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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진보연대 계간지


2006.7-8. 6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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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은 노동자의 것이다

박혜영 | 회원

2004년 6월, 광화문 사거리 촛불집회에서 금강화섬 동지들을 처음 만났다. 누군가가 손수 싸다준 맥주페트병에 얼린 보리차를 한창 마시고 있던 우리에게, 젊은 학생들이 집회 나와서 술 마시냐고 아주 구수한 사투리로 우스갯소리를 하시던 분들. WEF 투쟁과 최저임금 투쟁을 거치며 금강화섬의 폐업투쟁을 알게 되었다. 최저임금 협상 투쟁이 있던 날, 우리는 밤새 농성을 했고 밤새 술을 마시며 투쟁을 약속했다. 100일 투쟁 문화제에 오라는 동지들의 말에 친구와 함께 무작정 구미로 내려간 7월. 나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부분들이 많았던 금강화섬 투쟁이었다. 텅 빈 작업장은 노동의 추억만을 가늠하게 했고, 모든 것은 멈추어있었다. (사실 난 그 상황에서 예전 노동영화제에서 얼핏 보았던 노동자들이 운영하는 공장을 연상했다. 부품업체 노동조합과 연계하여 납품을 하고 노동자들이 평의회를 구성하여 운영하는 공장말이다.)

2004년 3월 25일, 금강화섬 공장 전체라인의 가동이 중단되었다. 그리고 사측은 전체 직원인 350명에게 4월 12일 정리해고 통보서를 발송하였다.

금강화섬(주)는 과도한 부채비율로 인한 경영악화로 IMF 이후 2000년 화의 절차를 밟아 2002년 1400억이라는 엄청난 부채를 탕감 받아 부채비율이 56% 이르게 되었다. 부채비율 56%에 최신 자동화설비를 갖춘 금강화섬을 원료가격 상승과 운영자금 고갈 등의 이유로 사측은 8년 간 일한 노동자들과 한마디 상의도, 대안도 없이 일방적으로 가동을 중단하고 말았다. 자본주의는 철저하게 경쟁사회이다. 경쟁에서 패배라는 것은, 최신설비이며 자동화시스템을 갖추고 있더라도 가차없이 공장이 멈추게 만들어버렸다. 공장이 멈추고 2년이 넘도록 공장이 가동되지 않았으므로 기계설비는 더욱 노후 되어가고 있었다. 금강화섬의 가동 중단은 자본주의 사회가 얼마나 비효율적이고 비합리적인 사회인지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이다.

-<공장은 노동자의 것이다>본문 중에서>


금강화섬 투쟁은 그렇게 시작되었고, 565일간으로 이어지게 된다.
565일간 금강화섬 투쟁이 이 한 권의 책에 모두 담기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기에 이 책은 너무 작다. 하지만 몇 가지 주목해야 할 부분이 있다. 책 서두에 있는 연대의 글이다. 많은 투쟁사업장 동지들이 금강화섬 노동조합을 '연대투쟁의 모범'으로 기억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565일의 투쟁에서 상경투쟁과 1, 2차 매각을 둘러싼 투쟁 등 여러 중요 투쟁에서 금강화섬 노동조합은 연대의 끈을 놓지 않았다. 이는 금강화섬 사업장의 투쟁이 큰 틀에서 전체 자본과의 싸움이고 이후 전체 자본과의 투쟁은 계속 될 것임을 몸소 알고 실천하는 것이며, 또한 그렇게 해야 한다는 투쟁의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폐업이 된 이후 조합원들의 퇴직금을 노동조합이 인계 받고 이를 기반으로 투쟁을 더 활발하고 자신 있게 펼쳤던 모습, 그리고 이를 가능하게 했던 금강화섬 노동조합과 조합원들 사이의 믿음. 생계투쟁을 이어가면서도 묵묵히 565일을 지켜냈던 많은 조합원들. 이는 565일의 투쟁과정에서 조합원 스스로가 세상을 알고 그 앎을 실천해 나갔기에 가능했던 것 아닐까?

2차 상경투쟁 때, 금강화섬 노동조합은 동국대에서 체육대회를 진행한 적이 있었다. 동지들의 넘치는 힘과 즐거운 분위기, 그리고 늘 단합하고 함께 해야한다는 그 신념이 어울어지 는 자리였다. 평일 낮 시간이었기 때문에 학교와의 마찰이 있기도 했지만, 금강화섬 동지들의 당차고 여유로운 모습은 나에게 학교관계자를 물리칠 수 있는 힘을 주었다. (물론 시간제한을 두고 행사를 진행 할 수밖에 없었지만)

체육대회 이후 금강화섬 동지들과는 몇 번 만날 기회가 없었고 그렇게 시간이 흘러 금강화섬 투쟁이 정리되었다는 말을 들었다. 몇 번이고 연대하고 함께 투쟁하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던 것이 늘 가슴속에 응어리로 남아있었다. 많은 것을 배우고 느낄 수 있게 해준 동지들이기에 그러했으리라. 그래서 금강화섬투쟁백서가 나오자마자 단숨에 읽어버리고 나는 다시 폐업투쟁의 의미를 기억고자 했다.

책을 읽고 쓰는 글이지만, 이 글에 더 이상 책에 대해서 쓸 것이 없다. 다만 꼭 한번 읽어보길 권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금강화섬 투쟁을 통해 나는 이것을 확실히 알았다는 것이다.

"공장은 노동자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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