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7-8.76호
반빈곤포럼을 통해 반빈곤운동의 전략을 밝히고자 합니다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 유의선 인터뷰
2007 사회운동 포럼 속에 반빈곤 포럼이 비중 있게 자리 잡혀 있다. 반빈곤 포럼은 반빈곤 운동의 다양한 쟁점과 영역들의 교류를 통해 이후 반빈곤 운동의 전략을 수립하고자 한다. 지역에서 반빈곤 운동 길찾기, 살만한 집을 찾는 홈리스들을 위한 복덕방, 비공식노동자 조직화 전략 모색과 같은 전략 워크샵이 준비되고 있으며 반빈곤 운동,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대토론회도 준비 중이다. 뿐만 아니라 대중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빈곤심판 민중법정도 기획되고 있다. 구체적인 이야기를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 유의선 동지를 만나 들었다.
사회운동 하반기 빈곤사회연대 출범을 앞두고 반빈곤 포럼이 기획되고 있습니다. 2007 반빈곤 포럼을 통해 구체적으로 남기고자 하는 성과는 무엇인가요?
유의선 빈곤사회연대는 2004년 3월에 준비위가 출범했습니다. 당시 빈곤문제가 사회 화두로 제기되고 있을 때였기에 많은 단체들이 빈곤사회연대에 참여하면서 빈곤문제에 대응하고자 했습니다. 그러나 빈곤의 원인에 대한 근본적인 대응에 합의 했다기 보다는 정책 사안별 대응을 중심으로 고민하고 결합한 단체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러나 지난 3년이 넘는 활동 속에서 빈곤사회연대가 이제는 반빈곤운동의 전략을 수립하고 이를 중심으로 활동을 전개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제기되어 왔습니다. 사안별 대응을 넘어 빈곤을 양산하는 사회구조에 대한 인식과 이를 변화시켜나가는 운동이 필요하다는 것이죠. 이러한 반빈곤 운동의 전략과 과제를 반빈곤 포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논의하고 반빈곤 포럼을 통해 풍부하게 소통하여 빈곤사회연대 출범의 주요 내용으로 삼고자 합니다.
각 주제별 워크샵도 유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했습니다. 철거민운동에서 주거권운동으로 확장되기 위한 과제는 무엇일까, 반빈곤운동의 새로운 영역으로 제기되고 있는 비공식노동에 대한 과제는 무엇인가, 지역복지서비스와 지자체 개입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지역복지운동을 지역 내의 반빈곤 운동으로 만들어내기 위한 과제는 무엇인가 등이 주제별 워크샵을 상정하게 된 고민들이었고, 이러한 주제별 워크샵의 내용들은 반빈곤 운동의 주요한 주제들이 될 것이다.
사회운동 다양한 전략 워크샵 중에 주거권 관련 사전 워크샵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기존의 철거민 운동을 주거권 운동으로 더욱 확장하여 제기하고자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관련하여 자세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유의선 작년 한해 부동산 문제로 한국사회가 들썩였습니다. 최근 조금 잠잠해진 듯도 하지만 땅과 집의 문제가 해결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여전히 거리에서 잠을 청하는 노숙인들이 존재하고 열악한 환경과 잦은 화재로 목숨을 걸고 살아가는 비닐하우스 주민들도 있습니다. 각종 개발 사업으로 자신이 살던 곳에서 이유 없이 쫓겨나야 하는 사람들도 많지요. 강제퇴거는 가장 극심한 형태의 주거권 침해로 국내외의 저항이 격렬했지만 여전히 가난한 사람들은 끊임없이 주거하향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이뿐일까요?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적은 임금을 쪼개어 월세를 내고 허리를 조르며 청약저축에 가입하기도 합니다. 많은 여성과 청소년들이 가정 폭력으로 고통 받으면서도 집을 떠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장애인들이 살만한 집을 구하기란 하늘의 별따기와 같고 이주노동자들은 이웃의 신고와 협박으로 늘 안전에 위협을 받습니다.
주거권은 살만한 집에 살 권리입니다. 사람이 생명을 유지하고 건강하게 살기 위해 튼튼한 구조물과 기본적인 상하수도, 전기시설이 공급되는 것이 중요한 만큼 적당한 주거비부담으로 안정적인 점유를 누릴 수 있어야 합니다. 평화롭고 안전하게 삶을 가꿔나가기 위해 일정한 공간을 개인적으로 점유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자본주의 사회에서 공간이 분배되는 기준은 오로지 재산의 많고 적음입니다. 넓은 집이 필요한 사람이 아니라 넓은 집을 구매할 수 있는 사람이 집을 차지하고 가난한 사람들일 수록 열악한 주거환경을 높은 주거비 부담으로 살아내야 합니다. 게다가 자본의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공공성의 영역을 파괴해가는 신자유주의적 흐름은 주거공간까지도 이윤의 논리에 따라 조직하고 있습니다. 신개발주의는 갖은 수사를 동원해 가난한 사람들의 삶의 자리를 빼앗아가고 있습니다.
기본적 인권인 주거권을 실현하기 위한 수많은 과제들에 비해 주거권운동의 흐름은 미미한 것이 현실입니다. 한국사회에서 빈민운동의 큰 줄기를 형성하며 전체운동에 발맞춰왔던 철거민운동은 최근 사회운동으로 적극적으로 자리 잡지 못하고 개별 지역사안들에 대응하기도 버겁습니다. 사회운동과의 거리감도 없지 않습니다. 현장에서 가장 절박하게 싸우는 사람들과 함께 하지만 우리가 함께 고민해야 할 주거권 실현의 의제를 던지는 데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한편, 다양한 사회운동의 영역에서 주거권과 관련된 문제들이 조금씩 드러나지만 어디에서부터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 막막함을 겪기도 합니다. 주거권의 문제가 개발 사업 지역에서의 철거문제만으로 드러나는 것이 아닌데 이런 부분에 대한 대응 경험이 매우 부족하기도 합니다.
살만한 집에 살 권리는 우리의 운동과 우리 자신의 문제입니다. 누구나 고민하는 집의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전망을 모색할 때 주거권이 실현되는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며, 주거권운동 워크샵이 그 첫걸음을 떼기 위한 자리가 되었으면 합니다.
사회운동 이 외에도 비공식노동자운동이나 반빈곤 운동을 지역 운동의 차원으로 풀어가기 위한 논의들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특히 비공식 노동자 운동은 한국에서 본격적으로 조직되지 않은 운동입니다. 관련한 문제의식을 이야기 해주세요.
유의선 흔히 비공식노동자는 노동으로 생계를 꾸려가지만 법적 노동자의 지위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노동자 일반으로 확대해석 되기도 하는데, 이런 면에서 법외 노동자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ILO에서는 확실한 계약, 노동급부, 사회적 보호가 없는 노동자로서 비공식 기업의 자가고용, 비공식 일자리의 유급고용 종사자라고 규정짓고 있죠. 이는 비공식 자가고용 노동자와 비공식 유급노동자들 모두 확실한 계약, 노동급부, 사회적 보호가 없으며 평균적으로 공식부분 노동자들에 비해 임금을 적게 받는다는 점 때문입니다. 비공식 자가고용 노동자들은 그들 자신 스스로 노동조건과 사회적 보호에 대한 책임을 지기 때문인데 흔히 조직되지 않아 자신들의 요구를 밝히지 못하고 있습니다. 물론 둘 간에 일정한 차이가 있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비공식 자가고용 노동자들은 주로 자본과 상품시장에서 배제되는 문제를 겪고 있으면서 비공식 유급노동자들은 주로 노동시장에서 배제되는 문제를 겪고 있습니다. 그러나 양자 모두 관련자들과 교섭력이 저조하고 특히 자가고용 노동자들의 경우 정부기관과 시장의 경쟁자들과 교섭을 해야 하지만 이를 강제할 힘이 없는 상황입니다.
중요한 것은 공식노동자, 비공식노동자로 나누고 이들이 어떠한 노동자인가를 규정하는 것보다 노동자의 개념을 확장하고, 이들을 모두 보편적인 노동자의 이해와 요구의 테두리로 묶어 세우는 조직화와 주체 형성의 경로를 구체적으로 만드는 데에 있을 겁니다. 또 권력과 자본은 이들 다양한 형태의 노동자가 노동자로 하나가 되길 원하지 않는다는 그들 자신의 계급적 원칙을 갖고 있습니다. 따라서 비공식노동자에 대한 정의를 내리고 이에 접근하는 것은 비공식 부문 전체로 노동자개념을 확대해야 하려는 것이며, 그 중에서도 넓은 의미의 특수고용으로 노동자 개념을 확대하고, 자가 고용의 경우는 노동법의 확대 적용을 주장하고 그에 따른 권리보장과 보호 장치 등을 요구하는 조직화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 것입니다.
한편으로 저개발․저발전 상태에서 확산되어 온 비공식부문과는 달리 신자유주의적 노동시장유연화와 구조조정, 자유화, 시장화로 인해 확산되고 있는 최근의 비공식노동자에 주목하고, 이들을 운동의 주체로 세워내기 위한 운동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입니다.
사회운동 빈곤심판 민중법정을 대중적으로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법정의 간략한 취지와 어떤 방식으로 기획되고 있는지 이야기해주세요.
유의선 빈곤을 대하는 정부와 지배세력의 논리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빈곤은 사회통합을 저해하는 요소이기에 빈곤층이라는 위험, 불만집단에 대한 관리전략을 확대해야 된다는 논리입니다. 또 하나는 빈곤을 범죄화하고, 빈곤에 빠진 노동자, 실업자, 노숙인 등을 나태하고 무능하기 때문에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과소인간으로 취급하는 것입니다. 최근 사임한 보건복지부 유시민 전장관은 의료급여 수급자를 향해, 의료기관 사용을 지나치게 많이 한다며, 도덕적 해이를 들먹이고 나섰고, 한국사회에 있지도 않은 복지병 을 예방해야 한다며 복지를 받으려면 사실상 강제노역에 다름없는 일을 해야만 한다고 뇌까려 왔습니다.
그러나 생각해봅시다. 특히 IMF 외환위기 이후, 한국사회에 만연한 빈곤이 개인의 무능과 부족한 노력 탓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부유층과 정부 등 정치권 밖에 없습니다. 직장에서 쫓겨난 수많은 노동자들이 영세자영업 노점상으로, 혹은 노숙인으로 거리로 내몰렸고 치솟는 물가와 사유화로 인한 공공서비스 요금 인상으로 더욱 부족해지는 살림 좀 메워 보겠다고 끝없이 불안정한 일자리를 전전해야만 하는 1000만 비정규노동자들이 있습니다. 실업문제는 해결됐다는데, 왜 일해도 가난해지는가? 국제회의다 국제행사다 할 때만 되면 어김없이, 거리를 점유한 죄 때문에 노숙인들은 시설에 감금되고 노점상은 싹쓸이 당합니다. 살기 좋은 우리 마을 뉴타운을 만든다고, 돈 없어서 죄가 되는 세입자원주민은 강제이주 당합니다.
백주대낮에 이런 흉악무도한 범죄를 저지르고 있는 것이 바로, 노무현 정부와 각종 복지개악 빈곤 확산 법제도를 쏟아내고 있는, 국회와 청와대에 앉아있는 정치세력들입니다. 그러나 이들이 어떠한 범죄를 저지르고 있는가는 지금껏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이들의 모든 범죄가 때로는 국가경제성장을 위한 전국민의 희생논리, 양극화 해소를 위한 모든 계급적 차별을 뛰어넘은 단결과 사회통합논리에 의해 마치 사회적인 선, 공공 선인양 포장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출발점은 바로 지금껏 모든 권리를 송두리째 박탈당하면서도 범죄자, 사회 부적응자 취급을 받아온 빈곤대중의 목소리를 모아나가는 것입니다. 우리는 민중법정을 통해 빈곤의 다양한 모습을 드러내고, 빈곤의 원인과 주범을 심판하며, 빈곤 대중의 권리를 선언하는 장을 마련하고자 합니다.
민중재판이란 민중에 의해 직접 발의되고 운영되는 재판을 말합니다. 국가가 민중의 대표로 선출된 입법부가 만든 법률과 사법부에 의해 임명된 법관에 의해 범죄사실에 대한 심판을 하고 정의를 구현하며 주권자인 민중의 의사에 따르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러나 행정부가 범죄를 저지르고 사법부가 심판을 회피하여 입법부가 입법과 비판을 통해 이것을 견제하지 않는다면, 이미 이것은 국가권력이 민중과의 계약을 위반한 것이며 스스로의 정당한 권위를 포기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빈곤을 해결해야 한다는 민중들의 의사에도 불구하고 국가권력이 이를 외면한다면 민중들은 이의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고 정당한 재판을 국가가 거부한다면 수권자인 민중이 이 재판권을 회수해 직접 심판에 나서야 하는 것입니다.
이번 사회운동포럼에서 진행되는 민중법정을 통해 주류 언론에서 보여 지는 쓰러진 집에 존재하는 빈곤이 아니라 삶의 다양한 영역에서 폭력으로 다가오는 빈곤의 모습을 민중법정을 통해 드러내고자 합니다. 빈곤의 문제를 여전히 개인의 무능력의 문제로 치부하거나 시혜와 동정의 대상으로 전락시키는 사회 속에서 민중법정은 빈곤대중의 기소를 통해 빈곤의 원인과 주범을 심판할 것입니다. 또한 한국사회에서 빈곤을 만연케 한 원인과 구체적 사례, 그리고 사회구조적 문제에 대해서 다각도의 접근방식을 통해 인식하는 장이 될 것입니다.
이번 빈곤심판 민중법정은 다양한 문화적 행사를 민중법정이라는 형식에 도입시켜 실험적인 소통의 장을 마련하고자 합니다. 한계적인 법정의 공간 안에 다양한 빈곤대중의 목소리를 담아내고, 삶의 전 영역에서 파고 들어오는 자본의 공격을 표현하기 위한 다양한 형식을 시도하려고 합니다. 현재는 초기 기획단계이며 기획단을 확대하여 보다 구체적인 진행을 논의할 계획입니다. 많은 관심과 참여 바랍니다.