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구조조정 대책, 정부의 '공공부문비정규직대책'
정부는 지난 8월 9일 '공공부문비정규직대책'을 발표했다. 언론은 공공부문의 비정규직이 대거 정규직화되는 것처럼 보도했고, 정부는 비정규직 노동자 보호를 공공부문이 선도한다고 선전했다. 경총 등 자본측에서는 공공부문에서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는 것은 민간부문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면서 정부를 비난했다. 여기까지만 보면 '공공부문비정규직대책'은 공공부문부터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고자하는 정부의 의지가 담긴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정부 대책이 나오는 과정이나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이러한 기대는 무리였다는 것을 곧 알게 된다.
정부 대책이 처음 준비된 '4월 11일'
정부가 '공공부문비정규직대책'을 처음 준비한 것은 4월 11일 열린 '국정과제회의'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노동부에 지시를 하고 나서부터였다. 당시 회의 주제는 '비정규직 종합대책'이었는데, 이는 국회에 계류 중이던 정부의 비정규법안 개악안에 대한 내용이 논의되었음을 의미한다. 노무현 대통령의 지시도 이와 관련된 것이었다. 그럼 4월초는 어떤 시기였을까? 민주노총은 4월 17일 대의원대회를 예정하고 있었고 총파업 결의를 안건으로 상정한 시기였다. 실제 과정에서는 우여곡절 끝에 법안 처리가 연기되었지만, 당시 상황에서 정부는 5월초까지 비정규법안을 처리하겠다고 공언하던 시기였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정부의 비정규직 개악안과 '공공부문비정규직대책'이 같은 맥락에서 논의되었고 어떤 식으로든 태생적인 연관을 갖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 연관의 성격이 어떤 것인지는 이제부터 정부 대책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알게 될 것이다.
김근태의 뉴딜 행보와 정부대책이 발표되기까지
정부 대책은 정부 내에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 추진위원회'가 관계부처 합동으로 구성된 5월 4일부터 본격적으로 준비되기 시작한다. 정부는 내년 예산에 비정규직대책의 내용을 반영하기 위해서 8월까지는 정부 차원의 대책 수립을 마무리하고 부처별로도 8월중으로 예산을 책정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을 작성한다. 이에 따라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대책수립 계획이 마련된 5월 중순 이후, 약 20여 일간 전국의 1만 여개 공공기관에 대한 비정규직 실태 전수조사와 (중앙행정기관, 공기업·산하기관, 학교, 지방자치단체 등 69개 조사 기관에 대한) 심층조사가 이루어진다. 이 방대한 자료는 7월초까지 정리가 되는데 이 과정에서 노동연구원은 1차적으로 공공부문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연구보고서를 작성하여 노동부에 제출했다.
그러나 시기적으로 촉박한 실태조사는 아무래도 부실할 수밖에 없었다. 이미 어느정도 조사가 진행되고 있던 것이라고 하더라도 이를 점검하고 심층조사까지 진행하며, 자료로서 활용 가능하도록 정리하는 데는 적지 않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눈에 띄는 부실함을 몇 가지만 살펴보자. 예를 들어 지방자치단체에 비정규직 환경미화원(외주·용역 포함)은 불과 3천 여명이라고 발표되었는데, 그 수치는 노동조합으로 조직된 환경미화원 숫자 규모에 불과하다. 또한 주요 대학의 청소용역노동자가 200여명 이상은 되는 상황에서 전국의 국공립대학 전체에 불과 천 여명의 청소용역노동자가 있다는 조사결과는 당장 수치상으로만 보더라도 조사가 부실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렇게 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정부가 이번 대책 중 스스로 인정하고 있는 것처럼 비정규직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가 각 기관에서도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많은 기관에서 사용자조차도 자기 기관에서 일하는 비정규직의 정확한 규모와 실태를 알지 못하는 것이 일반적인 상황이다. 이렇게 기초 실태조사가 부실한 상태에서 마련된 대책이라는 것이 가지는 한계는 분명하다. 비정규직의 고용안정과 처우개선을 위한 기본적인 예산과 제도개선의 필요성마저도 제대로 산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무튼 노동연구원이 노동부에서 용역을 받아 작성한 연구보고서까지만 해도 공공부문에서 비정규직 사용이 가지는 문제점을 인정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이 비교적 구체적으로 명시되었다. 이후 노동부는 두 차례 정도 민주노총, 한국노총 등과 간담회를 진행한 바 있는데, 이 과정에서 소개된 '초안'도 한계는 분명했지만 긍정적인 부분이 없지 않았다.
노동부는 우선적으로 7월 24일, 열린우리당과 당정협의를 갖고 대책초안을 발표한다. 당시 발표가 있은 이후 열린우리당의 우원식 의원은 정부 조사 상 약 31만 명 중 18만 명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가 상시고용 되어있기 때문에 정규직화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그러나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정부 내 협의를 통해 최종안을 준비하는 사이, 김근태 열린우리당 대표의 '뉴딜' 행보가 계속되었다. 재벌과의 간담회에서 자본측은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을 직접 언급하면서 '우려'를 나타내었다. 이후 노동부의 최종안 발표는 7월말에서 8월초로 연기되었고 이 과정에서 정부안은 수정되었다. 그 수정결과가 바로 우리가 들고 있는 정부의 '공공부문비정규직대책'이다. 여기에는 애초 '정규직화'로 되어 있던 대책의 핵심이 '무기계약'으로 변화한 것은 물론, 그 규모도 5만 4천명으로 크게 줄었다.1) 외주·용역과 관련된 각종 규제도 후퇴해있었다.
저임금과 차별을 고착화하는 '무기계약화'
언론의 발표와는 달리 이번 대책의 핵심내용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아니다. 기관의 기존 정규직 직제로의 편입과 이를 통한 고용안정·차별해소를 의미하는 '정규직화'라는 표현을 정부는 한사코 거부하고 '무기계약화'라는 용어를 고집했다. 기존의 정규직과 같은 처우를 해줄 수는 없다는 것이다.
정부가 이렇게 나오는 것은 정부 스스로 추진하고 있는 비정규직 법안과 관련있다. '기간제근로자보호법안'에 따르면 2년 이상 근무한 기간제 노동자에 대해서는 정규직(무기근로계약)으로 간주한다는 조항이 있다. 정부는 이 법안을 올해 하반기에 기필코 통과시키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있다.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공공부문에서도 장기간 같은 업무에 기간제 노동자를 고용하지는 못하게 된다. 따라서 정부는 예산적용시기, 제도변경에 소요되는 기간 등을 예상하여 이번 '공공부문비정규직대책'을 내놓고 있는 것이다. 올해 마련된 대책은 예산 수립과의 관련성 때문에 2008년에야 적용되는데 이 시기가 되면 공공부문에서도 기간제 노동자의 고용보장문제가 본격적으로 불거지게 된다.
정부 대책에 언급하고 있는 '무기계약화'는 현재의 처우를 유지한 가운데, 1년 단위, 혹은 6개월 단위로 이루어지던 고용계약을 자동으로 갱신한다는 것에 불과하다. 따라서 근본적으로 저임금의 열악한 노동조건에서 고용하던 노동자들의 처우는 개선할 수 있는 대책이 되지 못한다. 정부가 밝힌 정규직화 대상인원 5만 4천명은 결국 저임금 일자리를 5만 4천개 만든다는 것에 불과한 것이다.
이러한 방식은 공공부문에만 한정된 것은 아니며 정부의 비정규법안 개악안이 통과될 경우 민간부문에도 폭넓게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표적으로 금융부문에서는 비정규직 노동자로 주로 채워오던 은행 창구 직원 등에 대해서 현재의 처우를 유지하는 가운데 새로운 직제를 신설하여 기간의 정함이 없는 고용계약을 체결하기 위한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이른바 금융권의 '신인사제도'와 '직군분리제'2) 이 과정에서 고과평가제도를 엄격하게 적용하여 일정한 점수에 미달하는 노동자는 매년 해고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하여 고용불안과 노동자 사이의 경쟁, 노동강도 강화를 조장한다.
구조조정의 방식으로서 외주·용역의 활성화
이번 대책의 중요한 특징은 외주·용역 등 간접고용 확산을 규제한다는 미명하에 오히려 광범위하게 외주·용역을 활성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IMF 외환위기 때 공공부문에 대한 1차 구조조정이 완료된 이후 공공부문의 구조조정 양상은 변화하고 있다. 공기업 전체를(주로 초민족금융투기자본에) 매각하고 인원을 정리해고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던 1차 구조조정과는 달리, 최근에는 공기업의 분할매각, 외주·용역 등 아웃소싱의 활성화를 통한 업무분할과 수익성 재고가 특징적이다. 이번 정부의 '공공부문비정규직대책'은 이러한 공공부문 구조조정의 논리를 충실하게 따르고 있고 이를 보완하고 있다. 공공부문의 비정규직 관리 정책이라는 것이 공공부문에 대한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의 맥락에서 추진되고 있다는 것을 유념해야한다.
이번 정부 대책이 준비되는 과정에서 공기업들도 나름대로 '대책'을 준비해왔다. 대표적인 공기업인 철도공사는 "비정규직보호법안관련 비정규계약직 대책 검토(안)"이라는 내부 문서를 작성했다가 노동조합이 이를 확보하는 바람에 폭로되었다. 이 문서를 보면 철도공사는 자체적으로 예산절감을 위하여 기존의 비정규직을 외주화하려는 자체적인 계획을 수립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기존 직접고용 비정규직이 정규직과 동일업무를 수행하는 상황에서 동일노동 동일임금으로 차별처우를 개선할 경우 수 십억 원의 예산이 추가 소요될 것이라고 보고 외주화를 중심으로 하는 구조조정을 진행하겠다는 계획이다. 정부의 '공공부문비정규직대책'이나 '기간제근로자보호법안'에 따라 그나마 기간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무기계약'으로 전환하는 것조차 인정하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철도공사는 1단계로 2007년 1월까지 현재의 비정규직업무를 모두 외주화하고, 반드시 필요한 업무를 정규직으로 전환배치하려고 계획했다. 이 경우 해당업무에 종사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는 해고될 수밖에 없다. 더구나 2008년까지는 외주화된 업무에 함께 근무하는 정규직 노동자도 외주화 대상에 포함시키고 있어 이 계획이 단지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해당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뿐만아니라 반드시 필요한 상시업무이지만 정규직 업무 대상이 아니라고 자의적으로 판단된 업무에 대해서는 법에 예외로 규정된 고령자를 채용한다는 계획까지 있다.
정부는 이번 '공공부문비정규지대책'에서 기관의 "핵심-주변" 업무를 구분하고, 이에 따라 "핵심"업무는 정규직 사용을 원칙으로, "주변" 업무에 대해서는 외주화 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주변"으로 규정되는 업무가 너무나 자의적이라는 데 있다. 예를 들어 '한국공항공사'는 자신의 주업무인 공항시설관리업무를 '현업업무'라는 이유로 "주변"업무로 취급하고 전체를 외주화하였다. 지방자치단체는 법률에 지자체장의 책임으로 규정된 생활폐기물 처리 업무를 '단순노무'라는 이유로 민간위탁하고 있다. 또한 상수도 사업에서는 '세계적인 물기업 육성' 운운하면서 민간위탁을 확산시킨다. 게다가 "핵심"으로 규정된 업무라도 비용절감 효과가 큰 경우에는 외주화가 가능하다. 결국 모든 종류의 공공부문 업무에 대한 외주화가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이번 대책의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최근 확산되고 있는 고용의 원거리화를 공공부문에서도 전면적으로 적용하려는 의도라고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부정적 효과는 이미 각종 공기업에서 현실화되고 있다. 최근 철도공사를 제외하고도 몇몇 주요 공기업에서는 신규계약을 1년 단위가 아니라 3~6개월 단위로만 체결하면서, 계약기간이 만료된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해서 순차적으로 계약을 해지하고 있다. 이번 정부대책에서 말하는 '무기계약화'조차 예산이 적용되는 2008년부터라는 것을 생각하면, 대부분의 공공기관에서는 2007년 말까지 대부분의 기간제 노동자에 대해서 계약해지를 통보를 할 것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정부의 비정규직 개악안이 통과될 경우 우려했던 비정규직노동자의 대량해고가 공공부문에서부터 시작될 것이다.
비정규직 개악안과 다르지 않은 정부의 '공공부문비정규직대책'
앞서 언급한 것처럼 정부의 '공공부문비정규직대책'은 정부가 하반기에 반드시 통과시키기 위해 벼르고 있는 비정규직법안 개악안을 공공부문에서부터 사전에 준비하기 위한 성격이 강하다. 그리고 그 효과는 저임금의 차별적인 일자리를 고착화하고 외주·용역 등 아웃소싱을 확대하는 구조조정을 활성화하는 것이다.
이 대목을 보면 정부는 스스로 민간부문에 '모범'을 보이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비정규직을 어떤 방식으로 활용하고 관리하면 되는지를 정부는 민간 자본에게 보여주고 있다. 사회적인 불안요인으로 확대되고 있는 비정규직 문제를 관리하면서도 계속적인 착취를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이 공공부문이든 민간부문이든 자본의 입장에서 관건적이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정부가 이번 대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현안 문제로 투쟁하고 있는 공공부문 비정규직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투쟁의 원인이 되는 제도적인 모순에 대해서도 전혀 언급하고 있지 않은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3)
따라서 우선 정부의 '공공부문비정규직대책'이 가지는 본질이 무엇인지를 분명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 대책과 관련하여 '정부도 나름대로 노력했으나 한계가 있으니 참여해서 몇몇 조항을 넣어보자'는 식의 요구는 사실상 적용되기 난망하다. 이미 정부 대책의 기조가 현장의 개별적인 요구조차도 인정할 수 없도록 짜여져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정책기조는 정부의 비정규법안 개악안 추진과도 완전히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정부의 '공공부문비정규직대책'에 대한 투쟁은 하반기에 다시 예정되어 있는 비정규법안 개악안 저지 투쟁의 맥락에서 이루어져야한다. 정부가 공공부문에서부터 자신들의 개악안을 적용하려고 시도한다면 공공부문에서도 선도적으로 정부의 의도를 저지하는 것은 물론, 정부의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대책'이라는 것이 오히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열악한 처지를 고착시키고 고용을 불안하게 만드는 것이라는 점을 밝혀낼 필요가 있다.
이에 따라서 공공부문의 비정규직 현안투쟁 사업장은 물론 정규직 노동조합도 정부의 '공공부문비정규직대책'이 단지 비정규직 노동자, 당사자에 대한 내용만이 아니라는 점을 인식하고 투쟁해야한다. 이번 정부 대책은 공공부문이 신자유주의적 (인력)구조조정을 수행하기 위한 하나의 매뉴얼이기 때문이다. 또한 정부 대책이 발표되고 나서 당장 시작되고 있는 비정규직노동자들에 대한 현장의 구조조정에 적극대응하고 이러한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통해 투쟁할 수 있도록 조직해야한다.
1) 5만 4천이라는 규모를 산출한 과정은 주먹구구 식었다. 노동부는 기간제 계약직 중 1년 이상 계약직은 10만 8000명 가량이라고 예상하고 이 가운데 절반 가량이 심의를 통해 필수업무의 상시 종사자로 판정 받고 정규직으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하면서 5만4천이라는 수치를 제시한다. 이는 어떠한 구체적인 근거도 없다. 한편, 언론에서는 학교 조리종사원과 각 기관의 사무보조원, 청소, 시설관리 노동자들을 일차적 심의 대상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정작 노동부는 직종별 대책을 세우는 것은 아니며, 1년 이상 근무한 상시업무 비정규직을 대상으로 한다고 밝히고 있다. 심지어 교육인적자원부는 대표적인 정규직화 대상 직종으로 보도된 학교 조리종사원에 대해서 이들은 상시노동을 하지 않으므로 정규직화(무기계약화) 계획이 전혀 없다고 밝히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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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금융권 신인사제도, 차별시정의 대상인가?’ 토론회(창구업무 여성 비정규직 사례를 중심으로), 단병호 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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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정부는 이번 대책에서 △ 철도노조 KTX승무지부와 마사회, 부산지하철매표소의 불법파견 문제, △ 옥천 환경미화원의 저가낙찰제로 인한 해고, △ 전북도청, 광주 마사회의 용역업체 변경으로 인한 해고 등 제도적 문제에 대해서는 신기하게도 전혀 아무런 대안도 제시하지 않는다. 또한 이 과정에서 원청 기관의 책임문제는 전혀 언급하지 않는다.본문으로
정부 대책이 처음 준비된 '4월 11일'
정부가 '공공부문비정규직대책'을 처음 준비한 것은 4월 11일 열린 '국정과제회의'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노동부에 지시를 하고 나서부터였다. 당시 회의 주제는 '비정규직 종합대책'이었는데, 이는 국회에 계류 중이던 정부의 비정규법안 개악안에 대한 내용이 논의되었음을 의미한다. 노무현 대통령의 지시도 이와 관련된 것이었다. 그럼 4월초는 어떤 시기였을까? 민주노총은 4월 17일 대의원대회를 예정하고 있었고 총파업 결의를 안건으로 상정한 시기였다. 실제 과정에서는 우여곡절 끝에 법안 처리가 연기되었지만, 당시 상황에서 정부는 5월초까지 비정규법안을 처리하겠다고 공언하던 시기였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정부의 비정규직 개악안과 '공공부문비정규직대책'이 같은 맥락에서 논의되었고 어떤 식으로든 태생적인 연관을 갖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 연관의 성격이 어떤 것인지는 이제부터 정부 대책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알게 될 것이다.
김근태의 뉴딜 행보와 정부대책이 발표되기까지
정부 대책은 정부 내에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 추진위원회'가 관계부처 합동으로 구성된 5월 4일부터 본격적으로 준비되기 시작한다. 정부는 내년 예산에 비정규직대책의 내용을 반영하기 위해서 8월까지는 정부 차원의 대책 수립을 마무리하고 부처별로도 8월중으로 예산을 책정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을 작성한다. 이에 따라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대책수립 계획이 마련된 5월 중순 이후, 약 20여 일간 전국의 1만 여개 공공기관에 대한 비정규직 실태 전수조사와 (중앙행정기관, 공기업·산하기관, 학교, 지방자치단체 등 69개 조사 기관에 대한) 심층조사가 이루어진다. 이 방대한 자료는 7월초까지 정리가 되는데 이 과정에서 노동연구원은 1차적으로 공공부문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연구보고서를 작성하여 노동부에 제출했다.
그러나 시기적으로 촉박한 실태조사는 아무래도 부실할 수밖에 없었다. 이미 어느정도 조사가 진행되고 있던 것이라고 하더라도 이를 점검하고 심층조사까지 진행하며, 자료로서 활용 가능하도록 정리하는 데는 적지 않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눈에 띄는 부실함을 몇 가지만 살펴보자. 예를 들어 지방자치단체에 비정규직 환경미화원(외주·용역 포함)은 불과 3천 여명이라고 발표되었는데, 그 수치는 노동조합으로 조직된 환경미화원 숫자 규모에 불과하다. 또한 주요 대학의 청소용역노동자가 200여명 이상은 되는 상황에서 전국의 국공립대학 전체에 불과 천 여명의 청소용역노동자가 있다는 조사결과는 당장 수치상으로만 보더라도 조사가 부실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렇게 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정부가 이번 대책 중 스스로 인정하고 있는 것처럼 비정규직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가 각 기관에서도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많은 기관에서 사용자조차도 자기 기관에서 일하는 비정규직의 정확한 규모와 실태를 알지 못하는 것이 일반적인 상황이다. 이렇게 기초 실태조사가 부실한 상태에서 마련된 대책이라는 것이 가지는 한계는 분명하다. 비정규직의 고용안정과 처우개선을 위한 기본적인 예산과 제도개선의 필요성마저도 제대로 산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무튼 노동연구원이 노동부에서 용역을 받아 작성한 연구보고서까지만 해도 공공부문에서 비정규직 사용이 가지는 문제점을 인정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이 비교적 구체적으로 명시되었다. 이후 노동부는 두 차례 정도 민주노총, 한국노총 등과 간담회를 진행한 바 있는데, 이 과정에서 소개된 '초안'도 한계는 분명했지만 긍정적인 부분이 없지 않았다.
노동부는 우선적으로 7월 24일, 열린우리당과 당정협의를 갖고 대책초안을 발표한다. 당시 발표가 있은 이후 열린우리당의 우원식 의원은 정부 조사 상 약 31만 명 중 18만 명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가 상시고용 되어있기 때문에 정규직화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그러나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정부 내 협의를 통해 최종안을 준비하는 사이, 김근태 열린우리당 대표의 '뉴딜' 행보가 계속되었다. 재벌과의 간담회에서 자본측은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을 직접 언급하면서 '우려'를 나타내었다. 이후 노동부의 최종안 발표는 7월말에서 8월초로 연기되었고 이 과정에서 정부안은 수정되었다. 그 수정결과가 바로 우리가 들고 있는 정부의 '공공부문비정규직대책'이다. 여기에는 애초 '정규직화'로 되어 있던 대책의 핵심이 '무기계약'으로 변화한 것은 물론, 그 규모도 5만 4천명으로 크게 줄었다.1) 외주·용역과 관련된 각종 규제도 후퇴해있었다.
저임금과 차별을 고착화하는 '무기계약화'
언론의 발표와는 달리 이번 대책의 핵심내용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아니다. 기관의 기존 정규직 직제로의 편입과 이를 통한 고용안정·차별해소를 의미하는 '정규직화'라는 표현을 정부는 한사코 거부하고 '무기계약화'라는 용어를 고집했다. 기존의 정규직과 같은 처우를 해줄 수는 없다는 것이다.
정부가 이렇게 나오는 것은 정부 스스로 추진하고 있는 비정규직 법안과 관련있다. '기간제근로자보호법안'에 따르면 2년 이상 근무한 기간제 노동자에 대해서는 정규직(무기근로계약)으로 간주한다는 조항이 있다. 정부는 이 법안을 올해 하반기에 기필코 통과시키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있다.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공공부문에서도 장기간 같은 업무에 기간제 노동자를 고용하지는 못하게 된다. 따라서 정부는 예산적용시기, 제도변경에 소요되는 기간 등을 예상하여 이번 '공공부문비정규직대책'을 내놓고 있는 것이다. 올해 마련된 대책은 예산 수립과의 관련성 때문에 2008년에야 적용되는데 이 시기가 되면 공공부문에서도 기간제 노동자의 고용보장문제가 본격적으로 불거지게 된다.
정부 대책에 언급하고 있는 '무기계약화'는 현재의 처우를 유지한 가운데, 1년 단위, 혹은 6개월 단위로 이루어지던 고용계약을 자동으로 갱신한다는 것에 불과하다. 따라서 근본적으로 저임금의 열악한 노동조건에서 고용하던 노동자들의 처우는 개선할 수 있는 대책이 되지 못한다. 정부가 밝힌 정규직화 대상인원 5만 4천명은 결국 저임금 일자리를 5만 4천개 만든다는 것에 불과한 것이다.
이러한 방식은 공공부문에만 한정된 것은 아니며 정부의 비정규법안 개악안이 통과될 경우 민간부문에도 폭넓게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표적으로 금융부문에서는 비정규직 노동자로 주로 채워오던 은행 창구 직원 등에 대해서 현재의 처우를 유지하는 가운데 새로운 직제를 신설하여 기간의 정함이 없는 고용계약을 체결하기 위한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이른바 금융권의 '신인사제도'와 '직군분리제'2) 이 과정에서 고과평가제도를 엄격하게 적용하여 일정한 점수에 미달하는 노동자는 매년 해고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하여 고용불안과 노동자 사이의 경쟁, 노동강도 강화를 조장한다.
구조조정의 방식으로서 외주·용역의 활성화
이번 대책의 중요한 특징은 외주·용역 등 간접고용 확산을 규제한다는 미명하에 오히려 광범위하게 외주·용역을 활성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IMF 외환위기 때 공공부문에 대한 1차 구조조정이 완료된 이후 공공부문의 구조조정 양상은 변화하고 있다. 공기업 전체를(주로 초민족금융투기자본에) 매각하고 인원을 정리해고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던 1차 구조조정과는 달리, 최근에는 공기업의 분할매각, 외주·용역 등 아웃소싱의 활성화를 통한 업무분할과 수익성 재고가 특징적이다. 이번 정부의 '공공부문비정규직대책'은 이러한 공공부문 구조조정의 논리를 충실하게 따르고 있고 이를 보완하고 있다. 공공부문의 비정규직 관리 정책이라는 것이 공공부문에 대한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의 맥락에서 추진되고 있다는 것을 유념해야한다.
이번 정부 대책이 준비되는 과정에서 공기업들도 나름대로 '대책'을 준비해왔다. 대표적인 공기업인 철도공사는 "비정규직보호법안관련 비정규계약직 대책 검토(안)"이라는 내부 문서를 작성했다가 노동조합이 이를 확보하는 바람에 폭로되었다. 이 문서를 보면 철도공사는 자체적으로 예산절감을 위하여 기존의 비정규직을 외주화하려는 자체적인 계획을 수립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기존 직접고용 비정규직이 정규직과 동일업무를 수행하는 상황에서 동일노동 동일임금으로 차별처우를 개선할 경우 수 십억 원의 예산이 추가 소요될 것이라고 보고 외주화를 중심으로 하는 구조조정을 진행하겠다는 계획이다. 정부의 '공공부문비정규직대책'이나 '기간제근로자보호법안'에 따라 그나마 기간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무기계약'으로 전환하는 것조차 인정하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철도공사는 1단계로 2007년 1월까지 현재의 비정규직업무를 모두 외주화하고, 반드시 필요한 업무를 정규직으로 전환배치하려고 계획했다. 이 경우 해당업무에 종사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는 해고될 수밖에 없다. 더구나 2008년까지는 외주화된 업무에 함께 근무하는 정규직 노동자도 외주화 대상에 포함시키고 있어 이 계획이 단지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해당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뿐만아니라 반드시 필요한 상시업무이지만 정규직 업무 대상이 아니라고 자의적으로 판단된 업무에 대해서는 법에 예외로 규정된 고령자를 채용한다는 계획까지 있다.
정부는 이번 '공공부문비정규지대책'에서 기관의 "핵심-주변" 업무를 구분하고, 이에 따라 "핵심"업무는 정규직 사용을 원칙으로, "주변" 업무에 대해서는 외주화 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주변"으로 규정되는 업무가 너무나 자의적이라는 데 있다. 예를 들어 '한국공항공사'는 자신의 주업무인 공항시설관리업무를 '현업업무'라는 이유로 "주변"업무로 취급하고 전체를 외주화하였다. 지방자치단체는 법률에 지자체장의 책임으로 규정된 생활폐기물 처리 업무를 '단순노무'라는 이유로 민간위탁하고 있다. 또한 상수도 사업에서는 '세계적인 물기업 육성' 운운하면서 민간위탁을 확산시킨다. 게다가 "핵심"으로 규정된 업무라도 비용절감 효과가 큰 경우에는 외주화가 가능하다. 결국 모든 종류의 공공부문 업무에 대한 외주화가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이번 대책의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최근 확산되고 있는 고용의 원거리화를 공공부문에서도 전면적으로 적용하려는 의도라고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부정적 효과는 이미 각종 공기업에서 현실화되고 있다. 최근 철도공사를 제외하고도 몇몇 주요 공기업에서는 신규계약을 1년 단위가 아니라 3~6개월 단위로만 체결하면서, 계약기간이 만료된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해서 순차적으로 계약을 해지하고 있다. 이번 정부대책에서 말하는 '무기계약화'조차 예산이 적용되는 2008년부터라는 것을 생각하면, 대부분의 공공기관에서는 2007년 말까지 대부분의 기간제 노동자에 대해서 계약해지를 통보를 할 것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정부의 비정규직 개악안이 통과될 경우 우려했던 비정규직노동자의 대량해고가 공공부문에서부터 시작될 것이다.
비정규직 개악안과 다르지 않은 정부의 '공공부문비정규직대책'
앞서 언급한 것처럼 정부의 '공공부문비정규직대책'은 정부가 하반기에 반드시 통과시키기 위해 벼르고 있는 비정규직법안 개악안을 공공부문에서부터 사전에 준비하기 위한 성격이 강하다. 그리고 그 효과는 저임금의 차별적인 일자리를 고착화하고 외주·용역 등 아웃소싱을 확대하는 구조조정을 활성화하는 것이다.
이 대목을 보면 정부는 스스로 민간부문에 '모범'을 보이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비정규직을 어떤 방식으로 활용하고 관리하면 되는지를 정부는 민간 자본에게 보여주고 있다. 사회적인 불안요인으로 확대되고 있는 비정규직 문제를 관리하면서도 계속적인 착취를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이 공공부문이든 민간부문이든 자본의 입장에서 관건적이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정부가 이번 대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현안 문제로 투쟁하고 있는 공공부문 비정규직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투쟁의 원인이 되는 제도적인 모순에 대해서도 전혀 언급하고 있지 않은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3)
따라서 우선 정부의 '공공부문비정규직대책'이 가지는 본질이 무엇인지를 분명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 대책과 관련하여 '정부도 나름대로 노력했으나 한계가 있으니 참여해서 몇몇 조항을 넣어보자'는 식의 요구는 사실상 적용되기 난망하다. 이미 정부 대책의 기조가 현장의 개별적인 요구조차도 인정할 수 없도록 짜여져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정책기조는 정부의 비정규법안 개악안 추진과도 완전히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정부의 '공공부문비정규직대책'에 대한 투쟁은 하반기에 다시 예정되어 있는 비정규법안 개악안 저지 투쟁의 맥락에서 이루어져야한다. 정부가 공공부문에서부터 자신들의 개악안을 적용하려고 시도한다면 공공부문에서도 선도적으로 정부의 의도를 저지하는 것은 물론, 정부의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대책'이라는 것이 오히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열악한 처지를 고착시키고 고용을 불안하게 만드는 것이라는 점을 밝혀낼 필요가 있다.
이에 따라서 공공부문의 비정규직 현안투쟁 사업장은 물론 정규직 노동조합도 정부의 '공공부문비정규직대책'이 단지 비정규직 노동자, 당사자에 대한 내용만이 아니라는 점을 인식하고 투쟁해야한다. 이번 정부 대책은 공공부문이 신자유주의적 (인력)구조조정을 수행하기 위한 하나의 매뉴얼이기 때문이다. 또한 정부 대책이 발표되고 나서 당장 시작되고 있는 비정규직노동자들에 대한 현장의 구조조정에 적극대응하고 이러한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통해 투쟁할 수 있도록 조직해야한다.
1) 5만 4천이라는 규모를 산출한 과정은 주먹구구 식었다. 노동부는 기간제 계약직 중 1년 이상 계약직은 10만 8000명 가량이라고 예상하고 이 가운데 절반 가량이 심의를 통해 필수업무의 상시 종사자로 판정 받고 정규직으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하면서 5만4천이라는 수치를 제시한다. 이는 어떠한 구체적인 근거도 없다. 한편, 언론에서는 학교 조리종사원과 각 기관의 사무보조원, 청소, 시설관리 노동자들을 일차적 심의 대상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정작 노동부는 직종별 대책을 세우는 것은 아니며, 1년 이상 근무한 상시업무 비정규직을 대상으로 한다고 밝히고 있다. 심지어 교육인적자원부는 대표적인 정규직화 대상 직종으로 보도된 학교 조리종사원에 대해서 이들은 상시노동을 하지 않으므로 정규직화(무기계약화) 계획이 전혀 없다고 밝히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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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금융권 신인사제도, 차별시정의 대상인가?’ 토론회(창구업무 여성 비정규직 사례를 중심으로), 단병호 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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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정부는 이번 대책에서 △ 철도노조 KTX승무지부와 마사회, 부산지하철매표소의 불법파견 문제, △ 옥천 환경미화원의 저가낙찰제로 인한 해고, △ 전북도청, 광주 마사회의 용역업체 변경으로 인한 해고 등 제도적 문제에 대해서는 신기하게도 전혀 아무런 대안도 제시하지 않는다. 또한 이 과정에서 원청 기관의 책임문제는 전혀 언급하지 않는다.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