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입: 전쟁의 확대 2006년 미국과 라틴 아메리카의 관계, 그리고 2007년에 예상되는 궤적을 이해하려면 다음 세 가지 차원을 필수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첫째, 미국-라틴 아메리카 관계의 전세계적 맥락. 둘째, 미국의 내적 동학. 셋째, 2006년 라틴 아메리카 선거의 실재적이고 실천적인 정치-경제적 결과들. 미국의 제국주의 정책은 여전히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의 군사적 승리를 추구하고 있고, 선거로 당선된 팔레스타인 정부에 대한 이스라엘의 전쟁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으며, 이란을 직접 또는 이스라엘을 통해 공격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즉 2006년 동안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레바논, 그리고 팔레스타인 등지에서 벌어지고 있는, 지지부진하고 비용이 많이 들며 결론이 나지 않는 전쟁이 2007년에도 계속될 것이다. 더 많은 군사력 증강은 중동에서의 전쟁 비용과 미군 증가를 포함하며, 레바논과 팔레스타인, 특히 이란에 대한 이스라엘의 전쟁 계획에는, 매년 들어가는 30억 달러에 8억 달러가 추가되는 실정이다. 여론 조사나 선거 과정(민주당의 승리), 권고 보고서(베이커(James A. Baker)의 이라크 연구 그룹), 이라크에서의 사망자 통계 등을 통해 미국의 정책을 해석하고 점진적 철군을 예견했던 논평가들은, 백악관의 정치 전략이 갖는 논리를 끝내 이해하지 못했다. 부시 정권이 볼 때, 군사적 실패는 충분한 힘을 쏟지 못한 결과다. 그들의 주장에 따르자면, 필요한 것은 더 많은 병력 규모와 군사 예산이다.(2006년 12월 6일 BBC 방송) 양극화 심원하고 점점 더 깊어지는 분할이 미국과 라틴 아메리카, 그리고 전 세계에 나타나, 정책 수립과 분쟁의 증가를 부채질하고 있다. 중동과 라틴 아메리카에서 대결이냐 협상이냐 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둘러싸고 그어진 미국 내 분할선은 두 주요 당파, 그리고 자유주의-보수주의 스펙트럼을 가로지르고 있다. 한 편에는 백악관이 있으며, 이들을 뒷받침하는 것은 전쟁에 찬성하는 민주당원, 공화당원, 주류 유대인 조직들의 대표들, 우익 재향 군인회, 신보수주의 지식인들, 그리고 주류 언론 기업들이다. 다른 한 편에는, 주류 정당들과 언론들 내의 소수파들, 대다수 여론, 전·현직 장교들의 분파, 브레진스키(Zbigniew Brzezinski), 제임스 카터(James Carter), 제임스 베이커 등 전쟁 정책과 시오니스트들의 로비 활동을 정치적으로 비판하는 저명한 지식인들이 있다. 유사한 분할이 라틴 아메리카 정책에 관해서도 나타난다. 백악관은 쿠바 망명자들의 로비, 펜타곤 그리고 소수 우익 이데올로그와 자본가들을 등에 업고 있는데, 이들은 쿠바, 베네수엘라, 볼리비아에 대한 강제적 압력과 개입을 선호하고, 위법적인 [방법으로 당선된] 칼데론1) 대통령과 볼리비아 내 산타 크루즈(Santa Cruz) 분리주의자들, 이 지역의 권위주의적 극단주의자들에 대한 지원을 선호한다. 이에 다양한 정도로 대립하는 자유주의적이고 보수주의적인 의원들이 있는데, 이들을 뒷받침하는 것은 농산물 수출업자들, 여행사들, 대다수 여론, 그리고 라틴 아메리카 담당 차관보 쉐넌(Thomas Shannon)―그는 외교와 협상, 그리고 ‘이중’(two-track) 접근을 보다 강조할 것을 옹호한다―이 이끄는 국무부 분파들이다. 이와 유사하게 라틴 아메리카에서도 2006년에 유사한 심원한 분할이 나타났는데, 2007년에는 그 골이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멕시코에서는 소수파인 칼데론 정권이 AMLO2) 연합, 와하까(Oaxaca)의 민중 회의들3), 노조와 사회운동들의 거대한 저항에 직면하고 있다. 칼데론이 경제적 자유화를 심화시킬수록, 그리고 그의 계획을 이행하기 위해 국가를 군사화할수록 양극화는 심화될 것이다. 볼리비아에서는 우익 사업가들과 농기업 엘리트들이 재결집하여 (토지와 소득의) 어떤 주요 재분배 정책도 수행하지 못하는 모랄레스4)의 무능력과 타협적 정책들을 이용해 산타 크루즈의 권력 기반을 공고하게 만들었으며, 이는 모랄레스로 하여금 개혁에서 더욱 후퇴하게 만들고 대중적인 불만들을 불러일으켰다. 에콰도르에서도 안데스 지역의 농부/인디오들과 태평양 연안의 토지귀족/은행가들 사이에 동일한 분할이 나타났다. 또한 콜롬비아에서는 우리베5) 대통령과 동맹을 맺고 있는 준(準)군사조직들과 민중적인 시민 사회 조직들(과 게릴라들) 사이의 분할이 더욱 심화되었다.(Boston Globe December 14, 2006) 베네수엘라에서는, 차베스가 사회주의 의제를 위해 당과 내각의 변화를 이행하는 2007년에 사회주의자들과 사회자유주의적 차베스주의자들(그리고 ‘온건’ 반대파 쪽 동맹자들) 간의 양극화가 표현에 떠오를 것이다. 이러한 미국과 라틴 아메리카의 내적 분할들은 계급적·민족적 대립들을 발본화하는 국제적 맥락 속에서 진행되고 있다. 국제적 맥락 세계사적인 두 과정이 미국의 대(對)라틴 아메리카 정책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하나는 지지부진한 중동 전쟁이고, 다른 하나는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의 4대 유력 국가의 역동적 성장이다. 중동과 남부 아시아에서의 전쟁들은 미국의 군사력을 과도하게 확장시켰고 새로운 전쟁들에 대한 국내의 지지를 침식했으며, 예산을 무리하게 사용했다. 이러한 결과들은 라틴 아메리카에서 군사 쿠데타를 지원하거나, 직접적으로 무력침공할 수 있는 미국의 군사 개입 역량을 약화시켰다. 결과적으로 미국은 자신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칼데론, 산타 크루즈의 토지/금융 귀족, 가르시아6), 우리베 등) 라틴 아메리카의 매판 세력에 대한 의존도를 더하게 된다. 아시아(특히 중국과 인도)의 역동적 성장과 (철광석, 구리, 그리고 석유 등) 원자재, (가령 콩 등) 식량 및 농산물에 대한 수요는, 라틴 아메리카 수출업자들과 공급자들에 대한 접근을 둘러싼 미국/EU와의 경쟁을 강화했으며, 가격 및 (주요 무역/예산 흑자로 인한) 라틴 아메리카 국고 수입 증대를 초래했다. 아시아는 라틴 아메리카 수출업자들에게 더 많은 다변화된 시장과 투자를 제공했다. 이러한 변화는 외부 재정(특히 IMF)과 미국 시장에 대한 의존이 줄었음을 의미하며, 이는 역으로 워싱턴이 라틴 아메리카 정권들 심지어 룰라, 바첼레트7), 키르치네르8), 그리고 바스케스9) 등 신자유주의 정권들에 대해서까지 정치적·외교적 영향력을 잃어가고 있음을 의미한다. 군사적 역량 상실과 경제적 영향력 쇠퇴에 직면하여 워싱턴은 백악관의 강경 노선 군사주의자들과 국무부의 시장주의적 ‘협상파들’ 사이에서 ‘타협’을 시도하는 중이다. 타협의 핵심은 ‘이중 정책’의 수행으로, 정권을 전복할 만한 반대파가 강한 국가들(볼리비아)에서의 반대파 지원과, 반대파가 약한 국가들(베네수엘라)에서의 협상을 결합시키는 것이다. (브라질, 칠레, 아르헨티나 등) 어느 정도 자율성을 갖는 신자유주의 정권에 대해서는, 양자간 관계를 강조하고 경제적 기회를 극대화하려고 노력하는 한편, 대중운동들 특히 사유화를 역전시키는 요구들에 대해 어떠한 양보도 하지 못하게 한다. 이중 정책은 쿠바와 베네수엘라의 경우 배합되어 나타날 것이다. 외교와 소유, 투자에서의 주요한 양보를 조건으로 하는 대화와 협정을 약속하는 한편, 불안정을 선동하는 첩자들에게 지속적인 금융 지원을 제공하는 것이다. 라틴 아메리카 : 정치적 변동과 미국의 대응 2006년 라틴 아메리카 선거 결과 나타난 정권 교체에 대해 미국이 온건하게 반응하는 것은, 정권 교체가 적어도 가까운 미래에 예견되는 아무런 중대한 사회경제적 구조 변화도 낳지 않았다는 사실에 의해 쉽게 설명할 수 있다. ‘중도 좌파’의 선거 승리가 거의 의미가 없다는 것은 룰라의 선거 승리 사례에서 가장 확실하게 증명되는데, 룰라는 (프레이 베토(Frei Betto), 에미르 사데르(Emir Sader), 조앙 페드로 스테딜리(Joao Pedro Stedile) 등) 자신의 가장 열렬한 지식인 지지자들에게조차도, 자신이 ‘좌파 사상은 유아기적 혼란’(La Jornada 2006년 12월 14일자)이라고 간주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는데, [북]반구 전역의 재계는 이 언급을 아주 높이 평가했다. 월 스트리트는, 브라질 최저 임금이 159 달러에서 166 달러로 월 7 달러(인플레이션 후 약 1.7%) 오르는 동안, 의원들의 봉급을 월 6,500 달러에서 12,000 달러로(그리고 개별 의원들의 개인 예산은 월 75,000 달러로) 배가하는 것에 브라질 ‘노동자당’이 찬성표를 던졌다는 것에 틀림없이 크게 기꺼워했을 것이다.(Financial Times 2006년 12월 16~17일자) 브라질 의원들의 1/5(그들의 상당수가 룰라의 연립 여당 출신이다)는 현재 부패 혐의로 조사 중이다. 최근 마찬가지로 사기 혐의로 조사 중이지만 여전히 엄청난 연말 보너스를 받은 월 스트리트 투기꾼들은, 범죄 행위에 대한 기소를 기다리면서 자신들의 봉급을 두 배나 올린 브라질 입법자들과 진정으로 처지가 같다는 것을 느낄 것이다. 백악관의 예상과는 반대로, 하지만 백악관의 마음에 아주 들어맞게, 에보 모랄레스 정권은 흑자 예산을 겨냥한 교조적인 긴축적 재정 정책을 수행하고 있으며, 어떠한 재분배 정책도 피하고 있다.(사실상 어떤 토지나 광산, 에너지 자원도 몰수되지 않았다.) 모랄레스가 사회운동들을 해산시키고 끝없는 법적 절차에 집중하는 동안, 과두집단들은 재결집하여 산타 크루즈의 권력 기반을 확장했으며 정부를 붕괴시키겠다는 위협을 가하고 있다. 워싱턴의 과두제적 볼리비아 매판 세력들이 권력을 향해 진군하는 동안(La Jornada 2006년 12월 16일자), 에보 모랄레스는 상징적일 뿐인 급진 인민주의 수사를 구사하고 엘리트들에게 더욱 크게 양보하는 자기파괴적 정책을 계속하고 있다. 워싱턴은 양쪽 진영에 계속 발을 담그고 있는 바, 모랄레스에 대한 해외 원조에 6천만 달러 이상을 제공하는 한편, 거대한 ‘분리주의’ 시위를 조직하는 산타 크루즈의 반대파에게 수백만 달러를 비밀리에 지원하고 있다.(HoyBolivia.com 2006년 12월 16일자) 워싱턴의 ‘온건 노선’ 협상파들(쉐넌)은 (63%의 지지율을 얻은) 위고 차베스의 선거 승리를 국교 회복의 근거로 지적하면서, 백악관의 대(對)베네수엘라 ‘강경 노선’ 정책에 대한 자신의 입지를 강화시켰다.(La Jornada 2006년 12월 14일자) 쉐넌은 차베스 정부의 중요한 분파들이, 현상을 유지하고 미국의 제국주의 정책에 대한 비판을 완화하며 석유와 가스 협정을 강화하는 한편 경제의 사회화를 향한 어떤 진전도 가로막는 것 등을 포함하는 협상안들에 관용적이라는 주장을 워싱턴에 제출한 바 있다. 2007년 전망 2007년 미국의 국제적 지위는 지속적으로 악화될 것이다. 이라크에서 예정된 대규모 병력 증가, 그리고 이스라엘이 이란, 시리아, 헤즈볼라와 하마스를(또는 모든 곳을 일제히) 위협하거나 공격하는 것을 돕기 위한 대규모 무기 이전은, 이라크에서의 무장 저항을 감소시키지 못할 것이다. 미국을 등에 업은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은,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걸프 지역 국가 전역에 전쟁을 확대시킬 것이다. 2006년 12월 15일, 부시는 이스라엘 극단주의자 나탄 샤란스키(Natan Sharansky)―‘대(大)이스라엘’(greater Israel)에서 모든 팔레스타인인들을 살육적으로 ‘이전’(transfer)할 것을 주창한―에게 대통령 자유 훈장을 수여했는데, 이는 미국의 제국주의적 군사주의와 이스라엘의 잔인한 식민주의적 팽창주의의 정신이 맞닿아 있음을 상징하는 것이다. (베이커의 이라크 연구 그룹의 권고 같은) 어떤 새로운 외교적 해결책마저도 완전히 폐기한 것은, 강력한 친이스라엘 로비와 부시-체니-라이스로 이어지는 백악관의 힘이 결합된 결과다. 워싱턴은, 중동에서 군사적으로 과도하게 팽창한 상태이기 때문에, 라틴 아메리카에서는 ‘이중’ 정책을 추진할 것이다. 백악관은 (예컨대 우리베, 칼데론, 그리고 가르시아 등) 현직에 있는 매판 세력들을 지원할 것이다. 미 국무부와 재무부, 상무부는 (룰라, 바첼레트, 키르치네르, 그리고 바스케스 등) 보다 ‘자율적’인 신자유주의 정권들과 무역 협정을 체결하고자 노력하면서, 쿠바 및 베네수엘라와는 더욱 거리를 두게 하고, 미국과의 외교 관계는 더욱 가깝게 만들고자 할 것이다. 볼리비아의 경우, 워싱턴은 산타 크루즈에 기반을 둔 극우파들의 공민적-과두제적(civic-oligarchic) 동맹에 더 많은 양보를 하도록 모랄레스에게 계속 압박을 가할 것인데, 이로써 지역 재계 엘리트들이 미국의 제국주의적 이익에 ‘솔선’하도록 만들 것이다. 베네수엘라에서는 ‘이중 정책’이 차베스주의 운동 내에서 정치적 분할을 더욱 깊게 만들고자 할 것인데, 그 목적은 더 많은 사회화를 향하는 새로운 차베스의 발의를 막는 것, 그리고 ‘온건 반대파’들과 자유주의적 차베스주의자들의 새로운 정치 형세를 촉진하는 것이다. 워싱턴이 라틴 아메리카에서 기획하고 있는 전략의 가장 약한 고리는, 1990년대 후반과 새로운 세기 첫 해에 폭발했던 것과 같은 사회-정치 운동들의 재출현이다. 브라질의 MST10), 볼리비아와 에콰도르에서의 노동자들, 농민들, 그리고 인디오 운동, 와하까의 대중 봉기와 멕시코의 선거 저항 등은 재결집의 도정에 있으며, 이 중 누구도 아직 역사적인 패배를 겪지 않았다. 모든 주요한 민중운동들은 조직 구조를 보존시키고 있으며, 정치적 독립성을 회복했다. 이들이, 권력을 점하고 있는 과두집단들, 또는 거리에 있는 그들의 돌격대들에 맞서는 거대한 봉기와 정치적 대결에 다시 한 번 가담할 수 있게 되는 날이 멀지 않았다. 새로운 해는 ‘지금까지와 같은 것’(more of the same)을 기약하지 않는다. 새해는 중동에서 미국의 군사력 증강으로 시작하겠지만, 더 큰 군사적 패주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은데, 이는 중동과 미국, 라틴 아메리카 모두에서 정치적 위기의 심화와 경제적 불안정성의 증대로 이어질 것이 분명하다. 미국 정치 체제의 약화는 미 제국과 결정적으로 단절하는 기회의 창을 열 것이다 ― 만일 재출현하는 사회-정치 운동들이 전통적 과두집단들과 전직 좌파들로 이루어진 새로운 정치 엘리트들이 부과한 장애물을 극복할 수 있다면 말이다. 1) [역주] Felipe de Jes?s Calder?n Hinojosa, 현직 멕시코 대통령. 2006년 대선에서 당선됐다. 본문으로 2) [역주] Andres Manuel Lopez Obrador, 멕시코 민주혁명당(PRD) 소속이며 멕시코시티 시장 역임. 2006년 멕시코 대통령 선거 후보. 본문으로 3) 멕시코 와하까에 벌어진 대중투쟁들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와하카의 투쟁과 신자유주의 세계화 반대투쟁은 하나다!」, 사회화와 노동 335호를 참조하시오. 본문으로 4) [역주] Evo Morales, 현직 볼리비아 대통령. 사회주의운동당(MAS)을 이끌었으며 2006년 대선에서 당선됐다. 에보 모랄레스의 대선 승리와 볼리비아 국유화 정책에 대한 자세한 소개는 권태훈, 「볼리비아 국유화 정책의 의미와 향후 과제」, 『월간 사회운동 2006년 6월』을 참조하시오. 본문으로 5) [역주] Alvaro Uribe Velez, 현직 콜롬비아 대통령. 2006년 대선에서 당선됐다. 친미보수 강경파이며 좌익 게릴라에 대한 잔인한 진압으로 악명이 높다. 본문으로 6) [역주] Alan Garc?a P?rez, 현직 페루 대통령. 1985년 집권했으며, 퇴임 후 부패혐의로 기소되어 프랑스와 콜롬비아 등지에서 망명 생활을 했다. 2006년 대선에서 다시 당선됐다. 본문으로 7) [역주] Ver?nica Michelle Bachelet Jeria, 사회당 출신의 현직 칠레 대통령. 본문으로 8) [역주] Nestor Carlos Kirchner, 아르헨티나 대통령. 페론당 내 중도파로 알려져 있으며 2003년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본문으로 9) [역주] Frente Amplio Tabare Vazquez, 현직 우루과이 대통령. 2004년 대선에서 ‘야당연합전선’의 후보로 출마하여 당선됐다. 본문으로 10) [역주] movimento dos trabalhadores rurais sem terras - 무토지 농민운동. 브라질의 무토지 농민운동에 대한 상세한 소개는 류미경,「대안세계화운동과 농민」,『월간 사회진보연대 2003년 7-8월호』를 참조하시오. 본문으로
: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 반대 투쟁의 기초 위에서 노동자 민중의 지혜를 모으자!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 연금 개혁 논쟁 이른바 '더 내고 덜 받는' 방향의 연금 개혁안이 작년 말 국회 상임위를 통과하여, 2월 임시국회 본회의 처리를 앞두고 있다. 또한 국민연금 개혁과 연동되어 추진 중인 공무원연금 개혁은 발전위원회 시안이 제출되어 있다. 2003년 국민연금 개혁 논의가 시작되던 당시, 운동진영은 정부의 개혁 구상이 재정고갈 위험만을 고려하여 사각지대나 낮은 보장성, 기금운용 체계·방식과 같은 긴급한 쟁점들을 오히려 후퇴시키려 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정치권 내의 논의가 급진전을 이루는 과정에서 이러한 입장은 일정한 분화·굴절을 겪었다. 민주노동당이 기초연금 도입을 전제로 한 국민연금 개혁안을 제안한 것과 정부 주관 하의 <저출산·고령화대책연석회의>1)에 참가한 일부 시민단체들이 정부의 개혁방안을 수용한 것이 주요한 계기였다. 이들은 정부의 개혁방안을 큰 틀에서 수용하는 가운데, 기초연금을 더욱 확대하는 방안이나 저소득층 보험료 지원 사업 등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한 대안을 적극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어떤 의미에서 현재 국민연금 개혁을 둘러싼 논의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볼 수 있다. 연금제도의 측면에서 보자면, 공적연금(국민연금)-사적연금(퇴직연금)-개인보험으로 구성되는, 세계은행과 같은 신자유주의 집행기관들이 장려하는 다층적 노후소득보장체계의 도입이 기정사실화되어 추진 중이다. 또한 운동진영 내적으로 민주노동당에서 제안하는 국민연금 보험료 지원 사업을 둘러싸고 계급적 해법이 될 수 있는가에 대한 논쟁이 불붙고 있다. 더욱이 보험료 지원 사업에 관해서는 소득연대전략, 사회연대전략 등을 표방하며 추가적인 정책대안이 제안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이 문제는 노동자운동의 전략을 둘러싼 논쟁의 한 축으로 확대되고 있다. 사회진보연대는 정부 연금 개혁의 본질이 막대한 적립금을 유지하여 연기금의 금융화를 더욱 확대하는 데 있으며, 이는 노동자 민중의 노후소득을 금융자본의 불안정성과 직접 연계시키는 매우 위험한 발상임을 중심적으로 비판해왔다. 따라서 정부가 추진하는 연금 개혁의 기만성을 폭로하며 현행 연금제도를 방어하는 투쟁을 진행하는 가운데, 실질적인 노후소득 보장이 가능한 민중적 대안을 모색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 글의 기본 목적은 이런 문제의식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데 있다. 2월 임시국회에서 실제 법이 개정되든 안 되든 상관없이 정부의 신자유주의적 연금 개혁과 연금기금의 금융화를 확대하려는 시도는 지속될 것이므로, 연금 개혁의 본질과 대응 원칙에 대한 대중적 논의는 더욱 확대되어야 한다. 나아가 그 동안 연금 개혁에 대한 대응 과정에서 형성된 쟁점뿐만 아니라 현재의 논의지형과 향후 전개방향을 차분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 이로부터 민중적인 대안을 구성함에 있어서 사회운동이 지향해야 할 방향과 원칙에 대한 합의를 모아나갈 필요성을 제기하고자 한다. 국민연금 개혁 논의 과정과 쟁점 국민연금 개혁의 과정과 쟁점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우선 연금제도의 기본 형태를 살펴보도록 하자. 연금제도는 기금의 적립여부, 그리고 보험료와 급여액 중 어떤 것을 사전에 확정하고 가느냐를 주요 축으로 하여 구성된다. 보험 가입자의 보험료와 국고보조금, 이자 등을 꾸준히 축적한 적립금에서 급여를 지급하는 방식을 적립방식, 한해에 필요한 보험 급여액을 산정하여 이를 현세대 보험 가입자들이 납부하는 방식을 부과방식이라 한다. 한편 퇴직 후 받을 급여액을 처음부터 확정하는 방식을 확정급여형(DB, define benefit), 급여는 사전에 정해져 있지 않고 보험료만 정해 놓는 방식을 확정기여형(DC, define contribute)으로 구분한다. 이 두 가지 축을 상호 교차시켜 연금제도의 여러 형태를 도출하는데, 한국의 국민연금은 수정적립식, 확정급여형 체계다. 이 때 수정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이유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순수 적립식은 논리 상 가입자가 납부한 보험료만큼만 되돌려 받는, 사실상 저축과 유사한 형태다. 그러나 국민연금은 납입한 보험료에 비해 약 2배 이상 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설계되었고, 따라서 일정한 시점이 되면 적립금의 고갈이 불가피하다. 그러므로 연금 수급이 본격화되어 기금이 소진되면 부과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은 애초 국민연금 제도 도입 당시 기본 가정에 포함되어 있었다. 1998년 국민연금이 가입대상을 전 국민으로 확대하면서 기금운용법이 제정되었고, 이에 따라 5년 마다 재정추계를 통해 재정안정성을 점검하기로 하였다. 재정추계는 경제성장률, 임금상승률, 인구성장률 등을 고려하여 이루어지고, 2003년 재정추계 당시 정부는 추계 기간을 2070년까지로 설정하였다. 여기서 정부는 인구노령화2) 문제를 집중 부각시켰다. 공적연금은 적립방식이든 부과방식이든 현세대 노동자와 후세대 노동자 간의 소득이전이 일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현재의 낮은 출산율과 고령화 문제를 통해 연금 개혁의 정당성을 확보하고자 한 것이다. 재정추계 결과 국민연금 적립기금이 2036년까지는 계속 증가하여 약 1,715조(GDP대비 약 70%)에 달하지만, 이후 급격히 감소하여 2047년이면 적립금이 고갈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이 결과를 바탕으로 국민연금 개혁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런 정부의 재정추계 방식과 그에 근거한 개혁방안에 대해 운동진영은 정부 추계 기간이 지나치게 길고, 출산율과 노령화를 기계적으로 예측하는 추계방식을 절대화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비판했다. 그리고 이와 별도로 현행 국민연금 제도가 안고 있는 사각지대 문제, 낮은 보장성 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실 사각지대 문제는 '전 국민 국민연금 시대'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매우 심각하다. 현재 국민연금의 사업장 가입자는 약 800만 명, 지역 가입자는 약 900만 명으로, 총 1,700만 명 정도가 국민연금에 가입해 있다. 전체 노동자 1,500만 명(공무원연금, 사학연금 가입자가 약 120만 명) 중 600만 명가량이 일용직이나 특수고용직과 같이 고용형태 상의 제한으로 가입 자체를 못하거나, 영세사업장 노동자의 경우와 같이 보험료 부담으로 가입을 회피하고 있다. 이들이 가입 자체를 배제당하는 제도 상의 사각지대에 있다면, 가입은 가능하지만 소득이 낮아 보험료를 납부하지 못하는 실질적인 사각지대에 놓인 납부예외자는 전체 가입자의 42%에 이른다. 특히 지역가입자의 절반가량인 450만 명이 이에 해당한다. 현재 한국의 경제활동인구가 2,400만 명 정도로 추산되는데, 이중 실제 보험료를 납부하는 국민연금 가입자는 고작 1,000만 명 수준에 그치고 있는 것이다3). 그러나 사각지대 문제는 이것으로 그치지 않고 보장수준 문제와 연결된다. 작년 노동부 조사에 따르면, 현재 노동자들이 한 직장에서 머무는 평균 기간은 6년 정도로 나타났다. 국민연금 현행제도 60% 급여율이나 개정안 50% 급여율은 모두 40년 가입을 조건으로 하는데, 불안정한 고용기간을 감안하면 실제 보장수준은 20% 안팎에 불과할 것이다. 당시 정치권 내에서는 정부 여당의 보험료를 높이고 급여율을 낮추는 개혁방안(모수적 개혁안)과 한나라당, 민주노동당의 기초연금 도입을 전제한 국민연금 조정 방안(구조적 개혁안)이 팽팽히 맞섰다. 정부 여당의 경우 재정안정화를 먼저 해결하고 사각지대, 보장성 등의 쟁점은 추후에 논의하자고 주장했다. 한나라당과 민주노동당은 기초연금 도입 자체에서는 주장이 일치했지만, 세부적인 내용이나 명분은 달랐다4). 한나라당 안은 이른바 '국민연금 8대 비밀'로 상징되는 국민연금에 대한 대중적 불신에 편승하여, 세간의 평처럼 노인들 표를 의식한 전형적인 인기영합식 정책에 불과했다. 민주노동당은 국민연금의 후퇴를 다소 감수하더라도 사각지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초연금 도입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이런 논의지형이 유지되던 가운데 작년 여름 경 정부 여당이 기초노령연금 도입을 수용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는데, 합의된 개정법안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국민연금은 평균소득액의 60%인 연금 급여 수준을 2008년부터 50%로 낮추고, 보험료율은 현행 소득의 9%에서 2009년부터 2018년까지 매년 0.39% 포인트씩 높여 12.9%까지 단계적으로 인상한다. 그리고 기초연금은 2008년 1월부터 70세, 7월부터 65세 이상 노인 중 소득 하위 60%를 대상으로 국민연금 가입자 평균 소득의 5%의 급여(2008년 기준 8만9000원)를 지급한다. 이밖에 출산 시 최장 50개월, 군복무 기간 중 6개월은 보험료를 납입한 것으로 인정하는 크레딧 제도를 도입하는 등의 변화가 있다5)6) 신자유주의적 연금 개혁의 기본가정과 본질 앞서 언급했듯이 한국 국민연금의 수정적립방식은, 논리상으로 보자면, 미래의 일정 시점에 적립금이 고갈되어 급여가 중단되는 것이 아니라 고갈된 그 시점부터 부과방식으로 전환되어 그 해에 필요한 급여총액을 산정하고 가입자들이 나누어 납부하는 것이다. 만일 적립방식을 유지하면서 재정고갈을 피하고자 한다면, 주기적으로 재정을 추계하여 수익비를 저축과 가깝게 최대한 낮추고 급여율도 꾸준히 높여가는 방식을 택하는 수밖에 없다. 현재 정부가 제안하여 법 개정이 예정되어 있는 방안이 바로 이런 방식이다. 이에 대해 사회진보연대를 비롯한 운동진영 일각에서는 애초의 제도 설계의 전제도 그러한 바, 장기적으로는 국민연금을 부과방식으로 전환할 것을 주장했는데, 여기서 이 주장의 핵심을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다. 그 핵심은 국민연금이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급여율과 보험료율을 조정하는 데 있어 부과방식이 적립방식보다 우월하다는 것이 아니다. 예를 들면, 정부 추계에 근거해 2045년 즈음을 바라보며 부과방식으로 전환을 추진했을 때, 보험료율의 인상이나 급여율 하락이 불필요한가? 현재 연금 개혁을 강제하는 객관적 조건과 연금제도의 기본 틀이 유지된다면 부과방식 하에서도 이는 불가피하다. 적립방식이든 부과방식이든 연금은 급여를 지급하는 시점의 노동인구의 수와 그들의 부담능력에 의존하는 것이기 때문에 인구노령화가 객관적 조건임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런데 문제는 이것이 단지 부양의무를 가진 집단과 부양을 받아야 할 집단의 구성비 문제로 단순화될 수 없다는 것이다. 즉, 거기에는 노동기간, 퇴직기간, 생산성, 임금률 등의 다양한 변수가 연계되어 있다. 여기서 노무현 정부를 비롯한 신자유주의 지배계급의 연금 개혁의 본질이 확인된다. 인구노령화를 부르짖으며 연금 개혁을 추진하지만, 문제의 해법에서는 전혀 다른 행보를 그리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면, 노동기간과 퇴직기간의 불균형 요인을 해결하고 실업률을 낮추는 것은 인구노령화로 인한 문제를 해소하는 가장 현실 가능한 대안 중의 하나다. 그런데 신자유주의 정책개혁 하에서 고용추세는 이와 정반대의 방향으로 진행되어 왔다. 또한 전형적인 신자유주의적 방식의 변종들도 여러 형태로 나타났다. 노르웨이를 비롯한 일부 북유럽 국가들은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한다는 명분으로 조기퇴직을 장려하는 정책을 폈는데, 그로써 연금과 실업보험의 재정은 악화되었고, 노동시장에 새롭게 진입한 청년세대의 일자리는 대부분 비정규직이었다. 결국 불안정노동이 확대되고 신자유주의적 연금 개혁을 추진할 수 있는 토양이 강화되는 결과를 만든 것이다. 따라서 공적연금 축소와 민간보험 확대로 나타나는 신자유주의적 연금 개혁은 인구고령화 시대에 어쩔 수 없는 선택지가 아니다. 오히려 공적연금이 담당해온 노후소득보장체계와 거기서 국가가 담당해 온 보충적 역할을 포기하는 것뿐만 아니라 연금제도를 신자유주의 정책개혁의 자원으로 적극 활용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1990년대 이후 시행된 많은 국가들의 연금 개혁은 세계은행이 제시하는 방안을 하나의 규범처럼 수용했다. 세계은행은 1980년대 제3세계 국가들의 연금운용에 관여한 경험을 토대로, 1994년 「고령기 위기의 회피」라는 보고서를 발간했다. 여기서 담고 있는 내용이 익히 알려진 공적연금-사적연금-개인보험의 3층 체계 방안이다. 재정안정을 위해 정부부담을 축소하고 위험부담을 분산시킨다는 명문으로, 공적연금의 급여수준을 최소화하고 사적연금의 가입을 국가가 강제함으로써 사적연금 가입의 유인을 높이는 구상이었다. 1990년대 많은 국가들의 연금 개혁이 이와 같은 양상으로 진행되었다. 2005년 세계은행은 두 번째 보고서 「21세기 노인 소득지원」을 발간했는데, 그 주요 내용은 3층 체계에 더해 빈곤층, 비정규직 등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을 위한 0층(사회부조 차원의 기초연금)을 신설할 것과 1층 공적연금의 소득비례 부분을 강화할 것, 그리고 4층을 신설해 빈곤층 노인에 대한 주택, 의료서비스를 강화하고 가족 내 부양프로그램을 강화하는 것이다. 1994년 개혁에 대한 평가를 통해 추가적인 개혁방안을 내놓은 것인데, 공적·사적 연금 모두에서 배제되는 극빈계층에 대한 보완책을 마련할 것과, 사적부문 활용방안을 더욱 높이는 것이 핵심이다. 세계은행의 새로운 권고안은 극도의 빈곤이 사회적 위험요인이 되지 않도록 적정수준에서 생활보장을 제공하는 소득지원 정책의 확대라는 신자유주의 복지개혁의 전반적인 방향7)과 부합한다. 이렇게 볼 때 현재 한국의 국민연금 개혁은 세계은행의 1994년, 2005년 보고서에서 제안하는 개혁방안이 동시에 추진되는 것이라 볼 수 있으며, 추가적인 개혁이 진행될 것임을 예상할 수 있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개혁안에 포함된 기초연금은 사실 그 대상이나 급여수준 면에서 사회부조 수준을 넘지 못한다. 세계은행이 제안한 0층의 기초연금도 스웨덴과 같은 국가에서 개혁 이전에 시행하던 것과는 질적으로 다르고, 공적부조와 노령수당 등을 모두 포함한다.8) 또한 국민연금의 급여 삭감분이 기초연금 도입으로 상쇄될 것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국민연금 수급 대상자들 대부분은 기초연금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국민연금 가입자들의 급여하락은 불가피하다. 이번 연금 개혁이 기초연금의 도입과 국민연금의 후퇴를 교환하는 방식이었듯이, 현재와 같은 다층적 연금구조 하에서 기초연금을 확대하는 것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 오히려 2008년, 2013년 재정추계를 통해 공적연금을 더욱 축소하거나, 세계은행의 새로운 권고안처럼 공적연금에서 균등부분을 제거하고 소득비례 부분만을 남기는 방향9)의 개혁이 추진될 것이 분명하다. 연금기금 금융화 확대의 논리: 안정적이고 공익적인 금융투자? 이와 같은 신자유주의적 연금 개혁이 추진되는 근본적인 배경에는 금융자본의 확장이 놓여 있다. 오늘날 세계적으로 각종 연기금은 금융투자의 원천인데, 공적연금 적립기금과 적립식 민간보험의 기금을 확대하여 금융투자를 활성화하는 것이 주요 목적이다. 연기금은 뮤추얼펀드, 보험회사와 함께 3대 기관투자자를 구성하고 있다. 따라서 국민연금을 부과방식으로 전환하자는 주장의 핵심은 연금기금의 금융화를 저지하는 투쟁이 연금 개혁에 맞선 투쟁의 주요한 한 축이 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정부 연금 개혁 방안은 무리한 재정추계를 동원해가면서까지 적립방식의 유지를 고집했는데, 국민연금 적립금 규모는 2006년 10월 기준 185조원, 개정법안의 추계에 근거하면 2054년에 5,820조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액수가 된다. 이 엄청난 규모의 기금을 어떻게 활용할지는 당연히 중요한 문제일 수밖에 없는데, 해외 투자자들과 외신은 한국 연금 개혁의 향방을 중국의 저축율과 함께 아시아의 주식시장을 활성화하는 데 핵심적인 문제로 보고 엄청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표1> 국민연금 투자 내역 (단위: 억)
구분 | 2001 | 2002 | 2003 | 2004 | 2005 | 2006(6월 기준) |
---|---|---|---|---|---|---|
공공부문 | 307,846 | 301,989 | 152,512 | 63,770 | 0 | 0 |
복지부문 | 6,325 | 5,259 | 4,397 | 3,752 | 3,145 | 2,753(0.2%) |
금융부문 | 442,232 | 620,489 | 965,770 | 1,261,851 | 1,556,150 | 1,739,562(99%) |
기타부문 | 2,687 | 2,816 | 2,998 | 3,396 | 3,532 | 14,949(0.8%) |
계 | 759,091 | 930,552 | 1,125,677 | 1,332,769 | 1,562,828 | 1,757,263(100%) |
현행 | 열린우리당 | 민주노동당 | 한나라당 | 3당합의 | |
급여율 | 60% | 50% | 40% | 20% | 50% |
보험료율 | 9% | 9% | 9% | 7% | 9-12.9%까지 점진적 인상 |
기초(노령)연금 65세 이상 | 없음 | 노인 60% 7-10만원 | 노인 80% 8만 3천원 | 노인 100% 월14만원 | 대상 노인 60% 월 8만 3천원 |
: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 반대 투쟁의 기초 위에서 노동자 민중의 지혜를 모으자!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 연금 개혁 논쟁 이른바 '더 내고 덜 받는' 방향의 연금 개혁안이 작년 말 국회 상임위를 통과하여, 2월 임시국회 본회의 처리를 앞두고 있다. 또한 국민연금 개혁과 연동되어 추진 중인 공무원연금 개혁은 발전위원회 시안이 제출되어 있다. 2003년 국민연금 개혁 논의가 시작되던 당시, 운동진영은 정부의 개혁 구상이 재정고갈 위험만을 고려하여 사각지대나 낮은 보장성, 기금운용 체계·방식과 같은 긴급한 쟁점들을 오히려 후퇴시키려 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정치권 내의 논의가 급진전을 이루는 과정에서 이러한 입장은 일정한 분화·굴절을 겪었다. 민주노동당이 기초연금 도입을 전제로 한 국민연금 개혁안을 제안한 것과 정부 주관 하의 <저출산·고령화대책연석회의>1)에 참가한 일부 시민단체들이 정부의 개혁방안을 수용한 것이 주요한 계기였다. 이들은 정부의 개혁방안을 큰 틀에서 수용하는 가운데, 기초연금을 더욱 확대하는 방안이나 저소득층 보험료 지원 사업 등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한 대안을 적극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어떤 의미에서 현재 국민연금 개혁을 둘러싼 논의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볼 수 있다. 연금제도의 측면에서 보자면, 공적연금(국민연금)-사적연금(퇴직연금)-개인보험으로 구성되는, 세계은행과 같은 신자유주의 집행기관들이 장려하는 다층적 노후소득보장체계의 도입이 기정사실화되어 추진 중이다. 또한 운동진영 내적으로 민주노동당에서 제안하는 국민연금 보험료 지원 사업을 둘러싸고 계급적 해법이 될 수 있는가에 대한 논쟁이 불붙고 있다. 더욱이 보험료 지원 사업에 관해서는 소득연대전략, 사회연대전략 등을 표방하며 추가적인 정책대안이 제안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이 문제는 노동자운동의 전략을 둘러싼 논쟁의 한 축으로 확대되고 있다. 사회진보연대는 정부 연금 개혁의 본질이 막대한 적립금을 유지하여 연기금의 금융화를 더욱 확대하는 데 있으며, 이는 노동자 민중의 노후소득을 금융자본의 불안정성과 직접 연계시키는 매우 위험한 발상임을 중심적으로 비판해왔다. 따라서 정부가 추진하는 연금 개혁의 기만성을 폭로하며 현행 연금제도를 방어하는 투쟁을 진행하는 가운데, 실질적인 노후소득 보장이 가능한 민중적 대안을 모색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 글의 기본 목적은 이런 문제의식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데 있다. 2월 임시국회에서 실제 법이 개정되든 안 되든 상관없이 정부의 신자유주의적 연금 개혁과 연금기금의 금융화를 확대하려는 시도는 지속될 것이므로, 연금 개혁의 본질과 대응 원칙에 대한 대중적 논의는 더욱 확대되어야 한다. 나아가 그 동안 연금 개혁에 대한 대응 과정에서 형성된 쟁점뿐만 아니라 현재의 논의지형과 향후 전개방향을 차분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 이로부터 민중적인 대안을 구성함에 있어서 사회운동이 지향해야 할 방향과 원칙에 대한 합의를 모아나갈 필요성을 제기하고자 한다. 국민연금 개혁 논의 과정과 쟁점 국민연금 개혁의 과정과 쟁점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우선 연금제도의 기본 형태를 살펴보도록 하자. 연금제도는 기금의 적립여부, 그리고 보험료와 급여액 중 어떤 것을 사전에 확정하고 가느냐를 주요 축으로 하여 구성된다. 보험 가입자의 보험료와 국고보조금, 이자 등을 꾸준히 축적한 적립금에서 급여를 지급하는 방식을 적립방식, 한해에 필요한 보험 급여액을 산정하여 이를 현세대 보험 가입자들이 납부하는 방식을 부과방식이라 한다. 한편 퇴직 후 받을 급여액을 처음부터 확정하는 방식을 확정급여형(DB, define benefit), 급여는 사전에 정해져 있지 않고 보험료만 정해 놓는 방식을 확정기여형(DC, define contribute)으로 구분한다. 이 두 가지 축을 상호 교차시켜 연금제도의 여러 형태를 도출하는데, 한국의 국민연금은 수정적립식, 확정급여형 체계다. 이 때 수정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이유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순수 적립식은 논리 상 가입자가 납부한 보험료만큼만 되돌려 받는, 사실상 저축과 유사한 형태다. 그러나 국민연금은 납입한 보험료에 비해 약 2배 이상 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설계되었고, 따라서 일정한 시점이 되면 적립금의 고갈이 불가피하다. 그러므로 연금 수급이 본격화되어 기금이 소진되면 부과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은 애초 국민연금 제도 도입 당시 기본 가정에 포함되어 있었다. 1998년 국민연금이 가입대상을 전 국민으로 확대하면서 기금운용법이 제정되었고, 이에 따라 5년 마다 재정추계를 통해 재정안정성을 점검하기로 하였다. 재정추계는 경제성장률, 임금상승률, 인구성장률 등을 고려하여 이루어지고, 2003년 재정추계 당시 정부는 추계 기간을 2070년까지로 설정하였다. 여기서 정부는 인구노령화2) 문제를 집중 부각시켰다. 공적연금은 적립방식이든 부과방식이든 현세대 노동자와 후세대 노동자 간의 소득이전이 일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현재의 낮은 출산율과 고령화 문제를 통해 연금 개혁의 정당성을 확보하고자 한 것이다. 재정추계 결과 국민연금 적립기금이 2036년까지는 계속 증가하여 약 1,715조(GDP대비 약 70%)에 달하지만, 이후 급격히 감소하여 2047년이면 적립금이 고갈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이 결과를 바탕으로 국민연금 개혁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런 정부의 재정추계 방식과 그에 근거한 개혁방안에 대해 운동진영은 정부 추계 기간이 지나치게 길고, 출산율과 노령화를 기계적으로 예측하는 추계방식을 절대화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비판했다. 그리고 이와 별도로 현행 국민연금 제도가 안고 있는 사각지대 문제, 낮은 보장성 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실 사각지대 문제는 '전 국민 국민연금 시대'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매우 심각하다. 현재 국민연금의 사업장 가입자는 약 800만 명, 지역 가입자는 약 900만 명으로, 총 1,700만 명 정도가 국민연금에 가입해 있다. 전체 노동자 1,500만 명(공무원연금, 사학연금 가입자가 약 120만 명) 중 600만 명가량이 일용직이나 특수고용직과 같이 고용형태 상의 제한으로 가입 자체를 못하거나, 영세사업장 노동자의 경우와 같이 보험료 부담으로 가입을 회피하고 있다. 이들이 가입 자체를 배제당하는 제도 상의 사각지대에 있다면, 가입은 가능하지만 소득이 낮아 보험료를 납부하지 못하는 실질적인 사각지대에 놓인 납부예외자는 전체 가입자의 42%에 이른다. 특히 지역가입자의 절반가량인 450만 명이 이에 해당한다. 현재 한국의 경제활동인구가 2,400만 명 정도로 추산되는데, 이중 실제 보험료를 납부하는 국민연금 가입자는 고작 1,000만 명 수준에 그치고 있는 것이다3). 그러나 사각지대 문제는 이것으로 그치지 않고 보장수준 문제와 연결된다. 작년 노동부 조사에 따르면, 현재 노동자들이 한 직장에서 머무는 평균 기간은 6년 정도로 나타났다. 국민연금 현행제도 60% 급여율이나 개정안 50% 급여율은 모두 40년 가입을 조건으로 하는데, 불안정한 고용기간을 감안하면 실제 보장수준은 20% 안팎에 불과할 것이다. 당시 정치권 내에서는 정부 여당의 보험료를 높이고 급여율을 낮추는 개혁방안(모수적 개혁안)과 한나라당, 민주노동당의 기초연금 도입을 전제한 국민연금 조정 방안(구조적 개혁안)이 팽팽히 맞섰다. 정부 여당의 경우 재정안정화를 먼저 해결하고 사각지대, 보장성 등의 쟁점은 추후에 논의하자고 주장했다. 한나라당과 민주노동당은 기초연금 도입 자체에서는 주장이 일치했지만, 세부적인 내용이나 명분은 달랐다4). 한나라당 안은 이른바 '국민연금 8대 비밀'로 상징되는 국민연금에 대한 대중적 불신에 편승하여, 세간의 평처럼 노인들 표를 의식한 전형적인 인기영합식 정책에 불과했다. 민주노동당은 국민연금의 후퇴를 다소 감수하더라도 사각지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초연금 도입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이런 논의지형이 유지되던 가운데 작년 여름 경 정부 여당이 기초노령연금 도입을 수용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는데, 합의된 개정법안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국민연금은 평균소득액의 60%인 연금 급여 수준을 2008년부터 50%로 낮추고, 보험료율은 현행 소득의 9%에서 2009년부터 2018년까지 매년 0.39% 포인트씩 높여 12.9%까지 단계적으로 인상한다. 그리고 기초연금은 2008년 1월부터 70세, 7월부터 65세 이상 노인 중 소득 하위 60%를 대상으로 국민연금 가입자 평균 소득의 5%의 급여(2008년 기준 8만9000원)를 지급한다. 이밖에 출산 시 최장 50개월, 군복무 기간 중 6개월은 보험료를 납입한 것으로 인정하는 크레딧 제도를 도입하는 등의 변화가 있다5)6) 신자유주의적 연금 개혁의 기본가정과 본질 앞서 언급했듯이 한국 국민연금의 수정적립방식은, 논리상으로 보자면, 미래의 일정 시점에 적립금이 고갈되어 급여가 중단되는 것이 아니라 고갈된 그 시점부터 부과방식으로 전환되어 그 해에 필요한 급여총액을 산정하고 가입자들이 나누어 납부하는 것이다. 만일 적립방식을 유지하면서 재정고갈을 피하고자 한다면, 주기적으로 재정을 추계하여 수익비를 저축과 가깝게 최대한 낮추고 급여율도 꾸준히 높여가는 방식을 택하는 수밖에 없다. 현재 정부가 제안하여 법 개정이 예정되어 있는 방안이 바로 이런 방식이다. 이에 대해 사회진보연대를 비롯한 운동진영 일각에서는 애초의 제도 설계의 전제도 그러한 바, 장기적으로는 국민연금을 부과방식으로 전환할 것을 주장했는데, 여기서 이 주장의 핵심을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다. 그 핵심은 국민연금이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급여율과 보험료율을 조정하는 데 있어 부과방식이 적립방식보다 우월하다는 것이 아니다. 예를 들면, 정부 추계에 근거해 2045년 즈음을 바라보며 부과방식으로 전환을 추진했을 때, 보험료율의 인상이나 급여율 하락이 불필요한가? 현재 연금 개혁을 강제하는 객관적 조건과 연금제도의 기본 틀이 유지된다면 부과방식 하에서도 이는 불가피하다. 적립방식이든 부과방식이든 연금은 급여를 지급하는 시점의 노동인구의 수와 그들의 부담능력에 의존하는 것이기 때문에 인구노령화가 객관적 조건임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런데 문제는 이것이 단지 부양의무를 가진 집단과 부양을 받아야 할 집단의 구성비 문제로 단순화될 수 없다는 것이다. 즉, 거기에는 노동기간, 퇴직기간, 생산성, 임금률 등의 다양한 변수가 연계되어 있다. 여기서 노무현 정부를 비롯한 신자유주의 지배계급의 연금 개혁의 본질이 확인된다. 인구노령화를 부르짖으며 연금 개혁을 추진하지만, 문제의 해법에서는 전혀 다른 행보를 그리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면, 노동기간과 퇴직기간의 불균형 요인을 해결하고 실업률을 낮추는 것은 인구노령화로 인한 문제를 해소하는 가장 현실 가능한 대안 중의 하나다. 그런데 신자유주의 정책개혁 하에서 고용추세는 이와 정반대의 방향으로 진행되어 왔다. 또한 전형적인 신자유주의적 방식의 변종들도 여러 형태로 나타났다. 노르웨이를 비롯한 일부 북유럽 국가들은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한다는 명분으로 조기퇴직을 장려하는 정책을 폈는데, 그로써 연금과 실업보험의 재정은 악화되었고, 노동시장에 새롭게 진입한 청년세대의 일자리는 대부분 비정규직이었다. 결국 불안정노동이 확대되고 신자유주의적 연금 개혁을 추진할 수 있는 토양이 강화되는 결과를 만든 것이다. 따라서 공적연금 축소와 민간보험 확대로 나타나는 신자유주의적 연금 개혁은 인구고령화 시대에 어쩔 수 없는 선택지가 아니다. 오히려 공적연금이 담당해온 노후소득보장체계와 거기서 국가가 담당해 온 보충적 역할을 포기하는 것뿐만 아니라 연금제도를 신자유주의 정책개혁의 자원으로 적극 활용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1990년대 이후 시행된 많은 국가들의 연금 개혁은 세계은행이 제시하는 방안을 하나의 규범처럼 수용했다. 세계은행은 1980년대 제3세계 국가들의 연금운용에 관여한 경험을 토대로, 1994년 「고령기 위기의 회피」라는 보고서를 발간했다. 여기서 담고 있는 내용이 익히 알려진 공적연금-사적연금-개인보험의 3층 체계 방안이다. 재정안정을 위해 정부부담을 축소하고 위험부담을 분산시킨다는 명문으로, 공적연금의 급여수준을 최소화하고 사적연금의 가입을 국가가 강제함으로써 사적연금 가입의 유인을 높이는 구상이었다. 1990년대 많은 국가들의 연금 개혁이 이와 같은 양상으로 진행되었다. 2005년 세계은행은 두 번째 보고서 「21세기 노인 소득지원」을 발간했는데, 그 주요 내용은 3층 체계에 더해 빈곤층, 비정규직 등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을 위한 0층(사회부조 차원의 기초연금)을 신설할 것과 1층 공적연금의 소득비례 부분을 강화할 것, 그리고 4층을 신설해 빈곤층 노인에 대한 주택, 의료서비스를 강화하고 가족 내 부양프로그램을 강화하는 것이다. 1994년 개혁에 대한 평가를 통해 추가적인 개혁방안을 내놓은 것인데, 공적·사적 연금 모두에서 배제되는 극빈계층에 대한 보완책을 마련할 것과, 사적부문 활용방안을 더욱 높이는 것이 핵심이다. 세계은행의 새로운 권고안은 극도의 빈곤이 사회적 위험요인이 되지 않도록 적정수준에서 생활보장을 제공하는 소득지원 정책의 확대라는 신자유주의 복지개혁의 전반적인 방향7)과 부합한다. 이렇게 볼 때 현재 한국의 국민연금 개혁은 세계은행의 1994년, 2005년 보고서에서 제안하는 개혁방안이 동시에 추진되는 것이라 볼 수 있으며, 추가적인 개혁이 진행될 것임을 예상할 수 있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개혁안에 포함된 기초연금은 사실 그 대상이나 급여수준 면에서 사회부조 수준을 넘지 못한다. 세계은행이 제안한 0층의 기초연금도 스웨덴과 같은 국가에서 개혁 이전에 시행하던 것과는 질적으로 다르고, 공적부조와 노령수당 등을 모두 포함한다.8) 또한 국민연금의 급여 삭감분이 기초연금 도입으로 상쇄될 것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국민연금 수급 대상자들 대부분은 기초연금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국민연금 가입자들의 급여하락은 불가피하다. 이번 연금 개혁이 기초연금의 도입과 국민연금의 후퇴를 교환하는 방식이었듯이, 현재와 같은 다층적 연금구조 하에서 기초연금을 확대하는 것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 오히려 2008년, 2013년 재정추계를 통해 공적연금을 더욱 축소하거나, 세계은행의 새로운 권고안처럼 공적연금에서 균등부분을 제거하고 소득비례 부분만을 남기는 방향9)의 개혁이 추진될 것이 분명하다. 연금기금 금융화 확대의 논리: 안정적이고 공익적인 금융투자? 이와 같은 신자유주의적 연금 개혁이 추진되는 근본적인 배경에는 금융자본의 확장이 놓여 있다. 오늘날 세계적으로 각종 연기금은 금융투자의 원천인데, 공적연금 적립기금과 적립식 민간보험의 기금을 확대하여 금융투자를 활성화하는 것이 주요 목적이다. 연기금은 뮤추얼펀드, 보험회사와 함께 3대 기관투자자를 구성하고 있다. 따라서 국민연금을 부과방식으로 전환하자는 주장의 핵심은 연금기금의 금융화를 저지하는 투쟁이 연금 개혁에 맞선 투쟁의 주요한 한 축이 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정부 연금 개혁 방안은 무리한 재정추계를 동원해가면서까지 적립방식의 유지를 고집했는데, 국민연금 적립금 규모는 2006년 10월 기준 185조원, 개정법안의 추계에 근거하면 2054년에 5,820조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액수가 된다. 이 엄청난 규모의 기금을 어떻게 활용할지는 당연히 중요한 문제일 수밖에 없는데, 해외 투자자들과 외신은 한국 연금 개혁의 향방을 중국의 저축율과 함께 아시아의 주식시장을 활성화하는 데 핵심적인 문제로 보고 엄청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표1> 국민연금 투자 내역 (단위: 억)
구분 | 2001 | 2002 | 2003 | 2004 | 2005 | 2006(6월 기준) |
---|---|---|---|---|---|---|
공공부문 | 307,846 | 301,989 | 152,512 | 63,770 | 0 | 0 |
복지부문 | 6,325 | 5,259 | 4,397 | 3,752 | 3,145 | 2,753(0.2%) |
금융부문 | 442,232 | 620,489 | 965,770 | 1,261,851 | 1,556,150 | 1,739,562(99%) |
기타부문 | 2,687 | 2,816 | 2,998 | 3,396 | 3,532 | 14,949(0.8%) |
계 | 759,091 | 930,552 | 1,125,677 | 1,332,769 | 1,562,828 | 1,757,263(100%) |
현행 | 열린우리당 | 민주노동당 | 한나라당 | 3당합의 | |
급여율 | 60% | 50% | 40% | 20% | 50% |
보험료율 | 9% | 9% | 9% | 7% | 9-12.9%까지 점진적 인상 |
기초(노령)연금 65세 이상 | 없음 | 노인 60% 7-10만원 | 노인 80% 8만 3천원 | 노인 100% 월14만원 | 대상 노인 60% 월 8만 3천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