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1%] 지금은 새벽5시 입니다. 사회진보연대에 보낼 이 글을 쓰기 위해 집에서 나와 평화바람숙소에 왔습니다. 초등학교가 무너진 이후 컴퓨터를 쓰는 일이 쉽지 않아 모두가 잠든 이 시간을 이용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집에서 영농단을 거쳐 황새울 쪽으로 걸어오는데 경찰들이 영농단 가는 길에 방패를 들고 서 있었고 라이트를 켠 포클레인 두대가 논을 파고 있었습니다. 저렇게 밤새 포클레인이 땅을 파 둑을 쌓고 철조망 치는 일을 합니다. 어제 밤 내리쪽에서는 한꺼번에 열대가 넘는 국방색 포클레인이 '작업'을 하고 있는 걸 보았습니다. 처음 이곳에 포클레인이 들어왔을 때처럼 날카로운 삽날에 몸을 던지지도 못하고 이제는 그저 안타까워하며 바라보고만 있습니다. 5월 4일 그날도 이 시간 즈음이었습니다. 4시 30분에 예정되었던 '여명의 황새울'작전은 동이 트기 시작하면서 모습을 드러내었고 초등학교 앞쪽에 미군기지철조망을 뚫고 경찰이 마을에 들어왔습니다. 하루 종일 아수라장이 되었던 마을은 해가 지고 초등학교가 그 형체를 잃어가면서 그렇게 하루를 마감했습니다. 그 날 이후 주민들의 마음은 학교의 잔해만큼이나 황량합니다. 논으로 나가지 못하는 주민들은 문화예술인들이 만든 파랑새 공원에서 너른 들판을 바라보며 하루를 보냅니다. 폭풍이 지나간 마을을 청소하고 다시 한 번 마음을 다 잡아 싸움을 이어가지만 아직도 눈물이 마르지 않는 주민들을 보고 있으면 걱정이 앞섭니다. 지금 대추리 도두리 논에서는 날마다 포클레인의 작업소리가 들리고 마을 곳곳의 진입로가 차단되었습니다. 경찰은 다리를 부수고 비닐하우스를 철거하고 사람들을 통제합니다. 도두리로 들어오는 15번 버스가 며칠 째 못 들어오고 아이들의 학교차량도 출입이 어렵습니다. 군부대는 논 한가운데에 철조망을 치고 숙영지를 만들었습니다. 경찰은 작은 충돌에도 연행지침을 내려 지킴이들을 잡아들이려 하고 있습니다. 경찰과 군대가 주둔하며 버리는 쓰레기로 논은 쓰레기장이 되어가고 있고 그들이 수도물을 끌어다 써 마을주민들의 집에는 물이 나오지 않기도 합니다. 주민들은 그들과 싸우고 몰래 들어오는 사복경찰, 국방부 직원들과도 싸웁니다. 요즘 부쩍 눈에 띄는, 전경들에게 배달되는 도시락 차량을 막기도 합니다. 매일 곳곳이 아수라장이고, 그렇게 하루종일 뛰어다니다보면 하루가 저뭅니다. 이제는 기자도 잘 들어오지 않는 이곳에, 주민들과 지킴이들 몇몇만이 있는 조용한 마을에 무슨 일이라도 날까 하루 종일 마음 졸이게 됩니다. 무엇보다 이 터널같은 시간이 주민들을 더욱 체념하게 하고 지치게 할 거라는 생각에 겁이 나기도 합니다. 서울에서 날마다 촛불집회를 하고 전국에서 이 싸움에 함께 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고는 하지만 상대적으로 위축되는 주민들의 마음이 병이라도 되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하지만 아직 이곳에 산지 3개월밖에 안 되는 저를 일깨우는 것은 3년 넘게 싸우며 버텨온 주민들입니다. 이젠 드라마를 봐도 다르게 보인다고, '장길산'에서 민초들이 그렇게 저항하고 싸우려했던 게 뭘 의미하는지 이제야 알겠다며 끝까지 싸우자고 하십니다. 한국정부와 지배세력은 이해하지 못합니다. 그렇게 목숨 걸고 싸우려는 사람들을, 그들의 역사를. 숱하게 당하고도 비밀투표를 통해 '계속 싸우자' 는 결정을 한 대추리 도두리 주민들을 도저히 이해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주민들의 입에서 '반미'비슷한 말만 나와도 난리 법석입니다. 무식한 촌로들의 입에서 저런 말이 나올 리 없다고, 그럴 리 없다고, 외부세력들의 의식화의 결과라고 떠들어대는 것입니다. 주민들을 선동하는 외부세력만 축출하면, 마을을 점거하고 보상금 협상해 주민들을 내보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보상금 따위는 바라지도 않았던 주민들은 마르지 않는 눈물을 부여잡고 힘든 하루하루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옆에서 지켜보는 지킴이들은 그런 주민들이 있기에 마음을 다 잡아 갑니다. 마을 곳곳에 야만적인 침탈의 흔적이 남아있고 포클레인 소리 멈추지 않고 있지만 반드시 승리하는 민중들의 역사를 기억하며 싸움을 이어가고자 합니다. 정부는 5월 14일 예정되어 있는 범국민대회를 불허하겠다고 합니다. 벌써부터 검문이 강화되고 출입통제가 심해졌습니다. 지난 5월 5일처럼 많은 동지들이 몰려와 저들을 뚫을 수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600일을 훌쩍 넘는 주민들의 촛불행사에서 주민들은 항상 말했습니다. '질긴 놈이 이긴다'고. 지치지 않고 끈질기게 싸우기 위해서 더 많은 동지들의 연대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더 많은 사회진보연대 회원들을 만나기 바라며, 대추리에서 진재연
[%=사진1%] 많은 사람들이 이번 미군기지 확정 저지 투쟁을 효순/미선, 혹은 매향리 투쟁과 많이 비교한다. 하지만 여러 점에서 이번 투쟁은 이전과 다른 듯하다. 무엇보다 투쟁과 마주하는 이데올로기가 다르다. 두 사건은 여중생 살인, 폭격으로 인한 주민 피해라는 명백한 폭력 앞에서 진행되었다. 주한미군 철수가 아니라 SOFA가 문제였고, 폭격장의 이동이 문제였다. 하지만 이번 평택 투쟁은 처음부터 달랐다. 주한미군 철수가 모든 투쟁을 관통하는 핵심이었다. 미국기지 확장 반대가 구호이기는 했지만, 사실상 한국의 전체 미군기지는 줄어드는 상황이었고, 반대의 이유가 중요했다. 선제공격론, 신속기동군 등의 미국의 변화된 군사전략이 한반도를 비롯하여 세계 평화에 극도의 위협을 가하는 상황에서 평택의 미군기지가 그 선두에 있을 거라는 말이다. 미군기지 확장이라는 매개가 있었지만 사실상 주한미군 철수가 핵심 주장이다. 투쟁의 진행과정들 속에 환경, 주민들의 역사, 군부대 투입과 5.18의 기억 등등이 이야기되었지만, 사실 미군의 동아시아 군사 패권 전략에 대한 폭로 및 반대가 전제되지 않는 이상 그 어느 것도 시민들의 전적인 지지를 이끌어 내기 힘든 상황이다. 시민들은 이미 직감적으로 이번 문제가 단순히 주민 보상만의 문제도, 환경만의 문제도 아님을 알고 있다. 보수언론도 주일미군재편과 평택 신도시 이야기까지 꺼내며 미군유치 자체가 문제임을 숨기지 않는다. 5월 4일 5일의 투쟁으로 이제 평택 미군기지 이전 반대 투쟁은 두 번째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이제 더 이상 이 문제를 우회하고 투쟁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합리적 평화적 해결이라는 절차에 관한 문제, 군부대에 의한 폭력 문제, 주민 분들의 역사성 문제만이 아니라 이제 "세계 평화 위협, 한반도 전쟁 획책하는 주한미군 철수 주장"을 분명히 하고 시민들에게 우리가 주장하는 것이 무엇인지 분명하게 이야기할 때이다. 평택에서 이라크까지 이어지는 그 길을 만들어 갈 때이다. 사회진보연대가 그 선두에 서자!
[%=사진1%] 반복되어온 폭력과 학살의 역사, 평택에서 재현되다 역사상 지배계급의 반동은 거의 예외 없이 철저한 사전계획에 의한 것이었다. 중요한 국면전환의 시기에 지배계급은 자신들의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대중의 저항을 촉발시켜, 이를 반동적 공세의 계기로 삼는다. 그리고 가장 급진적이고 저항적인 분파나 지역을 고립시키고 극단적인 폭력을 가함으로써 전반적인 저항의 의지를 상실하게 만들었다. 1980년 신군부는 5월 이전부터 이미 학살을 위한 체계적인 계획과 준비를 마련하고 있었다. 작전개시의 시점은 10.26사태 이후의 대중투쟁이 ‘단계적 투쟁론’을 근거로 일시적으로 소강된 시기였고, 신군부는 ‘광주’라는 특정 지역을 철저하게 고립시키고 학살을 자행하여 공권력의 위력을 과시함으로써 대중들의 봉기 가능성을 제거했다. 5.18 이후에도 이러한 방식은 비록 광주학살에 비해 소규모이기는 하지만 수차례 반복되었다. 노무현 정권도 부산 APEC 반대 투쟁, 쌀개방에 반대하는 농민들의 투쟁, 그리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 등, 신자유주의가 필연적으로 초래할 수밖에 없는 민중의 저항에 대해 중요한 순간마다 무자비한 공권력을 동원해왔다. 그 과정에서 2명의 농민열사가 경찰폭력으로 사망했다. 이러한 연장선상에서 2006년 5월의 평택에서는 ‘군대투입’이라는 가장 극단적인 수단을 통해 광주의 비극이 또다시 재현되고 있다. 국방부는 5월4일 대추리에 대한 전면적인 공세를 취하기 전에 협상을 통해 유화국면을 조성하는 척했다. 그러나 뒤로는 군대주둔을 위한 사전훈련까지 마쳤고, 협상무산을 신호로 그 책임을 대책위에게 떠넘기며 군경합동작전을 통해 인정사정없는 폭력을 행사하고, 황새울 벌판을 철조망으로 봉쇄했다. 지금의 평택이 과거의 광주와 다른 점이 있다면 80년 광주의 ‘화려한 휴가’는 완결되고 총체적인 지배계급의 작전이었던 반면, 2006년 5월 ‘여명의 황새울’은 아직까지는 완결되지 못한, 미군기지 확장을 위한 한 단계에 국한된 작전이라는 점이다. 그러나 80년 당시 국면이 지배계급에게 사활적이었듯이, 미국의 세계질서재편에 조응하여 정치적 군사적 재편을 이루어야할 2006년 현재의 국면 또한 사활적이기 때문에, 미군기지 확장을 관철시키기 위한 총체적이고 완결적인 국가의 폭력과 학살의 가능성은 열려 있다. 게다가 노무현 정권은 평화적인 문제해결의지가 전혀 없고, 시위대의 폭력을 부각시키면서 공권력 사용의 정당성과 확대사용을 주장하고 있으며, 보수반동세력은 공개적으로 국가폭력을 사용해야 한다며 연일 선동하고 있다. 이는 이 땅에 제2의 5.18의 비극이 또 다시 반복될 가능성을 드러내는 것이다 광주민중항쟁의 정신은 평택에서 되살아난다 518광주민중항쟁은 제국주의와 결탁한 국가주도의 자본축적으로 인한 불균등한 발전 속에서 생존의 근거를 빼앗기고, 열악한 노동조건에서 일해야 했던 기층 민중들이 신군부에 맞서 최후까지 가장 비타협적인 투쟁을 벌였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반제국주의, 반독점 자본의 지향을 내포한 민중항쟁이었다. 단지 지배세력은 이미 항쟁의 본질을 알고 적극적인 공세를 취했던 반면, 항쟁주체들은 역사적 한계로 그러한 투쟁의 성격을 보편화하지 못했던 것뿐이다. 그러나 항쟁 이후 민중항쟁의 한계 혹은 패배의 요인에 대한 반성은 한국 민중운동의 보편적인 정치노선에 용해되었고, 이는 신자유주의에 맞서는 투쟁으로 면면히 이어져오고 있다. 한미 FTA 저지를 위한 민중의 투쟁과 더불어, 평택의 미군기지확장저지 투쟁은 피할 수 없는 대결의 지점이다. 미국은 한국에게 무리한 FTA 협상을 강요하고, 한미동맹의 재편 과정에서 막대한 비용부담을 요구하면서 ‘미국에 대한 완전한 종속인가? 아니면 미국주도의 세계화에서 이탈할 것인가?’의 선택을 강요하고 있다. 이에 대해 노무현은 적극적으로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고자 하며, 여기에 정권의 명운을 걸고 있다. 미국은 현재 주일미군과 자위대의 일체화 전략, 전략적 유연성에 기반을 둔 한미군사동맹의 재편을 통해 중국, 러시아, 북한을 견제하는 동아시아 군사전략을 추진 중이고, 이에 대해서도 노무현 정권은 적극적으로 수용한 상태다. 그러나 한미 FTA의 체결과 전략적 유연성에 근거한 주한미군의 재편은 민중의 삶의 조건을 송두리째 제어할 수 없는 거대한 위험 속에 빠뜨릴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민중들은 적극적으로 저항할 수밖에 없으며, 그래서 2006년 5월의 국면은 1980년 5월 국면이만큼이나 무겁다. 80년 5월의 이루지 못한 항쟁의 정신을 평택에서 되살려야 한다. 지난 25년의 투쟁의 역사 속에서 수많은 민중운동의 주체들이 형성되었고, 연대의 중요성을 체득해왔다. 뿐만 아니라, 민중운동의 주체들은 평택의 조그만 시골마을에서 벌어지는 군사기지확장의 추상적인 본질까지도 명확하게 인식하고 있다. 또한 무자비한 폭력을 감시하는 수많은 카메라와 인터넷망이 있다. 아직 끝나지 않은 싸움, 그러나 반드시 이겨야할 싸움을 위해 다시 한 번 80년 5월의 정신을 가슴에 되새기자.
[%=사진1%] 5월 4일 저 잔혹한 ‘여명의 황새울’ 작전이 개시된 이래, 국가와 지배계급들은 가히 광기어린 탄압으로 일관하고 있다. 불법적인 군사보호구역 설정, 80년 5월 광주항쟁 이래 26년만의 군 투입, 대추분교 진입 당시 경찰청 인권위원조차 ‘피바다’라 부를 만큼 끔찍하고 야만적으로 행사된 경찰폭력, 원래는 자신들의 사무실로 쓰겠다고 했던 대추분교의 강제철거, 4일에만 524명을 연행하고 5일 밤에는 10시 당시 집 밖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100여명을 연행한 계엄적 조치, 법원조차 대부분을 기각할 만큼 무리한 구속영장 청구, 군 철조망을 넘은 이들에 대한 군법 적용 발언, 김지태 이장의 축사에 경찰버스가 접근한 직후 발생한 방화로 추정되는 화재, 평택 시위진압 예비비로 의결된 92억 5천만 원. 그리고 앞으로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또 다른 잔혹과 폭력. 평택미군기지 확장이 지배계급들의 명운과 일치하지 않는다면 도저히 벌일 수 없는 조직적 야만들. 80년 5월 광주에서나 2006년 5월 평택에서나 미국과 한국의 지배계급들은 하나의 영혼에 의해 인도되는 하나의 육체를 가지고 있다. 한미전쟁동맹에 대해 문제제기하는 모든 시민들을 ‘불순세력’이라고 매도할 때, 지배계급들은 자신들의 순수성의 척도가 다름 아닌 미국에 대한 절대적 충성과 복종임을 수치심도 없이 폭로한다. 아니 5월 광주에서는 미국이 유혈진압을 묵인했을 뿐이지만, 5월 평택에서는 미국을 위해 민중을 압살한 것이니, 살인마 전두환에게 명패를 던져 최초로 민중들 앞에 자신의 존재를 알린 노무현의 후안무치함과 흉악함은 도리어 전두환을 넘어선다. 국가와 언론은 이 문제를 평택만의 문제로 고립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 문제를 아예 끝난 문제로 치부하고 침묵하든, 보상 문제로 호도하든, ‘일부 외부 불순 폭력’ 세력에 조종된 것이라고 하든. 80년 광주를 고립시키고 압살했던 국가와 언론은 이렇게 자신들이 하나도 바뀌지 않았거나 심지어 더 교활하게 진화했음을 증명한다. 지배계급들은 우리의 불복종과 저항을 공권력에 대한 정면 도전으로 간주하겠다고 협박한다. 하지만 근대적 공권력의 정당성을 기초 짓는 원리 곧 ‘인민주권’에 정면 도전한 자, 그리하여 가장 고전적인 의미에서의 ‘폭정’ 즉 법과 국가폭력의 사적 전유를 자행한 자, 폭정이 인민주권을 짓누를 때 우리가 의지할 수 있는 최종적 권리로서 저항권의 발동마저 부정함으로써 순식간에 근대 민주주의를 중세 봉건제와 절대군주제로 돌려놓은 저 무도하고 반동적인 폭력세력들이 누구인가. 지배계급들은 자신들의 유일한 정당성의 근거이자 입만 열면 강조해 마지않는 한반도의 안보를 근본적인 위험에 몰아넣고 있다. 평택 미군기지 확장은 주지하듯 전략적 유연성이라는 미국의 새로운 군사전략에 따른 것이다. 이는 저들 스스로 똑똑히 인정하듯, 한반도를 미국의 동북아 기동타격대의 병참기지로 만드는 것이다. 이제 한반도는,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국가라고 세계 모든 사람들이 입을 모아 지목하는 미국이 동북아 및 세계 도처에서 일으키고 다니는 분쟁의 핵심 거점이 된다. 또 미국이 ‘악의 축’으로 규정한 국가가 북한이라는 점에서, 미국과 군사동맹을 강화하면 할수록 한반도는 항상적인 전쟁위기를 겪을 수밖에 없다. 평택 미군기지 확장이 평택만의 문제가 아닐 뿐만 아니라, 가장 엄격한 의미에서의 주권의 문제인 것은 이렇듯 이 문제가 안보를 가름하는 핵심 사안이기 때문이다. 국가가 황새울의 주민들을 핍박할 때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하는 ‘국책사업’이라는 말은, 이것이 최소한 국가 전체 차원의 문제임을 저들 스스로 인정한 것과 다를 바 없다. 그러나 국가는 이 문제에서 주권자인 민중을 철저하게 배제하고 기망했다. 그랬을 뿐만 아니라 자신들의 권력 행사에 정당성이 부재하다는 것이 드러날까 두려워 이를 폭로하는 모든 시민들, 평택 주민들 및 이들과 연대하려는 모든 시민들을 온갖 추잡하고 교활하며 폭력적인 수단으로 탄압했다. 황새울을 전쟁기지가 아닌 평화와 생명의 땅으로 유지할 것이고 자신의 운명을 민주적으로 결정하겠다고 한 농민들에게, 보상금을 더 타 내고 국책사업에 반항하는 집단이기주의 세력이라는 모독을 가했다. 그러나 동시에 이 사안이 저들 말대로 ‘국책사업’이고 심지어 주권적 차원의 문제라면, 몇몇 기술관료들의 자의로 결코 결정될 수 없다고, 만일 그런 식으로 처리하려 한다면 주권자의 이름으로 단호히 불복종하겠다고 말하고 이를 실천한 시민들에게는 또 어떻게 대했는가. ‘반미’ 세력이라고 색깔공세를 가하고 ‘외부’ 세력이라며 주권을 침해했으며 ‘폭력’ 세력이라며 이 끔찍한 폭력의 책임을 전가하지 않았는가. 저들이 정언명령으로 숭상하는 한미동맹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문제제기를 하면 중세의 이단과 마녀처럼 인간사냥을 당해야 했다. 그러니 지금의 대립을 친미와 반미의 대결이라고 부르지 말라. 이것은 맹목과 이성, 독재와 민주주의의 대결이다. 역사의 시계바늘을 완전히 되돌리려는 반동과의 대결이다. 또한 저 타락한 민주화 세력, 계엄령 없는 계엄세력이 군홧발로 다시 한 번 짓밟은 광주의 정신과 민주주의를 아래로부터의 저항으로 되살리기 위한 싸움이다. 이른바 ‘공화국의 위기’는 2004년 노무현을 탄핵시킨 의회가 아니라 바로 지금 2006년 5월 시민을 향해 군사작전을 행한 평택의 갈라진 들판에 있다. 아니 어쩌면 공화국의 위기를 불러온 것은 저 노무현에게 다시 권력을 돌려줌으로써 오늘의 군사작전을 벌이게 허락해 준 2004년 광화문의 촛불일지도 모른다. 당시 광화문에서 단 한번이라도 촛불을 들었던 모든 이들에게 이 사태에 대한 책임을 호소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이라크에 대한 미국의 ‘충격과 공포’ 작전이 그랬듯, 평택에 대한 국가의 ‘여명의 황새울’ 작전은 막대한 폭력과 잔혹의 상연을 통해 평택 주민들의 사기와 의지를 꺾음으로써 이 문제가 더 이상 사회화되는 것을 막으려는 목적을 갖고 있다. 지난 600여 일간 국가의 불의한 핍박에 맞서 저항함으로써 전국의 시민들 또는 저들의 표현대로 ‘외지인’들을 황새울로 불러 들였던 평택 주민들의 촛불을 꺼뜨린다면 승리를 거머쥘 수 있다고 셈하는 것이다. 저들의 비열한 폭력 따위로는 주민들의 의지에 조금의 흠결도 내지 못한다. 하지만 우리가 침묵하고 외면한다면, 그리하여 불의와 폭력에 공모한다면, 80년 광주의 시민들이 그랬던 것처럼 주민들은 죽어갈 것이다. 주민들이 죽어나간 자리에 미군의 전쟁기지가 세워질 것이고, 세계의 분쟁이 우리를 찾아올 것이고, 국가의 불의에 저항하고 불복종하는 모든 시민들은 평택 시민들이 그랬던 것처럼 고립된 채 죽어갈 것이다. 평택 주민들은 자신의 온몸을 던져 평화와 정의, 주권을 위해 싸웠다. 적들의 가혹한 탄압 앞에서 그들은 우리에게 말한다. 이제는 당신들의 차례, 당신들의 책임이라고. 그들의 부름에 우리는 무엇이라고 답할 것인가. 우리가 아직 주권자라면, 또는 차라리 주권자이고자 한다면, 우리는 5월 13일 서울 광화문에서, 그리고 무엇보다 5월 14일 평택에서 그들과 함께 서서 불의한 국가에 저항함으로써, 국가의 분열 책동이 헛수고에 불과함을, 그리고 우리의 존엄성이 지극히 두려운 것임을 국가에게 가르쳐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80년 광주를 외면한 후 그랬던 것처럼 국가에 대한 두려움에 가득 찬 종복으로 전락할 것이다. 주권자인가 신민인가, 우리 앞에 던져진 질문은 바로 이것이다. 우리는 여기에 무엇이라 답할 것인가.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그리 많지 않고, 여기서 내린 결정은 오랜 시간 동안 우리를 규정할 것이다. 광주를 외면한 후 우리는 적어도 7년을 기다려야 했다. 그러나 한반도가 미군의 병참기지가 되어 미국이 일으킨 전쟁과 그에 대한 보복의 악순환이 우리의 삶과 정치를 뒤덮게 된다면, 우리에게는 영영 기회가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5.18 정신계승 군부대 철수! 평택미군기지확장 전면 재검토! 평화농사 실현 범국민대회에 즈음한 평택범대위의 입장 5월 4일과 5일, 군·경·용역 1만5천여 명을 동원한 야만적 국가폭력이 자행된 뒤, 그 날의 참상이 알려지면서 국방부의 무모한 군 투입과 경찰의 광적인 폭력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전국 각지에서 이에 항의하는 자발적인 촛불행사가 줄을 잇고 있으며, 평택사태를 대화를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국방부와 숭미사대주의 언론은 백만장자인 주민대책위 핵심간부들이 생존권 운운한다느니, 주민은 보상을 원하는데 외부세력이 주민을 사주하여 반미의 축제를 벌이고 있다느니, 군인이 시위대에 일방적으로 맞았다느니 하는 대대적인 음해공작을 벌이고 있다. 방송들은 군경이 맞는 장면을 주로 방영하여 사실을 은폐·왜곡하고 있다. 왜곡되고 조작된 여론에 기대어 국방부는 주둔군에 대한 진압봉 지급, 철조망 진입자에 대한 군형법 적용을 공언하고 있으며, 검경은 범대위 간부들에 대한 소환장을 발부하는 등 총체적인 공세와 협박을 가하고 있다. 많은 국민들이 걱정하고 있는 평택사태의 근원은 주민의 평화적 생존권을 유린하고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는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을 뒷받침하기 위한 평택미군기지 확장사업을 주민과의 사전협의나 국민적 동의 과정을 거치지 않은 채 한미양국이 밀실에서 일방적으로 합의한 데 있다. 사태가 파국으로 치닫고 있는 직접적 원인도 국방부가 군사시설도 없는 곳에 보호구역을 지정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철조망과 막사를 설치한 데 있다. 더욱이 국방부가 설치한 군사시설보호구역은 해당지역에 아무런 군사시설도 없는 5월 1일에 지정한 것으로서 위법 부당한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이에 우리는 불법적으로 지정된 군사시설보호구역과 군부대 철수를 촉구하고 주한미군 추가감축에 따른 평택미군기지 확장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며, 평화농사 실현을 다짐하는 범국민대회를 평택 현지에서 개최할 것이다. 아울러 평택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사회적 협의기구 구성을 촉구할 것이다. 또한 구속자 석방과 폭력 진압 책임자 처벌, 국방부장관 및 경찰청장 퇴진을 요구하고 노무현 대통령에게 최종적인 책임을 물을 것이다. 우리는 각계각층이 참여하는 평화적이고 대중적인 방식으로 이 대회를 성사시킬 것이다. 이번 대회는 특히, 광주민중항쟁 26주년을 기념하여 5.18 정신계승대회로 치러진다. 80년 광주에서처럼 고립되어 군경과 맞서 싸우는 평택에서 5.18 정신계승대회를 치르는 것은 그 뜻을 실질적으로 이어받는 대회라는 점에서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우리는 정부가 자의적 판단으로 집회를 불허하거나 국민의 정당한 의사 표현을 힘으로 짓밟겠다는 태도를 바꿔 평화적 집회를 보장하고, 국민의 요구를 받들어 이제까지의 일방적이고 강압적인 태도를 버리고 대화를 통해 평화적으로 평택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할 것을 촉구한다. 2006. 5. 11 평택미군기지확장저지 범국민대책위원회
- 목 차 - 평택 국가폭력 인권침해 1차 진상조사 보고서 1. 보고서 작성배경 2. 사건경과 2-1. 사건일지 2-2. 피해현황 (1) 농지파괴 및 대추분교파괴 현황 (2) 5월 4일, 5월 5일 연행자 현황 (3) 부상자 피해상황 3. 군부대 동원의 위헌성 및 군부대에 의한 민간인 피해 3-1. 군부대 동원의 위헌성 및 여러 법적 문제들 (1) 군사시설보호법의 위헌성 (2) 행정대집행에 의한 강제퇴거 (3) 군사시설 보호구역 훼손과 초병에 대한 폭행 협박 등 군형법 적용가능성 3-2. 거짓과 왜곡으로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는 국방부 (1) 외부세력의 배후조종에 이용당하는 주민들이라는 거짓 (2) 막대한 예산의 추가 소요와 한미 간 외교적 문제로의 비화가능성이라는 거짓 (3) 충분한 보상금을 받는 주민들의 생존권 위협은 어불성설 (4) 지역주민의 이행과 협조 속에 사업을 추진한다는 거짓 (5) 군입접촉과 특공대 투입은 없을 거라더니… 3-3. 군병력의 민간인 폭행 및 군투입으로 인한 주민의 인권침해 (1) 군병력의 민간인 폭행 경과 (2) 군병력에 폭행당한 피해자의 증언 (3) 군주둔으로 인한 주민의 인권침해 4. 진압, 연행, 수사과정에서 경찰이 자행한 인권침해 4-1. 무차별적 폭력진압에 따른 인권침해 (1) 경찰폭력 사례 정리 - 차량 파손 및 운전자 폭행 - 누워서 농성하는 사람들을 밟고 지나가고 방패와 곤봉으로 찍음 - 최루탄과 소화기, 물대포 사용 - 방패가격 - 곤봉가격 - 군홧발가격 - 돌과 의자조각들 던짐 - 토끼몰이 - 욕설 - 실신한 사람을 가격하고 119 구급대를 진입을 막음 (2) 여성에 대한 폭력 - 물리적 폭력 - 성추행 (3) 기타 - 남성성추행 - 용역 (4) 진압과정의 위법성 (5) 5월 4일 경챨폭력 피해자 분석결과 4-2. 연행 및 수사과정에서의 인권침해 (1) 연행과정에서의 인권침해 - 미란다원칙미고지 등 불법연행 - 연행, 이송과정에서의 폭력 - 성추행 - 억류 (2) 수사과정에서의 인권침해 - 불법 영치물 수색 - 알몸검신 - 변호인 접견권 침해 (3) 묻지마 연행 4-3. 주거지 통행제한 및 마을봉쇄로 인한 인권침해 - 통행차단 및 불법 불심검문 - 영장없는 가택침입 - 학습권 침해 - 김지태 위원장 우사 화재 5. 결론 : 진상조사 결과와 요구사항 5-1. 진상조사 결과 5-2. 진상조사단의 입장과 요구사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