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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진보연대 계간지


2007.5.7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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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비정규 노동악법 철폐 투쟁전선을 구축하는 것이다

정지현 | 운영위원,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사무처장
들어가며

2년간의 비정규노동법 개악 저지 투쟁이 힘 있게 조직되지 못하고 지난해 11월 30일 비정규노동법 개악안이 통과되었다. 그런데 투쟁이 힘 있게 조직되지 못했다는 것에서 끝난 것이 아니라 그러한 무력함은 법안이 통과된 이후에도 지속되어, 노동운동 내부에서는 투쟁의 파고를 만들어 내지 못하고 있다. 이미 통과되었기 때문에 악법을 막는 투쟁은 끝났다고 생각하거나 투쟁을 조직하기위한 조직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또는 급한 불부터 꺼야 한다며 시행령으로 확산되는 업종의 비정규직화를 막아내는 것이 지금 오히려 시급한 일이라고 한다. 이에 대한 비판도 거세지만 민주노총 역시 뚜렷한 투쟁 계획을 수립하지 못한 채 시행령 개입과 같은 지엽적인 문제에 대한 대응을 주된 계획으로 삼고 있다. 지난 4월 19일 정부가 비정규법안 시행령을 발표하자 민주노총은 시행령에 개입해야 한다며 노동부와 몇 차례의 비공식 면담을 진행할 뿐 어떠한 투쟁 계획도 세우지 않고 있다.
그 가운데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계약해지가 잇따르고 있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불안과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금융, 유통, 공공 분야의 비정규직(계약직) 노동자들은 7월 1일 비정규 법안 시행을 앞두고 벌써부터 계약해지 통보에 몸서리 치고 있다. 본격적으로 4월 말, 5~6월로 계약해지가 예고되고 있어 급히 노동조합을 결성하거나, 노동조합이 있는 곳에서는 대책회의를 구성하고 있고, 개별 노동자들의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7월 1일 시행을 앞두고 나타나는 현상들-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계약해지 급증

이미 지난해부터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지만 장기계약직 노동자들에 대한 해고가 늘어나고 있다. 공공, 금융, 유통 등의 업종에서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데, 대부분 5년 이상 10년 이하, 많게는 20년 가까이 계약갱신을 하며 장기계약직으로 일해 온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발생하고 있다. 학교 비정규직교사들은 벌써 곳곳에서 150여명 가까이 계약해지를 당했고, 기간제 노동자로 18년 넘게 장기근속해 온 25명의 강원도 공립유치원 전임교사들도 법안 시행에 앞서 계약해지를 당했다. 연초에 법원 행정처 비정규직 노동자들 역시 비정규직 관련 법안에 의해 계약해지 되었다.
금융권에서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계약해지가 심각하다. 한국은행에서도 계약직 노동자가 계약해지 되었고, 농협중앙회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계약해지의 위협에 놓여 있다. 또한 우리은행의 분리직군제 시행 이후로 국민은행, 신한은행 등에서 비정규직 정규직화 계획을 세우겠다면서 뒤로는 엄청난 계약해지를 자행하고 있어, 은행권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초비상에 걸린 상황이다. 유통분야에도 뉴코아와 이랜드에서 계약해지가 이루어지고 있는데, 모두 5월에서 6월 사이로 계약해지가 예고되고 있어 그 사태와 파장은 심각한 수준이다.
이 비정규법안에 따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해고는 이미 체결한 단체협상(이하 단협) 조항마저 파기하면서 나타나고 있어 비정규직 노동자를 죽이는 슈퍼 바이러스로 작동하고 있다. 서울대병원의 계약직 노동자, 산업인력공단 비정규직 노동자,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이미 단협을 통해 정규직화를 약속한 곳임에도 불구하고 약속을 지키지 않거나, 오히려 임의 해고를 하고 있다. 이처럼 이미 정규직화 전환을 약속한 곳에서도 합의사항을 이행하지 않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어 기간제 법안이 정부에서 얘기하는 것처럼 비정규 '보호' 법안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나고 있다.
실제 법 적용은 7월 1일 이후부터 인데도 이러한 사태가 나타나는 것은 7월 1일부터 시행되는 차별시정 조항으로 문제가 될 소지를 없애고, 장기 계약직들을 개별 계약기간별로 해고해서 해고의 시기가 집중되는 일이 없도록 하고, 아직 비정규법안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부족한 자본가들이 자신들의 위험부담을 덜기 위한 조치인 것이다.
물론 기간제 노동자에 대한 해고만 있는 것은 아니다. 외주화로 인해서 노동자들이 집단적으로 해고를 당하고 있기도 하다. 정부에서는 합리적인 외주화 기준 마련이라는 이름으로 외주화로 인해서 기업의 성과가 크게 나오거나 업무가 외주 처리해도 될 만큼의 독자성을 갖고 있는 경우 자유스러운 외주화가 가능하다면서 외주화의 폭을 넓게 확대시키려 하고 있다. 특히 이는 작년 발표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에 드러나 있는데, 이후 나올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안의 세부안에 이러한 내용을 본격적으로 명기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렇게 되면 이제 공공부문에서 다양한 방식의 외주화는 가속화될 것이다.


경총과 정부는 비정규직 확산이라는 범죄를 가속화하는 집단이다

지난해 11월 30일 비정규노동법 개악안이 통과되고 나서 경총은 재빠르게 비정규법안에 대응하는 '비정규직 법률 및 인력관리 체크포인트'라는 지침을 만들어서 회원사들에게 배포했다. 그 지침의 내용은 정규직과 완전 동일한 업무를 하는 경우에는 정규직화를 하되 그 숫자를 최대한 줄여야 하며, 어려울 경우에는 분리직군제 도입, 파견과 기간제를 번갈아가면서 사용하는 방식, 아웃소싱, 임금유연성 확보 등의 방식을 채택해야한다는 것이다. 특히 아웃소싱의 경우 불법파견이라는 판정을 회피하기 위한 방안이 적극적으로 제시되고 있는데, 이것은 기간제법이나 차별시정에 관한 법률에 대한 대응만이 아니라 적극적인 구조조정 방침으로 활용할 것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정부가 너무 노동자 편향적인 정책을 내놓아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말도 안 되는 성토를 하는 등 더욱 더 자신들에게 유리한 상황을 만들기 위해 발악을 하고 있다.
사실 경총보다 더욱 심각하고 문제의 원인을 제공한 것은 정부인데, 정부는 4월초 이미 작성하여 19일 발표한 기간제와 파견제 시행령을 통해 비정규직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확산'하려는 그 속내를 훤히 보여주었다. 기간제의 경우 계속 기간제 근로자로 사용할 수 있는 예외직종을 규정한 '기간 제한의 예외 조항'에서 각종 전문직을 포함하여 수백 개 업종을 명시하였다. 이는 예외직종을 기존의 법안보다 훨씬 광범위하게 확대한 것이다. 기간제한의 예외는 전문적 지식·기술의 활용이 필요한 경우, 정부의 복지정책, 실업대책 등에 의해 일자리를 제공하는 경우로, 이 시행령이 발효되면 박사학위 소지자, 기술사 등급의 국가기술자격을 가진 자, 교수 및 전임강사, 시간강사, 평생교육시설 교원, 방과 후 교사, 공인노무사·공인중개사·공인회계사·의사·항공기관사·항공교통관제사 등 전문자격 31개 부문 소지자 등과 소득 수준 상위 25% 이상의 노동자가 기간제 노동자로 고용불안에 시달리게 된다.
파견제의 경우도 26개 업종이라지만, 현행 26개 직종을 2000년 개정된 직업분류에 따라 개편하고, 체계를 소분류 단위까지 확대해 파견대상 업무를 확장시켰다. 소분류 체계에 의해 확대되는 직종은 120여 개에 이르는 상황이다. 이에 해당하는 업종은 전문가군으로 사회과학, 경영, 재정, 법률, 문화예술 및 방송에 38개 직종, 기술직에 전기전자 및 기계공학, 광학 및 전자장비 등 26개 직종, 준전문가군에 컴퓨터 조작원, 산업용 로봇 조종원 등 5개 직종, 사무종사자군에 도서·우편, 안내 및 접수사무, 대금수납 및 금전출납, 일반사무 등 26개 직종, 서비스군에 가사, 청소, 세탁, 경비, 배달운반, 검침 등 25개 직종으로 적용 대상 규모가 약 5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어 파견노동자 역시 확산되는 것은 불 보듯 뻔 한 상황이 되었다.
또한 정부는 공공부문 비정규대책의 세부안을 마련하겠다고 하면서 '무기계약 및 기간제 근로자 인사관리 표준안'을 내놓았다. 표준안에서는 '근로자의 정의'를 지난해 확정된 국무총리훈령 486호에 따라 무기계약근로자를 "국가행정기관의 장은 반복적으로 근로계약을 갱신해 기간제 근로자를 사용하는 상시적·지속적 업무에 대하여는 원칙적으로 기간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가 담당하도록 해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무기계약근로자는 계약체결 시 기간제 근로자 계약체결방법을 준용하되, 계약기간만 명시하지 않도록 하고 있으며, 근무실적평가에 있어서도 각 기관에서 기존에 하고 있는 인사시스템과 별도의 '직군 업무감독자 평가'를 두어 진행하는데 이는 별도의 직군으로 분리하여 관리하겠다는 분리직군제와 다를 바가 없어 정부가 그토록 칭찬한 차별시정을 위반한 채 차별을 더욱 고착화하게 될 것이다.


현실의 본질을 보지 못하는 왜곡된 대안들- 시행령 개입, 무기근로계약 도입

상황이 이러한데도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하는 노동운동 진영의 투쟁전선은 구축되지 못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7월 이전에 고용불안으로 고통 받고 있는 수많은 비정규직이 발생하고 있는 현실에서도 명확한 투쟁계획을 세우지 않으며 시행령에 개입하는 데에 골몰해 있다. 기간제와 파견제 자체가 비정규직에게 전혀 도움이 안 되는 법안이라는 것이 이미 수년간의 경험에서 드러났는데도 그 법 자체를 인정한 채 시행령에 몇 개 업종을 넣느냐 마느냐에 집중을 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 수 있을까. 이제 전국의 노동자가 기간제 노동자로, 파견제 노동자로 바뀌고 있는데, 어떤 노동자는 거기서 구해주고 어떤 노동자는 비정규직 노동자로 살아가도록 하는 것을 민주노총 자신의 손으로 정한다는 것이 타당한가. 그럼에도 민주노총은 시행령에라도 개입하여 비정규직이 확산되는 것을 조금이라도 막는 것이 현 시기 급선무라고 하며 더 큰 문제를 방기하고 있다. 민주노총이 할 일은 어떤 직군을 비정규직으로 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밀실교섭을 통해 막아내는 것이 아니라 투쟁의 전선을 구축하고 계약해지를 통해 고통과 불안에 신음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를 투쟁의 주체로 세우는 것이다. 당장 5월과 6월로 집중되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집중 계약해지에 맞서 5~6월 집중 투쟁을 준비해야 한다.
게다가 이러한 상황을 두고 일각에서는 '무기근로계약'과 같은 방식의 비정규직 해법을 내놓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정부에서 무기근로계약을 법안이 갖고 있는 상징적인 의미로 활용하면서 정규직의 양보를 요구하는 카드로 활용하고, 마치 '고용이냐 임금이냐'라는 양자택일의 사안인 것처럼 이데올로기 공세를 펼치고 있다. 최근 민주노동당 최순영 의원실에서는 학교 비정규직에 대해서 '학교 회계직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법안'을 제출하면서 사실상 학교 회계직만을 무기근로계약으로 직군분리하는 방안을 제출하여 논란이 된 바 있다. 무기근로계약은 차별금지 조항과 모순되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분리직군제를 전제로 한 무기근로계약이 될 수밖에 없고, 이는 정규직화와는 완전히 다른 방식이며, 분리직군을 전제로 한 무기근로계약은 자본의 구조조정 도구로 활용될 것이다. 은행권에서는 이를 그동안 노동자들이 투쟁을 통해서 간신히 막아왔던 성과급제인 '신인사제도'를 관철하는 방식으로, 공공부문에서는 외주화의 전단계로 활용을 하고 있다. 따라서 무기근로계약은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삶과 권리에 대한 대안이 아니다.


5~6월 집중투쟁을 조직하여 비정규 노동악법 철폐를 위한 투쟁전선을 구축하자

이러한 혼란과 불안의 상황에서 우리가 할 것은 무력해진 투쟁전선을 구축하는 것이다. 특히 5월과 6월에 집중적인 투쟁으로 비정규노동악법이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미치고 있는 문제점과 현재 정부의 비정규직 정책의 기만성을 폭로하고 비정규노동악법 철폐 투쟁전선을 다시 형성하기 위한 투쟁을 벌여야 한다. 투쟁 조직할 수 있는 힘이 있다, 없다를 따질 것이 아니라 현재 일어나고 있는 흐름에 대항해 끈질기게 투쟁해야만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이 실천해야 한다.
첫째, 비정규노동법악법 철폐 방향으로 투쟁의 기조와 상을 수립해야한다. 비정규노동악법이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확대하며 정규직을 비정규직화하는 법안인데, 그 시행령이 '비정규직 남용을 막고 억제할 수 있는' 내용이 될 리 만무하다. 또한 또 다른 형태의 비정규직을 고착화하는 무기근로계약 역시 '무기비정규직계약'일 따름이다. 따라서 우리는 비정규 노동자들의 노동권을 쟁취하기 위해 비정규노동악법 철폐를 명확히 틀어쥐고 가야 한다. 시행령 개입, 무기근로계약은 대안이 될 수 없다.
둘째, 비정규노동악법으로 인해 피해를 당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조직하고 주체로 세워내야 한다. 이미 전국 각지와 각 부문에서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해고와 계약해지 등이 횡행하고 있고 이에 대해 항의하는 사례가 분출하고 있다. 그러나 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닥쳐오는 현실에 당황하고 개별화되어 분노를 모아내지 못하고 있다. 노동운동 진영은 이러한 상황에 적극 개입하여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조직하고 함께 싸워야 한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절망하고 쓰러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가 비정규직 노동자의 고통을 말하게 하고 행동하게 만들어야 할 것이다.
셋째, 투쟁주체들을 묶어세우고 투쟁에 함께할 수 있는 모든 이들을 조직해야 한다. 각 지역에서 이에 걸 맞는 연대틀을 세워내야 한다. 현재 구성되고 있는 '비정규악법 폐기와 비정규투쟁 승리를 위한 연석회의'처럼 투쟁단위들과 관련 노조, 사회운동 진영이 함께하는 틀을 적극적으로 조직하여 투쟁전선 구축에 복무해야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러한 투쟁은 단지 법안을 재개정하자는 제도적 수준이 아니라 노동자의 삶을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상황을 인식하고 노동권을 확장시키기 위한 투쟁으로 만들어 가야한다. 이는 우리의 장기적인 과제이며 노동기본권 쟁취라는 오랜 투쟁의 과제이다. 단지 제도에 대한 투쟁으로 귀결되지 않는 우리의 전략인 것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지금 가장 시급한 것은 비정규 노동악법 철폐 투쟁전선 구축에 나서는 것이다. 비정규 노동자 생존권을 유린하고 노동권을 박탈하는 정권과 자본의 만행에 맞서 5~6월 투쟁을 조직하고, 노동자의 인간다운 삶을 위해 전선을 다시 세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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