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병인노동자의 입장에서 바라본 노인수발보험법의 문제점과 올바른 장기요양보장제도 수립의 방향
누구를 위한 노인수발보험법인가?
현재 노인수발보험법안이 국회에 계류중이다. 정부가 법안을 제출한데 이어 열린우리당 김춘진의원과 한나라당 안영진의원, 민주노동당 현애지의원 등에 의해 법안이 6개나 상정되어 있는 것을 보면 노인수발보험법은 사회적 관심이 높은 사안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노인인구와 핵가족화, 여성인력의 경제활동이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요양보장의 필요성은 누구나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필요성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어떤 제도인가이다.
안타깝게도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노인수발보험법은 요양서비스를 받는 국민이나 요양서비스를 제공하는 노동자, 어느 쪽에서 보더라도 제대로 된 제도라고 말할 수 없다. 현행 정부 노인수발보험법안은 '65세 이상 노인과 65세 이하 노인성질환자'로 대상을 제한하고 있으며 '20%의 과도한 본인부담금'과 '시설 및 인력에 대한 공적 인프라'가 구축되지 않은 상황에서 전적으로 민간시장에 내맡기는 등 결정적인 제도적 결함을 갖고 있다. 특히 노동자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문제는 더욱 심각하며, 정부가 주장하는 노인수발보험제도 도입을 비롯한 간병인력의 사회적일자리창출은 저임금 불안정노동의 대량양산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조건 연내 통과를 목표로 밀어붙이는 현재 정부의 여론몰이와 '묻지마'식 법 제정 방식을 보면서 도대체 누구를 위한 노인수발보험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간병노동자의 희생을 전제로 한 정부의 노인수발보험제도안에 반대한다.
간병노동자는 대부분 저소득층의 중고령여성노동자들로 생계와 육아를 전적으로 책임지고 있다. 그러나 간병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은 극도로 열악하다. 1일 24시간, 주6일 144시간의 살인적인 장시간노동에, 시급 2,080원의 최저임금에도 훨씬 못 미치는 저임금을 받고 있다. 병원에서는 옷을 갈아입고 식사를 할 만한 최소한의 공간조차 없고 4대 사회보험에 가입이 안 되어있기 때문에 병원감염이나 근골격계 등 산재직업병에 시달리면서도 산재처리조차 못 받는 실정이다. 더욱이 노동부는 간병노동자를 가사사용인으로 분류하여 노동기본권을 완전 박탈하고 있다.
간병노동자를 둘러싸고 최근 크게 두 가지 제도 변화가 추진되고 있다. 하나는 '노인수발보험제도 도입'이고 다른 하나는 '보호자 없는 병원 만들기'로 급성기병원의 간병문제를 건강보험제도 내로 편입하여 수가화하려는 움직임이다. 이러한 제도의 변화를 통해 간병노동자들이 비공식노동자의 처지에서 벗어나 법제도 속에서 공식 노동자로서의 위치와 권리로 전환될 수 있으리라는 기대도 있었다.
그러나 법제도화가 점차 가시화되면 될수록 '기대'는 심각한 '우려'로 바뀌고 있다. 특히 현재 정부가 추진중인 노인수발보험제도는 저임금불안정노동 등 간병노동자의 열악한 노동조건을 법적으로 고착화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간병노동자의 입장에서 볼 때 노인수발보험제도의 구체적인 문제점은 다음과 같다.
간병노동자의 저임금을 전제로 수발수가 자체가 너무 낮으며, 시간당으로 책정되어 있다. 더욱이 재가서비스의 경우 시설보다도 훨씬 더 낮은 임금으로 수가가 책정되어 있다. 이러한 정부 수가정책이 저임금 불안정노동으로 귀결될 것이 분명하다.
현재 노인수발보험수가는 일본개호보험을 거의 그대로 도입한 것이다. 그 결과는 일본개호보험처럼 저임금 시간급 비정규노동자의 대량양산으로 이어질 것이 뻔하다. 일본의 경우 시간급 비정규노동자가 대부분인 방문개호원의 임금은 (70만원이 안 되는)월 평균 7만5천 엔으로 직접고용 방문개호원 임금의 절반이 안 되는 수준이다.
2000년에 시작된 일본개호보험제도는 사실상 민간시장에 내맡겨져 민간영리법인이 판을 치면서 개호보험 도입 이후에 기존의 공적 인프라가 오히려 실종되었고, 개호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조건과 70%에 이르는 비정규직 비율 때문에 일본개호보험은 실패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그런데도 한국정부는 이러한 문제점은 은폐한 채 일본개호보험제도 모델을 전면적으로 도입하여 간병노동자의 분노를 사고 있다. 이미 드러난 일본 사례에서 노동자들은 앞으로 닥칠 간병노동자의 희생과 제도의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짚어보게 되는 것이다.
또한 현재 보건복지부 계획안에 의하면, 대다수의 기존 병원간병노동자들은 노인수발보험제도내로 진입하지 못하고 제도 밖으로 내몰릴 위험에 처해있다.
간병교육을 받은 인원은 약25만 명이며, 다수가 유료직업소개소를 통해 병원에서 일하고 있다. 한편 현재 정부는 수발요원 필요인력을 2008년 22,618명, 2009년 23,392명, 2010년 51,955명으로 산출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9월 보건복지부가 9월 내놓은 요양전문인력 양성제도화방안을 보면, 노인복지법 상 생활보조원, 가정봉사원의 경우 만 2년 간 유예기간을 부여하고 있으며, 현재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병원 간병노동자는 대상에서 제외되어 있다.
그런데 병원간병노동자의 경우 수발요원 자격인정기준을 보면 시행일 기준 최근 3년 이내에 1000시간이상 근무경력이 있다는 경력증명서를 병원에서 발급받아 제출해야만 경력자로 자격이 인정된다. 그러나 이미 알고있듯이 대부분 간병노동자들은 유료직업소개소가 알선을 하고있기 때문에 병원이 경력증명서를 떼줄리 만무하다. 자활후견기간 및 자활공동체는 최근 추가로 경력인정기관에 포함되었으나 자활이외의 간병노동자들은 수발요원 자격 자체를 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병원 간병노동자들은 노인수발제도가 도입되어도 제도권내로 진입하지 못하고 현재와 같은 비공식부문 여성노동자로 남게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로 드러난 것이다.
또한 정부는 수발수가나 인력 등 노동자의 노동조건과 직결된 정부 정책을 추진하면서 노동자들의 의견 반영은커녕 비공개로 정보조차 차단하고 있어 간병노동자의 반발을 사고 있다. .
결론적으로, 노인수발보험제도가 간병노동자의 희생을 전제로 추진되고 있다는 것이 구체적인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이러한 간병노동자의 열악한 노동조건은 결국 서비스의 질 저하로 귀결되고 국민의 권리를 침해하게 될 것이다.
올바른 요양보장제도 수립의 방향성
앞서 제기한 것처럼, 이미 제도의 문제점이 심각하게 드러난 현행 정부의 노인수발보험법 제정에 반대한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노인수발보험법의 강행처리를 중단하고 사회보장측면에서 다시 요양보장제도를 설계해야 한다. 한번 도입되면 향후 몇 십 년을 좌우할 사회보장제도를 지금과 같이 시급성만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얼마 전 일본개호보험제도를 만드는데 직접 참가했던 한 학자가 공공연맹이 주최한 토론회에 참석해서 일본개호보험의 실패를 고백한 적이 있다. "고령화사회의 급진전과 노인간병의 가족부담감소의 절박성 등으로 제도 도입 자체에 너무 매몰되었었다." " 솔직히 이 정도로 영리법인이 판을 치고 개호노동자가 열악한 노동조건에서 희생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는 이야기는 지금 시점에서 다시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현재 일본을 그대로 답습하는 현행 정부의 노인수발보험제도안이 그대로 진행된다면 머지 않아 우리에게 닥칠 일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올바른 요양보장제도를 만들어가기 위한 몇 가지 기본 방향을 언급하고자 한다.
첫째는 요양보장제도의 공공성을 확보해야 한다.
요양서비스제공을 국민의 보편적 권리로 보장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국가 및 지자체가 공공 인프라를 구축하여 공적으로 운영해야 한다. 지금처럼 완전히 민간시장에 내맡기는 방식이 아니라, 국가와 지자체가 요양보장 시설과 인력에 대한 공공인프라 구축에 나서야 한다. 적어도 지자체별로 요양서비스를 직접 제공하고 관리하는 장기요양센터를 설치하고 읍면동 단위로 장기요양지소를 설치하여 직접 운영해야 한다. 또한 전체 국가차원의 인력수급계획이 준비되어야 한다.
둘째는 간병노동자의 노동권을 보장해야 한다.
지난 9월 20일 정부의 '좋은 일자리 창출을 위한 보고회'에서도 나타나듯이, 간병인력은 정부의 사회적 일자리 창출전략의 중요한 부분이다. 정부가 당장 내년에 추진하겠다는 10만 사회적일자리 중 간병, 가사도우미는 5만3천명에 달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앞서 강조한 바와 같이, 정부가 말하는 좋은 일자리라는 것이 저임금불안정노동의 확산일 뿐이라는 점이다. 이것이 저소득층 여성노동자의 빈곤 탈출이라는 정부의 거창한 구호 속에 담긴 허구이다. 중고령빈곤여성노동자인 간병노동자들이 진정 빈곤에서 탈출하기 위해서는 노동자로서 최소한의 권리가 보장되고 살인적인 저임금 장시간노동 등 노동조건이 개선되어야 한다.
더 이상 간병노동자의 희생만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 먼저 정부는 지금이라도 간병노동자의 노동자성을 인정하고 근로기준법과 최저임금법 등 노동법을 적용해야 한다. 또한 기존 간병노동자들이 요양보장제도로 진입할 수 있는 여건과 노동조건의 최소기준을 반드시 제도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셋째, 민주적 운영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요양보장제도가 제대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지역주민과 노동자, 운영주체 등의 민주적인 참여가 보장되어야 한다. 이러한 민주적 참여가 반드시 제도적으로 반영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요양보장제도의 공공성과 간병노동자의 노동권은 노동자를 비롯한 진보진영의 투쟁을 통해서만 확보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이러한 점에서 투쟁의 주체인 간병노동자의 조직화는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당면 조직 과제이며 이를 위한 구체적인 노력이 요구되고 있다.
현재 노인수발보험법안이 국회에 계류중이다. 정부가 법안을 제출한데 이어 열린우리당 김춘진의원과 한나라당 안영진의원, 민주노동당 현애지의원 등에 의해 법안이 6개나 상정되어 있는 것을 보면 노인수발보험법은 사회적 관심이 높은 사안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노인인구와 핵가족화, 여성인력의 경제활동이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요양보장의 필요성은 누구나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필요성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어떤 제도인가이다.
안타깝게도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노인수발보험법은 요양서비스를 받는 국민이나 요양서비스를 제공하는 노동자, 어느 쪽에서 보더라도 제대로 된 제도라고 말할 수 없다. 현행 정부 노인수발보험법안은 '65세 이상 노인과 65세 이하 노인성질환자'로 대상을 제한하고 있으며 '20%의 과도한 본인부담금'과 '시설 및 인력에 대한 공적 인프라'가 구축되지 않은 상황에서 전적으로 민간시장에 내맡기는 등 결정적인 제도적 결함을 갖고 있다. 특히 노동자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문제는 더욱 심각하며, 정부가 주장하는 노인수발보험제도 도입을 비롯한 간병인력의 사회적일자리창출은 저임금 불안정노동의 대량양산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조건 연내 통과를 목표로 밀어붙이는 현재 정부의 여론몰이와 '묻지마'식 법 제정 방식을 보면서 도대체 누구를 위한 노인수발보험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간병노동자의 희생을 전제로 한 정부의 노인수발보험제도안에 반대한다.
간병노동자는 대부분 저소득층의 중고령여성노동자들로 생계와 육아를 전적으로 책임지고 있다. 그러나 간병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은 극도로 열악하다. 1일 24시간, 주6일 144시간의 살인적인 장시간노동에, 시급 2,080원의 최저임금에도 훨씬 못 미치는 저임금을 받고 있다. 병원에서는 옷을 갈아입고 식사를 할 만한 최소한의 공간조차 없고 4대 사회보험에 가입이 안 되어있기 때문에 병원감염이나 근골격계 등 산재직업병에 시달리면서도 산재처리조차 못 받는 실정이다. 더욱이 노동부는 간병노동자를 가사사용인으로 분류하여 노동기본권을 완전 박탈하고 있다.
간병노동자를 둘러싸고 최근 크게 두 가지 제도 변화가 추진되고 있다. 하나는 '노인수발보험제도 도입'이고 다른 하나는 '보호자 없는 병원 만들기'로 급성기병원의 간병문제를 건강보험제도 내로 편입하여 수가화하려는 움직임이다. 이러한 제도의 변화를 통해 간병노동자들이 비공식노동자의 처지에서 벗어나 법제도 속에서 공식 노동자로서의 위치와 권리로 전환될 수 있으리라는 기대도 있었다.
그러나 법제도화가 점차 가시화되면 될수록 '기대'는 심각한 '우려'로 바뀌고 있다. 특히 현재 정부가 추진중인 노인수발보험제도는 저임금불안정노동 등 간병노동자의 열악한 노동조건을 법적으로 고착화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간병노동자의 입장에서 볼 때 노인수발보험제도의 구체적인 문제점은 다음과 같다.
간병노동자의 저임금을 전제로 수발수가 자체가 너무 낮으며, 시간당으로 책정되어 있다. 더욱이 재가서비스의 경우 시설보다도 훨씬 더 낮은 임금으로 수가가 책정되어 있다. 이러한 정부 수가정책이 저임금 불안정노동으로 귀결될 것이 분명하다.
현재 노인수발보험수가는 일본개호보험을 거의 그대로 도입한 것이다. 그 결과는 일본개호보험처럼 저임금 시간급 비정규노동자의 대량양산으로 이어질 것이 뻔하다. 일본의 경우 시간급 비정규노동자가 대부분인 방문개호원의 임금은 (70만원이 안 되는)월 평균 7만5천 엔으로 직접고용 방문개호원 임금의 절반이 안 되는 수준이다.
2000년에 시작된 일본개호보험제도는 사실상 민간시장에 내맡겨져 민간영리법인이 판을 치면서 개호보험 도입 이후에 기존의 공적 인프라가 오히려 실종되었고, 개호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조건과 70%에 이르는 비정규직 비율 때문에 일본개호보험은 실패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그런데도 한국정부는 이러한 문제점은 은폐한 채 일본개호보험제도 모델을 전면적으로 도입하여 간병노동자의 분노를 사고 있다. 이미 드러난 일본 사례에서 노동자들은 앞으로 닥칠 간병노동자의 희생과 제도의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짚어보게 되는 것이다.
또한 현재 보건복지부 계획안에 의하면, 대다수의 기존 병원간병노동자들은 노인수발보험제도내로 진입하지 못하고 제도 밖으로 내몰릴 위험에 처해있다.
간병교육을 받은 인원은 약25만 명이며, 다수가 유료직업소개소를 통해 병원에서 일하고 있다. 한편 현재 정부는 수발요원 필요인력을 2008년 22,618명, 2009년 23,392명, 2010년 51,955명으로 산출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9월 보건복지부가 9월 내놓은 요양전문인력 양성제도화방안을 보면, 노인복지법 상 생활보조원, 가정봉사원의 경우 만 2년 간 유예기간을 부여하고 있으며, 현재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병원 간병노동자는 대상에서 제외되어 있다.
그런데 병원간병노동자의 경우 수발요원 자격인정기준을 보면 시행일 기준 최근 3년 이내에 1000시간이상 근무경력이 있다는 경력증명서를 병원에서 발급받아 제출해야만 경력자로 자격이 인정된다. 그러나 이미 알고있듯이 대부분 간병노동자들은 유료직업소개소가 알선을 하고있기 때문에 병원이 경력증명서를 떼줄리 만무하다. 자활후견기간 및 자활공동체는 최근 추가로 경력인정기관에 포함되었으나 자활이외의 간병노동자들은 수발요원 자격 자체를 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병원 간병노동자들은 노인수발제도가 도입되어도 제도권내로 진입하지 못하고 현재와 같은 비공식부문 여성노동자로 남게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로 드러난 것이다.
또한 정부는 수발수가나 인력 등 노동자의 노동조건과 직결된 정부 정책을 추진하면서 노동자들의 의견 반영은커녕 비공개로 정보조차 차단하고 있어 간병노동자의 반발을 사고 있다. .
결론적으로, 노인수발보험제도가 간병노동자의 희생을 전제로 추진되고 있다는 것이 구체적인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이러한 간병노동자의 열악한 노동조건은 결국 서비스의 질 저하로 귀결되고 국민의 권리를 침해하게 될 것이다.
올바른 요양보장제도 수립의 방향성
앞서 제기한 것처럼, 이미 제도의 문제점이 심각하게 드러난 현행 정부의 노인수발보험법 제정에 반대한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노인수발보험법의 강행처리를 중단하고 사회보장측면에서 다시 요양보장제도를 설계해야 한다. 한번 도입되면 향후 몇 십 년을 좌우할 사회보장제도를 지금과 같이 시급성만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얼마 전 일본개호보험제도를 만드는데 직접 참가했던 한 학자가 공공연맹이 주최한 토론회에 참석해서 일본개호보험의 실패를 고백한 적이 있다. "고령화사회의 급진전과 노인간병의 가족부담감소의 절박성 등으로 제도 도입 자체에 너무 매몰되었었다." " 솔직히 이 정도로 영리법인이 판을 치고 개호노동자가 열악한 노동조건에서 희생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는 이야기는 지금 시점에서 다시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현재 일본을 그대로 답습하는 현행 정부의 노인수발보험제도안이 그대로 진행된다면 머지 않아 우리에게 닥칠 일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올바른 요양보장제도를 만들어가기 위한 몇 가지 기본 방향을 언급하고자 한다.
첫째는 요양보장제도의 공공성을 확보해야 한다.
요양서비스제공을 국민의 보편적 권리로 보장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국가 및 지자체가 공공 인프라를 구축하여 공적으로 운영해야 한다. 지금처럼 완전히 민간시장에 내맡기는 방식이 아니라, 국가와 지자체가 요양보장 시설과 인력에 대한 공공인프라 구축에 나서야 한다. 적어도 지자체별로 요양서비스를 직접 제공하고 관리하는 장기요양센터를 설치하고 읍면동 단위로 장기요양지소를 설치하여 직접 운영해야 한다. 또한 전체 국가차원의 인력수급계획이 준비되어야 한다.
둘째는 간병노동자의 노동권을 보장해야 한다.
지난 9월 20일 정부의 '좋은 일자리 창출을 위한 보고회'에서도 나타나듯이, 간병인력은 정부의 사회적 일자리 창출전략의 중요한 부분이다. 정부가 당장 내년에 추진하겠다는 10만 사회적일자리 중 간병, 가사도우미는 5만3천명에 달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앞서 강조한 바와 같이, 정부가 말하는 좋은 일자리라는 것이 저임금불안정노동의 확산일 뿐이라는 점이다. 이것이 저소득층 여성노동자의 빈곤 탈출이라는 정부의 거창한 구호 속에 담긴 허구이다. 중고령빈곤여성노동자인 간병노동자들이 진정 빈곤에서 탈출하기 위해서는 노동자로서 최소한의 권리가 보장되고 살인적인 저임금 장시간노동 등 노동조건이 개선되어야 한다.
더 이상 간병노동자의 희생만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 먼저 정부는 지금이라도 간병노동자의 노동자성을 인정하고 근로기준법과 최저임금법 등 노동법을 적용해야 한다. 또한 기존 간병노동자들이 요양보장제도로 진입할 수 있는 여건과 노동조건의 최소기준을 반드시 제도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셋째, 민주적 운영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요양보장제도가 제대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지역주민과 노동자, 운영주체 등의 민주적인 참여가 보장되어야 한다. 이러한 민주적 참여가 반드시 제도적으로 반영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요양보장제도의 공공성과 간병노동자의 노동권은 노동자를 비롯한 진보진영의 투쟁을 통해서만 확보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이러한 점에서 투쟁의 주체인 간병노동자의 조직화는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당면 조직 과제이며 이를 위한 구체적인 노력이 요구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