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부설 노동자운동연구소


사회운동

사회진보연대 계간지


2006.9.6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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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운동으로서 노동자운동의 재개

'지역'적 전략과 실천의 모색 2

공성식 | 노동부장
지난 사회운동(2006년 7·8월호)에 실린 「사회운동으로서 노동자운동의 재개 : '지역'적 전략과 실천의 모색」은 노무현 정권의 몰락이 자본주의의 위기와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무능력과 한계의 필연적 표현임에도 불구하고 정권의 위기가 기존 체제의 모순의 폭발과 새로운 사회를 건설하고자 하는 사회운동의 성장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을 뿐 아니라 오히려 기존 사회운동의 위기와 결합되어 나타나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을 극복하고자 하는 고민에서 출발하였다. 특히 노동자운동의 위기를 20세기 역사적 노동자운동 전체의 위기로, 즉 20세기의 대표적인 운동의 경향인 사회경제적 노동자운동/정치적 노동자운동의 한계로 분석하면서 이를 뛰어 넘는 노동자운동의 방향을 '노동자 사회운동'이라는 이름으로 제기하고 있다. 그리고 현존하는 노동자운동의 개조를 위해 무엇보다 '지역적 전략과 실천'이 중요함을 지적하고 몇 가지 실천방향을 제시했다.
그런데 이와 관련된 토론을 진행하면서 몇 가지 질문 혹은 토론의 쟁점이 제기되었다. 먼저 민주노총의 산별전환이 현실화되는 상황에서 산별전환과정 혹은 이후 산별노조를 중심으로 하는 민주노총의 전략과의 관계 설정이 쟁점이 되었다. 이는 두 가지 차원의 쟁점이 내포되어 있다. 하나는 민주노총이 그 동안 조직발전전망으로 추구해 온 산별노조건설 전략을 노동자 사회운동이라는 관점에서 어떻게 평가하고 어떠한 입장을 취할 것인가 이다. 다른 하나는 지역적 전략과 실천을 강조하는 것과 산별노조의 흐름과는 어떠한 관계가 있는가의 문제이다.
둘째, 지역과 지역운동의 개념이 모호하다는 문제제기가 있었다. 이는 앞선 작업이 지역이라는 개념을 명확한 규정 없이 상이한 층위에서 사용한 데서 비롯된다. 지역이라는 단어 자체는 여러 분과학문에서 혹은 일상적으로 다양한 내포를 지니고 있다. 그러다 보니 지역운동을 수용하는 방식도 이러한 지역에 대한 개념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과거 그리고 현재 지역운동을 강조하는 사회운동 내의 여러 흐름들은 각기 상이한 지역 개념을 근거로 하기도 한다. 그런데 지역 개념의 차이 때문에 지역운동에 대한 관점이 나뉘는 것은 아니고 오히려 근본적인 '운동론'의 차이에서 기인한 것이 더욱 크다. 따라서 '지역'과 '운동'에 대한 관점 그리고 이것이 결합된 '지역운동'에 대한 관점과 역사적으로 그리고 현재에 지역운동을 강조하는 다른 사회운동 내의 여러 경향들에 대한 평가가 중요한 쟁점이 된다.
셋째, 구체적인 실천 프로그램이 부족하다는 제기가 있었다. 이는 쟁점이라기보다는 고민이 진척되어야 하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글은 이러한 쟁점들에 대한 문제제기 및 토론의 결과를 반영하여「사회운동으로서 노동자운동의 재개 : '지역'적 전략과 실천의 모색」에서 부족했던 부분을 보충하고 모호했던 부분을 더욱 분명하게 하기 위한 시도이다. 산별전환에 대한 평가와 입장, 산별노조 전환이라는 현실 조건에서 지역 노동자사회운동의 방향을 밝히고 지역운동에 대한 관점과 입장을 보다 명확히 하는 한편 몇 가지 사례들을 중심으로 구체적 실천 프로그램을 모색해 보도록 하겠다.

민주노총의 산별전환과 지역 노동자 사회운동

지난 6월 2일부터 진행된 민주노총의 1차 산별전환투표 결과 완성차 4사의 노동조합을 비롯하여 총 21개 노조가 산별노조로의 전환을 결정했다. 금속연맹의 경우 총 29개 노조가 산별전환 투표를 진행하여 18개 노조(조합원수 총 97,679명)에서 산별전환이 가결되었고 화섬연맹의 경우 3개 노조(조합원수 총 222명)가 산별전환을 결정했다. 이로써 2006년 7월 현재 민주노총 전체 743개 노조 778,183명 중 조합원 대비 산별전환율은 기존의 54%에서 67%로 확대되었다.(민주노총 2006년 5차 중앙위 보고자료 참고, 단 산별전환율은 재계산) 이로써 통합금속노조가 10월 중 13만 명이 소속된 거대노조로 출범할 예정이며 이 외에도 다른 연맹의 산별전환 흐름도 탄력을 받고 있는 상황이어서 민주노총의 산별노조로의 재편이 현실화될 전망이다.
민주노총은 2003년 대의원 대회에서 산별전환의 구상을 천명하고 2006년 산별전환을 위해 배수진을 치고 모든 역량을 이에 집중해 왔다. 전노협 시절부터 산별노조 건설은 민주노조운동의 오랜 조직적 목표였으나 실질적 추진은 지지부진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2007년 복수노조 도입과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를 포함하여 '노사관계 선진화 방안'이라는 이름으로 정부가 추진하는 법·제도적 변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산별노조의 건설만이 이를 돌파할 수 있는 수단이라는 공감대가 민주노총 내부에 강력하게 형성되어 왔다. 더욱 중요하게는 민주노조운동의 위기가 폭발하면서 더 이상 '현재의 체제'로는 안 된다는 인식이 주요 정치세력들에게 확산되었다. 물론 각 세력마다 위기에 대한 진단과 그 해법은 다르지만 대체로 '산별노조 건설'이 절실하다는 점에는 의견이 일치하였다. 이에 따라 6월 산별전환 동시 투표 연말 산별전환 총회라는 계획표가 세워졌고 총연맹 및 각 연맹 지도부는 산별전환 동시 투표를 성사시키기 위해 사력을 다했다. 민주노총/금속연맹의 산별건설에 대한 조합원 선전, 선동은 '쪽수의 이점'에 주되게 호소하였다. 즉 더 큰 노조를 결성하여 더 큰 교섭력을 갖자는 것이다. 결국 대기업 노동자들은 계급적 단결로서 산별노조 건설을 택한 것이 아니라 더 큰 교섭력에 대한 실리적 선택을 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비정규직 조직화의 필요성, 구조조정 저지투쟁 등이 이야기되었지만 이는 주변적이었다.
이렇듯 산별전환 추진과정에서 '현재의 체제'가 무엇이 문제인지 그리고 무엇을 어떻게 바꾸어야 하는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은 실종되었다. 지난 십 여 년 동안 그랬듯이 산별노조가 기업별노조보다 노동자의 더욱 너른 단결을 모을 수 있는 형식이라는 교리의 강변만 있었을 뿐이다. 현장에서 이번 산별투표에 대해 ‘묻지마 산별’이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이다. 일단 형식은 갖추었으니 이제 내용을 논의하자는 이야기도 들려온다. 물론 산별노조의 구체적인 형식과 활동에 대해 많은 토론이 되어야 함은 분명하다. 각 연맹 별 산별추진위원회에서는 산별노조의 조직구조와 교섭구조를 둘러싸고 치열한 토론이 진행 중이다. 하지만 여전히 이러한 논의의 중심에는 기업별 노조를 어떻게 조직적으로 통합할 것인가가 있을 뿐, 위기에 처한 노동자운동을 다시 어떻게 재건할 것인지는 빠져 있거나 주변적인 문제로 다루어질 뿐이다.

1) 기업별 체제의 위기의 본질은 무엇인가?

전후 한국 자본주의의 발전은 수출주도형 산업화와 반공주의에 기반한 권위주의적 국가권력의 결합을 특징으로 한다. 1986∼88년 '3저 호황'을 계기로 노동시장 교섭력이 증가하고 권위주의적 국가와 이에 기반한 노동대중에 대한 착취와 통제의 모순이 폭발하면서 한국의 '민주노조운동'이 성공을 거둔다. 권위주의적인 자본의 현장통제와 이에 입각한 저임금·장시간 노동의 강요와 초과착취 어용노조와 노동악법을 통한 자주적 단결의 억압에 맞서 노동자대중들의 광범위한 투쟁이 벌어 졌다. 이는 노동해방이라는 이념으로 집약되었고 한국사회 전체의 사회변혁과 결합되면서 보편적인 의미를 획득할 수 있었다. 당시 지배적인 노동조합의 형태는 기업별 노동조합이었다. 이는 제3자 개입금지 등 법적 제도적 요인, 기업별 노조를 넘어서는 연대 차단과 상급단체에 대한 불인정, 가혹한 탄압 등의 영향이기도 했고 재벌과 하청계열화라는 한국사회의 산업구조를 반영하는 것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기업별 노조 형태는 억압적인 노동현장에 대한 전투적 투쟁을 통해 건강성을 유지할 수 있었고 단일한 작업장을 중심으로 직접민주주의가 항상 가능하도록 하는데 유리한 조건을 만들었다. 노조의 의사결정이 작업장 수준에서 이루어지고 다른 고려 사항이 없다는 점에서 지도부 소환, 협상안에 대한 총회 등 직접민주주의 요소들이 제도적인 수준으로까지 강화되었다.
하지만 민주노조운동은 1990년대 들어 한국사회의 신자유주의적 재편이 본격화되면서 곧바로 위기에 처하게 된다. 3저호황 속에서 누적된 한국 자본주의의 위기로 인해 과잉축적된 자본의 구조조정과 신자유주의 재편이 본격화되었고 작업장 차원에서의 미시적인 구조조정이 강화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재편을 원활히 수행할 수 있도록 정치적인 민주화가 제한적으로 진행되며 1980년대 반독재 민주화 전선이 소실된다. 이는 1987년 민주노조운동의 성장을 가능하게 했던 두 가지 요인, 즉 현장에서의 전투적이고 대중적인 투쟁과 사회전체적인 변혁운동의 결합의 소멸을 의미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그나마 대공장 노조는 자신의 투쟁력과 함께 독점자본의 지불능력 덕분으로 높은 임금 인상률을 쟁취했으나, 중소·영세 비정규직 노조의 경우 기업별 노조로는 조직화도 힘들뿐더러 투쟁을 통해 많은 성과를 얻기도 힘들며 대공장 정규직-중소·영세 비정규직의 분할은 강화된다.
1980년대 변혁적 노동자운동이 위기에 처하면서 민주노조운동의 전망을 둘러싸고 다양한 논의들이 진행된다. 이념적인 측면에서 변혁적 이념―최소한 노동해방과 같은―의 소멸은 허구적 논쟁, 즉 계급적 노동자운동과 사회적 노동자운동의 논쟁으로 귀결되었다. 계급적 노동자운동은 사실상 보편계급으로서, 프롤레타리아로서 노동자가 아니라 특수한 경제적 계급 또는 직업적 의식으로서 노동자라는 전망과 단절하지 못했다. 조직적 측면에서 당과 노조의 분리를 전제로 해서 진보정당/산별노조라는 조직적 전망이 대세를 장악했다. 이는 현장에서의 역동적인 투쟁과 국가권력에 대한 투쟁이 결합된 1980년대 노동자운동의 역동성을 계승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해체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현재 민주노조운동의 위기는 산별전환이 지체되어서가 아니라 신자유주의에 대한 올바른 대응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1987년 노동자대투쟁을 통해 대중화된 민주노조운동은 양적인 운동의 확대와 함께 곧바로 한국사회의 신자유주의 재편의 본격화라는 질적인 조건의 변화를 맞이하게 된다. 하지만 변화된 조건에 적합한 노동자운동의 혁신은 계속 지체되었고 결국 1997년 IMF위기와 노동법개정과 구조조정에 대한 한계적 대응 속에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위기가 폭발하게 되었다. 따라서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 속에서 노동의 불안정화와 노동자운동의 위기에 대한 근본적인 전략의 수립이 필요하다. 이 속에서 조직적 혁신과 정치/이념적 혁신 과제가 동시에 제기된다.

2) 현재 산별추진 전략에 대한 평가

민주노총이 산별노조 건설을 위한 근거로 제시하는 것은 ①산업구조 변화에 대한 대응 ②비정규직화/사회양극화에 대한 대응 ③노조 무력화대응 ④복수노조허용/전임자 임금지급금지 등의 변화에 대한 대응 등이다. 산별노조 건설을 통해 산업적 차원의 구조조정에 대한 대응력을 높이고 비정규직 노동자의 조직화와 사회양극화에 대응하는 사회적 교섭(혹은 대사회적 투쟁)을 추구하며 이를 통해 노동조합운동의 정당성을 회복한다는 구상이다.
현재 한국에서의 산업구조의 변화는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따른 재벌체제의 초민족화와 하청계열화의 중층화, 외주화의 확대를 통한 비용의 절감으로 특징지을 수 있다. 그런데 이를 산별노조를 통해 산업적 차원의 교섭 혹은 투쟁으로 저지할 수 있는가?
우선 이러한 구상의 제도적 토대가 되는 '산별교섭'이 핵심적 산업 내에서조차 안정화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한국의 산업을 주도하고 있는 재벌들의 경우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 속에서 초민족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에게는 일국 내의 계급타협과 자본들의 수평적 연합을 통해 안정적인 생산의 조건을 확보하는 것이 주요한 관심사가 아니다. 경총의 경우 기업별 교섭의 유지를 대응방향으로 일단 내 놓은 상태다. 그렇다고 국가를 통한 개입도 불가능하다. 현재의 노사정 합의라는 틀은 성장기의 '사회적 합의'가 아니기 때문에 노동조합과 노동자대중의 고용안정성과 임금 및 노동조건의 안정성을 보장받는 틀이 아니라 노동조합을 위기관리의 기구로 전환시키는 기제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산업 구조조정은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의 효과이므로 그 원인에 대한 대중적 투쟁이 중심에 놓여져야 한다. 이러한 투쟁 없이 진행되는 산별교섭은 방어적인 수준을 넘어서지 못하거나 정권의 허구적 코포러티즘에 포섭될 가능성이 크다.
노동의 불안정화에 대한 대응의 측면에서 보면 어떠한가? 물론 기존의 기업별 노조가 노동의 불안정화에 대응하기 위한 효율적인 조직화 방식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따라서 초기업단위 노동조합 형태를 실현하는 것은 중요한 과제이지만, 그 해답이 곧바로 현재 논의되는 형태의 산별노조로 귀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 유의해야한다. 19세기말 20세기 초 자본주의의 위기 속에서 노동의 불안정화가 진행되면서 산별노조가 미숙련 대공장 노동자들이 조직되고 투쟁하는 틀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당시 산업구조와 작업장에서의 노동통제 방식의 변화에 대응하는데 산별노조라는 형태가 적합했기 때문이었다.
마지막으로 2007년 노동관련 법·제도의 변화에 대한 대응을 위해 일단 형식적으로라도 산별노조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의 타당성에 대해서 살펴보자. 이러한 주장은 산별노조 전환 없이 기업별 복수노조가 허용될 경우 노동운동의 계급적 연대 기반은 급속히 와해되고 아울러 사용자의 다양한 부당노동행위와 노조 간 차별로 인해 기업별 노조체계는 더욱 급속도로 어용화, 협조화의 길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한다. 여기에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까지 시행된다면 기업별 노조 자체의 유지가 불가능할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1950∼60년대 일본 노동운동의 몰락이 사례로 제시된다.
하지만 10년 전 민주노조운동의 성장을 위해 폐지를 주장했던 복수노조 금지 조항이 오늘날 오히려 민주노조운동의 기반을 유지하는 방어막으로 변해버린 현실의 진정한 원인은 무엇인가? 누구나 알고 있듯이 원인은 민주노조운동의 계급 대표성의 상실, 현장 장악력의 약화이다. 산별노조로 형식적으로 전환하고 산별노조에 유리한 방향으로 노사관계의 제도화를 이루낸다면 위기의 폭발을 조금 지연시킬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민주노총이 산별노조의 제도화에만 총력을 기울인다면 신자유주의적 코포라티즘 체제에 민주노조운동을 포섭하려는 정권의 의도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다.

3) 산별전환 과정에 어떠한 입장과 태도를 취할 것인가?

현재 추진되는 산별노조 건설은 낮은 조직률의 고착과 노조운동의 대표성의 위기, 법·제도의 변경에 따라 수세적으로 제기되는 대안이라는 점에서 산별노조 건설에 대한 몰두는 밀리고 밀려서 진행되는 노동자운동의 퇴각에 대한 사후적인 반응, 그것도 한발 더 물러선 퇴행적인 반응이 될 가능성이 크다. 보다 공세적으로 노동자운동 혁신의 과제를 실천하는 투쟁에서, 하나의 과정으로서만 산별노조가 고민되어야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역사적 경험에 비추어 볼 때, 노동자운동의 혁신과 새로운 조직의 전면적인 건설은 다음과 같은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 ①새로운 미조직 노동자들의 진출 ②새로운 급진적 이념의 수용 ③새로운 조직형태를 통한 단결 폭의 확대 ④동시적으로 진행되는 사업장 현장의 강화.
이후 한국에서 산별노조 건설 과정을 단지 기업별 노조의 통합이 아니라, 진정으로 노동운동의 혁신의 과정의 일부로 만들어가고자 한다면 이러한 요소들이 실현되어야 할 것이다. 한편으로는 산별노조라는 대안을 상대화하며 새로운 계급주체의 형성을 위한 노동자운동의 혁신 프로젝트를 현실화해야 하며, 다른 한편으로는 산별노조의 건설이 이러한 방향에 일조할 수 있도록 개입해야 한다. 결국 우리에게 있어 복수노조 산별노조 시대는 체제의 전환이나 새로운 희망의 출발이 아니라 노동조합운동의 객관적 조건의 변화에 불과하다. 산별노조 건설의 쟁점을 넘어, 새로운 노동자 대중의 진출을 촉진하고 계급형성의 과제를 실현하는 노동자운동을 재개하기 위해서 구체적인 비판과 실천을 조직해야 한다.
첫째, 불안정노동자의 조직화를 위해서 초기업적 노동조합활동이 필요하다는 지적은 많다. 하지만 기존의 산별노조에서 이러한 흐름을 제대로 조직한 사례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히려 이러한 사례는 지역일반노조의 운동이나 일반노조적 운동을 지향했던 산별노조적 운동의 흐름에서 찾아 볼 수 있다. 현재 한국에서 산별노조건설은 미조직노동자(비정규직노동자)들의 진출이 아직 새로운 조직을 출현시킬 만큼 폭발적이지 않고, 산별노조 건설의 과정이 끊임없이 기 조직된 정규직 노동자의 이해에 좌우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역을 근거로 하는 불안정노동자조직화에 있어서 산별노조 건설과 지역일반노조운동이 수렴할 수 있는 가능성을 모색해야 한다. 물론 이러한 수렴에는 몇 가지 쟁점이 존재한다. 당장에 부딪히는 조직구획상의 쟁점에서부터 장기적으로 보면 일반노조운동에는 전국단일노조라는 산별노조와 대별되는 지향이 있다. 하지만 현재 운동의 수준에서 이러한 쟁점은 무의미하다고 판단된다. 오히려 각각의 운동의 흐름이 독자성이 보장되고 서로의 운동에 도움이 되는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산별노조 건설의 과정에서 노동자운동의 사회운동적 성격을 복구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기업별노조나 그 연합체제로서 연맹, 그러한 수준을 유지하는 산별노조로는 불가능하다. 산별노조로 전환한다고 해도 산별노조의 수직적 체계가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가능성이 크다. 이런 측면에서 우선 업종별조직을 최대한 상대화하고 지역 중심의 수평적 조직구조를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현장운동의 활성화를 위해 현장의 활동이 최대한 보장될 수 있는 조직구조가 마련되어야 한다.
셋째, 조직형태의 변화를 통해서만 노동자운동의 혁신을 이룰 수는 없으며 이념적 혁신이 동반되어야 한다. 이는 한국사회의 변혁과 결합되어 제시되었던 '노동해방'의 정신을 오늘날 다시 복원하는 문제이다. 민주노조운동의 위기의 주요한 원인은 기존의 노동운동의 이념이 신자유주의적 재편 속에서 대중들의 실리주의를 넘어서는 대안적인 삶의 원리 사회변혁의 전망으로 체화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산별노조가 대안으로 제시되는 맥락 중 하나는 산별노조가 노동자의 계급적 단결을 강화할 것이라는 것이지만 동일한 산업적 이해나 조직형식이 계급성의 강화로 이어지지 않음은 분명하다. 산별전환 과정 속에서 오늘날 노동자란 무엇이며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민주노조운동의 새로운 이념은 무엇인가에 대한 대대적인 토론이 동반되어야 한다.

'지역'과 '지역운동'에 대한 개념의 정립

「사회운동으로서 노동자운동의 재개 : '지역'적 전략과 실천의 모색」에서는 지역적 차원의 운동을 주목하고 강화해야 하는 이유를 다음의 네 가지로 설명하고 있다.
첫째, 생산과정 및 재생산과정에서 진행되는 다양한 프롤레타리아화의 계기들 속에서 노동자계급을 형성하고 생산과정에 대한 변혁 뿐 아니라 재생산과정에 대한 변혁 역시 노동자운동의 과제가 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작업장으로 한정되어 규정되고 있는 현장의 개념을 지역으로 확장할 것을 주장한다. 여기서 지역은 생산과정과 재생산과정이 결합되어 있는 공간으로 제시된다.
둘째, 지역은 노동자운동과 사회운동의 연대, 사회운동들의 연합을 구축하기 위한 일상적인 공동의 정치활동, 현실에 대한 공통의 인식 확보와 행동 프로그램의 수립을 위한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토론 과정이 가능한 현실적 범위 혹은 규모를 의미하며 위로부터의 통합이 아니라 아래로부터의 통합을 중시하는 어떠한 방향성을 지시한다.
셋째, 다수의 불안정 노동 층을 조직하기 위한 노동조합의 조직형태이자 활동형태로서 지역을 주목한다. 구체적으로는 지역일반노조나 산별노조에서 지역에 기반을 둔 노조형태에 주목하였고 산별노조의 중앙 집중식의 수직적 체계보다는 기업, 산업, 업종별 구획을 뛰어 넘는 수평적 체계를 강조하였다.
넷째, 위에서 제시한 흐름들이 작업 현장에서의 전투적 경제주의와 협소한 계급주의에 매몰되는 한편 종파적 대립구도 속에 노동자운동의 이념과 전망에 대한 건강한 토론이 실종된 노동자운동의 전투적 부위들이 정치적 시야를 확장하고 건강한 토론을 복원하기 위한 노력과 결합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그 의미를 강조하고자 했다.
이렇듯 노동자 사회운동의 일반적 방향 속에서 지역과 지역운동의 의미를 밝히다 보니 역으로 지역에 대한 상이한 층위의 개념을 명확한 정리 없이 사용하여 혼란의 여지가 있었다. 더구나 한국 사회운동의 역사에서 존재했던 지역운동에 대한 특정한 담론 혹은 운동의 흐름에 대한 평가 없이 이러한 문제의식이 제기되다 보니 더욱 혼란을 가중시킨 측면이 있었다. 따라서 우선 한국 사회에서 지역운동의 담론과 실천적 흐름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를 간략하게 살펴보고 몇 가지 쟁점들을 중심으로 지역과 지역운동에 대한 개념을 보다 엄밀히 제시해 보고자 한다.

1) 지역사회에 대한 개념적 접근

흔히 지역운동을 고민하면서 지역에 접근하는 시각은 어떤 범위로 묶여 질 수 있는 공통의 특징이 무엇이냐, 다시 말해 어떤 지역을 하나의 지역으로 규정할 수 있는 동일성은 무엇이고 지역적 수준의 운동이 가능한 토대가 무엇인가를 중심에 놓는다. 그런데 지역을 개념화하기 위해서 선행되어야 하는 것은 이러한 지역사회를 형성하는 사회적 구조에 대한 분석이다. 특히 근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민족국가에 대한 분석, 자본주의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 이렇게 접근할 경우에 지역을 어떤 동질적인 특징을 중심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지역적인 동일성이 형성되고 동시에 해체되는 모순적이고 역동적 과정을 파악할 수 있다. 지역사회는 갈등적인 생산과정과 재생산과정이 결합되는 구체적인 공간으로서 파악될 수 있다.
한정된 시간 내에 최대한의 이윤을 창출하려는 자본주의에게 있어 사실 공간은 축적에 있어 극복해야 할 장벽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주어진 기술수준에서, 구체적인 공간에서 자본과 노동력이 결합되어야 하며 동시에 산업간의 연계, 사회적 노동분업, 노동공급과 소비시장에의 접근성과 비용절감의 문제가 발생하게 되며 자본축적은 특정한 공간 내에서 집중화된 구조를 형성한다. 데이비드 하비는 이를 구조화된 정합성이라 부르는데 이는 자본이 이윤의 제약을 받지 않고 순환될 수 있는 공간으로 느슨하게 정의된다. 한편 임금노동자로 전락한 노동자는 자본주의 생산과정에서 더 좋은 노동조건을 찾아 이동할 수 있지만 이 역시 이동의 비용이나 새로운 지역에의 적응의 문제가 발생하므로 특정한 장소에 정착하여 생활조건을 방어하는 전략을 채택하기도 한다. 이처럼 구조화된 지역적 정합성을 방어할 자본(축적의 필요)과 노동(생활수준의 방어)의 필요는 전형적으로 국가에 의해 매개된다. 근대적인 민족국가는 강제력의 행사를 통해 자본축적의 조건을 형성하고 민족주의와 자유주의 등 지배적인 이데올로기를 통해 갈등의 폭발을 조정하는 기구로 기능해 왔다. 특정한 지역 내에서 다양한 계급과 당파의 이해관계의 결합을 촉진하고 보호하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지역공동체적 또는 국민적 연대를 위해 노력하는 지역적인 제도들이 국가라는 제도 속에서 결합된다. 특히 이는 전자본주의적 과정에서 형성된 지역 공동체들을 국가장치 속으로 통합하고 포섭하게 된다. 전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노동력의 생산/재생산공간에 있어 지역 공동체가 중요한 역할을 차지했지만,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공장/학교/가족이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한다. 한편 이러한 과정에서 지역적 정체성은 민족주의를 비롯한 지배 이데올로기 속에서 통합되고 변형을 겪게 된다.

2) 전후 한국에서의 지역운동의 역사에 대한 개괄과 평가

전후 한국 사회운동에서 지역운동이라는 담론과 운동의 흐름이 출현하게 되는 것은 1960∼70년대 진행된 급격한 산업화와 도시화의 과정에서 발생한 모순에 대한 도시빈민들의 자생적 운동과 도시문제연구소-수도권도시선교위원회 등으로 이어지는 종교적 흐름이 결합하며 탄생한 도시빈민운동에서다. 도시로 모여 든 노동자들이 겪어야 했던 절대적인 빈곤의 상태를 개선하려는 운동의 흐름들이 다양하게 형성되었고 이러한 운동의 경향은 대체로 빈곤계층에 대한 지원과 상호부조의 형태를 넘지 못했고 사회변혁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과 실천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이러한 운동의 흐름은 1980년대 사회변혁에 대한 전략적 논의가 촉발되며 마르크스주의가 한국 사회에서 다시 복권되고 사회운동이 활성화되는 과정에서 급진화된다. 한편으로 도시빈민운동은 철거반대 투쟁과 노점상 합법화 투쟁을 거치면서 사회변혁 운동으로서의 성격이 강화되고 농촌 지역에서 농민운동 역시 급진화된다. 또한 학생운동과 노동자운동을 중심으로 전체 사회운동이 성장하면서 지역운동을 사회변혁의 대중적 토대로서 사고하는 흐름이 강화되었고 80년대 민주화투쟁이 대중화되는 과정에서 다양한 지역적 사회운동들의 연합이 결성된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 사회운동이 급격한 위기를 맞으며 이러한 연합들이 급격히 해체된다. 급진화되었던 도시빈민운동 내에서 철거반대투쟁의 일회성, 산발성에 대한 문제제기 속에 지역주민의 생활상의 이해와 지역적 특성을 강조하며 주민운동이 강조되기 시작했다. 또한 시민운동 담론이 확산되면서 지역을 기반으로 형성된 다양한 운동단위들이 사회변혁의 과제를 생활세계의 민주화, 의제의 다양화를 통한 시민사회의 민주화로 대체하게 된다. 한편 양적으로 팽창한 노동자운동의 경우 전국적 조직의 통합에 몰두하고 실리주의적 경향이 강화되면서 지역으로부터 퇴각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다양한 지역운동의 흐름이 형성된다. 전국적 차원에서 정책개발능력을 중심으로 시민의 권익을 대변하고 옹호하는 대변형(advocacy) 시민운동과 이러한 활동을 지역에서 모사하는 지부 체계들이 형성되고, 이러한 흐름에 대해서 구체적인 지역주민을 주체로 내세운다는 점에서 스스로를 '풀뿌리 운동'으로 자처하는 지역 주민 기반의 시민운동이 캠페인 성격의 사업을 통해서 지역운동의 저변을 넓혀가는 데 역점을 두는 '주민(시민)포괄형' 운동과 사안이나 프로그램을 매개로 주민을 직접 조직하는 데 주력하는 '주민밀착형' 운동 등이 등장한다. 한편 지역적 차원에서 대안적 공동체의 형성에 주력하는 협동조합운동 등의 '공동체운동'도 발전을 하게 된다. 이러한 다원화는 여성, 환경, 복지 등 각각 관심을 두는 의제의 다양화와 결합된다.
이러한 흐름들은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다음과 같은 지역과 지역운동에 대한 유사한 개념을 가진다. 먼저 시민사회론 혹은 이와 동일한 제 3섹터론에 근거하여 정치와 경제가 아닌 제 3의 영역을 민주화하는 것을 사회운동의 전략으로 사고하고 이러한 공간으로 지역을 바라본다. 이와 관련되어 지역운동의 주체로서 '주민' 혹은 '시민'이 강조되게 되는데 이는 1980년대 민중 개념이 사회의 착취와 억압 구조를 전제한 개념인데 반해 지역에서 공통의 이해를 가지는 중립적이고 비정치적인 개념의 성격을 지닌다. 또한 중앙 집중적 운동에 대해 비판하면서 분권화를 강조하게 되는데 이는 다양한 운동들의 통합과 이를 통한 다수자운동 자체를 포기하거나 경시하는 것으로 이어진다. 더구나 이러한 운동의 흐름은 한국 사회의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의 정책적 실행 조건을 마련하기 위해 진행되는 분권화를 민주화의 연장선상 속에서만 파악한다. 이러한 신자유주의에 대한 맹목은 신자유주의 국가의 위기를 관리하기 위한 사회정책의 일환으로 지역적 차원에서 노동력 재생산 기능의 사유화와 서비스 제공의 주체로서 정치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지역의 운동단체들을 활용하려는 흐름에 적극적으로 포섭되어 간다.

3) 소결

이러한 분석과 역사적 평가에서 지역사회의 개념화 및 지역운동의 방향에 대한 몇 가지 결론이 도출된다.
첫째, 지역을 관통하는 사회 전체의 모순을 정치화하는 사회변혁운동으로서 지역운동이 복원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공통의 생활공간으로서 지역을 바라보고 이러한 공간에서 주민들을 조직하여 정치적 민주화와 경제적 민주화를 감시하는 주체로 만들어 낸다는 1990년대 시민운동과 단절해야 한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국가권력의 장악으로 국가변혁의 과제를 해결하려는 현실 사회주의 운동의 한계를 넘어서야 한다. 다시 말해서 사회변혁은 국가기구를 폐지, 변혁하는 장구한 과정으로 이해될 수 있으며 이는 대안적인 대중의 권력과 정치체제를 형성하는 문제이다.
둘째, 지역운동의 주체로서 생활공간상의 이해를 같이 하는 주민이라는 개념과 단절하고 1980년대의 민중개념의 계급연합적 성격을 복원해야 한다. 이는 단지 특수한 경제적 이해를 같이 하는 계급들의 기계적 연합이 아니라 해당 시기 사회 전체의 모순에 대한 투쟁의 과정에서 형성되는 정치적 연합이다. 노동자운동 차원에서 보면 경제적 이해나 협소한 계급에 대한 규정에 기반한 노동자 정체성을 넘어서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된다.
셋째, 아래로부터 대중들의 자발적 운동을 강조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자발적 운동들이 상호간의 인식을 확장하고 공동의 행동의 원칙을 수립해 가는 통합적 흐름을 모색해야 한다. 전국적 운동의 전달벨트로서의 조직이나 고립된 공동체를 지향하는 지역공동체 조직이 아니라 연대지향적이고 상호간의 토론과 공동의 실천 이를 통한 상호 변화를 강조하는 조직형태를 모색해야 한다.

지역 노동자 사회운동의 실천 프로그램의 모색 : 일반노조운동/산별(업종별)지역노조운동에 대한 평가를 중심으로

지역을 매개로 기존의 노동조합운동으로 조직되지 못했던 다양한 노동대중을 조직하려는 시도가 일반노조, 혹은 지역산별노조를 중심으로 계속 시도되어 왔으며 조직화에 일정한 성과를 거둔 바 있다. 그러나 이제까지의 지역일반노조는 조합원 확대와 경제투쟁에 주력하면서 현장에서 활동가를 육성하는 데 성공하지 못했고, 지역사회운동과의 연대도 사안별 투쟁지원을 중심으로 하는 형식적인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편 지역일반노조의 경우 조직된 조합원들이 당면한 자기 사안이 해결되면 조합을 나가거나 활동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과정에서 지역일반노조는 단순한 고충처리 서비스 기관으로 전락할 수도 있고 지역일반노조 운동 역시 이를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한편 지역공공서비스 노조는 후발주자로서 이러한 지역일반노조 운동에 대판 평가에서 그 한계를 극복하려 하고 있다. 일부 지역노조의 '철새형 조직화 방식'에 대한 비판으로부터 이미 조직된 사업장에 대한 안정적인 일상활동과 활동가 양성을 더 중요시하며 사회운동적 과제를 일상활동의 주요한 부분으로 만들어가려고 한다고 한다. 또한 정규직 노조들의 지원을 (비록 간접적인 방식으로라도) 연맹을 통해서 확보할 수 있고, 산별노조 건설을 예비하는 가운데 연맹 지역본부에 소속된 조직들의 지원을 받기 용이하다는 이점도 있다. 하지만 지역공공서비스 노조 역시 지역일반노조의 한계를 온전하게 극복하고 있다고 보기에는 어렵다. 또한 지역적 형태의 조직에 걸맞는 지역기반의 공동투쟁과 활동의 부족은 여전히 사업장별로 운영되는 구조를 낳고 있기도 하다.
전자와 관련해서는 금속노조 서울남부지회의의 운동을 참고할 수 있다. 남부지회의 경우 구로지역의 오랜 사회운동의 전통이 지역 기반의 노조의 한계를 극복하는데 커다란 힘이 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교육센터, 민주노동당 지역위원회, 지역 기반의 사회운동단체들과 노조의 긴밀한 결합은 중소영세 사업장 및 비정규직 노동자의 조직화 뿐 아니라 지속적인 노동조합 활동, 이를 넘어서는 정치활동을 강화하는 튼튼한 기반이 되고 있다.
이상의 점을 종합해 볼 때 지역적 차원에서 불안정 노동자들이 주체가 되는 새로운 노동자운동을 창출하기 위해 몇 가지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우선 신규조직화와 현장투쟁의 승리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안정적인 일상활동과 활동가 양성, 사회운동적 과제의 실천을 통한 조합원들의 지속적인 성장과 이에 기반한 노조의 강화가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조합원 조직화는 물론이고 현장 활동가 육성과 지역에서 사회운동과의 전략적인 수준의 연대 혹은 융합이 이러한 운동에서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 또한 산별노조로의 재편 과정에서 지역 기반 노조의 흐름이 유실되지 않기 위해서는 산별의 구획을 넘는 운동의 흐름을 창출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역본부가 지역 내의 산별지부들과 사회운동단위들의 연대의 구심으로 기능할 수 있어야 하며 일반노조의 문제의식은 이러한 점에서 참고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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