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로부터의 대중투쟁으로, 산재보험법 개악을 막아내자
산재보험법을 둘러싼 투쟁의 역사
한국의 산재보험은 1964년에 만들어졌다. 쿠데타를 통해 정권을 잡은 박정희 군부독재는 취약한 정권의 정통성을 대내외적으로 획득하고 경제개발로 인한 노동재해와 직업병의 증가에 대한 부담을 일본의 것을 그대로 베껴와 제정하였다.(1981년 전두환 군부독재에 의해 제정된 '산업안전보건법'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군부독재에 의해 급조된 산재보험법이 노동자들에게 다가오기 시작한 것은 1987년 노동자 대투쟁 이후부터다. 1987년 노동자 대투쟁을 계기로 억눌려 왔던 노동자들의 기본적 요구가 곳곳에서 터져 나오면서, 자본의 노동자 살인행각인 직업병과 그 폐해가 속속들이 폭로되기 시작하였다.
1988년 15살 소년 노동자 문송면 군이 수은중독으로 사망하고 원진레이온 노동자들이 집단으로 이황화탄소에 중독되는 사건이 발생하였다. 이후 이 사건들은 노동자들과 노동보건전문가들의 가슴에 고통과 아픔을 남기며 노동보건운동의 기폭제가 되었다. 전국적으로 노동보건단체가 만들어지고 노동자 건강권을 위한 투쟁이 전개되었다.(<광주노동보건연대>의 전신인 <광주노동건강상담소>도 이 시기에 만들어졌다.)
1987년 투쟁으로 건설된 민주노조에서도 마찬가지로 산재문제(노동재해)에 대한 노동자들의 인식이 확대되면서 노동안전활동가 및 부서들이 노동조합 활동에 자리잡게 되었으며, 노동자들의 요구와 현장의 불만이 노동재해와 직업병의 심각성으로 폭로되면서 노동자의 삶과 건강에 대한 관심은 비로소 사회적 투쟁으로 거듭나게 되었다.
1998년 IMF 외환위기를 계기로 본격화된 신자유주의 한국사회 재편은 노동의 불안정화와 노동강도의 강화라는 결과를 가져왔고 노동재해와 직업병을 계속 증가시키고 있다. 이에 노동자들의 불만과 요구는 2001년 근골격계 인정투쟁으로 폭발해 정권과 자본의 신자유주의 정책에 맞서게 된다. 하지만 이 투쟁의 성과가 '산업안전보건법'상의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라는 법개정에 그치면서 적극적인 현장개선을 통한 노동강도 완화, 실질적인 현장의 노동자 통제(몸에 대한 노동자 통제)로 나아가지 못하는 한계를 드러냈다. 오히려 이제는 정권과 자본은 조직적인 대응 체계를 만들고 전방위적으로 노동자들을 포위한 채 노동자들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더니 결국에는 산재보험법 제도 개악과 함께 '산업안전보건법' 개악이라는 제도완성을 꿈꾸고 있다.
산재보험법 개악의 배경과 문제점
산재보험법은 1964년 일본의 산재보험제도를 모사하여 엉성하게 도입한 이후에 현재까지 부분적으로 개정되면서 시행되고 있다. 신자유주의에 의한 노동재해와 직업병 증가는 노·사·정 모두에게 부담이다. 가진 것이라고는 몸뚱아리 밖에 없는 노동자들에게는 삶과 건강에 직결된 문제이며, 정권과 자본에게는 산재보험의 재정부담과 더 많은 이윤추구를 막는 걸림돌이기 때문이다.
올해 민주노총은 민주노동당을 통하여 산재보험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이며, 노동부에 산재보험 제도개혁을 위한 논의 자리를 마련해 줄 것을 요구하였다. 노동부는 2004, 2005년 산재보험 제도상의 문제점을 공론화하고 개선방향을 마련한다는 취지 하에 <산재보험제도 발전위원회>를 운영하였고, 2005년 12월에 최종용역보고서를 제출하면서 이번 산재보험법 개악안의 기틀을 마련하였다. 자본도 역시, 경총을 중심으로 산재보험제도의 문제점에 대한 각종 연구사업을 진행하였으며 2003년부터 <기업안전보건위원회>(자동차, 조선업종 등 15개업체 부사장급들의 모임)’를 구성하여 산재를 은폐하려던 예전의 모습과 다르게 적극적으로 법과 제도에 개입하려 하고 있다.
산재보험법을 둘러싼 계급투쟁은 올해 전면적인 법개정을 두고 논의되고 있는 노사정위<산재보험 발전특별위원회>(이하 <산재보험 발전특위>)를 정점으로 진행되고 있다. 노동자의 노동3권을 짓밟았던 노사정위의 9·11 노사관계 로드맵 합의에서 드러났듯이 노사정위 <산재보험 발전특위>에서도 민주노총 무시한 채, 노동자들의 삶과 건강을 담보로 노동과 자본의 주고받기 식의 위험한 줄타기가 진행되고 있다.
<산재보험 발전특위>에서는 5월부터 8월까지 1주 1회, 13차 회의를 통해 총 5개 분야, 36개 주제, 93개 항목이 논의되었다. 원래 특위는 9월말에 종료하고 최종 의견안을 노동부에 제출하기로 하였으나 한국노총과 경총의 이견이 있어 10월말까지 한달 여 종료일을 연장한 상태이다. 하지만 사회적 합의주의 산물인 노사정위가 그렇듯이 산재보험 특위의 최종안은 자본의 요구를 수용한 노동부 안이 한국노총에 동의를 받아 명분을 얻는 수준에 그칠 뿐이다.
현재의 법도 노동자 건강권 쟁취와 거리가 멀지만 현재 논의되고 있는 산재보험법 개악안은 신청, 요양, 보상, 재활 및 원활한 복귀에 있어서 심각한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개악안의 핵심적인 내용과 미치게 될 영향들을 따져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개악안의 핵심은 ‘휴업급여 2년 제한’에 있다. 휴업급여 축소는 산재보험제도가 단순히 산재노동자에 대한 치료·요양에 그치지 않고 재활 후 원활한 사회(사업장)복귀를 위해 존재하는 원칙을 무시한 것이다. 2년 내에 치료와 재활복귀가 불가능한 중대재해 노동자들의 치료권을 박탈하는 것이다. 동시에 ‘2년경과 후 완치되지 않을 시 임시장해연금 지급과 재판정제 도입, 상병보상연금을 축소’한다는 것은 재해와 직업병의 정도가 심해 2년 이상 치료와 요양이 장기화되는 산재노동자와 가족의 생존권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장해판정등급기준에 상회하지 못하는 상당수 산재노동자들이 지급대상에서 배제되고 급여액이 제한되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뿐만아니라 휴업급여뿐만 아니라 장해급여, 유족급여, 가족간병급여 등도 축소하려 한다.
둘째, ‘재해인정에 있어 사업주의 이의신청권’을 부여하려 한다. 이의신청권은 사업주가 재해에 있어 산재노동자들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잘잘못을 따진다는 것으로 재해노동자의 산재요양 진입 자체를 가로막는 장벽으로 작용한다. 현재에도 전체노동자의 50%가 산재보험을 적용받지 못한 상황에서 사업주에 의한 산재은폐가 강화되어 재해 노동자들이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게 될 것이다. 특히 노동조합의 활동이 무기력하거나 없는 비정규직·중소영세사업장의 노동자들에게는 그 폐해가 심각하게 드러난다. 노동자의 피와 투쟁의 역사로 그나마 만들어낸 치료받을 권리를 원천적으로 봉쇄하려는 가장 반동적인 요소이다.
셋째, 정부는 ‘요양종결, 직업재활, 직업알선에 대한 근로복지공단의 직권규정을 강화’하려 한다. 현재에도 근로복지공단은 노동재해와 직업병 판정에 대한 내부 요양관리지침을 두고 산재인정기준은 엄격화 해 재해인정 불승인을 남발하고 있으며, 승인을 하더라도 병명 중 일부만 승인하거나 병명을 변경하여 승인하는 경우가 많다. 입원치료도 힘들어져 일방적인 통원치료 통보, 강제치료종결도 빈번하게 행해지고 있다. 그리고 부당한 처우에 항의라도 하려하면 집단과격민원 대응지침으로 경찰에 고소·고발하는 폭력행정을 일삼고 있는 상황이다. 이미 산재보험법 적용이 근로복지공단에 의해 유명무실해진 상황에서 공단의 직권규정을 강화한다는 것은 근로복지공단의 반노동자적 횡포에 날개를 달아주는 격이다.
‘점령당한 이데올로기, 무너진 현장, 망가진 몸과 삶’
40년만의 산재보험법 전면 개정(개악)흐름과 함께, 민주노총은 출범이래 ‘처음’으로 2006년 하반기 총파업 핵심 4대 요구에 ‘산재보험 개악저지, 전면개혁, 건강권 쟁취’라는 노동안전보건 의제를 상정하였다. 급박한 정세적 요구이기에 핵심요구로 설정되는 것은 적확한 판단이지만, 투쟁에 나서기 전에 우선 ‘처음’이라는 것부터 민주노조운동 진영의 자기반성이 필요하다고 본다. 앞에서 밝힌 바와 같이 정권과 자본은 ‘노동자가 자신의 몸을 통제하는 운동’, 즉 노동안전보건투쟁이 결과적으로 신자유주의에 맞서는 가장 강력한 노동자들의 저항임을 2001, 2002년 근골격계 인정투쟁을 경과하면서 확인하게 되었다. 그래서 이제는 노동재해와 직업병에 대한 수세적인 대응에서 돌아서 적극적으로 노동자의 몸을 관리하고 통제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 동안 정권과 자본은 많은 비용과 연구 등을 진행하면서 오랫동안 노동안전보건운동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였고, 그 결과가 산재보험법 개악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어떠한가?’라고 반문해본다면 상황은 그리 녹록치 않다.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으로 인해 노동강도가 점차 강화되고 있고, 교대제가 광범위하게 확대되었고, 주 5일제노동이 실시되었지만 대부분의 노동자들은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그러나 노동자들의 불만과 저항은 표출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더 많은 임금, 고용안정을 위해 기꺼이 장시간 노동을 감수하고, 때로는 더 많은 잔업과 특근, 야근을 위해 경쟁까지 하는 것이 현장의 일반적인 분위기이다. 2006년 5월 전국금속산업노동조합연맹에서 ‘구조조정과 노동강도 강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라는 제목으로 열린 토론회의 부제목은 ‘점령당한 이데올로기, 무너진 현장, 망가진 몸과 삶’이었는데 이는 현장의 현실을 상징적으로 말해주는 것이며 자기 반성의 이유이다.
산재보험법 저지, 노동자 건강권 쟁취의 해법!
11월 강위력한 민주노총 총파업을 통해 ‘산재보험법 개악저지와 전면개혁’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임금과 고용안정에 가려 그 동안 잃고 있었던 노동자 건강권 쟁취에 대한 요구를 모아내야 한다. 산재보험법 개악을 막아내고, 민주노총의 요구안대로 산재보험제도를 개혁한다고 해도 현장을 바꿔내지 못한다면 노동자들의 투쟁은 물거품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노동보건운동은 ‘산재인정 및 보상’을 매개로 한 투쟁이 주를 이루었다. 이를 계기로 현장의 노동조건을 개선시키고자 노력해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산재인정 및 보상’ 투쟁으로만 국한되는 경향이 강하다. 하지만 이러한 투쟁은 산재와 직업병을 일으키는 원인에 대해 사업주의 책임을 묻고 현장을 개선하는 투쟁으로 발전시키기는 경로가 가로막힌다는 점에서 부정적이다. 오히려 평소에 적극적인 노동조건과 건강실태조사와 같은 일상적인 노동안전투쟁을 통해 현장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요구안을 미리 정리하고 이를 통해 개별 자본을 압박한다면, 산재인정 및 보상 투쟁이 보다 공세적으로 전개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전체 노동자들에게 호응을 얻고 사회적 지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대중적 호응과 사회적 지지야말로 산재보험법 개악저지와 전면개혁의 해법이며 궁극적인 노동자 건강권 쟁취라는 대안이 될 것이다.
한국의 산재보험은 1964년에 만들어졌다. 쿠데타를 통해 정권을 잡은 박정희 군부독재는 취약한 정권의 정통성을 대내외적으로 획득하고 경제개발로 인한 노동재해와 직업병의 증가에 대한 부담을 일본의 것을 그대로 베껴와 제정하였다.(1981년 전두환 군부독재에 의해 제정된 '산업안전보건법'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군부독재에 의해 급조된 산재보험법이 노동자들에게 다가오기 시작한 것은 1987년 노동자 대투쟁 이후부터다. 1987년 노동자 대투쟁을 계기로 억눌려 왔던 노동자들의 기본적 요구가 곳곳에서 터져 나오면서, 자본의 노동자 살인행각인 직업병과 그 폐해가 속속들이 폭로되기 시작하였다.
1988년 15살 소년 노동자 문송면 군이 수은중독으로 사망하고 원진레이온 노동자들이 집단으로 이황화탄소에 중독되는 사건이 발생하였다. 이후 이 사건들은 노동자들과 노동보건전문가들의 가슴에 고통과 아픔을 남기며 노동보건운동의 기폭제가 되었다. 전국적으로 노동보건단체가 만들어지고 노동자 건강권을 위한 투쟁이 전개되었다.(<광주노동보건연대>의 전신인 <광주노동건강상담소>도 이 시기에 만들어졌다.)
1987년 투쟁으로 건설된 민주노조에서도 마찬가지로 산재문제(노동재해)에 대한 노동자들의 인식이 확대되면서 노동안전활동가 및 부서들이 노동조합 활동에 자리잡게 되었으며, 노동자들의 요구와 현장의 불만이 노동재해와 직업병의 심각성으로 폭로되면서 노동자의 삶과 건강에 대한 관심은 비로소 사회적 투쟁으로 거듭나게 되었다.
1998년 IMF 외환위기를 계기로 본격화된 신자유주의 한국사회 재편은 노동의 불안정화와 노동강도의 강화라는 결과를 가져왔고 노동재해와 직업병을 계속 증가시키고 있다. 이에 노동자들의 불만과 요구는 2001년 근골격계 인정투쟁으로 폭발해 정권과 자본의 신자유주의 정책에 맞서게 된다. 하지만 이 투쟁의 성과가 '산업안전보건법'상의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라는 법개정에 그치면서 적극적인 현장개선을 통한 노동강도 완화, 실질적인 현장의 노동자 통제(몸에 대한 노동자 통제)로 나아가지 못하는 한계를 드러냈다. 오히려 이제는 정권과 자본은 조직적인 대응 체계를 만들고 전방위적으로 노동자들을 포위한 채 노동자들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더니 결국에는 산재보험법 제도 개악과 함께 '산업안전보건법' 개악이라는 제도완성을 꿈꾸고 있다.
산재보험법 개악의 배경과 문제점
산재보험법은 1964년 일본의 산재보험제도를 모사하여 엉성하게 도입한 이후에 현재까지 부분적으로 개정되면서 시행되고 있다. 신자유주의에 의한 노동재해와 직업병 증가는 노·사·정 모두에게 부담이다. 가진 것이라고는 몸뚱아리 밖에 없는 노동자들에게는 삶과 건강에 직결된 문제이며, 정권과 자본에게는 산재보험의 재정부담과 더 많은 이윤추구를 막는 걸림돌이기 때문이다.
올해 민주노총은 민주노동당을 통하여 산재보험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이며, 노동부에 산재보험 제도개혁을 위한 논의 자리를 마련해 줄 것을 요구하였다. 노동부는 2004, 2005년 산재보험 제도상의 문제점을 공론화하고 개선방향을 마련한다는 취지 하에 <산재보험제도 발전위원회>를 운영하였고, 2005년 12월에 최종용역보고서를 제출하면서 이번 산재보험법 개악안의 기틀을 마련하였다. 자본도 역시, 경총을 중심으로 산재보험제도의 문제점에 대한 각종 연구사업을 진행하였으며 2003년부터 <기업안전보건위원회>(자동차, 조선업종 등 15개업체 부사장급들의 모임)’를 구성하여 산재를 은폐하려던 예전의 모습과 다르게 적극적으로 법과 제도에 개입하려 하고 있다.
산재보험법을 둘러싼 계급투쟁은 올해 전면적인 법개정을 두고 논의되고 있는 노사정위<산재보험 발전특별위원회>(이하 <산재보험 발전특위>)를 정점으로 진행되고 있다. 노동자의 노동3권을 짓밟았던 노사정위의 9·11 노사관계 로드맵 합의에서 드러났듯이 노사정위 <산재보험 발전특위>에서도 민주노총 무시한 채, 노동자들의 삶과 건강을 담보로 노동과 자본의 주고받기 식의 위험한 줄타기가 진행되고 있다.
<산재보험 발전특위>에서는 5월부터 8월까지 1주 1회, 13차 회의를 통해 총 5개 분야, 36개 주제, 93개 항목이 논의되었다. 원래 특위는 9월말에 종료하고 최종 의견안을 노동부에 제출하기로 하였으나 한국노총과 경총의 이견이 있어 10월말까지 한달 여 종료일을 연장한 상태이다. 하지만 사회적 합의주의 산물인 노사정위가 그렇듯이 산재보험 특위의 최종안은 자본의 요구를 수용한 노동부 안이 한국노총에 동의를 받아 명분을 얻는 수준에 그칠 뿐이다.
현재의 법도 노동자 건강권 쟁취와 거리가 멀지만 현재 논의되고 있는 산재보험법 개악안은 신청, 요양, 보상, 재활 및 원활한 복귀에 있어서 심각한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개악안의 핵심적인 내용과 미치게 될 영향들을 따져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개악안의 핵심은 ‘휴업급여 2년 제한’에 있다. 휴업급여 축소는 산재보험제도가 단순히 산재노동자에 대한 치료·요양에 그치지 않고 재활 후 원활한 사회(사업장)복귀를 위해 존재하는 원칙을 무시한 것이다. 2년 내에 치료와 재활복귀가 불가능한 중대재해 노동자들의 치료권을 박탈하는 것이다. 동시에 ‘2년경과 후 완치되지 않을 시 임시장해연금 지급과 재판정제 도입, 상병보상연금을 축소’한다는 것은 재해와 직업병의 정도가 심해 2년 이상 치료와 요양이 장기화되는 산재노동자와 가족의 생존권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장해판정등급기준에 상회하지 못하는 상당수 산재노동자들이 지급대상에서 배제되고 급여액이 제한되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뿐만아니라 휴업급여뿐만 아니라 장해급여, 유족급여, 가족간병급여 등도 축소하려 한다.
둘째, ‘재해인정에 있어 사업주의 이의신청권’을 부여하려 한다. 이의신청권은 사업주가 재해에 있어 산재노동자들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잘잘못을 따진다는 것으로 재해노동자의 산재요양 진입 자체를 가로막는 장벽으로 작용한다. 현재에도 전체노동자의 50%가 산재보험을 적용받지 못한 상황에서 사업주에 의한 산재은폐가 강화되어 재해 노동자들이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게 될 것이다. 특히 노동조합의 활동이 무기력하거나 없는 비정규직·중소영세사업장의 노동자들에게는 그 폐해가 심각하게 드러난다. 노동자의 피와 투쟁의 역사로 그나마 만들어낸 치료받을 권리를 원천적으로 봉쇄하려는 가장 반동적인 요소이다.
셋째, 정부는 ‘요양종결, 직업재활, 직업알선에 대한 근로복지공단의 직권규정을 강화’하려 한다. 현재에도 근로복지공단은 노동재해와 직업병 판정에 대한 내부 요양관리지침을 두고 산재인정기준은 엄격화 해 재해인정 불승인을 남발하고 있으며, 승인을 하더라도 병명 중 일부만 승인하거나 병명을 변경하여 승인하는 경우가 많다. 입원치료도 힘들어져 일방적인 통원치료 통보, 강제치료종결도 빈번하게 행해지고 있다. 그리고 부당한 처우에 항의라도 하려하면 집단과격민원 대응지침으로 경찰에 고소·고발하는 폭력행정을 일삼고 있는 상황이다. 이미 산재보험법 적용이 근로복지공단에 의해 유명무실해진 상황에서 공단의 직권규정을 강화한다는 것은 근로복지공단의 반노동자적 횡포에 날개를 달아주는 격이다.
‘점령당한 이데올로기, 무너진 현장, 망가진 몸과 삶’
40년만의 산재보험법 전면 개정(개악)흐름과 함께, 민주노총은 출범이래 ‘처음’으로 2006년 하반기 총파업 핵심 4대 요구에 ‘산재보험 개악저지, 전면개혁, 건강권 쟁취’라는 노동안전보건 의제를 상정하였다. 급박한 정세적 요구이기에 핵심요구로 설정되는 것은 적확한 판단이지만, 투쟁에 나서기 전에 우선 ‘처음’이라는 것부터 민주노조운동 진영의 자기반성이 필요하다고 본다. 앞에서 밝힌 바와 같이 정권과 자본은 ‘노동자가 자신의 몸을 통제하는 운동’, 즉 노동안전보건투쟁이 결과적으로 신자유주의에 맞서는 가장 강력한 노동자들의 저항임을 2001, 2002년 근골격계 인정투쟁을 경과하면서 확인하게 되었다. 그래서 이제는 노동재해와 직업병에 대한 수세적인 대응에서 돌아서 적극적으로 노동자의 몸을 관리하고 통제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 동안 정권과 자본은 많은 비용과 연구 등을 진행하면서 오랫동안 노동안전보건운동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였고, 그 결과가 산재보험법 개악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어떠한가?’라고 반문해본다면 상황은 그리 녹록치 않다.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으로 인해 노동강도가 점차 강화되고 있고, 교대제가 광범위하게 확대되었고, 주 5일제노동이 실시되었지만 대부분의 노동자들은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그러나 노동자들의 불만과 저항은 표출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더 많은 임금, 고용안정을 위해 기꺼이 장시간 노동을 감수하고, 때로는 더 많은 잔업과 특근, 야근을 위해 경쟁까지 하는 것이 현장의 일반적인 분위기이다. 2006년 5월 전국금속산업노동조합연맹에서 ‘구조조정과 노동강도 강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라는 제목으로 열린 토론회의 부제목은 ‘점령당한 이데올로기, 무너진 현장, 망가진 몸과 삶’이었는데 이는 현장의 현실을 상징적으로 말해주는 것이며 자기 반성의 이유이다.
산재보험법 저지, 노동자 건강권 쟁취의 해법!
11월 강위력한 민주노총 총파업을 통해 ‘산재보험법 개악저지와 전면개혁’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임금과 고용안정에 가려 그 동안 잃고 있었던 노동자 건강권 쟁취에 대한 요구를 모아내야 한다. 산재보험법 개악을 막아내고, 민주노총의 요구안대로 산재보험제도를 개혁한다고 해도 현장을 바꿔내지 못한다면 노동자들의 투쟁은 물거품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노동보건운동은 ‘산재인정 및 보상’을 매개로 한 투쟁이 주를 이루었다. 이를 계기로 현장의 노동조건을 개선시키고자 노력해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산재인정 및 보상’ 투쟁으로만 국한되는 경향이 강하다. 하지만 이러한 투쟁은 산재와 직업병을 일으키는 원인에 대해 사업주의 책임을 묻고 현장을 개선하는 투쟁으로 발전시키기는 경로가 가로막힌다는 점에서 부정적이다. 오히려 평소에 적극적인 노동조건과 건강실태조사와 같은 일상적인 노동안전투쟁을 통해 현장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요구안을 미리 정리하고 이를 통해 개별 자본을 압박한다면, 산재인정 및 보상 투쟁이 보다 공세적으로 전개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전체 노동자들에게 호응을 얻고 사회적 지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대중적 호응과 사회적 지지야말로 산재보험법 개악저지와 전면개혁의 해법이며 궁극적인 노동자 건강권 쟁취라는 대안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