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공공성 확보를 위한 외침
"영등포역은 역을 이용하는 모든 이들을 위한 공공의 공간입니다."
철도·지하철역의 현실
얼마 전 서울도시철도공사의 148개역 전체를 민간업체에 넘기겠다는 계획이 발표되어 떠들썩했었다. 이 계획은 결국 서울도시철도공사와 서울시의 완력관계에 의해 철회되긴 했지만 역사 민간위탁, 역무무인화 등의 계획은 각 철도·지하철공사의 기본적인 구조조정 프로그램으로 역사를 수익창출의 도구로 이용하겠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 이미 서울에서도 신규 역들과 9호선은 사업계획부터 역사 외주화를 기본방침으로 하고 있으며 인천, 부산, 대구, 대전, 광주지하철의 역사 일부는 민간위탁으로 운영되고 있다. 특히 부산지하철의 경우 전 역사에서 무인매표가 이뤄지고 있다. 이러한 역사 민간위탁, 역무무인화 정책은 역사의 의미를 열차이용객의 매표 및 대기행위를 위한 영업시설로 한정하는 것으로서 시민을 위한 어떠한 형태의 공적서비스 및 안전시스템도 구축하지 않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철도의 경우 1984년 '국유철도 재산의 활용에 관한 법'이 제정되면서 민자역사의 건설이 본격화되었다. 민자역사란 민간자본을 유치해 지은 역을 통칭하는 것으로 주로 백화점 등 상업자본이 참여하고 있다. 현재 영등포역을 비롯해 전국의 9개 철도역이 민자역사로 운영 중이며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추세다. 민간자본을 선정하는 기준 중 전체의 70%가 상업성에 관련된 항목들이며, 시민의 공간이어야 할 역에서 공공성 평가 항목은 30%밖에 되지 않는다. 또한 법률상으로 민자역사 전체 면적의 90%까지 상업시설을 허용하고 있어, 역무시설 중 역무지원시설을 제외하면 고작 5% 정도만이 대합실, 이동통로 등 여객이용시설이다.
출처 : 철도공사/ 2006 국정감사 정희수의원실 보도자료
여객이용시설의 규모는 '자산개발사업규정'에 의해 30년 후의 당해 역 이용여객추정치를 기준으로 산정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협소한 편이다. 역무시설의 규모를 산정함에 있어 더 많은 상업공간의 확보를 위해 이용객을 과소 추정하기 때문이다. 또한 대합실이나 이동통로 등은 상업시설과 맞물려 있어 철도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상업공간을 거쳐 갈 수밖에 없는 구조로 변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협소한 시민들의 공간에까지 임시·상설매장이 들어서 자유로운 이동을 침해하고, 유사시 안전까지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역사는 하루 수만 명이 이용하는 공공의 장소로서 시민들의 편의시설, 교통약자들을 위한 시설확보 및 시민들의 생명을 보호할 수 있는 안전관리 시스템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장소지만 현재 이는 도외시된 채 대규모 상업화가 광범위하게 진행되면서 역의 공공성은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이동권을 제약하고 열차이용객의 이동을 위한 공간을 돈벌이의 수단으로 이용하는 한 언제 어떻게 더 큰 사고가 생길지는 아무도 모른다. 수만 명이 이용하는 역을 공공의 장소로서 국민들에게 돌려주고 시민을 위한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
역사공공성 확보를 위한 첫 걸음
민자역사의 무분별한 상업주의에 맞서 백화점 상업시설로서의 역이 아닌 오롯한 시민의 공간으로서의 역을 만들기 위해 2005년 시민사회단체들이 모였다. 역사 공공성 확보를 위한 첫 걸음을 민자역사 중에서도 가장 문제가 많은 영등포역에서 딛기로 하고 철도노조, 민주노동당 영등포구 위원회, 문화연대, 장애인이동권연대, 민주노동자연대, 영등포산업선교회 등 각 단체들은 <영등포역 공공성 확보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영등포역 공대위)>를 구성하였다.
영등포역은 하루 12만 명이 이용하는 대규모 역사지만 91년 민자역사화 된 후, 원칙적으로 상업행위를 할 수 없는 3층 공용통로에서 롯데백화점이 영업할 수 있도록 특혜를 베풀고 있었다. 3층 공용통로와 지하대합실에는 시민을 위한 편의시설은 전무한 채 상업시설만이 무분별하게 배치되어 이동조차 굉장히 불편한 상황이다. 또한 영등포역 정문에는 교통약자를 위한 엘리베이터조차 설치되어 있지 않다. 임시방편으로 정문으로 부터 60m정도 떨어진 직원용 엘리베이터를 사용하도록 하고 있지만 이를 이용하는 사람은 거의 없고, 대부분은 롯데백화점의 엘리베이터를 이용하고 있는 실정인데, 이조차 백화점이 문 닫는 시간이면 사용할 수 없다. 또한 영등포 지역의 주민들이 서점, 우체국 등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영등포역의 앞과 뒤를 오가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꼭 상업시설이 배치되어 있는 3층 공용통로를 지나야 한다. 하루에 몇 번씩 가파른 계단을 오르내리는 건 큰 불편이다.
<영등포역 공대위>는 이러한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 '3층 공용통로 영업행위 중지, 3층 지하 대합실의 상업시설 재정비 및 의자 등 편의시설 설치, 지역주민을 위한 지하직선통로 개설 등을 요구'하였다. 한편 지난해 9월, 영등포역에서 벌어진 노숙인 방화셔터 압사사건 이후 <노숙인 복지와 인권을 실천하는 사람들(노실사)>이 <영등포역 공대위>에 결합하면서 역사내의 노숙인 문제도 깊이 고민하게 되었다. 이에 사회위기계층을 위해 의료적·행정적 지원을 담당하고, 사회복지·공공서비스의 자원을 연계하며, 응급상황 발생 시 신속한 현장대응으로 역 이용객의 안전도 보장할 수 있는 'SOS위기개입센터(가칭)'의 설치도 추가적으로 요구하게 되었다. 이러한 요구안을 바탕으로 철도공사, 롯데백화점, 영등포구청 등에 민원접수, 항의방문 등의 활동과 매주 금요일 영등포역의 공공성 확보의 내용을 중심으로 시민들을 만나며 선전전과 서명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현재까지 266회 정도의 선전전을 진행했고, 약 3,000여명의 서명을 받은 상태다.
변화하는 영등포역
<영등포역 공대위>는 발족 이후 1년 8개월간의 일상적인 선전활동을 비롯해 영등포역의 실질적인 변화를 도모하기 위한 방안으로 국민고충처리위원회 민원 접수, 3층 공용통로의 영업행위 문제에 대한 감사원 감사청구 등의 활동도 진행하여 괄목할 만한 성과를 얻었다.
지난해 10월에 통보된 감사원 감사내용을 보면 롯데백화점은 최근 3년 간(2003년~2005년) 공용통로에서 241억 원의 매출액과 51억 5,400만원의 수익을 얻어 이를 독차지 한 것으로 확인되었고, '국유철도재산 점용허가서'에 의하면 공용통로에서 발생한 수입은 양분하기로 되어 있지만 롯데백화점이 91년부터 15년간 수백억 원의 영업이익을 챙기고 있는데 비해, 철도공사는 고작 1억 2천만 원의 임대료만을 받은 것이 드러났다. 이에 감사원은 '공용통로 영업수익의 반을 징수하지 않는 것은 부당하다.'고 지적하였고, 철도공사에게 '그동안 롯데백화점으로부터 징수하지 않은 수익금을 징수하라.'고 요청했다. 이러한 감사원 감사결과에 따라 철도공사는 롯데백화점에게 공용통로에서의 영업행위를 11월 말로 종료할 것을 통보하였고 실제 12월부터는 영업이 중단되었다. <영등포역 공대위>는 3층 공용통로에서 시민의 통행권과 안전을 담보로 벌어들인 롯데백화점의 부당이익금은 즉각 환수 조치되어 사회로 환원해야 한다고 계속적으로 요구할 계획이다.
한편 작년 4월에 철도노사는 단체협약을 통해 <철도산업의 공공적 발전과 개혁을 위한 노사공동위원회(이하 노사공동위원회)>를 구성하는데 합의한바 있다. 또한 영등포역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들의 성과로서 <노사공동위원회> 산하에 시민단체도 참여하여 철도안전과 공공성 강화를 위한 법/제도 개선 사항 및 역사공공성 확보 등을 상시적으로 협의할 수 있는 '공공성강화 소위원회'가 마련되었다. 그리하여 작년 12월 19일에 개최된 '공공성강화 소위원회'에서는 노·사·시민단체가 모여 <영등포역 공대위>의 5대 요구안에 대해 논의를 진행하였으며, 어느 정도의 의견접근이 이루어졌다. 우선 3층 공용통로에서의 영업행위 금지에 대해 의견일치를 보았고, 3층 및 지하 대합실의 상업시설도 이용자 편의에 맞게끔 재배치하기로 하고, 의자 등 편의시설을 설치하기로 하였다. 실제로 현재 영등포역 3층 대합실에 의자 50여개가 설치되었다. 또한 정문 엘리베이터 설치에 대해서는 설치가능성 여부를 조사하고, 예산확보를 검토하기로 하였다. 롯데백화점의 부당이익금 사회 환원과 'SOS 위기개입센터' 설치 등의 문제는 1월 중 개최될 철도 노사공동위원회에서 다뤄질 것이며, 협의된 내용을 바탕으로 합의안이 작성될 예정이다.
모든 역의 공공성 확보를 위하여
<영등포역 공대위>의 꾸준한 활동과 실제 변화되고 있는 영등포역의 모습으로 영등포 지역에서는 역사공공성에 대한 인식이 어느 정도 확산되고 있지만, 여전히 일상생활에서 가장 필요한 사회보장 및 공적 서비스를 경험해 보지 못한 시민들에게 '역사 공공성'이란 단어는 생소하다. 열차를 이용하는 시민들에게 역사는 짧게는 수분, 길게는 1~2시간을 이용하며 거쳐 가는 공간으로 인식될 뿐이며, 마찬가지로 철도·지하철을 운영하는 노동자에게도 역사는 열차이용객에게 열차이용권의 매표 및 관리를 위한 시설 일뿐인 것이다.
철도·지하철 노동자는 '공공철도, 안전 지하철'에 대한 인식을 스스로의 노동으로 확산시켜야 한다. 역무노동의 본질은 철도이용객에 대한 공적서비스의 제공이며, 시민안전의 최후 관리자로서 노동을 재구성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역무노동의 재구성, 공공적 노동으로 재편을 위한 노동자 운동의 시발점으로 역사 공공성 강화투쟁이 제기될 수 있다.
○ 철도역사는 일차적으로 철도이용객을 위한 공공시설로서 철도이용에 불편이 없도록 충분한 공간과 편의시설이 마련되어야 함.
○ 민자역사 개발은 가능한 지역주민의 편익을 증진 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추진되도록 함.
○ 민자역사 개발은 철도로 단절된 지역생활동선을 연결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되므로 적극적인 지역연계가 가능하도록 함.
○ 민자역사에는 지역주민과 협의를 통해 지역주민이 필요로 하는 용도를 도입하도록 함.
서울시정연 정책제언 中
서울시가 주목하는 철도·지하철역의 시민생활 중심성과 지역공동체 중심성은 진보적 사회단체 역시 주목해야 될 부분이다. 철도·지하철역은 기본적 경제활동과 사회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소시민의 핵심적 이동수단이며 역사는 이를 가능한 쾌적하고 안전하고 편리하게 보장하는 고유의 기능을 담지 해야 한다. 또한 철도의 규모와 특성에 따른 지역분할 및 지역시민의 통합을 연결하는 중요한 공간적 특징을 극대화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역사공공성의 확보를 위한 활동은 기초적으로 현재의 지역 철도·지하철역에 대한 사소하지만 구체적 변화를 갖는 공공기능의 확장을 유도하며 교통약자의 이동권 및 노숙인의 의제, 철도·지하철 노동자에 대한 공적노동의 재구성에 대한 의제와 실천으로 확장되어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은 실천의 일차적 출발지는 해당지역에 뿌리박고 지역시민과의 공동체를 구성코자 하는 진보적 지역사회단체임은 자명하다. 역사공공성 강화를 위한 활동은 이러한 맥락에서 보다 진전되고 보다 구체화 되어야 할 것이다.
얼마 전 서울도시철도공사의 148개역 전체를 민간업체에 넘기겠다는 계획이 발표되어 떠들썩했었다. 이 계획은 결국 서울도시철도공사와 서울시의 완력관계에 의해 철회되긴 했지만 역사 민간위탁, 역무무인화 등의 계획은 각 철도·지하철공사의 기본적인 구조조정 프로그램으로 역사를 수익창출의 도구로 이용하겠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 이미 서울에서도 신규 역들과 9호선은 사업계획부터 역사 외주화를 기본방침으로 하고 있으며 인천, 부산, 대구, 대전, 광주지하철의 역사 일부는 민간위탁으로 운영되고 있다. 특히 부산지하철의 경우 전 역사에서 무인매표가 이뤄지고 있다. 이러한 역사 민간위탁, 역무무인화 정책은 역사의 의미를 열차이용객의 매표 및 대기행위를 위한 영업시설로 한정하는 것으로서 시민을 위한 어떠한 형태의 공적서비스 및 안전시스템도 구축하지 않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철도의 경우 1984년 '국유철도 재산의 활용에 관한 법'이 제정되면서 민자역사의 건설이 본격화되었다. 민자역사란 민간자본을 유치해 지은 역을 통칭하는 것으로 주로 백화점 등 상업자본이 참여하고 있다. 현재 영등포역을 비롯해 전국의 9개 철도역이 민자역사로 운영 중이며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추세다. 민간자본을 선정하는 기준 중 전체의 70%가 상업성에 관련된 항목들이며, 시민의 공간이어야 할 역에서 공공성 평가 항목은 30%밖에 되지 않는다. 또한 법률상으로 민자역사 전체 면적의 90%까지 상업시설을 허용하고 있어, 역무시설 중 역무지원시설을 제외하면 고작 5% 정도만이 대합실, 이동통로 등 여객이용시설이다.
철도 민자역사 현황 (2006.9월말 현재)
구분 | 역명 | 출자회사명 | 역무시설(%) | 상업시설(%) |
운영중 (9개역) | 동인천 | (주)동인천역쇼핑센터 | 5.79 | 94.21 |
안양 | 안양역사(주) | 10.01 | 89.99 | |
부평 | 부평역사(주) | 10.84 | 89.16 | |
대구 | 롯데역사(주) | 11.26 | 88.74 | |
영등포 | 롯데역사(주) | 12.40 | 87.60 | |
수원 | 수원애경역사(주) | 12.85 | 87.15 | |
용산 | (주)현대아이파크몰 | 13.33 | 86.67 | |
부천 | 부천역사(주) | 13.39 | 86.61 | |
서울 | 한화역사(주) | 16.80 | 83.20 | |
건설중 (5개역) | 청량리 | 한화청량리역사(주) | 10.21 | 89.79 |
신촌 | 신촌역사(주) | 10.59 | 89.41 | |
왕십리 | (주)비트플렉스 | 11.41 | 88.59 | |
창동 | 창동역사(주) | 11.37 | 88.63 | |
평택 | 평택역사(주) | 11.70 | 88.30 | |
협의중 (4개역) | 의정부 | 신세계의정부역사(주) | 기본설계 협의중 | |
노량진 | 노량진역사(주) | |||
성북역 | 성북역사(주) | |||
천안역 | 천안역사(주) |
출처 : 철도공사/ 2006 국정감사 정희수의원실 보도자료
여객이용시설의 규모는 '자산개발사업규정'에 의해 30년 후의 당해 역 이용여객추정치를 기준으로 산정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협소한 편이다. 역무시설의 규모를 산정함에 있어 더 많은 상업공간의 확보를 위해 이용객을 과소 추정하기 때문이다. 또한 대합실이나 이동통로 등은 상업시설과 맞물려 있어 철도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상업공간을 거쳐 갈 수밖에 없는 구조로 변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협소한 시민들의 공간에까지 임시·상설매장이 들어서 자유로운 이동을 침해하고, 유사시 안전까지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역사는 하루 수만 명이 이용하는 공공의 장소로서 시민들의 편의시설, 교통약자들을 위한 시설확보 및 시민들의 생명을 보호할 수 있는 안전관리 시스템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장소지만 현재 이는 도외시된 채 대규모 상업화가 광범위하게 진행되면서 역의 공공성은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이동권을 제약하고 열차이용객의 이동을 위한 공간을 돈벌이의 수단으로 이용하는 한 언제 어떻게 더 큰 사고가 생길지는 아무도 모른다. 수만 명이 이용하는 역을 공공의 장소로서 국민들에게 돌려주고 시민을 위한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
역사공공성 확보를 위한 첫 걸음
민자역사의 무분별한 상업주의에 맞서 백화점 상업시설로서의 역이 아닌 오롯한 시민의 공간으로서의 역을 만들기 위해 2005년 시민사회단체들이 모였다. 역사 공공성 확보를 위한 첫 걸음을 민자역사 중에서도 가장 문제가 많은 영등포역에서 딛기로 하고 철도노조, 민주노동당 영등포구 위원회, 문화연대, 장애인이동권연대, 민주노동자연대, 영등포산업선교회 등 각 단체들은 <영등포역 공공성 확보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영등포역 공대위)>를 구성하였다.
영등포역은 하루 12만 명이 이용하는 대규모 역사지만 91년 민자역사화 된 후, 원칙적으로 상업행위를 할 수 없는 3층 공용통로에서 롯데백화점이 영업할 수 있도록 특혜를 베풀고 있었다. 3층 공용통로와 지하대합실에는 시민을 위한 편의시설은 전무한 채 상업시설만이 무분별하게 배치되어 이동조차 굉장히 불편한 상황이다. 또한 영등포역 정문에는 교통약자를 위한 엘리베이터조차 설치되어 있지 않다. 임시방편으로 정문으로 부터 60m정도 떨어진 직원용 엘리베이터를 사용하도록 하고 있지만 이를 이용하는 사람은 거의 없고, 대부분은 롯데백화점의 엘리베이터를 이용하고 있는 실정인데, 이조차 백화점이 문 닫는 시간이면 사용할 수 없다. 또한 영등포 지역의 주민들이 서점, 우체국 등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영등포역의 앞과 뒤를 오가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꼭 상업시설이 배치되어 있는 3층 공용통로를 지나야 한다. 하루에 몇 번씩 가파른 계단을 오르내리는 건 큰 불편이다.
<영등포역 공대위>는 이러한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 '3층 공용통로 영업행위 중지, 3층 지하 대합실의 상업시설 재정비 및 의자 등 편의시설 설치, 지역주민을 위한 지하직선통로 개설 등을 요구'하였다. 한편 지난해 9월, 영등포역에서 벌어진 노숙인 방화셔터 압사사건 이후 <노숙인 복지와 인권을 실천하는 사람들(노실사)>이 <영등포역 공대위>에 결합하면서 역사내의 노숙인 문제도 깊이 고민하게 되었다. 이에 사회위기계층을 위해 의료적·행정적 지원을 담당하고, 사회복지·공공서비스의 자원을 연계하며, 응급상황 발생 시 신속한 현장대응으로 역 이용객의 안전도 보장할 수 있는 'SOS위기개입센터(가칭)'의 설치도 추가적으로 요구하게 되었다. 이러한 요구안을 바탕으로 철도공사, 롯데백화점, 영등포구청 등에 민원접수, 항의방문 등의 활동과 매주 금요일 영등포역의 공공성 확보의 내용을 중심으로 시민들을 만나며 선전전과 서명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현재까지 266회 정도의 선전전을 진행했고, 약 3,000여명의 서명을 받은 상태다.
변화하는 영등포역
<영등포역 공대위>는 발족 이후 1년 8개월간의 일상적인 선전활동을 비롯해 영등포역의 실질적인 변화를 도모하기 위한 방안으로 국민고충처리위원회 민원 접수, 3층 공용통로의 영업행위 문제에 대한 감사원 감사청구 등의 활동도 진행하여 괄목할 만한 성과를 얻었다.
지난해 10월에 통보된 감사원 감사내용을 보면 롯데백화점은 최근 3년 간(2003년~2005년) 공용통로에서 241억 원의 매출액과 51억 5,400만원의 수익을 얻어 이를 독차지 한 것으로 확인되었고, '국유철도재산 점용허가서'에 의하면 공용통로에서 발생한 수입은 양분하기로 되어 있지만 롯데백화점이 91년부터 15년간 수백억 원의 영업이익을 챙기고 있는데 비해, 철도공사는 고작 1억 2천만 원의 임대료만을 받은 것이 드러났다. 이에 감사원은 '공용통로 영업수익의 반을 징수하지 않는 것은 부당하다.'고 지적하였고, 철도공사에게 '그동안 롯데백화점으로부터 징수하지 않은 수익금을 징수하라.'고 요청했다. 이러한 감사원 감사결과에 따라 철도공사는 롯데백화점에게 공용통로에서의 영업행위를 11월 말로 종료할 것을 통보하였고 실제 12월부터는 영업이 중단되었다. <영등포역 공대위>는 3층 공용통로에서 시민의 통행권과 안전을 담보로 벌어들인 롯데백화점의 부당이익금은 즉각 환수 조치되어 사회로 환원해야 한다고 계속적으로 요구할 계획이다.
한편 작년 4월에 철도노사는 단체협약을 통해 <철도산업의 공공적 발전과 개혁을 위한 노사공동위원회(이하 노사공동위원회)>를 구성하는데 합의한바 있다. 또한 영등포역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들의 성과로서 <노사공동위원회> 산하에 시민단체도 참여하여 철도안전과 공공성 강화를 위한 법/제도 개선 사항 및 역사공공성 확보 등을 상시적으로 협의할 수 있는 '공공성강화 소위원회'가 마련되었다. 그리하여 작년 12월 19일에 개최된 '공공성강화 소위원회'에서는 노·사·시민단체가 모여 <영등포역 공대위>의 5대 요구안에 대해 논의를 진행하였으며, 어느 정도의 의견접근이 이루어졌다. 우선 3층 공용통로에서의 영업행위 금지에 대해 의견일치를 보았고, 3층 및 지하 대합실의 상업시설도 이용자 편의에 맞게끔 재배치하기로 하고, 의자 등 편의시설을 설치하기로 하였다. 실제로 현재 영등포역 3층 대합실에 의자 50여개가 설치되었다. 또한 정문 엘리베이터 설치에 대해서는 설치가능성 여부를 조사하고, 예산확보를 검토하기로 하였다. 롯데백화점의 부당이익금 사회 환원과 'SOS 위기개입센터' 설치 등의 문제는 1월 중 개최될 철도 노사공동위원회에서 다뤄질 것이며, 협의된 내용을 바탕으로 합의안이 작성될 예정이다.
모든 역의 공공성 확보를 위하여
<영등포역 공대위>의 꾸준한 활동과 실제 변화되고 있는 영등포역의 모습으로 영등포 지역에서는 역사공공성에 대한 인식이 어느 정도 확산되고 있지만, 여전히 일상생활에서 가장 필요한 사회보장 및 공적 서비스를 경험해 보지 못한 시민들에게 '역사 공공성'이란 단어는 생소하다. 열차를 이용하는 시민들에게 역사는 짧게는 수분, 길게는 1~2시간을 이용하며 거쳐 가는 공간으로 인식될 뿐이며, 마찬가지로 철도·지하철을 운영하는 노동자에게도 역사는 열차이용객에게 열차이용권의 매표 및 관리를 위한 시설 일뿐인 것이다.
철도·지하철 노동자는 '공공철도, 안전 지하철'에 대한 인식을 스스로의 노동으로 확산시켜야 한다. 역무노동의 본질은 철도이용객에 대한 공적서비스의 제공이며, 시민안전의 최후 관리자로서 노동을 재구성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역무노동의 재구성, 공공적 노동으로 재편을 위한 노동자 운동의 시발점으로 역사 공공성 강화투쟁이 제기될 수 있다.
○ 철도역사는 일차적으로 철도이용객을 위한 공공시설로서 철도이용에 불편이 없도록 충분한 공간과 편의시설이 마련되어야 함.
○ 민자역사 개발은 가능한 지역주민의 편익을 증진 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추진되도록 함.
○ 민자역사 개발은 철도로 단절된 지역생활동선을 연결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되므로 적극적인 지역연계가 가능하도록 함.
○ 민자역사에는 지역주민과 협의를 통해 지역주민이 필요로 하는 용도를 도입하도록 함.
서울시정연 정책제언 中
서울시가 주목하는 철도·지하철역의 시민생활 중심성과 지역공동체 중심성은 진보적 사회단체 역시 주목해야 될 부분이다. 철도·지하철역은 기본적 경제활동과 사회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소시민의 핵심적 이동수단이며 역사는 이를 가능한 쾌적하고 안전하고 편리하게 보장하는 고유의 기능을 담지 해야 한다. 또한 철도의 규모와 특성에 따른 지역분할 및 지역시민의 통합을 연결하는 중요한 공간적 특징을 극대화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역사공공성의 확보를 위한 활동은 기초적으로 현재의 지역 철도·지하철역에 대한 사소하지만 구체적 변화를 갖는 공공기능의 확장을 유도하며 교통약자의 이동권 및 노숙인의 의제, 철도·지하철 노동자에 대한 공적노동의 재구성에 대한 의제와 실천으로 확장되어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은 실천의 일차적 출발지는 해당지역에 뿌리박고 지역시민과의 공동체를 구성코자 하는 진보적 지역사회단체임은 자명하다. 역사공공성 강화를 위한 활동은 이러한 맥락에서 보다 진전되고 보다 구체화 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