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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진보연대 계간지


2007.5.7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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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 반대투쟁, 신자유주의 반대전선 강화로!

류미경 | 정책국장
지난 4월 초 한․미 FTA 협상이 타결되면서 1년이 넘게 진행되어온 한․미 FTA 반대투쟁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한․미 FTA 협상 중단’을 요구하는 150만 여 명의 서명운동, 여러 차례의 협상 저지투쟁과 세 차례에 걸친 민중총궐기 등 광범위한 민중들의 저항, 심지어는 허세욱 열사의 몸을 내던진 절규에도 불구하고 저들은 협상을 타결하고 말았다. 그러나 공식적인 협상이 마무리된 것일 뿐, 양국에서의 검토, 공식 서명, 국회비준 등의 절차를 거쳐야만 한․미 FTA가 효력을 발휘하게 된다. 또한 개성공단 원산지 인정 여부, 쇠고기 수입 재개 등 협상결과를 둘러싼 양국 간의 논란이 여전하다. 자동차 산업을 비롯한 미국의 여러 업계에서는 한․미 FTA 협상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하다며 자신의 이익이 확실하게 보장되기 전에는 한․미 FTA를 비준할 수 없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민주당 역시 새 무역정책(New Trade Policy)을 발표하고, 이에 따라 한․미 FTA 내의 ‘노동․환경 조항’을 더욱 강화하기 위한 재협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무현 정부와 각종 주류 언론들은 ‘한․미 FTA 협상 타결을 계기로 삼아 한국 경제를 선진화하라’는 주문을 쏟아내는 한편, 한․미 FTA 체결에 따른 피해 산업 분야를 지원하는 ‘무역조정지원제도’를 5월부터 시행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는 등 한․미 FTA 발효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한․미 FTA 협상 중단’ 투쟁은 협상 타결로 일단락되었지만, 한․미 FTA를 막아내기 위한 투쟁은 계속되어야 한다. 노동자 민중의 요구를 거스르고 민주주의를 뿌리째 뒤흔들며 강행된 한․미 FTA 협상을 무효화하고, 6월 말로 예정된 ‘체결’을 막아내기 위한 투쟁을 새롭게 전개해야 한다. <한․미 FTA 저지 범국민 운동본부>는 ‘한․미 FTA 협상 무효’, ‘노무현 정권 퇴진’, ‘신자유주의․미 제국주의 반대’를 투쟁의 기조로 설정했다. 이에 걸맞은 투쟁을 조직하기 위해서는 한․미 FTA 타결을 계기로 쏟아지는 부르주아의 이데올로기 공세와 그 뒤에 놓인 이들의 전략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이를 공격할 방안을 마련하는 한편 본격적인 투쟁을 지속적으로 전개할 태세를 갖추어야 한다.

48시간 연장한 협상시한을 코앞에 둔 4월 1일 저녁7시, 한미 FTA 중단을 외치며 서울 시청 앞에서 촛불집회를 진행했다. 하지만 4월 2일 오후 결국 한미 FTA 협상은 타결되었다. 14개월을 끌어온 한미FTA 협상이 마무리 된 것이다. 하지만 아직 한미 FTA 저지투쟁은 끝나지 않았다.(사진출처: 참세상)

한․미 FTA는 일탈이 아니라 일관된 전략에 따른 것

그동안 한․미 FTA 반대 투쟁의 과정에서 제기된 비판의 논리로는 협상 절차상의 비민주성과 조급함을 문제 삼는 ‘졸속협상론’, 협상 과정에서 미국의 입장이 더 많이 반영되었다는 ‘퍼주기 협상론’, 국내 산업의 피해가 예상된다는 ‘산업피해론’ 등이 중심적이었다. 사실 이른바 ‘4대 선결과제’를 미리 내주고 시작한 협상은 막판까지 미국의 요구가 대부분 수용되는 형태로 진행되었다. ‘퍼주기 협상’ 논란이 일자 노무현은 “철저하게 장사꾼의 마음으로 이익을 따져 이익이 되면 체결하고, 그렇지 않으면 체결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나 협상이 타결된 직후부터 지배 세력은 “일부 산업에 피해가 불가피하다. 협상 과정에서 애초의 요구를 관철시키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모든 분야를 다 내주더라도 체결하기만 하면 그 자체로 이익이다,” “오히려 한․미 FTA를 기회로 삼아 국내 산업을 철저하게 구조조정하고 선진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주장을 쏟아내고 있다. 졸속협상이든, 퍼주기 협상이든, 일부 산업에 피해가 있든 상관없고, 한․미 FTA만 체결하면 국익이 보장된다는 것이다. 수출이 늘고, 대외 신인도가 향상되어 해외투자도 늘어날 것이며, 값싼 수입품을 구입할 수 있게 되어 소비자 후생이 증대된다는 것이다. 지배세력의 이러한 공세 속에서, 타결 직후 한․미 FTA 반대 운동진영이 제출한 ‘한․미 FTA 협상 손익계산서’는 대중적인 호응을 크게 얻지 못하고 있다. 사실 한․미 FTA 반대 운동진영의 이러한 대응은 한․미 FTA 추진이 노무현 정권의 정책기조에 비추어 봤을 때 일종의 “일탈”이라는 인식과, 추진과정의 비민주성과 경제적인 실익이 없음을 지적하면 “일탈”을 멈출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 바탕을 두고 있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는 2차 협상 이후부터 광범위하게 퍼진 반대 여론을 수 조원을 쏟아 부어 잠재우고, FTA 반대 목적의 집회 금지와 구속 수배를 비롯한 폭력으로 반대 운동을 짓눌러가며, 협상 시한을 연장해가며 이를 타결했다. 또한 ‘퍼주기 협상’, ‘손해가 뻔한 협상’이라는 분석도 과감하게 눈감으며 협정 체결을 마무리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노무현 정권 스스로 한․미 FTA 체결은 “일탈”도, “판단 오류”도 아니었음을 계속해서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한․미 FTA는 일탈이나 오류라기보다는 경쟁력을 갖춘 재벌을 중심으로 금융화된 세계경제에 밀착함으로써 만성적인 경기침체의 상황을 극복한다는 남한 자본의 일관된 전략에 따라 추진된 것이다. 이른바 글로벌 스탠더드를 한국사회에 도입하고 국내 산업을 철저하게 구조조정함으로써 한국사회의 신자유주의적 재편을 완성하기 위한 발판이 바로 한․미 FTA다. 그리고 이는 초민족 자본의 이윤확대를 위해 자본이동에 장해가 되는 모든 요소를 철폐하고 한국사회에 미국식 제도와 법을 이식함으로써 동아시아에서 경제적 지배력을 확대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려는 미국의 전략과 한 치도 충돌하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퍼주기 협상’이니 ‘피해보는 산업이 있다’느니 하는 식의 저들도 뻔히 알고 있는 사실을 지적하는 것만으로는 한․미 FTA를 막아낼 수 없는 것이다. 한․미 FTA 체결을 추동하고 있는 자본의 전략이 왜 문제가 되는지, 그것을 문제 삼아야 한다.

누구에게 이익이고 누가 희생하는가

협상 타결 이후 한․미 FTA를 옹호하는 세력들은 자신을 ‘성장을 주도하는 발전세력’으로 표상하는 한편 반대 세력은 ‘경쟁’과 ‘발전’을 두려워하는 ‘후퇴세력’이라고 낙인을 찍으면서, 한․미 FTA가 한국사회에 엄청난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선전한다. 이들이 말하는 이익의 실체는 무엇인가? 누가 이익을 얻는가? 한․미 FTA의 목표는 ‘한국사회의 신자유주의적 재편’이며 이는 노동자 민중의 이익과는 전혀 상관없는 국내 재벌과 초민족자본의 생존전략일 따름이며, 오히려 자본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그 대가를 노동자 민중에게 전가하는 과정이다. ‘개방만이 살 길’이고 개방이 경제 성장을 보장할 것이라는 주장은 김영삼 정권이 OECD, WTO에 가입할 때도, 김대중 정권이 IMF 구조조정 프로그램을 시행할 때도 반복되었던 전혀 새로울 것 없는 이야기다. 그 ‘개방’으로 신자유주의 정책에 적응한 일부 기업은 주가폭등, 수출확대를 경험했지만 초민족자본의 한국 경제에 대한 지배력은 더욱 커졌고, 경제의 불안정성 또한 더욱 켜졌다. 경제를 살린다던 ‘해외투자자’들은 경제위기를 틈타 국내기업의 지분을 헐값에 인수한 후 구조조정으로 주식가치를 키워 되팔아 막대한 이득을 챙겨 나갔다. 뿐만 아니라 농업․농촌 붕괴, 고용불안, 빈곤의 확산으로 노동자 민중의 삶의 위기는 오히려 더욱 심각해졌다. 노무현 정부가 말하는 ‘선진화’는 한․미 FTA를 통해 이런 ‘개방’의 수준을 한 단계 더 높이겠다는 것이다. 국내 재벌의 금융화를 촉진하는 한편 금융서비스, 사업서비스를 개방하여 한국사회 법과 제도 전반을 금융자본이 활동하기에 적합하도록 재편하겠다는 것이다. 노무현 정부는 이를 ‘신(新) 성장 동력’이라고 포장하고 있지만, 실상은 한국경제를 생산이 아닌 금융적 팽창으로 이윤을 확대하는 초국적 금융자본의 투기와 수탈에 철저하게 내맡기겠다는 것일 뿐이다. 그리고 여기에는 항시적인 고용불안, 저임금․불안정노동의 확산, 빈곤의 확대가 필연적으로 뒤따른다. 자본의 고삐를 풀어 아무런 제한 없이 이동하며 막대한 이익을 챙길 수 있는 무한한 자유를 보장하는 반면, 노동자 민중의 삶과 권리를 뒤흔드는 한미 FTA는 ‘발전’이 아니라 야만이다.

다층적인 FTA에 맞서는 투쟁으로

한․미 FTA 협상이 타결되자마자 지배세력들은 2004년 11월 이래로 중단된 한․일 FTA 협상을 재개해야하며, 중국과의 FTA도 하루빨리 시작하자고 다그치고 있다. 게다가 한․EU FTA는 오는 5월 초 1차 협상을 개시할 예정이다. 노무현 정부가 올해 초 제시한 정책목표도 한․미 FTA를 체결한 후 2007년 내로 일본, 멕시코와 중단된 협상을 재개하고, 유럽연합과 공식협상을 개시하고, 중국과 공식협상 전단계인 산․관․학 합동연구를 개시한다는 것이었다. 양자간 FTA가 이렇게 확산되는 데에는 WTO 도하개발의제 협상이라는 다자간 틀을 통해 무역자유화를 달성한다는 계획이 교착상태에 빠졌다는 배경이 있다. 미국의 농업보조금 고수 입장이 문제가 되어 도하개발의제 협상이 사실상 중단된 상황에서 양자간 FTA는 이를 보충하는 수단이 되고 있다. 더 나아가 이러한 양자간 FTA는 만장일치를 기초로 하는 다자간 협정에는 담지 못하는 높은 수준의 자유화 조치를 관철시키는 수단이 되고 있다. NAFTA 이후 최고 수준의 자유화 조치들을 포함하고 있는 한․미 FTA는 미국의 ‘경쟁적 자유주의’ 전략에 따라 ‘상품과 자본의 이동의 자유화’를 세계적인 수준으로 확산하기 위한 지렛대의 역할을 할 것이다. 미국이 추진하고 있는 태국, 말레이시아를 비롯한 동아시아 각 국과의 FTA를 촉진하는 역할을 할 것이고, 나아가 아시아 태평양 전체를 아우르는 APEC 내 자유무역지대 창설에 박차를 가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이것이 한․미 FTA 반대투쟁이 한․미 FTA만을 반대하는 투쟁으로 그쳐서는 안 되는 이유다. 한․미 FTA 반대투쟁은 더 나아가 앞으로 무수하게 진행될 FTA 확산을 통한 초국적 금융자본의 이윤확대 전략을 파탄내기 위한 투쟁의 토대를 형성하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

한․미 FTA와 신자유주의를 끝장내는 투쟁을 다시 조직하자

한․미 FTA를 둘러싼 지배세력 내의 균열이 한․미 FTA를 좌초시키지 않는다는 점은 지난 1년간의 투쟁을 통해 충분히 확인되었다. 부당한 무역 협상을 공정한 협상으로 시정하거나, 협상력을 배가하여 더 많은 ‘국익’을 얻어내는 것으로 노동자 민중의 이익을 보장할 수 없다는 점도 분명해졌다. 한․미 FTA에 반대하는 노동자 민중의 투쟁은 지배세력이 남한 사회의 발전전략으로 삼고 있는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의 완성, 그리고 이것의 발판인 한․미 FTA가 노동자 민중의 삶의 위기를 더욱 가중하고 권리를 박탈한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신자유주의 세계화로 인한 노동의 불안정화, 빈곤의 확산, 식량주권의 파괴, 건강권 파괴에 맞서는 사회운동들이 광범위하게 결집하여 전선을 확대하고 이 모든 것을 부추기는 근본적인 원인에 맞서는 투쟁을 전개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투쟁은 야만을 향해 내달려가는 한국사회의 신자유주의적 재편을 멈추고, 노동자 민중의 필요에 부합하는 교역의 메커니즘을 새롭게 세워내고 민중의 권리를 바탕으로 더 많은 민주주의를 쟁취하는 투쟁으로 이어져야 한다.
3월 말~4월 초 고위급 협상 및 장관급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한․미 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는 단식농성, 상경투쟁, 대규모 촛불집회로 모든 역량을 쏟아 부어 협상을 ‘끝장’내고자 했다. 그리고 협상이 타결되고 나서는 투쟁의 흐름이 급격하게 축소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대선을 앞두고 ‘한․미 FTA 졸속협상 반대’를 내세우며 정계개편의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국회의원들이 한․미 FTA 반대 운동의 입지를 넓히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는 기대가 형성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노동자 민중의 삶과 권리를 파괴하는 원인에 맞서는 투쟁에 동참하지 않는다면, 한․미 FTA가 발효되는 데 필요한 절차를 지연시킬 수는 있을지언정 노동자 민중의 더 많은 권리와 더 많은 민주주의를 쟁취하기 위한 운동을 강화하는 데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한․미 FTA 반대투쟁의 전선을 확대하기 위해 절실하게 필요한 것은 노동자운동, 농민운동, 여성운동을 비롯한 각급 대중운동이 이 투쟁의 주체로 분명하게 서는 것이다. 그리고 한․미 FTA가 한국 사회에 몰고 올 효과를 직접 검증하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다. 따져 물어야 할 것은 한․미 FTA 체결에 따른 국가적 손익이 아니다. ‘지배계급이 한국사회 발전을 위한 유일한 전략으로 내세우는 재벌중심의 세계화가 노동자 민중에게 무엇을 의미하는’이다. 이를 둘러싼 논쟁과 토론을 광범위하게 조직해야 한다. 또한 한․미 FTA 협상 결과의 국회 내 검증, 공식 서명, 국회 비준 동의안 심의 등 부르주아들의 정치일정에 얽매이지 않는 사회운동의 독자적인 흐름을 조직해야 한다. 한․미 FTA의 효과를 노동자 민중의 시각에서 분석하고 비판할 수 있는 공간을 다양하게 형성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미 FTA를 막아내고 이에 대한 대안을 형성할 수 있는 대중적인 힘을 기층에서부터 다시 만들어내야 한다. 그리고 그 힘을 6월 말 미국에서 열릴 한․미 정상회담에 즈음하여 양국 정부간 공식서명으로 이루어질 한․ 미 FTA 체결 저지 투쟁으로 모아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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