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부설 노동자운동연구소


사회운동

사회진보연대 계간지


2007.7-8.76호

투쟁을 하면서 주인으로서의 여유와 자부심을 배웠습니다

이랜드 일반노조 수석 부위원장 이남신 인터뷰

김혜진 | 여성부장
7월 비정규악법 시행으로 곳곳에서 노동자들의 분노와 눈물과 투쟁이 폭발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의 일상에서 너무나 가까웠던 그곳, 한가득 담아온 쇼핑 물품을 카트에서 꺼내 올려놓으면 바코드와 계산기를 바쁘게 두드리던 그 손의 주인공들이 이제 그 손으로 주먹을 불끈 쥐어 계산대를 멈추고, 매장을 멈추어버렸다. 파업은 노동자의 학교라고 했던가. 마치 ‘○번 계산대’의 일부처럼 보이는 듯, 보이지 않는 듯 서있었던 계산대의 그 여성들은 이제 자신의 존재를 세상에 드러내며, 잃어버린 권리를 외치는 한 명의 당당한 노동자로, 투사로 다시 오늘을 투쟁으로 살아내고 있다. 홈에버와 뉴코아의 계산원 업무를 하던 노동자들이 바로 그들이다.

비정규법 시행을 앞두고 이랜드 그룹은 뉴코아와 홈에버에서 계산원 업무를 하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계약해지 통보를 했다. 뉴코아에서는 300여명, 홈에버에서는 400여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해고되었고, 이런 상황에서 이랜드 사측은 홈에버 비정규직에게 직무급제를 제시하며 ‘영원한 비정규직’을 제시했다. 이 때문에 하루아침에 길거리로 내몰린 노동자들은 파업을 선언했지만 대체인력 투입으로 매장이 정상 운영되자, 최후의 방법으로 지난 6월 23일 매장 점거를 선택했다. 생사여탈권을 쥔 자본에 맞서는 노동자의 유일한 대항권인 파업은 정당한 행위이다. 그러나 교섭마저도 거부한 이랜드 자본은 작업 현장을 점거한 노동자들에게 불법 딱지를 붙이고, 이에 질세라 국가는 체포영장 발부를 하며 정당한 투쟁을 탄압하고 있다.
이랜드의 박성수 회장은 ‘사회저명인사’ 반열에 들고자 해마다 교회에 십일조로 130억을 낸다. 이는 600여명 비정규직의 생계비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하나님 앞에서 매출과 수익과 점포 확대를 위한 기도를 바쳤을 그가 단 한번이라도 매장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의 생존과 건강을 생각해본 적은 있을까. 지금은 착취와 해고로도 모자라서 공권력과 용역깡패를 동원하고 1억 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한 이랜드 박성수 회장은 지금 당장 그의 하나님 앞에서, 노동자들 앞에서 무릎꿇고 용서를 빌어야 마땅할 것이다.
생계를 위해 일하던 자신의 일터에서 이제는 생존을 위한 싸움을 진행 중인 이랜드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보았다.

사회운동: 사회진보연대에서 매달 발행하는 월간 사회운동을 통해 이랜드 투쟁 소식을 회원들에게 소개하고자 인터뷰 부탁드렸습니다. 먼저 소개 부탁드릴게요.

이남신: 예, 안녕하세요. 전 이랜드일반노조 수석 부위원장 이남신입니다.

사회운동: 인터뷰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먼저 투쟁 경과에 대해서 간단하게 설명 부탁드립니다.

이남신 : 뉴코아는 일찍부터 투쟁을 해왔습니다. 현금 PDA 도입, 캐쉬업무 외주화를 계기로 진작부터 전면 파업을 시작했습니다. 이랜드는 7월에 비정규직법안 시행을 앞두고 5월부터 해고가 시작되어서 싸움이 시작되었습니다. 그 동안 2년 이상 장기근속노동자들이 정규직화 요구를 내건 투쟁을 해왔는데 5월부터 본격적으로 비정규직을 대량으로 해고한 것과 또 차별 시정 문제, 해고자 원직 복직 등의 사안과 관련하여 투쟁을 본격적으로 진행했습니다. 두 노조는 지금까지 4차에 걸쳐 공동파업을 했고 현재는 무기한 공동파업을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뉴코아는 강제용역전환저지 투쟁으로 출발해서 공동파업을 하고 있는데 매장 봉쇄와 매출제로 투쟁을 하며 전면전에 들어갔습니다. 현재는 강남점을 중심으로 봉쇄투쟁을 하고 있고 오늘(7월 8일) 7일차에 접어들었습니다.

사회운동: 벌써 점거 일주일이 되어 가는데, 현재 노동자들의 분위기는 어떤가요?

이남신 : 조합원들 분위기는 축제 분위기로, 한마디로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입니다. 다만 걱정은 무노동 무임금인데 말하자면 파업 기간 동안 일을 못해서 7월 25일 월급날이 걱정이라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지금 파업하는 노동자들의 연령이 4~50대인데 그 나이 되도록 배우지 못했던 것을 느끼면서, 또 동지애를 느끼면서 하루하루 의식이 변해가고 있습니다. ‘파업은 노동자의 학교’라는 말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사회운동: 그렇군요. 그런데 지금까지 사측의 태도는 어떻습니까?

이남신: 안하무인에 오만방자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측에서 이번 투쟁이 이렇게 여론의 주목을 받을 줄 예상하지 못해서 당황하고 긴장하고 있는 듯합니다. 그렇지만 어쨌든 끝까지 간다는 것이 그들의 기조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7월 8일 투쟁이 중요합니다. 이 투쟁에 명운을 걸고 해야 합니다. 2차 투쟁에는 민주노총 총연맹의 자존심이 걸려있습니다.

사회운동: 그렇다면 앞으로의 투쟁에서 목표를 어떻게 세우고 계신가요?

이남신 : 지금 노조원 1500명 중 600명이 계약직입니다. 이들은 정규직화와 고용안정,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노조 내 다른 정규직 노동자들도 구조조정의 위협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계약직 노동자와 정규직 노동자의 권익 보장이 함께 요구되야 합니다. 또 이랜드 일반노조는 통합 노조로 출범한 이후 첫 번째 투쟁이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해야 합니다. 그리고 투쟁의 과정에서 간부들이 많이 양성되어서 강력한 노조가 되는 것이 중요한 목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회운동: 네, 그렇군요. 지금 투쟁하는 노동자들이 대부분 여성 노동자들인데 특성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요?

이남신 : 일단 굉장히 의리가 있고 감성적입니다. 남자들끼리 농성투쟁하면 술이나 먹으면서 빡빡하고 재미없습니다. 그런데 여성 노동자들은 규율을 잘 지키고 동지들 간에 서로를 잘 챙겨줍니다. 가정에서는 주부여서 아이도 키우고 남편 뒷바라지도 해야하는 어려운 상황인데도 열심히 투쟁하고 구속 결의까지 하고 체포 영장이 나왔어도 담담하게 반응하며 흔들리지 않는 대단한 모습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사회운동: 그렇다면 지금 투쟁하고 있는 조합원들은 집안 문제는 어떻게 해결하고 있나요.

이남신 : 잘은 모르겠어요. 그런데 응원하러 오는 남편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평범해 보이지만 남탓하지 않고 손해보고 희생하는 것을 감내하고 싸우고 있습니다. 여기 노동자들은 매장의 계산대를 점거하고 판매를 마비시킨 힘을 한번 맛보고 난 이후 주인으로서의 여유와 자부심을 배웠습니다.

사회운동: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으신 말씀 있으시면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이남신 : 일단 연대투쟁오신 분들에게는 감사드립니다. 이렇게 전폭적인 호응을 이끌어내는 투쟁이 될지는 몰랐습니다. 유통사업장에서 기간제법 때문에 가장 고통받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투쟁을 하고 있는 지금 이 투쟁을 자기 싸움으로, ‘연대하러 오는 게’ 아니라 자기 싸움으로 함께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민주노총이 종이호랑이라고 하는데 민주노총을 민주노총답게 만드는데 우리가 열심히 해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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