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1-2.71호
87년 항쟁 20년, IMF 10년을 더 많은 민주주의와 대안세계화로
새해 벽두부터 87 항쟁 20주년으로 나라가 시끄럽다. 한 편에서는 이른바 ‘87년 체제’라는 정체불명의 개념을 사용하면서, 형식적 민주화의 완성이라는 성과를 계승하되 실질적 민주화의 지체라는 한계를 극복함으로써 민주개혁 세력을 재건하자고 주장한다. 다른 한 편에서는 특히 IMF 이후 10년 동안 한국 사회가 겪는 고통의 책임이 87년을 계기로 태동한 민주개혁 세력의 독선과 무능에 있다고 선동하면서, 이들 ‘좌파 세력’을 척결하고 한국 사회를 ‘선진화’해야 한다고 외친다.
이런 식의 대립 구도는 사회운동을 억압하는 효과를 갖는다. 한 편에서는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그 동안 민주화 성과는 다 물거품이 된다’며 뻔뻔스럽게 사회운동을 협박하고, 사회양극화/통합 정책 등 사회경제적 관리 정책의 하위 파트너로 사회운동을 동원하려 든다. 다른 한 편에서는 IMF 이후 적어도 10년 동안 우리가 주되게 맞서 싸워 온 신자유주의 세력과 사회운동이 마치 한통속이라는 양 호도하면서 지배계급 내 권력 교체와 피지배계급에 대한 공세라는 일석이조를 노리고 있다. 우리로서는 이 같은 구도에 사회운동을 가두려는 것이 불쾌하기 짝이 없지만, 이는 사실 관계를 증명함으로써 교정될 수 있는 ‘인식론적’ 오류가 아니라 말의 강한 의미에서 ‘정치적’ 기획이기 때문에, 오직 사회운동의 정치적 기획을 통해서만 맞설 수 있다. 사실 이런 식의 대립 구도가 강력한 것 자체가, 신자유주의라는 변화된 정세에 맞게 사회운동이 혁신하지 못함으로써 독자적인 세력으로 등장하지 못한 것임을 뼈아프게 가리키는 것이기도 하다.
현 정세에서 우리가 해야 하는 것은 우선 신자유주의의 문제를 몇 가지 사회경제적 정책의 문제로 축소하려는 접근을 비판하고, 87년 이후 벌어진 계급투쟁에서 지배 계급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계급 역관계를 구조화한 총체적 전략의 문제임을 분명히 하는 것이다. 즉 87년 6월 항쟁이 열어 놓은 변혁적 가능성이 91년 5월 투쟁 패배라는 결정적 계기로 봉쇄되었다는 점, 93년 ‘문민정부’ 출범에서부터 2002년 ‘참여정부’ 출현까지의 과정은 지배 계급이 민주주의를 왜곡하고 전유하는 ‘위로부터의 민주주의’로써 신자유주의 재편에 대한 정당성과 통치성을 확보하는 과정이었다는 점을 비타협적으로 주장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정치와 경제/사회를 기계적으로 분리한 후 전자에는 어쨌든 성과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식의 접근과 단호히 단절하고, 양자를 아우르는 ‘더 많은 민주주의’(deMOREcracy)의 전망을 적극적으로 열어가야 한다. 이렇게 신자유주의를 87년 이후 계급투쟁의 맥락에서 규정함과 동시에, 이에 입각해 기존 반신자유주의 운동의 대안적 전망을 밝혀가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 때 『사회운동』이 지금껏 주목해 온 ‘대안세계화’ 운동을 이상의 맥락에서 더욱 구체화하고 정교화하려는 노력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하며, 올 한 해 이를 위한 여러 가지 노력을 기울일 작정이다.
이번 호 <특집>은 2007년 전망으로 구성해 보았다. 류미경은 최근 87년 20주년을 직간접적 매개로 해서 벌어지는 정계개편 논의가 어떤 노림수와 효과를 갖는지 분석하면서, 대안세계화 사회운동의 관점에서 이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제언한다. 정지영은 정치적 이전투구에도 불구하고 금융세계화에 종속적으로 편입하기 위한 정책 노선으로서 신자유주의는 조금도 흔들리지 않고 있음을 구체적으로 논증한다. 노동국에서는 작년 한 해 비정규법안 및 노사관계로드맵 통과, 사회적 합의 노선 파탄, 그리고 산별 전환 등 적어도 민주노총 출범 이후 제기된 주된 의제가 어떤 식으로든 일단락된 상황에서, 노동자운동의 새로운 순환을 위해 2007년 어떤 쟁점과 과제에 주목해야 하는지를 제기한다. 이 글을 산별 전환과 노동법 개악을 보다 자세히 살피고 있는 노동자운동 꼭지의 다른 글들과 함께 읽으면 노동자운동의 올해 전망을 토론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한 편 이번 호부터 몇 편의 기획 연재가 시작된다. 우선 반전운동 꼭지에서는 지금까지의 반전평화운동의 역사를 3차에 걸쳐 개괄하고자 하는데, 이번에는 제 2인터내셔널을 배경으로 벌어진 반전 논쟁을 반성한다. 이와 함께 작년 한 해 여성위원회 및 회원 토론을 거친 바 있는 한국 여성운동사 평가 기획 연재를 시작한다. 이 두 기획이 반전평화운동과 여성운동의 노선을 토론하는 데 자그만 힘이나마 기여하기를 희망한다.
<옳다>에는 미국과 라틴아메리카의 2007년 전망을 분석하는 제임스 페트라스의 글과, 최근 진행 중인 국민연금개혁에 대해 금융세계화 비판의 맥락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이진숙의 글을 실었다. 이와 함께 <사회운동과연대>에는 역사(驛舍)공공성 쟁취 투쟁을 지역운동의 차원에서 대응해야 한다는 조경옥 동지의 글을 게재했다.
내부 논의가 늦어지는 관계로 이번 1/2월호는 상당히 늦게 출간되었다. 이 점 우선 독자들께 사과드린다. 아직 충분히 다듬어지지 못한 논의인 만큼 많은 이들과의 토론을 통해 심화, 교정해 갈 것을 약속드린다. 87 항쟁 20년 IMF 10년을 계기로 ‘거대 담론’에 관한 논의가 되돌아오고 있고, 사회운동의 이념과 노선에 관한 토론 역시 그 어느 때보다 많이 이루어지는 한 해가 될 것 같다. 혹은 그러기를 희망한다. 이 흐름 안에서 월간 『사회운동』 역시 작은 몫이나마 할 수 있도록 올 한 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이런 식의 대립 구도는 사회운동을 억압하는 효과를 갖는다. 한 편에서는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그 동안 민주화 성과는 다 물거품이 된다’며 뻔뻔스럽게 사회운동을 협박하고, 사회양극화/통합 정책 등 사회경제적 관리 정책의 하위 파트너로 사회운동을 동원하려 든다. 다른 한 편에서는 IMF 이후 적어도 10년 동안 우리가 주되게 맞서 싸워 온 신자유주의 세력과 사회운동이 마치 한통속이라는 양 호도하면서 지배계급 내 권력 교체와 피지배계급에 대한 공세라는 일석이조를 노리고 있다. 우리로서는 이 같은 구도에 사회운동을 가두려는 것이 불쾌하기 짝이 없지만, 이는 사실 관계를 증명함으로써 교정될 수 있는 ‘인식론적’ 오류가 아니라 말의 강한 의미에서 ‘정치적’ 기획이기 때문에, 오직 사회운동의 정치적 기획을 통해서만 맞설 수 있다. 사실 이런 식의 대립 구도가 강력한 것 자체가, 신자유주의라는 변화된 정세에 맞게 사회운동이 혁신하지 못함으로써 독자적인 세력으로 등장하지 못한 것임을 뼈아프게 가리키는 것이기도 하다.
현 정세에서 우리가 해야 하는 것은 우선 신자유주의의 문제를 몇 가지 사회경제적 정책의 문제로 축소하려는 접근을 비판하고, 87년 이후 벌어진 계급투쟁에서 지배 계급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계급 역관계를 구조화한 총체적 전략의 문제임을 분명히 하는 것이다. 즉 87년 6월 항쟁이 열어 놓은 변혁적 가능성이 91년 5월 투쟁 패배라는 결정적 계기로 봉쇄되었다는 점, 93년 ‘문민정부’ 출범에서부터 2002년 ‘참여정부’ 출현까지의 과정은 지배 계급이 민주주의를 왜곡하고 전유하는 ‘위로부터의 민주주의’로써 신자유주의 재편에 대한 정당성과 통치성을 확보하는 과정이었다는 점을 비타협적으로 주장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정치와 경제/사회를 기계적으로 분리한 후 전자에는 어쨌든 성과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식의 접근과 단호히 단절하고, 양자를 아우르는 ‘더 많은 민주주의’(deMOREcracy)의 전망을 적극적으로 열어가야 한다. 이렇게 신자유주의를 87년 이후 계급투쟁의 맥락에서 규정함과 동시에, 이에 입각해 기존 반신자유주의 운동의 대안적 전망을 밝혀가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 때 『사회운동』이 지금껏 주목해 온 ‘대안세계화’ 운동을 이상의 맥락에서 더욱 구체화하고 정교화하려는 노력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하며, 올 한 해 이를 위한 여러 가지 노력을 기울일 작정이다.
이번 호 <특집>은 2007년 전망으로 구성해 보았다. 류미경은 최근 87년 20주년을 직간접적 매개로 해서 벌어지는 정계개편 논의가 어떤 노림수와 효과를 갖는지 분석하면서, 대안세계화 사회운동의 관점에서 이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제언한다. 정지영은 정치적 이전투구에도 불구하고 금융세계화에 종속적으로 편입하기 위한 정책 노선으로서 신자유주의는 조금도 흔들리지 않고 있음을 구체적으로 논증한다. 노동국에서는 작년 한 해 비정규법안 및 노사관계로드맵 통과, 사회적 합의 노선 파탄, 그리고 산별 전환 등 적어도 민주노총 출범 이후 제기된 주된 의제가 어떤 식으로든 일단락된 상황에서, 노동자운동의 새로운 순환을 위해 2007년 어떤 쟁점과 과제에 주목해야 하는지를 제기한다. 이 글을 산별 전환과 노동법 개악을 보다 자세히 살피고 있는 노동자운동 꼭지의 다른 글들과 함께 읽으면 노동자운동의 올해 전망을 토론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한 편 이번 호부터 몇 편의 기획 연재가 시작된다. 우선 반전운동 꼭지에서는 지금까지의 반전평화운동의 역사를 3차에 걸쳐 개괄하고자 하는데, 이번에는 제 2인터내셔널을 배경으로 벌어진 반전 논쟁을 반성한다. 이와 함께 작년 한 해 여성위원회 및 회원 토론을 거친 바 있는 한국 여성운동사 평가 기획 연재를 시작한다. 이 두 기획이 반전평화운동과 여성운동의 노선을 토론하는 데 자그만 힘이나마 기여하기를 희망한다.
<옳다>에는 미국과 라틴아메리카의 2007년 전망을 분석하는 제임스 페트라스의 글과, 최근 진행 중인 국민연금개혁에 대해 금융세계화 비판의 맥락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이진숙의 글을 실었다. 이와 함께 <사회운동과연대>에는 역사(驛舍)공공성 쟁취 투쟁을 지역운동의 차원에서 대응해야 한다는 조경옥 동지의 글을 게재했다.
내부 논의가 늦어지는 관계로 이번 1/2월호는 상당히 늦게 출간되었다. 이 점 우선 독자들께 사과드린다. 아직 충분히 다듬어지지 못한 논의인 만큼 많은 이들과의 토론을 통해 심화, 교정해 갈 것을 약속드린다. 87 항쟁 20년 IMF 10년을 계기로 ‘거대 담론’에 관한 논의가 되돌아오고 있고, 사회운동의 이념과 노선에 관한 토론 역시 그 어느 때보다 많이 이루어지는 한 해가 될 것 같다. 혹은 그러기를 희망한다. 이 흐름 안에서 월간 『사회운동』 역시 작은 몫이나마 할 수 있도록 올 한 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