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부설 노동자운동연구소


사회운동

사회진보연대 계간지


2007.6.75호

농민운동의 현실과 전망

윤금순, 이영수, 이창한 |

일시: 5월 22일(화)
장소: 사회진보연대 회의실

<사회> 류미경 | 정책국장
<좌담>
윤금순 |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국제협력위원장, 비아 캄페시나 동남·동아시아 대표 국제조정위원
이영수 |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국장
이창한 | 민주노동당 농업 담당 정책연구원
<정리> 정지영 | 편집국장


류미경 이번 대담은 사회진보연대 기관지 <사회운동> 6월호 기획 중 하나로, 한국의 농업, 농촌, 농민의 상황을 진단해보고, 이후 전망을 모색해보고자 하는 자리입니다. 특히 최근 타결된 한미 FTA가 한국의 농촌, 농업, 농민에게 미칠 영향이 매우 파괴적이라는 점이 명백해지는 상황에서 한국의 농업을 살리기 위한 길이 무엇인가, 농민운동의 나아갈 바는 무엇인가 하는 점을 논의하면서 한미 FTA 반대 투쟁을 넓혀가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는 상황이죠. 이렇다보니 최근에 한국의 농업을 둘러싼 많은 이야기들이 오고가는데, 특히 정부나 지배세력들은 농업 개방에 맞서서 경쟁력 있는 산업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유기농이나 친환경 농업과 같은 방안들이 오래 전부터 제기되었던 것도 사실이죠. 이와는 다르게 지역 먹거리나 지역 식량체계와 같은 것들을 대안으로 제기하는 흐름들도 있습니다. 얼마 전부터 <레디앙>에서 민주노동당과 함께 먹거리 안심 프로젝트를 대선 의제화하자는 기획을 했던데, 이것도 그런 흐름의 하나겠죠. 그리고 세계적인 차원에서도 비아 캄페시나가 식량주권을 중심적인 의제로 해서 지속가능한 농업을 모색하고 농민운동을 조직하는 흐름도 있고,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에서도 7월에 식량주권에 관한 국제포럼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런 흐름 속에서 비아 캄페시나를 중심으로 한 세계 농민운동이 식량주권 개념을 매개로 하여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반대하고 대안세계화를 실현하기 위한 운동에서 가장 적극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고, 한국 농민운동도 거기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이런 여러 흐름들이 지속가능한 농업과 농민 생존에 가지는 의미를 살펴보고, 농민운동의 방향과 전망을 모색하는 논의를 해보자는 것이 오늘의 취지입니다.
우선 전반적으로 세계 농업의 상황을 짚어보는 것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해보겠습니다. 농업이 자본주의에 포섭되는 과정을 녹색혁명으로 이야기를 하는데, 농기계나 화학 투입물들이 농업에 도입되면서 자본이 농업 노동을 통제하게 되는 상황을 일컫는 말이죠. 1970년대, 녹색혁명을 거치면서 대량생산된 농산물들을 바탕으로 미국이 수출 중심의 농업을 펼치면서 그 효과가 제3세계까지 확산되는 과정이 있었고, 그 과정에서 초국적 농기업이 등장하면서 종자를 장악하고 이를 매개로 초국적 기업들이 국가 주도의 농업 정책을 초월하여 직접적으로 세계적인 농업 체계 전반을 주도하는 과정이 이어진 것 같습니다. 더불어 WTO나 FTA는 초국적 농기업들이 세계 농업을 지배할 수 있는 여러 조건을 계속 강화하는 역할을 하고 있지요. 농업이 WTO 체제 하에서 자유무역의 대상으로 포함된 계기였던 우루과이라운드가 이런 과정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는데, 우루과이라운드 출범 이후 세계 농업의 변화나 그 속에서 농민운동들이 어떤 대응을 해왔는지에 관한 전반적인 이야기를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윤금순 말씀하신 것처럼 녹색혁명을 통해서 농업이 자본에 의해 흡수되면서, 우리나라도 마찬가지 과정을 밟았습니다. 식량생산을 증가시킨다는 것을 빌미로 농약이나 비료와 같이 기업이 개발한 농자재를 쓰도록 농업생산방식을 바꿔가는 과정이 있었습니다. 이런 과정을 정부가 나서서 적극 권장했고, 때론 강제적으로 이행시키기도 했는데요, 대표적으로 1970년대와 80년대 초, 정부가 통일벼를 권장하면서, 못자리를 통일벼 아닌 것으로 하면 면직원들이 와서 밟아버리는 일도 있었습니다. 이것은 1960~70년대의 농산물 저가정책에 기초한 저임금정책과도 궤가 맞아 떨어지는 것입니다. 결국 우리의 농업은 우리나라의 산업화, 도시화와 함께 상업화되었고 농산물은 상품으로 바뀌어갔습니다. 특히 1980년대 이후 농산물 시장개방이 본격화되면서 농산물은 사람이 먹고 생명을 유지하는 식량이 아니라, 누가 어떻게 지어서 어떤 경로를 거쳤는지도 모른 채 단지 초국적기업들이 갖다 주는 대로 사서 먹기만 하는 상태가 되었습니다. 당연히 종자도 기업들이 가져가서 종자개량이라는 이름으로 이미 터미네이터 종자가 들어오거나 개발되었습니다. 1980년대에는 기업들의 터미네이터, 하이브리드 종자가 본격화 되면서 완전하게 실험이 끝나지 않은 그리고 적용이 되지 않은 종자들을 농민들에게 실험하듯이 보급했습니다. 이 때문에 불량종자로 농민들의 피해가 속출하고 불량종자에 대한 농민들의 피해보상투쟁이 봇물처럼 터졌지요.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신젠타 코리아, 세미니스코리아 등의 많은 초국적 종자회사들이 한국의 종자 산업을 점령해 갔습니다. 그 결과 이제 국내의 종자 산업은 거의 모두 외국자본에 넘어갔습니다. 그 후 농업관련 초국적 자본은 WTO 개방을 통해서 더 많이 들어오게 되었고요. 초국적 기업들은 농자재 수요시장, 농산물 소비시장으로 우리나라를 주목했습니다. 물론 1980년대 초반부터 농산물 시장은 국영무역방식에 의해 일부개방이 됐지만, 1989년 농산물가격예시제란 이름으로 본격적으로 개방되었고 1995년 WTO 가입과 더불어 전면적인 농산물 시장개방이 단행되었었습니다. 그 이후에 농업이 굉장히 어려워졌는데, 세계적인 흐름도 역시 비슷합니다. WTO 출범 이후에 초국적 기업들의 시장개방에 의해서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농민들이 죽어가는 형편에 놓여있습니다. 값싼 수입농산물이 대량 들어오면서 국내 시장을 잃고 국내 농산물 가격이 하락한 것이죠. 또 유럽이나 미국 같은 경우 초국적 농기업들의 수출을 확대하기 위해 정부가 보조금을 지원함으로써 농산물 가격을 떨어뜨리고 있고, 이런 보조금 대부분이 농기업이나 대농에게 집중되고 소농이나 가족농은 보조금을 받을 수 없어 더욱 어려움을 당하고 있습니다. 결국 보조금을 주는 나라나 안 주는 나라나 농업 시장 개방 때문에 소농들은 많은 어려움에 처해있고 그래서 이런 시장개방에 대항하는 투쟁들이 농민들 속에서 적극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상황입니다.
더불어 최근에는 단작화가 심화되면서 단작화로 인해 발생하는 피해에 농민들이 주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또 한편으로는 대안에너지로 주목받고 있는 아그로퓨엘(agrofuel) 또는 바이오퓨엘(biofuel)의 문제도 농민들에게는 주의를 기울여야 할 사안이 되고 있습니다. 식량을 생산해야 하는 땅들이 바이오퓨엘 생산을 위한 작물 재배에 쓰이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굶주리게 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죠. 게다가 이런 바이오퓨엘 작물은 또 초국적 기업들이 유전자 조작한 종자로 재배되고 있습니다. 중남미나 동남아시아, 유럽에서 이런 문제에 대응하는 농민들의 움직임이 점차 커지고 있습니다.
결국 이런 문제들은 농업이 초국적 기업들에 의해 제어되고 통제되는, 초국적 기업들의 이윤을 위해 농업이 수단으로 전락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과정이 식량에 대한 세계적인 통제라는 제국주의적인 지배와 연관된다는 점에서 많은 우려를 가지고 있죠.

이영수 1995년 WTO가 출범하면서 GATT 체제와 달라진 점으로는 미국이 자국 자본과 시장을 확대하여 이윤을 창출하려 하면서 세계 여러 국가의 농산물 시장이 개방된 것인데, 여기서 실제적으로 가장 많은 피해를 보는 것이 농업 부문이고 또 농민들이라는 점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지요. 이런 체제의 문제점을 네 가지 정도로 살펴보겠습니다. 우선 WTO로 대변되는 농산물 시장의 무차별적인 개방은 오히려 식량에 대한 불평등과 기아를 심화시켰습니다. WTO는 출범하면서 농산물 시장의 교역 자유화는 인류의 기아와 빈곤을 해결하는 방안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렇지만 WTO나 FTA가 확산될수록 더 많은 인류가 기아와 빈곤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 현실 아닙니까. 매년 전 세계 인구 중 3,600만 명이 기아로 굶주리고, 한 시간에 4천 명이 기아로 죽어간다는 통계도 있는데, 어쨌든 WTO 출범 이후에 농산물 시장의 독점화가 심각해졌어요. 베트남이 WTO에 가입하면서 회원국은 150개 국이 됐는데, 실제로 농산물을 수출하는 나라는 몇 나라 안 된다는 거지요. 미국이나 호주, 캐나다, 중국을 비롯해 10여 개 나라 정도가 농산물 수출국이고, 또 수입을 해서라도 식량자급을 유지하는 나라가 20여 개 밖에 안 된다는 겁니다. 그 나머지 130여 개 나라가 20개 정도의 농산물 수출국을 위해서 기아에 굶주리고 또 한편으로는 자국의 식량자급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는 것이죠. 게다가 생산과 유통의 체계도 독점화되고 있습니다. 두 번째로 WTO를 거스를 수 없는 국제적인 조직인 것처럼 내세우면서 각국의 고유한 농업 정책을 모두 파괴시키고 있다는 점도 문제입니다. 실제로 한국만 보더라도 한국 농업의 근간을 이루었던 추곡수매제가 폐지되었죠. WTO에서 국내보조금 감축을 원칙으로 내세우면서 더 이상 유지해서는 안 된다는 식으로 각국의 고유한 농업 정책을 파괴시킨 사례죠. 세 번째는 지역의 공동체나 환경조차 심각하게 파괴하는 양태가 드러나고 있다는 점입니다. 대부분의 나라들이 농업국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농업은 그 나라의 문화고 그 지역의 사회를 이끌어왔던 중추의 역할을 해왔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농업을 교역의 대상으로만, 환금 작물처럼 상품성, 돈이 되느냐라는 기준으로만 보면서 생산 체계를 이루다보니까 환경을 파괴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 되었죠. 특히 남미나 동남아에는 세계은행이 들어오면서 댐을 건설한다든지 하면서 생산 토대를 파괴시키고 있습니다. 끝으로, WTO를 통해서 농산물 시장이 자유로워진 것은 아닙니다. 겉으로는 자유를 이야기하지만 실제로는 몇 개국의 초국적 자본, 곡물 메이저들의 수출을 자유롭게 하는 한정된 자유죠. 전체 인류, 각국 농민들이 생산한 농산물 시장의 자유가 아니라 몇 개의 초국적 곡물 메이저들의 수출을 자유롭게 하는 시장이 형성된 것인데, 특히 이런 과정들 속에서 각 나라나 인류 전체의 안정성은 무시되고 있지요. 현재 한미 FTA에서 쟁점이 되고 있는 쇠고기 문제도 마찬가지에요. 쇠고기 문제에서도 WTO와 함께 국제수역사무국(OIE)이 국제적인 권위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로비력을 가진 수출 기업들이 이를 장악함으로써 인류의 건강은 안중에도 없이 수출만이 목표가 되는 거죠. 유전자조작식품(GMO)이나 유전자변형생물체(LMO)도 마찬가지입니다.
전체적인 맥락에서 보자면, 지금의 농업은 신자유주의적인 개방 농정이나 수출주도적인 농정이라고 얘기할 수 있는데, 이 농정의 핵심은 미국식 농정, 그러니까 규모화, 기업화라는 것이죠. 저는 이 규모화, 기업화의 이면에는 결국 유통시장을 장악하고, 유통시장의 장악을 통해 생산토대를 장악하고, 또 생산양식을 장악하는, 즉 종자나 농약과 같은 것을 장악하는 과정에서 결국은 농업을 규모화를 넘어서 기업화 시켜놓고 세계적인 농산물 수출 시장에 대응하도록 하면서, 결국은 농민들을 농업 노동자로 전락시키는 이런 과정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창한 앞에서 말씀하신 두 분의 이야기와 비슷한데, 우선 전반적인 신자유쥬의 세계화 흐름의 특징은 강대국을 중심으로 약소국에게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강요한다는 것인데요, 이 속에서 각 나라 민중들이 이뤄놓은 민주주의 성과를 후퇴시킨다거나 노동자, 농민, 서민, 여성들에게 피해가 가중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 결과 사회양극화가 심화됩니다.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면, 한미 FTA에서도 봤듯이, 국가의 기능을 최대한 약화하고 규제를 축소하는 것이 초국적 자본이나 강대국의 요구죠. 그래서 공적인 기능을 축소시키고 시장의 기능을 강화시키는 것, 그래서 자본의 활동을 강화하고 왕성하게 보장하는 것이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정치적, 경제적 민주주의의 축소를 지향하게 되지요.
이에 따른 농업의 피해는 일단 개방을 통한 식량 자급률의 하락이라는 것입니다. 우리나라도 식량자급률이 25.3%를 기록하고 있는데, 이것은 OECD 국가 중에 최하위입니다. 제3세계 국가들 같은 경우에도 식량자급률은커녕 먹을 식량이 없는 상황까지 발생하는 것이죠. 두 번째는 각종 규제 철폐를 통한 시장 자유화로 인해서 환경 문제라든가 국민건강이나 식품안전의 문제들이 다양하게 제기된다는 것입니다. 초국적 기업들이 일명 포스트 하비스트라고 하는 수확 후 처리라는 절차를 거치면서 전 세계로 수출되는 농축산물의 안전성 문제가 오래 전부터 제기되어왔죠. 초국적 기업은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수출하는 농산물이 장거리를 이동하는 데 리스크가 없어야 하기 때문에 필수적으로 포스트 하비스트를 시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그것을 사먹는 수입국 국민들의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게 되는 거죠.
이창한

그 다음으로는 농업의 개방으로 인해서 경제 체제가 변하는 문제입니다. 농업을 축소하거나 희생하면서 수출 지향적인 산업 구조로 가면서 특정한 산업이 특화되고 농업이 축소됨으로써 산업 간 불균형이 발생한다는 것이죠. 전통적으로 농업은 산업의 원료를 제공하는 1차 산업으로서의 역할을 해왔는데, 그런 기능이 없어지면서, 값싼 원료를 수입해 와야 하고 그래서 전 사회적인 이윤은 오히려 감소하는 그런 모순을 낳게 되죠.
마지막으로는 사회적 공공 자산이라고 할 수 있는 물, 유전자, 종자 같은 것들이 사유화되고 상품화되면서 토종 종자가 사라진다거나 유전자 조작 농산물이 수입되어 국민 건강을 위협한다거나 하는 문제들이 나타날 수밖에 없는 것이죠. 사실 농업은 GATT 체제에서 교역의 대상이 아니었는데, 1990년대 중반에 농업이 교역의 대상에 포함되면서 제3세계 나라를 중심으로 세계의 많은 나라들이 신자유주의 개방으로 인한 피해가 엄청납니다. 또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추진하는 관료들에 의해서 농업과 농촌의 가치가 산업 경제적 측면으로만 측정되다보니 산업 경쟁력이 없다는 식으로만 인식되고, 그런 잘못된 인식으로 인해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제3세계 같은 경우에도 농업의 축소나 붕괴와 같은 막대한 대가를 치루고 있습니다. 당연히 환경문제나 공동체의 해체와 같은 상황을 맞을 수밖에 없고, 더 중요한 것은 식량의 무기화라는 더 끔찍한 재앙을 앞으로 겪어야 되는 예정된 시나리오가 있다는 것입니다. 예정된 시나리오라고 하는 것은 카길이라든가 아처다니엘스(ADM) 같은 초국적 농기업들이 세계 주곡의 70% 이상의 교역을 담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식량은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이고 국가 주권을 지키는 권리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몇 개의 초국적 기업이 좌지우지하면서 식량의 무기화가 점차 심화·확대되는 것입니다.

류미경 신자유주의 세계화 이후 농업이 자본주의에 포섭되는 과정이 심화되면서 나타나는 문제를 개괄해주셨는데요, 이렇게 보니 농업이 단지 지금 한미 FTA를 옹호하는 측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농민들만의 문제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정치, 경제, 환경을 비롯한 사회 전 부문을 아우르는, 그리고 산업 구조를 관통하는 커다란 문제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면 WTO 개방 이후 한국 농업의 상황에 대해서 좀 더 들어봤으면 좋겠습니다. 이영수 국장님께서 언급하시기를, 농민들을 농업 노동자로 전락시킨다고도 말씀하셨지요. 사실 개방 이후를 대비해서 농업을 규모화하자는 얘기가 나오기도 하고, 1인당 경작 면적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농민들의 지위는 예전에 비해서 더욱 하락했고, 더불어 전통적으로 농민은 생산수단을 소유한 계층이라고 일컬어졌지만 지금의 현실은 다른 듯합니다. 게다가 식량자급률도 점점 더 줄어들고, 더불어 농촌이라는 공동체가 심각하게 파괴되는 상황도 맞물려 있는 것 같은데요, 현재적인 상황에서 한국 농민들의 지위, 현실, 농업의 상황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십시오

이영수 우선 개방 이후 가장 큰 변화는, 원래 한국의 식량자급도가 낮기는 했지만, 그조차 훨씬 더 떨어지고 동시에 수입 농산물이 급격히 들어오면서, 농가 소득이 도시 가구에 비해 77% 정도밖에 안 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농가 소득 하락에 대해서 정부가 하는 말은 경쟁력을 키우라는 것이었죠. 이 경쟁력에서 핵심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규모화였고 또 하나가 시설화였습니다. 그런데 규모화를 하려면 당연히 트랙터와 같은 영농 기계를 사야하고, 시설을 하려면 당연히 시설투자가 돼야하죠. 우루과이라운드(UR) 때 정부가 이런 방향을 대책이라고 내놓고 또 그 쪽으로 유도했는데, 이런 것들은 사실 다 부채로 이어졌습니다. 왜냐하면 이런 정책으로 생산이 증가하긴 했지만, 그만큼 수입 농산물이 들어오고 가격이 떨어지니까 기계나 투자비를 보전할 만큼 소득이 안 되면서 농민들이 덤터기를 써버린 것이죠. 현재 전체 농가부채가 가구당 2,870만원인데, 그 구조를 보면 30대나 40대 초반, 젊은 농민들에게는 부채가 집중돼서 1억 이상으로 더 많습니다. 굉장히 우려스럽죠. 그러면서 가장 심하게 농촌 사회가 붕괴되고 있습니다. 단적인 예로 농사지으러 들어간다고 하면 부모들이 사지에 들어가는 것처럼 말립니다. 그러다보니까 UR 때 540만 명이던 농민이 지금은 330만 명으로 줄었습니다. 작년만 해도 340만 명이었는데, 1년 사이에 10만 명이 줄었다는 것이죠. 동시에 농가부채는 네 배 정도 증가했습니다. 농촌은 단순히 경제적인 어려움뿐만 아니라 교육이나 의료에서도 소외되고, 심지어는 인식 자체도 농촌은 살지 못하는 곳, 농사를 짓는다는 것 자체가 전쟁터 나가는 것처럼 되어있죠. 이것이 한국 농민, 농촌의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데 정부가 내놓는 대책 또한 대책이 될 수 없는 대책만 내놓죠. 우리에게 맞지 않는 규모화, 고품질화를 얘기하는데, 우리가 6 헥타르를 한다는 것은, 현재 평균 1.43 헥타르를 하고 있는 것에 비하면 상당히 규모화지만, 미국처럼 80 헥타르를 넘는 나라를 생각하면 말이 안 되죠. 고품질화도 마찬가지인데, 친환경, 지속가능한 농업으로의 전환은 중요하죠. 한국의 전체 벼 재배 면적이 약 100만 헥타르인데, 중국 흑룡강성 주변에는 140만 헥타르 정도가 녹색미 재배 단지라고 해서, 한국과 일본으로 수출하기 위한 무농약 내지는 유기농, 저농약을 하고 있다는 것이죠.
그런데 중앙일보나 조선일보에서 그래도 살아남는 사람 있지 않느냐, 억대 농민을 본받으라면서 마치 개방에서 살아남지 못한 사람들을 개인적인 문제 때문인 것처럼 치부하는데, 굉장히 웃긴 얘기죠. 그건 전쟁이 아무리 나도 영웅이 되는 사람이 있고, 아무리 교육이 이상해도 자기만 공부 열심히 하면 과외 한 번 안 하고 서울대 가는 사람 있더라 하는 얘기와 마찬가지입니다. 만약 교육을 맡은 사람들이나 대통령이 그런 얘기를 했다고 하면 학부모들이 가만히 있겠습니까? 그런데 농업에 관해서는 이런 무식한 말들이 통용되고 있다는 것이죠. 이런 것을 보면 농업에 대한 인식 자체가 매우 천박하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윤금순 여성농민의 현실에 대해서도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최근에는 농촌에 젊은 여성들이 없다보니까, 또 젊은 여성이 있어도 친구가 없고 또래가 없다보니까, 굉장히 견디기 힘들어 합니다. 다문화 가족이 많아지고 이주 여성들이 많아지다 보니까 한 동네에 사는 여성들이 한 자리에 모이더라도 말이 안 통하는 경우도 많지요. 그런 데에서 오는 소외감, 박탈감이 심각하다보니까 젊은 여성을 찾아보기 힘든 상황입니다. 이런 현실은 앞으로도 더 심해지겠지요. 마을회관이나 노인정에 할머니들이 말 그대로 소복하게 있다고 표현될 정도로 할머니들이 많으시죠. 그리고 그 노인 여성들에 의해서 현재 우리 농업의 상당량이 유지되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우리나라가 급격히 산업화되면서 도시로 공장지대로 농촌의 젊은 여성들이 많이 빠져 나가고, 농업 노동력이 부족해지면서 여성들이 농업 노동에 굉장히 많이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지금도 농업 생산노동의 50%이상을 여성농민이 기여하고 있는데, 농업시장이 개방이 되고 나서는 그 기여도가 점차 높아졌습니다. 그만큼 일을 많이 하게 된 것이죠. 농사를 한다고 집안 일, 애들 키우는 거, 동네일을 안 하는 것이 아니니까요. 결국 일을 너무 많이 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심지어 여성 농민들의 하루 평균 노동시간이 14시간, 16시간이라는 통계도 있습니다. WTO 출범 후에는 농가의 수입이 떨어지다 보니까, 농사 규모를 늘리고, 남편은 전업을 하고 여성이 농사를 도맡아 짓기도 하고, 여성들도 겸업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그것도 한 가지가 아니라 이중삼중 겸업을 하는 경우도 있고. 그러다보니 건강을 많이 해치게 돼서 몸이 안 아픈 데가 없을 정도로 건강이 매우 악화되고 있지요. 여성농민이 이 사회의 최하층으로 전락해 천대받는 것도 억울한데 몸마저 병들어 버리니 정말 기가 막힌 일입니다. 이것은 결국 IMF, WTO와 FTA 등으로 대변되는 신자유주의의 최대 피해자가 여성농민이라는 걸 의미합니다.
또 한편으로는 신자유주의는 여성농민의 존재 자체를 철저히 짓밟아 없애고 싶어 합니다. 왜냐면 여성농민은 인류 역사 속에서 종자를 발견하고 농사를 가장 먼저 시작한 사람들입니다. 또 땅, 물, 산림 등의 천연자원을 가꿔왔으며, 전통지식과 전통의학, 전통문화를 창조하고 지켜오는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여성농민이 있는 한 이런 것들을 빼앗기가 쉽지 않습니다. 여성농민이 있어야만 이런 것들이 보존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여성농민은 인류에게 소중한 존재이고 존중받아야 합니다. 여성농민이 어떤 역할과 지위를 갖고 있느냐, 얼마나 여성농민을 존중하는 사회인가는 그 사회가 어떤 사회인지를 알 수 있는 또 하나의 척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창한 두 분께서는 구체적인 내용을 말씀해주셨는데, 저는 좀 큰 틀에서 말씀을 드리면, 사실 전쟁 후에 미국으로부터 원조를 받기 시작하면서, 원조 경제가 시작되고, 그 이후 차관으로 전환되었고, 직간접투자, 완전 개방으로 오는 일련의 흐름 하에서 우리 농업, 농촌의 현실이 앞에서 두 분이 말씀하신 상황까지 가게 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 큰 틀에서 농업의 상황을 진단해보자 하면, 농업 해체, 농민층 분해, 농촌 붕괴, 이렇게 크게 세 가지 틀로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먼저 농업 해체에 대해서 말씀드리면, 현재 농촌 현장에 많지는 않지만, 도시 자본이 결합한 기업농이라든가, 정부가 1994년부터 육성하기 시작한 전업농들이 생산을 주도하는 흐름이 보입니다. 농업의 다원적 기능이나 기본적인 산업적 역할이 제대로 발휘되는 지위가 보장되는 것이 아니라, 기업농, 전업농이 주도하면서 농업은 하나의 업종으로 전락했지요. 이런 기업농이나 전업농이 주도하는 농업의 형태는 단작화, 규모화 방식이기 때문에, 농산물 수급조절이 불가능한 상태로 전환됩니다. 그러면서 가격폭락을 유발한다든가, 또는 수입 농산물로 인해서, 지어먹을 농사도 없는 대다수 농민들이 일부 품목에 집중하면서 연쇄 가격 폭락을 겪게 되고 있죠. 이런 문제가 총체적으로 아우러지면서 농업 해체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농민층 분해는 앞서 말씀드렸지만, 1960년대 이후부터 농산물 개방과 수출 위주의 산업 정책을 펼치면서, 정부는 농업에게 저임금을 위한 저곡가 정책을 강요했고, 그러면서 농민들이 도시로 이농하게 되었죠. 물론 가족농은 오래 전부터 해체되고 있었지만, 1989년 수입 자유화 조치로 본격적인 수입 개방이 확대되면서 이농, 탈농한 인구가 상당히 많았고 가족농 해체도 본격화되었습니다. 그러면서 기업농, 전업농으로 대표되는 소수의 상층농이 생기고, 중간층, 그리고 소농을 비롯한 하층농 형태로 농민층 분해가 뚜렷이 나타납니다. 2005년도 통계를 볼 때, 1 헥타르 이하로 농사를 짓는 농가 호수가 전체 농가의 62%를 차지하고, 2 헥타르 이하가 22%, 2 헥타르 이상이 약 14%입니다. 뚜렷하게 농민층이 갈라지는 형태를 통계로도 알 수 있죠.
세 번째는 농촌의 붕괴인데요, 이 문제는 공동체 파괴라든가 농촌인구의 과소화라든가 지역경제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대됩니다. 도시 사람들은 농촌 하면 농민들만 모여 사는 곳이라고 인식하는데요, 사실 농민 인구보다 농민이 아닌 인구가 더 많습니다. 여기에 대해서 어떤 사람들은 지방자치단체에서 지역 인구를 늘리려고 위장 전입 같은 것을 하기 때문에 많다고 해석하기도 하는데, 사실상 농민 인구보다 행정 서비스나, 공공 기관이나 상업하는 인구들이 더 많아요. 이들이 농촌 지역에 사는 것은 농업이라는 것이 있기 때문에 사는 것인데, 농업을 중심으로 그 지역에 관련 산업과 업종과 행정이 망라되어 있는 것이죠. 그런데 농업이 피폐해지고 농촌 인구가 감소하면서 다른 산업 분야에 있는 인구들이 대도시로 빠져나가게 되죠. 중소 규모의 공장이나 산업체들도 사람 구하기 힘드니까 어지간하면 다 빠져나가게 되는데, 그렇게 되면서 농촌이 과소화됩니다. 게다가 농업 해체로 인해서, 전통적인 생산 방식인 두레 향학과 같은 협업 구조가 개별화되면서 공동체가 파괴되고, 심지어는 같은 작목을 하는 개별 농가들이 경쟁하는 구조가 됩니다.
농업 해체, 농민층 분해, 농촌 붕괴 이 세 가지의 큰 문제가 복합적이고 상호 유기적인 관계 속에서 전반적인 농업, 농촌 문제를 야기하는데, 여기에서 핵심은 농업 해체가 있겠죠. 이로 인해서 농업 전반의 위기가 나타났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류미경 역대 정권이 추진해 온 농업 정책이라는 것이 농업을 말살하는 정책에 다름 아니었다고 말할 수 있을 텐데요, 결국은 재벌 중심의 세계화 이런 것을 이뤄내기 위해서 농산물을 수출하는 것보다는 공산품을 수출하는 것이 낫다는 비교우위론에 입각하여, 그리고 노동자들의 저임금 구조를 지탱하기 위해 농업을 희생시켜 온 과정이 지금의 결과를 낳았다고 생각합니다. 세 분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현재의 농촌, 농민, 농업 전반이 맞이한 위기라는 것이 정말 심각한 상황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현실에 맞서서 싸우고 있는 농민운동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하는데, 아까 서두에서 확인했던 것처럼, 한국 농민운동이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확산되는 가운데, 전 세계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대안세계화 운동의 주축이 되는 농민운동과 결합하는 양상이 높아지고 있고, 칸쿤 투쟁, 홍콩 투쟁에서도 커다란 역할을 차지했습니다. 그런데 한미 FTA 반대 투쟁을 경과하면서 농민운동이 할 것 다했다, 농사짓는 것보다 더 많은 날을 서울에 와서 투쟁을 하는 데 보내고, 출하거부에서부터 모든 것을 다 내걸면서 투쟁을 해왔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한 것이 무엇이냐 하는 위기감이나 좌절감이 만연해 있는 것 같고, 더 이상 정권을 상대로 한 저지 투쟁으로는 해법이 보이지 않는다는 얘기도 나오는 것 같아요. 그래서 작년에 전농에서는 ‘위기의 한국 농업, 해법을 찾아서’라는 주제로 창립 16주년 기념 심포지엄을 열기도 했지요. 오늘 자리하신 세 분 모두 한국 농민운동이 처한 상황이나 위기에 대해서 고민이 많으실 것 같아요. 그래서 세 분이 생각하시는 농민운동의 현재 상황이나 그 동안의 투쟁에 대한 평가를 통해 이후 전망을 모색해 볼까 합니다.

이영수 제가 지난주에 경북 순회를 다녀왔는데, 바로 이런 문제 때문에 갔던 것이죠. 저도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왔는데, 실제로 UR 이후에 농민운동, 농민의 투쟁은 이전과 굉장히 다른 양상을 보여 왔습니다. 사실 예전에는 고추 투쟁이나 소 값 파동 같은 품목별 투쟁이 주였는데, 그런 투쟁은 성과가 분명했습니다. 그 투쟁에서 이기면 고추 값이 조금 오른다든지, 소 값이 오른다든지, 이렇다 보니 굉장히 눈에 보이는 투쟁이었고, 목표점이 분명했고, 그리고 거기에 대한 성과를 농민들에게 돌려줄 수 있는 그런 투쟁이었죠. 그런데 WTO 이후를 보면, 그런 품목별 투쟁보다는 WTO, 한미 FTA, 한칠레 FTA, 쌀 개방과 같이 거대한 신자유주의 개방 농정, 거대한 공룡 자체와 맞서는 싸움이 되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사안별 투쟁보다 파괴력은 더 큰데, 목표에 있어서는 훨씬 더 험난해졌고, 그 성과를 농민들에게 직접 돌려주지 못하는 문제가 있기 때문에 굉장히 지루하면서도 힘든 싸움이 된 것이죠.
이영수

이런 상황에서도, 농민운동 내에 여러 품목조합들이 있긴 하지만, 전농이나 전여농이 신자유주의 개방 농정의 선봉에서 투쟁했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투쟁에서 우리 국민들이 FTA가 뭔지도 모를 때, FTA의 문제에 대해 전농이나 전여농이 홍보를 한 것이죠. 사실 그 싸움의 과정에서 어떤 조직들보다 농민들이, 전농 회원들뿐만 아니라 기간에 정부에서 관리하던 조직의 회원들조차도 신자유주의 개방 농정에 대해서는 다른 나라와 달리 분명히 반대 입장을 가지게 되는, 어떻게 보면 사상적으로 정치 의식적으로 변화하게 된 부분이 있다고 할 수 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칠레 FTA, 쌀개방 투쟁, 한미 FTA 투쟁을 이겼느냐 하면 그렇게 말할 순 없죠. 이런 점에 대한 실제적인 패배감이 존재합니다.
더 큰 문제는 이번에 한미 FTA를 막아내면 내가 농민으로 살 수 있는가, 농업을 보전할 수 있는가 하는 근본적인 희망에 대한 것입니다. 이런 부분이 현재 농촌과 농민들의 가장 어려운 문제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런 문제점에서부터 출발하면서 대안을 마련해보자는 고민이 있습니다. 가장 우선적인 것은 한미 FTA를 막아내는 것입니다. 물론 그것을 막아낸다고 해서 희망이 바로 생기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까지 농업이 사형 선고를 받았다면 한미 FTA 체결은 실제로 사형집행에 들어가는 것과 마찬가지고, 그렇기 때문에 사형 집행만은 어떻게 해서라도 막아야 하는 그런 측면이 있습니다. 다행히도 한미 FTA 저지 투쟁에 대해서는 상당히 희망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첫 번째 이유는 FTA나 신자유주의 개방에 맞서는 싸움이 예전에는 농민들만의 외로운 것이었는데, 지금은 함께 하는 과정이라는 것이죠. 특히 작년의 노동자들과의 연대투쟁은 전농 회원들에게는 표현을 못할 정도로 커다란 힘이 되고 있습니다. 그 투쟁에 동참한 사람들이 노농이 연대해야 하는 이유를 피부로 느끼고 있죠. 둘째는 한미 FTA에 대한 국민투표가 상당히 공감을 얻고 있다는 부분입니다. <농민신문> 여론 조사를 보면, 한미 FTA를 기준으로 투표하겠다는 여론이 38%정도인데, 이것은 매우 큰 것입니다. 농촌 지역은 대개 전라도는 어디, 경상도는 한나라당과 같이 지연이나 학연, 심정적인 지지 세력이 굉장히 많은데, 그것과 상관없이 한미 FTA를 지지하느냐 마느냐로 투표를 하겠다는 의견이 40%에 가깝다는 것은 상당히 큰 것이죠. 이런 것은 한미 FTA를 가지고 신자유주의와 신자유주의 반대 세력을 가를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었다는 의미이고, 그런 면에서 희망적이라고 봅니다. 그런 투쟁과는 별개로 근본적인 희망은 어디에 있는가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우리 식의 대안 농정을 수립하는 과정이 굉장히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습니다. 특히나 올해의 경우에는 대선과 총선을 앞두고 더욱 중요한 시기, 이것을 우리가 정치적인 힘으로 이끌어 내야 하는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한미 FTA와 맞물려서 농촌 지역을 신자유주의 개방농정과 보수 대 대안 농정과 진보라는 큰 두 축으로 만들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려 하고 있습니다.

윤금순 1970~80년대 군사독재 시절부터 우리 농민운동은 나라의 민주화와 정치적 변화에 많은 기여를 해왔습니다. 그러나 문민정부 이후, 농산물 시장개방과 농업구조조정을 통한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됨에도 투쟁의 중심을 정치적으로 발전시켜내지 못하고 농민대중의 이해를 중심으로 하는 경제투쟁의 성격을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그 후 IMF를 겪고 1990년대 말, 2000년대 들어서 쌀개방 반대투쟁을 중심으로 투쟁이 정치적 방향을 찾으면서 이제는 보다 투쟁의 성격을 명확히 해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2002년부터 쌀개방 반대 투쟁을 하면서 농민들의 정치의식이 높아졌고 2003년 국회 앞에서 140일이 넘는 한칠레 FTA 반대 상경투쟁을 하면서 농민들만 싸워서는, 또 농민이 정치의 주인이 되지 않으면 현실 정치권의 정치놀음에 의해 좌우되는 농민들의 상황을 하나도 바꿀 수 없음을 절감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농민운동은 농민들의 정치세력화의 필요성을 제기하면서 정치세력화를 급속하게 추진했고 여타 계급계층과 함께 하는 보다 광범하고 힘 있는 전선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습니다. 결국 농민들의 문제는 세상을 바꿔야지 달라질 수 있다는 거죠.
그런데 ‘이대로는 안 된다, 우리가 정치와 세상을 바꾸자’고 투쟁의 성격을 바꾸었으면, 정치투쟁에 맞게 우리는 이런 세상을 원한다는 상과 경로, 즉 대안을 대중들에게 보여줘야 합니다. 그래야 대중들이 희망을 가지고 투쟁을 할 텐데 이런 부분이 여러 사정상 좀 늦어진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농업이 벼랑으로 몰려 떨어지고 농민들은 당장에 사형 집행되듯이 잘려 나가는 상황이어서, 사활을 걸고 닥친 것을 막아야만 했습니다. 또 농민들만으로 정치적인 변화나 세상을 바꾸는 투쟁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같이 가야하는데, 이게 잘 안 맞아떨어진 측면이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농민들은 눈에 보이는 성과가 없는 저지 투쟁을 중심으로 갈 수밖에 없고, 현장 내의 위기의식은 자꾸 커지는 상황이지 않았나 합니다. 그런데 그런 것들이 작년 한미 FTA 투쟁을 겪으면서 노농이 실질적인 연대를 만들고 각계각층이 결합하는 형태로 변화할 수 있었던 것은 굉장히 큰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아직 주력이 되는 노농 연대의 힘을 농민들이 실체적으로 느끼기에는 부족하기 때문에 앞으로 좀 더 노동자, 농민을 중심으로 하는 연대투쟁을 폭발적으로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래서 노동자, 농민만이 아니라 더 광범한 세력들을 어떻게 더 많이 결집시켜 한미 FTA 저지와 신자유주의 반대 투쟁으로, 식량주권 실현으로 나아갈 것인가를 사회운동 모두가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창한 앞서 말씀하신 두 분의 내용과 비슷한데, 여러 투쟁을 통해서 농민운동이 우리 한국사회에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일정한 투쟁의 성과를 남겼다고 봅니다. 전체 사회를 변화시키는 운동에서 지지기반을 확대하는 역할도 했고, 농민의 정치세력화도 결정해서 확대하고 있는 단계이기도 하고, 또 개방농정과 구조조정에 대해서 상당히 지속적이고 완강한 투쟁을 벌여냈죠. 그래서 모든 국민들에게 UR이 무엇이고 FTA가 무엇이고 하는 인식을 확산하는 중심에 있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는 그 투쟁을 전개해가는 과정에서 지역에서의 활동을 통해서 지역 정치력을 일정하게 강화시켜내는 성과도 있었습니다.
그런 성과에도 불구하고 현재 농민운동을 진단하는 목소리에서는 여전히 비판적인 의견이 많다는 것도 압니다. 농민 운동 내부에서도 그런 위기의식이나 비판적인 평가에 대한 토론도 확대되는 추세인 것 같습니다. 작년에 열렸던 창립 16주년 심포지엄에 저도 갔었는데, 얘기를 들으면서 한편으로는 화가 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눈물이 찔끔할 정도로 농민운동의 역사가 결국 이런 평가를 받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그 원인이 어디 있을까 생각을 곰곰이 해봤는데, 문제의 원인은 내부로부터 찾아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외부에서 찾기 시작하면 그런 평가의 원인을 해결하지 못하겠죠. 내부로부터 찾는다는 것은 그동안의 농민운동을 총화하면서 대안 농정과 더불어 농민운동의 전략과 노선을 설정하는 문제에 대해서 진지하게 토론해야 합니다.
농업, 농촌의 전반적인 위기 상황은 농민운동의 위기 상황에 중첩되기 때문에 이렇게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농민층 분해라는 것은 군중노선과 대중노선을 주요 방도로 실현을 해온 농민운동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서 고령화가 심화된다든지 기업농과 전업농이 확대가 된다든지 하는 상황에서 농민 인구가 상당히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누구를 동력으로 할 것이냐 하는 문제의식을 떠올려 봐야하죠. 또 한 가지로는 농민운동이 그 동안 강인한 투쟁을 전개해왔고 그 투쟁의 성과를 공유하고 음미하는 농민들과 활동가들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상대적으로 많은 수의 농민들은 무력감이나 패배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신자유주의 세계화 앞에서 쌀 개방, FTA를 막아낸다고 해서 우리가 어떤 목표와 희망을 가질 수 있는가, 막아낸다고 해서 삶이 나아질 것인가라는 희망의 부재, 이런 것도 한 가닥 거들고 있지요. 게다가 정부는 농민운동 진영에 대한 분열 공작을 끊임없이 진행하고 있습니다. 농민운동 단체에 대한 차별 지원과 같은 것을 통해서 연대연합의 고리를 끊는 공작을 자행하고 있지요.
이런 전반적인 상황을 놓고 봤을 때, 농민운동 진영의 변화를 요구하는 것은 맞다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하는 것은 농민운동 진영의 충분한 토론과 고민 속에서 도출이 되어야겠지요. 하지만 일단 제가 생각하기에는 지역과 현장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지역을 기반으로 한 대중력을 확보하는 것, 이를 바탕으로 해서 각계각층을 아우르는 연대연합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 동안 농업, 농민에 대한 국민들의 전통적인 지지는 상당히 광범위했거든요. 물론 최근에 농촌경제연구소에서 여론 조사를 해본 결과, 과거보다는 전통적 지지층이 조금 감소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지지하는 세력들은 상당히 남아있습니다. 그런 전통적 지지층을 어떻게 적극적인 지지층으로 확보하고 지원과 연대활동을 유도할 것인가 하는 문제죠. 그 지원과 연대활동이라는 것이 꼭 한미 FTA 반대 투쟁에 전면적으로 나서는 것뿐만 아니라 주부면 주부, 학생이면 학생, 직장인이면 직장인, 이런 사람들이 자기가 처한 현실적인 문제에서부터 농업 문제를 바라볼 수 있는 그런 구체적인 정책 내용도 필요하다는 생각도 들고요, 근본적으로는 의식의 전환을 꾀할 수 있는 뭔가의 사업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영수 저도 조금만 덧붙이자면, 내부에서 문제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것에 공감합니다. 전농에서 작년부터 지속적으로 고민이 도출되고 논의되고 있는 것의 핵심이 조직, 교육 사업입니다. 전농이 13만 대회도 해봤고, 해방 이후 단일 조직 최대 동원의 역사도 있고, 국제적으로도 칸쿤이나 홍콩 투쟁 등 주목을 받으면서 거기에 대한 자부심이 있지만, 동시에 우리가 과연 330만 농민의 대표적 대중조직인가, 정부에서도 전농이나 전여농을 무시하고 농업 정책 펼 수 없는 그런 세력인가, 이에 대한 답은 분명히 부정적이거든요. 우리 투쟁의 견고함과 강고함, 투쟁력에 대한 것과는 별도로 내부적인 문제, 조직 문제들이 나타나고 있지 않나 합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2015년에는 40대 미만 농민이 전국적으로 2,000명에 불과하답니다. 누군가는 농업이 다 망해 가는데 다른 운동을 생각해보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얘기도 합니다. 이런 부분 관련해서 저는 외국의 사례를 보면서 많이 배우려합니다. 특히 남미 사례를 보면, 우리보다 더 열악하죠. 그야 말로 자기 땅도 없는 사람들이, 우리보다 더 열악한 공간 속에서 농업 노동자로 전락한 사람들이 사회 변혁이나 최소한 자기 가족 단위의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엄청난 사회적 힘을 키워왔다는 말입니다. 브라질의 MST가 단적인 예가 되겠죠. 이런 사례를 보면서, 우리는 사안적인 투쟁으로 투쟁성은 보여주었지만, 과연 그 투쟁 속에서 조직사업이나 교육 사업을 통해서 목적의식적으로 330만 농민의 대표적 대중조직이 되어 왔는지, 또 한편으로는 우리 회원들이 그런 준비를 하게끔 단련시켜왔는지 반성적으로 평가를 하게 되죠.
그래서 이후에 실제적으로 우리가 우리의 정치력, 조직력을 키우기 위한 우리의 과제들을 조직사업이나 교육 사업을 통해서 세부적으로 만들고자 합니다. 또 한 축으로는 지금까지는 중앙 집중적으로 서울에 투쟁이 있다면 어떻게 그 투쟁을 벌일 것인가만 고민하고 동원하듯이 사업을 벌였는데, 앞으로는 시군 농민회에서 자체적으로 지역에서 정치력을 장악할 수 있는 지역 현안에 맞는 투쟁과 사업을 만들어 내는 그런 활동을 만들어야 하겠죠. 이런 과정을 통해서 종국에는 전농이 330만 농민의 대표 조직으로 자리 잡을 수 있고, 노동자민중들 또한 농업 문제를 농민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인식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그런 조직적 과제에 대한 전망을 세우고, 차분히 사업을 펼쳐 나가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

류미경 그렇다면 이런 상황에서 최근 제기되는 한국 농민운동과 농업에 대한 여러 대안들에 대해서도 한 번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현재 농업, 농민의 현실이 농민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사회적인 문제라는 것을 알려내고 폭넓은 연대를 실현하기 위해 여러 모색이 되고 있지요. 대안농정의 상을 만들어내기 위한 노력도 있고, 먹거리 안심 프로젝트 대선 의제화도 그런 맥락에 놓여 있을 것 같은데요, 이런 대안에 관한 논의들에 대해 소개해주시고, 그것을 운동으로 확대해 갈 수 있는 방안에 대한 의견도 말씀해주시지요.

윤금순 지금까지 우리가 많은 부분에서 어떻게 하면 시장 개방을 막을 것인가, 어떻게 하면 농업을 지킬 것인가 이런 것에 입각한 투쟁을 해왔는데, 이를 넘어서 농업 방식을 변화시키는 것에 대한 고민도 필요해요. 사실 우리 농업이나 농민들이 많은 부분에서 자본에 포섭되어 있죠. 이것이 구체적으로 나타나는 부분이 주로 농자재입니다. 예를 들어 과거에는 퇴비는 다 집에서 만드는 식으로, 자가 생산하는 방식이었잖아요? 그런데 이제는 기업에서 공급하는 것들을 사서 쓰는 방식으로 농사를 짓지요. 종자도 기업에서 공급하는 종자에 의존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종자 회사들이 다 초국적 종자 회사로 넘어가면서 초국적 기업에게 종자도 의존하고, 농약, 비료, 농자재도 거의 초국적 기업에게 의존합니다. 사실 자재의 거의 대부분이 수입 자재거든요. 이렇게 농사를 짓다보니까 농사비도 굉장히 많이 들어가게 되지요. 어떤 측면에서 보면 시장이 없어서 농민들이 가난해지는 것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농사지은 것, 그 얼마 안 되는 돈을 다 초국적 기업에게 갖다 주는 측면이 있어요. 이렇게 보면 농민들이 초국적 기업들에게 양쪽으로 다 빼앗기고 있는데, 여기에 대한 대응은, 한편으로는 시장 개방을 막는 투쟁도 있지만,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 우리 손에 들어온 것은 최대한 안 빼앗기도록 할 필요도 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든 살아남아야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종자도 농민들이 다시 찾아오고, 우리 식으로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전통적인 농업 생산방식을 찾아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윤금순

사실 유전자원이라는 것이 앞으로 그것을 확보하고 있느냐에 따라서 세계 경제를 좌우할 수 있을 만큼의 굉장히 소중한 자원입니다. 이런 것들을 지키는 것도 대단히 중요합니다. 지금 환경 농업들을 많이 하는데, 과거 국민의 정부 시절에 정부 정책으로 도입이 되면서 환경농업이 그대로 경쟁적인 시장에 지배되는, 포섭되는 방식의 친환경 농업을 정부가 도입했거든요. 초기에 친환경 농업, 유기농업을 하셨던 분들은 정부로부터 탄압을 받아가면서 했었는데, 언제부터인가 정부가 가져가서 그것을 시장에다 그대로 넘겨주는 이런 꼴로 친환경 농업이 변질되었죠. 다시 제대로 된 친환경 농업을, 유기농업을 본래 의미로서 살려 내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기업이 개입하여 좌지우지 할 수 없는 시장, 농민과 소비자 간의 직거래를 통한 시장을 확보하는 것, 그래서 국내 시장을 살려가는 것도 중요합니다. 우리 농민들이 생산하는 것들은 안전하고 그래서 사람들이 맘 놓고 먹을 수 있어야 하죠. 먹을거리를 갖고 그 누구도 장난치는 것을 허용하지 않으면서 누구나 안전하고 품질 좋은 먹을거리에 대한 접근권을 보장해야 합니다. 이런 것들이 한편으로는 대안 농업이라고 표현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렇다고 대안농정이 그것만 의미하는 것은 아니고, 국가적인 농업 생산방식뿐만 아니라 농업 관련한 다양한 시스템을 우리 사회가 어떻게 갖춰 나가느냐, 국가적으로 어떻게 만들어 나가느냐 하는 측면이기 때문에 그런 것들을 찾고 모색해야 합니다. 특히 여성농민들 같은 경우에는 우리 종자 지키기 투쟁을 작년부터 시도하고 사업화하고 있는데요. 농사를 전면적으로 바꾸기 어려우면 오래전부터 여성농민들과 친숙한 자급자족의 대명사 같은 작은 텃밭에서부터라도 지켜내자는 거죠. 우리가 통일 농업을 이야기하고 있는데요, 통일 이후에도 이런 식의 관행적인, 초국적 기업들의 종자에 의존하는 그런 농사를 지을 수는 없는 것이고 우리 민족이 건강한 먹을거리를 먹을 수 있도록 하는 자주, 자립적이면서도 안전한 먹을거리를 생산할 수 있는 농업을 만들어가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창한 제가 전북 김제 현장에 10년 있다가 올라온 지 몇 년 되어서, 최근의 농민운동의 상황에 대해서 자세하게 평가를 하는 것은 어렵지만 대략적으로 평가를 해보겠습니다. 저는 농민운동의 조직적 혁신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활동가들이 농민운동에 대한 전망이 일정하게 패배감에 의해서 부재하거나 생산 활동에 집중하면서 전망을 세우기 어려워하는데, 그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농민운동의 대안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겠다는 것이죠. 이를 위해서는 전농에서 현재 추진하고 있는 활동가 육성을 위한 사업도 필요하고, 또 정치적 활동 외에 농업 대안과 같은 것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리고 그런 내용들을 가장 일차적으로 구현하는 공간은 지역이라고 보거든요. 현재 농민운동이 장기 항전의 태세를 갖추고 지역에서 장기 항전에 맞는 역량을 구축하고 무기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생각을 해요. 그래야 거대한 신자유주의 세계화 물결과 싸우는 농민운동의 태세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농민운동이 신자유주의라는 거대한 공룡에 맞서 전쟁을 치루고 있는데, 그 동안 몇 번의 전투에서 졌죠. UR, 한칠레 FTA, 쌀 협상에서는 졌는데, 사실 전투에 졌다고 전쟁에 졌다는 것은 아니잖아요. 언제든지 그것을 극복하고 이길 수 있는 여지도 있기 때문에 전체 전쟁에서 이길 수 있는 태세 준비가 지역에서부터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따른 가장 중요한 문제는 농민회 활동가나 현장의 농민들을 재조직하는 거죠. 농업 여건이 어려워지면서 농민뿐만 아니라 농민회 활동가도 농사 규모가 많이 늘어나게 돼서 생산 활동에 집중하게 되지요. 지역에서 농민운동은 생산자 조직과는 별개로 움직이는, 그야 말로 정치투쟁 중심의, 중앙 집중 투쟁 중심의 활동을 벌이고 있는데, 그럼으로 인해 아까 말씀드린 일련의 과정을 통해서 농민 동력이 많이 떨어져나가는 그런 상황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생산과 생활과 운동의 통일성 확보가 지역에서 활동해야 할 가장 집중적인 문제라고 생각해요. 더 나아간다면 농민운동 조직이 생산자 조직을 융화한 형태의 조직으로 전환을 모색하기 위한 활발한 토론이 필요하죠. 교육과 투쟁 방식의 전환 문제도 이야기될 수 있겠죠. 지금은 몇 가지 얘기가 나왔던 대안 농업이라는 것도 안티테제보다는 진테제를 가지고 싸워나갈 수 있는 것을 모색해가는 과정이구요.
연동해서 말씀드리면, 우리 정권을 세우기 위한 전략 거점으로서 지역에 대한 재고가 필요한데, 농민운동이 투쟁의 역사와 과정을 통해서 지역에서 일정한 정치력을 형성했지만, 지역에 대한 개념이 구체적이지 않은 부분이 있어요. 최근에 와서는 농민운동 조직이 지역에서 지역운동을 다양하게 전개해 나가는 양상도 나타나고 있지만, 일반적인 상황이라고 볼 수 없는 한계가 있습니다. 농민운동이 지역사업에 대한 개념을 명확히 세우면서, 지역운동에 상당한 역할과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그런 대중조직으로 변화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대도시나 도시 지역은 시민사회단체가 많이 있는데, 농촌 지역은 농민회가 움직이면 끝이거든요. 그래서 좀 더 이런 부분을 정교화하고 구체적으로 다듬어서 활동할 필요가 있겠다는 것이고, 농민운동이 지역에서 대중적 토대이자 생활의 근거지, 지속가능한 농업과 지역 사회를 실현하는 역할, 이런 것을 통해서 지역과 도시의 연계를 강화하는 고리 역할을 해야 한다는 고민이 필요하다는 것이죠.
마지막으로는 평가에 근거한 얘기인데, 일회적인 연대가 아니라 장기적이고 광범위한 애농(愛農) 전선, 지역 전선, 중앙으로 말하면 확대된 전선을 구축할 필요가 있겠다는 것이죠. 지금도 많은 국민들이 농업의 중요성을 얘기하지만, 앞으로 새로운 사회에서도 여전히 농업, 농촌이 가지는 지위와 역할은 상당히 중요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현재는 도시화나 신자유주의 하에서 농업의 가치가 축소되고 있는 상황이지 않습니까?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소비자 조직, 노조 등과의 연대, 견인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렇기 위해서는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정책 대안을 가지고 일상 사업에 매진할 필요가 있죠. 저도 현장에서 농민회 간부 생활을 했는데, 현장에서는 중앙 집중 투쟁, 도 단위, 시군 단위 투쟁 말고는 일상 사업이 없어요. 기껏 회의하고 연락하고 이런 것을 일상 사업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일상 사업을 자꾸 개발하고 움직여야 생명력이 살아나고 이를 토대로 광범위한 전선을 구축할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이영수 한국 농업의 대안이라면 한국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몸에 맞지 않은 옷을 자꾸 입히려는 시도가 정책의 실패를 낳는 것이죠. 기본은 상품성, 규모화를 통한 경쟁력을 갖추는 미국식을 가져오면서도, 미국에서는 농민들에게 보조금을 주는데 우리는 그것도 없으면서 어설프게 미국식을 따라하거나 또 한편으로는 우리하고 여건이 비슷하다고 어설프게 일본식의 농정을 따오고 하는 것이 한국 농정의 실패의 근본 원인이라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쿠바 식으로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죠. 우리의 특성에 맞는, 우리의 기후, 우리의 사회적 발전 과정, 지리적 여건에 맞는 우리 식의 농정 모델이 대안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여러 한국적 특성을 고려하면, 북쪽 동포에게는 미안한 얘기지만, 남쪽의 농민들한테는 북측의 농업이 어려운 것이 대안이 될 수도 있어요. 북측이 밭작물 위주의 농업이고 벼 생산이 부족하지만 광물이 풍부한 상황에서 상호 공존할 수도 있고, 남쪽의 농민들이 또 살 수 있는 한 가닥 여건인 것 같아요. 그런 것들이 고려된 모델이어야 한다는 것이죠. 이를 정착시키는 데 관권적인 것이 무엇이냐, 이론적인 것이냐, 전망을 잘 제시하는 문제냐 하면, 결정적으로는 국가의 농정 기조가 바뀌어야 하는 것이고, 농정 기조를 바꾸는 것은 농민들의 정치적 힘이 될 수도 있고, 더 크게 보면 국민들의 농업에 대한 인식의 전환에서 비롯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국민들의 사고의 전환이 이뤄지지 않는 한, 아무리 좋은 모델을 제시해도 정착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전농의 대안 농정 기획단에서 핵심적으로 고민하고 있는 것은 지속가능한 국민 농업입니다. 지금 식의 이윤 추구를 최고의 목표로 하고, 환경을 파괴하는, 지속 가능하지도 않고, 농촌 사회조차 파괴하는, 시스템도 우리에게 맞지 않고 초국적 기업의 시스템을 따라가는 그런 것이 아니라 환경을 보호하면서도 문화적으로도 우리에게 맞고, 농산물을 먹는 사람들이 어디서 온 것인지 알 수 있는 농산물을 생산하는 그런 과정을 통해서 농업은 농민만이 책임지는 것이 아니고, 정부도 농림부만 책임지는 것이 아니라, 국민 전체가 책임져야 한다는 인식을 확산하자는 것입니다. 농업의 다원적 기능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농업을 유지하는 것 자체만으로 국민들에게 많은 것을 주고 있는데, 국민들은 과연 농민들에게 무엇을 주고 있는가, 그것이 바로 인식의 전환은 기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단순히 인식의 전환뿐만 아니라 그것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게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된다면 또 농민들은 그만큼 국민들에게 돌려줘야죠. 안전한 먹거리를 안정적으로 제공하고, 경관이나 전통 문화를 보장하고, 지역사회를 보존하면서 국민들에게 돌려주는 그런 상호 권리와 의무를 함께 나눌 수 있는 것이 대안적인 모델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창한 대안농업의 전제는 농업의 다원적 기능과 식량주권이 지금이나 미래나 여전히 중요한 2대 가치라는 것입니다. 이런 전제 하에서 방향은 지속가능한 국민농업과 통일 농업입니다. 국민 농업은 쉽게 말씀드리면, 농업의 문제를 농민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 일반의 문제로 전환하는 농정을 내오겠다는 것입니다. 그에 따른 주요 과제를 몇 개만 말씀드리면, 식량자급률 목표 수준을 법제화하라고 농민운동 진영에서 투쟁의 구호로 내세웠는데, 이 투쟁의 구호를 국민의 일반적인 인식으로 확대하는 정책을 수립하고 확대하는 과정이 있어야 합니다. 또 하나는 친환경 농업을 단계적으로 전면화하는 것입니다. 서두에서 말했듯이 미국의 녹색혁명 이후 한국도 이를 본받아 녹색혁명을 하면서 석유화학 의존도가 높은 농업으로 고착되었는데, 그 고리를 끊는 것이죠. 그래서 한 축으로는 국민들에게 안전한 먹을거리를 제공할 수 있고, 또 한 축으로는 초국적 자본의 고리를 끊는 투쟁의 일환이 될 수 있습니다. 농업이 자본에 포섭되어 있다는 것은 일상적인 영농 활동에서도 알 수 있지 않습니까? 예를 들어 비료라든가 농약이라든가 농자재, 종자 같은 것들이 초국적 기업이 국내 회사를 점유해서 생산하는 것을 농민들이 쓰고 있다는 거죠. 친환경 농업을 통해 이런 초국적 자본의 고리를 끊는 것이죠.
또 하나의 과제는 농민의 공적인 지위를 확보하는 것입니다. 국가 기관의 연구를 봐도, 농업의 다원적 가치는 홍수 조절 기능 등을 포함해서 연간 49조원 정도의 기능이 있다고 하는데, 농민은 이 다원적 기능을 수행하는 사람이죠. 어떻게 보면 국가가 그런 공공적인 역할을 주도적으로 관리하고 해나가야 하는데, 그걸 농민들이 하고 있는 것이고, 따라서 이런 농민들에 대한 지위 확보를 요구하는 것입니다. 기간농민제 실시라는 주요 정책 목표가 있는데, 농민들을 준 공무원화하자는 것이죠. 농민들이 농촌 현장에서 공공적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것과 더불어 신자유주의 방식의 규모화, 전업농화를 소농, 가족농 중심의 협업적인 생산 공동체를 조직하고 다양한 생산 공동체를 지도 내지는 관리하는 역할까지 담당하고 있습니다. 그에 따른 지위 확보가 필요하죠.
그리고 농지 공개념이라는 과제도 있습니다. 이것은 물론 농업의 다원적 기능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더불어 농민들의 생산비 절감과 이를 통해서 도시민들이 안전한 먹을거리를 저렴하게 먹을 수 있는 그런 핵심적인 고리를 농지 공개념이 하는 거예요. 간단하게 말씀드리면, 공공적 기능을 하고 있는 농지를 사회화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현재에도 농림부 산하 농촌공사가 농지은행제도를 실시하는데, 농가경제가 어려운 농가의 농지를 사서 일정한 가격에 재임대를 해주는데, 이게 농지 공개념의 초보적인 형태라고 이해하시면 될 것 같아요.
그리고 또 하나가 말씀하셨던 지역 먹거리 체계, 그리고 먹거리에 대한 안전 관리 체계에 대한 연구입니다. 이 두 가지는 도시와 농촌과의 연대를 강화하는 중요한 고리 역할을 합니다. 도시 소비자들에게는 안전한 먹거리를 요구하는 의식의 흐름이 일정하게 존재하죠. 따라서 안전한 먹거리, 안전 관리 체계도 상당히 중요하다는 인식 하에,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런 것들이 대안 농업의 몇 가지 주요 과제입니다. 이 밖에도 많은 과제가 있지요.
또 한 축으로는 민주노동당에서 몇몇 연구원이 공동으로 먹거리 안심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먹거리 종합 의제라고 해서 먹거리 복지 문제와 먹거리 안전 문제를 두 축으로 해서 연구하는 프로젝트인데요. 사회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면서 먹거리 양극화도 나타나고 있다는 보건복지부 통계조사가 있거든요. 경제적인 이유로 배고픔을 느낀 계층이 전체 인구의 12.3%라고 합니다. 우리나라가 1인당 GDP가 1만 6천 달러 수준으로 경제가 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먹거리에 대해서 빈곤감을 느끼고 있는 계층이 상당히 존재한다는 것이죠. 게다가 소득 계층에 따라 영양 섭취에 차이가 나요. 그래서 빈곤 계층에서 오히려 비만이 많습니다. 부모가 맞벌이를 하거나 그렇다보니 식생활이 짜임새 있거나 안전하지 못하죠. 패스트푸드를 많이 먹는다거나. 그래서 영양섭취 차이가 나고, 비만이 많이 나타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는 거죠. 이런 문제를 다루는 것이 먹거리 복지 개념입니다.
먹거리 안전 문제에 관해 말씀드리자면, 국내 농산물의 농약 오염 문제도 들어가지만, 사실 농약 사용 실태는 감소 추세입니다. 검출농약 같은 경우에도 과거보다 상당히 줄어서 어느 정도 안전한 형태를 이루고 있지만, 소비자들은 기본적으로 농약오염에 대해 민감함을 갖고 있지 않습니까. 그런 부분에서 일정하게 불신을 해소해간다는 의미가 있고, 사실 농약이나 호르몬, 항생제의 오염은 외국산 농축산물이 훨씬 더 많죠. 이런 문제에 대해서 먹거리 안심 프로젝트를 통해서 어떻게 이걸 극복해 나갈 것인지 정책 방향과 내용을 만드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에 있습니다.
정리해서 말씀드리면, 첫 번째 말씀 드린 것은 농업 회생과 도농 연대 강화라는 측면이 강하다고 하면, 두 번째 프로젝트는 먹을거리를 중심으로 복지와 농업 문제를 배치하는 문제라고 이해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류미경 대안 관련해서 식량주권과 연계해서 논의를 해보면 내용이 더 풍부해질 것 같은데요, 식량주권은 비아 캄페시나에서 처음으로 제기했던 개념이죠. 식량주권 개념의 의미는 그 전에 있었던 식량 안전(Food Safety)과 식량 안보(Food Security) 개념들을 포괄하면서도 더 나아가는 문제의식을 제안하려 했고, 식량주권 개념이 어떻게 보면 한편으로는 자본에 의해서 통제되는 생산자로서 지위를 빼앗긴 농민들의 토지나 종자나 물, 농업 생산 과정 전반에 대한 통제력을 회복하는 문제의식과 더불어 식량이라는 문제가 농민들의 문제뿐만 아니라 모든 사회 구성원들의 문제, 인류의 보편적인 권리라는 그런 문제의식을 제기한다는 측면에 있습니다. 비아 캄페시나 내에서 전개하고 있는 식량주권 논의에 대한 간단한 소개와 더불어 한국에서 모색하고 있는 농민운동, 농업에 대한 대안이 식량주권과 어떻게 결합되고 있는지에 대해 말씀해주시지요.

윤금순 우리가 대안으로 접근하고 있는 것들도 크게 보면 다 식량주권의 개념에 포괄된다고 생각하는데요, 식량주권의 의미는 식량에 대한 모든 것을 민중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농업과 식량에 관한 정책을 마음대로 만들 수 있는 민중의 권리이자 나라의 권리인 것이죠. 그래서 식량주권에는 민중을 먹이기 위한 농업 생산을 우선할 것, GMO에 대한 반대, 농민들의 농사에 필요한 환경이나 천연자원, 물, 토지, 종자, 지식 등에 대한 사용권과 통제권, 식량에 대한 접근권, 국가의 정책 결정권까지 포함됩니다. 더불어 식량주권 논의에서는 여성농민들의 인권을 인정하는 것을 특히 중요하게 보고 있습니다.
식량주권 개념은 비아 캄페시나가 1996년 세계 총회에서 처음으로 토론하여 그 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온 개념입니다. 지금은 그 구체적인 실현을 위해 지난 2월에 말리에서 식량주권포럼을 열어서 행동전략을 마련한 상황입니다. 이 개념은 지금 같은 농업 생산 방식이나 정책들, 신자유주의적인 정책들이 결국 농업을 지속 불가능하게 만든다는 인식을 바탕에 두고 있습니다. 이런 정책 하에서는 농민들의 상황이 너무 어려워져서 결국 농민들이 농업을 포기하게 되고, 농약이나 비료, 제초제의 사용으로 농업이 결국 땅이 망가집니다. 결국 농민들이 없어지고 농업 생산 조건이 망가지게 되면서, 농업 자체가 지속 불가능해지는 것이죠. 따라서 농업을 지속가능하게 할 수 있는 방안과 이를 실현하기 위해 농업과 식량에 관련된 모든 단위나 민중들이 주체로 참여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농민, 노동자, 소비자, 국가 모두가 일상적인 생산과 소비뿐만 아니라 생활의 전 과정에서 식량과 자연자원에 대한 자기 결정권을 확립하고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식량주권이라 개념화하고 있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식량주권은 신자유주의에 대한 대안입니다. 지금 많은 나라들이 식량주권에 관심을 가지고, 국가적인 차원에서 이를 어떻게 도입할 것인가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헌법에서도 식량주권 개념을 반영하고 실현해가는 나라도 많고, 국가적 차원에서 안 되는 나라에서는 농민운동, 사회운동들이 식량주권을 실현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죠. 식량주권은 농민뿐만 아니라 여성이나 노동자들의 권리이기도 하기 때문에, 이들을 포함한 다양한 사람들이 같이 연대해서 식량주권 실현을 위한 실천과 투쟁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식량주권 개념을 FAO가 만들어 낸 식량안보 개념과 혼동해서 써왔습니다. 우선 이런 인식을 바로잡아야 하고, 식량주권을 실현하기 위한 적극적인 운동과 실천을 벌여야 합니다. 현재 농민운동이 하고 있는 투쟁이나 활동도 식량주권을 실현하기 위한 과정입니다만, 보다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들도 있습니다. 환경 문제를 들 수 있는데, 지금까지 진행되어 온 환경 농업이나 환경 운동이 사회 구조 자체를 바꾸기 위한 투쟁, 제국주의에 맞서는 투쟁에 적극적이지 못했던 부분도 있고, 특히 환경 농업의 경우 국가가 정부 정책으로 도입하면서 농민들이 이를 신뢰하지 않고, 대안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친환경 농산품이 대량으로 수입되고 있는데, 이것이 농민들을 짓밟는 하나의 도구로 쓰이고 있다는 점이 분명하죠. 그래서 농민들이 이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있는데, 바로 잡아갈 필요가 있습니다. 국가의 정책도 식량주권의 입장에서 바로 잡아갈 측면이 있지요.
식량주권을 실현하기 위해서 특히 중요한 것인 신자유주의와 전쟁에 반대하는 것인데, 우리 같은 경우 외세에 의해 처음으로 식량주권이 본격 침탈당한 기원은 일제 때 토지조사사업이라고 생각하는데, 결정적인 것은 한국전쟁이었다고 생각해요. 국토를 초토화시켜놓고, 미국이 원조라는 천사의 가면을 쓰고 다시 나타나 돕는 척했죠. 그래서 사람들이 고맙게 미국 때문에 살았다고, 미국 때문에 굶어죽지 않았다고 인식하도록 만들었습니다. 이를 통해서 한미 동맹의 강력한 기반을 만들었던 역사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후에 WTO나 FTA 같은 신자유주의 정책들이 지금 농민을 짓밟고 있습니다. 따라서 전쟁에 반대하고, 제국주의에 반대하는 것, 그리고 가부장제에 반대하는 투쟁들이 식량주권에서 굉장히 중요하게 사고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식량주권 실현에서 여성의 위치를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습니다. ‘농사꾼은 죽어도 종자는 베고 죽는다.’는 말이 있듯이 농업의 근원은 종자입니다. 과거에 이를 갈무리하고 보존하는 일을 모두 여성이 해왔고, 그만큼 과거에는 이들의 지위가 높았습니다, 그러나 종자가 기업과 초국적 기업들로 넘어가면서, 동시에 여성농민들이 종자를 빼앗겼고, 여성농민들의 지위가 굉장히 떨어지면서 사회적으로 매우 무시당하는 상황이 되었죠. 여성농민들을 존중하고 인권을 보장하는 것도 식량주권에서 중요하게 다루고 실현해가야 합니다. 우리도 이런 부분을 적극적으로, 전 사회적으로 고민해야 합니다.

이영수 식량안보적 차원을 좀 더 언급하자면, 식량이 WTO나 FTA를 통해서 농산물 수출국들의 이익을 보장하고 독점화되는 경제적 차원의 이야기는 많이 되었는데, 이것이 단순히 경제적인 문제만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2005년 미국 펜타곤 비밀문서에 따르면 향후에는 세계적인 기상 이변과 지구 온난화로 물과 에너지, 군사, 식량이 실제적으로 미국이 세계 경제를 지배하는 데 필수적인 요건이 될 것이라고 나왔습니다. 따라서 식량안보의 차원은 부인할 수 없는, 국가에 굉장히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또 한편으로 보면 비아 캄페시나가 식량주권 개념을 제창하고 세계적으로 확대하는 과정에서 식량주권에 대한 오해들이 굉장히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농민들만의 권리나 식량안보라는 협소한 이해가 많습니다. 한국에서도 2004년 브라질에서 열린 비아 캄페시나 ICC 총회에 참석하면서 쌀 재협상 투쟁 과정에서 생각했던 식량주권 개념을 국제적으로 제기해야겠다고 준비해서 갔는데, 사실 우리보다 더 많이 고민이 진척되어 있더군요. 사실 우리 차원에서는 식량주권이 여전히 식량안보 정도의 아직 낮은 수준으로 이해가 되고 있죠. 식량주권에 대한 국제적인 흐름이나 인식은 단순히 농민의 권리가 아니라 생산자, 소비자, 국가 모두의 권리로 인정되고 의미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우선 생산자 권리라는 것은 초국적 자본의 생산 토대나 환경 파괴적인 농업 방식이 아니라 생산자인 농민들이 자신 스스로 생산 방식, 종자 등을 스스로 선택할 권리를 인정하는 것입니다. 더불어 국가적 차원에서 각 국의 특수한 상황에 맞게 독자적인 식량 정책을 펼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도 식량주권에 포함되고, 소비자들이 내가 먹고 있는 것들이 어디서 왔고 어떻게 생산되었는지를 알고 선택할 수 있는 권리도 포함됩니다.
이것이 실현되면 농업 문제가 해결될 수 있죠. 저는 식량주권이 신자유주의에 대한 대안이인 동시에 인류의 천부적인 권리라고 생각합니다. WTO는 지적재산권까지도 보장하면서도 인류의 기본적인 식량권은 짓밟고 있지 않습니까? 그렇기 때문에 식량주권의 확대, 실현이 우리 인류에게 대안의 모델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현재의 WTO, 신자유주의 체제 내에서는 식량주권을 실현할 수 있는 토대가 없죠. 그래서 세계적으로 식량주권을 실현하기 위한 조직들, 특히 생산과 생계가 연계되어 있는 농민들이 신자유주의 반대 투쟁의 선봉에 나서고 있는 것입니다. 신자유주의에 대한, 환경 파괴적이고 생산 토대와 국가의 식량 자급정책을 파괴하는 신자유주의에 농업 정책에 대한 반대가 전제되어야 합니다.
그 이후에는 전 인류적으로 비아 캄페시나와 같은 국제적인 흐름들이 광범위한 연대를 실현해야 하는 문제가 있고, 또 각 나라에서 식량주권을 현실화시켜야 하는 과제들이 남습니다. 우리도 아직 식량주권에 대한 개념이 아주 낮은 수준의 협소한 개념으로 이해되고 있는데, 전농 내에서도 그런 것 같아요. 내부적으로 식량주권 개념을 제대로 정립하고, 이것이 농민뿐만 아니라 소비자로 확대하는 것, 이것이 정부 정책에 반영될 수 있는 것으로 만드는 것이 우리의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국제적으로도 아프리카 말리나 베네수엘라에서는 식량주권을 실현하는 것을 명문화하고 있고, 네팔은 입법화 과정에 있고, 쿠바 같은 경우는 국가적 차원에서 식량주권을 실현하고 있죠.
그러면 늘 무역을 반대하냐는 질문이 제기됩니다. 농민들이 투쟁하고 식량주권을 얘기하면 그렇다고 무역을 반대할 수는 없지 않느냐는 것이죠. 우리는 잘못된 무역 체제를 반대하는 것이지 무역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거든요. 지금 우리가 반대하는 것은 환경, 농민, 지역 경제를 파괴하고 미국 중심의 초국적 자본의 지배력만 강화하는 잘못된 무역 체제고, 이를 대안적인 다른 체제로 바꾸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세계는 가능하다.”는 구호도 그래서 의미가 있지요.

이창한 농민운동 진영이나 한미 FTA를 반대하는 진영에서 주장하는 것에 대해 정부가 맞받아치는 것이 쇄국하자는 것이냐는 건데, 주류 경제학자들도 외부 충격에 의한 경쟁력 강화를 부정하는 학자가 많다고 해요. 현재 한미 FTA를 경과하면서 동아시아 경제 협력이라든지 하는 우리나라의 경제에 대한 담론들이 조금씩 형성되고 있는데, 우리가 미처 준비하지 못한 오류가 있긴 하지만, 우리에게도 대안 담론이 될 만한 것들이 많고, 이를 체계적으로 정비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생각합니다. 마찬가지로 식량주권의 문제도 좀 더 설득력 있는 담론과 내용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식량주권의 문제는 어떤 국가의 주권에 해당하는 문제이며 식량정책을 독자적으로 결정할 권리를 자국이 갖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고, 그로 인해 국민들에게 안정적인 식량을 공급하는 것이 주권 국가의 의무이자 당연한 권리라고 말씀드릴 수 있지요.
식량 안보 문제는 WTO 규정에도 있어요. 이런 것이 인정되지 않고 강대국의 힘에 의해서 무시되면서 가고 있는 거죠. 예를 들면 GATT 21조에 보면 국가 안보의 문제는 WTO 규범에 적용받지 않는다는 규정이 있거든요. 해석을 하면 식량 안보도 국가 안보에 들어가고, 국가 안보 및 정치적 주권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다고 해석을 하는 것이죠. WTO 농업 협정 20조 c항에도 개혁 과정에서 식량 안보 등 비교역적 고려 사항에 대한 영향을 포함한 이행 경험을 고려하도록 한다는 규정도 있고, 또 국내법에는 농업발전기본법에 국민 식량의 안정적 공급이라는 법적 규정이 이미 되어 있고요. 이런 규정에 의하면 식량 안보는 교역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이 명확하죠. 국제 농민운동에서도 식량안보를 지키기 위해서 WTO에서 농업 협정을 배제하라는 직접적인 요구도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원칙적으로는 농업 교역, 식량안보를 침해하는 교역은 WTO에서 배제되는 것이 맞고, 그것에 대한 투쟁을 세계 농민운동 조직과 시민사회단체 운동까지 포함해서 확대해 나가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 과정에서 우리가 이 투쟁을 어떤 문제를 고리로 해서 현실화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남는데, 예를 들어 우리나라의 경우 민족적 측면에서 식량안보는 더 중요한 것 같습니다. 통일을 향해 간다고 했을 때, 남북한의 식량 수급을 대략 따져보면, 현재 북한이 연간 70만 톤 이상 식량이 부족한 것으로 나와 있고, 남한의 식량자급률을 고려했을 때, 어떤 전문가는 통일이 되면 식량 부족량이 최소 250만 톤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도 했는데, 그런 민족적 측면에서 통일을 대비해서 식량안보는 상당히 중요하다고 말씀을 드릴 수가 있죠.
게다가 현재 우리나라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초국적 기업의 식량 시장으로 포섭되어 있죠. 특히 미국산 농산물 수입이 약 3위를 차지하고 소비량으로는 미국산이 1위입니다. 특히 소고기나 옥수수 같은 사료 작물 같은 경우에는 대미 의존도가 너무 높아요. 사료 작물은 식량자급률에 포함이 되거든요. 그 결과 개방으로 인한 단작화로 인해서 우리나라 내의 종의 다양성이 무너지게 되고, 토종 종자가 사라지는 결과가 발생하면서 농업 전반의 해체를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세계적으로는 기후변화 때문에 자국의 농업을 보호하려는 움직임이 비상하죠. 미국의 펜타곤 문서는 이상 기후로 인한 식량 전쟁 시나리오를 가상하고 국내 농업 보호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하는, 또 우리나라와 일본이 식량을 확보하기 위해 핵무기를 갖는다는 시나리오를 작성하기도 했거든요. 이런 식으로 여러 가지 전제를 놓고 대비하는 철저함이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반대로, 유럽, 미국과 같이 기상이변을 대비한 농업 보호는커녕 오히려 농업을 점점 쇠퇴시키고, 식량주권을 부정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집행하고 있죠.
세계적으로 식량주권 선언 운동을 제기하기도 했는데, 이런 운동이 대중적으로 광범위하게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세계 농민운동과 함께 이것을 주요 의제로 해서 포럼도 개최하고 실천 투쟁도 진행해야죠. 식량주권 선언 운동은 여러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첫째는 초국적 기업에 빼앗긴 식량주권을 다시 찾자는 의미가 있고, 쌀을 중심으로 한 농산물 개방 반대 투쟁의 의미도 있고, 식량자급률 목표치 법제화를 이루는 투쟁의 의미도 있고, 또 농업 회생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모아내는 그런 광범위한 의미도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식량주권 선언운동은 생태, 환경 보존 운동의 의미도 있지요. 당연히 농업이 살면 생태, 환경이 더 잘 보존될 것이고, 거기에다가 친환경 농업으로 전환하기 위한 국가의 역할, 민간의 역할이 어우러지면, 생태 회복 속도가 더 빨라지겠죠. 이것은 쿠바가 미리 경험을 했죠. 쿠바의 경우, 우리나라와 상황은 다르지만, 식량자급률도 10년 만에 104%를 달성했고, 생태, 환경에 있어서는 어느 나라보다 커다란 성과도 있죠. 우리도 이런 의미와 목표를 전면에 부각하고 광범위한 식량주권 선언운동을 전개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고 생각합니다.

윤금순 현재 한국에서는 식량주권 운동이 농민운동만의 의제나 과제로 인식되고 있는데, 식량주권 운동을 활발하게 전개하기 위해서는 모든 사람들, 밥을 먹는 사람은 누구나 식량주권을 가지고 지켜야 한다는 인식을 만들어야 합니다. 농민들만의 힘으로는 식량주권을 실현할 수 없습니다. 식량주권은 철저하게 사회적인 연대를 통해 실현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지요. 이를 위한 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가장 우선적인 과제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여러 단위에서 적극적으로 식량주권에 대해 토론하고 구체적인 행동 전략을 마련하는 논의가 필요합니다. 네트워크든 무엇이든 이를 위한 조직도 필요합니다.
광우병 문제는 한미 FTA를 계기로 이슈가 되었지만, 이 외에도 GMO나 생태, 환경 문제, 단작화와 바이오퓨엘 문제도 조직적 대응을 시급히 전개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해요. 농민들이 당면한 문제들과 농업이 처한 현실에 대해 같이 고민하고 같이 해결하기 위한 대응이 절박하죠.

류미경 식량주권과 관련해서 구체적인 계획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윤금순 7월에 식량주권 포럼을 개최할 예정입니다. 이것이 일회적인 포럼으로 끝날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이런 것들을 적극적으로 사회운동, 식량주권 실현 운동으로 만들어 나가고, 그를 위한 조직을 만들어 가는 과정으로 생각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전여농은 현재 토종종자를 보급, 확대하는 일을 하고 있고 이와 관련된 포럼을 조직할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영수 식량주권 포럼은 한국사회포럼에서 전농, 전여농 공동주최로 준비되고 있습니다. 첫 번째 목표는 식량주권 개념을 불완전하게 이해하고 있는 것을 극복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 베네수엘라, 말리, 네팔, 일본, 쿠바의 농민들을 직접 초청해서 각국의 사례를 듣고, 피터 로셋과 같은 전문가를 초청해서 국제적인 식량주권 흐름이 무엇이고 어떻게 하고 있다는 것을 국내에 화두로 던지려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 번의 포럼으로 끝나지 않기 위해 준비 하는 과정에서부터 전농 내부에서도 정책학교를 통해서 식량주권 개념을 잡아가고, 확대시키려 합니다. 더불어 포럼 이후에 패널로 참석하는 각계를 모아서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보고자 하는 욕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관권적인 것은 식량주권이 농민운동만의 과제라는 인식의 전환이죠. 이를 바탕으로 식량주권을 실현하기 위해 광범위한 운동체를 만들어 활동을 펼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어떻게 보면 이런 운동체가 식량주권 실현의 큰 토대가 될 수 있고, 민중 진영을 뛰어넘는 사회 연대적인 큰 흐름을 형성할 수도 있고, 이것이 먹고 사는 문제이기 때문에 가장 큰 정치력을 발휘할 수 있지 않는가 하는 장기적인 포석을 가지고 목적의식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국제적인 흐름들과 어우러지면서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는 부분도 있겠지요. 국제 가톨릭 농민 조직이 올해 벨기에의 총회를 통해 종 다양성 협약, 농업 다양성 협약을 국제적 운동으로 펼치기로 했다고 합니다. 이런 것과 연계해서 농업 다양성, 종 다양성, 식량주권이 각 나라에서 알아서 하는 문제가 아니라, 국제적인 화두가 되도록 정치 쟁점화 시켜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류미경 마지막으로 오늘 주제에 대해 정리하는 이야기를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영수 농업의 문제가 농민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한국 농업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가장 큽니다. 농업에 대한 인식의 후진성을 시급히 극복해야 할 것 같아요. 이것은 결국 우리 농민들의 과제죠.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던 쿠즈네츠 교수가 말하길, 후진국이 공업화를 통해 중진국으로 도약할 수는 있지만 농촌의 발전 없이는 선진국으로 진입할 수 없다고 했는데, 실제로 선진국의 사례를 봐도 그렇죠. 우리가 선진국으로 가자는 의미는 아니지만, 어쨌든 농업에 대한 인식, 농업관이 재고되어야 하고, 농업, 농촌의 유지, 발전 없이는 우리 사회의 안정적인 유지나 발전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곱씹어 봤으면 좋겠습니다.

윤금순 많은 사람들이 위기의식을 느끼면서 농민운동에 대한 비판도 많이 제기되는데, 저는 이것이 어떻게 보면 우리 농업에 대한 애정이라고 생각해요. 위기라고 생각할 때가 오히려 기회를 만들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요. 지금이라도 식량주권을 바탕으로 한 대안 농정에 대한 전망을 바탕으로 전 국민이 농업의 주체라는 인식을 확산하고 농업을 살리는 일에 나서도록 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것이 우리 사회가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갈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사회운동이 이런 문제에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야하고, 앞으로 더욱 많은 노력을 같이 해나갔으면 합니다.

이창한 식량주권을 지키기 위한 강고한 투쟁과 다양한 활동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더불어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쉽게 말하면 농민들은 새로운 것에 대한 거부감이 있고,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에 당하고만 살아온 계층이기 때문에 부담감도 있고, 또 사실 농업은 못 배운 사람들이 하는 것이라는 자괴도 있고요. 그런 것에서 벗어나서 사회의 변화, 좀 더 질적인 것을 추구하는 사회로의 변화라는 것을 거부 내지는 두려워하지 말고 능동적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식량위기를 해결하는 중요한 요소이자 우리 사회에서 발전이라는 측면에서 상당히 중요한 기능을 하는 역할로서 농업이 자기 위치를 찾는 것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농민들이 대안 농업에 대해 얘기하면, 그것 정권을 잡아야만 가능한 것 아니야 하는 말도 하는데, 그 말 속에는 그런 변화를 내가 주체적으로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가, 이걸 이행해 나가는 어떻게 투쟁을 벌일 것인가 하는 주체 의식이 결여되어 있는 문제도 있는 것이죠. 이것은 어떤 정권이 해주는 것이 아니고 우리가 만들어 나가는 대안 농업의 문제고, 그것을 통해서 식량주권을 확보한다는 목표가 우리 안에도 명확히 있어야 합니다. 또 그것이 전 국민적으로 확산이 되어 농업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류미경 한국사회에서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반대하는 투쟁을 여러 해 동안 해왔고, 작년 한미 FTA 반대 투쟁을 매개로 전 사회적인 의제로 떠올랐는데, 한편에서는 계속 쇄국주의자니 후퇴 세력이니 하는 공격을 받고 또 한편에서는 국익론을 가지고 논쟁을 제기하면서 그런 공격에 적극적으로 대처를 해나가지 못한 한계가 있었던 것 같아요. 그 과정에서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아닌 민중들이 주도하는 다른 세계의 비전을 운동 진영에서 제기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였는데, 식량주권이라는 문제의식을 매개로 농민운동 안에서 모색되고 있는 이런 고민들이 그런 과제를 실현하기 위한 출발점, 단초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오늘 얘기를 들으면서 해보았습니다. 그리고 오늘 이 자리를 계기로 해서 이런 논의들을 사회운동 진영 내에서 전 사회적으로 확산해 나가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것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긴 시간 수고하셨습니다.
주제어
생태 민중생존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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