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임금-빈곤 철폐를 위한 집중행동을 전개하자
신자유주의가 양산하는 빈곤과 저임금, 그리고 우리의 투쟁
신자유주의 세계화로 인한 빈곤과 불평등의 확산
1) 빈부 격차 확대와 불평등 심화
한국사회 빈곤이 갈수록 확대, 심화되고 있다. 2005년 정부의 조사에 따르면, 소득이 최저생계기준 120%에 미치지 못하는 인구가 716만에 달한다. 이는 전체 인구 6명 중 1 명에 해당하는 숫자이다. 노무현 정부는 이런 상황을 사회 양극화로 칭하면서 분배 불평등 문제는 경제성장과 개방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현재 한국사회에 만연한 빈곤은 IMF 외환위기 이후 꾸준히 추진되어온 신자유주의 세계화 편입전략에 따른 것이다. 정부의 노동 유연화―비정규직 확대 정책은 전체 노동자의 절반을 비정규직으로 내몰고 빈곤에 빠뜨렸다. 여성과 이주자, 장애인, 노숙인, 노점상, 철거민 등 사회적 위험에 더욱 쉽게 노출되는 사람들에게는 보호정책이 시행되고 있지만 이는 배제와 차별을 더욱 공고하게 할 뿐이다. 물, 에너지, 통신, 교통과 같은 공공서비스는 효율성의 논리에 따라 사유화의 길로 가고 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폭력성이다. 정부와 정치권은 신자유주의 정책 개혁과정에서 정부 산하의 각종 위원회 등의 관료집단을 동원하면서 노동자민중의 문제제기 가능성을 틀어막고 있다.1) 신자유주의 정책 개혁으로 인해 빈곤은 확대되고 민주주의와 인권이 심각히 위협받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빈곤과 불평등의 원인에 대한 인식은 가로막히고 있다. 절대적인 물질적 결핍을 벗어나게 해준 경제성장에 더욱 힘을 실어야 한다거나, 성장도 중요하지만 분배도 중요하다는 성장․분배론의 허구적인 논리구도 속에서 문제의 본질인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대한 저항의 가능성은 힘을 잃고 있는 것이다. 지속적인 경제성장 가운데에서도 소득 불평등은 날로 높아만 지는 것이 확연한데도, 성장이냐, 분배냐는 쟁점을 제기하는 것은, 불평등을 전제로 한 성장을 정당화하려는 의도라고 밖에 볼 수 없다. 한국노동연구원이 2006년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2003년 기준으로 최상위 1분위 가구의 연간 총소득은 9,208만원인 데 비해, 최하위 10분위 가구의 소득은 186만원에 그쳐 소득격차가 무려 49.5배에 달했다. IMF 외환위기 이후 빈곤층이 늘어난 반면 부유층 역시 늘고 있고, 부유층의 소득점유율은 날로 높아만 가고 있다.2) 김대중-노무현 정부가 꾸준히 추진해온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 편입 정책으로 인해 부의 편중 현상이 심각해지고, 노동의 불안정성 증대로 노동자민중은 절대적인 소득 감소를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2) 노무현 정부의 경제성장을 통한 양극화 해소의 기만성
IMF 외환위기 , 국민의정부-참여정부는 소위 글로벌 스탠다드를 주창하며 투자의 자유화를 부르짖고 정리해고를 필두로 한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이러한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은 한편으로는 IMF․IBRD의 정책제언과 외채 차관을 등에 업은 고통분담론을 앞세워 노동자운동의 요구를 수세적인 고용안정 쟁취 투쟁에 머물게 하였다. 또 한편으로는 대다수 민중들에게 뼈 빠지게 일해야만 최소한의 권리를 누릴 수 있다고 강요하며 노동윤리와 노동과 복지의 연계(workfare)를 지속시켜왔다. 경제위기 상황에서 대두된, 생산적 복지,참여복지는 신자유주의적 복지개혁을 통해 민중의 권리를 극단적으로 제약하는 정책으로 기능해왔다. 심각한 실업 문제는 교육기회의 증대로라는 생산적 복지-참여복지의 기치에 종속되었다. 고용파괴적인 자본 축적의 현실을 고용 없는 성장이라는 말로 포장해가면서, 김대중-노무현 정부는 비정규직을 전면화하고 반(半)실업자층을 형성, 제도화하는 정책을 구사하면서, 사회적 일자리 사업의 확대나, 복지수급(국민기초생활보장법) 과정의 근로연계(자활사업)를 일관되게 추진하면서 빈곤층이 스스로 언제든지 팔려나갈 준비가 되어있는 예비노동력으로서 자기 단련할 것을 강요해온 것이다.
오늘날 노동자민중이 경험하는 빈곤의 문제는 단순히 중산층이 사라지고 있다거나, 소득 불균형 내지는 사회 양극화라는 말로 설명되지 않는다. 노동자의 빈곤화는 극단으로 불평등을 심화하는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본질을 반영한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는 만성적인 경제위기 속에서 빈곤은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전제로 깔고 각종 담론과 이데올로기를 쏟아낸다. 불평등한 계급구조에 적응할 것을 강요하는 방식으로 사회양극화 해소-사회통합담론 등을 주장해온 것이다. 정부는 신자유주의 세계화 전략에 적응하는 것만이 온 국민이 생존할 수 있는 길이라며 한․미 FTA 체결을 강행하는 한편, 모든 불평등을 사회양극화 문제로 포장해서 각각의 문제에 숨겨진 첨예한 갈등을 은폐하고 소위 정규직 노동자 이기주의론을 유포하면서 노동권의 하향평준화를 강요해왔다. 노무현 정부의 사회 양극화 위기 진단은 소득 불균형과 빈곤문제의 심각성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를 지탱할 중산층이 사라지고 있다는 데 중점을 둔다. 이러한 인식은 소위 사회양극화가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로 편입해가는 한국자본주의의 모순이라는, 위기의 본질적 원인을 은폐한다. 또한 소득 격차와 불평등상황에 숨겨진 계급적 갈등요인을 은폐하고 전체 노동자계급의 노동조건의 하락을 정당화한다. 또한, 기업의 기부와 노동자민중의 근면성실로 위기를 함께 돌파할 수 있다는 기만적인 사회통합담론을 동원하여 신자유주의 정책개혁을 정당화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가난한 민중이 처한 사회적 권리 박탈, 배제의 상황이 열심히 일하면 해결될 수 있는 것처럼 왜곡하고 있는 것이다. 즉, 노무현 정부의 양극화 해법은 빈곤해결을 목표로 한 것이 아니라, 빈곤과 불평등에 가난한 민중들이 적응하는 논리 유포에만 목적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노무현 정부는 지금까지 일을 통한 빈곤탈출 지원정책, 희망한국21-함께하는 복지 등의 빈곤대책을 내왔지만 이러한 정책은 빈곤 해결과 사회적인 불평등을 해결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기보다는 경제성장과 사회통합을 위한 임시방편이자 계급관리 전략에 불과하다. 기존의 조세제도와 기업 투자의 권한 침해 없이 양극화 해소를 하겠다는 것은 중산층이 빈곤층과 고통분담하고, 빈곤층은 피나는 노동을 통해 부족한 소득을 메우라는 강요에 다름 아니다. 사회적기업육성법안이나 각종 기업지원방안은 구체화되는 반면, 빈곤층 소득보장이나 불안정노동자 노동권 확보방안은 사장되고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게다가 이러한 빈곤층 관리 정책은 사회투자국가론을 기조로 내건 사회, 복지 서비스의 민영화, 시장화 전략을 통해 필수 사회서비스 시장화와 서비스 계층화를 전면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미 FTA 체결 강행 과정에서도 성장을 위한 국민적 희생 강요는 지속적으로 드러난다. 사회 양극화 해소를 국가적 과제로 강조하고 있지만 부유층에 대해서는 말뿐인 공격에 그치고, 노동자민중에게는 궁핍과 희생을 강요하는 것, 그것이 현재 노무현 정부가 취하는 빈곤관리전략이다.
3) 오늘날 빈곤에 대항하는 투쟁은 신자유주의 반대 투쟁을 요구한다
따라서 오늘날 확대되는 빈곤에 맞서는 투쟁은 전면적인 신자유주의 세계화 반대투쟁이 될 수밖에 없다. 빈곤층에 대한 소득보장 확대, 노동자들의 생활과 노동의 조건 개선, 사회공공성 강화 등의 과제는 현재 한국사회의 부를 독식하고 있는 지배세력의 전략과 정면으로 충돌하기 때문이다. 또한 이러한 과제는 노동자민중이 주어진 지위를 수세적으로 방어하는 것으로는 해결될 수 없고, 전체 민중의 연대를 통해서만 쟁취할 수 있다는 점에서, 빈곤에 대항하는 노동자-사회운동의 과제는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맞선 연대를 필수적으로 요구한다.
이를 위해서는 일터와, 가정, 사회 공동체 모든 삶의 영역에서 억압받는 주체들 간의 연대와 확대된 투쟁이 필요하다. 우선, 노동자민중의 노동권과 생활권 쟁취라는 관점으로 이 문제에 접근할 필요가 있다. 최저임금 현실화 투쟁과 비정규직 철폐 투쟁의 과정에서 노동자민중에게 발생하는 저임금․불안정노동이 어디에서 기인하는 지를 폭로해야 한다. 간접고용, 외주 용역, 하청, 특수고용 등 임금의 중간착취구조에 대해 문제제기하고 다수 노동자들의 임금 상한선이 되고 있는 최저임금제도의 문제를 고발해야한다. 즉, 오늘날 노동자들의 빈곤화의 근본원인을 밝혀내는 투쟁이 필요하다. 또한 저임금-불안정 노동 굴레의 최말단에 위치한 여성노동자이 여성인력활용방안, 가사와 직장의 양립이라는 기치 하에 열악한 노동조건을 감내할 것을 강요당하는 한편 가족의 재생산 책임을 떠맡고 있는 현실을 고발해아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노동자민중의 생활권은 최저선의 생활조건이 아닌, 인간다운 삶의 권리로서 확대되어야 한다. 이는 안정적인 일자리에 대한 권리, 노동조건과 생활조건에 대한 자주적인 결정권 확보와 연결된다. 그 출발점은 사회적 빈곤선을 새롭게 설정하고 최하층 소득 민중의 생활수준을 끌어올리는 데 노동자-사회운동의 주체들이 연대하는 것이다. 또한 공공서비스 후퇴에 대한 투쟁이 활성화되어야 하고, 사회적 책임 하에 재생산노동이 수행될 수 있도록 사회공공성 강화투쟁에 대한 보다 발본적인 접근과 모색이 요구된다. 정부가 사회 양극화 해소 방안으로 추진하고 있는 일자리 창출 정책이 오히려 저임금․불안정 노동을 고착화․확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신자유주의 노동정책에 맞선 투쟁을 전개해야 할 것이며, 이 과정에서 차이에 따른 임금, 노동조건, 생활 전반의 차별을 받고 있는 빈곤 여성, 장애인 등의 주체들이 연대해야한다.
이를 위해서는 지역사회 내에서 일상적인 토론, 교육과 더불어 노동자-사회운동이 결합된 지역연대운동이 모색되어야 한다. 나아가 노동자계급으로서 자신의 요구와 과제를 보편적인 요구로 제시하고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야기하는 계급적 불평등의 확산에 맞선 단호한 정치적 투쟁을 전개할 수 있는 활동가주체들의 형성과 조직이 필수적이다. 노동자민중 스스로가 빈곤과 불안정노동이라는 자신이 처한 조건의 원인을 인식하고 노동권과 생활권을 제기하는 가운데, 지역 사회 내․외에서의 실천을 벌여나가야 할 것이다.
빈곤과 노동의 불안정화에 맞선 투쟁을 위해
1) 노동자-사회운동의 새로운 주체 형성
오늘날 노동의 권리가 어떻게 구성되고 있는가 하는 문제는 기존 노동자계급주체의 고정된 관념에 기초해서는 새롭게 사고되기 힘들다. 지배계급의 노동유연화 전략에 따라 층층이 위계서열화 되어 새롭게 구성되는 노동자주체들이 등장하고 있다. 자본은 외주, 하청, 간접고용, 특수고용 등 각종 비정규 고용형태와 이주노동자, 자활, 사회적일자리 노동자 등 또 다른 위계를 구성하는 노동자집단을 활용하고 있다. 노동력의 사회적 가치와 숙련도 등을 앞세운 핵심/주변, 숙련/비숙련의 구분에 의한 노동자간 위계와 분리가 공고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업을 압박하는 대규모 파업 등 생산과정에 대한 직접적인 압력을 노동조합, 조직된 노동자가 행사할 수 있는 사례는 극히 한정적이며 고용 자체의 불안정성이 노동자계급, 노동자운동의 전제조건이 되고 있다. 저임금과 극심한 고용불안이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비정규노동자의 규모는 2006년 기준 840만 명으로 전체 노동자의 56.1%에 달한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고 실업-반(半)실업, 불안정노동을 오가는 노동자계급의 단결을 이루기 위해서는 그동안의 비정규직 철폐 투쟁의 방식인 품앗이 연대만으로는 부족하다. 상호 실천적 연대와 개입을 통한 운동의 확장이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최근 노동조합의 산별체제로의 전환 등이 시도되고, 지역노동자사회운동의 중요성 등이 제기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지역을 거점으로 하는 연대운동의 모색과 노동조합운동의 변화가 모색되어야 한다.
노동시장에 대한 자본주의적 통제를 강화하는 국가의 개입전략에 대항하기 위해 더욱 필요한 것은 임금이 어떠한 사회적 기준에 의해 결정되는가를 폭로하고 노동자주체들의 공동의 요구를 마련하는 일이다.3) 한편, 재생산 비용의 감축과 공공서비스 확충을 중심으로 사회적 임금을 확보하자는 주장은 생산과정에서 노동자의 노동력의 가치가 사회적으로 어떻게 구성되는가의 문제, 즉,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착취와 저임금에 대한 문제제기와 함께 배치되지 않는다면 일련의 복지서비스 확충을 위한 사회적 합의로 귀결될 위험이 높다. 그동안 민주노총에서는 무상의료, 무상교육 등 사회공공성의 의제를 제시하면서 노동운동이 이러한 의제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자는 주장을 해왔다. 그러나 무상이라는 방식 이외의 구체적 실현 방안이나, 의미에 대한 광범위한 토론과 실천이 수반되지 못했던 점을 지적해야 할 것이다. 이는 단지 민주노총이 이 투쟁에 소극적이라거나 의제설정이 올바르지 못하기 때문만이 아니라, 노동자민중의 재생산과정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고찰과 실질적 연대와 실천을 가능케 할 인식과 계획의 부재 때문이라고 여겨진다. 당장, 비정규노동자의 사회보험 적용률은 30% 수준에 불과하다. 중위소득 50%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대빈곤가구 중 46.4%와 절대빈곤가구의 42.6%가 비정규직 가구라는 점에서, 우선은 극심한 빈곤에 노출되어 있는 저임금노동자-빈곤층과의 결합방안을 사회보험, 공적부조 등 사회복지체계 전반에 대한 포괄적 대응이라는 방식으로 고민해야 할 것이다.
또한, 재생산 영역에 대한 책임이 그동안 가족 내에서 여성들에게 전담되어 왔던 현실을 개조해야 할 것이다. 산업화가 노동의 성별분업을 강화하고 가족임금체계가 도입된 이후 대략 1970년대까지 여성의 노동시장 진출은 호황기나 전쟁과 같은 일시적인 조건에서 가능했다. 그러나 경제침체가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여성은 저임금 불안정 노동시장의 주요한 자원이 되고 있고, 대부분의 국가들에서 여성의 취업률은 50%를 상회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자본의 전략은 다른 한편으로는 재생산비용 감축의 일환으로 가사노동과 보육 등 재생산노동의 일차적 책임자로서의 여성의 지위를 변화시키지 않는 대신, 직장과 가사의 양립이 지속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을 구사한다. 노무현 정부 들어 보육에 대한 지원이 확대되는 대신, 보육과 가사를 용이하게 한다는 명분하에 파트타임, 변형시간 근로제 등의 유연한 노동형태, 공공서비스 분야의 저임금 일자리가 확대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그리고 고령화와 함께 여성들의 노동시장 진출 활성화로 인해 저출산 현상이 동시에 나타나는 상황에서, 노인부양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데 노인부양에 대한 공적 서비스 도입을 방기하고 시장화 된 서비스영역을 구축하고자 하는 상황에서 여성들은 이 책임으로부터도 자유롭지 못하다. 결과적으로 이와 같은 일련의 조치들은 노동의 성별분업과 사회안전망으로서의 가족의 역할을 더욱 강화하는 가운데 여성에게 더욱 많은 책임을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노동자운동이 재생산영역에 대한 개입과 공공성 강화의 요구를 제기하고자 한다면, 여성의 권리, 비정규저임금노동자를 포함한 빈곤층의 권리모색과정과 함께 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는 노동조합의 운동 방향과도 관련되지만 노동권과 생활권을 확장하기 위한 사회운동의 실천모색의 과정에서도 함께 고민되어야 하는 것이다. 금융세계화 국면에서 금융투기를 위한 산업화와 시장화가 추진되고 불평등 구조를 공고히 하는 과정에서 주거문제, 교육문제, 의료문제 등도 역시 이러한 투기전략에 활용되고 재편되고 있다. 따라서 금융화에 대한 문제제기와, 재생산의 권리문제를 비껴간 공공성 강화 요구는 한계적이다. 각각의 영역, 각각의 의제의 문제의 본질이 무엇인가를 함께 토론하고 폭넓은 대응을 위한 연대와 모색이 절실하다. 이를 위해 지역을 기반으로 일상적이고 지속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투쟁의 사안과 요구가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2) 노동권과 생활권의 요구가 결합된 연대
우선 노동자들의 노동권과 생활권 쟁취라는 관점으로 이 문제에 접근할 필요가 있다. 현재 한국사회에서는 최저임금 현실화 투쟁이 그 유력한 매개가 될 수 있을 것이다.4) 현실의 최저임금제도는 복지수급의 기준선보다 항상 높게 설정되면서 경쟁적 노동시장을 유지하기 위해 광범위한 산업예비군을 노동시장으로 진입시키려는 유인책으로 기능하는 고유한 한계를 갖고 있다. 또한, 노동자들의 불만을 관리하며 노동자 전체의 임금인상을 억제하는 효과를 발생시키기도 한다. 하지만 최저임금 현실화 투쟁을 통해서 노동자들의 저임금현실을 폭로하고 문제 해결을 추동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으며 그 포괄범위가 넓은, 임단협의 확장된 형태라는 점에서 분명한 의의가 있다. 최저임금 현실화의 문제는 직접적인 적용 대상 노동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무엇보다도 노동계급의 단결과 연대의 문제이자 단위사업장으로 갇힌 임금투쟁을 넘어서는 문제다. 즉 기존의 임금투쟁을 사회적 연대투쟁으로 확장시키기 위해서 최저임금 투쟁을 적극적으로 사고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조 조직률이 10%대에 머무르고 노동운동이 전체 노동자를 대표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조직된 정규직만을 표상하는 운동을 넘어서고 다수 저임금 노동자들의 임금인상 투쟁으로 임금투쟁을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도 최저임금 투쟁은 더욱 확장되고 강화되어야 한다. 또한 지역연대 투쟁을 활성화시킴에 있어서도 공동임금투쟁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 최저임금 투쟁은 유력한 매개가 될 수 있다. 그리하여 사업장 내부로만 집중되었던 역량을 의식적으로 끌어낼 필요가 있고 간부수준의 투쟁을 조합원까지 확대시켜야 한다. 그 과정에서 착취와 저임금 노동, 신자유주의와 비정규직, 여성노동 문제, 노동자 연대 등에 대한 교육의 장을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저임금 문제는 비정규직이라는 고용형태에 대한 문제제기를 포함하지 않고서는 무의미할 것이다. 파견법 시행 이후 급격히 늘어난 간접고용, 외주 용역 노동자의 경우, 임금의 중간착취가 빈번히 발생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용업체가 최저가 낙찰방식으로 파견․용역업체를 선정하는데, 이러한 방식이 파견․용역업체들로 하여금 중간착취는 그대로 유지한 채 노동자들의 임금 부분을 경쟁적으로 줄이도록 부추기고 있어 사실상 법정 최저임금이 간접고용 노동자 임금의 상한선이 되고 있다. 간접고용 노동자들뿐만 아니라 용역, 계약직, 임시직, 파트타이머, 프리랜서, 사내하청, 외주하청, 소사장제 등 거의 모든 비정규직 고용형태에서 저임금과 극심한 고용불안이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비정규직 노동자의 임금과 노동조건 개선의 요구는 기존 노조 조직화 방식을 뛰어넘는 공동의 투쟁을 요한다.
따라서 우선 노동의 불안정화에 맞선 투쟁과 긴밀히 연관된 저임금 철폐 투쟁이 활성화되어야 할 것이며 이 과정에서 비정규 노동자들의 생활의 권리가 전면적으로 제기되어야 한다. 이는 노동조합, 사회운동단체, 학생, 지역복지단체 등이 공동의 요구를 마련하는 과정을 통해 진전되어야 할 것이며 이 과정에서 저임금 노동자들의 집단적 주체화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빈곤 여성의 문제가 대두되는데, 기존의 가족임금 이데올로기의 지속으로는 여성의 빈곤을 해결할 수 없다는 점에서 여성들의 생계의 기준, 생활의 권리가 무엇인지 함께 제기되어야 할 것이다.
노동자운동이 지역사회 내에서의 사회운동적 과제와 일상적인 토론, 교육 등을 지속적으로 모색하기 위해서는 사회운동과 결합된 지역연대운동의 일상적 실천이 필요하다. 나아가 노동자계급으로서의 자신의 요구와 과제를 보편적인 요구로 제시하고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야기하는 불평등의 확산에 맞선 단호한 정치적 투쟁을 전개할 수 있는 활동가주체를 형성하고 조직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빈곤과 불안정노동이라는 자신이 처한 조건의 원인을 인식하고 노동권과 생활권을 제기하는 가운데 지역 사회 내, 외를 가르는 정치적 투쟁을 형성해나가야 할 것이다.
인간다운 생활이 가능한 수준의 임금을 제기하는 과정은 기존의 노동조합의 임단협 투쟁에 힘을 싣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저임금의 원인과 비정규노동자의 생활권을 제기하는 사회적 투쟁과 연대 활성화가 필수적이다. 이제까지 최저임금 수준은 최저임금심의위원회나 한국노동연구원이 제출하는 생계비기준과 생계비 인상률 범위 내에서 임금의 최저선5)을 반영하는 것이었다. 임금의 최저선을 규정하는 법정 최저임금제도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서는 인간다운 삶의 권리를 위한 적정한 수준의 임금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이를 근거로 한 투쟁이 활성화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인간다운 생활의 기준이 무엇인가가 토론되어야 한다. 지나치게 낮게 책정되어 있는 빈곤선을 새롭게 정의하고 기초생활보장제도 내에서 규정되는 최저생계비를 현실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따라서 인간다운 생활을 누리기 위한 사회적 기준에 대한 광범위한 논쟁과 요구의 확대를 통한 최저생계비 현실화, 빈곤선의 현실적 책정 등의 과정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생활임금(소득)이라는 개념을 도출해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투쟁의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전반적인 사회적 빈곤선을 재설정하는 과정이 필요하다.6) 현재 한국사회에서 빈곤선은 전물량방식7)으로 측정되는 최저생계비에 의해 결정되고 있다. 빈곤선의 상대적 개념을 도입하는 것은 소득격차 문제를 드러내며 사회적인 평등을 실현하기 위한 세제 개혁 등의 쟁점을 추동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다. 최저생계비의 상대적 빈곤선 기준 도입 등이 그 내용으로 결합되는 가운데, 저임금-빈곤을 폭로하고 저임금빈곤 철폐를 사회적 투쟁으로 만들어내기 위한 기반이 마련되어야 한다. 2007년 비정규법 개악과 노사관계로드맵 등 비정규직 양산을 제도화하고 노동자들의 투쟁을 억압하는 정부와 자본의 움직임이 노골화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역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연대의 기풍을 형성하고 비정규 노동자의 노동권, 생활권을 쟁취하기 위한 보다 광범위한 사회적 연대가 절실하다.
저임금-빈곤 철폐를 위한 집중행동을 전개하자
1) 2007년, 저임금 노동자 집중행동을 전개하자
● 최저임금 현실화 투쟁을 확대 강화해 나가야 한다
더욱 확대되고 강화된 최저임금 투쟁을 통해 저임금 투쟁의 문제의식과 연대를 확장시켜나가자. 최저임금제도 개선을 위해 전체 노동자의 집중된 투쟁이 배치되어야 한다. 최저임금 결정 기준을 법제화하는 것과 특수고용노동자, 장애노동자와 택시노동자 등 최저임금조차 적용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이 최저임금을 적용받을 수 있도록 적용대상을 확대하는 제도개선 투쟁이 전개되어야 한다. 상반기 투쟁을 집중해 내는 계기점을 6월 최저임금 투쟁으로 배치하면서 전체 노동자의 투쟁으로 최저임금 현실화 투쟁을 만들어내자. 저임금노동자와 함께하는 임단협 투쟁, 빈곤과 사회 불평등을 해소하는 투쟁으로 발전시켜낼 수 있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산별 최저임금협약 투쟁이 단순히 최저임금보다 상회하는 최저임금협약을 체결하는 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닌 비정규 저임금 노동자들이 실질적으로 산별최저임금을 적용받을 수 있도록 강제하고 투쟁의 주체로 서는 과정으로 이어져야 할 것이다.
● 저임금 비정규 노동자의 몫소리를 모으자
노동은 궁핍을 벗어나고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기 위한 사회적 생산, 재생산을 위한 행위이다. 그렇다면 어떠한 노동을 하든, 노동의 성과에 관계없이 노동은 그 자체로 인간다운 생활을 영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임금은 노동자가 재생산할 수 있고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는 수준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이야기하자. 당당한 노동자로서 인간다운 수준의 임금을 받자는 요구를 우리의 몫소리로 만들어내자. 이러한 과정에서 왜 누군가는 최저임금만을 받아야 하는가, 왜 우리는 최저임금만을 받아야 하는가 하는 의문을 제기하자. 자신이 수행하는 노동의 의미, 자신이 처한 빈곤의 실상을 제기할 수 있는 계기로 저임금 노동자집중행동-최저임금 현실화 투쟁을 힘있게 벌여나가자.8)
바로 이러한 우리의 주체적인 몫소리가 생활임금운동 그 자체이다. 지역 사회 내 노동자와 모든 민중들이 저임금 비정규노동의 문제점을 고발하고 빈곤의 심각성을 알리고 소통하는 사회적인 토론의 장이 바로 생활임금운동의 과정이다. 이를 위해서는 턱없이 낮게 설정되어 있는 사회적 빈곤선, 최저생계비의 비현실성을 지적하고 인간다운 삶의 권리를 새롭게 형성해내는 투쟁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정부가 사회 양극화 해소 방안이라며 추진하고 있는 일자리 창출 정책이 오히려 저임금․불안정노동을 고착화, 확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신자유주의적 노동정책에 대한 투쟁이 확산되기 위해서는 바로 노동자민중의 빈곤화에 맞서는 투쟁이 절실하다. 이 과정에서 신체의 차이, 성별 차이에 따라 임금, 노동조건, 생활 전반에서 차별을 받는 모든 이들이 투쟁의 주체로 함께 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 2007년 6월 저임금 노동자 집중행동을 전개하자
저임금의 실상과 저임금을 낳는 고용형태, 임금체계에 대한 문제제기를 확산하기 위한 활동을 제안한다. 최저임금투쟁과 맞물려 다양한 저임금 실태를 고발해내고 일상적인 실천을 기획할 수 있도록 준비해나가자. 지역별로 저임금 실태와 쟁점을 고려하여 저임금 실태와 저임금이 유발되는 원인을 폭로하는 증언대회를 다양하게 진행하자. 다양한 사례를 밝히면서 이후의 투쟁 방향을 모색해나가자. 최저임금 투쟁 시기를 전후하여 저임금의 문제의식을 가지고 교육과 선전을 확대해나가자. 그리고 일상적인 투쟁 과정 속에서 저임금을 당연시하고 고착화하는 이데올로기에 맞서기 위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 특히 여성노동권의 문제, 청소년, 고령 노동자의 노동권 문제 등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운동사회 내에서 인식의 부족한 부분이 많다. 노동조합에 속해있는 노동자들뿐만 아니라, 조직되지 않은 많은 비정규저임금노동자들이 함께 할 수 있는 사업의 계기가 되도록 한다.
2) 적정생계비․임금 실현을 위한 조사와 선전을 전개하자
● 상대적 빈곤선 도입으로 빈곤․불평등의 실상을 드러내자
저임금-빈곤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빈곤선을 새롭게 만들어내야 한다. 현재 한국사회에서 빈곤선은 최저생계비에 의해 결정되고 있다. 그러나 2007년 적용되는 최저생계비는 1인 가구 435,921원, 4인 가구 1,205,525원에 불과하다. 빈곤선 자체가 턱없이 낮다보니 빈곤은 은폐되고 적극적 해결과제가 아닌 것처럼 꾸며지는 것이다. 상대적 빈곤선 도입을 통해 사회적 불평등 상황을 드러내고, 사회의 부가 누구에게 편중되고 있는지를 드러내야 한다. 빈곤을 해결하기 위한 사회구조의 변화를 촉구하는 광범위한 투쟁의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현재 최저생계비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내 급여 기준으로서 기능할 뿐만 아니라 현재 시행되고 있는 모든 복지서비스의 기준이 되고 있다. 그러므로 최저생계비 현실화는 시민으로서 건강하고 문화적인 생활을 하는 데 필요한 소득기준을 현실화한다는 의미이다. 또한 이를 최저임금과 연동해 최저임금을 끌어올리는 근거로 제시할 필요가 있다. 최저생계비는 3년에 한 번 계측하게 된다. 그러나 정부는 소득 하위분위를 표본으로 삼아, 최소한도의 지출항목만을 추려 임의적으로 생계비를 계측하므로 정부의 계측방식9)을 통해서는 죽지 않을 정도의 기준밖에 나올 수 없다. 따라서 우리의 삶의 현실을 조명하고 빈곤의 실상을 드러내기 위해 우리가 직접 조사에 나서자. 우리가 원하는 인간다운 삶은 무엇이고 무엇으로 인해 우리가 이토록 빈곤해지는가 하는 문제를 밝히자.
● 빈곤의 재발견 - 적정생계비․임금 실현을 위한 실태조사
정부와 자본에 의해 매겨지는 최저수준의 생활이 아니라 이 사회에서 인간답게 산다고 말할 수 있는 생활수준은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을 위해 노동하는 사람들은 무엇을 요구할 것인지, 또 노동하는 데 있어 제약을 겪는 사람들은 사회에 무엇을 요구할 것인지 우리 스스로 요구를 조직하고 쟁취하기 위한 투쟁을 시작하자. 실태조사와 상호 교육, 토론을 통해 노동자들이 생각하는 최저선은 무엇인지, 잘 살 수 있는 적정한 수준은 어느 정도인지를 조사하고 우리 요구를 마련해나가자.
4월 빈곤과 차별 없는 서울 대행진을 시작으로, 누가 빈곤한가하는 문제를 드러내고 사회적 빈곤선을 재설정하기 위한 실태조사 사업을 시작하자.10) 지역사회 내 비정규 노동자-기초생활보장제도 수급자, 장애인, 노점상 등 신자유주의 정책에 의해 차별 받고 억압받는 주체들이 연대할 수 있는 계기로 삼자. 이러한 과정에서 빈곤에 관한 사회적 인식을 새롭게 할 수 있을 것이다.
1) 노무현 정부 직속 위원회들(빈부격차차별시정위원회, 지속성장가능위원회 등)과 각종 시민사회단체를 끼워넣은 연석회의(저출산고령화대책연석회의, 사회양극화해소국민연대) 등이 창궐하면서 사회 위기에 대한 빈곤대중의 전면적인 문제제기는 봉쇄되었으며, 기존의 운동의 주체들은 사회통합담론에 포섭되었다. 이 가운데 민주노총, 전농, 그리고 한국여성단체연합을 비롯한 여성단체들은 각각의 사안을 파편적으로 인식하여 각종 위원회, 연석회의의 결정에 손을 들어주었다.본문으로
2) 2007년 3월 18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연구보고서 「사회양극화의 실태와 정책과제」에 따르면, 한국사회 평균 소득을 100으로 두고 4개 층으로 나눠 봤을 때, 빈곤층은 10년(1996-2005년)동안 11.2%에서 20.1%로 두 배 이상 늘고, 상류층도 20.1%에서 25.3%로 5%포인트 이상 증가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런데 상류층의 소득 점유율은 37.9%에서 48.8%로 늘어 부의 편중현상이 매우 심각한 상황인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본문으로
3)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과정에 대한 대가로서 임금을 받는 것은 인간 노동력을 상품화하는 논리이자, 잉여가치의 생산과 착취를 은폐하는 것이다. 노동력의 가치와 잉여생산물의 가치가 표현되는 화폐형태는 자본주의 생산관계를 재생산하는 데 필요한 하나의 수단이다. 따라서 노동자의 궁극적인 요구는 임금노동관계와 착취의 폐절이다. 노동력의 재생산 과정 역시 자본과 노동자의 사회적 관계를 생산하고 영속화하는 자본주의 생산과정에 종속되어 있다. 그러므로, 자본주의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착취의 모순을 중단시키기 위해서는 이 관계 자체를 폐기하는 수밖에 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노동자계급이 생존을 보증 받을 수 있는 일상적인 계급투쟁을 사회 제 관계의 변혁을 위한 정치적인 계급투쟁으로 전화시켜야 한다. 이러한 변혁을 향한 투쟁의 기초는 노동자계급이 처한 현재 자본주의 사회의 모순들 속에서 생산, 재생산되는 사회관계를 분석하는 일이다. 노동자들의 생활의 권리, 노동의 권리가 은폐, 억압되는 구조에 대한 분석과 투쟁이 요구되는 것이다. 본문으로
4) 현재 민주노총이 진행하는 최저임금 현실화 투쟁이나 산별최저임금협약 등이 저임금 문제를 전사회적으로 제기하는 하나의 계기가 되고 있고, 그 포괄범위가 넓다는 점에서 의의를 갖는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최저임금 현실화 투쟁의 한계는 해가 거듭될수록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현실의 최저임금제도는 저임금 노동자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크게 도움이 되지 못한 채, 경쟁적 노동시장과 가혹한 노동을 은폐하면서 많은 노동자들의 임금수준을 최저임금 기준으로 묶어 놓는 효과를 낳기도 한다. 산별최저임금 투쟁과정에서 중앙교섭 합의는 가능할지라도 이를 통해 포괄될 비정규직 노동자 조직화는 진전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금속노조, 2004년 산별최저임금협약 평가와 2005년 투쟁과제 2005.3.29 민주노총 토론 발제문 참조)본문으로
5) 올해 적용되는 법정 최저임금은 시급 3,480원(주44시간 786,480원, 주40시간 727,320원)에 불과한 상황.본문으로
6) 2007년도 최저생계비는 1인 가구 435,921원, 4인 가구 1,205,535원에 불과한 상황.
빈곤선을 절대적 기준으로 설정할 것인가, 상대적 기준으로 설정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빈곤 해결을 위한 기본 정책 수립방향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문제다. 현재 보건사회연구원이 최저생계비를 계측하는 방식은 라운트리가 사용한 주거, 의복, 연로 등의 기존 욕구항목을 산출하는 절대적 빈곤선 계측 방식이 적용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절대적 빈곤 개념 방식은 계측 과정에서 소득불평등의 현실을 파악하기 힘들다는 점, 조사연구자의 주관적 기준이 상당히 많이 개입된다는 점 등의 문제점이 있다. 왜냐하면 절대적 빈곤 개념은 영양학적 근거이든, 소비형태 조사에 근거하든 생존의 수준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며, 소득 불평등도의 파악에는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상대적 빈곤 개념은 평균소득 혹은 중위소득 내 비율상으로 빈곤의 기준선을 설정하는 방식으로 타운센트 등의 학자들에 의해 주장된 방식이다. 현재 적정생계비/임금 실태조사 기획단에서 주장하는 것은 상대적 빈곤선 개념을 설정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상대적 빈곤선의 기준을 무엇으로 정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현재의 사회적 현실에 대한 인식의 차이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합리적인 기준선을 마련하기가 상당히 어렵다. 따라서 실태조사 기획단은 주관적 빈곤 개념을 추가하여 노동자, 농민 등 많은 사람을 대상으로 최소한의 생활비가 얼마인가? 또, 적정한 생활비가 얼마인가?를 묻는 설문조사를 시행함으로써 빈곤에 대한 사회적 기준선 마련을 위한 근거를 민중들 스스로 만들어가자는 활동을 전개하고자 하는 것이다. (빈곤 개념과 정의에 관해서는 이두호 외,「빈곤의 개념와 정의」,『빈곤론』,나남을 참고하시오.)
주요기관 및 연구자들이 주장하는 상대빈곤선을 비교해보면 다음과 같다.[※표는 한글 파일을 참고하세요.]본문으로
7) 전물량 방식(Market Basket방식, Rowntree 방식)은 인간생활에 필수적인 모든 품목에 대하여 최저한의 수준을 정하고, 이를 화폐가치로 환산(가격×최저소비량)한 총합으로 최저생계비를 구하는 방식이다. 1998년 이후, 보건사회연구원에서 절대빈곤선 계측방식의 일환으로 전물량 방식의 최저생계비 계측을 3년마다 진행하고 있다. 본문으로
8) 저임금노동자 집중행동 제안 취지에 관해서는 다음을 참고하시오. 생활임금운동 기획단, 『인간다운 삶을 누리기 위한 투쟁-빈곤과 저임금 철폐를 위한 행동 제안』. 2007본문으로
9) 2007년 보건사회연구원의 최저생계비 계측조사가 현재 실시중이다. 보건사회연구원은 4인가구를 표본으로 하여 소득 2~3분위, 즉 100~150만원 수준의 가구를 대상으로 식료품비, 교통비, 주거비, 의료비, 가구집기 등 조사하여 최저생활비를 기준으로 최저생계비를 계측하는데, 이에 따른 많은 문제점이 지적되어온 바 있다. 가장 큰 문제점은 연구자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전체공공부조예산에 맞춰 자의적으로 조정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2004년 보건사회연구원에서 계측하여 제시한 150만원을 중앙생활보장위원회에서 예산에 맞추어 재조정함으로써 112만원으로 낮추어 발표한 바 있다.본문으로
10) 빈곤의 재발견-적정생계비/임금 실현을 위한 실태조사 사업의 자세한 내용에 관해서는 다음을 참고하시오.
http://www.livingright.or.kr/bbs/zboard.php?id=notice&page=1&sn1=&divpage=1&sn=off&ss=on&sc=on&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85본문으로
1) 빈부 격차 확대와 불평등 심화
한국사회 빈곤이 갈수록 확대, 심화되고 있다. 2005년 정부의 조사에 따르면, 소득이 최저생계기준 120%에 미치지 못하는 인구가 716만에 달한다. 이는 전체 인구 6명 중 1 명에 해당하는 숫자이다. 노무현 정부는 이런 상황을 사회 양극화로 칭하면서 분배 불평등 문제는 경제성장과 개방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현재 한국사회에 만연한 빈곤은 IMF 외환위기 이후 꾸준히 추진되어온 신자유주의 세계화 편입전략에 따른 것이다. 정부의 노동 유연화―비정규직 확대 정책은 전체 노동자의 절반을 비정규직으로 내몰고 빈곤에 빠뜨렸다. 여성과 이주자, 장애인, 노숙인, 노점상, 철거민 등 사회적 위험에 더욱 쉽게 노출되는 사람들에게는 보호정책이 시행되고 있지만 이는 배제와 차별을 더욱 공고하게 할 뿐이다. 물, 에너지, 통신, 교통과 같은 공공서비스는 효율성의 논리에 따라 사유화의 길로 가고 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폭력성이다. 정부와 정치권은 신자유주의 정책 개혁과정에서 정부 산하의 각종 위원회 등의 관료집단을 동원하면서 노동자민중의 문제제기 가능성을 틀어막고 있다.1) 신자유주의 정책 개혁으로 인해 빈곤은 확대되고 민주주의와 인권이 심각히 위협받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빈곤과 불평등의 원인에 대한 인식은 가로막히고 있다. 절대적인 물질적 결핍을 벗어나게 해준 경제성장에 더욱 힘을 실어야 한다거나, 성장도 중요하지만 분배도 중요하다는 성장․분배론의 허구적인 논리구도 속에서 문제의 본질인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대한 저항의 가능성은 힘을 잃고 있는 것이다. 지속적인 경제성장 가운데에서도 소득 불평등은 날로 높아만 지는 것이 확연한데도, 성장이냐, 분배냐는 쟁점을 제기하는 것은, 불평등을 전제로 한 성장을 정당화하려는 의도라고 밖에 볼 수 없다. 한국노동연구원이 2006년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2003년 기준으로 최상위 1분위 가구의 연간 총소득은 9,208만원인 데 비해, 최하위 10분위 가구의 소득은 186만원에 그쳐 소득격차가 무려 49.5배에 달했다. IMF 외환위기 이후 빈곤층이 늘어난 반면 부유층 역시 늘고 있고, 부유층의 소득점유율은 날로 높아만 가고 있다.2) 김대중-노무현 정부가 꾸준히 추진해온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 편입 정책으로 인해 부의 편중 현상이 심각해지고, 노동의 불안정성 증대로 노동자민중은 절대적인 소득 감소를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2) 노무현 정부의 경제성장을 통한 양극화 해소의 기만성
IMF 외환위기 , 국민의정부-참여정부는 소위 글로벌 스탠다드를 주창하며 투자의 자유화를 부르짖고 정리해고를 필두로 한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이러한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은 한편으로는 IMF․IBRD의 정책제언과 외채 차관을 등에 업은 고통분담론을 앞세워 노동자운동의 요구를 수세적인 고용안정 쟁취 투쟁에 머물게 하였다. 또 한편으로는 대다수 민중들에게 뼈 빠지게 일해야만 최소한의 권리를 누릴 수 있다고 강요하며 노동윤리와 노동과 복지의 연계(workfare)를 지속시켜왔다. 경제위기 상황에서 대두된, 생산적 복지,참여복지는 신자유주의적 복지개혁을 통해 민중의 권리를 극단적으로 제약하는 정책으로 기능해왔다. 심각한 실업 문제는 교육기회의 증대로라는 생산적 복지-참여복지의 기치에 종속되었다. 고용파괴적인 자본 축적의 현실을 고용 없는 성장이라는 말로 포장해가면서, 김대중-노무현 정부는 비정규직을 전면화하고 반(半)실업자층을 형성, 제도화하는 정책을 구사하면서, 사회적 일자리 사업의 확대나, 복지수급(국민기초생활보장법) 과정의 근로연계(자활사업)를 일관되게 추진하면서 빈곤층이 스스로 언제든지 팔려나갈 준비가 되어있는 예비노동력으로서 자기 단련할 것을 강요해온 것이다.
오늘날 노동자민중이 경험하는 빈곤의 문제는 단순히 중산층이 사라지고 있다거나, 소득 불균형 내지는 사회 양극화라는 말로 설명되지 않는다. 노동자의 빈곤화는 극단으로 불평등을 심화하는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본질을 반영한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는 만성적인 경제위기 속에서 빈곤은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전제로 깔고 각종 담론과 이데올로기를 쏟아낸다. 불평등한 계급구조에 적응할 것을 강요하는 방식으로 사회양극화 해소-사회통합담론 등을 주장해온 것이다. 정부는 신자유주의 세계화 전략에 적응하는 것만이 온 국민이 생존할 수 있는 길이라며 한․미 FTA 체결을 강행하는 한편, 모든 불평등을 사회양극화 문제로 포장해서 각각의 문제에 숨겨진 첨예한 갈등을 은폐하고 소위 정규직 노동자 이기주의론을 유포하면서 노동권의 하향평준화를 강요해왔다. 노무현 정부의 사회 양극화 위기 진단은 소득 불균형과 빈곤문제의 심각성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를 지탱할 중산층이 사라지고 있다는 데 중점을 둔다. 이러한 인식은 소위 사회양극화가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로 편입해가는 한국자본주의의 모순이라는, 위기의 본질적 원인을 은폐한다. 또한 소득 격차와 불평등상황에 숨겨진 계급적 갈등요인을 은폐하고 전체 노동자계급의 노동조건의 하락을 정당화한다. 또한, 기업의 기부와 노동자민중의 근면성실로 위기를 함께 돌파할 수 있다는 기만적인 사회통합담론을 동원하여 신자유주의 정책개혁을 정당화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가난한 민중이 처한 사회적 권리 박탈, 배제의 상황이 열심히 일하면 해결될 수 있는 것처럼 왜곡하고 있는 것이다. 즉, 노무현 정부의 양극화 해법은 빈곤해결을 목표로 한 것이 아니라, 빈곤과 불평등에 가난한 민중들이 적응하는 논리 유포에만 목적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노무현 정부는 지금까지 일을 통한 빈곤탈출 지원정책, 희망한국21-함께하는 복지 등의 빈곤대책을 내왔지만 이러한 정책은 빈곤 해결과 사회적인 불평등을 해결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기보다는 경제성장과 사회통합을 위한 임시방편이자 계급관리 전략에 불과하다. 기존의 조세제도와 기업 투자의 권한 침해 없이 양극화 해소를 하겠다는 것은 중산층이 빈곤층과 고통분담하고, 빈곤층은 피나는 노동을 통해 부족한 소득을 메우라는 강요에 다름 아니다. 사회적기업육성법안이나 각종 기업지원방안은 구체화되는 반면, 빈곤층 소득보장이나 불안정노동자 노동권 확보방안은 사장되고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게다가 이러한 빈곤층 관리 정책은 사회투자국가론을 기조로 내건 사회, 복지 서비스의 민영화, 시장화 전략을 통해 필수 사회서비스 시장화와 서비스 계층화를 전면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미 FTA 체결 강행 과정에서도 성장을 위한 국민적 희생 강요는 지속적으로 드러난다. 사회 양극화 해소를 국가적 과제로 강조하고 있지만 부유층에 대해서는 말뿐인 공격에 그치고, 노동자민중에게는 궁핍과 희생을 강요하는 것, 그것이 현재 노무현 정부가 취하는 빈곤관리전략이다.
3) 오늘날 빈곤에 대항하는 투쟁은 신자유주의 반대 투쟁을 요구한다
따라서 오늘날 확대되는 빈곤에 맞서는 투쟁은 전면적인 신자유주의 세계화 반대투쟁이 될 수밖에 없다. 빈곤층에 대한 소득보장 확대, 노동자들의 생활과 노동의 조건 개선, 사회공공성 강화 등의 과제는 현재 한국사회의 부를 독식하고 있는 지배세력의 전략과 정면으로 충돌하기 때문이다. 또한 이러한 과제는 노동자민중이 주어진 지위를 수세적으로 방어하는 것으로는 해결될 수 없고, 전체 민중의 연대를 통해서만 쟁취할 수 있다는 점에서, 빈곤에 대항하는 노동자-사회운동의 과제는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맞선 연대를 필수적으로 요구한다.
이를 위해서는 일터와, 가정, 사회 공동체 모든 삶의 영역에서 억압받는 주체들 간의 연대와 확대된 투쟁이 필요하다. 우선, 노동자민중의 노동권과 생활권 쟁취라는 관점으로 이 문제에 접근할 필요가 있다. 최저임금 현실화 투쟁과 비정규직 철폐 투쟁의 과정에서 노동자민중에게 발생하는 저임금․불안정노동이 어디에서 기인하는 지를 폭로해야 한다. 간접고용, 외주 용역, 하청, 특수고용 등 임금의 중간착취구조에 대해 문제제기하고 다수 노동자들의 임금 상한선이 되고 있는 최저임금제도의 문제를 고발해야한다. 즉, 오늘날 노동자들의 빈곤화의 근본원인을 밝혀내는 투쟁이 필요하다. 또한 저임금-불안정 노동 굴레의 최말단에 위치한 여성노동자이 여성인력활용방안, 가사와 직장의 양립이라는 기치 하에 열악한 노동조건을 감내할 것을 강요당하는 한편 가족의 재생산 책임을 떠맡고 있는 현실을 고발해아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노동자민중의 생활권은 최저선의 생활조건이 아닌, 인간다운 삶의 권리로서 확대되어야 한다. 이는 안정적인 일자리에 대한 권리, 노동조건과 생활조건에 대한 자주적인 결정권 확보와 연결된다. 그 출발점은 사회적 빈곤선을 새롭게 설정하고 최하층 소득 민중의 생활수준을 끌어올리는 데 노동자-사회운동의 주체들이 연대하는 것이다. 또한 공공서비스 후퇴에 대한 투쟁이 활성화되어야 하고, 사회적 책임 하에 재생산노동이 수행될 수 있도록 사회공공성 강화투쟁에 대한 보다 발본적인 접근과 모색이 요구된다. 정부가 사회 양극화 해소 방안으로 추진하고 있는 일자리 창출 정책이 오히려 저임금․불안정 노동을 고착화․확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신자유주의 노동정책에 맞선 투쟁을 전개해야 할 것이며, 이 과정에서 차이에 따른 임금, 노동조건, 생활 전반의 차별을 받고 있는 빈곤 여성, 장애인 등의 주체들이 연대해야한다.
이를 위해서는 지역사회 내에서 일상적인 토론, 교육과 더불어 노동자-사회운동이 결합된 지역연대운동이 모색되어야 한다. 나아가 노동자계급으로서 자신의 요구와 과제를 보편적인 요구로 제시하고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야기하는 계급적 불평등의 확산에 맞선 단호한 정치적 투쟁을 전개할 수 있는 활동가주체들의 형성과 조직이 필수적이다. 노동자민중 스스로가 빈곤과 불안정노동이라는 자신이 처한 조건의 원인을 인식하고 노동권과 생활권을 제기하는 가운데, 지역 사회 내․외에서의 실천을 벌여나가야 할 것이다.
빈곤과 노동의 불안정화에 맞선 투쟁을 위해
1) 노동자-사회운동의 새로운 주체 형성
오늘날 노동의 권리가 어떻게 구성되고 있는가 하는 문제는 기존 노동자계급주체의 고정된 관념에 기초해서는 새롭게 사고되기 힘들다. 지배계급의 노동유연화 전략에 따라 층층이 위계서열화 되어 새롭게 구성되는 노동자주체들이 등장하고 있다. 자본은 외주, 하청, 간접고용, 특수고용 등 각종 비정규 고용형태와 이주노동자, 자활, 사회적일자리 노동자 등 또 다른 위계를 구성하는 노동자집단을 활용하고 있다. 노동력의 사회적 가치와 숙련도 등을 앞세운 핵심/주변, 숙련/비숙련의 구분에 의한 노동자간 위계와 분리가 공고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업을 압박하는 대규모 파업 등 생산과정에 대한 직접적인 압력을 노동조합, 조직된 노동자가 행사할 수 있는 사례는 극히 한정적이며 고용 자체의 불안정성이 노동자계급, 노동자운동의 전제조건이 되고 있다. 저임금과 극심한 고용불안이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비정규노동자의 규모는 2006년 기준 840만 명으로 전체 노동자의 56.1%에 달한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고 실업-반(半)실업, 불안정노동을 오가는 노동자계급의 단결을 이루기 위해서는 그동안의 비정규직 철폐 투쟁의 방식인 품앗이 연대만으로는 부족하다. 상호 실천적 연대와 개입을 통한 운동의 확장이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최근 노동조합의 산별체제로의 전환 등이 시도되고, 지역노동자사회운동의 중요성 등이 제기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지역을 거점으로 하는 연대운동의 모색과 노동조합운동의 변화가 모색되어야 한다.
노동시장에 대한 자본주의적 통제를 강화하는 국가의 개입전략에 대항하기 위해 더욱 필요한 것은 임금이 어떠한 사회적 기준에 의해 결정되는가를 폭로하고 노동자주체들의 공동의 요구를 마련하는 일이다.3) 한편, 재생산 비용의 감축과 공공서비스 확충을 중심으로 사회적 임금을 확보하자는 주장은 생산과정에서 노동자의 노동력의 가치가 사회적으로 어떻게 구성되는가의 문제, 즉,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착취와 저임금에 대한 문제제기와 함께 배치되지 않는다면 일련의 복지서비스 확충을 위한 사회적 합의로 귀결될 위험이 높다. 그동안 민주노총에서는 무상의료, 무상교육 등 사회공공성의 의제를 제시하면서 노동운동이 이러한 의제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자는 주장을 해왔다. 그러나 무상이라는 방식 이외의 구체적 실현 방안이나, 의미에 대한 광범위한 토론과 실천이 수반되지 못했던 점을 지적해야 할 것이다. 이는 단지 민주노총이 이 투쟁에 소극적이라거나 의제설정이 올바르지 못하기 때문만이 아니라, 노동자민중의 재생산과정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고찰과 실질적 연대와 실천을 가능케 할 인식과 계획의 부재 때문이라고 여겨진다. 당장, 비정규노동자의 사회보험 적용률은 30% 수준에 불과하다. 중위소득 50%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대빈곤가구 중 46.4%와 절대빈곤가구의 42.6%가 비정규직 가구라는 점에서, 우선은 극심한 빈곤에 노출되어 있는 저임금노동자-빈곤층과의 결합방안을 사회보험, 공적부조 등 사회복지체계 전반에 대한 포괄적 대응이라는 방식으로 고민해야 할 것이다.
또한, 재생산 영역에 대한 책임이 그동안 가족 내에서 여성들에게 전담되어 왔던 현실을 개조해야 할 것이다. 산업화가 노동의 성별분업을 강화하고 가족임금체계가 도입된 이후 대략 1970년대까지 여성의 노동시장 진출은 호황기나 전쟁과 같은 일시적인 조건에서 가능했다. 그러나 경제침체가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여성은 저임금 불안정 노동시장의 주요한 자원이 되고 있고, 대부분의 국가들에서 여성의 취업률은 50%를 상회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자본의 전략은 다른 한편으로는 재생산비용 감축의 일환으로 가사노동과 보육 등 재생산노동의 일차적 책임자로서의 여성의 지위를 변화시키지 않는 대신, 직장과 가사의 양립이 지속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을 구사한다. 노무현 정부 들어 보육에 대한 지원이 확대되는 대신, 보육과 가사를 용이하게 한다는 명분하에 파트타임, 변형시간 근로제 등의 유연한 노동형태, 공공서비스 분야의 저임금 일자리가 확대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그리고 고령화와 함께 여성들의 노동시장 진출 활성화로 인해 저출산 현상이 동시에 나타나는 상황에서, 노인부양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데 노인부양에 대한 공적 서비스 도입을 방기하고 시장화 된 서비스영역을 구축하고자 하는 상황에서 여성들은 이 책임으로부터도 자유롭지 못하다. 결과적으로 이와 같은 일련의 조치들은 노동의 성별분업과 사회안전망으로서의 가족의 역할을 더욱 강화하는 가운데 여성에게 더욱 많은 책임을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노동자운동이 재생산영역에 대한 개입과 공공성 강화의 요구를 제기하고자 한다면, 여성의 권리, 비정규저임금노동자를 포함한 빈곤층의 권리모색과정과 함께 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는 노동조합의 운동 방향과도 관련되지만 노동권과 생활권을 확장하기 위한 사회운동의 실천모색의 과정에서도 함께 고민되어야 하는 것이다. 금융세계화 국면에서 금융투기를 위한 산업화와 시장화가 추진되고 불평등 구조를 공고히 하는 과정에서 주거문제, 교육문제, 의료문제 등도 역시 이러한 투기전략에 활용되고 재편되고 있다. 따라서 금융화에 대한 문제제기와, 재생산의 권리문제를 비껴간 공공성 강화 요구는 한계적이다. 각각의 영역, 각각의 의제의 문제의 본질이 무엇인가를 함께 토론하고 폭넓은 대응을 위한 연대와 모색이 절실하다. 이를 위해 지역을 기반으로 일상적이고 지속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투쟁의 사안과 요구가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2) 노동권과 생활권의 요구가 결합된 연대
우선 노동자들의 노동권과 생활권 쟁취라는 관점으로 이 문제에 접근할 필요가 있다. 현재 한국사회에서는 최저임금 현실화 투쟁이 그 유력한 매개가 될 수 있을 것이다.4) 현실의 최저임금제도는 복지수급의 기준선보다 항상 높게 설정되면서 경쟁적 노동시장을 유지하기 위해 광범위한 산업예비군을 노동시장으로 진입시키려는 유인책으로 기능하는 고유한 한계를 갖고 있다. 또한, 노동자들의 불만을 관리하며 노동자 전체의 임금인상을 억제하는 효과를 발생시키기도 한다. 하지만 최저임금 현실화 투쟁을 통해서 노동자들의 저임금현실을 폭로하고 문제 해결을 추동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으며 그 포괄범위가 넓은, 임단협의 확장된 형태라는 점에서 분명한 의의가 있다. 최저임금 현실화의 문제는 직접적인 적용 대상 노동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무엇보다도 노동계급의 단결과 연대의 문제이자 단위사업장으로 갇힌 임금투쟁을 넘어서는 문제다. 즉 기존의 임금투쟁을 사회적 연대투쟁으로 확장시키기 위해서 최저임금 투쟁을 적극적으로 사고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조 조직률이 10%대에 머무르고 노동운동이 전체 노동자를 대표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조직된 정규직만을 표상하는 운동을 넘어서고 다수 저임금 노동자들의 임금인상 투쟁으로 임금투쟁을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도 최저임금 투쟁은 더욱 확장되고 강화되어야 한다. 또한 지역연대 투쟁을 활성화시킴에 있어서도 공동임금투쟁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 최저임금 투쟁은 유력한 매개가 될 수 있다. 그리하여 사업장 내부로만 집중되었던 역량을 의식적으로 끌어낼 필요가 있고 간부수준의 투쟁을 조합원까지 확대시켜야 한다. 그 과정에서 착취와 저임금 노동, 신자유주의와 비정규직, 여성노동 문제, 노동자 연대 등에 대한 교육의 장을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저임금 문제는 비정규직이라는 고용형태에 대한 문제제기를 포함하지 않고서는 무의미할 것이다. 파견법 시행 이후 급격히 늘어난 간접고용, 외주 용역 노동자의 경우, 임금의 중간착취가 빈번히 발생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용업체가 최저가 낙찰방식으로 파견․용역업체를 선정하는데, 이러한 방식이 파견․용역업체들로 하여금 중간착취는 그대로 유지한 채 노동자들의 임금 부분을 경쟁적으로 줄이도록 부추기고 있어 사실상 법정 최저임금이 간접고용 노동자 임금의 상한선이 되고 있다. 간접고용 노동자들뿐만 아니라 용역, 계약직, 임시직, 파트타이머, 프리랜서, 사내하청, 외주하청, 소사장제 등 거의 모든 비정규직 고용형태에서 저임금과 극심한 고용불안이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비정규직 노동자의 임금과 노동조건 개선의 요구는 기존 노조 조직화 방식을 뛰어넘는 공동의 투쟁을 요한다.
따라서 우선 노동의 불안정화에 맞선 투쟁과 긴밀히 연관된 저임금 철폐 투쟁이 활성화되어야 할 것이며 이 과정에서 비정규 노동자들의 생활의 권리가 전면적으로 제기되어야 한다. 이는 노동조합, 사회운동단체, 학생, 지역복지단체 등이 공동의 요구를 마련하는 과정을 통해 진전되어야 할 것이며 이 과정에서 저임금 노동자들의 집단적 주체화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빈곤 여성의 문제가 대두되는데, 기존의 가족임금 이데올로기의 지속으로는 여성의 빈곤을 해결할 수 없다는 점에서 여성들의 생계의 기준, 생활의 권리가 무엇인지 함께 제기되어야 할 것이다.
노동자운동이 지역사회 내에서의 사회운동적 과제와 일상적인 토론, 교육 등을 지속적으로 모색하기 위해서는 사회운동과 결합된 지역연대운동의 일상적 실천이 필요하다. 나아가 노동자계급으로서의 자신의 요구와 과제를 보편적인 요구로 제시하고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야기하는 불평등의 확산에 맞선 단호한 정치적 투쟁을 전개할 수 있는 활동가주체를 형성하고 조직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빈곤과 불안정노동이라는 자신이 처한 조건의 원인을 인식하고 노동권과 생활권을 제기하는 가운데 지역 사회 내, 외를 가르는 정치적 투쟁을 형성해나가야 할 것이다.
인간다운 생활이 가능한 수준의 임금을 제기하는 과정은 기존의 노동조합의 임단협 투쟁에 힘을 싣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저임금의 원인과 비정규노동자의 생활권을 제기하는 사회적 투쟁과 연대 활성화가 필수적이다. 이제까지 최저임금 수준은 최저임금심의위원회나 한국노동연구원이 제출하는 생계비기준과 생계비 인상률 범위 내에서 임금의 최저선5)을 반영하는 것이었다. 임금의 최저선을 규정하는 법정 최저임금제도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서는 인간다운 삶의 권리를 위한 적정한 수준의 임금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이를 근거로 한 투쟁이 활성화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인간다운 생활의 기준이 무엇인가가 토론되어야 한다. 지나치게 낮게 책정되어 있는 빈곤선을 새롭게 정의하고 기초생활보장제도 내에서 규정되는 최저생계비를 현실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따라서 인간다운 생활을 누리기 위한 사회적 기준에 대한 광범위한 논쟁과 요구의 확대를 통한 최저생계비 현실화, 빈곤선의 현실적 책정 등의 과정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생활임금(소득)이라는 개념을 도출해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투쟁의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전반적인 사회적 빈곤선을 재설정하는 과정이 필요하다.6) 현재 한국사회에서 빈곤선은 전물량방식7)으로 측정되는 최저생계비에 의해 결정되고 있다. 빈곤선의 상대적 개념을 도입하는 것은 소득격차 문제를 드러내며 사회적인 평등을 실현하기 위한 세제 개혁 등의 쟁점을 추동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다. 최저생계비의 상대적 빈곤선 기준 도입 등이 그 내용으로 결합되는 가운데, 저임금-빈곤을 폭로하고 저임금빈곤 철폐를 사회적 투쟁으로 만들어내기 위한 기반이 마련되어야 한다. 2007년 비정규법 개악과 노사관계로드맵 등 비정규직 양산을 제도화하고 노동자들의 투쟁을 억압하는 정부와 자본의 움직임이 노골화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역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연대의 기풍을 형성하고 비정규 노동자의 노동권, 생활권을 쟁취하기 위한 보다 광범위한 사회적 연대가 절실하다.
저임금-빈곤 철폐를 위한 집중행동을 전개하자
1) 2007년, 저임금 노동자 집중행동을 전개하자
● 최저임금 현실화 투쟁을 확대 강화해 나가야 한다
더욱 확대되고 강화된 최저임금 투쟁을 통해 저임금 투쟁의 문제의식과 연대를 확장시켜나가자. 최저임금제도 개선을 위해 전체 노동자의 집중된 투쟁이 배치되어야 한다. 최저임금 결정 기준을 법제화하는 것과 특수고용노동자, 장애노동자와 택시노동자 등 최저임금조차 적용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이 최저임금을 적용받을 수 있도록 적용대상을 확대하는 제도개선 투쟁이 전개되어야 한다. 상반기 투쟁을 집중해 내는 계기점을 6월 최저임금 투쟁으로 배치하면서 전체 노동자의 투쟁으로 최저임금 현실화 투쟁을 만들어내자. 저임금노동자와 함께하는 임단협 투쟁, 빈곤과 사회 불평등을 해소하는 투쟁으로 발전시켜낼 수 있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산별 최저임금협약 투쟁이 단순히 최저임금보다 상회하는 최저임금협약을 체결하는 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닌 비정규 저임금 노동자들이 실질적으로 산별최저임금을 적용받을 수 있도록 강제하고 투쟁의 주체로 서는 과정으로 이어져야 할 것이다.
● 저임금 비정규 노동자의 몫소리를 모으자
노동은 궁핍을 벗어나고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기 위한 사회적 생산, 재생산을 위한 행위이다. 그렇다면 어떠한 노동을 하든, 노동의 성과에 관계없이 노동은 그 자체로 인간다운 생활을 영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임금은 노동자가 재생산할 수 있고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는 수준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이야기하자. 당당한 노동자로서 인간다운 수준의 임금을 받자는 요구를 우리의 몫소리로 만들어내자. 이러한 과정에서 왜 누군가는 최저임금만을 받아야 하는가, 왜 우리는 최저임금만을 받아야 하는가 하는 의문을 제기하자. 자신이 수행하는 노동의 의미, 자신이 처한 빈곤의 실상을 제기할 수 있는 계기로 저임금 노동자집중행동-최저임금 현실화 투쟁을 힘있게 벌여나가자.8)
바로 이러한 우리의 주체적인 몫소리가 생활임금운동 그 자체이다. 지역 사회 내 노동자와 모든 민중들이 저임금 비정규노동의 문제점을 고발하고 빈곤의 심각성을 알리고 소통하는 사회적인 토론의 장이 바로 생활임금운동의 과정이다. 이를 위해서는 턱없이 낮게 설정되어 있는 사회적 빈곤선, 최저생계비의 비현실성을 지적하고 인간다운 삶의 권리를 새롭게 형성해내는 투쟁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정부가 사회 양극화 해소 방안이라며 추진하고 있는 일자리 창출 정책이 오히려 저임금․불안정노동을 고착화, 확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신자유주의적 노동정책에 대한 투쟁이 확산되기 위해서는 바로 노동자민중의 빈곤화에 맞서는 투쟁이 절실하다. 이 과정에서 신체의 차이, 성별 차이에 따라 임금, 노동조건, 생활 전반에서 차별을 받는 모든 이들이 투쟁의 주체로 함께 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 2007년 6월 저임금 노동자 집중행동을 전개하자
저임금의 실상과 저임금을 낳는 고용형태, 임금체계에 대한 문제제기를 확산하기 위한 활동을 제안한다. 최저임금투쟁과 맞물려 다양한 저임금 실태를 고발해내고 일상적인 실천을 기획할 수 있도록 준비해나가자. 지역별로 저임금 실태와 쟁점을 고려하여 저임금 실태와 저임금이 유발되는 원인을 폭로하는 증언대회를 다양하게 진행하자. 다양한 사례를 밝히면서 이후의 투쟁 방향을 모색해나가자. 최저임금 투쟁 시기를 전후하여 저임금의 문제의식을 가지고 교육과 선전을 확대해나가자. 그리고 일상적인 투쟁 과정 속에서 저임금을 당연시하고 고착화하는 이데올로기에 맞서기 위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 특히 여성노동권의 문제, 청소년, 고령 노동자의 노동권 문제 등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운동사회 내에서 인식의 부족한 부분이 많다. 노동조합에 속해있는 노동자들뿐만 아니라, 조직되지 않은 많은 비정규저임금노동자들이 함께 할 수 있는 사업의 계기가 되도록 한다.
2) 적정생계비․임금 실현을 위한 조사와 선전을 전개하자
● 상대적 빈곤선 도입으로 빈곤․불평등의 실상을 드러내자
저임금-빈곤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빈곤선을 새롭게 만들어내야 한다. 현재 한국사회에서 빈곤선은 최저생계비에 의해 결정되고 있다. 그러나 2007년 적용되는 최저생계비는 1인 가구 435,921원, 4인 가구 1,205,525원에 불과하다. 빈곤선 자체가 턱없이 낮다보니 빈곤은 은폐되고 적극적 해결과제가 아닌 것처럼 꾸며지는 것이다. 상대적 빈곤선 도입을 통해 사회적 불평등 상황을 드러내고, 사회의 부가 누구에게 편중되고 있는지를 드러내야 한다. 빈곤을 해결하기 위한 사회구조의 변화를 촉구하는 광범위한 투쟁의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현재 최저생계비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내 급여 기준으로서 기능할 뿐만 아니라 현재 시행되고 있는 모든 복지서비스의 기준이 되고 있다. 그러므로 최저생계비 현실화는 시민으로서 건강하고 문화적인 생활을 하는 데 필요한 소득기준을 현실화한다는 의미이다. 또한 이를 최저임금과 연동해 최저임금을 끌어올리는 근거로 제시할 필요가 있다. 최저생계비는 3년에 한 번 계측하게 된다. 그러나 정부는 소득 하위분위를 표본으로 삼아, 최소한도의 지출항목만을 추려 임의적으로 생계비를 계측하므로 정부의 계측방식9)을 통해서는 죽지 않을 정도의 기준밖에 나올 수 없다. 따라서 우리의 삶의 현실을 조명하고 빈곤의 실상을 드러내기 위해 우리가 직접 조사에 나서자. 우리가 원하는 인간다운 삶은 무엇이고 무엇으로 인해 우리가 이토록 빈곤해지는가 하는 문제를 밝히자.
● 빈곤의 재발견 - 적정생계비․임금 실현을 위한 실태조사
정부와 자본에 의해 매겨지는 최저수준의 생활이 아니라 이 사회에서 인간답게 산다고 말할 수 있는 생활수준은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을 위해 노동하는 사람들은 무엇을 요구할 것인지, 또 노동하는 데 있어 제약을 겪는 사람들은 사회에 무엇을 요구할 것인지 우리 스스로 요구를 조직하고 쟁취하기 위한 투쟁을 시작하자. 실태조사와 상호 교육, 토론을 통해 노동자들이 생각하는 최저선은 무엇인지, 잘 살 수 있는 적정한 수준은 어느 정도인지를 조사하고 우리 요구를 마련해나가자.
4월 빈곤과 차별 없는 서울 대행진을 시작으로, 누가 빈곤한가하는 문제를 드러내고 사회적 빈곤선을 재설정하기 위한 실태조사 사업을 시작하자.10) 지역사회 내 비정규 노동자-기초생활보장제도 수급자, 장애인, 노점상 등 신자유주의 정책에 의해 차별 받고 억압받는 주체들이 연대할 수 있는 계기로 삼자. 이러한 과정에서 빈곤에 관한 사회적 인식을 새롭게 할 수 있을 것이다.
2007년 6월 "저임금 노동자 집중행동"
일시: 6월 셋째 주
사업: ① 저임금노동자집중행동 선포 기자회견
② 저임금노동자 증언대회 및 선전전
③ 저임금노동자 집중행동 결의대회
※ 증언대회 내용 마련을 위한 사전 실태조사를 진행
<저임금노동자 증언대회 사례예시>
<사례 1>
특수고용 노동자의 불안정한 생활 실상
- "고소득 프리랜서로 포장된 특수고용 노동자, 그러나 실상은 100% 수당․수수료체계로 인한 생활의 불안정과 심각한 수준에 이르는 노동 강도로 고통 받고 있는 저임금 노동자입니다. (적어도 최저임금 수준의) 기본급의 쟁취는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인간다운 삶을 위해 반드시 필요합니다."
<사례 2>
다단계 하도급과 중간착취, 경쟁 입찰과 최저가 낙찰로 인한 시설노동자의 저임금 실태
- "원청의 사용자 책임 인정, 각종 악제도 철폐를 통해 시설노동자의 고용안정과 노동조건 보장이 이루어져야합니다."
<사례 3>
숨겨진 노동자 - 청소년 노동의 실태
- "청소년 노동자는 아르바이트라는 이름으로 부당하게 대우받고 있는 이 사회의 감추어진 저임금 노동자입니다."
<사례 4>
영원한 주변부 노동 - 여성노동자의 저임금 실태
-"여성노동자들은 가계 보조적 노동으로 치부되어 저임금에 시달리는 대표적 노동자 군입니다. 여성노동자의 일자리는 비정규직 저임금 일자리가 되고, 여성노동자들은 다시 저임금 일자리로 내몰리고 있는 현실입니다."
<사례 5>
다단계 하도급과 계절성 산업 특성으로 인해 일용 노동자로 내몰리고 있는 건설노동자의 노동조건 실태
- "건설회사는 계속 아파트를 짓는데, 건설노동자는 일용직입니다. 계절성 산업 특성으로 인해 일하지 못하는 날이 일하는 날보다 많은 달도 있습니다. 건설자본의 이해만을 보장하는 법제도로 인해 건설노동자의 생활은 점점 더 힘들어지고 있습니다."
<사례 6>
노동이 아닌 노동, 노동자가 아닌 노동자 - 고령노동자의 노동조건 실태
- "고령 노동자의 노동을 노동으로 보지 않는 시각, 고령 노동자의 저임금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시각으로 인해 고령 노동자의 노동권이 전혀 보장되고 있지 못 합니다."
"빈곤의 재발견" - 적정생계비/임금 실현을 위한 실태조사
1. 적정생계비/임금 실태조사
4월 빈곤과 차별 없는 서울 만들기 차별철폐대행진을 시작으로 우리가 처한 빈곤의 실상을 드러내고, 인간다운 생활을 위한 요구를 모으자.
2. 숨은 빈곤 찾기-선전기획사업
지역을 중심으로 한 집중 선전사업을 통해 빈곤의 현실과 최저생계비(임금)의 문제점을 선전하고 실태조사 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자.
3. 빈곤의 재발견-지역거점사업
문의: 빈곤사회연대(준)로 해주세요.(antipoor@jinbo.net/ 02-778-4017)
1) 노무현 정부 직속 위원회들(빈부격차차별시정위원회, 지속성장가능위원회 등)과 각종 시민사회단체를 끼워넣은 연석회의(저출산고령화대책연석회의, 사회양극화해소국민연대) 등이 창궐하면서 사회 위기에 대한 빈곤대중의 전면적인 문제제기는 봉쇄되었으며, 기존의 운동의 주체들은 사회통합담론에 포섭되었다. 이 가운데 민주노총, 전농, 그리고 한국여성단체연합을 비롯한 여성단체들은 각각의 사안을 파편적으로 인식하여 각종 위원회, 연석회의의 결정에 손을 들어주었다.본문으로
2) 2007년 3월 18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연구보고서 「사회양극화의 실태와 정책과제」에 따르면, 한국사회 평균 소득을 100으로 두고 4개 층으로 나눠 봤을 때, 빈곤층은 10년(1996-2005년)동안 11.2%에서 20.1%로 두 배 이상 늘고, 상류층도 20.1%에서 25.3%로 5%포인트 이상 증가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런데 상류층의 소득 점유율은 37.9%에서 48.8%로 늘어 부의 편중현상이 매우 심각한 상황인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본문으로
3)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과정에 대한 대가로서 임금을 받는 것은 인간 노동력을 상품화하는 논리이자, 잉여가치의 생산과 착취를 은폐하는 것이다. 노동력의 가치와 잉여생산물의 가치가 표현되는 화폐형태는 자본주의 생산관계를 재생산하는 데 필요한 하나의 수단이다. 따라서 노동자의 궁극적인 요구는 임금노동관계와 착취의 폐절이다. 노동력의 재생산 과정 역시 자본과 노동자의 사회적 관계를 생산하고 영속화하는 자본주의 생산과정에 종속되어 있다. 그러므로, 자본주의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착취의 모순을 중단시키기 위해서는 이 관계 자체를 폐기하는 수밖에 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노동자계급이 생존을 보증 받을 수 있는 일상적인 계급투쟁을 사회 제 관계의 변혁을 위한 정치적인 계급투쟁으로 전화시켜야 한다. 이러한 변혁을 향한 투쟁의 기초는 노동자계급이 처한 현재 자본주의 사회의 모순들 속에서 생산, 재생산되는 사회관계를 분석하는 일이다. 노동자들의 생활의 권리, 노동의 권리가 은폐, 억압되는 구조에 대한 분석과 투쟁이 요구되는 것이다. 본문으로
4) 현재 민주노총이 진행하는 최저임금 현실화 투쟁이나 산별최저임금협약 등이 저임금 문제를 전사회적으로 제기하는 하나의 계기가 되고 있고, 그 포괄범위가 넓다는 점에서 의의를 갖는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최저임금 현실화 투쟁의 한계는 해가 거듭될수록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현실의 최저임금제도는 저임금 노동자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크게 도움이 되지 못한 채, 경쟁적 노동시장과 가혹한 노동을 은폐하면서 많은 노동자들의 임금수준을 최저임금 기준으로 묶어 놓는 효과를 낳기도 한다. 산별최저임금 투쟁과정에서 중앙교섭 합의는 가능할지라도 이를 통해 포괄될 비정규직 노동자 조직화는 진전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금속노조, 2004년 산별최저임금협약 평가와 2005년 투쟁과제 2005.3.29 민주노총 토론 발제문 참조)본문으로
5) 올해 적용되는 법정 최저임금은 시급 3,480원(주44시간 786,480원, 주40시간 727,320원)에 불과한 상황.본문으로
6) 2007년도 최저생계비는 1인 가구 435,921원, 4인 가구 1,205,535원에 불과한 상황.
빈곤선을 절대적 기준으로 설정할 것인가, 상대적 기준으로 설정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빈곤 해결을 위한 기본 정책 수립방향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문제다. 현재 보건사회연구원이 최저생계비를 계측하는 방식은 라운트리가 사용한 주거, 의복, 연로 등의 기존 욕구항목을 산출하는 절대적 빈곤선 계측 방식이 적용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절대적 빈곤 개념 방식은 계측 과정에서 소득불평등의 현실을 파악하기 힘들다는 점, 조사연구자의 주관적 기준이 상당히 많이 개입된다는 점 등의 문제점이 있다. 왜냐하면 절대적 빈곤 개념은 영양학적 근거이든, 소비형태 조사에 근거하든 생존의 수준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며, 소득 불평등도의 파악에는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상대적 빈곤 개념은 평균소득 혹은 중위소득 내 비율상으로 빈곤의 기준선을 설정하는 방식으로 타운센트 등의 학자들에 의해 주장된 방식이다. 현재 적정생계비/임금 실태조사 기획단에서 주장하는 것은 상대적 빈곤선 개념을 설정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상대적 빈곤선의 기준을 무엇으로 정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현재의 사회적 현실에 대한 인식의 차이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합리적인 기준선을 마련하기가 상당히 어렵다. 따라서 실태조사 기획단은 주관적 빈곤 개념을 추가하여 노동자, 농민 등 많은 사람을 대상으로 최소한의 생활비가 얼마인가? 또, 적정한 생활비가 얼마인가?를 묻는 설문조사를 시행함으로써 빈곤에 대한 사회적 기준선 마련을 위한 근거를 민중들 스스로 만들어가자는 활동을 전개하고자 하는 것이다. (빈곤 개념과 정의에 관해서는 이두호 외,「빈곤의 개념와 정의」,『빈곤론』,나남을 참고하시오.)
주요기관 및 연구자들이 주장하는 상대빈곤선을 비교해보면 다음과 같다.[※표는 한글 파일을 참고하세요.]본문으로
7) 전물량 방식(Market Basket방식, Rowntree 방식)은 인간생활에 필수적인 모든 품목에 대하여 최저한의 수준을 정하고, 이를 화폐가치로 환산(가격×최저소비량)한 총합으로 최저생계비를 구하는 방식이다. 1998년 이후, 보건사회연구원에서 절대빈곤선 계측방식의 일환으로 전물량 방식의 최저생계비 계측을 3년마다 진행하고 있다. 본문으로
8) 저임금노동자 집중행동 제안 취지에 관해서는 다음을 참고하시오. 생활임금운동 기획단, 『인간다운 삶을 누리기 위한 투쟁-빈곤과 저임금 철폐를 위한 행동 제안』. 2007본문으로
9) 2007년 보건사회연구원의 최저생계비 계측조사가 현재 실시중이다. 보건사회연구원은 4인가구를 표본으로 하여 소득 2~3분위, 즉 100~150만원 수준의 가구를 대상으로 식료품비, 교통비, 주거비, 의료비, 가구집기 등 조사하여 최저생활비를 기준으로 최저생계비를 계측하는데, 이에 따른 많은 문제점이 지적되어온 바 있다. 가장 큰 문제점은 연구자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전체공공부조예산에 맞춰 자의적으로 조정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2004년 보건사회연구원에서 계측하여 제시한 150만원을 중앙생활보장위원회에서 예산에 맞추어 재조정함으로써 112만원으로 낮추어 발표한 바 있다.본문으로
10) 빈곤의 재발견-적정생계비/임금 실현을 위한 실태조사 사업의 자세한 내용에 관해서는 다음을 참고하시오.
http://www.livingright.or.kr/bbs/zboard.php?id=notice&page=1&sn1=&divpage=1&sn=off&ss=on&sc=on&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85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