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한국 경제의 몇 가지 쟁점에 관한 전망
2007년은 87년 항쟁 20주기가 되는 해다. 벌써부터 여기저기서 소위 '87년 체제'의 한계를 극복하고 실질적 민주화로 나아가자는 소리가 나온다. 노무현 대통령은 마치 자신이 87년 항쟁의 적자라도 되는 양 개헌을 주장하고 나섰다. 형식적/실질적 민주화를 구분하고 실질적 민주주의의 진전만이 남은 과제라고 떠드는 논자들은, 87년 이후 어쨌든 정치적 민주주의는 선형적으로 진보해 왔다는 환상을 유포한다. 그러나 87년 6월 항쟁 및 7·8·9 대투쟁 이후 민주주의의 성격과 방향을 둘러싸고 지배계급과 피지배계급 사이에서 벌어진 정치적 투쟁은 특히 91년 5월 투쟁이라는 결정적 계기를 거치면서 '아래로부터의 민주주의'의 패배로 끝났고, 92년 이른바 '문민정부'의 등장으로 본격화된 '위로부터의 민주주의'는 6월 항쟁 이후 출현한 변혁적 민주주의의 이념과 운동을 파괴하고 신자유주의 통치성을 확보하기 위해 민주주의를 왜곡·전유하는 반동적 과정이었다.1) 민주개혁 세력이라는 정당성으로 치장한 문민정부는 '세계화' 비전과 OECD 가입 등으로 남한 사회를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에 편입시키던 중 1997년 외환위기를 자초한다. 이를 계기로 집권한 또 다른 민주화 세력은 외환위기를 극복한다는 명목으로 더욱 심화된 신자유주의적 재편을 처방했고, 자본의 위기를 민중의 생존과 권리의 박탈로 지연시키는 신자유주의 개혁의 파괴적인 결과는 남한 경제의 장기 침체와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권리를 박탈당한 민중의 참혹한 삶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제 2007년 대선을 앞두고 저마다 자신이 경제를 살려 이 참혹한 현실을 바꿔주겠노라 나서고 있다. 한편에서 현 집권 세력과 타락한 386들은 양극화 해소를 통해 실질적 민주화를 이루는 것이 자신들의 과제라며 개혁세력을 자처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현재의 어려움을 집권 세력의 무능력 탓으로 치부하며 강력한 성장과 개발의 주체를 자임한다. 이들 중 누구도 현재의 참혹한 현실이 신자유주의에 내재한 필연적 결과임을 말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는, 신자유주의가 멈추지 않고서야 만연한 비정규직과 빈곤, 계속되는 삶의 고통과 불안정성은 제거될 수 없으며, 지속되고 심화될 뿐임을 잘 알고 있다.
미국 중심의 금융세계화가 처한 불안정성
미국 경제의 불균형과 불안정성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미국의 이중적자(무역적자와 재정적자)는 이제 감내할 수준을 넘어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06년 미국의 무역적자는 GDP 대비 6.6%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재정적자도 3,500억 달러로 GDP의 2.7%에 달한다. 하지만 2006년 9월까지 미국 금융시장으로 유입된 국제 자본의 규모는 7,685억 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12.1%가 증가했고, 특히 대(對)미 무역 흑자국의 미국 국채 매입이 35.4%나 증가했다. 이는 대미 수출로 달러를 벌어들인 수많은 나라들이 이를 다시 미국에 투자한다는 의미다.(수출달러환류) 그리고 미국은 이렇게 유입되는 자본으로 무역수지 적자를 충당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미국 내 외국인 자산을 급격히 증가시키고, 따라서 미국이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지불해야 하는 자본 소득도 증가한다. 반면 미국의 해외자산은 미국 내 외국인 자산의 절반가량이지만, 벌어들이는 소득은 거의 비슷하다. 이는 미국의 해외투자 수익률이 미국 내 외국인 투자 수익률의 두 배라는 의미다. 2)
게다가 최근 미국 경제는 멈출 수 없는 소비의 물결에 훨씬 더 의존하게 되었는데, 1994년~2004년에 소비는 국가 소득보다 빠르게 증가했으며, GDP에서 개인소비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67%에서 70%로 증가했다. 미국의 이런 소비 추세는 세계 경제를 추동하는 핵심 동력으로 인식되었다. 더불어 이런 막대한 소비는 미국의 무역적자를 더욱 확대시키는 요인이다. 하지만 1990년대 후반의 일시적인 예외를 제외하면 미국 노동자들의 실질임금은 수십 년 간 하락했고, 지난 5년간 가계 소득은 꾸준히 감소했다. 그렇다면 이 막대한 소비는 어떻게 가능한 것인가? 그 답은 가계 부채의 증가에서 찾을 수 있다. 가계 부채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주택담보대출인데, 주택 가격 상승과 낮은 이자율은 모기지(mortgage) 대출을 급증시키는 원동력이 되었고,3) 이를 통해 가계는 소득을 초과하여 소비할 수 있었다. 하지만 주택가격 상승은 가계의 자산 상태를 개선시키는 것과는 거의 관계가 없고, 오히려 위험성이 더 높은 모기지 상품을 출현시켰을 뿐이다.
따라서 미국 경제는 막대한 소비를 통해 세계 경제를 부양하고, 그로 인한 적자를 해외로부터 소득을 흡수하여 보전하며, 이런 강력한 소득 흡수 메커니즘은 미국으로 하여금 다시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지불해야 하는 자본 소득을 증가시키는 매우 불안한 구조 위에 서 있다. 이런 구조를 지탱하기 위한 몇 가지 경로가 있다. 우선 미국 정부는 달러화 약세를 방치하고 있다. 하지만 달러화 약세가 장기화됨에 따라 달러의 신뢰성이나 미국의 금융지배력은 크게 손상될 수 있다.4) 특히 미국의 무역적자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중국(중국이 2006년 3/4분기까지 전체 무역적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6.7%에 달한다.)에 대한 위안화 절상 압력이 계속 권고되었지만, 실제 이것이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를 개선하는 데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고, 오히려 동아시아에서 금융위기를 발생시킬 수도 있다.5)
물론 이자율을 조정하는 방법도 있다. 실제로 미국 연방준비위원회는 2004년 이후 18차례에 걸쳐 금리를 인상했고, 이후 추가 인상에 대한 요구도 제기되고 있다. 금리 인상이 해외 자본을 유인할 수도 있지만, 동시에 이것은 미국에 투자한 해외 자본에게 지불해야 할 자본소득이 커지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게다가 금리 인상으로 주택 가격 상승이 둔화되긴 했지만, 이것은 그 동안 주택 가격 상승에 기대어 모기지 대출을 확대했던 가계들의 소비를 위축시킬 뿐만 아니라, 가계의 부채 상환 부담을 더욱 가중시킬 것이다.
더불어 해외에 대한 무역 자유화 조치 및 투자자유화 조치를 요구할 수 있다. 부시 정부는 WTO 도하개발의제(DDA)나 FTA와 같은 무역협정을 통해 무역 및 투자의 자유화를 세계적으로 확산하려 한다. 2006년 11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공동체'(APEC) 정상회담에서는 WTO DDA 협상 재개를 촉구하고, 2007년 중에 '아시아태평양 자유무역지대'(FTAAP)를 검토하기로 했다. 더불어 수준 높은 지역무역협정(RTA)과 FTA 체결을 위한 표준모델을 작성하기로 합의했다. FTAAP는 거대한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경제적 지위를 더욱 강화할 수 있고, 미국의 무역적자가 대개는 중국과 일본을 비롯한 동아시아 국가들의 수출에서 기인한다는 점에서 미국에게는 중요한 문제다.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의 확산을 정책적으로 보조해 온 싱크탱크들이나 경제학자들은 줄곧 FTAAP 창설이 APEC의 미래 비전일 뿐만 아니라 세계 무역 체계에서도 사활적인 중요성을 갖는 과제라고 역설해 왔다. 물론 이런 조치들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 초민족자본의 금융적 지배와 이윤을 보장하기 위해 관세 및 비관세 장벽 철폐, 서비스 개방, 금융의 자유 확대, 지적재산권을 포함한 초민족자본의 권리 확대를 기본 내용으로 한다. 따라서 이는 미국이 처한 위기를 외국의 민중에게 전가함으로써 위기를 유지하는 것에 불과하다.
문제는 '이런 불균형이 계속 유지될 수 있는가'이다.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국가들은 수출로 벌어들인 달러를 미국에 다시 투자함으로써 미국의 무역적자를 지탱하고 유럽과 라틴아메리카의 나라들도 자본도피성 투자를 통해 이에 동참하고 있다. 한미 FTA는 FTAAP에 앞서 동아시아에서 미국의 경제적 지배를 더욱 강화하는 기초가 될 것이다. 이렇게 세계의 국가들은 미국의 불안한 전망에 더욱 깊숙이 편입하면서 위기에 처한 세계 자본주의를 떠받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경제의 불균형은 날로 심화되고, 위기는 가중되고 있다. 이런 경향이 무한정 지속될 수 없다는 것은 점점 더 분명해지고 있다.
한국 경제의 현재적 쟁점
노무현 정부는 1월 4일 '2007년 경제운용방향'을 확정했다. 경제운용방향의 기본 방향은 "경제의 안정적인 관리에 중점을 두면서 참여정부의 개혁과제 마무리를 통해 성장 동력을 확충해 나가는 데 주력한다"는 것이다. 더불어 노무현 대통령은 신년 연설에서 참여정부가 경제 위기를 무난히 관리했고 오히려 성장률로만 보자면 OECD 국가 중 7위의 성적이라며, '경제파탄'을 말하는 사람은 무책임하다고 질타했다. 더불어 문제는 경제 자체보다는 양극화로 인해 경제 성장의 효과가 민생의 나아짐으로 연결되지 않는 점에 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참여정부는 꾸준히 동반성장, 균형발전 전략을 추진해 왔고 앞으로도 계속할 것이라 주장했다. 하지만 노무현 정부의 자화자찬 식 평가나 전망은 현실과 전혀 다르다. 미국 경제의 전망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는 가운데, 미국 경제에 대한 종속이 심한 한국 경제의 전망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환율은 계속 하락하고 있으며,6) 유가도 불안하다. 무엇보다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란 민중의 권리와 삶을 대가로 자본의 위기를 지연시키려는 시도인 바, 장기화된 경제 불황은 피폐하고 궁핍한 민중의 삶으로 드러난다. 남한 인구의 15%가 빈곤층으로 분류되며, 비정규직의 수는 850만에 육박하고 있다. 이런 궁핍함은 가계수지 적자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 2003년 도시 근로자 가구 중 빈곤층(소득 최하위 10%)의 연간 가계수지는 355만원의 적자를 기록했으며, 도시 전체 근로자 20%의 가계수지가 지난 1998년부터 8년째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한국 경제를 둘러싼 최근의 쟁점들은, 정부가 양극화 해소, 새로운 성장 동력 발굴이라는 전망을 아무리 내세운다 해도 그것이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심화되는 민중의 생존 위기가 폭발적인 갈등으로 분출되지 않도록 관리하기 위한 조치에 불과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즉, 한국의 재벌과 지배세력이 미국 중심의 초민족자본의 지배에서 하위파트너 위치를 굳건히 함으로써 자신들의 생존을 모색하는 한, 그 어떤 구호와 전망을 제시한다고 해도 그것은 민중의 삶, 권리와는 아무런 관계도 없다. 정부가 경제운용방향을 통해 밝힌 핵심 과제들을 검토해본다면, 이는 더욱 분명해질 것이다.
1) 부동산 가격 급등과 정부 대책
노무현 대통령은 신년연설을 통해 보유세나 거래가격 공시제도 등 그 동안 나왔던 모든 투기 억제정책이 전부 채택되어 더 이상 부동산 투기로 이익을 얻는 것은 불가능해졌다고 자평했다. 다만 단번에 부동산을 잡지 못한 이유는 야당과 언론의 반대와 흔들기로 처음부터 강력한 정책을 통과시킬 수 없었기 때문이고, 장기적으로는 균형발전과 교육문제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언급도 덧붙였다. 하지만 지난 해에는 단독, 연립 주택의 가격(2004~2005년 하락세)과 전세 가격까지 상승하면서 집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2002년 이후 총 30여 차례의 각종 부동산 관련 대책(이 중 종합 대책은 2003년 10.29 대책, 2005년 8.31 대책)이 시행되었지만, 집값이 안정화되기는커녕 2005년 이후에는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면 오히려 집값이 상승하는 웃지 못 할 상황이 반복되었다. 8.31 대책 이후 전국의 주택가격은 6.7% 상승했으며, 버블세븐 지역(서울의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 양천구, 경기의 분당구, 평촌, 용인)의 가격은 무려 20.2%가 올랐다. 게다가 판교 신도시 개발에서 풀린 토지보상금이 분당을 비롯한 신도시로 몰리면서 가격을 크게 올린 학습효과로 인해 파주 및 인천 검단 신도시 개발계획이 발표되자 오히려 투기 수요가 자극되기도 했다.
부동산 가격 급등에 대한 정부의 대책은 주로 수요 억제와 공급 확대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정부는 그동안 한 편으로는 보유세 도입, 종합부동산세 부과, 분양가 상한제 및 분양 원가 공개 확대·강화, 분양주택에 대한 전매 제한 기간 확대, 주택담보대출 관리 강화 등의 정책을 시행하고, 다른 한 편으로는 공급 물량 부족이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2010년까지 총 164만 호 주택 건설, 후분양제 도입 연기 등의 공급 정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정부의 이런 정책은 어느 누구도 만족시키지 못했는데, 대다수 국민들은 계속되는 대책에도 불구하고 그 때마다 오히려 오르는 집값에 분노를 터뜨렸고, 건설업체들은 정부의 규제가 과도해서 기업을 할 수가 없다고 불만을 제기했다. 정부가 내놓는 어떤 대책도 믿을 수 없는 상황에서 투기 열풍은 더욱 심해졌고, 고용 불안과 소득 하락으로 삶의 어려움을 느껴온 민중들은 대박을 꿈꾸며 빚을 내서까지 투기 열풍에 동참했다.
최근 각종 경제연구소는 최근의 부동산 거품에는 저금리로 인한 금리 요인이 상당히 크다고 지적하면서 이에 대한 근본적인 정책으로 금리 인상을 언급하지만, 정부는 부동산 대책에 있어서 금리 인상을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의 상황에서 금리를 인상하는 것이 그리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저금리를 바탕으로 한 과잉유동성에 주택 가격 상승이 맞물리면서 주택관련 대출이 크게 늘어났고, 이는 가계부채 증가의 주 요인이 되었다. 2002년부터 2006년 11월까지 가계대출 증가액은 180.1조원인데, 이 중에서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은 127.6조원으로 전체 증가액의 70.8%를 차지한다. 이런 상황에서 금리 인상이 주택 가격 안정세에 도움이 될 수는 있겠지만, 상승한 주택가격을 담보로 대출한 가계의 부담은 이중으로 확대될 것이다.(가계 대출 이자 부담 상승과 주택가격 하락에 따른 손실) 은행의 가계 대출에서 주택담보대출 비율이 62.7%에 이르는 점을 감안했을 때, 이는 은행을 비롯한 금융권의 부실로도 연결될 수 있다. 그리고 정부는 경기 하강조짐이 나타나면 금리 인하를 경기부양책으로 활용할 의지를 가지고 있다. 게다가 연말에 대선이라는 커다란 정치적 계기가 예정되어 있는 상황에서 반발을 초래할 수 있는 금리 인상을 결단하는 것은 매우 어려울 것이다.
수급 정책도 한계가 있고 금리 인상도 어려운 상황에 끼어 있는 부동산 문제는 사실 금융화한 한국 경제의 단면을 보여준다. 노무현 대통령은 신년연설에서 부동산 정책에서 한 가지 시행착오는 과잉유동성을 고려하지 못한 것이라 말했는데, 못한 것인지 안한 것인지 그 진정성의 문제는 잠시 넘어가더라도, 이는 현재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부동산 문제의 핵심과 원인을 비껴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은폐하고 있음을 시인한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자본의 이윤율 하락을 금융적 팽창을 통해 모면하려는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는 늘 투기와 거품을 동반한다. 한국에서도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신자유주의 정책이 본격화되면서 코스닥 열풍으로 나타났던 IT/신경제 거품, 신용카드 확대를 통한 소비 증가 등 과열과 붕괴가 반복돼 왔다. 그렇다면 최근의 부동산 열풍은 외환위기 이후 저금리에 따른 과잉유동성이 IT와 신용카드로 집중되면서 거품을 형성했고, 이제는 부동산으로 몰리면서 형성된 것이라 볼 수 있다.7) 따라서 최근의 부동산 가격 급등은 반복적인 거품 형성과 이를 통한 금융적 팽창을 동반하는 신자유주의 금융화의 필연적 결과이자 주어진 규범이다. 정부는 이를 건드릴 수 없고, 이런 거품이 급격하게 붕괴하여 경제 전체에 치명적인 타격을 주지 않는 선에서 관리하는 역할만을 할 수 있다. 따라서 수급 조절에 초점을 둔 정부 정책이 과잉유동성을 고려하지 못(안)했다는 것도 당연한 말이다.
그러나 거품은 언제든 꺼지기 마련이고, 그 후과는 고스란히 노동자 민중에게 돌아온다. 궁핍해진 생계와 불안한 미래가 지속되고 노동자 민중의 연대를 통한 전망이 불투명해질수록 투기 열풍은 노동자 민중에게 매력적인 기회로 인식된다. 노동자 민중을 금융시장으로 깊숙이 포섭하여 그들의 운명을 금융시장의 운명에 결부시키는 것이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를 확산하는 조건이자 과정인 바, 금융시장을 통해 성공한 극소수 노동자들의 사례는 마치 노동자 민중 전체의 장밋빛 미래로 선전되며 노동자 민중을 유인한다.(물론 이것은 국민연금 기관투자가화, 퇴직연금, 성과급제를 비롯하여 수많은 실제적 조치들과 맞물리는 과정이다) 하지만 김대중 정부 당시 카드 남발을 통해 금융시장을 활성화한 결과가 무엇이었던가? 2002년 신용카드를 기반으로 한 가계대출 확대는 신용카드사를 필두로 한 투자신탁회사, 은행, 보험회사, 증권회사의 확장에 기여했지만, 노동자민중은 신용카드사의 적극적 판매 전략에 동원되어 미래의 불투명한 소득마저 금융시장에 저당 잡히는 결과를 낳았고, 이후 거품이 붕괴하자 신용불량자라는 이름을 얻거나 더 많이, 더 강도 높게 노동하여 카드 값 막기에 급급한 삶을 살게 되었다.8)
부동산 가격이 급락할 것인지, 안정화될 것인지, 계속해서 급등할 것인지를 섣불리 예측할 수는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 어떤 상황에서도 노동자 민중의 안정적인 주거는 보장될 수 없다는 점이다. 투기를 동반하는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가 지속되는 한 부동산은 언제든 투기의 대상이 될 수 있고, 이것은 그 자체로 언제든 붕괴할 수 있는 위험을 안고 있는 것이며, 붕괴한 후과는 가계 부채의 급증에 따른 가계의 파산과 경제적인 부담으로 돌아올 것이다.
2) 성장잠재력 확충을 위한 FTA?
노무현 정부는 한미 FTA 협상을 2007년 상반기 중으로 타결하고, 아세안, 캐나다, 인도 등 현재 추진 중인 FTA에 속도를 붙일 것이며, 상반기 중으로 유럽연합과 FTA 협상을 개시하고 중국과 FTA 체결을 위한 산·관·학 합동연구를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노무현 정부는 집권 초기부터 동북아 허브 전략을 비전으로 내세우면서 자발적으로 개방과 무역 자유화에 나섰고, "동시다발적 FTA 추진 전략"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세계에 호혜로운 발전의 기회를 제공한다고 역설해 온 무역 자유화가 평등한 부와 풍요를 가져다주지는 않았다. 오히려 그 반대 결과에 대한 보고가 넘쳐나고 있다. 마치 교리처럼 강변되는 무역 자유화는 초민족자본의 자유를 확대하는 강제적인 규범에 불과하다. 무역 자유화는 위계적인 수탈 구조를 공고히 하여 초민족자본의 이윤 확대와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를 유지·심화하는 데 사활적인 원칙일 뿐이다. 노무현 정부는 이런 무역 자유화가 대세이고, 마치 이를 통해 민족 전체가 어떤 이익을 볼 수 있는 양 호도하지만, 이는 소수의 재벌과 한국 경제에 막강한 지배력을 행사하는 초민족자본의 기회일 뿐이다.
지난 한 해 논란이 뜨거웠던 한미 FTA는 그 상대가 미국이라는 점에서 더욱 큰 문제다. 위에서 지적했듯이 미국은 최근 FTA를 미국 경제의 불균형을 해소하는 주요한 수단으로 사고하고 적극적으로 FTA 체결에 나서고 있다. 한미 FTA에서도 미국은 모든 분야에서 미국의 이해를 관철시키려는 공세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국에게 있어 이번 한미 FTA는 동아시아 지역에서 미국을 정점으로 한 수탈과 착취의 위계를 안정화하는 중요한 출발점이자 매개다. 무엇 하나 제대로 한 것이 없는 노무현 정부는 국민들의 높은 불만과 불신 앞에 "대한민국의 새로운 성장 동력," "세계 최강국과 겨룰 수 있는 민족의 자신감"이라는 현란한 수사를 동원하며 한미 FTA를 꺼내들었다. 하지만 한미 FTA는 경제위기에 대응하는 한국 자본의 선택일 뿐이다. 부단한 노력을 통해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에 적응해 왔지만, 재벌들은 초민족자본의 증권투자 유치로 인한 평가절상 압력 때문에 평가절하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워지고, 중국의 경제성장으로 노동유연화를 통한 경쟁력 확보에도 한계가 분명해졌다. 따라서 한국의 지배세력은 한미 FTA를 통해 이 위기를 극복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제 6차 협상까지 끝난 한미 FTA의 결론은 갈수록 명확해 보인다. 협상이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미국과 초민족자본의 일방적인 요구를 수용하는 길밖에 없음이 드러나고 있다. 지적재산권과 통신 전자상거래, 서비스시장, 금융, 투자 등의 분야에서 미국은 특허권 기간 연장, 내국민/최혜국 대우, 서비스 개방 분야에 있어서 열거주의 시스템 등 초민족자본의 요구를 거의 관철시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부동산정책과 조세정책 등을 '투자자-국가 소송제도'에서 제외하는 것이나 신(新)금융서비스에 대한 감독을 의무화하는 등의 사안은 미국 측이 이전의 협상들에서 다뤄보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논의조차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광우병 쇠고기 뼈조각이 발견되어 전량 폐기되는 등 한미 FTA가 민중의 삶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문제가 터지면서 한미 FTA 협상의 정당성은 점차 땅으로 떨어지고 있다. 하지만 노무현 정부는 어떻게든 올해 상반기 중에 협상을 체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쇠고기 수입 재개 여부, 자동차와 의약품을 무역구제와 주고받거나 농산품과 섬유를 주고받는 등의 소위 '빅딜'설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렇듯 한미 FTA는 만약 타결된다면 초민족자본의 요구에 따라 한국 사회 전반을 재편하게 될 것이고, 세계적으로 위계화한 금융 주도의 신자유주의적 축적구조로의 편입을 완성하게 될 것이다. 이것은 물론 민중의 삶을 위기로 몰아넣는 과정이기도 하다. 더불어 한미 FTA의 타결은 될 수 있는 한 많은 국가들과 FTA를 체결하여 개방과 자유화를 확대하려는 노무현 정부의 전략을 튼튼히 뒷받침하게 될 것이다.
3) 자본시장통합법
한편 한미 FTA나 부동산 정책만큼 대중의 주목을 끌지는 않으나, 신자유주의 금융개혁을 보다 강화하여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에 철저히 순응하면서 그 주체로 나서기 위한 과정이 착실히 진행되고 있다. 2006년 2월 정부는 증권거래법, 선물거래법, 자산운용법, 신탁업 등 14개로 나뉘어 있는 자본시장 관련 법률을 통합한 '금융투자업과자본시장에관한법률'(이하 자본시장통합법)을 발표했다. 이 법은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며, 정부는 이 법의 조속한 입법 완료를 금융시스템 선진화의 주요한 과제로 삼고 있다. 자본시장통합법의 주요 내용은 크게 세 가지인데, 첫째는 현행 기관별 규율체제를 기능별 규율체제로 전환하는 것이다. 이는 은행, 증권, 보험으로 나누어 규제하던 과거의 체제가 금융의 자유화에 장해물이 된다는 인식 하에 법제를 기능별로 전면 개편하는 것이다. 둘째는 금융투자 상품의 개념을 추상적으로 정의하여 향후 출현할 모든 금융투자 상품을 법률의 규율 대상으로 포괄하는 것이다. 이번 자본시장통합법은 원본손실이 가능한 모든 금융상품을 포함하는 '금융투자 상품'(이 상품은 다시 증권, 장외파생상품, 장내파생상품 세 가지로 분류된다.)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도입했는데, 이는 소위 혁신상품의 개발과 판매를 촉진하려는 의도다. 셋째는 투자은행을 육성하고 겸영화(兼營化)를 촉진하기 위한 탈규제 조치와 제도 정비다.9)
자본시장통합법의 제정 배경에는 자본시장을 통합해 한국을 자산 운용업 중심의 아시아 금융허브로 키우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한국에서 진행된 신자유주의 금융개혁은 자본유치를 통한 금융세계화로의 편입을 가속화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었다. 우선 금융의 자유화를 강화하고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자본시장을 전면적으로 개방함으로써 자본 유치를 위한 기초적인 기반을 마련했다. 더불어 인수·합병을 통해 금융기관을 대형화하고 겸업화를 허용하면서 수익성 위주의 운영 기조를 강화하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해 기관투자가를 적극적으로 육성했다. 이 자본시장통합법은 그동안 진행되었던 금융시장 개혁과 개방을 종합적으로 정비하는 것에 덧붙여 최근 몇 가지 새로운 요소들에 대한 고려를 포함하고 있다.
우선 몇 년 전부터 가시화된 연금개혁으로 자본시장에서 연금기금을 활용하는 문제가 부상하고 있다. 무엇보다 185조원(2006년 10월 기준)의 어마어마한 적립금을 운용하는 국민연금의 기관투자가로서의 역할을 제고하는 것이 주요 관심사다.10) 게다가 2005년에 도입된 퇴직연금제도는, 아직 시행 초기라 영향력이 크지는 않으나, 그 적립금을 자본시장에서 운용하도록 되어있기 때문에, 적립금 규모가 커짐에 따라 자본시장의 주요한 버팀목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최근에는 공무원연금 개혁을 시작으로 공적연금에 대한 신자유주의적 개혁방안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또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현재 추진되는 자본시장통합법의 내용이 한미 FTA 금융부문에서 미국 측의 요구와 유사하다는 점이다. 미국 측의 요구는 크게 업종 및 금융상품에 대한 네거티브 시스템 적용, 금융서비스 국경 간 거래 허용, 신(新)금융서비스 허용으로 볼 수 있는데, 이 내용들은 고스란히 자본시장통합법에 담겨있다. 이것은 정부 내에서, 그리고 정부와 초민족자본 사이에 이미 신자유주의 금융개혁의 방향과 노림수에 대한 합의가 존재함을 보여준다. 사실 주식시장 활성화, 주주가치 중시, 외국인 투자에 대한 전면 개방, 기업지배구조 개선과 같은 신자유주의 재편의 일반적인 방향성은 이미 한국 정부에게 주어진 것이다. 따라서 그것이 한미 FTA든 자본시장통합법이든 이런 방향성을 구체화하고 초민족자본의 이해를 실현하는 방안일 따름이다.
한국 경제의 위기는 심화할 것이다
살펴본 바와 같이, 성장 동력을 창출하고 미래 한국을 예비하겠다는 노무현 정부의 정책들이란 하나같이 금융적 팽창에 기댄 초민족자본의 요구에 따른 것이다. 수출달러환류를 통해 미국의 이중적자를 보충하고 한미 FTA를 통해 미국 경제에 더욱 깊숙이 통합되려는 한국 자본의 시도는, 미국 경제의 불균형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항상 불안정성을 내포할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이런 상황이 자본에게 당장의 파괴적인 결과를 야기하지는 않는데, 자본은 이 위기를 노동자 민중에게 전가함으로써 유지하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고용 없는 성장, 양극화 등 민중의 위기를 지칭하는 현상들은 정책의 실패로 인한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경제위기 속에서 소수의 재벌과 초민족자본을 중심으로 금융세계화에 편입해가는 일련의 과정이 필연적으로 동반하는 결과다. 다가오는 대선에서 신자유주의 개혁세력과 보수주의 세력들은 민생을 화두로 또 다시 화려한 말잔치를 벌이겠지만, 이들 모두 초민족자본의 금융세계화를 주어진 방향으로 삼고 그 구체적인 실현 방안을 모색한다는 점에서 누구도 한국 경제가 처한 위기와 민생을 해결할 길은 없다. 결국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 하에서 노동자 민중의 생존의 위기는 더욱더 증폭될 뿐이다.
1)이러한 시각에 관해서는, 김정한, 「민주화세대의 역사적 좌표」, 『황해문화 53호』(2006년 겨울)를 보라.본문으로
2)이런 메커니즘에 대한 좀 더 자세한 설명은 제라르 뒤메닐·도미니크 레비, 「미 제국주의의 새로운 형세에 대한 전망」, 『사회운동』, 통권 61호, 2006년 1·2월을 참조하라.본문으로
3)2005년 10월~12월 사이에 신규 모기지 대출 금액은 약 1조 1,100달러까지 상승했고, 전체 모기지 부채는 8조 6,600달러에 달하며, 이는 미국 GDP의 69.4%를 차지한다.본문으로
4)지난 1월 21일 현대경제연구원은 「국제금융 체제의 격변에 대비할 때: 브레튼우즈 체제의 붕괴 가능성 진단」이라는 보고서를 제출했다. 연구원은 여기서 달러화 약세 현상이 장기화한다면 기축통화로서 달러화의 지위가 훼손되는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한국 정부는 중장기적으로 국내 보유 외환 다변화 방안을 추진해 원-엔 통화 간 직거래 시장을 개설하고, 원화의 국제화를 위해 국내 외환시장을 활성화하는 등의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고 권고했다.본문으로
5)따라서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다른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정책 제안도 있다. 그 조치는 크게 세 가지로, 우선 중국의 외환 시장이 중앙은행보다는 금융기관들에 의해 활성화되도록 하는 것이다. 둘째는 WTO와 같은 무역라운드 협상을 통해 수입 장벽을 감축하는 것이다. 마지막은 투자의 자유화를 확대하는 것인데, 여기에는 중국인(특히 중국기업)의 해외투자에 대한 정부의 허가조치 철폐와 외국의 뮤추얼펀드를 비롯한 금융기관들이 중국인들에게 금융상품을 판매하는 것을 허용하는 조치가 포함된다. 이것은 중국을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로 더욱 편입시키는 길임과 동시에 미국의 초민족자본의 활동과 이윤 추구를 더욱 확대하여 미국 경제의 불균형을 지탱하는 경로이기도 하다. Richard N. Cooper, "Living with Global Imbalances: A Contrarian View", Policy Brief, Institute for International Economics, November, 2005.본문으로
6)한국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초민족자본의 증권투자 유치를 확대해왔고, 초민족자본의 지배력이 매우 강화된 상황에서 평가절하는 어려운 상황이다.본문으로
7)최근까지 부동산 가격이 급등했던 미국도 비슷하다. 벨라미 포스터는 주택가격 상승과 이에 따른 주택 재융자(Refinancing) 및 소비 증가를 주택 거품이라 지칭하며, 이 거품이 2000년 주식 시장의 붕괴와 그 이후 지속된 경기침체로부터 경제가 회복할 수 있게 한 주요 원인이라고 분석한다. John Bellamy Foster, "The Household Debt Bubble", Monthly Review, May, 2006을 참조하라.본문으로
8)물론 붕괴 이후 카드회사들의 부실도 커졌지만, 이 위기는 부실 채권을 자산유동화하는 방식으로 처리되었다. 이런 조치는 카드사는 회수가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는 6개월 이상 연체채권을 대손상각처리 후 부실채권 투자전문펀드에게 원리금의 9~12%에 해당하는 저가로 매각하고 부실채권 투자펀드는 이를 담보로 자산담보부증권(ABS)을 발행해 채권매입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카드사, 부실채권 투자회사, 자산관리회사, 국제 투기펀드 회사 등은 금융자본들은 이 위기마저도 자신들의 팽창에 활용했다. 좀 더 자세한 것은 황선웅,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카드사 부실채권 처리방안에 부쳐」, 『사회진보연대』 통권 40호, 2003년 11월을 참고하라.본문으로
9)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기존 법규는 금융투자업을 증권업, 선물업, 자산운용업, 신탁업 등으로 세분화하고 상호 겸영을 제한하고 있지만, 자산시장통합법은 한 금융투자회사가 6개의 금융투자업을 한꺼번에 운용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둘째, 금융투자회사에게 은행의 권한이었던 결제, 송금 등 부가서비스 제공 권한을 부여했다. 셋째, 판매권유자 제도를 도입하여 상업적 주재 없는 국경 간 거래가 활성화될 경우 외국에서 개발된 혁신금융상품이 팔릴 수 있는 판로를 마련했다. 넷째, 현행법은 간접투자기구를 투자신탁, 주식회사(뮤추얼펀드), 사모로 한정하고 있으나, 자본시장통합법은 폭넓은 기구(유한회사, 합자회사, 상법상 익명조합, 민법상 조합 등)를 간접투자기구로 활용하도록 허용한다. 더불어 간접투자 대상 자산의 범위도 확대하여, 현재 증권, 선물, 부동산, 실물자산, 어음, 보험금지급청구권, 어업권, 광업권 등으로 열거되어 있는 것을 '재산적 가치가 있는 모든 자산(예를 들어 지적재산권)'으로 정의하여 범위를 획기적으로 확대했다. 다섯, 국경 간 금융서비스 거래를 허용하여 국내 고객들이 인터넷으로 외국 금융회사의 본점과 거래가 가능해진다. 여섯, 금융투자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외국환 업무는 가능한 한 외환거래법 상 별도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 모두 허용한다.본문으로
10)2006년 12월 국회 상임위를 통과한 국민연금 개정안의 핵심은 적립금 고갈에 대비해 보험료를 단계적으로 9%에서 12.9%로 인상하고, 급여는 소득대비 50% 수준으로 삭감한다는 것이다. 이 결과 국민연금 기금의 적립액수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고, 그만큼 기관투자가로서 국민연금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더불어 국민연금의 기금고갈 문제가 불거지면서 국민연금 기금의 수익성에 대한 신자유주의자들의 요구도 높아지고 있다. 이들은 국민연금이 현재 대부분의 기금을 채권에 투자함으로써 수익률을 높이지 못한다고 비판하면서, 주식투자와 해외투자, 대체투자(사모펀드, 부동산 등) 비율을 높일 것과 투자 대상 기업의 기업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압력 행사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요구한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은 올해 주식투자 비중을 작년 11%에서 13.6%로, 해외주식 비중을 0.6%에서 2.8%로, 대체투자 비중은 0.9%에서 2.1% 수준으로 높일 계획이다. 국민연금은 세계 다섯 번째 규모이며, 따라서 기관투자가로서 국민연금의 역할에 대한 기대치는 매우 높다. 국제금융기구들과 국내외 금융기관들은 국민연금이 주식투자 비중을 키워 국내 주식시장 안정화의 버팀목이 되고, 해외투자를 확대하면 아시아 증시의 활성화에 주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 기대한다. 하지만 이는 노동자 민중의 소득을 동원해 초민족자본의 금융화를 부채질하는 것일 따름이다. 최근 국민연금 개혁에 관한 비판으로는 이 책에 실린 이진숙, 「연금 개혁 비판과 노동자 민중의 대응 방향: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 반대 투쟁의 기초 위에서 노동자 민중의 지혜를 모으자!」를 참고하라. 본문으로
이제 2007년 대선을 앞두고 저마다 자신이 경제를 살려 이 참혹한 현실을 바꿔주겠노라 나서고 있다. 한편에서 현 집권 세력과 타락한 386들은 양극화 해소를 통해 실질적 민주화를 이루는 것이 자신들의 과제라며 개혁세력을 자처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현재의 어려움을 집권 세력의 무능력 탓으로 치부하며 강력한 성장과 개발의 주체를 자임한다. 이들 중 누구도 현재의 참혹한 현실이 신자유주의에 내재한 필연적 결과임을 말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는, 신자유주의가 멈추지 않고서야 만연한 비정규직과 빈곤, 계속되는 삶의 고통과 불안정성은 제거될 수 없으며, 지속되고 심화될 뿐임을 잘 알고 있다.
미국 중심의 금융세계화가 처한 불안정성
미국 경제의 불균형과 불안정성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미국의 이중적자(무역적자와 재정적자)는 이제 감내할 수준을 넘어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06년 미국의 무역적자는 GDP 대비 6.6%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재정적자도 3,500억 달러로 GDP의 2.7%에 달한다. 하지만 2006년 9월까지 미국 금융시장으로 유입된 국제 자본의 규모는 7,685억 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12.1%가 증가했고, 특히 대(對)미 무역 흑자국의 미국 국채 매입이 35.4%나 증가했다. 이는 대미 수출로 달러를 벌어들인 수많은 나라들이 이를 다시 미국에 투자한다는 의미다.(수출달러환류) 그리고 미국은 이렇게 유입되는 자본으로 무역수지 적자를 충당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미국 내 외국인 자산을 급격히 증가시키고, 따라서 미국이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지불해야 하는 자본 소득도 증가한다. 반면 미국의 해외자산은 미국 내 외국인 자산의 절반가량이지만, 벌어들이는 소득은 거의 비슷하다. 이는 미국의 해외투자 수익률이 미국 내 외국인 투자 수익률의 두 배라는 의미다. 2)
게다가 최근 미국 경제는 멈출 수 없는 소비의 물결에 훨씬 더 의존하게 되었는데, 1994년~2004년에 소비는 국가 소득보다 빠르게 증가했으며, GDP에서 개인소비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67%에서 70%로 증가했다. 미국의 이런 소비 추세는 세계 경제를 추동하는 핵심 동력으로 인식되었다. 더불어 이런 막대한 소비는 미국의 무역적자를 더욱 확대시키는 요인이다. 하지만 1990년대 후반의 일시적인 예외를 제외하면 미국 노동자들의 실질임금은 수십 년 간 하락했고, 지난 5년간 가계 소득은 꾸준히 감소했다. 그렇다면 이 막대한 소비는 어떻게 가능한 것인가? 그 답은 가계 부채의 증가에서 찾을 수 있다. 가계 부채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주택담보대출인데, 주택 가격 상승과 낮은 이자율은 모기지(mortgage) 대출을 급증시키는 원동력이 되었고,3) 이를 통해 가계는 소득을 초과하여 소비할 수 있었다. 하지만 주택가격 상승은 가계의 자산 상태를 개선시키는 것과는 거의 관계가 없고, 오히려 위험성이 더 높은 모기지 상품을 출현시켰을 뿐이다.
따라서 미국 경제는 막대한 소비를 통해 세계 경제를 부양하고, 그로 인한 적자를 해외로부터 소득을 흡수하여 보전하며, 이런 강력한 소득 흡수 메커니즘은 미국으로 하여금 다시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지불해야 하는 자본 소득을 증가시키는 매우 불안한 구조 위에 서 있다. 이런 구조를 지탱하기 위한 몇 가지 경로가 있다. 우선 미국 정부는 달러화 약세를 방치하고 있다. 하지만 달러화 약세가 장기화됨에 따라 달러의 신뢰성이나 미국의 금융지배력은 크게 손상될 수 있다.4) 특히 미국의 무역적자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중국(중국이 2006년 3/4분기까지 전체 무역적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6.7%에 달한다.)에 대한 위안화 절상 압력이 계속 권고되었지만, 실제 이것이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를 개선하는 데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고, 오히려 동아시아에서 금융위기를 발생시킬 수도 있다.5)
물론 이자율을 조정하는 방법도 있다. 실제로 미국 연방준비위원회는 2004년 이후 18차례에 걸쳐 금리를 인상했고, 이후 추가 인상에 대한 요구도 제기되고 있다. 금리 인상이 해외 자본을 유인할 수도 있지만, 동시에 이것은 미국에 투자한 해외 자본에게 지불해야 할 자본소득이 커지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게다가 금리 인상으로 주택 가격 상승이 둔화되긴 했지만, 이것은 그 동안 주택 가격 상승에 기대어 모기지 대출을 확대했던 가계들의 소비를 위축시킬 뿐만 아니라, 가계의 부채 상환 부담을 더욱 가중시킬 것이다.
더불어 해외에 대한 무역 자유화 조치 및 투자자유화 조치를 요구할 수 있다. 부시 정부는 WTO 도하개발의제(DDA)나 FTA와 같은 무역협정을 통해 무역 및 투자의 자유화를 세계적으로 확산하려 한다. 2006년 11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공동체'(APEC) 정상회담에서는 WTO DDA 협상 재개를 촉구하고, 2007년 중에 '아시아태평양 자유무역지대'(FTAAP)를 검토하기로 했다. 더불어 수준 높은 지역무역협정(RTA)과 FTA 체결을 위한 표준모델을 작성하기로 합의했다. FTAAP는 거대한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경제적 지위를 더욱 강화할 수 있고, 미국의 무역적자가 대개는 중국과 일본을 비롯한 동아시아 국가들의 수출에서 기인한다는 점에서 미국에게는 중요한 문제다.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의 확산을 정책적으로 보조해 온 싱크탱크들이나 경제학자들은 줄곧 FTAAP 창설이 APEC의 미래 비전일 뿐만 아니라 세계 무역 체계에서도 사활적인 중요성을 갖는 과제라고 역설해 왔다. 물론 이런 조치들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 초민족자본의 금융적 지배와 이윤을 보장하기 위해 관세 및 비관세 장벽 철폐, 서비스 개방, 금융의 자유 확대, 지적재산권을 포함한 초민족자본의 권리 확대를 기본 내용으로 한다. 따라서 이는 미국이 처한 위기를 외국의 민중에게 전가함으로써 위기를 유지하는 것에 불과하다.
문제는 '이런 불균형이 계속 유지될 수 있는가'이다.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국가들은 수출로 벌어들인 달러를 미국에 다시 투자함으로써 미국의 무역적자를 지탱하고 유럽과 라틴아메리카의 나라들도 자본도피성 투자를 통해 이에 동참하고 있다. 한미 FTA는 FTAAP에 앞서 동아시아에서 미국의 경제적 지배를 더욱 강화하는 기초가 될 것이다. 이렇게 세계의 국가들은 미국의 불안한 전망에 더욱 깊숙이 편입하면서 위기에 처한 세계 자본주의를 떠받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경제의 불균형은 날로 심화되고, 위기는 가중되고 있다. 이런 경향이 무한정 지속될 수 없다는 것은 점점 더 분명해지고 있다.
한국 경제의 현재적 쟁점
노무현 정부는 1월 4일 '2007년 경제운용방향'을 확정했다. 경제운용방향의 기본 방향은 "경제의 안정적인 관리에 중점을 두면서 참여정부의 개혁과제 마무리를 통해 성장 동력을 확충해 나가는 데 주력한다"는 것이다. 더불어 노무현 대통령은 신년 연설에서 참여정부가 경제 위기를 무난히 관리했고 오히려 성장률로만 보자면 OECD 국가 중 7위의 성적이라며, '경제파탄'을 말하는 사람은 무책임하다고 질타했다. 더불어 문제는 경제 자체보다는 양극화로 인해 경제 성장의 효과가 민생의 나아짐으로 연결되지 않는 점에 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참여정부는 꾸준히 동반성장, 균형발전 전략을 추진해 왔고 앞으로도 계속할 것이라 주장했다. 하지만 노무현 정부의 자화자찬 식 평가나 전망은 현실과 전혀 다르다. 미국 경제의 전망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는 가운데, 미국 경제에 대한 종속이 심한 한국 경제의 전망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환율은 계속 하락하고 있으며,6) 유가도 불안하다. 무엇보다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란 민중의 권리와 삶을 대가로 자본의 위기를 지연시키려는 시도인 바, 장기화된 경제 불황은 피폐하고 궁핍한 민중의 삶으로 드러난다. 남한 인구의 15%가 빈곤층으로 분류되며, 비정규직의 수는 850만에 육박하고 있다. 이런 궁핍함은 가계수지 적자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 2003년 도시 근로자 가구 중 빈곤층(소득 최하위 10%)의 연간 가계수지는 355만원의 적자를 기록했으며, 도시 전체 근로자 20%의 가계수지가 지난 1998년부터 8년째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한국 경제를 둘러싼 최근의 쟁점들은, 정부가 양극화 해소, 새로운 성장 동력 발굴이라는 전망을 아무리 내세운다 해도 그것이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심화되는 민중의 생존 위기가 폭발적인 갈등으로 분출되지 않도록 관리하기 위한 조치에 불과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즉, 한국의 재벌과 지배세력이 미국 중심의 초민족자본의 지배에서 하위파트너 위치를 굳건히 함으로써 자신들의 생존을 모색하는 한, 그 어떤 구호와 전망을 제시한다고 해도 그것은 민중의 삶, 권리와는 아무런 관계도 없다. 정부가 경제운용방향을 통해 밝힌 핵심 과제들을 검토해본다면, 이는 더욱 분명해질 것이다.
1) 부동산 가격 급등과 정부 대책
노무현 대통령은 신년연설을 통해 보유세나 거래가격 공시제도 등 그 동안 나왔던 모든 투기 억제정책이 전부 채택되어 더 이상 부동산 투기로 이익을 얻는 것은 불가능해졌다고 자평했다. 다만 단번에 부동산을 잡지 못한 이유는 야당과 언론의 반대와 흔들기로 처음부터 강력한 정책을 통과시킬 수 없었기 때문이고, 장기적으로는 균형발전과 교육문제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언급도 덧붙였다. 하지만 지난 해에는 단독, 연립 주택의 가격(2004~2005년 하락세)과 전세 가격까지 상승하면서 집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2002년 이후 총 30여 차례의 각종 부동산 관련 대책(이 중 종합 대책은 2003년 10.29 대책, 2005년 8.31 대책)이 시행되었지만, 집값이 안정화되기는커녕 2005년 이후에는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면 오히려 집값이 상승하는 웃지 못 할 상황이 반복되었다. 8.31 대책 이후 전국의 주택가격은 6.7% 상승했으며, 버블세븐 지역(서울의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 양천구, 경기의 분당구, 평촌, 용인)의 가격은 무려 20.2%가 올랐다. 게다가 판교 신도시 개발에서 풀린 토지보상금이 분당을 비롯한 신도시로 몰리면서 가격을 크게 올린 학습효과로 인해 파주 및 인천 검단 신도시 개발계획이 발표되자 오히려 투기 수요가 자극되기도 했다.
부동산 가격 급등에 대한 정부의 대책은 주로 수요 억제와 공급 확대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정부는 그동안 한 편으로는 보유세 도입, 종합부동산세 부과, 분양가 상한제 및 분양 원가 공개 확대·강화, 분양주택에 대한 전매 제한 기간 확대, 주택담보대출 관리 강화 등의 정책을 시행하고, 다른 한 편으로는 공급 물량 부족이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2010년까지 총 164만 호 주택 건설, 후분양제 도입 연기 등의 공급 정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정부의 이런 정책은 어느 누구도 만족시키지 못했는데, 대다수 국민들은 계속되는 대책에도 불구하고 그 때마다 오히려 오르는 집값에 분노를 터뜨렸고, 건설업체들은 정부의 규제가 과도해서 기업을 할 수가 없다고 불만을 제기했다. 정부가 내놓는 어떤 대책도 믿을 수 없는 상황에서 투기 열풍은 더욱 심해졌고, 고용 불안과 소득 하락으로 삶의 어려움을 느껴온 민중들은 대박을 꿈꾸며 빚을 내서까지 투기 열풍에 동참했다.
최근 각종 경제연구소는 최근의 부동산 거품에는 저금리로 인한 금리 요인이 상당히 크다고 지적하면서 이에 대한 근본적인 정책으로 금리 인상을 언급하지만, 정부는 부동산 대책에 있어서 금리 인상을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의 상황에서 금리를 인상하는 것이 그리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저금리를 바탕으로 한 과잉유동성에 주택 가격 상승이 맞물리면서 주택관련 대출이 크게 늘어났고, 이는 가계부채 증가의 주 요인이 되었다. 2002년부터 2006년 11월까지 가계대출 증가액은 180.1조원인데, 이 중에서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은 127.6조원으로 전체 증가액의 70.8%를 차지한다. 이런 상황에서 금리 인상이 주택 가격 안정세에 도움이 될 수는 있겠지만, 상승한 주택가격을 담보로 대출한 가계의 부담은 이중으로 확대될 것이다.(가계 대출 이자 부담 상승과 주택가격 하락에 따른 손실) 은행의 가계 대출에서 주택담보대출 비율이 62.7%에 이르는 점을 감안했을 때, 이는 은행을 비롯한 금융권의 부실로도 연결될 수 있다. 그리고 정부는 경기 하강조짐이 나타나면 금리 인하를 경기부양책으로 활용할 의지를 가지고 있다. 게다가 연말에 대선이라는 커다란 정치적 계기가 예정되어 있는 상황에서 반발을 초래할 수 있는 금리 인상을 결단하는 것은 매우 어려울 것이다.
수급 정책도 한계가 있고 금리 인상도 어려운 상황에 끼어 있는 부동산 문제는 사실 금융화한 한국 경제의 단면을 보여준다. 노무현 대통령은 신년연설에서 부동산 정책에서 한 가지 시행착오는 과잉유동성을 고려하지 못한 것이라 말했는데, 못한 것인지 안한 것인지 그 진정성의 문제는 잠시 넘어가더라도, 이는 현재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부동산 문제의 핵심과 원인을 비껴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은폐하고 있음을 시인한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자본의 이윤율 하락을 금융적 팽창을 통해 모면하려는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는 늘 투기와 거품을 동반한다. 한국에서도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신자유주의 정책이 본격화되면서 코스닥 열풍으로 나타났던 IT/신경제 거품, 신용카드 확대를 통한 소비 증가 등 과열과 붕괴가 반복돼 왔다. 그렇다면 최근의 부동산 열풍은 외환위기 이후 저금리에 따른 과잉유동성이 IT와 신용카드로 집중되면서 거품을 형성했고, 이제는 부동산으로 몰리면서 형성된 것이라 볼 수 있다.7) 따라서 최근의 부동산 가격 급등은 반복적인 거품 형성과 이를 통한 금융적 팽창을 동반하는 신자유주의 금융화의 필연적 결과이자 주어진 규범이다. 정부는 이를 건드릴 수 없고, 이런 거품이 급격하게 붕괴하여 경제 전체에 치명적인 타격을 주지 않는 선에서 관리하는 역할만을 할 수 있다. 따라서 수급 조절에 초점을 둔 정부 정책이 과잉유동성을 고려하지 못(안)했다는 것도 당연한 말이다.
그러나 거품은 언제든 꺼지기 마련이고, 그 후과는 고스란히 노동자 민중에게 돌아온다. 궁핍해진 생계와 불안한 미래가 지속되고 노동자 민중의 연대를 통한 전망이 불투명해질수록 투기 열풍은 노동자 민중에게 매력적인 기회로 인식된다. 노동자 민중을 금융시장으로 깊숙이 포섭하여 그들의 운명을 금융시장의 운명에 결부시키는 것이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를 확산하는 조건이자 과정인 바, 금융시장을 통해 성공한 극소수 노동자들의 사례는 마치 노동자 민중 전체의 장밋빛 미래로 선전되며 노동자 민중을 유인한다.(물론 이것은 국민연금 기관투자가화, 퇴직연금, 성과급제를 비롯하여 수많은 실제적 조치들과 맞물리는 과정이다) 하지만 김대중 정부 당시 카드 남발을 통해 금융시장을 활성화한 결과가 무엇이었던가? 2002년 신용카드를 기반으로 한 가계대출 확대는 신용카드사를 필두로 한 투자신탁회사, 은행, 보험회사, 증권회사의 확장에 기여했지만, 노동자민중은 신용카드사의 적극적 판매 전략에 동원되어 미래의 불투명한 소득마저 금융시장에 저당 잡히는 결과를 낳았고, 이후 거품이 붕괴하자 신용불량자라는 이름을 얻거나 더 많이, 더 강도 높게 노동하여 카드 값 막기에 급급한 삶을 살게 되었다.8)
부동산 가격이 급락할 것인지, 안정화될 것인지, 계속해서 급등할 것인지를 섣불리 예측할 수는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 어떤 상황에서도 노동자 민중의 안정적인 주거는 보장될 수 없다는 점이다. 투기를 동반하는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가 지속되는 한 부동산은 언제든 투기의 대상이 될 수 있고, 이것은 그 자체로 언제든 붕괴할 수 있는 위험을 안고 있는 것이며, 붕괴한 후과는 가계 부채의 급증에 따른 가계의 파산과 경제적인 부담으로 돌아올 것이다.
2) 성장잠재력 확충을 위한 FTA?
노무현 정부는 한미 FTA 협상을 2007년 상반기 중으로 타결하고, 아세안, 캐나다, 인도 등 현재 추진 중인 FTA에 속도를 붙일 것이며, 상반기 중으로 유럽연합과 FTA 협상을 개시하고 중국과 FTA 체결을 위한 산·관·학 합동연구를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노무현 정부는 집권 초기부터 동북아 허브 전략을 비전으로 내세우면서 자발적으로 개방과 무역 자유화에 나섰고, "동시다발적 FTA 추진 전략"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세계에 호혜로운 발전의 기회를 제공한다고 역설해 온 무역 자유화가 평등한 부와 풍요를 가져다주지는 않았다. 오히려 그 반대 결과에 대한 보고가 넘쳐나고 있다. 마치 교리처럼 강변되는 무역 자유화는 초민족자본의 자유를 확대하는 강제적인 규범에 불과하다. 무역 자유화는 위계적인 수탈 구조를 공고히 하여 초민족자본의 이윤 확대와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를 유지·심화하는 데 사활적인 원칙일 뿐이다. 노무현 정부는 이런 무역 자유화가 대세이고, 마치 이를 통해 민족 전체가 어떤 이익을 볼 수 있는 양 호도하지만, 이는 소수의 재벌과 한국 경제에 막강한 지배력을 행사하는 초민족자본의 기회일 뿐이다.
지난 한 해 논란이 뜨거웠던 한미 FTA는 그 상대가 미국이라는 점에서 더욱 큰 문제다. 위에서 지적했듯이 미국은 최근 FTA를 미국 경제의 불균형을 해소하는 주요한 수단으로 사고하고 적극적으로 FTA 체결에 나서고 있다. 한미 FTA에서도 미국은 모든 분야에서 미국의 이해를 관철시키려는 공세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국에게 있어 이번 한미 FTA는 동아시아 지역에서 미국을 정점으로 한 수탈과 착취의 위계를 안정화하는 중요한 출발점이자 매개다. 무엇 하나 제대로 한 것이 없는 노무현 정부는 국민들의 높은 불만과 불신 앞에 "대한민국의 새로운 성장 동력," "세계 최강국과 겨룰 수 있는 민족의 자신감"이라는 현란한 수사를 동원하며 한미 FTA를 꺼내들었다. 하지만 한미 FTA는 경제위기에 대응하는 한국 자본의 선택일 뿐이다. 부단한 노력을 통해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에 적응해 왔지만, 재벌들은 초민족자본의 증권투자 유치로 인한 평가절상 압력 때문에 평가절하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워지고, 중국의 경제성장으로 노동유연화를 통한 경쟁력 확보에도 한계가 분명해졌다. 따라서 한국의 지배세력은 한미 FTA를 통해 이 위기를 극복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제 6차 협상까지 끝난 한미 FTA의 결론은 갈수록 명확해 보인다. 협상이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미국과 초민족자본의 일방적인 요구를 수용하는 길밖에 없음이 드러나고 있다. 지적재산권과 통신 전자상거래, 서비스시장, 금융, 투자 등의 분야에서 미국은 특허권 기간 연장, 내국민/최혜국 대우, 서비스 개방 분야에 있어서 열거주의 시스템 등 초민족자본의 요구를 거의 관철시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부동산정책과 조세정책 등을 '투자자-국가 소송제도'에서 제외하는 것이나 신(新)금융서비스에 대한 감독을 의무화하는 등의 사안은 미국 측이 이전의 협상들에서 다뤄보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논의조차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광우병 쇠고기 뼈조각이 발견되어 전량 폐기되는 등 한미 FTA가 민중의 삶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문제가 터지면서 한미 FTA 협상의 정당성은 점차 땅으로 떨어지고 있다. 하지만 노무현 정부는 어떻게든 올해 상반기 중에 협상을 체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쇠고기 수입 재개 여부, 자동차와 의약품을 무역구제와 주고받거나 농산품과 섬유를 주고받는 등의 소위 '빅딜'설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렇듯 한미 FTA는 만약 타결된다면 초민족자본의 요구에 따라 한국 사회 전반을 재편하게 될 것이고, 세계적으로 위계화한 금융 주도의 신자유주의적 축적구조로의 편입을 완성하게 될 것이다. 이것은 물론 민중의 삶을 위기로 몰아넣는 과정이기도 하다. 더불어 한미 FTA의 타결은 될 수 있는 한 많은 국가들과 FTA를 체결하여 개방과 자유화를 확대하려는 노무현 정부의 전략을 튼튼히 뒷받침하게 될 것이다.
3) 자본시장통합법
한편 한미 FTA나 부동산 정책만큼 대중의 주목을 끌지는 않으나, 신자유주의 금융개혁을 보다 강화하여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에 철저히 순응하면서 그 주체로 나서기 위한 과정이 착실히 진행되고 있다. 2006년 2월 정부는 증권거래법, 선물거래법, 자산운용법, 신탁업 등 14개로 나뉘어 있는 자본시장 관련 법률을 통합한 '금융투자업과자본시장에관한법률'(이하 자본시장통합법)을 발표했다. 이 법은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며, 정부는 이 법의 조속한 입법 완료를 금융시스템 선진화의 주요한 과제로 삼고 있다. 자본시장통합법의 주요 내용은 크게 세 가지인데, 첫째는 현행 기관별 규율체제를 기능별 규율체제로 전환하는 것이다. 이는 은행, 증권, 보험으로 나누어 규제하던 과거의 체제가 금융의 자유화에 장해물이 된다는 인식 하에 법제를 기능별로 전면 개편하는 것이다. 둘째는 금융투자 상품의 개념을 추상적으로 정의하여 향후 출현할 모든 금융투자 상품을 법률의 규율 대상으로 포괄하는 것이다. 이번 자본시장통합법은 원본손실이 가능한 모든 금융상품을 포함하는 '금융투자 상품'(이 상품은 다시 증권, 장외파생상품, 장내파생상품 세 가지로 분류된다.)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도입했는데, 이는 소위 혁신상품의 개발과 판매를 촉진하려는 의도다. 셋째는 투자은행을 육성하고 겸영화(兼營化)를 촉진하기 위한 탈규제 조치와 제도 정비다.9)
자본시장통합법의 제정 배경에는 자본시장을 통합해 한국을 자산 운용업 중심의 아시아 금융허브로 키우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한국에서 진행된 신자유주의 금융개혁은 자본유치를 통한 금융세계화로의 편입을 가속화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었다. 우선 금융의 자유화를 강화하고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자본시장을 전면적으로 개방함으로써 자본 유치를 위한 기초적인 기반을 마련했다. 더불어 인수·합병을 통해 금융기관을 대형화하고 겸업화를 허용하면서 수익성 위주의 운영 기조를 강화하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해 기관투자가를 적극적으로 육성했다. 이 자본시장통합법은 그동안 진행되었던 금융시장 개혁과 개방을 종합적으로 정비하는 것에 덧붙여 최근 몇 가지 새로운 요소들에 대한 고려를 포함하고 있다.
우선 몇 년 전부터 가시화된 연금개혁으로 자본시장에서 연금기금을 활용하는 문제가 부상하고 있다. 무엇보다 185조원(2006년 10월 기준)의 어마어마한 적립금을 운용하는 국민연금의 기관투자가로서의 역할을 제고하는 것이 주요 관심사다.10) 게다가 2005년에 도입된 퇴직연금제도는, 아직 시행 초기라 영향력이 크지는 않으나, 그 적립금을 자본시장에서 운용하도록 되어있기 때문에, 적립금 규모가 커짐에 따라 자본시장의 주요한 버팀목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최근에는 공무원연금 개혁을 시작으로 공적연금에 대한 신자유주의적 개혁방안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또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현재 추진되는 자본시장통합법의 내용이 한미 FTA 금융부문에서 미국 측의 요구와 유사하다는 점이다. 미국 측의 요구는 크게 업종 및 금융상품에 대한 네거티브 시스템 적용, 금융서비스 국경 간 거래 허용, 신(新)금융서비스 허용으로 볼 수 있는데, 이 내용들은 고스란히 자본시장통합법에 담겨있다. 이것은 정부 내에서, 그리고 정부와 초민족자본 사이에 이미 신자유주의 금융개혁의 방향과 노림수에 대한 합의가 존재함을 보여준다. 사실 주식시장 활성화, 주주가치 중시, 외국인 투자에 대한 전면 개방, 기업지배구조 개선과 같은 신자유주의 재편의 일반적인 방향성은 이미 한국 정부에게 주어진 것이다. 따라서 그것이 한미 FTA든 자본시장통합법이든 이런 방향성을 구체화하고 초민족자본의 이해를 실현하는 방안일 따름이다.
한국 경제의 위기는 심화할 것이다
살펴본 바와 같이, 성장 동력을 창출하고 미래 한국을 예비하겠다는 노무현 정부의 정책들이란 하나같이 금융적 팽창에 기댄 초민족자본의 요구에 따른 것이다. 수출달러환류를 통해 미국의 이중적자를 보충하고 한미 FTA를 통해 미국 경제에 더욱 깊숙이 통합되려는 한국 자본의 시도는, 미국 경제의 불균형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항상 불안정성을 내포할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이런 상황이 자본에게 당장의 파괴적인 결과를 야기하지는 않는데, 자본은 이 위기를 노동자 민중에게 전가함으로써 유지하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고용 없는 성장, 양극화 등 민중의 위기를 지칭하는 현상들은 정책의 실패로 인한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경제위기 속에서 소수의 재벌과 초민족자본을 중심으로 금융세계화에 편입해가는 일련의 과정이 필연적으로 동반하는 결과다. 다가오는 대선에서 신자유주의 개혁세력과 보수주의 세력들은 민생을 화두로 또 다시 화려한 말잔치를 벌이겠지만, 이들 모두 초민족자본의 금융세계화를 주어진 방향으로 삼고 그 구체적인 실현 방안을 모색한다는 점에서 누구도 한국 경제가 처한 위기와 민생을 해결할 길은 없다. 결국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 하에서 노동자 민중의 생존의 위기는 더욱더 증폭될 뿐이다.
1)이러한 시각에 관해서는, 김정한, 「민주화세대의 역사적 좌표」, 『황해문화 53호』(2006년 겨울)를 보라.본문으로
2)이런 메커니즘에 대한 좀 더 자세한 설명은 제라르 뒤메닐·도미니크 레비, 「미 제국주의의 새로운 형세에 대한 전망」, 『사회운동』, 통권 61호, 2006년 1·2월을 참조하라.본문으로
3)2005년 10월~12월 사이에 신규 모기지 대출 금액은 약 1조 1,100달러까지 상승했고, 전체 모기지 부채는 8조 6,600달러에 달하며, 이는 미국 GDP의 69.4%를 차지한다.본문으로
4)지난 1월 21일 현대경제연구원은 「국제금융 체제의 격변에 대비할 때: 브레튼우즈 체제의 붕괴 가능성 진단」이라는 보고서를 제출했다. 연구원은 여기서 달러화 약세 현상이 장기화한다면 기축통화로서 달러화의 지위가 훼손되는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한국 정부는 중장기적으로 국내 보유 외환 다변화 방안을 추진해 원-엔 통화 간 직거래 시장을 개설하고, 원화의 국제화를 위해 국내 외환시장을 활성화하는 등의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고 권고했다.본문으로
5)따라서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다른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정책 제안도 있다. 그 조치는 크게 세 가지로, 우선 중국의 외환 시장이 중앙은행보다는 금융기관들에 의해 활성화되도록 하는 것이다. 둘째는 WTO와 같은 무역라운드 협상을 통해 수입 장벽을 감축하는 것이다. 마지막은 투자의 자유화를 확대하는 것인데, 여기에는 중국인(특히 중국기업)의 해외투자에 대한 정부의 허가조치 철폐와 외국의 뮤추얼펀드를 비롯한 금융기관들이 중국인들에게 금융상품을 판매하는 것을 허용하는 조치가 포함된다. 이것은 중국을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로 더욱 편입시키는 길임과 동시에 미국의 초민족자본의 활동과 이윤 추구를 더욱 확대하여 미국 경제의 불균형을 지탱하는 경로이기도 하다. Richard N. Cooper, "Living with Global Imbalances: A Contrarian View", Policy Brief, Institute for International Economics, November, 2005.본문으로
6)한국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초민족자본의 증권투자 유치를 확대해왔고, 초민족자본의 지배력이 매우 강화된 상황에서 평가절하는 어려운 상황이다.본문으로
7)최근까지 부동산 가격이 급등했던 미국도 비슷하다. 벨라미 포스터는 주택가격 상승과 이에 따른 주택 재융자(Refinancing) 및 소비 증가를 주택 거품이라 지칭하며, 이 거품이 2000년 주식 시장의 붕괴와 그 이후 지속된 경기침체로부터 경제가 회복할 수 있게 한 주요 원인이라고 분석한다. John Bellamy Foster, "The Household Debt Bubble", Monthly Review, May, 2006을 참조하라.본문으로
8)물론 붕괴 이후 카드회사들의 부실도 커졌지만, 이 위기는 부실 채권을 자산유동화하는 방식으로 처리되었다. 이런 조치는 카드사는 회수가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는 6개월 이상 연체채권을 대손상각처리 후 부실채권 투자전문펀드에게 원리금의 9~12%에 해당하는 저가로 매각하고 부실채권 투자펀드는 이를 담보로 자산담보부증권(ABS)을 발행해 채권매입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카드사, 부실채권 투자회사, 자산관리회사, 국제 투기펀드 회사 등은 금융자본들은 이 위기마저도 자신들의 팽창에 활용했다. 좀 더 자세한 것은 황선웅,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카드사 부실채권 처리방안에 부쳐」, 『사회진보연대』 통권 40호, 2003년 11월을 참고하라.본문으로
9)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기존 법규는 금융투자업을 증권업, 선물업, 자산운용업, 신탁업 등으로 세분화하고 상호 겸영을 제한하고 있지만, 자산시장통합법은 한 금융투자회사가 6개의 금융투자업을 한꺼번에 운용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둘째, 금융투자회사에게 은행의 권한이었던 결제, 송금 등 부가서비스 제공 권한을 부여했다. 셋째, 판매권유자 제도를 도입하여 상업적 주재 없는 국경 간 거래가 활성화될 경우 외국에서 개발된 혁신금융상품이 팔릴 수 있는 판로를 마련했다. 넷째, 현행법은 간접투자기구를 투자신탁, 주식회사(뮤추얼펀드), 사모로 한정하고 있으나, 자본시장통합법은 폭넓은 기구(유한회사, 합자회사, 상법상 익명조합, 민법상 조합 등)를 간접투자기구로 활용하도록 허용한다. 더불어 간접투자 대상 자산의 범위도 확대하여, 현재 증권, 선물, 부동산, 실물자산, 어음, 보험금지급청구권, 어업권, 광업권 등으로 열거되어 있는 것을 '재산적 가치가 있는 모든 자산(예를 들어 지적재산권)'으로 정의하여 범위를 획기적으로 확대했다. 다섯, 국경 간 금융서비스 거래를 허용하여 국내 고객들이 인터넷으로 외국 금융회사의 본점과 거래가 가능해진다. 여섯, 금융투자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외국환 업무는 가능한 한 외환거래법 상 별도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 모두 허용한다.본문으로
10)2006년 12월 국회 상임위를 통과한 국민연금 개정안의 핵심은 적립금 고갈에 대비해 보험료를 단계적으로 9%에서 12.9%로 인상하고, 급여는 소득대비 50% 수준으로 삭감한다는 것이다. 이 결과 국민연금 기금의 적립액수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고, 그만큼 기관투자가로서 국민연금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더불어 국민연금의 기금고갈 문제가 불거지면서 국민연금 기금의 수익성에 대한 신자유주의자들의 요구도 높아지고 있다. 이들은 국민연금이 현재 대부분의 기금을 채권에 투자함으로써 수익률을 높이지 못한다고 비판하면서, 주식투자와 해외투자, 대체투자(사모펀드, 부동산 등) 비율을 높일 것과 투자 대상 기업의 기업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압력 행사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요구한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은 올해 주식투자 비중을 작년 11%에서 13.6%로, 해외주식 비중을 0.6%에서 2.8%로, 대체투자 비중은 0.9%에서 2.1% 수준으로 높일 계획이다. 국민연금은 세계 다섯 번째 규모이며, 따라서 기관투자가로서 국민연금의 역할에 대한 기대치는 매우 높다. 국제금융기구들과 국내외 금융기관들은 국민연금이 주식투자 비중을 키워 국내 주식시장 안정화의 버팀목이 되고, 해외투자를 확대하면 아시아 증시의 활성화에 주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 기대한다. 하지만 이는 노동자 민중의 소득을 동원해 초민족자본의 금융화를 부채질하는 것일 따름이다. 최근 국민연금 개혁에 관한 비판으로는 이 책에 실린 이진숙, 「연금 개혁 비판과 노동자 민중의 대응 방향: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 반대 투쟁의 기초 위에서 노동자 민중의 지혜를 모으자!」를 참고하라.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