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총궐기를 위한 공동투쟁 전선을 구축하자!
1. 노동자의 죽음과 전쟁을 부른 노무현정권의 집권
노무현정권이 등장하자마자 벌어진 사건들을 기억하고 있는가. 이미 2003년에 배달호, 김주익, 이현중, 이용석, 곽재규 동지가 연달아 목숨을 끊는 비극적인 사태가 벌어졌다. 박정희 독재정권 치하에서 저임금, 장시간노동, 노동탄압으로 신음하던 노동자도 인간이라고 선언하며 전태일 열사가 분신한 지 이미 30여년이 지났건만 왜 지금도 똑같은 일이 반복될 수밖에 없냐며 수많은 노동자들이 울부짖었다. 그러나 노무현 정권은 “민주화된 시대에 노동자들의 자살로 목적이 달성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천인공노할 발언으로 노동자에게 크나큰 아픔과 상처를 주었다. 스스로 목숨을 끊으며 항거할 수밖에 없는 고통스러운 노동자의 현실을 철저히 외면하고 무노동 무임금, 해고와 구속, 손배가압류라는 모든 잔인한 수단을 동원하여 더 많은 노동자가 죽음을 선택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데 앞장섰다. 나아가 노동조합 활동을 위협하며, 노동자를 경제파탄 원흉이자 집단 이기주의의 화신으로 몰고 가는 잔혹한 악선전을 펼쳤다.
이 뿐이 아니다. 노무현대통령은 2003년 5월 취임 후 첫 번째 방미에서 “53년 전 미국이 도와주지 않았다면 나는 지금쯤 정치범 수용소에 있을지도 모른다.”라는 황당무계한 발언으로 온 국민에게 굴욕감과 수치심을 안겨 주었다. 노무현 정권은 “미국에게 할 말은 하겠다.”고 호언장담했지만, 더 이상 굴욕적일 수 없는 발언으로 미국에 아부하는 게 방미의 목적이었다는 사실이 온 천하에 드러났다. 이미 노무현 정권은 2003년 3월 이라크전쟁이 발발하자마자 미국을 지지하는 담화를 즉각 발표하고 그 다음 날 국무회의에서 파병을 결정해버렸고, 4월말 서희·제마부대가 이라크로 떠났다. 노무현 정권은 이라크전쟁의 정당성이나 이에 대한 국민의 의사를 묻는 아무런 절차도 없이 미국의 요구에 즉각 호응하여 이라크 파병을 결정했다. 국민의 80%가 미국의 추악한 이라크 침략전쟁을 규탄했고, 전쟁범죄에 한국이 동참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을 제출했지만, 노무현 정권은 이를 무시하고 2003년 하반기에 추가 파병을 추진했고, 결국 2004년 8월 자이툰 부대가 출국했다.
또한 2003년 10월 노무현 정권은 “재신임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는 난데없는 제안으로 온 국민을 당혹케 했다. 이미 노무현 정권은 집권 초반부터 불법 선거자금 의혹에다가 측근 비리까지 겹쳐 위기에 빠졌지만 “우리의 불법선거자금은 한나라당의 10분의 1도 안 된다.”는 유명한 10분의 1 발언으로 교묘히 언론의 질타를 한나라당으로 돌리려고 시도했다. 하지만 노무현정권의 노동탄압, 신자유주의 개혁, 대미 굴종외교로 인해 등 돌린 민심은 수습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노무현 정권은 이를 타개하기 위한 승부수로 재신임 국민투표를 선택한 것이다. 노무현 정권은 ‘내가 대통령에서 물러나 국정을 사상 최악의 혼란에 빠뜨리기 싫으면 나를 지지하라’는 식으로 노골적으로 국민을 협박한 것이다. 특정 정책이 아니라 정권에 대한 포괄적인 신임을 묻는 국민투표는 헌법 규정에 없었기 때문에 복잡한 법리 공방이 벌어졌지만, 그 후 노무현 정권은 의도적으로 대통령의 선거운동 제약을 규정한 선거법을 벗어나는 행동을 함으로써 이와 같은 외줄타기 정치 승부수를 지속했다. 노무현 정권은 위기에 빠지면 항상 ‘모두 다 함께 죽자’는 식의 정치행태로 국민을 위협했다.
2. 왜 신자유주의 분쇄, 노무현 정권 퇴진인가?
그렇다면 집권 4년째에 이르러 현재 상황은 어떠한가? 노무현 정권은 지난 지자체 선거에서 정치생명의 최종 종료를 선고받은 후 마치 이에 대해 앙갚음이라도 하겠다는 듯이 독을 품은 기세로 폭주하고 있다.
지난 7월 16일 포항건설노조 하중근 조합원이 집회 현장에서 경찰의 살인폭력에 끝내 소중한 목숨을 잃고 말았다. 하지만 노무현 정권은 열사 사망 이후 두 달이 넘도록 아무런 책임도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포스코 자본은 이 기회에 파업투쟁을 파괴하고 건설노조를 짓밟겠다는 기세로 노동조합의 요구를 묵살하고 대체근로를 준비하고 있다. 급기야 법원은 파업 관련 구속자 27명 전원에게 실형을 선고했다. 이런 비극적인 사태가 발생했는데도 노무현 정권과 자본은 비정규직 노동자를 확대하려는 악랄한 정책을 집요하게 추진하며, 노동자의 저항을 더 무자비하게 탄압하고 있다. 2005년 비정규직 구속 노동자가 92명이었던 데 반해, 올해에는 7월 말 현재 벌써 147명을 넘어서고 있다. 비정규직 구속노동자의 대다수가 간접고용, 특수고용 노동자들인 것은 국가가 원청업체의 사용자성을 원천적으로 부정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앞으로도 대량 구속사태가 이어질 것은 불을 보듯 훤하다. 하지만 현재 국회처리를 앞둔 비정규법 개악안은 이 문제를 완전히 무시할 뿐만 아니라 파견업종을 확대하고 파견기간, 계약직 기간을 연장함으로써 비정규직 확대를 획책하고 있다.
또한 노무현 정권은 잔혹한 경찰폭력에 대한 민중의 항의를 완전히 묵살하고 있다. 경찰은 지난 2005년 11월 농민대회에서 전용철, 홍덕표 두 명의 농민을 타살했다. 경찰은 당시에도 ‘밀려 넘어져 죽었다’며 발뺌했고, 진상이 명명백백하게 밝혀진 이후에도 아무런 후속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잔인한 폭력을 자행한 경찰 특수기동대를 해체하고,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확대하라는 민중의 요구는 묵살되었고, 오히려 보수언론은 경찰의 공권력을 더욱 강력히, 더욱 신속하게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금도 경찰 특수기동대가 버젓이 방패 날을 갈아 노동자의 목을 겨누고, 집회 때마다 수만 명의 경찰병력이 동원되어 집회 참여자와 시민을 위협하고 있다.
또한 9월 13일 노무현 정권은 2만 명에 가까운 경찰병력과 500여 명의 용역철거반원을 동원해 대추리, 도두리 마을 파괴에 나섰다. 지난 5월 노무현 정권은 평택미군기지 확장 반대운동의 거점인 대추초등학교을 완전히 파괴했고, 군부대를 동원해 정권이 미군의 땅이라고 자기 마음대로 규정한 지역에 철조망을 치고 마을주민의 진입을 총칼로 가로막는 폭거를 저질렀다. 이는 법과 공권력의 이름으로 평택 주민의 생존권을 일방적으로 박탈하는 폭력적 처사일 뿐만 아니라, 주민들의 집단적인 의사결정권을 파괴하는 반민주적 일대 사건이었다. 노무현 정권은 ‘전략적 유연성’이란 이름으로 미군의 동아시아 군사패권전략을 무비판적으로 추종하며, 평택이 미국의 동아시아 전쟁을 위한 발진기지가 되는 것을 쌍수를 들고 환영하고 있다. 노무현 정권이 추진하는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란 결국 한편으로는 주한미군이 자기 맘대로 세계 곳곳에서 전쟁을 펼칠 수 있도록 이미 일체화된 한미군사동맹을 재정비하는 것에 불과하며, 또 한편으로는 ‘자주국방’이란 미명으로 미군 수준의 막대한 규모의 첨단군비를 증강하려는 음모다. 노무현 정권은 ‘자주’란 이름으로 사용가치가 오직 ‘민중에 대한 파괴와 살육’일 뿐일 엄청난 군사무기를 비축하고, 미국의 호전적 군사주의를 추종하는 새로운 경지를 개척하고 있다.
또한 하중근 열사의 죽음을 철저히 짓밟는 것도 모자라다는 듯이 ‘한국노총과의 대타협’이란 외양으로 노사관계로드맵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노사관계로드맵은 복수노조 허용을 유예하고 필수공익사업장에 대한 대체근로를 가능케 함으로써 자유로운 노동조합 활동을 금지하거나 실질적으로 파괴하는 효과를 노리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이와 같은 흐름이 이번 입법으로 끝날 일이 아니라는 데 있다. 또한 노무현정권이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과 노사관계로드맵을 동시에 추진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현재 상황은 김영삼 정권 당시 한국이 세계무역기구(WTO)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하고 세계화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이른바 ‘신노사관계’를 추진하던 당시와 매우 유사하다. (1996년 12월 당시 신한국당은 ‘신노사관계’를 날치기 통과시켰지만, 민주노총의 총파업으로 위기에 봉착한다. 하지만 민주노총의 명운을 건 싸움에도 결국 이를 막아내지 못했다.)
3. 한미FTA 체결 강행으로 정점에 이른 노무현정권의 반민중성
1990년대 중반 한국의 재벌은 반도체, 전자산업과 자동차산업에 막대한 자본을 투자했지만 이윤율의 급락을 초래함으로써 1997년 IMF 경제위기를 맞이했다. 경제위기로 인해 달러화 당 원화 가치가 50%에 이를 정도로 급락했고 사실상 국부의 50%가 하루아침에 날라 가는 상상을 뛰어넘는 피해를 당하게 되었다. 하지만 한국의 재벌은 원화 가치 폭락을 계기로 수출경쟁력을 회복하며 기사회생했고, 원화가치 하락에 따른 손실은 살인적인 구조조정과 정리해고, 대량실업과 비정규직 급증으로 메우게 되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재벌의 생존전략은 더 이상 그대로 유지하기 어려운 한계에 봉착했다. 한국이 IMF의 명령에 따라 증권시장과 외화시장을 완전히 개방하고, 주식시장 부양 정책을 적극적으로 도입한 결과 한국 금융시장에서 외국인 투자가 급증했다. 외국인이 국내 증권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원화가 필요하고, 이에 따라 원화가치 상승압력이 작용할 수밖에 없다. 결국 평가절하에 따른 수출경쟁력 확보와 주식시장 부양이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없는 모순에 봉착하게 된 것이다. 또한 중국이 한때 주목받던 동남아시아의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필리핀, 태국, 베트남 경제를 희생시키며 한국의 수출산업을 위협하기 시작한 것도 중요한 계기다. 중국은 단 한 번도 위완화 평가절상을 허용한 적이 없으며, 엄청나게 낮은 임금을 활용해 다른 나라의 수출경제를 잠식하고, 대미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세계자본주의 체계에서 중국의 부상은 동아시아 각국이 파괴적인 평가절화, 노동유연화 경쟁을 강요하는 효과를 낳고 있으며, 이런 ‘바닥을 향한 경쟁’에서 최후의 희생자는 결국 동아시아의 노동자, 민중일 뿐이다.
하지만 한국의 재벌은 미국의 아시아ㆍ태평양 자유무역지대 구상을 적극 승인하고 중국과 동남아시아를 통한 대미 우회 수출 경로를 창출하려고 동분서주하고 있다. 결국 한국정부는 만성적인 경제위기 속에서 파괴적인 자본간 경쟁에서 혈로를 찾기 위해 한ㆍ미 FTA를 추진하고 있다. 일부 재벌은 자유무역지대 구상에 따라 활로를 찾고 초민족기업으로 변모하는 데 성공할지도 모르나, 이 역시도 결국 경영자가 한국인으로 남아 있을 뿐이지, 막대한 규모의 배당금, 주가차익으로 초민족 투기세력에게 막대한 이윤을 넘겨주는 것에 불과하다. 또한 대다수의 민중은 초민족 기업의 이윤수탈에 직접적으로 노출되며, 만성적인 경제위기는 오히려 심화될 뿐이다. 미국의 아시아ㆍ태평양 자유무역지대 구상은 궁극적으로 각국 자본의 파괴적인 경쟁에 노동자를 동원함으로써 자본의 대립을 각국 노동자간 대립으로 전도시키기 위한 교묘한 술책에 불과하다.
한편 노무현정권의 반민주적 정치행태도 한계를 넘어 갈수록 악화일로에 있다. 노무현정권은 한ㆍ미 FTA를 추진하면서 3년간 협상문안을 공개하지 말자는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여 철저히 국민의 눈과 귀를 막으려 하고 있다. 수많은 노동자의 피맺힌 절규를 묵살하고 ‘노사합의’란 허구적인 환상을 동원하여 노동자 죽이기에 앞장서고 있다. 전략적 유연성의 본질이 무엇인지, 평택 미군기지 확장에 소요되는 예산이 얼마나 되는지는 국회에조차 제대로 공개되지 않고 있다. 노무현 정권은 이 모든 것을 통치행위란 이름으로 정당화하면서 철저한 비밀주의로 일관하고 있다. 민주주의의 본질이란 민중들의 알 권리를 완전히 보장하고, 공개적인 토론과정을 통해 민중이 자신의 운명이 걸린 문제를 스스로 결정하는 데 있다. 그러나 5년에 한 번 뽑힌 대통령이 마치 자기만이 모든 정보에 대한 통제권과 의사 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듯 군림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기본을 완전히 무시하는 처사다. 게다가 이 썩어빠진 노무현 정권은 지자체 선거에서 엄중한 민중의 심판을 받고 최악의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으면서도 차기 대선을 앞두고 한 판 이벤트로 다시 정권재창출에 성공할 수 있다는 환상을 품고 있다. 이는 노무현정권이 집단 환각에 빠졌다는 사실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민중을 피 흘리게 하는 것도 모자라 지금처럼 실정을 거듭하더라도 몇 번 재주를 부리고 나면 다시 권력을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집권 세력을 그냥 나둘 수 있겠는가.
이미 지난 지자체 선거에서 열린우리당의 참패를 통해 노무현정권의 정치 생명은 끝났고 그 누구도 이 정권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만천하에 공표되고 말았다. 그런데도 우리는 노무현정권이 끝까지 대통령 권좌에 앉아 노동자를 탄압하고, 민중의 운명을 벼랑 끝으로 떨어뜨리도록 그냥 내버려두어야 하는 것인가?
4. 우리의 대안은 없는가?
정부는 한미 FTA 체결만이 한국 경제가 살 길이고, 노동조합을 분쇄해야만 경제가 살아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과연 그것이 대안인가? 우리에게 또 다른 대안은 없는가?
자유무역과 경제개방, 사유화, 노동유연화에 반대하는 세계 민중의 저항은 우리에게 또 다른 대안을 보여준다. 2004년 우루과이 민중은 물 사유화에 반대하고 물 공공성을 헌법조항에 넣기 위한 국민발의 운동을 펼쳤고, 국민발의에 필요한 25만 명을 넘어 30만 명 이상의 서명을 받아내어 국민투표를 성사시켰고, 국민투표에서 승리를 거두어 우루과이 민중 저항사에 크나큰 족적을 남겼다. 서명운동 과정에서 물 사유화가 무엇인지,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대중적 토론이 촉발되었고, 그 결과 새로운 정치적 흐름을 창출할 수 있었다. 2005년 유럽에서는 유럽중앙은행을 비롯한 초민족적 경제엘리트들이 각국 경제를 통제할 수 있는 막대한 권력을 부여하면서도 민중이 이를 통제할 수 있는 아무런 권한도 부여하지 않으며, 각국의 노동유연화 정책을 촉진하는 반민중적, 반민주적 유럽헌법 조약에 반대하는 투쟁을 펼쳐서 결국 이를 좌초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미국과 국제경제기구가 강요하는 자유무역의 원칙이란 결국 미국을 비롯한 중심부 국가의 초민족자본의 ‘기업 활동의 자유’에 불과하며, 자유무역의 일반화가 전 세계의 민중의 삶을 조금도 개선하지 못했다는 사실은 정확히 인식하고, 자본의 모든 자유무역 규범을 반대하는 세계 민중운동의 흐름도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세계사회포럼이란 이름으로 세계 각국에서 모인 사회운동 세력은 자유무역이라는 자본의 규범을 거부하고, 평등과 호혜를 추구하는 실질적 교환과 경제지원을 위한 새로운 원리를 모색하고 있다. 현재 한국에서 한미 FTA를 반대하는 운동에도 이런 기운과 정신이 담겨있다.
또한 노무현 정권은 한미군사동맹의 문제가 중대한 국익이 달려있는 고도의 정치적 문제라는 식으로 합리화하고자 하지만 민중의 시각에서 볼 때 그 해답은 매우 간단하다. 복잡하게 얽힌 실타래를 단 칼에 자를 수 있는 민중의 결단만이 그 해결책을 열 수 있다. 동아시아에 배치되어 있는 10만 명에 이르는 주둔미군이 감축ㆍ철수되고 군비증강과 핵무기 경쟁을 통제하기 위한 동아시아 비핵화,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것만이 어렵고도 복잡한 문제를 일거에 해결하는 궁극적인 대안이 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평택 미군기지 확장은 즉각 중단되어야 하며, 자주국방이란 이름으로 추진되는 대규모 군비증강 계획은 즉각 포기되어야 한다. 군사경쟁은 어떤 명분을 대더라도 곧 민중이 누려야 할 부를 살육과 파괴를 위한 무기 축적에 낭비하는 것일 뿐이다.
5. 11월 민중총궐기 성사를 위한 공동전선을 구축하자!
IMF 경제위기가 닥쳐오고, 이 위기를 수탈의 계기로 삼으려는 미국과 국제경제기구의 의도에 따라 김대중 정권의 신자유주의 개혁이 본격화된 지 이미 10년에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김대중 정권의 정책을 더욱 확장, 심화하면서도 개혁정권을 자처했던 노무현정권의 위기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현실이다. 그러나 노무현 정권은 그동안 미뤄왔던 숙제를 처리하겠다는 기세로 한미 FTA 체결, 노사관계로드맵 입법, 평택미군기지 확장을 밀어붙이고 있다. 이를 막을 수 있는 있는지 여부는 오직 우리 자신에게 달려있다.
신자유주의 정책이 유지되고 이를 신봉하는 정치세력이 제멋대로 공권력이란 폭력을 휘두르는 한 노동자를 실업과 파괴적인 경쟁에 몰아넣고 장시간ㆍ고강도ㆍ저임금, 비정규직 노동을 강요하는 현 시대의 비극은 결코 멈출 수 없다. 우리는 우리의 힘으로 이를 저지하기 위한 힘을 모아야 한다. 새로운 운동태세를 갖추어야만 한다. 민중이 힘을 집결시켜내는 만큼 대안을 성취하기 위한 길이 열릴 것이다.
따라서 우리의 모든 힘을 함께 모으기 위한 공동투쟁 전선의 구축은 지금의 엄혹한 현실을 헤쳐 나가기 위한 정세의 객관적 요구다. 신자유주의 세계화 반대, 노동유연화 분쇄, 반전평화 투쟁을 중심으로 민중운동의 연대와 단결을 확장하고, 우리 연대운동의 지역적, 대중적 참여를 확대하여 연대운동의 기풍을 쇄신하는 것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우리 모두의 과제다. 나아가 이 썩어 빠진 노무현 정권에 대한 우리의 뜻과 의지를 전 민중에게 분명히 전달해야 한다. 그들과 같은 하늘 아래 있는 한 민중의 삶은 도탄에 빠진 채 신음 속에서 죽어갈 수밖에 없으며, 우리 스스로의 힘으로 신자유주의를 분쇄하고 노무현 정권을 권좌에서 끌어내리고 말 것이라는 사실을 만천하에 선언하자.
이를 위해 우리는 서울지역을 중심으로 노동자, 시민, 학생 등이 결집하여 ‘신자유주의 분쇄ㆍ노무현 정권 퇴진 공동투쟁본부(준)’를 건설하고자 한다. 노무현 정권과 자본의 격렬한 탄압으로 고통 받고 있는 모든 노동자, 농민, 빈민을 중심으로 노무현정권의 악랄한 노동탄압에 반대하고 한미 FTA, 전략적 유연성, 평택미군기지 확장에 항거하는 광범위한 정치ㆍ사회운동이 결합하여 새로운 투쟁 전선을 구축해내자. 우리 투쟁의 각오를 새롭게 다지고 노동해방과 민중 승리의 확신을 품고 전국의 각 지역과 현장에서 우리의 투쟁을 확산하자! 우리가 꿈꾸는 사회, 우리의 대안을 우리의 힘으로 실현하자!
* 신자유주의 분쇄ㆍ 노무현 정권 퇴진 공동투쟁본부(준) 건설을 위한 토론 자료집에 싣기 위해 작성한 글입니다.
노무현정권이 등장하자마자 벌어진 사건들을 기억하고 있는가. 이미 2003년에 배달호, 김주익, 이현중, 이용석, 곽재규 동지가 연달아 목숨을 끊는 비극적인 사태가 벌어졌다. 박정희 독재정권 치하에서 저임금, 장시간노동, 노동탄압으로 신음하던 노동자도 인간이라고 선언하며 전태일 열사가 분신한 지 이미 30여년이 지났건만 왜 지금도 똑같은 일이 반복될 수밖에 없냐며 수많은 노동자들이 울부짖었다. 그러나 노무현 정권은 “민주화된 시대에 노동자들의 자살로 목적이 달성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천인공노할 발언으로 노동자에게 크나큰 아픔과 상처를 주었다. 스스로 목숨을 끊으며 항거할 수밖에 없는 고통스러운 노동자의 현실을 철저히 외면하고 무노동 무임금, 해고와 구속, 손배가압류라는 모든 잔인한 수단을 동원하여 더 많은 노동자가 죽음을 선택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데 앞장섰다. 나아가 노동조합 활동을 위협하며, 노동자를 경제파탄 원흉이자 집단 이기주의의 화신으로 몰고 가는 잔혹한 악선전을 펼쳤다.
이 뿐이 아니다. 노무현대통령은 2003년 5월 취임 후 첫 번째 방미에서 “53년 전 미국이 도와주지 않았다면 나는 지금쯤 정치범 수용소에 있을지도 모른다.”라는 황당무계한 발언으로 온 국민에게 굴욕감과 수치심을 안겨 주었다. 노무현 정권은 “미국에게 할 말은 하겠다.”고 호언장담했지만, 더 이상 굴욕적일 수 없는 발언으로 미국에 아부하는 게 방미의 목적이었다는 사실이 온 천하에 드러났다. 이미 노무현 정권은 2003년 3월 이라크전쟁이 발발하자마자 미국을 지지하는 담화를 즉각 발표하고 그 다음 날 국무회의에서 파병을 결정해버렸고, 4월말 서희·제마부대가 이라크로 떠났다. 노무현 정권은 이라크전쟁의 정당성이나 이에 대한 국민의 의사를 묻는 아무런 절차도 없이 미국의 요구에 즉각 호응하여 이라크 파병을 결정했다. 국민의 80%가 미국의 추악한 이라크 침략전쟁을 규탄했고, 전쟁범죄에 한국이 동참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을 제출했지만, 노무현 정권은 이를 무시하고 2003년 하반기에 추가 파병을 추진했고, 결국 2004년 8월 자이툰 부대가 출국했다.
또한 2003년 10월 노무현 정권은 “재신임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는 난데없는 제안으로 온 국민을 당혹케 했다. 이미 노무현 정권은 집권 초반부터 불법 선거자금 의혹에다가 측근 비리까지 겹쳐 위기에 빠졌지만 “우리의 불법선거자금은 한나라당의 10분의 1도 안 된다.”는 유명한 10분의 1 발언으로 교묘히 언론의 질타를 한나라당으로 돌리려고 시도했다. 하지만 노무현정권의 노동탄압, 신자유주의 개혁, 대미 굴종외교로 인해 등 돌린 민심은 수습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노무현 정권은 이를 타개하기 위한 승부수로 재신임 국민투표를 선택한 것이다. 노무현 정권은 ‘내가 대통령에서 물러나 국정을 사상 최악의 혼란에 빠뜨리기 싫으면 나를 지지하라’는 식으로 노골적으로 국민을 협박한 것이다. 특정 정책이 아니라 정권에 대한 포괄적인 신임을 묻는 국민투표는 헌법 규정에 없었기 때문에 복잡한 법리 공방이 벌어졌지만, 그 후 노무현 정권은 의도적으로 대통령의 선거운동 제약을 규정한 선거법을 벗어나는 행동을 함으로써 이와 같은 외줄타기 정치 승부수를 지속했다. 노무현 정권은 위기에 빠지면 항상 ‘모두 다 함께 죽자’는 식의 정치행태로 국민을 위협했다.
2. 왜 신자유주의 분쇄, 노무현 정권 퇴진인가?
그렇다면 집권 4년째에 이르러 현재 상황은 어떠한가? 노무현 정권은 지난 지자체 선거에서 정치생명의 최종 종료를 선고받은 후 마치 이에 대해 앙갚음이라도 하겠다는 듯이 독을 품은 기세로 폭주하고 있다.
지난 7월 16일 포항건설노조 하중근 조합원이 집회 현장에서 경찰의 살인폭력에 끝내 소중한 목숨을 잃고 말았다. 하지만 노무현 정권은 열사 사망 이후 두 달이 넘도록 아무런 책임도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포스코 자본은 이 기회에 파업투쟁을 파괴하고 건설노조를 짓밟겠다는 기세로 노동조합의 요구를 묵살하고 대체근로를 준비하고 있다. 급기야 법원은 파업 관련 구속자 27명 전원에게 실형을 선고했다. 이런 비극적인 사태가 발생했는데도 노무현 정권과 자본은 비정규직 노동자를 확대하려는 악랄한 정책을 집요하게 추진하며, 노동자의 저항을 더 무자비하게 탄압하고 있다. 2005년 비정규직 구속 노동자가 92명이었던 데 반해, 올해에는 7월 말 현재 벌써 147명을 넘어서고 있다. 비정규직 구속노동자의 대다수가 간접고용, 특수고용 노동자들인 것은 국가가 원청업체의 사용자성을 원천적으로 부정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앞으로도 대량 구속사태가 이어질 것은 불을 보듯 훤하다. 하지만 현재 국회처리를 앞둔 비정규법 개악안은 이 문제를 완전히 무시할 뿐만 아니라 파견업종을 확대하고 파견기간, 계약직 기간을 연장함으로써 비정규직 확대를 획책하고 있다.
또한 노무현 정권은 잔혹한 경찰폭력에 대한 민중의 항의를 완전히 묵살하고 있다. 경찰은 지난 2005년 11월 농민대회에서 전용철, 홍덕표 두 명의 농민을 타살했다. 경찰은 당시에도 ‘밀려 넘어져 죽었다’며 발뺌했고, 진상이 명명백백하게 밝혀진 이후에도 아무런 후속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잔인한 폭력을 자행한 경찰 특수기동대를 해체하고,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확대하라는 민중의 요구는 묵살되었고, 오히려 보수언론은 경찰의 공권력을 더욱 강력히, 더욱 신속하게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금도 경찰 특수기동대가 버젓이 방패 날을 갈아 노동자의 목을 겨누고, 집회 때마다 수만 명의 경찰병력이 동원되어 집회 참여자와 시민을 위협하고 있다.
또한 9월 13일 노무현 정권은 2만 명에 가까운 경찰병력과 500여 명의 용역철거반원을 동원해 대추리, 도두리 마을 파괴에 나섰다. 지난 5월 노무현 정권은 평택미군기지 확장 반대운동의 거점인 대추초등학교을 완전히 파괴했고, 군부대를 동원해 정권이 미군의 땅이라고 자기 마음대로 규정한 지역에 철조망을 치고 마을주민의 진입을 총칼로 가로막는 폭거를 저질렀다. 이는 법과 공권력의 이름으로 평택 주민의 생존권을 일방적으로 박탈하는 폭력적 처사일 뿐만 아니라, 주민들의 집단적인 의사결정권을 파괴하는 반민주적 일대 사건이었다. 노무현 정권은 ‘전략적 유연성’이란 이름으로 미군의 동아시아 군사패권전략을 무비판적으로 추종하며, 평택이 미국의 동아시아 전쟁을 위한 발진기지가 되는 것을 쌍수를 들고 환영하고 있다. 노무현 정권이 추진하는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란 결국 한편으로는 주한미군이 자기 맘대로 세계 곳곳에서 전쟁을 펼칠 수 있도록 이미 일체화된 한미군사동맹을 재정비하는 것에 불과하며, 또 한편으로는 ‘자주국방’이란 미명으로 미군 수준의 막대한 규모의 첨단군비를 증강하려는 음모다. 노무현 정권은 ‘자주’란 이름으로 사용가치가 오직 ‘민중에 대한 파괴와 살육’일 뿐일 엄청난 군사무기를 비축하고, 미국의 호전적 군사주의를 추종하는 새로운 경지를 개척하고 있다.
또한 하중근 열사의 죽음을 철저히 짓밟는 것도 모자라다는 듯이 ‘한국노총과의 대타협’이란 외양으로 노사관계로드맵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노사관계로드맵은 복수노조 허용을 유예하고 필수공익사업장에 대한 대체근로를 가능케 함으로써 자유로운 노동조합 활동을 금지하거나 실질적으로 파괴하는 효과를 노리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이와 같은 흐름이 이번 입법으로 끝날 일이 아니라는 데 있다. 또한 노무현정권이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과 노사관계로드맵을 동시에 추진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현재 상황은 김영삼 정권 당시 한국이 세계무역기구(WTO)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하고 세계화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이른바 ‘신노사관계’를 추진하던 당시와 매우 유사하다. (1996년 12월 당시 신한국당은 ‘신노사관계’를 날치기 통과시켰지만, 민주노총의 총파업으로 위기에 봉착한다. 하지만 민주노총의 명운을 건 싸움에도 결국 이를 막아내지 못했다.)
3. 한미FTA 체결 강행으로 정점에 이른 노무현정권의 반민중성
1990년대 중반 한국의 재벌은 반도체, 전자산업과 자동차산업에 막대한 자본을 투자했지만 이윤율의 급락을 초래함으로써 1997년 IMF 경제위기를 맞이했다. 경제위기로 인해 달러화 당 원화 가치가 50%에 이를 정도로 급락했고 사실상 국부의 50%가 하루아침에 날라 가는 상상을 뛰어넘는 피해를 당하게 되었다. 하지만 한국의 재벌은 원화 가치 폭락을 계기로 수출경쟁력을 회복하며 기사회생했고, 원화가치 하락에 따른 손실은 살인적인 구조조정과 정리해고, 대량실업과 비정규직 급증으로 메우게 되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재벌의 생존전략은 더 이상 그대로 유지하기 어려운 한계에 봉착했다. 한국이 IMF의 명령에 따라 증권시장과 외화시장을 완전히 개방하고, 주식시장 부양 정책을 적극적으로 도입한 결과 한국 금융시장에서 외국인 투자가 급증했다. 외국인이 국내 증권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원화가 필요하고, 이에 따라 원화가치 상승압력이 작용할 수밖에 없다. 결국 평가절하에 따른 수출경쟁력 확보와 주식시장 부양이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없는 모순에 봉착하게 된 것이다. 또한 중국이 한때 주목받던 동남아시아의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필리핀, 태국, 베트남 경제를 희생시키며 한국의 수출산업을 위협하기 시작한 것도 중요한 계기다. 중국은 단 한 번도 위완화 평가절상을 허용한 적이 없으며, 엄청나게 낮은 임금을 활용해 다른 나라의 수출경제를 잠식하고, 대미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세계자본주의 체계에서 중국의 부상은 동아시아 각국이 파괴적인 평가절화, 노동유연화 경쟁을 강요하는 효과를 낳고 있으며, 이런 ‘바닥을 향한 경쟁’에서 최후의 희생자는 결국 동아시아의 노동자, 민중일 뿐이다.
하지만 한국의 재벌은 미국의 아시아ㆍ태평양 자유무역지대 구상을 적극 승인하고 중국과 동남아시아를 통한 대미 우회 수출 경로를 창출하려고 동분서주하고 있다. 결국 한국정부는 만성적인 경제위기 속에서 파괴적인 자본간 경쟁에서 혈로를 찾기 위해 한ㆍ미 FTA를 추진하고 있다. 일부 재벌은 자유무역지대 구상에 따라 활로를 찾고 초민족기업으로 변모하는 데 성공할지도 모르나, 이 역시도 결국 경영자가 한국인으로 남아 있을 뿐이지, 막대한 규모의 배당금, 주가차익으로 초민족 투기세력에게 막대한 이윤을 넘겨주는 것에 불과하다. 또한 대다수의 민중은 초민족 기업의 이윤수탈에 직접적으로 노출되며, 만성적인 경제위기는 오히려 심화될 뿐이다. 미국의 아시아ㆍ태평양 자유무역지대 구상은 궁극적으로 각국 자본의 파괴적인 경쟁에 노동자를 동원함으로써 자본의 대립을 각국 노동자간 대립으로 전도시키기 위한 교묘한 술책에 불과하다.
한편 노무현정권의 반민주적 정치행태도 한계를 넘어 갈수록 악화일로에 있다. 노무현정권은 한ㆍ미 FTA를 추진하면서 3년간 협상문안을 공개하지 말자는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여 철저히 국민의 눈과 귀를 막으려 하고 있다. 수많은 노동자의 피맺힌 절규를 묵살하고 ‘노사합의’란 허구적인 환상을 동원하여 노동자 죽이기에 앞장서고 있다. 전략적 유연성의 본질이 무엇인지, 평택 미군기지 확장에 소요되는 예산이 얼마나 되는지는 국회에조차 제대로 공개되지 않고 있다. 노무현 정권은 이 모든 것을 통치행위란 이름으로 정당화하면서 철저한 비밀주의로 일관하고 있다. 민주주의의 본질이란 민중들의 알 권리를 완전히 보장하고, 공개적인 토론과정을 통해 민중이 자신의 운명이 걸린 문제를 스스로 결정하는 데 있다. 그러나 5년에 한 번 뽑힌 대통령이 마치 자기만이 모든 정보에 대한 통제권과 의사 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듯 군림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기본을 완전히 무시하는 처사다. 게다가 이 썩어빠진 노무현 정권은 지자체 선거에서 엄중한 민중의 심판을 받고 최악의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으면서도 차기 대선을 앞두고 한 판 이벤트로 다시 정권재창출에 성공할 수 있다는 환상을 품고 있다. 이는 노무현정권이 집단 환각에 빠졌다는 사실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민중을 피 흘리게 하는 것도 모자라 지금처럼 실정을 거듭하더라도 몇 번 재주를 부리고 나면 다시 권력을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집권 세력을 그냥 나둘 수 있겠는가.
이미 지난 지자체 선거에서 열린우리당의 참패를 통해 노무현정권의 정치 생명은 끝났고 그 누구도 이 정권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만천하에 공표되고 말았다. 그런데도 우리는 노무현정권이 끝까지 대통령 권좌에 앉아 노동자를 탄압하고, 민중의 운명을 벼랑 끝으로 떨어뜨리도록 그냥 내버려두어야 하는 것인가?
4. 우리의 대안은 없는가?
정부는 한미 FTA 체결만이 한국 경제가 살 길이고, 노동조합을 분쇄해야만 경제가 살아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과연 그것이 대안인가? 우리에게 또 다른 대안은 없는가?
자유무역과 경제개방, 사유화, 노동유연화에 반대하는 세계 민중의 저항은 우리에게 또 다른 대안을 보여준다. 2004년 우루과이 민중은 물 사유화에 반대하고 물 공공성을 헌법조항에 넣기 위한 국민발의 운동을 펼쳤고, 국민발의에 필요한 25만 명을 넘어 30만 명 이상의 서명을 받아내어 국민투표를 성사시켰고, 국민투표에서 승리를 거두어 우루과이 민중 저항사에 크나큰 족적을 남겼다. 서명운동 과정에서 물 사유화가 무엇인지,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대중적 토론이 촉발되었고, 그 결과 새로운 정치적 흐름을 창출할 수 있었다. 2005년 유럽에서는 유럽중앙은행을 비롯한 초민족적 경제엘리트들이 각국 경제를 통제할 수 있는 막대한 권력을 부여하면서도 민중이 이를 통제할 수 있는 아무런 권한도 부여하지 않으며, 각국의 노동유연화 정책을 촉진하는 반민중적, 반민주적 유럽헌법 조약에 반대하는 투쟁을 펼쳐서 결국 이를 좌초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미국과 국제경제기구가 강요하는 자유무역의 원칙이란 결국 미국을 비롯한 중심부 국가의 초민족자본의 ‘기업 활동의 자유’에 불과하며, 자유무역의 일반화가 전 세계의 민중의 삶을 조금도 개선하지 못했다는 사실은 정확히 인식하고, 자본의 모든 자유무역 규범을 반대하는 세계 민중운동의 흐름도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세계사회포럼이란 이름으로 세계 각국에서 모인 사회운동 세력은 자유무역이라는 자본의 규범을 거부하고, 평등과 호혜를 추구하는 실질적 교환과 경제지원을 위한 새로운 원리를 모색하고 있다. 현재 한국에서 한미 FTA를 반대하는 운동에도 이런 기운과 정신이 담겨있다.
또한 노무현 정권은 한미군사동맹의 문제가 중대한 국익이 달려있는 고도의 정치적 문제라는 식으로 합리화하고자 하지만 민중의 시각에서 볼 때 그 해답은 매우 간단하다. 복잡하게 얽힌 실타래를 단 칼에 자를 수 있는 민중의 결단만이 그 해결책을 열 수 있다. 동아시아에 배치되어 있는 10만 명에 이르는 주둔미군이 감축ㆍ철수되고 군비증강과 핵무기 경쟁을 통제하기 위한 동아시아 비핵화,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것만이 어렵고도 복잡한 문제를 일거에 해결하는 궁극적인 대안이 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평택 미군기지 확장은 즉각 중단되어야 하며, 자주국방이란 이름으로 추진되는 대규모 군비증강 계획은 즉각 포기되어야 한다. 군사경쟁은 어떤 명분을 대더라도 곧 민중이 누려야 할 부를 살육과 파괴를 위한 무기 축적에 낭비하는 것일 뿐이다.
5. 11월 민중총궐기 성사를 위한 공동전선을 구축하자!
IMF 경제위기가 닥쳐오고, 이 위기를 수탈의 계기로 삼으려는 미국과 국제경제기구의 의도에 따라 김대중 정권의 신자유주의 개혁이 본격화된 지 이미 10년에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김대중 정권의 정책을 더욱 확장, 심화하면서도 개혁정권을 자처했던 노무현정권의 위기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현실이다. 그러나 노무현 정권은 그동안 미뤄왔던 숙제를 처리하겠다는 기세로 한미 FTA 체결, 노사관계로드맵 입법, 평택미군기지 확장을 밀어붙이고 있다. 이를 막을 수 있는 있는지 여부는 오직 우리 자신에게 달려있다.
신자유주의 정책이 유지되고 이를 신봉하는 정치세력이 제멋대로 공권력이란 폭력을 휘두르는 한 노동자를 실업과 파괴적인 경쟁에 몰아넣고 장시간ㆍ고강도ㆍ저임금, 비정규직 노동을 강요하는 현 시대의 비극은 결코 멈출 수 없다. 우리는 우리의 힘으로 이를 저지하기 위한 힘을 모아야 한다. 새로운 운동태세를 갖추어야만 한다. 민중이 힘을 집결시켜내는 만큼 대안을 성취하기 위한 길이 열릴 것이다.
따라서 우리의 모든 힘을 함께 모으기 위한 공동투쟁 전선의 구축은 지금의 엄혹한 현실을 헤쳐 나가기 위한 정세의 객관적 요구다. 신자유주의 세계화 반대, 노동유연화 분쇄, 반전평화 투쟁을 중심으로 민중운동의 연대와 단결을 확장하고, 우리 연대운동의 지역적, 대중적 참여를 확대하여 연대운동의 기풍을 쇄신하는 것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우리 모두의 과제다. 나아가 이 썩어 빠진 노무현 정권에 대한 우리의 뜻과 의지를 전 민중에게 분명히 전달해야 한다. 그들과 같은 하늘 아래 있는 한 민중의 삶은 도탄에 빠진 채 신음 속에서 죽어갈 수밖에 없으며, 우리 스스로의 힘으로 신자유주의를 분쇄하고 노무현 정권을 권좌에서 끌어내리고 말 것이라는 사실을 만천하에 선언하자.
이를 위해 우리는 서울지역을 중심으로 노동자, 시민, 학생 등이 결집하여 ‘신자유주의 분쇄ㆍ노무현 정권 퇴진 공동투쟁본부(준)’를 건설하고자 한다. 노무현 정권과 자본의 격렬한 탄압으로 고통 받고 있는 모든 노동자, 농민, 빈민을 중심으로 노무현정권의 악랄한 노동탄압에 반대하고 한미 FTA, 전략적 유연성, 평택미군기지 확장에 항거하는 광범위한 정치ㆍ사회운동이 결합하여 새로운 투쟁 전선을 구축해내자. 우리 투쟁의 각오를 새롭게 다지고 노동해방과 민중 승리의 확신을 품고 전국의 각 지역과 현장에서 우리의 투쟁을 확산하자! 우리가 꿈꾸는 사회, 우리의 대안을 우리의 힘으로 실현하자!
* 신자유주의 분쇄ㆍ 노무현 정권 퇴진 공동투쟁본부(준) 건설을 위한 토론 자료집에 싣기 위해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