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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운동

사회진보연대 계간지


2006.7-8. 6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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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1 지방선거와 사회운동

임필수 | 집행위원장
최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사회적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한미 FTA는 동아시아 지역을 자유무역지대로 통합하려는 미국의 경제전략에 조응하여 남한 재벌의 활로를 찾으려는 필사적인 시도다. 남한 재벌은 1997년 IMF 경제위기 이후 원화 가치하락과 파괴적 구조조정을 통해 수출경쟁력을 확보했고, 한국 경제에서 5대 재벌이 차지하는 위상은 그 이전보다 더욱 높아졌다. 노무현정부에 합류했던 일부 지식인들이 한미 FTA 반대의 목소리를 내지만 이는 미국 우선이냐 중국 우선이냐는 식의 FTA 체결의 순서를 둘러싼 논란일 뿐이며, 남한의 지배세력은 한결같이 FTA를 통한 ‘재벌 주도의 세계화’를 지지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지난 5.31 지방선거는 남한 사회의 구조적 위기의 진정한 원인은 무엇인지, 변화의 방향은 무엇을 지향하는지에 대한 논란을 철저히 차단하는 정치적 계기였다. 재벌 중심의 세계화에 각 지역이 적응하기 위한 전략이 지방선거를 통해 표출되었고, 자치단체장은 경제 CEO의 이미지를 적극 부각시키며 지역 발전주의를 자극하기 위한 차별적인 공약을 제시하는 데 주력했다.
또한 지방선거 이후 재편된 열린우리당은 위기에 빠진 정치 지도력을 복구할 능력이 완전히 소진된 듯 보인다. 이미 김대중에서 노무현 정권으로 이어지는 개혁 이미지는 이미 구태의연한 것으로 전환되었고, 노무현 정권의 인민주의 정치행태는 오히려 새로운 인민주의에 의한 공격의 대상이 되었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 노무현 정권은 평택 미군기지 투쟁, 한미 FTA 반대 시위, 포스코 점거농성 등 민중의 투쟁이 표출되는 사건마다 더욱 노골적으로 공권력에 의존하고 있다. 이는 신자유주의 개혁의 진실을 드러낼 뿐만 아니라, 앞으로 등장할 수 있는 더욱 격렬한 ‘보수주의적 공세’를 예고한다.

1. 노무현 정권 몰락의 구조적 요인

이번 지방선거 결과, 노무현 정권에 대한 지지도는 2002년 당시 극심한 위기에 빠진 김대중 정권 수준으로 복귀(?)했다. 당시 김대중정권은 IMF 직후 수출 확대, 카드대출을 통한 내수 진작, 주식시장 부양으로 잠깐 호황의 단 맛을 보여준 후 급격히 만성적 불황에 빠져들었다. 게다가 정권 말기 삼홍비리를 포함해 각종 비리 스캔들이 폭발하면서 사실 정치적 사망선고를 받았다.
애초 선관위는 이번 선거 투표율을 50% 미만으로 추정했으나, 계속되는 지방선거 투표율 하락 추세에서 소폭이나마 반등한 것은 예상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투표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는 사실을 반영한다. 한나라당에 대한 지지율은 일반적인 시기보다 훨씬 상회화는 50~70%에 육박했고, 전국적으로도 고르게 득표했다 (그리고 민주당도 기대 이상의 선전을 펼쳤다). 결국 대중은 열린우리당을 ‘심판’하겠다는 의지가 어느 때보다도 높았고, 한나라당이나 민주당이 그 도구로서 적절해 보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1)
따라서 문제는 열린우리당이 몰락이 왜 한나라당의 압승으로 나타났느냐, 또는 민주노동당이 표상하는 사회운동에 대한 지지, 참여로 전환되지 않느냐에 있다. 또한 남한의 지배세력은 이번 선거결과를 어떻게 해석하고 여론을 재형성함으로써 새로운 이데올로기 지형을 창출하려 할 것이냐에 있다.

1) 만성적인 장기불황과 사회개혁 정책의 궁지

IMF 이후 자본은 평가절하, 노동신축화를 통한 경쟁력 확보 전략을 취했지만 점차 그 한계에 봉착하고 있다. 중국은 동남아시아 국가의 희생을 대가로 세계자본주의 위계구조의 중하위 지위를 대체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의 중하위 기술수준의 산업은 ‘바닥을 향한 경쟁’을 형성하고 있으며, 그 결과는 파괴적인 평가절하, 노동신축화 경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사회는 실업·비정규직 급증, 중소 자영업자의 확대와 몰락, 소득격차 확대(소득상위 20%와 소득하위 20%의 소득차이가 2006년 5월 현재, 일년 전에 비해서도 11.6배에서 12.9배로 확대) 등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다. 한국경제의 만성적 불황은 노무현정부에 대한 신뢰와 기대의 상실, 분노를 초래하는 구조적 요인으로 작동한다.
하지만 한국의 부유계층 역시 나름대로 불만이 누적되고 있다. “부동산은 규제가 심하고 주식시장은 급등락을 반복해 어떻게 투자해야 할지 모르는 부동자금이 440조원으로 추정”된다는 기사나, MMF(만기 30일 이내의 초단기금융상품), MMDA(수시입출금식예금)에 수조원의 돈이 파도처럼 들고나는 현상이 되풀이되는 현실은 부유계층에게 매력적인 고수익 투자처를 새롭게 창출하지 못하는 현 정부에 대한 불만으로 드러날 수 있다.
선거 직후 열린우리당은 부동산 정책과 조세 정책의 실패가 직접적인 패인으로 작동하였다고 분석하였다. 청와대는 부동산, 조세 정책이 근본적으로 서민을 위한 정책적 결단이었지만 정책 취지가 잘못 전달된 것이라고 진단하였다 (“국정홍보의 실패”). 하지만 부동산 정책은 신자유주의 정책개혁의 틀 내에서는 어떤 식으로 변화를 꾀하더라도 근본적인 해결이 불가능한 지경에 이르렀다. 주식시장 부양을 위한 저금리 정책은 주식시장과 부동산시장의 동반 상승을 반드시 야기한다. 건설산업, 부동산 투기자 등의 막대한 이해가 걸려 있는 가운데 획기적인 고수익 투자처를 새로이 제공할 수 없다면 부동산 가격 상승 경향과 격차 확대를 막을 수 없다. 이와 마찬가지로 조세(준조세 포함) 증가는 민중의 시각에서 볼 때 그에 비례하는 사회복지의 확대로 체감되지 않으므로 조세에 대한 불만을 누적시킨다 (의료보험, 국민연금 등 ‘사회안전망’에 대한 불신). 또한 교육정책에 대한 불신은 평준화 폐지 입장과 사교육비 경감·교육격차 축소라는 팽팽한 대립으로 표현되지만, 현실에서는 조기유학 붐과 두뇌유출로 정점에 이르고 있는 것처럼 사회적 위계구조에 조응하는 교육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이처럼 정부의 사회정책 개혁은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는 궁지에 몰려있으며, 대체로 중도반단되면서 위로부터와 아래로부터의 이중적 불만과 공격에 처해 있다.

2) 노무현정권의 인민주의 정치의 한계

이러한 구조적 조건에서 김대중에서 노무현 정권으로 이어지는 어떤 이미지는 이미 구태의연한 것으로 전환되었다. 심지어 이들 세력에 대한 이미지가 무능, 부패, 천박한 세력이라는 식으로 굳어지고 있다 (“성급한 진단과 설익은 대안”, “얄팍한 문제인식과 공허한 대안” 등등). 노무현 정권은 자신의 진보성, 개혁성 이미지를 창출하기 위해 ‘허구적’ 대립구도를 형성했다. 즉 기득권=보수=강남이 현재 민중이 경험하는 고통의 원인이라고 선동했다. 물론 강남 강북의 격차 확대, 대립은 현실을 반영하지만 지역 불균형이 현재 사태의 원인이 될 수는 없으며, 그것은 신자유주의 개혁의 효과일 뿐이다. 노무현 정권은 허구적 대결구도를 대중에게 강요했지만 실질적인 사회적 변화를 낳거나 대중의 정치적 참여를 강화하기는커녕 이를 억압했다.
애초부터 노무현 정권의 등장은 안정적인 '대중적 토대'에 기초한 것이 아니었다. 노무현 정부는 집권과 통치를 위해 ‘비즈니스 네트워크’로 전환한 386세대, ‘개혁적’ 지식인과 기술관료적 NGO, 화이트칼라 노동자를 포함한 노동자 대중의 일부 상층부의 명예욕과 실리주의를 자극하고, 청년층 도시프롤레타리아의 감정적인 지지를 일시적으로 이끌어 내고, IMF 이후 위기에 빠진 지역들의 소외감을 자극함으로써 일시적인 지지층을 형성했다. 그러나 이는 특정한 정치이념을 보유한 안정적인 지지연합을 형성한 게 아니며, 오히려 계급형성을 봉쇄하는 ‘탈계급연합’일 뿐이었고 사상누각처럼 불안정했다. 결국 노무현 정권은 집권 당시 서로 이질적인 지지층을 인민주의 정치행태를 통해 동원해내는 데 성공했지만, 지지층의 ‘휘발성’이 이번 선거를 통해 극적으로 드러났다. 2)

3) 인민주의 정치토양에 대한 한나라당의 적응과정?

이처럼 만성적인 불황과 생활조건의 악화가 선거를 둘러싼 정치지형을 결정하는 근본적인 조건이지만 실상 선거과정에서는 이에 관한 ‘정치적 논의’는 차단되었다. 쟁점은 노무현정권의 지도력의 부재(‘갈팡질팡 정책혼선’, ‘말바꾸기’)로 전환되거나 ‘지방행정(지역개발)에 적합한 인물’이라는 식으로 차단되기도 하였다. 사실 박근혜 대표의 피습 이후 한나라당 대세론이 조기에 굳어진 후에는 어떤 쟁점도 정치적 논쟁으로 발전되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 지방선거들에 비해 ‘도심 재개발’, ‘경제자유구역 확대’와 같이 점점 더 지역개발주의가 선거의 중심테마로 부상되고 있음은 분명하다. 또한 언론의 강력한 지지를 등에 업은 마니페스토 운동 역시 선거에 대한 시민 참여를 확장한다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선거의 정치성을 탈각시키고, 지역 개발주의를 확산하는 효과를 발휘했다 (마니페스토 운동이 펼친 ‘공약저금’ 캠페인은 지역 주민들이 원하는 공약을 집약하고 각 후보자들이 이를 빌어서 구체적인 공약으로 제시하자는 것이었다). 이러한 흐름은 행정적, 기술관료적 이미지를 지닌 정치정당에게 유리한 효과를 발휘하므로, 열린우리당의 이미지가 부정적으로 반전되는 시점에서 한나라당에게 유리한 효과를 발휘했다는 점은 분명하다.
인민주의 정치는 정당정치의 외부자에 대한 지지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나는 게 대체적인 경향이다.3) 그리고 ‘경륜’, ‘안정성’, ‘메인스트림’ 등등의 ‘기술관료적’, ‘기업가적’ 이미지가 일시적으로 성공하고, 한나라당 서울시장 이명박의 ‘치적’(CEO 이미지)이 한나라당에게 상당히 긍정적 효과를 주었다. 이는 한나라당 역시 인민주의 정치토양에 적응하는 과정에 있다고 시사한다.

2. 사회운동의 주체적 조건

새롭게 열린우리당 당의장이 된 김근태는 집권세력의 무능을 극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는 당의장에 취임하면서 일부 정책의 전환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그것을 책임지고 추진하려는 의지와 지도력의 부재를 보여주었다. 나아가 집권세력에게 사활적인 문제는 몇몇 정책의 수정이라기보다는 새로운 이미지와 정치담론의 제시일 것이지만, 현재 지도부는 그 점에서 철저히 무능하다. 언론은 노무현 정부가 한편으로 민생정책보다는 이념 논쟁을 부추기고, 또 한편으로는 독선적인 정치 스타일로 신뢰를 상실했다는 주장을 거듭 반복하고 있다. 하지만 언론이 말하는 민생정책은 재벌 주도의 세계화에 대한 실천적 지원, 한미동맹에 대한 확고한 지지를 통해 남한 부르주아의 활로를 보장하라는 것이다. 또한 독선적인 정치스타일이란 386 등 아마추어 정치인과 NGO-지식인을 중심으로 한 ‘코드형 인사’를 배제하고, 기술관료 중심의 리더쉽을 형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한나라당의기본 성향은 법과 질서(공권력)를 강조하고 사회운동 세력에 대해 훨씬 더 폭력적, 반동적 대응을 강화하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 신자유주의 개혁의 위기 속에서 국가기구의 폭력적 성격이 훨씬 더 노골적으로 드러날 가능성이 상존한다.

1) 신자유주의 개혁세력과 시민운동의 동반 몰락?

서울시장 강금실 후보는 선거 과정에서 ‘시민 참여 거버넌스’를 언급하였다. 기존에 지자체별 자본유치, 공공부문 일자리창출이라는 정책이 한계에 부딪치면서, 지자체별로 기업을 모사하여 효율성을 높이는 행정개혁 방안이 오히려 더욱 강화되고 있다. 이러한 구상의 일환으로 지자체의 서비스에 민간을 참여시키고, 정책과 실행을 평가하는 데 민간부문을 참여시키는 구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구상은 서비스 NGO와 정책 NGO를 포섭하는 효과를 낳는다.4) 한편 노무현 정부 초기 시민운동은 최소한 공정한 제3자의 위치를 자임했지만, 대통령 탄핵, 파병 이후 김선일씨 피살 등 주요한 정치적 계기를 거치며 일부 시민운동 세력은 노무현 정부에 대한 노골적 지지를 표명했다 (일부 여성운동계가 한명숙 총리 임명을 위해 활동한 것은 대표적 사례다). 그러나 이번 선거를 계기로 집권세력과 시민운동의 동반몰락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점점 더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처럼 공식적인 행정개혁을 통한 NGO 참여 기회의 확대와 신자유주의 개혁 세력의 위기가 동시에 나타나면서 시민운동 세력의 잠정적인 분화도 예측할 수도 있다. 즉 현 정권과 함께 운명을 함께 하는 세력뿐만 아니라, 정부·기업과 시민운동의 협력, 공생을 강조하는 세력이 나타날 수 있다. 이는 정치적 중립을 표명하겠지만, 훨씬 더 ‘관리주의’ 성향을 강화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마니페스토’ 운동을 보라. 그 운동은 지난 시기 총선시민연대의 낙천낙선운동처럼 특정 정당에게 유리한 직접적 효과를 창출하지는 않았지만, 선거의 쟁점 전환을 선도함으로써 선거판 자체에 큰 영향을 끼쳤다.

2) 노동자운동의 주체적 조건

재벌중심의 세계화에 대한 순응적인 사회적 분위기는 노동자운동을 고립시키는 효과를 발휘한다.5) 세계화에 각 지역이 차별적인 조건에서 적응하려는 전략은 노동자운동을 비롯한 민중운동에 대한 공격을 동반한다. 최근 노사관계 선진화를 명목으로 정부가 추진하는 노사관계로드맵은 노동조합 활동을 크게 위축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미 노동자운동에서 기층운동의 ‘공동화’라는 문제가 심각하게 등장하고 있다. 신자유주의 개혁에 의해 노동자간 경쟁의 심화는 노동자운동 단결의 기풍을 침식하고, 노동자 간 파괴적 대립과 위계구조를 형성한다. 복수노조의 도입은 노동조합 민주화의 계기가 되기가 되기보다는 노동조합 간 경쟁구조를 형성할 수 있으며, 산별노조는 산별교섭을 위한 권력집중화를 계기로 기층활동의 공동화를 낳을 수 있다.

3) 민주노동당, 성공인가 실패인가?

이번 선거에서 민주노동당이 비례대표 투표율의 (최다) 신장했고, 민주노동당이 전 지역에서 고르게 득표했고, 이는 ‘계급투표’ 성향을 강화했다는 측면에서 꾸준히 발전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그러나 정당과 사회운동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다른 평가를 제시할 수 있다.
민주노동당은 지난 20년 간의 사회운동의 성과를 현대적으로 계승한 세력으로 인식되지 못하고 있다. 선거의 전후 과정을 보면 민주노동당의 선거개입은 정책적 능력이라는 함정에 빠져서 대중정치를 작동시키지 못했다. 오히려 다른 정당들과 유사한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을 강조함으로써 질적 차별성, 즉 사회운동적 성격을 부각시키지 못했다 (즉 대중들에게 사고와 행동의 변화를 촉구하고 사회운동의 형성에 참여할 것을 이끌어내기보다는 이런 저런 공약을 제시하는 데 머물렀다).

3. 사회운동의 과제

열린우리당의 몰락이 한나라당의 압승으로 나타난 궁극적 이유는 현재 한국사회에서 사회운동의 실체가 극히 미약하다는 사실에 있다. 현존하는 운동에서 사회변혁에 대한 지향이나 이념이 취약하며, 운동의 대중적 토대가 왜 점점 더 무너지고 있는지 객관적으로 분석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무엇보다도 ‘대안세계화’라는 이념적 지향과 운동의 토대를 형성하려는 노력이 절실하다. 대안세계화는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사회운동의 객관적 조건으로 인식하고, 그에 따라 자유주의적-코포라티즘적 대응, 보수주의적-인민주의적 퇴행을 거부하며, 사회운동의 이념, 변혁경로, 조직화 방식을 새롭게 혁신하자는 지향을 공유하는 것이다.
단지 선거기간을 전후한 시점에 선거대응 문제를 중심으로 제한적으로 정당의 역할에 대해 논의하기보다는, ‘사회운동적 정당’의 현실적 운동태를 찾기 위한 공동의 논의가 구체화되어야 한다. 특히 이번 선거 결과를 두고 최근 세계 좌파정당들이 겪었던 갈등을 민주노동당이 다시금 반복할 수 있다. 당의 이념, 노선, 정책에 있어서 ‘사회주의 이념, 이상을 강화할 것이냐 아니면 현실주의적(곧 중도파적) 정책을 강화할 것이냐’ 또는 ‘당의 토대를 중간층 이상까지 확산할 할 것이냐 아니면 노동자계급 중심성을 고수할 것이냐’, 또는 ‘원내정당, 정책정당으로서 현대화를 추구할 것이냐 아니면 사회운동과 연계를 강화할 것이냐’ 등등 (최근 민주노총당, 데모정당이라는 비판을 둘러싼 대응 방식의 분화를 보라). 하지만 이는 사회운동과 정당의 미래에 대한 비생산적 논의로 귀결될 수 있으므로, 사회운동을 매개하고 대변하며 연계하는 정당의 활동에 대한 전망이 필요하다.
특히 신자유주의 정치공학과 공공개혁은 신자유주의에 순응하는 시민운동을 형성하고, 노동자운동에 대한 폭력적 탄압과 법제도화(노사관계로드맵)는 노동자운동의 기층을 고사시키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 이처럼 대중운동의 대중적, 지역적 토대가 침식되고 있는 현실에서 지역적·전국적 운동체를 재구축하려는 노력이 절실하다.



1) 물론 현재 선거제도는 ‘승자독식’에 가까우므로(단순다수선거제도), 한나라당이 약 25~35%의 지지율로 지방자치체를 독식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즉 한나라당이 실제 지지율과 크게 괴리되는 과잉 대표성을 누린다는 것이다. 본문으로

2) 노무현 정부는 탄핵 역풍을 타고 압승을 거둔 지난 총선 이후 선거구제 개편과 개헌을 통해 ‘권력재창출’ 기반을 마련하고자 했다. 그러나 이번 지방선거에서 드러난 것처럼 선거구제 개편과 개헌이 곧바로 안정적 지지층의 형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조차 인민주의적 동원을 반복해야만 한다. 그러나 이번 지방 선거 패배를 기점으로 선거구제 개편이나 개헌의 추진력은 급격히 소진되었다. 본문으로

3) 예를 들어 강금실, 오세훈이나 이명박, 고건은 정동영이나 김근태와 같은 정당정치인과 구분된다 (박근혜는 독특한 사례다). 선거 직전 ‘이명박 황제 테니스’, ‘최연희 성추행’, ‘김덕룡, 박성범 공천비리’ 등 각종 스캔들과 악재가 터졌으나 이는 정당정치 내부와 외부의 분리를 통해 만회될 수 있었다. 본문으로

4) ‘가버넌스’는 오늘날 신자유주의자들의 화두다. 이른바 ‘좌파 신자유주의’를 대표하는 세계은행의 울펜슨은 기존 신자유주의 정책을 비판하면서 민중들의 동의와 참여가 부재했기 때문에 그것이 실패했다고 주장한다. 그는 ‘외채탕감’이 제3세계 대중의 지지를 얻기 위한 기본 전제이며, 그로부터 경제지원의 조건으로 정책협약(policy conditionality)을 강요하는 게 아니라 협력절차(procedure conditionality)를 규정해야 하며, 민중의 참여와 국가-NGO의 책임성이 동반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신자유주의 정책의 실행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고안되고 있는 이러한 ‘정치공학’은 점점 더 비정부기구와 사회운동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본문으로

5) 이른바 ‘재벌개혁론’에 대한 대중적 호응이 급감하고 있다. 정몽구, 정의헌의 비자금 조성, 부채탕감 로비 문제에 관한 현대 재벌 문제가 선거 직전 폭발하였으나, 이 문제가 대중에게 정치적 카타르시스를 주는 사안으로 발전하지는 못했다 (물론 현대재벌의 사회환원 발표 역시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재벌 기업을 중심으로 한국 경제가 유지되는 듯한 현상에 따라 재벌 중심의 세계화를 ‘필요악’적 선택으로 간주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게다가 재벌개혁이 낳은 결과가 긍정적이냐는 문제도 등장했다. 외환은행 매각 비리는 재벌과 은행에 대한 외국자본의 지배력 확대, ‘국부유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재벌을 ‘만악의 근원’으로 지목하는 정치선동이 한국경제의 구조적 위기 속에서 불가피한 선택으로 인정하는 분위기로 전환되고 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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