동맹과 유연안정성은 양립할 수 없다는 것을 다음에서 알 수 있다. 그들이 바라는 대로 복지동맹을 이루려면, 예를 들어 노동부문에서, 유연안정성 모델에 대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이해가 일치해야 한다. 유연안정성 모델은 노동유연화 기조를 오히려 강화하는 가운데 고용이 불안정한 노동자에게 실업급여와 직업훈련 프로그램을 제공해서 재취업에 용이하도록 지원해 주는 것을 포함한다(적극적 노동시장정책). 그런데 현재 한국의 노동시장은 내부의 비교적 안정적인 고숙련 정규직 노동자와 주변부의 저숙련 비정규직 노동자로 이분화된 구조이고 노동이동은 주로 저임금 불안정 노동자 층에서 가장 빈번하게 일어난다(박능후, 배미원, 2006). 정규직 노동자의 고용보험료가 만약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을 위한 비용으로 지불된다면 이에 대해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이해는 일치하지 않을 것이다. 단, 정규직 노동자들 또한 해고의 위험에 놓이게 된다면 그 때는 이해가 서로 일치할 것이다. 그러나 해고위험은 당연히 정규직 노동자에게 이득이 아니다. 이에 일부 복지국가론자들은 정규직, 비정규직 노동자가 ‘연대의식’을 통해 이런 이해의 차이를 극복해야 한다고 할지 모르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연대의식은 그런 도덕적 당위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계층 간 이해관계가 다르다고 인식될 경우 그 복지정책에 대한 지지는 철회되었다. 영국에서 1970년대 초 경제위기를 거치면서 복지국가에 대한 비판적 여론이 강해지고 결국 1979년 영국 보수당 대처가 승리하게 된다. 이는 기존의 복지동맹이 균열되었음을 보여주는 것이었다(윤도현, 박경순, 2008). 영국의 중간계급은 인플레와 증세 속에서 조세에 반감을 가지게 되었다. 중간계급은 자신도 수혜자가 되는 보편적 프로그램은 유지하기를 바라는 한편, 세금으로 충당되는 하층 노동자계급에 대한 복지는 감세를 통해 선별적으로 삭감되길 원했다. 결국 영국의 복지동맹은 국가복지의 선택적 삭감을 지지하는 중간계급 및 상층노동자계급과 기존의 복지국가의 틀을 유지하자는 하층 노동자계급으로 분해되었다. 독일에서 1972년 연금보험 개혁안은 노동자연금보험을 타 계층에 개방하는 것을 포함하고 있었는데 노동조합은 이를 노동자계급의 희생을 통해 자영업자들의 생활 상의 곤란과 위험을 덜어주는 것으로 보았고 이에 반대했다. 또 프랑스에서 1974년 사회보험 개혁 당시 좌파는 노동자들 내의 상이한 보험조직 간의 재분배, 자영업자와 노동자들 간의 재분배를 목적으로 하는 법안에 반대했다. 물론 공통의 이해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재분배정책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는 것이 반드시 정당하다고 볼 수는 없다. 빈민과 실업자를 포함한 산업예비군의 존재는 노동의 공급을 원활히 하고 일자리를 두고 노동자 간 경쟁을 부추김으로써 자본의 우위를 보장하게 하는 메커니즘이다. 따라서 산업예비군을 재생산하고 유지할 책임은 일방적으로 자본에 있지 노동자계급에 있는 것이 아니다. 노동자계급을 상층과 하층으로 나누는 것도 고용된 노동자가 자신이 낸 세금을 실업자, 빈민에 대한 복지로 지출하는 것에 대해 불만을 품는 것은 자본이 노동을 통제하기 위한 전략으로 노동자계급을 분할하고 내부의 갈등을 야기하는 측면을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실업자와 불안정 노동자층이 늘어날수록, 더 적은 취업자들이 더 많은 실업 반실업 노동자들의 복지를 위해 세금을 지출해야 하는 것이 된다. 임금격차는 더 커지는 상황에서, 재분배정책을 통해 불평등 정도를 줄일 수 있다 할지라도, 국민들은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으로 이분화되고 갈등은 심화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갈등 자체가 복지정책에 대한 지지기반을 약화시키게 된다. 복지동맹을 실현하고 싶은 사람은 복지정책에 대한 지지기반을 강화하기 위해서라도 노동자 간의 격차를 확대하고 갈등을 조장하는 노동신축화 저지 투쟁을 해야 한다는 것이 된다. 즉, 노동신축화를 심화시키는 유연안정성 모델을 파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곧 유연안정성을 근간으로 모델링을 한 역동적 복지국가론은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역사적 복지국가의 내적 모순 그러나 이것으로 문제가 끝나지는 않는다. 복지국가라는 완결된 상이 있고, 그 상을 향해 가면 되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복지국가의 한계에 대한 논의와 복지국가를 넘어선 고민이 동반되지 않으면 복지국가 프로젝트는 자기 한계에 갇히게 된다. 왜냐하면 복지국가는 구조적 모순을 가질 뿐 아니라 복지국가에 대한 정치적 쟁점 또한 존재하기 때문이다. 서구 복지국가는 전후 경제성장이라는 조건 하에 노동과 자본이 타협한 결과물이었다. 선진자본주의국가에서는 전후 장기적인 완전고용의 결과로 노동계급의 힘이 증가되었고 이는 지속적으로 인플레이션의 압력을 형성했다. 이에 유럽 국가들은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노동조합에 대해 임금인상 투쟁을 ‘자발적으로’ 자제하도록 요구하는 대가로 사회적 임금의 개선을 협상대상물로 사용했다. 그러한 사회적 타협은 기본적으로 전후 호황기에 자본이 노동에 양보할 만한 여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하지만 1970년대 경제위기 이후 자본의 이윤율이 하락하는 국면에서 그러한 사회적 타협을 위한 물질적 토대는 사라졌다. 경제 호황기는 지나갔고, 1970년대 말 이후 유럽국가들에서 경제성장률이 둔화되면서 대규모 실업으로 인해, 걷히는 세금의 규모도 1950~60년대에 비해 그 증가율이 둔화되었으며 OECD 국가들에서 세금 수준은 거의 상한선에 도달했다(Clayton and Pontusson, 1998). 또 금융시장의 세계화로 정부의 장기적 적자재정에 대한 재량권이 제약되었다. 이런 것들이 전반적으로 정부 지출에 하향 압박을 가하고 있다. 서구에서 복지국가의 위기가 논의되기 시작한 것은 이미 오래 전의 일이다. 복지국가 위기에 대해서 많은 연구들은 신자유주의 세계화로 인해 복지국가가 위기에 놓였다고 진단한다. 그러면 경기가 회복되면 복지국가의 가능성은 다시 열리는 것일까. 이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복지국가가 외재적 요인으로 위기에 처했다기보다는 복지국가 자체의 내재적 모순이 1970년대 경제위기로 인해 폭발한 것이라고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오코너(1990)에 따르면 전후 복지자본주의 국가들에서 대규모 법인기업들과 국가부문과의 관계로 인해 복지국가 모델에 국가지출 증가 경향이 내재하게 된다. 대규모 법인기업들은 자본축적과 경제성장의 ‘엔진’ 역할을 수행하며 신제품개발, 제품모델 변화, 제품의 차별화에 바탕을 두고 시장이 확대된다. 그런데 시장의 확산, 생산성과 생산의 증가는 과학기술의 진보에 달려 있다. 따라서 대규모법인기업은 교통, 통신, 연구개발, 교육, 기타 설비 등의 더욱 많은 사회적 투자를 필요로 한다. 이는 기업 간 격차를 확대하는 동시에 국가의 재정에 부담이 된다. 결국 국가부문의 지출 팽창이 대규모법인기업들의 총생산 증가를 위한 기본적 요인으로 작용하며, 역으로 국가지출과 국가사업계획의 팽창은 독점산업 성장의 결과이다. 즉 국가부문의 성장은 대규모법인기업 확장의 원인이자 결과라는 것이다. 국가부문이 민간부문의 희생 속에서 성장한다거나 대규모 법인기업의 팽창이 국가부문의 성장을 가로막는다는 통념과는 정 반대이다. 한편 대규모법인기업의 성장은 실업과 빈곤을 수반한다. 이는 또 다시 사회적 손비의 증가를 유발한다. 그리고 국가가 사회적 손비를 충당하기 위한 재정을 확대하려면 또 다시 생산성이 높은 부문의 산출 증대에 기대게 되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한편, 국가는 자본비용을 점점 더 사회화하지만 그에 반해 사회적 잉여는 계속 사적으로 영유된다. 비용의 사회화와 이윤의 사적인 영유는 재정위기를 만들어낸다. 사회적 자본의 축적이 간접적으로 총생산과 사회적 잉여를 증가시켜 원칙적으로 사회적 손비의 팽창을 뒷받침해줄 수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대규모법인기업과 그 노동조합은 잉여를 사회적 자본 또는 사회적 손비 지출에 충당하는 데 강력하게 반발하기 때문이다. 사회서비스는 다른 모든 서비스와 마찬가지로 매우 노동집약적이며, 또한 생산성증대로 임금상승분을 상쇄할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에 이들을 공급하는 상대적 비용은 해마다 증가하게 되며 이는 국가 재정의 부담을 야기한다. 고령화와 같은 인구구조의 변화와 더불어 이러한 문제들로 인해 복지자본주의 국가는 필연적으로 국가지출의 증가를 경험한다. 영국에서 사회서비스지출의 GNP에 대한 비율은 제1차 대전 전 약 4%에서 1975년 29%로 극적으로 증가하여 1979년 국가총지출의 1/2을 차지했다. 공공지출은 1961년 이래 GNP의 18%에서 29%로 성장했고 1970년대 전체 국가 지출의 1/2에 이르렀다(오코너, 1990). 모든 선진자본주의국가는 전후 기간의 후반기 동안 영국과 같은 경향을 보여준다. 1960년대와 1970년대 초 모든 나라에서 GDP에 대한 사회서비스의 비율은 증대했다. 한편 국가의 재정을 구성하는 세금 부담은 여러 가지 면에서 자본의 부담을 덜어주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자본에 대한 과세를 높이더라도 자본은 다양한 방식으로 그 부담을 노동자계급에게 전가하거나 피해간다. 법인소득에 대한 과세는 법인소유자가 아니라 소비자(노동자와 소기업)에게 가격인상을 통해 전가된다. 재산세는 상업, 산업용 재산보다 주거용 재산에 더 많은 부담이 지워진다. 상업, 산업용 재산은 주거용과 달리 빈번하게 매매가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자본가는 보유재산을 과소평가할 수 있지만 주택소유자는 그럴 수 없다. 또 주거용 건물소유자는 재산세를 세입자에게 전가시킨다. 한편 기업이 부담하는 사회보장세는 임금을 억제함으로써 노동자에게 전가된다(오코너, 1990). 이런 전반적인 경향은 노동자계급에게 상대적으로 더 많은 부담을 안김으로써 재분배정책의 효과를 감소시킨다. 복지국가의 비용이 증가하는 경향이 지속되는 가운데 전후 호황기 동안은 재정을 감당할 수 있었지만 1970년대 이윤율 하락에 따라 복지국가는 케인즈주의를 포기하고 신자유주의로 선회하게 된다. 신자유주의 정책을 통해 일부 복지를 삭감하고 공공서비스를 민영화하면서 복지국가는 재정위기를 견디려고 했다. 만약 경제위기가 오지 않았다면, 혹은 경제가 다시 회복기에 들어선다면 복지국가는 부활할 수 있을 것인가. 만약 부활한다면 내적 모순을 그대로 간직한 옛날의 복지국가일 것이다. 서구 복지국가에 대한 다른 쟁점들 또한 존재한다. 복지자본주의는 스웨덴 모델을 보든 앵글로색슨 국가들의 변이들을 보든, 세계 자본주의의 주변부를 배제함으로써 만들어진 산업화 양식과 혁신 위에 세워진 것이다(Schmidt, 2007). 이 때문에 부유한 국가들의 노동자들은 국내 계급 투쟁을 통해 더 높은 임금, 더 적은 노동시간, 사회적 안전망을 성취할 수 있었지만 빈곤국의 노동자들은 그럴만한 경제적 여지가 없었다. 따라서 세계 자본주의 내 위계가 세계 노동자계급 내에서 재생산되었다. 주변부 국가들을 배제, 착취하면서 가능했던 복지국가가 우리의 대안일 수는 없다. 선진국의 복지국가를 모델로 하면서, 우리도 선진국처럼 되자는 논리라면 세계 경제 구조 속에서 국가경쟁력 강화라는 우파적 논리에 종속될 수밖에 없다. 또 복지국가는 성별분업 이데올로기를 완화하는 데 한계를 보인다. 스웨덴의 고용구조는 압도적으로 남성적인 민간부문과 여성지배적인 공공부문으로 이루어져 있다. 공공부문이 새로운 일자리의 80%를 차지하는데 그 가운데 75%가 여성들로 채워진다(에스핑-앤더슨, 1990). 여성의 절반 이상이 전형적인 ‘여성’일자리들에 갇혀 있는 반면 소수의 여성만이 남성 지배의 성역에 진입했다. 스웨덴의 여성 고용률이 높지만 사실상 여성들이 집에서 하던 일을 밖에 나가서 하는 셈이다. 인종차별 문제 또한 심각하다. 유럽 복지국가들에서 “이주 노동자들이 우리가 내는 세금으로 복지의 혜택을 받으면서 우리의 세금을 갉아먹고 있다”고 주장하는 반동적 보수주의자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는 앞에서 언급한 재분배를 둘러싼 갈등의 맥락에 위치하는 것이다. 향후 복지국가의 재분배 정책을 둘러싼 인종 간 갈등은 심화될 것이며 이는 복지국가들에 또 다른 도전이 될 것이다. 이 밖에도 환경, 생태 등 다양한 문제를 다룰 수 있을 것이다. 이상이가 말했던 것처럼 ‘복지국가’가 단지 복지의 확장 또는 복지정책의 합이 아니라면 ‘국가의 새로운 상’으로서 ‘복지국가’는 모순도 많고 공백도 많다. 또 복지의 확대만 두고 보더라도 노동정책, 건강보험, 연금, 교육, 보육 등 각 영역에서 복지정책만으로 환원할 수 없는 정치적 쟁점들이 있다. 이런 부분들이 복지국가모델에 삽입되면 되는 문제인지, 혹은 복지국가모델을 ‘쇄신’함으로써 담아질 수 있는 문제인지, 아니면 복지‘자본주의’국가의 내재적 한계로 인해 복지국가 틀 내에서는 해결 불가능한 것인지 토론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맹목적으로 ‘복지국가 깃발 아래 정권 교체!’라는 구호에만 집중한다면, 복지국가와 관련한 여러 비판적 토론들이 마치 정권교체를 방해하는 것으로 여겨지면서 봉쇄되는 효과를 낳을 수도 있다. 지금까지 우리는 현실에서 제기되는 복지국가와 복지동맹의 내용들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그 논의들의 한계와 문제점에 대해 알아보았다. 복지국가 정치동맹은 정세적으로는 한나라당의 재집권 저지와 함께 집권을 통해 복지국가를 현실화하려는 의지를 담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의 이인영이 말했듯이 “(각 진영들 간의) 차이는 존재하지만, 그 차이가 이명박 정권의 후예가 다시 등장해서는 안 된다는 명제보다 결코 우위에 있을 수 없다” 식의 복지동맹은 신자유주의의 경제정책, 노동자들의 현실 등 신자유주의의 핵심적 문제제기를 봉쇄함으로써 정치를 후퇴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우려스럽다. 또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경제정책의 질적전환을 위한 필사적인 노력과 대중들의 현실적 이해에 기반한 정책의 실현이 동반되지 않을 시 ‘도로 민주당’이 될 수 있다. 과거 민주당은 금융세계화를 본격화하고 노동유연화 정책을 통해 사회양극화를 야기하고 노동자민중들에게 많은 고통을 주었다. 역동적 복지국가론은 김대중, 노무현 정권 시기의 신자유주의를 극복하기 위한 모델로 제시되었지만 현재 주요하게 제시되는 복지국가담론은 과거 민주당의 방향과 질적으로 달라진 것이 없다. 이런 복지국가담론으로 동맹을 해서 집권을 한다 해도, 실제 노동자민중의 복된 삶과 노동에는 별다른 도움이 될 수 없을 것이다.
<사회운동> 100호 특별좌담 일시: 2011년 4월 15일(금) 14시 토론: 김태연(노동전선 집행위원장), 임승철(혁신네트워크 집행위원장), 정종권(진보신당 前 부대표), 이현대(사회진보연대 공동운영위원장) 사회: 류주형(사회진보연대 정책위원장) 기록ㆍ정리: 수열(정책위원), 이은주(정책위원) 사회: 사회진보연대는 기관지『 사회운동』 통권 100호 발간을 기념하여 <노동자 정치세력화 평가와 과제>를 주제로 특별 좌담을 기획했다. 김태연, 임승철, 정종권, 이현대 네 분의 토론자를 모셨다. 진보신당 상상연구소 장석준 연구기획실장의 경우 사정상 참석하지 못하게 되었다. 많은 양해 부탁드린다. 오늘 토론은 편집부가 미리 마련한 질문을 중심으로 진행되지만, 주어진 틀에 구애받지 말고 토론자 상호 간에 역동적인 토론을 이어가 주시기 바란다. 정세 진단 사회: 본격적인 토론에 앞서 현 정세 개관이 필요할 것 같다. 미국 발 금융위기와 이어지는 유럽 재정위기는 세계 자본주의에 깊은 암운을 드리우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노동유연화와 FTA 네트워크를 한국 자본주의의 활로로 제시하고 있다. 한반도를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도 점차 수위가 고조되고 있다. 하지만 세계적으로나 국내적으로나 좌파의 대응은 수세적 대응 수준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현 정세의 특징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의견을 들려주시기 바란다. 정종권: 유럽 재정위기는 미국 금융위기와 연결될 수밖에 없다. 세계 자본주의의 결함을 보여주는 고리일 수 있는데, 좌파운동이 이에 대한 시야와 조망이 부족한 것 같다. 자본주의 시스템과 미국의 위기, 유럽의 위기, 한국에서 자본주의의 변화가 체계적으로 얘기되지 못하면서, 자연스레 좌파들도 체계적으로 대응하지 못한다. 여기 있는 우리 모두가 갖고 있는 약점이다. 김태연: 국내외적으로 수세적 대응 수준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2009년 이후의 위기는 최근만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적으로 30년 이상, 한국은 20년 이상 신자유주의의 첨예한 모순이 쌓인 결과다. 그런데 노동 측이 수세적 대응만 하고 있으니까 자본 측은 구조조정, IMF가 내세운 정책, 노동에 대한 공세와 같은 것을 해결책이라 내놓고 있다. 돌이켜 보면 좌파운동은 사회주의 같은 새로운 대안을 대중적 담론으로 제출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복지’ 담론이 특화되어 세력 구도를 결정하는 문제가 드러나기도 한다. 자본주의의 구조적 문제가 대중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수준에서 나타나지만, 좌파진영은 그에 걸맞은 수준으로 대안을 제출하지 못하고 있다. 정종권: 지금 상황은 전략적 수세 국면이라 본다. 현실 상황을 근본적 문제와 결합시켜 대응하지 못하는 것은 문제지만, 수세적 상황에서 의지만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선거를 앞두고 우리의 요구조건을 쟁점화하면서 공세적으로 제기해볼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97년 IMF 이후 진행된 노동유연화와 관련된 법과 제도를 폐기하고 이전으로 돌리라는 식으로 제기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현대: 한국은 대외여건 변화에 촉각을 세울 수밖에 없는 수출 의존형 경제구조를 지니고 있을 뿐만 아니라, 초국적 금융자본의 유입, 원화가치의 상승, 주식시장의 거품화, 국부유출과 자본도피라는 위기 메커니즘이 구조화되었다. 지배계급은 경제위기를 구실로 ‘다른 대안이 없다’라거나 ‘글로벌 스탠더드’를 내세우며 신자유주의 구조조정과 노동유연화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대중들은 세계적 위기 속에서 부당하지만 현실적으로 어쩔 수 없다는 체념이 존재한다. 이는 물론 우리 투쟁이 실패를 거듭하면서 패배주의가 짙어진 것과 연결된다. 노동자 민중운동은 유럽의 긴축에 맞선 투쟁이나 중동 및 북아프리카의 민주화·생존권 투쟁과 같이 경제위기의 파괴적 후과에 강력히 도전하고 있지만 구조적 대안을 제시하지는 못하는 실정이다. 경제적 착취가 심화되지만 대안적인 투쟁은 미약하고, 특히 조직된 노동자들은 노동자들의 단결을 통해 돌파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성장을 통해 과실을 분배받으려는 사고가 커지고 있다. 착취가 강화되지만 계급투쟁이 폭발하지 못하는 이유다. 또한 제국주의 침략전쟁과 동아시아의 군사 긴장 고조, 광우병·구제역·조류독감, 가뭄·홍수·지진해일, 핵발전소 폭발과 같이 전쟁, 생태나 기후변화 같은 문제들이 함께 터져 나오고 있다. 경제적 착취, 즉 자본-임노동 관계에서의 계급투쟁이 중요하지만, 신자유주의 시대에 촉발되는 이런 문제들의 중요성을 함께 봐야 한다. 최근 핵발전소 사고 후에 삼척과 경주, 울주군 등 핵발전소 인근의 핵발전소 유치 및 수명연장 반대운동 등이 사회적 쟁점이 되고 있다. 경제적 착취에 대한 계급투쟁을 활성화하는 동시에 이런 문제들에 대한 대중적 투쟁을 활성화하기 위한 정치적 기획이 필요하다. 임승철: 세계는 현재 대 전환기에 있다. 미국 주도의 일극 신자유주의 체계가 파산했다. 객관적인 정세가 진보운동에 기회로 다가오고 있지만, 주체의 대응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면서 위기에 봉착하고 있다. 한국도 국제 금융시스템에 깊숙이 예속, 편입되어 있기에 당연히 양극화가 심화되고 위기의 심화와 폭발로 나가는 상황이다. 그러나 진보세력이 명확한 대안을 주지 못하니까 자본은 구체제로 회귀하려는 반동적 모습을 보인다. 이명박 정권은 노동에 대한 전면 공격을 통해 운동 진영을 약화시키고, FTA 네트워크와 같이 기득권 중심의 신자유주의 체제를 방어하는 방향으로 움직인다. 이는 미국 중심의 서구 제국주의가 자신들의 기득권을 수호하기 위해 반동적으로 개입해 구체제로의 회귀를 꾀하려는 리비아 사태를 보아도 알 수 있다. 민중운동의 현황 사회: 이반의 가능성이 고조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급진화시켜낼 수 있는 세력이 부재하다는 것이 공통적인 진단인 것 같다. 그렇다면 한국 민중운동 현황을 진단하면서 현 정세에 대해 좀 더 구체적 얘기를 나눠보자. 지난 4월 8일 상설연대체 ‘세상을 바꾸는 민중의 힘(준)’이 출범했다. 출범에 이르기까지 줄곧 쟁점이 되었던 것은 자유주의 세력과의 제휴였다. 상설연대체 건설 과정에서 드러난 민중운동의 상황에 대한 의견을 부탁드린다. 김태연: 작년 1년 동안 논의를 거쳐 출범 준비위가 발족은 했지만, 그동안 논란이 되었던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그간의 과정은 상호 간 입장 차이가 확연하게 드러나는 과정이었다. 문구 상 ‘민주당’을 삽입하는 문제를 놓고 반쪽짜리로 가느냐 마느냐 까지 갔다. 한국진보연대에 이어 또다시 반쪽짜리 상설연대체라는 상황에 대한 정치적 부담이 없었다면 자민통 진영은 그냥 갔을 것이다. 작년 지자체 선거나 올해 재보궐 선거 등을 보아도 민주당과 같이 해야 한다는 자민통 진영의 입장이 굉장히 강하게 표출되고 있다. 상설연대체가 과연 얼마만큼 기층 민중의 공동투쟁체로서의 자기 역할을 할 것인가에 있어 이 문제가 계속 걸림돌이 될 것이다. 아직은 운명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현대: 논의과정에서 상설연대체의 목표에 대한 명백한 시각차이가 확인되었다. 소위 좌파세력의 경우 상설연대체 건설은 대중조직을 중심으로 반신자유주의 전선 강화를 위한 공동투쟁을 활성화시키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다. 하지만 한국진보연대로 대표되는 자민통 운동의 다수는 외형적으로는 공동투쟁의 활성화를 말하면서도 2012년 정권교체를 위한 반MB, 반한나라당 연합의 하위 파트너로서 상설연대체를 사고하는 경향이 강했다. 지난 1년여 논의 과정에서 논쟁이 첨예하게 진행된 핵심 이유다. 임승철: 상설연대체 논의를 보면서, 우리 운동이 아직 멀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자유주의와 연대하지 않는다는 표현이 있는데도 민주당을 굳이 명기하는 것은 외교적으로 문제가 있다. 민주당이 신자유주의 세력이라는 것이 명백한데, 양보할 수 있는 것을 너무 경직되게 대응한 것 같다. 더 중요한 것은 내부적 단결이다. 또한 정치적 연합 문제는 아예 논의하지 않는 것이 낫다고 본다. 투쟁을 함께 하고, 정치적 연합과 선거는 개별 단체들이 알아서 하면 되는 문제다. 사회주의 정당 등 정치적 입장이 다양하고, 특히 야당과의 제휴 방침은 모두 다른데 무리하게 합의하려 하면 안 된다. 아직은 상설연대체가 상층의 협의체 수준에 불과한 상황에서는 최소한의 공통점을 찾아 연대하면서 대중의 관심과 격려에 화답하는 모습, 논쟁을 최소화하고 내부 분열을 조장할 소지가 있는 논쟁의 싹은 미리 없애버리는 과정으로 가야 한다. 정종권: 생각이 다르다. 이 논쟁이 시작된 바탕에는 한국진보연대에 대한 평가가 깔려 있다. 한국진보연대가 전선 조직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했는지, 우리 운동에 전선체가 필요한지 고민해야 한다. 전선조직이 우리 운동의 발전과 대중운동의 활성화에 도움을 주었냐는 질문을 해보면 회의적이다. 우선은 연대조직, 전선조직이면 차이가 공존하며 상호 소통할 수 있어야 하는데 좌파는 사실상 포장지나 데코레이션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는 인식이 강한 것 같다. 또 하나는 대중운동을 촉발하는 것이 아니라 생색내기 식의 연대 사업을 진행했다는 평가가 있다. 대중운동에 대한 리더십이 부재했다고 볼 수 있다. 이를 해소하지 못하면 그동안 드러난 전선 조직의 문제가 개선되지 않을 것이다. 시민단체와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가 맺는 관계보다 못한 상황을 돌아봐야 한다. 자유주의 세력과의 연합 문제는 불안감이 핵심이라고 본다. 지금 얘기되는 상설연대체는 민중조직이고 민중연합이다. 이를 명확히 해야 한다. 개별적 필요에 의하면 민주당과 사업도 하고, 정당도 필요하면 선거연합 정치연합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상설연대체는 그런 주체가 아니고 민중진영을 단결시키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렇게 된다면 정당들도 고민할 수 있을 것이다. 자유주의 세력과의 연합이 상설연대체의 자기 과제가 아니라는 것은 분명히 해야 한다. 김태연: 막연한 불안감이나 과거의 경험을 넘어서는 문제가 있었다. 상설연대체 제안 주체인 민주노총은 2012년으로 가는 흐름에서 야당에 대한 분명한 입장이 있고, 조직구도까지 갖고 있다. 민주노총 집행부는 범국민운동본부 구성안을 갖고 있었다. 민주당까지 포함하는 범국민운동본부에 상설연대체가 민중운동 진영을 대표하는 한 구성요소로 참가하는 그림이었다. 선거연합이야 정당들이 하는 문제지만, 상설연대체 자체를 그 구도 안에 포함시키려는 시도가 있었기에 현실적인 문제였다. 상설연대체 논의 과정 초기에는 6.15, 10.4 선언을 당면 투쟁과제로 넣을 것인가의 문제가 불거졌다. 핵심은 통일운동을 할 것인가가 아니었다. 김대중, 노무현 정권에서 6.15, 10.4 실천을 이유로 당면한 노동자민중의 과제를 하위로 놓았던 점에 대한 평가다. 그러다보니 논란이 되었고, ‘반통일’ 입장이냐는 비난까지 나왔다. 반통일은 아니니까 6.15, 10.4 선언에 포함된 통일운동의 핵심은 수용하되, 6·15, 10·4 선언의 한 주체인 민주당에 대한 태도는 확실히 하자는 안이 대두되었다. 상설연대체의 성격이 전선체인지 투쟁체인지를 두고도 많이 부딪혔다. 지속적으로 전선체 구성을 전략적 과제로 삼는 동지들이 있지만, 모든 민중운동 세력이 그렇게 실천하는 것은 맞지 않아 대중의 투쟁체여야 한다고 정리했다. 1, 2년 안에 대중투쟁체를 건설할 수 있는지, 대중투쟁체로 살아남을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있다. 과거처럼 노농빈 대중이 강력한 대중투쟁을 전개할 수 있어야 하는데, 선거에서 야 4당과의 연합을 고려하면 그렇게 하지도 못하고 상설연대체가 깨질 수 있다는 것이다. 상설연대체가 민주당과의 연합에서 분명한 역할을 해야 한다는 흐름이 분명하게 드러났고, 이것이 논쟁에 반영되었다. 정종권: 이전부터 논란이 되어왔던 6.15, 10.4 문제는 두 가지 측면이 있다. 하나는 신자유주의 집권 세력의 정치적 결과라는 것이고, 또 하나는 한반도에서 남북문제를 풀어가는 일반 민주주의의 측면이라는 것이다. 후자만 강조하면 김대중, 노무현에 대한 일정한 인정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국가인권위원회가 만들어졌을 때 이를 신자유주의자가 추진한다고 반대할 수 없듯이, 그것에 대한 지지가 신자유주의 세력에 대한 지지가 아니라는 점은 분명히 해야 한다. 김태연: 그것은 분명해졌고, 해소된 쟁점이다. 이현대: 향후 민중의힘(준)의 활동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도 전국민중연대 활동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다. 전국민중연대는 반신자유주의 공동투쟁체로서 중요한 역할을 했는데, 활동 후반으로 가면서 심각한 문제들이 발생했다. 첫째로, 특정 정치적 경향으로 구성된 사무처가 전국민중연대 내부의 정치적 합의를 중심으로 조직을 운영하기 보다는 시민운동과 먼저 사업기조를 합의한 뒤, 그 내용을 민중연대 내부에 관철하는 방식으로 조직을 운영함으로써 내부 갈등이 심화되었다. 둘째, 대중조직의 결합력 약화라는 문제에 직면하여 광역단위 및 시군구 민중연대 운동에 대한 지원, 기층 운동의 활성화를 위한 기획을 마련하지 못한 채 ‘대의원대회’ 구성을 통해 방침을 강제하려고 하면서 갈등이 증폭되었다. 셋째, 시민운동이나 영향력 있는 상층 단위에게는 민중운동의 입장을 많이 양보하면서까지 밀착했지만, 비정규직 운동, 반빈곤운동, 인권·문화운동 등 신자유주의에 반대하는 다양한 운동 흐름들을 제대로 포괄하지 못했다. 지금도 여러 운동들이 공동투쟁의 절박함 때문에 민중의힘(준)에 참여하고 있지만, 기존 활동에 대한 평가에서 시각차가 분명한 탓에 불안정한 출발이 되고 있다.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대중조직 對 정치조직’의 문제로 부당 대립시키는 경향이다. 정치적 이견은 대중조직 내부에도 실존하고 있기 때문에 부당 대립하여 상대의 입장을 억압해서는 안 되며 상호합의와 조정을 통해 해결되어야 한다. 노동조합의 현실 사회: 비슷한 맥락에서 초점을 노동조합 운동에 맞춰보자. 최근 민주노총의 사업에서 가장 두드러진 경향은 야4당 공조를 강조하는 것이다. 노동법 개정, 비정규직 문제, 한미 FTA와 같은 굵직한 정치적 현안뿐만 아니라 현장 투쟁에서도 민주당 의원들의 모습을 흔히 발견할 수 있다. 공공운수노조(준)도 민주당 의원들을 포함한 ‘의정포럼’을 출범시켰다. 노동자운동 내에서 야권연대 흐름은 비단 특정 정파만의 문제라고 생각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상황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임승철: 김대중, 노무현 정권은 노동운동의 분열과 개량화를 목표로 했다. 이명박은 민주노조 자체를 무력화, 말살하려고 한다. 민주노총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일 것이다. 민주노총이나 민주당은 서로를 활용하려 한다. MB독재 체제하에서 야4당 공조가 불가피한 면이 있다. 하지만 민주노총이 대중적 힘을 복원해서 자기중심성을 잃지 않고 ‘묻지마 반MB연대’로 가지 말아야 한다. 그러나 6·2 지방선거를 보면 우려스럽다. 총노동전선의 복구가 시급하다. 정종권: DJ나 노무현 정부의 노동정책은 노동을 개량화ㆍ체제내화시키는 것과 함께 극단적 세력을 배제하는 강온전략이 함께 갔다. 이명박 정부는 다른데, 현재의 배제전략에 대한 노동운동의 돌파력이 없다는 게 드러났다. 민주노총은 대중운동을 정치화시키면서 활성하는 탈출구로 진보정당을 비롯한 야당공조를 사고하는 것이다. 이는 대중운동 쇠퇴의 효과이자 정치적 실리주의 경향이 강화되고 있다는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김태연: 진보정당과의 공조는 문제 될 것이 없으니, 문제는 민주당과의 공조다. DJ, 노무현 정권과 이명박 정권의 차이를 엄밀히 따져보자. 본질이 다르지 않다는 환원론이 아니다. 구체적인 측면에서 보더라도 이명박 정권이 이전 신자유주의 정권과 차이가 있는가? 통일운동이나 시민운동에 대한 태도는 확연히 다르지만, 노동운동만 놓고 보면 별 차이 없다. 투쟁이 안 되니 민주노총은 일종의 우회로라 할 수 있는 야4당 공조를 찾고 있다. 상황논리상 그럴 수는 있지만, 기본적인 것을 해야 한다. 공공운수노조 산별 흐름을 보자. 최근까지 엄청난 공세를 받으며 모든 것을 다 뺏겨 버렸지만, 투쟁을 못한 게 아니라 안 했다. 이런 상황에서 공공운수노조(준)가 제일 먼저 의정포럼을 제시했다. 이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투쟁을 포기한 것이다. 민주노동당이나 진보신당이 민주당에 대해 갖는 태도가 지금과 다르다면, 노동조합이 이렇게 갈 수 있겠나. 아니라고 생각한다. 진보정당이 민주당과 선을 긋는다면, 대중조직이 이렇게 야4당 공조에 매달리지 않을 것이다. 진보 양당이 이런 정치노선을 택하고 있기 때문에 배타적 지지 방침을 갖고 있는 노동조합 역시 그런 길을 가는 것이다. 이런 역학 관계가 분명하고 작용하고 있다. 이현대: 김태연 동지 말씀에 대체로 동의한다. 민주노총이 노동조합의 대중 동력을 형성하고, 총노선 전선을 구축하려는 노력이 없다. 타임오프, 복수노조 등 노조법 개악 관련해서도 법 개정을 위한 야당과의 상층협의가 있을 뿐이며 총노동 전선이 부재한 조건에서 개별 사업장 차원에서 각개격파 당하고 있다. 민주노총이 투쟁의 지도부라기보다 국회의원들 교섭 중재단의 역할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민중운동의 이념 평가 사회: 다들 말해주셨다시피, 이명박 정부 등장 이후 민중운동은 ‘반MB 연합’이나 ‘복지동맹’을 중심으로 진보·개혁 세력의 제휴를 추진하는 것이 주류인 것 같다. 이념적 측면에 초점을 맞추어 평가 의견을 부탁드린다. 임승철: ‘반MB 반신자유주의 연합’과 ‘반MB 연합’은 다르다. 반MB로 화력을 집중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방향을 잃으면 안 된다. 민주당과의 연대도 선택적 제휴가 되어야 한다. 필요할 때 신자유주의 세력 내부의 갈등과 모순을 이용해서 반신자유주의 세력의 힘을 강화하는 전술적 차원의 반MB 연합이어야 한다. 그러나 내가 속한 민주노동당은 이런 노선을 잘 견지하지 못했고, 6.2 지방선거 때는 빛 좋은 개살구 신세였다. 반MB 연합에서 가장 우려스러운 점은 그 자체가 아니라 ‘잘못된 반MB 연합’이다. 공동 지방정부를 구성할 경우 진보정치 자체가 실종될 수 있다. 인천은 아니지만, 경남은 공동 지방정부를 꾸리고 있다. 자칫 진보의 독자성을 잃고 뿌리까지 녹아버릴 수 있어 우려스럽다. 반신자유주의라는 명확한 기치 하에 반MB 연합을 해야 한다. 복지동맹은 그 자체를 반대한다. 한나라당이나 민주당이 얘기하는 보편적 복지, 역동적 복지는 신자유주의 체제 내에서는 사기다. 경제구조 개혁과 같이 고용과 생존권의 문제를 구조적으로 바꿔나가는 정책하에서 복지가 제시되어야 한다. 요새는 복지가 담론이 되다 보니 ‘고용복지’ 등 모든 말에 복지가 붙는다. 원래 복지는 재분배 영역과 관련되는데, 요새는 1차 영역까지 복지로 얘기된다. 그만큼 삶이 힘들다는 얘기이니, 복지의 개념을 기능적으로 차용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민주노동당은 ‘노동중심의 평화복지’, 진보신당은 ‘노동중심의 사회연대복지국가론’을 제시하고 있다. 민주당이나 국민참여당의 말도 안 되는 복지와는 분명 다르다. 복지국가소사이어티 등이 말하는 복지동맹, 즉 자주, 평등, 생태, 평화 등의 모든 가치를 복지 하나에 종속시키는 것은 결코 옳지 않으며, 복지에 있어서도 명백히 다르다. 정종권: 반MB 연합이나 복지 동맹도 필요하면 할 수 있다. 그러나 반MB 연합에 매몰되어 진보정치와 진보정당의 해소라는 방향으로 가서는 절대 안 된다. 복지가 화두가 된 원인에 대한 접근이 필요한데, 결과만 보는 것은 한계적이다. 여기에는 ‘연합정당론’이라는 쟁점이 숨어 있다. 이는 곧 진보정당 해소론으로, 연합정치와는 상당한 간극이 있다. 연합정당론을 정당화하기 위해 반MB 연합의 불가피성이나 절대성, ‘복지로 헤쳐 모여’가 강조된다. 새로운 진보통합정당의 가치에 대해 진보신당은 3대 가치와 10대 강령을 제시했다. 신자유주의, 분단, 생태, 여성, 진보적 가치, 노동문제 등 이런 것에 동의하는 진보독자정당을 유지하는 가운데 필요하면 사안별 연대를 사고할 수 있다. 그러나 반MB나 복지담론으로 진보정치를 규정하거나 재편하는 기준으로 삼는 것에는 동의할 수 없다. 이현대: 의도와 무관하게 현 정세에서 복지담론이 사회운동의 이념 노선으로 등치되는 효과가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얼마 전까지도 이런 현상은 없었다. ‘복지국가’는 이념 노선적 차원에서 보면 사회민주주의 전략이다. 이는 자본주의 호황기에 일부 유럽국가 및 소수 중심부 국가에서 강력한 노동자정당과 노동조합 운동을 배경으로 일정한 사회적 평등과 재분배를 달성했지만, 현재는 자본주의의 장기불황 국면을 배경으로 복지국가 또한 심각한 위기에 봉착했다. 그런데 현재 한국에서 복지 혹은 복지국가 담론이 확장되는 것은 경제위기와 이에 따른 구조조정과 저임비정규직 노동자의 확산 등으로 인한 노동자들의 고용불안과 임금소득 하락 등 생존의 위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복지’ 일반에 대해 거부하는 방식이라기보다는 현재 부르주아 정당들의 구상과 대중들의 요구 등을 고려하여 신중히 접근할 필요가 있다. 사회민주주의 노선으로서 ‘복지국가’ 전략은 현실 가능성 측면에서나 운동 주체 형성의 측면에서나 진보 민중진영의 대안이 될 수 없다. 하지만, 경제위기, 노동자대중의 생존의 위기라는 조건에서 ‘복지’ 혹은 ‘공적 서비스’로서 교육, 의료, 주택, 에너지 등의 문제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분석과 대안제출이 필요하다. 득표 전략으로서 정치적인 대중동원, 조세정책을 둘러싼 정책대안 중심의 ‘복지경쟁’에 포섭되지 않고, 대중을 운동주체로 세우기 위한 운동기획이 필요하다. 김태연: 반MB 연합과 복지동맹이 그 의도와는 상관없이 노동에 대한 배제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 복지문제에서도 노동계급의 문제가 없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현재의 정치구조나 반MB 연합을 보면 한국 사회 구조의 핵심적 문제인 계급 대립의 문제를 희석시키고 있다. 반MB 연합은 민중운동의 생존 전략이라기보다는 정당들의 자기 생존 전략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반MB 연합이 진보신당이 제시한 3대 과제, 10대 강령의 내용으로 가고 있나. 정당 간의 연합에서는 의석이 없으면 찬밥 신세가 된다. 이를 고민하다 보니 노동자 민중의 지지를 바탕으로 한 것이 아니라 제도권 내에서 정당으로서의 시민권을 확보하는 생존 전략이 우선한다. 노자 간의 대립을 중심으로 한 의제 형성이나 집중이 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한다. 임승철: 동의한다. 복지 문제에서 전략적 차별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실천적으로는 우편향이 있을 수 있다. 다만 정당이나 정치에서 복지담론에 대한 개입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링 위에서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복지를 갖고 전체 대중의 여론을 좌우할 때 고춧가루를 뿌리든, 판을 새로 짜든 개입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너희의 복지가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는다. 노자 간 근본적 모순, 경제적 원인을 지적하지 않는다는 것에는 동의하지 않지만, 노동중심의 평화복지나 사회연대복지 등을 이야기해야 하는 전술적 측면도 있다. 김태연: 박근혜조차 복지카드를 들고 나온 마당에 진보정당이든 민중운동이 복지의 허구를 정확하게 드러내고 대안을 제시하는 것은 당연히 해야 한다. 복지담론에 끼어드는 것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이 아니다. 정치적 동맹, 연대연합의 수준으로까지 가는 것이 아까 말한 문제를 초래한다고 본다. 정종권: 제도권 내에서 정치적 시민권을 확보하는 것은 정당에 중요한 문제다. 의석은 없어도 된다. 국민참여당도 의석 없다. 정당지지율로 표현되든 의석으로 표현되든 제도권 내에서 정치적 시민권이나 존재감이 없으면 배제된다. 반MB 연합 내에서 진보신당과 민주노동당은 배제당하거나 억압당한다. 일방적 관계가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정치적 시민권과 힘을 가져야 한다. 그 힘의 근원은 한편으로 비제도적 투쟁 세력과의 연대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연대다. 따라서 양당이 정치적으로 분할되어서는 안 된다. 민주당과 대등한 조건이 아니기 때문에 반MB 연합이라는 것이 전략적 과제가 된다. 전략적 과제로 격상되면서 반MB 연대에 흡수되고, 진보정치의 가치가 묻혀 버리는 것을 고민해야 한다. 따라서 필요하다면, 연합의 조건이 안 된다면 깨야 한다. 그런데 지금처럼 가다보면 민주노동당은 정치적으로 소멸하고, 진보신당은 물리적으로 소멸하는 양상으로 갈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새 진보정당, 통합 정당으로 가면 주도권을 바로 장악하지는 못하더라도 그 흐름을 늦출 수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제도권 정당 집착은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복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반MB 연합이라는 것은 필요하면 할 수 있지만, 무조건 하면 안 된다는 의견에 동의한다. 저도 반성해야 하겠지만, 민주노동당이 많이 고민해야 한다. 김태연: 정당이든 노동조합이든 자족적 활동은 의미 없다. 절대다수 민중의 동의와 지지로 이기는 것이 운동이다. 사회에서 시민권, 힘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그 힘이 어디서부터 나오는지가 중요하다. 반MB 연합이 지금처럼 진행된다면 단기적으로도 그렇고 몇 년 이후 뭐가 남을 것이냐. 지금은 물리적 소멸을 논하기에 앞서 정치적 소멸을 우려해야 할 상황이다. 이현대: 복지 관련해서 또 지적할 것은 성격상 한정된 재원으로 인해 특정인을 선별해서 지원하며, 대단히 시혜적이라는 것이다. 이로 인해 정권과 자본에게 복지는 대중적 저항의 관리체계로서의 성격이 크다. 임금투쟁 과정을 보면, 실리적 결과는 임금 인상이지만 투쟁 과정에서 의식화, 조직화를 통해 노동자대중을 주체화하고 단결을 확대하는 데에 운동적 목표를 두고 있다. 우리가 교육, 의료, 주택 등 복지의 문제를 제기할 때 ‘실제 대중을 어떻게 주체화시킬 것인가’, ‘단결과 연대를 확장할 것인가’하는 대중운동에 대한 고민이 빠져 있다. 대중운동 기획이 필요하다. 또 하나는 한나라당, 민주당 등 신자유주의 세력들이 표방하는 복지는 노동유연화 또는 ‘유연안정성’을 전제한다는 것을 분명하게 비판해야 한다. 노동유연화, 저임비정규직의 확대를 전제하는 복지정책은 대중에 대한 기만이며 대중적 저항을 봉쇄하는 효과를 낳을 뿐이다. 이행적 과제와 요구 사회: 복지 문제는 대중의 현실적 요구에서 비롯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우리가 대안사회의 상이나 이념을 주장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 대중 요구와 결합시켜야 한다고 했을 때 그것들이 무엇인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먼저 오늘날 정치사회운동이 대중들에게 제시할 수 있는 대안사회의 이념과 상이 무엇인지 의견을 부탁드린다. 그리고 그것을 연결할 수 있는, 전통적으로 말하자면 이행적 과제, 이행적 요구라고 할 수 있겠는데, 기본소득, 사회연대임금, 노동시간단축 등과 관련한 논의도 부탁드린다. 정종권: 대안사회라는 것이 시스템과 운영 원리를 다 정해놓고 ‘이거다’라고 말할 것은 아닌 것 같다. 경제든 생태문제든 고용 현장이든 나타나는 갈등과 모순을 해소할 수 있는 흐름과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연대국가, 평화복지 국가 등 얘기하는 것의 공통점은 빈부격차든 개인의 궁핍화든 이 문제에 대해 이전에는 네가 알아서 하라는 것이었는데 지금은 사회와 국가의 능동적 역할을 찾는 것이 하나의 흐름인 것 같다. 그것이 진보신당에서는 사회연대국가인 것 같다. 이것의 내용이 이념적으로 사회주의인지 사민주의 지향인지는 답을 잘 못하겠다. 이행적 요구, 쉽게 말하면 대안사회로 가는 데 핵심적인 제도적 정책적 고리가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다. 우리는 10대 실천 강령으로 노동, 조세 문제, 교육 문제, 금융자본 재벌해체 등 몇 가지를 얘기하는데, 이를 압축시키는 이행적 요구에 대해서는 고민이 더 필요하다. 임승철: 비슷하다. 위키백과를 보면 민주노동당이 중도좌파 정당으로 규정되어 있다. 대중들이 중도좌파, 사민주의 정당으로 보는 것이다. 그런데 유럽적 사민주의와는 다른, 민족주의적 요소가 있는 한국적 사민주의다. 혁신네트워크는 사민주의가 우리 사회의 과학적 대안이 될 수 없다고 보지만, 같이 연대해서 견인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세계사적으로 사회주의가 쇠퇴하여 수세에 있고, 과학적 대안이 아직 만들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10년 이상 잠복기, 모색기를 가져야 한다. 그래서 혁신네트워크가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에 ‘노동존중사회’를 제안했다. 옛날엔 노동해방을 이야기했는데 이제 그 말이 안 먹힌다. 거북스러워한다. 노자 문제를 의제화하고 계급 정치로 구성하는데 적합한 개념을 고민하여 노동존중사회를 제시했다. 의외로 좀 먹히더라. 자신들이 갖고 있는 이념을 대중적 용어로 바꾸려는 고민이 필요하다. 제가 쓴 책에서 신자유주의에 대한 대안으로 사회협동경제론을 제시하고 있다. 아직도 사회주의 경제에 대해 역사적 실험이 대중적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고, 시장만능주의는 당연히 답이 아니다. 그렇다면 협동경제·국유화·사적 시장부분이 상호작용하면서 과도기적 혼합경제체가 당분간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사회협동경제론을 제시했다. 이는 사회연대국가와 비슷한 것 같다. 정치적으로 참여자치 민주주의를 전면적으로 부각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사회협동경제와 참여자치를 묶어서 무엇이라 할지는 아직 정리하지 못했다. 마지막으로 기본소득은 반대한다. 신자유주의 체제와 노자관계의 모순을 희석시킨다. 복지동맹이 갖고 있는 전략적 우편향으로 빠지기 쉬운 개념이다. 완전고용으로 가면서 비정규직의 오남용을 막아야 한다. 일차적으로 국민의 고용과 생활이 안정되고, 소외된 부분에 복지가 적용되어야 한다. 비정규직 860만을 놔두고 기본소득을 주겠다는 발상은 현실과 맞지 않다. 유럽에서의 기본소득은 애초 보편적 복지를 축소시키려는 신자유주의자들의 공격이었다. 한국과는 상황이 다르다. 사회연대임금, 노동시간단축 등이 유효하며, 비정규직 문제 해결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본다. 이현대: 역사적으로 자본주의 체제의 모순을 극복하려는 유일한 시도가 사회주의였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역사적인 사회주의 운동은 실패했다. 사회주의는 노동자권력과 생산수단의 국유화를 토대로 하여 생산과 사회에 대한 노동자 민중의 민주적 통제가 중요한 요소였는데, 역설적으로 정당이 국가권력을 장악한 이후 대중정치를 억압하고 자본주의적 질서로 재통합되는 결과를 낳았다. 현재 자본주의 체제의 모순은 공적 소유관계의 확대를 비롯한 일부 제도적 장치를 도입한다고 해결될 수 없다. 자본-임노동 관계를 핵심으로 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력 착취를 토대로 생산된 잉여가치에 대한 처분의 권한, 노동력 사용을 축소하는 기술진보의 방향을 비롯한 핵심적인 부분을 모두 자본가들이 자신들의 이윤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통제하고 있는데, 국가권력의 장악과 더불어 이에 대한 노동자의 민주적 통제를 바탕으로 자본-임노동관계를 폐절하는 사회를 건설하자는 것이 사회주의 노선이다. 한편 자본주의 사회는 자본-임노동 문제만이 아니라 자본주의 착취관계와 결합된 전쟁과 핵무기의 위험, 여성에 대한 억압과 착취, 생태파괴, 종교 인종 민족적 갈등의 심화 등 인류의 생존과 평화를 위협하는 다른 모순들을 키워왔다. 이러한 모순들은 자본-임노동 관계의 폐절을 통해 자동적으로 극복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사회주의적 변혁은 반전 반핵 평화주의, 페미니즘, 생태주의, 국제주의, 반인종주의와 같은 보편적 가치와 결합되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자본주의 위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강력한 식민지 해방 운동과 사회주의 운동이 분출했던 100년 전과는 다르게 대중정치가 취약한 상황이다. 관건은 대중운동, 대중정치를 활성화시키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이행적 요구라고 할 수 있을지는 토론이 더 필요하겠지만, 두 가지 과제가 중요하다고 판단한다. 첫째, 신자유주의 노동유연화 정책으로 인한 노동자들의 분할을 극복하기 위해서 정규직 비정규직의 공동투쟁과 계급적 단결을 매개할 수 있는 요구와 투쟁이 중요하다. 정액임금제와 같이 노동자 간 임금격차를 축소하기 위한 요구와 정규직 비정규직, 원하청 공동투쟁을 기획해야 하며, 공단조직화 등을 통해 최저임금제도의 한계를 넘어 저임금 비정규직 노동자의 임금인상 투쟁을 실질적으로 조직해야 한다. 둘째, 한국사회의 신자유주의적 재편 하에서 심각한 국부유출과 자본 소유권의 절대화, 노동권 파괴를 초래하는 FTA에 대한 투쟁, 초국적 자본 및 외환거래에 대한 통제방안, 상업은행의 겸업화·자통법·금산분리 반대 등 한국사회의 구조적 변혁을 위한 매개를 확보하기 위한 대안과 투쟁이 중요하다. 김태연: 사회주의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필요하지만, 자본주의에서 사회주의 말고 다른 대안은 없다고 생각한다. 대중들이 실제 느끼고 있는 것을 어떻게 개념화할 것인지가 중요한데, 사회주의 말고 다른 개념이 가능한지 모르겠다. 그리고 소련 붕괴 후 그리 긴 세월이 지나지 않았음에도 상당히 잊혀졌다. 방식은 다르지만, 남미에서 사회주의가 또다시 하나의 대안으로 대중적으로 논의되고, 실험되고 있다. 지금은 고립적일지 모르나 사회주의가 시민권을 획득해가는 과정으로 사고되어야 한다. 단기간에 승부를 볼 게 아니다. 이행기 요구라는 것도, 대안사회에 대한 지향을 한 방에 나타낼 수 있는 건 없다고 본다. 다양한 대중의 삶과 정치 체계 등이 복합된 문제다. 러시아의 경우에 빵·자유가 있었는데, 이것이 모든 걸 대변하는 건 아니었다. 핵심은 당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대중의 삶을 압박하는 가장 절박한 문제를 찾는 것이다. 모든 것을 다 포괄하면서 사회적 지향까지 담은 요구를 찾는다는 것은 무망한 얘기다. 지금의 조건에서는 비정규직과 고용의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예전보다 훨씬 후진적 요구라서 비정규직 문제가 해결되면 사회주의로 가는 것이냐는 질문이 있을 수 있겠지만, 지금 자본주의의 문제를 가장 근본적으로 드러내는 것이라 본다. 이와 함께 제기해야 할 것이 있다. 자본주의적 사적 소유의 문제가 그것이다. 전면적으로 제기하기 어려울 수 있지만, 최소한 대기업의 독점적 소유의 문제는 대중적 공감이 있다. 이를 핵심적으로 제기해 나가야 한다. 시장 문제의 경우 사회공공성이나 사회적 통제 관련한 얘기들이 있는데 이행기적 요구로서 부족하지는 않다고 본다. 정치체제의 경우 의회주의 틀 내에 편입되기에 앞서 부르주아 민주주의의 취약점인 민중자치, 민중적 통제 등 현실적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 이런 서너 가지 문제들은 핵심적 고리들과 연결되어 통합적으로 제기될 수 있다. 임승철: 김태연 동지에게 묻고 싶은 게 있다. 공산당이 동유럽이나 현대의 미국, 일본에서는 이미 낡은 것으로 상징화되어 전혀 매력적이지 않다. 공산당이나 사회주의가 추구하는 가치가 옳을 수는 있어도 그것을 어떻게 대중에게 개념으로 제시할 것인가는 역사적 산물로 봐야 할 것 같다. 언어가 무기고 대단히 중요하다. 그런 개념을 새롭게 재구성하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 김태연: 저는 사회주의 정당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역사적 문제로 인해 선입견 같은 것이 있다. 그런데 사회주의라는 용어를 기각해야 할 정도로 대중들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지 의문이 든다. 정종권: 반자본주의, 탈자본주의 지향의 운동이 사회주의라는 것은 일종의 두괄식 논리다. 고민해야 할 것은 용어 선택의 문제가 아니고, ‘사회주의는 뭐다’라는 미괄식 설명이 필요하다. 생태주의, 여성주의, 노동자들의 자기 통제의 역사, 정치적으로 참여민주주의 등이 우리가 만들어갈 사회주의다라는 식의 논리를 만들어야 한다. 김태연: 사회주의와 사민주의 사이에 이행적 요구 차원에서는 별 차이가 드러나지 않을 거라 본다. 대안 사회의 강령을 본다면 100개 중 80개 이상은 일치할 것이다. 결정적으로는 이행의 과정과 정치체제,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당의 문제에서 차이가 날 것이다. 사회: 오늘 토론에서 다 해소될 수 있는 쟁점은 아닐 것이고 이후 논의를 해 나가기 위한 전제의 확인이었다고 본다. 덧붙이자면 오늘날 세계화라는 객관적 현실 속에서, 우리가 대안 사회를 고민한다고 했을 때 우리의 고민과 실천은 일국적 수준에서 출발할 수밖에 없겠지만, 국제주의적 관점에서 재구성되지 않는다면 불가능하다고 본다. 현안인 FTA도 그렇고 비정규직도 생산의 국제적 이전, 하청기지화의 문제도 뗄 수 없기에 우리 사회운동의 고민이 깊어져야 한다고 본다. 그럼 이제 다음 주제로 넘어가겠다. 노동자 정치세력화에 대한 평가 사회: 대중운동이 침체된 상황에서 진보대통합 또는 새로운 진보정당이라는 화두가 민중운동 전반을 압도하고 있는 것 같다. 노동자 정치세력화가 본디 노동자운동이나 전선운동의 발전과 긴밀히 연관되는 문제라고 할 때, 우선은 진보정당 운동으로 환원되지 않는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역사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가 필요할 것이다. 지난 시기 노동자 정치세력화에 대한 평가 의견을 들려주시기 바란다. 김태연: 정치세력화는 정당운동으로 환원되지 않는, 노동계급의 역량 발전을 의미하는 포괄적 개념이었다. 87년 노동자 대투쟁 이후 노동계급의 역량 확대 속에서 정치세력화가 시작되었고, 이후 정치세력화의 발전도 노동계급의 역량 확대 속에서 가능한 것이었다. 하지만 96-97년 노개투 총파업 시기, 요구를 쟁취하지 못하니까 우리를 대변해줄 수 있는 당을 만들자는 논리로 갔다. 산별운동도 원래는 제대로 투쟁하고자 했던 것인데 왜곡되어 자본가들과의 교섭테이블을 확보하려는 방식으로 갔다. 양날개론의 산별노조-진보정당 양자 모두 그렇게 갔다. 물론 대중투쟁 자체가 바로 정치권력 장악으로 이어질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중투쟁의 활성화와 저변 확대 속에서 정치세력화가 진행되어야 하는데, 대중투쟁은 축소되고 의석 확보를 위한 선거 중심의 구도가 되었다. 그동안 신물이 날 정도로 반복한 얘기지만, 여전히 이것이 냉정한 평가일 수밖에 없다. 정종권: 사회자가 던진 질문이 이미 답을 깔고 있다. 노동자의 정치세력화, 노동운동의 정치화, 노동운동의 정치투쟁은 같은 말이라고 본다. 범주를 넓히면, 노동조합이 노개투 투쟁하는 것도 정치투쟁이고 정치세력화 활동의 일환이다. 백기완 후보 지원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어느 순간에 이런 부분은 정치세력화가 아니고, 정당 내부에서의 활동만으로 규정되고 있다. 노동운동의 정치화, 정치투쟁의 역사를 평가해야 한다고 본다. 노동운동과 정치운동을 분리시키려는 사람들 중에는 좌익적 판본과 우익적 판본이 있다. 김태연 동지는 좌익적 판본인 것 같다. 우익적 판본은 노개투는 노동조합의 역할이고, 당에는 다른 역할이 있다는 식이다. 둘을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 진보정당을 만들고 어떤 정책과 이슈를 실현할 것인가의 문제는 바깥에서 노동자 투쟁과 어떻게 접점을 만들 것인가로 고민되었어야 한다. 그동안 진보정당 운동은 노동자운동을 조직 만드는 벽돌 역할로만 생각했다. 노동자를 주체화, 활성화시킬 고민이 없었다. 제2의 정치세력화에서는 그런 사고가 있어야 한다. 당의 입법 활동과 조직 활동, 외부의 노동자 투쟁과 주체화를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가 이후 과제가 될 것이다. 김태연: 정치세력화 개념 설정에 대해서는 정종권 동지의 생각에 동의한다. 그런데 어디서부터 무엇 때문에 이렇게 되었느냐 평가가 문제다. ‘노동자 정치세력화라는 이름으로 노동자정당을 만들어봐야 의회주의 정당이 되는 것이 뻔하다’는 식으로 보는 것은 좌익적 버전으로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제 얘기는 그게 아니다. 나는 기본적으로 정당운동이 필요하다고 본다. 어떤 정당운동이냐, 실제 의회주의 정당 활동을 한 것이 문제다. 정당이 선거나 의회전술을 구사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데, 솔직히 그것 말고는 한 것이 없다. 처음 시작할 때 분명 투쟁정당으로 얘기했다. 집회 때 마다 표가 없어서 패배했다고 반복해왔다. 대중정당의 투쟁은 분명 노동조합 투쟁과 다르다. 하지만 당 지도부가 집회에 와서 생색내는 것 말고 한 게 없다. 작년 진보신당 서울시당의 일상적인 비정규문제 관련 활동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당 운동이 기존 제도권 정당과 달리 지난 10여 년 동안 일상적 투쟁 정당으로 자리 잡았다면, 당 지도부가 벌써 몇 명은 구속되었을 것이다. 정종권: 사실 관계에 대한 심각한 왜곡이다. 의회주의적 경향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민주노동당 10년 역사는 대중투쟁에 적극 결합하고 당원을 동원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투쟁 동원도 못하는 상황이다. 김태연: 대중조직의 투쟁에 일부 당원들이 결합하는 것과 당 차원의 대중투쟁을 전개하는 것은 다르다. 정종권: 서울시 무상급식 조례제정 운동을 당이 주도하고 10만 명을 조직했다. 새 진보정당을 만들어야 하는 이유는 지금 분당으로 인해 이런 대중 투쟁을 만들어낼 역량이 안 된다는 점 때문이다. 조직 활동에서 실천활동, 투쟁사업이 80% 가량이고 의회활동 비중은 20% 정도라고 본다. 문제는 의회활동이 비의회 정당활동에 비해 과잉대표되는 것이다. 그것이 의회주의적 경향인데, 이런 지점에 대한 평가에는 동의한다. 김태연: 자기는 했다고 하지만, 다른 사람이 모르는 건 안 한 거다. 당 지도부가 구속될 정도면 당 차원의 대대적 투쟁을 해야 한다. 그런데 그렇지 못했다. 정종권: FTA 투쟁 시 강기갑 대표의 투쟁이 있었다. 그리고 진보신당 경북도당 김병일 위원장도 건설 플랜트 노동자 투쟁에 함께 하다가 구속되어 수년간 징역살이를 하기도 했다. 지난 진보정당 10년 역사에서 당 차원의 투쟁을 한 적 없다고 말하는 것은 과하다고 본다. 김태연: 거의 못했다고 본다. 희화화된 논점이지만 구속 얘기를 하곤 한다. 진보정당 운동 십 수 년 간 당 지도부가 구속된 경우가 없다. 경북도당 위원장 경우만으로 전체를 평가할 수 없다. 정종권: 개개인을 지금 다 말할 수는 없다. 의원들이 그런 사람 있냐고 말하면 동의한다. 그런 실천보다 의원 열 명의 의회 활동에 종속되어 가는 평가라면 동의한다. 사회: 일단은 시각 차이가 있다는 것으로 하고 다른 두 분 말씀 들어보자. 임승철: 제가 민주노동당 창당 멤버이기도 하고 국민승리21부터 참여했기 때문에 김태연 동지의 말을 이해하고 공감한다. 하지만 정서적으로는 정종권 동지와 일치한다. 분명 새겨들을 게 많다. 노무현 정권 들어 국가보안법 개정한다고 했을 때 민주노동당이 집단단식을 한 적이 있다. 그때 저는 ‘민주노동당 큰일이다’라고 생각했다. 신자유주의, 민생파탄 의제에 올인해야 하는데 국가보안법 투쟁에 올인하는 것이 우려스러웠다. 그때 열린우리당이 투쟁을 접으니까, 민주노동당도 바로 접었다. 그때부터 ‘민주당 2중대’라는 말이 나왔다. 대중의 이해와 요구 중심의 정치투쟁을 하기보다는 대단히 포퓰리즘적이거나 주류 세력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 면에서 민주노총의 사회적 합의주의의 연장에서 민주노동당의 반성이 있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 민주노동당은 의회주의도 못했고, 사회운동적인 대중투쟁도 못했다. 열심히 안 한 것이 아니라 성적 미달이다. 왜냐하면 대중정치, 현장정치를 해야 하는데, 실제로는 대리정치, 위탁정치를 했기 때문이다. 민주노총은 96년 노개투 총파업 열기가 사그라들자 대중투쟁보다는 선거와 의회주의적 요소에 기대는 분위기였고, 진보정당 창당을 상층 중심으로 몰고 갔다. 말로는 직접참여 민주주의를 얘기하면서, 어떤 면에서는 대중 참여를 봉쇄했다. 최고위원회라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 부르주아 제도를 가져다 놓고 계파별로 나눠먹는 등 정파의 폐해가 컸다. 이런 면에서 민주노총이 제대로 된 정치세력화를 이루면서 현장 대중 및 비정규직과 함께 성장하는 것을 1기 민주노동당이 가로막은 면이 있다는 점을 반성해야 한다. 결과적으로는 의회주의도 못하고 대중투쟁도 못한 것이다. 종북주의 비판하는데, 실제 민주노동당 내에 일부 종북주의자들이 있긴 하지만, 민주노동당이 깨진 건 종북주의 때문이 아니라 총체적 무능 때문이다. 종북주의도, 의회주의도 제대로 못했다고 냉정하게 평가해야 한다. 그래서 분당 되고서 다 죽어간다. 그러니까 정공법이 아니라 ‘묻지마 반MB 연대’로 간다. 그러면서 실리를 좀 챙겼는데, 그것은 상층 정치 지망생들의 떡고물이다. 대중투쟁은 박살났다. 그런 면에서 위탁 대리 정치이고, 대중 정치, 노동 중심 정치가 없었다. 평당원 중심의 대중정당이 되지 못한 것이 패권과 무능을 낳았다. 이 때문에 분당까지 갔는데, 지금 다시 합치자고 해도 이런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김태연 동지가 우려하듯 독일식 사민주의 모델-양날개론으로 갈 우려가 있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들어가서 싸워야 한다고 본다. 밖에서 아무리 얘기해봐야 안 된다. 모든 진보세력이 안에 들어와서 같이 해결해야 한다. 이현대: 97년에 노동자정치세력화 얘기를 할 때 좋은 조건에서 출발한 것 같지는 않다. 당시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동력을 크게 두 축에서 볼 수 있는 데, 그 한축이 되는 민주노총의 경우 일부 인사들이 당으로 활동공간을 이전했으나 대부분의 조합원들은 주로 직접적인 당 활동을 하기 보다는 돈만 내는 당원가입 수준에 머물렀다. 다른 한축은 노동자 정당을 추진한 흐름이었는데, 90년도 초반의 사회주의 정당 건설 시도 이후 그 세력이 지속적으로 축소되었다. ‘국민승리21’ 결성 이후 민주노동당 건설까지 많은 한계들이 존재했지만 초기 민주노동당 활동은 운동적 성과를 낳았다. 한편으로는 노동운동의 사회적 발언력을 확대했고, 지역적인 운동기반을 확대했다. 기존 노동운동이 지역적 영향력이 취약한 상황에서 주류 시민운동은 신자유주의적 입장에 대해 모호한 태도로 일관하는 상황에서 각 지역 지구당을 중심으로 지역 차원의 활동을 활발히 전개했다. 그 시기에는 당의 운동적 성격을 유지하기 위한 논의들도 상당히 있었다. 절대적 기준에서 보면 비판할 점이 많이 있었지만, 지금 와서 돌이켜 보면 상대적으로 사회운동적 성격이 강했던 시기였다. 2004년 10석의 국회진출은 한편으로는 사회적 영향력을 확대하는 과정이기도 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당의 운동적 성격을 약화시키는 계기이기도 했다. 민주노동당이 제도권 진출의 경로로 현실화되면서 의석을 두고 정파 간, 개인 간 과도한 경쟁과 갈등이 발생하기도 했다. 우리 운동의 수준일 수도 있겠지만, 이런 과정에서 몇몇 영향력 있는 정치인을 중심으로 의정지원단을 중심으로 한 활동이 대폭 강화되고 선거대응 중심의 활동이 강화되었다. 반면 현장 정치의 활성화나 당의 지역 활동 주체의 재생산을 위한 당의 프로그램은 거의 부재했다. 진보정당 운동이 추구해야 할 가치가 자본주의의 모순을 지양하는 한국사회의 변혁이라고 할 때, 대중운동의 토대 없이는 불가능하다. 대중운동의 강화라는 관점을 결여한 채 득표 전략을 중심으로 사고할 때, 더 이상 진보정당으로서의 성격을 유지할 수 없을 것이다. 정종권: 자본주의 사회에서 합법 정당 하면 그런 긴장이 끊이지 않는다. 운동과 정치, 투쟁과 의회활동, 이런 것들을 분할시키려는 경향이 반복된다. 이 간극을 좁히려는 의식적인 활동가들의 의지, 개입 활동이 있어야 한다. 그런 역할을 만들어가는 주체와 계획, 경향이 부족했다는 점을 평가해야 한다. 계급정당과 국민정당의 딜레마라고 하는 것이다. 가만 두면 국민정당, 의회정치 중심으로 간다. 여기에 우리의 역할과 몫이 있다.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발전 방향과 2012년 사회: 앞의 논의에 이어서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발전 방향에 대해서 토론을 이어가보자. 토론자들 간에 많은 쟁점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에서는 진보정당의 분화가 대중운동의 통합적 발전에 질곡이 되고 있으므로 이를 극복하는 데 주안점을 두는 견해가 있을 수 있고, 또 다른 한편에서는 진보정당의 단순한 재통합이 아니라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에 방점을 찍는 의견도 있을 수 있다. 아니면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지반에서 노동자 정치세력화가 재출발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편 1992년 이후 20년 만에 총선과 대선을 한꺼번에 치르는 2012년을 맞아 일찍부터 총대선 대응에 대한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그러다보니 자칫 총대선의 목표가 무엇인지에 대한 전반적 합의는 부족하다는 느낌도 있다. 민중운동에게 2012년은 어떠한 의미를 지니는 것인가? 그리고 2012년을 앞두고 정치·사회 운동은 어떤 준비를 해야 하나? 정당통합이나 선거연합의 구체적 실현 경로에 대한 의견을 포함하여, 총대선 대응 방향에 대한 의견을 들려주시면 좋겠다. 정종권: 분당의 원인은 현실적 요인들도 있었고, 이념적 갈등도 있다. 이념적 갈등은 그 자체로 드러나지 않는다. 처음 만들 때부터 자주파, 좌파가 있었다. 이것이 분할되는 건 대중적으로 그럴 만한 설득력 있는 계기가 있거나, 급격한 충돌과 갈등이 순간적으로 분출하는 경우인데, 민주노동당의 분당은 후자의 상황이었다. 진보정당이 하나여야 한다고 생각지 않는다. 조건과 상황에 따라 분화될 수 있다. 그런데 2008년 과정은 조건이 숙성되는 과정이 아니라 총체적 무능, 패권주의, 북한 문제 갈등 등이 폭발한 것이다. 하지 말았어야 한다고 보는 것이 아니다. 다만 2008년의 분당 과정에서 다른 방향으로 갈 수 있는 흐름을 만들지 못했음을 평가해야 한다. 2011년 현재는 진보정치 운동의 전략적 수세기라고 본다. 한나라당의 공세만이 아니라 자유주의자들이 반MB라는 이름으로 활개를 치면서 시민사회와 대중운동을 잠식하는 상황이다. 진보정치가 공세적이고 능동적이지 못하고 왜소해지면서 대중운동의 발전에 질곡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래서 현 상황에서는 진보정치의 연대를 통해 바리게이트를 쳐야 한다. 10년의 진보정당 운동의 약점과 한계가 한 번에 해결되지는 않겠지만, 2008년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미래지향적 운동이 되기 위해서는 운동과 정치의 관계, 대리정치가 아닌 노동자의 주체적인 정치를 만들 단초들을 형성하는 새로운 진보정당 운동을 해나가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양당이 형식적 주체가 될 수는 있지만, 산술적 합이 아닌 새로운 진보정당 운동을 만들어가는 운동의 흐름이 되어야 한다. 97년부터 보자면 50년의 군사독재와는 다른 민주당 정부라는 자유주의 정부의 한 순환이 지났다. 이것에 대한 반발이 좌익 정권이 아닌 이명박 정부라는 복고로 갔다. 그렇다면 이런 이명박 정부의 인정인가 자유주의 정부의 회귀인가, 아니면 다른 전망을 만들어갈 수 있는가를 가르는 것이 2012년이다. 전략적 수세 국면에서 진보정치의 역량과 가치와 내용이 유실된다면 그것은 연합이 아니라 투항이다. 진보정치의 독자적인 후보와 전략을 내고 고민하는 것이 일차적이라고 본다. 그 과정에서 연대연합을 열어두는 것이 필요하다. 97년 이후 노동운동의 해체와 말살 흐름을 무화시키는 것, 또 한국정치의 근본적 정치지형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키는 것, 이 두 가지가 된다면 연합을 고민해야 한다. 그게 아니라면 독자 노선을 유지해야 한다고 본다. 임승철: 새로운 진보정당 운동이 난항이 있지만 잘 되었으면 하는데, 도로 민주노동당이 될 것 같아 걱정이다. 여전히 대중의 참여가 저조하다. 대대적으로 참여할 수는 없더라도 비정규직들까지도 적극적으로 들어올 수 있는 단초 마련이 필요하다. 그러려면 민주노총뿐 아니라 사회운동 세력들의 전반적 지지와 아래로부터의 정치 참여가 필요한데, 그런 기획이 없다. 지역에서부터 자발적으로 평당원 직접운동을 하지 않으면 상당히 어려워질 것이다. 총선을 앞두고 권력싸움을 막기 위해 대중운동과 제도를 만들고, 최고위원회를 없앴으면 한다. 2012년에는 새로운 사회의 전망을 줄 수 있는 교두보 확보가 중요하다. 아래로부터의 대중운동이 광범위하게 일어나는 기폭제로서의 선거의회 전술이 전략적으로 배치되어야 한다. 민중 중심의 정권교체가 적당한 표현이라고 본다. 민중들은 MB정권에 대한 심판과 새로운 정치를 바라고 있는데, 그 상이 무엇인지 대중과 소통하며 실사구시 해야 한다. 한 번에 사회변혁을 할 수는 없기에 진보진영의 힘을 키우면서 대중의 역동성을 촉진할 수 있는 기폭제로서 능동적 선거 대응이 필요하다. 그것을 우리는 선택적 탄력적 전술적 야권 연대라고 부른다. 이러한 전술의 가능성을 열어 두어야 한다. 다만 제일 중요한 것은 원칙이다. 정당정치, 선택과 탄력 속에서 민중 중심 정치의 가치가 무엇인지 명확히 해야 한다. 제2의 비판적 지지가 되어서는 안 된다. 신자유주의 반대, 6.15, 비정규직, FTA 문제를 명확히 제기해야 한다. 민주당은 이러한 제안을 받을 수 있다.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면서, 독자 집권이 어려우니 진보정당을 2중대로 만들려 한다. 그들이 지키지 않을 것을 알지만, 알면서도 손잡을 수 있다. 그것으로 발목을 잡아야 한다. 그들이 약속을 어기면 대중적으로 폭로하고, 진보진영의 지지기반을 강화하는 기회로 활용하면 되는 것이다. 이현대: 지금 노동현장은 정권 자본의 공세에 무너지고 있다. 현재 수준의 진보정당 뿐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 운동 세력들의 합력을 만들고 단결을 확대하는 기획이 필요하다. 그것을 진보대통합이라 부르든,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 혹은 제2의 노동자정치세력화라 부르든 이러한 방향으로 가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지금은 2012년 정권교체 선거전술이 압도하고 있다. 민주노총 자체가 지방선거 때 ‘무원칙한 반MB 연합’을 중심으로 대응했다고 본다. 하지만 현재는 민주당과의 연합을 우선 고려하기보다 진보적 정치세력이 통합적인 대응을 함으로써 자신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이 중요하다. 민주노총이 중심이 되어서 진보정치 세력들이 지역 차원에서 현장 방문하고 현장정치를 일구고, 지역의 기반을 다지는 사업들이 중요한 기획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 진보정치세력 간의 논의도 선거와 관련된 쟁점만 논의되고 있다. 전체 운동 세력이 단결하여 공조할 수 있는 방향이 되어야 한다. 예컨대 노회찬 전대표가 제기한 가설정당도 우선 진보정치 세력과 대중운동을 중심으로 제안되어야 되는 것 아닌가. 노동자 민중운동 세력들이 힘을 결집하는 방향에서 추진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 민주당에 구걸한다고 해서 그들이 변화하는 게 아니라, 우리 운동이 단결하고 성장해야 그들도 노동자들의 요구를 수용할 것이다. 하지만 현재 상황은 민주당의 입장변화도 없는 상황에서 노동자 민중운동의 단결과 연대에 힘쓰기 보다는 민주당에게 구걸하고 있는 형국이다. 2012년 총선, 대선을 고려할 때, 정권교체 운동의 주체적 상황을 봐야 한다. 대기업 현장에서 좌파 현장조직이 집행부에 당선된 이후 현장의 조건으로 인해 공언했던 투쟁을 책임지지 못하고 물러나는 경우들이 다수 있었다. 현재 사회적인 세력관계를 고려할 때 노동자 민중운동의 역량을 강화하는 계획 없이 집권에 집착할 경우 실제 집권도 불가능할뿐더러, 설사 운 좋게 집권하더라도 사면초가에 처할 가능성이 크다. 유럽의 사례를 보더라도 진보정당이 일부 내각 구성에 참여하였다가 정권 차원의 파병과 반노동정책 시행으로 인해 진보정당 자체가 분할되거나 해체되는 혹독한 대가를 치르기도 했다. 또한 현재와 같이 복지국가와 같은 기준으로 민주당과의 선거연합을 추진할 경우 진보정당의 우향우와 진보정치의 해체로 귀결될 수 있다. 현재 노동자민중운동은 세계경제 위기 상황에 대한 대안적인 전망과 가치를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득표가 중요하지만 한국사회의 변혁전략이 부재한 채로 득표 전략에만 치중한다면 대중적으로 민주당, 국민참여당과 같은 신자유주의세력과 차별화되기 어려울 것이다. 김태연: 진보대통합은 정당통합 범주가 있고, 연대 수준의 범주가 있는데, 지금은 사실상 정당통합의 얘기다. 그런데 지금 정당통합 논의는 폭력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논리가 단순하다. 왜 다른가를 논의하지 않고, 정당이 분열되어 노동조합이 복잡하고 골치 아프다는 식이다. 민주노총의 진보대통합을 위한 10만 서명운동, 굉장히 폭력적이다. 좀 더 확대하면 진보정당이라는 것은 특정 정당의 지칭이 되어 버렸다. 제가 고민하는 사회주의 정당은 완전히 다른 결의 문제가 되었다. 진보정당 외의 부분은 인정치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배타적 지지의 또 다른 형태의 폭력이다. 대중조직 수준이건 정당 수준이건 노동자민중의 힘을 합치는 것이 추구되어야 한다. 정당통합과 배타적 지지는 노동자민중 진영의 연대를 질식시킨다. 진보정당 통합 수준을 넘어서서 변혁진영을 조직통합으로 강제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 연대 투쟁체의 수준에서 당면한 투쟁을 중심으로 논의해야 한다. 변혁운동 진영 내의 선거연합은 그 과정에서 충분히 검토될 수 있다고 본다. 이와 연동해서 현재 진행되는 야4당 선거연합을 보자. 민주노동당이 10석의 의석을 확보한 후 당이 쪼개졌다. 진보정당은 일정정도의 대중적 지지를 얻고, 표를 얻고, 의석을 확보했다. 의석확대 답보 상태가 굉장히 오래되었다거나 확대방안이 도저히 없다고 확인된 상태도 아니었다. 다른 나라를 보면 이렇게 빠른 성장을 한 진보정당 운동은 흔치 않다. 자력으로 도저히 안 된다는 것이 확인된 바가 없는데, 그것을 포기하고 십여 년간 대적 상태에 있던 정치세력과 손을 잡는다는 걸 이해할 수 없다. 이른바 정치공학적 면에서도 이해할 수 없다. 지금 진보정당 운동이 살기 위해서는 민주당 자유주의 세력을 찌그러뜨려야 한다. 이쪽에서 손을 잡고 이쪽의 힘을 키운다고 생각하지만, 오히려 다 죽어가는 민주당 살려주는 것이다. 여러 가지 미사여구를 붙이지만, 국회의원의 입신양명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진보정당 운동이 10년 이후에 어떻게 될 것인지 고민이 없다는 것이다. 임승철: 출세주의 많다. 하지만 한국 사회의 정치 지형에서 한나라당을 아웃시키는 것의 정치적 의미, 그것이 갖고 올 변화의 폭에 대한 정치적 판단의 차이는 있는 것 같다. 김태연: 그런 차이 있는 것 안다. 그것만으로 해석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임승철: 예전부터 고질적인 비판적 지지, 묻지마 반MB 연대가 모양을 바꿔가면서 나타난다. 정종권: 반MB 연대에는 개인적 출세주의와 정치공학 등이 다 섞여 있다. 이 문제에 대한 접근 방법은 반MB 연대의 ‘반’자도 꺼내지 마라가 아니다. 죽어가는 민주당을 살려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진보정치의 독자적인 흐름에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뭐냐를 고민하는 것이다. 독이 되는 요인이 더 크다면 잘라야 한다. 득이 된다면 제한적으로 써야 한다. 구체적 내용을 살펴야 한다. 플러스 요인을 극대화시키고 마이너스 요인을 최소화시켜야 한다. 플러스 될 수 있는 요인은 두 가지 정도다. 영국 자민당과 보수당이 연립했는데, 그 조건이 정당명부비례대표제 국민투표였다. 그런 정도의 전략적 조건들이 된다면 고민할 수 있다. 반MB연합을 일반화시킬 수는 없다. 김태연 동지가 얘기한 수세적 경향 등 문제 있다고 생각하지만, 반MB연합 자체를 좌파가 꺼낼 수 없는 것은 아니다. 김태연: 그런 면에서 지금은 반MB 연합이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반MB연합은 곧 민주당과의 연합으로 드러난다. MB 정권에 대한 공동 대응은 다양한 수준에서 할 수 있다. 그런데 4.27 보선에서 민주노동당은 당연하고, 결국 진보신당도 4당 연합을 했다. 정종권: 아니다. 강원도는 안했다. 김태연: 하지만 4.27 보선에서 4야당 선거연합이 이루어졌다고 발표됐다. 이현대: 야당과의 무원칙한 선거연합은, 의도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진보정당의 정체성을 심각하게 훼손한다. 충북 제천의 경우도 민주노동당 당원이 탈당해서 민주당 소속으로 출마했다. 또한 진보정당운동 내부에서 국민참여당, 나아가 민주당까지 ‘복지국가’라는 단일가치로 결집하자는 ‘복지국가진보정치연대’ 흐름도 나타나고 있다. 민주당과의 무원칙한 선거연합의 부정적 효과가 진보정당운동의 정체성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노동자민중운동 내부의 갈등만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 김태연: 민주노동당은 강령에서 사회주의를 없애버렸다. 이념이나 지향이 발전하는 방향으로 가야하는데, 통합문제나 총대선의 과정에서 보면 오히려 퇴보하고 있다. 정책적 문제가 아니라 어느 지역에서 누가 후보를 차지하느냐가 쟁점이 될 뿐이다. 전술적으로도 자유주의 정파의 과거 문제에 대해 드러내는 과정이 없다. 조직적 반성, 성찰을 표명하라는 것까지 아니더라도 비정규직 관련해 이런 것을 잘못했다는 것을 대중이 알도록 하는 것이 전혀 없다. 운동적 의미가 없다. 야4당 연합을 하면, 중앙에서 모여서 사진 찍고 발표한다. 과거 10년간 집권세력과 선거에서 연합전술을 구사하는데 비정규직 문제 등이 대중적으로 각인되도록 하는, ‘민주당 분파가 과거에 이것에 대해 잘못했다는 입장을 밝혔다’라고 하는 것에 관심이 없다. 임승철: 여전히 ‘묻지마 반MB 연대’ 경향이 있다는 것에 동의한다. 다만 진보신당이나 여러 사회단체들이 들어오면 제동이 걸릴 것이다. 그래서 통합이 절실하다. 김태연: 그래도 뭔가 가능성이 보여야 한다. 나도 예전에 민주노동당 입당전술을 주장했던 적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더 어렵다. 임승철: 제동이 걸려서 이 정도 하는 것이다. 안 걸렸으면 더 했을 것이다. 정종권: 선거연합을 추진한다면 진보정당이 핵심적으로 제기하는 정책합의 사항이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 우리가 제기하는 핵심 정책을 다 받으면 선거연합을 추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회자: 진보대통합이나 선거연합 방안에 관해 의견을 들어보았다. 예상대로, 토론자들 사이에 견해 차이가 확인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의석 확보’와 ‘반한나라당 정권교체’에 경도된 진보정당과 민중운동의 현실을 날카롭게 비판해 주었다. 앞으로도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발전을 위해 토론과 협력을 이어나가자. 『사회운동』도 오늘 좌담에 후속하는 토론 자리를 계속 마련하도록 하겠다. 장시간 좌담에 함께 해 주신 것에 대해 독자들을 대신해서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