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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운동

사회진보연대 계간지


2007.7-8.76호

[별첨1]동아시아 핵 위험과 반핵평화운동

임필수 | 집행위원장
북한 핵실험 이후 한국 보수세력의 대응

2006년 10월 9일 북한이 핵실험을 단행했다고 발표한 직후, 월간 『신동아』는 <한국의 핵주권>을 발행했습니다. 이 책의 부제는 "비핵화선언은 파기됐다, 우리도 농축하자"였습니다. 이 책은 한국의 주류 보수세력의 견해를 반영하기 때문에 주의 깊게 볼 필요가 있습니다.
첫째, "한국의 '핵주권'을 제약하는 세 요소는 1956년 한미원자력협정, 1975년 한국이 가입한 NPT, 1991년 한반도비핵화선언이다, 이 중 한반도 비핵화선언은 북한의 NPT 탈퇴, 우라늄농축 계획, 핵실험을을 통해서 파기되었다. 따라서 미국과 맺은 한미원자력협정만 개정하면 우리도 우라늄 농축과 핵재처리를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둘째, "일본은 1988년 미일원자력협정을 개정해서 핵무기를 갖지 않고도 플루토늄을 보유한 유일한 국가가 되었다. 1988년 일본은 로카쇼무라 재처리시설 허가를 받으며 핵연료주기를 완성했다. 일본만이 수십 톤의 플루토늄을 축적하는 것은 심각한 위험이며, 따라서 한국도 최소 일본 수준의 핵개발을 달성해야 한다, 미일원자력협정 개정은 한미원자력협정의 미래"라는 것입니다.
셋째, "부시 대통령은 원자력 이용 확대 정책을 천명했다. 미국은 4세대 원자로와 첨단 핵연료주기 개발을 추진할 것이다. 한국도 원자력 핵심기술을 확보하여 세계적인 원자력 재 확산 추세에 적극 편승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주장은 한국 보수세력의 논리구조를 정확히 반영합니다. 그것은 북한의 직접적인 위협과 일본의 잠재적 위협을 강조하며, 미국과의 굳건한 동맹관계의 틀 내에서 한국의 군사력을 증강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핵주권'이라는 호전적이며 국수주의적인 이데올로기를 활용한다는 점이며, 핵무기 개발 의도를 철저히 핵의 평화적 이용, 즉 원자력 발전이라는 명분으로 숨긴다는 점입니다.
"원자력 발전과 핵무기 개발은 별개의 문제"라는 보수세력의 주장을 그대로 믿고 따르다면, 결국 우리는 언젠가 핵무기 개발의 문턱에 서 있게 될 것입니다. 역사적으로 원자력발전은 핵무기 개발을 위한 기술축적과 원료획득이라는 의도가 반드시 동반되었습니다. 단적인 예로 미국의 <핵태세보고서>는 핵무기 공장의 연간 핵탄두 생산량을 현재 350기에서 600기로 늘리자고 제시했습니다. 따라서 새로운 플루토늄 생산을 위해 원자력 발전 확대가 불가피해지는 것입니다.
미국이 핵무기 공격·방어·생산 능력을 확장하고 원자력산업의 부흥을 꾀하고 있는 현실, 세계 각 국의 추세와 상반되게 일본이 고속증식로와 핵재처리시설을 통한 플루토늄 이용 정책을 고수하고 있는 현실은 우리의 주요한 비판 대상이 아닐 수 없습니다. 특히 한국의 반핵평화운동은 일본의 핵 정책을 한국의 미래상으로 생각하는 경향과 철저히 맞서야 할 것입니다.

동아시아 핵무기 경쟁을 자극하는 모든 시도는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핵전쟁의 위험이 과거 냉전이 절정기에 이르렀을 때에 비해 그래도 감소하지 않았느냐고 느끼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는 이러한 안도감, 낙관이 과연 근거가 있는 것인지 질문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냉전이 붕괴한 후, 아프리카, 동유럽, 중동, 라틴 아메리카, 동남아시아 등 세계경제의 주변부에서는 대규모 집단학살, 이른바 인종청소를 동반하는 잔혹한 전쟁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반면에 세계경제의 중심부나 전략지역에서는 제국주의 국가가 패권질서와 군사우위를 지키기 위해 더욱 더 핵무기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폭력의 악순환 속에서 NPT는 핵 감축이 아니라 점점 더 강대국의 핵독점, 핵패권을 위한 도구로 전락하고 있습니다.
특히 우리는 동북아 지역이 미국을 비롯한 제국주의 국가가 핵전쟁 능력을 확대하는 핵심고리가 된다는 점에 큰 우려를 느낍니다. 최근 미국 군부는 중국이 '제2의 진주만 공습'을 준비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중국의 핵잠수함이 일본 영해를 침입하며, 미국 영토를 75-100기의 핵탄두로 공격하기 위해 대륙간 미사일을 개발하고 있다고 줄기차게 주장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미국의 주장이 지극히 과장된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미국은 앞으로 수십 년 동안 중국에 대해 압도적 핵 우위를 유지할 것이라는 현재까지 밝혀진 자료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결론입니다.
하지만 핵무기의 절대적 파괴력을 고려할 때 양적, 질적인 측면에서 미국의 핵우위와 중국의 핵열세라는 비교는 무의미할 것입니다. 중국이 70개가 아니라 단지 20개의 핵미사일로 미국 도시를 공격하면 4000만 명의 사상자가 생길 것입니다. 미국이 중국의 20개 미사일 격납고을 정밀타격하면 1,100만 명의 사상자를 생길 것입니다. 우리는 핵우위, 핵열세라는 비교가 원천적으로 무의미하다는 점을 이해하고, 핵 경쟁을 자극하는 모든 시도에 철저히 반대해야 할 것입니다.

북한의 핵무기 보유 의도는 정당한가?

한국은 1980년대 민중운동이 활성화되는 가운데, 미국의 한반도 핵전쟁계획, 핵무기 배치, 핵전쟁훈련이 극히 중요한 쟁점으로 부상했고, 최소한 민중운동 내에서 핵무기의 위험에 대한 경각심은 상당히 높은 편이었습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핵폐기장 건설 반대운동에 대해서도 대부분이 지지하거나 적극적으로 참여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의 핵보유 시도는 '뜨거운 감자'가 되었습니다. 북한의 핵보유 시도를 변호하는 경향이 상당히 강하게 나타났습니다. 즉 북한의 핵보유 시도는 "미국의 핵독점, 핵패권주의와 다르다, 그것은 미국의 대북 핵전쟁계획을 막기위한 최소한의 군사적 억지력이자 미국과의 관계정상화를 위한 협상용 수단"이라는 것입니다. 달리 말해, 북한의 핵보유는 '정의로운 전쟁'을 위한 수단이거나, 최소한 미국의 핵위협에 대비해 일차적 비판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주장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러한 변호론적 입장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취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첫째, 핵전쟁에서 '정의의 전쟁'과 '불의의 전쟁' 사이의 구별이 무의미하기 때문입니다. 핵전쟁은 민중에 대한 절대적 파괴, 상호절멸을 낳기 때문입니다. 둘째, 핵무기의 보유가 핵전쟁을 막는 유일한 길이라는 믿음은 핵보유 자체가 전쟁유발요인이라는 점을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셋째, 북한의 핵 개발 의도가 세계적 핵확산 추세를 반영하는 것이자, 그러한 추세를 더욱 강화하는 효과를 발휘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미국의 한반도 핵전쟁 위협을 막는 수단은 '핵무기 보유'가 아니라 대중적인 반핵평화운동의 힘이라는 관점을 확고히 지켜나가야 할 것입니다.

반핵평화운동과 일방주의적 군비축소

최근 6자회담 2·13 합의는 발표되자마자 약속된 초기 이행조치가 미궁에 빠졌습니다. 나아가 협정 구조의 근본적 불안정성 때문에, 초기조치 이후의 미래에 대해 그 누구도 장래를 장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과거 냉전이 가장 첨예해진 시기에도 미국과 소련은 의례적 협상을 진행했습니다. 반핵평화운동의 일부는 협상의 성공을 위해, 또는 협상에 임한 한 측의 입장을 격려하기 위해 압력을 행사하고자 했다. 하지만 평화운동이 내린 일반적 결론은 이러한 국가간 협상이 군비를 억제하기보다는 오히려 군비증강의 변명이나 눈가리개로 기능했다는 것이었습니다. 따라서 평화운동 집단은 미국과 소련과 상호 군축합의를 무기력하게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자국 정부에 의한 일방적, 단독적 군비축소를 촉구하는 운동으로 나아갔다고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맥락에서 보면, 복잡한 이해관계가 걸린 동북아 국가의 상호합의를 무기력하게 기대하는 게 아니라, 한국에서부터 민중운동의 힘으로, 반전반핵 평화운동을 통해 동아시아 평화의 돌파구를 열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무엇보다 두 가지 운동을 강조하고자 합니다.
첫째, 노무현정부의 모든 군사주의적 노선을 반대하고, 한국에서부터 전쟁유발요인을 제거하기 위한 투쟁을 펼쳐나가야 할 것입니다. 최근 노무현정부는 주한미군 재배치와 평택미군기지 확장을 허용함으로써, 미국의 전쟁 도발 가능성을 더 높였습니다. 또한 미국의 미사일방어망을 암묵적으로 실현하고 있습니다. 노무현정부는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를 빌미로 한국의 무기증강을 시도를 정당화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주한미군의 철수, 호전적 한미동맹의 해소, 한반도 군비감축을 통해 전쟁유발요인을 한국에서부터 제거하는 것이 전쟁의 발발 가능성을 낮추는 가장 확실한 방안이라고 믿습니다. 그것은 적대국이나 경쟁국이 '먼저 해야 한다' 또는 '동시에 해야 한다'는 세력균형 논리의 악순환으로부터 벗어나는 유일한 길입니다. 따라서 한국에서부터 일방적인 군비축소와 전쟁태세 해소가 이뤄지도록 투쟁해야 할 것입니다.
둘째, 핵무기에 대한 숭배나 무감각을 깨고, 핵무기주의에 철저히 반대해야 할 것입니다. 2005년 8월 미국의 핵폭격 50주년을 맞아 진행된 여론조사를 살펴보면, 일본의 86%, 독일의 93%가 핵보유에 대해 반대의견을 피력했지만, 한국은 52%가 핵보유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우려스러운 흐름은 북한의 핵실험을 계기로 북한의 핵보유가 궁극적으로 '통일한국'의 핵보유로 이어져서 동아시아에서 일본, 중국과의 핵무기 경쟁에서 한국의 입지가 강화될 것이라는 환상이 유포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러한 기류는 동아시아의 핵무장화에 크나큰 영향을 줄 수밖에 없습니다. 핵무기주의는 민중에 대한 절대적 파괴와 절대적인 정치적 소외를 야기한다는 사실을 강력히 주장해야 될 필요성이 너무나 높습니다.
저는 지금도 핵전쟁은 진화하고 있으며, 현재의 시점이 과거 냉전 시기보다 핵전쟁이 발발할 가능성이 더 적다고 낙관할 근거는 없다고 강조하고자 했습니다. 반면 반전반핵 평화운동이 대중운동으로 펼쳐져야 한다는 요청은 너무나 긴급하다고 주장하고자 했습니다. 오늘 반전반핵평화 동아시아국제회의를 지지하고, 참여한 모든 분들이 이러한 투쟁을 위해 함께 지혜와 의지를 모아나갈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주제어
평화 국제 민중생존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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