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노동네트워크의 KTX 투쟁 접근ㆍ해결 방식에 대한 비판
지난 8월 31일 조순경 교수(이대 여성학과)의 제안으로 '여성노동권과 KTX 여승무원 문제를 생각하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노동 유연성이라는 이름 아래 행해져 오고 있는 여성노동권에 대한 침해와 여성노동의 비정규직화'의 현안인 KTX여성 승무원 문제의 해결 방안을 논의하고 더 나아가 '새로운 여성노동 의제의 발굴 방법, 여성노동 연구 및 여성노동운동의 방향, 네트워킹 등에 대해 논의해 보고, 가능하다면 새로운 모임을 시작하는 자리'를 만들자는 것이 모임의 취지였다.
당일 논의는 KTX 투쟁 개괄, 이에 대한 여성운동의 대응에 관해 이뤄졌다. 토론 제안자인 조순경 교수는 그간 여성노동자의 투쟁에 대한 '우리 여성(주의자)들, 그리고 여성노동운동 차원의 지원이 매우 미흡했다고' 평가하면서 동시에 '남성 중심의 노동조합, 정규직 중심의 노동운동의 여성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운동이 립 서비스 차원에 그치고 있다는 비판' 또한 잊지 않았다. 그러나 정작 주류 여성운동에 대한 내재적 비판 지점은 무엇인지, 그녀들의 제안대로 새롭게 시작될 여성운동은 무엇을 변화시켜야하는지, 네트워크의 활동 목표는 무엇인지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진행되지 않은 채, '여성노동네트워크'(이하 네트워크)는 꾸려졌으며 이후 꾸준하게 토론회나 여론작업, 기자회견 등등의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네트워크가 KTX 파업 투쟁 해결을 위해 접근하는 입장과 활동방식에 대해 비판적으로 검토하고자 한다.
신자유주의 비판의 관점 없는 개별 사건화의 한계
네트워크가 KTX 승무원 문제를 대하는 관점은 "어떻게 해서라도" 승무원들을 정규직으로 복직시켜주겠다는 것에만 치중된 듯하다. KTX 파업 투쟁을 신자유주의에 대항하는 여성노동자 주체형성의 관점에서가 아니라 개별 사건화시켜 해결해주겠다는 것이다. 네트워크의 초동 제안자인 조순경 교수가 ('노동부의 공정한 판정과 KTX 승무원 직접 고용을 촉구하는 교수모임' 의견서 중에서)투쟁을 시작한지 반년이 지나서야 내놓은 KTX 승무원 파업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은 바로 '3급 이상 정규직 임금 인상율 조정'이나 '공기업 경영평가 결과(에 따라 지급되는) 정규직 성과급으로' 경영상 비용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통계수치 발표였다. 공공부문을 외주화, 비정규직화하는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에 맞선 승무지부의 투쟁을 정규직의 임금 인상분을 깎아서 비용을 조달하는 방식으로 해결하겠다는 발상이 정규직의 고임금이 사회양극화의 원인이라며 정규직 노동자들을 공격하는 노무현식 양극화 해소, 고통분담이데올로기와 무엇이 다른가. 그렇다면 대학 구조조정 때문에 비정규직으로 노동하는 시간제 강사들의 노동권 문제도 KTX 사안에 대해 제안한 방식으로 왜 당장 시행하지 않는 것인지 묻고 싶다. 설사 철도공사 내에서는 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삭감으로 KTX 정규직화가 실현될 수 있을지 몰라도, 이러한 '대안'은 고작 일부 대기업 사업장에서나 적용 가능한 방안에 지나지 않는다. 대다수의 여성노동자들은 5인 미만의 중소 영세 사업장에서 노동하며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노동조건이 별반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신자유주의의 양상을 적확하게 인식하지 못한 채 KTX 사안에만 매몰된 이러한 인식의 사례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승무원의 정규직화 요구가 정당함에도 불구하고 반년이 넘는 투쟁을 철도공사가 철저한 탄압으로 일관하고 있는 이유는 KTX 불법파견이 인정될 경우 공공부문에 미칠 파장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철도 내에 청소나 매표 업무 등을 수행하는 외주 인력은 약 3000여명에 달한다. 철도공사에게 KTX 사안은 공공부문 외주화를 지켜내기 위한 방패막과 같다. KTX 승무원들도 투쟁을 지속해오면서 KTX 외주화와 연관되어있는 공공부문의 구조조정, 신자유주의 정책에 대해 인식과 투쟁의지를 넓혀가고 있다. 그러나 정작 조순경을 비롯한 교수모임은 의견서를 통해 오히려 철도공사와 정부에게 KTX 불법 파견 인정이 미치는 파장을 우려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고 있다. 이들은 철도 내에서 직접고용을 해야 하는 업무는 '매표나 청소 업무 등의 외주업무'가 아닌 단지 현행법상 파견 대상 직종이 아닌 '승무업무 뿐'이라고 일깨워주고 있다. 파견법 자체가 이른바 여성 직종을 다수 포함하고 있으며, 파견 등의 간접고용으로 인해 수많은 노동자들이 노동권을 박탈당하고 있는 현실에 대해 이들은 인식하고나 있는 것인지 의심스럽기 그지없다. 이들은 신자유주의가 여성에게 미치는 무권리, 착취의 현실을 생생하게 알지도 못한 채 그저 한 '사건'을 해결해 주겠노라고 호언장담하고 있을 뿐이다.
여성운동, 압력단체의 활동에 머물러서는 안된다
네트워크가 KTX 문제 해결을 위해 하는 활동은 국가기관에 대한 압력 행사에 한정되고 있으며 이러한 흐름은 더욱 강화되고 있다. 네트워크는 '노동부의 불법파견에 대한 결과 발표와 국가인권위원회의 KTX 승무원 간접고용의 성차별성 판단을 앞둔 시점에서 국가기관의 올바른 판단과 철도공사의 성차별적 고용 시정을 촉구'하기 위해 토론회를 기획하거나 교수모임을 조직하여 청와대와 노동부 등에 의견서를 전달하는 등의 활동을 벌였다. 그러나 여성운동의 영향력을 활용하여 성차별이나 불법파견에 대해 공정한 판결을 이끌어 내겠다는 소박한 발상은 뜻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국가인권위가 KTX 승무업무 외주화는 성차별적 고용구조라는 판정을 내리고 철도공사로 하여금 시정 명령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결정은 어떠한 강제력도 없었다. 국가인권위 판정과 달리 서울지방노동청은 적법 도급 판정을 내려 진실을 왜곡하는 철도공사와 정부의 정치적 영향력을 여지없이 보여줬을 뿐이다. 그러나 네트워크는 이러한 결과를 노동자를 탄압하는 데 활용되는 법과 국가기구에 대한 근본적인 비판으로 연결하지 않은 채 또다시 국가기구를 압박하려 하고 있다. 네트워크는 여성노동자 투쟁에 미흡했다고 비판했던 주류 여성단체와 함께 공동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더욱 강력한 압박을 가하기 위해 여성계 원로급 인사들과의 접촉을 기획하고 있다.
급기야 조순경 교수는 'KTX 사건 노동부 판정의 허와 실'이라는 제목으로 열린 토론회에서는 국가기구와 법의 '정치력 결정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정치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여성정치인이 나서야 한다'(당일 토론회 발제문이 제출되지 않아, 일다 「법적으로 불법파견 혐의 벗기 어렵다.」 2006년 10월 11일자 기사 인용)는 대안을 내놓았다. 조순경 교수가 말한 것처럼 '(자신들이) 필요할 때는 여성들을 찾으면서, 여성들이 여성국회위원들을 필요로 할 때"는 침묵하는 여성국회의원들을 내세우기 위해 네트워크는 여성단체들과 함께 여성국회의원, 환노위 의원들에게 질의서를 보내는 등의 활동을 추진하고 있다. 특정 여성들의 정계 진출을 여성의 정치세력화로 포장하고, 이를 통해 여성운동의 성과를 쌓기 위한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주류 여성운동 진영의 흐름과 여성노동네트워크의 활동은 한 치도 다르지 않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네트워크가 압박을 가하고 협상해야할 대상에는 노동조합도 포함되어 있다. 교수모임의 명의로 제시했던 정규직 임금 인상 억제를 통한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서인지 네트워크는 철도노조, 공공연맹, 민주노총 위원장과의 면담도 추진하고 있다. 비정규직 투쟁에 연대하고자 한다면 정규직 노조가 임금 삭감이라는 결단을 취해줄 것을 요구하는 이들의 입장에는 기득권을 가진 정규직 노조를 압박하는 것이 여성운동의 역할이라는 인식이 전제되어 있다. 이러한 활동 양식이 정규직에 대한 공격을 정당화하는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에 편승하고 있다는 점은 앞서 지적하였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지점은 여성노동자 운동을 어디서부터 시작할 것인지에 대한 관점의 차이에 있다. 네트워크는 KTX 문제가 아직까지 해결되지 못하고 있는 것을 '성차별' 사안이 아닌 '비정규직' 사안으로 투쟁을 이끌어온 남성 정규직 노조의 대응에서 그 실패 원인을 찾고 있다. 그러나 노동운동의 몰성성이 여성노동자의 비정규직화의 "원인"은 아니다. 노동운동이 신자유주의의 공격을 여성의 희생을 대가로 극복하려는 불가능한 시도를 추진한 결과 전반적인 노동 유연화와 노동조건의 하향평준화라는 후과를 경험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여성운동도 노동의 불안정화라는 상황에 대응하는 데 실패해왔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더욱이 여성운동에 대한 자기비판을 철저히 수행하지 못한 채 '남성정규직' 노조를 비판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네트워크의 입장이 정규직 노조에 대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상대적 박탈감이나 불만을 확대하는 방식과 맞물린다면 노동운동에 미치는 해악적인 영향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나아가며
네트워크의 활동은 여성노동자 투쟁에 함께 하는 여성운동의 대표적인 활동으로 비춰지고 있다. 네트워크의 반노조적인 입장과 압력단체로서의 활동은 노동운동과의 결합을 약화시키려 하고 있으며, 노동운동진영에 여성운동에 대한 편견을 심어줄 여지가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다. 기간 여성운동이 여성노동자의 투쟁을 방기했다는 반성적 평가는 여성운동의 신자유주의 비판의 관점, 실천 활동에 대한 근본적인 반성과 평가로 이어져야 할 것이다.
여성이 처한 착취와 차별을 법/제도적 정비를 통해 개선하려던 여성운동의 전략은 일부 여성들에게 혜택을 주었을지는 몰라도 대다수 여성에게 적용되지도 못했고, 이러한 현실을 은폐하고 여성의 지위가 향상되었다는 관념만을 낳았다. 누가 누구를 대표하거나 대리해서 압력을 행사하는 방식이 아닌 주체화를 통한 여성운동의 확대가 필요하다. 성별 차이를 이용하여 노동자에 대한 분할과 착취를 확대하는 신자유주의에 대한 비판과 노동권 쟁취로 환원되지 않는 여성의 권리에 대한 인식에 기반한 운동을 통해 여성노동권의 단초를 고민할 수 있을 것이다. 신자유주의에 저항하는 여성운동의 주체를 형성하기 위한 대중운동의 기획, 여성노동자 조직화를 위한 전략을 수립하기 위한 활동에 여성운동이 나서야 한다.
당일 논의는 KTX 투쟁 개괄, 이에 대한 여성운동의 대응에 관해 이뤄졌다. 토론 제안자인 조순경 교수는 그간 여성노동자의 투쟁에 대한 '우리 여성(주의자)들, 그리고 여성노동운동 차원의 지원이 매우 미흡했다고' 평가하면서 동시에 '남성 중심의 노동조합, 정규직 중심의 노동운동의 여성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운동이 립 서비스 차원에 그치고 있다는 비판' 또한 잊지 않았다. 그러나 정작 주류 여성운동에 대한 내재적 비판 지점은 무엇인지, 그녀들의 제안대로 새롭게 시작될 여성운동은 무엇을 변화시켜야하는지, 네트워크의 활동 목표는 무엇인지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진행되지 않은 채, '여성노동네트워크'(이하 네트워크)는 꾸려졌으며 이후 꾸준하게 토론회나 여론작업, 기자회견 등등의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네트워크가 KTX 파업 투쟁 해결을 위해 접근하는 입장과 활동방식에 대해 비판적으로 검토하고자 한다.
신자유주의 비판의 관점 없는 개별 사건화의 한계
네트워크가 KTX 승무원 문제를 대하는 관점은 "어떻게 해서라도" 승무원들을 정규직으로 복직시켜주겠다는 것에만 치중된 듯하다. KTX 파업 투쟁을 신자유주의에 대항하는 여성노동자 주체형성의 관점에서가 아니라 개별 사건화시켜 해결해주겠다는 것이다. 네트워크의 초동 제안자인 조순경 교수가 ('노동부의 공정한 판정과 KTX 승무원 직접 고용을 촉구하는 교수모임' 의견서 중에서)투쟁을 시작한지 반년이 지나서야 내놓은 KTX 승무원 파업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은 바로 '3급 이상 정규직 임금 인상율 조정'이나 '공기업 경영평가 결과(에 따라 지급되는) 정규직 성과급으로' 경영상 비용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통계수치 발표였다. 공공부문을 외주화, 비정규직화하는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에 맞선 승무지부의 투쟁을 정규직의 임금 인상분을 깎아서 비용을 조달하는 방식으로 해결하겠다는 발상이 정규직의 고임금이 사회양극화의 원인이라며 정규직 노동자들을 공격하는 노무현식 양극화 해소, 고통분담이데올로기와 무엇이 다른가. 그렇다면 대학 구조조정 때문에 비정규직으로 노동하는 시간제 강사들의 노동권 문제도 KTX 사안에 대해 제안한 방식으로 왜 당장 시행하지 않는 것인지 묻고 싶다. 설사 철도공사 내에서는 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삭감으로 KTX 정규직화가 실현될 수 있을지 몰라도, 이러한 '대안'은 고작 일부 대기업 사업장에서나 적용 가능한 방안에 지나지 않는다. 대다수의 여성노동자들은 5인 미만의 중소 영세 사업장에서 노동하며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노동조건이 별반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신자유주의의 양상을 적확하게 인식하지 못한 채 KTX 사안에만 매몰된 이러한 인식의 사례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승무원의 정규직화 요구가 정당함에도 불구하고 반년이 넘는 투쟁을 철도공사가 철저한 탄압으로 일관하고 있는 이유는 KTX 불법파견이 인정될 경우 공공부문에 미칠 파장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철도 내에 청소나 매표 업무 등을 수행하는 외주 인력은 약 3000여명에 달한다. 철도공사에게 KTX 사안은 공공부문 외주화를 지켜내기 위한 방패막과 같다. KTX 승무원들도 투쟁을 지속해오면서 KTX 외주화와 연관되어있는 공공부문의 구조조정, 신자유주의 정책에 대해 인식과 투쟁의지를 넓혀가고 있다. 그러나 정작 조순경을 비롯한 교수모임은 의견서를 통해 오히려 철도공사와 정부에게 KTX 불법 파견 인정이 미치는 파장을 우려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고 있다. 이들은 철도 내에서 직접고용을 해야 하는 업무는 '매표나 청소 업무 등의 외주업무'가 아닌 단지 현행법상 파견 대상 직종이 아닌 '승무업무 뿐'이라고 일깨워주고 있다. 파견법 자체가 이른바 여성 직종을 다수 포함하고 있으며, 파견 등의 간접고용으로 인해 수많은 노동자들이 노동권을 박탈당하고 있는 현실에 대해 이들은 인식하고나 있는 것인지 의심스럽기 그지없다. 이들은 신자유주의가 여성에게 미치는 무권리, 착취의 현실을 생생하게 알지도 못한 채 그저 한 '사건'을 해결해 주겠노라고 호언장담하고 있을 뿐이다.
여성운동, 압력단체의 활동에 머물러서는 안된다
네트워크가 KTX 문제 해결을 위해 하는 활동은 국가기관에 대한 압력 행사에 한정되고 있으며 이러한 흐름은 더욱 강화되고 있다. 네트워크는 '노동부의 불법파견에 대한 결과 발표와 국가인권위원회의 KTX 승무원 간접고용의 성차별성 판단을 앞둔 시점에서 국가기관의 올바른 판단과 철도공사의 성차별적 고용 시정을 촉구'하기 위해 토론회를 기획하거나 교수모임을 조직하여 청와대와 노동부 등에 의견서를 전달하는 등의 활동을 벌였다. 그러나 여성운동의 영향력을 활용하여 성차별이나 불법파견에 대해 공정한 판결을 이끌어 내겠다는 소박한 발상은 뜻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국가인권위가 KTX 승무업무 외주화는 성차별적 고용구조라는 판정을 내리고 철도공사로 하여금 시정 명령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결정은 어떠한 강제력도 없었다. 국가인권위 판정과 달리 서울지방노동청은 적법 도급 판정을 내려 진실을 왜곡하는 철도공사와 정부의 정치적 영향력을 여지없이 보여줬을 뿐이다. 그러나 네트워크는 이러한 결과를 노동자를 탄압하는 데 활용되는 법과 국가기구에 대한 근본적인 비판으로 연결하지 않은 채 또다시 국가기구를 압박하려 하고 있다. 네트워크는 여성노동자 투쟁에 미흡했다고 비판했던 주류 여성단체와 함께 공동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더욱 강력한 압박을 가하기 위해 여성계 원로급 인사들과의 접촉을 기획하고 있다.
급기야 조순경 교수는 'KTX 사건 노동부 판정의 허와 실'이라는 제목으로 열린 토론회에서는 국가기구와 법의 '정치력 결정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정치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여성정치인이 나서야 한다'(당일 토론회 발제문이 제출되지 않아, 일다 「법적으로 불법파견 혐의 벗기 어렵다.」 2006년 10월 11일자 기사 인용)는 대안을 내놓았다. 조순경 교수가 말한 것처럼 '(자신들이) 필요할 때는 여성들을 찾으면서, 여성들이 여성국회위원들을 필요로 할 때"는 침묵하는 여성국회의원들을 내세우기 위해 네트워크는 여성단체들과 함께 여성국회의원, 환노위 의원들에게 질의서를 보내는 등의 활동을 추진하고 있다. 특정 여성들의 정계 진출을 여성의 정치세력화로 포장하고, 이를 통해 여성운동의 성과를 쌓기 위한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주류 여성운동 진영의 흐름과 여성노동네트워크의 활동은 한 치도 다르지 않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네트워크가 압박을 가하고 협상해야할 대상에는 노동조합도 포함되어 있다. 교수모임의 명의로 제시했던 정규직 임금 인상 억제를 통한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서인지 네트워크는 철도노조, 공공연맹, 민주노총 위원장과의 면담도 추진하고 있다. 비정규직 투쟁에 연대하고자 한다면 정규직 노조가 임금 삭감이라는 결단을 취해줄 것을 요구하는 이들의 입장에는 기득권을 가진 정규직 노조를 압박하는 것이 여성운동의 역할이라는 인식이 전제되어 있다. 이러한 활동 양식이 정규직에 대한 공격을 정당화하는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에 편승하고 있다는 점은 앞서 지적하였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지점은 여성노동자 운동을 어디서부터 시작할 것인지에 대한 관점의 차이에 있다. 네트워크는 KTX 문제가 아직까지 해결되지 못하고 있는 것을 '성차별' 사안이 아닌 '비정규직' 사안으로 투쟁을 이끌어온 남성 정규직 노조의 대응에서 그 실패 원인을 찾고 있다. 그러나 노동운동의 몰성성이 여성노동자의 비정규직화의 "원인"은 아니다. 노동운동이 신자유주의의 공격을 여성의 희생을 대가로 극복하려는 불가능한 시도를 추진한 결과 전반적인 노동 유연화와 노동조건의 하향평준화라는 후과를 경험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여성운동도 노동의 불안정화라는 상황에 대응하는 데 실패해왔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더욱이 여성운동에 대한 자기비판을 철저히 수행하지 못한 채 '남성정규직' 노조를 비판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네트워크의 입장이 정규직 노조에 대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상대적 박탈감이나 불만을 확대하는 방식과 맞물린다면 노동운동에 미치는 해악적인 영향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나아가며
네트워크의 활동은 여성노동자 투쟁에 함께 하는 여성운동의 대표적인 활동으로 비춰지고 있다. 네트워크의 반노조적인 입장과 압력단체로서의 활동은 노동운동과의 결합을 약화시키려 하고 있으며, 노동운동진영에 여성운동에 대한 편견을 심어줄 여지가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다. 기간 여성운동이 여성노동자의 투쟁을 방기했다는 반성적 평가는 여성운동의 신자유주의 비판의 관점, 실천 활동에 대한 근본적인 반성과 평가로 이어져야 할 것이다.
여성이 처한 착취와 차별을 법/제도적 정비를 통해 개선하려던 여성운동의 전략은 일부 여성들에게 혜택을 주었을지는 몰라도 대다수 여성에게 적용되지도 못했고, 이러한 현실을 은폐하고 여성의 지위가 향상되었다는 관념만을 낳았다. 누가 누구를 대표하거나 대리해서 압력을 행사하는 방식이 아닌 주체화를 통한 여성운동의 확대가 필요하다. 성별 차이를 이용하여 노동자에 대한 분할과 착취를 확대하는 신자유주의에 대한 비판과 노동권 쟁취로 환원되지 않는 여성의 권리에 대한 인식에 기반한 운동을 통해 여성노동권의 단초를 고민할 수 있을 것이다. 신자유주의에 저항하는 여성운동의 주체를 형성하기 위한 대중운동의 기획, 여성노동자 조직화를 위한 전략을 수립하기 위한 활동에 여성운동이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