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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001 입장문] 새로이 만들어갈 페미니즘의 길을 위하여 - 경희대학교 총여학생회 해산 결정에 부쳐

관리자
2021-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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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이 만들어갈 페미니즘의 길을 위하여

-경희대학교 총여학생회 해산 결정에 부쳐


지난 27일, 5일 동안 진행된 경희대학교 총여학생회 해산 선거에서 찬성 63%, 반대 36%로 해산이 결정되었다. 경희대학교 총여학생회는 교내 여학우들의 권리 보호를 통해 성평등한 대학을 만들기 위해 1987년 결성되었다. 결성 이후부터 총여학생회는 사회와 학생운동 안에서 잊힌 권리였던 ‘여성권’ 보장을 위한 꾸준한 활동을 지속해왔고, 경희대학교 총여학생회의 경우 치열한 활동을 통해 반성폭력 학칙 재정, 생리공결제 도입, 여성학 강의 확대 등의 성과를 이루어낸 바 있다. 


한국 대학 사회에서 총여학생회 해산은 그리 새로운 일이 아니다. 2010년대에 들어 학생자치에 대한 관심이 전반적으로 식었고, 총여학생회의 경우 페미니즘에 대한 반감까지 겹치며 활동이 침체하였기 때문이다. 경희대학교 총여학생회 역시 2017년 이후 선거에 출마하는 자가 없어 사실상 활동을 하지 않는 궐위 상태였다. 


다만, 경희대학교 총여학생회의 해산 과정은 타 학교의 사례와는 질적으로 다르다. 페미니즘에 대한 반감으로 진행된 강제적 폐지가 아니라 여학우들의 선택에 의한 해산이었기 때문이다. 경희대학교의 경우 중앙운영위원회를 중심으로 총여학생회 문제를 3개월에 걸쳐 공개 간담회 등을 거치며 심도 있게 논의했으며, 선거의 구체적인 방식 역시 두 번의 확대운영위원회를 통해 합의되었다. 수년 간 궐위 상태였던 총여학생회 회원들의 자치권을 우선 인정하기로 한 선택은 침체된 오늘날 학생자치에서 놀라운 성과이다. 


일각에서는 투표율 50% 달성을 위해 이틀 동안 투표가 연장되었다는 점을 들어 경희대학교 여학우들도 총여학생회에 관심이 없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학생자치 전반에 대한 무관심에서 나온 현상으로, 총여학생회가 처음 만들어진 문제의식이 외면받고 있기 때문은 아니다. 투표율을 올리기 위해 경품을 거는 오늘날 대학 사회에서 지난 4년 동안 관련 활동이 일절 없었던 자치기구의 투표율이 50% 나왔다는 것은 오히려 관심도가 매우 높은 고무적인 사례이다. 


투표 결과에 대한 해석도 분분하다. 페미니즘에 대해 반대하는 진영에서는 총여학생회와 페미니즘이 유효하지 않은 기획임을 당사자인 여학우들이 인정했다는 식의 해석을 내놓기도 한다. 하지만 세상을 바꾸기 위한 운동으로서 페미니즘은 역사적으로 다양한 조직의 형태로 나타났다. 대학 내 총여학생회는 하나의 활동 태일 뿐, 페미니즘의 전부로 등치될 수 없다. 경희대학교 총여학생회가 활동을 멈춘 이후에도 우후죽순 생겨난 학내의 수많은 소모임, 학회 등이 이를 증명한다. 이번 선거에서도 ‘여명: 총여학생회의 미래를 고민하는 네트워크’ 등 총여학생회 이후 더 나은 학내 페미니즘 운동을 그려보고자 하는 학생 활동가와 학생자치 일원의 의식적인 노력이 분명 있었다. 


이를 고려할 때, 경희대학교 총여학생회 해산의 사례가 ‘세련된 백래시’라고 하거나, 학내 상황을 외면한 채 총여학생회를 유지해야 한다는 공허한 구호는 오히려 앞으로의 건설적인 논의를 어렵게 한다. 이 틈을 타 ‘페미니즘 더는 필요 없다’고 말하는 반페미니즘 세력이나, 이 사례를 마음대로 해석해 여성가족부 역시 해체해야 한다는 이준석 국민의 힘 당대표의 발언 역시 현 상황에 대한 악의적인 호도에 지나지 않는다. 


총여학생회 해산은 분명 더 나은 페미니즘은 만들어가기 위한 노력이다. 총여학생회의 역사는 막을 내렸지만, 앞으로도 페미니즘의 길은 남아있다. 이제 남은 일은 어떤 길을 걸어야 할지에 대한 페미니스트들의 건설적인 논의이다. 우리 삶에 더 많은 페미니즘을 가져오기 위해 대학에서 노력하는 모든 페미니스트들에게 연대의 응원과 지지를 보낸다. 





2021.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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