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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총파업의 현실, 그리고 희망

현장에서 듣는다

노동국 | 인터뷰 & 정리
11월 15일 민주노총 경고파업이 진행되었다. 전국적으로 14만 5천여명 참가한 경고 파업을 통해 민주노총은 총파업, 총궐기 승리의 결의를 다졌다. 민주노총은 이날까지 진행한 총파업 찬반투표를 진행한 결과 실제 투표를 실시한 노조의 조합원 수 59만 943명 중 31만 9천 873명(투표율 53%)이 참여해 63.72%가 찬성표를 던져 총파업을 가결시켰다.(사진출처: 참세상)

올해도 어김없이 민주노총은 총파업을 한다. 보수언론은 올해만 일곱 번째 총파업을 한다면서, 조합원들의 반응은 싸늘하다고 공격하고 있다. 노동자운동 내에서도 총파업을 남발하지 말고 오랫동안 준비해서 큰 싸움을 하자는 입장들도 있고 이와 달리 형식화되고 관료화된 총파업을 넘어 실질적인 아래로부터의 총파업을 만들어야 한다는 입장들도 있다. 최근 민주노총 선거에서는 이 문제가 핵심적인 쟁점이 되었고 준비된 총파업을 내걸은 지도부가 당선이 되기도 했다.
민주노총이 총파업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일차적으로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노동자들의 삶을 극단적인 상황으로 내몰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 전반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이러한 공세는 노동자로 하여금 국가를 상대로 하는 총파업을 선택하게 만든다. 하지만 역으로 민주노총 조합원 사이에서조차 총파업에 적극적으로 나설 만한 충분한 동의가 형성되지 않고 있다. 결국 총파업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총파업이라고는 볼 수 없는 총파업이 진행되고 형식과 내용의 괴리는 반복되고 있다.
총파업 문제는 노동자운동 내에서 자주 논란의 대상이 되어 왔다. 총파업은 대대적인 대중 봉기부터 대단히 관료화된 경고성 파업까지 다양한 투쟁들을 포괄하며 경제적 목적, 국가 탄압에 대한 저항, 다양한 정치적․사회적 요구를 쟁취하고 방어하는 등 다양한 목적을 위해 일어났다.
19세기에 주로 생디칼리스트들의 전술이었던 총파업투쟁은 보통선거권을 요구하는 차티즘운동으로 계승되어 커다란 성과를 올리게 된다. 1891년 노동절에 벨기에의 왈룬 지역 탄광노동자들이 주축이 된 10만 명의 노동자들이 참정권을 요구하는 총파업 투쟁을 벌였고 많은 대중의 지지를 받으며 결국 정부의 부분적인 양보를 얻어낸다. 훗날 레닌이 러시아 혁명의 '예행연습'이었다고 부른 1905-6년 러시아의 총파업은 노동자들의 총파업이 대대적인 봉기로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러한 사건을 거치며 당시 독일사민당 내에서는 총파업을 둘러싼 논쟁이 벌어졌다. 통제되지 않은 대중파업은 위험하며 총파업은 언제나 당과 지도부의 통제에 있어야 하는 근본적으로 방어적인 무기라는 주장과 총파업의 과정에서 출현하는 대중파업은 노동자 투쟁을 좀 더 효과적으로 만들기 위해 개발한 기발한 방식이 아니라 노동자들의 투쟁의 방식이며 자발적인 혁명적 에너지가 분출하는 것임을 강조하며 이러한 투쟁을 국가에 대한 대대적인 봉기로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대립했다.
이처럼 총파업은 분명 노동조합의 강력한 투쟁의 수단이지만 그 파괴력 때문에 정부를 압박하고 정치적 혹은 경제적 요구를 달성하기 위한 제한적이고 방어적인 수단으로 되거나 아니면 체제에 대한 대중적 봉기를 이끌어 내거나 혹은 그러한 봉기 중에 출현하여 봉기를 더욱 확대시키는 노동자들의 투쟁의 방식으로 될 가능성 모두를 가지고 있다.
올해 민주노총의 총파업은 전체 민중총궐기 계획의 일부로 준비되고 실행되고 있다. 하지만 민주노총의 총파업이 전체 민중의 봉기를 선동하고 이끌어내기는커녕 조합원들을 집회에 참석시키기도 버거운 상황이다. 예년처럼 국회의 의사결정에 압박을 가하기 위한 대대적인 대중동원, 상징적인 경고가 이번 총파업에서도 중심이 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방식의 총파업으로는 아무것도 얻지 못할 것이다. 총파업은 조합원들을 정치적으로 교육하고 단련시키는 공간이어야 하며 새로운 대중투쟁을 촉발하는 출발점이어야 한다. 총파업의 성과는 대중동원의 수가 아니라 조합원들의 정치적 의식의 변화를 기준으로 평가되어야 하며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실질적인 정치적 행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처럼 관료화된 형식적 총파업을 극복하는 것은 다름아닌 실질적인 대중투쟁을 만드는 데에서 출발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취지 하에 현장에서 총파업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조합원들과 실질적인 투쟁을 만들기 위해 고민하고 있는 단위노조 위원장들과의 인터뷰를 싣는다. 민주노총의 상황, 총파업 투쟁의 현실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와 함께, 총파업 투쟁을 조합원들의 실질적인 정치적 행동을 조직하는 계기로 삼고자 하는 현장의 생생한 고민을 들어보자.



총파업 현장 인터뷰 1

사활을 걸고 싸워야 하는 문제라면 사활을 걸고 싸워야 진정으로 승리할 수 있습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서울지부 남부지역지회 주연테크 분회장 곽은주



총파업 기간 중 바쁘신 와중에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현재 분회의 상황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해주십시오.

저희는 올해 초부터 준비를 해서 7월 7일에 노동조합 결성보고를 했습니다. 이제 4개월 좀 넘었죠. 간략하게 현재 분회 상황을 말하자면, 결성보고 후 두 달여 만에 임단협을 마무리하고 9월 6일에 조인식을 마쳤습니다. 지금은 노사협의를 진행해서 그간 현장에서 개선해야 할 사항에 대해 협의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주연테크가 18년 만에 코스피 상장을 했는데, 직원들에게 사주를 배당하지 않고 대표이사를 비롯한 친인척과 회사임원이 주식을 독차지하고 있는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회사의 진정한 주인인 직원들에 대해 최소한의 대우도 하지 않는 사측에 대해 분노하고 있습니다. 현재 노동조합에서는 회사를 위해 땀 흘려 일한 노동자들에게 우리사주를 배정할 것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습니다.
또한 공장부지 매입 건이 있는데 주연테크 같은 경우 거의 모든 노동자가 주부사원이라서 다른 지역으로 부지를 매입해 공장을 이전한다면 같이 갈 수가 없습니다. 따라서 노동조합과 합의 없는 공장이전은 없어야 한다는 입장이고 곧 대표이사와 면담을 할 예정입니다.
조합원들이 아직은 많은 부분 부족하지만 어떤 문제든 노동조합과 함께 하겠다는 의지가 대단하고 이런 의지 덕분에 회사가 노동조합을 무시하거나 대화를 거부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금속 서울 남부지회 분회마다 사안들이 있고, 격렬한 투쟁을 하고 있기도 합니다. 특히 외부에서는 구로지역 노동운동의 역사 정도만 알고 있는데, 평소에 분회 간 연대활동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나요?

요즘 새로 생긴 분회는 다 투쟁하는 사업장입니다. 공장 이전문제, 임금체불 문제 등 위기의 상황, 투쟁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분회가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최대한 안정적으로 분회를 꾸려가기 위해 여러 사업을 하다보면 다른 분회와 마음만큼 충분히 연대하지 못하게 됩니다. 연대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4개월 밖에 안 된 새내기 간부들이지만 실천을 통해서 간부들은 심정적으로 알아가고 있죠. 하지만 조합원들 경우 몸으로 실천하는 데 아직 부족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분회 간 교류를 활성화하고 왜 투쟁하는가를 서로 알게 하는 것이 더 필요합니다. 비정규직 문제, 고용안정 문제는 남의 문제가 아니잖아요. 그래서 간부들은 연대 투쟁이 있을 때 최대한 참여하려고 노력합니다. 그 연대의 힘으로 투쟁을 승리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죠.

22일, '노동기본권 쟁취! 사회양극화 해소! 한·미FTA 저지’ 1차 범국민 총궐기와 함께 민주노총 전면 총파업은 시작되었다. 민주노총은 최소 23만 명 이상이 전면 파업에 돌입할 것이라 전망하였지만 생각보다 총파업 참가율은 저조하였다.
(사진출처: 참세상)


분회 활동을 하면서 애로사항이 있다면 무엇이 있었습니까? 또 보람을 느낄 때가 있다면 언제였나요?

주연테크가 현장의 복지 시설이 갖추어져 있던 회사였다면, 이렇게 힘들진 않았을 겁니다. 임금부터 기초적인 복지시설까지, 당연하게 있어야 할 것들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하나하나 만들어내려니까 싸워야 할 일이 너무 많습니다. 예전에는 박스 위에서 밥을 먹고 그랬어요. 식당도 최근에 만들어진 것입니다. 월급도 최저임금 수준이었지요. 또 산재 역시 전혀 인정하지 않았고요. 최근에 조합이 만들어지면서 조합원 두 분이 산재처리를 받았습니다. 이렇듯 노동조합이 생기면서 투쟁을 통해 노동조건과 조합원들의 삶을 바꾸어나가는 것이 눈에 보일 때 가장 보람이 있죠.

현재 수십 년 동안 노동운동을 하신 분들부터 보수언론에 이르기까지 노동자들은 이렇다 저렇다, 노동조합이 이런 문제가 있다 저런 문제가 있다 하는데 현장에서 느끼기에 어떠신가요?

1980~1990년대 노동조합을 만들 때와 지금 대중의 상태, 노동자들의 생각이 예전과 많이 다르다고 말들 합니다. 이기적이고 개인적이라는 것이죠. 하지만 저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가장 밑에서 고생하는 노동자들은 변함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이끌어 가는 활동가, 간부들이 얼마나 헌신하면서 앞장서려고 하는지가 더 중요한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이번 총파업을 조직하면서 남들은 우리 분회가 총파업을 조직하는 게 어려울 거라고 했어요. 노조를 건설한지 4개월밖에 안되었고 자기 투쟁 한번 해보지 않은, 임단협 투쟁 한번 해보지 않은 노조가 정치총파업을 어떻게 하겠느냐고 했었지요. 하지만 저희는 미약하지만 해냈습니다. 저는 이런 것들을 보면서 노동자는 하나라는 것, 세상의 변화를 바라는 가장 건강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노동자 투쟁이 잘 안 되고 있는 것이 노동자 대중을 탓할 문제가 아니라는 말씀이시군요. 지금 민주노총 총파업 중인데 실제로 분회나 지회에서 총파업 투쟁을 어떻게 준비하고 진행하셨는지 궁금합니다.

분회에서는 10월에 전 조합원 교육을 기점으로 교육을 시작했습니다. 민주노총이 왜 총파업을 하고자 하고 4대 요구안이 무엇인지, 총파업의 의의 등을 교육했습니다. 그 후에 여러 선전 작업을 하고 장기투쟁사업장과의 조합원 간담회도 했어요. 그 후 11월 15일 민주노총 경고파업 때 분회 간부 수준에서 경고 파업을 했고 11월 22일 총파업에는 조합원들과 함께 했습니다. 아쉬움은 많이 남지만 저희 분회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사업은 다 배치를 했었지요. 11월 22일에는 그 힘을 바탕으로 해서 파업에 동참할 수 있었고 조합원의 90%이상 참여를 이끌어 내었습니다.
사실 간부들의 적극적인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단순한 교육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투쟁 현장에 함께 할 수 있었고 감동도 배가되었던 것 같습니다. 분회 대의원들이 모두 40~50대 아주머니, 아저씨들인데 총파업 투쟁 현장을 직접보고 느낀 것을 조합원들에게 절절하게 얘기한 것이 조합원들의 마음을 움직인 가장 큰 힘이었던 것 같아요.
처음 총파업에 참여한 조합원들은 투쟁 대오에 60~70대 어르신도 많고 주부들, 여성들이 많다는 것에 상당히 놀랐고 안타까워했고 그만큼 절절한 느낌을 받아 온 것 같습니다.

말씀하신대로 신생 분회에서 정치 총파업을 한다고 했을 때 조합원들에게 부담이 되지 않겠느냐, 조합원들이 두려워하지 않겠느냐는 이야기들이 많았을 텐데요, 여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셨나요?

각오했습니다. 이것은 민주노총 4대요구안을 쟁취하는 투쟁이기도 했지만 비정규직, 한․미FTA 등 실제 우리 문제잖아요. 조합원들 중에는 그런 것들을 우리 문제가 아니지 않냐라는 의문도 있었지만 우리 문제라는 것을 전달하려고 많이 노력했습니다. 시청에 가서 보니까 간부들뿐만 아니라 조합원들도 이전 같으면 "왜 불 질렀냐, 왜 이렇게 폭력적이냐."라고 했을 것인데 22일 파업 때는 "언론을 100% 믿으면 안 되겠구나."라는 생각들을 했다고 하더라고요. 실제 투쟁을 통해 자기 자신의 문제로 느끼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쉽지 않은 걸음이었지만 한 걸음을 뗀 거죠.

현재 진행 중인 총파업에 대해 중간평가 하실 것이 있다면 해주십시오.

지금 당장 모든 것을 섣불리 평가하긴 힘들지요. 하지만 하나 생각이 드는 건 1996년 노동법개악안 날치기 통과를 저지하기 위해 총파업을 했을 때의 기세가 없다는 것이 문제인 거 같습니다. 지금 더 절박한 상황인데 그 당시 정도의 기세도 없는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이렇게 중요한 상황인데도 주말 집회조차 없고, 수요일마다 총파업하고 촛불집회만 해서 국민들에게 절박함을 얼마나 알려낼 수 있겠어요. 평일 총파업뿐만 아니라 주말 집회를 통해 국민들에게 대대적으로 알려내고 더 많은 조합원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11월 30일 비정규직 법안이 국회에서 날치기 통과되었다. 이에 민주노총은 즉각적으로 총파업을 선언하고 법안이 무효화될 때까지 매일 오후 2시에 전국동시다발 집회와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에 강력한 타격을 주는 항의투쟁을 전개할 것을 밝혔다. 이날 국회 앞에서는 분노한 노동자들의 격렬한 투쟁이 전개되었다.(사진출처: 민중의 소리)


총파업 투쟁 전술 자체가 좀 더 적극적이 되어야 한다는 말씀인가요?

그렇죠. 우리 스스로 족쇄를 만들어 놓은 것 같아요. 정말 강고한 투쟁을 벌여야 하는 상황에서 언론 플레이나 정부, 국회 상황에 보조를 맞추려고 하는 모습을 보이거든요.

많은 분들이 동감하는 부분인 것 같습니다. 현재 총파업뿐만 아니라 민중총궐기 투쟁까지 진행 중인데요. 민중총궐기 투쟁 준비와 조합원 교육 등은 어떻게 진행하셨나요?

조합원들이 오히려 민주노총 총파업 내용보다 한․미 FTA를 더 문제 있다고 느끼는 편입니다. 아마도 지난 여름에 한․미 FTA 반대 여론이 높아진 것 때문인 듯합니다. 분회에서도 지속적으로 교육을 해서 조합원들의 이해도는 꽤 높은 편입니다. 하지만 한․미 FTA의 문제만 갖고 무엇인가 실천하는 것이 만만치 않은 실정입니다.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11월 23일에 금속산별 완성 대의원대회가 열렸는데 이날 대의원대회 쟁점이 된 것 중 '한시적 기업별 지부' 문제가 있었고 그 외에도 상당히 많은 논란이 있었습니다. 이날 논란이 된 문제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사실 구체적으로 잘 모릅니다. 체계에 대해서도 대략적으로는 알지만 우리와 관련 있는 부분이 정확히 무엇인지, 어떤 내용이 논란 중인지 잘 모릅니다. 어찌되었건 정말 안타까운 것은 중소영세사업장 분회에 대한 내용이 없다는 것, 대기업 중심의 산별 완성 대대가 진행되는 듯한 모습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희가 그 내용을 접할 기회가 더욱 없는 것 같습니다. 결국 소외되는 느낌을 받게 되지요. 앞으로 금속산별이 편파적인 산별이 아니라 명실상부한 산별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대기업은 대기업대로 중소영세사업장은 중소영세사업장대로 자신이 버릴 것은 버리면서 큰 틀로 하나가 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12월 1일 대의원대회가 또다시 열리게 되니 그 결과를 본 후 더욱 구체적으로 말할 수 있을 겁니다.

마지막으로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지난 몇 년 동안 민주노총의 위기, 노동운동의 위기라는 말이 항상 있었습니다. 분회장님께서는 현재 노동운동의 혁신의 과제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저는 두 가지를 말하고 싶습니다. 첫째는 현장을 비워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상층 중심으로 활동하다보니 문제가 생기는 것 같습니다. 간부-활동가들이 밑으로부터 조직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물론 민주노총 중앙 사업도 중요하지만 이를 받쳐주는 것은 대중이잖아요. 둘째는 싸워야할 때 싸울 수 있는 민주노총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투쟁 없이 쟁취 없다는 것이 우리가 가장 많이 쓰는 구호잖아요. 투쟁이 절박하고 투쟁을 해야 하는 순간에 그때 민주노총이 그 자리에 없다면 조합원들 역시 결코 같이 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사활을 걸고 싸워야 하는 문제라면 사활을 걸고 싸워야 진정으로 승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매순간에 얼마나 최선을 다해 투쟁했느냐가 우리에겐 중요한 것 같습니다. 이번 총파업에서도 종종 보이듯 정말 중요하고 절박한 순간에 뒤로 한발 빠지는 듯한 모습으로는 조합원들을 적극적으로 조직할 수 없습니다. 간부들이 앞장서서 힘차게 투쟁해 나간다면 승리는 우리 것이 되겠죠.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현장 간부 동지들의 헌신적인 투쟁이 있기에 노동운동의 희망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회진보연대도 노동자들과 함께 끝까지 투쟁하겠습니다.



총파업 현장 인터뷰 2

현장이 움직이고 술렁이면 저들도 무시 못 하죠
공공연맹 의료연대노동조합 서울대병원분회 김애란 부분회장



민주노총에서 비정규법개악 저지, 노사관계 로드맵 저지, 한․미 FTA 저지, 산재보험법 개악 저지 등 4대 요구를 들고 지난 15일 경고파업, 22일 총파업 투쟁 등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이러한 총파업 투쟁이 노동운동 전체적으로, 그리고 서울대병원분회 차원에서는 어떤 의미를 갖고 있다고 보시는지요?

사안 하나하나가 굉장히 심각합니다. 한․미 FTA는 노동자를 포함하여 민중의 삶을 초토화시킬 것이고, 비정규직 법안은 정규직을 비정규직화하고 비정규직은 계속 비정규직으로 남게 하는 법이지요. 노사관계로드맵은 민주노조운동을 뿌리 채 날릴 수 있는 사안입니다. 산재보험법도 마찬가지예요. 예를 들어 허리가 아프면 병명이 요추부 염좌, 퇴행성 디스크 등 기본 세 개정도의 진단이 나오는데, 제일 가벼운 요추부 염좌 밖에 인정해주지 않아요. 노동자들이 산재 승인 받기가 하늘의 별 따기예요. 우리도 70일간 싸웠고 산재인정을 받은 적이 있어요. 산재노동자들은 또 복귀를 해도 안정적으로 이전의 노동을 하기 힘들죠. 이런 상황을 더 악화시키는 것이 산재보험법 개악입니다. 이렇게 어느 것 하나 노동자들의 삶과 권리를 빗겨 가는 것이 없고요, 나아지는 게 아니라 더 열악하게 하고 벼랑 끝으로 모는 것이에요. 이런 것들이 법제화되면 서울대병원 노동자도 자유로울 수 없겠죠. 이런 투쟁이 범노동자적으로, 범민중적으로 되어야 되는데 그렇게 되지 않고 있어요. 이유가 있다고 생각해요. 비정규직 법안 같은 경우 2004년부터 계속 투쟁했는데, 속된 말로 지금 김이 많이 빠져 있어요. 노동자들도 집중이 안 되는 상황이에요. 1987년 이후 노동자 투쟁이 이어져 오면서, 계급적으로 단결하고 의식화하는 운동이 없었기 때문에 비정규직 투쟁에 대한 진정성이 떨어지는 상황이 된 게 아닌가 해요. 이것은 지난 19년 동안 정규직 중심, 경제적인 실리 위주의 투쟁을 했지, 지향을 넓혀서 전체 노동계급을 대표하는 계급적인 운동과 투쟁을 하지 못한 상황의 반영인 듯합니다.
한․미 FTA도 노동자들이 앞장서서 싸워야 되는데 농민들이 주로 싸우고 있죠. 사실 노동자들이 한․미 FTA에 대해서 얼마만큼 자기 문제라고 인식하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아직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현장을 제대로 지도해 냈는지, 조합원들을 충분히 교육했는지 봐야 해요. 그런 조직화를 제대로 하지 않고 파업을 선언한다고 대중투쟁이 잘 되는 게 아니죠. 조합원들이 알면 스스로 분노하거든요. 물론 그렇다고 파업으로 바로 이어지는 건 아니지만, 마음을 모아내면 지금보다 양상이 달라질 수 있을 거예요.

그러면 조합원들에 대한 교육이나 선전 등을 통해서 잘 설득을 해내면 총파업이 잘 될 것이라고 생각하시는지, 아니면 공동의 요구를 내놓고 총파업을 하는 것 자체가 조합원들이 자기 문제랑 떨어져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보시는지요?

둘 다일 텐데요. 교육과 선전이 잘 되지 않았기 때문에, 투쟁의 내용은 심각한데 조합원들은 대상화되고 대리투쟁을 하는 식으로 되고 있죠. 우리 스스로 보기에도 민망할 정도로 총파업은 총파업이 아니죠. 우리 투쟁의 내용이 현장까지 정확하게 전달되기 위해서는 다양한 방식이 있을 거예요. 예를 들어 예전에 우리 지부는 삼각 손깃발을 만들어 차량 앞에 꽂고 다니기도 했고, 스티커 만들어 조합원들 차에 붙이게 했었는데 반응이 좋았어요. 택시 노동자들이 그런 걸 할 수 있죠. 병원에 있는 우리들은 환자와 보호자들한테 선전전을 하거든요. 그 사람들은 최소한 투쟁하는 노동자들한테 삿대질은 하지 않죠. 현장의 사업과 투쟁을 조합원들과 밀착해서 하지 않으면 아무리 총파업을 얘기해도 안 되는 거예요.

노동운동 내에서도 금속 중심으로만 파업하는 한계를 넘어서야 한다는 제기도 많습니다.

자기가 속해 있는 사업장에서부터 파업 동의를 받아내고 실천적으로 조직해 내야죠. 서울대병원의 경우 간호사들이 18명의 자기 환자를 포기하고 나와야 되는 거예요. 환자가 오든 말든 자기가 일하는 곳의 셔터를 내리고 나와야 하는 거죠. 그게 파업이에요. 조합원들은 어마어마하게 힘든 거죠. 막 떠들기만 한다고 파업이 되는 게 아니죠. 정말 결단을 하고, 이 파업의 정당성이 뭔지, 왜 우리가 함께 모여야 되는지, 얼마만큼 싸워야 되는지, 싸우면 얼마나 바꿀 수 있는지 등을 조합원들과 공유하고 결의해야 되거든요. 이런 것들이 잘 안 되는 거죠.
병원은 삼교대로 돌아가니까, 이 조합원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건 불가능해요. 그런 조합원들한테 계속 24시간 돌아다니면서 상황을 얘기하고 설득해서 파업 한번 해보자 해야 되는 거예요. 서울대병원 조합원이 2,100명인데 임단협 투쟁을 조직하더라도 현장 조직화를 두세 달은 지속해야합니다. 한 번 두 번 얘기해서는 안돼요. 계속 작업을 해야 돼요. 그 대오를 몇 달을 훈련하고 교육하고 조직하는 것도 힘든 거죠. 총파업 같은 큰 사안을 놓고 간부들하고 얘기해보면 그래요. 우리 조합원들도 개량화 되어 있고 자기 실리적 문제가 아니면 별개로 보기도 하죠. 다른 사업장들도 마찬가지라 생각해요. 금속이 왜 가능하냐고요? 금속은 라인을 세우잖아요. 라인을 세우면 일을 못하니까 같이 나와야 되는 거예요. 노동과정이 다르고, 아직 금속의 현장이 건강하니까 되는 거죠. 그래도 대오가 예전 같지는 못하고, 노동조합이 깃발을 든다고 조합원들이 다 가는 건 아니죠.

보수언론에서도 올해만 일곱 번째 총파업했다고 하면서, 조합원들의 반응은 싸늘하다고 공격하고 있습니다. 총파업을 남발하지 말고 오랫동안 준비해서 큰 싸움을 하자는 입장들도 있습니다. 지금 민주노총 지도부도 그렇고요. 그렇지만 막상 또 총파업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니 총파업을 하는 건데, 총파업이라고는 볼 수 없이 형식과 내용이 괴리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봅니다. 이런 상황을 어떻게 타개해야 할까요?

1997년에 노동법 개악 저지 총파업을 했지요. 물론 지금은 그 때와는 상황이 많이 바뀌었죠. 세상을 바꾸는 파업 얘기를 들었을 때, 피식 웃기는 했는데요, 사안이 심각하고 그렇게 중요하다면 현장부터 점검하고 준비해야 해요. 내일 숫자가 얼마나 나올 건지가 아니라 단위 사업장에서 조합원 모임, 부서 간담회, 토론이 얼마나 되었는지 조합원들이 어느 정도 알고 있는지를 점검해야죠. 2006년 5월 1일 세상을 바꾸는 파업하자고 했는데, 사람들 말이 “파업을 할 만한 상황이 되면 파업을 하는 거지 5월 1일만 기다리고 있을 것이냐.” 라고 얘기하거든요. 저라면 이렇게 할 거 같아요. 국회 일정 따라서 잡는 게 아니라 파업 일자를 정확하게 정하고 몇 개월 전부터 비정규직 법안을 걸고 파업 준비를 하는 거죠. 그게 노동절이라면 그걸 기점으로 걸고 현장을 조직하는 거죠. 그게 실제로 준비가 되면 정부와의 교섭은 당연히 뒤따라올 겁니다. 정부가요, 머릿수 하나까지 세요. 단위 사업장에서 몇 명 나갔다는 보고가 즉각 올라가잖아요. 실제로 현장이 움직이고 술렁이면 저들도 무시 못 하죠. 다시 현장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비정규직은 세습되는 거예요. 비정규직끼리 결혼해봤자 둘이 벌어 이백만 원 아녜요. 교육비는 또 얼마나 듭니까. 이런 현실을 조합원들한테 정확하게 얘기 해야죠.

이번 서울대병원 임단협 투쟁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유래 없이 오래 진행됐어요. 올해 산업노조를 먼저 만들자고 해서 임단협이 뒤로 배치됐죠. 그래서 9월 1일 발기인 대회를 해서 의료연대노조를 만들어졌죠. 그 직후 동아대병원이 파업을 했죠. 경상병원은 여태 파업을 하고 있구요. 경북대도 며칠 파업했고요. 올해 임단협에서는 비정규직 문제가 가장 중요했어요. 비정규직 문제를 현장에서 막아내지 못하면 와르르 무너지거든요. 2년 이상 일한 비정규직을 당장 정규직화하고 그 이하 일한 비정규직에 대한 정규직화 계획을 내놓으라고 한 거죠. 이게 임단협 마지막까지 갔죠. 이번 임단협이 총파업, 총궐기와 비슷한 날짜에 배치되었는데 11월 21일 파업전야제 때 교섭이 마무리되어 22일 총파업, 총궐기에는 결합하지 못했습니다. 안타깝지만 이것이 지금 노조운동의 현실입니다.
조합원들이 옛날에는 임금인상 투쟁하자고 하면 움직였어요. 지금은 임금인상을 걸고 파업 하자고 해서는 잘 안 움직여요. 비정규직 문제, 환자 환경 개선, 의료제도 문제 등의 얘기를 많이 하는데 조합원들이 동감은 많이 하지만 이러한 사안으로 파업까지 가는 건 힘들죠. 그나마 예전부터 의료민주화 투쟁을 했기 때문에 공공의료 문제를 조합원들이 당연한 투쟁요구사안으로 생각하지만 만약 나머지 현안이 다 해결되었는데 공공의료 요구안이나 비정규직 요구안만 남아 있다면 이걸로 파업을 유지하기는 힘들어요.
이번에 타결된 현재 잠정합의안은 5년 이상 근무자는 2007년도에, 3년 이상 근무자는 2008년도에, 2년 이상 근무자는 2009년도에 정규직 전환을 한다는 내용이에요. 2년 미만 근무자에 대한 부분은 이끌어내지 못했죠. 2007년 투쟁의 과제로 넘어갔고 그 전에 병원이 함부로 계약해지를 못하게 하는 투쟁을 해야죠.

의료연대노조에서 비정규직 조직화를 중심 사업으로 하고 있다고 들었는데요.

미조직 비정규직 병원노동자 조직화를 위해 ‘희망터’라는 센터를 만들었어요. 서울에 있는 중소 병․의원 실태파악과 의식조사 등을 하고 몇 개 전략 대상을 정해서 지역지부 활동가들이 조직화를 하려는 것이지요. 중소병원 같은 경우 노동조합 만들면 많이 깨지거든요. 위장폐업해서 다른 데 가서 다시 병원 차리기도 하고요. 그런 게 아니라 노동자를 하나하나 조직화하려고 합니다. 노동조합 만들어서 양적인 성과만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더디게 가더라도 노동자의 의식화를 이루어내려고 합니다. 활동하는 노동자를 묶어내는 것이 필요합니다. 우리 같은 정규직들이 느닷없이 비정규직 노동자들한테 노조 만들자고 하면 거부감이 있을 수 있으니 이것은 조직활동가들이 담당하지만 하지만 현재 노동조합운동을 하는 활동가들도 활동의 한 영역으로 중요하게 사고하고 같이 하려는 것이 계획입니다. 미조직 비정규직 노동자를 조직하는 사업을 이제는 구체적인 실천으로 옮기고자 하는 것이지요.

끝으로 앞으로의 전망이나 민주노조 운동 혁신과 관련하여 하시고 싶은 말씀을 부탁드립니다.

저는 민주노조 운동의 전망은 노동해방이라고 생각해요. 그건 예전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문제는 지금과 같이 어려운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하느냐죠. 상층에서 권력 중심으로 인맥 만드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다시 건강한 현장을 만들기 위해 조합원들을 조직하고 교육하는 게 중요해요. 무엇보다 교육이 참 중요해요. 우리도 조합원 하루 교육이나 분기별 교육, 간담회 등을 많이 하는 편이지만 예전에 비하면 조합원들이 많이 참가하는 건 아니거든요. 그렇지만 늘 조합원들과 함께 하면서 얘기하고 교육해야 조합원들의 생각도 알 수 있고, 사측 논리로 넘어가는 것도 막을 수 있죠. 그리고 교육하고 아는 만큼 바뀐다고 생각해요. 그 속에서 활동가들도 발굴해 낼 수 있고요.
개인적으로 보면 저도 노동운동에 발을 들여놓은 지 20년이 넘었어요. 가정도 있고 애들도 있어서 두 가지를 함께 하는 것이 어려울 때가 많지요. 그래도 할 수 있을 때까지 노동운동 하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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