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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운동

사회진보연대 계간지


2007.1-2.7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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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진보연대(준) 출범 현황과 문제점

: 연대운동의 기본원칙에서 재출발해야

임필수 | 집행위원장
한국진보연대(준) 출범, 부문ㆍ지역단체의 요구에 근거했나?

2007년 1월 9일 한국진보연대(준)이 출범식을 열었다. 한국진보연대(준)에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농민회총연맹, 전국빈민연합, 한국청년단체협의회,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 전국여성연대(준), 민주노동당, 민주주의민족통일전국연합, 조국통일범민족연합 남측본부,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 등 19개 부문단체와 광주전남희망연대, 경남진보연합, 경기진보연대 등 3개 지역단체가 가입한 상태다. 한국진보연대(준)은 3~4월 중에 본조직 출범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전국민중연대 기존 가입단체를‘부문단체’와‘지역단체’로 규정하는 것은 부적절하지만, 이 글에서는 편의상 이런 분류법을 따른다)
지난해 10월 18일 전국민중연대 대표자회의에서 “진보진영 상설연대체 건설준비위원회를 각계에 제안한다.”는 안에 대해 17개 단체(부문 14개, 지역 3개)가 찬성하고 6개 단체가 반대 의사를 피력한 지 2개월도 채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출범식이 열린 것이다. 그 결과 한국진보연대(준)은 지난 민중연대 대표자회의에서 찬성 의사를 밝힌 단체와 조국통일범민족연합 남측본부, 민족화합운동연합 등 통일연대 가입단체 일부가 참여하는 수준에서 본조직 출범 일정을 강행하고 있다.
전국민중연대는 규약에 “전국대표자회의에서 재적인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인원 2/3 이상의 찬성 결의가 있을 경우 해산한다.”(대표자는 전국민중연대의 임원과 각 회원단체의 대표자로 구성된다.)는 규정이 있으나, 부문단체의 상당수가 여전히 반대 의사를 견지하고 있고, 지역단체의 다수가 제대로 된 논의조차 거치지 않은 상태다. 따라서 발표된 일정대로 한국진보연대(준) 출범이 강행될 경우 나타날 파행에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전국민중연대 회원단체 중 대표자회의나 별도의 입장 발표를 통해 상설연대체 준비위 건설 반대 또는 한국진보연대(준) 불참 의사를 명확히 밝힌 단체는 사회진보연대를 비롯해 노동자의힘, 문화연대,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전국학생행진,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등이다 (한국노동이론정책연구소도 반대의사를 피력했지만 최근 해산했다). 부문단체 중에서 전태일을따르는민주노조운동연구소,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스크린쿼터문화연대, 노동조합기업경영연구소,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등은 한국진보연대(준)에 가입하지 않은 상태다. 민주노총, 민주노동당은 공동준비위원장으로 참여하면서 적극적인 역할을 자임하고 있지만 내부 논의 과정에서 문제를 안고 있다. 민주노총은 "진보진영 총단결체를 추진한다.”는 결정을 내렸지만, 대의원대회 등을 통해 한국진보연대(준) 추진 과정 전반이 공유되고 승인되는 계기가 없었다. 민주노동당은 중앙위원회에서 다수결 의결로 결정이 내려지긴 했으나 지역차원의 토론, 공유가 거의 없는 상태에서 중앙에서 지역조직을 압박하는 형국이다.
또한 한국진보연대(준) 출범식이 개최된 현 시점까지도 지역단체의 상당수가 단 한 차례도 정식 논의를 진행한 적이 없다. 예를 들어 한국진보연대(준) 출범자료에는 서울민중연대를 참관단체로 기록했는데, 이는 사실상 ‘허위보고’로 간주해야 한다. 서울민중연대는 지난해 대표자회의를 통해 체계를 정비하고자 했지만, 실제 서울지역 연대활동은 <평택서울대책위>나 <전쟁위협 한미FTA 강요 미국반대! 민생파탄 노동기본권 말살! 민중총궐기 서울지역조직위원회>의 틀을 통해 진행되었다. 서울민중연대에서는 현재까지도 상설연대체 건설에 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제안조차 공식적인 회의체계를 통해 제기된 적이 없다. 서울민중연대나 대구경북민중연대처럼 최소한의 회의체계가 운영되더라도 상설연대체 건설이 공식 논의되지 못한 곳이 상당수이며, 인천민중연대처럼 지역민중연대의 기본 운영마저 아예 중단된 곳도 상당수에 이른다. 나아가 민중연대의 지역조직이 구성되지 못하고 있는 지역도 있다(대전충남, 전북, 울산 등). 경기, 경남, 광주전남 지역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 상당수는 실제로 공식적인 논의가 진행되지 않았거나, 여러 사정으로 기본운영이 아예 중단되거나, 애초에 전국민중연대에 가입한 지역연대조직이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한국진보연대(준)은 이러한 사실을 투명하게 밝히는 것을 꺼리고 있으며, 지역차원의 충분한 논의가 없는 상태에서 통일연대 지역조직(예를 들어 전북통일연대, 인천통일연대, 울산통일연대)을 통해 구색 맞추기 식으로 현실을 포장하고 있다.
결국 이러한 현실은 한국진보연대(준) 출범이 부문, 지역단체의 자연스러운 요구에 출발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반증한다. 전국민중연대가 2003년 5월 창립대표자회의를 통해 출범한 이후 자임한 상설공동투쟁체라는 역할에 부합하는 활동성과에 근거해서 한 단계 발전을 꾀하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출범 준비과정의 문제점

전국민중연대는 2005년 9월 조직발전기획단이 구성된 이후로 1년여 간의 논의를 통해 2006년 10월 전국대표자회의에서 사실상 다수결의 절차에 따라 진보진영 상설연대체 건설을 결정했다. 전국민중연대 규약에는 과반수 참석, 과반수 의결이 규정되어 있으나 상설공동투쟁체라는 위상에 따라 사실상 합의제로 운영되었다. 그러나 민중연대 활동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의 하나라고 할 수 있는 조직발전전망은 다수결 의결로 통과된 셈이다(최종 해산에 관한 의결 과정은 남아 있다.).
지난해 10월 대표자회의 전까지 1년여 간의 논의는 실제로는 이견을 확인하는 과정이었다. 사회진보연대가 바라보는 전국민중연대 활동평가와 발전전망에 대한 입장은 이미 여러 차례 발표되었으므로 (「전국민중연대 조직발전 시안 비판」, 『사회화와 노동』, 300호, 2006년 3월 14일. 을 보라) 여기서는 간략히 요약한다.
첫째, 2003년 전국민중연대 본조직이 출범했지만, 이와 동시에 2003년 출범한 노무현정권에 대한 입장 문제를 두고 민중연대 내부에 노선 차이가 심각하게 드러났다. 노무현정권에 대한 국회탄핵을 '의회쿠데타’로 규정한 탄핵반대국민행동에 전국민중연대 집행위원회, 사무처 간부 대다수가 참여한 사건은 민중연대의 내부 신뢰를 침식하는데 큰 영향을 미쳤다. ‘사회양극화해소, 사회통합,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국민행동’을 표방한 사회양극화해소국민연대 참여 여부를 다수결로 의결한 것도 전국민중연대 활동정신에 위배되는 중요 사건이었다. 탄핵반대국민행동과 사회양극화해소국민연대는 심각한 위기에 빠진 노무현정권을 ‘시민사회’의 이름으로 구원하기 위한 노무현정권 집권 초기와 집권 중반기의 가장 대표적 흐름이었다. 이러한 흐름에 대해 전국민중연대 가입단체의 의견을 묵살하고 중앙간부가 집단적으로 참여하거나, 전국민중연대가 통째로 참여하는 결정을 다수결로 밀어붙이는 시도는 전국민중연대 발전전망에 커다란 악영향을 끼쳤다.
둘째, 이러한 문제에 관한 심각한 이견이 확인되며 공동투쟁의 토대가 침식되고 있는 상황에서 제시된 조직발전시안은 전국민중연대 활동에 대한 평가와 반성에서부터 출발한 것이 전혀 아니었다. 전국민중연대 활동 평가로부터 출발한다면 신자유주의 세계화 반대, 민중생존권 쟁취를 위한 공동투쟁의 확장을 가로막는 내적 요인이 무엇인가, 과연 전국민중연대가 광범위한 사회운동 내에서 신뢰를 쌓아가고 있는지가 중요 의제로 설정되어야했다. 그러나 조직발전시안을 통해 제시된 조직발전의 골자는 이런 현실과는 동떨어진 것으로서, 연대기구의 정비(통일연대와의 통합), 대의원대회구조 신설이었다. 따라서 이러한 시안은 민중연대의 가입단체의 내적 필요에 따라 자연스럽게 도출된 것이 아니라 특정 정치세력의 조직구도에 따라 외적으로 강요되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과 불신을 낳았다. 즉 <6·15공동선언실천을위한남북해외공동행사준비위원회>가 구성된 이후로 위상과 역할이 모호해진 통일연대의 해소, 민중연대·통일연대와의 활동중복에 따른 전국연합의 해소를 위한 프로그램으로 고안된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낳았다. 특히 이러한 불신을 증폭시키는 것은 상설연대체 건설을 2007년 상반기로 못을 박은 상태에서 일정을 역추산해서 강행 추진되고 있다는 점이다. 전국민중연대 가입단체의 자연스러운 요구에 기초해서 출발한 것이라면 한국진보연대(준)이 출범한 현재까지도 전국민중연대 기존 가입단체 중 상당수의 부문단체가 불참 의사를 피력하고, 대다수 지역단체에서 제대로 된 논의조차 없는 현 상황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 결국 현재 한국진보연대(준)이 기존 전국민중연대 가입단체 상당수를 사실상 배제하고 출범하는 것은 민중연대 내적 요인이 아니라 외적 요인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 통일연대 문제는 “상설연대체 건설을 제안한다.”는 결정을 내린 지난해 10월 대표자회의에서까지 한 차례도 공식적으로 논의된 적이 없다. 한 때 ‘진보진영 단일연대체’라는 명칭을 사용했던 것처럼, 연대기구의 ‘난립’을 근거로 단일연대체를 언급했을 뿐, 통일연대 그 자체에 관한 논의는 단 한 차례도 진행되지 않았다. 하지만 어떤 단체든 통일연대에 가입하지 않은 것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고, 운동 노선의 차이에 기인한 것이다. 통일운동에 관한 입장 차이는 최소한 1980년대 이후로 민중운동 내부의 노선 차이를 집약하는 쟁점이다. 따라서 이 문제를 ‘연대기구 정비’라는 명목으로 처리할 수는 없다.
넷째, 대의원대회 신설은 합의제 방식으로 운영되는 상설공동투쟁체의 위상을 전변시키는 결정이므로 지극히 심각한 쟁점이다. 이는 전국민중연대 활동이 대의원구조로 운영될 수 있을 만큼의 조건을 확보했는지, 정치적 통일성과 신뢰를 발전시켰는지 여부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문제다. 조직발전추진기획단은 논의 과정을 통해 대의원대회 신설에 대해서는 신중한 판단이 필요함을 확인했고, 지난 전국민중연대 대표자회의에 제출된 정책위원장의 안에서는 이 내용이 빠져 있었다. 그러나 2007년 1월 5일 한국진보연대(준) 2차 운영위원회 결과보고에 따르면 “최고의결기구의 형태는 대의원대회(또는 중앙위원회)와 대표자회의 중간 형태”가 검토되고 있다(예를 들어 민주노총은 중집 60여명, 전농은 상무상집 30여명, 민주노동당은 확대간부회의 40여명 등). 대의원대회 신설 문제가 심각한 쟁점인 것은 지난 1990년대 초반 전국연합의 경험을 반영한다. 전국연합은 1992년 대선방침이나, 1993년 이후 새로운 통일운동체 건설(범민련과 민족회의의 분화)이 대의원대회를 통해 결정되었으나, 그 결과 끊임없이 운동세력의 분열과 이탈, 축소를 낳았다(그 후 전국연합은 사실상 특정 경향의 ‘정치조직’으로 성격이 전환되었다.). 이러한 일련의 역사적 경험은 대의원대회라는 조직형식을 통해 민중운동의 단결을 꾀한다는 것은 완전히 순서가 뒤바뀐 발상이라는 사실을 웅변한다.

연대운동의 기본원칙에서 재출발해야

현재 민주노총, 민주노동당 등 민중운동의 주요 조직이 참여하고 있으므로, 결국 중앙방침을 통해 지역을 강제하여 한국진보연대(준)이 전국적인 틀을 갖춘 상설연대체로 발전할 것이라는 사고는 대단히 위험하다. 오히려 연대운동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호존중과 신뢰의 기풍을 침식하고, 사회운동의 저변 확장을 가로막기 때문이다.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 군사세계화에 반대하는 광범위한 운동세력의 상호소통과 공동투쟁을 위한 운동조직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은 점점 더 높아지고 있으나, 현재 한국진보연대(준)이 그러한 역할을 자임할 수 있는지, 최소한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은 점점 더 확산되고 있다. 노동자운동, 여성운동을 쇄신하려는 여러 흐름들과 반전평화운동, 인권운동, 반빈곤운동 등 다양한 운동흐름이 형성, 발전되고 있으나, 이러한 흐름들이 한국진보연대(준)과 조우할 수 있는지 불투명한 게 현실이다. 결국 이러한 발전적 움직임들이 상호소통하고 공동의 투쟁을 모색하기 위한 새로운 흐름이 출현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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