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인력 문제의 해결방향은 열악한 노동조건 개선과 의료서비스의 질을 제고하는 것이다 간호조무사 폐지에 반대하는 간호사와 찬성하는 간호조무사의 대립을 부각하는 기사들이 연일 보도되고 있다. 논란은 지난 2월 14일 보건복지부가 보건의료직능발전위원회를 통해 발표한 ‘간호인력 개편방향’(이하 개편안)으로 촉발되었다. 개편안이 발표되자 해당 직종 사이에 논란이 일었고, 급기야 개편안을 ‘간호사/간호조무사 일원화’로 규정하면서 계획을 철회할 것을 주장하는 청원에 네티즌 15,000여 명이 서명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개편안의 가장 큰 문제는 이러한 상황을 만든 것 자체에 있다. 정부는 지방 중소병원의 인력 부족 문제와 간호조무사의 관리 부실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이번 개편안을 제시했지만, 문제가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간의 갈등으로 흘러가면서 개편안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이 사안을 직역간 문제로만 볼 수는 없다. 우리사회의 열악한 간호서비스 문제는 공공연한 사실이고, 병원·의원에서 벌어지는 무자격자의 간호업무 수행 역시 심심찮게 문제가 되고 있다. 모든 사람들이 의료서비스의 잠재적 이용자라는 점에서 이번 문제는 우리 사회 전체가 고민해야 할 문제이다. 하지만 간호인력 배치의 근본적 문제에 대한 논의를 촉발시키고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당사자인 간호사, 간호조무사의 입장과 행동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 또한 사실이다. 먼저 이번 개편안 관련 논란을 살펴보고 문제점은 무엇인지 알아보자. 또한 ‘간호인력 개편방향’에 반대하고 있는 당사자인 간호사 및 간호대학생의 대응방향에 대해서도 고민해보자. ‘간호인력 개편방향’ 논란 개편안의 주요 내용은 두 가지다. 먼저 간호인력체계를 <간호사-1급 실무간호인력-2급 실무간호인력(가칭)>으로 구성해, 1급 간호실무인력은 2년의 대학교육을 이수하도록 하고 2급 실무간호인력은 특성화 고등학교 과정이나 보건복지부가 지정한 교육과정을 이수하도록 한다. 또한 1급 실무간호인력이 의원급에서는 독립적간호업무 및 진료보조업무(의사의 지도·감독 하에서)를 볼 수 있게 하며, 일정 경력 이상의 1급 실무간호인력(2급 실무간호인력)이 일정기간 교육을 거쳐 간호사(1급 실무간호인력) 시험에 응시할 수 있도록 한다. 요약하면 현재의 간호사-간호조무사 2단계 체계를 3단계 체계로 바꿔서 ‘대학 2년 교육을 받은 간호사’를 신설하는 것, 그리고 간호사/간호조무사 사이에 분명한 구분이 있던 기존 체계를 바꾸어 경력상승체계를 만드는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개편안의 배경을 두 가지로 밝힌다. 먼저 간호인력 부족과 그에 따른 업무부담 가중, 간호조무사 양성과정의 관리 부실 및 업무범위 논란 등을 해결하는 것이다. 그리고 2012년 간호조무사시험 응시자격요건을 규정한 「간호조무사 및 의료유사업자에 관한 시행규칙」(이하 간호조무사 규칙) 개정을 둘러싸고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간 발생한 갈등을 봉합하는 것이다. 그러나 갈등은 봉합되지 않고 있다. 대한간호협회(이하 간협)는 이번 방안에 대해 반대한다. 지난 2월 20일에 열린 정기대의원총회에서 간협은 보건복지부에 장기 간호인력 개편방향의 전면 재검토를 촉구하고 협회 내 별도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대한간호조무사협회는 홈페이지를 통해 ‘국민 입장에서는 제대로 양성 및 관리된 간호조무사에게 간호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고 간호사 입장에서는 간호팀의 리더로서 전문성을 요구하는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위상이 정립될 것이다’라며 개편안에 대해 환영하고 있다. 이에 따라 관련 법령이나 시행령 개정이 가시화되면 직능 간 대립과 충돌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간호인력 개편방향’의 문제점: 간호사 부족현상의 원인은 열악한 노동조건이다 개편안의 가장 핵심적 문제점은 이번 개편안이 간호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이다. 개편안을 통해 2년제 간호사인 ‘1급 간호실무인력’을 병원에서 간호사를 대체하는 인력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간호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의도이지만, 현재 지방 중소병원을 중심으로 발생하는 인력 문제의 원인은 ‘간호사 부족’이 아니라 ‘일하는 간호사 부족’이다. 2011년 말 현재 간호사 면허등록자 282,656명 중 활동하는 간호사는 118,771명으로 면허자의 58% 정도가 유휴인력이다. 근본적 해결책은 자격을 가진 사람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힘들게 면허를 취득한 간호사들이 병원에서 일하지 않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2010년 말 국민 1,000명당 간호사수는 OECD 평균이 6.74명인데 비해, 한국은 2.37명밖에 되지 않는다. 반면 국민 1,000명당 병상 수는 한국이 8.95병상으로 OECD 평균인 5.34병상에 비해 훨씬 많다. 병상은 많은 데 간호사는 적다. 간호사 한 사람당 맡게 되는 병상 수가 매우 많기 때문에 간호사들의 노동강도 또한 매우 높다. 병원은 부족한 간호인력으로 운영을 하기 위해 간호사의 노동시간을 연장한다. 많은 간호사들이 법정 식사시간, 휴가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으며, 인수인계, 잔업 등으로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결론적으로 간호사 부족현상의 본질은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버틸 수 있는 간호사의 부족이다. 현장의 혼란만 가중시키는 ‘간호인력 개편방향’ 게다가 개편안이 현실화될 경우 복지부의 주장과 달리 업무범위 논란이 해결되기는커녕 더욱 가중될 것이다. 현재 간호사는 부족한 인력상황 때문에 담당해야 할 간호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고, 간호조무사는 제대로 관리되지 않은 교육과정을 통해 배출되어 그 지위와 업무범위가 불명확한 상황에서 열악한 노동조건을 감수하고 있다. 이러한 구조적 문제, 그리고 연속적인 여러 업무들의 종합인 의료의 특성을 감안할 때 ‘간호사-간호조무사’ 체계를 3단계의 간호인력 시스템으로 재편하는 제도적 해법으로 업무범위 문제가 해결될리 만무하다. 문제의 해결은 직역간 갈등을 증폭시키는 방식의 일방적인 제도 변화가 아니라 간호인력의 법적 지위와 업무범위에 대한 직역들 내부의 논의를 통해서 이루어져야 한다. 간호사와 간호조무사의 2단계 체계에서 업무혼란 및 갈등이 발생하는 원인은 의료인력에 대한 체계적인 대책 없이 단기처방만으로 일관해온 정부 정책에 그 원인이 있다. 간호조무사는 1967년 서독 등 해외 인력 송출로 인해 발생한 간호인력 부족을 보충하기 위해 간호보조원이라는 이름으로 탄생했다. 처음 도입 당시에는 보건복지부장관 면허였던 것이 1974년 시·도 자격으로 전환되면서 간호인력으로서 공적인 관리에서 사실상 배제되었고, 이후 의료기관의 인건비 감축 수단으로 적극 활용되어왔던 것이다. 심지어 3차병원에서 자체 선발시험을 통해 고용한 일반 인력을 간호업무 보조에 활용하고, 의원에서도 무자격자를 고용하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의료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것보다 인건비를 줄여서 더 많은 수익을 남기려는 의료기관의 행태가 간호인력의 부족과 직역간 업무범위의 혼란을 낳고 있고, 정부는 의료시스템을 자유방임적 경쟁구조에 방치함으로써 이를 방조하고 있다. 이번 개편안에서도 정부의 의도는 동일하다. 의료기관에 대한 공공적 지원과 관리감독을 통해 인력을 확충하고 의료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분명한 해결책을 외면하면서 1급·2급 간호실무인력의 제도화를 통해서 해결하겠다는 이번 대책은, 의료기관이 저임금의 간호인력을 마음껏 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해주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개편안이 발표되자 병원협회는 찬성의사를 밝히면서 후속조치로 간호등급제를 완화해줄 것을 요청했다. 개편안의 진정한 의미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일련의 정책이 현실화된다면 간호서비스의 질이 떨어질 것은 물론 간호사·간호조무사 모두의 임금 및 노동조건 역시 하향편준화될 것이다. 요컨대, 이번 개편안은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직역간의 갈등 문제가 아니라 전체 간호인력과 정부·의료기관 사이의 문제이며, 의료기관을 이용하는 모든 국민과 정부 사이의 문제인 것이다. 개편안에 대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이번 개편안이 전면 재검토되어야 함은 명약관화하다. 그러나 이번 논란이 간호사와 간호조무사의 직역간 갈등으로 표면화되고 있는 것은 우려스럽다. 전술했다시피 직역간 문제로 해석하는 것은 개편안의 진정한 의미를 놓치는 것이기 때문이다.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사이의 갈등은 사태를 올바르게 해결하는데 아무런 도움이 안될 뿐아니라 역으로 정부의 개혁안이 직종갈등으로 가로막히고 있다는 인식을 낳으면서 개편안에 대한 올바른 평가를 가로막을 가능성이 크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이번 개편안은 간호조무사의 지위를 향상시키고 간호사의 지위를 떨어뜨리는 것이 아니라 모든 간호인력의 지위를 하향평준화할 것이다. 개편안의 당사자들이 이번 문제에 대응함에 있어서 다음과 같은 원칙이 필요하다. 첫째, ‘간호인력 개편방향’의 현실화를 막아야 하며 병원협회가 원하는 의료기관의 간호인력 기준의 후퇴 또한 막아야 한다. 그러나 그 근거와 방향이 직역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이어서는 안된다. 둘째, 간호인력의 노동조건과 의료서비스의 질 문제를 중심에 두고 인력개편 논의가 진행되도록 해야 한다. 열악한 노동조건으로 인한 문제는 간호사와 간호조무사를 막론하고 모두가 겪는 문제일 뿐 아니라 간호인력의 노동조건은 의료서비스의 질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 사회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문제다. 셋째, 이번 사태를 계기로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등 의료현장의 노동자들이 함께 노동조건과 인력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논의의 실마리를 만들어야 한다. 이는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수적일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직역을 넘어서서 의료현장의 노동자들이 폭넓게 단결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교원노사관계의 합리적 개선방안에 관한 연구(2010. 9.) 연구기관: 한국노동법학회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목차] 연구요약문 도입 <단결권 분야> 제1장 교원의 단결권 제2장 해직 교원의 조합원 자격 제3장 노동조합의 규약에 대한 시정 명령 제4장 노동조합의 자주성 <단체교섭권 분야> 제5장 교원노사관계에 있어서의 교섭당사자, 교섭단위 및 교섭창구 단일화 제6장 인준조항을 통한 협약체결권의 제한 제7장 단체협약의 해지 <비교법 분야> 제8장 독일의 교원노사관계 제9장 미국의 교원노사관계 제10장 영국의 교원노사관계 제11장 일본의 교원노사관계 제12장 프랑스의 교원노사관계
[기자회견문] 전교조 탄압, 노조 단결권을 부정하는 고용노동부를 규탄한다. - 공공부문 노동기본권을 부정하는 대한민국은 노동인권 후진국이다. 박근혜 새 정부와 국회는 국제사회의 불명예를 벗겨라! - 이명박 정권은 국가차원의 노동인권을 후퇴시킨 노동후진국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임기를 마쳤다. 이명박 정부 5년간, 교원, 공무원, 공공부문노동자들의 기본권은 심각하게 침해 받아왔다. 교원•공무원•공공부문 노동자들을 향한 수백명에 달하는 해고와 징계, 수백억원의 손배가압류, 일방적인 단협 해지, 위헌적인 노조설립반려 등 공공노조에 대한 탄압은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2012년 국제노동기구(ILO)는 10개월간의 심사 끝에 한국정부에 공공부문 노조탄압을 중단할 것을 권고 했다. “일방적인 정부지침에 의한 노조활동, 노동기본권 침해를 중단하고 대규모 징계•해고, 민형사 처벌 중단” 등 그간 한국정부의 공공부문 노동자에 대한 강도 높은 노동탄압에 일침을 가한 것이다. 또한, 2012년 3월 보름간의 회의 결과, ILO는 “공무원 노조의 설립신고 반려를 문제 삼으며, 해직자와 6급 이상 공무원의 노조가입 제한, 시국선언-정치참여 봉쇄는 결사의 자유원칙에 위배 된다”며 국내법 개정을 요구했다. 나아가 ILO 결사자유위원회는 “조합원 자격요건이나 조합임원 자격요건의 결정은 노동조합이 재량에 따라 정할 문제이지 행정당국이 개입해서는 안된다”며 조합원 자격 제한 규정을 폐지할 것을 수차례 권고하였다. 외국의 대다수는 교원 및 공무원 노조자격에 정규직뿐만 아니라 대학생, 은퇴자, 실업자, 해고자 등에게도 조합원 자격을 부여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국가인권위도 2010년 해고자, 실직자, 구직자를 근로자 개념에 포함해 조합원 자격 논란을 해소하라고 권고 했고, 사실상 노조의 단결권을 부정하는 법외노조통보조항인 노조법 시행령 9조는 헌법상 과잉금지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최근 들어 전교조에 대한 탄압은 메카시즘에 가깝다. 정권교체기를 틈타 전교조 소속 교사 4명에게 이적단체 구성혐의를 날조해 공안몰이를 이어갔고, 급기야 모법인 노동조합법의 위임 없이 1988년 행정부가 기습적으로 삽입한 시행령 ‘법외노조통보조항’을 근거로 25년을 유지해온 전교조를 설립취소하려 하고 있다. 시국선언, 소액정당후원금, 일제고사 등을 이유로 수십 명의 교사들을 교단에서 쫓아내고, 그 해임된 교사들을 노동조합에서 내치지 않았다는 이유로 노조설립취소를 강행하려 한다. 사용자가 부당하게 조합원을 해고시키고, 노조가 해고자를 버리도록 강제하는 것이 상식적으로 납득될 수 있는가? 조합원을 끝까지 책임지지 못하는 노조를 누가 따르겠는가? 어느 노동자가 사용자에게 바른 소리를 할 수 있겠는가? 이것은 노조에 대한 탄압을 넘어서 노조의 단결권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조치다. 노동인권 후진국 중의 후진국이다. 지난 이명박 정부는 인권의 토대이자 헌법의 권리인 노동기본권을 공공부문, 민간부문 가릴 것 없이 부정해왔다. 특히 공공부문은 정부가 사용자인 영역으로서, 노동기본권 부정은 더욱 노골적이었다. 공무원, 교사와 철도·발전·건강보험 등 공공부문 노동자 수백 명이 노동조합에 대한 정치적 탄압으로 해고되어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해고자의 조합원 자격을 빌미로 지금 전교조에 가해지고 있는 노동조합 설립신고 부정이라는 탄압은 공무원노조에도 이미 자행되고 있는 것이다. 이와같이 이명박 정부는 헌법과 국제협약, 국가인권위원회와 ILO의 권고 등을 송두리째 무시하는 오만함의 극치를 보여줬다. 이명박 정부의 노조탄압으로 한국은 국제사회의 손가락질을 받아왔다. 이제 박근혜 새 정부는 이명박 정권의 후진적 노동탄압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 국회와 함께 국제노동기준에 맞는 공공부문 노사관계정립을 즉각 시행해야 한다. 공공서비스의 제공 주체인 교원, 공무원, 공공부문 노동자의 노동기본권을 국제적 기준에 부합하도록 보장하는 것이야 말로, 노동인권후진국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날 수 있으며, 복지국가의 바로미터임을 깨닫기 바란다. 오늘 노조설립자체가 부정 당하고, 부당해고 등 노조탄압에 시달려왔던 공공부분 노동자들이 연대했다. 공공부문 노동기본권을 지키기 위해 투쟁본부를 구성하고, 30만 명 이상의 조합원이 연대하여 공동투쟁에 나설 것이다. 노조의 단결권을 부정하는 일체의 정부조치를 단호히 거부할 것이며, 노동의 기본권이 보장될 때까지 강고한 연대투쟁을 전개할 것이다. 2013년 2월 28일 전교조 탄압저지 및 교사·공무원·공공부문노동자 노동기본권 쟁취 민주노총 투쟁본부
[금융과 노동] 2013년 경제정세와 금속노조
2년간 가족처럼 일해온 노동자를 헌신짝처럼 거리로 내모는 칠곡경북대병원 규탄한다. -칠곡경북대병원은 무리한 사업진행 중단하고 노동자 생존권 보장하라- 지난 1월 8일, 6명의 노동자들이 무기한 천막 농성에 돌입했다. 이들은 칠곡경북대병원에서 진료보조를 담당했던 기능직 노동자들로써, 병원측은 2012년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2년간의 계약 근무기간이 끝나면서 형식적인 면접을 빌미로 이들을 차례차례 해고했다. 이와 동시에 병원측은 해고된 자리에 새로운 비정규직을 채용하겠다는 공고를 올렸다. 병원측의 이러한 모습은 언제든지 해고가 가능한 비정규직을 항상 유지하겠다는 그들의 의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6명의 노동자들은 지금도 계약해지 철회와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병원 앞에서 투쟁중이다. 경북대학교 병원은 대구-경북지역 유일의 국립대병원으로 지역의료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공공기관으로써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할 뿐만 아니라, 국민의 건강을 돌보는데 누구보다 앞장서야 할 공공병원이 자신들을 위해 2년간 헌신적으로 일해온 병원 노동자들을 엄동설한에 거리로 내몰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이번에 해고된 노동자들은 정규직 노동자들의 70% 에도 못 미치는 최저임금에 가까운 임금만을 받으면서 일해왔다. 경북대학교 병원은 칠곡경북대병원, 중증외상센터, 어린이병원등 병원규모를 확대하려는 사업을 계속해왔다. 2012년 국정감사에서 대구경북 지역의 의료기관의 병상이 과잉공급 되었다는 것이 분명히 나타났음에도 불구하고 최근에는 국립대병원중 최초로 제 3병원을 건립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이렇게 무리한 사업확장에 의해 필요한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서는 인건비를 감축해야 했고 그에 따라 필요한 인력을 비정규직으로 채우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그 결과, 칠곡경북대병원에서 일하는 노동자들 중 비정규직의 비율은 38% 에 달하며 이는 국립대병원중 가장 높은 수치다. 경북대학교 병원이 무리한 사업진행을 멈추고 필요한 인력을 충분히 확보하려 노력하지 않으면, 이번과 같은 비정규직 노동자의 해고는 언제든지 비슷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이러한 병원 노동자의 잦은 교체는 병원이 제공하는 의료서비스의 질에도 직접적으로 악영향을 미친다. 의료인력의 업무에 대한 숙련도와 대응경험은 환자의 치료와 직결되는 부분이며 상대적으로 숙련도가 부족하고 경험이 적은 노동자를 새로 고용하는 것은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하는 부분이다. 더욱이 같이 일하던 동료가 언제든지 계약해지가 될 수 있으며 자신 또한 마찬가지인 상황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업무에만 전념할 수 없다. 결과적으로 환자에게 제공되는 의료서비스의 질이 낮아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의료분야는 의도하지 않은 작은 실수조차도 용납되기 힘든 분야이다. 이번 사태에서 드러난 칠곡대학교병원의 모습은 공공병원이 의료분야를 파국으로 몰고가는데 앞장서는 꼴인 것이다. 지난 1월 10일 기획재정부는 공공기관에서 2년 이상 근무한 비정규직을 정규직화 하겠다고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또한 주요공약에서 2015년까지 공공기관의 일상업무에 종사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러한 공약의 시작점으로써 정부는 한시라도 빨리 칠곡경북대병원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앞장서야만 할 것이다. 해고된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보장해야 함은 물론, 결과적으로 공공병원의 의료서비스의 질을 높힘으로써 새로운 정부에서 국민들이 희망을 볼 수 있어야 한다. -칠곡경북대병원은 해고 노동자들에 대한 계약해지 철회하고 고용승계하라. -정부와 박 당선인은 정규직화 공약 이행하여 칠곡경북대병원 문제해결에 앞장서라.
철도 구조조정이 지속되는 한 시민안전은 없다 지난 2월 18일은 대구지하철참사가 일어난 지 10년이 되는 날이다. 2003년 2월 18일 대구지하철 1호선 중앙로역 전동차에서 방화로 인한 불이 났다. 기관사가 전동차 후미에서 일어난 화재를 인식하지 못하고 초동대처가 늦어지면서 192명이 사망하고 148명이 부상당하는 참사로 이어졌다. 기관사 단독 운행, 플랫폼에서의 안전관리 역무원의 부재, 거의 전무한 방화시스템이 사고를 키웠다고 지적되었다. 이후 전국의 지하철에 방화시스템이 강화되고, 비상탈출을 위한 안내문이 자세히 공지되기 시작했다. 방화범을 비롯하여 전동차 기관사와 종합사령실 근무자 등 지하철공사 직원 10여명, 지하철공사 간부와 중앙로역 역무원이 구속되는 등 사법처리도 이루어졌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지금 여전히 철도안전은 빨간불이다. 우리 사회는 대구지하철참사에서 무엇을 배우고, 무엇을 배우지 못한 것일까. [%=사진1%] 여전히 고쳐지지 않은 문제들 예기치 못하게 일어나는 것이 사고이다. 사고자체를 0으로 만들 수는 없다. 문제는 사고발생의 예방책과 사후 대처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그러나 사고가 일어난 대구에서조차 문제점은 시정되지 않았다. 대구지하철 안전인력은 서울과 마찬가지로 공익요원이 담당하고 있는데, 뭔가 문제가 발생하여 직원을 찾으면 전화를 해야 하고, 이 전화가 사령실을 한 번 거쳐 다시 역무원에게 연결된다. 긴급 상황에 대처하기에는 절차가 복잡하다. 전화연결이 안되면 대처를 할 수가 없다. 또 10년 전 참사의 원인 중 하나로 1인 승무제가 중요하게 지적되었지만 대구지하철은 오히려 전자동 무인시스템으로 운행되고 있다. 부산에서는 유사한 사고가 일어날 뻔했다. 2012년 8월 27일 40여명이 병원에 입원한 부산 지하철 1호선 대티역 전동차 화재 사고가 그것이다. 전동차에 전력을 공급하는 집전장치에서 불꽃이 튀면서 화재가 발생했는데, 지하철역이 정전되며 아수라장이 되었다. 이 과정에서 대피 안내 방송은 물론 대피요원의 지원도 없었다. 10년 전 참사 당시 지적된 문제는 왜 시정되지 않고 있을까? 이는 경영효율화를 위한 철도의 구조조정과 깊은 관련이 있다. 역량도 없고 인력도 없다 국토해양부는 2012년 4월 「철도안전 추진현황 및 향후대책」에서 우리나라 철도 안전의 주요 문제점으로 차량 정비역량 부족, 안전문화 미정착, 전문성 부족, 시설안전 투자 부족, 안전제도 미흡, 안전감독과 정책기능 한계를 지적하였다. 이러한 문제점의 해결책으로 국토해양부는 철도산업발전기본법 및 철도안전법 개정을 내걸었다. 그런데 차량정비역량과 전문성 부족은 어디에서 기인하는 것인가? 전문가들은 한국철도가 100년이라는 역사를 가지고도 역량과 전문성이 부족한 것은 무원칙한 아웃소싱의 결과라고 지적한다. 인력을 대규모 감축하고 핵심 기술역량이 필요한 영역을 외주화했기 때문에 역량이 쌓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현재 철도공사는 협력업체의 지원이 없으면 새로운 부품도 고치기 어려운 실정이다. 그런데도 철도공사는 아웃소싱을 늘리려 한다. 시설안전투자부족과 안전감독·정책기능 한계는 왜 발생하는가? 예산이 투입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경영효율화를 목표로 하는 경영진은 아직 발생하지 않은 사고를 위해 예산을 투입하지는 않는다. 앞서 언급한 부산 대티역 전동차 화재 사고는 차량 노후화로 인한 사고였다. 사고 예방을 위해서는 차량을 교체하거나 유지보수를 더욱 강화했어야 했다. 하지만 부산교통공사는 오히려 검수주기 연장과 검수 인력 감축 등을 단행했고, 이것이 화재사고로 연결되었다. 이는 서울지하철 1~4호선에도 해당된다. 서울메트로의 시설은 상당히 노후화되어 있는데 시설 교체도 되고 있지 않을뿐더러, 계속된 구조조정으로 유지보수 기능마저 약화되었다. 유지보수 인원뿐만이 아니다. 철도는 전국 곳곳에 계속 새로 생기는데 안전인력은 늘지 않고 있다. 이 역시 최소한의 인력으로 최대한의 이윤을 내려고 하기 때문이다. 기관사 잡는 1인 승무제와 징계중심 노무관리 서울메트로는 일부 구간을 제외하고 지금도 2인 승무제로 운영되지만, 도시철도공사는 1994년 개통 때부터 1인 승무제로 운영되었다. 1997년에 개통한 대구도시철도도 1인 승무제로 시작하였고, 1998년에는 부산도시철도에 강제적인 1인 승무제가 도입되었으며, 2000년대부터 한국철도에서도 교외선 일부에 1인 승무제가 도입되었다. 최근 기관사들의 잇따른 자살로 도시철도공사 기관사의 정신건강 문제가 사회적으로 대두되었는데, 가장 큰 원인으로 1인 승무제가 지적되고 있다. 어두운 터널에서 몇 시간 동안을 혼자 운전해야 하는 것 자체가 정신적으로 큰 스트레스다. 또 혼자 일하기 때문에 방송과 안내 등의 책임도 도맡아야 하고, 생리현상이나 졸음‧급작스런 건강상태 악화 모두 부담이다. 지난해 9월 발표된 ‘서울특별시 도시철도공사 정신 건강 실태 조사 및 개선 방안 연구’에서 도시철도공사 소속 기관사가 서울메트로보다 근속이 더 짧고 혼잡도가 낮은데도 정신건강 수준이 더 나쁜 것으로 드러났다. 운전 직군은 보상 문제를 제외한 모든 영역에서 직무 스트레스가 높게 나타나 ‘스트레스 고위험군’으로 분류됐다. 트라우마 유병율은 8.3%로 일반인의 8배, 공황장애는 4.0%로 일반인의 15배로 나타났다. 징계중심의 노무관리도 노동자 자살의 한 원인으로 꼽힌다. 한국은 징계 중심적인 노무관리 체계를 갖고 있다. 2011년 2월 광명역 KTX 탈선사고를 기점으로 언론에서는 대대적으로 지하철과 철도의 각종 사고를 이슈화하였고, 이전에는 철도사고로 규정되지도 않았던 퇴행운전을 비롯한 사소한 운행 장애도 커다란 사고인 듯 기사화했다. 사고의 원인으로는 기관사들의 근무기강 해이와 철도사업장의 안전불감증을 짚었다. 선정적인 언론 보도 속에서 거의 모든 철도사업장 사측은 사고 및 운행 장애를 일으킨 책임자를 찾아내고, 징계하는데 혈안이 되었다. 전체 안전 시스템을 점검하기보다 단순히 해당자를 직위 해제하거나 전출시키고, 인격모멸적인 교육을 부과하였다. 구체적인 사례를 보자. 지난해 1월 15일 한 기관사가 전 역에서 예정 시간보다 1분 늦게 출발해 가속 운전을 하다 승강장을 지나친 실수를 했다. 기관사에게는 중징계가 내려졌다. 43일간 독방에서 철도 운전 규정을 필사해 검사를 받았고, 복도 청소도 해야 했다. 사실상 사문화됐던 ‘기관사 인증 재심의’까지 거쳐 2월 28일 업무에 복귀했지만 이 기관사는 조울증에 시달리다 6월 23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2012년부터 지금까지 자살한 기관사는 다섯 명에 이른다. 노동자가 안전해야 승객도 안전하다 이러한 노무 관리가 기관사의 노동조건에만 영향을 미칠까? 그렇지 않다. 징계중심의 노무 관리가 낳은 대표적 사고 사례로, 2005년 107명이 사망하고 562명의 부상자를 낸 JR서일본의 후쿠치야마선 사고가 있다. 당시 사고 기관사는 정차위치 위반(오버런)과 운행 시간 지연 등의 실수를 범했는데, 이로부터 예상되는 징계 - 인격모멸적 교육, 근무평가로 인한 승진기회 박탈, 임금 삭감 - 를 피하고자 제한속도가 70km인 구간에서 120km까지 과속하였다가 탈선사고가 일어났다. 사고조사위원회는 JR서일본노동조합의 증언을 듣고 ‘사고원인이 JR서일본의 징계위주의 기관사 관리방법과 관계있을 수 있다’는 내용을 보고서에 추가하였다. 한국철도공사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보고서에는 철도사고에 대해 “사례 중심적 시정조치는 근본적인 재발방지대책이 되지 못”한다며 “기관사에 의한 인적오류를 궁극적으로 예방하고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인적수행도를 저하시키는 주요 인자인 기기/설비, 직무, 환경 등을 총체적으로 고려한 개선방안 수립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는 노동자들의 실수가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실수는 단순한 부주의가 아니다. 실수는 업무 스트레스가 심하고, 교대근무로 인해 피로도가 높을 때 필연적으로 생긴다. 한국의 철도회사는 경영효율화라는 명목으로 인간보다는 이윤을 앞세워 노동자들을 극한 상황으로 내몰고는, 그 때문에 일어나는 사고에 대해서는 노동자에게 책임을 전가한다. 이러한 상황이 바뀌지 않는 한 노동자는 물론 승객의 안전도 담보할 수 없다. 건강한 노동자가 안전한 철도를 만든다는 원칙하에 인력감축과 아웃소싱, 억압적 노무관리 등 철도의 경영방식에 대한 변화를 요구하는 것, 대구지하철참사 10주기를 맞은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현실적인 고용정책은 노동조합 확대다
두 번째 먹튀에 맞선 하이디스 노동자들의 투쟁에 함께하자 하이디스, 제2의 쌍용차 사태 우려 이천의 소형 LCD 제조업체 하이디스가 최근 대만기업 이잉크(E-ink)의 먹튀 여부로 주목받고 있다. 현대전자 LCD 사업부였던 하이디스는 현대전자 부도 후 2002년 중국의 비오이(BOE-Beijing Optoelectronic)사로 매각되었고, 2006년 비오이의 대규모 기술 먹튀 후 2008년 다시 대만의 이잉크사로 매각되었다. 태블릿PC 시장의 성장으로 하이디스가 보유한 광시야각원천기술이 각광받고 있지만 하이디스는 부도직전의 위기에 내몰려있다. 하이디스 경영진은 지난 12월 60여 명에게 권고사직을 통보하는 등 대규모 구조조정을 예고했다. 2012년 12월 말부터 설 연휴까지 전체휴업, 2013년 전반의 생산 계획도 3개월 가량 밖에 없다. 부채비율 1,280%, 상반기 중 갚아야 할 빚만 1,570억 원으로 최악의 경영상태다. 하지만 대만의 이잉크사는 하이디스 인수 후 2012년 최대 매출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먹튀 또 먹튀, 중국 비오이와 대만 이잉크 하이디스 노동자들이 두 번이나 먹튀로 내몰린 것은 무엇보다 정부 정책 탓이 크다. 한국 정부는 김대중 정권부터 이명박 정권까지 무조건적인 해외매각으로 기술유출 목적이 명백한 외국 자본들에 기업을 팔고, 기술유출과 자본유출을 방치했다. 2002년 김대중 정부는 기술유출을 노리고 들어온 비오이사에 하이디스를 팔아넘겼고, 노무현 정부는 4년 간 기술유출을 방치하다 2007년 법정관리 기간 3천억 원이 넘는 세금이 들어간 하이디스를 다시 대만 이잉크사에 헐값에 팔아치웠다. 이명박 정부는 3개월 간 파업을 하며 제2의 먹튀 방지를 위해 분명한 투자계획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노동조합의 주장을 철저히 무시했다. 중국에 매각되기 전 8천억 원 매출에 1천억 원 가까이 흑자를 내던 하이디스는 비오이 경영 4년 만에 3천억 원 매출에 1천6백억 원 적자인 상태가 되었고, 대만 기업 이잉크로의 매각 이후 지금까지도 계속된 적자와 구조조정을 겪어야 했다. 그런데 10년 간 단 한 번도 흑자를 내지 못한 기업을 유지하는 이들의 의도는 무엇일까? 중국과 대만 기업에는 하이디스가 기술유출과 자본유출을 위해 꼭 필요한 기업이기 때문이다. 중국 비오이는 하이디스를 인수하자마자 중국에서 LCD 패널과 모듈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한국에는 단 돈 1원도 투자하지 않고, 하이디스 기술을 이용해 중국에서만 훨씬 생산성이 좋은 라인을 건설했다. 비오이는 하이디스와 기술공유계약을 체결한 뒤 전산망을 통합하고 계약에 포함되지 않은 기술까지 모두 빼갔다. 모두 4,331건의 기술자료가 유출되었고, 이중에는 LCD 핵심 기술자료 200여 건이 포함돼 있었다. 하이디스 인수 당시 변변한 전자제품 하나 없었던 비오이는 하이디스에서 기술을 훔쳐 삼성과 LG가 중국에서 가동하는 것과 같은 LCD 라인을 운영하고 있다. 비오이의 기술 먹튀는 당시 엄청난 화제가 되었고 이를 계기로 박근혜 당선인(당시 국회의원)은 ‘산업기술유출방지법 개정안’을 세 차례나 제출하기도 했다. 이잉크의 먹튀전략 비오이가 떠난 후 다시 하이디스를 인수한 이잉크는 또 다른 수법을 펼쳤다. 하이디스의 기술을 간판으로 본사의 영업망을 확대하고, 기술은 특허공유로 빼가고, 생산은 외주화하는 것이다. 이잉크는 하이디스 기술을 가지고 LG디스플레이, 일본 알파테크놀로지와 미쯔비시 전자, 일본 샤프 등 여러 LCD 제조업체와 특허공유 계약을 맺으며 사업을 확장했다. 또한 하이디스 보유 기술로 아마존 킨들, 구글 태블릿 PC 등의 생산계약을 맺었고 그렇게 확보한 생산물량은 하이디스가 아니라 외주생산업체에 맡겼다. 하이디스의 원천기술을 외부에서 마음껏 쓰도록 하고, 하이디스가 생산했어야 할 물량도 외부에서 생산하도록 해 이잉크는 큰 이득을 챙기고 하이디스는 만년 적자 상태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특히 2012년 맺은 기술특허공유계약은 이잉크의 의도를 짐작하기에 충분하다. 경영위기가 본격적으로 드러난 2012년 하반기부터 이잉크사는 하이디스와 경쟁관계에 있는 이잉크사의 관련사들(대만 AUO, 대만 CPT)과 10년짜리 장기기술공유계약을 맺는다. 하이디스가 망하든 말든 이잉크의 대만 협력사들이 하이디스의 핵심기술을 10년간 쓸 수 있다는 의미다. 거기다 이잉크가 하이디스에 한 설비투자는 5년간 약 400억 원으로 매출액 대비 투자비율이 2%밖에 안 된다. 같은 기간 LG디스플레이가 19조원, 매출액대비 17%를 투자했다는 점과 비교할 때 이잉크의 먹튀 정황은 더욱 명백하다. 이잉크의 경영형태 또한 먹튀의 증거다. 이잉크의 전체 33개 계열사 중 40%인 13개는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 사모아, 모리셔스 등의 국제적 탈세지역에 위치한 페이퍼컴퍼니들이다. 지분구조에서 중요 역할을 하는 대부분의 회사가 국제탈세지역에 위치, 수익구조가 불투명하다. 이잉크사는 매년 하이디스와 거래하는 계열사들을 수시로 바꿔가며 내부거래를 해왔는데, 다른 계열사들 역시 마찬가지다. 지배회사와 생산공장 사이에는 페이퍼컴퍼니가 있고, 페이퍼컴퍼니를 또 다른 페이퍼컴퍼니가 지배하는 식이다. 복잡한 지배관계과 수상한 내부거래에서 발생하는 거래와 이익은 드러나지 않는다. 하이디스는 만년 적자에 부도위기인데, 이잉크 전체적으로 하이디스를 통해 얻는 매출이 30%에 육박하며 이잉크는 수익률 17%를 상회해 제조업 기업 중 최상위권이라는 현실. 이런 이잉크의 경영행태에서도 하이디스에서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알 수 있다. 먹튀 작전에 맞선 노동자들의 싸움이 시작됐다 하이디스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1천여 명으로, 대다수가 20~30대 젊은 여성들이다. 그 중 500여 명이 금속노조 하이디스지회 조합원이다. 하이디스지회는 이잉크의 먹튀 정황을 알리고 하이디스 경영정상화를 위해 싸우고 있다. 하이디스 경영진은 경영위기로 이잉크가 철수할 수 있다며 본사에 의지를 보여줄 대규모 구조조정 등 서바이벌플랜을 꾸준히 주장해왔다. 그리고 2012년 12월 권고사직을 통보하고 12월말부터 설 연휴까지 전체 휴업을 예고했다. 노동자들이 알아서 자기 살 길을 찾아 흩어지거나 서로 생존경쟁을 하게 하려한 것이다. 하이디스지회는 12월 전체 조합원 간담회를 통해 현 상황을 조합원들과 공유했다. 조합원들이 개별적으로 살 길을 찾기보단 함께 해결에 나서자 경영진은 권고사직을 2개월 유예하고 노동조합의 활동 자제를 요청했다. 한편 이잉크의 먹튀 정황이 알려지자 제2의 쌍용차사태, 외투기업의 먹튀를 우려한 언론의 관심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이천시장이 나서서 하이디스 경영정상화를 위한 간담회를 열고, 경기도와 이천시, 고용노동부와 지식경제부 등 관련 정부부처들이 토론에 참석했으며 박근혜 정부 인수위에서도 문제제기를 하기 시작했다. 잠잠하던 하이디스 경영진은 먹튀 여부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는 입장과 함께 ‘노동조합과 지역사회가 나서서 떠들면 경영정상화가 더 어렵다’는 논리를 폈다. 상하이차가 쌍용차에서 떠날 때 썼던 역공격 논리다. 하이디스지회는 휴업기간 조직력 강화에 최선을 다했다. 온라인과 스마트폰을 통한 선전을 시도하고, 1월 31일 휴업 중 전체 조합원 설명회를 조직했다. 대다수 조합원들이 휴업 중에 고향에 내려가, 아르바이트를 한 두 개씩 하고, 출산과 수유, 육아 등으로 설명회로 모이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하지만 100여 명 모이면 다행일 것이라던 예측을 뒤엎고 300명 넘는 조합원들이 설명회에 모였다. 만삭의 여성조합원들, 줄줄이 아이들 손을 잡고 온 조합원들, 저 멀리 고향에서 올라온 조합원들,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부랴부랴 달려온 조합원들로 설명회장소는 꽉 찼다. 권고사직을 통보받은 사람, 이미 퇴사한 사람들까지 산 자와 죽은 자로 나뉘지 않고 전체가 모여 ‘함께 사는’ 방법을 고민했다. 한국노총 하이디스노조를 비롯 2008년 파업 당시 복귀해 사측 편에 섰던 이들도 함께 싸우자는 뜻을 모으고 있다. 노동자들을 개별화 해 서로 밥그릇 싸움을 하게하고 조용히 떠나려 했던 이잉크의 첫 번째 작전은 실패로 돌아갔다. 조합원들은 두 번 당하지 않는다는 진지한 결의를 보였다. 하이디스 노동자, ‘함께 살자’ 이제 하이디스 노동자들은 세계적 기술이 오히려 적자의 원인이 되는 역설적인 상황을 바로잡기 위한 싸움에 돌입한다. 하이디스의 생산과 영업, 연구개발과 경영 등 모든 측면에서 이잉크의 먹튀 정황을 밝히고 경영정상화를 요구할 것이다. 그를 위해 우선 2012년 말 체결한 10년 장기기술공유계약 취소, 이잉크 관계사들로 외주화해 빼돌린 생산 환수, 경영정상화와 장기 투자계획 제시를 요구하며 싸울 것이다. 이잉크가 결국 먹튀의 길을 선택한다해도 그 대가를 반드시 치르도록, 노동자들이 그 희생양이 되지 않도록 하는 사회적 저항을 만들고 정부차원의 대책을 요구하는 싸움도 함께 시작한다. [%=사진1%] 하이디스가 제2의 쌍용차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우려가 크다. 다시 그런 비극을 겪지 않겠다는 사회적 의지가 하이디스 노동자들에게로 모여야 한다. 한편 또 하나 중요한 것은 ‘하이디스가 쌍용차의 미래’라는 점이다. 하이디스에서 벌어지고 있는 두 번의 먹튀 과정은 쌍용차보다 3년 먼저 진행되었고 하이디스에서 벌어진 모든 상황은 쌍용차에서 똑같이 이어졌다. 하이디스에서 벌인 이잉크의 행태에서 우리는 두 번째로 쌍용차를 인수한 마힌드라의 행보 또한 예측할 수 있다. 하이디스에서 외투기업 먹튀문제의 해법을 찾는 길은 쌍용차를 비롯해 외투기업의 ‘먹튀’에 연루된 수많은 노동자의 미래를 밝히는 일이기도 하다. ‘함께 살자’는 것이 무엇인지, 그 길을 보여주기 위해 나선 하이디스 노동자들에게 뜨거운 지지와 연대를 보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