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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만을 위한 전쟁이 끝나려면 : 재한 우크라이나인 안드레이 교사 인터뷰2

관리자
2022-11-21
조회수 381


올해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현재 전쟁은 9개월째에 접어들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들을 미사일로 무자비하게 파괴하고, 민간인을 상대로 전쟁 범죄를 저지르는 등 되돌릴 수 없는 깊은 상처들을 남겼다.

최근 러시아는 도네츠크, 루한스크, 자포리자, 헤르손 등 우크라이나 지역 네 곳에서 주민투표를 실시해 각각 98.42%, 99.23%, 93.11%, 87.05%의 찬성률을 기록하며 합병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유엔 총회에서는 우크라이나 영토에 대한 러시아의 불법적 병합 시도를 규탄하자는 결의안이 찬성 143표, 반대 5표, 기권 35표를 기록하며 전 세계가 러시아의 행보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보여줬다. 러시아의 이번 전쟁이 시작부터 끝까지 부당하다는 사실을 이미 많은 나라가 알고 있다. 그런데도 러시아가 전쟁을 끝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전쟁은 어떻게 끝나야 가장 바람직할까?

러시아는 날이 갈수록 더 극단적인 행동을 취하고 있다. 러시아의 행동 배경을 알고, 국제 사회의 일원으로서 어떻게 하면 전쟁이 올바른 방향으로 끝날 수 있는지, 전쟁의 끝을 위해, 전쟁의 아픔을 겪은 우크라이나의 회복을 위해 시민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 이에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염원하는 서울의 대학생들이 모인 ‘우크라이나 평화 실천단’(이하 실천단)은 2022년 10월 21일, 재한 우크라이나인 안드레이 리트비노프(Andrei Litvinov, 38) 교사(이하 안드레이 교사)를 인터뷰했다. 폴란드에 오가며 우크라이나 전쟁 난민 봉사를 하는 안드레이 교사의 경험을 바탕으로 우크라이나인의 관점에서 앞서 나온 질문들에 대한 답변을 주려고 한다.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2010년에 한국에 와서 한국인 아내의 남편이자 아이 다섯의 아빠인 안드레이입니다. 저는 새날 학교에서 외국인 학생을 가르치고, 외국어로 한국어를 가르치는 회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최근엔 어떤 활동을 주로 하고 계시나요?

난민에게 가장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는 단체 중 하나가 교회예요. 그래서 주로 교회에서 강의를 통해 전쟁 상황을 알리고 있습니다. 난민 봉사활동을 위해 폴란드에 다녀온 경험이 많아서 전해줄 수 있는 정보가 많습니다. 또 고려인 마을이란 단체가 있는데, 일부 우크라이나 난민들을 고려인 마을과 연결해드리고, 한국으로 오려는 고려인 난민이 있으면 이를 돕고 무상으로 한국어 교육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민간인을 향한 공격이 심해지면서 민간인 시설이 폭격당하고 민간인 사상자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인들은 현 상황을 어떻게 생각하나요?

최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이우를 비롯한 주요 도시에 대규모 미사일 공습을 하며 기반 시설을 파괴했습니다. 많은 사람이 물을 공급받지 못하고 있고, 일부 지역은 휴대전화도 불통이 됐습니다. 러시아군이 전력망과 상수도 등 기반 시설을 파괴하며 난민이 많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에요. 이렇게 입은 피해는 눈으로 볼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전쟁으로 단순히 몇 명의 사상자가 나왔다가 아니라 물이 끊겨, 전기가 끊겨, 아프거나 죽은 사람들이 몇 명인지, 등교할 수 없는 학생들이 몇 명인지는 통계조차 낼 수 없습니다. 하수도가 파괴돼 발생하는 불편함과 병도 있습니다. 전기 발전소가 파괴되면 밤에 전기를 쓸 수 없는데, 신호등이 작동하지 않아 교통사고가 일어나 죽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렇게 누구도 정확히 볼 수 없는 상황들이 존재하고, 이에 따라 많은 난민이 발생합니다.

 

우크라이나 사람들은 러시아에 잊을 수 없는 상처를 받고 있습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략을 어떻게 정당화할 수 있을까요. 이것은 러시아의 큰 실수입니다. 본인들이 착한 국가이고 우크라이나를 보호하기 위해서 왔다고 하지만 누구도 그걸 믿지 못하도록 자신들의 실체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말씀해주신 대로 전쟁의 피해가 심각하지만,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많은 시민의 관심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어떤 심경이 드시는지 궁금합니다.

 

사실 저는 시민들의 관심이 떨어지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러시아의 극단적인 행보로 인해 사람들의 관심이 다시 커지고 있어요. 전보다 강의를 부탁하는 연락이 많이 옵니다.

사실 관심이 사라질 수 없는 문제입니다. 전쟁이 길어지면서 나토, 유럽에서 적극적인 제재를 하지 않았었는데 지금은 다시 러시아에 강한 입장을 보입니다. 이미 국제 사회가 이 전쟁이 빨리 끝나지 않을 여정이 될 것을 알기에 사람들이 힘을 잃지 않고 있는 것이죠.

일례로 최근 축구에서 가장 큰 시상식 중 하나인 ‘2022 발롱도르 시상식’이 열렸습니다. 우크라이나 출신 유명 선수 안드리 세브첸코가 연설을 맡았습니다. 그는 단상에 올라 우크라이나의 상황을 언급하며 계속된 지지를 부탁했어요. 이처럼 이번 전쟁은 플랫폼에 의해 전 세계에 알려지고, 전 세계가 보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이 이번 전쟁에서 푸틴의 독재자, 테러리스트 같은 면모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전쟁 이전부터 현재까지 우크라이나 시민들은 푸틴을 어떻게 생각하나요?

9월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에서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가 있었습니다. 평소 러시아를 지지하던 중국과 인도가 참여했는데 푸틴의 기대와 달리 이번 회의에서 중국과 인도는 휴전을 요구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사마르칸트 회의 이후 푸틴은 아예 다른 사람이 되었습니다. 기대하지 못한 상황이 되고 본인이 원하는 대로 일이 안 풀리니까 인위적인 결정을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동원령을 내려 30만 명을 징집한 것이죠. (그러나) 인위적인 결정은 좋은 결정이 아닙니다. 제가 아는 한 고려인분은 푸틴을 지지했었는데 아들이 징집되면서 분노했습니다. 푸틴은 지지를 잃는 중입니다.

30만 명이란 숫자를 모은다고 하더라도 컨트롤이 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내린 결정이다 보니 전쟁에 동원되기도 전에 여러 사상자가 나옵니다. 입을 군복도 없고, 술 마시는 군인도 있고, 훈련도 되어있지 않습니다. 이와 달리 우크라이나 군대는 실제 전쟁(2014년 돈바스 전쟁)에서 훈련받았기 때문에 매우 강해요. 러시아 군인 30만 명이 와도 별 효과가 없을 것입니다. 러시아 군인이 전쟁에 투입돼 며칠 만에 죽거나 다쳤다는 소식이 너무 많습니다. 좋은 결정이 아닌 거죠.

사마르칸트 회의 이후 푸틴은 핵무기를 이야기하며 위협합니다. 그런데 우크라이나에서 핵무기를 두려워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이미 전기, 물도 없는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사람들은 큰 피해를 보았기 때문에 두려움이 없는 것이죠.

주요 포인트는, 푸틴이 감정적으로 결정한다는 건 푸틴의 계획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이고 그 중심에는 사마르칸트 회의가 있었다는 겁니다. 지도자가 갑작스럽게 내리는 모든 결정은 지혜롭지 못합니다.

 

푸틴이 우크라이나 일부 점령 지역에 주민투표를 강행하여 러시아로의 병합을 완료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지역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까요? 나아가 궁극적으로 이 전쟁이 어떻게 끝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시나요? 돈바스, 크름반도 등 2월 24일 이전에 러시아가 장악한 지역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선 주민투표는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실제로 투표한 우크라이나 시민은 거의 없을 거예요. 대부분이 난민이 되어 해외로 나가 있기 때문입니다. 도네츠크만 해도 원래 100만 명이 살던 곳이었는데 지금은 사람이 없습니다. 가짜 투표는 전 세계의 비웃음거리일 뿐입니다.

러시아 선전과 세뇌 교육으로 친러시아 세력이 일부 우크라이나 지역에 존재했던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지금 상황에서 러시아 편을 드는 우크라이나인이 몇 명이나 있을까요?

또 만약 주민투표로 러시아의 땅이 되었다고 한다면 왜 우크라이나 군대가 들어갔을 때 러시아 군인은 그 지역을 보호하지 않을까요? 그들은 도망가기 바쁩니다. 자기 나라였다면 생명을 바쳐 싸웠을 텐데 그게 아닌 거죠.

러시아가 군인을 철수하는 것 말고 이 전쟁을 끝낼 방법이 있을까요. 러시아가 군인을 철수하고, 사과하고, 무너진 건물을 보상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줘야 합니다. 하지만 사람들의 생명처럼 보상할 수 없는 게 더 많습니다. 한편 우크라이나에서는 푸틴이 러시아 대통령 자리에 있는 한 협상하지 않겠다는 법이 나왔습니다. 테러리스트와는 대화할 수 없다는 거죠. 모든 것은 푸틴이 자리를 내려놓아야 가능합니다.

돈바스와 크름 지역에 대해서는 사람들마다 의견이 다릅니다. (개인적으로는) 적어도 2월 24일 이전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역시 원래 우크라이나였던 지역(돈바스, 크림반도)도 돌려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러시아의 우방국인 벨라루스가 “우크라이나군의 침공 위협에 대비해야 한다”라며 군사훈련을 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우크라이나 시민들은 루카셴코의 정치에 비판적이지 벨라루스에 대한 나쁜 마음은 없어요. 벨라루스에도 루카셴코에 반대하는 사람이 무척 많습니다. 그리고 러시아가 2월 24일 벨라루스의 영토를 통해 들어왔기 때문에 비록 벨라루스 군대는 아니었어도 우리한테는 이미 비슷한 경험이 있습니다. 우크라이나군에게 벨라루스군은 무섭지 않습니다.

우크라이나 군대는 강하고, 전 세계 최신식 무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우크라이나 남자들은 호랑이처럼 싸우고 있습니다. 의지력이 하늘까지 닿아있습니다. 그런데 우크라이나로 들어오는 군인들은 무엇을 위해 싸우나요? 그들에겐 이유가 없습니다. 러시아 군인 중에 자신의 아이, 아내를 잃은 사람이 있나요? 그러나 우크라이나 군인들은 무엇을 위해 싸우는지 알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군의 절반 이상이 자신의 아이가 타지에 있어서 아이들이 다시 돌아올 수 있도록 싸웁니다. 러시아군이 민간인을 공격하는 것도 군사적으로 우크라이나군을 이길 수 없기 때문입니다.

 

최근 러시아에서 자국민 동원령에 대항하는 시위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를 포함하여 전반적인 러시아 시민사회를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러시아 국민은 30년 동안 그런 운동을 하지 말라는 교육을 받아왔습니다. 동물원의 코끼리가 무서워하는 것은 다리에 묶인 단 하나의 줄입니다. 새끼 코끼리 때 줄로 인해 도망가지 못한다는 사실을 학습하고 어른이 되어서도 도망가지 못하는 코끼리처럼 러시아 사람들도 30년 내내 길들어졌습니다. 다시 일어나는 게 굉장히 어렵습니다. 우크라이나인 입장에서는 어떤 상황이 발생해야 러시아 사람들이 저항할지 모르겠습니다. 이미 몇천 명의 군인들이 죽었지만 러시아 시민들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러시아 사회가 깨어나야 합니다. 그때까지 우크라이나 사람들은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엄마들도 자식들이 군대에 가는 것에 대해 싸워야 합니다. 러시아 군인이 전사하면 유족에게 하얀 차를 준다고 합니다. 한 생명의 값이 차 한 대인 겁니다. 그 차 한 대 때문에, 보상금 때문에 아들이 죽어도 상관없는 비극적인 사회 상태입니다. 최근에는 러시아 군인이 군대에서 손발을 잃고 받은 보상비로 게임기를 사고 기뻐하는 영상을 봤습니다. 다른 국가 같으면 이미 다 일어났을 것입니다.


UN총회에서는 러시아를 규탄하는 안건을 기권, 반대하는 국가들이 있습니다. 북한, 벨라루스, 중국이 대표적인데요. 전 세계가 같은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전쟁이 멈출 수 있을까요?

북한, 벨라루스, 중국, 헝가리까지 전 세계가 하나가 되는 건 유토피아입니다. 있을 수 없는 일이죠. 우리는 해결할 수 없는 전쟁이라고 생각하지만 까보면 문제는 간단합니다. 푸틴이란 사람이 없어지면 끝납니다. 이번 전쟁은 한 사람의 아이디어고 야망입니다. 푸틴이 없어지면 풀리지 않았던 것들이 풀릴 것입니다. 세계 역사를 보면 지도자가 바뀌는 순간 세상이 바뀌었습니다. 러시아를 지지하는 일부 국가들은 아직도 러시아가 강하고 희망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중국도 러시아의 석유가 필요하니까 러시아의 편을 들었습니다. 그러나 요새는 거리를 두고 있죠. 러시아가 패배해야 다른 국가들도 자연스럽게 같은 목소리를 내게 될 것입니다.


한국인들이 우크라이나 평화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 있을까요?

이 전쟁은 흑과 백, 악과 선의 싸움입니다. 러시아는 흑이고 우크라이나는 백입니다. 분명하게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한국인이) 직접 싸울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싸움을 알리는 일에 세계인으로서 목소리를 더 높였으면 좋겠습니다. 정부나 유명한 사람들은 시민의 목소리를 듣습니다. 시민들이 생각하는 대로 정부도 생각하고, 유명한 사람들도 목소리를 냅니다. 따라서 시민들이 자신의 의견을 내면 좋겠습니다. 또한 한국은 유명하고 영향력이 있으므로, 지위가 높은 사람이나 유명한 사람이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면 러시아를 지지하는 일부 아시아 국가들도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무기 지원을 통해 누구의 편인지 표시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2월 13일 푸틴이 한 방송에서, 우크라이나를 도와주는 나라가 있으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처음에는 모든 국가가 푸틴의 보복이 두려워 무기를 지원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지원을 시작하고, 더 많은 지원을 함에도 푸틴은 가만히 있었습니다. 우리는 푸틴의 무서운 얼굴을 무서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미국을 비롯한 많은 나라가 무기를 주지 않았다면 우크라이나는 졌을지도 모릅니다. 우크라이나가 전쟁에서 졌다면 중국이 똑같은 식으로 대만을 침공했을 것입니다. 푸틴의 전쟁도 다른 나라가 그렇게 하도록 하는 계기가 될지 모릅니다. 무기를 지원한다고 해서 전쟁이 길어지는 게 아닙니다. 무기 지원은 얼마나 많이 주냐보다 누구의 편인가를 표시하는 것입니다. “나는 푸틴이 무섭지 않다”, “나는 나토 회원국으로 나토와 똑같이 생각한다”는 표시이죠.

제가 원하는 것은 단지 전쟁이 끝나는 것, 푸틴이 대가를 받는 것입니다. 저는 전쟁 중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이를 감사히 여깁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전쟁이 끝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