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크리넥스’가 아니다 2월 7일 40만에 이르는 대규모 학생시위를 시작으로 한 달이 넘게 프랑스 전역이 노동자, 학생시위로 들끓고 있다. 사안의 핵심은 우파정부인 드빌팽 내각이 ‘CPE’라 불리는 새로운 고용계약을 도입했기 때문이다. CPE는 불어로 ‘Contrat Premiere Embauche’의 약자로서 ‘최초고용계약’을 의미한다. 그 내용은 20인 이상 사업장에서 26세 미만의 노동자를 고용하는 사용자는 최초 고용 2년간 특별한 사유나 설명 없이도 노동자를 자유로이 해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1월 16일 이 법안이 발의되자 이 법의 직접적인 대상이 되는 대학생들이 즉각 반발하고 나섰으며 대학생들의 시위에 노동자들이 동조하면서 시위는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3월 7일 시위에는 프랑스 전국 주요 도시에서 주최 측 추산 100만 명이 참여하는 시위가 벌어졌으며 3월 8일에는 학생들이 68혁명의 상징인 파리 소르본 대학을 점거했고, 전국 84개 대학 가운데 60여개 대학 이상에서 동맹휴업이나 점거농성이 진행되고 있다. 3월 13일, 3월 16일에도 격렬한 시위가 이어졌고 거리에서는 공화국기동대(CRS)가 최루탄과 물대포, 곤봉으로 시위대를 해산시켰다. 이번 시위에는 고등학생들까지 대거 가세하고 있다. 3월 18일에는 대학생, 고등학생, 노동계, 학부모, 야당까지 결집하여 전국적으로 150만, 파리에서 35만이 참여한 시위가 전개되었고 시위조직들은 48시간 안에 CPE를 철회하라는 최후통첩을 정부에 전달했다. 이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프랑스 노동총동맹(CGT)을 중심으로 하는 노동계는 3월 28일로 파업을 선언했다. 시위대들은 “우리는 크리넥스(휴지)가 아니다”, “CPE는 착취와 불안정 계약”, “시라크와 드빌팽은 끝났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CPE 철회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CPE가 실시되면 사용자들이 언제든지 청년노동자들을 ‘한 번 쓰고 버릴 수 있다’는 것이다. 3월 23일에는 시위가 더욱 격렬해져 곳곳이 불에 탔으며 일부 지역은 치안불능 상태에 놓이기도 했다. 사태의 원인 이번 시위와 파업사태가 CPE 도입을 계기로 촉발되었지만 그 이면에는 우파 정부 하에서 이제까지 계속되어 온 신자유주의 정책과 노동자 권리에 대한 공격, 사회보장의 후퇴 등이 자리 잡고 있다. 이번 사태의 원인을 몇 가지로 나눠서 살펴보자. 첫째, 프랑스의 높은 실업률과 이로 인한 사회적 불만이다. 프랑스는 지난 10년 동안 실업률이 점진적으로 상승해 왔고 유럽연합 내에서도 가장 높은 축에 속해서 2006년 1월 9.6%를 기록하고 있다. 작년 4월 이후 조금씩 하락하던 실업률이 올해 1월 다시 반등되어서 드빌팽 정부의 노동유연화 정책의 실효성 자체도 의문시되고 있다. 청년실업률은 더욱 심각해서 18살~25살 사이의 실업률은 23%에 이르며, 빈곤지역의 청년실업률은 40~50%에 달한다고 한다. 작년 하반기에 프랑스 전역을 불태웠던 이민자 2세들의 반란도 인종차별과 실업문제가 결합되어 나타난 소요사태였던 것이다. 이렇게 사회적 불만이 높은 터에 청년고용의 불안정성을 더욱 심화시키는 조치를 도입하려는 정부의 시도는 기름에 불을 붓는 격이었다. 둘째, 정부가 노동 불안정화를 불러올 조치들을 연이어 도입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CPE 도입은 드빌팽 총리가 계획하는 3단계 실업대책의 두 번째라고 한다. 이미 작년에 그 첫 조치로서 20인 미만 기업에 대해 신규 직원을 2년간 수습을 거쳐 고용할 수 있게 하는 CNE(신고용계약)이 도입되었다. 이는 CPE와 같은 내용이다. 다음 조치는 올해 내에 고용계약 체계 전반을 개편하는 것으로서, 현재 존재하는 기간을 정하지 않은 고용계약(CDI)과 기간을 정한 고용계약(CDD)를 합쳐서 유연한 단일 고용계약 체계 만든다는 계획이다. 노동계가 들고 일어난 이유도 CPE가 나중에는 청년노동자 뿐만 아니라 노동자 전반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셋째, 우파정부가 신자유주의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여 인민의 사회적 권리를 계속 공격하는 것이다. 예컨대 1994년 청년층의 최저임금안을 삭감하는 최저임금안(CIP) 추진은 수십 만 학생시위로 좌절되었다. 2003년에는 노동자들의 퇴직연금에 대해 납입기간을 늘리고 수급액수를 낮추는 연금개악을 추진하여 반발을 불러일으켰고 2004년에는 교육장관이 대학재정 자율화 계획을 추진하다가 학생들의 거센 반대에 부딪쳐 계획이 무산되었다. 2005년에는 주35시간근로제의 조건이 완화됐고 연장근로 허용도 연 180시간에서 220시간으로 늘어났다. 정부의 공공부문 사유화 추진 역시 계속적인 노동자 파업을 불러일으켰다. 이렇게 계속되는 신자유주의 정책에 대한 대중적인 거부는 최근 2005년 5월의 유럽연합 헌법 국민투표 부결로 드러난 바 있다. 당시 프랑스에서는 유럽연합 헌법조약을 부결시키기 위한 캠페인에 아탁을 비롯한 사회운동, 여성운동, 프랑스공산당, 혁명적공산주의동맹(LCR), 노동총동맹(CGT) 등이 총력을 기울였다. 또한 2007년 대선을 앞둔 드빌팽 총리가 성과를 내기 위해 무리하게 CPE를 추진한 것도 반발을 확대시킨 요인이다. 비정규직 일자리라도 만들면 수치상의 실업률이 내려갈 것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더욱이 그는 헌법상의 조항을 이용하여 하원에서 표결 없이 법안을 통과시켰다. 결국 낮은 경제성장률과 높은 실업률의 경제 불황 상태가 초래한 사회적 위기와 불안, 이에 대한 신자유주의적 처방에 대한 대중적 반발이 프랑스의 봉기적 전통과 맞물려 68년 이래 최대 규모의 시위와 파업 물결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개혁을 위한 진통인가, 신자유주의의 실패인가 프랑스 학생과 노동자들의 투쟁은 좁게 보면 CPE법안에 대한 반대투쟁이지만 그 근본적인 성격은 신자유주의 정책과 우파정부에 대한 반대투쟁이다. 이번 사태를 둘러싸고 각국 정부나 기업, 우파 정치세력들은 “실업률을 낮추기 위해 노동시장 유연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더욱이 한편에서는 덴마크 사례를 들며 해고를 자유롭게 하는 대신 많은 금전적 보상을 주는 소위 ‘유연안정성(flexecurity)’을 강조한다. 그러나 노동계와 학생, 좌파 정치세력들은 “고용불안을 통해 안정적인 일자리가 만들어질 수 없고 CPE는 오히려 고용불안을 가중시켜 노동자 보호를 약화시키고 결국 실업률 악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문제는 경제위기와 사회불안, 청년실업, 공적 사회서비스 후퇴, 노동 불안정화 등은 프랑스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공통적인 현상이라는 것이다. 독일에서도 추가 보수 없이 노동시간을 38.5시간에서 40시간으로 연장하려는 정부에 맞서 공공노조(Ver.di)가 6주간 파업을 벌이고 있는 상태다. 물론 이러한 상황은 자본의 위기에 따른 신자유주의적 대응이 불러온 재앙이자, 전체 민중의 권리와 삶에 대한 노골적인 공격이다.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는 노동자 착취에 기반하여 거대한 부를 금융자산가 계급으로 이전하는 체제이기 때문에 이것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고서 체제의 위기를 해결할 수는 없다. “2005년 한 해 프랑스 다국적기업들이 벌어들인 이익이 840억 유로나 되는데, CPE를 도입하는 것은 더 큰 이익을 기업들에게 안겨주려는 정치인들의 사기”라는 어느 프랑스 학생의 말에서 이러한 분노를 읽을 수 있다. 덴마크 사례도 예외적이라고 볼 수 있다. 국가의 엄청난 재정이 필요할 뿐 아니라 적은 인구, 비교적 안정된 사회상황 등 사회적 차이가 크기 때문에 프랑스나 다른 나라에 일반적으로 적용되기 힘들다. 또한 이는 세계 경제의 위기 속에서 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고 유연성과 안정성 사이의 줄타기일 수밖에 없으므로 지속가능성 여부가 의문시된다. 따라서 반CPE 투쟁은 보수 세력들이 얘기하는 ‘개혁을 위한 진통’이 아니라 명백히 신자유의의 실패를 나타내는 것이다. 소수 기득권 지키기인가, 다수 민중의 요구인가 또한 이번 사태는 종종 68혁명과 비교된다. 대규모 학생시위로 불붙은 전 국민적인 투쟁, 소르본 대학 점거 등은 68혁명을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보수언론에서는 68혁명이 긍정적이고 사회변화를 추동하는 것이었는데 지금의 시위는 부정적이고 사회변화를 거부하는 것이라고 함으로써 68혁명을 왜곡하여 현재 시위를 이데올로기적으로 공격하는데 이용한다. 예컨대 독일 <슈피겔>은 “68혁명은 기득권과 구질서에 맞서 싸운 것인데 지금은 기득권을 보호해 달라며 싸우고 있다”고 했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즈>는 “68세대는 부모세대의 자기만족에 도전함으로써 세상을 바꾸려한 반면, 지금 학생들은 특권을 즐기기 위해 현상유지를 원한다.”면서 프랑스의 투쟁을 애써 깎아 내리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이데올로기 선동은 프랑스 투쟁의 의미를 축소시켜 투쟁의 불길이 번지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고자 하는 것이다. 68혁명이 자본주의 기성체제에 대한 반란이었듯이 현재 프랑스의 투쟁 역시 더 나은 삶과 권리를 위해 체제에 저항하는 것이며, 자본과 지배세력의 기득권을 타파하고 다수 민중의 요구를 실현하기 위한 것이다. 이는 CPE에 대한 반대 여론이 2/3를 넘는 다는 것에서 확인할 수 있다. 국내에서도 조선일보 등 보수언론은 프랑스 시위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면서 프랑스 정부도 노동유연성 정책으로 전환하는데 국내에서도 비정규직법안을 빨리 통과시켜야 하고, 민주노총 파업 예고도 시대착오라고 경고한다. 프랑스 사태의 원인은 복지병폐, 고용 과보호라며 노조가 기득권을 고수하는 것이 청년들의 일자리를 뺏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국내 보수언론의 공격 역시, CPE와 유사한 비정규직법안이 국회에 계류되어 있는 상태에서 투쟁이 커지는 것을 막으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오히려 우리가 간취해야 할 것은 신자유주의가 실패한 것이고 신자유주의 노동정책에 대해 프랑스처럼 강력한 대중저항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반CPE 투쟁이 우리에게 말하는 것 지난 2월 27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날치기’ 통과된 비정규 법안은 신자유주의 자본과 정치세력들이 1천5백만 전체 노동자들을 정면으로 겨냥한 ‘노동자 학살법안’이다. 기간제(계약제)는 사용사유 제한이 없어 모든 업종에서 전면 자유화되고 2년 이내에는 계약기간 만료를 이유로 자유롭게 해고할 수 있다. 파견노동은 ‘업무의 성질 등을 고려하여 적합하다고 판단되는 업무’도 추가하여 정부가 자의적으로 파견을 무한정 확대할 수 있게 하였으며, 파견 2년이 지나면 정규직으로 간주하는 고용의제를 규정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고용의무만을 규정하여 사용자가 과태료만 내고 끝날 수 있는 면죄부를 주었다. 이러한 악법이 통과된다면 사용자는 2년 내에서 비정규직을 마음대로 쓰다가 버리는 권리를 갖게 되고, 노동자는 2년을 주기로 무한정 착취당하는 노예 신세가 될 수밖에 없다. 프랑스의 CPE 역시 최초 고용 2년 내에 해고를 자유화하는 것이어서 국내의 기간제법과 유사하다. 오히려 기간제법은 연령제한이 없어서 CPE에 비해 훨씬 더 기간제고용을 확대하는 것이다. 프랑스에서는 ‘사용 사유제한’이 이미 시행 중이기도 하다. 따라서 노무현 정권이 추진하고 있는 소위 ‘비정규보호법’은 CPE에 비할 수 없는 악법이며 프랑스보다 더한 투쟁이 벌어져서 심판받아 마땅하다. 프랑스 반CPE 투쟁이 우리에게 말하는 것은 이런 것이다. 전체 노동자, 미래의 노동자를 비롯하여 전 국민들에게 노예로서 살기를 강요하는 신자유주의 공세에 맞서는 투쟁과 저항이 가능하고, 노동자와 학생 그리고 모든 민중이 연대하여 거리로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정치권이나 제도 세력에 기대는 것이 아니라 민중 스스로가 투쟁으로 나서고 행동으로 요구를 말하는 것이 정치적인 변화를 촉진시키는 가장 빠른 길이라는 것이다. 향후 전망 “100만이 부족하면 200만을 모으겠다.”는 프랑스 학생 대표의 말처럼, 노동계 파업투쟁과 연대하는 3월 28일은 이전보다 훨씬 대규모 투쟁이 전개되었다. 70여개 대학에서 점거농성이 지속되고 있고 1,000여개 고등학교에서 행동이 진행되었다. ‘검은 화요일(마르디 누아르)’라 불린 3월 28일 파업에 공공부문 노동자들을 중심으로 파업에 나서 500만 명이 참여했다고 노동계는 밝혔다. 주요 교통수단이 정지되었고, 관공서와 병원이 문을 닫는 등 국가기능 마비사태가 발생하였으며 파리를 비롯한 200여개 지역에서는 최대 규모의 노학연대 시위가 개최되었다. 이번 파업이 ‘총파업’은 아니었다고 하는 바, 이후 파업사태가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다급해진 드빌팽 총리가 대화를 하자고 나섰지만 학생들과 노동자들은 CPE를 철회하는 것이 전제조건이라며 단호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지금과 같은 추세대로라면 저항의 규모가 더욱 커져서 우파정부가 결정적 궁지에 몰릴 가능성이 크다. 학생들은 30일에 기차역과 주요 도로를 점거하겠다고 밝혔으며 4월 4일에도 시위를 벌이겠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완전한 CPE 철회와 승리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실질적인 노동자 총파업이 관건이며 거리시위와 대학점거가 파업과 결합되는 것이 필수적이다. [%=박스1%]
2006년 3월 28일 한미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 발족 기자회견에서 배포되었던 자료입니다.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한미 FTA 협상 주요경과 및 범대위(준) 주요활동 한미 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 사업계획 부문별 대책위 계획 - 농대위 - 민주노총 - 영화인대책위 - 시청각미디어대책위 - 문화예술공대위 - 교육공대위 - 교수학술단체공대위 - 보건의료공대위 - 학생대책위 - 지적재산권부문 대책위(준) 한미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 발족 선언문 한미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 참가단체
○ 자료 목록 - 자유무역협정 절차규정 - 한·미 FTA와 양극화 대응의 동시적 추구, 경제부총리 고위공직자 대상 강연, 2006. 3. 3 - 한·칠레 FTA협정의 평가와 향후 FTA 추진에 대한 정책시사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2004. 6 - 한·미 FTA의 필요성과 경제적 효과, 대외경제정책연구원, 2006. 1. 18 - 미국 언론이 본 한·미 FTA 협상 개시 내용과 평가, 대외경제정책연구원, 2006. 2. 9 - 한·미 FTA에 대한 산업계 입장, 정재화(한국무역협회), 미래전략연구원, 2006. 2. 28 - 한·미 FTA 추진의 의미와 문제점, 임혜란(서울대학교 교수), 미래전략연구원, 2006. 2. 28 - 한미FTA를 반대하는 이해관계그룹을 대변하여, 미래전략연구원, 2006. 2. 28 - 무역자유화가 고용 및 임금 양극화에 미친 영향, 대외경제정책연구원, 2005. 10 - 2006년 세계경제 및 통상환경 전망, 대외경제정책연구원, 2005. 8 - 한국 FTA 로드맵과 보안과제, 전경련, 2004. 11 - 한미FTA 금융서비스 부문의 쟁점사항과 대응전략, 대외경제정책연구원 - FTA정책의 의의와 한계(통합론적 시각을 중심으로), 대외경제정책연구원, 2005. 8
프랑스의 반 CPE투쟁 우리는 ‘크리넥스’가 아니다 2월 7일 40만에 이르는 대규모 학생시위를 시작으로 한 달이 넘게 프랑스 전역이 노동자, 학생시위로 들끓고 있다. 사안의 핵심은 우파정부인 드빌팽 내각이 ‘CPE’라 불리는 새로운 고용계약을 도입했기 때문이다. CPE는 불어로 ‘Contrat Premiere Embauche’의 약자로서 ‘최초고용계약’을 의미한다. 그 내용은 20인 이상 사업장에서 26세 미만의 노동자를 고용하는 사용자는 최초 고용 2년간 특별한 사유나 설명 없이도 노동자를 자유로이 해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1월 16일 이 법안이 발의되자 이 법의 직접적인 대상이 되는 대학생들이 즉각 반발하고 나섰으며 대학생들의 시위에 노동자들이 동조하면서 시위는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3월 7일 시위에는 프랑스 전국 주요 도시에서 주최 측 추산 100만 명이 참여하는 시위가 벌어졌으며 3월 8일에는 학생들이 68혁명의 상징인 파리 소르본 대학을 점거했고, 전국 84개 대학 가운데 60여개 대학 이상에서 동맹휴업이나 점거농성이 진행되고 있다. 3월 13일, 3월 16일에도 격렬한 시위가 이어졌고 거리에서는 공화국기동대(CRS)가 최루탄과 물대포, 곤봉으로 시위대를 해산시켰다. 이번 시위에는 고등학생들까지 대거 가세하고 있다. 3월 18일에는 대학생, 고등학생, 노동계, 학부모, 야당까지 결집하여 전국적으로 150만, 파리에서 35만이 참여한 시위가 전개되었고 시위조직들은 48시간 안에 CPE를 철회하라는 최후통첩을 정부에 전달했다. 이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프랑스 노동총동맹(CGT)을 중심으로 하는 노동계는 3월 28일로 파업을 선언했다. 시위대들은 “우리는 크리넥스(휴지)가 아니다”, “CPE는 착취와 불안정 계약”, “시라크와 드빌팽은 끝났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CPE 철회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CPE가 실시되면 사용자들이 언제든지 청년노동자들을 ‘한 번 쓰고 버릴 수 있다’는 것이다. 3월 23일에는 시위가 더욱 격렬해져 곳곳이 불에 탔으며 일부 지역은 치안불능 상태에 놓이기도 했다. 사태의 원인 이번 시위와 파업사태가 CPE 도입을 계기로 촉발되었지만 그 이면에는 우파 정부 하에서 이제까지 계속되어 온 신자유주의 정책과 노동자 권리에 대한 공격, 사회보장의 후퇴 등이 자리 잡고 있다. 이번 사태의 원인을 몇 가지로 나눠서 살펴보자. 첫째, 프랑스의 높은 실업률과 이로 인한 사회적 불만이다. 프랑스는 지난 10년 동안 실업률이 점진적으로 상승해 왔고 유럽연합 내에서도 가장 높은 축에 속해서 2006년 1월 9.6%를 기록하고 있다. 작년 4월 이후 조금씩 하락하던 실업률이 올해 1월 다시 반등되어서 드빌팽 정부의 노동유연화 정책의 실효성 자체도 의문시되고 있다. 청년실업률은 더욱 심각해서 18살~25살 사이의 실업률은 23%에 이르며, 빈곤지역의 청년실업률은 40~50%에 달한다고 한다. 작년 하반기에 프랑스 전역을 불태웠던 이민자 2세들의 반란도 인종차별과 실업문제가 결합되어 나타난 소요사태였던 것이다. 이렇게 사회적 불만이 높은 터에 청년고용의 불안정성을 더욱 심화시키는 조치를 도입하려는 정부의 시도는 불에 기름을 붓는 격이었다. 둘째, 정부가 노동 불안정화를 불러올 조치들을 연이어 도입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CPE 도입은 드빌팽 총리가 계획하는 3단계 실업대책의 두 번째라고 한다. 이미 작년에 그 첫 조치로서 20인 미만 기업에 대해 신규 직원을 2년간 수습을 거쳐 고용할 수 있게 하는 CNE(신고용계약)이 도입되었다. 이는 CPE와 같은 내용이다. 다음 조치는 올해 내에 고용계약 체계 전반을 개편하는 것으로서, 현재 존재하는 기간을 정하지 않은 고용계약(CDI)과 기간을 정한 고용계약(CDD)를 합쳐서 유연한 단일 고용계약 체계 만든다는 계획이다. 노동계가 들고 일어난 이유도 CPE가 나중에는 청년노동자 뿐만 아니라 노동자 전반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셋째, 우파정부가 신자유주의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여 인민의 사회적 권리를 계속 공격하는 것이다. 예컨대 1994년 청년층의 최저임금안을 삭감하는 최저임금안(CIP) 추진은 수십 만 학생시위로 좌절되었다. 2003년에는 노동자들의 퇴직연금에 대해 납입기간을 늘리고 수급액수를 낮추는 연금개악을 추진하여 반발을 불러일으켰고 2004년에는 교육장관이 대학재정 자율화 계획을 추진하다가 학생들의 거센 반대에 부딪쳐 계획이 무산되었다. 2005년에는 주35시간근로제의 조건이 완화됐고 연장근로 허용도 연 180시간에서 220시간으로 늘어났다. 정부의 공공부문 사유화 추진 역시 계속적인 노동자 파업을 불러일으켰다. 이렇게 계속되는 신자유주의 정책에 대한 대중적인 거부는 최근 2005년 5월의 유럽연합 헌법 국민투표 부결로 드러난 바 있다. 당시 프랑스에서는 유럽연합 헌법조약을 부결시키기 위한 캠페인에 아탁을 비롯한 사회운동, 여성운동, 프랑스공산당, 혁명적공산주의동맹(LCR), 노동총동맹(CGT) 등이 총력을 기울였다. 또한 2007년 대선을 앞둔 드빌팽 총리가 성과를 내기 위해 무리하게 CPE를 추진한 것도 반발을 확대시킨 요인이다. 비정규직 일자리라도 만들면 수치상의 실업률이 내려갈 것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더욱이 그는 헌법상의 조항을 이용하여 하원에서 표결 없이 법안을 통과시켰다. 결국 낮은 경제성장률과 높은 실업률의 경제 불황 상태가 초래한 사회적 위기와 불안, 이에 대한 신자유주의적 처방에 대한 대중적 반발이 프랑스의 봉기적 전통과 맞물려 68년 이래 최대 규모의 시위와 파업 물결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개혁을 위한 진통인가, 신자유주의의 실패인가 프랑스 학생과 노동자들의 투쟁은 좁게 보면 CPE법안에 대한 반대투쟁이지만 그 근본적인 성격은 신자유주의 정책과 우파정부에 대한 반대투쟁이다. 이번 사태를 둘러싸고 각국 정부나 기업, 우파 정치세력들은 “실업률을 낮추기 위해 노동시장 유연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더욱이 한편에서는 덴마크 사례를 들며 해고를 자유롭게 하는 대신 많은 금전적 보상을 주는 소위 ‘유연안정성(flexecurity)’을 강조한다. 그러나 노동계와 학생, 좌파 정치세력들은 “고용불안을 통해 안정적인 일자리가 만들어질 수 없고 CPE는 오히려 고용불안을 가중시켜 노동자 보호를 약화시키고 결국 실업률 악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문제는 경제위기와 사회불안, 청년실업, 공적 사회서비스 후퇴, 노동 불안정화 등은 프랑스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공통적인 현상이라는 것이다. 독일에서도 추가 보수 없이 노동시간을 38.5시간에서 40시간으로 연장하려는 정부에 맞서 공공노조(Ver.di)가 6주간 파업을 벌이고 있는 상태다. 물론 이러한 상황은 자본의 위기에 따른 신자유주의적 대응이 불러온 재앙이자, 전체 민중의 권리와 삶에 대한 노골적인 공격이다.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는 노동자 착취에 기반하여 거대한 부를 금융자산가 계급으로 이전하는 체제이기 때문에 이것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고서 체제의 위기를 해결할 수는 없다. “2005년 한 해 프랑스 다국적기업들이 벌어들인 이익이 840억 유로나 되는데, CPE를 도입하는 것은 더 큰 이익을 기업들에게 안겨주려는 정치인들의 사기”라는 어느 프랑스 학생의 말에서 이러한 분노를 읽을 수 있다. 덴마크 사례도 예외적이라고 볼 수 있다. 국가의 엄청난 재정이 필요할 뿐 아니라 적은 인구, 비교적 안정된 사회상황 등 사회적 차이가 크기 때문에 프랑스나 다른 나라에 일반적으로 적용되기 힘들다. 또한 이는 세계 경제의 위기 속에서 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고 유연성과 안정성 사이의 줄타기일 수밖에 없으므로 지속가능성 여부가 의문시된다. 따라서 반CPE 투쟁은 보수 세력들이 얘기하는 ‘개혁을 위한 진통’이 아니라 명백히 신자유의의 실패를 나타내는 것이다. 소수 기득권 지키기인가, 다수 민중의 요구인가 또한 이번 사태는 종종 68혁명과 비교된다. 대규모 학생시위로 불붙은 전 국민적인 투쟁, 소르본 대학 점거 등은 68혁명을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보수언론에서는 68혁명이 긍정적이고 사회변화를 추동하는 것이었는데 지금의 시위는 부정적이고 사회변화를 거부하는 것이라고 함으로써 68혁명을 왜곡하여 현재 시위를 이데올로기적으로 공격하는데 이용한다. 예컨대 독일 <슈피겔>은 “68혁명은 기득권과 구질서에 맞서 싸운 것인데 지금은 기득권을 보호해 달라며 싸우고 있다”고 했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즈>는 “68세대는 부모세대의 자기만족에 도전함으로써 세상을 바꾸려한 반면, 지금 학생들은 특권을 즐기기 위해 현상유지를 원한다.”면서 프랑스의 투쟁을 애써 깎아 내리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이데올로기 선동은 프랑스 투쟁의 의미를 축소시켜 투쟁의 불길이 번지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고자 하는 것이다. 68혁명이 자본주의 기성체제에 대한 반란이었듯이 현재 프랑스의 투쟁 역시 더 나은 삶과 권리를 위해 체제에 저항하는 것이며, 자본과 지배세력의 기득권을 타파하고 다수 민중의 요구를 실현하기 위한 것이다. 이는 CPE에 대한 반대 여론이 2/3를 넘는 다는 것에서 확인할 수 있다. 국내에서도 조선일보 등 보수언론은 프랑스 시위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면서 프랑스 정부도 노동유연성 정책으로 전환하는데 국내에서도 비정규직법안을 빨리 통과시켜야 하고, 민주노총 파업 예고도 시대착오라고 경고한다. 프랑스 사태의 원인은 복지병폐, 고용 과보호라며 노조가 기득권을 고수하는 것이 청년들의 일자리를 뺏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국내 보수언론의 공격 역시, CPE와 유사한 비정규직법안이 국회에 계류되어 있는 상태에서 투쟁이 커지는 것을 막으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오히려 우리가 간취해야 할 것은 신자유주의가 실패한 것이고 신자유주의 노동정책에 대해 프랑스처럼 강력한 대중저항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반CPE 투쟁이 우리에게 말하는 것 지난 2월 27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날치기’ 통과된 비정규 법안은 신자유주의 자본과 정치세력들이 1천5백만 전체 노동자들을 정면으로 겨냥한 ‘노동자 학살법안’이다. 기간제(계약제)는 사용사유 제한이 없어 모든 업종에서 전면 자유화되고 2년 이내에는 계약기간 만료를 이유로 자유롭게 해고할 수 있다. 파견노동은 ‘업무의 성질 등을 고려하여 적합하다고 판단되는 업무’도 추가하여 정부가 자의적으로 파견을 무한정 확대할 수 있게 하였으며, 파견 2년이 지나면 정규직으로 간주하는 고용의제를 규정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고용의무만을 규정하여 사용자가 과태료만 내고 끝날 수 있는 면죄부를 주었다. 이러한 악법이 통과된다면 사용자는 2년 내에서 비정규직을 마음대로 쓰다가 버리는 권리를 갖게 되고, 노동자는 2년을 주기로 무한정 착취당하는 노예 신세가 될 수밖에 없다. 프랑스의 CPE 역시 최초 고용 2년 내에 해고를 자유화하는 것이어서 국내의 기간제법과 유사하다. 오히려 기간제법은 연령제한이 없어서 CPE에 비해 훨씬 더 기간제고용을 확대하는 것이다. 프랑스에서는 ‘사용 사유제한’이 이미 시행 중이기도 하다. 따라서 노무현 정권이 추진하고 있는 소위 ‘비정규보호법’은 CPE에 비할 수 없는 악법이며 프랑스보다 더한 투쟁이 벌어져서 심판받아 마땅하다. 프랑스 반CPE 투쟁이 우리에게 말하는 것은 이런 것이다. 전체 노동자, 미래의 노동자를 비롯하여 전 국민들에게 노예로서 살기를 강요하는 신자유주의 공세에 맞서는 투쟁과 저항이 가능하고, 노동자와 학생 그리고 모든 민중이 연대하여 거리로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정치권이나 제도 세력에 기대는 것이 아니라 민중 스스로가 투쟁으로 나서고 행동으로 요구를 말하는 것이 정치적인 변화를 촉진시키는 가장 빠른 길이라는 것이다. 향후 전망 “100만이 부족하면 200만을 모으겠다.”는 프랑스 학생 대표의 말처럼, 노동계 파업투쟁과 연대하는 3월 28일은 이전보다 훨씬 대규모 투쟁이 전개되었다. 70여개 대학에서 점거농성이 지속되고 있고 1,000여개 고등학교에서 행동이 진행되었다. ‘검은 화요일(마르디 누아르)’라 불린 3월 28일 파업에 공공부문 노동자들을 중심으로 파업에 나서 500만 명이 참여했다고 노동계는 밝혔다. 주요 교통수단이 정지되었고, 관공서와 병원이 문을 닫는 등 국가기능 마비사태가 발생하였으며 파리를 비롯한 200여개 지역에서는 최대 규모의 노학연대 시위가 개최되었다. 이번 파업이 ‘총파업’은 아니었다고 하는 바, 이후 파업사태가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다급해진 드빌팽 총리가 대화를 하자고 나섰지만 학생들과 노동자들은 CPE를 철회하는 것이 전제조건이라며 단호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지금과 같은 추세대로라면 저항의 규모가 더욱 커져서 우파정부가 결정적 궁지에 몰릴 가능성이 크다. 학생들은 30일에 기차역과 주요 도로를 점거하겠다고 밝혔으며 4월 4일에도 시위를 벌이겠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완전한 CPE 철회와 승리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실질적인 노동자 총파업이 관건이며 거리시위와 대학점거가 파업과 결합되는 것이 필수적이다.
* 프랑스에서 벌어지고 있는 CPE(최초고용계약) 반대투쟁 관련 기사모음입니다.
3.19 국제공동반전행동을 맞이하여 이라크 민중의 고통만 가중시키는 전쟁과 점령 소위 ‘대량살상무기 보유, 9.11테러세력과의 연계’ 등을 명분으로 부시가 이라크 전쟁을 시작한지 3월 20일이면 벌써 3년이 된다. 그동안 이라크 민중들은 10만 명이 넘게 사망했고 물, 에너지, 의료, 교육 등 기본적인 필수서비스가 갈수록 악화되는 고통 속에 생존하고 있다. 침략 명분이 거짓으로 드러난 이후에 미국이 내세운 ‘민주주의와 재건’은 이미 공문구가 되었다. 2003년 개전 이후 미국은 184억 원의 재건기금 대부분은 저항세력을 진압하는 데 사용했을 뿐 이라크 민중들을 위한 사회 재건에는 별다른 투자를 하지 않았다. 따라서 민중의 생활 상태는 침공 이전보다 현저하게 나빠졌다. 예컨대 전기와 석유 생산의 감소로 하루 6시간 이하로 전기 공급이 이뤄지고 있고, 유가는 지난 12월 15일 총선 이후 최소 5배 이상 올랐다. 가스요금, 대중교통 요금 역시 엄청나게 인상되었다. 이는 즉각적으로 이라크 전역에서 소요사태를 발생시켰고 미국 주도의 점령에 대한 불만과 분노를 더욱 키웠다. 미국의 군사적 점령에 더해 IMF도 이라크를 점령하려 하고 있다. 유가의 급상승은 IMF가 지난 12월에 6억8천5백만 달러를 대출해주는 조건으로 강요한 협정 때문에 이라크 정부가 석유 생산물에 대한 정부보조금을 삭감했기 때문이다. IMF는 임금통제와 석유산업 사유화도 요구하고 있다. 미국 재무장관은 가증스럽게도 IMF와의 협정이 이라크 경제안정의 토대가 되고 개방과 번영에 초석이 될 것이라며 파괴적인 IMF의 조치를 옹호했다. 그러나 IMF와 UN개발프로그램이 이라크 정부와 함께 작업하여 지난 1월에 발표된 연구에 의하면, 이라크 인구의 5분의 1이 하루 1달러로 살아가는 빈곤선 이하의 삶을 살고 있다. 전쟁과 점령은 식량, 생필품, 에너지, 공적 서비스, 치안 등 인간생활의 모든 기본조건을 파괴한 것이다. 이라크에서 군사적 점령과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민중의 삶을 붕괴시키고 있다. 점령 치하 민주주의의 불가능성 민중이 중심이 되어 스스로를 통치하는 민주주의는 전쟁과 점령이 지속되는 한 불가능하다. 이라크 민중들은 이라크 정부나 정치세력들이 자기들만의 이익을 위해 움직인다고 생각한다. 더욱이 총선 이후 80여일이 지났지만 정치적 힘겨루기로 인해 의회도 아직 개원하지 않아서 정부 구성 자체가 난항을 겪고 있다. 과반수에 10석 모자란 의석을 차지한 시아파 계열의 ‘통일이라크연맹’(UIA)은 자파리 현 총리를 새 총리로 내정하였지만 쿠르드 출신인 탈라바니 대통령은 최대 석유지대인 키르쿠크를 쿠르드 자치지역으로 포함시키는 국민투표를 2007년에 실시해야 한다며 자파리 총리 임명을 반대하고 있다. 또한 최근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이라크 내 사원에 대한 무장공격으로 인해 각 종파들은 치안과 군대를 관장하는 내무부와 국방부를 서로 차지하려 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정치세력들의 갈등의 이면에는 미국이 있다. 미국은 이란과 시아파가 가깝다고 못마땅해 해왔고 연정을 위한 정치협상에 있어서도 칼릴자드 미 대사를 내세워 친미정부를 구성하려고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다. 근래에 벌어지고 있는 참혹한 유혈사태의 근본원인 또한 미국의 점령정책이다. 미국은 점령 초기부터 이라크를 종파 사회로 재단하고 종파 및 종족을 분할통치하는 정책을 강제하여 이라크의 전통적인 공존과 조화를 파괴했고 갈등을 끊임없이 조장해왔다. 또한 친미적인 해외 망명인사들을 앞세워 점령행정처, 과도통치위원회, 임시정부로 이어져 오는 동안 정치적인 공작을 진행했다. 미국은 점령정책이 초래한 갈등과 반목을 도리어 자신들의 주둔과 개입을 정당화하는 구실로 삼아 온 것이다. 따라서 이라크 민중이 스스로의 힘으로 사회를 재건하고 민주적 자치를 실현하는데 최대의 걸림돌은 바로 미국을 비롯한 점령세력이다. 점령 하에서 민주주의란 없으며 미국이 이라크를 떠나고 모든 점령군이 철수하는 것이 해결의 출발점이다. 이라크 수렁에 빠져 무덤으로 향하는 부시 <타임>지는 최근 부시의 레임덕이 시작되었다고 보도했다. 이와 더불어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부시 지지율은 바닥을 치고 있다. 특히 지난 2월 22일 시아파 성지인 아스카리야 사원 폭파사건 이후 1000여명이 사망한 것에서도 보이는 이라크 내전 위기와 지금까지 2300명이 넘는 미군 전사자 증가로 인해 이라크전에 대한 미국 내 여론은 최악의 상황이다. 의 3월 여론조사에 따르면 부시 지지도는 37%에 그쳤고, 미국민 70%가 이라크전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3월 13일 방송이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도 부시 지지도는 36%였고 테러와의 전쟁 지지율도 43%로 하락했다. 방송 여론조사에서는 지지도가 34%였다. 다급해진 부시가 이라크 관련 연설만 세 차례 하기로 하고 첫 연설에서 “테러분자들이 내전위기로 몰아가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올해 연말까지 이라크 대부분의 치안을 이라크에 넘기겠다”고 했지만 떠나간 민심이 돌아올 리 없으며, 이라크에 대해 없던 통제력이 생길 리도 없다. 더욱이 민주당 일부 의원들은 대통령 불신임 결의안을 제출할 예정이고 공화당원들도 등을 돌리고 있다. 네오콘의 핵심이자 ‘악의 축’ 연두교서를 작성했고, ‘제1의 전쟁광’이라는 리처드 펄 전 국방정책자문위원장도 이라크 전쟁의 결과가 잘못됐다고 인정하고 있다. 여기에 지난 2월 아부그라이브 수용소의 끔찍한 포로 학대 사진이 추가로 폭로되고 영국 군인들의 이라크 청소년 집단구타 비디오가 공개되었으며 관타나모 수용소 등 미군이 해외에서 운영하는 수용소의 인권유린에 대한 비난이 높아지는 등 세계 여론의 분노가 비등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미국의 1월 무역적자는 685억 달러로 사상 최대에 이르렀고 이라크 전쟁으로 인한 군비증가가 재정적자를 증가시킴에 따라, 국가부채가 법정한도인 ‘8조 1800억 달러’를 초과하는 채무불이행 사태에 이를 수도 있는 상황이다. 저돌적으로 이라크를 침공하고 승리를 선언했지만 부시 행정부는 지난 3년 동안 이라크라는 수렁에 빠져 있었으며 어떠한 전망도 보여주지 못한 채 이라크 사회를 파괴하고 세계를 위협했을 뿐이다. 미국의 전쟁과 점령은 이라크를 엄청난 갈등과 분열로 몰아넣었고 이는 부시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와 이라크에 대한 완전한 통제력 상실로 이어졌으며 ‘제2의 베트남’, ‘부시의 무덤’이 되고 있다. 그런데도 부시 행정부는 최근 핵개발을 빌미로 이란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고 군사적 개입을 추진하면서 또 다른 전쟁을 예고하고 있다. 이라크 전쟁과 같은 재앙이 다시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확전에 반대하고 미국의 일방적 군사주의를 해체해 나가야 한다. 자이툰 부대는 도대체 왜 이라크에 있나? 작년 말에 또다시 자이툰 부대 파병 재연장안이 국회를 통과한 이후 자이툰은 스스로 재앙의 구렁텅이로 걸어 들어가고 있다. 자이툰 부대는 아르빌 지역의 유엔이라크지원단(UNAMI) 사무소와 유엔 요원들에 대한 경호임무를 맡기로 했으며 아르빌에 있는 미 국무부 산하 국제개발처(USAID) 사무소도 4월에 자이툰 부대 안으로 이전할 예정이다. 이러한 계획은 소위 ‘평화와 재건’이라는 자이툰 부대의 파견 명분에도 어긋나는 위법적인 임무일 뿐 아니라 실제로 전투활동을 포함하게 되어 자이툰 부대를 극히 위험한 상황으로 몰고 갈 수도 있다. UN역시 이라크에서는 점령세력과 동일시되고 있고 미국 정부기관은 저항세력의 핵심 타깃이기 때문이다. 자이툰 부대 초대 사단장이 미국 공로훈장을 받고, 한국군 장성이 이라크 다국적군 사령부 민군작전처장으로 파견되는 등 이미 미군과 자이툰 부대는 한 몸이 되어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노무현 정부는 4월 말부터 12월까지 단계적으로 1,000명을 줄인다고 하지만 철수 일정은 밝히지도 않으면서 미군과의 운명공동체를 자임하며 장기주둔을 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라크가 부시의 수렁이자 무덤이 되고 있듯이 자이툰 파병은 노무현의 수렁이 될 것이다. 한미 전쟁동맹 강화, 전략적 유연성 합의, 한미 FTA 추진, 평택 미군기지 확장 등 부시 행정부와 스스로를 일체화시켜 온 노무현 정부가 부시의 몰락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갈수록 불안정해지는 이라크 정세, 자이툰 부대를 둘러싼 위험 증가는 민중을 배반한 노무현에게 화살로 돌아올 것이다. 바그다드와 평택은 다르지 않다. 전쟁과 점령에 맞서 거리로! 세계 민중은 신자유주의 금융-군사세계화라는 21세기 제국주의에 맞서 대안적인 세계를 건설하기 위해 투쟁하고 있다. 각국의 노동자, 농민, 여성 사회운동은 무장한 세계화에 저항하며 국내, 국제적으로 반전운동과 대안세계화운동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같은 날 세계 곳곳에서 동시에 수백만 명이 거리로 나서는 반전시위는 이라크 개전일인 3월 20일에 맞춰 해마다 전개되어 올해 3년째를 맞이하고 있다. 지난 1월에 개최된 베네수엘라 세계사회포럼 국제반전총회에서 역시 이 시위가 호소되었으며 올해에는 세계적으로 3월 18일(토), 19일(일)에 집중되어 개최된다. 이 국제 공동시위 웹사이트(www.march-in-march.org)에 따르면 이미 50여개 국가에서 시위가 준비되고 있다. 한국에서는 ‘파병반대 국민행동’에서 “자이툰 부대 철수, 미국의 이라크 점령 중단, 한-미 전쟁동맹 반대, 이란에 대한 공격반대”를 주로 하여 3월 19일(일) 오후3시에 서울역 시위를 개최한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이라크를 둘러싼 정세가 긴급하게 전개되고 있고 더욱이 국내적으로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문제, 평택 미군기지 확장에 대한 반대투쟁이 고조되고 있는 만큼, 제국주의에 맞서는 국제 공동시위의 중요성은 두말할 것이 없다. 특히 우리는 미군의 점령과 파괴에 고통 받으면서 생존과 평화를 위해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 이라크 민중과 평택 주민은 다르지 않다고 인식하고 이 두 투쟁을 효과적으로 결합시킬 수 있어야 한다. 지금 평택에서는 연일 미군기지 확장을 위한 국방부의 침탈 시도에 맞서는 주민들의 투쟁이 전개되고 있다. 이는 단순히 지역의 문제가 아니라 주한 미군 재배치를 통해 세계 어디로든 군사적 출동을 하고자 하는 미국의 계획을 파탄내고 한미 전쟁동맹에 파열구를 내는 저항이다. 전쟁과 폭력의 야만, 부시와 노무현의 더러운 동맹을 단호히 규탄하고 이라크-평택 민중과 연대하여 힘차게 나아가자. 이라크 점령 중단하고 자이툰 부대 철수하라 ! 한-미 전쟁동맹 해체하라 ! 이라크를 민중에게, 평택을 주민에게 ! 미군은 이라크-한반도를 떠나라 ! 제국주의 분쇄하고 민중의 투쟁을 세계화하자 !
전쟁과 신자유주의에 맞서 연대를 확장하자 [%=박스1%] 세계사회포럼이 6회를 맞이하여 ‘다중심 포럼’이라는 새로운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지난 1월 19~23일에는 서아프리카 말리의 수도 바마코에서 10,0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2006년 다중심 포럼의 첫 번째 행사가 진행되었고, 바로 뒤를 이어 1월 24~29일 베네수엘라 카라카스에서 열린 두 번째 행사에는 십만 여 명이 참석했다. 세계사회포럼은 전 세계의 다양한 사회운동들이 오늘날 세계 민중이 처한 삶의 위기의 원인에 대한 공동의 인식을 넓히고 이에 대한 대안을 모색하도록 ‘개방적인 토론의 장’을 제공해왔다. 세계사회포럼이 확산되는 과정에서 여기에 결합한 여러 사회운동들은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비롯한 각 지역에서의 군사적 개입으로 인한 폭력의 확산, ▶WTO 혹은 지역/양국 간 자유무역협정 체결 과정에서 드러나는 인민의 권리 축소, ▶남반구의 외채-경제위기를 매개로 한 구조조정과 이에 따른 약탈체계의 강화, ▶의료·교육 등 기초서비스, 에너지·물과 같은 공유물의 상품화, ▶이주의 상업화와 불법화로 인한 이주자의 권리 박탈 등‘금융-군사세계화’에 따른 빈곤과 폭력의 현실을 분석하고, 이를 사회운동의 의제로 제기해왔다. 이 과정에서 ‘인민의 자율성-자기통치를 바탕으로 권리를 실현하고, 사회·경제적인 변혁을 지향하며, 사회운동과 공동체 사이의 교통과 연대를 확장하려는 운동’이 세계 민중이 경험하고 있는 위기의 해법으로 제시되고 있다. 또한 각종 초국적 기구와 각 국 정부가 내세우는 ‘신자유주의’라는 해법은 오히려 위기 심화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것이다. 한 편, 지난 6년 동안의 성과를 세계 곳곳으로 확산하고 더 많은 이들의 참여로 그 토대를 굳건히 다진다는 취지에서 2006년 세계사회포럼은 개최지를 분산하여 진행하는 '다중심 포럼'의 형식을 채택했다. 이러한 다중심 포럼은 해당 지역 사회운동의 현실을 고스란히 반영하기 때문에, 규모와 내용을 비롯한 여러 가지 측면에서 불균등한 형태를 띠고 있다. 각 지역에서 열리는 포럼의 면면을 통해 해당 지역/대륙의 사회운동이 안고 있는 고유한 의제 및 해당 지역/대륙 민중들의 요구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2006년 세계사회포럼은 앞선 두 행사에 이어 파키스탄 카라치(3.24~29)와 그리스 아테네(5.3~7)에서, 그리고 소지역별, 나라별, 주제별 포럼의 형태로 계속될 예정이다. 대안 형성, 공동 행동 조직: 세계사회포럼의 의미 세계사회포럼이 거듭되는 동안 세계사회포럼의 위상과 전망을 둘러싼 갖가지 논쟁이 제기되었다. "‘또 다른 세계는 가능하다’라는 슬로건 속의‘또 다른 세계’는 과연 무엇인가?", "세계사회포럼이 '조직'이 아닌 '공간'이라면 전국적이고 국제적인 차원의 행동 계획을 수립하는 역할을 할 수 있는가?", "정당과 무장조직의 참여를 배제하고 있는 원리헌장이 세계사회포럼의 힘을 약화하는 것이 아닌가?" 이런 문제들은 거듭 제기되는 논쟁거리다. 이를 둘러싼 논쟁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지난 5년 동안 세계사회포럼에 결합한 사회운동들은 ‘또 다른 세계’에 대한 전망을 꾸준히 제출해왔다. 또한 이를 통해 스스로를 ‘신자유주의 금융-군사 세계화’를 넘어설 대안으로 표상해왔다. 이러한 성과는 2006년 다중심 사회포럼의 첫 번째 행사가 시작되기 전 날 발표된 ‘바마코 호소문’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50년 전의 ‘반둥회의’의 정신을 오늘에 되살려, ‘미 제국주의에 맞선 남반구-북반구 민중의 연대를 강화’한다는 취지에서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지식인과 활동가들이 회의를 개최하고 바마코 호소문을 작성했다. 이 호소문은 지난 5년 동안 진행된 세계사회포럼 및 지역별․주제별 사회포럼에서 제출된 ‘대안’을 둘러싼 원칙을 다음과 같이 집약하고 있다. ① 경쟁이 아닌 연대를 바탕으로 한다. ② 시민권과 양성의 평등을 전적으로 옹호한다. ③ 모든 다양한 구성원에게 창조적인 발전의 가능성을 제공하는 보편적인 문명을 구축한다. ④ 민주주의를 통한 생산과 재생산의 사회화 ⑤ 자연·자원 및 농지의 시장화를 거부한다 ⑥문화적 산물, 과학적 지식, 교육, 의료의 상품화를 저지한다 ⑦ 제한 없는 민주주의, 사회진보, 각 나라와 개인의 자율성을 포함하는 정책을 촉진한다 ⑧ 반-제국주의에 기초한 국제주의와 남-북반구 민중의 연대를 강화한다. 이에 기반을 두어 바마코 호소문은 세계 곳곳의 민중들이 제기해 온 요구를 모아, 다음을 사회운동이 시급하게 진행해야 할 과제로 제안했다. 미국이 주도하는 전쟁과 군사적 점령에 반대하는 운동 및 분쟁 지역의 저항하는 민중들과의 연대를 강화할 것, WTO 도하개발의제 협상 중단을 요구하는 투쟁 및 남반구 외채의 즉각적이고 조건 없는 탕감을 요구하는 캠페인을 지속할 것, 금융자본이 주도하는 지역통합을 중단하고 지역 내 민중의 연대와 자율성을 바탕으로 한 통합을 촉진할 것 등이 제기된 과제이다. 이를 실현하려는 사회운동이 꾸준히 출현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와 같은 원칙이 단지‘선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대안적인 세계를 추동할 힘으로 작동할 가능성이 있음을 뒷받침한다. 뿐만 아니라, 세계사회포럼은 전 지구적인 차원의 공동행동을 제안하고 이를 추동하는 공간이 되고 있다. 비아캄페시나, 세계여성행진 등과 같은 대중조직은 <세계사회운동총회>를 개최하고 1년 간 세계 사회운동이 집중해야 할 운동의 의제와 행동의 계기를 제시해왔다. <세계사회운동총회>는 세계사회포럼의 공식기구와는 관련이 없지만 전 지구적인 공동행동을 조직하는 바탕이 되고 있다. 올 해 역시 카라카스 사회포럼의 마지막 행사로 진행된 <세계사회운동총회>에서는 2006년 세계사회운동이 집중해야 하는 공동행동 계획을 담은‘사회운동 호소문’이 발표되었다. ‘바마코 호소문’의 제안을 반영하여 ‘미국의 이라크 침략전쟁 중단’,‘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 중단’, ‘ 대량살상무기와 핵무기 사용 중단’, ‘베네수엘라, 쿠바 등 미국의 군사적 개입에 저항하는 민중과의 연대 강화’, ‘도하개발의제 협상 저지’, ‘ 남반구 외채의 즉각적이고 조건 없는 탕감’을 주요 요구로 하여 3월 18/19일 국제반전공동행동, 5월 경 제네바에서 열릴 WTO 일반이사회 대응 행동, 6월 러시아 성 뻬쩨르부르크에서 열리는 G-8 정상회담 반대투쟁, 9월 IMF-세계은행 연차총회 반대행동을 다양하게 조직하고 이러한 행동들을 결합시켜 내자는 호소를 담고 있다. 사회운동총회에 참석한 여성운동, 농민운동, 원주민운동 등은‘여성 신체의 상품화 중단’, ‘ 식량주권(토지, 종자, 농업지식에 대한 농민의 통제권, 민중의 식량에 대한 보편적 접근권)’강화, ‘원주민의 자치 실현’고유한 의제와 이를 중심으로 한 각자의 행동계획을 공유했다. <세계사회운동총회>는 신자유주의 세계화로 인해 분출한 다양한 사회운동들이 서로 어떻게 발견한 공동의 인식을 확보하고 연대를 실현하는지 그 방법을 잘 보여준다. 006년 다중심 포럼을 통해 드러난 각 지역 사회운동의 현재 그동안의 세계사회포럼이 주 개최지였던 남미 사회운동에 치중되어 있었다. 바마코 행사에 참가한 인원이 카라카스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이를 잘 보여준다. 그러나 바마코 행사 참가자들은 세계사회포럼 장소가 분산되어 더 많은 아프리카 민중들이 세계사회포럼에 참여할 수 있게 되었으며, 이에 따라 이전에는 활발하게 제기되지 못했던 아프리카의 고유한 의제들이 세계사회포럼의 주제로 다루어지게 되었다고 평가했다. 바마코 사회포럼에서는 수단-콩고의 분쟁, 오랫동안 아프리카 여성들의 권리를 침해해 온 성기절단 및 조혼과 같은 문제들이 다루어졌다. 아프리카 사회운동들은 각국 정부가 주도하고 있는 ‘아프리카 발전을 위한 새로운 파트너십(NEPAD)’과 같은 프로그램이 IMF와 세계은행의 주도 하에 이루어진 구조조정프로그램(SAPs), 빈곤감축전략계획서(PRSPs)와 같은 맥락의 신자유주의 정책개혁 프로그램임을 분명히 하고 이에 맞서 싸울 것을 호소하고 있다. 또한 그동안 여러 비정부기구(NGO)가 진행해 온 IMF, 세계은행의 개혁을 위한 개입이 결국은 신자유주의 정책개혁을 수용하는 결과를 낳고 있을 뿐이라며, 이제는 사회운동이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에 반대하는 운동을 펼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바마코 사회포럼은 아프리카 사회운동들에게 던져진 시급한 과제는 ‘내전’ 및 ‘지역분쟁’을 종식하기 위한 활동이라는 점을 확인했다. 카라카스 사회포럼에서는 남미지역에서 ‘금융-군사세계화’에 대항하여 분출하는 사회운동과, 잇따라 등장하고 있는 좌파정권의 관계가 뜨거운 쟁점이 되었다. 남미 지역의 사회운동들은 세계사회포럼 프로세스의 중심적인 역할을 차지하며 ‘신자유주의 금융-군사세계화’에 반대하는 대륙 차원의 연대를 꾸준히 강화해 왔다. 지난 해 아르헨티나 마르 델 플라타(Mar del Plata)에서 열린‘미주지역정상회의’에 즈음하여 사회운동들이 미주지역자유무역협정(FTAA) 체결 논의를 효과적으로 중단시킨 바 있는데, 이는 이 지역에서 대륙차원의 연대가 얼마나 성장했는지를 잘 보여준다. 포럼의 마지막 날 행사로 열린<세계사회운동총회>에서 사회운동들은 최근 들어 각 국에서 좌파 정권이 줄을 이어 등장하고 있는 현상이 남미 대륙에서 폭발하고 있는 자유무역, 군사주의, 사유화 정책에 반대하고, 자연자원과 식량주권을 지켜내기 위한 사회운동의 흐름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러한 좌파정권의 등장과 함께 남미 각 국의 좌파정부와 사회운동이 미 제국주의에 대한 대항블록을 구축하자는 제안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는데, 이러한 제안은 카라카스 사회포럼에서도 중요한 의제였다. 특히 베네수엘라의 차베스 대통령은 주요 행사에 직접 참석하여 미 제국주의에 대항하는 남미 각 국의 좌파정부와 사회운동이 연대를 강화할 것을 호소했다. 또한‘미주지역자유무역협정’에 맞서 민중의 권리를 바탕에 둔 ‘미주대륙을 위한 볼리바리안 대안(ALBA)’를 중심으로 단결을 강화할 것을 호소했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이번 포럼을 진행하는 데 직접 나서서 지원했으며 차베스 대통령이 상당한 주목을 끌었던 상황에서, 사회운동의 자율성에 관한 쟁점은 중요한 논쟁거리였다. 이제 세계사회포럼 원리헌장이 제시하고 있는 ‘정당과 무장조직 배제의 원칙’을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쟁점은‘남미 각 국의 좌파정권과 사회운동은 어떤 관계를 맺을 것인가’라는 쟁점으로 새롭게 제기되고 있다. <세계사회운동총회>에 모인 사회운동들은 이 문제에 대한 해법을 스스로 내리고 있다. 이들은 ‘사회운동은 좌파정권에 대해 정치적 자율성을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며, 우리의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운동의 조직화에 복무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각국 정부가 신자유주의를 수용하지 않도록 압박하는 것이 사회운동의 임무’라고 했다. 금융-군사 세계화가 파괴하는 민중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제기하고 이를 연대와 자율성을 바탕으로 운동을 통해 실현하려고 노력해 온 사회운동들의 활동과 역할이 축소되지 않고, 스스로 ‘대안’에 대한 전망과 역량을 더욱 확장해 나아가는 것이 사회운동들이 실현해야 할 지난한 과제이다. 6년 다중심 포럼과 한국 사회운동의 과제 노무현 정부는 신자유주의를 추진하며 대중을 분할하고 특정 계층에게만 제한된 시혜를 제공하면서 저항을 무마하는 한 편, ‘사회 양극화’라는 말로 신자유주의로 더욱 심화된 위기의 원인을 가리며 ‘사회통합 담론’을 내세워 계급 형성을 가로막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2006년 다중심 포럼이 주는 교훈은 중요하다. 특정 계층-부문의 이익을 집단적으로 방어하는 식의 실리주의적인 투쟁방식은 이러한 신자유주의와 맞서 싸우는데 무력하며, 전 세계적인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라는 조건에 놓여 있는 각 국의 정부가 무엇을 해 주기를 바라지 않고 사회운동이 자율성을 유지하며 독자적인 역량을 구축해갈 때, 삶의 위기에 대한 대안을 마련하고 이를 실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고용형태와 임금조건, 성별, 국경과 인종에 따른 분할을 뛰어넘는 연대를 실현하기를 주저하여 분할과 타협에 노출된 채 사회변혁에 대한 전망을 탈각하지 않도록 사회운동의 독자성을 형성하기 위한 노력을 부단히 기울여야 한다. 그 출발점으로, 2006년 다중심 포럼이 제기한 몇 가지 과제를 적극적으로 사고할 필요가 있다. 우선, 초민족 자본의 이해를 위해 민중의 권리를 축소하는 데에 적극 나서고 있는 노무현정권의 반민중성을 폭로해야 한다. 노동의 불안정화, 농민생존권의 파괴, 식량주권의 파괴, 공공서비스와 지식에 대한 대중의 권리의 파괴는 뒤로 한 채, 초민족 금융자본의 자유로운 활동을 보장하기위해 각종 규제완화에 박차를 가하고 한국 기업 또한 초민족화의 길에 적극 나서려는 시도를 막아야 한다. 조만간 본격화 될 한미 FTA 협상, 그리고 도하개발의제 협상이 그 계기가 될 것이다. 한편, ‘군사세계화’에 반대하는 국제적인 반전운동의 흐름에 동참해야 한다. 미국의 이라크 점령 중단을 위한 3.18/19 국제 반전공동행동을 적극 조직해야 한다. 또한 평택미군기지 확장 저지를 위한 주민들의 투쟁에 적극 연대하고, 이를 통해 전략적 유연성-평택미군기지 확장- PSI참여로 이어지는 한미군사동맹의 군사주의에 반대하는 반전운동을 확장해야 한다. 오는 3월 24일~29일 파키스탄 카라치 사회포럼을 앞두고 아시아 차원의 연대를 강화하기 위한 방안을 적극 모색하는 것 또한 우리에게 던져진 과제이다. ‘미주지역자유무역협정’ 체결 저지를 위한 공동행동으로 대륙 차원의 사회운동의 연대를 꾸준히 강화해 온 미주 대륙이나, ‘신자유주의적 원리에 따른 유럽통합’에 맞서 ‘다른 유럽’을 건설하기 위한 공동의 과제를 형성해 온 유럽 대륙과 비교해 볼 때 아시아 지역 사회운동들 간의 연대는 취약한 편이며, 지역 차원의 이슈를 발굴해 내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미국이 주도하는 제국주의 군사전략에 따른 인민의 자결권의 파괴,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따른 이주의 확산과 이에 대한 불법화로 인한 이주노동자들의 권리 박탈, 초민족 자본의 자유로운 활동을 보장하는 각종 무역협정에 따른 인민의 권리 축소 등 공동의 이슈를 제기하고 이에 맞서는 연대의 흐름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